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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가수 비와 ‘아테네의 변명’/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문화마당] 가수 비와 ‘아테네의 변명’/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악법도 법이다.’ 2400년 전 아테네의 현자 소크라테스가 사형선고를 받아 독배를 들면서 외쳤다는 유명한 말이다. 실제로 소크라테스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의 마지막 말은 ‘법 앞의 만민 평등’과 ‘법 수호’의 대명사처럼 전해진다.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들기 전 탈옥을 권유하는 제자들을 냉정하게 물리쳤다고 한다. “내가 행한 모든 선을 인정해 국가의 비용으로 내게 공짜 저녁을 영원히 제공하라. 나는 당연히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한다.” 죽음 직전까지 자신의 떳떳함을 항변한 소크라테스는 그래서 최초의 ‘이데올로기 순교자’로 불린다. 고대에 그토록 찬란한 민주주의를 꽃피웠다는 아테네는 왜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아갔을까. 당시 아테네의 상황을 침착하게 들여다보면 ‘희생양’이요 ‘억울한 죽음’이라는 후대인들의 판단이 엉뚱하지만은 않다. 스파르타와의 거듭된 전쟁에서 패해 두 차례나 군사정변이 일어났고 거액의 전쟁 배상금을 무느라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진 아테네였다. 위정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거리를 누비며 아테네 정치를 비판하기 일쑤였던 소크라테스가 곱게 보일 리 없었을 것이다. 지금 말로 치자면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일등의 해악이자 눈엣가시라고나 할까. 결국 새로운 신을 만들고 젊은이를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사형선고를 내린 그 처사는 흔히 ‘아테네의 변명’으로 치부되곤 한다. 새해 벽두부터 연예계가 대형 스타들의 잇단 일탈과 자살 사건으로 혼란스럽다. 탈세사건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강호동의 복귀가 입초시에 오르더니 군인 복무규정을 어기고 김태희와 밀애를 즐겼다는 가수 비가 뭇매를 맞고 있다. 네티즌의 악플을 못 견딘 최진실 전 남편 조성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비난이 빗발친다. 그리고 그 돌팔매질과 비난의 이유는 대체로 ‘공인’ 신분이라는 인기 스타들의 도덕심 증발로 모아진다. 언제부터인가 인기 연예인 스스로가 매기고 일반인들도 대충 그렇게 인정하는 ‘공인’ 신분의 망각에 대한 공격인 셈이다. 일반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특별한 그들은 각별히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는 보편적인 인심의 폭발이라고나 할까. 연일 도마에 오르는 그 일탈의 ‘공인’들을 두둔하고 변명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문제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때문에 유독 ‘똑바로 살아야 한다’는 그 불평등의 요구이다. 튀는 행동과 언변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소크라테스에게 독배를 들라고 아우성쳤던 그 아테네 사람들과 뭐가 다를까. 국가가 법으로 인정한 진짜 ‘공인’들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까. 그 불평등의 요구를 쏟아내기에 앞서 ‘내 눈의 들보를 먼저 치우라’고 하면 무리한 주문일까. ‘공직자 윤리법’이나 ‘삼진아웃제’, ‘부패와의 전쟁’ 같은 것들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나 자신의 도덕 불감은 뒤로 물린 채 남에게만 화풀이를 해대는 ‘한국의 변명’은 2400년 전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아간 ‘아테네의 변명’보다 더 가증스럽다. kimus@seoul.co.kr
  • 서서울생활과학고 유학반의 ‘반란’은 계속된다

    서서울생활과학고 유학반의 ‘반란’은 계속된다

    구로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서서울생활과학고의 유쾌한 반란이 계속되고 있다. 구는 26일 전문계고인 궁동 서서울생활과학고에서 내년도 미국 주립대 입학생 11명을 배출했다고 밝혔다. 서서울생활과학고는 2008년 7명, 2009년 8명, 2010년 9명, 지난해 8명, 올해 8명을 미국 주립대에 입학시킨 바 있다. 해마다 입학생이 늘고 있는 것. 이로써 이 학교에서 배출한 미국 주립대 합격생은 51명이 됐다. 이 학교는 국제정보과학과, 국제관광과, 시각디자인과, 실용음악과, 생활체육과, 국제뷰티아트과, 국제조리학과 등의 실용학과를 위주로 운영된다. 이 학교가 해마다 미국 유명 주립대 합격생을 배출하는 비법은 ‘유학반’에 있다. 전문계고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바꾸고 싶었던 황정숙 교장은 2006년 9월 “영어를 잘하면 실용학과 학생이 유학을 가기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유학반을 만들었다. 40명의 성적 우수 학생이 모여들었다. 학교는 영어 원어민 강사를 채용해 원어민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영어 능력을 향상시켰다. 오후 5시까지 전문 자격증 취득을 위한 특별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10시까지 스파르타식 영어 강의를 받았다. 학생들의 피로도를 고려해 한 시간은 자율학습을 하면서 상담을 하는 과정도 만들었다. 학생들에게 노트북을 지급하기도 했다. 유학반 교사와 학생들은 휴일도 거른 채 피나는 노력을 이어갔다. 학생들은 자격증 취득을 위한 특별수업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학교는 2008년 9월 영어전용학습관을 갖춘 ‘국제교육관’을 만들어 투자를 강화했다. 구로구는 2008년부터 5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해 진학 취업 프로그램 운영, 자율학습실 설치를 도왔다. 구는 서울 자치구 상위권인 교육예산을 적극 활용해 지역 우수 학교 및 장학금 지원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영어유치원 교사 “내 아이는 절대 안 보낸다”

    영어유치원 교사 “내 아이는 절대 안 보낸다”

    “미안하지만 내 아이라면 절대로 영어유치원에 안 보낸다. 연간 수천만원을 퍼붓지만 효과는 영 아니라고 본다.” 서울 강남의 영어유치원 교사인 A(28·여)씨는 조심스럽게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한국말도 못 하는 애들한테 스파르타식으로 영어를 주입하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당장은 효과가 있어 보여도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반드시 탈이 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치원도, 가르치는 교사도 다 알지만 유치원생 한명 한명이 전부 돈이니 이런 말을 입 밖에 꺼내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영어권 국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A씨는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한다. 치맛바람이 세기로 유명한 강남 영어유치원에서 근무한 지도 3년. 제법 잘나가는 강사다. A씨가 근무하는 영어유치원은 월 수강료가 200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대기 번호를 받아야 할 정도로 인기다. 그는 “3살반 면접에는 기저귀를 차고 오는 18개월짜리 아기도 있다.”며 강남 속 영어 광풍을 설명했다. A씨는 “4~5살 아이에게 금요일에 단어장을 주고 월요일에 스펠링을 쓰는 쪽지시험을 본다.”면서 “그 정도로 혹독하게 가르치다 보니 2년차 6살반은 영어로 수필을 쓰고 3년차 7살반은 영자 신문까지 읽는다.”고 말했다. 부모의 욕망과 경제력이 만든 영어 수재다. A씨는 절뚝발이 교육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영자 신문은 줄줄 읽는 애들이 정작 한글은 제대로 못 읽으니 기본적인 사고 능력도 또래보다 떨어진다.”면서 “수학, 과학 등도 전부 영어로 배우다 보니 막상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한글로 배우는 수업을 헷갈려 한다.”고 말했다. 우남희 동덕여대 아동학과 교수 연구팀이 영어유치원에 1년 6개월 이상 다닌 아이와 영어를 접하지 않은 공동 육아 시설 아이의 창의력을 비교한 결과 언어 창의력 면에서 공동 보육 어린이는 평균 92점을, 영어유치원 어린이는 평균 68점을 받았다. 실효성은 있을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영어학원 교수부장이었던 김나겸씨는 그의 저서에서 “5살 아이가 2년간 습득한 영어를 초등학교 1학년은 6개월이면 터득한다.”면서 “5살부터 영어유치원에 다닌 아이나 1학년부터 배운 아이나 금세 같은 레벨에서 만난다.”고 지적했다. 언어연구학회에 발표된 논문 ‘조기 영어교육 관련 논쟁’(이하원·채희락)은 “한국처럼 영어를 제2언어로 학습하는 환경에서는 학습 연령보다는 인지 발달 수준, 영어 노출 시간, 집중도 등이 영어 능력 향상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렸다. 우 교수는 “너무 어릴 때 영어를 가르치면 사고 발달이 저해되고 창의력도 굉장히 낮아진다.”고 경고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하프타임]

