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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투리땅에 주차장 만드세요

    주택가 자투리땅으로 주차난 극복에도 기여하고 월세 수입도 올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시는 소유하고 있는 주택가 미활용 부지를 소규모 주차장으로 조성하도록 제공하면 월세를 지급하는 ‘자투리땅 주차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이 사업은 노는 땅을 활용해 서울에서도 특히 주차난이 극심한 주택가의 주차 편의와 보행 안전을 돕기 위해 추진됐다. 자투리땅 소유주가 자치구에 주차장 조성을 신청하면 구가 1면당 최대 200만원을 지원해 주차장을 조성,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토지 소유주는 1면당 매달 4만~5만원의 월세를 받거나 재산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동대문구와 중랑구 2곳에 이미 9면의 공간을 조성해 개방했으며 성북구, 마포구 등 9곳에는 113면의 공간을 조성 중이다. 시는 올해 시범 사업으로 총 150면을 자투리 주차장으로 조성하고 주민 반응에 따라 이를 확대할 예정이다. 강홍기 주차계획과장은 “조성에 5000만~8000만원이 드는 부지 매입형 주차장과 달리 자투리 주차장은 저예산으로 조성이 가능하다.”며 “주민들의 주차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사업인 만큼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내년부터 전국민 정신건강검진 받는다

    앞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가벼운 정신질환자는 정신보건법상 정신질환자에서 제외된다. 정신과 의사와 상담만 해도 정신질환자로 분류됨에 따라 받는 불합리한 사회적 편견 및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또 내년부터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이 실시된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정신질환자의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신보건법상의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 중 정신보건 전문가가 일상적 사회활동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사람’으로 한정된다. 이에 따라 법상 정신질환자는 입원치료 등이 필요한 ‘중증 환자’로 대폭 줄어들게 됐다. 특히 약물을 처방하지 않은 의사의 단순 정신상담은 보험급여를 청구할 때 질환 명을 기재하지 않는 ‘일반상담’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현행 법에서는 환자 상태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한 상담만 해도 정신질환자로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 측은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사람들의 의료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일상생활에 지장 없는 경증 정신병에 걸려도 의사·약사 등 전문직에 진출할 수 없거나 민간보험 가입이 제한되는 폐단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취학 전 2회 ▲초등학생 2회 ▲중·고교생 1회씩 ▲20대 3회 ▲30대 이후에는 10년마다 2회씩의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를 받는다. 검진은 건강보험공단이 검진도구를 우편으로 발송하면 본인이 작성, 평가하는 방식이다. 취학전 어린이는 보호자가 대신 기입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특히 학교 폭력과 학생 자살, 학업 부담 증가 등에 따른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학교의 정신건강 상담을 강화하기로 했다. 학생위기상담 종합지원서비스를 맡은 ‘Wee(위)센터’에 전문상담사와 임상심리사 등을 증원, 배치할 방침이다. 또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장 근로자들의 스트레스, 우울증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정신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로 했다. 소방관·경찰관 등 직무 스트레스가 강한 공공 직종에 대한 심리검사 및 전문상담 서비스 수준도 한층 높일 계획이다. 복지부는 자살예방을 위한 조기개입 체계도 도입하기로 했다. 응급실로 이송된 자살 시도자를 심리치료 및 사회복지 서비스와 연계시키는 자살예방체계를 구축하는 데다 자살자 유가족·주변인들의 추가 자살을 막기 위한 심리검사와 정신과 연계치료도 강화할 예정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성인 30% 정신 병력… 상담만 해도 ‘주홍글씨’

    성인 30% 정신 병력… 상담만 해도 ‘주홍글씨’

    정부의 정신질환자 범위 축소는 국민정신건강의 중요성과 함께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뒤늦게나마 인식한 데 따른 현실적인 조치다. 1995년 제정한 정신보건법을 17년 만에 전면 개정에 나선 것이다. 통계상으로는 우울증을 포함, 국내 성인의 30%가량이 정신질환 병력을 갖고 있다. 또 3.2%는 자살을 시도할 정도다. 그러나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부담, 불합리한 대우 탓에 의료 서비스조차 제대로 받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실시한 정신질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세 이상 성인 가운데 519만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했다. 우울증 등 주요 정신질환 유병률도 2006년 12.6%에서 지난해 14.4%로 늘었다. 공황장애·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불안장애 경험자는 245만명, 우울증·조울증 등 기분장애 경험자는 130만명에 달했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159만명, 인터넷 중독은 233만명, 도박중독은 360만명으로 추산됐다. 악화되는 정신건강은 자살률 급증으로 이어졌다. 국내 10년간 자살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31.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살 원인 중 정신적 문제가 29.5%를 차지할 정도로 정신질환과 자살 간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신질환 경험자 가운데 정신과 전문의나 정신건강 전문가로부터 전문적인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사람은 15.3%에 불과하다. 미국(39.2%), 호주(34.9%), 뉴질랜드(38.9%) 등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정신질환 증상이 처음 나타난 때부터 최초로 치료가 이뤄지는 기간도 1.61년이나 걸렸다. 병증은 만성화되고 치료 비용은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현행 정신보건법은 환자의 경중도를 고려하지 않고 정신과 의사와 단순한 상담만 해도 정신질환자로 규정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환자들이 상담과 진료를 피하는 이유다. 의료법·국가공무원법·도로교통법 등 70여개 법률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자격취득·임용·고용 등에 제한을 두고 있고, 민간보험 가입도 제한되고 있다.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의사나 약사, 공무원 등의 길을 막아놓은 것이다. 사회적 차별이다. 복지부는 종합대책을 통해 정신질환자를 ▲상담만으로 정상생활이 가능한 상태 ▲상담과 복약 치료가 필요한 상태 ▲입원치료가 필요한 상태 등 3단계로 구분했다. 사회활동에 지장이 없는 경증 환자는 정신보건법상 정신질환자 개념에서 제외해 사회적 차별로부터 적극 보호하기로 한 것이다. 한계가 없지 않다. 상담했을 때만 질환명을 적지 않고 ‘일반질환’으로 표기할 뿐 상담을 받은 뒤 일단 가벼운 약을 처방받을 경우, 기록에 남기 때문이다. 우울증으로 정신과를 찾은 이모(35·여)씨는 “상담과 함께 약을 처방받았는데 제도가 바뀌더라도 내 사례는 여전히 기록에 남는다.”면서 “1시간 상담에 10만원 가까이 하는데 상담만을 위해 정신과를 찾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너무 섹시해 차별당했다”…FBI 미녀 요원 소송

