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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디컬 인사이드] 피부병도 없는데… 긁느라 잠 못 드는 밤, 전신 질환 의심하라

    [메디컬 인사이드] 피부병도 없는데… 긁느라 잠 못 드는 밤, 전신 질환 의심하라

    성인이 3개월 이상 전신 가려울 땐 만성신부전·간질환·당뇨 등 가능성 피가 날 정도로 긁으면 감염 등 우려도 스테로이드 연고 써도 효과 없을 땐 긁지 말고 가려움증 근본 원인 찾아야여러분은 살면서 한 번쯤 ‘가려움증’ 때문에 곤란한 경험을 해 보셨을 겁니다. 공공장소에서 몸을 긁을 수 없어 주먹을 꼭 쥐고 가까스로 참는 분이 있는가 하면 가렵다 못해 잠을 못 이루는 분도 있습니다. 방금 전에 몸을 잘 씻었는데도 참을 수 없는 가려움에 손톱을 세워 벅벅 긁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려움증을 단순히 피부 문제로만 국한해선 안 됩니다. 전신 질환의 신호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원인 질환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가려움증이 전신 질환인지를 판별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려움증이 생기는 ‘위치’입니다. 온몸이 끊임없이 가렵다면 전신 질환을 의심해야 합니다. 이미우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16일 “성인인데 3개월 이상 심하게 갑자기 가려우면 전신 질환에 대한 검사를 한번쯤 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혈액투석 환자 80% 가려움증 호소 특히 ‘만성신부전’ 환자가 가려움증을 많이 경험합니다. 확률이 20~50%나 됩니다. 정기양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혈액투석 환자는 부갑상선 호르몬 과다분비 등으로 80%가 가려움증을 호소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흔한 질병으로 ‘간염’, ‘폐쇄성 담도질환’, ‘간경변증’이 있습니다. 이런 간질환으로 피부나 눈알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생기면 20~25% 확률로 심한 가려움증을 느끼게 됩니다. 이 밖에 외부 물질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자가면역질환인 건선, 자가면역성 갑상선질환, 전신성 홍반성 낭창이 원인일 때도 있습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 환자도 피부가 쉽게 건조해져 가려움증에 시달립니다. 환자 수가 400만명에 이르는 ‘당뇨병’도 영향이 있습니다. 항암제를 투약할 때 가려움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몸만 긁으면 가려움증이 계속 악화합니다. 스트레스로 몸을 자주 긁으면 피부가 점차 두꺼워지고 가려움증이 더 심해집니다. 또 피가 날 정도로 긁어 2차적으로 감염에 의한 습진이나 염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차라리 아픈 게 낫겠다”며 일상 생활에 집중도 잘되지 않습니다. 이 교수는 “긁는 것은 인간이 느끼는 최고의 쾌감 중 하나여서 긁고 또 긁어 점점 더 가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진다”며 “진료받으러 온 환자들에게 가장 먼저 ‘절대 긁지 마라’고 권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야간입니다. 낮에 재미있는 활동을 할 때는 가려움증을 느끼지 못하다가 밤에 이불을 덮고 따뜻한 방에 눕는 순간 가려워 잠을 설치게 됩니다. 그래서 반드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자신의 피부 상태나 가려움증의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피부 상태가 원인이라면 온도, 습도, 비누 등 3가지 요소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이것만 잘 조절해도 가려움증을 크게 완화할 수 있습니다. 가장 가려움증에 취약한 연령대는 70세 이상 노인입니다. 이 나이대 노인의 절반이 겨울에 심한 가려움증을 느낍니다. 피부 노화로 수분이 줄고 피지 분비가 줄어든 상태에서 주변 환경도 건조해 가려움증이 심해지는 겁니다. 이 교수는 “노인은 피부 건조와 자극을 줄이기 위해 특히 뜨거운 물, 사우나, 때수건, 너무 온도가 높은 실내 환경, 과도한 태양광선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뜨거운 물·강한 비누·잦은 목욕 피해야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아이들도 요즘과 같은 환절기가 시작되면 가려움증을 많이 호소합니다.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피부의 수분이 증발돼 자극이 심해지고 습진도 악화합니다. 주의해야 할 사항은 성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실내 온도를 적당하게 낮추고 목욕할 때 너무 뜨거운 물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집에서 목욕할 때는 괜찮다가도 공중목욕탕에 다녀온 뒤 증상이 심해지는 아이들을 가끔씩 보는데, 이것은 공중목욕탕의 뜨거운 물이 말썽을 부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약한 비누를 관절이 접히는 부분만 사용하는 식으로 간단히 목욕한 뒤 물기를 대강 닦고 보습제를 몸 전체에 발라 줘 물기가 달아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목욕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피부 연고를 무작정 사용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입니다. 피부가 붉게 변하거나 두꺼워지는 등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 교수는 “많은 가정에서 세레스톤지, 더마톱과 같은 스테로이드 계열 연고를 무심코 사용하는데 3일 이내에 증상이 완화되면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연고를 사용해도 피부에 변화가 없으면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정확한 원인 질환을 찾아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가려움증은 스트레스와도 관련이 있어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커피, 홍차, 술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일단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렵다고 하루 2~3번씩 씻는 건 미련한 행동입니다. 지나치게 잦은 목욕은 피부를 더 건조하게 만드니 주의해야 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평양정상회담 D-1] 이제 흘려보낼 시간이 없다… 비핵화 기로에 선 세 남자

    [평양정상회담 D-1] 이제 흘려보낼 시간이 없다… 비핵화 기로에 선 세 남자

    ■문재인 대통령 종전선언·핵리스트 두고 북·미협상 교착 평양 정상회담서 ‘창의적 중재안’ 내놔야 김정은 설득 실패한다면 한국 입지 약화 18일 평양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성과가 절실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미 관계 개선을 강력히 희망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금이야말로 북핵 문제 해결과 종전선언을 위한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북·미 각자의 입장이 중요하겠지만, 문 대통령이 중재자로서 어떤 역량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비핵화 협상이 궤도에 재진입할지 여부가 크게 좌우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평소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을 노골적으로 인정한 데서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취임 후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6·12 북·미 정상회담에 다리를 놓으며 쉼 없이 달려온 ‘협상가’ 문 대통령에게도 이번 평양 남북 정상회담은 절대 쉽지 않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4·27 남북 정상회담이 얼어붙은 정국을 깨워 대화와 교류의 물꼬를 트는 회담이었다면, 이번 회담은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을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의 노둣돌을 놓아야 하는 회담이다. 만약 이번 회담에서마저 문 대통령이 북한의 포괄적 비핵화 약속만 재확인하고 돌아선다면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는 물론 이후 한·미 관계도 보장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 양쪽을 대표하는 협상가, 치프 네고시에이터(수석협상가)가 돼서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만큼 문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의미지만, 이 말에는 한국이 책임지고 현재의 교착 국면을 풀라는 무언의 압박이 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회담에서 북한의 선(先) 종전선언 요구와 미국의 선 비핵화 조치 요구를 중재할 창의적 대안을 내세워 김 위원장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이후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입지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상황이 회담 전보다 더 악화해 한반도 비핵화는 요원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평양으로 향하는 문 대통령의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도 무거운 이유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원로자문단 오찬에서 “저는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비록 실무적인 회담은 부진한 면이 있지만 북·미 양 정상은 끊임없이 친서를 보내면서 서로 간에 신뢰를 거듭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는 벌써 세 번째 만남인 만큼 첫 대면의 순간과 회담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늘 강조해 온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에서 북한의 사정을 충분히 듣고 접점을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트럼프 대통령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지지율 하락 위기 평양서 들려올 비핵화 중재 결과에 촉각 성과 없으면 2차 북·미 정상회담 불투명 18~20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주인공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지만, 태평양 건너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평양을 향해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로 도출되는 비핵화 중재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관계와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치적이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북한 비핵화에 관한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만일 북한과의 협상이 잘 안돼 북핵 문제가 교착상태를 면하지 못한다면 가뜩이나 ‘러시아 스캔들’ 등 국내 악재로 신음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출간된 밥 우드워드 기자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와 정권 내부자의 레지스탕스 기고문으로 하락세다. 상원의원의 3분의1과 하원의원 전체를 선출하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하반기 정치 공세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북핵 문제에서도 협상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문 대통령의 중재를 통해 김 위원장으로부터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약속받은 다음 김 위원장을 워싱턴으로 부르는 모양새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장 바람직한 그림이다. 1년 전만 해도 전쟁 위협에 떨던 미국 국민에게 전쟁 위협을 확실히 소멸시켰다는 이미지를 극적으로 각인시킬 만하기 때문이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김 위원장에 대한 우호적인 메시지를 자주 표현해 왔다. 이런 메시지들은 북·미 간 실무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안정적인 성공이 남·북·미 평화 프로세스를 이어 가는 데 중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미는 지난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종전선언과 핵 리스트 제출 등 초기 비핵화 조치의 선후 관계를 놓고 힘겨루기를 해 왔다.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이 무산되면서 정책적 대치 상태가 계속됐다. 문 대통령의 교착 국면 해소 움직임이 결국 평양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하는 친서도 보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에 대한 협상의 실마리를 다시 확인한다면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설득시킬 만한 것을 도출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교착 국면이 중간선거까지는 간다는 것이고 그 반대라면 극적으로 북·미 정상회담까지도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김정은 위원장 체제보장·국제사회 대북제재 완화 절실 美 종전선언 유도할 ‘대담한 결단’ 해야 구체적 조치 없으면 비핵화 협상 ‘미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미국으로부터 종전선언을 이끌어 내기 위한 대가로 미국에 줄 ‘선물’, 즉 비핵화 조치에 대한 입장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밝혀야 한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미국에 비핵화 의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동시에 북한 내 군부 등 강경파에도 체제 수호 의지를 주지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김 위원장 본인이 담판을 위해 북한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워싱턴에 갈 의향이 있는지도 문 대통령에게 밝혀야 한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적진’인 미국에 가는 것도, 장기간 북한을 비워둬 권력 공백이 생기는 것도 신변안전상 불안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시간은 없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몸이 달아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에 지금만큼 좋은 기회는 또 오기 어려울 것이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종전선언을 도출하려면 다음달 중으로 예상되는 북·미 2차 정상회담에서 확실한 결실을 맺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중재자인 문 대통령에게 이번에 자신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을 분명히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서 결정적인 중재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교착상태에 놓인 비핵화 협상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스트레스 지수가 급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달 들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교착을 뚫기 위한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지난 5일 문 대통령의 방북 특사단에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비핵화 완료 시점(2021년 1월)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또 종전선언의 의미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채택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특사단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여전히 신뢰하고 누구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 종전선언은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중요한 출구다. 경제협력을 위해서는 북·미 관계 정상화를 통해 정상 국가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미국의 종전선언 채택을 유도할 만한 ‘통 큰 결단’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그는 북 선수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완전한 비핵화 선언, 한·미 군사훈련과 남북 관계 분리 등 그간 예상치 못한 결단을 내놓았다.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만일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의 구체적 방안들이 대거 합의될 경우 실질적인 효과 차원에서 종전선언과 다를 바 없다”며 “김 위원장은 이를 토대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논의를 진전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늘 긴장해야 하는 자동차학원 도로주행 강사, 교습 중 심근경색 사망은 산재”