    구로다 팀 잔류… 류현진에 호재 미프로야구 뉴욕 양키스는 21일 일본인 투수 구로다 히로키(37)와 1년 재계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계약 조건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ESPN은 연봉 1500만 달러(약 162억원)에 100만 달러 이내의 옵션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구로다 영입을 추진했던 LA다저스로선 류현진(25·한화)과의 계약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게 돼 19일(현지시간) 협상을 시작한 류현진에게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UEFA 부진’ 첼시, 감독 경질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가 21일 이탈리아 토리노의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E조 원정 5차전에서 0-3으로 완패, 2승1무2패(승점7)를 기록하며 3위로 내려앉아 자력으로 16강에 진출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구단은 곧바로 로베르토 디 마테오 감독을 경질하겠다고 밝혔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는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와의 G조 원정 5차전에서 두 골을 터뜨려 3-0 완승을 이끌었다. 올해 80골을 득점한 메시는 1972년 게르트 뮐러가 독일대표팀과 바이에른 뮌헨에서 작성한 한 해 통산 최다 득점(85골)에 다섯 골만 남겨 놓았다. ‘손가락 욕’ 감독 2경기 OUT 2014년 브라질월드컵 유럽예선에서 심판에게 ‘손가락 욕’을 한 오트마르 히츠펠트(63·독일) 스위스 대표팀 감독이 예선 두 경기를 지휘할 수 없게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1일 “히츠펠트 감독의 동작은 ‘공격적인 행위’로 간주돼 상벌위원회에서 월드컵 예선 2경기 출전 정지와 함께 7000스위스프랑(약 800만원)의 벌금, 상벌위 진행 비용 1000스위스프랑(약 115만원)을 물어내도록 징계 처분했다.”며 “이번 결정은 항소할 수 없는 최종 결정”이라고 밝혔다. 스키점프 새 사령탑 하트만 대한스키협회는 21일 스키점프 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스웨덴 대표팀 감독 출신의 볼프강 하트만(52·독일)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하트만 신임 감독은 2006~2011년 스웨덴 대표팀을 이끌었고 올해 국제스키연맹(FIS) 여자 스키점프 월드컵 경기국장을 맡는 등 전문성을 인정받은 지도자라고 스키협회는 소개했다. 계약기간은 다음 달부터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 뒤인 2014년 4월까지다.
  •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고간 아테네의 보이지 않는 검은손

    ‘악법도 법’이라며 독배(독당근즙)를 들어 죽음을 맞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BC 469~BC 399). 2400년이 흐른 지금까지 많은 영역에서 그의 사상과 철학은 인용되고 회자된다. 그러나 후대의 숱한 연구와 토론에도 그의 삶과 죽음에 대한 해석은 똑 부러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소크라테스를 향해 ‘도넛 같은 주제’라 일컫기도 한다. 도처에 자료와 흔적이 퍼져 있지만 정작 그의 참모습을 꿰뚫어 규명할 핵심의 근거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의 일생과 관련해 논란이 가장 분분한 영역은 죽음이다. ‘그는 무엇 때문에 죽었고, 고대에 가장 번창했던 민주주의의 도시 아테네는 왜 그를 죽였는가.’라는 의문이 핵심이다. ‘아테네의 변명’(베터니 휴즈 지음, 강경이 옮김, 옥당 펴냄) 역시 그 ‘소크라테스의 죽음’ 논란에서 출발하는 역작이다. 영국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성공한 저자가 10년간 발품을 팔아 관련 문헌이며 흔적을 뒤져 풀어 낸 사실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소크라테스를 죽인 아테네의 불편한 진실’이란 부제 그대로 저자는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아간 고대 도시 아테네의 정치, 사회, 문화적 배경에 현미경 같은 시선을 쏟는다. 두 차례에 걸친 스파르타와의 전쟁으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당시 아테네. 위정자들은 사회 현안을 비판하고 나선 거리의 철학자를 곱게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소크라테스가 법정에 섰을 때만 하더라도 그의 제자며 일반인들은 그에게 극형이 선고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법정에서 소크라테스가 당당하게 주장했던 요구만 보더라도 당시의 상황을 엿보게 한다. ‘나에게 영웅 칭호와 평생 무료 식사를 제공하라.’ 극형을 자처한 듯한 이 요구는 결국 사형 선고로 이어졌다. 늘 그렇듯이 그의 죽음은 어수선한 상황의 돌파구로서의 ‘희생양’ 성격이 짙다는 것을 책은 촘촘히 파고든다. ‘패전의 화풀이 대상 낙점’, ‘젊은이들을 신에게서 등 돌리게 해 타락시킨 불경’…. 소크라테스를 죽게 한 ‘아테네의 변명’은 고대도시 아테네 곳곳에 스며 있음을 책은 보여 준다. 소크라테스가 재판이 열리는 아고라를 향해 아테네 시장의 미로 같은 길을 걸어가는 장면부터 소크라테스가 교유하고 철학했던 저잣거리며 공방, 법정 배심원을 뽑는 제비뽑기의 현장들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소개된다. 특히 당시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신의 형량을 제안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이것 말고도 최근 고고학적 발굴에서 밝혀진 사실을 활용해 실감나게 그려내는 플라톤의 대화 속 일리소스 강변과 김나시온, 향연의 풍경처럼 그리스 고전을 당대의 구체적인 사회상에서 이해하도록 이끄는 구성이 독특하다. 저자가 아테네의 불편한 진실들을 통해 드러낸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결국 이렇게 모이는 것 같다.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과 꽉 막힌 현실을 극복해 이상으로 나아 가려 했던 의지.’ 2만 8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아이와 놀며 가르친 아빠의 수학이야기

