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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속 600km로 ‘죽음의 무도’ 벌이는 쌍성 발견

    초속 600km로 ‘죽음의 무도’ 벌이는 쌍성 발견

    지구에서 3000광년이나 떨어진 우주 공간에 ‘죽음의 무도’를 벌이는 두 늙은 별이 발견됐다. 백색왜성으로 알려진 이 두 별은 초속 595km라는 엄청난 속도로 서로 나선을 그리며 끌어당기고 있어 90만년 뒤에는 서로 융합할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은 이 두 별이 다른 쌍성을 이루는 별들과 다른 특이한 점을 보여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두 늙은 별을 연구하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을 입증하고 모든 초신성의 기원을 밝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의 천문학연구팀 리더 워런 브라운 박사는 “지구와 해왕성 크기만 한 두 백색왜성은 지구와 달의 거리의 3분의1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둘은 12분마다 서로 공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두 백색왜성에서는 서로 물질이 유입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등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 점이 이질적이다. 일반 상대성이론의 영향과 초중력 연구의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애리조나 홉킨스의 구경 6.5m 멀티플미러망원경(MMT)으로 백색왜성의 쌍성계를 조사하던 중 그 ‘춤추는’ 쌍성을 발견했다. 두 별이 서로 가려질 때 만들어지는 빛의 특징이나 스펙트럼을 관측해 상대적인 움직임을 측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백색왜성은 한 숟가락당 무게가 자동차 한 대 만큼 무거울 정도로 초고밀도 질량을 자랑한다. 커다란 질량의 천체가 서로 회전하면 공간이 휘어진 상태가 돼 연못에 돌을 던져 잔물결이 이르는 것처럼 파문이 생긴다. 쌍성은 ‘중력파’로 불리는 이 파문들에 의해 에너지의 일부를 잃고 궤도는 점차 축소된다. 이에 대해 브라운 박사는 “새로 발견된 쌍성은 물질의 교환이 없으므로 중력파 효과 측정에 최적”이라고 밝히면서 “우주에는 많은 쌍성이 있지만 매우 근접하기에 서로 영향을 준다. 상호 작용하는 물질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관측할 수 있지만, 쌍성 별의 증명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발견된 쌍성은 서로 나선을 그리며 다가갈 때 궤도주기의 변화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또한 별의 진화와 최후의 순간을 증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면 백색 왜성의 충돌은 오랫동안 Ia형(원 에이 형)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는 것으로 믿어져 왔다. Ia형 초신성은 다른 별에서 날아온 물질이 백색왜성에 쌓여 일정한 질량에 이르러 폭발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의 이론 모델을 따르면 이번 쌍성이 융합하면 초대형 질량의 백색왜성이 되거나 매우 드물게 약한 초신성 폭발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지난 3월 발견된 이 쌍성은 현재 지구에서 보면 태양의 뒤편을 이동하고 있어 관측되지 않고 있다. 궤도주기가 어느 정도까지 짧아지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올가을까지 기다려야 한다. 브라운 박사는 “우주 시간에서 보면 90만년이라는 한순간에 융합을 이룰 이 쌍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NASA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신이 양악수술 턱관절 회복…이화선 “응원해주세요”

    신이 양악수술 턱관절 회복…이화선 “응원해주세요”

    신이 양악수술이 성공한 좋은 사례로 꼽혔다. 턱관절 건강도 회복하고 청순미녀로 거듭났기 때문. 최근 한 성형외과 사이트에 청순하고 여성미 넘치는 신이 얼굴 사진이 공개됐다. 스크린과 드라마를 넘나들며 코믹연기를 펼쳤던 예전 모습과는 다른 신이의 얼굴이 양악수술 결과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음 짓는 신이는 특유의 귀여우면서도 밝은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한 채 여성미까지 더해졌다. 특히 눈에 띄게 갸름해진 얼굴선과 턱 선은 살포시 접힌 눈웃음을 돋보이게 해주고 있다. 신이의 양악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신이의 경우 미용보다는 건강을 위한 수술이었다고 밝혔다. 신이가 수술 전에 입을 벌릴 때마다 턱관절에 심한 통증과 탈골을 호소했는데 이번 양악수술로 치아의 교합면이 가지런해지면서 건강을 되찾았다는 것. 한편 8일 오후 배우 이화선은 자신의 트위터에 “와우! 신이 언니 드디어 공개 했구나. 앞으로 더 멋진 스펙트럼을 넓혀갈 수 있길 여러분도 악플 대신 응원해주세요”라며 신이의 양약수술을 응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nownews@seoul.co.kr
  • “똑똑한 아이 낳으려면 2인분 먹으면 안돼”

    “똑똑한 아이 낳으려면 2인분 먹으면 안돼”

    아이를 가진 예비 엄마가 음식을 2인분씩 먹으면 태아의 IQ를 떨어뜨린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최근 캐나다 온타리오 주 맥매스터 대학을 비롯한 미국, 스웨덴 등의 관련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다.  이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과식으로 과체중 상태에서의 출산은 신생아의 식이 장애나 주의력결핍 장애 등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개연성을 높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과체중의 임산부가 출산한 아이의 IQ가 정상체중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이에 비해 5점 정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연구 결과들은 조만간 출판될 ‘비만 리뷰’에 자세히 소개될 예정이다. 한편 임신 초기에 신세대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자폐아 출산위험이 커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국 카이저 퍼마넨트 연구소의 리저 크로언(Lisa Croen) 박사는 신세대 항우울제인 선별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를 임신 첫 3개월 사이에 복용하면 자폐아를 출산할 위험이 커진다고 밝힌 것으로 미국의 과학뉴스 포털 피조그 닷컴(Physorg.com)이 4일 보도했다. 크로언 박사는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아이들 298명, 정상 아이들 1507명과 이들 어머니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분석 결과 임신 중 항우울제를 최소한 1번 이상 처방받았을 가능성이 자폐아 그룹이 대조군보다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진= 데일리 메일 캡처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EU 구제금융안 합의 못하면 ‘제2 리먼사태’·유로존 붕괴

    EU 구제금융안 합의 못하면 ‘제2 리먼사태’·유로존 붕괴

    그리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스펙트럼은 무척 다양하다. 제2의 리먼사태로 번질 인화성을 갖고 있다는 관측과 유로존의 붕괴를 점치는 비관론과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24일 EU정상회담이 분수령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위소식통은 “우리나라가 그리스에 물려 있는 금액은 3억~4억 달러 수준이어서 파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독일 등이 결국 유로존을 위해 그리스에 지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로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를 수 있고 채권 자금이 일시적으로 유출될 수 있다.”면서 “우리 금융시장도 동조화를 겪어 상당한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올 상반기 이뤄진 외국인 주식 매도 금액의 90%는 유럽계 자금이었다. 우리나라와 유럽의 교역량이 전체의 11.5%를 차지, 수출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獨 지원 거부 땐 파국 관건은 오는 20일 열릴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와 23~24일 열릴 EU 정상회담이다. 이 회의에서 그리스 국채의 차환과 그리스 정부의 국유재산 매각 등을 포함한 구제금융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미 발행한 채권의 원금을 갚기 위해 신규 채권 인수를 약속받고 발행하는 차환은 사실상 만기연장이고, 이는 투자자들의 일정 부분 손실을 의미한다. S&P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 회의에서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리스는 지난해 구제금융으로 책정된 1100억 유로 중 5차분인 120억 유로를 지급받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환율 오르면 타격 불가피 국제금융센터 김위대 연구원은 “정치적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실패한다면 원리금 탕감 등 강력한 채무조정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원리금 탕감이 이뤄질 경우 유럽 은행들이 연쇄적으로 신용경색에 직면, 경기신뢰지수가 폭락하고 소비·투자 감소로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유로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회원국들 사이의 경쟁력과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고민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유로화라는 단일 통화연합체가 붕괴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편 유럽발 세계 경제 둔화가 예상되면서 국제원자재 시장은 하락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주말보다 1.99달러(2.0%) 떨어진 배럴당 97.3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금과 은 등 주요 상품 가격도 하락했다. 반면 코스피는 이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며 활짝 웃었다. 중국 경제지표가 양호한 수준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28.09포인트(1.37%)오른 2076.83에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3.30원 내린 1082.6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홍지민·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태양 수십배…초질량 쌍둥이 ‘괴물 블랙홀’ 발견

    태양 수십배…초질량 쌍둥이 ‘괴물 블랙홀’ 발견

    태양계를 포함한 우리 은하 내에서 새로운 쌍둥이 ‘괴물 블랙홀’이 발견됐다고 10일(현지시간) 스페이스닷컴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구에서 사자자리 쪽으로 약 4억 2500만 광년 떨어진 은하 ‘마카리안 739’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이 사실 쌍둥이 블랙홀인 것으로 드러났다. NASA 스위프트 위성과 찬드라 X레이 관측소의 조사 결과, 두 번째 블랙홀이 발견됐다. 새롭게 발견된 블랙홀은 빛의 스펙트럼인 자외선과 가시광선, 방사선 범위 내에서 보이지 않아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NGC 3758’로 알려진 이들 쌍둥이 블랙홀은 태양계와 은하 중심 사이 3분의 1에 해당하는 거리인 약 1만 1000광년 정도로 떨어져 있다. 1광년은 약 10조 km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두 블랙홀 모두 매우 활동적이며 거대한 질량을 가지고 있다. 즉 이 ‘괴물’ 블랙홀 모두 태양과 같은 항성보다 수백만에서 수십억 배 이상의 상상을 초월하는 질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항성 블랙홀은 거성의 붕괴로 형성되는데 일반적으로 태양의 10~20배 정도의 커다란 질량을 가지고 있다. 연구팀을 이끈 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 선임 연구원 마이클 코스 박사(메릴랜드 대학)는 성명을 통해 “우리 은하를 포함한 대부분의 커다란 은하 중심에는 태양보다 수백만 배 무거운 초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면서 “그 중 일부는 태양의 수십억 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발산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초질량 블랙홀은 ‘활동은하핵’(AGN)이라고 불리는 은하 중심부의 매우 압축된 지역에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어 ‘쌍둥이 블랙홀’을 찾는 경우는 드물며, 발견된 쌍둥이 블랙홀은 은하 간 충돌 시 생성됐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지금까지 가장 가까운 거리에 발견된 최초의 쌍둥이 괴물 블랙홀은 지구에서 약 3억 3000만 광년 떨어진 은하 NGC 6240 내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의 최신호에 상세히 실릴 예정이다. 사진=스페이스닷컴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고위공직 ‘경력자 고시’ 생긴다