    “늘 긴장해야 하는 자동차학원 도로주행 강사, 교습 중 심근경색 사망은 산재”

    법원 “지병인 고혈압 있었더라도 스트레스 때문에 급작스럽게 악화됐을 것”“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 있다고 봐야”도로주행 교습 중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자동차원전학원 강사가 지병이 있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업무 특성상 항상 긴장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법원은 또 수강생 결석으로 교습을 하지 않고 대기하던 시간 역시 강사의 업무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단했다.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박성규)는 자동차학원 강사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지급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8월 도로주행 교습을 하다가 가슴 부위에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주 만에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으나 법원은 달랐다. “망인은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고혈압 등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해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 재판부는 “도로주행 교습 업무의 특성상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면 사고가 발생하므로 망인은 항상 긴장을 유지해야 했다”며 ”특히 망인이 근무한 학원 인근 도로에는 레미콘 차량과 대형버스의 통행이 잦아 더욱 긴장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공단은 또 수강생이 결석하면 해당 교습 시간이 휴게 시간이 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만약 수강생이 늦게라도 도착하면 바로 교습을 해야 했고, 그런 가능성에 대비해 근무지를 이탈하지 않았으므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대기 시간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명절 폭증한 업무 뒤 쓰러진 배송기사, 지병 있었어도 업무상 재해”

    “명절 폭증한 업무 뒤 쓰러진 배송기사, 지병 있었어도 업무상 재해”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더라도 추석을 앞두고 과중한 업무 때문에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려 병세가 악화했다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제2행정부(부장 안종화)는 뇌경색으로 사망한 배송기사 A씨의 아내 이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고인이 고혈압과 당뇨로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고, 음주와 흡연을 했으며, 나이가 50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고혈압, 당뇨 등이 악화해 뇌경색으로 발전했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뇌경색 발병 무렵의 급격한 업무 증가와 스트레스로 인해 평소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했던 기초 질병이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했다고 추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결국 뇌경색은 업무와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고인이 월급 170만원을 받으면서 일주일에 3~4일은 새벽 3~4시에 출근해 장거리 배송 업무를 하며 매주 근무시간이 76~78시간에 이른 점을 주목했다. 또 2012년 1~2월 기준으로 20t 내외였던 배송량이 추석이 있던 그해 9월 66t으로 급증한 사실에도 주목했다. 살인적인 업무량으로 육체의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는 늘어만 가는데 휴식은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게 뇌경색 발병이 가속화한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A씨는 경기도의 한 농산물 판매업체에서 배송기사로 일하던 중 2012년 10월 갑자기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A씨는 과도한 배송 업무 탓에 뇌경색 등이 발병했다며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요인이 아닌 지병인 고혈압과 당뇨 때문에 뇌경색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건강이 악화된데다 의료비 부담으로 경제적 사정까지 더 나빠진 A씨는 법률구조공단을 찾았고, 장애인 무료법률구조 대상자에 해당돼 공단의 도움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A씨는 소송 도중 올해 2월 지병이 악화되면서 세상을 떠났다. 소송은 A씨 부인이 이어가면서 결국 최근 승소할 수 있었다. 결국 근로복지공단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유족들은 그 동안 받지 못했던 요양급여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상 초유의 아프리카 코끼리 ‘부부교환’ 작전 개시…日동물원 임신·번식 위해

    사상 초유의 아프리카 코끼리 ‘부부교환’ 작전 개시…日동물원 임신·번식 위해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아프리카 코끼리의 번식을 위해 일본의 동북지역 3개 동물원이 사상 초유의 ‘부부 교환’을 시도한다.요미우리신문은 16일 미야기현, 아키타현, 이와테현 등 동북지역 3개 현의 동물원들이 이달 하순부터 아프리카 코끼리 암수 짝짓기를 유도해 번식을 꾀하는 합동 짝짓기 작전에 나선다고 전했다. 워싱턴 조약에 따라 국제 거래가 엄격히 제한돼 있는 아프리카 코끼리는 일본에서 2014년 이후 번식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일본동물원수족관협회에 따르면 아프리카 코끼리는 1986년 일본에 80마리가 살았지만, 지난해에는 절반도 안되는 34마리에 그치고 있다. 워싱턴 조약에 따라 동물원 등의 전시 목적으로 야생 코끼리를 수입할 수 없게 된 상태에서 일본내 번식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아프리카 코끼리 공동 번식에 참여하는 곳은 미야기현 센다이시 야기야마 동물공원, 아키타현 아키타시 오모리야마 동물원, 이와테현 모리오카시 동물공원 등 3곳이다. 야기야마와 오모리야마는 암컷·수컷 각각 29세, 모리오카는 수컷 28세·암컷 16세로 모두 번식에는 적합한 연령이다. 그러나 야기야마에서는 암수가 번식을 위한 교미 자체를 하지 않고 있으며 오모리야마와 모리오카에서 교미는 했지만 임신에까지 이르지 못했다. 일본동물원수족관협회는 같은 커플이 너무 오래 함께 지내다 보니 서로에게 별다른 매력을 못 느끼는 탓이 큰 것으로 보고, ‘체인징 파트너’를 시도하기로 했다. 3개 동물원이 같은 동북지역 내여서 이송에 따른 스트레스가 적을 것이란 점이 우선 고려됐다. 이에 따라 각각 암컷인 오모리야마의 ‘하나코’과 야기야마의 ‘릴리’를 상대방 동물원에 보내기로 했다. 모리오카의 암컷 ‘마오’도 성과를 보아가며 커플 교환에 합류시킬 계획이다. 그동안 아프리카 코끼리의 번식을 위한 동물원간 교환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암수 맞교환은 아니었고,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찾아가는 식이었다. 그러나 통상 코끼리는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동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잠시라도 우리에서 안보이게 되면 해당 동물원으로서는 입장객의 감소가 불가피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에는 암수 양쪽을 서로 맞바꾸기 때문에 그런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코끼리는 육상 최대의 동물로 아프리카 사바나에 주로 살며, 평균수명은 60세 전후다. 초산은 30세 이전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에 따르면 야생 아프리카 코끼리는 상아를 노린 밀렵 등으로 1987년 약 74만마리에서 2016년 약 42만마리로, 약 30년 새 43%나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대법 ‘개 전기도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개에 대한 사회통념 고려해야”

    대법 ‘개 전기도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개에 대한 사회통념 고려해야”

    개를 감전시켜 죽이는 것이 동물보호법이 금지한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는지는 개에 대한 시대적·사회적 인식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같은 동물이더라도 대상 동물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으로, 인간과 오래 교감을 해온 개에 대한 도살방법은 더욱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66)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도살방법의 허용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동물별 특성 및 그에 따라 해당 도살방법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시간, 대상 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심은 피고인이 개 도살에 사용한 쇠꼬챙이에 흐르는 전류의 크기, 개가 감전 후 기절되거나 죽는 데 소요되는 시간, 도축 장소 환경 등 도살방법의 구체적 행태, 그로 인해 개에게 나타날 체내·외 증상 등을 심리해 이와 함께 사회통념상 개에 대한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어야 하는데 이를 살피지 않고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섣불리 단정했다”고 지적했다. 개농장을 운영하던 이씨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개농장 도축시설에서 개를 묶은 상태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대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죽여 도축하는 등 연간 30두 상당의 개를 도살해 동물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전살법(電殺法)은 돼지, 닭 등 다른 동물을 도축하는 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고 동물을 즉시 실신시켜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라면서 동물보호법에서 정한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법 제8조에선 동물학대 등의 행위를 금지했 여기에는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가 명시돼 있다. 1·2심은 모두 “해당 방법이 동물보호법상 ‘잔인한 방법’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잔인하다’는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상대적인 개념인 데다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잔인성을 내포하고 있어 자칫 처벌 범위가 너무 넓어지거나 처벌의 기준이 너무나 불명확하게 돼 위헌적 결과가 초래할 수도 있다”면서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이란 적어도 목을 매달아 동물을 죽일 경우 그 과정에서 동물이 겪게 되는 공포, 스트레스와 유사하거나 더 많은 고통 등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엄격히 한정하여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동물유관단체대표자협의회는 환영 성명을 내고 “대법원이 개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사건의 맥락상 이제 대한민국 사회에서 개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며 법 해석 시 이 부분을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라면서 “이번 판결은 동물권의 승리이며 개식용 산업의 맥을 끊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앉아서 대장내시경 검사? 롤러코스터 타면 신장결석 제거된다고?

