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스트레스
    2025-11-1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8,676
  • [명인·명물을 찾아서] 하늘 닿은 편백, 지천에 핀 들꽃… 숲이 주는 여유

    [명인·명물을 찾아서] 하늘 닿은 편백, 지천에 핀 들꽃… 숲이 주는 여유

    2만여 그루의 편백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깊게 들이마시면 한 주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사라진다. 울산 북구 달천동 ‘천마산 편백산림욕장’(해발 263m)은 등산복이나 등산화 없이도 가벼운 차림으로 쉽게 오를 수 있는 산길이다. 이를 입증하듯, 산림욕장 곳곳에는 손자·손녀의 손을 잡은 할머니·할아버지와 어린아이를 안거나 업은 젊은 부부들이 많다. 여기에 천마산은 사계절 색다른 자태를 뽐내고, 들꽃과 들풀의 향연이 피로를 씻어 준다. 그래서 편백산림욕장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다.12일 울산 북구에 따르면 천마산 편백산림욕장은 2010년 5월 달천동 천마산 일원 40㏊에 조성됐다. 편백 5㏊, 잣나무 2㏊, 소나무 33㏊ 등이 산림욕장을 이룬다. 방문객을 위한 산림욕대, 피크닉테이블, 순환산책 데크, 화초단지, 전망대, 원두막, 숲속 도서관 등도 만들었다. 2015년 조성 첫해부터 4년 동안 1만~3만명이던 방문객이 2014년 5만명으로 늘어난 이후 2015년 5만 5000명, 지난해 6만 5000명 등 계속 증가하고 있다. 북구 달천동 천마산 편백산림욕장에 조성된 2만여 그루의 편백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만끽하려고 평일 250~300명, 주말·휴일 300~500명이 찾는다. 울산시민은 물론 인근 경주, 양산, 부산 등에서 온다. 달천마을 뒷산인 천마산 편백산림욕장은 울산 도심에서 승용차로 20분 거리에 있다. 산림욕장 입구인 달천마을은 삼한시대의 제철 유적지로 유명하다. 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자갈길을 따라 조금 걸으면 만석골 저수지 입구에 이른다. 저수지 둑을 따라 갖가지 색깔의 바람개비와 나비들이 방문객을 반긴다. 언덕을 오르면 2만 4000t의 농업용수를 품은 만석골 저수지(0.8㏊)가 펼쳐진다. 저수지 양쪽으로 조성된 순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마치 물 위를 걷는 듯하다.순환 산책로를 따라 만석골 저수지를 지나면 본격적인 숲길이 시작된다.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산 벚나무, 줄기가 갈라진 반송 등 다양한 나무가 방문객을 맞는다. 숲속 산책로 주변에는 양 바위, 두꺼비 바위, 거북이 바위 등 동물을 닮은 바위들이 즐비하다. 산책로를 걷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 산길의 특징은 경사가 심하지 않다. 그래서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부터 70~80대 노인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숲 길옆으로 난 얕은 계곡에는 피크닉 테이블이 만들어져 있다. 걷다 숨이 차면 쉬어 가도록 한 배려의 공간이다. 나무를 잘라 만든 피크닉 테이블이 정겨움을 준다. 조금 더 가니 갈림길이 나온다. 망설임 없이 나무 푯말을 따라가면 된다. 소나무와 편백이 섞여 있는 길을 지나 경사가 약간 있는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싶으면 어느새 하늘로 쭉쭉 뻗은 편백숲이 눈에 들어온다.‘피톤치드 발전소’라는 푯말과 함께 편백이 수십, 수백 그루 무리를 지어 하늘 높이 뻗어 있다. 우거질 대로 우거진 나뭇가지는 햇빛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다. 여름에는 햇볕을 막아 주는 그늘막 역할을 하고, 겨울에는 강한 골짜기 바람을 막아 준다. 편백 사이로 불어오는 산바람은 방문객의 땀을 식혀 줄 정도다. 여기서부터 천마산 정상까지 3㎞가량이 편백산림욕장이다. 피톤치드를 한껏 마실 수 있다. 숨 쉬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고 한다. 편백 사이에 조성된 안락의자에 누워 있는 사람들도 많다. 앉아서 신문을 보는 사람,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사람, 옆 사람과 얘기를 하는 사람, 이어폰을 꽂은 사람,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나무의자에 몸을 맡긴 채 힐링을 하고 있다.쉼터인 작은 평상에 앉아서 김밥, 과일 등 싸 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가족들도 있다. 사람들 얼굴마다 웃음꽃이 피어난다. 숲이 주는 여유로움이라고 한다. 피톤치드 향이 바람에 실려 온다. 상큼한 공기를 마음껏 마신다. 이곳에서 삼림욕을 즐기다가 내려가면 된다. 조금 아쉬운 감이 들면 천마산 정상까지 올라가면 된다. 천마산은 높이가 해발 263m밖에 되지 않는다. 정상 전망대에 올라 울산 도심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솔 숲길과 성터 옛길로 이어지는 골짜기는 천마산 정상을 거쳐 아이파크 아파트나 관문성으로 이어진다. 길어야 1시간 30분 남짓 거리다. 제1주차장부터 산림욕장 아래 쉼터까지 1시간이면 충분하다. 산림욕장으로 가는 오솔길 옆에는 계곡이 있다. 이화영(65·울산 남구)씨는 “천마산 편백산림욕장은 경사가 크지 않아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1주일에 한 번은 꼭 찾아서 피톤치드를 마신다”고 말했다. 그는 “편백산림욕장은 계절마다 얼굴이 달라 매번 새롭다”면서 “봄과 가을에는 꽃과 이름 모를 들풀이 지천으로 널려 더 정겹다”고 설명했다. 편백산림욕장에는 사용하지 않는 공중전화 부스를 재활용한 ‘숲속 작은 도서관’이 있다. 동화책부터 교양서적까지 200여권의 책이 비치됐다. 누구나 빌려 읽을 수 있고, 읽고 난 책은 다시 꽂아 두면 된다. 이 도서관에서 책을 한 권 빼들고 벤치에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봄·여름·가을 흙과 풀의 향기가 코를 자극하고 새와 곤충의 울음소리가 귀에 맺히는 숲속에서의 독서는 색다르다. 편백산림욕장에는 전문 숲해설사가 배치돼 방문객에게 도움을 준다. 편백의 효능을 자세히 이야기해 주고, 산림욕장과 관련한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숲 해설 프로그램은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열리고,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는다. 또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한 다양한 만들기 체험도 진행된다. 아이들과 함께하면 좋다. 방문객이 늘면서 편백산림욕장 규모도 커질 예정이다. 북구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편백 숲 규모를 10㏊(6만 그루)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피톤치드 생산량이 지금보다 2~3배 이상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북구는 늘어나는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주차장을 78면 규모로 확대, 조만간 준공할 예정이다. 진입로 확장 공사도 추진하고 있다. 좁은 진입로를 내년 6월까지 길이 1.7㎞, 너비 10m 규모로 넓힐 예정이다. 일본이 원산지인 편백은 히노키 탕, 히노키 가구, 히노키 베개 등에 쓰이고 있다. 편백에서 발생하는 피톤치드의 단위당 발생량은 소나무, 잣나무보다 월등하다. 아토피 알레르기 등 피부질환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나쁜 냄새를 없애 주고 유해물질을 중화시켜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안 쓰면 화병날 것 같아요”… ‘시발비용’으로 화 푸는 2030