    “너무 섹시해 차별당했다”…FBI 미녀 요원 소송

    ”내가 너무 섹시해 차별당했다.” FBI 요원으로 활동한 한 여성이 미국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유는 자신이 너무 섹시해 동료들에게 차별을 당해 결국 전출까지 당했다는 것. 현지 미디어의 화제로 떠오른 여성은 뉴멕시코에서 근무한 바 있는 FBI 요원 에릭카 보닐라(38). 가수로도 활동 중인 특이한 경력의 그녀는 2002년 12월 앨버커키에서 FBI 업무를 시작했으며 2007년에는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까지 했다. 그러나 그녀의 승승장구는 여기까지 였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이후 동료들의 모함과 질투로 캘리포니아의 한직으로 전출까지 당했다는 것 보닐라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제출한 소장에서 “나의 라틴 음악 능력과 히스패닉계의 매력적 외모 때문에 동료들의 괴롭힘과 모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료들에게 심한 차별과 ‘왕따’를 당했으며 심지어 ‘잠자리’를 통해 승진했다는 루머까지 사무실에 돌았다.” 면서 “FBI 측에서는 이런 차별을 시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녀는 FBI의 상급 기관인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대리인 모니카 가르시아는 “보닐라의 이번 소송은 손해배상 뿐 아니라 향후 FBI 내에서의 차별을 방지하는 두가지를 모두 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소송에 대해 FBI측은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다.         인터넷뉴스팀 
  • 스페인 구제 필요자금 510억 ~ 620억 유로

    스페인 부실 은행 구제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최대 620억 유로(약 787억 6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스페인 정부는 이르면 22일(현지시간), 25일 유로존에 구제금융 지원을 정식 요청 하기로 했다. 페르난도 레스토이 스페인 중앙은행 부총재는 21일 마드리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올리버 와이먼, 독일의 롤란트 베르거 등 2곳의 독립 컨설팅사가 스페인 14개 은행들에 대해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회계검사) 결과 510억~620억 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이 스페인에 지원하기로 합의한 최대 1000억 유로에는 못 미치는 액수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0일 스페인 은행들이 일반적인 경우 500억~600억 유로가 필요하고 아일랜드의 경우처럼 심각할 경우 900억~1000억 유로의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페인 정부는 두 컨설팅사의 회계감사 자료를 토대로 유로존에 얼마만큼의 구제금융을 요청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책꽂이]

    ●인생고시 (김종수 지음, 기림 펴냄) “자연의 이치를 깨우치면 건강하고 의식 높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강전도사인 저자가 이치의 핵심인 ‘생명온도’를 중심으로 인생을 이야기한다. 생명온도는 인체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진단하는 가늠자로, 오장육부가 높은 면역력을 가지는 40~45도이다. 생명온도가 높으면 원기 충만하고 의식이 맑아 두뇌 회전력이 좋아진다. 반대로 낮으면 무기력하고 질병을 일으키며 천재도 둔재가 된다고 말한다. 그럼, 이런 생명온도를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책은 그 방법들을 의식, 신체 작용, 생활, 임신, 육아, 교육 등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사법시험, 행정고시 등 각종 고시만큼 합격하기 어려운 것이 인생이라, 제목이 ‘인생고시’이다. 문항별 정답을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아 이해가 쉽다. 1만 8000원. ●미안해, 아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약속 (경찰청 폭력TF팀 지음, 상상나눔 펴냄) 학교폭력 현장을 가장 많이 접해봤을 현직 경찰관들이 함께 썼다. 2011년 대구에서 일어났던 한 중학생의 자살사건 당시 그 학생이 남겼던 유서로 책은 시작한다. 그 이후 숱한 실제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왜, 어떻게 이런 현상들이 벌어지는지 설명하고 주변 어른들이 보다 빨리 알아차릴 수 있는 체크 리스트도 제공한다. 딱딱하지 않게 감성적으로 풀어낸 게 돋보인다. 책 판매수익은 모두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기부된다. 1만 2000원. ●평화는 총구에서 나오지 않는다 (아르노 그륀 지음, 조봉애 옮김, 창해 펴냄) 늘 나오는 얘기가 힘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박정희도 핵폭탄을 만들고자 했고, 북한도, 한국도, 일본도 핵무장을 하려 든다. 유대인으로 나치즘을 겪었고, 미국으로 도피한 뒤 뉴욕 할렘가에서 정신치료를 했던 경험이 있는 저자는 진정으로 호소한다. 힘이 있어야 나를 지킬 수 있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결국 싸움을 부추기는 것밖에 안 된다고. 남과 공감하고 남과 함께 연대할 수 있을 때 나를 더 잘 지킬 수 있다고 아이들을 가르치자고 제안한다. 1만 2000원. ●왕의 목을 친 남자 (아다치 마사카쓰 지음, 최재혁 옮김, 한권의책 펴냄) 프랑스대혁명사를 다루되 미시사의 방법을 택했다. 사형집행인이었던 샤를 앙리 상송이 남긴 기록을 토대로 역사를 재구성한 것. 상송은 대대로 사형집행인을 해왔던 집안의 후손이다. 그의 기록을 통해 대혁명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만져볼 수 있다. 1만 4000원.
  • 암컷이 낳은 알, 입에 넣어 보호하는 ‘부성애 물고기’