    [달콤한 사이언스] 앉아서 대장내시경 검사? 롤러코스터 타면 신장결석 제거된다고?

    신장결석 환자가 롤러코스터를 타면 결석이 제거될까, 앉아서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이 더 편할까. 싫어하는 상사가 있다면 ‘부두’(voodoo) 인형을 만들어 바늘로 찌르면 기분이 좋아질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궁금증들이지만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13일 오후 6시(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는 이런 황당하지만 기발한 질문들에 대해 놀랍고 신기한 연구업적을 내놓은 사람들에게 시상하는 ‘제28회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 행사 주제는 ‘마음’이었지만 실제 수상자들은 마음과는 상관없는 부분에 대한 분야의 연구들에서 쏟아져 나왔다.전 세계 대부분 직장인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상사와의 갈등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지 몰라 끙끙거려 속앓이를 하거나 심할 경우 직장을 그만두기까지 한다. 그런데 캐나다 윌프리드 로리어대 심리학자 린디 량 박사팀은 자기가 싫어하는 상사의 부두인형을 만들어 괴롭히거나 바늘로 찌르는 등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질 뿐만 아니라 건강한 직장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지난 8월 경제학 분야 국제학술지 ‘리더십 쿼터리’에 발표한 ‘악의적 상사를 상징하는 부두교 인형에 대한 보복으로 정의감 회복’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 덕분에 량 박사팀은 올해 이그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롤러코스터를 타면 신장결석을 쉽게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마크 미첼 박사와 데이빗 워팅거 박사는 이그노벨 의학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3D 프린팅한 신장에 결석을 넣은 뒤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월드에 있는 ‘빅 썬더 마운틴 레일’이라는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결석 제거 효과를 측정했다. 이들은 롤러코스터의 위치를 바꿔가면서 타고 결석 제거 효과를 분석했는데 롤러코스터 뒷부분에 앉으면 결석 제거율이 64%에 이르렀는데 앞부분에 앉으면 17%로 낮아졌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2016년 미국 정형외과학회지에 발표했다. 호주 퀸즐랜드공과대 디자인학부 알레테아 블래커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복잡한 제품을 새로 구입했을 때 사용 매뉴얼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새로운 기계 장치에는 자체 내장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2016년 ‘인터렉팅 위드 컴퓨터’라는 학술지에 발표했다. 그 덕분에 이번에 이그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됐다. 일본의 위장병 학자인 아키라 호리우치는 앉은 자세에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 편안함과 효율성을 검토한 실험 결과 누워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와 큰 차이가 없이 ‘가벼운 불편함’만 느꼈다는 사실을 밝혀내 이그노벨 의학교육상을 수상했다. 이그노벨 평화상은 운전자의 25% 이상이 운전 중에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퍼붓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중 2%의 운전자만이 자신의 그런 태도에 대해 인정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스페인 발렌시아가대학 연구팀에게 돌아갔다. 또 성인 남성의 발기기능을 검사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성기 주변에 우표로 감싸서 측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한 미국 오리건대 의대 비뇨기과 의사들에게는 이그노벨 생식의학상이 수여됐다. 이 밖에도 사람의 침이 알코올이나 다른 세정제보다 세정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밝혀낸 포르투갈 연구팀에게 이그노벨 화학상이, 짝짓기를 못한 암컷 초파리가 포도주 잔에 앉아 내뿜는 페로몬이 와인을 상하게 한다는 것을 밝혀낸 스웨덴 과학자들에게는 이그노벨 생물학상이 돌아갔다. 영국 브라이튼대 고고학자 제임스 콜은 구석기인들이 사람을 잡아 먹었을 때 섭취한 칼로리가 다른 고기를 먹었을 때보다 낮다는 사실을 밝혀내 이그노벨 영양학상을 받았다. 또 스웨덴 룬드대 연구진은 지역 동물원에서 침팬지가 사람을 흉내내는 것만큼이나 사람도 침팬지를 흉내낸다는 사실을 확인해 이그노벨 인류학상을 수상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양천구, ‘2018년 양천구 힐링 숲태교 하반기 프로그램’ 운영

    서울 양천구는 내달 1일부터 계남근린공원에서 임신부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임신부와 태아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주는 ‘2018년 양천구 힐링 숲태교 하반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4일 밝혔다. 프로그램은 목요일반(오전 10~12시), 토요일 오전반(오전 10~12시)과 오후반(오후 2~4시)으로 진행된다. 산모의 스트레스 관리와 정서 안정을 위한 아로마 수업, 태아와 애착 형성을 위한 태명 명패 만들기, 아이에게 사랑편지 쓰기, 숲속에서 국악을 들으며 명상을 즐기는 숲속 음악회 등 다양한 활동이 마련돼 있다. 구 관계자는 “숲 태교는 태아와 산모의 애착 형성을 도울 뿐 아니라 숲 속에서 오감을 열고 미세한 자극에 집중함으로써 무뎌진 감각을 발달시킨다”며 “이는 임신 중 느낄 수 있는 무력감이나 불안감 등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조선을 사랑한 英언론인 베델의 히스토리] 양기탁 구속·의연금 횡령 의혹에 화병 난 베델 ‘하늘나라로’

    [조선을 사랑한 英언론인 베델의 히스토리] 양기탁 구속·의연금 횡령 의혹에 화병 난 베델 ‘하늘나라로’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데일리뉴스(KDN)를 창간해 항일운동에 앞장섰던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한국명 배설)은 1907~1908년 영국 법원에서 두 차례 재판을 받았다. 그가 중국으로 복역하러 간 사이 일제는 양기탁을 구속하고 베델에게도 국채보상 의연금 횡령 의혹을 덧씌웠다. 결국 베델은 신보를 살리고 자신의 명예도 회복하려 동분서주하다가 스트레스로 갑작스레 숨을 거뒀다.●양기탁 구속으로 국채보상운동 동력 약화 베델이 1908년 6월 영국 법원의 두 번째 재판으로 구속돼 상하이에서 3주 금고형을 마친 다음날인 7월 12일. 한 일본 경찰이 밤늦게 서울 광화문 대한매일신보사 사옥을 서성거렸다. 신보 건물이 영국인 치외법권 지역이어서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던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양기탁(1871~1938)에게 “잠깐 물어 볼 말이 있다”며 밖으로 불러 냈다. 건물 안에 있던 양기탁이 무심코 문 밖으로 나오자마자 경찰은 그를 체포했고 곧바로 경시청에 가뒀다. 국채보상 의연금을 횡령했다는 혐의였다. 신보의 두 기둥인 베델과 양기탁에 대한 일제의 역습이었다. 일본은 베델이 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기 전에 양기탁을 구속해야 한다고 봤다. 베델이 조선에 있을 때 그를 구금하면 분명 영국 정부에 도움을 청할 것이 분명했다. 결국 일본은 베델이 구속됐다가 조선에 오기 직전 양기탁을 잡아들였다. 통감부 초대통감 이토 히로부미(1841~1909)도 양기탁 구속 이틀 뒤인 14일 돌연 해외로 휴가를 떠났다. 그가 이번 일에 간여하지 않은 것처럼 꾸미려는 의도였다. 일본은 양기탁이 조선인이기에 베델 말고는 어느 영국인도 그의 신병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영국 총영사 헨리 코번(1871~1938)은 이 사건이 영국인 소유 신문사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이를 묵과하지 않았다. 양기탁은 구속됐다가 구타 등으로 다쳐 병원에 이송되던 중 탈출해 신보사로 숨었다. 일본은 양기탁의 인도를 요구했지만 코번은 이를 거부하고 그에 대한 고문을 끝까지 막았다. 결국 양기탁은 코번의 도움 덕분에 인도주의적 환경에서 재판을 받아 무죄로 풀려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번은 영국의 동맹국인 일본과 외교 갈등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총영사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그해 8월 런던으로 돌아갔다. 6개월쯤 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외교관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당시 49세였다.●금고형 이후 달라진 여론… 당황한 베델 베델은 7월 11일 금고형을 마치고 17일 조선에 돌아왔다. 하지만 불과 몇주 사이에 자신을 바라보는 조선인들의 시선이 크게 차가워졌음을 깨닫고 당황했다. 그와 양기탁에게 도덕적 타격을 입혀 신보와 KDN을 무력화하려던 일제의 공작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그가 조선에 들어올 무렵부터 한국인이 운영하던 친일 신문들은 일제히 “베델과 양기탁이 국채보상 의연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다룬 기사를 쏟아냈다. 신보를 통해 자신의 무고함을 해명하고 국채보상금 총합소에서 나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일본에 협력하는 친일 매체들이 만들어낸 ‘파렴치범’ 프레임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애초 국채보상운동은 한계가 명확했다. 국민들의 순수 모금만으로 조선의 1년치 국가 예산에 맞먹는 1300만원을 모으겠다는 생각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졌다. 설사 모금운동이 일본에 위협이 될 만한 수준으로 성장하더라도 일본은 언제든 ‘화폐개혁’ 카드를 꺼내 그간 모은 의연금을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런 불안감이 내재된 상황에서 베델과 양기탁의 국채보상금 횡령 의혹까지 생겨나자 운동의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 둘에 대한 국민적 불신도 커졌다. 실제로 8월 10일에 열린 국채보상금 총합소 특별위원회에서 회계감사 이강호는 “베델이 의연금 운영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조선인의 손에 죽을지도 모른다”고 겁박했다. 지금보면 적반하장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당시 베델의 횡령 의혹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좋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베델은 자신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같은 달 27일 열린 의연금 총합소 평의회에 직접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는 이 자리에서 인생 최악의 굴욕감을 맛봤다. 그가 감옥살이를 하고 온 사이 평의회 의장 자리를 한석진 국민신보 사장이 차지하고 있어서였다. 국민신보는 한국인이 창간한 대표적인 친일지이자 매국단체 일진회(1904~1910)의 기관지였다. 1907년 7월 고종이 일본의 강압에 못 이겨 왕위를 순종에게 넘기자 시위 군중들이 이 신문사의 사옥과 인쇄 시설을 부수기도 했다. 일진회는 항일단체로 출발했지만 단체 간부들이 대거 일본에 매수돼 친일단체로 탈바꿈했다. 그런 신문사의 사장이 국채보상 총합소의 최고 책임자가 됐다는 것은 사실상 국채보상운동이 일본의 손아귀에 넘어갔음을 뜻했다. 그간 친일 행적을 무릎 꿇고 사죄해도 모자랄 인물이 되레 조선의 독립을 돕다가 감옥까지 다녀온 자신을 비난하며 파렴치범으로 몰아가는 모습에서 끝없는 환멸을 느꼈을 것이다. 일부 조선인들이 자신을 ‘의연금에 손을 댄 좀도둑’으로 취급하는 상황에 모멸감도 컸을 것 같다. 이에 대해 베델의 부인 메리 모드 게일(1873~1965)은 베델 사후인 1910년 8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베델)은 그 일에 대해 단 한 번도 조선인을 원망하거나 서운해하지 않았다. 그저 일본과의 싸움에서 반드시 겪어야 할 운명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中 언론 “베델, 횡령 실토” 의도적 오보 8월 30일 중국 일간지 ‘노스차이나 데일리뉴스’가 “베델이 국채보상금 횡령 혐의를 자백했다”는 기사를 냈다. 도쿄 특파원이 일본 당국자의 말을 듣고 쓴 기사였다. 해당 기사는 일본을 중심으로 중국과 동남아에서 발행되던 영자 신문에 빠르게 퍼졌다. 당시 조선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유명한 인사였던 베델은 이 기사 하나로 ‘순수한 열정을 지닌 조선 독립운동가’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었다. 베델은 곧바로 중국 법원 등에 이 신문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확인 결과 해당 기사는 일본 국민신보 기자가 영자신문 특파원을 가장해 쓴 것이었다. 일본의 공작이었다. 베델은 소송에서 이기며 자존심을 회복하지만 이미 그에 대한 신뢰는 크게 무너진 뒤였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모두 잃었다. 일제의 압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독주와 담배로 달랜 탓이 컸다. 평소에도 몸을 돌보지 않던 성격이었던데다 오랜시간 명예훼손 소송과 신보 재정 지원에 나섰던 탓에 그는 이듬해인 1909년 5월 1일 심장 팽창 증세로 숨을 거뒀다. 겨우 서른일곱살이었다. 영국 출신 역사연구가 에이드리언 코웰(62·싱가포르 거주)은 그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조선을 구하려고 했던 이유를 이른바 ‘젠틀맨’(올바른 일에 목숨을 거는 신사도 소유자) 정신에서 찾았다. 코웰은 “베델은 당시 최고 수준의 학교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었고, 영국 성공회 전도사의 딸인 어머니로부터 ‘올바름의 추구’라는 종교적 가치도 전수받았다. 이것이 훗날 조선에서 그의 삶을 지배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서울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싱가포르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UNIST 원천기술 연구 ‘돌풍’… 세계가 인정한 생명공학 산실로