    ‘내 아이와 함께 한 수학 일기’(알렉산더 즈본킨 지음, 박병하 옮김, 양철북 펴냄)는 한국 취향이다. 저자도 말해 뒀다. “취학 전 아이들을 위한 수학문제집”으로 읽어도 된다고. 저자는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대 산하 콜모고로프 수학물리고등학교, 모스크바국립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우리로 치자면 국립과학수학영재학교를 거쳐 서울대를 졸업한 수재쯤 된다. 그런 그가 아들 지마에게 4년간, 딸 줴냐에게 2년간 직접 문제를 개발해 가며 수학을 가르친 내용이다. 문제, 풀이과정, 저지르기 쉬운 실수, 오답을 바로잡아 주는 아빠의 설명이 상세하다. 그 덕인지 지마는 파리6대학 수학과 교수, 줴냐는 파리8대학 영화학과 부교수가 됐다. 제목, 이야기가 완벽하다. 검증도 충분하다.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으로 처음엔 간단한 언론 기고문이나 세미나 자료를 만들었는데 이게 대히트를 쳐 버렸다. 심리학자, 교육학자 등 주변 전문가들이 ‘유아 수학 교육의 고전’이라 격찬했고 책을 내라고 강권했다. 그런데 그 즈음 소련이 붕괴됐고 프랑스 보르도대학 컴퓨터과학과 교수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이 정리된 뒤에 낸 책이다. 그다음부터는 입맛 버릴 내용이다. 저자는 ‘선행학습’을 비웃는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다. 어차피 일어날 것을 미리 추월할 필요가 없다.” 추월해서 가르쳐 봤자 왜 무용지물이 되는지 말 그대로 생생하게 밝혀 뒀다. 스파르타식 교육도 별로다. 아빠가 직접 가르쳤다지만 그 시간은 고작 1주일에 한 번, 그것도 15분에서 1시간 정도다. 이마저도 빼먹은 적이 많다. 수학문제 풀이 과정이란 것도 공식을 적용한 해법보다는 아이들 반응에 대한 아빠의 관찰 일기에 더 가깝다. 이런 태도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수학은 싫지만 아이들에게 가르치고는 싶다는 어느 엄마의 편지에 “파이 굽는 것을 좋아하십니까. 그러면 아들과 함께 파이를 구워 보십시오.”라고 답장한다. 아들의 “커다란 지적 성장”이 나올 때는 언제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들”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그러니까 수학자라서 수학공부를 시킨 게 아니라 수학으로 놀아준 거다. 수학책인데도 차가운 파란색 체크 무늬 셔츠보다 재밌는 그림이 그려진 따뜻한 스웨터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다. 2만 3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춤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세요

    춤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세요

    순수예술로서 춤의 본령을 확인할 수 있는 서울무용제가 다음 달 17일까지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다. 1979년 ‘대한민국무용제’로 출발해 올해로 33회를 맞는 서울무용제는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를 망라한 전 장르의 무용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용 축제다. 개막 첫날인 29일에는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국립무용단의 ‘흐노니’, 국립발레단의 ‘스파르타쿠스’ 3막 아다지오, 가림다무용단의 ‘적7’ 중 ‘그림Ⅱ’를 선보이며 화려한 막을 올렸다. 30~31일에는 서울무용제와 전국무용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단체가 초청 공연을 펼친다. 27회 서울무용제에서 대상을 받은 전미숙무용단은 현대무용을 대표하는 단체로 참석해 ‘가지 마세요’를 공연한다. 18회 전국무용제에서 대상과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쥔 최소빈발레단은 명성황후를 소재로 한 ‘화·접·몽’을, 19회 전국무용제 대상을 탄 정길무용단은 ‘민화’를 공연한다. 서울무용제의 특징은 경연 형식이 가미돼 있다는 것이다. 대상, 우수상, 안무상, 연기상(장르별 남녀 무용수)을 두고 자웅을 가리면서 뛰어난 작품과 최고 기량을 가진 무용수들을 배출해 내는 축제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새달 7~17일 열리는 경연 부문에는 8개 단체가 참가한다. 현대무용단-탐, 장유경 무용단, 댄싱 파크 프로젝트, 김종덕 창작춤집단 목, 박시종 무용단, 세컨드네이처 댄스 컴퍼니, 정형일 발레 크리에이티브, 발레블랑 등이 경연을 벌인다. 앞서 2~4일 자유 참가 경연에는 지우영 댄스시어터 샤하르, 고경희 무용단, 퍼포먼스그룹153, 이재준 댄스프로젝트, 이홍재 무용단, 최진수 발레단 등이 참가한다. 이 경연에서 선정된 최우수단체에는 내년 서울무용제의 경연 부문에 심사를 거치지 않고 출전할 수 있는 특전을 준다. 정혜진(서울무용단 예술감독) 총감독은 “춤추는 사람의 진정성을 볼 줄 아는 분이라면 춤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공연들이 가득하다.”면서 “춤이라는 게 다소 추상적이지만 자신의 삶에서 느낀 것을 대입시켜 보면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UEFA 챔피언스리그] “호날두, 봤지”… 메시 9분새 동점·역전골

    축구 그라운드에는 두 개의 태양이 공존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25·바르셀로나)가 그 주인공. 호날두가 전날 극적인 결승골로 레알을 위기에서 구한 것처럼 메시도 20일 팀을 구해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G조 1차전에서 두 골을 몰아 넣으며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를 3-2로 꺾는 데 앞장섰다. 바르셀로나는 전반 12분 수비의 핵 헤라르드 피케가 발목을 다쳐 알렉스 송으로 교체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2분 뒤 사비의 패스를 받은 크리스티안 테요의 시원한 중거리 슈팅이 터져 앞서 나갔다. 그러나 전반 29분 수비수 다니엘 알베스의 자책골로 동점을 허용하더니 후반 13분 호물루에게 역전골까지 내줬다. 메시의 원맨쇼가 시작됐다. 후반 26분 테요가 수비수를 제치고 문전에서 ‘택배 패스’를 밀어주자 발만 툭 갖다 대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35분엔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알렉시스 산체스의 크로스를 이번엔 헤딩슛으로 연결,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로써 챔스리그 통산 득점을 53골로 늘린 메시는 라울(71골)과 뤼트 판 니스텔로이(60골)에 다가섰다. 한편 디펜딩 챔피언 첼시(잉글랜드)는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E조 1차 홈 경기에서 신예 오스카가 두 골을 뽑아냈지만 결국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H조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는 전반 7분 가가와 신지의 도움을 받아 터뜨린 마이클 캐릭의 결승골을 지켜 갈라타사라이(터키)에 1-0으로 이겼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후반 8분 루이스 나니의 페널티킥 실축과 관련, “로빈 판 페르시가 차야 했다.”고 지적했다. 맨유는 정규리그에 이어 세 경기 연속 페널티킥 실축을 이어갔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Weekend inside] 2평 강남 고시원촌을 가다

