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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의 생일날이 제삿날 될 확률 14% 더 높다”

    자신의 생일날이 제삿날이 될 확률이 14%나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스위스 연구팀은 “지난 40년 동안 사망한 240만명을 조사한 결과 생일날 사망자가 다른날에 비해 13.8% 더 높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60세 이상인 경우 생일날 사망한 사람이 18%로 늘어나 나이가 높아짐에 따라 사망자가 증가하는 수치를 보였다. 사망 원인으로 심장마비 등 심장질환이 18.6%, 뇌졸중이 21.5%, 암이 10.8% 각각 증가했다. 또한 생일날 자살한 사람은 34.9%, 사고로 사망한 사람도 28.5%로 증가했다. 연구를 이끈 발데타 에데식-그로스 박사는 “생일날 사망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으나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면서 “두가지 이론으로 이같은 결과의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밝힌 가설은 병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 어떻게든 자신의 생일까지 버틴다는 ‘연기 이론’(postponement theory)과 나이가 들수록 생일날 받는 스트레스가 점점 커진다는 ‘기념일 이론’(anniversary theory)이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역학(疫學)회 학술지 역학회보(Annals of Epidemi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박종익기자 pji@seoul.co.kr
  • “수급비 지급일 酒暴 2배”… 빈곤층에 술은 폭력 기폭제

    “수급비 지급일 酒暴 2배”… 빈곤층에 술은 폭력 기폭제

    # 지난 4월 26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의 한 식당에 술에 취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강모(52)씨가 들어왔다. 냉장고에서 멋대로 소주를 꺼내 마셨다. 또 욕을 해대며 집기를 던지기도 했다. 손님들은 황급히 계산을 하고 자리를 떴다. 식당 주인은 “또 왔구나.”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강씨의 음주폭력은 시장 내 일상이었던 것이다. 강씨는 지난 8일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조사 결과 전과 56범의 강씨는 직업도, 가족도 없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였다. # 서울 강서경찰서는 매월 20일 긴장한다. 지구대로 연행되는 음주폭력 사범이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많기 때문이다. 20일은 수급 대상자들이 주민센터로부터 수급비를 받는 날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급비를 받는 날은 술을 마시고 폭력을 저지르는 일이 유독 많은 같다.”고 전했다. # 서울 신촌 먹자골목에서 조폭 아닌 주폭(酒暴·음주폭력)으로 소문난 박모(51·무직)씨는 소아마비 장애인이다. “리어카 하나 사게 돈을 내놔라.”라며 상인들을 협박하기 일쑤였다. 이혼한 뒤 처지를 비관하다 술에 빠져 중독이 된 데 이어 범죄자로 전락했다. 지난 1일 서대문경찰서에 구속됐다. 음주폭력을 일삼는 피의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가난이나 장애를 가진 사회적 약자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튼실하지 못한 탓에 한 병에 1100원 하는 소주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몸을 맡기는 것이다.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 표출되는 분노는 자제력을 잃기 십상이다. 음주가 폭력을 낳는 기폭제로 변질된 셈이다. 빈곤층일수록 음주폭력의 빈도와 수위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알코올중독’은 음주폭력의 심각성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더구나 알코올중독자 가운데 수급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 또한 불편한 진실이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의 ‘빈곤과 알코올’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알코올 의존율과 폭음 빈도가 점차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빈곤과 알코올중독의 연관성이 높았다. 사회복지사 최모(32)씨는 “노숙인과 쪽방촌 수급자 대부분을 알코올중독자로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사회적 비용이 만만찮다는 사실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급여 수급자 160만명 가운데 알코올중독자는 4%인 6만 4000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들을 치료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전 국민 알코올중독 치료비의 24% 남짓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가난한 이들은 알코올중독인데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지 않는 일이 많아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반복적 음주 패턴을 보이는 이들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적극 개입,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규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음주 폭력을 저지르는 ‘헤비 드링커’ 단계에 접어들기 전에 치료를 도와야 한다.”면서 “전국 42곳에 불과한 알코올 중독 치료센터를 증설하고 음주 문화에 대한 고민과 함께 약자를 위한 사회 안전망 확보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영준·김진아·명희진기자 apple@seoul.co.kr
  • 드라마 드림하이 속 송삼동 아닙니다…‘슈퍼스타’ 꿈꾸는 진짜배우 송삼동!

    드라마 드림하이 속 송삼동 아닙니다…‘슈퍼스타’ 꿈꾸는 진짜배우 송삼동!

