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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난 뚫어라… 대학도 사교육열풍

    취업난 뚫어라… 대학도 사교육열풍

    서울 유명 사립 S대 중어중문학과 2학년생 홍모(21·여)씨. 어문학부 08학번인 그녀는 올해 초 전공선택 당시를 돌이켜 생각하면 아찔하다. 중국에서 3년간 생활해 중국어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같은 학과 친구 상당수가 학원수업 등을 통해 원어민 수준의 회화를 구사하고 있어 적잖이 놀랐다. 홍씨는 특히 “동기들이 입학 전은 물론 방학 때마다 학원에서 전공 선행학습을 하고 있다.”면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갈수록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상아탑(象牙塔)의 상징인 대학에도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상당수 대학생들이 입학 전부터 전공을 미리 배워 취업공부 시간을 벌거나, 높은 학점의 ‘스펙’을 얻기 위해 방학 동안 학원을 전전하고 있다. 대학생만을 위한 ‘전공 전문 강의’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실정이다. 29일 대학가에 따르면 학과마다 많게는 90% 이상의 학생이 학원에서 전공을 미리 배우는 등 선행학습이 붐을 타고 있다. 어문계열 학생들의 전공 선행학습은 5~6년 전부터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신문이 서울 사립 S대 문과대 학부생 가운데 내년 독어독문학과 전공을 결정한 전체 11명 중 10명을 면접조사한 결과 모두 학기 중 또는 방학 기간 동안 학원에서 전공과목을 선행학습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 중어중문학과 전공 결정자 8명 가운데 2명, 러시아어문학과 12명 가운데 7명, 프랑스어문학과 12명 가운데 4명이 전공 선행학습을 했거나 할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공 선행학습을 하는 한 학생은 “종로에 위치한 유명 어학원에서 한 달에 10~20만원, 3개월에 50만원 정도 내고 전공을 미리 배운다.”면서 “40~50만원을 내고 현지 유학생에게 과외를 받는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학생은 “전공을 미리 배워 높은 학점을 따 놓으면 취업 서류 전형에 도움이 된다. 전공 선행학습은 안 하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유명 사립 K대 법대 1학년 250명 가운데 약 70%는 신림동의 고시학원이나 인터넷 강의를 통해 선행학습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학생은 “90만원 정도를 내고 형법·민법·헌법으로 구성된 기본강의를 3개월 정도 미리 배웠다.”면서 “사법고시 마지막 세대이기 때문에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21)씨는 “일찍부터 사법고시를 준비한다고 생각하고 학원을 다니고 있다.”면서 “동기들도 불안한 나머지 다 다닌다.”고 말했다. 대학의 이런 교육 현실에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어문계열 교수는 “학원에서는 점수따기식, 겉핥기식 표피적인 공부만 가능하다.”면서 “어학은 문학과 문화 전반을 같이 공부해야 하는데 학점이 괜찮다고 학교 수업에 태만하면 창의적인 인재 양성이 불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입학사정관제 겨냥 스펙학원 ‘과열’

    “특허증 하나만 있으면 대학에 갈 수 있다.” 서울 대치동에 사는 주부 이모(37·여)씨는 얼마 전 신문을 보다가 귀가 솔깃한 광고 전단을 발견했다. 궁금한 마음에 전화를 건 곳은 발명학원. 원장은 “6개월 과정을 수강하면 자녀를 위한 발명일지, 출원 경력, 특허증 등 입학사정관제 맞춤용 ‘대입 3종세트’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며 수강을 독려했다. 대학과 국제중, 과학고 등이 앞다퉈 도입 중인 입학사정관제가 정부의 공교육 강화 취지와 달리 사교육 시장의 배를 불리는 도구로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서울신문의 취재결과 올해 들어 대폭 확대된 입학사정관제의 영향으로 ‘사정관제 맞춤 학원’을 자처하는 학원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7월 “임기 말까지 각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로 거의 100%를 선발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불이 붙었다. 학원들은 학생의 성적뿐 아니라 환경, 특기, 논리력, 창의력 등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애당초 목적과 달리 입학사정관제용 ‘스펙(specification)’을 길러준다는 광고를 쏟아내는 실정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최근 정운찬 총리까지 나서 입학사정관제 대비 고액 컨설팅을 단속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비웃듯 중·고생뿐 아니라 초등학생을 겨냥한 발명·웅변학원 등까지 서울 강남에서 성업 중이다. 대치동의 A발명학원은 ‘초등학교 때부터 특허출원을 해야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에 갈 수 있다.’고 광고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달에 20만원짜리 6개월 과정을 필수로 수강해야 한다. 이 밖에 특허출원비 등을 합쳐 최소 250만원이 든다. 6개월 과정 이수 후에도 발명 능력이 부족하면 재수강하는 것은 기본이다. 학원 관계자는 “발명특허를 얻어 하버드의대 대학원에 합격한 사람도 있다.”면서 “발명은 창의력과 관찰력을 길러주기 때문에 문과대 지원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곡초·대치초·휘문중 등 강남 학생들만 소수정예로 받는다.”고 귀띔했다. 웅변·스피치 학원의 ‘지도자 양성 과정’도 인기다. 입학사정관과 일대일로 대화할 수 있는 ‘말하기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포동 B웅변학원 관계자는 “최근 1년 사이 수강생이 20~30% 늘었다.”면서 “과거에는 중·고교생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초등학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학생회장·반장 경력이 중요해지면서 선거 기간에는 수강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한 번에 50만~100만원이나 하는 입학사정관제 컨설팅 학원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겨울방학을 앞둔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체감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초등 4학년생 아들을 둔 이모(35·여)씨는 “기존 학원에 입학사정관 대비 학원까지 등록할 경우 허리가 더 휠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입학사정관제 맞춤용 학원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김보엽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자율화팀장은 “대학마다 다른 전형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운영하기 때문에 ‘특기 하나로 대학에 간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과외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과잉 홍보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취업난 대학가 ‘학점 성형’ 몸부림

    취업난 대학가 ‘학점 성형’ 몸부림

    19일 인천 A대학 캠퍼스. 학교 곳곳에는 ‘학점포기제 도입하라’는 내용의 대자보와 현수막이 나붙었다. 단과대학 학생회장에 출마한 후보가 이미 성적이 확정된 과목의 학점을 ‘없었던 일’로 만드는 ‘학점포기제’ 도입을 공약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학생은 이를 크게 반기고 있다. 대학가는 학점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려는 ‘몸부림’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좋은 학점은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이른바 ‘취업스펙’의 기본인 까닭이다. 학생들은 학점포기제, 재수강 요건 완화 등을 요구하며 ‘학점 성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학교측은 겉으로는 “학점에 안달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노린 공약(空約)에 불과하다.”며 난색을 보이지만, 속내는 다르다. 내심 취업률을 올릴 수 있는 방편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 학생회장 선거에서도 학점포기제는 단골 공약이다. 새 총학생회장 후보 임모씨는 7학기 이상 등록 학생이 최대 9학점에 한해 학점을 포기할 수 있는 ‘학점포기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6년 전 총학이 제시했지만 학교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많은 학생들의 요구로 이번에 또 등장했다. 같은 학교 다른 후보자는 ‘학점적립제’ 카드를 재차 꺼내 들었다. 당해 학기에 수강하지 않은 학점을 다음 학기에 수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연세대는 내년부터 재수강 요건을 기존의 평점 D+ 이하에서 C+ 이하로 완화했다. 학교 관계자는 “그동안 다른 학교에 비해 엄격한 재수강 제도로 학생들이 취업에 불이익을 받았는데,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희대는 재수강을 통해 취득할 수 있는 최고학점이 A0 였지만 올해부터는 상한을 없앴다. 한 발 더 나아가 서울의 모 대학 관계자는 “기업들이 성적 인플레를 우려함에 따라 재수강 요건완화 이외에도 대안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학교측의 이런 움직임에 학생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대학생 김정인(23)씨는 “학점은 기본적으로 학생의 성실성을 반영하는 수치인데 학점관리를 위해 제도를 바꿀 경우 학점세탁 악용소지도 있고, 학교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대학생 홍모(22)씨는 “학점 인플레의 근원인 취업률 문제는 대학도 고민하는 것 아니냐.”면서 “대학도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관련 제도를 바꾸면서 학생만이 고집하는 문제인 양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안석 최재헌기자 ccto@seoul.co.kr
  • [책꽂이]

    ●여성, 총 앞에 서다(신시아 코번 지음·김엘리 옮김, 삼인 펴냄) 전쟁과 폭력의 역사에서 필요한 것은 평화의 가치 전파다. 평화운동에 가장 부합하는 주체는 여성이다. 여성은 인류사에 얼룩진 숱한 전쟁의 가해자보다는 피해자 측에 서 있었고, 근본적으로 파괴보다는 생명의 탄생 역할을 맡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계급, 인종, 민족, 지역의 차이까지 뛰어넘은 집단적인 여성들의 저항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2만 5000원.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프랑수아즈 사강 지음·최정수 옮김, 소담출판사 펴냄) ‘슬픔이여 안녕’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던 사강의 자전적 에세이다. 테네시 윌리엄스, 빌리 홀리데이, ‘시민 케인’의 영화감독 오손 웰스, 장 폴 사르트르 등 당대 내로라하는 문화예술계 동료들과의 만남, 우정 등을 차분하게 써내려 간다. 1만원. ●아뿔싸, 난 성공하고 말았다(김창남 엮음, 학이시습 펴냄) 학점, 자격증, 토익점수 등 이른바 스펙에 목매다는 이들은 대기업 입사, 승진 등을 성공이라 생각하기 십상이다. 이 책은 성공은 우리가 뒤로 미뤄 놓고 있는 ‘또 다른 얼굴’을 그대로 보여 준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 ‘시사IN’ 기자 고재열 등 10명의 ‘또 다른 성공담’이 담겨 있다. 1만 2000원. ●미네르바의 생존경제학(박대성 지음, 미르북스 펴냄)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상에 올린 숱한 글로 ‘경제 대통령’이라는 호칭까지 얻은 저자가 내놓은 실사구시형 경제학 책이다. 필화 구속까지 당하며 한국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의 위기 등의 문제를 온몸으로 역설했던 저자는 2010년 내수시장, 부동산, 주가, 환율 등 대한민국 경제에 대해 전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1만 5000원. ●열두살에 수학천재가 된 아이들(송재환 이진호 지음, 브리즈 펴냄) 전국 상위 1% 수학영재원 아이들의 수학 정복 노하우가 담겨 있다. 책을 많이 읽어라, 공부하지 말고 즐겨라, 상상의 폭을 넓혀라 등 큰 틀의 접근법이 실려 있다. ‘교과서 중심으로 예습, 복습’이라는 조언에 식상한 이들을 위해 구체적인 노하우로서 선행학습의 요령, 오답노트 작성법 등을 소개한다. 1만 1000원.
  • “알만한 기업들 세종시 이전굳혀”