    [Weekend inside] 2평 강남 고시원촌을 가다

    대한민국의 부촌 1번지인 서울 강남에 고시원이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다. 최근 4년간 강남·서초 지역에서만 62.2% 증가했다. 고시원 수가 393개인 강남구는 어느새 관악구(942개), 동작구(472개)와 함께 서울의 고시원 밀집촌 ‘빅 3’가 됐다. 유독 강남 지역의 고시원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신림동이나 노량진처럼 공무원 준비생이 대거 집결한 고시촌이 아닌데도 말이다. 어느 소설가는 “고시원은 ‘방’(房)이라기보다는 ‘관’(棺)과 같다.”고 했다. 그 관과 같은 곳에서 여의도 칼부림 사건의 범인 김모(30)씨는 “숫돌에 칼을 갈았다.”고 했다. 고시원은 절망만 가득 찬 곳일까. 그 많은 강남 고시원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의문을 풀기 위해 7일 대치동, 삼성동, 도곡동 일대 고시원 50여곳을 돌며 속살을 들여다봤다. 7일 오후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가. 명문대 합격을 약속하는 입시학원 간판들 사이로 ‘○○학사’라는 간판이 여럿 눈에 띈다. 고시원 주인 김모(43)씨는 “일종의 대입 수험생 전용 고시원”이라고 귀띔했다. 김씨는 “한두 해 전부터 우리 고시원의 학생 손님이 줄어 알아봤더니 주변 업체들이 간판을 모두 ‘학사’로 갈아 끼우고 있더라.”면서 “잠자리만 제공하는 일반 고시원과 달리 입주생들의 식사를 챙기고 외출까지 철저히 통제해 줘 학부모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강남구청 측은 “별도의 업종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고시원으로 허가받고 학사라고 이름만 붙인 것”이라고 확인했다. 대치동 등 강남 고시원의 VIP 고객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생이다. 강남 지역 유명 학원의 ‘명강의’를 듣고자 부산, 광주, 대전 등 지방에서 온 재수생이 주 대상이다. 해외에서 귀국해 국내 대학 특례 입학을 노리는 고등학생이나 미국 수학능력시험(SAT)을 준비하는 청소년도 이곳의 고객이다. 화장실, 세면대 등을 갖춘 6.6~9.9㎡(2~3평) 남짓의 입시 학사 독방 가격은 매월 120만~150만원 수준. 연초부터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11월까지 1년 남짓 머무르기 때문에 비용이 부담스러울 법하지만 인기 있는 곳은 순번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한 고시원 관계자는 “애들 공부시키는 데 지갑 열기 꺼리는 부모를 봤느냐.”고 반문했다. 대치동 대형 재수학원 인근의 A학사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 학사에 머물렀던 학생 30여명 중 절반이 서울대에 갔다.”고 자랑했다. 학생들이다 보니 아침·저녁 식사를 챙겨주는 것은 기본이고 점심도 고시원에서 도시락을 직접 싸 사장이 학원으로 배달한다. 늦잠 자는 일이 없게 오전 6시면 입주 학생들을 깨워 주고 밤 11시에는 점호도 한다. 부모들의 요구가 있으면 기상과 취침 시간이 앞당겨지기도 하고 늦춰지기도 한다. A학사 관계자는 “고시원에 입주하면 매월 2차례만 외출, 외박이 가능한데 이조차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서 “스파르타식 생활 관리가 진학률을 높인 비법”이라고 으쓱해했다. 강남의 ‘학사’ 문화는 ‘주말 고시원족’ 등 신풍속도를 낳았다. 명문고 진학을 노리는 지방 특목고 학생들이 강남 입시학원의 주말반 수업을 들으러 금·토·일요일 고시원에 머물다 가는 일이 흔하다. 한 고시원 관계자는 “부모들이 아이를 서울의 모텔이나 찜질방에 혼자 재우는 것을 꺼린다.”면서 “이틀간 10만원을 받고 주말에만 방을 빌려 주고 있다.”고 말했다. 때론 고시원이 8학군 위장 전입을 위한 베이스캠프가 되기도 한다. 대치동의 한 고시원 관계자는 “강남 지역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주소지를 이 지역 고시원으로 옮겨 놓고 싶다는 문의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고시원에 실제 거주한다면 전통적 방식의 위장 전입은 아니지만 세대주가 부모가 아니기 때문에 불법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기자가 “아이 주소를 고시원으로 옮겨 놓을 수 있느냐.”고 문의하자 삼성역 인근의 한 학사 관계자는 “중학교 3학년생이 오면 거주 확인증을 끊어 준다. 주소를 옮기고 고등학교 배정을 받으면 된다.”고 안내했다. 강남 지역의 넥타이족들도 고시원의 단골손님이다. 원룸 등 다른 형태의 주택 임대가 워낙 비싼 데다 회사 일이 바빠 집에 갈 시간조차 없는 요즘 직장인들의 우울한 초상이기도 하다. 주로 삼성·선릉역 등 지하철역 인근의 35만~60만원대 중간 가격 고시원이 주요 거처인데 인천, 구리, 용인 등 서울 인근 지역에 집이 있는 직장인이 많이 머문다. 시설 좋은 고시원 방은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삼성동 A고시원 관계자는 “삼성동 인근은 학생은 없고 전부 직장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45만원인 샤워실 딸린 방 20개는 모두 나가고 30만원짜리 독방밖에 없다. 오래 묵는 사람이 많아 언제 방이 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선릉역 인근의 한 정보통신업체에 다니는 직장인 남모(32)씨는 “야근이 잦고 집도 먼 편이어서 일주일에 3~4일은 고시원에서 잔다.”면서 “원룸과 달리 수백만원씩 하는 보증금도 없고 시설도 깨끗해 동료 중에도 고시원 생활을 하는 사람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승진시험이 몰린 봄철에는 30~40대 직장인들이 대거 고시원을 찾아 문전성시를 이룬다. 민간 기업뿐 아니라 승진 경쟁이 불붙은 공기업, 공무원들도 퇴근 뒤 고시원을 찾아 밤을 잊은 채 매일 4~5시간씩 ‘열공’한다. 그런가 하면 강남 고시원은 도시 빈민의 ‘최후 거처’가 되기도 한다. 시설이 낡은 오래된 강남의 고시원은 집을 구할 돈이 없는 저소득 근로자의 몫이다. 대치동의 한 고시원의 주인 박모(63)씨는 “주변 가게에서 배달이나 식당 일을 하는 사람, 마트에서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하는 청년들, 인근의 영세 중소업체 근로자 등이 손님”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고가 주택으로 꼽히는 삼성동 현대아이파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이 고시원은 월세로 30만원을 받는다. 인근에서 더 싼 곳을 찾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월세를 밀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박씨는 “100만~150만원을 벌어 20~30%를 내는 사람들인데 집값으로 내는 게 말처럼 쉽겠냐.”면서 “결국 밀린 월세 받기를 포기하고 그냥 나가라고 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인근 B고시원도 입주생 26명 중 24명이 저소득 근로자다. 월세는 20만원대. 낡은 공동 샤워장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났다. 아침나절 용변을 보려면 줄을 길게 서야 한다. 이런 곳일수록 ‘장투’(장기 투숙)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도심 속 가난의 늪이 깊고 넓다. 박철수 반값고시원운동본부 대표는 “4~5년은 기본이고 15년 동안 고시원에서 생활한 사람도 봤다.”고 전했다. 저소득 계층에게 나날이 오르는 월세는 생존과 직결된다. 그래서 정부가 고시원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것조차 마뜩잖게 여긴다. 고시원에서 5년째 생활하고 있다는 임모(47·여)씨는 “고시원에서 대형 화재가 날 때마다 안전 기준이 세지는데 우리 같은 사람은 더 힘들어진다.”면서 “시설 고친답시고 그만큼 입주비를 올려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러한 도시 빈민을 위해 지난 2월부터 ‘반값고시원정책’을 검토 중이다. 사회적 기업이 고시원을 운영하는 등의 형태로 월세 부담을 줄여 주자는 아이디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는 “강남에 기초생활수급자가 타 지역보다 많은 편인데다 지역 선호도가 높아 여러 군상이 모여드는 까닭에 다양한 수용 시설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면서 “고시원이 거주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은 만큼 정부가 현실에 맞는 주거와 소방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대근·이범수기자 dynamic@seoul.co.kr
  • [시론] 오늘날 축구 경기장에선/정윤수 스포츠 칼럼니스트

