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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탱고와 클래식, 경계선에서 아슬아슬… 열정의 바이올린

    탱고와 클래식, 경계선에서 아슬아슬… 열정의 바이올린

    아스토르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 기념11일 서울·13일 광주·14일 여수 공연 클래식 정수 공부 중 몰래 듣던 음악“25분 신나게 놀다보면 무대 끝나”오는 1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100번째 생일잔치에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이 ‘사계’를 연주한다. 이미 세계 무대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얻은 조합이고, 윤소영이 지나온 길에 ‘사계’는 몇 번이고 반복되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공연을 앞두고 귀국해 자가격리 중인 윤소영과 지난 4일 전화로 만나 그에 대한 애정을 물었더니 주저 없이 말했다. “저는 ‘사계’와 함께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2000년 당시 서울예고 1학년이던 윤소영의 이어폰에서는 아르헨티나 출신 탱고 거장이자 반도네온 명인 피아졸라의 ‘사계’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한창 베토벤이나 시벨리우스, 차이콥스키 등 클래식 정수를 배우던 때 이 곡은 스트레스를 날려 주고 숨통을 틔워 주는 돌파구 같았다. “공부해야 하는데 이상한 거 듣는다고 할까 봐 얘기도 못 했다”는 건 이제는 말할 수 있는 비밀이다. 20대에 잠시 흐려졌던 ‘사계’의 기억은 2010년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김민 음악감독에게 협연 제안을 받고서 다시 또렷해졌다. 한 번도 직접 연주는 안 해 봤지만 악보를 따로 외울 필요도 없이 몸과 마음에 녹아든 기억이 되살아났다. 다만 너무 좋아하는 곡이라 과연 욕심만큼 연주도 잘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들었다.‘사계’는 연주하기 무척 까다로운 곡으로 꼽힌다. 피아졸라 특유의 탱고 선율과 엇박자가 반복되고, 비발디 ‘사계’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피아졸라 ‘아디오스 노니노’의 강한 색채가 서로 엉키듯 튀어나온다. 클래식과 탱고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변화무쌍한 곡이다. 다행히 이미 그를 몇 번이고 관통했던 터라 첫 연주부터 퍽 마음에 들었고 이후 협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계’를 연주했다.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베를린, 뉴욕 등에서 호흡을 맞춘 무대가 특히 손꼽히는 명연주로 회자된다. 13일 광주와 14일 전남 여수에서 내셔널 솔리스텐 앙상블과도 이 곡을 연주한다. 스위스 바젤심포니오케스트라 악장을 지내고 유럽 무대에서 솔리스트로 활약하며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했지만 그는 피아졸라 전문 연주자로 사랑받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클래식 연주자로 좀더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 같아 감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곡은 무대가 열리자마자 25분 신나게 한바탕 놀다 들어오면 끝난다”는 것도 그간 에너지 가득한 무대로 관객들과 호흡을 쌓은 결과다. 윤소영은 본격적으로 피아졸라에 대한 애정을 다져간다. 유럽에서 만난 클래식 기타, 피아노, 더블베이스, 반도네온 연주자들과 앙상블을 꾸려 피아졸라 작품 11곡을 직접 편곡해 ‘세상에 없던 피아졸라’를 앨범에 담기로 했다. “가을에 한국 투어로 탄생 100주년을 더 특별하게 꾸미고 싶다”는 목소리에 간절함이 담겼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코로나로 필요한 옷 못 샀다”… 국민 절반 경제적 박탈감

    “코로나로 필요한 옷 못 샀다”… 국민 절반 경제적 박탈감

    “생활비 빌리고 병원 못 간 적 있다” 36%스트레스 고위험 집단 50대 34% ‘최다’“경제회복보다 감염 확산 저지를” 66%코로나19 사태 1년여간 국민 2명 중 1명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박탈감을 한 번 이상 경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코로나19 기획연구단이 8일 공개한 전국 성인 1084명 대상 설문조사(2월 8~17일 실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7.3%가 지난 1년간 돈이 없거나 부족해 박탈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박탈 경험 1순위로는 ‘필요한 옷을 구입하지 못한 적이 있다’(20.3%)를 꼽았다.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돈을 빌린 적이 있다’(18.2%), ‘본인이나 가족이 병원에 가지 못한 적이 있다’(17.6%), ‘본인이나 가족이 끼니를 거른 적이 있다’(11.3%)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의 65.7%는 코로나19 이후 수입이 줄었으며, 월 평균 수입 감소 규모는 22.2%였다. 코로나19 이후 고립된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은 69.3%였고, 일과 가정에서 책임이 가중됐다는 이들은 55.2%였으며, 58.3%는 경제적 부담이 늘었다고 답했다. 고립 시간 증가, 책임 가중, 경제적 부담 증가 등을 모두 겪은 사람은 33.9%였고, 특히 50대(42.4%)가 코로나19 장기화로 부담을 가장 많이 느꼈다. 외상 직후 스트레스 측정도구(PDI)로 스트레스 수준을 측정했을 때도 즉각 도움이 필요한 고위험 집단 379명 가운데 50대(33.8%)의 비중이 가장 컸다. 한국 사회가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은 66.3%로, 2차 대유행 시점이었던 지난해 8월 조사(83.7%)보다 17.4% 포인트 감소했다. 자신의 삶이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은 70.9%로, 지난해 8월(81.7%)보다는 누그러졌다. 그러나 동일 문항을 적용한 지난해 5월 조사(평균 39.6%가 위기로 인식)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치였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1년이 지났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한국 사회와 개인 삶에 위기”라며 “특히 고위험 스트레스 집단 비율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올해 안으로 코로나19가 종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은 42.3%에 그쳤다. ‘가능성이 없다’는 인식이 과반인 54%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통한 ‘감염 확산 저지’와 ‘경제 회복’의 중요도를 저울질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감염 확산 저지를 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 66.3%로, ‘경제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고 보는 29.2%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피아졸라 생일날 ‘사계’ 연주…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 “함께 자란 음악, 정말 특별하죠”

    피아졸라 생일날 ‘사계’ 연주…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 “함께 자란 음악, 정말 특별하죠”