    UNIST 원천기술 연구 ‘돌풍’… 세계가 인정한 생명공학 산실로

    2009년 개교한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각종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올리며 ‘2030년 세계 10위권 과학기술특성화 대학’ 진입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13일 UNIST에 따르면 연구 논문으로 세계 대학 순위를 매기는 ‘라이덴랭킹’에서 지난해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국내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순위도 지난해 36위, 올해 52위로 상위권이다. UNIST는 2015년 9월 과학기술원 전환 이후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여기에다 원천기술 연구 성과물을 기반으로 한 기술사업화와 창업 지원에 나서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에 ‘신생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UNIST의 논문 질과 연구 능력은 곳곳에서 객관적으로 입증받고 있다. 라이덴랭킹 외에도 지난해 9월 발표한 ‘2017-2018 THE 세계대학 순위’에서 국내 5위를 차지했다. 5대 평가지표 중 논문 피인용도에서는 우리나라 1위(세계 45위)에 올랐다. 또 개교한 지 50년이 안 된 세계 대학 250곳을 대상으로 평가한 ‘논문 피인용도’에서는 UNIST보다 뛰어난 곳이 4곳뿐이었다. THE(Times Higher Education)는 세계 대학평가기관이다. 더불어 네이처 출판그룹에서 발표하는 질적 연구성과 지표인 ‘네이처 인덱스’에서도 ‘저자의 논문당 기여도’ 부문에서 올해 국내 4위를 기록했다. 이는 나이나 경력에 관계없이 연구자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벌인 ‘연구지원 정책’의 성과물인 것이다. UNIST는 연구 논문 발표에 그치지 않고,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한다. 교내 벤처기업인 ㈜리센스메디컬, ㈜유투메드텍, ㈜필더세임, ㈜프론티어에너지솔루션, ㈜슈파인세라퓨틱스, ㈜이고비드 등이 기술사업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업체는 지난 1월 팁스(TIPS)에 선정돼 앞으로 3년간 최대 10억원을 지원받아 사업화를 진행한다. 팁스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대표적인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이다.급속냉각마취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한 리센스메디컬은 유테크 밸리의 첫 번째 기업으로 선정돼 30억원을 유치했다. 슈파인세라퓨틱스는 척추손상 환자 치료를 돕는 패치 상용화를, 필더세임은 가상현실에 사용될 착용형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프론티어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고비드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능동형 상황인식 기술을, 투메드텍은 영상 진단기기와 알고리즘 개발을 통한 축농증 진단기술의 상용화를 하고 있다. 태양전지·해수전지·이차전지 분야에서도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이차전지 산학연 연구센터’가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후 한층 더 속도를 내고 있다. 해수전지는 바닷물 속 소듐 이온(Na)을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다. 지난 5월에는 ‘등부표 해수전지’ 실증시험에도 성공했다. UNIST는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울산시와 공동으로 ‘게놈 엑스포’를 개최했다. 게놈 엑스포에는 세계적인 석학, 기업체, 시민 등 1만명이 참여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연구 성과를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팀 허버드 킹스칼리지런던대학 교수가 ‘영국 10만명 게놈프로젝트’를, 박종화 UNIST 교수가 ‘게놈으로 보는 나의 미래’ 등을 발표했다. 앞서 같은 달 23일에는 ‘대사스트레스 세포대응 연구센터’가 문을 열고, 난치병 해결을 위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이 연구센터는 ‘2018년 선도연구센터 지원 사업’에 선정돼 앞으로 7년간 최대 105억원을 지원받는다. 대사 스트레스로 인한 항암제 무반응성 난치암과 당뇨병 치료를 위한 기술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3일에는 ‘유니스트-웨이크포리스트-바젤 생체 장기모사 연구센터’가 개소했다. 이 분야에 세계적인 연구 역량을 가진 미국 웨이크포레스트 의과대학, 스위스 바젤대학 의과대학과 손잡고 신약 개발에 나섰다. 지난 6일에는 ‘세포 간 신호교신에 의한 암제어 연구센터’도 문을 열었다.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교수들이 UNIST의 젊은 인재들을 키우고 있다. 3명의 교수가 정보분석 서비스 기업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에서 선정한 ‘2017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CR)’에 이름을 올렸다. 로드니 루오프(59) 자연과학부 특훈교수, 조재필(49)·김진영(46)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다. 루오프 교수는 4년 연속 HCR에 선정됐을 뿐 아니라 소재과학·물리학·화학 등 3분야에서 상위 1% 연구자로 뽑혔다. 세계 상위 1% 연구자로 뽑힌 인물은 한국기관 소속 중 유일하고, 세계적으로도 20명뿐이다. 조 교수는 소재과학 분야에서 2년 연속 선정됐고, 김 교수는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UNIST는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데 힘을 쏟는다. UNIST와 하버드공대가 지난해부터 손잡고 진행하는 ‘연구 인턴십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도심 공원 잔디밭·수변도 폭염 때 극한 열스트레스

