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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 세대] 실력과 공정, 그리고 불공정/김영준 작가

    [2030 세대] 실력과 공정, 그리고 불공정/김영준 작가

    최근 운전면허를 땄다. 보통은 수능이 끝난 후부터 20대 초중반 사이에 면허를 따니 지금 30대 후반인 내 나이에 면허를 따는 게 일반적이진 않다. 왜 면허를 따지 않았을까? 그땐 본가에 차가 없었고 나도 당장 차를 살 계획이 없었다. 서울의 대중교통이 워낙 잘 발달돼 있어서 큰 불편함을 못 느꼈으니 딱히 차가 필요하지 않다 생각했고 운전면허 취득에 들어가는 몇십만원의 기회비용이 엄청나게 크기도 했다. 몇십만원은 큰돈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당장 필요치 않은 곳에 들어가는 몇십만원은 월세를 내고도 남는 돈이었고 그 돈이면 사고 싶었던 책들을 더 많이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운전할 일도 없는데 면허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은 사치였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곳에 돈을 쓰는 것은 분명 사치다. 하지만 그러한 사치를 부릴 수 있는 여유가 경험의 차이를 낳고 이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의 차이를 낳는다.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과 투자의 기회를 잘 발견해내는 훌륭한 창업가들이 대부분 중산층 이상 출신인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넉넉한 집안의 환경은 당장 필요치 않은 곳에도 돈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로 인해 축적된 경험으로 만들어진 시야는 더 많은 기회를 발견하는 데 유리하다. 반대로 그런 사치를 누릴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런 기회가 존재하는지도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환경은 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개인의 실력과 성과는 오직 개인만의 요소일까? 올해의 이슈 중 하나인 공정에 관한 논란은 주로 실력을 통한 결과가 가장 공정한 결과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개인에게 주어진 환경 또한 개인 간의 차이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표면적인 실력이 ‘진짜 실력’은 아니기에 보정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진짜로 이런 보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적 요인 등을 고려해 진짜 실력을 측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디서 태어날지를 내가 선택하는 것도 아니기에 이 차이는 인정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니까 공정이란 허상에 가까운 개념이고 현실은 대체로 불공정하다. 실력주의를 논하려면 우리는 환경과 출발점의 차이 또한 인정을 하고 같이 논해야 한다. 현실에선 단지 모두가 완벽히 동일한 출발점에서 출발하게 만드는 완벽히 공정한 상황을 만들 수 없기에 용인할 뿐이다. 이 논의가 없다면 공정은 이점과 성과를 독차지하겠다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엊그제 나무가 멋지게 들어선 차가 적은 거리를 운전하면서, 자신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은행나무와 벚꽃나무가 들어선 도로를 달리며 기분을 푼다는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그제서야 그 친구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고 왜 사람들이 드라이브를 좋아하는지를 이해하게 됐다. 초기 기회비용의 차이로 인해 이걸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쩌면 평생 몰랐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그런 거다.
  • “박경완 선배 넘고, 우승하고… 야구는 50살까지”

    “박경완 선배 넘고, 우승하고… 야구는 50살까지”

    투구가 안 되면 ‘민호스쿨’.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35)는 삼성 마운드의 해결사로 통한다. 그렇게 안 되던 야구가 그와 대화하고 나면 실마리를 찾는다. 프로야구 안방마님 17년차의 관록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의 힘은 젊은 투수는 물론 외국인 투수의 성장까지 이끈다. 강민호도 자신의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난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강민호는 “삼성에 올 때 구단에서 어린 투수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어린 친구들에게 실패를 겪어야 크기 때문에 지금 실패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얘기해 준다. 기분 나쁘지 않게 선수들을 성장시키려고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민호의 조언 속에 최채흥(25), 원태인(20), 김윤수(21) 등 젊은 투수들은 이제 팀에 없어선 안 될 핵심 투수로 성장했다. ‘민호스쿨’은 외국인 투수도 예외가 아니다. 강민호는 “라이블리가 너무 구석구석 보고 던져 볼이 많이 나왔다”며 “내 헬멧 보고 던져서 안타 치는 선수 있으면 밥 사겠다고 했다. 힘 있게 던지니 파울이 나오면서 유리해졌다”고 설명했다. 강민호의 조언을 받은 벤 라이블리(28)는 9월 이후 7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20으로 무서운 투수가 됐다. 시즌 초반 들쭉날쭉했던 데이비드 뷰캐넌(31)을 구단 외국인 한 시즌 최다승을 넘보는 투수로 만든 것도 강민호의 소통 덕분이었다. 남들의 꿈을 돕는 강민호지만 선수로서 자신의 꿈도 잊지 않았다. 야구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는 강민호는 “은퇴하기 전에 박경완 선배님의 포수 기록을 다 깨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박경완 SK 와이번스 감독대행은 통산 2044경기에서 1480안타 314홈런 995타점을 기록했다. 강민호는 1845경기 1631안타 271홈런 944타점을 기록해 안타는 넘었고 경기 수와 홈런, 타점이 남은 상태다. 아직 못해 본 우승의 꿈도 있다. 강민호는 “제일 중요한 건 우승도 하고 싶다”며 “이루고 싶은 게 많은데 다 이루려면 50살까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웃었다. 대구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육아 스트레스 때문” 생후 2개월 아기 던진 아빠…결국 숨져

    “육아 스트레스 때문” 생후 2개월 아기 던진 아빠…결국 숨져

    침대 매트리스에 아기 수차례 던진 혐의병원서 치료받다 끝내 숨져…부검 의뢰 육아 스트레스 때문에 생후 2개월 된 아기를 매트리스에 수차례 던져 숨지게 한 20대 아빠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치사) 위반 혐의로 A(29)씨를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말 창원 자택에서 생후 2개월 된 자신의 남자 아기를 침대 매트리스에 수차례 던진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아기가 숨을 쉬지 않자 아내를 불러 확인했으며, 아내가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머리 등에서 학대 정황을 발견한 의료진이 경찰에 이 사실을 신고하며 범행이 밝혀졌다. A씨는 “육아 스트레스 때문에 아기를 몇 차례 던졌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병원에서 치료받던 아기는 지난 13일 끝내 숨졌다. 경찰은 아이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원에 의뢰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 중이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밤마다 불안해 숨 못쉬고 불빛만 봐도 놀라”…울산 화재 이재민 트라우마 심각

    “밤마다 불안해 숨 못쉬고 불빛만 봐도 놀라”…울산 화재 이재민 트라우마 심각

    “밤만 되면 불안해지고, 숨을 제대로 못 쉽니다. 간신히 잠이 들어도 불빛이나 물소리에도 깜짝 놀라 일어납니다.” 15일 오전 울산 남구 S비즈니스호텔 1층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서 만난 A(43·여)씨의 얘기다. 같은 시간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는 또 다른 이재민 5명이 상담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화재 다음 날인 지난 9일부터 이재민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예방을 위한 심리 지원을 하고 있다. A씨는 “불이 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밤마다 불길과 연기에 갇힌 그날의 악몽을 꾼다”며 “아직도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자욱한 화재 현장에 갇힌 듯 구토를 하고 쓰러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가족들과 함께 맨몸으로 탈출한 A씨는 “병원에 가거나 동사무소에서 신분증을 만들고, 전화를 개통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며 “경찰서, 구청, 지인들에게서 하루 수십 통의 전화가 오지만 대부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은 이재민들은 화재 당시 느꼈던 공포와 불안감 때문에 식사와 수면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냄새, 소리, 빛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또 B(53·여)씨는 “매일 밤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 몸서리가 쳐진다”며 “잠을 못 잘 정도로 심장이 두근대고 자꾸만 안 좋은 생각이 들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화재 당시 대피하는 과정에서 가족들과 잠시 떨어졌는데,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다”며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눈물이 쏟아지고,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했다. C(22·여)씨는 “울산시와 남구청이 비즈니스호텔에 기거할 수 있도록 해준 것에 너무 감사드린다”며 “비즈니스호텔에서 지내는 것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는데, 이재민들에게 큰 상처가 되고 있느니 자제해줬으면 고맙겠다”라고 말했다.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관계자는 “이재민들이 최근에 화재 현장을 다녀온 후 더욱 상실감을 느끼고, 트라우마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며 “상담사들이 이재민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하는 ‘심리적 응급처치(PFA)’를 하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센터는 상담 후 세밀한 심리지원이 필요한 고위험대상자에 대해서는 남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계해 전문적인 상담을 받도록 조치하고, 센터 방문을 꺼리는 주민을 위해 객실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지난 8일 밤 불로 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입주민과 상가, 인근 주택 등 주민 등 437명이 피해를 입었다. 이들 중 339명이 울산지역 5개 비즈니스호텔과 기타 숙박시설 등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양천구, 전환기 청소년 위한 진로토크 ‘개(開)꿈 콘서트’ 진행

