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면?
스트레스와 피로 누적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 그럴 수도 없습니다. (30대 남자, 서울)
요즘 30, 40대의 사망 원인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과로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지나치게 피로가 쌓여서 자신의 명대로 못 살고 ‘순직’하는 거지요. 그러면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으면 좋은가? 그렇지 않습니다. 설령 돈이 있어도 할 일이 없으면 이것 역시 괴로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적당히 할 일이 있는 것이 더 좋습니다.
자동차든 집이든 물건이든 너무 많이 쓰면 빨리 망가지고, 또 안 쓰면 녹슬어 망가집니다. 적당히 고쳐가면서 써야 훨씬 더 오래 쓸 수 있습니다. 이것이 존재의 있는 그대로 모습입니다. ‘삶’이라는 글자는 ‘쓰임’에서 온 말입니다. 기계를 쓰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명이 다 되었다고 말하지요. 쓰임새가 없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그건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쓰임새가 있을 때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쓰임새가 없으면 비록 육신은 살아 있어도 사회적 생명은 끝난 것입니다. 그러므로 잘 산다는 것은 여러 곳에 잘 쓰인다는 뜻입니다.
지금의 문명은 경제적 효율만 중요시하면서 일종의 착취 문명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문명은 생명을 존중하는 문명이 아닙니다. 모두가 속도와 돈, 효율, 맛, 향락에 빠져 있습니다. 이 문명 속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는 더 잘 살기 위해 문명을 발전시켜 왔는데 지금 이 문명은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희생자입니다.
이 문명은 육체노동을 천시하고 책상에 앉아서 머리를 굴리는 사람에게 더 큰 가치를 둡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머리는 커지고 몸은 상대적으로 부실해졌습니다. 그래서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업무가 너무 많아서 운동할 시간조차 내기 어렵습니다.
왜 업무가 과중할 수밖에 없을까요? 월급을 받으면 그 월급 값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기가 가진 능력에 비해 월급을 많이 받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좋은 직장에 들어갔는데 그 일을 감당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좀 과소평가 받으면 섭섭하고 말지만, 과대평가를 받으면 거기에 부응하려고 하기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능력이 탄로 날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겉으로는 허세를 부려야 하니 늘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합니다.
여러분이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일의 절대량이 많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 돈 때문입니다. 돈 때문에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도 때로는 해야 하고, 자기 적성에 안 맞는 일이라도 해야 하지요. 그러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어차피 돈 때문에 직장에 다녀야만 한다면 이제 생각을 좀 바꾸십시오.
이왕 돈으로 나를 팔 바에야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파는 게 좋습니다. ‘돈 좀 준다고 나를 이렇게 부려 먹어?’가 아니라 ‘내가 돈을 그만큼 받았는데 그 정도로 일을 시키는 것은 당연하지’ 이렇게 마음을 기꺼이 내셔야 합니다. 돈에 팔려 억지로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하면 현재 업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현격하게 줄어듭니다. 그러면 퇴근 후에 스트레스를 풀려고 술 마시는 일은 안 해도 될 겁니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면
첫째, 스스로 노동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노동을 돈에 팔아서는 안 됩니다. 사랑을 돈으로 팔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신성한 노동을 돈에 팔지 말라는 겁니다. 그러려면 나 자신의 주인으로서 노동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이왕 하는 거 등산하듯이 재미있게 하십시오.
언제 끝나나 시계를 보고 또 보고 하지 말고 ‘더 있고 싶은데 벌써 가야 하나?’ 하는 마음으로 임하십시오.
셋째,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남에게 도움이 되면 보람이 생깁니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는 거지요. 그러니 나를 위해서라도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라는 것입니다.
넷째, 결과보다는 과정을 소중히 하십시오.
지금 이 하나하나의 과정이 중요한 것이지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등산할 때 산꼭대기에 올라가는 것만 중요하다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됩니다. 그러나 등산은 한 발 한 발 산을 올라가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걸어서 올라가는 것입니다. 그래야 등산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지요.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실패했을 때나 성공했을 때나 똑같은 내 인생입니다. 내리막길이나 오르막길이나 모두 똑같은 내 인생입니다. 인생은 과정이 중요합니다. 남이 어떻게 평가하든 그것은 그들의 문제예요. 등산을 하다 중간에 다친 사람이 있으면 업고 내려와야지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게 뭐 그리 중요합니까? 꼭대기에 올라가는 게 목표이긴 하지만 갈 수도 있고 못 갈 수도 있는 겁니다. 꼭대기에 못 올라갔다고 해서 등산을 안 한 것은 아니지요.
하루하루의 직장생활이 여러분 자신의 인생입니다. 있는 그대로, 지금의 생활을 내 삶의 소중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생활하십시오.
글 법륜, 그림 전준엽
법륜_ 수행공동체 ‘정토회’의 지도법사이며, ‘평화재단’ 이사장입니다. 전국 각지와 해외를 돌며 ‘즉문즉설 강좌’를 열어 사람들의 고민에 명쾌한 답을 주고 있습니다. 2000년 만해상 포교상, 2002년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세상 속 행복 찾기, 일과 수행, 그 아름다운 조화, 답답하면 물어라, 스님, 마음이 불편해요, 행복한 출근길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