    송삼동이란 이름을 드라마 ‘드림하이 1’(2011)에서 김수현이 맡은 배역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게다. 그런데 독립영화(혹은 저예산영화)를 챙겨보는 관객이라면 고개를 가로저을 터. 1000만원의 제작비로 1억 7000여만원(누적관객 2만 5000여명)을 거둬들인 ‘낮술’(2008)의 찌질남 혁진, 파격적인 퀴어 영화 ‘REC’(2011)의 영준 등 출연작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가 송삼동(32)이다. ‘슈퍼스타’(7일 개봉)는 14편에 이르는 그의 필모그래피 중 3번째로 극장에 걸린 영화다. 번번이 투자단계에서 작품이 엎어지는 4년째 예비감독 진수와 건달 전문 배우 태욱이 부산영화제에서 보낸 2박 3일을 그렸다. →‘슈퍼스타’는 2010년 부산영화제 공식리셉션과 상영관 등에서 게릴라식으로 찍었다. 일반적 현장과 달라 어려움도 컸을 텐데. -안성기 선배님과 김동호 부산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님이 나오는 리셉션장면은 실제 상황이다. 다른 분은 턱시도를 입고 있는데 우리만 행색이 꾀죄죄했다. 화려한 파티에 덩그러니 놓인 느낌이 드니까 주인공의 심리처럼 위축됐다. 당시에는 김정태 선배도 지금처럼 ‘대세’는 아니었으니까, 촬영을 지켜보는 영화 관계자나 행인들도 무슨 일인가 싶었을 거다(웃음). →입봉을 준비하는 감독 역할에 몰입하는 게 어렵지 않던가. -독립영화를 오래 했기 때문에 감독들 사정이나 감정은 잘 알고 있다. 영화인 술자리에 가더라도 막상 아는 사람은 한둘이다. 그 사람이 옆 테이블에 잠깐 가면 할 말도 없고, 뻘쭘한 영화 속 진수의 모습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중이 송삼동을 인지한 건 ‘낮술’을 보고서다. 전까지 ‘슈퍼스타’의 주인공처럼 곡절이 많았을 것 같다. -2005년말 복학(경희대 환경공학과)했다. 남들은 군대 갔다 와서 복학하면 정신을 차린다는데 난 달랐다. 아버지 목도장을 위조해서 자퇴서를 냈다. 집안이 뒤집혔다.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배우를 꿈꾼 것도 아닌데 차라리 휴학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성격상 비빌 언덕이 있으면 돌아갔을 거다. 앞으로 나갈 일만 남겨둬야 했다. 독립영화 구인사이트를 통해 단편 2~3개를 찍고서 만난 작품이 ‘낮술’이다. →‘낮술’이 화제작이었기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출연 제안도 있었을 법한데. -10명 중 9명은 그렇게 생각하더라(웃음). 딱 광고 한편 찍었다. 핑크색 스키복을 입은 (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 아저씨의 뒤태에 반해 쫓아가다 실체를 알고 황당해하는 남자가 나다. 평생 가장 큰돈을 만졌다. 300만원쯤 되더라. 이후 대학로에서 연극을 했다. ‘강풀의 바보’에서 바보 역할,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과 선조 역할을 했다. →배우 경력 7년차다. 경제적 압박으로 그만둘 생각은 안 해봤나. -독립영화에서 내 경력과 나이라면 하루에 5만원 정도다. 7년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홍대 근처의 옥탑방에 사는데 나보다 키가 큰 사람은 천정에 머리가 부딪혀 살기 힘들거다. 그만둘 생각을 왜 안 했겠나. 올 초에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고용부에서 지원하는 제빵, 꽃꽂이 같은 국비직업교육 상담도 받았다. 다행인지 상담자가 불친절했다. 이건 아니구나 싶더라. →지금도 아르바이트를 하나. -언제 작품에 들어갈지 모르니 정규직이 아니라 단발성 일을 해야 한다. (인터뷰 전날인 8일) 어제도 이화여대 앞에서 무료잡지를 나눠주는 일을 했다. 운 좋게도 시간당 1만원에 하루 4시간씩, 이틀 하는 일을 건졌다. →요즘 고민은 뭔가. -내가 추구하는 건 자연스러운 연기다. 그런데 한국영화에선 코미디이든 건달이든 센 캐릭터들이 많다. 자연스러운 연기는 장점일 수 있지만, 단점일 수도 있다.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그때까지 과도기를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많은 젊은 배우들이 연기를 포기한다. 나보다 연기를 잘하는 친구도 수두룩하다. 대부분 경제적 이유다. 그래도 난 어떻게든 버틸 거다. 지인들한테 ‘연기 관두고 (고향집 근처인) 창원여고 앞에서 떡볶이 장사나 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속으론 한 번도 성공을 의심해본 적이 없다(웃음). →송삼동에게 연기란 어떤 의미인가. -‘타짜’에서 백윤식 선생님이 ‘혼이 담긴 구라’란 대사를 한다. 연기란 ‘혼이 담긴 거짓’ 아닐까. 그 캐릭터와 100% 합일이 되는 건 불가능하다. 그 사람으로 보이도록 ‘척’할 뿐이다. 물론, 혼이 담기지 않으면 그냥 거짓이다. →곧 상업영화도 찍는다던데. -다음 달 임순례 감독의 ‘남쪽으로 튀어’에 들어간다. 지금껏 출연한 상업영화 중 비중이 가장 크다. 스물 몇 장면쯤 나온다. 물론 그중 절반은 ‘권순경 참다못해 앞으로 나온다’는 식의 대사 없는 장면이다. →‘드림하이’ 때문에 곤란(방영당시 송삼동의 싸이월드 방명록에는 ‘왜 송삼동인 척하느냐.’는 식의 악성 댓글이 넘쳐났다)을 겪었던데, 예명을 쓸 생각은 안 해봤나. -잠깐 스트레스도 받고 작가님을 원망도 했다. 석 삼(三)에 동녁 동(東), 즉 동쪽에서 해가 세 번 뜨니까 살아가면서 세 차례 크게 빛을 본다는 의미다. 흠… 그런데 내가 출연한 영화 3편이 극장에 개봉한다는 뜻이면 어떻게 하지? 하하하.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어릴적 트라우마 성인 우울증 유발”

    어려서 정신적 충격(트라우마)을 경험한 사람이 성인이 된 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은 이유가 규명됐다. 그동안 어린 시절 사고나 폭행·방임·성적 학대 등을 겪은 사람은 성인기에 우울증이 발병할 확률이 그러지 않은 사람에 비해 8∼10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는 있었으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 이동수·전홍진(정신건강의학과)·강은숙(진단검사의학과) 교수와 미국 하버드의대 MGH병원 미셜런 교수팀(정신과)은 공동연구를 통해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은 뇌신경 손상을 치료해주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의 세포 내 이용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BDNF는 뇌에서 생성되는 단백질 물질로, 중추·말초신경의 신경세포에 작용하며, 우울증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BDNF 혈중농도 낮아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의 BDNF의 혈중농도가 낮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울증 환자 105명과 정상인 50명을 대상으로 BDNF의 혈중농도를 검사한 뒤 트라우마와의 상관관계를 추적한 결과,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의 경우 BDNF가 체내에서 정상적으로 대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트라우마가 강한 사람은 혈소판의 BDNF 수치가 정상인보다 높았던 반면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했을 때는 오히려 혈중농도가 낮은 것으로 측정됐다.”면서 “이는 “우울증 환자의 경우 BDNF가 세포에서 외부로 이동하는 경로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발병 확률 8~10배 높아 연구팀은 유년기에 겪은 충격의 유형에 따라 혈중 BDNF의 농도가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분석 결과 성적 학대를 경험한 우울증 환자의 BDNF 활용도가 가장 낮았다. 이 경우 환자의 혈소판 내 BDNF 수치는 혈소판 100만개당 93.2pg(1조분의 1g)으로 가장 높았던 반면 혈중 농도는 374.4pg/㎖로 다른 환자군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어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한 경우가 87.6pg, 394.2pg/㎖였으며, 사고·폭언·방임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저널 ‘정신의학연구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전홍진 교수는 “BDNF의 세포내 이용에 문제가 있으면 난치성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어린이들에게 가해지는 정신적·육체적 충격이 성인이 됐을 때 우울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만큼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노인성 우울증