    [시론] 오늘날 축구 경기장에선/정윤수 스포츠 칼럼니스트

    오늘날 축구장은 장외의 모든 분노와 증오가 폭발하는 화약고로 차츰 바뀌고 있다. 지역 라이벌전이나 역사적으로 갈등 관계에 있는 국가 간 경기에는 반드시 경찰과 안전요원이 배치되고 있다. 야외에서 펼쳐지는 대형 오페라 공연에는 친절한 미소를 띤 진행요원으로 충분하지만, 국가 간 축구 경기는 진압장비까지 갖춘 경찰력이 없으면 진행하기 어렵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축구장이란 이름의 화약고는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손꼽힌다. 카탈루냐 독립운동의 상징인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자신들을 억압했던 카스티야 왕조의 레알 마드리드를 맞이하여 ‘카탈루냐는 스페인이 아니다’는 구호를 경기장 안팎에 써놓는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항만노동자 계급을 대변하는 보카주니어스와 부자들의 클럽 리버플레이트가 계급 투쟁을 치른다. 터키에서도 유럽에 속하며 중산층을 대변하는 갈라타사라이와 아시아에 속하며 노동자의 클럽인 페네르바체가 오랜 전쟁을 치러왔다. 평화로워 보이는 네덜란드도 부자 도시 암스테르담의 아약스와 노동자 세력이 주축인 로테르담의 페예노르트가 맞붙을 때에는 수천명의 경찰이 기차역에서 경기장까지 두 팀의 팬들을 원천적으로 격리시킨다. 이러한 상징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2월 이집트 리그에서는 70여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외신에 따르면, 경기 결과에 흥분한 팬들의 난동이 아니라, 민주화에 반대하는 수구세력이 경찰의 묵인 아래 조직적으로 축구장에 난입해 저지른 폭력 사태였다. 유럽의 축구장도 이상한 열병에 사로잡히고 있다. 지금 유럽은 위기 상황이다. 유로화는 균형을 잃었다. 경제 위기에 따라 비유럽계 이민자를 향한 악감정도 늘고 있다. 서유럽보다 사회 안전망이 부실하고 문화 격차가 큰 동유럽에서는 극우 패권주의가 발호하고 있다. 내부의 문제를 인종차별이란 예민한 감정을 이용하여 외부를 향해 폭력적으로 발산하려는 의도가 늘고 있다. 영국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불평등을 양산하여 대규모의 불안정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불만의 감정을 응집시키는 이데올로기가 바로 민족주의다. 홉스봄은 ‘세계화, 국가 정체성, 외국인 혐오증’이란 세 가지 상극 관계가 민족주의를 발판 삼아 축구 경기에서 폭력적으로 표출된다고 분석한다. 2010년 12월, 러시아에서는 모스크바 스파르타크의 팬이 카프카스계 청년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일이 있었다. 곧 러시아 극우민족주의자와 무슬림 소수민족 카프카스계의 거센 충돌로 번졌다. 신나치파와 인종주의 단체들이 축구팬과 연계하거나 일부 팬들마저 패권적 열병에 사로잡혀 발생한 사태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경기장에서 정치적 슬로건을 금지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세계적인 혼돈은 격렬한 시위로 나타나고 이는 경찰력의 강화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사회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대규모 야외 공간으로 축구장만 남는다. 그 축구장에서 정치, 인종, 지역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 곧장 경기장은 폭력의 장이 되고 만다. 박종우 선수는 이런 경우와 전혀 다르다. 승리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독도는 우리 땅’이란 ‘당연한 사실’을 표현한 게 무슨 잘못이냐는 주장도 들려온다. 물론 그렇기는 하다. 그러나 FIFA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인지 아무런 관심이 없다. 아무리 보편타당한 것이라 해도 주장과 신념을 표출한 것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다. 축구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가 간 경기가 숱하게 열린다. 일본이나 유럽으로 진출하는 선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세계 곳곳의 축구장에서 뛰게 될 우리 선수들은 축구장이 어떤 진공 영역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과 격렬한 이념이 표출되는 공간임을 새삼 깨달을 필요가 있다.
  • 가을 문턱서 누구나 즐기는 발레·오페라 페스티벌 풍성

    가을 문턱서 누구나 즐기는 발레·오페라 페스티벌 풍성

    8월 말부터 오페라와 발레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이 줄줄이 열린다. 비교적 쉬운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관람료를 저렴하게 책정해 ‘어려운 오페라’와 ‘값비싼 발레’라는 벽을 해체하고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쉽고 감성미 넘치는 발레 국내외 유명 발레단체가 참여하는 ‘2012 서울국제발레페스티벌’이 오는 23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과 예술가의집 등에서 열린다. 23일 개막공연부터 국제발레페스티벌 성격을 제대로 보여준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어떤 죽음’(Petite Mort),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발레단의 ‘칙 투 칙’,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박세은·피에르 아르튀르),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차이콥스키’ 2인무(최영규·권세현), 베네수엘라 CPBC의 ‘파사칼리아’(파비오 핀에이로·파트리시아 엔리케스) 등 다국적으로 준비했다. 세계 발레계의 젊은 무용수들은 24~25일 영스타 클래식에서 만날 수 있다. 박세은과 아르튀르의 ‘아다지오토’, 최영규 권세현의 ‘돈키호테’, 김리회·정영재(국립발레단)의 ‘스파르타쿠스’, 원진호·나대한(한국예술종합학교)의 ‘라 실피드’를 공연한다. 20~50대 무용수들이 꾸미는 ‘발레 2050 프로젝트’는 30일부터 열린다. 현대무용 안무가 정연수는 20~30대 무용수들과 작업한 신작을 내놓고, 독일에서 활약하는 안무가 허용순은 40~50대 무용계 인사들과 호흡을 맞춘 작품을 선보인다. 젊은 감성과 노련한 완숙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이 밖에 창작 발레 신인안무가전, 국내 3대 발레단의 최태지·문훈숙·김인희 단장이 들려주는 명작해설발레,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 강수진의 마스터 클래스도 마련했다. 공연별로 2만~10만원. (02)538-0505. ■젊고 관록 넘치는 오페라 젊고 창의적인 오페라를 올리는 ‘대학 오페라 페스티벌’과 64년의 역사를 가진 조선오페라단의 ‘오페라 페스티벌’이 비슷한 시기에 열린다. ‘대학 오페라 페스티벌’은 예술의전당이 오페라계를 이끌 신진 음악가를 발굴하고 오페라 관객 저변 확대를 위해 지난 2010년부터 3년 프로젝트로 추진한 행사다. 25일부터 새달 12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에는 한양대·국민대·상명대가 관객을 만난다. 한양대는 베르디의 관현악법이 두드러지는 오페라 ‘리골레토’(지휘 최희준·연출 이범로)를, 국민대는 푸치니의 유일한 희극인 ‘잔니 스키키’와 ‘수녀 안젤리카’(지휘 김훈태·연출 정갑균)를 준비했다. 상명대는 많은 오페라팬에게 친숙한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지휘 마이클 쾰러-호프만·연출 최지형)을 공연한다. 1만∼4만원. (02)580-1300. 올해로 창단 64주년을 맞는 조선오페라단은 NH아트홀과 손잡고 23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충정로1가 NH아트홀에서 ‘제1회 오페라페스티벌’을 연다. “수준 높은 오페라를 쉽고 가깝게, 또 비싸지 않게 감상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했다.”는 오페라단의 설명대로 프로그램은 많은 사랑을 받는 비제의 ‘카르멘’(연출 최이순)과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연출 김숙영)로 채웠다. 테너 이정원·이동명·김도형·신재호, 소프라노 김희정·정꽃님, 메조소프라노 최승현·박수연, 바리톤 박경준·조영두 등 막강 출연진이 눈에 띈다. 3만~7만원. 1599-2299.
  • [런던올림픽 D-1] ‘SNS 올림픽’인데… 스마트폰 경계하는 사람들