    정운찬 국무총리는 18일 세종시 입주 추진기업과 관련, “중견기업, 이름을 들으면 금방 알 만한 상당한 (대)기업들이 90~95% 마음을 굳히고 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강대 ‘오피니언 리더스클럽(OLC)’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업들이) ‘행정부처만 가는 게 아니구나.’라는 인식을 하게 돼 (세종시에) 오려는 기업들이 많이 생겼다.”면서 “(세종시 추진에) 비관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세종시 입주와 관련, “긍정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 총리는 또 “세종시 원안 갖고는 세종시를 잘 만들 수 없다.”고 원안 수정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세종시가 좋은 도시가 되지 않으면 국가경쟁력 제고와 국토의 균형발전 등 애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서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자족기능이 튼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정 총리는 “자족기능을 확충하려면 기업, 대학, 연구소와 기반기구가 세종시에 들어와야 한다.”면서 “양심을 걸고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세종시를 기업중심도시라고 하면 다른 기업중심도시들이 세종시에 특혜를 주고 세종시가 ‘슈퍼 기업도시’로 되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면서 기업도시라는 표현을 자제해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기업과의 양해각서(MO U) 체결 진행상황에 대해 “상당히 오랫동안 국내외 기업과 접촉을 많이 해왔으며 외국기업과 M OU를 맺은 게 여러 개 있다.”면서 “하지만 MOU라는 것은 약속을 안 지켜도 상관없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사교육 대책과 관련, 대학입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입시가 복잡하니까 스펙을 확대하기 위해 과외가 늘어난다.”면서 “대학입시를 단순화하는 등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고교를 다양화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외국어고, 과학고 문제를 종합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걷기열풍 타고 워킹화 ‘불티’

    걷기열풍 타고 워킹화 ‘불티’

    제주 올레길을 찾는 이들이 늘고 서울 한강변을 비롯해 전남 완도군·강원 고성군 화진포·지리산 둘레길·경남 창녕 우포늪 탐방로 등이 생기면서 전국적으로 걷기 열풍이 뜨겁다. 걷기 열풍은 워킹화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ABC마트에서는 지난달 러닝화와 워킹화 매출이 지난해 10월보다 70% 이상 늘었다. 지난 9월 국내 최초로 스포츠워킹 토털브랜드 W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러닝화와 워킹화의 차별성을 부각시킨 프로스펙스는 13일 “걸을 때는 발 디딤면을 넓게 오래 디디기 때문에 신발이 땅에 닿을 때 충격을 발 전체로 분산시키는 기능을 해야 한다.”면서 “워킹화를 신었을 때 근육이 약한 상태에서도 무리없이 오래 걸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동화에서 워킹화로의 변화가 도입 단계라면 걷기 편한 구두, 즉 컴포트슈즈 시장은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마사이워킹 개념을 도입한 MBT와 국내업체 린(LY N) 등이 워킹슈즈의 개념을 소개한 데 이어 락포트 등 백화점 입점업체들이 정장에도 맞춰 신을 수 있는 디자인의 컴포트슈즈를 내놓은 뒤 젊은층까지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2006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시작으로 전국 6곳에 워킹화 편집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워킹온더클라우드의 올해 1~10월 매출은 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억원에 비해 37% 성장했다. 국내에 선보인 뒤 매년 평균 50% 이상 매출상승세를 이어왔다. 특히 이 회사의 슈마이스터 강남센터에서는 올해 초부터 연세대·한양대·힘찬병원 등과 제휴해 의사처방전에 근거해 독일 신발장인 슈마이스터가 기능성 깔창을 맞춰주는 사업도 병행했다. 올해 1월부터 한국에서 일한 앤디 빈켈 슈마이스터는 “독일인에 비해 한국인들의 발바닥이 더 평평한 편”이라면서 “아마 육류보다 생선과 채소를 즐기는 식습관 때문에 발바닥 인대와 근육 조직이 약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발 형태를 고려하지 않고 앞 코가 뾰족하고 볼이 좁은 신발을 신어서 발가락쪽 뼈는 바깥쪽으로 치우치고 뒤꿈치쪽 뼈는 안쪽으로 치우치는 변형(무지외반증)이 일어난 경우가 흔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발에 적합한 신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워킹화 브랜드 대부분은 이런 다양한 요구에 민감하게 대응해 나가고 있다. 지난 12일 스포츠브랜드 최초로 서울 강남 양재천과 일산 호수공원 근처에 워킹 전문매장 ‘아식스 워킹’ 매장을 낸 아식스는 3차원 발 모양 측정시스템을 통해 워킹화를 추천해주고, 걷기 마니아들을 위해 체성분·혈압·체중 등을 분석하는 워킹효과 측정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로스펙스는 파워풀한 워킹을 위한 W파워, 편안한 워킹을 위한 W컴포트, 충격흡수력을 높인 W에어, 야생에서의 워킹을 위한 W트레일, 장거리 워킹을 위한 W롱디스턴스, 일상생활에서 신기 편한 W캐주얼 등 6종 44품목으로 제품군을 세분화했다. 스케처스는 미국에서 먼저 인기를 끈 패션워킹화 ‘셰이프업’을 국내에 들여왔다. 워킹화의 단점인 굽을 살리고, 안 쓰던 근육을 쓰게 해서 다이어트에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르까프의 ‘닥터세로톤’은 발 아래 움푹 파인 부분에 맞춤식 아치 높이 조절장치를 장착해 맨발로 걸을 때처럼 세로토닌이 분비되도록 고안했다. 휠라는 고어텍스 소재를 적용, 방수와 투습 기능을 높인 제품을 내놓았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기발한 상상력·묵직한 감동…SF걸작 문이 열린다

    기발한 상상력·묵직한 감동…SF걸작 문이 열린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더 문’(감독 던컨 존스)은 SF 장르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걸작이다. 기존 SF 영화가 유토피아 또는 디스토피아의 양단으로 치달으며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거나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에 치중하며 공허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더 문’은 여러 가지 면에서 SF의 틀을 깨는 도전을 보여준다. 배경은 가까운 미래. 에너지가 고갈된 인류는 달 표면의 헬륨3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청정에너지 기업 ‘루나 인더스트리’에 고용된 우주비행사 샘 벨(샘 락웰)은 달기지 ‘사랑(SARANG)’에서 헬륨3를 채굴하는 일을 한다. 홀로 지내는 그에게 친구는 컴퓨터 거티(케빈 스페이시) 뿐이다. 가끔씩 목성 위성을 통해 아내 테스가 보내오는 메시지가 유일한 위안이다. 2주 후면 계약기간 3년이 만료되는 샘은 지구로 귀환하는 기쁨에 차 있다. 그러나 신비로운 여인의 환영을 보는 등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린다. 그리고 평소처럼 순찰을 나갔다가 갑자기 사고를 당한다. 눈을 뜬 그는 자신이 어떻게 기지로 되돌아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상한 생각에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 샘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또 다른 샘’을 발견하고 기지로 데려온다. ●인간의 도덕성 진지한 통찰 영화는 영국의 신인 감독 던컨 존스(38)의 첫 장편영화다. 전설적 록가수 데이비드 보위(62)가 그의 아버지. 광고 연출로 먼저 경력을 쌓아온 존스 감독은 이 데뷔작으로 리들리 스콧을 이을 차세대 SF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스로 SF영화 매니아를 자처하는 그는 “단순한 공상과학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깊고 어두운 부분을 다루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영화는 에너지원 고갈, 클론, 첨단과학기술 등 첨예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기발한 상상력으로 접근한다. 그러면서도 인간의 자존감과 윤리의식, 도덕성 등에 대해 진지한 통찰을 보여줌으로써 재미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더 문’은 이 배우를 위해 쓰여진 영화”라고 감독이 밝힌 주연 샘 락웰의 열연도 감탄을 자아낸다. ‘프로스트 vs 닉슨’,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등에 출연한 그는 ‘더 문’에서 완벽한 1인 2역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안긴다. 독특한 로봇 캐릭터도 눈에 띈다. ‘더 문’의 컴퓨터 ‘거티’는 기존 SF 영화들이 대개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컴퓨터 ‘할(HAL 9000)’에 대해 일방적인 오마주를 보여준 것과는 거리가 있다. ●독특한 로봇 캐릭터 ‘거티’ 눈길 감독은 “기획단계부터 ‘안티 할(Anti HAL)’을 염두에 두고 거티의 캐릭터 설정을 잡아나갔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할이 차갑고 염세적인 모습이라면, 거티는 샘을 친구처럼 위해주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케빈 스페이시가 목소리 연기한 거티의 음성은 뭇 로봇처럼 일정한 톤을 유지하지만, 몸체 전면의 화면에 표정 아이콘이 등장해 감정표현을 나타낸다. 존스 감독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의 이모티콘처럼, 감정이 없는 기계라도 다양한 감정표현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담긴 장면들도 흥미롭다. 달기지의 이름이 ‘SARANG-사랑’일 뿐만 아니라, 가상의 합작회사 ‘루나 인더스트리’도 한국과 미국의 합작기업으로 묘사된다. 회사가 보낸 영상메시지에는 한국인이 임원으로 출연하며, 주인공의 우주복 견장에도 태극기가 성조기와 나란히 그려져 있다. 올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더 문’은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인 2009 스페인 시체스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남우주연상·각본상· 미술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으며, 미국 시애틀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원제 ‘Moon’. 26일 개봉. 12세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 2012(SF·스릴러/12세 관람가)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줄거리 고대 마야 문명 때부터 끊임없이 경고된 인류 멸망. 2012년, 과학자들은 연구 끝에 실제로 멸망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는 각국 정부에 이 사실을 알린다. 곧 전세계 곳곳에서 지진, 화산폭발, 해일 등 재앙이 발생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최후의 순간이 도래한다. 두 아이와 가족 여행을 즐기던 잭슨 커티스(존 쿠삭)는 인류 멸망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의 비밀 계획을 알게 된다. 감상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다운 스펙터클, 빈약한 철학. ■ 트릭스(드라마/12세 관람가) 감독 안제이 자크모프스키 줄거리 비둘기가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마을. ‘트릭’을 쓰면 행운이 온다고 믿는 6살 스테펙(다미안 울)은 누나 엘카(아벨리나 발렌지아크)와 즐거운 여름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스테펙은 역에서 매일 기차를 기다리는 중년 남자를 본다. 스테펙은 그가 아주 오래 전 가족을 떠나버린 아빠라는 사실을 직감한다. 아빠를 되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스테펙은 장난감 병정과 은빛 동전, 하얀 비둘기를 이용해 기차역과 마을 곳곳에 행운의 트릭을 설치해 그 남자를 엄마에게 유인하려고 애쓴다. 감상 훈훈하고 따뜻한 가족영화. ■ 천국의 우편배달부(판타지·멜로/전체 관람가) 감독 이형민 줄거리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천국에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배달해주는 우편배달부 재준(영웅재중). 어느 날 사별한 연인에 대한 상처로 원망의 편지를 부치러 온 하나(한효주)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키고 만다. 그는 그녀에게 천국에서 온 답장 배달 아르바이트를 해보겠냐고 제안한다. 하나는 그를 미친 사람이라 생각해 거절하지만, 시간당 높은 금액을 준다는 말에 제안을 받아들인다. 감상 한·일 합작 프로젝트 ‘텔레시네마7’의 두 번째 작품. ■ 청담보살(코미디/15세 관람가) 감독 김진영 줄거리 청담동의 용한 보살 태랑(박예진). 외모나 연봉 등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는 그녀는 28세 전에 운명의 남자를 만나야 액운을 피할 수 있는 사주를 지녔다. 어느 날 기적처럼 일어난 사고로 눈길도 주기 싫었던 승원(임창정)과 오매불망 첫사랑을 동시에 만나게 된다. 태랑은 운명과 사랑 앞에서 선택의 고민에 빠진다. 감상 코믹연기 대결을 보는 재미.
  • ‘연극열전’ 세번째 시리즈… 27만 관객 넘을까