    [Weekly Health Issue] 노인성 우울증

    “치매가 아니라 노인성 우울증입니다.” 노령화가 노인들의 삶에 깊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노인성 우울증이 맨 앞에 있다. 수명 연장으로 덤터기를 쓴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우울증 유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우울증과 구별되는 이런 노인성 우울증이 안타깝게도 치매와 혼동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애꿎은 노인들이 치매 환자로 둔갑해 엉뚱한 치료를 받으며 헤매고 있는 것. 이런 사례는 대부분 가족들의 편견이 원인이나 일부 의료진의 정교하지 못한 접근도 문제인 것이 사실이다. 이래저래 노후의 삶을 속박하는 노인성 우울증에 대해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한지원 교수로부터 듣는다. ●먼저, 노인성 우울증이란 어떤 질환인가. 치매와 함께 노년기에 가장 흔한 정신과적 질환으로, 통상 60세 이후의 노년기에 생기는 우울증을 말하지만 연령 외에도 청장년층의 우울증과는 차별되는 뚜렷한 특성이 따로 있다. ●특히 노인성 우울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노인성 우울증은 환자는 물론 가족들도 노화현상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적기에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며, 설령 환자가 우울증이라고 느껴도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이 강해 적극적인 치료를 기피한다. 여기에다 통증이나 인지기능 저하 등 우울감과는 다른 유형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쉬우며,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도 크다. 또 심뇌혈관질환, 대사성질환 등 흔한 노년기 질환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노인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아 2010년에만 4400명이 자살했는데, 주요 원인이 노인성 우울증이었다. ●노인성 우울증의 발병 추이와 특징을 짚어달라. 65세 이상 노인 9명 중 1명은 당장 치료를 해야 하는 노인성 우울증 환자다. 이는 선진국의 2배가 넘는 규모이며, 4명 중 1명 정도는 심각하지는 않지만 역시 우울 증상을 겪고 있다. 우리 나라의 고령화 추이를 감안하면 유병률은 앞으로 점점 높아질 것이다. 더 심각한 사실은 이들 중 제대로 치료받는 노인이 10%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인성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어떻게 다른가. 슬픈 감정보다 의욕 저하나 기력 감퇴로 나타날 때가 많다. 또 여기저기 몸이 아프다는데 병원에 가도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면 노인성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 원래 가지고 있는 신체적 통증이나 불편감에 더욱 민감해지며, 인지기능 장애를 주증상으로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특히 치매와의 감별 진단이 중요하다. 여기에다 노인성 우울증은 청장년 우울증에 비해 자살 위험도 훨씬 높다. ●원인은 무엇인가. 다양한 생물학적·심리사회적 요인이 단독 혹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생물학적 요인으로는 치매·뇌졸중·두부외상은 물론 당뇨·고혈압·신장질환 등 만성질환과의 연관성이 높으며, 노화로 인한 호르몬 변화도 발병 요인으로 추정된다. 심리사회적 요인으로는 노화나 퇴직으로 인한 생활습관의 변화에다 운동량과 햇볕을 쬐는 시간이 줄면서 생체리듬에 교란이 생겨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강한 스트레스나 경제적 어려움, 배우자나 친구와의 사별 등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증상을 상세히 짚어달라. 먼저, 흥미와 의욕이 감소하고, 말수가 줄며, 외출이나 TV 시청시간이 주는 대신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또 여기저기 아프고 불편해 병원을 다녀보지만 원인이 드러나지 않거나, 질환 진단을 받고 치료해도 잘 반응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여기에다 까닭없이 불안·초조해하고, “자식들에게 짐만 된다.”거나 “살아서 뭐하나. 죽고 싶다.”는 푸념을 하면 자살 위험이 높은 응급상황으로 봐야 한다. 건망증 등 인지감퇴도 심해지는데, 특히 스스로 건망증이 심해져 걱정이라고 호소한다면 반드시 우울증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치매로 인한 기억감퇴는 우울증으로 인한 기억감퇴와 차이가 난다. 가장 흔한 차이가 건망증에 대한 환자 자신의 자각 정도이다. 우울증환자는 건망증을 불편해하고 걱정하는 반면 치매환자는 주변과 달리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치료는 어떻게 하며, 예후는 어떤가. 노인성 우울증은 적절히 치료만 하면 회복률이 80%에 이른다. 주된 치료방식은 약물치료다. 또 스트레스에 잘 대응하도록 정신치료와 교육을 시행하고, 필요하면 가족면담도 한다. 여기에다 광치료나 자기자극술, 증상이 심하면 전기경련요법을 병용하기도 한다. 기존의 질환을 잘 관리하는 것도 우울증 치료에 중요하다. ●흔히 노인성 우울증을 치매와 혼동하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노인성 우울증이 심하면 기억장애와 함께 집중력 및 판단력 저하가 나타나 치매처럼 보이는데, 이를 가성치매라고 한다. 우울증환자들은 치매환자들에 비해 기억장애가 갑자기 나타나고, 증상을 감추기보다 표현하는 편이다. 사실, 우울로 인한 인지기능의 손상은 가역적이어서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한데, 우울증에 대한 진단 없이 치매 치료제만 투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울증을 방치하면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지기도 한다. 따라서 노인들이 인지감퇴를 호소한다면 반드시 우울증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 또 치매 환자의 3분의 1은 우울증상을 동반하므로 치매환자의 인지 증상이 갑자기 악화됐다면 우울증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노인성 우울증과 관련한 정책적인 문제는 없는가. 노인성 우울증은 증상이 복잡·모호하고, 자발성이 크게 떨어져 조기진단 및 치료가 어렵다. 따라서 지역사회 기반의 조기검진 서비스를 통해 쉽게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노년층은 우울증 등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이 강하므로 이들에 대한 교육·홍보가 절실하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조정래 작가 “내년 5월까지 폐관… ‘강대국中’ 다룬 소설 쓸 것”

    조정래 작가 “내년 5월까지 폐관… ‘강대국中’ 다룬 소설 쓸 것”

    “늘 길게 써서 눈이 나빠지게 했는데 이번에는 발품을 팔게 해서 미안합니다.” 소설가 조정래(69)는 7일 문화유산국민신탁이 복원한 전남 보성군 벌교읍의 ‘보성여관’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마련된 버스에 합류해 이렇게 엄살을 부렸다. 똑바로 서 있어도 앞으로 기우는 오른쪽 어깨와 단발 길이의 곱슬머리에 활짝 웃으면 하회 양반탈 같은 표정을 하고서 말이다. 장편 대하소설 ‘태백산맥’ 10권(1983~1989), ‘아리랑’ 12권(1990~1995), ‘한강’ 10권(2007)을 써낸 그는 이번 행사 참여가 올해 마지막 외출이라고 선언했다. 내년 5월까지는 “폐관”(두문불출한다는 뜻)하고 대하소설을 쓰겠다는 것이다. 2007년 1월 ‘아리랑’ 100쇄 출판 기념 인터뷰에서 “대하소설은 ‘한강’이 마지막”이라고 선언했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다. 조정래는 “3권짜리 장편소설을 쓰기 위한 최종적인 자료 점검을 마쳤다.”면서 “오늘의 중국이 강성해지면 21세기에 어떤 의미가 있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것으로, 내년 5월 이후엔 독자들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오늘이 나를 만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라면서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가 살아 돌아와도 안 된다.”고 단호하게 못 박았다. 조정래는 구상한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는 외부와의 접촉을 거의 차단한다. 태백산맥 1부를 쓰던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소설 쓸 때는 아무도 만나면 안 된다.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다. 방해만 되니까. 머릿속에서 마구 이야기를 엮어가고 있는데 다른 잡스러운 것이 들어오면 불같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집사람(김초혜 시인)하고 같이 밥 먹는 것도 스트레스다. 소설을 쓸 때는 신들린 무당처럼 돼 버린다.”고 했다. 유일하게 격주로 놀러 오는 손자들만 만난다고 하면서 또 하회 양반탈 표정을 짓는다. 소설 3권을 위해 막바지 자료 정리를 하던 중 보성여관 개관식 참석을 요청받았단다. “절대로 못 내려갈 형편인데 임권택(76) 감독님이 오신다고 해서 왔다.”고 했다. 임 감독은 소설 태백산맥을 원작으로 1994년에 영화 태백산맥을 찍었다. 벌교의 태백산맥문학관에 가면 당시 영화 태백산맥의 시나리오가 2편이나 있다. 이날 보성여관 개관식에 참석한 임 감독은 당시의 상황에 대해 “원래는 1992년에 태백산맥 1, 2부로 두 편을 찍으려고 했는데 정부에서 제작사에 ‘좌우 이념을 아직 객관적으로 바라볼 상황이 아니지 않으냐,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못 찍게 하겠다’고 압력을 가해 영화 촬영도 1년여 늦추고 2편으로 찍으려던 계획도 1편으로 줄여 얼른얼른 찍었다.”고 했다. 소설 태백산맥은 800만 부가 팔렸고 영화화도 됐지만 조정래는 그 책 탓에 이적 혐의를 받고 1994년 4월부터 2005년 5월까지 11년 2개월 동안 검찰의 조사를 받은 뒤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야 했다. 당시 김제 만경평야를 중심으로 한 일본 제국주의의 수탈에 관한 소설 ‘아리랑’을 3분의2 정도 끝낸 상태였는데 정신적 고통으로 소설을 쓰기가 어려웠다. 특히 자료 수집을 위해 하와이, 러시아, 동남아시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을 가야 했는데 출국금지가 돼 있어서 나갈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일에 대해 조정래는 “소설가는 있었던 일, 있는 일, 있을 수 있는 일을 쓰는 사람이다. 특히 있었던 역사의 사실을 쓸 때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시대정신 앞에 냉정해져야 한다.”고 했다. 그 때문에 그는 국회와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일어난 ‘종북 논란’을 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그는 “시대착오적이고 유치한 짓이다. 분단의 시간이 60년이면 이념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색깔론으로 1950년대 반공주의를 내세우는 사회로 돌아가거나 고착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북쪽에 비해 인구는 2배 많고 국민총생산은 32배 높다. 복합효과로 따지면 남한은 북한의 100배다. 종북 논쟁 등이 지속되면 정치적으로 북한과 적대적 의존관계를 만들어 가려는 정치권의 야비한 술수에 놀아나는 것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유시민, 심상정이 이야기하듯이 종북이 있다면 밝혀야 한다. 공당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사고방식이 잘못됐으면 고치면서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보성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北 젊은여성, 담배피우는 남한 女배우 보더니…