    기막힌 부성애? 수정된 알을 입에 넣은 뒤 부화할 때까지 입에서 꺼내지 않고 보호하는 특이한 번식을 하는 물고기가 소개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1일자 보도에 소개된 이 물고기는 말레이시아 연안에 사는 농어목 동갈돔과의 카디날피시(cardinalfish)로 ‘마우스브리더’(mouth breeder)라 부르는 독특한 번식방법을 가졌다. . 마우스브리더란 암컷이 산란을 한 뒤 그 알을 자신의 입에 물고 있으면 수컷이 다가와 알들을 수정시키고, 암컷은 수정된 알들이 부화해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입에 계속 물고 보살피는 방식이다. 부화해 새끼가 된 후에도 위험이 닥칠 경우 어미의 입안으로 한꺼번에 도망치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카디날피시는 일반 마우스브리더 물고기들과 달리 수정된 알들을 수컷이 입에 넣어 보관한다는 특징이 있다. 수컷이 알을 입에 물고 있는 몇 주의 시간동안은 먹이를 섭취할 수도 없지만,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배고픔을 인내하는 ‘부성애’를 보인다. 카디날피시 수컷이 알을 물고 있는 장면을 포착한 말레이시아 출신의 한 전문 다이버는 “일반적으로 암컷이 알을 낳은 뒤 수컷이 수정시키면 암컷이 이 알들을 입에 물고 있지만, 카디날피시는 반대”라면서 “이는 알을 포식자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일리메일은 “기존 연구결과에 따르면 성체 물고기가 마우스브루더 번식 방법으로 입에 넣은 알 중 30%는 어쩔 수 없이 삼키게 되거나, 먹이를 먹지 못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스스로 이를 먹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미쓰고’ 주연 고현정 “시사 때 눈물났죠…함께 고생한 생각나서”

    ‘미쓰고’ 주연 고현정 “시사 때 눈물났죠…함께 고생한 생각나서”

    2011년 5월 충무로의 뜨거운 관심 속에 ‘미스고 프로젝트’가 크랭크인됐다. 동국대 연극영화과에서 함께 단편영화를 찍던 90학번 정범식 감독, 장소정 (영화제작사) 도로시 대표, 그리고 배우 고현정이 20년 만에 의기투합했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전체 분량의 30%쯤이 끝난 8월 초 부산 촬영이 중단됐다. 공식 해명은 쏟아진 비 때문이었다. 곧이어 감독이 바뀌었는데, 정 감독의 건강악화가 교체 사유라고 제작사 측은 밝혔다. 결국 ‘달마야 놀자’(2001)의 박철관 감독이 바통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는 완성됐다. 그 사이 제목은 ‘미쓰고’로 바뀌었다. 영화는 공황장애를 앓는 천수로(고현정)가 수상한 수녀의 심부름을 하다가 500억원짜리 마약·위조지폐 범죄 조직의 다툼에 휘말리면서 인생이 뒤바뀌는 소동극이다. 범죄 스릴러와 코미디를 버무린 영국 감독 가이 리치의 ‘록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 ‘스내치’를 떠올리면 될 듯하다. 고현정을 원톱으로 내세우고 성동일, 이문식, 유해진, 고창석, 박신양 등 입이 벌어질 만한 캐스팅을 했다. 그럼에도 영화의 완성도는 후한 점수를 받기에는 엉성한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덕여왕’의 미실, ‘대물’의 서혜림 등 카리스마 여걸을 도맡던 고현정과 건달, 악역 전문이던 유해진의 변신은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20일 서울 사간동 카페에서 고현정을 만났다. CF 촬영과 토크쇼 ‘고쇼’의 준비 탓에 지쳐 보였고,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그래도 트레이드 마크인 ‘물광 피부’는 명불허전이었다. 고현정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에선 강한 역할만 들어오는 나의 18~19살 때를 기억하는 친구들이라 이런 역을 제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의 결혼(1995년) 못지않게 시끄러웠던 이혼(2003년). 이후 2005년 드라마 ‘봄날’로 복귀한 고현정의 연기 인생 2막은 ‘선덕여왕’ ‘대물’ 등 ‘갑’(甲)의 위치에 선 강한 캐릭터가 주를 이뤘다. 고현정은 “다시 일을 시작할 무렵 만난 분들은 날 어른으로 대했다. 그런데 난 어른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결혼과 이혼, 아이도 낳았지만 서툴고 미숙하고 불안했다. 물론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딴에는 재벌집에도 갔다가 오고 이혼도 했으니 센 듯 보이는 게 세상 사람들의 예상치에 맞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설명했다. ‘미쓰고’의 천수로 캐릭터는 관객은 물론 본인에게도 어색했다. “소리를 마구 질러대는 강한 역할을 할 땐 살아왔던 경험에서 도움받을 수 있다. 천수로는 전혀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캐릭터였다. 너무 오버하지 않도록 경계했다. 자칫 공황장애를 앓는 분들에게 잘못된 선입견을 덧씌우는 건 옳지 않기 때문이다.” 개봉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감독 교체 과정에서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을 터. 질문을 받고도 한참 침묵을 지키던 고현정은 “마음고생은 내가 가장 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메라 감독을 비롯해 이 영화로 입봉하는 스태프들이 많았다. 위기가 왔을 때 그분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겠나.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개봉하는 게 맞다. 좌초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개봉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시사 때는 집중할 수 없었다고 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박 감독과 스태프들 생각도 나고, 8개월가량을 부산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찍은 순간들이 스쳐 갔다.”고 털어놓았다. ‘미쓰고’는 그의 첫 번째 상업 영화다. ‘해변의 여인’(2006),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8), ‘여배우들’(2009)은 저예산으로 제작된 소규모 개봉 영화였다. 흥행 부담도 있을 법했다. 영화의 순제작비는 53억원. 프린트 수급과 홍보마케팅 비용(P&A)을 포함한 총제작비는 70억원을 웃돈다. 200만명이 영화를 봐야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한다. 관객 숫자를 점쳐 달라는 질문에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난 그런 건 진짜 모르겠다.”며 배시시 웃었다. 이어 “제작자(장소정 대표)가 친구여서 더더욱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기적으로 생각하면 (잘 안된다고 하더라도) ‘고현정, 역시 영화는 안돼.’란 소리만 듣고 넘어가면 그뿐이다. 하지만 투자·제작사엔 잔인한 일이다. 또한 이름 없이 고생한 스태프들도 있다. 그래서 책임감도 느껴진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 연기 외에도 TV 토크쇼와 영화전문지의 인터뷰어(객원기자)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어떤 일이 가장 재밌냐고 물었다. 손가락 끝을 물어뜯고 한참 생각했다. “다 재밌다고 해야 하는 건가? 솔직히 재밌는 일이 하나도 없다. 다 힘들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어 “사소한 일까지 관심받고 질문을 당하는 게 고맙고 즐거운 일이다. 내가 이 자리에 강제로 있는 게 아니다. 못해서 난리를 칠 때도 있었다. 다 원했던 일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뭐든 ‘싫어, 싫어’가 입에 붙어 버린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역지사지의 상황을 경험해 보는 인터뷰어 일은 흥미롭다. 그러고 보니 그 일이 가장 즐거운 것 같다.”며 웃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용인 휴양림 숲길 조성