    고위공직 ‘경력자 고시’ 생긴다

    고급 관료를 뽑는 새로운 등용문의 형태가 확정됐다. 업무 경력과 자질이 선발 조건의 핵심이다. 행정안전부는 35개 정부기관, 63개 직무 분야에서 민간경력자 5급 102명을 올해 처음 일괄 채용 방식으로 뽑는다고 29일 밝혔다. 이로써 행정고시(5급 공채시험)로 압축돼 있던 고급 공무원을 위한 등용문이 하나 더 만들어진 것이다. 민간경력자 5급 일괄 채용은 지난해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파문 이후 공무원 채용의 투명성을 높이고 다양한 경력의 민간 인재들을 정책 개발 현장으로 유치한다는 취지에서 올해 최초로 시행되는 제도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부처별로 수시로 특채모집을 실시해 왔으나, 올해부터는 개별 부처들의 수요를 파악, 필기시험을 추가해 일괄 채용키로 했다.”면서 “앞으로도 매년 5월 공고를 통해 한 차례 공개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며, 학위나 자격증이 없어도 해당 분야에서 경력과 성과를 성실히 쌓았다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요건도 확대했다.”고 밝혔다. 올해 채용 인원은 부처별로는 특허청이 12명으로 가장 많고 행안부 7명, 외교통상부 6명 등이다. 해마다 공개 채용 방식으로 선발될 민간경력자 5급은 이후 기존의 행시 출신들과 승진 등에서 동일한 조건의 처우를 보장받는다. 이들의 조직 내 인적 스펙트럼이 꾸준히 넓어지면 한 번의 고시 패스로 출세길이 보장되던 ‘행시 철밥통’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기시험은 두 차례의 실험 평가를 토대로, 기존의 5급 공채 공직적격성평가(PSAT) 유형의 문제를 민간경력자 선발에 적합하도록 개발하기로 했다. 원서 접수는 7월 13일부터 22일까지이며, 1차 필기시험은 8월 27일 치러진다. 정밀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내년 1월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민간경력자 5급 채용 효과는…“행시장벽 철폐 신호탄”

    민간경력자 5급 채용 효과는…“행시장벽 철폐 신호탄”

    올해 처음 시행되는 민간경력자 5급 일괄 채용 시험은 고위 공직으로의 진입문이 하나 더 생겼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민간경력자 공채는 5급 공채시험(행정고시)과는 엄연히 별개로 진행되는 민간인 고위 공직 등용문”이라면서 “지난해 한창 들끓었던 행시 폐지나 특채 확대 논란과 연계해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이 제도로 현행 행시 선발 인원(올해 327명)이 축소되거나 5급 승진 대상자인 6급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행시출신과 인사·보직 등 동일처우 그러나 관가 안팎에서는 “당장의 변화는 없더라도 행시 출신들이 고위 공무원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비고시 출신들을 승진에서 배제하던 ‘행시 장벽’이 무너지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많다. 행안부의 한 간부는 “기존 특채와 달리 오히려 공채 선발됐다는 점에서 이들의 조직 내 존재감에는 더욱 무게가 실릴 것”이라면서 “매년 정기 공채가 거듭되면 민간경력 5급이 고위 공무원단의 한 부분을 형성하는 시점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에 새로 도입된 1차 공직적격성평가(PSAT) 필기시험, 서류전형, 면접을 거쳐 뽑히는 5급 민간경력자는 보직 경로 등에서 행시 출신들과 동일한 처우를 받으며 경쟁하게 된다. 해당 분야에 3년 이상만 근무하면 어디로든 보직을 옮길 수 있는 만큼 행시 출신들과 마찬가지로 전보 제한 장치가 따로 없다. ●공채도입으로 특혜 시비 등 차단 김홍갑 행안부 인사실장은 “5급 민간인 전문가 공채는 그런 채용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특혜 시비나 불공정성 문제를 차단하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사학위 소지자, 변호사·회계사 등 특정 전문 자격증 소지자 말고는 사실상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민간인 경력자들에게도 응시 자격을 대폭 확대했다. 채용 방안에는 팀장급 이상 관리자 경력 3년, 직원 경력 10년 이상, 박사학위 소지자, 석사학위를 소지하고 4년 연구 경력이 있는 자 등의 요건이 추가됐다. 이 가운데 하나의 자격 요건만 충족돼도 응시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채용 경로를 통해 공무원 인재의 스펙트럼을 넓혀 간다는 취지가 실효를 거두려면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백종섭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예컨대 필기시험으로 공정성을 강화했으나 자칫 알짜배기 경력자가 탈락되는 함정이 될 수도 있다.”면서 “채용 영역이나 직종별로 평가 항목별 배점을 달리하는 등 보완장치를 계속 마련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코파카바나’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소재 영화들이 대거 선보인다. 그 작품들이 모두 어머니를 중심에 둔 걸 보면 아버지는 영화에서조차 인기 없는 존재인 모양이다. 이미 관객과 만난 민규동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그러하고, 개봉 대기 중인 최익환의 ‘마마’는 (아직 보지 못했으나) 제목에서부터 어머니를 꺼내들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영화를 대표하는 여배우인 이자벨 위페르와 르네 젤위거가 각각 주연을 맡은 ‘코파카바나’와 ‘마이 원 앤 온리’도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두 영화의 어머니가 익숙한 어머니상과 동떨어진 인물이라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그중 관심을 끄는 건 ‘코파카바나’. 오랜만에 국내에서 개봉하는 위페르의 영화이거니와 그녀가 자신을 모델로 한 사진전(‘이자벨 위페르: 위대한 그녀’) 개최를 기념해 10여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바부는 마음이 가는 대로, 발길이 닿는 곳을 찾아 떠돌며 살았다. 그런 탓에 노후를 앞둔 생활 형편은 좋지 않다. 어린 시절엔 엄마를 잘 따랐던 딸 에스메랄다도 언제부턴가 거리를 둔다. 정착해서 보통 사람처럼 살고 싶은 딸의 눈에 엄마가 괴짜이자 창피한 사람으로 비치기 시작했다. 급기야 사귀던 남자와의 결혼을 알리는 자리에서 에스메랄다는 바부에게 큰 상처를 안긴다. 남자 집에서 결혼식을 전부 준비하기로 했다며, 딸은 엄마가 결혼식에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딸의 결혼식에 당당하게 서려고 바부는 직업 전선에 나선다. 낯선 땅 벨기에에서 낯선 사람들과 지내게 된 그녀는 특유의 성품을 발휘해 성과를 올린다. 여느 인간관계가 그렇듯 가족도 진정한 관계에 이르자면 굴곡의 시간을 통과하기 마련이다. 젊은 딸과 엄마가 티격태격하는 건 영화에서도 흔한 일이다. 김영애와 최강희가 열연한 ‘애자’와 비교해 볼 만하지만, 김혜자와 최진실이 앙상블을 이룬 ‘마요네즈’가 ‘코파카바나’와 더 닮은꼴의 영화다. 두 영화의 장점은 가족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은 데 있다. 구태여 모성본능을 강조하지 않으며, 엄마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애써 과장하지 않는다. 희생하고 억압당하며 살아온 엄마의 해방을 외치는 작품은 더더욱 아니다. 판이한 성품을 지닌 엄마와 딸이 각자 속한 자리에서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 영화는 그 이상을 욕심 내지 않는다. 바부는 끝내 자유로운 정신을 잃지 않고, 에스메랄다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관계를 확인한다. 눈물을 자아내는 가족영화가 식상했다면 ‘코파카바나’를 권한다. 경쾌한 몸짓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코파카바나’의 카메라는 배우의 얼굴과 밀착해 움직인다. 영화의 진경은 벨기에의 휴양도시가 아닌 위페르의 표정에서 나온다. 바부가 지닌 아웃사이더의 영혼을 빌려 위페르의 얼굴은 종종 신비한 풍경을 향해 도약한다. 위페르의 지적이고 도도한 연기를 먼저 떠올릴 관객에게 이번 역할은 다소 의외일지 모른다. 기실 그녀는 다양한 연기 변신을 거쳐 온 배우다. 어수룩한 아낙네부터 우아한 상류층 여인까지 그녀가 선보인 인물의 스펙트럼은 폭넓기가 그지없다. ‘코파카바나’를 위페르가 출연한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으로 꼽진 않겠다. 그러나 실제 딸과 함께 모녀를 연기한 그녀가 이번에도 잊지 못할 인물을 창조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는 26일 개봉. 영화평론가
  • [5·16 50년] 다시 불붙은 역사 전쟁… 20일 출범 ‘한국현대사학회’ 해부