    北 젊은여성, 담배피우는 남한 女배우 보더니…

    보수성과 폐쇄성이 지배하는 북한 평양에서 젊은 여성들이 대놓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고 탈북자 인터넷 매체 ‘뉴포커스’(www.newfocus.co.kr)가 보도했다. 뉴포커스는 8일 ‘한류가 북한 여성들에게 담배까지 권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을 탈출한 이미정(39·가명)씨는 “재작년 방문한 평양의 한 주택에서 젊은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평양의 일부 남자들은 여성들의 이런 변화를 인정하며 먼저 담배를 권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포커스는 “기존에는 북한 여성에게 담배란 오직 할머니만의 전유물이었으며 젊은 여성이 담배를 피운다는 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면서 “그런 면에서 젊은 여성이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대단한 변화”라고 전했다. 이런 흐름은 북한 간부층이나 부유층 자녀들 사이에 시작된 담배가 평양의 젊은 여성들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탈북자들은 여성들이 담배를 피우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한국 드라마를 꼽았다. 요즘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에서는 국민보건의 이유로 담배 피우는 장면을 볼 수 없지만 북한에서는 주로 과거에 나왔던 드라마들을 접하기 때문에 여성 탤런트들의 흡연 장면을 심심찮게 보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박모씨는 “북한에선 한국 드라마를 따라 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여성의 옷차림이나 말투, 그리고 자신 있는 모습 등 특히 담배를 피며 운전까지 하는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고 전했다. 뉴포커스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삶의 고난도가 적은 평양 여성의 흡연은 스트레스를 풀기보다는 단순한 멋부리기용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북한에서는 담배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여성의 흡연이 지방으로 번져 대중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다. 뉴포커스는 “이미 지방의 여성들은 합법적 마약인 담배보다 오히려 ‘얼음’이라 불리는 진짜 마약의 위험에 더 노출되어 있다.”면서 “경제적으로 빈곤해 삶에 지친 지방여성에겐 비싼 담배보다 마약이 더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서 담배보다 마약을 하는 여성의 모습이 더 자연스러운 기인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北 젊은여성, 담배피우는 남한 女배우 보더니…

    北 젊은여성, 담배피우는 남한 女배우 보더니…

    보수성과 폐쇄성이 지배하는 북한 평양에서 젊은 여성들이 대놓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고 탈북자 인터넷 매체 ‘뉴포커스’(www.newfocus.co.kr)가 보도했다. 뉴포커스는 8일 ‘한류가 북한 여성들에게 담배까지 권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을 탈출한 이미정(39·가명)씨는 “재작년 방문한 평양의 한 주택에서 젊은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평양의 일부 남자들은 여성들의 이런 변화를 인정하며 먼저 담배를 권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포커스는 “기존에는 북한 여성에게 담배란 오직 할머니만의 전유물이었으며 젊은 여성이 담배를 피운다는 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면서 “그런 면에서 젊은 여성이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대단한 변화”라고 전했다. 이런 흐름은 북한 간부층이나 부유층 자녀들 사이에 시작된 담배가 평양의 젊은 여성들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탈북자들은 여성들이 담배를 피우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한국 드라마를 꼽았다. 요즘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에서는 국민보건의 이유로 담배 피우는 장면을 볼 수 없지만 북한에서는 주로 과거에 나왔던 드라마들을 접하기 때문에 여성 탤런트들의 흡연 장면을 심심찮게 보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박모씨는 “북한에선 한국 드라마를 따라 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여성의 옷차림이나 말투, 그리고 자신 있는 모습 등 특히 담배를 피며 운전까지 하는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고 전했다. 뉴포커스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삶의 고난도가 적은 평양 여성의 흡연은 스트레스를 풀기보다는 단순한 멋부리기용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북한에서는 담배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여성의 흡연이 지방으로 번져 대중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다. 뉴포커스는 “이미 지방의 여성들은 합법적 마약인 담배보다 오히려 ‘얼음’이라 불리는 진짜 마약의 위험에 더 노출되어 있다.”면서 “경제적으로 빈곤해 삶에 지친 지방여성에겐 비싼 담배보다 마약이 더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서 담배보다 마약을 하는 여성의 모습이 더 자연스러운 기인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흠결 없는 재판 위한 판결 서포터스”

    “흠결 없는 재판 위한 판결 서포터스”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죠.” 한국어로도 영어로도 생소한 재판연구원(로클러크·law clerk)을 만나자마자 대뜸 질문이 들어왔다. “할아버지가 ‘재판연구원이 뭐냐’고 물으시길래 이렇게 설명드렸어요. ‘판사는 아닌데 법원에서 판사들이랑 같이 일한다’고요. 아직도 정확하게 모르시는데 판사들이랑 같이 있다니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이지욱 연구원) “판사가 아니라는 점만 강조해요. 어르신들이 오해하실까 봐.”(김연준 연구원) ‘판사는 아닌데 법원에 있는 재판연구원’으로 근무한 지 두달째다. 서울고법 행정3부와 민사·가사24부 재판연구원 김연준(36)씨와 이지욱(28·여)씨를 만났다. 서로 재판연구원으로 호칭하지만 일반적으로 로클러크로 불리고 있다. 이들은 “사건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판결문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수준 높은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어 법조인으로 첫발을 떼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기록·판례 검토 보고서 작성이 주업무 로클러크는 ‘법조 일원화에 맞춰 재판을 보조하기 위해 도입된 연봉 4000만원가량의 전문계약직 나급(5급 상당)의 법원 공무원 신분’이라는 것이 사실상 알려진 전부다. 김 연구원과 이 연구원은 재판부마다 하는 일이 조금씩 다르지만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관련 판례와 문헌을 찾아 담당 판사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주된 업무라고 소개했다. 재판부에 배당된 사건을 검토한 뒤 보고서를 쓰는 일이다. 김 연구원은 “오전 9시에 출근해서 기록을 받아 하루 종일 자료를 검토하고 다음 날도 검토하고 그다음 날에는 판례를 찾고 보고서를 작성한다.”면서 “1주일에 4건 정도를 처리하는데 처음보다 업무가 3~4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일주일에 2번 있는 재판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검토하는 사건과 집중 검토 사건이 따로 있는데 기록을 볼 때와 재판에서 당사자 말을 직접 들을 때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보고서 작성이다. 김 연구원은 “하루에도 열두번씩 좌절한다.”면서 “판사들에게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노력해도 뛰어넘을 수 없는 상대)을 느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연구원도 “판사들이 빤히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을 찾아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 결과물을 보고 속상할 때도 있다.”며 거들었다. ●광장시장에서 소주 회식하는 판사들 김 연구원과 이 연구원은 판사들이 ‘딱딱하고 고지식할 것’이라는 고정관념과 달리 “소탈하다.”고 했다. 사실 함께 일하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평판사들도 대하기가 편하지 않다. 이 연구원은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떡볶이, 순대를 시켜 놓고 소주를 마시는 게 재판부 회식”이라면서 “판사들이 우아하고 품위 있게만 행동할 거라는 것은 고정관념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요즘 사법부의 화두인 ‘소통’과 관련, “법정에서 판사가 당사자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사법부가 해야 할 1순위 소통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법관은 판결로만 말한다’는 말이 있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 “법원은 판결로만 말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열심히 설명하는 자세가 필요한 듯싶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 연구원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출신으로 한국전력기술㈜에서 원자력발전소 설계업무를 맡다 ‘기계가 아닌 사람과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성균관대 로스쿨에 들어갔다. 이 연구원은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출신으로 중앙대 로스쿨을 거쳐 ‘치열한 갈등을 중재하는 판사’가 되고 싶어 로클러크에 지원했다. 이들은 로스쿨 1기생을 대상으로 한 로클러크 전형에서 7대1의 경쟁률을 뚫었다. “로클러크만큼 법조인으로 일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잘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요. 법원이 흠결 없는 재판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김 연구원), “로클러크 제도가 자리 잡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커요. 많이 미흡하다고 느끼지만 열심히 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겠죠.”(이 연구원)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국내 은행 “3개월 이상 외화유동성 확보”