    ‘연극열전’ 세번째 시리즈… 27만 관객 넘을까

    대학로 히트 브랜드 ‘연극열전’이 새달 1일 ‘에쿠우스’를 시작으로 세번째 시리즈를 연다. 연간 프로젝트인 ‘연극열전’은 2004년 17만명, 2008년 27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연극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연극열전3’의 작품은 총 9편. ‘에쿠우스’,‘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같은 명작에서부터 소설 ‘오빠가 돌아왔다’,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 타 장르를 무대화한 작품, 그리고 일본 뮤지컬 ‘트라이앵글’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공연으로 라인업을 짰다. ‘연극열전2’의 폭발적 흥행을 이끈 주요 요인이었던 스타캐스팅은 이번 프로젝트에도 적용된다. 개막작 ‘에쿠우스’에는 송승환, 조재현, 정태우, 류덕환이 출연한다. 과거 알런역으로 명성을 날렸던 송승환·조재현이 알런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로 출연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는 배종옥이, ‘너와 함께라면’에는 이순재, 송영창, 박철민, 유선이 캐스팅됐다. ‘엄마들의 수다’에는 탤런트 김민희가 출연한다. 배우뿐만 아니라 스타 연출가도 영입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재규 PD가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로 처음 연극무대에 도전한다. 이 PD는 “좋은 원작을 잘 살려 의미 있는 도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극열전2’는 대중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작품성 측면에선 아쉬움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연극열전2’에 이어 ‘연극열전3’의 프로그래머인 배우 조재현은 “그동안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경남 창녕군 길곡면’ 등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작풍성이 뛰어난 작품을 하게 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원투가 밝힌… ‘아이돌 vs 엉아돌’ (인터뷰)

    원투가 밝힌… ‘아이돌 vs 엉아돌’ (인터뷰)

    11월 11일 ‘빼빼로 데이’에 원투(오창훈, 송호범)를 만났다. 최근 발표곡 ‘못된 여자Ⅱ’(feat.서인영)를 차트 상위권에 올려두며 ‘엉아돌’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원투. 데뷔 14년차 30대에 들어서 새삼 인기를 실감하고 있는 그들에게 “(팬들로부터) 빼빼로는 받았냐?”고 묻자 ‘빼빼로 닮은 죽부인을 받았다!”며 히죽 웃었다. 아이돌이 빼빼로 받을 때 외로움을 달래라고(?) 죽부인 받는 ‘엉아돌’. 원투가 직접 밝힌 ‘아이돌 vs 엉아돌’의 차이, 전격 공개한다. ① 팬 선물 “인형 vs 홍삼 인삼, 직접 다린 꿀?” 아이돌과 엉아돌의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다른 연령대의 팬층이었다. 원투는 “아이돌이 10대 팬들에게 빼빼로 바구니와 인형 등을 받을 때, 연륜있는(?) 저희 팬들은 건강과 실속을 생각하시더라.”며 차이점을 설명했다. 오창훈은 “날씨가 추워지니, 몸을 챙기라며 집으로 ‘건강식’이 들어온다.”며 “홍삼 인삼 부터 직접 다린 꿀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고 전했다. ② 스케줄 “소속사 정리 vs 자급자족” 모든 스케줄을 소속사의 지시 아래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아이돌과 달리, ‘엉아돌’ 원투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송호범은 이를 ‘자급자족’에 비유했다. 그는 “아이돌은 소속사의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며 “저희는 매니저 없이도 스케줄 소화가 가능하다. 오히려 스케줄 이동이 있을 때마다 매니저들을 인도하며 다닌다.”고 웃어 보였다. ③ 식사 메뉴 결정권 “매니저 vs 가수” 원투는 이런 차이는 식사 메뉴 결정권에서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는 흔히 집안에서 윗어른이 ‘리모콘 채널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예와 비슷했다. 오창훈은 “아이돌은 메뉴를 매니저가 고른다면, 저희는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며 장점으로 꼽았다. ④ 무대 차이 “잘 다듬어진 vs 애드립과 노련함” 아이돌과 엉아돌을 ‘나무’에 비유한다면, 물과 비료 등을 주며 잘 가꿔진 나무가 전자에 해당한다면, 자연의 풍파 속 뿌리내려 거칠지만 단단해진 나무가 후자에 빗댈 수 있었다. 음악적 차이를 묻자 원투는 최근 아이돌의 잘 다듬어진 퍼포먼스와 음악에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에 맞서는 ‘엉아돌’ 원투의 경쟁력을 묻자 송호범은 “매번 다른 무대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 무대마다 현장 분위기를 살려내기 위해 흥겨운 애드립을 더하기도 하고, 라이브 느낌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이 또한 연륜에서 얻은 것”이라며 ‘엉아’다운 면모를 보였다. 대중문화평론가 류헌종 씨는 “아이돌만의 레드오션으로 변모한 현 가요계에서 ‘엉아돌’의 등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획일화된 음악색과 편중된 소비계층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도 의미가 깊지만, 무엇보다 대중에게 끊임없이 다가섰던 이들의 근성과 노력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반가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주말화제] 하나카드의 파격 연봉실험

    [주말화제] 하나카드의 파격 연봉실험

    “스트레스 적게 받고 돈도 조금 받을 것인가, 머리에서 쥐가 날 만큼 힘들어도 두둑한 월급봉투에 위안을 삼을 것인가.” 지난 2일 은행의 품을 떠나 독립 카드사로 변신한 하나카드가 새로운 실험을 시도 중이다. 월급체계와 관련된 것이어서 금융권의 관심도 비상하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월급이 올라가는 기존의 호봉제 대신 맡은 직무의 난이도와 성과에 따라 급여를 달리 책정하는 ‘직무 성과급제’를 도입한 것이다. 지금도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하거나 ‘호봉제+α’로 직무 성과급제를 시행하는 은행이나 기업이 있지만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시도는 처음이다. 우리나라 정서상 성급한 모험이라는 우려와 신생 금융사만이 시도할 수 있는 파격 실험이라는 기대가 엇갈린다. ●전 직원 대상은 금융권 최초 하나카드는 6일 “열심히 일한 만큼 임금으로 보상해 주겠다는 기본 취지 아래 120명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직무 성과급제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하나카드는 우선 직무를 ▲경영지원 ▲경영관리·리스크 ▲영업마케팅 등 크게 3개 범주로 나누고 기본급도 3등급으로 정했다. 그런 다음 직무 난이도와 책임도 등을 고려해 다시 54개 직렬로 분리, 개인 목표달성률과 역량 등을 따져 연말에 최종 연봉과 성과급 추가 여부를 각각 정한다. 연봉은 기본 인상률에 최저 0에서 최대 4를 곱해 확정한다. 자격증이나 연수경험 등 개인 ‘스펙’에 따라서도 인상 한도는 달라진다. 예컨대 수행한 업무의 난이도가 높고 역량도 뛰어나면 성과급을 포함해 연봉이 해마다 총 1.5배씩 오를 수 있다. 반대의 경우에는 연봉이 매년 제자리걸음이다. 해(年)가 쌓일수록 격차는 커질 수 있다. 하나카드 고위 관계자는 “어려운 일을 하는 직원은 많은 보상을 받게 되고 단순 업무라 하더라도 각자 업적 실적에 따라 성과급이 달라지게 된다.”면서 “개인의 노력에 따라 월급봉투가 달라지는 만큼 직원 스스로 직무 전문가로 크겠다는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직무 배정도 직원 개개인의 1~3지망 의사를 감안해 결정한다. ●“전문가 양성” “객관성 결여” 직원들의 반응은 교차한다. “일한 만큼 가져가는 게 당연하다.” “업무에 비해 연봉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정리해고 위험에 노출되는 호봉제의 단점이 없어 좋다.” 등의 긍정적 반응에서부터 “은행보다 기본급이 낮다.” “객관적 평가가 어려워 되레 줄서기만 심해질 것이다.” 등의 볼멘소리가 들린다. 같은 계열사인 하나은행이 이를 잠깐 시도했다가 포기한 사례를 들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도 나온다. 국민·신한 은행도 제도 시행을 검토했으나 노조의 반대로 뜻을 접어야 했다. 하나카드 측은 “성공의 열쇠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객관성 담보”라며 “성과평가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객관적이고 수치화된 잣대를 토대로 인상률을 차등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모든 직군별로 임금을 차등화한 시도는 신선하다.”면서 “이 같은 내부 경쟁이 회사 전체의 역량을 짧은 시간 안에 끌어올릴 수도 있지만 자칫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는 만큼 관심을 갖고 (하나카드의 시도를)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카드는 이런 시도 등을 토대로 5년 안에 업계 3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하나카드의 실험이 성공하면 하나은행은 물론 다른 계열사로도 직무 성과급제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영화 ‘집행자’ 주연 윤계상 “사형 집행신 악몽 같았다”

    영화 ‘집행자’ 주연 윤계상 “사형 집행신 악몽 같았다”