    경기 용인시는 오는 10월까지 이용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처인구 모현면 초부리 용인자연휴양림에 ‘치유의 숲길’ 500m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숲길에는 ‘산림치유’ 인자를 활용한 ▲두드림 ▲물의 합창 ▲향기의 날개 ▲모래의 자국 ▲햇살의 미소 ▲연두의 속삭임 ▲생각의 리듬 등 7개 테마 공간이 들어선다. 산림치유란 숲이 지닌 보건·의학적 치유 기능을 활용해 건강을 회복시키는 활동을 말한다. 도시화된 생활 속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산림으로부터 심신의 쾌적함을 느끼고 이를 통해 면역력을 길러 궁극적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시는 아토피 센터 등도 조성할 계획이다. 시는 또 매월 2회씩 아토피치유의 날을 지정, 자연휴양림과 치유의 숲을 활용해 민감한 피부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아토피 전문 치료 프로그램도 운영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최근 국민보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로 치유 숲을 겨냥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며 “아토피 자연체험장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기왕에 들어서는 숲길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서울대공원 ‘2세 탄생’ 겹경사

    서울대공원 ‘2세 탄생’ 겹경사

    흰손기번원숭이, 붉은여우, 표범, 황새 등 멸종위기 동물들이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잇따라 반가운 첫 울음소리를 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34종 111마리 새끼 동물들이 태어났으며, 이 중 흰손기번원숭이, 표범 등 CITES(사이테스·국제협약으로 보호 중인 멸종위기종) 동물만 총 42마리에 달한다고 20일 밝혔다. ●34종 111마리 태어나 지난 3월에는 CITES 1급에 해당하는 표범이 2009년 이후 3년 만에 번식 소식을 알렸다. 현재 생후 3개월 된 표범 ‘범이’는 동물원 인공포육장에서 아기동물 스타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4월에는 2쌍의 토종여우 부부가 차례로 ‘2세 소식’을 전했다. 이들 사이에 태어난 새끼 여우는 총 8마리로, 이 중 3마리는 처음으로 시도된 호르몬 투여를 통한 자연교미 유도 방식으로 태어났다. 또 지난달에는 열대우림을 재현해 놓은 열대조류관에서 개장 한달 만에 CITES 2급 동물인 청금강앵무 2마리가 태어났다. 여기서는 뭉크앵무와 사랑앵무도 각각 20여개, 40여개 알을 품고 있어 머지않아 좋은 소식이 또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연친화적 환경 조성 결실” 동물원에 따르면 이곳에서 CITES 동물은 지난 2009년에 21마리, 2010년에 24마리, 지난해 36마리가 태어났다. 동물원은 희귀동물의 반가운 출생이 늘어나는 것은 동물원 서식환경 변화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동물원은 지난 2009년 개원 100주년을 맞아 ‘동행동물원’을 슬로건으로 선포하고 전시 위주 동물원이 아니라, 동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서식환경을 새로 조성했다. 이에 콘크리트 바닥 대신 흙, 잔디를 깔고 관람객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없는 이중유리를 설치했다. 이원효 서울대공원장은 “자연친화적 환경을 조성한 결과 자연번식이 증가하고 있다.”며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한 연구를 활발히 펼쳐 동물원이 자연생태계 보고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이 남자들, 런던 앞두고 각오 남다른데 ] 아들아, 너를 위해 쏘마 금빛으로

    [이 남자들, 런던 앞두고 각오 남다른데 ] 아들아, 너를 위해 쏘마 금빛으로

    인생의 세 번째 올림픽을 한 달가량 남겨둔 한국 사격의 대들보 진종오(33·KT)는 대뜸 “미쳐버리겠다.”고 했다. “웃고 떠들지만 스트레스는 항상 최고치”라며 마음속 부담감을 털어놓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50m 권총 금메달, 10m 공기권총 은메달을 딴 그는 런던올림픽에서 ‘올림픽 2연패’라는 큰 과제를 떠안았다. 라이벌이자 가장 아끼는 후배인 이대명(24·경기도청)이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진종오에게 더 큰 기대가 몰리고 있기도 하다.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가장 큰 목표를 4년 전에 이뤄놓은 지금, 진종오는 오직 하나만 생각하며 런던올림픽 금메달에 다시 도전한다. 아내의 뱃속에 있는 아들이다. 20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진종오는 아기 얘기를 하며 가장 환하게 웃었다. “11월에 출산 예정인 아기 때문에 나는 뒷전”이라며 짐짓 투정을 부리면서도 아내와 자신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 ‘리오’라는 태명을 가진 아들을 위해 진종오는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4년 전 금메달을 땄으니 나태해지기 쉽다. 후배들과 기록 경쟁이 없었더라면 은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태어날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리상태가 기록을 좌우하는 ‘멘털 스포츠’이다 보니 기술보다는 심리적 안정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요즘은 소속회사(KT) 상사가 선물한 ‘왓칭’이라는 책을 읽으며 긴장을 떨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권종오는 “베이징 대회에선 8등으로 결선에 올라 외려 심리적으로 편했다. 지금은 부담이 많이 되지만 자신감과 당일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가 메달 색깔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고 런던올림픽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진천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경제프리즘] 실적압박·자살… 은행 성과주의 논란