    오는 28일부터 경기에 들어가는 사격대표팀 선수와 코치 사이에 스마트폰 사용을 놓고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변경수 대표팀 감독은 25일 훈련이 진행된 왕립포병대사격장에서 “스마트폰을 쓰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올림픽 첫 출전을 앞두고 세계신기록을 낸 김장미(20·부산시청) 등 나이가 어려 집중 관리가 필요한 선수들은 아예 스마트폰을 압수당했다. 인터넷 검색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 등으로 집중력을 잃을까 우려해 내린 극약처방인 셈. 하지만 선수들은 “휴식 시간에 가족, 친구들과 연락하는 것까지 차단한 것은 무리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코치 중에도 “옛날처럼 ‘스파르타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이가 있다. 사상 첫 SNS 올림픽이 되는 이번 대회에서 SNS 때문에 골치를 앓는 이들이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해 SNS 이용 지침을 발표하면서 “선수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장려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IOC는 런던대회 출전 선수들의 SNS를 모아 놓은 사이트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 24일 개막식 리허설 장면이 SNS를 통해 공개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조직위는 리허설 도중 주 경기장 전광판에 ‘놀라움은 아껴두자’는 문구를 거듭 내보냈다. 리허설 내용을 SNS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자원봉사자 1만여명의 서약도 받았다. 트위터로부터 자신을 떼어 놓는 선수들도 있다. 영국의 체조 대표선수인 루이스 스미스는 팔로어 1만 2000여명에게 대회 기간 트위터 접속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제 휴대전화기가 조용해져 메달에만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朴재정 “주요 정책 미루지 않겠다”

    朴재정 “주요 정책 미루지 않겠다”

    인천국제공항 지분 매각,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해 새누리당이 차기 정부에 넘기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당연히 추진해야 할 절차는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주요 국정 과제를 다음 정부로 미루자는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면서 “국정은 릴레이와 같기 때문에 지금 주자가 전력 질주해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 그만큼 우리 경제는 뒷걸음치는 셈”이라며 “마침 19대 국회도 개원한 만큼 주요 사안은 국회와 충실히 협의해 매듭을 지어 달라.”고 강조했다. 김동연 재정부 2차관도 전날 영·유아 무상보육의 전면 지원에서 선별 지원 전환 검토 방침을 밝혔다. 영·유아 무상보육은 국회가 지난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격 결정한 것이어서 재정부가 잇따라 국회에 맞서는 형국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재정부 관계자는 “박 장관의 발언은 임기 말이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는 평소의 생각을 말한 것”이라며 “특정 사안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인천공항 민영화에 대해서도 국회를 설득해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국회가 법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고 새누리당이 요구한다고 법률 개정안 제출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이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연구포럼 창립 총회에서 “일각에서 정부가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서두른다고 하는 것은 오해”라며 “법에 기업공개(IPO) 근거를 만들려는 것이다. 법이 통과돼도 매각 절차 진행은 다음 정부의 몫이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금과 같이 장기화한 위기 국면에서 대규모의 일시적 확장정책으로 당장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빠르고 편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 대응은 항상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난해 취임하면서 포퓰리즘에 대응하는 ‘스파르타쿠스의 300 전사’가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아우토반서 펼치는 추격액션 독일 드라마

    아우토반서 펼치는 추격액션 독일 드라마

    티캐스트 계열 영화 채널 스크린(SCREEN)은 9일 밤 10시 독일드라마 ‘맥시멈스피드: 코브라11’을 첫 방송 한다. 미드(미국드라마)나 영드(영국드라마), 일드(일본드라마) 등에 익숙한 국내 시청자들에게 독일드라마는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맥시멈스피드: 코브라11’은 독일에서 1996년부터 총 240여 편의 에피소드가 이어질 만큼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 같은 이름의 경주 게임까지 나왔으니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독일의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인 아우토반 경찰대의 짝패 벤 예거와 제미르 게르칸이 펼치는 좌충우돌 추격 액션이 드라마의 뼈대를 이룬다. 마음은 여리지만 불같은 성격 탓에 범인을 추격하다가 늘 사고에 휘말리곤 하는 예거와 터키계 독일인으로 침착한 성격의 게르칸 콤비가 선보이는 액션은 한국 영화 ‘투캅스’만큼이나 흥미롭다. 드라마의 또 다른 볼거리는 질주 본능을 자극하는 아우토반에서 펼쳐지는 BMW, 벤츠, 아우디 등 명차들의 현란한 추격 장면과 값비싼 명차도 예외가 아닌 차량 폭발신이다. 4일부터 매주 수요일 밤 10시 스크린에서 방영하는 ‘트루블러드’ 시즌 5는 미국 현지에서 방송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된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과학 발전으로 인간과 공존하게 된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미국에서 시즌 5의 첫 회 시청자가 520만명에 달했다. 시즌 4의 마지막 회 시청률보다 높은 수치로 전체 케이블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시즌 5에서는 더욱 치열해진 뱀파이어 간 세력 다툼과 새로운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스파르타쿠스’에서 냉혹한 검투사 교관으로 나왔던 피터 멘사가 아프리카계 뱀파이어로 변신한다. 또 ‘로 앤드 오더: 성범죄수사대 SVU’에서 12년 동안 터줏대감으로 활약했던 열혈 형사 크리스토퍼 멜로니도 뱀파이어 로만 역을 맡아 새롭게 합류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주원, 15년만에 ‘세상 밖으로’ … “자유에 대한 설렘 커요”

    김주원, 15년만에 ‘세상 밖으로’ … “자유에 대한 설렘 커요”

    “겉은 부드러운 아름다움을 가졌고, 속은 각이 잘 잡혀 있다. 팔과 다리가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잘 아는 무용수라는 말이다. 그리고 항상 도움이 되는 사람이다.” 국립발레단 창단 50주년 기념작 ‘포이즈’(POISE)를 안무한 현대무용가 안성수는 발레리나 김주원(35)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동작과 연기는 물론 아름다운 상체 라인으로 국내 최고의 무용수로 꼽히는 그가 ‘포이즈’를 마지막으로 발레단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발레학교를 졸업하고 1998년 입단해 죽 주역으로 활약한 그이기에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과 갈등도 컸을 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연습동에서 만난 그는 “입단할 때부터 15년 정도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다작(多作)보다는 역할에 대한 고민과 깊이 있는 해석을 하면서 무대에 서야 할 때가 왔다.”면서 예상보다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춤추고, 활동했기에 아쉬움은 덜하다.”면서 “물론 겁이 나긴 하지만 설렘이 더 크다.”고 덧댔다. ●지난 4월 부상으로 한 달 공백기 지난 4월의 부상이 원인이 된 건 아닐까. 국립발레단의 대작 ‘스파르타쿠스’를 10여일 앞두고 연습 중 종아리 근육이 파열돼 한 달 동안 휴식을 가져야 했다. 무용수 생명이 유독 짧은 한국이라 다들 걱정이 컸다. 그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가는 과정의 하나로 보는 게 정확할 것”이라고 했다. 7월이면 그는 국립발레단 단원 소개란에 ‘게스트 프린시펄’(객원 수석무용수)이라는 이름으로 올라간다. 다른 발레단에서도 주역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의미이자 그가 설 자리가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뮤지컬 ‘컨택트’(2010)에 출연했고, 한 방송국의 스포츠댄스 경연 프로그램에서 2년째 심사위원을 맡는 등 외부 활동을 많이 한 편이다. 발레단에서 워낙 많은 공연을 소화했던 탓에 제약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더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새로운 작업과 시도를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픈 열망이 있다.”고 말했다. ●“깊이 있는 무대 욕심… 토슈즈는 계속 신을 것”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라는 수식어 대신 ‘아티스트’로 불리고 싶다는 그는 류정한·박은태 등 유명 뮤지컬 배우가 속한 기획사 ‘떼아뜨로’에 둥지를 틀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계속 토슈즈를 신을 것”이라면서 자신의 정체성은 발레리나라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어릴 때부터 역할 모델로서 보고 클 수 있는 선배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는 그는 “이제는 나 자신이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자 한다.”고 했다. 성신여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강사로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서 자신이 가진 경험을 더 많은 후배들에게 알려 주고 기회를 열어 주고자 하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바람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14세 최연소 신동’ 오케스트라 지휘자 탄생