    도심 공원 잔디밭·수변도 폭염 때 극한 열스트레스

    지난달 최악의 폭염에 도심 내 초지와 수변 등도 극한의 열스트레스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가 더울 때 주거지역과 상업지구를 가리키는 ‘그레이 인프라’는 열스트레스가 높고 공원과 수변 등으로 대표되는 ‘그린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낮은데, 지난달 폭염에는 도시의 모든 인프라가 열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유일하게 산림의 열스트레스만 낮아 도심 공원에 잔디밭 조성보다 수목을 늘리는 게 유용하다는 점을 확인했다.13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제주대와 공동으로 경기 수원 호매실 택지개발지구 9곳에서 폭염주의보가 발생했던 7월 19~20일과 폭염경보가 발생했던 8월 2~3일 낮(12시~16시)과 밤(21시~01시) 시간대의 ‘열스트레스 지표’(PET)를 분석한 결과 8월 낮 시간대에 41도 이상으로 극한의 열스트레스를 나타냈다. 그레이 인프라의 주간 열스트레스는 상업지구가 가장 높았고, 나지(맨땅)와 고층아파트, 단독주택단지, 야외주차장의 순이었다. 논과 수변 등 그린 인프라는 7월 아파트·상가 등에 비해 열스트레스가 1~2단계 낮았지만 폭염이 더 심했던 8월엔 효과가 반감됐다. 다만 산림은 2단계 낮은 중간 정도의 열스트레스(29~35도) 수준을 보였다. 잔디밭으로 대표되는 초지는 폭염 주간엔 열스트레스를 크게 줄이지 못했다. 이영기 환경자원연구부장은 “열스트레스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진 그린 인프라가 극한 폭염에서 어떻게 효과를 발휘하는지 분석했다”며 “향후 강한 폭염에 대비하려면 그린 인프라의 유형별 특성을 공간화해 환경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성호르몬 회복돼야 가화만사성

    성호르몬 회복돼야 가화만사성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를 넘어서존 그레이 지음/문희경 옮김/김영사/460쪽/1만 6800원 25년 전 베스트셀러 후속 작품 바뀐 사회상 반영한 관계기술서 직장에서 호르몬 균형 깨져 귀가 사생활 행복 위해 고유성 찾아야결혼 전, 솔직히 나는 아내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일로 많이도 다퉜다. ‘왜 저 여자는 별일도 아닌데 저렇게 화를 낼까’, ‘왜 저 여자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누나와 여동생이 있는 집안에서 자랐지만 돌이켜보면 ‘여자’에 관한 이해 자체가 부족했던 것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다 우연히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읽었다. ‘아, 여자는 원래 이런 생물이구나.’ 생각이 바뀌니 태도도 바뀌었다. 서가에 꽂힌 낡은 책을 바라보며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저 책 때문에 내가 결혼하게 된 것은 아닐까….’ 물론, 아내 몰래 한숨을 쉬면서.여자와 남자에 관한 명쾌한 해석을 담은 전작 이후 25년이 지났다. 당시 마흔 초반이던 저자는 올해 67세다. 중간중간 ‘직장에서 만난 화성 남자 금성 여자’ 등의 책을 냈다. 대부분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책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은 사실상 25년 전 책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다. 제목도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를 넘어서’라고 붙였다. 저자는 25년 전 주장했던 기본 개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어차피 다른 별에서 온 다른 종족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그 근거로 남녀의 호르몬 차이를 제시한다. 남자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여자보다 10배나 더 많고 여자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남자보다 10배 이상 많아서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인다. 다만, 저자는 바뀐 사회상에 맞춰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다시 설명한다. 과거보다 여자들의 사회 진출이 수월해졌다. 여자도 직장 생활을 하며 남성성이 강화됐다. 반대로 남자들도 과거 가부장적인 남자의 역할만 할 수 없게 됐다. 바뀐 사회에 맞춰 여성성이 강화됐다.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며 집에 오면 삐그덕거린다. 저자는 이런 현상에 관해 “바깥 일에서 성공하면 사생활도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생활에서 행복해지려면 사랑과 새로운 관계 기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여성성과 남성성의 균형을 해결책으로 든다. 일과 삶 모든 영역에서 고유의 남성성과 여성성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은 그럴싸한 이론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각종 상담과 연구를 통해 ‘이렇게 행동하라´고 제시한다. 예컨대 남자는 화가 나면 강인해 보이려고 애쓰지만, 내부에선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증한다. 테스토스테론이 일정하게 분비돼야 행복한 남자로선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는 운전과 같은 남성적인 행위를 해야 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운전을 한다고 스트레스가 풀리지는 않는다. 꽉 막힌 도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운전을 하면 오히려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한다. 이런 변화가 추구하는 것은 ‘개인의 행복’이다. 가족, 친구, 직장 등 여러 사회적 유대 속에서 개인의 행복이 전제된 관계가 진정한 시작이며 21세기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모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3가지 시간의 개념을 도입했다. ‘당신 시간’은 직장에서의 유대, ‘우리 시간’은 배우자와의 유대, ‘내 시간’은 사회적 유대와 자립을 가리킨다. 여자는 ‘우리 시간’에 적절한 에스트로겐이 분비돼야 직장에서의 ‘당신 시간’에서 빠져나와 집에서의 ‘내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반대로 남자는 ‘내 시간’에 테스토스테론을 회복하면 동굴에서 빠져나와 ‘우리 시간’을 즐기거나 배우자가 ‘내 시간’을 갖도록 지지해 줄 수 있다. 다만 일부 행위에 관해 지나치게 세밀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예컨대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감정을 나누는 금성인의 대화법 연습으로 “여자가 최대 8분간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놓고 2분 정도 긍정적인 감정을 나누며 남자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나서 3~6초간 포옹한다. 포옹하고 아무 말 없이 잠시 떨어진다”를 든다. 3가지 시간 개념을 설명하면서 여자의 생리일에 따라 부부관계를 언제 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사랑을 나눠야 하는지까지 제시한다. 외국 문화에 기반을 둔 까닭에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분명 있다. 다만 저자가 전반적으로 깔고 있는 ‘이해→행동→변화’는 남녀 사이를 돈독하게 하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하기보다 서로 다른 외계 종족을 공부하고, 좋은 변화를 시도해 보는 일이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가천대 텃밭 수확물로 나눔 실천

    가천대 텃밭 수확물로 나눔 실천

    가천대학교는가 학생들이 기른 블루베리, 머루 등 수확물로 직접 쿠키를 만들어 지역 어린이 도서관에 전달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가천대는 학생들에게 식물을 키우며 자연과 교감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생명과 나눔 텃밭 프로젝트’를 지난 2016년부터 시작했다. 프로젝트는 각종 스트레스로 일상에 지친 학생들에게 힐링 할 수 있게 하고 식물을 심고 가꾸면서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려, 소통, 협력, 책임, 정직의 정신을 심어주려는 취지로 시작했다. 지금까지 228개팀 1147명이 참여했으며 이번 수확에는 135개팀 400여명이 참가했다. 수확에 이어 가천대 식품영양학과 학생들은 베이킹 전문가와 함께 텃밭 수확물로 쿠키를 만들었다. 이날 만든 쿠키는 실내건축학과 학생들이 리모델링한 은행동 어린이 도서관 ‘그림하우스에 전달 할 계획이다. 그림하우스는 실내건축학과 소학화 ‘나누다’ 학생들이 지난 2016년 리모델링해 중국어, 서예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어린이 도서관이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지름신이 잘 내리는 사람 알고보니...

    [달콤한 사이언스] 지름신이 잘 내리는 사람 알고보니...

    ‘누가 스크루지일까.’ 셰익스피어와 함께 영국의 문호로 불리는 찰스 디킨스의 작품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스크루지는 크리스마스의 유령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런던 시내에서 둘도 없는 구두쇠이다. 과연 스크루지의 성격은 어땠을까, 스크루지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은 돈 쓰는 것에 인색한 것일까. 그렇다면 ‘지름신’은 어떤 사람들에게 쉽게 내리는 것일까. 영국과 미국 연구자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이나 추수감사절 시즌처럼 연휴기간을 앞두고 지갑을 쉽게 여는 사람들의 성격을 분석한 결과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론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 의료사회학과, 심리학과, 영국 런던대(UCL) 경영대학원 공동연구팀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지갑을 더 자주 여는 사람은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으며 신경질적이며 스트레스 대응력이 낮은 사람은 그 반대라는 연구결과를 심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회 심리와 성격과학’ 13일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 서구에서 크리스마스 연휴는 가족이 함께 모이는 시간일 뿐만 아니라 소매업 분야에서 볼 때는 연간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성향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더 많은 물건을 팔고 싶어하는 상인들은 물론 절제 있는 소비를 원하는 개인에게도 중요하다. 연구팀은 영국과 미국에 거주하는 2133명의 실험자원자를 대상으로 이들이 1년 동안 거래한 200만건의 거래 중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을 전후한 지출 내역과 ?개방성 ?양심 ?외향성 ?친화성 ?신경증 5가지 성격적 특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감정적으로 안정된 사람은 휴일 동안 더 많은 돈을 쓰는 반면 신경질적인 사람들은 지출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개방성이 낮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돈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양심적인 사람이 비양심적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개별 소비자의 성격적 특성이 쇼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상관관계만 보여줄 뿐 정확한 원인은 분석하지 못했다. 새러 왓슨 미국 오리건대 교수는 “개인의 쇼핑에는 가구 규모, 수입, 기타 여러 요인이 개입하며 개성은 개별 소비자 행동의 매우 작은 부분 중 하나에 불과하다”라면서도 “이번 연구는 소비자 습관에 대한 큰 그림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로드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한번 본 풍경 똑같이 그려내는 9살 천재 자폐 소년