    실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관리자급 은행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났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서울 모 지점에서 중소기업 담당 부장으로 일하던 조모(49)씨가 지난 18일 경기 용인 자택에서 투신자살했다. 이 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유족들에 따르면 조씨는 올해 초부터 실적에 대한 압박에 시달렸다고 한다.”면서 “매일 본부에 실적을 보고하고, 고객 유치를 확대하라고 독려받는 등 심적인 부담이 컸던 것 같다.”고 전했다. SC은행 직원들은 이번 일로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더구나 조씨는 연간 실적에 따라 1~5등급을 매기는 직원 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유지해온 우수직원이어서 충격이 더 크다는 반응이다. 직원들은 과도한 성과주의가 폐해를 부른 것이라며 경영진을 성토하고 나섰다. SC은행은 올해 초 성과향상프로그램(PIP)을 도입했다. 직원들의 연간 실적을 바탕으로 1~5등급을 매긴 뒤 5등급자에 대해서는 6개월마다 실적을 평가해 견책, 감봉, 정직 등의 징계를 내리는 제도이다. 지난 2월 첫 평가에서 전체 5600명 직원의 약 10%인 600명이 4~5등급을 받았다. 이 가운데 5등급을 받은 50여명은 다음 달 2차 평가에서 최저등급을 벗어나지 못하면 개별 평가를 거쳐 징계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직원들은 2개월마다 실적 향상 여부를 체크하는 중간 평가도 받는다. 늘 실적을 의식해야 하고, 다른 은행에 비해서도 업무 스트레스가 과중하다는 게 직원들의 여론이다. 은행 측은 성과제도는 조씨의 죽음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은행 관계자는 “PIP는 팀장급 이하를 대상으로 시행되며 조씨와 같은 관리자급은 평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리자급 직원도 ‘후선 발령제도’에 따라 성과가 나쁘면 일선 업무에서 제외시키고 별도의 목표를 할당받게 돼 있어 실적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성학 SC은행 노조위원장은 “사측과 협의를 통해 이른 시일 안에 태스크포스(FT)를 꾸려 PIP제도와 후선 발령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면서 “직원들이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실적 지상주의 문화를 반드시 고치겠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1년 전인 지난해 6월에도 성과제 도입에 반대하며 60일간 총파업을 벌인 바 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개인 나약함만 탓해선 안돼” 국가책무 강조

    “개인 나약함만 탓해선 안돼” 국가책무 강조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8일 군 복무 중 가혹 행위로 자살한 장병에 대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함에 따라 현재 1·2심 법원에 계류 중인 재판의 흐름은 완전히 뒤바뀔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군 복무 중 가혹 행위로 정신착란이 발병해 자살’한 극단적인 사례에 대해 하급심 판결에서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준 적은 있지만 대법원 판결은 처음이다. 대법원은 “군인들에 대한 합당한 처우와 국가의 보호를 더 충실히 하도록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판결 의미를 설명했다. 지난 1999년 대법원 1부(주심 이임수 대법관)가 우울증으로 자살한 공군 소령 김모씨에 대해 국가유공자로 인정했지만 당시에도 업무 스트레스에 따른 결론이었을 뿐 군 가혹 행위와 관련된 판결은 아니었다. 물론 지난해 9월 개정된 국가유공자법은 국가유공자 제외 사유로 규정됐던 ‘자살행위로 인한 경우’를 삭제, 군 가혹 행위도 유공자의 요건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던 터다. 그러나 개정 법에서도 교육훈련·직무수행과 자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세세하게 따질 여지가 적잖았다. 대법원 판결은 앞으로 ‘군 가혹 행위와 자살’ 재판의 지침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계류 중인 판결뿐만 아니라 진행될 소송이나 국가보훈처 판단에 크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마디로 “군에서 가혹 행위가 있었고, 그로 인해 자살했다면 국가유공자”라고 쐐기를 박은 셈이다. 판결의 당사자인 장모씨는 지난 1998년 5월 충북 충주에 있는 19전투비행단에 입대, 항공기 기체정비병으로 근무하다 이듬해 4월 내무반 지하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졌다. 장씨는 평소 무능하다는 이유로 선임병들로부터 질책과 따돌림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장씨의 어머니 엄명숙(59)씨는 대구지방보훈청에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 신청을 했지만 수용되지 않자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엄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은 원고 패소로,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이후 엄씨는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진정했다. 위원회는 2008년 12월 ‘장씨가 선임병들의 상습적인 구타, 가혹 행위, 욕설 등 언어 폭력과 집단적인 따돌림, 중대장 등의 위법한 지시에 따른 대리시험 발각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사망하게 됐다.’며 국방부 장관에게 재심의를 요청했다. 엄씨는 이를 근거로 다시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군 복무와 관련된 정신적 스트레스와 대리시험 적발로 인한 부담감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우울증 등으로 인한 심신상실이나 정신착란 상태에 빠져 삶을 포기할 정도에 이른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심 판결이 “‘자살로 인한 경우’에 해당하기만 하면 곧 국가유공자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법리를 전제로만 판단하고, 상당(相當) 인과관계에 대해서 판단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봤다. 주심인 전수안 대법관은 “군대라는 특수한 여건 때문에 스스로 극복하기 어려운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도 치료받을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자살하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면서 “자살자 개인의 의지박약이나 나약함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성숙한 사회의 모습이 아니며, 유가족에 대한 적절한 위로와 보상은 국가의 책무다.”라는 보충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랍스터 쉽게 잡는 덫…소방관 머리 식혀주는 스팀기…스프링 달린 스케이트