    오는 1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피아졸라의 100번째 생일잔치에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이 ‘사계’를 연주한다. 이미 세계 무대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얻은 조합이고, 윤소영이 지나온 길에 ‘사계’는 몇 번이고 반복되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공연을 앞두고 귀국해 자가격리 중인 윤소영과 지난 4일 전화로 만나 그에 대한 애정을 물었더니 주저 없이 말했다. “저는 ‘사계’와 함께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2000년 당시 서울예고 1학년이던 윤소영의 이어폰에서는 아르헨티나 출신 탱고 거장이자 반도네온 명인 피아졸라의 ‘사계’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한창 베토벤이나 시벨리우스, 차이콥스키 등 클래식 정수를 배우던 때 이 곡은 스트레스를 날려 주고 숨통을 틔워 주는 돌파구 같았다. “학교 끝나고 레슨 가는 길에 듣고, 잘 때도 듣고 쉴 새 없이 들었지만 그 땐 공부해야 하는데 이상한 거 듣는다고 할까 봐 얘기도 못 했다”는 건 이제는 말할 수 있는 비밀이다. 20대에 잠시 흐려졌던 ‘사계’의 기억은 2010년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김민 음악감독에게 협연 제안을 받고서 다시 또렷해졌다. 한 번도 직접 연주는 안 해 봤지만 악보를 따로 외울 필요도 없이 몸과 마음에 녹아든 기억이 되살아났다. 다만 너무 좋아하는 곡이라 과연 욕심만큼 연주도 잘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들었다. “연주자들은 좋아하는 곡일수록 연주하기 더 어려울 때가 있어요.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죠. 이토록 리듬감 넘치는 곡을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사계’는 연주하기 무척 까다로운 곡으로 꼽힌다. 피아졸라 특유의 탱고 선율과 엇박자가 반복되고, 비발디 ‘사계’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피아졸라 ‘아디오스 노니노’의 강한 색채가 서로 엉키듯 튀어나온다. 클래식과 탱고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변화무쌍한 곡이다. 다행히 이미 그를 몇 번이고 관통했던 터라 첫 연주부터 퍽 마음에 들었고 이후 협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계’를 연주했다.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베를린, 뉴욕 등에서 호흡을 맞춘 무대가 특히 손꼽히는 명연주로 회자된다. 13일 광주와 14일 전남 여수에서 내셔널 솔리스텐 앙상블과도 이 곡을 연주한다. 이렇게 그와 오랜시간 함께 한 피아졸라의 100번째 생일 무대를 장식하게 됐으니 “정말 특별하다”며 들뜰 수밖에 없다. “처음 연주 일정을 들었을 땐 피아졸라 생일인 줄 몰랐는데, 뒤늦게 보니 마침 딱 100번째 생일이더라고요. 영광이에요.”스위스 바젤심포니오케스트라 악장을 지내고 유럽 무대에서 솔리스트로 활약하며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했지만 그는 피아졸라 전문 연주자로 사랑받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멘델스존, 시벨리우스도 많이 연주했지만 특히 국내 관객들은 피아졸라를 좋아해주셨다”면서 “클래식 연주자로 좀더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곡들은 무대에 나갈 때 약간의 긴장이 있지만 이 곡은 무대가 열리자마자 25분 신나게 한바탕 놀다 들어오면 끝난다”는 것도 그간 에너지 가득한 무대로 관객들과 호흡을 쌓은 결과다. 윤소영은 본격적으로 피아졸라에 대한 애정을 다져간다. 유럽에서 만난 클래식 기타, 피아노, 더블베이스, 반도네온 연주자들과 앙상블을 꾸려 피아졸라 작품 11곡을 직접 편곡해 ‘세상에 없던 피아졸라’를 앨범에 담기로 했다. “앨범이 나오면 올 가을에 한국 투어를 갖고 탄생 100주년을 더 특별하게 꾸미고 싶다”는 그의 목소리에 간절함이 담겼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서울시의회 항공기 소음 특별위원회, 업무보고 실시

    서울특별시의회 항공기 소음 특별위원회(위원장 이호대, 구로2)는 제299회 임시회 기간인 지난 5일 제2차 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기후환경본부(환경정책과) 및 서울시교육청(교육행정국)으로부터 항공기 소음 대책 등에 관한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날 업무보고에는 항공기 소음에 피해를 입고 있는 서남권 지역의 소음대책사업 및 주민지원사업에 대한 추진실적을 점검하고, 향후 지역주민 중심의 소음대책 마련과 지원사업 확대 등에 대한 다양한 질의와 응답이 이어졌다. 특별위원회 위원들은 “현재 소음영향도(웨클) 수치에 따라 소음대책지역과 인근지역으로 지정하여 항공기 소음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데 웨클의 법적 최소기준을 더 낮추어 항공기 소음 피해지역을 폭넓게 인정해야 하며, 항공기 소음 유발의 원인 제공자로 볼 수 있는 국토교통부가 소음측정까지 하는 것은 측정에 대한 신뢰성이 의심되므로 환경부 등 다른 국가기관이 소음 측정을 하도록 이원화 시키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등에 따른 소음대책지역 지정기준은 소음영향도 75이상 95미만, 인근지역은 70이상 75미만으로 규정되어 있다. 즉 소음영향도 70미만인 지역은 항공기 소음 피해 관련 사업의 지원을 거의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밖에, “항공기 소음피해에 대한 주민 및 학교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다양한 대책 마련을 함께 고민해 줄 것을 제안하고, 방음시설·냉방시설 설치 등 시설개선과 더불어 피해 주민과 학생들의 스트레스 및 정서적인 피해에 대한 선행연구 등도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호대 위원장은 “오늘 업무보고에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서울시교육청이 함께 참석하여 학생들의 항공기 소음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소음영향도 기준치에 따라 소음대책지역 등을 지정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소음영향도의 최소 기준을 낮추는 제도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이를 통해 항공기 소음 피해에 대한 보상지역이 더욱 확대되어 주민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 강화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소음영향도(웨클 : WECPNL, Weighted Equivalent Continuous Perceive Noise Level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권고한 항공기 소음 측정 단위이며 dB(데시벨)로는 항공기 소음에 포함되어 있는 고주파 소음측정이 곤란한 것을 보완하여 고주파 가중치를 둔 단위
  • “日국민 10명 중 7명 원전 반대…후쿠시마 비극, 또 터질 수 있어”