    양천구, 전환기 청소년 위한 진로토크 ‘개(開)꿈 콘서트’ 진행

    서울 양천구는 졸업과 상급학교 진학을 앞둔 전환기 학년(초6·중3·고3)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신의 진로와 미래에 대한 폭 넓은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진로토크콘서트를 이달부터 연말까지 온라인 생방송으로 진행한다고 15일 밝혔다. ‘개(開)꿈 콘서트’로 명명된 이번 진로토크콘서트는 학업 스트레스, 진로 설계 등으로 고민이 많은 학생들을 위한 진로코칭 프로그램으로, 정보전달의 진로교육에서 벗어나 강연, 퀴즈쇼, 아티스트 공연, 모바일 소통서비스를 활용해 청소년과 출연진이 서로 소통하는 쌍방향 토크쇼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무대공연이 아닌 안전하게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실시간 유튜브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정 또는 학교에서 각 반별로 링크를 통해 유튜브 채널에 접속, 비대면으로 공연을 시청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유튜브 채팅방과 개꿈콘서트 전용 모바일 소통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출연진에게 익명으로 질문을 전송할 수 있고, 선택된 질문은 스크린에 공개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한다. 지난 13일 월촌초등학교를 시작으로 12월 22일까지 관내 37개 초·중·고교에서 열린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이번 진로토크콘서트가 졸업과 진학을 앞둔 시기의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꿈을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청소년들이 꿈과 비전을 품고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진로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죽어가는 딸 안아보겠다는 정치범 호소 외면한 필리핀 교정당국

    죽어가는 딸 안아보겠다는 정치범 호소 외면한 필리핀 교정당국

    죽음을 앞둔 생후 3개월 된 딸을 옥중에서라도 안아보고 싶다는 필리핀 여성의 호소를 교정당국이 외면해 결국 딸이 외롭게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은 도시 빈곤층을 돕는 카다마이(Kadamay)란 인권단체에서 일하던 레이나 메이 나시노(23). 지난해 11월 마닐라에서 동료 활동가 둘과 함께 체포됐는데 총기와 폭발물을 불법 소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좌파 활동가들을 탄압하기 위해 혈안이 된 경찰이 무기 등을 몰래 갖다둔 것이라고 나시노 등은 항변하고 있다. 이때만 해도 그녀는 임신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월경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녀는 경찰을 피해 다니느라 스트레스를 받아 그런가보다 했다. 감옥에서 진찰을 받으니 임신 3개월째라고 했다. 나시노는 엄마가 된다는 사실에 무척 흥분하면서 교정당국에 석방해달라고 청했다. 코로나19을 핑계로 계속 재판을 미루던 사법당국은 지난해 4월 코로나가 확산되자 나시노를 비롯해 22명의 정치범을 석방했다. 그녀를 변호하던 변호사단체는 교도소나 병원에서 모녀가 함께 지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판사는 거부했다. 지난 7월 1일 리버를 낳았는데 체중 미달인 채로 태어났다. 하지만 나시노는 다음달 13일 감옥으로 돌아갔다. 필리핀 법률에 따르면 엄마와 아기는 첫 한달만 함께 교도소에서 지낼 수 있었다. 물론 예외는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말레이시아 교도소에서 출산한 엄마들은 아기가 서너 살이 될 때까지 함께 지낼 수 있다. 영국에서는 생후 18개월 때까지 지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대법원 앞에 촛불을 켠 채 항의시위를 벌였지만 소용 없었다. 나시노의 어머니는 매주 딸의 석방을 청원하는 편지를 당국에 보냈지만 마찬가지였다. 나시노의 출산을 도운 의료진도 아기는 엄마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교도소는 모녀가 함께 지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등 온갖 핑계를 늘어놓았다. 여성 수감자에 대한 처우를 규정한 ‘방콕 룰’에 따르면 언제 아이를 엄마로부터 떼어놓아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아이에게 가장 좋은 때를 고르도록 했다. 교도소는 변호사의 접견마저 코로나를 핑계로 허용하지 않아 전화로만 접촉할 수 있었다. 9월부터 외할머니 손에서 자라는 리버의 상태가 나빠졌다. 설사를 매우 심하게 했다. 같은 달 24일 병원에 입원했는데도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지난주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이 소식이 알려지자 추모와 동정의 글이 소셜미디어에 넘쳐났다. 마침 성전환 여성을 살해한 미군 해병대원을 사면할 정도로 관대한 법원이 여성 정치범에게 가혹하고 잔인하게만 굴었다는 데 분노하는 이들이 많았다. 돈 있고 힘 있는 이들은 자녀 결혼식이나 졸업식에 참석하도록 일시 석방하면서 젊은 정치범에게는 일말의 동정도 없는 것이냐고 따지곤 했다. 궁색해진 법원은 딸의 마지막을 지키는 철야 기도회와 장례 등에 참석할 수 있도록 사흘의 외출을 지난 13일 허용했다. 하지만 교도소장이 개입해 14일 철야 기도회와 16일 안장식 3시간씩만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아이들 보느라 한눈 못 팔아요… 방광염·위장병이 직업병”

    “아이들 보느라 한눈 못 팔아요… 방광염·위장병이 직업병”

    코로나로 야외 수업 중단되며 스트레스서류 작성·교재 소독 등 겹쳐… 야근 필수 “교사당 아동 줄여야 질 좋은 보육 가능보수 현실화·업무 관련 공부 기회도 희망”“대부분 보육교사는 화장실을 제때 못 가 방광염을 달고 지냅니다.” 직장어린이집인 경남도청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보육교사 이정란(48)씨는 14일 보육교사가 얼마나 ‘극한직업’인지 이렇게 설명했다. 경남도청어린이집에는 도청 공무원 자녀 110명이 다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휴원해 긴급보육을 할 때도 매일 1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등원해 평소처럼 운영됐다. 이 교사는 다른 보육교사 1명과 함께 7세반 담임을 맡아 25명의 어린이를 교육하고 돌본다. 그는 “코로나19로 보육교사가 해야 하는 일도 잔뜩 늘었다”면서 “정신적·육체적으로 더욱 힘든 상황이지만,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하면 오히려 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보육교사뿐 아니라 원생들까지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야 하고, 야외수업 등이 금지되면서 온종일 건물 안에서 지내기 때문에 보육교사들이 더욱 힘들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마스크 쓰기를 반복해서 교육하다 보니 이제는 아이들이 마스크 착용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을 돌보는 일뿐 아니라 알림장과 각종 서류 작성에 매일 장난감과 교재 등의 소독까지 업무가 배로 늘었다. 이 교사는 매일 1~2페이지 보육일지뿐 아니라 학부모에게 보내는 알림장, 카톡이나 인터넷 카페 등으로 부모들과 소통하는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다고 했다. 각종 잡무로 야근은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과 생활할 때는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면서 “잠시라도 한눈파는 사이에 아이들이 다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화장실도 제때 가지 못하고, 점심도 아이들 배식을 마치고 옆에서 같이 먹는다. 그래서 대부분 보육교사는 방광염과 위장병을 달고 산다고 했다. 이 교사는 “보육교사들이 과중한 업무로 지치면 그 영향이 아이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보육교사 1명당 담당 어린이 수가 줄어 보육교사들의 노동 강도가 개선되면 아이들이 그만큼 질 좋은 보육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교사 한 명당 담당하는 아동 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보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코로나19 확산에도 근무를 쉴 수 없는 보육교사들이 노동 강도보다 매우 낮은 급여를 받고 있다고 했다. 결국 근무환경과 보수의 현실화가 질 좋은 보육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보육교사들은 이름만 교사지 일반 학교 교사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노동 강도는 중노동이고 보수와 처우 수준은 낮은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이 교사는 대학교 일반학과를 졸업하고 보육교사 자격을 취득한 뒤 2015년부터 6년째 도청어린이집에 근무하고 있다. 그는 “보육교사로 근무해 보니 현장 상황에 맞게 그때그때 최상의 보육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 걸쳐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면서 “보육교사들에게 보육과 관련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제도적으로 제공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최근 지자체 등에서 보육교사를 필수노동자로 규정하고 관심을 두는 데 대해 “신체·정서적 발달기에 있는 영유아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보육교사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글 사진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자식과 함께 살려고 죽을 각오로 삽니다