    윤계상(31)의 화법은 화통하다. “한국영화계 본바탕은 좌파” 발언이 논란에 휩싸이자, 팬 카페에 글을 올려 “내 무지함에 창피하고 부끄럽다.”며 곧장 사과했다. 드라마 ‘트리플’의 시청률이 낮아 맘고생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그간 잘된 게 별로 없어 상처가 안 된다.”고 답했다. 잘 보이기 위해 뭘 감추거나 꾸며내는 것. 윤계상의 사전엔 없는 해법들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계산없이 토로하는 그에게선 야생의 냄새가 배어났다. 8번째로 들고온 출연작은 영화 ‘집행자’(5일 개봉)다. 12년간 중지됐던 사형집행이 연쇄살인범 구속을 계기로 부활했다는 설정 아래, 생애 처음 사형을 집행하게 된 교도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가 맡은 역은 신입 교도관 오재경. 베테랑 교도관으로 등장하는 조재현과 보기좋은 앙상블을 이루며 윤계상인지 오재경인지 모를 호연을 펼친다. ‘집행자’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의외로 소박했다. “우연찮게 연기를 시작한 저와 우연찮게 교도관이 된 재경이의 모습이 닮은 점이 많았어요.” 계속되는 고시 낙방 끝에 서울교도소에 취직한 오재경은 익숙지 않은 생활에 진통을 치른다. 그룹가수 지오디(god)로 활동하다가 연기를 시작한 윤계상도 배우생활 적응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갖가지 사건사고를 겪고 난 뒤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재경이의 생각이 달라지잖아요? 이전엔 단순히 생계수단으로 생각했다면, 방황을 끝내고 다시 교도관 일을 할 땐 명확한 소명의식을 갖게 되는 거죠. 그 모습이 비슷했어요.” 사형이 소재인 만큼, 촬영이 녹록진 않았다. 윤계상에게 사형신은 악몽과 마찬가지였다. “무서웠다기보다 굉장히 찝찝했어요. 아무리 연기라고 해도 몰입하니, 감정을 그대로 받게 돼 있죠. 사람을 죽인다고 믿고 연기하는 배우가 제정신일 순 없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그는 사형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제3자냐 피해자냐에 따라 생각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피해자 가족도 인정할 수 있는 다른 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2004년 영화 ‘발레교습소’로 데뷔했으니, 그도 이제 배우 6년차. 첫 작품 ‘발레교습소’(감독 변영주)는 호된 관문이자 행운의 천우였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시나리오도 읽지 않고 나갔던 첫 미팅에서 변영주 감독에게 단단히 ‘굴욕’을 당하자 오기가 발동했다. “연기할 생각보다는 감독 자체를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당시 지오디 재계약 문제로 지쳐 있을 때였는데, 중압감을 받다가 하나에 꽂히니 정신없이 달려들게 되더라고요.” 섣부른 작업이었다면 금방 발을 뗐을 텐데, 진중한 분들을 만나 흡수를 잘 했기 때문에 오히려 깊이 발을 담그게 됐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반면, 2008년작 ‘비스티 보이즈’(감독 윤종빈)는 충격의 작품이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물에서 그의 분량이 40분가량이나 편집됐기 때문.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죠. 하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놈이 그 정도로 잘려나간 건 큰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연기했던 저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상처를 많이 받았죠. 윤종빈 감독이랑은 다시 친하게 지내요. 물론 그 얘긴 서로 안 꺼내죠. 무안하니까.” 영화 ‘비스티 보이즈’는 ‘쓰디쓴’ 약이 됐다. 8개월 방황하는 동안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연기적인 부분에서 인정을 받고 싶은 욕심 때문에 상처를 받고 있구나. 쟁취하고 싶은 욕심이 날 망가뜨리지 않나 생각했어요.” 재기의 발판이 된 건, 지난 7월 종영한 드라마 ‘트리플’(연출 이윤정)이다. 여기서 그는 사람좋은 현태 역을 맡아 물 만난 고기처럼 열연했다. “이윤정 감독이라면 다시 예전의 자신감을 찾아줄 수 있겠다는 믿음이 갔어요. 연기에 국한되지 않고 마음껏 놀았죠.” 그러고나서 택한 영화 ‘집행자’에 대해 그는 “자연스럽게 배우로서 다가가는 첫번째 작품인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너무 겸손한 것 아니냐고 묻자 “이전까진 경계에 있었다면, 요즘엔 배우로서 보는 사람이 과반수를 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뒤집어 말하자면, 아직도 ‘가수 출신 연기자’란 선입견을 많이 받거나, 혹은 스스로 많이 의식한다는 얘기인데…. 그러나 그는 “가수 출신이란 말에 이젠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욕심이 지나치면 스스로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것 같아요. 연기로 인정받는 걸 저는 한번에 이루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절대 그렇게 되는 게 아닌데…. 이렇게 생각하니 지오디란 부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굉장히 영광스러운 경험이었고, 그 때문에 주연하는 놈인데…. 나만 충실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드는 거죠, 바보스럽게.” 연기의 어떤 점이 그렇게 끌렸을까. “희한하게 그런 기분 있잖아요? 어떤 일에서 좌절했는데, 왠지 이 실패가 내게 도움이 될 것 같은 기분. 그만큼 연기가 좋고 두렵질 않았어요. 괴로울 때도 있었지만, 후회를 하거나 피곤함을 느낀 적이 없어요. ‘발레교습소’ 때도 매번 바닥을 치고 야단을 맞는데도, 매번 시원하고 행복하고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무슨 조화인지…. 나처럼 ‘울증’이 많은 놈이 그런 기분을 느끼니, 연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죠.” 앞으론 스펙트럼을 더 넓힐 참이다. 좀더 말랑말랑한 사랑이야기로, 좀더 밝은 캐릭터로. 그간 유독 우울한 역이 많았던 데 대해 그는 “나와 비슷한 인물부터 하다가 다른 역을 해보고 싶어서”, “카리스마를 보여주려면 울증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였다고 고백했다. “나이를 좀 먹으니까 사람이 약간 밝아지는 것 같아요. 삶에서 어떤 부분은 포기하게 되고, 안 되는 것도 있구나 이해하게 되죠.”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지금 윤계상은 연기에 빠져 있다. 무늬만 예쁜 연기가 아니라, 온몸을 내던지는 연기를 꿈꾼다. “류승범씨가 그러더라고요. 오광록 선배의 연기는 기술적으로 10점을 맞히진 못해도 과녁을 뚫어버린다고.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만큼 진정성이 최고라고.” 어깨 너머 들은 얘기는 그의 연기관이 됐다. “10점 만점에 빵점을 맞아도 과녁을 뚫어버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예술가의 비장한 고뇌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예술가의 비장한 고뇌

    예술가가 누워 있는 침대 밑에는 소총이 놓여 있다. 사람이 다가가면 센서가 부착된 소총은 서서히 일어서며 안전장치를 풀고 방아쇠를 스스로 당긴다. ‘피웅’하는 소리가 날까, ‘빵’하는 소리가 날까. ‘예술가의 침대’라는 제목의 이 작품에서 조각가 안수진(47)은 총소리로 ‘벨소리’를 차용했다. ‘차랑’하는 소리는 새로운 손님이 방문했다는 듯이 경쾌하고 즐겁기도 하다. 이 작품의 주제는 ‘예술가의 자살을 통해 본 예술의 죽음’에 관한 것이었다. 매일 아침 창의적 아이디어의 고갈로 고통받는 예술가의 고뇌를 표현하고자 했던 안 작가는 무척 고민했다고 한다. 끝내 예술가를 살릴 것이냐 죽일 것이냐? 죽인다면 관객들은 예술가의 비장한 고뇌에 깊은 공감을 느낄 것이고, 살린다면 시장과 야합하는 예술가의 비굴한 삶을 보게 될 것 같았다. 안 작가는 예술가의 자살을 유예하기로 했다. 죽음에 직면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또다른 작업에 들어감으로써 계속 구차하게 목숨을 연명해가는 예술을 풍자한 것이다. ●김종영 미술관 ‘오늘의 작가’… 새달 3일까지 초대전 서울 평창동 조각전문 미술관인 김종영미술관은 봄과 가을에 각각 한 명을 선정하는 ‘오늘의 작가’로 안수진씨를 선정해 12월3일까지 초대전을 연다. 전시제목은 ‘프레임’. 김종영미술관이 선정하는 오늘의 작가는 전업작가로서, 미술시장에는 덜 알려졌지만 수준 높은 작업을 하는 비교적 젊은 조각가들을 선정해왔다. 2004년 정현과 이기칠, 2005년 김주현과 박선기, 2006년 최태훈과 이상길, 2007년 박소영과 민균홍, 2008년 신옥주와 고명근, 올 봄엔 박원주 등이다. 안 작가도 이런 기준에 딱 맞는 작가라고 할 수 있겠다. 안 작가는 서울대 조각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업작가로 일해왔다. 그는 30대 이후로 키네틱 조각을 해왔는데, 키네틱 조각이란 기계를 활용해 작품 그 자체가 움직이거나 움직이는 부분을 넣은 조각을 말한다. 주로 센서들이 달려 있어 관객들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기 때문에 상호작용하거나 교감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미술시장이 상업갤러리에 의해 재편된 탓에 안 작가의 작품은 주로 미술관에서 사랑받았다. 첫 개인전을 연 1994년 이래로 약 5년에 한 번꼴로 개인전을 연 안 작가의 작품은 주로 일민미술관, 토탈미술관 등에서 소개됐다. “미술관이 사랑하는 조각가라고 불러주니, 만감이 교차한다. 나도 상업화랑으로부터 사랑받는 조각가이고 싶다. ”고 안 작가는 웃으며 이야기한다. 평론가와 미술관이 ‘사랑한다.’는 것은, 작품 수준은 인정받지만 예술가 이전에 가장이자 생활인으로서 삶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즐겁기도 하고 버겁기도 한 이유다. 그의 작품은 크기에서도 압도적인 느낌을 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트루비우스의 인간’(나체의 남성이 원과 정사각형 안에 사지를 벌리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3개의 대형 스테인리스 스틸 원과 그 안에서 회전하는 남성들, 해변을 보여주는 3개의 LCD모니터가 결합한 ‘평면의 시간’이 그렇다. 이들 남성의 가슴에는 도시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서울과 서울의 대척점인 부에노스아이레스, 서울과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이은 정중앙에서 직각점에 있는 도시 나이로비 등이다. ●사회비판… 그러나 작품 저변엔 긍정의 힘 안 작가는 “우리는 똑바로 서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지구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기울어져 있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 조각들은 이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LCD에 나타나는 수평선의 모습은 자전하는 지구에 따라서 기울어지는 상황을, 비트루비우스의 인간 역시 이에 맞춰서 10분에 한 번씩 자신들이 서 있는 위치를 변경해 보여준다. 작품 ‘다이빙대’도 재밌다. 사람은 없지만 다이빙대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붉은 전등이 달려 있어 센서로 그들의 움직임을 연상해볼 수 있게 된다. 계단의 붉은 점을 다 통과해 다이빙대까지 올라간 투명인간은 발판을 몇 차례 구른 뒤 물로 뛰어든다. 다이빙대가 흔들거리며 그 족적을 보여준다. 안 작가는 또한 현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지식인으로서의 성찰도 잊지 않는다. 좌익과 우익 등의 이념논쟁이 여전히 격렬한 한국 사회를 보여주는 흰 날개와 검은 날개로 구성된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날개’나, 강박적으로 평균과 수평을 유지하려는 한국사회를 건축용 수평기계로 만든 평균대로 표현한 ‘관성의 평균대’, 골프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한국사회를 한반도 지도를 네 번 접어 만든 골프 코스를 통해 풍자한 ‘라데팡스’ 등이다.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힘은 ‘비판정신’이지만, 안 작가는 ‘긍정의 힘’을 버리지 않았다. 전시실 맨 끝에 가면 관객들은 ‘역사를 핥아라’는 작품을 만나게 된다. 고서를 연상시키는 나무판 안팎으로 작은 혀와 커다란 발이 왔다갔다 하는데, 혀로는 역사를 구석구석 핥고, 발로는 천천히 역사를 음미하라는 의미다. 그는 “역시 사회를 움직이는 힘과 에너지는 역사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뒤샹의 조각작품들에 나타나는 미학을 보여주는 것으로, 스펙터클한 미디어아트에 대한 반성이 들어 있다. (02)3217-6484.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공주형 미술세계] 미술가들의 손길로 재탄생 세계 7대명소 나오시마를 떠올리며…