    한번 본 풍경 똑같이 그려내는 9살 천재 자폐 소년

    ‘자폐적 석학’ 9살 자폐증 소년의 재능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서번트 증후군으로도 불리는 자폐적 석학은 자폐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특정 분야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능력 또는 사람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자폐인 사람 가운데 10% 정도가 서번트 증후군을 보인다. 영국 브라이튼에 사는 올해 9살 된 소년 코난 앤드류스는 영국에서 몇 되지 않는 자폐적 석학으로 꼽힌다. 앤드류스의 능력은 한번 본 풍경이나 현상, 사물 등을 그림으로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것으로, 정확함과 자세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이 타 있는 배가 바다에 떠 있는 풍경을 1~2분 정도 관찰만하면, 돌아서서 기억력에만 의지해 같은 풍경을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다. 1~2분에 불과한 관찰시간이지만 배에 타 있는 사람들의 위치나 돛의 모양, 배 곳곳의 구조물 등을 뚜렷하게 기억해내고 이를 그림으로 생생하게 표현한다. 앤드류스의 엄마는 “아들의 자폐는 감각적 능력 중 하나다. 만약 스스로 다양한 것을 표현해내지 못한다면 좌절과 불만 때문에 폭발해 버릴 것”이라면서 “이게 코난이 자신의 기억을 그림으로 그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가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후부터 단 한시도 그림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면서 “누구도 아이에게 이러한 것들을 가르칠 수 없었다. 이것은 자연적인 ‘선물’과 같다”고 덧붙였다. 영국 국립자폐협회(The National Autistic Society)의 대변인인 톰 퍼서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자폐증 아이들은 시끄러운 주변 환경이나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처가 어려울 수 있다. 재능을 더욱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와 불안증 등을 잘 관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천재적인 능력을 자랑하는 앤드류스는 얼마 전부터 영국에서 단독 전시회를 열고 있다. 조만간 자신의 재능을 더욱 키우기 위해 전문 예술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서른이지만’ 신혜선♥양세종, 13년 전부터 시작된 사랑 확인 ‘눈물’

    ‘서른이지만’ 신혜선♥양세종, 13년 전부터 시작된 사랑 확인 ‘눈물’

    ‘서른이지만’ 신혜선♥양세종이 13년 전부터 서로를 좋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1일 방송된 SBS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이하 ‘서른이지만’)에서는 서리(신혜선 분)와 우진(양세종 분)이 서로의 과거를 모두 알게 돼 가슴 아파하는 모습이 그려져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이날 우진은 수미의 납골함과 함께 놓여진 사진을 보고 첫사랑 소녀가 서리였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살아줘서 고맙다며 서리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서리의 인생을 앗아갔다는 자책감에 휩싸인 우진은 집에 돌아와 “나 때문에”라며 가슴을 부여잡으며 오열했다. 그리고 그렇게 우진은 조용히 떠나버렸다. 그런가 하면 서리는 친구 수미(이서연 분)가 죽었다는 충격이 잠으로 이어진 듯 했다. 이내 텅 빈듯한 표정으로 마당에 앉아있던 서리는 우진의 휴대전화 벨소리에 이끌려 창고로 들어갔고, 그 곳에서 열일곱 자신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이어 우진의 방에서 스티커가 붙여진 익숙한 화구통과 열일곱 우진의 사진까지 보고 그에 대한 모든 의문점을 꿰 맞춘 서리는 마치 꿈 같았던 우진의 애틋하고 슬픈 이마 뽀뽀를 떠올리며 “이대로 가버리면 안 되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혀 관심을 집중시켰다. 뿐만 아니라 서리는 우진이 떠나기 전 자신에게 남긴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터뜨리는 모습으로 눈물샘을 자극했다. 우진이 자신을 처음 본 그 날부터, 자신을 수미로 착각했던 이야기, 떠나는 이유까지 빼곡히 적힌 그의 편지에 서리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더욱이 이때 편지를 쓰며 오열하고, 편지를 다 쓴 뒤 퉁퉁 부은 눈으로 서리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바라보며 방문을 닫는 우진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가슴까지 먹먹하게 했다. 이후 서리는 우진을 만나고 싶을 때마다 그를 마주쳤던 육교로 향했지만, 보이지 않는 우진의 모습에 주저 앉아 눈물 흘렸다. 하지만 이내 “안 갔어요, 나”라며 들려온 우진의 목소리에 서리는 고개를 들어 그를 끌어안았다. 그런 서리의 두 손을 맞잡은 우진은 “뭘 어떻게 해도 이제 널 떠날 수가 없어.. 네가 없는 내가 상상도 안될 만큼 널 너무 사랑하게 돼버렸어”라며 돌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더해 우진은 “원망, 네 옆에서 들을게. 죽을 만큼 미워하고, 죽을 만큼 밀어내도 있고 싶어. 네 옆에”라며 서리에게 애원했다. 이에 서리는 “아니면? 그게 다가 아니면? 우진이 네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면?”이라며 슬며시 미소 지었고, 이어진 13년 전 과거 장면은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열일곱 서리(박시연 분) 또한 열일곱 우진(윤찬영 분)을 짝사랑 했었던 것. 이에 13년 전부터 운명적으로 이끌린 ‘꽁설커플’ 서리-우진의 앞날에 궁금증이 모아지고 있다. 이 장면은 최고 시청률 12.5%를 기록, 열연을 펼치고 있는 신혜선과 양세종의 인기를 증명했다. 한편, 극 사이사이에 궁금증을 유발했던 미스터리들이 풀려가며 관심을 끌어올렸다. 제니퍼의 남편은 서리-우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청안사거리 12중 교통사고의 사망자였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유산을 했음이 밝혀졌다. 또한, 코마상태에 빠진 서리의 병원비를 대주던 사람은 외삼촌이 아닌 사고를 냈던 트럭 운전사였음이 드러나, 앞으로의 전개에 궁금증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SBS ‘서른이지만’은 매주 월, 화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사진=SBS ‘서른이지만’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글로벌 In&Out] 지지율 보도, 대통령이 인기 유튜버인가/알파고 시나씨 하베르 코레 편집장

    [글로벌 In&Out] 지지율 보도, 대통령이 인기 유튜버인가/알파고 시나씨 하베르 코레 편집장

    ‘유튜버’ 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약 15년 전에 무료 동영상 공유 사이트들이 잇따라 열리면서 인터넷 사용이 더욱 활발해졌다. 이 사이트 중에 제일 앞서간 곳은 유튜브였다.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하고 광고사업을 같이하면서 이 분야에서 1위에 오르게 됐다. 광고사업이란 시청자가 어떤 영상을 보려면 일단은 5초 정도 광고를 봐야 하는데, 여기서 발생한 광고 수익을 유튜브는 영상 제작자와 나눈다. 때문에 많은 젊은이가 영상을 제작해서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일부는 한 달에 고정적으로 수천만원의 수익과 유명세를 얻으면서 자기 삶을 완전히 이 분야에 올인했다. 이 젊은이들을 ‘유튜버’라고 부른다.이 유튜버들이 온라인상에서 ‘SNS 연예인’으로 유명해져 때로는 파문을 일으키거나 때로는 영화나 드라마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제 기존 TV는 젊은 세대에게 엔터테이너로서의 매력을 잃었다. 이제 구독자 수가 많은 유튜버들이 온라인 연예인의 세계를 끌고 간다. 이들이 유튜브로 자연스럽게 연예인이 되다 보니 시청자와의 관계나 유명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정신을 못 차릴 때도 많았다. 영상의 조회수나 구독자 수에 예민한 유튜버들은 자신들이 새롭게 제작한 영상이 예전처럼 큰 인기를 얻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것이다. 특히 더 많은 조회수나 구독자 수를 얻으려고 이상한 것을 촬영해서 올린다거나 인기가 떨어져서 자살한 유튜버들도 있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최근에 나온 대통령 지지율 기사들 때문이다. 요즘 클릭수가 높은 기사 중 하나는 대통령 지지율 기사들이다.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알 수 없듯이, 기자들이 자꾸 지지율 기사를 내니까 여론이 어쩔 수 없이 지지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인지, 독자가 지지율 기사를 좋아해서 기자들이 그 기사를 많이 쓴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거의 매일 대통령 지지율 기사가 나오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대통령이 인기 유튜버도 아닌데 지지율 자체를 예민하게 만들 필요가 있는가. 물론 중요한 사건 때마다 지지율을 알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거의 매일 지지율을 따지는 것이 국정운영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대통령이 인기 유튜버처럼 오늘 하루의 조회수에 만족할 수도 없다. 정책도 장기적인 계획들이다. 매일의 지지율을 감안해 국가 정책을 만들거나 수정할 수 없다. 일부 정책은 국민의 인내심도 필요하다.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면서도 동시에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과 장관들을 정신 못 차리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필자 생각에는 1주일 단위의 지지율 기사보다는 구간을 좀더 길게 잡고 지지율 등락의 이유를 화끈하게 분석하는 기사를 올려야 한다. 예를 들자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들어 떨어졌다. 원인이야 많겠지만 필자가 취재하고 분석한 바로는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커지면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왜 분노해야 하는가-한국 자본주의 2’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 장하성 교수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되면서 서민층에서 강하게 형성됐던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았다. 부동산 문제 또한 국민들에겐 큰 불만이다. 문 대통령이 당선되면 부동산 가격이 내려갈 줄 알고 부동산 구매를 안 하고 기다렸는데 집권 1년 4개월 만에 부동산값이 내리기는커녕 훨씬 올랐다. 그렇다고 해도 유튜버들의 조회수를 공개하는 식으로 매일 전문적인 분석 없는 대통령 지지율 기사로 여론을 만드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통령들은 선거 전에 낸 공약과 그동안 쌓아 온 정치적인 이력으로 당선된 것이니까 그 대통령의 정책들을 시간을 두고 전체적으로 평가해야 적절하다.
  • [관가 인사이드] 매뉴얼에만 있는 보안요원… 오늘도 민원실은 떨고 있다