    자식과 함께 살려고 죽을 각오로 삽니다

    능력 있는 언론사 정치부장을 꿈꿨다. 퇴직 후 신문에 기고하며 오피니언 리더로 살겠다는 나름의 노후 계획까지 세웠다. 세상은 우호적이고 만만하기까지 했다. 아들 동환이가 태어나기 전까진. 장애 인권을 다룬 책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 ‘배려의 말들’을 펴낸 작가 류승연(44)씨는 기자에서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엄마, 작가로 세 차례 인생 변곡점을 겪었다. 그 중심에 동환이가 있었다. 아들을 밀어내기만 하는 차가운 세상에 숨죽여 울던 엄마는 죽음의 문턱에서 ‘살기 위해’ 글을 썼다. 그렇게 책 세 권을 내면서 세상과 ‘맞짱’ 뜨는 ‘전사’가 됐다. 그는 지난 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이들은 가족과 함께 행복한 일상을 살고자 ‘잘 사는 법’을 고민하지만, 나는 자식을 살해하고 함께 죽지 않으려고 죽을 각오로 산다”고 말했다. 동환이와 수인이 남매는 2009년 가을 류 작가 부부에게 기적처럼 찾아왔다. 인공수정으로 어렵게 얻은 쌍둥이였다. 수인이는 옹알이를 하며 쑥쑥 자랐지만 동환이는 그렇지 못했다. 1년만 하려던 육아휴직이 2년으로 늘었다. 더는 육아휴직이 안 된다 해서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류 작가는 “7~8년을 아이를 치료해 세상으로 밀어 넣겠다는 생각으로 인생을 포기하고 미친 듯이 살았다”고 말했다. 세상은 이들 부부에게 절망을 줬다. 동환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던 해 학부모들이 아이를 퇴학시키라고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했다. 류 작가는 “아이를 잘 키워 당신들의 세계로 밀어 넣어 주려고 모든 것을 포기했는데, 정작 사회는 아이를 받아 주지 않았다. 그러니 살 이유가 없었다. 살아가려면 뭐든 좋으니 희망이란 동아줄이 있어야 하는데 그 동아줄이 뚝 끊겼다. 아이를 죽이고 나도 죽고자 매일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절망의 밑바닥에서 류 작가는 결국 살기를 선택했다. 그는 당시 일을 ‘각성’이라고 표현했다. “세상에 ‘내 아들을 잘 봐 주세요’라고 해봤자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아이는 받아들여지지 않겠구나. 죽기 싫으면 동환이를 바꾸는 게 아니라 죽을 각오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온라인 매체에 ‘동네 바보 형’이란 제목으로 아들의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동환이는 ‘공개된 장애인’, 동환이 가족은 ‘공개된 장애 가족’이 됐다. 아들과 함께하는 세세한 일상을 공개한 글은 변화를 불러왔다. 비장애인들은 ‘그동안 잘 몰랐다’는 이메일을 보냈고 장애 부모들은 연대감을 표시했다. 류 작가는 “장애를 드러내도 괜찮네. 장애가 뭐가 나빠. 장애 가족들은 항상 고개를 숙이고 살아야 해? 함께 바꿔 보자는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다른 장애 가족들과 교감하면서 류 작가 가족의 삶도 바뀌기 시작했다. 한번은 수인이가 ‘엄마는 맨날 동생만 챙겨. 나도 장애인으로 태어났으면 좋았을걸’이라고 말한 사연을 썼더니 장애인 형제·자매를 둔 비장애인들로부터 메일이 쏟아졌다고 한다. “장애 자녀에게만 관심을 쏟으면 수인이가 커서 자기 꼴 난다고 하더라고요. 부모를 이해하면서도 어릴 적부터 쌓인 원망과 결핍이 성인이 돼서까지 자신을 괴롭힌다고 했어요. 내 양육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20년 뒤 수인이도 같은 생각을 하겠구나, 비장애 자녀도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인데 왜 늦게 깨달았을까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류 작가는 그 뒤로 동환이와 수인이, 남편에게까지 관심을 쏟았다. 그러다 보니 ‘찬밥’ 취급했던 자신도 절로 돌보게 됐다.●늘어나는 발달장애인… 정책은 제자리걸음 보건복지부가 펴낸 ‘2019년 등록장애인 통계’를 보면 전체 장애인 중 발달장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7.0%에서 2015년 8.5%, 2019년 9.2%로 해마다 늘고 있다. 0~17세 장애 아동 가운데 64.1%가 발달장애다. 그러나 거리에서 발달장애인을 마주치는 일은 드물다. 류 작가는 “시선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들을 통해 처음 알았다”고 했다. 그는 “아들 손을 잡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동정과 연민, 경멸과 혐오가 섞인 시선을 끊임없이 받는다”면서 “아무리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라도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려워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가 놀이터에 가면 다른 아이들이 피하고 놀이에 끼워 주지 않으니 부모들이 받는 상처가 크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밤 10시 아이 손을 잡고 놀이터에 나가는 장애 부모들이 많다”고 전했다. 류 작가 가족은 동환이와 함께 자주 외출한다. 동환이가 특정 행동을 해도 손을 잡아끌며 제지하지 않는다. 류 작가는 “예전에는 동환이가 머리를 흔들며 뛰면 그 행동이 너무 창피해 손을 움켜쥐고 빨리 끌고 갔다. 이젠 나뿐만 아니라 가족이 모두 바뀌었다”며 “다른 이들도 수다를 떨며 걷는 것처럼 동환이에게는 이게 자연스러운 행동인데 입을 막을 이유가 없다. 다른 이들에게 아무렇지 않은 우리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류 작가가 가장 많이 받아 봤을 법한 질문을 던졌다. 장애인을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는 “장애인이기에 앞서 사람으로 보아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이 낯설고 두려운 이유는 이해 못 할 행동을 하고 내가 생각하는 평균적인, 상식적인 정상의 범주에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대체 정상이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비장애인들이 불안할 때 손톱을 깨물거나 다리를 떠는 것처럼 발달장애인도 불안할 때 자기 자극 행동을 한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이리저리 흔드는 등 조금 다른 방식으로 불안함을 달랠 뿐이다. 류 작가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 하는 행동이니, 그 행동을 어떻게 이해할지 고민하지 말고 그 모습 자체를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비장애인과 경증의 발달장애인은 언어로 대화하지만 중증 발달장애인은 행동으로 얘기한다. 류 작가는 “그 행동 신호를 읽지 못하고 문제 행위로 규정해 교정하려 들면 발달장애인의 입을 틀어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동환이도 집에서는 애교 많은 순한 아이인데, 학교에서는 자주 울고 소리를 질러 ‘문제아’로 낙인찍혔다. 그랬던 동환이가 바뀐 건 지난해부터다. 선생님이 동환이가 ‘행동’으로 하는 말에 관심을 기울여 주면서 학교에서도 순한 아이가 됐다고 한다. 아무도 듣지 않던 말을 누군가 들어 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네 엄마라서 행복해”… 비장애인과 잘 살아가길 올해는 동환이의 사회성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등교 수업이 제한되면서 류 작가 가족은 다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동환이에게 온라인 수업은 별 의미가 없다. 수업 첫날 교장 선생님이 등장해 인사말 하는 것을 10초 정도 본 게 전부였다고 한다. “발달장애인인 동환이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완전한 단절, 고립을 의미합니다. 오로지 가족과만 관계 맺기가 가능하죠. 평생 엄마하고만 놀고, 엄마하고만 밥 먹고, 엄마하고만 살라고 하면 살 수 있을까요. 세상으로 걸어나가지 못하고 감옥에 갇혀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다시 퇴행했습니다.” 류 작가는 어떻게든 동환이의 스트레스를 풀어 주려고 하루도 빠짐없이 외출한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멍하니 놀이터에 서 있다 온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내가 글을 쓰는 것도 발달장애인이 자립해 비장애인과 함께 살게 하려고”라고 말했다. “동환아, 엄마 먼저 간다. 잘 살고 나중에 오너라. 네 엄마라서 너무 행복했다. 다음 생에도 다시 만나 함께 살자.” 훗날 삶의 마지막을 앞두고 이렇게 말하며 갈 수 있다면 정말 성공한 삶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은평 봉산 편백나무 힐링 숲에 무장애 산책길 조성