    “안 쓰면 화병날 것 같아요”… ‘시발비용’으로 화 푸는 2030

    최근 청년층과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공감을 일으키며 확산되는 글이 있다. 이른바 ‘시발비용’. 비속어 ‘X발’과 ‘비용’을 합친 신조어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이라는 의미다. 스트레스 받고 홧김에 치킨 시키기, 평소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텐데 짜증나서 택시 타기 등이 대표적이다. 퇴근 후 이유 없이 다이*나 *리브영 같은 드럭스토어에 들러 필요 없는 물건을 사는 기자의 습관도 단번에 이해됐다.●그렇게 스트레스 받으며 벌었는데… 이런 것도 못 사? 신조어 시발비용을 간략히 정의하자면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쓴 돈’ 정도가 된다. 시발비용의 대상은 고가의 물건이 아니다. 로드숍에서 파는 저렴한 화장품, 당장 필요는 없지만 보기에는 귀여운 스티커나 볼펜, 커피나 간식 등이 그 대상이다.입사 1년차를 막 넘긴 직장인 A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마카롱 사진이 자주 올라온다. 평소에도 마카롱은 좋아하는 간식 중 하나였지만, 한 개에 2000~2500원이라는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 때문에 즐겨 먹진 못했다는 A. 요즘 그는 퇴근 후 집 주변 마카롱 맛집을 방문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전환이 된다는 이유다. 한번 살 때 종류별로 10개 이상씩 사는 A에게 “마카롱 비싸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스트레스 받으며 돈 벌었는데, 이런 것도 못 사먹어?” 은행원 3년차 B는 출근할 때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집과 직장의 거리는 마을버스 8개 정거장으로 약 30분이 걸리지만, 택시를 타면 10분 만에 도착한다. B는 “처음엔 지각할까봐 택시를 탔던 것이 이제는 편해서 타게 된다”고 말했다. 택시비는 5000~6000원 꼴로, 한 달에 택시비로 지출하는 비용만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B는 “몸이 편하니까 전혀 아깝단 생각이 안 든다”며 “‘고생하러 가는 데 이 정도도 못하나’라는 생각으로 탄다”고 말했다. ● 티끌 모아야 태산? 티끌 모아봤자 티끌 시발비용은 결국 ‘탕진잼’으로 이어진다. 탕진잼은 시발비용보다 앞서 유행했던 신조어로, 소소한 생활용품, 맛집, 여행 등 일상생활에 돈을 낭비하듯 쓰며 소비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재물 따위를 다 써서 없앤다는 거창한 의미의 ‘탕진’과 달리, ‘탕진잼’이란 일상생활에 구애받지 않는 범위 내의 푼돈을 소소하게 낭비하는 것이 차이다.립스틱을 사는 것으로 탕진잼을 추구하는 C. 홧김에 산 립스틱 색깔이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을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하는 그의 말버릇은 “티끌 모아 티끌”이다. 열심히 돈을 모아도 집을 못 사니, 티끌로 스트레스라도 풀겠다고 말한다. 2030세대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은 정말 꿈이 되어가고 있다. C는 5년차 직장인이지만 일찌감치 집 사기를 포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세대가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을 경우 서울에 평균 수준의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는 데 12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는 2016년 3분기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 ‘371만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것이다. 월급이 200만원 초반인 C가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고 현실의 스트레스를 푸는 데 집중하는 이유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해 탕진잼의 기분을 느낄 시간조차 없던 D는 지난해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충동적으로 항공권을 구매했다. 생각했던 예산을 훌쩍 넘겼다는 D는 “충동적인 여행이었지만 리프레쉬가 됐다”며 “입사 후 가장 잘 쓴 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유럽 여행을 소망하며 월급에서 30만원씩을 여행경비로 저축하고 있는 D는 “회사를 다닐 이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 성인남녀 10명 중 8명 ‘스트레스 해소 위해 홧김에 돈 지출’ 시발비용이 2030세대의 공감을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6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명 중 8명은 ‘홧김에 스트레스로 돈을 낭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를 받아 ‘안 사도 되는 제품을 굳이 구매했던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한 직장인은 퇴근길에 습관적으로 화장품가게를 ‘털러’가는 것이 자신의 시발비용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쓰지도 않는 섀도를 하나둘 사다 보니 어느새 일정 기간, 일정 금액 이상을 산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black club’ 등급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이*에서 3개에 1000원 하는 마스킹 테이프를 충동적으로 구매한다는 또 다른 직장인은 “고작 그걸 샀다고 기분이 풀리는 스스로에게 비참함을 느낀다”면서도 “홧김에 쓰는 돈이 아니면 오히려 더 화병이 터졌을 것 같다”고 밝혔다. 홧김에 시킨 치킨, 사용하지 않지만 습관적으로 사는 화장품, 출퇴근에 이용하는 택시 등 청년들이 시발비용과 관련한 비슷한 경험담을 쏟아내는 것은 2030세대의 씁쓸한 세태를 반영한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청년들은 소비에 실패할 여유가 없다. 최대한 가성비 높은 것에 투자해 높은 만족감을 얻으려는 젊은 세대들의 합리적인 소비가 ‘탕진잼’이나 ‘시발비용’과 같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아무리 노력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고, 오히려 더 ‘노오력’하라는 것이 현실이다. 암울한 청년 세대의 심리적 불안감을 드러내는 신조어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 애 하나 낳기도 꺼리는 데 다둥이 정책은 ‘탁상행정’

    애 하나 낳기도 꺼리는 데 다둥이 정책은 ‘탁상행정’