    [관가 인사이드] 매뉴얼에만 있는 보안요원… 오늘도 민원실은 떨고 있다

    처리 불가한 악성·허위·반복민원 폭주 주먹질·흉기 난동 이어 총격 사고에도 3500여개 주민센터 대부분 대안 없어최근 상수도 문제 등으로 민원 처리에 불만을 품은 주민이 공무원 2명을 엽총으로 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공직 사회를 중심으로 악성 민원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장 따로, 규정 따로’인 폭력 대응 매뉴얼 등 전반적인 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2015년 이전만 해도 현장 민원 공무원들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권리조차 없었다. 행안부 지침이나 각 기관 지침에 근거해 대응할 뿐이었다. 2015년 8월에야 ‘민원처리법’ 개정으로 악성 민원인의 폭언, 폭행, 부당한 요구를 근절하도록 한 ‘민원인의 의무’ 규정이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법에는 ‘민원인은 담당자의 적법한 요청에 협조해야 하고 행정기관에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다른 민원인의 처리를 지연시키는 등 공무 방해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지난 5월에는 ‘특이 민원 유형별 응대 가이드라인’도 만들어졌다. 민원인이 욕설, 협박, 모욕, 성희롱 등 부당한 행위를 하면 3회 이상 자제 요청, 법적 대응을 고지하고 폭언을 계속하면 응대를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일부 규정은 여전히 현장과 괴리감이 크다. 가장 큰 문제는 공공기관에 ‘보안 요원’이 없어 악성 민원인의 행패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특이 민원 가이드라인은 폭력 행위가 발생하면 부서장 책임 하에 보안 요원이 폭행을 제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규정은 시청, 군청 등 지방자치단체 민원실이 해당될 뿐 전국 3500여개 읍·면·동 주민센터는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다. 지자체가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보안 요원을 상주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일부 기관은 건물이 경찰서 인근에 있어 범죄 억지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 2명이 사망한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처럼 파출소와 280m가량 떨어져 있으면 사후 대응도 쉽지 않다. 소천면사무소 총격 사건 당시에는 다른 주민이 엽총을 난사한 박모(77)씨를 곧바로 제압해 더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았다.강력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 상당수 기관이 설치한 폐쇄회로(CC)TV는 사후 조치를 위한 시설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형식적인 매뉴얼 외에 직접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청원경찰을 배치하면 주민에게 고압적인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보안 요원 배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악성 민원인의 공무원 폭행 사건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3월 경기 용인시의 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공무원 A씨는 흉기를 소지한 50대 민원인이 휘두른 흉기에 세 차례나 찔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같은 달 남양주시의 읍사무소에서는 라이터와 인화 물질을 소지한 40대 민원인이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6월에는 충남 태안군에서 60대 민원인이 상담하던 공무원을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2016년 행안부가 3만 4566건의 특이 민원을 분석한 결과 처리가 불가능한 데도 끊임없이 민원을 넣는 ‘반복 민원’이 1만 9149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폭언·폭행으로 1만 5238건이나 됐다. 허위 민원은 179건이었다. 그런데도 특이 민원에 대한 고소는 40건(0.1%)에 그쳤다. 각종 폭언, 폭행은 공무원들의 몸뿐 아니라 정신도 멍들게 한다.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연구팀이 2014년 전북 지역의 일선 사회복지공무원 2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3.9%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경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 지역의 주민센터 공무원 B씨는 “우리는 그저 법에 따라 업무를 진행할 뿐인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갑자기 침을 뱉거나 욕설하는 민원인이 적지 않다”며 “민원인이 흉기를 들고 사무실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강화 유리라도 설치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자체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경기 용인시는 직원들이 안심하고 공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31개 읍·면·동과 3개 구청 사회복지과에 보안 요원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백군기 시장은 “시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안전이 먼저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는 또 완전히 개방돼 있어 민원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민원실의 직원 사무 공간을 강화 유리로 된 안전문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성남시도 주민센터 상담실에 투명 칸막이를 설치하기로 하고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보안 강화와 함께 지자체가 급증하는 민원 서비스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향수 건국대 행정학부 교수는 “민원은 점차 폭주하는데 담당 공무원은 부족해 불만이 쌓이는 사례가 너무 많다. 인력 보강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은 ‘슈퍼맨’이 아니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갈등 조정 분야에 예산을 더 투입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간병살인 비극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는 침묵하지 말고 하루빨리 나서야”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간병살인 비극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는 침묵하지 말고 하루빨리 나서야”