    국내 은행들이 유럽 재정위기에 따라 유럽계 차입금을 아시아로 돌리면서 3개월 이상 자체 대응여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위원회는 4일 지난해 2분기부터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중장기 외화자금 조달을 확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의 유럽계 차입금은 지난 4월 현재 549억 달러로 총 차입금 2042억 달러의 27% 수준이다. 은행의 유럽계 차입금 비중은 차입선 다변화 노력에 따라 지난해 6월 말 33%에서 12월 말 29%로 떨어지는 등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럽의 재정위기에 따라 국내 은행들은 딤섬본드,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는 등 홍콩,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을 새로운 외화 차입선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4월 말 현재 전체 외화차입금에서 유럽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대다. 대부분이 영국과 독일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다. 금융 위기가 심한 프랑스나 피그스(PIIGS: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에서 빌린 외화는 적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독일과 영국계 은행은 위기 상황에서도 좀처럼 자금을 회수하지 않고, 신용 한도도 유지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유로존에서 빌린 돈과 발행한 채권은 전체 차입금과 채권의 25% 정도다. 하나은행 측은 “유럽계 자금 차입은 자제하되 하반기에 일본에서 발행하는 엔화 표시 채권인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계 차입금 비중이 은행권 평균보다 다소 높은 신한은행도 차입선을 아시아 지역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지난 3월 딤섬본드 6억 2500만 위안(1억 달러)을 발행했고, 7월 초에는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의 유럽계 차입금은 4월 말 현재 4억 달러 수준으로 국내 대형 은행 가운데 유럽계 차입금 비중이 가장 낮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글로벌 경제위기 고조] 김석동 “유럽 재정위기, 대공황에 버금가는 큰 충격”

    [글로벌 경제위기 고조] 김석동 “유럽 재정위기, 대공황에 버금가는 큰 충격”

    정부는 현재의 경제위기가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달 말 예정된 하반기경제정책 방향에서 기금 확충을 통한 경기 부양책 등 세부적인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4일 “유럽 재정위기는 자본주의 역사에서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기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아 국내 자본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초장기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세제지원 등을 통해 기관투자가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말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에서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대책에 중점을 둘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간부회의에서 “대공황 이후 자유방임주의를 대신해 수정자본주의로 경제운용 패러다임이 바뀐 것처럼 유럽 사태를 계기로 1970년대 이후 자리 잡은 신자유주의가 이제는 새로운 경제·금융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 간섭을 배제하고 자율성을 통한 시장 확대와 산업 발전을 주장하던 신자유주의가 공고한 시장 안정과 질서를 전제로 한 자율 추구 강회된 사회적 책임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자산 건전성 심사) 실시,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조치를 실행해 왔지만 시장안정을 위한 대책은 급박하게 변화하는 위기상황에 즉각 작동돼야 한다며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자본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공매도(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파는 행위)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기 상품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금융시장 불안이 소비심리 위축을 통해 내수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럽의 경기둔화로 인한 중국의 수출 부진, 이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부진 등이 나타나면서 하반기에는 소비가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러나 대내외 악재에 경기 둔화까지 더해지면 소비가 위축, 경기 회복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주가하락으로 고소득층은 소비를 줄이고 , 체감경기가 개선되지 않았던 서민·중소기업은 더욱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발표 시 기금별 여유자금을 최대한 활용, 경기 활성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리얼리티 TV프로그램이 ‘정신병’을 유발한다?

    리얼리티 TV프로그램이 ‘정신병’을 유발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리얼리티 TV쇼가 정신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몇몇 사람들은 자신이 실제 리얼리티쇼의 주인공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 이같은 연구결과는 뉴욕대와 맥길대학의 형제 연구자인 조엘과 이안 골드 박사가 최근 출간된 신경 정신관련 저널(the journal Cognitive Neuropsychiatry)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트루먼쇼 망상’(Truman Show delusions)이라고 명명한 이 정신병은 자신이 리얼리티 TV쇼의 주인공이라고 착각하는 5명의 사례로 연구됐다. 논문의 사례로 기재된 한 환자는 ‘9/11 테러’는 자신이 출연한 쇼의 일부이며 여전히 세계무역센터 빌딩은 그대로 서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그는 카메라가 자신의 눈 속에 이식되어 있다고 믿는다. 또 다른 환자는 자신이 리얼리티쇼의 출연자 중 하나로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중인 것으로 믿고 있으며 곧 정체가 밝혀진다고 주장한다.     골드 박사는 “리얼리티 TV쇼가 새로운 병을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해 과대망상이나 편집증을 줄 수 있다.” 면서 “인터넷, 유튜브, TV등 현시대의 실시간 매체들이 사람들의 정신병적 망상을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998년 개봉한 영화 ‘트루먼쇼’는 자신도 모르게 30년간 리얼리티 TV프로그램에 노출되어 살아가던 한 인간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육아 스트레스로 영아 학대 늘었다