    [5·16 50년] 다시 불붙은 역사 전쟁… 20일 출범 ‘한국현대사학회’ 해부

    다시 역사 전쟁이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 관계나 동북공정을 둘러싼 한·중 간 갈등 얘기가 아니다. 역사 교과서를 매개로 벌어지는 한국 내부의 ‘전쟁’이다. 2005년 한 차례 맞붙었으니 이번엔 2차전이다. 오는 20일 내로라하는 학자들로 짜여진 한국현대사학회가 출범한다. 좌·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한국 현대사를 바라보겠다는 게 출사표다. 새 역사 교과서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출범일에 맞춰 서울 서초동 서울교대에서 첫 학술대회를 연다. 주제는 ‘한국의 현대사학 무엇이 문제인가’. 하지만 기존 역사 교과서 진영에서는 새 현대사학회가 6년 전의 ‘교과서포럼’ 복제판이라고 비판한다. 새 얼굴을 몇몇 수혈했으되 구성원들도 대부분 ‘겹치기 출연’이라는 지적이다. 교과서포럼은 2005년 권철현(현 주일대사)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기존 역사 교과서의 좌편향을 공격한 뒤 우익 인사들이 만든 단체다. 기존 역사 교과서 진영은 16일 서울 흥사단 강당에서 ‘한국사 교육과정 논란과 역사교육 정상화’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현대사학회의 20일 학술대회를 겨냥한 맞불 성격이다. 이래저래 역사 전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013년 9월 교과서 검증 목표 한국현대사학회 초대 회장을 맡은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학부 교수는 “그간 한국사 전공자들이 너무 이념적으로 편향돼 대한민국을 폄하하고 국가 정체성에 혼돈을 가져왔다.”면서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한 이들이 많아 학회 구성이 손쉽게, 빨리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권 때 만들어진 역사 교과서가 좌파들의 자학사관(자기학대적 역사관)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한다고 공격했던 교과서포럼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권 회장은 “첫 학술대회를 마무리하는 대로 교과서 편찬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3년 9차 교육과정 때부터 중고등학생용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 검정 신청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진용도 화려하다. 학회에 명단을 올린 교수(명예교수 포함)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안병직·이인호·박효종·이영훈·전상인(이상 서울대), 유영익·유석춘(이상 연세대), 김영호(성신여대), 강규형(명지대)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학자들이다. 교과서포럼에도 고문이나 정회원 등의 직함으로 모두 참여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100여명이 넘는 구성원 가운데 한국 현대사 전공자가 많지 않다는 사실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권 회장은 “중요한 것은 학문적 다양성과 성실성”이라면서 “우리 학회의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는 이념적 스펙트럼을 확장했다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우익 학자들뿐 아니라 중도파까지 끌어안았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의 교과서포럼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지적에 권 회장은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공격하는 분들도) 다 함께 참여해 당당하게 논쟁했으면 좋겠다.”고 응수했다. ●주진오 교수, “교과서포럼 회전문 인사” 기존 역사 교과서 진영은 현대사학회의 ‘출사표’와 달리 정체성에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교과서포럼, 나아가 일본 역사 왜곡의 주범인 ‘새역사교과서를만드는모임’(새역모)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며 냉소적이다.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 37명을 모아 ‘한국사교과서집필자협의회’를 구성한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학문적으로 연구하겠다는 것은 반길 일”이라면서도 “출범 과정이 교과서포럼 닮은꼴이어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극단적 우파 학자나 정치인이 앞장서 얘기하면 이를 토대로 보수 여론을 조성한 뒤 교과서 문제로 옮겨 가는 행태가 똑같다는 지적이다. 주 교수는 “안병직, 유영익, 이인호, 김종석, 전상인, 차상철 교수 등 현대사학회 고문이나 발기인 멤버들은 대부분 교과서포럼에 얼굴을 내밀었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7 교육과정에 맞춰 2년 동안 만든 역사 교과서를 한순간에 뒤집어 한달 만에 새 교과서를 내놓으라고 앞장서 목소리 높였던 주체도 현 정권과 교과서포럼이었다.”고 비판했다. ‘현대사’를 간판으로 내걸었음에도 정작 현대사 전공자가 드문 것도 교과서포럼과 닮은꼴이라고 주 교수는 꼬집었다. 그는 “기존 역사 교과서 검정 때 근현대사 전공자들은 좌편향이라는 이유로 검정위원에서 배제하고 서양사 전공자들을 무리하게 끼워 넣었다.”면서 “결국 검정할 능력이 안 되니까 국사편찬위원회에 떠맡긴 게 그들의 서글픈 현 주소”라고 진단했다. ●현대사학회는 촛불시위 트라우마 산물? 현대사학회의 출범을 ‘촛불시위 트라우마’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광우병 파동 등 촛불시위에 중고등학생들이 대거 참여한 것을 보고 보수 진영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면서 “그 원인을 추적해 가다 보니 교과서가 문제라는 진단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교과서포럼의 집중 포화를 받았던 금성사 교과서 집필자로, 현재 교과서 수정 문제를 두고 교육부와 민사·행정 소송을 벌이고 있다. 김 교수는 새 교과서 제작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현대사학회에 대해 “역사학이 역사학자들만의 것이 아니라거나 비교사적 관점을 수용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기세등등했던 교과서포럼이 왜 사실상 활동 중단에 들어갔는지, 그들의 주장을 옹호했던 목소리가 시안 공개 이후 왜 눈에 띄게 잦아들었는지 한번쯤 곱씹어 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자학사관 탈피를 내걸었던 교과서포럼은 2006년 11월 자체 역사 교과서 시안을 공개했다. 이승만·박정희 정권을 중심에 둔 역사 해석이 두드러졌다. 예컨대 5·16은 군사쿠데타가 아닌 ‘혁명’으로, 10월 유신은 ‘국가의 자원 동원과 집행 능력을 크게 제고하는 체제’로 각각 규정했다. 아울러 4·19혁명은 ‘학생운동’으로 격하시켰다. 4·19 관련 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교과서포럼 공동대표였던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련 심포지엄에서 4·19 단체 회원들과 드잡이하는 불상사까지 연출했다. 앞서 이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를 가리켜 ‘상업 공창’이라고 했다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교과서포럼 측은 “시안일 뿐”이라며 수습에 나섰으나 역풍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금융개혁 어떻게] 금융감독권 분산 논란… 전문가 진단

    [금융개혁 어떻게] 금융감독권 분산 논란… 전문가 진단

    ‘저축은행 사태’로 촉발된 금융감독권 분산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럼에도 금융감독원 중심의 현 체제가 낫다는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도 1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건부 찬성·반대부터 조율을 위한 협의기구 설치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 줬다. 금융감독 혁신을 위한 태스크포스(TF)에서는 어떤 내용을 담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은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해 금융감독권을 분산하자는 주장엔 금감원을 견제하는 것과 동시에 한은의 거시건전성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밥그릇 싸움’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금융안정을 위해 ‘감시자’로서 한은의 참여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복 검사에 따른 비효율성과 양 기관의 책임회피 가능성은 단점으로 꼽힌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감원이 한은에 제약 없이 정보를 공개한다면 굳이 한은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금감원이 한은을 대하는 평소 태도로 볼 때 이는 불가능하다.”면서 “한은이 통화신용 정책과 ‘최종 대부자’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려면 단독조사권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한은이 단독조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러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앙은행에 감독권을 주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정치적인 중립성 때문이지만 우리 한은이 중립적인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든다.”면서 “그래도 정부 밑에 있는 감독기관보다 상대적으로 비정치적이며, 서로 싸우면서 일해 나가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처럼 금감원 중심의 감독 체계로 돌아갈 때 장점은 금융 감독의 노하우를 십분 살려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견제와 투명성 제고 부분에서는 미흡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감원만큼 금융 감독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기관을 만들려면 수십년이 걸린다.”면서 “따라서 감독 체계는 금감원 중심으로 가는 게 맞다. 다만 이번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관련해 보완한다면 기금 손실을 막아야 하는 예금보험공사의 조사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금감원이 부산저축은행 부실을 오랫동안 적발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능력이 부족했다기보다 정책 문제와 맞물려 내부적으로 감독 방향이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감독 분점 및 분할에 견줘 금감원 중심의 현 체계가 훨씬 정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상시 감독권을 찢어 갖는다는 것은 꿀단지를 나눠 갖겠다는 의미 이상 아무것도 아니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점적인 체계를 유지할 경우 “아무도 견제하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돼 지금과 같이 썩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 교수는 “상시 감독과 위기 감독 시기를 구분해 역할을 나누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감독 체계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한은법 개정안’이 정답에 근접하다고 평가하면서도 협의기구를 설치해 협조 체제와 균형을 갖출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금융 감독과 조사권을 어느 한 기구만 전담해서는 안 되며, 유관기관 간 상호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양측 조율을 위한 상위의 협의기구를 둬서 기관 간 서로 협조할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200 0년대 초와 견줘 지금의 금감원은 ‘고인물’”이라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려면 결국 외부 인력이 새롭게 수급돼 낡은 관행을 깨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어느 쪽이 조사권을 가져간들 다 일장일단이 있다.”면서 “제도를 고쳐도 결국 의지와 운영의 문제”라고 말했다.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금감원 비리 관행을 깨려면 금융권 검사와 조사, 제재 과정에 대한 철저한 기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경두·홍희경·오달란기자 golders@seoul.co.kr
  • 정의화 “모든 대권주자 全大 나와라… 책임감·리더십 보여줘야”

    정의화 “모든 대권주자 全大 나와라… 책임감·리더십 보여줘야”