    랍스터 쉽게 잡는 덫…소방관 머리 식혀주는 스팀기…스프링 달린 스케이트

    랍스터를 쉽게 잡을 수 있는 덫, 소방관의 뜨거운 머리를 식혀주는 스팀 분사기, 스프링이 달린 스케이트, 물이 재활용되는 샤워기. 과학 월간 파퓰러사이언스가 6월 호에 발표한 ‘2012 올해의 발명상’ 수상 작품들이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파퓰러사이언스의 발명대회는 거창한 과학 기술이 아니라 상용화에 쉽고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작품이 높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부들의 고민을 해결한 랍스터덫이 수상작 리스트의 가장 위 줄을 차지했다. 보통 어부들은 그물을 친 뒤 3~4일마다 한번씩 이를 거둬들여야 한다. 하나의 그물을 치기 위해서는 600달러어치의 기름과 18시간의 작업 시간이 소요된다. 엔지니어인 빈스 스튜어트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랍스터덫을 설치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덫은 랍스터가 들어가면 곧바로 문이 닫혀 랍스터가 도망갈 수 없게 돼있다. 독특한 생체 감지 구조를 갖고 있어 랍스터 이외의 물고기 등에는 반응하지 않도록 했다. 이를 활용하면 어부들은 일주일에 한번만 바다에 나가면 되고 그물에서 랍스터를 일일이 떼어내거나 그물을 고치는 등의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곧바로 출시가 가능하지만 개발에만 40만 달러가 사용된 것은 단점으로 평가됐다. 캐나다의 데이비드 브로이스가 출품한 ‘스프링 스케이트’는 사실상 반자동 스케이트에 가깝다. 스케이터가 빙판 위를 달리기 시작하면 스케이트 속의 스프링이 속도를 높여준다. 정지 상태에서 총알처럼 튀어나갈 수도 있다. 개발 비용이 불과 50달러밖에 들지 않은 발명품도 있다. 소방관들이 직접 발명한 ‘소방관용 스팀기’는 기존의 소방차 배수관에 6개의 구멍이 뚫린 노즐을 끼우는 것만으로 완성된다. 수십 ㎏에 이르는 장비를 착용하고 뜨거운 화재 현장을 누비는 소방관들에게는 ‘열 스트레스’가 가장 큰 적이다. 잠깐의 휴식시간에 이 스팀기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 이를 크게 줄여줄 수 있어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깁스를 한 팔이나 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 활동의 제약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면 켈리 앤더슨이 개발한 ‘모듈 보호대’가 눈에 확 들어올 것이다. 이 보호대는 플라스틱 재질의 조각 6개를 모아 만들었다. 부러진 부분은 고정한 채로 손가락이나 손목관절 등을 훨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다만 뼈를 보호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한정된 물을 이용해 마음껏 샤워를 할 수 있는 재활용 샤워기도 있다. 사용된 물은 곧바로 연결된 필터와 순간온수기, 살균기 등을 거쳐 다시 샤워기로 나온다. 개발에만 175만 달러가 든 이 제품은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한국인 2% 만성 피부염 건선 앓아…이 중 30%는 20대 전후

    한국인 2% 만성 피부염 건선 앓아…이 중 30%는 20대 전후

    과거 국내에서 흔하지 않던 피부 질환이 변화된 환경과 서구화된 생활 습관 등으로 자주 발생하고 있다. 만성 피부염인 건선은 미국에서는 전 인구의 1.5~2%가 발생하고 유럽에서는 가족내 발병률이 20~40% 정도로 꽤 높다. 건선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 피부 질환이었으나 근자에 1~2%가 건선을 앓고 있으며 이 중 30%는 20대 전후이다. 피부질환은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도 심각하게 뒤따른다. 건선은 무릎과 팔꿈치 등 접촉이 많은 부위에 좁쌀 같은 발진과 각질이 겹겹이 생겨 외관상 보기에 좋지 않으며, 치료 기간이 길고 재발이 쉬워 환자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건선의 원인은 유전적 소인과 각종 유발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부조직 자체의 구조적 변화와 생화학적 변화, 환자의 여러 가지 면역학적 변화가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건선 발생 원인을 호흡기 계통과 자율 신경계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발병하는 것으로 진단한다. 즉 호흡기계의 기능 이상이나 자율신경의 기능 실조가 있을 때, 피부 면역성의 악화를 동반해 건선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건선은 자주 재발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건선 유발인자들을 염두에 두고 꾸준한 예방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한의학에서는 피부질환을 단순히 피부만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건선의 원인 등이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신체의 면역 기관이 저하될 때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건선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건강 증진을 위한 복합적인 치료가 선행되어야 한다. 피부는 우리 몸의 거울과도 같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폐가 약해지면 자연스럽게 면역력도 떨어지고 기혈 순환이 자유롭지 못해 피부질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건선 등 난치성 피부질환이 발생했다고 꽁꽁 감추고 피부 회복에만 집착하지 말고 건강 전반에 대한 진단과 함께 정확한 건선치료법을 파악하고 한방 치료를 통해 알레르기 체질을 정상 체질로 개선해야 한다. 현대에 들어 과거보다 건선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는 폐에 열독이 쌓이게 해 폐 기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건선을 앓는 환자들은 빈번한 재발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증상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데, 적절한 치료와 함께 마음을 잘 다스리면서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면 완치도 멀지 않을 것이다. <도움말: 편강한의원 명동점 박수은 원장>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남의 말 들어주면 내가 위로받아 행복한 관계는 그렇게 시작”

    “남의 말 들어주면 내가 위로받아 행복한 관계는 그렇게 시작”

    “남의 말을 들어주면 내가 위로받습니다. 행복한 관계는 그렇게 시작합니다.” 15일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 정부 고위관료들 앞에 선 30대 젊은 스님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고위공무원단 62명을 대상으로 열린 이번 특강의 강사는 미국 햄프셔대 종교학교수인 혜민(38) 스님이다. ●“마음 들여다보면 어려움 푸는 실마리 찾아” 그는 “남을 의식하지 말고 자기 삶을 살라.”면서 “우리가 하루하루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어떨지를 너무 고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보다는 나 자신에게 관심을 두라.”면서 “그러려면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보내 보라. 어려움을 푸는 실마리는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위공무원들에게 혜민스님은 또 “똑같이 출발했는데, 누구는 나보다 더 빨리 승진했고, 누구는 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고 힘들어진다.”면서 “그보다는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인간관계를 만들어야 하고, 그것이 누구나 겪는 아픔을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냐하면, 혼자 있으면 지금의 고통이 나만 겪는다고 생각하는데 같이 있으면 그 친구가 ‘나도 겪었다’ 또 ‘이것도 지나간다’고 일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나와 모든 우주가 연결돼 있다는 걸 확인하고 인식할 때 우리는 행복해진다.”면서 “그러려면 우선 서운한 감정, 불편한 감정을 쌓아놓지 말고 사실대로 말하고, 또 자신의 모자란 점을 인정하고, 화가 난다는 감정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멈추면… 보이는 것들’ 11주째 베스트셀러 1위 스님이 밝힌 행복해지는 비결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남이 하는 이야기를 공감하는 것. 이것이 자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라고 스님은 강조했다. 그가 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수필집은 한국출판인회가 집계한 베스트셀러 1위를 11주째 차지하고 있다. 50만권 이상 팔렸다. 또 트위터 팔로어가 18만 6000여명에 이를 만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도 왕성하다. 이곳에서 그는 글을 주고받으며 적극적으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하버드대 유학중 친구 죽음 계기로 출가 혜민 스님은 하버드대 유학생활 중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2000년 출가했다. 이후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석사,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씨줄날줄] 착한 가게/임태순 논설위원