    천재적인 음감으로 8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이끄는 최연소 지휘자가 등장해 음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올해 14세인 호세 안젤 살라자르는 누에바 에스파르타주(州) 유스 오케스트라단의 총 지휘자로 임명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호세 안젤 살라자르가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베네수엘라의 어린이·청소년 음악 교류 운동인 ‘엘 시스테마’(El Sistema)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 엘 시스테마는 빈곤층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교육시스템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젊은 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엘과 콘트라베이스연주가인 에딕슨 루이즈 역시 엘 시스테마 시스템이 배출한 천재 음악가로 손꼽힌다. 세계 최연소 지휘자 타이틀을 거머쥔 살라자르는 8세 때 처음 엘 시스테마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음악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 4년 동안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채 시간이 흘렀지만, 점점 음악에 대한 이해가 높아갔다.”면서 “지휘는 말이 없는 언어와 같다. 나는 함께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로부터 자신감 있는 연주를 이끌어내기 위해 그들에게 확신을 심어줘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엘 시스테마는 내게 많은 것을 알게 해줬다.”면서 “이후에는 독일어를 배워 대학에서 정식으로 음악을 공부하는 것이 꿈”이라고 덧붙였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못난 수컷들…“원시인보다 힘·미모·성적 능력 못한데… 솔직하지도 못해”

    못난 수컷들…“원시인보다 힘·미모·성적 능력 못한데… 솔직하지도 못해”

    “지금 이 책을 읽는 남자나 이 책을 선물로 받을 남자는 역사상 가장 ‘못난’ 남자다. 아, 토 달지 말라. 당신은 못난 남자다. 이상.” 이렇게 포문을 여는 ‘남성퇴화보고서’(피터 매캘리스터 지음, 이은정 옮김, 21세기북스 펴냄)는 읽는 내내 배꼽을 잡게 만든다. 저자는 제목 그대로, 오늘날 남성이 옛 시절 원시인 남자만도 못한데다, 그럼에도 감히 옛 조상보다 진화했다고 잘난 척해대고 있다고 논증하는 호주의 고고인류학자다. 첫 포문에서 짐작하듯 저자의 입담은 보통 아니다. 마지막 결론도 이런 식이다. 호모 에렉투스를 현대 세계에 데려와 마이크를 쥐어준다면 예수의 목소리를 비틀어 “아들들아, 아들들아, 어찌하여 나를 버리느냐.”라고 할 것이라 해뒀다. 그렇다면 각론으로 들어가서, 어떤 분야로 비교해볼까. 저자는 두운도 맞췄다. Brawn(힘), Bravado(허세), Battle(싸움), Balls(운동능력), Bards(말재주), Beauty(미모), Bairns(육아), Babes(성적 능력) 등 8개 분야다. 힘, 허세, 싸움, 운동능력이야 그럴 만도 하다. 영화 ‘300’, 미드 ‘스파르타쿠스’를 떠올리면 된다. 근육이 너무 현대적이고 인위적으로 부각됐고 남녀 가릴 것 없이 모두들 늘씬 쭉쭉빵빵하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옛 남자들이 현대 남자에 비해 육체적 힘에서는 월등할 것이라는 점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생존이 달렸으니 말이다. 다만, 저자가 풀어놓은 다양한 사례들을 쭉 읽은 뒤 다시 ‘300’과 ‘스파르타쿠스’를 본다면, 잔혹하고 야한 장면들이 흥행을 위해 적당히 과장을 섞어넣은 게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처럼 보이게 될 것이라는 차이점은 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나오는 말재주, 미모, 육아, 성적 능력 분야다. “그래 원시인이라면 힘은 강할 테지. 그러나 우리 문명화된 남자들은 그런 거 가지고 으스대는 유치한 짓 따윈 안 한다구.”라면서 거듭 자기위안해왔던 남자들을 처절하게 짓밟아 나간다. 아니, 철따라 유행따라 옷 맞춰 입고 화장품 바꿔가며 피부관리하고, 여자 앞에만 서면 목소리 톤을 바꾸고 부드럽게 배려하는 태도로 환심사려고 불철주야 노력을 하고, 결혼 뒤엔 다정다감한 아빠가 되기 위해 분골쇄신하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낮에는 짐승들 쫓아다니다가 밤에는 툭하면 강간하듯 여자를 취하던 원시인들만 못하다고? 이 가운데 흥미로운 대목 두가지만 뽑자면, 하나는 미모. 저자는 영국의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을 불러낸다. 베컴은 10년간 89가지 헤어스타일을 갈아치웠을 정도로 멋을 부린 남자다. 여성스럽다는 비난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답하고, 동성애 잡지 기자로부터 당신이 동성애자의 우상이라는 얘기를 듣고도 “찬사를 많이 받아서 좋다.”고 응수했다. 그런데 아프리카 니제르의 우다베족이 치르는 게레올축제에 비하자면 베컴의 치장은 새발의 피다. 게레올 축제는 3명의 미녀가 최고의 남자를 뽑는 행사다. 이를 위해 우다베족 남자는 화장을 하고, 구슬로 만든 의상과 벨트를 차고, 깃털머리장식을 한다. 남성적 아름다움을 이으려 잘생긴 아들을 얻기 위해 아내가 잘생긴 남성과 동침하는 것도 허락한다. 아프리카 중부 투아레그족은 아예 남자들이 온몸을 베일로 감싸고 다닌다. 여자가 남자의 아름다움에 충격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고대 타히티족 남자는 백옥 같은 피부를 위해 사춘기가 지나면 아예 바깥 출입을 하지 않았다. 여자가 아닌 남자가. 다른 한 가지는 성적 능력. 저자가 이번에 불러오는 인물은 LA레이커스 센터로 활약하면서 한 경기당 100 득점 등 NBA 기록만 72개를 보유하고 있는 농구선수 월트 체임벌린이다. 체임벌린은 농구실력 못지 않게 난잡한 파티를 즐기는 실력이 유명했고, 스스로도 2만명의 여자와 즐겼다고 떠벌렸던 사람이다. 늘 그랬듯, 저자는 체임벌린 따윈 상대가 안 된다는 이런저런 사례를 제시하는데, 이건 직접 읽는 게 좋겠다. 저자가 이 같은 얘기들을 늘어놓는 이유는 뭘까. 빨리 포기하라는 거다. “우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사람 속(屬) 가운데 ‘몸집이 작은 수컷’에 속한다. 다만, 오랑우탄처럼 솔직하지는 못하다. ‘몸집이 작은 수컷’ 오랑우탄은 적어도 자신의 2등급 지위를 인정하고 활용할 용기를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덩치 큰 수컷’의 가면만 쓰려고 한다.” 인간, 그것도 선조에 비하자면 힘쓰는 일은 물론, 아이 돌보기와 여성 만족시키기 등에서 선배들에게 한참을 못 미치는 주제에 킹콩 가면 쓰고 으스대며 돌아다니지 말라는 얘기다. 그래서 대한민국 중년 남성의 실체를 홀라당 벗긴 김정운 교수가 떠오른다. 모였다면 정치 얘기에 핏대 올리다가, 밤이면 룸살롱에 가서 폭탄주나 돌려돌려 하다가, 어쩌다 쉬는 날엔 우르르 산에 몰려다니면서 막걸리나 퍼마시다보니, 은퇴해서 명함 떨어지고 나면 할 일이 없다는 거다. 그러고보니 김 교수의 주장도 결국 한시 바삐 덩치 큰 킹콩 수컷의 가면을 벗어던지라는 제안이다. 그게 씁쓸한 일인지, 아니면 바람직한 일인지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시즌 2로 돌아온 ‘스파르타쿠스’