    서울신문이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연재를 시작한 건 간병 스트레스로 인한 가족 간 살인과 자살이 점점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비극 중 상당수는 ‘노노(老老) 간병’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노인 인구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 지난해 고령 사회(65세 인구 비율 14% 이상)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만성 질환자도 늘었다. 보건복지부의 ‘2017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만성 질환을 앓는 65세 이상 노인이 89.5%에 달했다. 노인 인구는 앞으로도 급속도로 증가해 2026년이면 초고령 사회(65세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복지 시스템의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노-노 간병 외에도 장애를 지녔거나 병에 걸린 환자의 가족들이 간병의 굴레 속에 고통받고 있다. 서울신문은 문제의 해법을 찾고자 전문가 5명을 본사로 초청, 해법을 모색해 봤다. 차흥봉(76)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형선(58)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신영석(57)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효영(41) 성북미르사랑데이케어센터장, 이성희(59) ‘마을살림 가족지원협회’ 대표가 참석했다. 유영규 탐사기획부장이 좌담을 진행했다.→‘간병살인’이나 ‘간병자살’이 일어나는 원인은. -차흥봉 전 장관(이하 차 전 장관) 거시적으로 보면 ‘인구학적 변화’와 ‘가족 부양 체계의 변화’ 때문이다. 사람의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1980년 전체 인구의 3.9%에 불과했던 노인(65세 이상)은 지난해 14%로 급증했다. 당연히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도 늘었다. 또 1980년에는 약 85%의 노인이 자식과 함께 살았는데, 지금은 따로 사는 등 가족 부양 체계가 급변했다. 이런 이유로 노노 간병이 증가하고, 간병 고통에 시달리는 노인도 늘었다. -정형선 교수(이하 정 교수) 노인 인구 비중이 28%에 이르는 일본은 지역별로 고령 환자에 대한 간병 계획을 짜고, 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등 아픈 환자와 가족간병인을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반면 우리는 간병 부담을 대부분 환자 가족들에게만 떠넘긴다. 가족들의 고통이 훨씬 심할 수밖에 없다. -신영석 연구위원(이하 신 연구위원) 최근 정부가 치매 의료비 9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들고 나오는 등 간병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제도를 만들기 전 세밀한 실태 파악이 우선이다. 서울신문 탐사보도는 우리 사회의 암울한 간병 실태를 드러내고자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성희 대표(이하 이 대표) 현장에서 가족간병인을 만나면 간병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매우 많다. 사회가 이들을 위해 하루빨리 나서야 할 때다. 미국은 만성 질환자들을 관찰하다 힘겨운 간병으로 보호자가 먼저 사망하는 사례를 다수 발견했다. 이를 계기로 가족간병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서울신문 보도를 계기로 우리도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서울신문 설문조사 결과 가족간병인의 정신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었다. 이유는. -차 전 장관 서울신문의 분석처럼 간병 기간과 하루 간병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울감이 상승한다. 치매 등 만성 질환자를 종일 돌보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다. 돌봄은 끝이 없지만 환자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고 여기서 오는 절망감도 우울증의 한 원인이 된다. -신 연구위원 가족이 환자들을 종일 돌본다는 건 경제적 능력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만일 간병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간병인을 고용했을 것이다. 결국 경제력이 낮을수록 간병 시간이 길어지고 우울감도 높아진다. -이 대표 경제력과 별개로 꼭 가족이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인식도 간병인에게 족쇄가 된다.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주간보호시설로 모시는 게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생각하는 인식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무리해서 종일 환자를 돌보다 우울증을 앓는다. 이런 가족들을 설득해 주간보호시설을 이용하도록 하면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환자들은 시설에서 전문적인 케어를 받고, 가족들은 그 시간만큼 간병 부담이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지역사회의 돌봄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좋다. -박효영 센터장(이하 박 센터장) 간병인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경우도 위험하다. 우리나라는 특히 치매를 부끄러운 질병으로 여기고 환자와 가족들이 스스로 외부와의 교류를 단절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우울감이 증폭된다. 일본이나 네덜란드에는 ‘치매안심마을’이 있다. 치매를 노화의 한 과정으로 여기고 간병인들이 자연스럽게 사회의 도움을 받으며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정 교수 결국은 간병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사회에서 적절하게 풀어 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간병 시간을 줄여 주는 요양시설과 요양보호사 등 간병 인력이 상당히 부족하다.→‘간병살인’과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은. -정 교수 일본은 가족을 돌보다 폭행할 경우, 케어매니저(돌봄 전문가)가 곧바로 둘을 분리시킨다. 매뉴얼에 따라 환자를 쇼트스테이(단기보호시설)에 보내거나, 심각한 경우 보호자에게 요양시설 입소 등을 제안한다.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간병 스트레스가 극단적으로 분출되는 걸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이 대표 결국 폭력이 불행의 시작이다. 폭력이 습관화되고 극단적 사태로 치닫기 전 ‘고리’를 끊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케어매니저 시스템도 사실 지역사회에서 환자가 있는 가정을 살피고 돌봄에 참여하는 시스템이 잘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도 이런 시스템을 갖추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차 전 장관 간병인에게 휴식을 주는 ‘레스핏 케어’가 필요하다. 레스핏 케어는 간병인들이 돌봄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단기적으로 환자를 전문시설에 보내거나 간병인을 투입하는 제도다. 영국 등에 잘 구축돼 있다. 신체적·정서적으로 한계에 몰린 간병인들의 극단적인 행동을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점점 단기 또는 주야간 보호시설이 늘고 있다. 이런 시설을 활용하면 충분히 제도 운용이 가능하다. -박 센터장 간병인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 지원도 늘어나야 한다. 간병의 어려움이나 고민을 다른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간병을 해 보지 않으면 그 고통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소소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지 프로그램이나 자조모임을 진행하면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안타까운 것은 사회적 지원과 홍보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대표 남성간병인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남성간병인의 수치를 집계하는 데 우리나라는 없다. 그만큼 간병은 남자가 하는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드러내서 말하길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간병의 어려움, 갈등을 털어놓는다거나 정보를 얻을 기회가 여성보다 적다. 실제 서울신문이 분석한 판결문을 보면 남성이 간병살인의 가해자인 경우가 약 74%다. 남성을 위한 간병교육 프로그램과 자조모임 등이 필요하다. -정 교수 나아가 우리 사회가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서울신문이 분석한 간병살인, 간병자살 사건의 상당수가 노노 간병에서 발생했다. 환자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간병인마저 병에 걸렸을 때 간병살인 비극이 다수 발생했다. 환자들에게 괴로운 삶을 강요하기보다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걸 생각해 봐야 한다. 어쩌면 죽음에 다다른 개인의 선택을 사회가 막으면서도 대안을 주지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개인에게 선택의 출구를 열어 주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경제적 어려움이 간병살인의 기폭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원인과 해결책은. -정 교수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원을 활용해 저소득층 간병 비용을 줄여 주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국가 재정상 한계가 있다. 치매 환자가 있는 경우 가족의 경제활동에 제동이 걸려 생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정부도 ‘치매국가책임제’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치매안심센터 설치 등 인프라 구축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치매환자 1인당 연간 2000만원 정도의 돌봄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전국 치매환자가 70만명에 달하니 14조원이 필요하단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한 해 편성되는 치매환자 관련 정부 예산은 모두 합쳐도 3000억원 정도다. -차 전 장관 경제적이나 정신적으로 극단에 몰려 자살이나 범죄 위험군에 있는 환자의 가정만 지원 대상으로 하면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제도를 새롭게 만드는 게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갑작스럽게 생계 곤란이나 위기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생계·의료·주거지원 등을 해 주는 긴급복지지원제도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제도로 위태로운 환자의 가정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다. -이 대표 저소득층의 경우 특히 경제적·육체적·정신적 고통이 복합된 경우가 많다. 이들은 간병하는 것만도 벅차 복지 서비스를 직접 찾아 나서기에 어려움이 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대표적이다. 실제 이들에게 찾아가는 서비스가 중요하다. 지역 단위의 사회복지사 등이 방문을 통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도심권50+센터’는 건강 코디네이터 60여명을 생활고를 겪는 치매 가정에 파견하고 있다. 치매 가정의 다양한 어려움을 돌보고 환자들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인지교육을 실시한다. 이런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신 연구위원 이른바 ‘간병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면 좋겠다. 평소에 아픈 사람을 돌봐 마일리지를 쌓고, 훗날 본인이 병들면 그만큼 간병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다. 경제적 부담 없이 간병을 받을 수 있고, 가족도 간병 부담을 덜 수 있다. 마일리지가 남는다면 현금으로 돌려받으면 된다. -정 교수 현재 경로당 등에서 제한적으로 ‘노노 케어 마일리지’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를 신 연구위원의 말처럼 더 많은 사람에게 적용하면 좋겠다. 저소득층에게 특히 도움 될 것이다.→주요 선진국들은 가족간병 해법으로 ‘커뮤니티 케어’를 거론한다.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집과 지역사회가 환자를 돌보는 개념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이 대표 앞서 이야기 한 해외 제도 대부분이 커뮤니티 케어에 기반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를 직접 찾아 복지 시스템과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 가능하다. 결국 해답은 커뮤니티 케어가 가능한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차 전 장관 일본의 커뮤니티 케어 제도를 참고할 만하다. 일본은 2005년부터 시·군·구에 주민을 위한 약 4300개의 ‘지역포괄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이 센터의 케어매니저들은 도움이 필요한 환자와 가족들에게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단기보호시설이나 간병인, 요양원 등 환자 상태에 맞는 돌봄 제도를 지원한다. -정 교수 환자들이 집이나 지역사회에 머물면서 의료·복지 서비스를 제대로 누리려면 주간보호, 단기보호, 방문요양·간호 서비스 등 복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이런 지원 체계를 제대로 갖추는 게 필수 조건이다. -차 전 장관 일본의 지역포괄지원센터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은 민간단체가 운영한다. 우리도 전국에 많은 복지기관과 시설, 인력이 있지만 제각각이라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지역포괄지원센터처럼 제도를 통일하고 산재한 민간단체에 가족간병 지원 역할을 맡겨야 한다. 또 일본과 마찬가지로 일정 경력을 갖춘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등을 국가자격시험을 통해 케어매니저로 흡수해야 한다. 체계적인 요양서비스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케어매니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환자들에게 효율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박 센터장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 한 환자와 가족이 완전히 분리돼 지내는 건 환자의 증상 개선에도 좋지 않다. 주간보호센터에 치매 환자를 보내면서 돌봄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보호자들이 있다. 이렇게 가족이 관심을 두면 환자의 심리 상태가 안정되고 증세가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가족과 사회 모두 돌봄에 참여하는 커뮤니티 케어가 환자들에게도 이상적이다. -신 연구위원 하지만 현재 정부가 하겠다는 커뮤니티 케어의 목적이 불분명해 보인다. 유럽이 커뮤니티 케어를 시작한 건 의료서비스를 지역사회로 일부 옮겨 재정 부담을 덜려는 목적이었다. 반면 일본은 환자를 보살피는 복지적인 측면에서 커뮤니티 케어를 발전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 적합한 방향과 발전상부터 명확하게 해야 한다.→요양보호시설과 요양보호사 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 -정 교수 요양원 등 요양시설의 경우 의사가 상근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의 서비스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된 것처럼 요양시설 서비스가 엉망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그곳에 있기를 거부하고,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도 괴롭다. 그래서 요양원에 입소할 수 있는 만성 질환자가 2~3배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 요양병원에 장기로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 대표 복지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노인요양시설은 2016년 기준 3137개로 전년 대비 202개 늘어나는 등 증가 추세다. 문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가족들이 믿고 맡길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직장까지 그만두고 간병을 하는 경우도 많다. 시설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정 교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은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중간시스템인 개호노인보건시설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이 시설엔 입원 환자 100명당 의사 1명, 간호사 2명을 둔다. 만성 질환자임에도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에 머물렀거나 요양원에서 질 낮은 서비스를 받던 환자들을 개호노인보건시설이 흡수한다. 치매나 뇌졸중 등으로 치료가 필요하면서도 집에서 돌보기 어려워 요양이 필요한 환자들이 의료·복지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받을 수 있다. -신 연구위원 우리나라도 개노인보건시설과 유사한 시설로 보훈시설이 있다. 전국 5개의 보훈병원 인근에 보훈시설이 있다. 병원에서 급성기 치료가 끝나면 시설로 이동시켜 의료 서비스를 받으면서 요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모델을 확대해봄 직하다. -이 대표 요양보호사도 질은 낮고 숫자는 부족하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는 150만명이 넘지만 실제 활동하는 사람은 30만~35만명 수준이다. 만성 질환자들을 돌보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게다가 활동한 지 1년 된 요양보호사나 10년 된 사람이나 제공하는 서비스 질이 큰 차이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처우는 열악하기 때문이다. -박 센터장 처우 개선과 함께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직무교육만 받으면 손쉽게 취득할 수 있다. 진입 장벽을 높여 전문성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환자 보호자들도 전문성이 없는 요양보호사에게 가족을 맡기는 것을 불안해한다. -차 전 장관 교육과 함께 시험을 치르도록 자격증 제도를 손질하면 좋겠다. 일본은 동남아시아 등에서 1만명의 간병 인력을 데려오겠다고 하지만, 그러면 서비스 질이 낮아질 수 있다. 우리는 현행 제도를 발전시키는 쪽으로 고민하는 것이 좋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탐사기획부 -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 손톱 물어뜯는 습관 때문에…엄지 손가락 절단한 20대 여성

    손톱 물어뜯는 습관 때문에…엄지 손가락 절단한 20대 여성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희귀 피부암으로 발전해 한 여대생은 결국 엄지손가락을 절단해야했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메트로에 따르면,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에 사는 코트니 휘턴(20)의 신경성 습관은 2014년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친구들에게 만성적인 괴롭힘을 당하던 휘턴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엄지 손톱을 심하게 물어뜯었고, 피가 흐르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그 버릇은 심해졌다. 그러다 손톱 밑바닥이 전부 떨어져나갔고, 엄지 손가락이 검게 변했다. 휘턴은 두려웠지만 창피해서 4년 동안 가족과 친구들에게 그 사실을 숨겨왔다. 결국 지난 7월 병원을 찾은 휘턴은 자신의 지나친 습관이 엄지 손톱에 손상을 입혔고, 말단흑자흑색종(acral lentiginous subungual melanoma)이란 희귀 피부암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휘턴은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암의 원인이었음을 알았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상상도 못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며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악성 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음에도 암은 완치되지 않았고, 지난 주 휘턴은 손가락을 절단하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 했다. 불행히도 휘턴의 상태를 안심하긴 이르다. 외과의는 향후 5년간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휘턴의 상태를 지켜볼 예정이다. 학업마저 연기한 휘턴은 “그때로 돌아간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스스로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버텼을 것”이라면서 “많은 아이들의 손톱 묻는 버릇이 나처럼 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좋지 않은 습관, 희귀 피부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메트로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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