    아동학대는 대부분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아동이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학대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아동학대 건수는 1만 146건으로 전년보다 약 10% 증가했다고 보건복지부가 3일 밝혔다. 이 가운데 아동학대로 최종 판정된 사례는 6058건에 달했다. 아동학대 사례의 86.6%는 가정 내에서 발생했고, 특히 83.1%인 5039건은 부모에 의한 학대로 밝혀졌다. 유형별로는 방임 1783건(29.4%), 정서학대 909건(15.0%), 신체학대 466건(7.7%), 성학대 226건(3.7%) 등이었고, 두 가지 이상의 학대가 중복된 경우가 2621건(43.3%)이나 됐다. 특히 가정 내 학대는 편부모 가정이나 미혼부, 미혼모 가정 등 한 부모 가정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족 유형 중 한 부모 가정 비율은 8.7%에 불과하지만 아동학대 사례의 44%(2666건)가 한 부모 가정에서 발생했다. 3세 미만의 영아에 대한 학대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영아학대는 2009년 455건, 2010년 530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708건으로 늘었다. 영아학대의 주체는 여성(66.7%)이 남성(32.3%)보다 많았고, 20~30대 젊은층(69.7%)이 두드러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젊은 엄마의 육아스트레스가 주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 등 시설 내 학대는 전년보다 19% 증가한 270건으로 집계됐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굿모닝 닥터] 여드름 흉터 예방

    여성 메이컵에도 트렌드가 있다. 진하고 윤곽이 뚜렷하게 하던 이전과 달리 요즘은 맑고 투명한 피부를 드러내는 내추럴 화장법이 대세다. 하지만 대다수 여성들은 이런 트렌드가 반갑지 않다. 메이컵을 해도 피부의 결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특히 곤혹스러운 것이 여드름 흉터다. 여드름 흉터는 화농성 여드름이나 손으로 여드름을 짜다가 감염돼 생긴다. 흉터를 살펴보면 패인 부위는 물론 주변 조직도 두꺼워져 있다. 단순히 색소가 침착된 흉터와 달리 피부가 패인 흉터는 치료도 쉽지 않다. 겉보기와 달리 속에서 깊고 넓게 흉터조직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여드름 흉터를 예방하려면 모공 속까지 꼼꼼하게 씻어내는 세안이 기본이다. 그렇다고 너무 자주 씻으면 피부의 유·수분 균형이 깨져 칙칙한 피부가 되기 십상이다. 세안은 하루 2~3회가 적당하며, 뜨거운 물이나 자극이 강한 세안제는 피하는 게 좋다. 여드름은 절대 손톱으로 짜서는 안 되며, 곧 터질 것 같은 경우에만 스팀타월로 모공을 연 뒤 면봉으로 살짝 눌러 짜야 한다. 이미 생긴 여드름 흉터는 전문적인 치료로 해결할 수 있다. 최근에 주목받는 치료법이 바로 ‘멀티홀 복합 흉터치료법’으로, 미국 FDA가 승인한 1410nm 파장의 레이저와 1만 600nm 파장의 레이저를 동시에 조사하는 방식이다. 단파장 레이저는 진피층 700㎛까지 침투해 피부 손상 없이 4000개의 미세한 홀을 만들어 피부 재생을 유도하고, 장파장 레이저는 가늘고 강한 에너지를 진피층에 도달시켜 흉터조직을 재생시킨다. 여드름 흉터는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지만, 그렇더라도 여드름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게 생긴 흉터가 고민이라면 자신의 피부에 맞는 적절한 시술을 받는 게 최선이다. 스트레스도 안 받고, 자신감까지 얻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
  • 열흘 굶고 25시간 비행… ‘조스 10남매’ 상륙

    열흘 굶고 25시간 비행… ‘조스 10남매’ 상륙

    지난 1일 오후 9시 30분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청사가 분주해졌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KE528편에 특별한 손님, 세 살배기 흉(兇)상어 새끼 10마리가 타고 있어서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이 프랑스 니스의 해양테마파크 마린랜드에서 운송비를 포함, 3억 4000만원에 구입한 상어들이다. ●무진동 차량 동원… 스트레스 최소화 연안의 모래톱에 서식한다고 해서 ‘샌드바 샤크’(sandbar shark)로 불리는 흉상어는 사람을 곧잘 공격하는 포악한 상어로 유명한 탓에 상어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최대 길이 2m에 날렵한 몸매, 뾰족한 지느러미 등이 ‘조스’와 다름없다. 2마리씩 담은 폭 2m 30㎝의 1.5t 용량의 특수 제조된 원통 수조 5개가 화물기에서 내려지자 코엑스 직원 20여명이 상어들의 상태를 점검했다. 4마리가 스트레스 등으로 말미암은 호흡 불안증세를 보이자 급히 깨끗한 물과 산소를 공급했다. 상어들의 특급 수송은 25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니스에서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육로로 이동한 뒤 비행기로 인천공항에 왔다. 인천공항에서는 다시 육로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아쿠아리움까지 반도체 등 충격에 민감한 물품을 나르는 데 사용되는 무진동 특수차량 2대로 옮겨졌다. 상어 수송의 최대 관건은 넓은 수족관에서 태어난 상어들이 장시간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견딜 수 있느냐다. 때문에 최대한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원통 수조에 바닷물을 채워 단단히 밀봉했다. 원통 뚜껑엔 특수 고안한 산소 공급기를 달아 차량뿐만 아니라 비행기에서도 충분히 산소를 넣어줬다. 이동 중 상어가 배설하게 되면 물 교체가 불가능한 까닭에 열흘 전부터 상어들에겐 금식령이 떨어졌다. 공항에서도 검역이나 세관 검사 등은 최대한 약식으로 이뤄졌다. ●코엑스 아쿠아리움, 5일부터 일반에 공개 상어들은 2일 0시 30분쯤 새로운 삶터인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도착했다. 직원들은 장시간 여행에 지친 상어들에게 신선한 산소와 해수를 넣어줬다. 또 헤엄도 시키며 혹시 모를 부상과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항생제 주사를 놓아줬다. 30분쯤 뒤 다시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어들은 오는 5일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커버스토리] ‘애플루엔자’에 병드는 아이들

    [커버스토리] ‘애플루엔자’에 병드는 아이들

    현영(9·가명)양은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소위 ‘명품’에 일찍 눈을 떴다. 디올의 베이비라인에서 나온 36만원짜리 청바지와 32만원가량 하는 돌체앤가바나 운동화를 특히 아낀다. 머리띠는 12만원 하는 프라다 제품이다. 지난겨울에는 부모를 졸라 버버리에서 신상품으로 출시한 100만원 정도 나가는 코트를 샀다. 현영이는 “명품 옷을 입은 나를 친구들이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게 기분 좋다.”면서 “다른 친구들도 명품을 한두 개씩은 가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명품 브랜드도 술술 말했다. 현영이의 아버지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집도 서울 마포구에 있는 90㎡쯤 되는 아파트다. 어린이 명품 소비 행태가 부유층에서 중산층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 자녀를 둔 가정이 늘어나면서 “제대로 잘 키우겠다.”는 부모들의 욕망에 ‘과소비 풍조’에 빠져드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풍요로워질수록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과소비 중독 증상 및 풍조, 즉 ‘애플루엔자’(Affluenza) 현상이다. 현영이처럼 명품에 집착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자녀를 매개로 한 부모의 강박적인 과시적 소비, 애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결국 어린 자녀들에게 전염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경혜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듯 어려서 보여 주기 위한 소비에 빠져들면 성장해서도 비슷한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꼭 명품이 아니라도 중고생들이 노스페이스 점퍼에 특정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선망하는 것도 마찬가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도 “명품 옷을 입은 아이가 어른들로부터 예쁘다는 말을 듣다 보면 자연스레 그런 옷들을 찾을 수밖에 없다.”면서 “어른들이 일상적으로 자녀들에게 과시적 소비를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어린이 명품을 취급하는 키즈(Kids) 산업의 매출 증가세는 뚜렷하다. 예컨대 아동복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봉브앙은 지난해 매출이 2010년보다 15% 이상 늘었고 아르마니 주니어는 무려 105.4%나 증가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유아 및 아동복 매출 신장률은 6~7%인 데 비해 버버리 칠드런 등 해외 유명 아동의류의 매출 신장률은 15%에 달했다.”고 털어놨다. 현영이와 같이 남과 다르게 보이려는 소비뿐만 아니라 가정 안팎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차원에서 ‘소비중독’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들도 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은주(7·가명)양은 새로운 머리띠만 보면 꼭 사야 한다. 이미 100개나 되는 머리띠를 가졌다. 부모가 사 주지 않으면 욕설을 하거나 떼를 쓰기 일쑤다. 은주양에 대한 소아정신과의 진단 결과는 소비중독증이었다. 은주양을 진료한 의사는 “학교나 가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특정 물건을 사는 것으로 해소하려는 것이 소비중독의 주된 행태”라면서 “아이들의 잘못된 소비인식도 중독 증상을 일으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김동현·배경헌기자 moses@seoul.co.kr [용어 클릭] ●애플루엔자(affluenza) 풍요를 뜻하는 애플루언트(affluent)와 유행성 독감 인플루엔자(influenza)를 더해 만든 합성어다. 풍요로워질수록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소비심리 또는 소비지상주의가 만들어 낸 질병이다. 소비중독 바이러스인 셈이다. 미국 환경과학자 데이비드 오언과 듀크대 명예교수 토머스 네일러 등이 2001년 펴낸 같은 제목의 저서 ‘애플루엔자’에서 유래됐다.
  • [‘애플루엔자’에 병드는 아이들] 명품 탐닉 부르는 육아 과소비