    은평 봉산 편백나무 힐링 숲에 무장애 산책길 조성

    서울시 최초 치유의 숲으로 조성된 은평구 봉산 편백나무 힐링 숲에 무장애 산책길 등 편의시설이 조성된다. 은평구는 국비 6억원 등 총 10억원의 예산을 마련해 편백나무 힐링 숲 편의시설 조성사업에 투입한다고 13일 밝혔다. 사업비는 편백나무 숲에 무장애 산책길, 전망대, 포토존, 생애 주기별 맞춤형 휴게공간, 안내판, 조명 등을 설치하는 데 투입된다. 은평 봉산 편백나무 숲은 2014년 신사동 한 주민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이 서울시 의원 시절 도시계획관리위원장을 맡아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한 결과 이 사업이 시범사업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 은평구는 그동안 봉산에 편백나무 1만 2400그루를 심었고 지난해부터는 전문가 조언을 받아 편백나무 숲 아래 꽃잔디 등 다양한 관목 및 화초류를 심는 등 꽃동산을 조성해 왔다. 편백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성되는 코르티솔 호르몬의 혈중 농도를 낮춰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면역력을 강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김 구청장은 “구민이나 관광객들이 편백나무가 자라는 동안에는 순환 산책로를 걸으며 편백숲의 다양한 변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10년 정도가 지나면 편백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뤄 치유의 숲길로서 본격적인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여기는 동남아] 딸 살해한 아빠, 22개월 만에 가석방된 이유

    [여기는 동남아] 딸 살해한 아빠, 22개월 만에 가석방된 이유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정신 질환을 앓던 친딸을 살해한 아빠가 구속 22개월 만에 가석방됐다. 지극 정성으로 딸을 돌본 부모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준 딸의 이상 행위에 어쩔 수 없는 비극적인 사건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싱가포르 고등법원은 지난 2018년 11월 33개월 형을 선고받고 구금 중이던 탄(66)씨에게 형량의 1/3을 감면, 12일 가석방했다. 판사는 “딸의 비정상적인 행위는 부모를 극단으로 내몰았으며, 탄 씨는 이타적이고 딸을 사랑하는 헌신적인 아빠였다”고 밝혔다. 또한 본인의 죄를 뉘우치고, 더 이상의 위험 행동 증후가 없는 점을 고려해 가석방한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신문 스트레이츠타임스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딸은 2006년 대학을 졸업한 뒤 직업을 얻지 못하고 부모와 함께 생활해 왔다. 2012년 지하철에서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고, 당시 ‘광장공포증’과 ‘강박관념적 하이포콘드리아증'(극도의 건강염려증)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병원 치료를 거부한 채 부모와 남자친구의 돌봄을 받으며 집에 머물렀다. 딸의 예민함은 나날이 심해져 부모에게 바닥 청소를 마음에 들 때까지 반복적으로 시켰다.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다면서 아빠에게 엄마를 때리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부모는 딸이 원하면 고개 숙여 사죄하기도 했는데, 딸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모의 선택이었다. 수시로 집에 들러 딸을 돌봐야 했던 아빠는 그랩(차량공유 서비스) 기사로 일했고, 딸이 부르면 만사를 제치고 집으로 달려왔다. 또한 딸은 새집을 마련한다면서 부모에게 돈을 요구했다. 남동생에게는 대학 학비로 부모에게 받은 5만 달러를 요구해서 받아냈다. 또한 부모의 사랑과 재정적 도움이 부족하다면서 부모에게 심한 욕설을 내뱉곤 했다. 모친의 연금 수령인을 본인 명의로 돌려놓기도 했다. 2018년에는 집 근처에서 냄새가 난다면서 주민 중 누가 ‘범인’인지 찾아낼 것을 강요, 집안에 초강력 환기구를 설치하도록 했다. 그해 10월에는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약물치료를 거부했다. 이후에도 집에서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고모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사건이 발생한 2018년 11월, 고모의 집에서 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아빠에 대한 욕설을 그치지 않으며 “포크로 아빠를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딸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임을 직감한 아빠는 방에 들어가 강철봉을 집어 들어 방어태세를 갖추었다. 딸은 부엌에서 흉기를 들고 아빠에게 달려들었고, 아빠는 강철봉으로 딸의 머리를 내리쳤다. 딸이 숨진 것을 확인한 아빠는 곧바로 경찰에 자신의 범행을 털어놓고 자수했다. 법원은 탄씨에게 '살인죄'가 아닌 '과실치사' 혐의로 33개월 징역형을 선고했다. 보통 유사 범죄 행위에 대해 징역 10년, 벌금, 태형 등에 처한다. 판사는 또한 끊임없이 이상 증세를 보이는 딸을 돌보느라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심한 우울증과 불면증을 겪은 부모도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신 질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에게도 제때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것을 깨닫도록 사회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litta74.lee@gmail.com
  • [기고] 코로나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뉴노멀 대학 라이프