    [공주형 미술세계] 미술가들의 손길로 재탄생 세계 7대명소 나오시마를 떠올리며…

    꼭 가봐야 하는 세계 7대 명소라니 다 가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관심이 갑니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여행 잡지 ‘콩드 나스트 트래블러(Conde Nast Traveler)’가 선정했다니 신뢰가 갑니다. 두바이, 파리와 함께 나란히 선정된 세계 7대 명소 중에는 생소한 지명이 하나 있습니다. ‘나오시마’입니다. 2006년 모토히로 가쓰유키 감독의 영화 ‘우동’의 배경이 된 이곳은 일본 4개 섬 중 하나인 시코쿠 섬에 있습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1시간15분을 가서 공항버스를 갈아타고 40분을 이동해서 페리로 50분 정도를 더 들어가야 할 만큼 교통이 만만치 않은 이곳에 연간 35만명의 여행객이 몰린다니 대체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나오시마는 원래 구리 제련소가 있던 작은 섬이었답니다. 쇳돌을 용광로에 넣고 녹여 쇠붙이를 만들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섬 전체가 심각한 공해에 시달렸습니다. 황폐한 이 섬이 ‘나오시마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변화를 시작한 것은 연간 매출 4조원에 달하는 일본의 출판 교육 그룹 ‘베네세’가 20년 전 10억엔을 들여 이 섬 절반을 사들이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변화의 중심에는 베네세의 소유주 후쿠다케 회장과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있었지요. 공해로 찌든 작은 섬에 제련소에서 나온 폐기물 대신 야요이 구사마의 ‘호박’을 비롯한 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놓았습니다. 듬성듬성 놓인 작품을 이정표 삼아 산책을 합니다. 오랜만에 비운 마음이 긴 산책로를 그림자처럼 따라붙습니다. 땅 속 미술관도 만들었습니다. 건축가가 동굴 유적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지중미술관입니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 제임스 터렐의 ‘오픈 스카이’등이 단순히 보는 미술관을 넘어 생각하는 공간으로 여행자의 동선을 유도합니다. 짧게는 100년, 길게는 200년 세월이 무색하게 방치되어 있던 사찰, 신사, 도로도 미술가들의 ‘집 프로젝트’로 생기를 찾습니다.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자전거를 타고 발품을 팔며 동네 구석구석 ‘집 프로젝트’를 찾아 돌아다니다 낯선 나와 만납니다. 문득 숨이 턱 걸리게 달려야 하는 일상에서 쌓아도 쌓아도 부족한 스펙 때문에 유보해 두었던 질문이 이곳에서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이지요. 놀랍게도 이것은 나오시마 섬의 변신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이들이 계획하고 실천했던 ‘베네세’라는 변화의 지향과 방향을 같이 합니다. ‘좋은’을 뜻하는 라틴어 ‘베네’와 존재를 뜻하는 ‘에세’의 합성어인 ‘베네세’는 말 그대로 ‘더 나은 존재’를 뜻합니다.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분명한 변화의 방향이 몸과 마음으로 느껴진 때문일까요. 이 섬에 온 여행객들은 TV를 끄고 자연 가까이에서 더 많은 소유가 아닌, 더 나은 존재를 생각합니다. 변화의 목적과 이유의 소중함을 떠올립니다. 그래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무작정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방향으로 뛰는 것도, 시행착오를 대번에 좌절이 아닌, 더 나은 목표로 수정하는 것도 말입니다. 옛 국군기무사령부 터를 열린 미술관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포부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가칭)의 첫 전시 ‘신호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작가들을 한데 모아두고 앞으로 ‘좀 더 신선하고 재미있으며 새로운’ 미술을 보여주고 ‘21세기 대한민국의 하늘을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힘과 다양성을 겸비한 미술문화로 물들이겠다.’는 출사표를 던졌으나 변화의 목적이 불분명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미술평론가>
  • 박신혜, ‘미남룩’vs‘미녀룩’ 경계없는 매력발산

    박신혜, ‘미남룩’vs‘미녀룩’ 경계없는 매력발산

    SBS 수목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서 남장여자 고미남으로 열연 중인 박신혜가 패션 화보를 통해 미남과 미녀를 넘나드는 매력을 발산했다. 패션잡지 ‘슈어’(SURE)의 화보를 촬영한 박신혜는 페미닌한 원피스와 퍼 코트로 ‘귀여운 여인’의 사랑스런 분위기를 연출한 ‘미녀룩’과 박시한 코트와 배기 팬트 등으로 보이시한 중성미를 보인 ‘미남룩’을 동시에 선보였다.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서도 남자와 여자의 모습을 오가며 유연한 연기를 하고 있는 박신혜는 화보 촬영장에서도 팔색조 같은 표정과 포즈를 보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우아한 숙녀부터 터프한 미소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담은 박신혜의 화보는 슈어 11월호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 = 슈어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다이어트 거친 ‘제네시스 쿠페’ 공개

    다이어트 거친 ‘제네시스 쿠페’ 공개

    무게와 가격을 낮춘 제네시스 쿠페가 미국시장에 판매될 전망이다. 최근 현대차 북미법인은 ‘제네시스 쿠페 R 스펙’을 사전 공개했다. 이 차는 구입 후 튜닝을 원하는 고객에게 적합한 모델이다. R 스펙은 기존 제네시스 쿠페에 적용되던 크루즈 컨트롤과 트립 컴퓨터, 블루투스 등 불필요한 전자장비를 없애 무게와 가격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전자장비는 제거됐지만, 기본적인 성능은 그대로 유지했다. 엔진은 기존 모델과 같은 210마력 2.0리터 터보가 탑재하고, 자동변속기 대신 6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아울러, 19인치 알루미늄 휠과 브렘보사의 브레이크 시스템, LSD 시스템 등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외관 디자인은 기존 모델과 동일하지만, 색상은 흰색, 빨간색, 검은색 세 가지만 선택할 수 있다. 제네시스 쿠페 스펙 R은 11월 3일 개최되는 북미 최대의 튜닝쇼 세마(SEMA)쇼를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판매가격은 기존보다 3000달러 가량 저렴해진 2만3750달러(약 2860만원)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정치연 자동차전문기자 chiyeon@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030] 불어난 살에 대처하는 방법