    “日국민 10명 중 7명 원전 반대…후쿠시마 비극, 또 터질 수 있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유례없는 원전 사고가 올해로 10년을 맞는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규모 9.0 강진과 쓰나미는 센다이현과 후쿠시마현 등 동일본 지역을 한순간에 쑥대밭으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다. 쓰나미로 인한 정전으로 후쿠시마현 바닷가에 자리잡은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 냉각장치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노심용융(멜트다운)과 수소 폭발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방사성물질이 대량 유출되고 숱한 피난민이 나왔다. 원전의 안전성을 다시 생각하고, 더 나아가 탈원전을 이뤄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지만 일본 정부는 논의 자체에 소극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이 겪은 충격과 비극은 한국에서도 언제라도 벌어질 수 있다. 한국 역시 현재 24기에 이르는 원전을 가동 중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험과 고민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지 일본을 대표하는 반핵 운동가로 국제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반 히데유키(70)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대표와 지난 5일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반 대표는 생활협동조합운동을 거쳐 1990년부터 탈원전을 위해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인 원자력자료정보실에서 일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원자력 정책, 특히 방사성폐기물과 후쿠시마 원전 문제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탈원전 운동가다. 한국도 여러 차례 방문하는 등 한일 간 민간 교류도 활발히 펼치다 2013년 4월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하는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최근 일본에서 또다시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10년 전 악몽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피해를 입은 이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는 등 지울 수 없는 상처로 고통받고 있다. 아직도 4000여명이 고향에서 떨어져 지내야 하는 피난민 신세다. 직접 피해를 입지 않은 이들 역시 원전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느끼고 있다. 후쿠시마현에서 생산한 물품은 사지 않고 피하는 사람이 지금도 많을 정도다. 여론조사를 해 보면 대체로 70~80%는 원전을 반대한다고 답한다.” -원전 사고 이후 일본에서 반핵운동이 활발해졌다. “원전 재가동 반대 투쟁과 재생에너지 확대 운동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가동 중지를 주장하는 재판 투쟁이 활발해졌다.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생활권 침해와 고향 상실로 인한 손해를 법원이 인정하기 시작했다. 2020년 9월 후쿠시마 사고 주민 3650명이 도쿄전력을 상대로 제기한 ‘생업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데 이어 2020년 12월 오이원전 재가동 승인 취소 판결도 나왔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피난 대책이 없으면 재가동 허가를 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를 압박하는 활동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월 19일에는 도쿄 고등법원에서 원전 주변 주민들을 위한 대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도 나왔다. 도쿄전력 경영진 3명을 형사고발한 재판은 1심에서 패소하긴 했지만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전면 전환과 지역에 필요한 전기를 각 지역에서 생산하자는 활동도 벌어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안전 문제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당시 간 나오토 총리가 이끌던 민주당 정부는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시키고 원전을 단계적으로 철수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하지만 민주당 안에서도 탈원전 흐름에 저항하는 이들이 존재했던 데다 2012년 선거 패배로 더이상 진전된 결정을 내놓지 못했다. 원전 안전과 관련해서는 자연재해나 테러 대비 등에서 더 엄격해졌다. 예를 들면 후쿠이현 오이원자력발전소 재가동과 관련해 오사카 지방재판소가 지난해 12월 4일 내진 설계 등 안전 문제를 이유로 위법하다고 판결을 내렸다. 그런 영향으로 원전 관련 비용은 급속히 올라갔다. 이제는 아무도 ‘원전은 저렴하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됐다.”-현재 일본 자민당 정부의 원전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아베 신조 내각이나 현 스가 요시히데 내각 모두 원전과 관련해 모순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원자력 발전 의존도를 줄이겠다거나, 2030년까지 신규 원전 건설은 없을 것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말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원자력 규제 위원회가 허가한 원전은 재가동한다고 한다. 그 결과 민주당 정부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가동을 전면 중단했던 원전 가운데 9기가 재가동 중이다. 정부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제로를 선언했지만 구체적인 실현 방법과 관련해서는 정부 부처 안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특히 경제산업성에서는 여전히 원전 부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자민당은 원전 문제 자체가 공론화되는 걸 피하려 한다.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공산당, 자유당, 사회민주당 등 4개 정당이 공동으로 2018년 3월 11일 탈원전 기본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자민당이 논의를 회피하면서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원전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원전에 대한 미련이 강한 것 같다. “정부에서는 탄소 저감을 위해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걸 국민들에게 알리려 한다. 향후에는 정부 및 원자력 산업계가 원전 유지 캠페인을 전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정부가 원자력 산업계(특히 원자력 발전소 제조업체)를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 원자력 산업계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전력 업계는 정부에 대한 압력과 함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원자력 산업계에 협력하는 의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전력회사 노동조합 연합체인 ‘전력노련’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전력노련은 탈핵으로 가면 자신들이 실업자 신세가 되지 않을까 우려해 원전 추진 입장을 취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에는 원전 반대를 내세우는 의원이 있으면 아예 상대 후보를 집중 지원하거나 자신들 입맛에 맞는 후보를 내세워 낙선시켜 버리는 사례도 많았다. 지금도 자민당 안에서는 전력회사나 전력노련 지원을 받아 당선된 의원들이 일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전력족’은 지금도 원전 재추진 입장에서 움직이고 있다. 정부 안에서는 경제산업성과 자원에너지청을 중심으로 완고하게 원전에 치우친 정책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앞으로 상황 변화에 따라 원전 정책이 과거로 회귀할 수도 있겠다.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일단 국민 여론이 원전에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언론 지형 역시 원전에 우호적이진 않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 원자력 추진 입장이던 주요 미디어 가운데 아사히, 마이니치, 주니치는 완전히 탈원전으로 입장을 바꿨다. 요미우리나 니혼게이자이 역시 원전 추진을 지지하진 않게 됐다. 게다가 정치권에서도 변화가 있다. 아직 소수파이긴 하지만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 대신을 비롯해 자민당 안에서도 탈원전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지난해 12월에는 현직 자민당 의원이 탈원전을 주장하는 책을 출간한 일도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여야를 아우르는 초당파 의원 모임인 ‘원전제로 모임’에 약 10%의 국회의원이 회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는 ‘원자력 발전 제로·재생에너지 100 모임’으로 이름을 바꿔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일본은 에너지나 지하철 등 중요 기간산업이 민영화돼 있는데. “철도가 민영화되면서 이용객이 줄어든 노선을 폐지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있었다. 현재 일부 지자체는 수도 민영화에 나서고 있다. 민영화가 되고 나면 수도관 교체 등 인프라 정비가 제대로 된다는 보장이 없다. 수도관 누수가 많아지거나 도로 함몰 등도 생길 수 있다. 전력 민영화는 이미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뤄졌다. 다만 공익사업이란 점을 고려해 한 지역에 한 전력회사만 허용하는 식으로 지역 독점을 인정하고 전기요금은 허가제로 하는 등 엄격한 제한이 존재했다. 그러다 1995년부터 서서히 전력 자유화가 진행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소비자가 전력회사와 계약을 할 수 있게 되는 등 전력의 완전 자유화가 됐다. 이제 발전 사업은 신고제다. 새 전력회사가 자꾸 생겨나고 있다. 그중에는 이익을 위해 석탄 화력 발전 사업을 추진하는 곳도 있고,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생산하는 곳도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는 에너지 회사를 선택하거나, 집에 직접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등 움직임이 강해진 건 다행스럽다.” -일본의 경험은 한국에 적잖은 시사점을 주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정부 차원에서 구성한 사고조사위원회 하타무라 요타로 위원장은 ‘사고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명언을 남겼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 주민들에게 초래한 고통과 아직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안타까움, 장기간에 걸친 방사능 오염, 폐로에 몇십조엔이 드는 경제적 피해 등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비극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손해배상이나 오염 지역 제염을 포함해 정부가 추산한 비용은 22조엔(약 229조원)이지만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최소 30조엔, 최대 80조엔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웃 나라인 한국에 사는 이들이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냉정하게 직시해 주면 좋겠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 양국 시민들이 협력해 탈핵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반복되는 개물림 사고…진짜 문제는 개주인 [김유민의 노견일기]

    반복되는 개물림 사고…진짜 문제는 개주인 [김유민의 노견일기]