    “실질적인 당의 구심 역할은 비상대책위원회가 맡는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인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12일 당 대표권한대행을 맡은 황우여 원내대표와의 ‘투톱’ 체제를 이렇게 해석했다. 정 부의장은 국회 부의장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대위가 당 최고 의결기구로서의 역할을 승계한 만큼 주도적으로 당을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투톱 체제를 내각책임제에 빗대며 “원내대표는 대외 수반인 대통령인 셈이고, 비대위원장은 국무총리 역할”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황 원내대표와는 손발이 잘 맞는 사이여서 매끄럽게 당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차기 전당대회와 관련, “당의 실력자, 모든 대권주자들이 7월 전당대회에 전부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전(全) 당원 투표’ 등 경선 참여 당원 수를 늘리는 동시에 ‘권역별 투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키로 했다. 그는 전당대회 준비와 관련, “앞으로 열흘 안에 승부를 내겠다.”면서 “투표 장소 확정 등 실무적 준비 때문에 5월 말까지는 전대 관련 개선안을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비대위 회의, 의원들과의 면담 등 부쩍 바빠진 그의 일정 때문에 이날 인터뷰는 3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황 원내대표와 사무실도 같이 쓰기로” →투톱체제를 놓고 ‘불편한 동거’라는 평가도 있다. -황 원내대표와 권한에 대해 확실하게 정리했다. 사무실도 두 달간 같이 쓰고 앉는 자리까지 이미 다 정해 놓았다. 황 대표는 대외적으로 한나라당을 대표한다. 당 대표 결재도 황 원내대표의 이름으로 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당의 구심점은 비대위원장이다. 전당대회 준비와 쇄신 작업, 통상적인 최고위원회 의결을 비대위가 하기 때문이다. 주요 결정사안은 협의할 것이다. 황 원내대표도 전날 중진회의에서 “낮은 자세로 비대위가 잘되도록 모시겠다. 쇄신도 잘될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소장파들이 비대위원장 선임에 왜 반대했다고 보나. -내가 친이계로 분류되는 데 따른 불안감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으니 친이계일 뿐, 실질적으로 계보를 완전히 떠났다. 중립성은 걱정 안 해도 된다. 지난해 국회부의장에 선출되고 가장 먼저 계파모임에서 탈퇴했다. 이후 무슨 계파 사람들과 밥자리, 술자리를 가진 적이 없다. 합리성, 투명성, 공평성 3가지 원칙을 갖고 하겠다. 누가 나를 반대한 일, 그런 건 담아두지 않겠다. 과거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 ‘집도 의사’가 되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의사 출신으로서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을 살려 내는 집도 의사 역할을 하겠다. →일각에서 신주류-구주류의 주도권 다툼으로 보는데. -정의화는 영원한 신주류다. 16대 국회에 재선한 뒤 전대에서 부총재 후보로 출마해 “한나라당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17대 때는 당 쇄신 모임을 이끌었다. 언론도 신·구파로 나누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당권·대권 분리, 권역별 투표 등 논의” →사실상 전대 흥행의 책임자다. 어떤 밑그림을 갖고 있나. -국민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고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당의 실력자, 대권주자 후보군들이 전부 나와야 한다. 그들이 실제로 당을 책임지며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전대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한나라당이 쇄신과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작업을 병행할 것이다. →당직 사퇴 시한 등 전대의 ‘룰’에 민감들 하다. -어떤 룰이냐에 따라 전당대회의 참여 폭이 결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나올지 말지는 당사자들의 정치적 판단이지만, 대권주자들이 나올 수 있는 여건만큼은 만들어 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또 ‘대리인’끼리의 싸움이 된다. 맥빠진 전대가 되고, 그래서는 관심을 끌 수 없다. 대권 주자들을 끌어내기 위해선 당헌을 개정해 당직 사퇴시한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내년 총선이 끝나고 1개월쯤 뒤인 5월까지로 시한을 두고, 7개월 전 사퇴가 바람직해 보인다. 대선 주자들이 총선 책임론에 대한 부담감을 가질 수 있겠지만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검증을 거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모든 후보들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소장파들의 요구를 어떻게 보나. -당원과 국민의 뜻을 최대한 수용하는 측면에서 ‘전당원 투표제’ 도입은 필요하다. 당협위원장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 전당대회를 당협위원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게 내가 생각하는 쇄신이다. ‘줄서기’ 행태를 없애는 게 한나라당의 변화다. 투표 참여자의 숫자를 늘려야 되고, 그러다 보면 권역별 투표제 도입이 필요할 것이다. 당권·대권 분리, 당대표와 최고위원 분리 선출 등은 ‘룰’에 관한 문제다. 충분히 논의하게 될 것이다. ●“이달 말까지 全大관련 개선안 관철” →권역별 투표제를 하려면 시간이 너무 촉박하지 않은가. -그렇다. 시간 싸움이다. 지금부터 10일간이 가장 중요하다. 이달 말까지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 →‘룰’이 쇄신의 본질은 아니지 않은가. -당연하다. 한나라당이 현재와 미래에 관한 비전을 논의하고 국민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 보수 정당으로서의 단점, 국민이 실망하는 부분, 수구꼴통적인 모양새나 행동을 벗겨내야 한다. 또 건전한 중도까지 합쳐 스펙트럼을 넓히고 수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에는 2개월은 부족해 보인다. -쇄신안은 여의도연구소 당 비전연구팀에서 상당히 오래 연구해서 거의 완성단계에 있다. 팀장을 맡았던 나성린 의원이 이번에 비대위원으로 추가됐다. 비전소위를 통해서 그런 부분들까지 끌어안을 수 있다고 본다. 또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고성국 정치학박사, 김형준 명지대 교수 등 전문가들을 모셔서 이야기를 듣고, 브레인 스토밍을 하는 기회도 가지려고 한다. →당·정·청 관계에서 쇄신할 부분은. -청와대, 정부, 당이 각각 제 할 일을 제대로 하면 된다. 집권여당은 정부의 정책에 관해 다음 선거에서 심판을 받아야 하는 자리에 있다. 그래서 당이 정부를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하는 거다. 새 지도부에는 실력자, 앞장서 심판 받을 사람들로 구성해서 청와대와 정부에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지운·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송유근군과 풀어보는 우주탄생 비밀

    송유근군과 풀어보는 우주탄생 비밀

    빅뱅 이론과 도플러 효과, 일반 상대성 이론 등 교과서에서 배웠지만 똑 부러지게 설명할 수는 없는 딱딱한 과학용어들이 있다. 신비로운 우주의 비밀들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더 흥미를 느낄 방법들은 얼마든지 있다. EBS는 12일 밤 9시 50분 ‘다큐프라임-원더풀사이언스’에서 천재소년 송유근(14)군과 함께 우주 탄생의 비밀에 얽힌 키워드들을 파헤친다. 송군은 대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천문우주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우주는 오래 전 거대한 폭발로 생겨났다. 처음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작고, 밝고, 뜨겁고, 높은 밀도에서 시작했지만 폭발 이후 팽창 과정에서 우주 질량의 일부가 뭉쳐 별들을 만들었다. 20세기 과학의 위대한 성취이자 우주탄생 이론 중 대세로 자리 잡은 ‘빅뱅 이론’이다. 아무도 빅뱅의 순간을 본 적은 없지만 빅뱅 우주론을 믿는 이유는 몇 가지 근거 때문이다. 1929년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1889~1953)은 외부 은하의 스펙트럼에 나타난 적색편이 현상에서 외부은하들이 우리 은하계로부터 빠른 속도로 후퇴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외부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으며 역으로 계산하면 약 200억년 전에는 우주가 하나의 점과 같은 상태였다는 얘기다. 빅뱅 이론의 결정적인 근거는 1964년 미국 벨연구소의 아르노 펜지아스(88)와 로버트 윌슨(85)이 우연히 발견한 우주배경복사(宇宙背景輻射)로 설명된다. 나팔 모양의 전파 안테나를 이용해 전파 잡음을 연구하던 이들은 우연히 하늘 전역에서 들어오는 잡음을 발견한다. 빅뱅의 메아리가 전파로 바뀌어 펜지아스와 윌슨의 전파망원경에서 잡음으로 감지된 것이다. 위대한 발견을 인정받아 197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서울광장]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는 국민이다/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는 국민이다/최광숙 논설위원