    [기고] 코로나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뉴노멀 대학 라이프

    ‘내가 더 불행하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고통을 호소하는 시기이다. 2020년에 대학에 입학한 20학번 새내기들도 예외는 아니다. 학교에 제대로 가 본 적도 없는 학생들이 수두룩하다. 학교와 동기들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고립감에서 오는 불안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진다. 벌써 올해가 끝나간다는 느낌은 초조함에 박차를 가한다. 새내기들이 사로잡힌 감정은 억울함이다. 죽어라 노력해서 대학에 왔으나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행복을 대입 이후로 미루고 경쟁에만 몰두했던 탓에 현 상황에 무엇보다 허무감이 크다. 그동안 사회가 주입해온 ‘무엇이든 할 수 있는 20살’이라는 판타지가 오히려 우울감을 심화한다. SNS를 통한 끊임없는 비교가 정신건강에 더욱 문제가 된다. 비교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타인을 동정하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자신의 고통을 과소평가하기 쉽다. 반대의 경우는 방역관이 달라 바깥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혼자 속앓이 하는 경우이다. 이렇듯 대학생들은 코로나 사태에 대한 막막함을 누구에게 돌려야 할지, 대상조차 모를 분노와 억울함이 차오른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기 발견을 원하지만 대부분의 기회가 취소되었고 집에만 있으니 생각과 고민은 많아진다. 혼자만의 생각에 매몰되는 순간 정신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진다. 코로나 때문에 소통이 어려워졌지만 역설적이게도 어느 때보다 건강한 소통이 필요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에 ‘위커넥트웰’은 사회적 처방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위커넥트웰’이란 정신건강 서비스 소비자들을 위한 비영리 단체인 멘탈헬스코리아가 양성 중인 사회적 처방가 팀이다. 사회적 처방은 정신적 어려움의 징후가 발견되는 사람들에게 조기에 개입하여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정신건강에 불안감과 피로가 더해지는 코로나 시대에 격려와 조언을 나누며 공감할 사회적 지지망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사회적 처방으로 제공되는 타인과의 교류 활동은 자신의 고민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자신의 감정과 고민을 타인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어떤 부분을 알고 어떤 부분을 몰랐는지 파악하는 메타인지 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혼자서 곱씹을 때는 몰랐던 모순적인 부분이 드러나기도 한다. 협조적인 타인의 존재를 거쳐 나의 감정과 고민이 명확해지며,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싶은지까지 사고의 확장이 가능하다. 또한 위커넥트웰은 사회적 처방의 일환으로 몰입할 대상을 찾아주는 다양한 소모임을 운영함으로써 몸과 마음에 여유를 주고자 한다.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선에서의 자기계발 및 취미생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느슨한 소통을 통해 팽팽했던 끈의 긴장을 푸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글쓰기 모임을 예로 들 경우 글쓰기를 통해 스트레스가 병리적인 수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완성된 글이라는 결과물을 도출함으로써 자기 효용감을 고취하고 모임에 참석해 고민을 나누며 공동체 형성을 통한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지역 자원과 학생들을 연계해주는 일도 사회적 처방의 일이다. 여타 취미 모임과 사회적 처방 모임이 구분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회적 재난이 몰아치는 시기인 만큼 가벼운 우울감은 정상 범위이다. 하지만 자해 및 자살사고가 든다면 반드시 주변에 알리고 올바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전국 공통으로는 자살 예방 및 정신건강 상담전화에서 24시간 365일 상담이 가능하다. 지역별로는 ‘우리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를 검색하면 지역별 지원 센터를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경우 ‘서울심리지원센터’ 이용이 가능하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며, 송파구의 동남센터, 도봉구의 동북센터, 양천구의 서남센터로 나뉜다. 이용자는 만 19세 이상이어야 하며 서울 소재 학교에 다니거나 서울 시민이면 무료이다. 대학생일 경우 학교별 상담센터를 예약하여 찾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학교별 상담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예약을 하거나 직접 찾아가서 예약한 후 사전 검사지 등으로 원하는 상담 유형과 고민을 미리 작성한다. 대학별로 차이가 있지만 보통 3주 정도 대기 후 상담이 시작된다. 무료로 상담 및 심리검사 등의 전문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것이 장점이나 대기 기간이 짧지 않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코로나 종식 후로 모든 일을 미루는 것은 현재에 대한 불만족을 가져올 뿐이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끝난다’는 말이 맞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방역지침을 잘 지키며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 새내기들은 지금이 아니면 무언가를 해낼 수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버리기 어렵다. 하지만 이제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상이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이 답이다. 20대들은 시대 변혁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이 시기를 현명하게 보낸다면 오히려 누구보다 명료한 통찰력을 가진 세대가 될 것이다. 사회적 처방이 코로나 시대를 헤쳐 나가는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 멘탈헬스코리아 피어스페셜리스트 김규리
  • [단독]10대 딸 방바닥에 대소변… 엄마는 극단적 생각까지

    [단독]10대 딸 방바닥에 대소변… 엄마는 극단적 생각까지

    “애를 안고 ‘너랑 나랑 지구에서 없어져 버릴까’ 그런 말을 했어요.” 광주시에서 16세 중증 발달장애 딸을 키우는 강모(44)씨는 요즘 들어 끔찍한 생각을 하다 몸서리친다. 사춘기인 딸은 기분이 나쁘면 엄마에게 침을 뱉기 시작했다. 급기야 대소변을 방바닥에 누고, 입에 넣어 강씨를 놀라게 했다. 코로나19로 특수학교와 복지센터가 휴관을 반복하는 기간 딸의 상태는 악화됐다. 강씨는 지난 6월 광주에서 발달장애인 아들과 함께 목숨을 끊은 한모(59)씨와 친자매처럼 가깝게 지낸 사이였다. “나쁜 생각이지만 ‘아이를 내가 언니처럼 할까’ 하는 몹쓸 상상도 해요. 정말 힘들 때는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자책해요.”발달장애 자녀들을 돌보는 부모들은 장애인 본인보다도 더 빨리 신체적·정신적 소진 위기에 빠진다. 코로나19로 인한 폐쇄 스트레스와 돌봄 부담은 부모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순간적인 살인, 자살 충동을 느끼는 ‘코로나 블랙’ 상태를 경험하는 이유다. 인천에서 25살의 발달장애 쌍둥이 아들을 돌보는 김모(50)씨는 지난여름 내내 15평 남짓한 집안에서 창문 한번 제대로 열지 못했다. 복지관과 주간보호센터가 잇따라 휴관한 후 집에 머물게 된 두 아들은 창문을 여는 걸 극단적으로 거부했다. 현관문만 열어도 괴성을 지르며 흥분에 빠졌다. 자연스레 집은 세 모자에게 ‘감옥 아닌 감옥’이 됐다. 김씨는 “휴관 기간에도 복지관 선생님들은 다 출근을 하지만 장애인들은 집에 있으라고 한다”며 “시설에 가둬놓고 관리하던 옛날 사고방식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자녀들의 ‘도전적 행동’(자해나 타해) 빈도가 폐쇄 스트레스와 연관돼 있다고 말한다. 광주에서 22살 발달장애인 아들을 키우는 최모(54)씨는 “코로나19로 외출이 중단되고 격리 아닌 격리 상태가 지속되면서 아이가 몸을 자해하며 불만을 표출하는 행동도 심해지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아들의 체중은 올 들어 80㎏에서 100㎏으로 불었다. 지난 3월 26일부터 5월 10일 대한작업치료사협회가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158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발달장애인과 돌봄을 수행하는 부모가 겪는 스트레스 지수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정도를 ‘매우 심하다’(10점)부터 ‘전혀 어려움이 없다’(1점)로 조사한 결과 평균 스트레스 점수는 발달장애인이 7.22, 발달장애인 부모는 7.92였다. 특히 현재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돌봄 부담을 떠안은 부모가 발달장애인 본인보다도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을 진행한 지석연 감각통합상담연구소장은 “일반 사람들은 가끔 7점인 상황에 처하지만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경우 7점 이상 상황이 24시간 내내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감정 상태가 피폐해지고 사고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국가가 자살위기관리군으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단독] 매일 괴성 지르는 아들에게 ‘아빌리파이’ 밖에 줄 수 없었다