    최근 가평의 한 공원에서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로트와일러가 반려견과 산책 중이던 남성을 공격했다. 피해 남성은 로트와일러를 떼어내려다 손과 얼굴을 물려 크게 다쳤다. 순식간에 배를 물린 남성의 강아지는 다친 부위를 봉합하고 치료 중이다. 논란이 일자 로트와일러 견주는 경찰에 스스로 연락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맹견 보호자는 바깥 나들이시 2m 이내의 목줄과 입마개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과 관련, 그는 “집에서 출발할 때는 입마개와 목줄을 착용했지만 한적한 곳에서 잠시 입마개를 풀었다가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로트와일러 견주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에도 은평구 불광동에서 입마개를 채우지 않은 로트와일러가 이웃의 반려견 스피츠를 물어 죽인 사건이 있었다. 로트와일러가 스피츠를 사망에 이르게 한 시간은 불과 15초였다. 개물림 사고…개도, 사람도 위험하다 모든 개는 물 수 있다. 사고는 특정 견종에 한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순하다고 알려진 품종도 사람이 만든 환경에 의해 공격성을 지닐 수 있다. 좁디좁은 공간, 짧은 목줄에 묶여 산책 없이 살아가는 건 어떤 생명에게도 고통이다. 물건을 사듯 개를 사고 사회화 과정도 없이 방치하면 개의 스트레스는 사람에게 향한다. 70대 여성의 다리를 공격했던 핏불테리어는 개 8마리와 함께 녹슨 쇠사슬로 쇠말뚝에 묶여 있는 상태였다. 쇠사슬이 풀린 개가 피해 여성에게 달려들었고 개의 주인은 법정 구속됐다. 산책로를 걷던 40대 부부를 공격한 개들은 개 주인이 산짐승을 사냥한다며 사육해 온 개였다. 짧은 줄에 묶거나 철장에 가둬 개를 기르는 것은 공격적인 성향을 극대화하는 사육방식이다. 이렇게 사람을 두려운 존재로 인식하게끔 개들을 기른 개 주인의 부주의로 목줄이 풀리거나 철장이 열리기라도 하면 낯선 사람과 마주쳤을 때 사고가 나기 쉽다. 한밤중에 벌어진 문틈으로 나와 도심 주민들을 습격한 도고 아르헨티노는 사냥개 특성이 강한 품종임에도 개 주인이 사회화 훈련을 시키지 않았다. 생후 3주부터 12주 사이에 산책을 통한 사회화가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이상행동을 막는 최고의 훈련이 이때 이뤄진다고 강조한다. 때를 놓쳤지만 함께 살아가려 한다면 전문가를 찾아 행동교정을 받아야만 한다. 제대로 된 환경도, 교육도 없이 개를 키우는 사람으로 인해 사람이 다치는 것이다.안전수칙·보험가입… 법 개정됐지만 소방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개 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는 8448명이다. 사람이 개에 물리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맹견’임을 강조한 언론 보도가 쏟아진다. 어디서부터 맹견이고, 맹견이면 무조건 사람을 무는 걸까. 왜 물었는지,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지보다 얼마나 다쳤는지 묘사하기 바쁜 보도들은 공포심만 부추긴다. 수년째 발생하는 개 물림 사고를 막기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법을 개정했다. 지난달 12일부터 시행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맹견 소유자는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이를 어길시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바일러 등 5종이다. 보험가입은 어디까지나 사후처방일 뿐이다. 맹견 보호자는 산책시 입마개와 1.2~2m의 짧은 줄을 꼭 챙기고 마당 정원에서 기르는 경우 이중문으로 대비해야 한다. 엘리베이터에서는 품에 안는 등 다른 개나 사람과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12조는 맹견 소유자가 맹견 사육 방법, 안전 관리, 동물보호 교육을 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맹견 외 모든 반려견도 목줄 착용 등 안전 관리의 의무가 있다. 이를 위반해 반려견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견주에겐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개물림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면 견주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개물림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수칙’은 △‘크르릉’ 소리는 공격신호이므로 짖지 않고 노려보는 개를 조심한다 △뛰거나 소리를 지르면 공격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에 침착하게 천천히 걸어서 벗어난다 △물렸을 땐 즉시 비눗물로 잘 씻은 후 알코올로 소독하고, 병원에 가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등이 있다.당신은 개를 키울 자격이 있습니까 영국은 1991년 위험한 개법(Dangerous Dogs Act)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핏불테리어·필라브리질러·도사견·도그아르젠티노 등의 맹견을 특별통제견으로 분류했다. 사육하기 위해서는 특별자격증과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프랑스 역시 맹견을 키우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하는 일종의 면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와 뉴질랜드는 맹견 관리 자격증 제도를 도입해 위험한 개를 다룰 수 있는지, 적절한 사육 환경을 갖췄는지 등을 검토해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만 맹견을 키울 수 있는 자격증을 발급한다. 독일은 주마다 다른 법률을 채택하고 있는데, 함부르크·베를린 주 등은 반려견 관련 지식을 시험으로 치르는 반려견 면허 시험을 시행하고, 통과한 사람들에게는 반려견 산책줄 착용 의무를 제한다. 니더작센주는 모든 견주에게 반려견 면허 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또 맹견의 종류를 1·2급으로 분류해 크게 19종으로 관리하는데, 이중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잉글리시 불테리어 등 위험성이 큰 4개 종은 일반인의 소유 자체를 금하고 있다. 개에 대한 이해도, 교육도 없이 특정 품종에 대한 취향만으로 무작정 키우는 일이 애초에 없어야 한다. 개를 사는 것도, 버리는 것도 쉽지 않게 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고 제대로 키울 수 있게 교육과 검증을 확실히 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개가 어떤 환경에서 길러지는지 통찰할 때다. 국가적 지원과 지자체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나도 실험한다멍”…장애인 과학자 돕는 실험실 조수犬 화제

    “나도 실험한다멍”…장애인 과학자 돕는 실험실 조수犬 화제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화학 실험실에는 조금 특별한 연구조수가 있다. 아침 9시만 되면 어김없이 보호장비(PPE)를 갖춰 입고 나타나 조용히 한 구석에 자리 잡는 녀석은 다름 아닌 조이 램프(56) 연구원의 안내견 샘슨이다. 샘슨은 램프의 안내견으로서 실험실 연구조수도 겸하고 있다. 말 조련사였던 램프는 2006년 승마 사고로 장애를 얻었다. 안와, 광대뼈, 턱뼈, 쇄골, 척추뼈까지 무려 23곳이 골절됐으며, 뇌도 크게 다쳤다. 전두엽 앞쪽 전전두피질(PFC) 문제로 몸 왼쪽 신경이 영구 손상됐다. 사고 이후 신경과학에 관심이 생긴 그녀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신경과학 분야에서 2개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일리노이대학교에서 박사과정에 돌입했다. 하지만 장애는 연구에 걸림돌이었다. 몸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탓에 이동성에 제한이 생기자 그녀는 안내견 ‘샘슨’을 연구조수로 영입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징후까지 알아차릴 만큼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샘슨은 실험실에서도 척척 보조를 맞추었다. 램프는 “실험하다 뭔가를 떨어뜨리면 곧장 내 옆으로 온다. 그 덕에 나는 샘슨에게 기대어 물건을 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샘슨이 실험실 조수견이 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한 번도 실험실에 개를 들인 적이 없어 관련 지침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램프는 “안내견이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개라는 사실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연구실에 개가 드나든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학문 정진을 위해선 안내견 도움이 절실했던 만큼 그녀는 정교한 지침을 마련, 지지를 끌어냈다. 안내견이 사람과 동일한 실험용 보호장비(PPE)를 착용하고, 늘 사람 시야에 있는다는 조건으로 실험실 출입을 허가받았다. 이에 따라 샘슨은 실험실 동선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 4시간 동안은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명령에 따라서만 움직이도록 훈련해야 했다. 램프는 “보호장비 적응을 위해 샘슨은 일정 기간 보호장비 착용을 생활화했다”고 덧붙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실험복과 덧신, 고글 등 보호장비를 완벽 장착한 샘슨은 이제 어엿한 실험실 일원이다. 연구조수로서는 손색없는 안내견이 됐다. 램프는 자신과 샘슨의 사례가 전 세계 대학 실험실 안내견 도입에 참고할 만한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 램프는 “장애인도 과학을 공부하고 싶을 수 있다. 신체적 장애라는 벽에 부딪혀 좌절하지 않고 실험과 연구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샘슨 도움 없이 나는 연구나 실험을 할 수 없을 거다. 안내견은 매우 높은 수준의 훈련을 받는다”며 장애인의 과학 접근성을 높이는데 안내견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램프는 “보호장비를 착용한 안내견을 단순히 귀엽게만 보고 지나치지 말고, 실험실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실험실 안내견 제도에 익숙해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과중한 업무에 짓눌렸나…‘한강 투신’ 공무원 두달 만에 발견