    최근 영국에서 열린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 왕실의 전통에 따라 치러진 그 결혼식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동화 속 나라의 이야기 같은데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왕실이 주는 독특한 매력과 위엄 때문일 게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우아한 기품과 근엄함, 카리스마로 따지면 세계 어느 왕실 패밀리와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박 전 대표는 최근 몇년간 여야를 통틀어 여론조사 1위를 줄곧 지켜온 저력도 갖췄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천당 아래 분당’ 선거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승리하자 오히려 박 전 대표의 당내 입지는 더 탄탄해지는 듯하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지지표까지 박 전 대표로 쏠린다는 여론조사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이러니 4·27 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 내에서 박근혜 역할론이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지 모른다. 선거 전략상 틀린 얘기도 아니다. 대중적 지지도는 물론이고 좌절한 당을 추스릴 리더십을 그 이상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 참패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내가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이를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한나라당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동안 청와대만 바라보다 인기가 추락하니 이젠 박 전 대표만 쳐다보는 격이다. 이러다간 내년 총선에서 전멸할 것이라는 수도권 의원 등 대다수 의원들의 위기감이 부른 박근혜 구원투수론은 집권 여당·수권 정당으로서의 면모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치를 잘해 돌아앉은 국민의 마음을 잡겠다는 굳은 결의는 없다. 어떻게 하면 내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 수 있을까? 계파 간 기득권에만 골몰한다. ‘원칙공주’라며 사사건건 박 전 대표를 맹비난하던 홍준표 최고위원은 그중 압권이다. “지금은 박근혜 시대이고, 나는 박 전 대표의 보완재”라고 말했다고 하니 내년 총선 걱정이 턱밑까지 차 있음이 틀림없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 회초리를 든 것은 특정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우라는 메시지가 아니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데 대한 매서운 경고다. 변화·쇄신하라는 주문이다. 손 대표가 선거 후 “안 바꾸면 생존하지 못한다.”고 당의 혁신을 강조했다는데, 그것이 바로 국민의 뜻이다. 오로지 인기 스타에 기대어 표 구걸할 생각만 하는 한나라당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과거 1997년, 2002년 대선에서도 이회창 대세론에 안주하다 김대중·노무현 후보에게 정권을 내준 사실을 잊었는가. 박근혜라는 미래의 권력에 취해 당을 개혁하고 쇄신하지 않는다면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배신자의 이미지를 이번에 완전히 걷어내고 민주당의 유력 주자로 자리 잡은 손 대표는 그리 가벼이 볼 상대가 아니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힘이 있다.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텃밭 김해을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국민참여당 후보가 졌다고 유시민 대표가 납작 엎드릴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한번 졌다고 당이 부정당하는 건 아니다. 포기하지 않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손 대표와 유 대표가 야권 연대의 틀 안에서 각자 놀다 대선 직전 단일화에 성공해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후보가 야권 단일화로 드라마틱한 순간을 연출했던 것처럼 말이다. 한나라당은 이제라도 민심의 바다에 뛰어들어라. 한나라당과 청와대에 성난 민심이 어디로 물줄기를 틀지 모른다. 이 정권도 1년 10개월밖에 안 남았다.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청와대와 당의 관계, 당 운영 방식 등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다음 총선·대선에서 또다시 유권자들의 ‘응징 심리’가 발동할 수 있다. 도대체 한나라당은 어디서 구원투수를 찾고 있는가? bori@seoul.co.kr
  • ‘재보선 1번지’ 분당 乙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여야의 전략

    ‘재보선 1번지’ 분당 乙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여야의 전략

    4·27 재·보선에서 경기 성남 분당을은 최대 승부처다. 여야가 전·현직 대표를 내세웠다. 전국 선거가 됐다. 내년 정치 격변기를 앞두고 수도권·중산층 향배의 가늠자로 작용한다. 대선 전초기지로 떠올랐다. 분당을 지역의 표심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변화 곡선을 그리고 있다. 분당을 지역의 유권자 분포를 통해 표심 향배 및 여야의 전략을 분석했다. ●중산층·젊은층 비중 높아 ‘고급 실버 타운’이란 도시 이미지와 달리 젊은층도 많이 살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분당을 유권자 수는 16만 5094명이다. 이 중 20대(19세 포함)가 19.0%, 30대 23.3%, 40대 25.0%, 50대 16.3%, 60대 이상이 16.4%를 차지한다. 40대 이하가 67.3%나 된다. 젊은 층이 늘어난 것은 NHN과 같은 벤처기업이 대거 들어섰고, 주변에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같은 공기업도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무·관리·전문직과 전업주부, 자영업 등 중산층 비율이 70%를 웃돈다. 반면 50대 이상 장년층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측에 따르면 충청과 영남 출신 유권자가 상대적으로 많다. ●세대 투표 관건 보수층과 부유층의 주도적인 투표에 힘입어 한나라당이 분당에서 쌓아 온 ‘아성’은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균열이 생겼다. 과거 각종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가 분당에서 얻은 표차는 30~50%포인트 벌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성남시장 선거에서는 6.1%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이 같은 변화는 젊은 세대의 투표 참여가 가장 컸다. 서울신문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분당구 유권자 3만 7737명을 샘플로 조사한 투표율을 연령대별로 나눠본 결과 이 지역의 20대(19세 포함) 투표율은 46.9%로 전국의 같은 연령대 투표율 41.6%보다 높았다. 30대도 53.9%로 전국 투표율 46.2%보다 높았고, 40대 역시 60.2%로 전국 투표율 55.0%를 능가했다. 50대는 64.1%로 전국 투표율과 같았고, 60대 이상은 66.7%로 전국 투표율 69.3%보다 오히려 낮았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 지역 젊은 층들은 생활 이슈에서 보수적이지만, 정치 이슈에는 개혁적인 성향을 보이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고 풀이했다. ●중산층 맞춤 후보 경쟁 유권자 분포와 표심 추이를 종합하면 중앙 정치 이슈와 개인별 이해관계의 연관성, 인물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경기도지사와 성남시장 선거의 격차는 ‘중산층’ 자산 문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윈즈코리아의 박시영 부대표는 “성남시장 선거에서 성남과 광주, 하남의 통합 문제가 핵심 이슈였다. 이 지역 유권자가 강력하게 반대했던 점을 당선자가 공략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지역 개발보다 중산층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단순한 중산층 이슈가 아니라 정부 정책 가운데 개인의 이해 관계와 관련 있는 내용에 민감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노후 대비, 자산가치 하락, 중산층 복지 문제 등이다. 또 안정론과 심판론 등 구도보다 인물 경쟁력이 선거 변수가 되고 있다는 점도 추세로 꼽힌다. 지방선거 이후 이념 스펙트럼이 옅어진 대신 중산층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는 후보에 대해선 경계감을 누그러뜨리는 현상이 짙어졌다. ●강재섭, ‘나홀로 행보’ VS 손학규 ‘대안적 행보’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는 ‘지역 선거’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0월 은평을 보궐선거 당시 이재오 특임장관이 당 지도부에 “한강을 넘지 말라.”고 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강 전 대표는 “청와대와 당이 무사안일에 빠져 자멸하고 있다.”며 오히려 대립각까지 세운다. 먼저 청와대와 당을 비판해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을 차단하겠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강 전 대표의 선거사무소에는 토박이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만 눈에 띌 뿐 중앙당 인사는 찾아볼 수 없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40~50대 중산층 유권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도·합리적 특성을 자극하는 전략을 세웠다. 유난히 통합과 조화, 변화 등 미래지향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른바 ‘대안적 행보’를 택한 것이다. 한 핵심 측근은 “보수 성향이 강한 기본적 특성이 바뀌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과거처럼 남북관계에 민감한 올드 보수층은 줄었다.”고 말했다. 점퍼 대신 정장을 입고, 대규모 선거인단을 앞세우지 않으며 비전을 설득하는 방법을 택했다. 구혜영·이창구기자 koohy@seoul.co.kr
  • “내수시장 한계봉착… 중화권 손잡고 대륙시장 뚫어야”

    “내수시장 한계봉착… 중화권 손잡고 대륙시장 뚫어야”