    ‘착하다’는 말이 유행이다. 마음씨가 곱고 바른 자들에게 붙는 ‘착한’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사용된다. 한발 물러서 사회적 약자나 병자를 돕고 치유해 주는 자선단체나 병원 등에 붙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최근 ‘착한 열풍’ 속에서 ‘착한’이라는 말은 부적절해 보이는 단어와 결합돼 쓰이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기름값이 싼 주유소를 ‘착한 주유소’라고 하고 하청업체와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한 대기업을 ‘착한 기업’이라고 부른다. 물건을 구입하면 수익금의 일부가 자동으로 기부되는 것을 ‘착한 소비’라 하고, 지구촌 빈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기술을 ‘착한 기술’이라고 한다. 제품의 디자인이 노약자나 장애인들을 배려했으면 ‘착한 디자인’이라고 한다고 하니 새삼 언어의 확장력과 창조성에 감탄하게 된다. 우리 사회가 착한 신드롬에 빠지게 된 것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삶이 각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출세하려면 좀 모질어져야 하고 강하고 위압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성공방정식에 대한 반작용으로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따뜻한 마음, 착한 사람이 그리워지게 됐다는 것이다. 착하다는 말에는 남에 대한 헌신, 희생, 배려 등이 담겨 있는 것은 물론 선하다는 윤리적 의미도 담겨 있다. 그러나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글로버 박사가 쓴 ‘착한 남자 신드롬’에서 보듯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자기를 낮추고, 싫어하는 마음을 억지로 감추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고 삶도 피곤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남을 위해 무조건 희생하고 양보만 하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 상대편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정당하게 지적하고 따지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물건 값이 싼 ‘착한 가격업소’ 7123곳을 선정, 발표했다. 대전 서구의 중식당 ‘니하오’는 자장면을 2500원 받고 있으며, 부산 해운대구의 목욕탕 ‘정선탕’은 2000원이면 목욕을 할 수 있다. 모두 시중 가격의 절반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아침 일찍 장을 보고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가족들이 일을 거드는 등 나름대로 비법을 쓴 덕분이다. 고물가 시대에 서민들의 시름을 덜어주는 착한 가게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바가지를 씌우고 저질재료를 쓰는 나쁜 업소들도 많다. 착한 가게는 아니더라도 좋은 가게, 정직한 가게, 공정한 가게라도 많았으면 좋겠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이 시대 학생으로 살아남기/나은영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이 시대 학생으로 살아남기/나은영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봄부터 학생들의 아우성과 몸부림이 신문지상 여기저기서 읽혔다. 그러던 중 6월 4일 자 대부분 신문에 실린 한 사건이 서울신문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왕따 폭력으로 말미암은 대구 고교생의 자살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다음 날 10면에 추가분석과 함께 실렸다. 속보성에서는 뒤졌지만, 심층보도로 보완한 사례다. 같은 면 ‘저소득층 학생일수록 신체적 폭력에 더 노출’이란 기사는 저소득층 학생이 신체적 폭력의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반면에 욕설이나 따돌림 등 정서적 학대는 일반 아동의 비율이 더 높았다. ‘학교폭력 알려질라 외부전문가 참여 기피, 그들만의 폭력대책위’란 기사는 학교폭력 발생 때 대책위원회가 학교 내부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해결보다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하는 데 급급하다는 내용을 싣고 있다. 적절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5월 29일 자 11면에 실렸던 ‘또 설문조사요? 초등생들 뿔났다’라는 기사는 현재 진행 중인 학교폭력 대책이 효율적이지 않음을 시사한다. 2월 학교폭력 실태조사 이후 지금까지 아주 긴 설문조사를 4~5회나 한 학교도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뭔가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계속 실효성 없는 설문조사만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6개월 사이 대구에서만 무려 8명의 학생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보도된 사건의 수만 볼 때 그렇다. 보도되지 않은 채 멍든 가슴을 안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학생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들은 대개 유서를 작성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의 내용은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린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들이 많았을 터인데 그것을 들어주는 이 없으니, 그리고 말해 보았자 아무런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평소 이야기하지 않다가 한꺼번에 마음속 가장 절실했던 말을 쏟아놓고 최후의 선택을 한 것이다. 더 희망이 없다고 느낄 때 선택하는 자살, 이에 대한 책임은 희망을 주지 못한 사회 구조에 있기도 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통제할 힘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 가정과 학교의 교육방식에 있기도 하다. 어린 시절의 지나친 결핍 환경도 문제가 되지만,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채워주는 물질주의적, 과시적 가정교육도 문제가 된다. 이런 교육은 ‘자기통제력’을 길러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2일 자 ‘애플루엔자(과소비 중독증)에 병드는 아이들’이란 제목의 커버스토리에 등장하는 명품병 부모 아이들은 과연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가? 그렇지 않다. 명품을 휘감은 청소년도 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된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통제할 힘을 길러 주는 것이다. 겉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데 치중할 것이 아니라 내부의 힘을 키워야 한다. ‘내 아이’만큼은 힘들지 않게 하려 애쓰는 부모의 마음이 의도와 달리 어려움을 극복할 힘을 키우지 못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이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시대 학생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이유는 마음속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목표가 아닌, 외부 압력으로 형성된 목표에 집착함으로써 생기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그 집착은 우리 교육제도의 인위성과 부모의 획일적인 성공기준 때문에 생긴다. ‘남들에게 그럴듯해 보이는’ 것들을 강조하다 보니 정작 ‘내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것, 정말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자살, 폭력, 게임중독, 사교육 등이 범람하는 이 시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학생들에게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아내라고 강요하는 것은 더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청소년들이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발산시킬 수 있는 소통과 활동의 출구가 필요하다.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 속의 교육이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볼 때다. 학생들이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세상,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세상을 우리 어른들은 진정 만들 수 없는 것일까.
  • 하루 1.5명꼴로 폭행당하는 공무원들의 애환