    과중한 업무에 짓눌렸나…‘한강 투신’ 공무원 두달 만에 발견

    지난 1월 한강으로 투신한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이 두 달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이달 3일 오후 2시 40분쯤 한강 잠실대교 인근을 수색하던 119특수단 광나루 수난구조대가 구청 소속 공무원 A(34)씨 시신을 찾았다. A씨는 지난 1월 6일 오전 7시쯤 강동구 광진교에서 투신했다. 유서를 남기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월 임용된 A씨는 구청에서 불법 주정차 단속 과태료 업무를 맡아 약 6000건에 달하는 민원을 처리해왔다. 그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민원 처리 과정에서 겪은 고충을 여러 차례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윤씨의 업무 부담과 극단적 선택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있다. 한편 전국공무원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고인의 죽음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따른 ‘업무상 재해 사망’으로 인정돼 순직 처리돼야 한다”면서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빛나는 조연’ 문성곤 살린 예비 장인의 ‘빛나는 조언’

    ‘빛나는 조연’ 문성곤 살린 예비 장인의 ‘빛나는 조언’

    농구 선수라면 누구나 화려한 득점으로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는 없기에 누군가는 궂은 일을 도맡아 팀원을 살려야 한다. 코트 위에서 문성곤(28·안양 KGC)이 빛나는 방법이다. 지난 시즌 ‘최우수 수비상’을 받았을 정도로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뽐내는 문성곤이 공격력까지 살아나며 팀의 3연승에 힘을 보탰다. 시즌 평균득점이 5.6점에 불과하지만 휴식기 이후 치른 3경기 중 2경기에서 두자릿수 득점을 넣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문성곤은 4일 “요즘 내 정체성을 찾았다”는 알쏭달쏭한 말로 비결을 밝혔다. 문성곤이 밝힌 정체성은 다름 아닌 수비다. 문성곤은 “무리하게 공격에서 몇 점 넣겠다는 것보단 내가 잘하는 수비를 하다 보면 공격 찬스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그전엔 공격에 대한 생각이 많아서 무리했던 것 같다”고 했다. 자신도 많은 득점으로 승리를 이끌고 수훈 선수로 뽑히고 싶은 마음이 컸다. 고려대 재학시절까지 공격력으로 이름을 날린 선수였지만 프로에선 아무리 수비에서 잘해도 드러나지 않는 날이 훨씬 많았다. 팀이 부진할 때면 포워드 득실마진이 커서 진다는 비난도 스트레스였다. 수비에 온 힘을 쏟는 문성곤으로서는 허탈했다. 공격에 대한 자신의 역할을 두고 심경이 복잡해진 이유다. 문성곤은 “그러면 안 되지만 휴식기 전에는 공격을 좀 내려놨던 것 같다”면서 “찬스가 와도 슛을 안 쏘고 공격을 제대로 못 했다”고 했다. 본인 때문에 진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도 컸다. 주변 사람들이 ‘경기 뛰는 게 신나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할 정도였다.깊었던 문성곤의 고민을 덜어준 사람은 다름 아닌 예비 장인이다. 전 피겨스타 곽민정(27)과 오는 5월 결혼하는 문성곤은 “민정이 아버님이 확률을 믿으라고 얘기하셨다”면서 “‘어차피 3점슛 3개 쏘면 평균 1개는 들어가지 않겠느냐’며 내 플레이의 확률을 믿으라고 하신 게 도움이 됐다. 그 확률을 믿고 여유 있게 쏘고 있다”고 했다. 공격도 잘 풀리다 보니 장기인 수비도 잘됐다. 3경기 동안 기록한 스틸 11개(평균 3.67개), 리바운드 19개(6.33개)는 모두 시즌 평균 기록보다 1개 이상 높은 수치다. . 공격 욕심이 날 법도 하지만 문성곤은 여전히 수비수로서 자신의 역할을 되새겼다. 문성곤은 “대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에 갔다가 수비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그때부터 상대 에이스는 늘 내가 막았다”며 “수비는 나에게 아주 큰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수비에서 제 몫을 해줄 때 다른 선수들이 공격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안다. 경기당 평균 1.8스틸(4위)을 기록 중인 ‘스틸 잘하는 포워드’ 문성곤은 KGC의 ‘뺏고 또 뺏는’ 농구의 핵심이다. 김승기(49) 감독도 “성곤이는 수비에 워낙 대단한 능력이 있어 어느 감독이든 안 좋아할 수 없는 선수”라며 “모든 수비가 다 되는 선수인데 요즘 자기 할 일을 정확하게 하다 보니 공격도 살아나고 있다”고 칭찬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자동차 극장서 BTS 관람… ‘문화 다이너마이트’ 구로

    “자동차 극장에서 방탄소년단(BTS) 공연 보면서 코로나19 스트레스 날리세요.” 서울 구로구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심신이 지친 주민들을 위해 자동차 영화관을 운영한다고 4일 밝혔다. 구는 감염에 대한 걱정 없이 안전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이번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자동차 영화관은 오는 26~27일 이틀간 오후 7시 30분에 안양천 주차장(신도림동 285-34)에서 운영된다. 관람객들은 자동차 안에서 야외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편안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구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세계적인 그룹 BTS의 콘서트 실황 영상을 준비했다. 26일은 BTS 월드투어의 포문을 여는 서울 콘서트를 담은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 27일에는 BTS의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인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런던’을 상영한다. 관람을 원하는 주민들은 5일 오후 8시부터 구로구청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회차별로 차량 80대씩 총 160대를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더 많은 구민들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차량 1대당 최소 2명은 탑승해야 신청이 가능하다. 관람료는 무료다. 구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차량 간 거리를 충분히 확보하고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손소독과 비접촉 체온계로 발열 체크할 예정이다. 안전요원도 배치하고 주민들을 위한 구급약품도 비치한다. 구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주민들이 안전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빛나는 조연’ 문성곤 살린 예비 장인의 ‘빛나는 조언’