    영화진흥위원회는 1999년 출범했다. 이곳을 거쳐 간 위원장은 7명. 이 가운데 5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그나마 최근 두 명(강한섭·조희문)은 1년여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영진위의 수장은 그만큼 험난한 자리다. 김의석(54) 신임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임기를 다 채우는, 끝날 때 웃으면서 나가는 위원장이 되겠다.”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 정권 들어 영화계는 신·구와 진보·보수 갈등으로 극심한 홍역을 앓았다. 영진위 정책은 외부 입김에 흔들렸고, 위원장은 노조와 각을 세웠다. 김 위원장이 선임 통보를 받은 건 공식발표 1시간 전. 5명의 후보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최종 추천되고 나서도 두 달 가까이 끈 선임이 막판까지 난항을 거듭한 셈이다. 1992년 데뷔작 ‘결혼이야기’로 흥행감독 대열에 오른 뒤, 2003년 이론가(영화아카데미 책임교수)로, 이번에는 영화계 구원투수로 변신한 김 위원장을 지난 1일 서울 청량리동 영진위 집무실에서 만났다. 지난 2년 동안 동맥경화증 환자의 혈관처럼 꽉 막힌 영진위와 영화계의 소통을 복원할 적임자인지 궁금했다. 막 첫걸음을 뗀 김 위원장은 “현장 출신인 데다 직무대행을 넉 달 한 만큼 다른 (후보)분들이 겪을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치권과 영화인들이 갈등 키워” →앞선 두 위원장이 불명예 퇴진했는데. -최근 1~2년 동안 영진위가 워낙 시끄러웠기 때문에 무거운 과제를 안고 시작한다. 전임 위원장들은 학계에 계신 분들이라 영화계와 괴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현장(감독) 출신은 ‘양날의 칼’이다. 현안에 밝은 건 장점이지만,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못할 수 있는데. -맞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최소한 상식이 통하는 상황으로 끌어오는 게 급선무다. 영화계와 거리를 좁히고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내가 영화인이란 점이 대화하고 행동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영화계의 신·구 및 좌·우의 갈등이 깊어진 원인은 뭘까. -정치권과 영화인들 모두 문제였다.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사수 투쟁 당시 영화계가 한목소리를 내면서 활력이 넘쳤다. 지금은 분열과 갈등이다. (10년 만에) 정권이 바뀌면서 생긴 구조적 요인과 함께 일부 영화인들이 이런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탓도 있다. →일부에선 위원장을 진보 성향으로 평가하던데. -개인적으로는 중도 실용이라고 생각한다. 실질적인 걸 좋아하고 치우치는 걸 싫어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비슷한 건가. -(코드를 맞추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순수한 의도로 말했다. →정치적 스펙트럼을 수치로 따진다면. -자꾸 그쪽으로 몬다(웃음). 굳이 따지면 ‘1’을 보수, ‘10’을 진보라고 할 때 ‘6’ 정도가 아닐까. ●“중국 시장 진출, 선택 아닌 필연” →중국 시장 진출을 강조했는데.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다. 내수시장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한국 영화의 몸집을 줄이지 않으려면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중국은 지난해 초 3차원(3D) 스크린이 1000개였는데 연말에 2500개로 늘어났다. 전체 스크린은 8000개인데 5년 뒤엔 3만개로 미국을 넘어선다. →계량적 접근 아닌가. 현실성은 어느 정도인가.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해적판이 중국에서 1억 5000만장 팔렸다. 그 명성으로 장쯔이와 궁리가 주연하는 200억원짜리 영화 ‘양귀비’를 곽재용 감독이 맡는다. 돈과 인프라(극장), 관객은 있는데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다. ‘중국의 강제규’쯤 되는 펑샤오강(馮小剛) 감독도 컴퓨터그래픽(CG)이나 특수효과 스태프를 한국에서 데려와 작업한다. 하지만 스태프나 감독이 인건비를 받아 오는 수준으로는 곤란하다. 중국 영화계에서 주목하는 한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월급쟁이가 아닌 (지분이 있는) 주인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공동제작·투자를 해야 (한국 영화의) 시장이 확대되고 고용도 창출된다. 중국에서 개봉하는 외국 영화는 한해 평균 30편 정도인데 이 시장을 뚫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중국·타이완 등과 합작해 (외국 영화) 쿼터를 피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어느 쪽이든 서둘러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데 최근 2~3년간 영진위가 엉뚱한 데 발목이 잡혀 시간을 흘러보낸 게 안타깝다. →최고은씨 죽음으로 시나리오 작가의 현실과 업계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대책은. -영진위가 온라인에서 운영하는 ‘시나리오 마켓’이 원상복구된다. 지난해 국회에서 (올)예산에 반영이 안 됐는데 최씨의 죽음으로 예산이 되살아났다. 지난해 3억원에서 올해 5억원으로 늘 것 같다. 기획개발비(원작비·대본비 등) 지원을 영화계에서 간절하게 요구했는데 이 예산도 되살아날 것 같다. 제작비 4억~20억원짜리 영화에 편당 6000만원 정도를 세컨드급 이하의 스태프 인건비로 지원하는 사업을 새로 진행한다. 제작사가 영진위에서 지원을 받은 덕에 아낀 돈의 절반을 다음 영화의 기획개발비로 재투자해 결국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다. ●“독립영화관 직영도 재검토” →지난해 정책 방향이 ‘간접·사후 지원’ 원칙으로 선회하면서 지원이 축소된 독립영화계의 반발이 큰데. -독립영화 제작 지원비 7억원은 올해 유지된다. 지난해 예술영화 제작 지원 항목으로 지원됐던 32억여원이 인건비 지원 형식으로 대체됐다. 예술영화 몇 편을 사전 지원하던 것에서 50편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뀐 셈이다. 독립영화 제작 여건이 어렵고, 영진위가 살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미국에서 뛰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 추신수의 얘기가 적절한 비유가 될 듯싶다. 처음 마이너리그에 갔을 때는 빵·우유·잼이 전부였는데, 한 단계 더 올라가니 잼의 종류가 늘어나고,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니 5개국의 뷔페가 제공됐다더라. 영화계도 선순환 구조를 이루려면 마이너와 메이저리그가 공존해야 한다. 단 마이너리그는 마이너리그다워야 한다. →전임 장관(유인촌)·위원장(조희문) 체제에서 간접 지원 방식으로 바꾼 틀은 그대로 둘 것인가. -지원만 정확하게 했으면 사실 문제될 건 없었는데…. 2012년 사업계획을 세울 때 제로베이스에서 현장 의견을 취합해 다시 고민하겠다. 논란을 빚었던 독립영화전용관 직영과 축소된 영화아카데미 기능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03년 영화 ‘청풍명월’을 끝으로 뜸했다. 현장에 대한 미련은 없나. -이후 줄곧 영화아카데미 교수를 했다. 상업영화 연출을 병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또 다른 숙제다. 평생 해온 게 영화밖에 없다. 3년 임기를 마친 뒤 어떤 형태든 (영화를) 찍을 것이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이종원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김의석 영진위원장은… ▲1957년 전북 군산 ▲휘문고-중앙대 연극영화과-한국영화아카데미 1기 ▲주요 작품: 결혼이야기(1992), 그 여자 그 남자(1993), 총잡이(1995), 홀리데이 인 서울(1997), 북경반점(1999), 청풍명월(2003)
  • [고전 인물로 다시읽기] (1) 글쓰기 ‘프리랜서’ 연암 박지원

    [고전 인물로 다시읽기] (1) 글쓰기 ‘프리랜서’ 연암 박지원

    ●두 개의 미스터리 하나 1792년 10월 19일 정조는 동지정사 박종악과 대사성 김방행을 궁으로 불러들인다. 청나라에서 들어오던 명청소품 및 패관잡서에 대해 강경하게 수입을 금지하는 조처를 내리기 위해서다. 동시에 과거를 포함하여 사대부 계층의 글쓰기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실시된다. 타락한 문풍을 바로잡고 고문(古文)을 부흥시킨다는 명분 하에 정조와 노론계 문인들이 첨예하게 대립한 이 사건이 바로 ‘문체반정’이다. 사건이 한창 무르익을 즈음, 정조는 느닷없이 이렇게 말한다. “근자에 문풍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박지원의 죄다. ‘열하일기’를 내 이미 익히 보았거늘 어찌 속이거나 감출 수 있겠느냐?” 열하일기가 세상에 나온 지 이미 10여년이 지났고, 당시 연암은 개성 근처 연암협에서 조용히 노년을 보내는 중이었다. 근데, 열하일기가 사건의 배후라고? 웬 뒷북? 아니면 국면전환용 포즈? 둘 “예로부터 훌륭한 글은 얻어보기 어려운 법/ 연암 시를 본 이 몇이나 될까?/ 우담바라 꽃이 피고 포청천이 웃을 때/ 그때가 바로 선생께서 시를 쓸 때라네”-연암 그룹의 일원인 박제가의 시다. 3000년에 한번 핀다는 꽃 우담바라. 살아서는 서릿발 같은 재판으로 유명하고 죽어선 염라대왕이 되었다는 포청천. 그가 웃는다고? 차라리 황하가 맑아지기를 바라는 게 나을 터. 그렇다! 연암은 시 짓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한시가 사대부 교양의 척도였던, 하여 저 이름 없는 향촌의 선비들까지 수백, 수천 수를 남기던 그 시대에 연암은 고작 평생 50수 정도를 남겼을 뿐이다. 대체 왜? ●청년기 - 우울증과 탈주 연암 박지원. 1737년(영조 13년) 2월 5일 새벽. 서울 서소문 밖 야동에서 태어났다. 노론 일당독재 시절에 노론 벌열가문에서 태어났고, ‘붓으로 오악을 누르리라.’는 꿈의 예시까지 받았으니 일단 출생은 고귀했던 셈이다. 초상화로 보건대 거구에다 카리스마 또한 장난이 아니다. 명문가의 천재에게 주어진 코스란 과거를 통한 입신양명뿐. 하지만 연암의 생애는 그 입구에서부터 꼬여버린다. 십대 후반 한창 과거공부에 매진할 즈음,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청년 연암은 저잣거리로 나선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분뇨장수, 건달, 이야기꾼 등 수많은 ‘마이너 그룹’과 접속한다. 이들에 대한 ‘톡톡 튀는’ 기록이 처녀작 ‘방경각외전’이다. 우울증과 ‘마이너리그’, 그리고 글쓰기. 이 일련의 체험 속에서 연암은 돌연 과거를 포기한다. 평생 권력의 외부에 남기로 작정한 것이다. 이 또한 미스터리다. 대체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이런 탈주를 감행케 한 것일까? 흔히들 정쟁의 격화 때문이라 여기지만 과연 그럴지는 미지수다. 만약 그 때문이라면 이 청년의 기질상 오히려 현실참여 의지가 솟구쳐야 더 자연스럽지 않겠는가. 그보다는 기본적으로 그는 격식과 관습에 매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타고난 천재가 까다로운 격률이 싫다며 한시를 그토록 멀리했으니, 이보다 더 명확한 증거가 어디 있으랴. 말하자면 그는 ‘본 투 비 프리랜서’였던 것. 우울증은 이런 ‘원초적 본능’을 일깨워주기 위해 ‘신이 보낸 선물’이 아니었을지. ●‘백탑청연’ - 18세기 소셜 네트워크 사대부 문인이 과거를 포기하면 남는 건 시간이다. 연암은 그 시간들을 사유와 글쓰기로 충만하게 채웠다. 더 중요한 건 그 모든 것을 ‘벗’들과 함께했다는 것. ‘친구에 살고 친구에 죽는’ 그의 평생의 철학 또한 타고난 기질에 속한다. 문중별, 당파별 강학이 일반적이었던 시절, 연암은 당파와 신분을 가뿐히 뛰어넘는 ‘우정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근거지는 다름 아닌 백탑(탑골 공원). 이덕무, 박제가, 정철조 등 다양한 벗들과 더불어 백탑 근처에 모여 살면서 밤마다 맑고 드높은 지성의 향연을 누렸다. 이름하여 백탑청연! 그들이 주고받은 지식의 스펙트럼은 실로 드넓다. ‘시서예화’는 기본이고, 천문지리에서 기술문명에 이르기까지 한마디로 ‘인생과 우주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 포함되었다. 그런 점에서 백탑청연은 18세기 지성사의 ‘소셜 네트워크’였던 셈. ‘청 문명으로부터 배우자!’는 북학의 이념이 탄생된 것도 거기였고, 소품문과 척독(편지글)을 통해 고문의 기반을 뒤흔드는 문체적 실험이 일어났던 것도 그 장에서였다. 그리고 그 실험의 결정판이 바로 열하일기다. ●“살았노라, 그리고 열하일기를 썼노라!” 1780년, 연암의 나이 44세, 마침내 그토록 열망하던 중국여행의 기회가 다가왔다. 삼종형 박명원을 따라 청나라 건륭황제의 만수절 축하사절단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애초 목적지는 연경이었다. 압록강에서 연경까지는 무려 2300리. 때는 바야흐로 폭우에 무더위가 교차하는 한여름이다. 천신만고 끝에 연경에 도착했건만 황제는 연경에 있지 않았다. 동북부 변방의 피서지, 열하에 가 있었던 것. 그리고 한밤중 당장 열하로 들어오라는 황제의 명령이 도착한다. 이리하여 연암과 그의 일행은 조선 역사상 처음으로 고북구 장성을 넘는다. 그것도 ‘무박나흘’의 살인적 여정으로. 이 지독한 고난이 그의 글쓰기 본능을 촉발했던 것일까. 이 여정에서 불후의 문장들이 쏟아져 나온다. 5000년래 최고의 문장이라는 ‘야출고북구기’(夜出古北口記), 생사의 문턱을 넘으면서 마침내 도를 깨달았다는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코끼리를 통해 우주의 이치를 터득하는 ‘상기’(象記) 등등. 열하일기가 일으킨 파급력은 실로 뜨거웠다. 당장 태워버려야 한다는 극단적 ‘안티’에서 천고의 기이한 문장이라는 열렬한 찬사까지. 그래서인가. 열하일기는 조선왕조가 끝날 때까지 공적으로 간행되지 못했다. 오직 필사본으로 떠돌면서 수많은 버전들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호학군주였던 정조는 충분히 감지했으리라. 고문에서 소품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의 글쓰기가 성리학적 지반에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그런 점에서 문체반정 때 열하일기를 배후로 지목한 것은 ‘뒷북’도, ‘쇼’도 아니었다. 열하일기 없이 18세기 지성사를 논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해졌음을 왕의 입으로 직접 증언해준 것일 뿐이다. 연암은 묘비명의 대가였다. 특히 그 중에서도 누이와 홍대용, 정철조에 대한 묘비명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레퀴엠’에 해당한다. 하지만 웬일인지 정작 연암 자신에 대한 묘비명은 없다. 이 또한 미스터리다. 안 쓴 것인지 못 쓴 것인지. 아무튼 지금이라도 누군가 그에 대한 묘비명을 쓴다면, 아마도 이 한 줄이면 족하리라. “살았노라, 그리고 열하일기를 썼노라!” ●연암 vs 다산 - 그들은 만나지 않았다! 18세기는 별들의 시대였다. 조선의 르네상스를 선도한 정조의 시대이자 연암의 시대였고, 또한 다산의 시대였다. 이 화려한 ‘스타워스’에는 아주 놀라운 수수께끼가 하나 숨어 있다. 연암과 다산, 조선 후기 실학사에서 한쌍의 커플처럼 따라다니는 이 두 거성이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 둘 다 서울 사대문 안에 거주했을뿐더러 정조를 중심으로 늘 양편으로 분립했던 두 파벌(연암그룹/ 다산학파)의 대표주자였으며, 더 구체적으로는 연암의 절친들이 다산과도 깊은 교유를 했었는데도 말이다. 더 놀랍게도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둘은 전혀 상이한 궤적을 밟았다. 연암이 일찌감치 권력의 궤도로부터 이탈해갔다면, 다산은 정반대로 권력의 중심을 향해 달려갔다. 재야 남인 출신임에도 그는 정계에 입문한 이후 정조의 신임을 한몸에 받은 ‘왕의 남자’였다. 그 엇갈림이 극단적으로 연출되었던 사건이 바로 문체반정이다. 보다시피 연암은 배후조종자로 찍힌 반면, 다산은 정조의 입장을 옹호하는 격렬한 상소를 올린다. “국내에 유행되는 것은 모두 모아 불사르고 북경에서 사들여 오는 자를 중벌로 다스리라.”는. 요컨대, 그 둘은 평행선이었다. 평행선은 만나지 않는다. 하지만 둘은 헤어지지도 않는다! 만나지도, 헤어지지도 않는 이 운명적 조우 속에서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배경이 된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고 했던가. 어디 친구만 그런가. 적을 봐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연암은 실로 인복을 타고난 인물이다. 평생을 벗들과의 교유 속에서 살았고, 사후엔 이토록 강력한 라이벌을 짝으로 삼을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이 모든 지복은 그가 평생을 권력의 외부에서 글쓰기의 향연을 누렸기에 가능했던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고미숙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숨겨진 조선여성史 벗기다