    다섯 살 큰애도, 세 살 둘째도 ‘돌잡이’로 5만원권 지폐를 집어 들었다. “이런, 둘 다 경제학자의 자식 맞군.”20만부가 넘게 팔린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경제학자 우석훈(49) 박사가 두 아들의 돌잔치에서 내뱉은 혼잣말이다. 그가 최근 펴낸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라는 비애미가 느껴지는 제목의 육아기에 적나라하게 돈 얘기를 담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결혼 9년 만인 2012년 첫째에 이어 2014년 둘째를 낳은 후 집에 ‘들어앉았다.’ 늦깎이 육아를 하기 위해서다. 경제학자의 육아법이라고 보통 사람들과 다를까 싶지만 그의 표현대로 “조선의 현실”에서는 거기서 거기다. 지난 8일 만난 그는 한국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의 의미를 ‘한 푼 벌어 두 푼 나가는 것’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했다. 중산층 가정에서 자녀 1명을 키워 대학까지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은 평균 2억원. 이마저도 주거비 지출은 제외한 것이다. 우 박사는 “현재의 한국이라는 시공간에서 경제적 합리성으로 따지면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이익”이라고 말한다. 출산 후 엄마의 소득은 줄고, 지출은 늘어난다. 몸은 고된데, 경제적 스트레스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게 육아다. 그는 정부가 출산 여성에게 50만원 한도의 ‘고운맘 카드’를 지원하지만 아이를 낳으면 평균 200만원을 산후조리에 쓰게 된다고 말한다. 둘째가 태어나자마자 집중치료실에 입원해야 했던 그의 경험에 따르면 아픈 아이에 대한 치료 지원은 전무하다. 그는 “막 태어난 아이가 치료를 받는 경우 보험 수가와 항목 조정만으로 부모 부담을 덜 수 있는데도 정부는 하지 않는다”며 “일본처럼 출산한 병원에서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 더 산모가 입원할 수 있게 의료보험을 적용하면 저비용으로 산후조리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셋 이상의 다둥이를 낳으면 집(임대주택)도 주고 자동차 값도 깎아 주는 식의 현 출산 정책에 대해 그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말한다. “생각해 보세요. 두 명 낳은 사람이 하나를 더 낳는 게 쉬울까요. 아니면 하나도 낳지 않은 사람이 하나를 낳는 게 쉬울까요. 첫째를 낳아야 둘째도 낳을 수 있다는 게 논리적이지 않나요.” 정책 설계를 생애 첫아이 출산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경제적 시각으로만 보면 ‘헬조선스러운’ 경제적 스트레스에도 한국 부모들은 정말 열심히 아이를 낳는 것(2015년 합계출산율 1.24명)이라고 말한다. 우리보다 월등히 육아 조건이 좋은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이 ‘2’를 기록했고 스웨덴, 독일, 영국 등도 2가 안 된다. 보편적 복지주의자인 우 박사는 “제도 한두 개 고친다고 애를 낳겠느냐. 육아는 국가가 책임진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그의 육아기에는 영어유치원 등 사교육에 대한 고민도 녹아 있다. 대한민국에서 출산보다 더 큰 경제적 지불에 관한 의사결정이 사교육이다. 우 박사 부부는 두 아이 모두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다. 어린이집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대만은 6세 미만에 대한 영어 과외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어요. 유아 정신병 등 스트레스가 사회문제가 됐죠. 조기 영어 교육은 패착이에요.” 그 자신이 경제학자이지만 어린이 경제교육도 반대한다. 두 아이와 몸으로 놀다가 힘에 부치면 책(만화책 포함)을 읽어 주거나 함께 어린이용 공작기계를 갖고 놀고, 배나 기차 모형을 만든다. 그는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앞 글자를 딴 이른바 ‘스템’(STEM)을 강조한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는 사람보다 그걸 만드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 박사는 ‘독박 육아하는 엄마들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나라에서 애 보다가 죽는 엄마들이 의외로 많다”는 무시무시한 얘기를 꺼냈다. “한국 남자들의 가사 참여율이 이슬람 국가 수준이잖아요. (엄마들의) 기대치가 워낙 낮아 조금만 육아에 신경써도 체감상 확 달라지죠. 이참에 7세 미만 자녀를 가진 아빠들에게 매달 한두 차례 ‘아빠 휴가’를 주는 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요.”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서울시 ‘길냥이’ 9000마리 중성화… 캣맘도 참여

    서울시가 올해도 시민과 함께 길고양이 9000마리 중성화에 나선다. 지난해 시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심으로 이뤄지던 중성화(TNR) 사업을 시범적으로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시민참여형 중성화 사업’은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들이 서식 정보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을 활용한다. 서식지 중심으로 길고양이를 중성화할 수 있어 효과가 크다. 중성화 확대를 통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캣맘과 지역 주민들간의 갈등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올해 시민들이 참여하는 동물보호단체와 자치구들에 시비 6억 8000만원을 보조해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한다고 10일 밝혔다. 전체 사업비는 13억원으로 책정됐지만, 6억 2000만원은 자치구와 동물보호단체들이 자체적으로 충당해야 한다. ‘길냥이’는 사회적 갈등 요인이다. ‘캣맘’을 검색하면 ‘극혐’(극도로 혐오함)이 연관검색어로 나올 만큼 주민 사이의 갈등은 심각하다. 캣맘을 비판하는 주민들은 고양이들이 화단을 헤집고 다니며 작물과 화초를 망치고, 발정기에 내는 울음소리가 생활에 고통을 준다고 호소한다. 서울시는 길냥이 중성화 확대로 갈등을 차츰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관계자는 “중성화를 하면 고양이들이 행동이 얌전해지고, 동네도 조용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2008년부터 자치구를 통해 민원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5000∼8000마리의 길고양이를 중성화해 왔다. 2011년 4719마리, 2012년 5497마리, 2013년 6003마리, 2014년 6351마리, 2015년 7756마리로 중성화 개체는 계속 늘었다. 시민들과 함께한 지난해 처음으로 8500마리를 돌파했다. 시는 올해는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회 등 민간단체와의 협력을 더 늘려 시민참여형 사업으로 1000마리, 자치구 사업으로 8000마리를 중성화할 계획이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중성화한 수컷 고양이는 번식을 위한 싸움이 줄고, 암컷 고양이는 지속적인 출산과 양육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중성화한 길고양이는 왼쪽 귀 끝을 1㎝ 정도 잘라 표시하기 때문에 일반 시민도 중성화 여부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신혼일기’ 구혜선, 안재현 고발장 공개 “이게 왜 내 일이야?”

    ‘신혼일기’ 구혜선, 안재현 고발장 공개 “이게 왜 내 일이야?”

    안재현과 구혜선이 ‘집안일’을 두고 갈등을 겪었다. 10일 방송된 tvN ‘신혼일기’에서는 서로에게 서운한 점을 대화로 풀어가는 안재현 구혜선 부부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구혜선은 집안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하는 안재현과 대화를 시도했다. 구혜선은 당시 직접 쓴 고발장을 공개하며 “‘내가 여보의 일을 도와줬다’고 생색을 냈는데 ‘이게 왜 내 일이야?’라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공개된 고발장에는 집안일의 분담이 거의 구혜선에게 쏠려 있는 것이 기록돼 있었다. 이어 구혜선은 “물건 정리를 하고, 청소를 하는 일이 내 일인 것만 같았다. 이렇게 정리해주려고 결혼했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안재현은 “우리의 결혼은 최악이었어?”라고 물었고, 구혜선은 “최악은 아니다. 그런 부분이 힘들었다는 말이지 좋았던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니다”고 답했다. 안재현은 “나는 결혼생활이 나름 행복했었다”고 말했다. 구혜선은 “분명 자기는 변해가고 있다. 몸에 배어있지 않은 리듬은 있지만 집안일을 하려고 해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일관성이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안재현은 “뜨끔해서 발끈했다”면서 사과하면서 갈등은 종결됐다. 사진=tvN ‘신혼일기’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건강한 자치구의 비결은…] 50대 마음 돌보는 강서

    ‘50대 우울증, 마음건강검진으로 싹~.’ 서울 강서구는 우울증 발생이 높은 50대를 대상으로 마음건강검진과 상담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9일 밝혔다. 경제 불황으로 인한 실직, 조기 은퇴 등 과다한 스트레스와 불안에 노출된 50대의 정신건강 위험 요인을 발견, 적기에 치료해 심신 안정을 돕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다. 지역에 사는 50대(1958년 1월 1일~1967년 12월 31일 출생) 주민은 누구나 구에서 지정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중 편한 곳을 찾아 무료로 검진과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지정 의원은 봄빛 정신건강의학과(내발산동), 연세소울 정신건강의학과(내발산동), 은초록샘 정신건강의학과(등촌동), 맑은샘 정신건강의학과(화곡1동), 마음과정신건강의학과(화곡3동) 등 5곳이다. 1차 방문 때 전문의 면담과 선별 검사 결과에 따라 2~3차까지 무료로 추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고위험군 또는 중증정신장애로 판정되면 강서정신건강증진센터와 연계해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을 수 있다. 강서구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통해 스트레스, 불면, 불안 등을 겪는 50대 중년들이 마음의 면역력을 키우고 생의 활력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좁은 축사·‘가로 60㎝ 틀’ 돼지·A4용지 닭장… 상업 욕심이 비극 불러