    ‘빛나는 조연’ 문성곤 살린 예비 장인의 ‘빛나는 조언’

    농구 선수라면 누구나 화려한 득점으로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는 없기에 누군가는 궂은 일을 도맡아 팀원을 살려야 한다. 코트 위에서 문성곤(28·안양 KGC)이 빛나는 방법이다. 지난 시즌 ‘최우수 수비상’을 받았을 정도로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뽐내는 문성곤이 공격력까지 살아나며 팀의 3연승에 힘을 보탰다. 시즌 평균득점이 5.6점에 불과하지만 휴식기 이후 치른 3경기 중 2경기에서 두자릿수 득점을 넣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문성곤은 4일 “요즘 내 정체성을 찾았다”는 알쏭달쏭한 말로 비결을 밝혔다. 문성곤이 밝힌 정체성은 다름 아닌 수비다. 문성곤은 “무리하게 공격에서 몇 점 넣겠다는 것보단 내가 잘하는 수비를 하다 보면 공격 찬스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그전엔 공격에 대한 생각이 많아서 무리했던 것 같다”고 했다. 자신도 많은 득점으로 승리를 이끌고 수훈 선수로 뽑히고 싶은 마음이 컸다. 고려대 재학시절까지 공격력으로 이름을 날린 선수였지만 프로에선 아무리 수비에서 잘해도 드러나지 않는 날이 훨씬 많았다. 팀이 부진할 때면 포워드 득실마진이 커서 진다는 비난도 스트레스였다. 수비에 온 힘을 쏟는 문성곤으로서는 허탈했다. 공격에 대한 자신의 역할을 두고 심경이 복잡해진 이유다. 문성곤은 “그러면 안 되지만 휴식기 전에는 공격을 좀 내려놨던 것 같다”면서 “찬스가 와도 슛을 안 쏘고 공격을 제대로 못 했다”고 했다. 본인 때문에 진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도 컸다. 주변 사람들이 ‘경기 뛰는 게 신나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할 정도였다.깊었던 문성곤의 고민을 덜어준 사람은 다름 아닌 예비 장인이다. 전 피겨스타 곽민정(27)과 오는 5월 결혼하는 문성곤은 “민정이 아버님이 확률을 믿으라고 얘기하셨다”면서 “‘어차피 3점슛 3개 쏘면 평균 1개는 들어가지 않겠느냐’며 내 플레이의 확률을 믿으라고 하신 게 도움이 됐다. 그 확률을 믿고 여유 있게 쏘고 있다”고 했다. 공격도 잘 풀리다 보니 장기인 수비도 잘됐다. 3경기 동안 기록한 스틸 11개(평균 3.67개), 리바운드 19개(6.33개)는 모두 시즌 평균 기록보다 1개 이상 높은 수치다. 공격 욕심이 날 법도 하지만 문성곤은 여전히 수비수로서 자신의 역할을 되새겼다. 문성곤은 “대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에 갔다가 수비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그때부터 상대 에이스는 늘 내가 막았다”며 “수비는 나에게 아주 큰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수비에서 제 몫을 해줄 때 다른 선수들이 공격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안다. 경기당 평균 1.8스틸(4위)을 기록 중인 ‘스틸 잘하는 포워드’ 문성곤은 KGC의 ‘뺏고 또 뺏는’ 농구의 핵심이다. 김승기(49) 감독도 “성곤이는 수비에 워낙 대단한 능력이 있어 어느 감독이든 안 좋아할 수 없는 선수”라며 “모든 수비가 다 되는 선수인데 요즘 자기 할 일을 정확하게 하다 보니 공격도 살아나고 있다”고 칭찬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혐오에 또 한사람 잃어…서울시교육청, 성소수자 학생 보호해야”

    “혐오에 또 한사람 잃어…서울시교육청, 성소수자 학생 보호해야”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4일 고(故) 변희수 전 하사를 애도하며 서울시교육청이 원래 계획대로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에 성소수자 학생을 보호하는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과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교육청과 조희연 교육감은 혐오 선동이 아니라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귀를 기울여라”라고 요구했다. 단체들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에는 성소수자 학생을 보호하고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부 보수단체와 종교계에서는 ‘학교가 동성애를 의무 교육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띵동과 무지개행동은 “성소수자 인권교육을 동성애 의무교육이라고 호도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동이야말로 교육을 망쳐놓고 있다”며 “서울시교육청은 혐오에 동조하지 말라”고 말했다. 단체들은 온라인으로 조사한 청소년 성소수자 106명의 요구를 취합해 시교육청에 전달했다.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학교 안에서 교사와 또래 친구들의 혐오발언, 아웃팅(성 정체성이 강제로 공개되는 것), 괴롭힘과 폭력, 혐오 방조로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복과 줄 세우기, 남녀로 구분된 활동 등 성별 이분법적 구조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도 다수 있었다. 이들은 전날 극단적 선택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변 전 하사를 애도하기도 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어젯밤 우리는 또 하나의 사람을 잃었다. 혐오의 칼날이 또 한 사람을 베었다”면서 “혐오 세력에 의해 떠나간 이들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3일 변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성전환수술 이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법정 소송을 이어가던 변 전 하사는 지난달 28일 이후 소식이 끊긴 점을 이상히 여긴 지역 정신건강센터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국방부 “변희수 사망 애도하지만…군 복무 개선 논의는 없어”

    국방부 “변희수 사망 애도하지만…군 복무 개선 논의는 없어”

    국방부가 성전환수술 이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법정 소송을 이어가던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사망 소식에 4일 애도를 표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고 변희수 전 하사의 안타까운 사망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다만 성전환자의 군 복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냐는 질문에는 “현재 성전환자 군복무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고 답했다. 변 전 하사는 전날 오후 5시 49분 청주시 상당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육군 하사로 군 복무 중이던 2019년 11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군에서 계속 복무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군은 변 전 하사에게 ‘장애 3급 판정’을 내려 지난해 1월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이후 변 전 하사는 “다시 심사해달라”며 같은 해 2월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으나, 육군은 “전역 처분은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8월 계룡대 관할 법원인 대전지법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으며 다음 달 15일 첫 변론을 앞둔 상태였다. 그는 사망 전 심리상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김종대의 한반도 시계] 걸핏하면 보직 해임에 고무줄 징계까지