    시즌 2로 돌아온 ‘스파르타쿠스’

    열혈 팬들을 거느린 미국드라마 ‘스파르타쿠스’의 두 번째 시즌 ‘스파르타쿠스2:복수의 시작’(원제 Spartacus:Vengeance)이 4일 밤 12시 OCN에서 처음 방송된다. ‘스파르타쿠스’는 기원전 73년 로마공화정에 맞서 반란을 일으킨 전설적인 검투사 스파르타쿠스의 사랑과 복수를 담은 액션 서사물이다. 2010년 공개된 첫 번째 시즌 ‘스파르타쿠스:블러드 앤드 샌드’는 검투사들의 결투 장면에서 신체 일부가 잘려나가거나 장기가 쏟아지는 장면을 그래픽노블(만화)처럼 표현하는 등 독특한 영상과 편집으로 전 세계적인 흥행몰이를 했다. 특히 무삭제 버전에서 과감한 노출과 섹스 묘사에 대한 소문이 돌면서 수많은 이들이 ‘어둠의 경로’를 통해 내려받기도 했다. 국내 케이블 방송 당시 최고시청률 5.76%를 기록했으니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물론 스파르타쿠스 역을 맡은 무명의 영국배우 앤디 위필드(1972~2011)는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올랐다. 그런데 위필드가 시즌 2의 촬영을 앞두고 암의 일종인 비(非)호지킨 림프종에 걸리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위필드가 항암치료를 거쳐 촬영현장에 복귀한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암은 또다시 재발했다. 급기야 제작사 측이 내놓은 카드는 프리퀄(1편 이전 이야기를 다룬 속편)에 해당하는 ‘스파르타쿠스:갓 오브 아레나’. 이마저도 국내에서 최고시청률 3%를 돌파하며 최고의 미드임을 입증했다. 새롭게 선보이는 ‘스파르타쿠스:복수의 시작’은 스파르타쿠스와 동료들이 로마군을 학살하고 검투사 양성소를 탈출한 ‘스파르타쿠스:블러드 앤드 샌드’의 마지막회부터 시작된다. 폭정에 시달리던 노비들이 스파르타쿠스 일행에 합류하면서 로마군과 본격적인 대결을 펼친다. ‘스파이더맨’을 연출한 샘 레이미 감독과 ‘이블 데드’ ‘레전드 오브 시커’의 제작자 롭 태퍼트가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미국 유료 케이블채널 STARZ에서 올 1~3월 방송 당시 평균 시청자 숫자가 135만명에 달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위필드의 바통은 호주 출신 리암 매킨타이어가 이어받았다. 하지만 시리즈 팬들에겐 ‘짐승남’ 위필드의 존재감이 짙게 남은 탓에 초반에는 새로운 스파르타쿠스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스파르타쿠스를 제외하면 지난 시즌에서 활약한 인기 캐릭터들이 고스란히 등장한다. 스파르타쿠스와 대립각을 세웠지만 반란에 일조한 챔피언 출신 검투사 크릭서스(마누 베넷 분), 속은 따뜻하지만 겉은 냉혹한 교관 오이노마우스(피터 멘사 분), 검투사 양성소 주인 바티아투스의 아내 루크레티아(루시 로리스 분) 등이 나온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스파르타~” 고대 로마시대 ‘여성 글래디에이터’도 존재

    과거 로마 제국 시대에 남성 뿐 아니라 여성 글래디에이터(검투사)도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스페인 그라나다 대학 알폰소 마나스 교수는 “2000년 전 청동상을 분석해 본 결과 훈련을 거친 여성들이 고대 로마 원형경기장에서 칼을 들고 사투를 펼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마나스의 이같은 연구결과는 독일 함부르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여성 청동상을 분석한 것으로 이 청동상은 가슴을 드러낸 모습으로 왼손에는 어떤 도구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이 도구를 목욕탕에서 더러움을 긁어내는 데 사용된 것으로 파악해 왔다. 그러나 마나스 교수는 “여성의 자세를 보면 목욕탕에서의 행동으로 해석하는데는 무리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마나스 교수는 “만약 목욕탕에서의 모습이라면 아래를 응시하고 한손을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옷 또한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을 것” 이라며 “이 자세는 전형적인 검투사의 승리 포즈”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관객 대부분이 남성이었던 것을 고려해 여성 검투사의 가슴을 노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교수는 청동상이 들고 있는 도구에 주목했다. 마나스 교수는 “이 도구는 시카(sica)로 보인다. 시카는 짧고 각진 검투사들의 무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여성 검투사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는 조각이 터키에서도 발견된 바 있으며 현재 대영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어릴때부터 재능 키워줄 발레 교육기관·제도 마련을”

    “어릴때부터 재능 키워줄 발레 교육기관·제도 마련을”

    ‘백조의 호수’ ‘로미오와 줄리엣’ ‘라이몬다’, 그리고 연말 가족나들이의 정규 코스로 자리잡은 ‘호두까기 인형’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발레 작품이 없다. 그래서 ‘현존하는 최고의 안무가’, ‘살아있는 발레의 전설’ 등으로 불린다. 러시아 발레의 거장 유리 그리가로비치(85)는 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 올 때마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모습에 놀란다.”는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의 방한은 국립발레단이 오는 13~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스파르타쿠스’를 지도하기 위한 것. 이 작품은 그가 1968년에 만든 대작으로, 로마군에 대항한 노예 반란군 지도자 스파르타쿠스를 다루고 있어 남성 군무가 강렬하고 웅장하다. 그는 “자유를 갈망하면서 싸우는 노예와 그 자유를 억압하려는 귀족이라는 두 세계를 대립시켜 보여 주는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옛 소련 레닌그라드(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마린스키극장발레단의 솔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새로운 천재의 등장’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1964년부터 33년 동안은 볼쇼이 발레단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발레단을 세계적인 무용단 반열에 올려놓았다. 지난 2월에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국가1급공훈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을 선보일 국립발레단에 대한 평가를 묻자 그는 “현재 ‘스파르타쿠스’를 레퍼토리로 가진 발레단은 국립발레단과 로마 발레단밖에 없다. 기량이 뛰어난 남성무용수를 많이 확보해야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이어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은 프로의식이 매우 강하고 부지런하다. 처음 만나는 무용수들이 많아 기량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2년 전 러시아 볼쇼이극장에서 올린 ‘로미오와 줄리엣’이 대성공이라고 할 정도로 좋은 인상을 주었으니, 이 사실만으로도 국립발레단 수준을 알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덧붙였다. “천재적인 안무가는 타고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교육을 잘 받아서 실력을 완성시키고 전문 안무가가 될 수는 있겠지만, 재능이 없다면 천재적인 작품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재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발레학교와 같은 예술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기관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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