    [단독] 매일 괴성 지르는 아들에게 ‘아빌리파이’ 밖에 줄 수 없었다

    코로나19 자가격리 9일차인 지난달 9일 발달장애인 이윤호(22)씨는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밥을 먹다 돌연 엉엉 울었다. 답답한 듯 가슴 부위를 주먹으로 때리던 윤호씨는 어머니 김남연(53)씨에게 “미안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 표현을 ‘아프다, 봐 달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사회적 연령 1세 10개월인 윤호씨는 ‘미안해’라는 반향어(주변 사람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현상)로 모든 의사소통을 한다. 김씨는 아들의 ‘미안해’를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달리 해석한다. 윤호씨의 도전적 행동은 격리 기간에 비례해 점점 과격해졌지만 어머니가 할 수 있는 건 ‘아빌리파이’(정신신경용제)를 먹이는 것뿐이었다. 김씨는 “자가격리 기간 중 외부의 도움과 관심이 간절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지난 9월 1일 시작된 모자의 11일간 자가격리 일상을 매일 오후 7시 전화 인터뷰해 어머니의 시선으로 재구성했다.자가격리 1일차 윤호가 특수학교에서 밀접접촉자가 돼 코로나19 검사를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윤호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혹시 아이가 검사에 저항할까 봐 주변 사람들이 어르고 붙잡아 겨우 검사를 마쳤다. 감염을 막기 위해 집안 문마다 비닐막을 쳤다. 윤호만 양성이면 어쩌지. 낯선 곳에 혼자 입원하면 난동을 부릴 텐데. 감염되더라도 내 발로 같이 병원에 들어가야 하나 걱정하다가 밤을 지새웠다. 자가격리 2일차 다행히도 윤호와 나 둘 다 음성이었다. 그러나 자가격리는 이제 시작이다. 아이는 아침부터 학교에 가자고 성화다. 외출복을 입겠다고 옷을 꺼내 드는 아이와 두 시간 넘게 실랑이를 했다. 윤호는 벌써부터 답답한지 가슴을 세게 친다. 아이가 ‘미안해’(아파)라고 해 가슴을 보니 멍이 들었다. 잠들 때까지 칭얼댄다. 자가격리 3일차 윤호의 밤낮이 뒤바뀌고 생활도 뒤죽박죽됐다. 오전 3시에 깨 몇 시간 동안 소리를 질러 댄다. 이웃에서 항의할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겨우 잠들었던 윤호가 오전 6시부터 밖으로 나가자고 보챘다. 살이 더 찔까 봐 간식으로 달랠 수도 없다. 격리가 시작된 이후 윤호는 하루 4끼를 먹는다. 이미 몸무게가 95㎏을 넘었다.자가격리 4일차 윤호가 종일 집안을 서성인다. 말할 수 있는 단어도, 할 수 있는 놀이도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게 유일한 활동이다. 점심을 먹은 지 1시간도 안 돼 다시 밥을 달라고 조르다가 자기 몸을 막 때렸다. 아빌리파이를 먹여 진정시킨 뒤 윤호가 좋아하는 뽀로로 동요를 들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내 삶은 아예 없어졌다. 자가격리 6일차 아이의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오전 5시부터 “나가”라며 종일 소리를 지르다가 저녁 무렵엔 무기력하게 바뀌었다. 이럴 때 갑자기 공격적인 행동이 나타나기 때문에 덜컥 겁이 났다. 자가격리 전에는 도전적 행동이 나올 경우 집 밖으로 피신했다가 집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를 보고 윤호의 화가 가라앉으면 들어왔지만 지금은 도망 나갈 수도 없다. 자가격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윤호는 수십 번씩 자기 배를 꼬집고 양쪽 옆구리와 허벅지를 때렸다. 긁어 댄 발등은 이미 피투성이다. 자가격리 7일차 윤호가 1분에 한 번꼴로 집 밖으로 나가자고 괴성을 질러 댔다. 나도 지칠 대로 지쳤다. 자가격리 7일 만에 성동 정신건강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윤호 상태에 대해 조언해 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실망감만 들었다. 의례적인 자가격리 확인 전화였다. 전화를 건 센터 관계자는 자신은 발달장애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했다.자가격리 8일차 종일 “나가”만 반복하는 아이에게 “안 된다”고 단호히 말하자 그때부터 본인 피부를 짝짝 소리 나게 때리기 시작했다. 집안에 울리는 그 소리가 너무 스트레스다. 진정제를 평소보다 일찍 먹이고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 자가격리 9일차 윤호가 눈뜨자마자 자해를 시작하더니 그 좋아하는 밥을 먹다가도 큰 소리로 운다. 이러다 폭력적 행동을 할까 봐 잔뜩 긴장했다. 윤호가 흥분한 채 내 손을 잡는 건 도전적 행동의 징조다. 나도 “엄마 손 잡는 거 아니야”라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누구라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조언을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전화 걸 곳이 없다. 자가격리 10일차 코로나19 재검사를 받았다. 자가격리 후 첫 외출이지만 윤호는 보건소에서 난동을 부렸다. 주변 남자들이 제압했다. 윤호는 검사 뒤에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지 뛰어다녔다. 집에 오자마자 윤호가 내 등을 할퀴어 피멍이 들었다. 자가격리 11일차 오전 9시 윤호가 코로나19 음성 결과를 통보받았다. 드디어 낮 12시부터 격리가 해제됐다. 마음 편하게 처음으로 둘이서 동네를 산책했다. 마트에 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돈가스와 만두를 잔뜩 샀다. 끔찍한 상상이지만 만약 내가 자가격리가 되면 윤호가 어떻게 될지 불안해진다. 자가격리 이후 거리두기 2.5단계가 끝나고 오랜만에 등교한 첫날부터 윤호는 선생님을 꼬집고 주변 애들을 때렸다. 자가격리 중 심해진 윤호의 도전적인 행동이 점점 악화돼 걱정스럽다. 활동지원사는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된다며 막 자가격리가 끝난 우리 집에 방문하는 것을 거절했다. 오늘도 홀로 돌봐야 한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단독] 매일 괴성 지르는 아들에게 ‘아빌리파이’밖에 줄 수 없었다

    [단독] 매일 괴성 지르는 아들에게 ‘아빌리파이’밖에 줄 수 없었다

    코로나19 자가격리 9일차인 지난달 9일 발달장애인 이윤호(22)씨는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밥을 먹다 돌연 엉엉 울었다. 답답한 듯 가슴 부위를 주먹으로 때리던 이씨는 어머니 김남연(53)씨에게 “미안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 표현을 ‘아프다, 봐 달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사회적 연령 1세 10개월인 이씨는 ‘미안해’라는 반향어(주변 사람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현상)로 모든 의사소통을 한다. 김씨는 아들의 ‘미안해’를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달리 해석한다. 이씨의 도전적 행동은 격리 기간에 비례해 점점 과격해졌지만 어머니가 할 수 있는 건 ‘아빌리파이’(향정신성 약)를 먹이는 것뿐이었다. 김씨는 “자가격리 기간 중 외부의 도움과 관심이 간절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지난 9월 1일 시작된 모자의 11일간 자가격리 일상을 매일 오후 7시 전화 인터뷰해 어머니의 시선으로 재구성했다.자가격리 1일차 윤호가 특수학교에서 밀접접촉자가 돼 코로나19 검사를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윤호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혹시 아이가 검사에 저항할까 봐 주변 사람들이 어르고 붙잡아 겨우 검사를 마쳤다. 감염을 막기 위해 집안 문마다 비닐막을 쳤다. 윤호만 양성이면 어쩌지. 낯선 곳에 혼자 입원하면 난동을 부릴 텐데. 감염되더라도 내 발로 같이 병원에 들어가야 하나 걱정하다가 밤을 지새웠다. 자가격리 2일차 다행히도 윤호와 나 둘 다 음성이었다. 그러나 자가격리는 이제 시작이다. 아이는 아침부터 학교에 가자고 성화다. 외출복을 입겠다고 옷을 꺼내 드는 아이와 두 시간 넘게 실랑이를 했다. 윤호는 벌써부터 답답한지 가슴을 세게 친다. 아이가 ‘미안해’(아파)라고 해 가슴을 보니 멍이 들었다. 잠들 때까지 칭얼댄다. 자가격리 3일차 윤호의 밤낮이 뒤바뀌고 생활도 뒤죽박죽됐다. 오전 3시에 깨 몇 시간 동안 소리를 질러 댄다. 이웃에서 항의할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겨우 잠든 윤호가 오전 6시부터 밖으로 나가자고 보챘다. 살이 더 찔까 봐 간식으로 달랠 수도 없다. 격리가 시작된 이후 윤호는 하루 4끼를 먹는다. 이미 몸무게가 95㎏을 넘었다.자가격리 4일차 윤호가 종일 집안을 서성인다. 말할 수 있는 단어도, 할 수 있는 놀이도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게 유일한 활동이다. 점심을 먹은 지 1시간도 안 돼 다시 밥을 달라고 조르다가 자기 몸을 막 때렸다. 아빌리파이를 먹여 진정시킨 뒤 윤호가 좋아하는 뽀로로 동요를 들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내 삶은 아예 없어졌다. 자가격리 5일차 자해나 타해를 할 때 덜 다치게 하려고 매일 아침 윤호의 손톱을 확인한다. 집안을 배회하던 아이가 화장실에서 물장난을 해 물바다가 됐다. 오늘도 배변 뒤에 제대로 닦지 못해 여러 번 몸을 씻겼다. 격리 중에 속옷만 하루에 10번은 갈아입는다. 자가격리 6일차 아이의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오전 5시부터 “나가”라며 종일 소리를 지르다가 저녁 무렵엔 무기력하게 바뀌었다. 이럴 때 갑자기 공격적인 행동이 나타나기 때문에 덜컥 겁이 났다. 자가격리 전에는 도전적 행동이 나올 경우 집 밖으로 피신했다가 집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를 보고 윤호의 화가 가라앉으면 들어왔지만 지금은 도망 나갈 수도 없다. 자가격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윤호는 수십 번씩 자기 배를 꼬집고 양쪽 옆구리와 허벅지를 때렸다. 긁어 댄 발등은 이미 피투성이다.자가격리 7일차 윤호가 1분에 한 번꼴로 집 밖으로 나가자고 괴성을 질러 댔다. 나도 지칠 대로 지쳤다. 자가격리 7일 만에 성동 정신건강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윤호 상태에 대해 조언해 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실망감만 들었다. 의례적인 자가격리 확인 전화였다. 전화를 건 센터 관계자는 자신은 발달장애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했다. 자가격리 8일차 종일 “나가”만 반복하는 아이에게 “안 된다”고 단호히 말하자 그때부터 본인 피부를 짝짝 소리 나게 때리기 시작했다. 집안에 울리는 그 소리가 너무 스트레스다. 진정제를 평소보다 일찍 먹이고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 자가격리 9일차 윤호가 1분에 한 번꼴로 집 밖으로 나가자고 괴성을 질러 댔다. 나도 지칠 대로 지쳤다. 자가격리 7일 만에 성동 정신건강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윤호 상태에 대해 조언해 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실망감만 들었다. 의례적인 자가격리 확인 전화였다. 전화를 건 센터 관계자는 자신은 발달장애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했다. 자가격리 10일차 코로나19 재검사를 받았다. 자가격리 후 첫 외출이지만 윤호는 보건소에서 난동을 부렸다. 주변 남자들이 제압했다. 윤호는 검사 뒤에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지 뛰어다녔다. 집에 오자마자 윤호가 내 등을 할퀴어 피멍이 들었다. 자가격리 11일차 오전 9시 윤호가 코로나19 음성 결과를 통보받았다. 드디어 낮 12시부터 격리가 해제됐다. 마음 편하게 처음으로 둘이서 동네를 산책했다. 마트에 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돈가스와 만두를 잔뜩 샀다. 끔찍한 상상이지만 만약 내가 자가격리가 되면 윤호가 어떻게 될지 불안해진다. 자가격리 이후 거리두기 2.5단계가 끝나고 오랜만에 등교한 첫날부터 윤호는 선생님을 꼬집고 주변 애들을 때렸다. 자가격리 중 심해진 윤호의 도전적인 행동이 점점 악화돼 걱정스럽다. 활동지원사는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된다며 막 자가격리가 끝난 우리 집에 방문하는 것을 거절했다. 오늘도 홀로 돌봐야 한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문 닫은 경로당, 고립된 노인...‘코로나 블루’에 정신 건강 ‘빨간불’