    [2030] 불어난 살에 대처하는 방법

    책상 앞에서 열 시간씩 앉아 공부하며 먹은 초코바, 잦은 회식에서 단숨에 비운 폭탄주는 ‘질량 보존의 법칙’을 배신하지 않는다. 순도 100%의 지방으로 변해 옆구리와 배둘레에 정직하게 자리잡는다. 이 법칙을 거스르려는 사람들이 있다. 연애와 결혼, 취업을 위해 살과의 전쟁을 선포한 2030이 바로 그들이다. 오달란 박성국 유대근기자 dallan@seoul.co.kr ■ 주 3~4회 술 마셨더니 배둘레에 도넛링…매일 2000번씩 ‘줄넘기 야근’ 통번역대학원에 다니는 이모(25)씨는 살에 대한 경각심은 있지만 ‘귀차니즘’ 때문에 운동을 선뜻 하지 못 하는 타입이다. 10대 시절부터 운동에는 취미가 없었고, 몸매 관리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도넛처럼 양 옆구리에 들러붙은 이씨의 ‘원수덩어리’ 살들은 몇 년 전부터 찾아오기 시작했다. 대학원 시험을 보기 위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몸매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루에 12시간 이상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는 것도 모자라 시시각각 찾아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초콜릿을 옆에 끼고 살았다. 키 160㎝에 체중 50㎏을 넘은 적이 없었던 이씨의 체격 조건이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6개월 전 체중계에서 눈금이 55㎏을 가리키는 것에 경악한 뒤 다시는 체중을 재보지 않았다. ●바나나·덴마크 다이어트 2주일도 못 넘겨 불어나는 살에 대처하는 이씨의 방법은 ‘xx 다이어트’. 하루종일 바나나만 먹는다는 바나나 다이어트, 당근과 오이만 먹는다는 당근오이 다이어트, 달걀과 자몽, 양념 안 한 닭가슴살만 먹는다는 덴마크 다이어트 등 인터넷에 떠도는 갖가지 다이어트들을 섭렵하게 된 것. 문제는 특정 음식만 먹는 다이어트를 2주일을 넘기지 못 한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배를 곯다가 한꺼번에 폭식을 하게 됐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체중은 오히려 더 불어났다. 하다 못해 이씨는 큰 마음을 먹고 집앞 헬스장 회원권을 끊었다. “운동을 시작해 보라.”는 주위의 충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는 “이 악물고 3개월만 운동해서 예쁜 청바지를 사 입는 게 꿈”이라면서 “이번엔 절대로 중간에 포기하지 않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대학교 4학년인 정모(26)씨는 여느 취업 준비생들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정씨의 취업 준비는 남다른 면이 있다. 토익, 학점, 각종 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 관리는 일찌감치 끝냈다. 정씨가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가장 먼저 찾는 곳은 학교 체육관이다. 여름이면 당당히 상반신을 드러낼 정도로 ‘몸짱’이었던 정씨지만 취업 준비로 매일 책상에 앉아 숨쉬기 운동만 하다 보니 ‘식스팩’ 복근은 자취를 감췄다. 복대를 두른 듯 옆구리 살이 바지 밖으로 비집고 나왔다고 한다. 63㎏이던 몸무게가 어느덧 76㎏까지 늘어났다. 정씨는 연이은 면접 탈락의 원인을 뚱뚱하고 둔해 보이는 이미지 탓으로 돌렸다. 때문에 살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매일 40분간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한 시간가량 근력 운동을 병행하며 좋아하던 술도 멀리했다. 저녁 6시 이후에는 물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정씨다. 그러기를 한 달째, 정씨는 벌써 68㎏까지 체중계 바늘을 낮췄다. 정씨는 “몸이 한결 가벼워지니 마음까지 가볍고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며 웃었다. 직장 생활 2년차인 신모(29)씨는 최근 친구 결혼식에 가려고 평소에 입지 않던 정장을 꺼내 입었다가 깜짝 놀랐다. 대학생 때 면접을 위해 구입한 옷이 몸에 맞지 않았던 것. 복장이 자유로운 직장에서 일하다 보니 평소에는 몸이 불어난 것을 못 느꼈다고 한다. ●잦은 야근·회식은 다이어트의 적 신씨는 입사 초만 해도 헬스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를 자랑했다. 하지만 영업직에 종사하다 보니 연일 거래처 사람들과의 술자리가 잡혔다. 일주일에 3~4일 꼴로 술독에 빠져 지내다 보니 입사 1년 만에 무려 10㎏ 이상 불어났다. 신씨는 “대학 축구 동아리의 회장을 하며 만능스포츠맨으로 여학생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아왔건만 이제는 지하철 계단만 올라도 숨이 가쁜 처지가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급격히 불어난 살과 함께 대인 기피증까지 생겼다. 부산 출신인 신씨는 서울에서 직장을 구했다. 1년간 일에 빠져 바쁘다는 핑계로 지인들을 만나지 못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지만 선뜻 친구들과 약속을 잡지 못한다. 너무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각종 핑계를 대며 만남을 미루고 있는 것. 신씨는 “학생 때 몸매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5㎏ 정도라도 빼야 고향 친구들에게 얼굴을 비출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부터 자는 시간을 한 시간 줄이고 매일 밤 줄넘기를 2000번씩하고 있다. 중견기업 홍보팀 직원인 백모(31)씨는 입사 1년 만에 체중이 10㎏ 가까이 불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넘치는 의욕으로 주중, 주말 가릴 것 없이 거래처 실무자들과 술약속을 잡았고 기름진 고기와 폭탄주로 배를 채우다 보니 바지단추가 채워지지 않을 지경에 이른 것이다. “우리 사위가 매끈한 몸매 하나는 최고”라며 추켜세우던 장모님도 백씨의 배를 흘겨보기 시작했다. 백씨는 6개월 전 본격 ‘체중감량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업무특성상 금식 등 식이요법을 통한 다이어트는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운동으로 3개월 안에 10㎏을 빼겠다고 다짐했다. 매일 아침 새벽 5시에 눈을 떠 하루 10㎞ 달리기 시작한 백씨는 여유로운 주말이면 마라톤 하프코스에 가까운 20㎞씩 집 근처 공원을 내달렸다. 생각대로 늘어졌던 뱃살은 점점 모습을 감췄다. 다이어트 시작 한 달 만에 7㎏을 감량한 백씨는 두 달이 채 안 돼 목표치인 10㎏ 감량에 성공했다. 그러나 백씨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날 아침운동을 위해 일어나 땅에 발을 딛는 순간 무릎이 아파왔다. 무리한 운동의 후유증 탓이었다. 뛰기는 커녕 걷기조차 어려워진 그는 이후 운동을 할 수 없었고 빠졌던 체중은 세 달 만에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다. 백씨는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다이어트에도 통하더라.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했어야 하는데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올해 초 입사한 새내기 사원인 최모(31)씨는 지난달 소개팅에서 상대 여성에게 거절을 당한 뒤 바로 몸매 만들기에 들어갔다. 그는 입사 전까지만 해도 훤칠한 얼굴과 키 덕분에 꽃미남이라고 불렸다. 여자친구도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입사 후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원흉은 잦은 야근과 회식이었다. 영업직 사원이라 선배를 따라 거래처 간부들을 자주 상대해야 하는 최씨는 입사 9개월 만에 배만 볼록 나온 일명 ‘개구리 체형’이 돼 버렸다. 그는 “운동부족으로 팔다리는 근육 없이 가늘고 아저씨처럼 뱃살만 늘어지다 보니 소개팅 상대에게 아저씨 같다며 연달아 거절당했다.”고 우울해했다. 다이어트에 돌입한 그는 단시간 내에 체중감량 효과가 가장 빠른 달리기를 시작했다. 아침마다 근처 학교 운동장을 20바퀴씩 도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 “아침잠이 유독 많지만 야근과 회식 때문에 저녁에는 운동할 짬이 없다.”면서 그는 눈물을 머금고 새벽마다 달린다. 아직 3주째라 몸매가 눈에 띄게 달라진 것 같지 않지만 최씨는 그래도 “연말에 소개팅에서 여봐란 듯이 퀸카를 건져올릴 꿈에 부풀어 있다.”고 귀띔했다. ■ 입사 후 ‘개구리체형’ 소개팅서 퇴짜맞고…‘두번 실패없다’ 복근성형까지 호리호리한 외모 덕에 ‘미소년’ 소리를 듣는 대학생 박모(21)씨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100㎏이 넘는 거구였다. 재수생 시절 입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폭식증에 걸렸고 하루에 초코바를 6~7개씩 해치우다 보니 감당 못 할 만큼 몸무게가 늘어난 것이다. 대입에 성공한 박씨는 처음 나간 소개팅 자리에서 상대방이 30분만에 “다른 약속이 있다.”며 도망가듯 자리를 피하는 것을 본 뒤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명품몸매되려고 매일 댄스·헬스 동네 헬스장 등록을 마친 박씨는 매일 저녁 러닝머신 위를 달렸지만 다람쥐 쳇바퀴를 도는 느낌 때문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차라리 인근 공원을 도는 것이 낫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최신형 mp3를 주문한 그는 H.O.T의 ‘전사의 후예’부터 소녀시대의 ‘소원의 말해봐’까지 아이돌스타들의 댄스곡을 들으며 매일 저녁 2시간씩 공원 산책로를 달리고 또 달렸다. 빠른 비트에 발맞춰 달리다 보면 지치는 줄도 몰랐다는 박씨는 불과 다섯 달만에 30㎏ 감량에 성공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차모(33)씨는 얼마 전 강남의 한 성형외과의 문을 두드렸다. 요즘 30대 남성들이 많이 한다는 ‘복근성형’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서였다. 뱃살 지방을 부분적으로 흡입해 복근이 있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수술이다. 차씨는 “수술이 잘 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소개팅 전선에 뛰어들 생각”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5년 전 입사할 때만 해도 차씨는 178㎝에 75㎏으로 딱 보기 좋은 체격이었다. 그런데 입사 이후 1년에 정확히 2㎏씩 살이 찌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앉아있는데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폭탄주가 도는 회식을 하다 보니 살이 겉잡을 수 없이 쪄 버렸다. 운동으로 몸매관리를 해 보려고 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집 앞 헬스장, 동네 권투장 등 안 가본 곳이 없었다. 그런데 번번이 한 달을 넘기지 못 했다. ‘운동을 할 바엔 잠을 더 자지. 술만 끊으면 살은 저절로 빠질거야.’라는 안이한 생각에 매번 굴복한 탓이다. 이제 80㎏를 넘어 90㎏대를 향해 달려가는 차씨의 몸매 때문일까, 그의 연애 생활은 백전백패였다. “체격 좋고 듬직한 남성이 이상형”이라는 말을 듣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소개팅 자리에 나가봐도 애프터 신청은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다. ‘지나치게’ 듬직한 그의 체형이 문제였다. 이런 일이 세 번쯤 반복되고 나니 차씨는 자신감마저 사라졌다. 이대로 가다간 노총각으로 늙어 죽겠다는 두려움이 그를 엄습했다. 그 두려움이 이번에 그를 ‘복근 성형’의 세계로 인도한 것. 차씨는 “물론 운동과 식습관 조절이 최고의 방법이겠지만 급한 대로 장가는 가야겠다.”면서 “이번 수술만 잘 되면 자신감도 회복하고 마음에 드는 이성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출산 후 불어난 살 지방연소 프로그램으로 직장인 4년차인 김모(30)씨는 6개월간의 산후휴가 및 육아휴직 뒤 복직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옷장을 열어보니 출산 후 15㎏이나 찐 살 탓에 맞는 외출복이 거의 없었던 것. 정장은 물론 티셔츠 같은 캐쥬얼복도 제대로 입을 만한 게 없었다. 김씨는 일단 궁여지책으로 헬스클럽에 등록했지만 식사량은 줄일 수가 없었다. 모유수유를 하고 있는 탓에 식이요법까지 병행하기엔 무리였다. 김씨는 아침마다 동네 공원 두 바퀴를 뛰고 와서 수유를 한 다음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헬스장으로 향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개인 트레이너와 체질량 검사를 해 보니 출산 후 체지방량이 거의 배로 늘었다.”면서 “지방연소 프로그램을 집중 실행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러닝머신과 자전거운동 등 유산소운동을 40분간 한 다음, 근육량을 키우는 체조를 병행했다. “다행히 한달 반만에 7㎏ 가까이 빼긴 했지만 급격히 살을 빼서 혹여 모유수유에 지장이 있을까 한편 걱정도 된다.”면서 워킹맘의 비애를 뼈져리게 느낀다고 털어놨다.
  • 30국 다큐영화 비무장지대서 만난다