    [김종대의 한반도 시계] 걸핏하면 보직 해임에 고무줄 징계까지

    언제부터인가 우리 군부대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지휘관의 보직을 해임하는 풍조가 당연시되고 있다. ‘보직 해임’이란 사건을 조사해 본 결과 부대장의 지휘 능력에 문제가 있어 더이상 부대를 맡기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이루어지는 조치다. 그러나 국방부와 합참은 군의 경계 실패에 대한 비난 여론에 압도돼 멀쩡한 지휘관을 손쉽게 징계한다. 프로야구팀이라도 감독을 이런 식으로 바꾸지 않는다. 섣부른 인사 조치로 남아 있는 팀워크마저 붕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운명공동체인 군대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최근 북한 민간인이 헤엄을 쳐 강원도 고성 해안에 상륙한 경우는 어떠한가. 군 경계의 사각지대가 존재했고,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실상은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그러나 이것이 지휘관의 문제인지, 아니면 해당 부대가 처한 구조와 기능의 문제인지 심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고성의 22사단은 휴전선이 북쪽으로 급격히 휘어져 올라가기 때문에 육지와 바다의 삼면 100㎞를 경계해야 하는 특이한 지역이다. 임무 수행 환경이 아주 복잡해서 부대원들의 적응이 쉽지 않아 항상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북한 어선 출몰, 원인 모를 해안 철책 훼손, 잦은 감시장비 오작동과 같은 경계의 문제가 수시로 발생하는 최접경 지역이다. 최근에는 부대 구조 개편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이런 사정에 대한 조사와 진단이 채 완료되기도 전에 사단장 보직 해임, 군단장 경고라는 말이 먼저 언론에 보도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7월의 해병 2사단 경계 지역인 강화도 연미정에서 탈북민이 배수로로 임진강을 건너 월북한 사건도 그러했다. 일단 “경계에 실패했다”는 결론을 먼저 내리고 부대의 경계태세를 점검하니까 여러 사각지대가 드러난다. 집중호우로 강가의 뻘밭에는 수많은 새 떼가 오가고 임진강에는 엄청난 부유물이 떠내려오는 상황에서 그중 무엇이 사람인지를 식별할 수나 있었겠는가. 합참은 탈북민 월북 시점의 모든 영상을 검색해 탈북민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찾아내 “감시와 조치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즉시 사단장을 보직 해임했다. 반면 지난해 9월에 연평도 인근에서 해수부 공무원이 바다로 월북한 사건은 어떠했는가. 경계 실패로 말하자면 해병 2사단과 다를 바 없는 사건이다. 한데 북한군이 표류하던 공무원에 대해 총격을 가하는 만행이 부각되는 동안 북한 통일전선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 메시지를 우리 쪽에 전해 오는 급반전이 일어났다. 초점은 북한의 잔악무도함과 남북 군사합의 위반 여부였다. 당연히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도마에 오르자 30시간이나 표류하던 공무원을 발견하지 못한 경계 실패 문제는 슬그머니 뒷전으로 밀려났다. 어떤 군 지휘관도 보직 해임되지 않았다. 정부의 사건 처리의 핵심은 ‘대통령 지키기’였다. 국방부가 지휘관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관성이나 원칙도 보여 주지 못한 채 그때그때 여론에 따라 고무줄 징계를 해 왔다는 이야기다. 군 지휘관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도 문제다. 경계를 잘하는 부대 지휘관이 과연 우수한 지휘관일까? 물론 경계는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큰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고 작전에 실패한 것도 아니라면 얼마든지 보완하면 될 일이다. 온통 경계에만 집중하도록 훈련된 부대는 막상 유사시에 무능하기 짝이 없다. 전투기술을 숙달해 임무를 달성할 수 있는 유능한 군대를 만드는 지휘관이 중요한 것이지 “오로지 경계”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물 샐 틈 없는 완벽한 경계”를 원한다면 차라리 군견에게 전방 경계를 맡기는 것이 낫다. 사람보다 시각과 후각이 뛰어나고 영역 보호에 민감한 군견 300마리면 휴전선 경계는 문제없다. 경계병이 화면에서 이상 물체를 식별하지 못했다고 탓할 바에는 인공지능으로 경보 시스템을 보완하는 대책이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군은 청원경찰이 아니다. 경계는 군 임무의 한 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상상력을 발휘해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오직 사람에게 완벽함을 강요하는 것은 어리석다. 게다가 여론에 따라 지휘관을 처벌하는 이런 악습. 원칙과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
  • 일상이 지치니 뭐니해도, 상상 그대로의 풍경들

    일상이 지치니 뭐니해도, 상상 그대로의 풍경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감염병과의 싸움에서 국면을 전환시킬 방패를 얻은 셈이다. 그간 숨죽였던 해외 관광청들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아직은 ‘지면 여행’에 머물 수밖에 없지만 머지않아 실제 생활여행으로 이어질 것이란 희망이 전해진다.VR로 만나는 홍콩의 숨겨진 명소들 홍콩관광청은 ‘360 홍콩 모멘츠’(360 Hong Kong Moments) 캠페인을 시작했다. 홍콩의 숨겨진 매력을 가상현실(VR) 영상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가운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대표적인 명소 5곳을 꼽았다. 첫 번째는 홍콩에서 가장 높은 552m의 빅토리아 피크 전망이다. 해마다 700만명 이상이 찾는 홍콩의 대표 명소. 고층 빌딩과 숲, 주변 섬 등이 영상에 꽉 찬다. 두 번째는 역사가 담긴 도심 건축물 순례다. 마천루들 사이로 레스토랑으로 변신한 130여년 된 전당포, 전통 주상복합건물인 통라우 등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세 번째는 무역의 중심지 빅토리아 항구다. 고풍스런 느낌의 스타 페리, 스타의 거리, 최근 조성된 문화예술지구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네 번째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이층 전차, 트램이다. 117년 동안 서민의 발이 되어 준 트램은 주민과 여행자에게 ‘느림의 미학’을 선물한다. 특히 춘영 스트리트 마켓에서 노점상들을 양쪽에 두고 통과할 때가 하이라이트다. 다섯 번째는 화려한 네온사인이다. 수많은 네온사인이 모여 있는 ‘야우침몽’(야우마테이, 침사추이, 몽콕)은 가장 인기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샷 포인트다.태국 격리기간에 즐기는 골프 라운딩 태국에선 골프 격리 여행을 시작했다. 태국에서 2주, 자국에서 2주 격리를 감수하는 여행 상품이다. 쉽게 말해 태국 격리 기간에 지정된 6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태국관광청 한국사무소에 따르면 이 상품의 첫 이용자는 한국인 41명이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인 단체가 해외 패키지여행을 떠난 것도, 태국 정부가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받은 것도 처음이다. 지난달 18일 출국한 이들은 치앙마이 등에서 골프를 치거나, 친지 방문 등의 일정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도착 후 사나흘은 호텔 객실 밖으로 못 나온다. 식사도 객실에서 한다. 객실 격리 기간은 방역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격리 기간에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세 번 받는다. 코로나 음성이 확인되면 최대 45일 동안 비자 없이 더 체류할 수도 있다. 태국관광청은 3월부터 매주 목요일 출발하는 골프격리 상품을 진행할 예정이다.그린배지 있다면 이스라엘 여행 OK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역시 빠른 속도로 관광 분야 봉쇄 조치를 해제하고 있다. 이스라엘 관광청 한국사무소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받은 ‘그린 배지’ 소지자는 식당, 스포츠센터 등 다중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여행도 즐길 수 있다. 오는 7일(현지시간)부터는 3차 완화 정책이 시행된다. 백신 접종 전인 ‘퍼플 배지’ 소지자도 일정 부분 상업시설 이용이 가능해진다. 최근엔 예루살렘에서 올해 첫 관광 프로젝트인 ‘예루살렘, 빛을 따라서’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두바이 맛 매력에 푹~ 푸드 페스티벌 ‘중동의 허브’ 두바이는 13일까지 자국 내 최대 미식 페스티벌인 ‘두바이 푸드 페스티벌’을 연다. 두바이 관광청 한국사무소는 “올해는 다국적 요리, 전통 에미라티 음식과 로컬푸드, 이색 레스토랑, 뛰어난 가성비의 요리 등 네 가지를 집중 소개할 것”이라고 전했다.잘츠부르크 웰빙 홀리데이 치유 시작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관광청은 돌소나무(스톤 파인), 꿀, 건초 등 전통적인 치유법으로 즐기는 웰빙 홀리데이를 추천했다. 돌소나무는 흔히 ‘알프스의 여왕’이라 불린다. 소나무의 치유 효과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단단하다는 의미다. 솔 숲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평균 수령 400년 이상의 돌소나무가 가득한 치어벤 코스 트레일이 유명하다. 각 호텔 등에서도 돌소나무 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 건초를 활용한 치유법도 독특하다. 건초에 함유된 아로마와 활성 성분이 관절염, 스트레스 등의 완화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꿀 치유법도 인기다. 몸에 쌓인 독소를 배출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스위스 호반도시 로카르노 동백꽃 축제 스위스 남부의 호반도시 로카르노에선 19~21일 ‘동백꽃 축제’가 열린다. 노련한 정원사들이 화려한 솜씨로 가꾼 250여종의 동백꽃이 전시된다. 동백꽃 외에도 700종에 달하는 꽃들과 만날 수 있다. 에미리트 항공은 코로나 백신을 맞은 승무원들로만 팀을 꾸려 운항을 시작했다. 항공사 측은 “최근 두바이발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항공편의 전 여정을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직원들로만 꾸려 운항했다”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의 자국민 백신 접종 횟수는 세계에서 두 번째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단독] 가게 폐업 자식 빚 떠안고 술 취한 아들에 맞아 숨져… 학대당하는 노년의 苦生