    일부 농가 수면주기 짧게 하기도 닭·돼지 스트레스에 내성 약해져 “협소한 축사, 소를 살찌우려고 풀 대신 먹이는 유전자 조작 옥수수, 끊임없이 투약되는 항생제 등으로 가축들은 병균에 저항할 정상적인 면역력을 잃어버렸다. 한마디로 우리 모두의 지나친 육류 식욕과 가축을 생산품으로 만들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축산업계의 상업적 욕심이 이런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340만 마리의 소·돼지가 살처분되고 약 3조원의 나랏돈이 들어가는 등 사상 최악의 구제역 피해가 발생했던 2011년. 당시 천주교 제주교구의 강우일 주교는 “국내 축산 역사상 처음 있는 대재앙”을 지켜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까지 한반도를 휩쓸면서 효율성만 따지는 밀식(密植) 가축사육이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현행 축산법을 보면 알 낳는 산란계 1마리의 최소 사육면적은 0.05㎡로 A4 용지(0.062㎡)보다도 작다. 일부 농가는 수면 주기를 짧게 하거나 강제로 털갈이를 시켜 달걀 생산량을 늘리기도 한다. 닭을 넣은 케이지(새장)를 4~5단으로 쌓아 올린 곳이 적지 않다. 이런 조건에서 자란 닭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내성이 약해져 전염병에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 양돈 농가는 어미 돼지를 ‘스톨’이라고 불리는 철제 감금틀에 가둬 놓고 인공수정과 출산을 반복한다. 스톨의 크기는 보통 가로 60㎝, 세로 210㎝ 정도다. 이 안에서 운동 능력이 퇴화한 어미 돼지는 풀어 줘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돼지들이 서로를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앞니를 뽑기도 한다. 이미 유럽에서 금지된 사육법이다. 소 역시 닭이나 돼지 정도는 아니지만 축사 밀집도는 나을 게 없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지극히 짧은 시간 내에 인류의 증가된 단백질 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해 축산이 대규모 산업화하면서 부자연스러운 사육환경이 도입됐다”면서 “구제역과 AI 등 여러 가축 질병이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오직 생산성과 효율을 추구하는 산업구조와 경제 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류의 재앙이라고 일컫는 기후변화 역시 가축 전염병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와 한파 등 기상이변이 구제역과 AI 등 바이러스가 활개 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09년 ‘기후변화가 동물 전염병과 축산업에 주는 영향’을 주제로 열린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연차 총회에 따르면 당시 OIE 가맹국 126개국의 71%가 기후변화가 동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했다. 가맹국의 58%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가축 질병이 국내에서 1건 이상 확인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백신 안 맞힌 젖소, 구제역 확산 불쏘시개”

    “백신 안 맞힌 젖소, 구제역 확산 불쏘시개”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접수된 구제역 의심·확진 사례 3건 가운데 2건이 젖소 농가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젖소가 구제역 확산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제역 백신의 부작용으로 소득이 줄어들까 염려한 젖소 농가들이 예방 접종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의심되기 때문이다. 부작용이 작은 국산 백신을 서둘러 개발하고 부족한 공수의사(공무원 수의사) 대신 민간 수의사를 ‘농장주치의’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 5일 올해 첫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의 젖소 농가(195마리)에서 3㎞ 이내 거리인 11개 젖소 농가(1140마리)를 조사한 결과 평균 73%의 젖소에서 구제역 항체가 확인됐다. 이 중 5개 농가는 항체형성률이 정부 권고 기준인 80% 미만이었다. 심지어 72마리의 젖소를 키우는 농가 1곳에는 항체가 있는 소가 한 마리도 없었다. 생후 6개월 이상인 소는 4~7개월마다 구제역 백신을 맞아야 항체가 유지되는데 사실상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임신과 착유를 반복하는 젖소의 특성 때문에 농장주들이 백신 접종을 더 꺼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젖소는 연중 7개월간 판매를 위해 우유를 짜고 나머지 기간은 임신 상태를 유지한다. 수태를 해야 지속적으로 젖이 돌고 착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제역 백신을 맞추면 스트레스가 커서 젖양이 급격히 줄어든다. 박봉균 검역본부장은 “하루 35㎏이던 젖소의 착유량이 구제역 백신 접종 후 28㎏으로 급감한 기록이 있고, 접종 후 한 시간 내에 주저앉거나 유산하고 일부는 수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백신 부작용이다. 박최규 경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우유를 짜서 돈을 버는 기간과 소의 임신 기간 10개월을 고려할 때 농가 입장에서는 소득 유지를 위해 1년 내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8일 의심 사례가 발생한 경기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40%의 젖소(16만 2621마리)를 키우고 있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구제역으로 소 살처분 피해가 가장 컸던 2010~2011년 젖소 1만 4190마리가 매몰 처분됐는데 이 중 89.2%(1만 2653마리)가 경기 등 수도권 농가였다. 정부는 백신 항체형성률 조사를 연 1회에서 4회로 늘리고 공수의사 등 3600명을 동원해 농가 예방접종을 감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공수의사 인력이 부족해 모든 농장을 면밀히 감독하기 어렵다”면서 “지역별 민간 수의사를 조직화해 ‘농장주치의’로 활용하는 방안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작용이 작고 약효가 좋은 국산 백신 개발이 시급한데 당국 의지가 부족하다”며 “매년 수입 백신 구입에 드는 1000억원의 고정 예산을 투입해 백신 생산시설을 짓는다면 장기적으로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안 쓰면 화병날 것 같아요”… ‘시발비용’으로 화 푸는 2030