    문 닫은 경로당, 고립된 노인...‘코로나 블루’에 정신 건강 ‘빨간불’

    코로나19 확산으로 노인 등 취약계층의 불안과 우울감이 커지고 있다. 돌봄공백이 야기한 사회적 고립이 자칫 심각한 정신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국회입법조사처 정재환 입법조사관은 ‘노인 코로나19 감염 현황과 생활 변화에 따른 시사점’ 보고서에서 “노인들의 코로나 블루(우울) 증상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측되며,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우울증 증가가 치매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가 인용한 전남 완도군의 지난 7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관내 노인 3982명 중 절반이 넘는 53.8%가 우울감 증상을 보였고, 이 중 7.5%는 중증의 고위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와의 단절이 길어지면서 많은 노인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으나 감염 우려로 대면 돌봄이 어려워 당장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 힘든 상태다. 우리나라 노인층이 가장 많이 찾는 여가 시설은 경로당과 노인복지기관인데,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운영 중인 노인복지관은 전국에 10곳, 경로당은 1만 5788곳(23.5%) 뿐이다. 감염 우려로 노인들이 요양보호사의 방문을 거부하거나 반대로 요양보호사가 자발적으로 업무를 중단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지역 요양보호사 3456명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중 일을 중단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26%에 달했고, 중단 사유로는 ‘이용자 또는 가족의 요청’이 74%로 가장 많았다.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 등 중증 장애인도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있다. 복지부가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9월 초 기준 전국 장애인복지관 주간보호시설 1033곳 중 80%에 달하는 822곳이 휴관 중이다. 활동보조인 연결도 쉽지 않아 돌봄 부담을 가족이 오롯이 떠안아야 한다. 한 발달장애아동 부모는 “학교 등에서 사회적 관계 맺기를 하지 못하고 아이가 온종일 가족과 함께 지내다 보니 퇴행이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 따르면 서울에서 최근 두 달 새에만 발달장애인 3명이 추락사했다. 이들은 답답함을 견디지 못해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고 아파트나 사설 교육센터 창문에서 뛰어내려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한 가족의 ‘쓰레기 제로’ 10년 도전기

    한 가족의 ‘쓰레기 제로’ 10년 도전기

    차고 넘쳐나는 ‘과잉의 시대’, 그 한편에선 줄창 쓰레기 처리의 문제가 대두된다. 코로나19로 외출, 외식 대신 배달이 늘면서 폭증하는 1회용 용기 탓에 쓰레기 대란을 향한 우려가 연일 흘러나온다. 사람들은 환경 위기를 알면서도 대부분 신경 쓰지 않고 데면데면 살아간다. ‘쓰레기 거절하기’는 오스트리아 작은 마을의 한 가족이 실험을 통해 건져올린 효과적인 쓰레기 줄이기 교본이다. 딱 한 달만 해 보자며 시작한 ‘플라스틱 없애기’를 10년간 성공적으로 이어 간 체험이 흥미롭다. 실험이 곧 삶으로 이어지는 기간이 먹고 입고 움직이는 모든 생활 속에서 어떻게 쓰레기를 줄였는지 전달하지만, 강요하는 방식은 아니다. 특히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가족들이 어떻게 서로의 생각을 나눠 공동 목표로 나아가는지 실감나게 보여준다. 이웃과 공동으로 소유한 ‘반쪽짜리’ 차를 타고 떠난 여름휴가에서 느낀 ‘물건으로부터의 해방감’, ‘2+1’ 판촉에 휘둘리지 않고 절반만 채운 냉장고로 가벼워진 이야기. 그렇게 줄이기의 삶을 통해 지출이 줄었다. 가족들은 ‘쓰레기 제로’ 삶을 위한 토론과 열정으로 훨씬 더 친밀하고 가까워졌다. 물론 쓰레기 줄이기는 결코 쉽지 않다. 책에도 가족들이 ‘플라스틱 제로’ 실험을 한 지 얼마 안 돼 완벽한 성공은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장면이 들어 있다. 맥주병과 잼 뚜껑에 붙은 합성수지 때문이다. 남편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실험의 큰 원칙이 가족들에게 스트레스가 돼선 안 되고 재미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결국 실험을 할수록 물건들을 가능한 한 쓰지 않는 게 본질임을 알게 됐다고 강조한다. 가족 모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가볍게 꾸리면서 행복해진 것이 가장 값지다고 말한다. 부모가 보여 주는 선의의 도전에 때로는 동의하고 때론 저항하면서 자신의 뜻을 분명히 밝히는 세 아이가 치열하게 토론하는 과정은 또 다른 재미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코로나 의료진 41% “우울감 느껴”

    코로나 의료진 41% “우울감 느껴”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등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의료진 10명 가운데 4명은 우울감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명 중 3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특히 간호사가 다른 직종보다 위험도가 높게 나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국가트라우마센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응 의료진 응답자 319명 가운데 158명(49.5%·복수 응답)이 신체적인 증상이 있다고 답했다. 우울감을 느낀다는 사람은 132명(41.3%), 외상 후 스트레스가 있는 사람이 90명(28.2%),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이 72명(22.6%)이었다. 특히 9명(2.8%)은 자살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에 따르면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코로나19 대응 의료진 상담 실적은 아예 없었다. 국가트라우마센터 소진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코로나19 대응 의료진 549명의 지역별 분포를 보더라도 서울 377명(68.7%)으로 불균형이 심각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석연찮은 세 번의 이별 ‘독이 든 성배’가 된 키움 감독