    30국 다큐영화 비무장지대서 만난다

    남북분단의 상징이자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공간인 비무장지대(DMZ)를 배경으로 국내외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만날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20일 경기도에 따르면 제1회 DMZ다큐멘터리영화제가 22일부터 26일까지 파주지역 DMZ와 파주출판단지에서 ‘상상하라, DMZ! 즐겨라, 다큐로! 던져라, 당신을!’을 슬로건으로 개최된다. 경기도와 파주시, DMZ 다큐멘터리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영화제에서는 30개국 62편의 영화가 ‘국제경쟁부문’과 ‘DMZ초이스’ ‘글로벌 비전’ ‘한국 스펙트럼’ ‘스페셜 포커스’ 등 4개 섹션의 비경쟁부문을 통해 선보인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예닌의 심장’은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 팔레스타인 소년과 아들이 죽은 지 12시간 만에 6명의 이스라엘 어린이에게 아들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홍형숙 감독 작품인 ‘경계도시 2’는 국제경쟁 부문에 출품된 9개 작품 중 하나로,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가 37년만에 귀국하면서 겪은 이념적 갈등을 그렸다. 다양한 군대에서 복무하면서 20세기 유럽의 여러 전쟁을 목격한 취사병들의 이야기를 담은 ‘쿠칭 히스토리’와 르완다 소수민족의 참상을 그린 ‘나의 이웃, 나의 살인자’, 남아공 더반에서 아동학대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보살피는 여성들을 소개한 ‘거침없는 여자들’ 등이 눈길을 끈다. 전쟁 이후 갈등이 더욱 깊어진 ‘수니파’와 ‘시아파’의 이야기를 전하는 ‘벽의 도시 바그다드’, 2007년 파키스탄 수도에 있는 붉은 사원에서 벌어진 농성 강제 진압사건을 취재한 프로그램 ‘붉은 사원에서 생긴 일’ 등 알 자지라 방송 특별전도 선보인다. 기타 상영 작품 및 부대행사, 영화 관람권 예매 방법 등은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사무국 홈페이지(www.dmzdoc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배우 조재현씨가 집행위원장, 김문수 경기지사가 조직위원장을 맡았고, 가수 윤도현씨와 배우 이인혜씨가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한편 DMZ다큐멘터리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인 ‘DMZ DOCS 평화대장정’이 지난 19일 경기도청에서 발대식을 갖고 나흘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국내외 대학생 155명이 참가해 철책선 155마일을 걷는 평화장정에는 한국전쟁 참전국과 대표적 분쟁지역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학생, 탈북 새터민들이 참가해 ‘평화’와 ‘공존’의 의미를 더한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뉴스다큐 시선] 수능 D-22 풍경[동영상]

    [뉴스다큐 시선] 수능 D-22 풍경[동영상]

    이곳은 수능을 20여일 앞둔 고3 교실이다. 소리 없는 전쟁터이기도 하다. 적의 목을 베고 고지를 점령하는 스펙터클한 장면은 없다. 피곤이 한껏 배인 얼굴을 하고 기계적으로 펜을 놀리는 수험생들만 웅숭그리고 있을 뿐이다. 좀더 자고 싶은 마음, 예쁘게 치장하고 거리를 쏘다니고 싶은 마음, 대학이고 뭐고 포기해 버리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다시 정신을 다잡아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나중의 멋진 삶’을 누리기 위해 현재를 기꺼이 포기한다. 유예된 청춘들이 반짝거리는 밤, 고3 수험생 교실에 시선을 던졌다. 글 사진 동영상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지난 16일 서울 대방동의 숭의여고. 교과 수업이 끝난 지 한참 뒤인 오후 9시에도 교복을 입은 고3 수험생들은 유령처럼 학교를 배회한다. 교복치마 아래로 트레이닝복을 껴입고, 아무렇게나 묶은 머리에 슬리퍼 차림으로 학생들은 7층 도서관으로 홀리듯 걸어 들어간다. 도서관 입구엔 ‘이곳은 나의 지식이 태어나는 곳이다. 나의 대학과 만나는 곳이다. 나의 멋진 삶을 위해 대가를 치르는 곳이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이곳에서 만난 김혜리(18)양은 “그저께까지 심란했다가 겨우 평정심을 되찾았다.”고 했다. “이제 수능이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지금 제 성적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갑자기 내가 왜 이렇게 고생해 가면서 공부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니 모든 게 허무해지더라고요. 여기서 주저앉고 싶고, 막 놀고 싶고 그래요.” 원하는 대학에만 가면 인생이 바뀔 거라는 생각, 스무 살이 되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은 현재의 고통을 감내한다. 김양은 “공부하다 힘들 땐 내년 대학 생활을 머릿속으로 그려 봐요. 가장 하고 싶은 건 연애예요. 캠퍼스 커플 돼서 대학 교정을 누비기도 하고, 주말마다 놀러다니고, 또 아르바이트해서 부모님께 손 안 벌리고 쓰고 싶은 데 돈 쓰고….” 김양의 초췌한 얼굴엔 웃음꽃이 핀다. 잔인한 질문을 하나 했다. 대학에 가면 정말 그런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냐고. 사상 최대의 취업난으로 대학 새내기가 되자마자 토익·자격증 같은 ‘스펙쌓기’에 몰두하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 대느라 허리가 휘어지는 선배들을 보지 않았느냐고. 김양은 금세 시무룩해졌다. “물론 그렇죠. 그래도 앞으로의 일과는 상관없이 고3이 제 앞에 닥친 거니까 최선은 다해 봐야죠. 제가 지금 공부하는 이유는 주위의 기대감 때문이에요. 1학년 때부터 하루에 4시간 자면서 독하게 공부했어요. 그런 이미지가 있다 보니 제가 공부를 안 하면 오히려 주변에서 이상하게 쳐다봐요.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전 가정형편이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니어서…처음부터 공부만이 내 살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수능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다른 수험생과 마찬가지로 김양은 초조함과 불안감에 자신을 채찍질한다. “저 자신을 많이 컨트롤하는 편이에요. 제 자신을 못살게 군다고 할까요. TV를 보고 있다가도 ‘내가 이러면 안 되지.’ 하면서 리모컨을 내려놓고, 요즘엔 밤에 잘 때도 ‘네가 지금 잘 때냐.’ 이러면서 벌떡벌떡 일어나요.” 학생들은 스무해 남짓 살아온 인생 중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큰 관문 앞에서 자기 자신과 싸워 이기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옆에 앉아 있던 라신영(18)양도 마찬가지다. 라양에게 고3이 가장 힘든 이유는 ‘나 자신에게 실망하는 모습을 많이 발견해서’다. “공부해야지, 라고 굳게 마음을 먹어도 너무 피곤하니까 늦잠을 잘 때가 많아요. 오늘까지 끝내기로 한 공부 양을 내일로 미루는 경우도 많고요. 그럴 때마다 저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요. 할 일을 못 끝냈다는 죄책감도 들고. 제 자신에게 실망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영화 감상이 취미였던 활발한 성격의 라양은 고3이 되고부터 꼼짝없이 공부만 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했다. “대학에 간다고 무조건 인생이 바뀌진 않겠지만 어쨌든 우리나라는 대학 안 나오면 사람 취급도 안 하잖아요. 일단 대학을 나와야 사회적 지위가 마련되는 거니까 미래의 편안함을 위해 지금 고생해야죠 뭐. 지금 편안하게 지낼 처지는 아니잖아요. 헤헤.”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나이인지라 수험생들은 공부 외에 걱정되는 것에 대해 공통적으로 ‘살’이라고 답한다. 밥먹고 앉아서 공부만 하고,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해결하다 보니 1년만에 5~10㎏은 예사로 불어난단다. 김민강(18)양은 “원래도 통통한 편이었는데 고3 와서 5㎏이나 쪘어요. 간식으로 초콜릿 같은 걸 먹다 보니…이것 때문에 더 스트레스 받아서 요즘은 짬 내서 운동장을 돌거나 훌라후프를 돌려요.”라며 한숨을 푹 내쉰다. 같은 시각 서울 홍익대 앞. 젊음의 거리인 홍대 앞 표정은 싱그럽게 웃는 20대의 얼굴 같다. 심장을 쿵쿵 울리는 음악, 원색이 난무하는 조명, 한껏 들뜬 웃음과 발랄함이 거리에 흘러넘친다. 그런데 딱 한 곳만 제외다. 홍대 정문 오른쪽에 즐비한 입시 미술학원 밀집지역이다. 그곳엔 ‘필승’ ‘싸움에서 승리하자!’ 같이 홍대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문구들이 붙어 있다. 홍대 앞 입시미술학원에는 전국의 미대 지망생들이 모여 실기시험 준비를 한다. 거리에 만연한 젊음을 애써 외면하고 수험생들은 슬리퍼를 신은 채 종종걸음으로 학원에 들어간다. 편의점에 삼삼오오 모여 컵라면을 사먹는 모습도 눈에 띈다. ‘영원한 미소’ 미술학원의 한 반을 찾았다. 서른명 남짓한 수험생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슥삭슥삭 연필로 스케치하는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아이들은 옆도 돌아보지 않고 무섭게 그림에 몰두하고 있다. “미술같이 예체능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중고를 겪죠.” 이 학원 서명철 부원장의 말이다. “수능 점수가 갈 수 있는 대학의 위치를 결정하고, 실기 점수가 그 대학의 당락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어요. 예체능 입시생들은 공부와 실기를 동시에 잘해야 하기 때문에 공부만 하는 학생들보다 준비할 것이 두배예요. 매일 시간이 없어 허덕이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러워요.”라고 서 부원장은 덧붙인다. 한쪽 구석에서 묵묵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박소은(19) 양은 “다음 번은 없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재수생이에요. 삼수는 없어요. 올해가 마지막이에요. 더 이상 실패의 아픔을 겪고 싶진 않아요.”라며 박양은 결기 있게 말했다. “수능이 한 달도 안 남았으니 저도 불안하고 두렵죠. ‘또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괴롭혀요. 새벽 2시에 자는데, 침대에 누우면 또 다른 자아가 찾아와요. ‘네가 지금 이럴 때냐’라고 야단쳐요. 그러면 벌떡 일어나서 그날 하기로 마음먹은 공부를 다 해요. 새벽 4시에 잘 때도 있고, 밤을 새울 때도 있어요.” 미래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막연함은 수험생들을 가장 견디기 힘들게 한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은 나이인 스무 살. 꽃보다 예쁠 그 나이에 재수학원과 미술학원을 오가며 피곤에 찌들어 사는 인생이 좋을 리는 없다. 그래도 지금의 힘든 경험이 나중에 약이 되리라 위안하며 박양은 지친 마음을 추스른다. “확실히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인 것 같아요. 하루에도 몇 번씩 다 그만두고 어디로 가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솟아요. 그래도 앞으로 살면서 이것보다 힘든 일이 훨씬 많을 텐데, 그때마다 도망칠 수는 없잖아요. 지금 이만큼 힘들어 봤으니 앞으로 힘든 일이 있어도 잘 견뎌낼 수 있겠죠.” 어느새 실패와 좌절은 박양의 힘이 됐다. 한지영(18·서울 선일여고)양도 “물론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순간이죠. 어른들은 나중엔 이것도 다 추억이 된다는데, 너무 힘들어서 추억이 될 것 같진 않고…. 그래도 이렇게 치열하게 경쟁을 해 봤다는 경험이 제 인생에선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경쟁을 해본 사람과 중간에 포기한 사람의 인생은 다를 것 같아요. 금속공예를 해서 제가 만든 장신구를 선보이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 새달 12일 수능… 수험생 작년보다 15% 늘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매년 치러지는 전 국민적 관심사다. 해마다 수능시험일에는 비행기도 뜨지 않고 직장인들의 출근시간도 늦춰지는 등 수능으로 홍역을 치른다. 다음 달 12일 치러지는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는 모두 67만 7829명이 응시한다. 지난해(58만 8839명)보다 15% 늘어났다. 이중 재학생은 전체의 78.5%(53만 2432명), 재수생은 19.3%(13만 655명), 검정고시 출신은 2.2%(1만 4742명)에 이른다. 성별로 보면 남자가 52.8%, 여자가 47.2%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9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모두 369개의 대학이 있다. 2년제 대학은 150개, 4년제 대학은 219개(사이버대학 포함)다.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평균 경쟁률은 1.8대1 정도인 셈이다. 그러나 대학과 학과에 따라 수백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곳도 있다. 치열한 대입 경쟁에 비하면 진학률은 놀라울 정도로 높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을 기점으로 대학생 300만명을 돌파해 평균 대학 진학률이 83.8%에 이른다. 국회 교육과학위원회 김성동 의원이 낸 국감자료에 따르면 자녀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 학부모들이 지출하는 월평균 사교육비는 70만원이었고, 월평균 101만원 이상을 쓴다는 부모도 12%에 이른다. 지난해 전국의 입시·검정·보습학원 수는 3만 4071개로 전년보다 5% 가까이 늘었다.
  • [토요 포커스] 행정인턴 4인 취업성공기