    1998년 경북 안동시 정상동에서 미라 상태의 이응태(1556~1586)와 함께 미투리 한 켤레, 그리고 편지 한 통이 발견된다. 미투리는 이응태의 아내 ‘원이 엄마’가 병마에 시달리던 남편을 위해 머리카락을 한올 한올 꿰 만든 것이라 전해진다. 어서 훌훌 털고 일어나 미투리를 신고 돌아다니라는 뜻이었을 터다. 하지만 아내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이응태는 미투리를 한번도 신어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뜨고 만다. ‘원이 엄마’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절절하게 담긴 한글 편지를 미투리와 함께 남편의 품에 넣어 줬고, 412년이 흐른 뒤 한 양반가의 묘를 이장하던 중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만약 묘지 이장 중에 편지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필경 ‘원이 엄마’는 세상에 그 존재조차 알리지 못한 채 사라졌을 게다. ‘조선의 여성, 역사를 말하다’(정해은 지음, 너머북스 펴냄)는 이처럼 조선시대를 살았던 25명의 여성과 무명의 여성들에 대한 보고서다. 어우동과 장녹수, 혜경궁 홍씨, 허난설헌, 황진이 등 잘 알려진 여성도 있지만 신태영, 신천 강씨, 이숙희, 남평 조씨, 계월향, 한계 등 낯선 얼굴들도 많다. 조선시대 여성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방식으로 삶을 꾸려 나갔을까. 저자의 지향점은 두 가지로 모아진다. 하나는 여성을 통해 조선시대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의 여성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스펙트럼을 여는 것이다. 왜 조선은 정절을 요구하면서도 첩에 대해 관대했는지, 학문하는 여성들의 계보는 어떻게 이어졌는지, 왕실 여성들의 야망과 희망은 어떻게 굴절되었는지 등 각종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간과했던 조선의 다른 역사상과 조우하게 된다. ‘원이 엄마’ 편지에는 남편을 ‘자내’(자네)라고 부르는 표현이 모두 열네 번 나온다. 문장을 끝맺는 어투도 친구나 아랫사람에게 말하듯 ‘~소’, ‘~네’라고 했다. 익히 알려진 원이 엄마 편지의 고전적인 여성상과 적잖이 궤를 달리하고 있다. 신천 강씨의 편지에는 양반가 여성이 남편 때문에 얼마나 속을 끓였는지 구구절절 나오고, 미암 유희춘의 부인 송덕송(1521~1577)이 남편에게 쏟아내는 솔직한 언사와 당당함은 조선시대 부부 간에 내외를 했었는지 의아할 정도다. 이렇듯 여성들의 ‘숨겨진 역사’는 여느 연대기 자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실(史實)이다. 생활 속 역사인 셈이다. 이렇게 찾아낸 또 다른 역사상은 생경한 만큼 소중하다. 1만 55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영화프리뷰] ‘언노운’

    [영화프리뷰] ‘언노운’

    학회 참석을 위해 아내(재뉴어리 존스)와 함께 독일 베를린에 온 식물학자 마틴 해리스(리암 니슨) 박사는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야 공항에 여권이 든 서류가방을 놓고 온 사실을 알아챈다. 서둘러 공항으로 돌아가던 길. 그가 탄 택시는 의문의 교통사고로 강물에 처박힌다. 택시기사(다이앤 크루거)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그는 72시간 만에 의식을 되찾아 호텔로 찾아간다. 하지만 웬걸, 사랑하던 아내는 그를 모르는 사람 취급한다. 설상가상 아내의 곁에는 처음 보는 남자(에이든 퀸)가 남편 행세를 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슬슬 그를 미친 사람으로 내몬다. 극도로 혼란스러운 순간, 괴한들이 그의 목숨을 노린다. 영화 ‘언노운’(Unknown)은 이름과 직업은 물론, 아내에게까지 존재를 부정당한 남자가 벌이는 사투를 담고 있다. 샌드라 불럭의 ‘네트’(1995)를 비롯해 할리우드가 ‘골백번’은 우려먹은 설정이지만 이 영화가 차별성을 갖는 지점이 두 가지 있다. 우선 ‘테이큰’(2008)으로 늦깎이 액션 본능을 뿜어낸 영국의 연기파 배우 리암 니슨 덕에 비슷한 소재의 영화와는 다른 재미를 가진다. 니슨은 ‘테이큰’에서 인신매매단에 납치된 딸을 구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전직 CIA 요원을 맡았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특수효과에 기대지 않은 맨몸 액션을 뽐냈다. 두들겨 맞기도 하지만, 여전히 몇명 정도는 거뜬하게 제압한다. 마치 20~30살쯤 더 먹은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맷 데이먼)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환갑을 앞둔 니슨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돋보이는 역할들은 20세기 초반 영국에 맞선 아일랜드의 영웅 콜린스(‘마이클 콜린스’)나 2차대전 당시 1000여명의 유대인을 구해낸 오스카 쉰들러(‘쉰들러 리스트’)처럼 선 굵은 역사적 인물이다. 하지만 ‘스타워즈 에피소드 2-클론의 습격’ 같은 블록버스터나 ‘러브액추얼리’ 등 멜로까지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다. ‘언노운’의 또 다른 매력은 요즘 할리우드에서 보기 드문 억지스럽지 않은 반전이다. 워너브러더스 측은 스포일러 유출을 막기 위해 전 세계 주요 국가의 동시개봉을 결정했다. 물론 액션만 놓고 보면 ‘테이큰’에 못 미친다. 하지만 정체를 뒤늦게 깨달은 니슨은 짧지만 굵직한 맨몸 액션의 정석을 보여준다. ‘오펀:천사의 비밀’로 가능성을 보인 하우메 콜레트 세라 감독의 연출 솜씨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17일 개봉. 113분. 15세 관람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안방극장 女人天下 여왕타이틀은 하나