    석연찮은 세 번의 이별 ‘독이 든 성배’가 된 키움 감독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이 8일 자진 사퇴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키움으로선 벌써 세 번째 석연찮은 이별이다. 키움은 8일 “손혁 감독이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가 종료된 후 김치현 단장과 면담을 갖고 감독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며 “키움은 내부 논의를 거쳐 손 감독의 자진 사퇴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의 부진을 이유로 들기엔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사퇴였다. 키움은 이번 시즌 74승1무58패로 3위를 달리는 팀이기 때문이다. 2~7위간 경쟁이 끝까지 치열하다고 해도 시즌 내내 보여준 전력을 감안했을 때 키움이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할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손 감독이 직접 사퇴의 변을 전달했음에도 의구심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특히 키움은 앞선 감독들과의 결별과정도 잡음이 많았다는 점에서 구단 내부의 일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염경염 감독은 지금의 키움이 될 수 있는 기초를 만든 감독이다. 파격적인 발탁이었음에도 염 감독은 창단 후 내내 하위권에 머물던 넥센을 젊고 강한 팀으로 만들었고, 2014년 준우승도 차지했다. 그러나 염 감독은 2016년 준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돌연 사퇴의사를 밝히고 떠났다. 우승을 못했다고 비판하기엔 팀 체질을 바꿨고, 강팀으로 만든 공이 크다. 프런트와의 불화설이 떠돌았다.염 감독에 이어 장정석 감독이 파격 발탁됐다. 그리고 장 감독 역시 지난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재계약에 실패했다. 염 감독 시절 만든 기초에 더해 팀을 더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재계약이 유력해보였지만 팀을 떠나야만 했다. 장 감독은 구단 측에서 수감 중인 이장석 구단주를 찾아갔던 점을 밝히며 논란이 복잡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손 감독마저 시즌 중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자진 사퇴를 했다. 키움은 젊고 강한 팀이라는 점에서 향후 몇 년간은 리그를 호령할 팀이다. 기본 성적이 뒷받침되는 전력이다보니 감독이라면 누구나 욕심낼 수 있는 팀이다. 감독 커리어를 처음 시작하는 입장이라면 성공적인 지도자 데뷔를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손 감독의 사퇴로 키움 감독 자리는 10개 구단 감독 중 가장 어려운 자리로 떠올랐다. 준우승을 해도 재계약을 못하는 팀이기에 감독으로선 부담이 큰 상황인데 야구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야구 외적인 일에까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 이번 사태로 인해 키움 감독은 좋은 성적을 내도 개운치 않게 떠나야하는 팀으로 전락했다. 키움 감독 자리는 영광은 보장되지만 남들에게 없는 고통까지 따르는 ‘독이 든 성배’가 된 셈이다. 그동안 키움은 결별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감독을 선임해 성적을 내며 버텨왔다. 그러나 3위팀 감독의 시즌 중 돌연 자진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로 그간의 임시방편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 팀이 됐다. 또 앞으로 감독 선임에 있어서도 성배의 독을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을 찾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게 됐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어려서 악기 배우면 집중력, 스트레스 조절능력 높아진다

    [달콤한 사이언스] 어려서 악기 배우면 집중력, 스트레스 조절능력 높아진다

    한국 청소년들의 공부 시간은 주의집중력 여부를 제외하고 전 세계 어느 나라 청소년들보다 길다. 경쟁 사회 영향이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할 청소년 시절까지 공부로 잠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이 아닌 고학년이나 중, 고등학생이 부모에게 악기나 운동을 새로 배우고 싶다고 한다면 많은 부모들은 ‘그 시간에 공부나 해라’라고 타박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신경과학자들이 악기 연주나 체육 활동은 아이들의 인지기능을 향상시켜줄 뿐만 아니라 집중력을 높여주고 스트레스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칠레 폰티피시아 가톨릭대 의대, 데싸로요대 의학부, 복잡계 사회연구소, 신경영상연구실 공동연구팀은 어려서 악기 연주를 배우는 것이 주의력과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최신 신경과학’(Frontiers in Neuroscience) 8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효과는 어린 시절 악기를 배울 때보다는 덜하지만 성인이 된 뒤에도 나타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0~13세 남녀 어린이 40명을 대상으로 집중력과 작업기억력을 측정했다. 작업기억(working memory)은 정보를 일시적으로 보관해 각종 인지 과정을 계획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공부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단기기억이다. 작업기억에 문제가 있는 경우 장기기억도 형성되지 않게 된다. 실험에 참여한 40명 아동 중 절반은 2년 이상 악기 연주를 배웠고 주당 2시간 이상 연습하고 있으며 나머지 20명은 학교 교과과정 이외에는 별도로 음악을 배우지 못했으며 평소에도 음악이나 악기 연주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로 구성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추상화와 인물화를 보여주면서 4초 가량의 짧은 멜로디를 동시에 듣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후 그림을 보여주면서 멜로디를 연결하거나 멜로디를 들려주면서 같이 제시된 그림을 연결하도록 하면서 응답의 정확성과 반응시간을 측정했다. 이와 동시에 활성화되는 뇌 부위를 파악하기 위해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도 촬영했다. 그 결과 두 집단 간에 반응시간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기억력은 악기 연주를 배운 아이들의 점수가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악기를 배운 아이들은 기억을 할 때 모서리위이랑, 전두엽이 특히 활성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서리위이랑은 시각정보와 다양한 감각정보를 받아들여 감각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는 장소이다. 또 소리를 기억해 작업기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음운 루프’도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두엽-모서리위이랑-음운루프로 연결되는 대규모 뇌연결망은 목표지향적 작업과 인지요구 작업을 처리하는데 필요하다.연구팀은 추가적인 측정을 통해 악기 연주를 배운 아이들이 읽기 독해능력 뿐만 아니라 창의력이 우수하고 주의력 조절능력, 스트레스 조절 능력이 더 우수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또 연구팀은 성인들도 악기를 배울 경우 이전보다 주의집중력, 기억력과 스트레스 조절능력도 높아지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를 주도한 레오니 카우젤 칠레 폰티피셜 가톨릭대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음악적 훈련이 뇌신경 회로의 연결성을 높이는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라며 “이번 연구에서는 음악 부문만을 다뤘지만 아동 청소년기에 예체능 활동을 하는 것은 인지기능 향상은 물론 스트레스 관리 같은 정신건강 차원에서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여기는 중국] 부모에게 뺨 맞자 학교 5층서 투신한 중학생

    [여기는 중국] 부모에게 뺨 맞자 학교 5층서 투신한 중학생

    중국에서 청소년의 자살이 증가해 문제가 되고 있다. 부모가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이 너무 커 그 압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최근 한 중학생이 어머니에게 야단을 맞은 직후 학교에서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현지 매체에서는 “모친에게 복수한 것이 아니었을까?’라고 보도했다고 중화권 매체 중국보 등이 전했다. 지난 9월 17일 중국 우한시에 있는 한 중학교에 다니는 14세 소년은 학교로 불려온 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은 뒤 5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소년은 학교에서 반 친구와 함께 포커 게임을 하다가 교사에게 들켜 복도에서 벌을 서고 있었다. 이 문제로 연락을 받은 소년의 어머니가 학교에 와서 아들 앞을 가로막고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뺨을 때렸다.이후에도 어머니는 화가 풀리지 않는지 호통을 치며 다시 뺨을 때리고 아들의 멱살을 잡고 벽에 밀어붙였다. 소년은 반항 없이 어머니에게 밀린 채 가만히 있었지만, 참다못한 교사가 학부모를 다독여 끌어냈다.복도에 남겨진 소년은 고개를 조금 숙이고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3분쯤 뒤 갑자기 복도의 창문으로 몸을 던져버렸다. 복도에는 다른 학생도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구할 방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년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그 날밤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 소년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은 “요즘 아이들은 스트레스에 너무 약하다”, “부모 생각도 안 하고 자살하다니 제멋대로”라는 반응을 주로 보였다. 하지만 그중에는 어머니에 대해 “다른 학생들 앞에서 아이를 때리면 안 된다”, “거기에 아이가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 등 비난하는 목소리도 볼 수 있었다. 현지 매체에서는 소년이 어머니에 대한 복수극으로 자살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은 가운데, 현지 소설가인 주쉬안은 “일부 아이들은 자신이 자살하면 부모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끊어서 부모에게 복수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라면서 “그들이 내뱉은 말로는 ‘당신이 준 목숨 돌려줄게’와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또 "중국에서는 많은 부모가 자식을 소유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고, 부모는 '우리 품에서 태어났으니 자녀의 삶은 우리 것'이라고 가르친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매년 500여 명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자살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지만, 부모의 과도한 기대에 짓눌리다 못해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중국보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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