    하루 1.5명꼴로 폭행당하는 공무원들의 애환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폭행당하는 공무원은 2005~2010년 한해 평균 566명에 달한다. 하루 1.5명꼴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현황 파악이 비교적 쉬운 경찰 공무원 폭행 사례가 75%이며 민원 담당 공무원 폭행 사례는 상당수가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폭언은 실제로 공식 집계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40대 김모씨는 수년간 일주일에 서너 번씩 지역 주민센터를 찾아와 직원에게 폭언을 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등 행패를 부렸다. 지난달 초에는 이유 없이 화분을 던지다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전날 횡포를 부리다 쫓겨난 뒤 곧바로 다음 날 앙심을 품고 주민센터에서 다시 난동을 부리다 최근 인근 경찰서의 주폭(酒暴) 전담반에 의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술을 마시지 않고 행패를 부리는 경우는 대응조차 쉽지 않다. 지난 4월 청주시 흥덕구청 주민복지과 사무실에서는 장애인 수당지급 문제로 한 주민이 휴대전화로 민원 담당 하위직 공무원을 내려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흥덕구 관계자는 “흉기를 들고 나섰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에 몸서리쳐졌다.”고 토로했다. 같은 달 서울 창신동에서는 종로구 주택과 공무원이 건축법 위반 사실을 고지하다 느닷없이 머리로 들이받는 주민에게 전치 2주의 폭행을 당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다행히 가해자를 경찰서로 연행했지만 보복할까 봐 고소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스트레스 상담 받는 민원 공무원 전화로 폭언을 일삼는 사례도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40대 박모씨는 종로 1~4가동 주민센터에서 이유 없이 난동을 부리는 것은 물론 서울시청과 종로구에 수시로 전화를 걸어 “자살하겠다.”고 협박했지만 경찰 집중관리대상에 지정됐을 뿐 행위를 제지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서울의 대표 상담전화인 다산 120 콜센터에는 지난해 상담원에게 폭언한 사례가 공식 집계된 것만 490건에 달한다. 중앙정부의 공식적인 대응이 없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하급 공무원에게 악성 민원 대응 요령을 숙지시키는 등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경기도는 ▲말로 설득하기보다 객관적인 자료로 대응할 것 ▲빈정거림은 적당히 인정하고 받아줄 것 ▲목소리가 크면 대응해 상담 목소리를 낮추고 장소를 바꿔 기분을 전환할 것 ▲불평에 즉각 용서를 구하고 더 큰 언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유도할 것 등을 담은 ‘어려운 민원인 대응법’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인천 부평구는 지난달 전국 최초로 집단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상담 과정인 ‘힐링 프로그램’을 개발해 갈등조정관이 직접 집단상담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공무원=봉´ 사회인식 바꿔야 전문가들은 ‘공무원은 봉’이라는 사회 전반에 팽배한 그릇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은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리적 행동을 즉각 제지할 수 있도록 경찰과 핫라인을 구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 교수는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공조로 즉각적인 제지가 가능하도록 합동 대응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수급비 지급일 酒暴 2배”… 빈곤층에 술은 폭력 기폭제

    “수급비 지급일 酒暴 2배”… 빈곤층에 술은 폭력 기폭제

    # 지난 4월 26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의 한 식당에 술에 취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강모(52)씨가 들어왔다. 냉장고에서 멋대로 소주를 꺼내 마셨다. 또 욕을 해대며 집기를 던지기도 했다. 손님들은 황급히 계산을 하고 자리를 떴다. 식당 주인은 “또 왔구나.”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강씨의 음주폭력은 시장 내 일상이었던 것이다. 강씨는 지난 8일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조사 결과 전과 56범의 강씨는 직업도, 가족도 없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였다. # 서울 강서경찰서는 매월 20일 긴장한다. 지구대로 연행되는 음주폭력 사범이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많기 때문이다. 20일은 수급 대상자들이 주민센터로부터 수급비를 받는 날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급비를 받는 날은 술을 마시고 폭력을 저지르는 일이 유독 많은 같다.”고 전했다. # 서울 신촌 먹자골목에서 조폭 아닌 주폭(酒暴·음주폭력)으로 소문난 박모(51·무직)씨는 소아마비 장애인이다. “리어카 하나 사게 돈을 내놔라.”라며 상인들을 협박하기 일쑤였다. 이혼한 뒤 처지를 비관하다 술에 빠져 중독이 된 데 이어 범죄자로 전락했다. 지난 1일 서대문경찰서에 구속됐다. 음주폭력을 일삼는 피의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가난이나 장애를 가진 사회적 약자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튼실하지 못한 탓에 한 병에 1100원 하는 소주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몸을 맡기는 것이다.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 표출되는 분노는 자제력을 잃기 십상이다. 음주가 폭력을 낳는 기폭제로 변질된 셈이다. 빈곤층일수록 음주폭력의 빈도와 수위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알코올중독’은 음주폭력의 심각성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더구나 알코올중독자 가운데 수급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 또한 불편한 진실이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의 ‘빈곤과 알코올’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알코올 의존율과 폭음 빈도가 점차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빈곤과 알코올중독의 연관성이 높았다. 사회복지사 최모(32)씨는 “노숙인과 쪽방촌 수급자 대부분을 알코올중독자로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사회적 비용이 만만찮다는 사실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급여 수급자 160만명 가운데 알코올중독자는 4%인 6만 4000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들을 치료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전 국민 알코올중독 치료비의 24% 남짓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가난한 이들은 알코올중독인데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지 않는 일이 많아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반복적 음주 패턴을 보이는 이들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적극 개입,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규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음주 폭력을 저지르는 ‘헤비 드링커’ 단계에 접어들기 전에 치료를 도와야 한다.”면서 “전국 42곳에 불과한 알코올 중독 치료센터를 증설하고 음주 문화에 대한 고민과 함께 약자를 위한 사회 안전망 확보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영준·김진아·명희진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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