    안방극장 女人天下 여왕타이틀은 하나

    아이돌 스타들의 어설픈 연기 연습은 끝났다. 이제 안방극장에는 관록 있는 여배우들의 진검 승부가 펼쳐진다. 약속이나 한 듯 방송3사는 여주인공을 앞세운 대작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여배우들의 격전장이 될 상반기 드라마 시장에서 ‘여왕’의 자리에는 누가 오를 것인가. 김희애·염정아 재계거물 카리스마 격돌 우선 김희애(44)와 염정아(39)의 카리스마 대결이 눈에 띈다. 요즘 방송가에서는 ‘선덕여왕’(MBC)과 ‘대물’(SBS)에서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인 ‘고현정 효과’로 인해 30~40대 여배우에 대한 기대심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 김희애와 염정아 모두 공교롭게도 극 중 재계 거물로 나와 경쟁 구도를 더 달군다. 김희애는 ‘아테나:전쟁의 여신’ 후속으로 오는 28일 첫 방송되는 SBS 월화 드라마 ‘마이더스’로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증권가를 배경으로 기업 간 인수, 합병을 다룬 드라마다. 김희애는 재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유인혜 역을 맡았다. ‘내 남자의 여자’, ‘완전한 사랑’, ‘눈꽃’ 등 주로 통속극에 출연했던 김희애는 이번 드라마에서 경영학 석사(MBA) 출신으로 미국 월스트리트를 거친 전문사업가로 나온다. 돈과 야망을 좇는 캐릭터다. 김희애의 연기 변신과 더불어 영화 ‘타짜’의 강신효 감독이 드라마 연출을 맡은 점도 화제다. 염정아는 새달 2일 첫 방송되는 MBC 수목 드라마 ‘로열패밀리’에서 재벌 총수로 출연한다. 재벌가에서 그림자처럼 살다가 역경 끝에 결국 총수 자리에 오르는 김인숙 역할이다. ‘장화, 홍련’, ‘범죄의 재구성’, ‘소년, 천국에 가다’ 등 영화에서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 염정아는 “드라마는 ‘워킹맘’ 이후 3년 만”이라면서 “그동안 충전된 에너지와 열정을 김인숙 캐릭터에 아낌 없이 쏟아붓겠다.”고 공언했다. 작가 대결도 흥미진진하다. ‘마이더스’는 ‘올인’의 최완규 작가가, ‘로열패밀리’는 미실 캐릭터를 탄생시킨 ‘선덕여왕’의 김영현·박상연 작가와 ‘종합병원2’의 권음미 작가가 각각 극본을 맡았다. ‘마이더스’의 김영섭 SBS 책임 프로듀서는 “과거 정·재계를 다룬 드라마의 주인공이 대부분 남성이었지만, 최근 전문직 여성들의 사회 진출 영역이 늘어나는 시류를 반영했다.”면서 “특히 30~40대 여배우들은 연기 신뢰도가 높고, 작품 해석력도 뛰어나 (드라마를) 믿고 맡길 만하다.”고 말했다. 김민정·한혜진 차세대 연기파 女優 탄생 예고 20~30대 젊은 여배우들도 가세했다. ‘프레지던트’ 후속으로 오는 23일 첫 방송되는 KBS 수목 드라마 ‘가시나무새’는 한혜진(29)과 김민정(29)의 연기 대결이 관심을 모으는 작품. 성공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다른 선택을 한 두 여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제중원’ 이후 1년 만에 안방극장에 모습을 비추는 한혜진이 운명에 맞서 싸우는 여주인공 서정은 역을 맡았다. 지금은 보육원 출신의 단역배우이지만 언젠가 스타가 돼 생모를 찾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바람에 흔들려도 꺼지지 않는 등불 같은 여자다. 김민정은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지만 출생의 비밀을 알고 난 뒤 세상을 향해 복수심을 불태우는 팜므파탈 한유경 역을 맡았다. ‘장밋빛 인생’, ‘미워도 다시 한번’을 흥행시킨 김종창 PD가 연출을 맡았다. 김 PD는 “두 캐릭터의 선악 대비가 워낙 뚜렷한 데다 두 배우가 역할에 100% 몰입해 차세대 연기파 여배우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요원·남규리 상큼발랄 매력 대결 ‘싸인’ 후속으로 3월 방송 예정인 SBS 수목 드라마 ‘49일’은 이요원이 여주인공으로 나선다. ‘선덕여왕’ 이후 1년 4개월 만에 복귀하는 이요원은 최근 첫 촬영에 돌입했다.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한 여인의 영혼이 가족을 제외하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세 사람의 눈물이 있으면 회생할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송이경(이요원)이 혼수 상태에 빠진 예비신부 신지현(남규리)의 영혼에 빙의되면서 겪는 일화가 중심 축이다. 전작에서와 달리 이요원은 밝고 명랑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김수현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로 연기자 신고식을 치른 아이돌 가수 출신 남규리도 미니시리즈에 첫 도전해 눈길을 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끊임없이 연기력 논란을 일으키는 아이돌 스타들의 미흡한 연기에 지친 시청자들이 확실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을 갈구하고 있다.”면서 “모처럼 (안방극장에) 전진 배치된 여배우들의 활약이 충무로에도 자극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새 영화계는 ‘여배우 수난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남자배우 중심의 작품이 주를 이뤘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열린세상] 박근혜 싱크탱크의 출범을 바라보며/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박근혜 싱크탱크의 출범을 바라보며/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발기인으로 참여한 국가미래연구원이라는 싱크탱크의 출범이 정치권의 화제가 되고 있다. 참여인사들의 면면이 주목을 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야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쏟아내는 국가미래연구원에 대한 언급들이 연일 기사화되고 있다. 부실하고 일관성 없는 정책의 폐해를 직접 경험한 국민들로서는 정책을 연구하겠다는 유력 대권주자의 싱크탱크 출범에 거는 기대가 크다. 국가미래연구원 출범 후 상승한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은 이러한 국민들의 기대를 반영한다. 싱크탱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적지 않다. 한국 정치사에서 크고 작은 싱크탱크들이 있어 왔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새로운 시대 속에서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싱크탱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선진국의 싱크탱크와는 다르다. 먼저 한국의 싱크탱크는 사조직에 가깝다. 한국의 싱크탱크는 정책이나 이념중심이라기보다는 정치인 개인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데 활용되어 온 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한국의 전문가 집단은 유력한 개인을 중심으로 모였다가, 정치인 개인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 사라져 왔다. 이것은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과 브루킹스 연구소가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대표하며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정책 방안을 제공해 왔다는 사실과는 대조적이다. 한국도 2004년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을 계기로 여의도연구소, 국가전략연구소 등 정당을 중심으로 한 싱크탱크가 설립되었으나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용 정책개발 집단의 면모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또한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대부분 비영리법인으로 외부 기부금이나 설립자가 출연한 재단을 토대로 운영되어 특정 개인의 정책목적이나 이념적 편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에 반해 한국의 싱크탱크는 정치인 개인의 지원에 의존하는 열악한 재정 상태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싱크탱크가 건설적인 비판이나 합리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지적 독립성을 갖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싱크탱크의 역할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그동안 싱크탱크는 정치인 개인의 세를 과시하거나 정치적 목적에 영합하는 논리를 개발하는 ‘장식용’으로 활용되어 온 점이 없지 않다. 일부 정치인들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정치적 감이 떨어지거나 대중적 인기를 확보하는 데 부적합하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정치인 스스로 현안에 대해 올바른 입장을 취하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을 활용하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전문가들 스스로도 싱크탱크에 참여하는 동기를 되돌아 보아야 한다.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갈고 닦은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싱크탱크에 참여하는 것이 매력적일 수 있다. 하지만 학문의 현실정치 참여보다는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싱크탱크에 참여한다는 비판 역시 귀 기울여야 한다. 선거 때마다 뚜렷한 신념 없이 정당, 인물, 후보를 바꿔 가며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교수들이 이러한 비판을 부추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싱크탱크는 대화하고 협업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현대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은 협업을 통한 문제해결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소수 전문가들의 개별지식만으로는 제대로 된 정책을 개발하기 힘들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좋은 정책들은 개별 전문가의 정책개발이 아닌 전문가 간, 전문가와 대중 간의 소통과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 역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경제수준과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고려하면 싱크탱크의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싱크탱크 출범을 계기로 한국의 미래를 위한 좋은 정책들이 개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것은 베버의 말대로 균형감각과 책임의식을 갖춘 전문가들이 특정 정치인과 개인적인 권력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정치적 이념과 국가의 비전을 구현하는 정책개발에 관심을 가질 때 가능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싱크탱크 참여자들이 정권창출의 대가로 권력의 요직에 진출하려는 야망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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