    “안 쓰면 화병날 것 같아요”… ‘시발비용’으로 화 푸는 2030

    최근 청년층과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공감을 일으키며 확산되는 글이 있다. 이른바 ‘시발비용’. 비속어 ‘X발’과 ‘비용’을 합친 신조어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이라는 의미다. 스트레스 받고 홧김에 치킨 시키기, 평소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텐데 짜증나서 택시 타기 등이 대표적이다. 퇴근 후 이유 없이 다이*나 *리브영 같은 드럭스토어에 들러 필요 없는 물건을 사는 기자의 습관도 단번에 이해됐다.●그렇게 스트레스 받으며 벌었는데… 이런 것도 못 사? 신조어 시발비용을 간략히 정의하자면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쓴 돈’ 정도가 된다. 시발비용의 대상은 고가의 물건이 아니다. 로드숍에서 파는 저렴한 화장품, 당장 필요는 없지만 보기에는 귀여운 스티커나 볼펜, 커피나 간식 등이 그 대상이다. 입사 1년차를 막 넘긴 직장인 A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마카롱 사진이 자주 올라온다. 평소에도 마카롱은 좋아하는 간식 중 하나였지만, 한 개에 2000~2500원이라는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 때문에 즐겨 먹진 못했다는 A. 요즘 그는 퇴근 후 집 주변 마카롱 맛집을 방문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전환이 된다는 이유다. 한번 살 때 종류별로 10개 이상씩 사는 A에게 “마카롱 비싸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스트레스 받으며 돈 벌었는데, 이런 것도 못 사먹어?” 은행원 3년차 B는 출근할 때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집과 직장의 거리는 마을버스 8개 정거장으로 약 30분이 걸리되지만, 택시를 타면 10분 만에 도착한다. B는 “처음엔 지각할까봐 택시를 탔던 것이 이제는 편해서 타게 된다”고 말했다. 택시비는 5000~6000원 꼴로, 한 달에 택시비로 지출하는 비용만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B는 “몸이 편하니까 전혀 아깝단 생각이 안 든다”며 “‘고생하러 가는 데 이 정도도 못하나’라는 생각으로 탄다”고 말했다. ● 티끌 모아야 태산? 티끌 모아봤자 티끌 시발비용은 결국 ‘탕진잼’으로 이어진다. 탕진잼은 시발비용보다 앞서 유행했던 신조어로, 소소한 생활용품, 맛집, 여행 등 일상생활에 돈을 낭비하듯 쓰며 소비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재물 따위를 다 써서 없앤다는 거창한 의미의 ‘탕진’과 달리, ‘탕진잼’이란 일상생활에 구애받지 않는 범위 내의 푼돈을 소소하게 낭비하는 것이 차이다.립스틱을 사는 것으로 탕진잼을 추구하는 C. 홧김에 산 립스틱 색깔이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을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하는 그의 말버릇은 “티끌 모아 티끌”이다. 열심히 돈을 모아도 집을 못 사니, 티끌로 스트레스라도 풀겠다고 말한다. 2030세대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은 정말 꿈이 되어가고 있다. C는 5년차 직장인이지만 일찌감치 집 사기를 포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세대가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을 경우 서울에 평균 수준의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는 데 12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는 2016년 3분기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 ‘371만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것이다. 월급이 200만원 초반인 C가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고 현실의 스트레스를 푸는 데 집중하는 이유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해 탕진잼의 기분을 느낄 시간조차 없던 D는 지난해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충동적으로 항공권을 구매했다. 생각했던 예산을 훌쩍 넘겼다는 D는 “충동적인 여행이었지만 리프레쉬가 됐다”며 “입사 후 가장 잘 쓴 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유럽 여행을 소망하며 월급에서 30만원씩을 여행경비로 저축하고 있는 D는 “회사를 다닐 이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 성인남녀 10명 중 8명 ‘스트레스 해소 위해 홧김에 돈 지출’ 시발비용이 2030세대의 공감을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6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명 중 8명은 ‘홧김에 스트레스로 돈을 낭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를 받아 ‘안 사도 되는 제품을 굳이 구매했던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한 직장인은 퇴근길에 습관적으로 화장품가게를 ‘털러’가는 것이 자신의 시발비용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쓰지도 않는 섀도를 하나둘 사다 보니 어느새 일정 기간, 일정 금액 이상을 산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black club’ 등급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이*에서 3개에 1000원 하는 마스킹 테이프를 충동적으로 구매한다는 또 다른 직장인은 “고작 그걸 샀다고 기분이 풀리는 스스로에게 비참함을 느낀다”면서도 “홧김에 쓰는 돈이 아니면 오히려 더 화병이 터졌을 것 같다”고 밝혔다. 홧김에 시킨 치킨, 사용하지 않지만 습관적으로 사는 화장품, 출퇴근에 이용하는 택시 등 청년들이 시발비용과 관련한 비슷한 경험담을 쏟아내는 것은 2030세대의 씁쓸한 세태를 반영한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청년들은 소비에 실패할 여유가 없다. 최대한 가성비 높은 것에 투자해 높은 만족감을 얻으려는 젊은 세대들의 합리적인 소비가 ‘탕진잼’이나 ‘시발비용’과 같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아무리 노력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고, 오히려 더 ‘노오력’하라는 것이 현실이다. 암울한 청년 세대의 심리적 불안감을 드러내는 신조어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 옥상 뛰어내리려는 아내 머리채 붙잡아 목숨 구한 남편

    옥상 뛰어내리려는 아내 머리채 붙잡아 목숨 구한 남편

    중국 산시성에서 숨이 멎는 것 같은 아찔한 장면이 포착됐다. 최근 중국 환구시보는 남편이 7층 건물에서 뛰어내리려던 부인의 머리채를 붙잡아 추락사를 막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오후 4시 30분쯤 부인 강씨는 자살을 시도했다. 당시 꼭대기층에 살고 있던 부부는 가족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고, 부인은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참지 못해 건물 가장자리에 올라섰다. 남편이 만류했지만 부인은 건물의 모서리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려고 하며 자신을 놓아달라고 남편에게 소리 쳤다. 현지 언론이 공개한 영상에서도 강씨의 몸은 고층 건물 옥상의 모서리에 매달려 있는 반면 남편은 그녀의 묶은 머리를 움켜잡고 구하려 애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섯 명의 지역경찰이 사건현장에 도착했고, 남편을 도와 이들 부부를 건물 안으로 끌어당겼다. 서로 힘을 모은 덕분에 인명피해는 막았으나 구조 과정에서 경찰 중 한 명은 어깨 연조직이 손상되는 부상을 입어야 했다. 경찰은 "30cm넓이의 배수관이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몸을 지지했다"며 "이 배수관이 없었다면 남편이 단순히 머리채를 잡아챈 것만으로는 목숨을 살릴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구조작업은 약 3분간 지속됐고, 경찰은 아내를 진정시킨 후 부부를 귀가시키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백두산호랑이 ‘금강이’ 백두대간 이주 9일 만에 폐사

    백두산호랑이 ‘금강이’ 백두대간 이주 9일 만에 폐사

    지난달 25일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백두대간 수목원으로 이송된 11살배기 백두산 호랑이 ‘금강이’가 9일 만인 지난 3일 오후 4시 20분 폐사했다. 수의사들이 1차로 부검을 한 결과 금강이의 사인은 만성신부전증으로 밝혀졌으며, 오래전부터 병을 앓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금강이가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가운데 대전에서 경북 봉화까지 250㎞를 5시간에 걸쳐 이동하면서 스트레스가 가중돼 폐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목원은 현재 폐사한 금강이의 조직을 떼어내 정밀검사를 벌이고 있으며, 결과는 2∼3주 후 나올 예정이다. 오월드 측은 금강이가 만성신부전증에 걸린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고, 외견상 별 이상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산림청은 예민하기로 유명한 호랑이를 다른 시설로 이송하기 위해 무진동 항온항습 차량에서 수의사와 사육사들이 보살피는 가운데 시속 70여㎞의 속도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1시간마다 15분씩 휴식을 취하며 신중하게 이송작전을 펼쳤지만 질병으로 쇠약했던 금강이는 결국 장거리 이동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금강이와 함께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백두대간 수목원으로 옮겨온 15살배기 백두산 호랑이 ‘두만이’는 매우 건강한 상태다. 산림청 관계자는 “두만이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한다면 4월에 1마리든 2마리든 암컷 백두산 호랑이를 당초 계획대로 이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강이와 두만이 모두 한·중 산림협력회의를 통해 산림청이 중국에서 기증받은 것으로, 산림청은 안정과 적응 훈련을 거친 뒤 관람객에게 공개할 예정이었다. 산림청은 오는 4월 서울대공원에서 암컷 백두산 호랑이 2마리를 추가로 백두대간 수목원으로 옮겨와 번식을 유도할 계획이었지만 금강이의 폐사로 차질이 예상된다. 한편 국내에서 발견된 마지막 백두산 호랑이는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잡힌 호랑이로 알려졌으며, 백두산 호랑이가 한반도 남쪽 숲에 방사되는 것은 100여년 만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이름 없는 여인’의 삶을…/김종면 서울여대 국문과 겸임교수