    [‘애플루엔자’에 병드는 아이들] 명품 탐닉 부르는 육아 과소비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김모(35·여)씨는 엄마들 육아모임에 가기를 꺼린다. 아이들에게 비싼 옷을 입혀서 나온 엄마들을 볼 때마다 자괴감과 거리감이 느껴져서다. 김씨는 “모임에 가면 경쟁하듯 아이에게 이것저것 해 줬다고 자랑을 늘어놓고, 옆에서는 재밌다는 듯 그걸 칭찬하더라.”면서 “아이를 위해 해 주는 것이지만 지켜보면 모두 자기과시뿐이어서 씁쓸해지더라.”고 털어놨다. 경기 성남 분당에 사는 노모(39·여)씨는 요즘 딸아이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최근 한 명품 브랜드의 원피스를 사 달라고 조르는 탓이다. 노씨는 “맞벌이를 할 때 사줬던 명품 브랜드를 아이가 좋아하게 된 것 같다.”면서 “지금은 외벌이라 형편이 그렇게 안 되는데 버릇을 잘못 들인 것 같아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스스로 과시적 소비를 즐기는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CJ엔터테인먼트가 발표한 어린이백서에 따르면 초등학교 5~6학년 여자 아이들의 23%가 친구들과 함께 직접 쇼핑을 하고 53%는 예쁘거나 마음에 드는 물건보다 친구들이 부러워할 수 있는 인기 브랜드 제품을 갖고 싶다고 응답했다. 과거 중·고등학생 때나 나타나던 과시적 소비가 초등학생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 23% “직접 쇼핑”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과시적 소비를 즐기는 이른바 ‘애플루엔자’ 증상을 보이는 가장 큰 원인으로 부모의 육아 과소비를 꼽는다. 서정희 울산대 아동가정복지학과 교수는 “인성만 사회화되는 게 아니라 물질주의적 가치관이나 과시형 소비성향도 함께 아이에게 학습된다.”면서 “부모들의 육아 과소비가 아이들을 소비에 탐닉하도록 만드는 첫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경혜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도 “자녀가 하나밖에 없는 가정이 늘면서 아이를 최고로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면서 “아이에게 좋은 것을 해 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것이 육아 과소비 형태로 나타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단순한 육아 과소비를 넘어선 부모들 간의 경쟁심리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직장인 이모(44·여)씨는 “단순히 아이에게 좋은 것을 해 주고 싶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가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은연중에 부모들 간에도 경쟁심리가 있는 것 같다.”면서 “옆집 아이가 무얼 했으니 우리도 해야 하고, 이것을 하면 옆집 아이보다 우리 아이가 더 나아 보이니 해 줘야 한다는 인식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아이의 엄마인 김모(37)씨도 “한 아이 엄마가 명품 유아복을 입히면 다음번 모임에 그 브랜드 옷이나 물건을 사 주는 부모들이 10명 중 3~4명은 된다.”면서 “아이를 위해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자신의 체면을 위해 쓰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친가·외가 지원 함께 받아 경제적 풍요 특히 맞벌이 가구의 증가와 외동아이 비중이 늘어나는 점이 육아 과소비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요즘 아이를 키우는 데는 부모들의 경제력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한 명밖에 없는 탓에 조부모와 외조부모들도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맞벌이 가구는 507만 가구로, 전체 부부가구 1162만 가구의 43%를 차지했고 외동아이 비중도 50%를 넘었다. 보령메디앙스와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부모 2187명을 대상으로 파악해 작성한 양육·소비문화 보고서에 따르면 영아기 때 친가와 외가로부터 받는 현금·물품 등 경제적 지원은 63만 3000여원으로 조사됐다. 유아기 때는 36만 4000여원, 학령기 때도 31만 8000여원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는 “경제력을 갖춘 조부모는 물론 외조부모들도 하나뿐인 손자·손녀에게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면서 “아이가 지나치게 경제적 풍요 속에 살다 보면 잘못된 소비습관에 길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절제하는 법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맞벌이 부모의 경우 아이와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무언가를 사줌으로써 해결하려는 성향이 있다.”면서 “이럴 경우 자칫 아이에게 가정문제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제적 보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동현·배경헌기자 moses@seoul.co.kr
  • [중국통신]女교사가 학부모에게 컨닝장비 팔아

    ”이 것만 있으면 시험 만점은 문제 없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과 그의 학부모에게 컨닝장비를 고액에 팔아넘긴 고등학교 선생님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둥베이신원왕(東北新聞網)이 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학생들에게 부정행위를 부추긴 교사 자오리화(趙麗華)는 랴오닝(遼寧)성 진저우(錦州)시 한 고등학교 교사로, 자오는 올해부터 교내 보충 수업을 담당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학생들은 “시험 당일에도 선생님이 수업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오에게 했다. 선생님을 향한 친근함의 표현으로 던진 말이었지만 학생들의 이 한 마디는 자오에게 커다란 ‘동기부여’가 되었다. 자오는 곧 초소형 무선 이어폰과 무전기로 구성된 ‘컨닝장비’ 세트를 들고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 두 명의 집을 차례로 방문했다.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가 모인 자리에서 “지난 해 시험에서도 이 장비로 문제푸는 것을 도와 500점 이상을 맞은 학생들이 있었다.”며 장비 구입을 ‘권장(?)’했다. 장비를 판 뒤에는 심지어 컨닝에 위험 부담이 따른다며 ‘리스크 부담 비용’을 추가로 받아냈다. 장비 한 세트 값만 3만5000 위안(한화 약 648만원)에 리스크 부담 비용 1만 위안까지 만만찮은 액수였지만 대입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학생과 학부모들은 선생님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 4월, 컨닝장비를 팔고 부정행위를 부추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자오는 학교와 교육부로부터 징계를 받아야만 했다. 한편 장비를 구입한 학생들은 ‘컨닝 미수’ 혐의로 한때 대학입학시험 응시 자격을 박탈당할뻔 했으나 이들 역시 피해자라는 점이 참작되어 수능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안도현 시인 “현 정부 향한 깊은 절망감 2년간 시 한 편 쓰지 못해…어두워서 노래하지 못했소”