    [토요 포커스] 행정인턴 4인 취업성공기

    정부가 올해부터 도입한 행정인턴의 효과를 놓고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상당수 행정인턴이 관공서에서 문서 복사 등 허드렛일을 하고 있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다시 실업자로 돌아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행정인턴 경험을 살려 취업에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전국 2만여명의 행정인턴 중 2800여명(8월25일 기준)이 취업에 성공했다. 이들은 대부분 건국 이후 최대 취업난이라는 현실을 원망하기보다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취업을 준비한 끝에 결실을 맺었다. 취업에 성공한 행정인턴 4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남해해양경찰청→ 효원굿플러스 취업 노은영씨 영상 직접 촬영… 실무경험 쌓아 노은영(23·여)씨의 꿈은 방송국 PD였다. 부산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4.29점의 학점(4.5점 만점)으로 조기 졸업했다. 토익은 900점이 넘는 ‘고득점자’다. 하지만 취업의 벽은 높기만 했다. 한때 좌절했던 노씨는 외삼촌으로부터 잠시 행정인턴으로 경험을 쌓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을 받았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마침 남해지방해양경찰청에서 영상홍보 행정인턴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노씨가 맡은 업무는 홈페이지에 해경과 관련한 뉴스를 올리고, 영상을 촬영해 언론에 제공하는 것이었다. 꿈꾸던 PD는 아니었지만, 점점 홍보 업무에 매력을 느꼈다. 특히 노씨가 촬영한 영상이 방송국에서 자료화면으로 방영될 때는 마치 조물주가 된 듯한 뿌듯함을 느꼈다. 해군 함정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영상을 찍는 것은 학교나 도서관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행정인턴 생활에 푹 빠져 있던 노씨는 학창시절 자주 갔던 대형마트(효원굿플러스)에서 홍보마케팅 직원을 모집한다는 얘기를 듣고 원서를 냈다. 최종면접장에 들어가서 행정인턴으로 활동하며 느꼈던 경험을 털어놓자, 면접관의 얼굴에 미소가 보였다고 한다. 면접관이 “행정인턴으로 일했던 열정을 우리 쇼핑몰에서 한번 펼쳐보겠느냐.”고 물었을 때, ‘합격 예감’을 느꼈다. 결국 3개월간의 행정인턴 생활을 청산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해경청은 그동안 영상홍보에 무관심해 사실 ‘황무지’나 다름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한번 활성화해 보려고 열심히 뛰어다녔죠. 아마 이 같은 열정이 취업 면접관에게도 전달된 것 같습니다.” ■ 농식품부 인턴→고려아연 취업 주이영씨 취업 실패 무기력서 벗어나 주이영(29)씨는 지난해 8월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국제관계학 학사 학위를 받고 고향인 대구로 돌아왔다. 외국에서 대학을 나온 만큼 쉽게 취업이 될 줄 알았지만, 꽁꽁 얼어붙은 취업시장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30여곳에 원서를 냈지만 모두 떨어졌다. 영어 실력은 있었지만, 토익점수 등 이른바 ‘스펙’을 갖추지 못한 게 원인인 듯했다. 한때 무기력증에 빠졌던 주씨는 기분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행정인턴에 지원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합격하자 집을 떠나 경기도 과천으로 왔다. 월급은 고시원비와 생활비만으로 모두 동나는 고달픈 삶이 이어졌다. 하지만 더이상 ‘백수’로 지낼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로 이를 악물었다. 주씨의 원칙은 근무시간에는 업무에 매진하고, 공부는 퇴근 후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한·미 FTA 등과 관련한 외국 언론 기사를 번역하는 일을 맡아 영어 감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근무가 끝난 뒤에는 알음알음으로 찾은 영어 공부그룹(스터디)에서 2~3시간가량 실력을 닦았다. 주씨는 행정인턴을 하면서 직장 문화와 조직생활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했다. 또 공무원들이 근무 중에 이력서 등을 작성해도 눈치를 주지 않았다고 했다. 면접을 가야 할 때는 자유롭게 시간을 낼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행정인턴 생활 두 달여만에 토익점수(955점) 등 스펙을 갖추고, ‘고려아연’에 취업했다. 그는 “행정인턴은 좌절감에 빠진 내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활력소’ 같은 역할을 했다.”고 회상했다. ■ 지방이전 추진단→ 하이트 맥주 취업 김선후씨 공공기관 근무경력 취업 길터 김선후(27)씨가 행정인턴으로 일한 것은 지난 2월부터. 단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50여 곳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모두 낙방했다. 3점대 중반 학점, 800점대 후반의 토익점수, 컴퓨터 자격증. 나름대로 열심히 학창생활을 보냈다고 자부했지만, 취업 문은 좁기만 했다.김씨는 원인을 분석하다 사회경험이 없는 게 이유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력서 경력란에 민주노동당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했던 것 외에는 딱히 쓸 게 없었다. 일단 행정인턴으로 경험을 쌓기로 결심했다. 김씨가 행정인턴을 한 곳은 경기도 안양에 있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단(국토해양부 산하)’이었다. 직장생활을 하게 됐다는 기대가 절반, 자칫 취업 준비할 시간을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절반이었다. 하지만 김씨의 걱정은 기우였다. 김씨를 맞은 과장은 업무 대신 매일 1시간씩 영자신문을 읽고 인상깊은 문구를 옮겨적어 제출하라는 ‘엉뚱한’ 지시를 내렸다. 또 근무시간 중 2~3시간은 국토해양부 내부 사이트에 접속해 상식과 교양 공부를 하라고 했다. “과장님이 매일 영자신문 과제를 점검할 때는 직장 상사보다는 취업 담당 선생님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씨는 행정인턴에 근무하면서도 50여 곳에 원서를 냈다. 퇴근 후에는 늦은 밤까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문구를 다듬었다. 경력란에 행정인턴 경험을 기재한 덕분인지 점점 서류전형에서 합격하는 경우가 늘었다. 결국 행정인턴 5개월 만인 지난 6월 하이트맥주 영업관리직에 최종 합격, 지긋지긋했던 ‘청년 백수’에서 탈출했다. ■ 대검찰청→ Mnet 취업 신지혜씨 취업교육서 면접노하우 익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행정인턴을 하라고 권하고 싶지 않아요. 업무가 능력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들 때 하는 게 취업에 도움이 됩니다.” 이화여대 중어중문과를 졸업하고 방송국 입사를 준비하던 신지혜(26·여)씨는 대검찰청 사내 아나운서 행정인턴으로 6개월가량 활동했다. 비록 인턴이었지만 실제로 방송 일을 해볼 수 있다는 게 관심을 끌었다. 신씨는 다른 인턴들과 달리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근무 시간 중에는 취업 준비를 전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퇴근을 하면 도서관으로 달려가 토익 공부 등 취업 준비에 매진했고, 면접 스터디도 빠지지 않고 나갔다. 정부가 행정인턴을 대상으로 실시한 취업교육에도 참가해 자기소개서를 쓰는 법과 면접 노하우 등을 틈틈이 익혔다. 신씨는 CJ그룹이 운영하는 ‘Mnet’ 방송국에 최종면접을 보러 갔을 때 면접관들이 행정인턴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을 느끼고 당황했다고 한다. 하지만 행정인턴을 한 것이 단순히 ‘돈벌이’를 위한 것이 아니고, 방송 경험을 쌓기 위한 것이었다고 힘주어 설명하자 불신의 기색이 사라졌다고 한다. 결국 신씨는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았고, 현재 음악사업기획부에 근무하며 시청자들에게 세계 각국의 음악을 선사하고 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전문가가 말하는 취업Tip 직종→업종→회사순으로 취업 목표 범위를 좁혀라 인턴을 넘어 실제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취업전문가로 꼽히는 취업전망대 이우곤 연구소장, 김소현 커리어 컨설턴트, 이미지파트너즈 유희 대표에게서 취업에 성공하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유행하는 직업을 좇는 세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흥미·적성·신체조건·가치관 등과 관계없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김소현 컨설턴트는 “하려는 일이 내 능력에 맞는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능력이 부족하다면 어떤 능력을, 어떤 방법으로 보충해야 하는지를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취업 목표를 설정할 때는 직종, 업종, 회사 순으로 범위를 좁혀가는 게 좋다. 결정한 업종에 따라 희망하는 회사를 여러 개 설정해 놓고 채용방식·면접방법·인재상·경영 비전 등을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 취업 전략을 짜기 위해선 ‘정보 수집’이 최우선이다. 국내 취업 정보 사이트는 물론, 미국·캐나다 등 외국 사이트에 접속해 희망하는 직업에 대한 트렌드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Career One Stop(http://www.careeronestop.org)’ ‘Job Futures(http://www.jobfutures.ca)’ ‘Occupational Outlook Handbook(http://www.bls.gov/home.htm)’ 등이 유명하다. 정보 수집이 끝났으면 취업에 도움이 되는 여러 이미지를 자신에게 심는 작업에 들어간다. 유희 대표는 “신뢰감을 주는 외모와 긍정적인 말투, 반듯한 자세는 어느 직종을 가더라도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또 채용 전형에 맞춰 서류·필기·면접에 대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꼭 세우라고 조언했다. 이우곤 연구소장은 “자기소개서 예상질문을 뽑아 여러 번 써보거나 동료들과 모의면접을 해보면 실제 전형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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