    [열린세상] ‘이름 없는 여인’의 삶을…/김종면 서울여대 국문과 겸임교수

    평상시엔 향을 올릴 생각을 않다가 위급에 처하게 되니 부처님 다리를 잡고 애걸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행태를 보면 꼭 그런 형국이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평소 언론을 외면하던 그가 느닷없이 기자들을 청와대에 모아 놓고 신년 간담회를 하는가 하면 존재도 희미한 인터넷 매체와 살갑게 인터뷰까지 했겠는가. 상식적인 국민의 눈으로 볼 때 그것은 민심과는 거리가 먼 ‘원 맨 플레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전대미문의 국정 농단 사태로 국가가 거덜나고 국민은 집단 우울증에 걸릴 지경인데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자기 일신의 안위에만 몰두할 수 있을까. 그 ‘그로테스크’한 심상 풍경을 그려 보니 박 대통령이 한때 롤모델로 삼았다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모습이 떠오른다. ‘제왕적 총리’로 군림한 대처는 리더십 붕괴에 따른 총리 사퇴 후 100여일 동안 분노와 좌절의 나날을 보냈다. 12년 가까이 지켜 온 총리 자리를 같은 보수당 내 믿었던 동지들의 배신으로 잃은 데 대한 충격이 컸다. ‘철의 여인’ 대처도 권좌에서 물러나자 심각한 심리적 갈등을 겪은 것이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대처의 그런 삶을 ‘정치적 과부생활’이라고 표현했다. 자진 사임한 대처와는 달리 탄핵 심판대까지 오른 박 대통령의 심적 고통을 상상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자업자득이다. 국민의 용서를 구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여전히 이빨 잃은 사자가 애써 호기를 부리듯 더욱 권력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며 시위소찬(尸位素餐)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시간과의 싸움’으로 여기고 지연시킬 궁리만 하고 있는 듯하다. “누군가의 기획”이라는 박 대통령의 인식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할까. 헌재 결정이 순리대로 이뤄지도록 협조해야 한다. 탄핵 결정이 어떻게 나든 비극이다. 탄핵이 기각된들 국민의 신뢰를 잃은 박 대통령이 온전히 대통령 노릇을 하기는 어렵다. 지금이라도 어둠의 무리와 짝짓기를 거부하고 벼랑 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처절한 ‘몰락’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한때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명예라도 지키는 길이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보면 눈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왕이 찾고 있는 범인은 바로 왕 자신이며 가장 가까운 핏줄과 부끄러운 인연을 맺고 있다는 충격적인 말을 한다.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그 불길한 예언을 믿지 않는다. 결국 어떻게 되었는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오이디푸스는 모든 것이 사실이었음을 인정하며 왕비의 옷에 달린 황금 브로치로 두 눈을 찔러 장님이 된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눈을 향해 이렇게 외친다. “너희는 너무 오랫동안 보아서는 안 될 사람들을 보았고 내가 알고자 한 일은 보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을 보여 준다. 고대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 같다. 혹시 자신의 숙명적인 결함을 통해 공포와 연민을 이끌어 내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비극은 때로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러나 동정을 쥐어짜 내려 하는 것은 감정의 정화는커녕 스트레스만 안겨 줄 뿐이다. 비극의 숭고한 의미조차 모독하는 일이다. 비록 끔찍한 일을 저질렀지만 오이디푸스는 그래도 겸손했다. 자신의 정체를 확인하려 했고 드러난 진실을 운명으로 받아들여 죗값을 치렀다. 그것은 진정한 자아에 눈을 뜸으로써만 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운명을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국가를 병들게 하고 국민을 그만큼 아프게 했으면 아무리 개인적으로 억울하다 해도 ‘내 탓이오, 내 탓이오’ 하는 게 정상이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내려놓고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살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 두려우랴.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고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그렇게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사는 삶. 노천명 시인은 그런 삶을 여왕보다 더 행복한 삶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텅 빈 마음의 자세다.
  • [수요 에세이] 삶의 질 높이려면 직장문화를 바꾸자/이복실 여성가족부 전 차관

    [수요 에세이] 삶의 질 높이려면 직장문화를 바꾸자/이복실 여성가족부 전 차관

    지난달 모임에서 만난 롯데칠성의 L전무는 최근 회사에서 경험한 일가정 양립 사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롯데칠성은 토요일에도 판매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업문화 개선 노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지난해 초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주 5일제로 변경한 것이다. 기업경영의 주요 핵심은 수익창출이다. 판매 일수를 하루 줄이면 그만큼 손실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원들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해 과감하게 도입하기로 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손실이 났을까. 답변은 ‘아니오’였다. 수익에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L전무는 덧붙인다. “결과를 보고 속으로 걱정을 하던 임직원 모두들 깜짝 놀랐어요.” 왜 하루 덜 일하는데 수익에 변동이 없었을까? 아마도 주어진 시간에 목표를 달성하려고 집중해 더 열심히 했을 수도 있고, 직원들의 애사심이 발동해 신명나게 일을 한 결과일 수도 있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가별 평균 근로시간은 1766시간인데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무려 2113시간을 일한다. OECD 평균보다 25%나 더 많은 시간 일을 하는데도 노동생산성은 OECD 30개 국가 중 28위에 불과하다. 근로시간과 노동생산성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돌이켜 보면 정부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 사업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0여년에 불과하다. 2005년에 여성가족부가 가족업무를 복지부에서 이관받은 것을 계기로 가족정책의 중심을 모성비용의 사회화와 일과 가정의 양립에 두었다. 가족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작한 셈이다. 2007년에는 가족친화기업인증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 법을 만들었고 남녀고용평등법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로 법제명을 변경하기도 했다. 또 2011년에는 정시퇴근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을 가족사랑의 날로 정하고 가족송 ‘고마워요’도 제작해 배포했다. 가족송은 당시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위대한 탄생’의 어린 스타 김정인이 불렀다. 매주 수요일 저녁 6시에 방송으로 ‘아빠빠 고마마워요.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엄마마마마 고마마마워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가족이라서 고마워요’가 나오면 직원들은 퇴근준비를 하면서 ‘이렇게 독려라도 하지 않으면 어찌 정시에 퇴근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나도 30년간 늘 밤늦게 퇴근하다 보니 햇빛을 두려워하는 드라큘라처럼 햇빛이 짱짱할 때 다니는 것이 편하지가 않고 낯설었다. 하지만 요즈음은 야근이 문제가 아니다. 단체 카톡방의 확산으로 인해 퇴근 후에도 업무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IT 플랫폼이 발달하다 보니 생긴 일이다. 아마도 많은 기관에서 단톡방을 운영하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정보의 공유가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편리한 정보기술이기는 하나, 직장인들에게는 퇴근 후에나 주말에 수시로 뜨는 상사의 지시사항은 업무 스트레스를 넘어서서 휴대전화 공포증까지 생기게 했다. 이 정도가 되면 차라리 사무실에 나와 일하는 것이 낫겠다. 주말이 주말이 아니고 휴식이 휴식이 아니다. 최근 모 의원이 주말카톡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해서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다. ‘이런 것까지 법으로 해야 하나?’ 하는 우려를 표명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오죽하면 법까지 나올까라고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노동시간은 세계 최장이다. 정시퇴근을 비롯한 일가정 양립 정책은 저출산 문제를 넘어서서 국민의 삶의 질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지금 대다수의 국민들은 일도 중요하지만, 선진국의 시민들처럼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의식변화를 겪고 있다. 시대에 맞지 않는 관행이나 생각은 과감하게 바뀌어야 한다. 주어진 시간에 집중해서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가족을 위해 보내거나 자기 계발에 집중할 때 삶의 만족도나 직장에서의 생산성은 배가될 것이다. 최근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해 정시퇴근, 회식문화 개선, 시차출퇴근제 등을 시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저출산을 극복하고 또 한번의 경제도약을 꿈꾸는 지금이야말로 잘못된 관행과의 단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 전체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동참을 기대해 본다.
  • 2금융권 대출 깐깐하게… DSR 연내 추진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빚 갚는 능력을 더 깐깐하게 따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가 연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에도 도입될 전망이다. 은행권에 이어 제2금융권 가계부채도 대출자별로 속속 들여다볼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DB)가 구축된다. 금융감독원은 7일 이런 내용의 ‘2017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사실상 금융권 전반에 걸친 ‘가계부채 조이기’를 예고했다. DSR은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신용대출과 카드론, 자동차 할부금, 신용카드 미결제액 등 대출자의 모든 대출 원리금을 바탕으로 상환 능력을 평가한다. DTI가 주택담보대출 외 다른 대출은 이자 상환액만 반영하는 것에 비해 훨씬 엄격하다. 따라서 DSR 도입은 빚이 많은 이들에게 대출이 더 까다로워지는 것을 뜻한다. 은행권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DSR을 여신심사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DTI처럼 특정 한도(60%)를 넘어서면 대출을 못 받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는 2019년에는 여신심사 기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또 대출자의 대출과 담보, 소득 정보 등으로 구성된 은행권 가계부채 미시 데이터베이스(DB) 전산화 작업을 조기 완료하고 제2금융권으로 확대한다. 이를 바탕으로 가계부채 실태를 자세히 파악하고 위험요인과 취약 부문에 대한 관리를 선제적으로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저축은행과 상호저축에도 경매신청·매각 유예 제도가 도입된다. 경매신청·매각 유예는 금융사가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한 채무자와 사전에 의무적으로 상담해 갈 곳이 없는 경우 최대 1년간 경매를 미뤄주는 제도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정책 모기지(디딤돌대출·보금자리론)와 은행권에 경매신청·매각 유예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모든 은행 계좌를 한번에 조회하고 잔액을 옮길 수 있는 계좌통합관리서비스(어카운트인포)의 후속탄도 나온다. 저축은행과 증권사, 상호금융의 계좌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올해 중 구축된다. 또 우리나라가 내년에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14%)에 진입하는 만큼 고령화보험 개발 확대를 유도하고 사적연금 가입률 및 연금수령률 제고 방안을 마련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 강화 등 대외 위험요인에 대비해 상시 재무건전성검사(스트레스테스트) 전담팀을 신설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스트레스테스트 모형을 정교화하고 검사 결과는 자본 확충, 유동성 확보, 부실자산 매각 등 금융사 자본계획 수립에 적극 활용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동물원서 백두대간 이주한 백두산호랑이 1마리 폐사