    안도현 시인 “현 정부 향한 깊은 절망감 2년간 시 한 편 쓰지 못해…어두워서 노래하지 못했소”

    시인 안도현은 몰라도 흔히 ‘연탄재’라 부르는 안도현의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 누구에게/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시구를 들어본 사람들은 많다.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 삶의 총체성을 돌아다보게 하는 시인 안도현이 4년 만에 시 63편을 묶어 10번째 시집 ‘북항’(문학동네 펴냄)을 내놓았다. 그에게 이번 시집은 각별하다. 전북 완주의 우석대 교수로 있는 안도현 시인은 유선 전화통화에서 “보통 2~3년에 한 번씩 시집을 묶어 냈는데 이번이 간격이 가장 길었다.”고 말했다. 무엇이 시인의 혀를 자르고 입을 봉한 것일까? 그는 “MB(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용산 참사를 해결하라’든지 ‘4대 강을 반대한다’고 동어 반복하듯이 시를 쓸 수는 없었다.”면서 “거꾸로 가는 시간에 대해 고민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2010~2011년에는 단 한 편의 시도 쓰지 못했는데 현 정부에 대한 절망이 확고하게 깊어졌던 때였다고 회고했다. 시에는 ”어두워서 노래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안도현은 “예전에는 시를 못 쓰면 조바심이 생겼는데 지난 4년 동안은 시를 쓰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았다.”고 했다. “‘시는 그냥 거기 있어라’ 하는 심정으로 놓아두고 너무 매달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폴리페서’나 ‘정치 시인’이라는 시각을 우려하면서도 우리 시가 현실 문제에, 현실 정치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높은 목소리이거나 구호이고 싶지는 않았고 시의 본령인 서정과 현실의 문제를 결합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정이라는 것을 갱신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시집 날개에 쓴 그의 말을 빌리자면 “개판 같은 세상을 개판이라고 말하지 않는 미적 형식을 얻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말과 문체를 갱신해 또 다른 시적인 것을 찾고자” 했다. 안도현은 옛 학자와 문인들이 남겨놓은 고전 번역본을 닥치는 대로 읽고 그 고전 번역본 문체를 사용해 시의 어조를 변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에게 고전 번역체는 어색한 것처럼 보이지만 장엄하고, 서투른 것처럼 보이지만 정곡을 찌르고, 낡은 것처럼 여겨지지만 때로 낯설 정도로 새롭다고 했다. 북학파 이덕무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를 읽다가 썼다는 시 ‘표절’을 읽다 보면 그래서 벙싯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표제시 ‘북항’(北港)은 읽는 맛이 묘하다. ‘부캉’ 하고 발음하다 보면 북한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안도현은 “북항은 인천이나 목포의 실제 항구 이름이지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일단 한자 북(北)은 북쪽을 말하기도 하지만 ‘달아난다, 패한다, 배신한다’ 등의 뜻도 있다. 북항에는 북(北)의 이런 어지러운 마음이 다 들어 있다. 대중적인 사랑을 많이 받아 복이 많다고 자부하는 안도현은 이번 시집을 통해 “그동안 드리웠던 ‘대중적 시인’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 강력했다.”고 말했다. 연예인과 달리 대중이 이름을 기억하는 시인이라는 사실이 그에게는 적잖은 스트레스다. 널리 알려진 대중적인 시인이 곧 ‘달콤하게 독자들의 입맛에 맞추는 대중 시인’은 아니라고 완곡하게 설명했다. 도종환, 정호승, 김용택 시인 등과 친하지만 이들과 같은 한묶음으로 취급받는 것이 싫단다. 도종환 시인을 19대 국회의원으로 내몬 사람은 안도현이다.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을 하면서 도종환을 추천하고 “시는 언제 쓰느냐.”고 반발하는 도종환을 설득했다. “시 쓸 사람은 많다. 내가 쓸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올해 안도현의 시가 한여름 들판의 초록처럼 가득하길 기대해본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시인이 열어주는 ‘인생 비상구’

    ‘심리학의 위안’(김경미 지음, 교양인 펴냄)은 시인이 지은 심리학 책이다. 보다 정확히는 심리학의 여러 이론과 실험들을 쉽고 간결하게 현실에 적용한 심리 에세이에 가깝다. 책엔 골치 아픈 인과관계도 없고, 외워야 할 전문 용어도 없다. 그저 물 흐르듯, 잔잔하게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여성에게 30대는 삶의 갈림길이다. 최승자 시인의 표현대로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회사에서 계속 승진 경쟁을 해야 하는 건지, 결혼을 하고 영화처럼 ‘박수칠 때 떠나’야 하는 건지 등을 두고 고민한다. 저자는 심리학자 대니얼 레빈슨의 표현을 원용해 ‘여성들의 인생 난이도가 중에서 갑자기 최고 난이도로 바뀌는 시기’라고 30대를 정의한 뒤 “30대야말로 오히려 ‘이렇게 살 수도 있고 저렇게 살 수도 있는 시기’가 된 것”이라며 완곡하게 비튼 비상구를 제시한다. 책은 이처럼 화두를 던지고, 심리학자의 분석을 곁들인 뒤,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간다. 완곡하되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는다. 저자는 요즘 이혼 사유로 ‘성격 차이’를 흔히 꼽지만, 정확히는 ‘성격 차이를 인정하지 못해서’ 이혼한다고 했다. 차이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걸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문제라는 거다. 그 예가 상담심리학자 조성환이 쓴 ‘성격’에 나온다. 그는 성격을 ‘인식형’과 ‘판단형’으로 나눈다. 밤 11시께 친구가 근처에 왔다며 나오라고 전화했다 치자. ‘인식형’은 어지간하면 입고 있던 차림새 그대로 나간다. 반면 ‘판단형’은 시간이 있어도 핑계를 대며 나가지 않는다. 우정이 약해서는 아니다. 단지 성격상 즉흥적인 일에 대한 거부감이 클 뿐이다. 이런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니, 우정에 ‘쨍~’하고 금이 간다. 책은 도식적인 판단 기준, 예컨대 악한 부정이나 착한 긍정 등을 무조건 인정하지는 않는다. 스트레스가 정신을 깨우고, 멋진 불행도 있으며, 지키지 못할 결심도 하는 게 낫다는 식이다. 책의 핵심은 자명하다. 알면서도 결과가 두려워 접근조차 하지 않았던 ‘내 안의 두려움과 만나라.’는 거다. 다소 어색한 비유도 옥에 티처럼 나온다. 걱정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나오는 ‘생명과 만찬의 원칙’이 예다. 책은 약육강식의 세계를 이야기하며 가젤 영양은 살기 위해, 치타는 ‘맛있는 저녁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달린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치타가 개그 콘서트 ‘네가지’에 출연했다면 “나도 살기 위해 달려!”라고 외쳤을 거다. 단 한순간도 야생에서 ‘그저 한 끼 식사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치열한 야생을 느슨하게 비유하다 보니, 의도와 달리 결론이 다소 맥빠지게 와닿는 경우도 생긴다. 1만 4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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