    동물원서 백두대간 이주한 백두산호랑이 1마리 폐사

    국내에 두 마리뿐인 백두산 호랑이 가운데 한 마리가 최근 폐사했다.산림청은 백두대간 수목원으로 이주한 호랑이 ‘금강’(11)이 먹이를 먹지 않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다 이주 9일 만인 지난 3일 폐사했다고 7일 밝혔다. 금강은 수목원에서 안정 및 적응 훈련을 거쳐 올해 공개될 예정이었다. 산림청이 경북대 수의대에 의뢰해 금강을 해부한 결과 만성 신부전증으로 신장 기능이 손상돼 요독증과 폐렴 등 합병증으로 폐사했다는 1차 소견을 받았다. 그러나 동물원은 이를 모른 채 지난달 25일 5시간에 걸려 250㎞ 장거리 이동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동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금강의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금강은 1994년 한·중 정상회담 후속 조처로 2011년 다른 백두산 호랑이 ‘두만’이와 함께 한국에 왔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하루종일 쌩쌩하게 만드는 ‘90초 샤워법’

    하루종일 쌩쌩하게 만드는 ‘90초 샤워법’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늘상 진한 커피나 에스프레소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그보다 훨씬 단순한 방법으로 잠에서 깨어나고 아침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아침에 하는 '90초 샤워'가 에너지를 증가시키고 사람들이 하루종일 깨어있게 만든다고 보도했다.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침에 샤워하는데 20~30분을 소요하거나 뜨거운 물로 몸을 씻는 편이다. 그러나 실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 잠자리로 돌려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샤워 후, 우리 피부가 더 차가운 공기를 느낄 때, 급격한 기온 하락이 이뤄져 평온한 상태로 접어들 수 있다. 90초 샤워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30초 동안 차가운 물로, 그 후 30초는 따뜻한 물을 사용하고 마지막에 다시 얼음처럼 차가운 물로 30초간 물을 끼얹으면 된다. 처음엔 다소 기분이 좋지 않을수도 있지만 90초 샤워는 모세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액순환을 신장시켜 몸과 마음이 활기를 띠게 만든다. 또한 더 많은 백혈구를 형성함으로써 면역 체계를 강화시키고 관용 수준을 높여 스트레스를 낮춘다. 지방을 보다 효과적으로 태우는데도 도움을 주며, 뇌로 높은 수준의 전기 충격과 같은 자극을 보냄으로써 항우울효과도 가지고 있다. 사진=포토리아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씨줄날줄] 대머리 사회/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머리 사회/이동구 논설위원

    말을 꺼내기도 조심스럽지만, 항간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앞머리가 가발 아니냐는 말이 있다. 사실인지 확인된 바는 없지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사퇴 이후 대선 주자로 거론되면서 그의 외모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카락이 가발이라는 소문에 한 방송사 앵커가 그의 머리카락을 잡아 보기도 했다.대머리에 대한 인식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결혼 정보회사 설문조사에서 여성들의 기피 배우자 1위로 수년간 탈모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가수 김상희씨의 ‘대머리 총각’이 요즘 발표됐다면 과연 히트했을까. 입사시험 때도 머리카락이 빠진 사람은 불이익을 당하기 쉽다. 지난해 한 취업 포털이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겉모습이 채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사람은 80%가 넘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다른 사람의 외모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탈모의 고충은 현대인만 겪는 게 아니다. 고려의 문장가 이규보(1168~1241)는 탈모가 진행되는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는 시조를 남겼다. ‘털이 빠져 머리가 온통 벗겨지니 나무 없는 민둥산을 꼭 닮았네~, 귀밑머리와 수염만 없다면 참으로 늙은 까까중 같으리~’라고 탄식했다. 조선시대도 마찬가지. 윗머리가 빠지면 뒷머리와 옆머리를 올려 상투를 만들어 감추었다. 조선 초 개국공신인 권근(1352~1409)은 ‘대머리의 변’이라는 글까지 남겼다. “한 사내가 대머리였음에도 대간의 요직을 역임하는 등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었다”며 인물의 됨됨이는 외모에 있지 않고 인격수양의 정도에 의해 결정됨을 알리는 교훈적인 내용을 해학적으로 담아냈다. 대머리는 유전이기도 하지만 후천적으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한다. 옛 사람들도 전염병이며 전쟁, 허리를 휘게 하는 세금, 과거시험, 양반의 횡포 등 지금에 못지않은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현대인은 훨씬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은 원형 탈모증 환자 16만 3700여명 가운데 20~30대가 7만 1300여명으로 43.5%나 된다고 한다. 학업과 취업, 결혼과 육아 등 삶의 과정이 갈수록 힘들어져 스트레스가 커졌기 때문이 아닐까. 9살배기 어린이나 수험생을 둔 학부모가 원형 탈모로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긴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질병이 단지 탈모뿐이겠는가. 암이나 우울증 등 현대인들이 많이 걸리는 병들의 원인 중에 스트레스가 안 들어가는 게 있겠는가. 그러니 아무리 힘들어도 마음만은 편히 가지며 살 일이다. 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 美공화,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방지법 이번 주 폐기안 제출

    민주서 8명 찬성땐 통과 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융규제 완화 방침에 호응해 미 공화당이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막고자 도입한 도드-프랭크법 폐기 법안을 빠르면 이번 주에 제출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의 젭 헨살링이 ‘파이낸셜 초이스 액트 2.0’(Financial Choice Act 2.0)으로 이름 붙인 법안을 이번 주에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헨살링이 준비한 법안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금융 규제 완화 방침의 연장선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망된다. 헨살링은 도드-프랭크법 폐기를 위한 작업을 주도해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막고자 2010년 마련된 도드-프랭크법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를 분리하는 한편 과도한 차입과 파생상품 투자를 억제하기 위한 자본확충·스트레스테스트의 의무화, 사모·헤지 펀드 규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헨살링은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이 도드-프랭크법 일부 내용을 폐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때 동석해 “도드-프랭크 법을 끝장내려는 움직임을 시작하는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도드-프랭크법을 폐기하기 위해서는 쉽지 않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WSJ는 전망했다. 우선 하원에서 공화당이 다수인 만큼 통과는 어렵지 않겠지만 상원의 경우 전체 100명 중 공화당이 52명으로 일반 법률 통과 기준인 60명에 모자란다. 이 법안 폐기를 위해 민주당 상원의원 8명의 찬성을 이끌어 내야 한다. 민주당은 지역은행이나 신용조합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의 수정은 용인할 수 있지만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선보이면서 민주당의 반감이 큰 상황이다. WSJ는 민주당의 협조가 여의치 않으면, ‘예산조정절차’를 이용해 공화당이 법안 통과를 추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예산조정절차는 연방정부의 예산이 들어가는 정책만을 대상으로 상원에서 50명의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현장 행정] ‘心터’에서 ‘쉼표’얻다

    [현장 행정] ‘心터’에서 ‘쉼표’얻다

    “마치 웃는 얼굴처럼 보이지 않나요?”지난 1일 오전 서울 강동구청 4층. 직원들의 마음건강 치료소인 ‘마음심(心)터’ 현판식에 참석한 이해식 강동구청장이 현판에 적힌 한자 ‘마음 심’을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실제 초록색으로 덧칠한 한자는 ‘언제나 환영합니다’라는 문장과 어울려 기자의 마음을 편하게 했다. 이 구청장은 “마음의 병을 심각하게 앓고 있는 공무원이 적지 않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쉽게 병원을 찾지 못한다. 힘들 때면 구청 내에 있는 마음심터를 방문해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강동구가 직원들의 ‘마음의 병’을 치료해 줄 마음심터를 서울 25개 자치구 중 최초로 구청에 열었다. 지난해 개최된 ‘2016 노사워크숍 구청장과의 대화’에서 나온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당시 직원들은 “행정수요 증가로 업무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직원들의 마음을 풀어 주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현재 강동구청 직원은 1200여명에 달한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상담 전문가들이 주 2회 마음심터를 방문해 직장 내외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스트레스에 대해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 외에 부부 관계 증진, 부모와 자녀 관계 개선, 성격·기질검사 프로그램과 같은 힐링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또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마음건강 강좌를 진행한다. 상담은 지난해 6월, 12월 두 차례 실시한 ‘심(心)케어 마음건강평가’를 기초로 이뤄진다. 평가 결과 ▲민원 업무를 다루는 20대 여직원 ▲업무 하중이 큰 7급 직원 ▲승진을 위해 힘쓰는 50대 남자 직원의 스트레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우선 상담자로 지정돼 의무적으로 상담해야 한다. 강동구는 직원뿐만 아니라 구민들의 건강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전국 최초로 건강관리센터를 개소했고, 그해 말까지 총 2만 4707명이 다녀갔다. 한 곳에서 전담의사 및 금연, 영양 등 분야별 전문가와의 1대1 상담을 통해 만성질환 예방관리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다. 센터 이용자 중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168명은 보건소에 있는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연계해 정신건강상담을 했다. 이 구청장은 “직원들의 마음이 건강해야 구민들에게 더욱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따뜻하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 나가겠다. 구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스트레스도 못 느끼는 ‘낀 세대의 비애’

    스트레스도 못 느끼는 ‘낀 세대의 비애’

    “50대 되면 스트레스 덜 느껴” “실제 스트레스는 상당하지만 노화로 인지율 줄어드는 것” 폐경 여성, 남성보다 더 느껴 20~40대까지 스트레스를 크게 겪다가 50대가 되면 훨씬 덜 느낀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에 대해 50대들은 노후 불안, 명퇴 불안, 자식 걱정 등을 감안할 때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성공, 성취, 주변의 존경 등 긍정적인 의미에서 스트레스가 감소하기보다 인생의 여러 목표와 소망을 포기하면서 스트레스마저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생애주기별 정신건강 수준과 정신건강 지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사람의 비율로 측정한 스트레스 인지율은 30대가 27.7%로 가장 높았고 20대(26.5%), 40대(25.0%) 순이었다. 반면 50대는 18.6%로 가장 낮았다. 학업 스트레스를 느끼는 10대(21.8%)나 노년 시기로 분류되는 60대(19.9%), 70대(22.4%), 80대 이상(20.7%)보다도 낮다. 성별로 볼 때 50대 남성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16.1%로 50대 여성(21.0%)보다 크게 낮다. 하지만 50대들이 들려준 현실은 스트레스 요인으로 가득했다. 만년부장으로 불리다 지난해 11월 퇴직한 신모(57)씨는 “위·아래 세대에 도리를 다했지만 대접은커녕 존중도 받지 못한다”며 “까마득한 노후를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극심하게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죽도록 일했는데 마치 시대를 잘 만나 무위도식한 세대로 치부되는 것도 심각한 스트레스”라고 덧붙였다. 30년간 건설업계에 종사하다 지난해 1월 퇴직한 이모(58)씨는 “그간 가족에게 돈 버는 기계 역할이라도 충실히 했는데 이젠 그것조차 못하게 돼 솔직히 자신감도 떨어진다”며 “자식들 결혼시키기 전까진 직장을 다녔어야 했는데 그 부분이 가장 미안하다”고 했다. 25년간 대형병원 경영실장으로 일하다 은퇴한 뒤 재수학원에서 통학 버스를 운전하는 정모(59)씨는 “한창 일할 나이인데 일할 곳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스트레스”라며 “결국 자존심을 내려놓고 일자리를 얻었지만 사실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해탈하는 마음으로 지내려 한다”며 “인생이라는 게 욕심대로 되지 않으니 포기하면 스트레스도 며칠만에 없어지더라”고 했다. 보사연의 ‘2015 보건복지정책 수요조사 및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삶에 대한 만족도는 20대 이후 나이가 들수록 점차 낮아져 50대에 최저점을 찍는다. ‘삶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0대가 82.6%인 반면 50대는 66.9%였다. 이런 면에서 신경학 전문가들은 50대가 ‘탈감작’(脫感作·desensitization), 즉 민감성 둔화 현상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생물학적으로 자율신경계가 노화되면서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정신과) 교수는 “스트레스의 절대량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성이 줄어든 것”이라며 “이런 이유에서 실업, 경제적 어려움, 가족 해체 등 50대가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하지만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50대 스트레스 인지율의 성별 차이에 대해서는 “여성은 남성과 달리 50대에 폐경기라는 큰 사건을 맞기 때문에 외부 스트레스를 남성보다 더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