    [단독] 가게 폐업 자식 빚 떠안고 술 취한 아들에 맞아 숨져… 학대당하는 노년의 苦生

    판결문으로 본 코로나와 노인학대 수억빚 두고 잠적한 아들 ‘경제적 학대’ ‘집콕’ ‘홈술’ 영향… 음주 상태 부모 폭행 감염 대유행 시기에 학대 상담도 늘어 “자녀 치부로 여겨 신고·처벌엔 소극적”오명환(71·가명)씨는 아들(45)이 원망스럽다. 오씨는 아들이 지난해 1월 차렸던 식당이 1년도 안 된 같은 해 11월 폐업하면서 모든 것을 잃었다. 아들이 식당을 차린다며 은행에서 공동 명의로 받은 대출금 규모가 수억원에 달한다는 걸 식당 폐업 후 알게 됐다. 아들은 연락을 끊고 잠적했지만 그 빚이 오씨를 압박하고 있다. 이는 노인학대 유형 중 ‘경제적 학대’다. 서울신문이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 20일을 기점으로 노인학대로 기소되고 유죄가 선고된 법원 판결문 14건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로 가해 자녀들의 가정 체류 시간이 늘면서 노인에 대한 학대 행위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4건 중 6건은 지난해 2월 대구·경북 1차 대유행 시기부터 국내 확진자 규모가 1만명이 넘어선 4월까지 두 달간 발생했다. 폭언이나 폭행이 아닌 사망 사건도 2건이 포함됐다. 서울신문이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지난해 전국노인보호전문기관 33곳의 노인학대 상담 건수를 분석해도 동일한 양상을 띤다. 전체 상담 건수는 코로나 확산기와 겹치는 양태가 반복됐다. 국내 1차 대유행 시기인 지난해 2월 29일~3월 21일 상담 건수는 8539건으로, 전년(7227건) 대비 18.2% 늘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시기(3월 22일~4월 19일)부터는 전년보다 20.6%가 폭증했다. 반면 거리두기가 완화된 기간(4월 20일~5월 5일)에는 상담 건수 증가도가 7.7%로 떨어졌다. 원영희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장은 “거리두기가 엄격해질 때마다 가족 구성원이 한 공간 안에서 지내면서 불화와 갈등도 증폭되는 양상과 일치한다”며 “특히 코로나로 경제적 스트레스나 위기를 맞는 경우 자녀들이 부모를 학대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판결문상에도 코로나 ‘집콕’, ‘홈술’의 연관 관계가 나타난다. 유죄가 선고된 노인학대 14건 중 10건이 가해 자녀의 음주 상태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용인에서 어머니 A(95)씨가 술을 먹는 아들을 나무라다 폭행당해 숨졌다. A씨는 146㎝, 43㎏로 왜소한 데다 거동도 불편해 방어조차 불가능했다. 지난해 3월 22일 전남 해남군에서는 술을 살 돈 2000원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년의 아들이 어머니를 구타했다. 14건 중 피해자가 어머니인 경우가 8건, 아버지 5건, 부모 모두가 폭행당한 사건이 1건이었다. 가해자는 아들이 9건으로 많았고, 딸이 1건, 그 외 4건은 판결문상으로 성별이 명시되지 않았다.노인학대는 부모에게는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이지만 현실에서 신고·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해 노인학대 상담 규모뿐 아니라 월별로 집계된 노인학대 판정 건수도 모두 전년 대비 급증했지만 실제로 기소돼 처벌을 받은 건수가 극히 적은 현실을 방증한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년층 부모들이 자녀의 일회성 실수로 치부하며 눈감아 주거나 부끄러운 일이라 여겨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자녀가 전과자가 되는 걸 원하지 않아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는 피해 부모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14건의 판결문 가운데 9건에서 자녀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피해 노인들의 읍소가 기재돼 있다. 아동학대처벌법처럼 학대 발견자에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노인학대를 처벌하는 ‘노인학대 방지 특별법’ 입법도 제기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를 계기로 재난 시기에도 사회의 모든 약자가 고립·방임·학대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노인학대를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가족으로 함께 살아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대 방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한 예방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탐사기획부 : 안동환 부장, 박재홍·송수연·고혜지·이태권 기자QR코드를 스캔하면 ‘2021 격차가 재난이다-코로나 세대 보고서’의 ‘코로나 시대 자본의 두 얼굴’ 등 세번째 디지털스토리텔링 사이트(http://www.seoul.co.kr/SpecialEdition/gapDisaster/section3)로 연결됩니다.
  • 떠난 아들이 남긴 손주 보며 돈 없어도 참고, 아파도 참고… 방구석에 갇힌 노년의 ‘忍生’

    떠난 아들이 남긴 손주 보며 돈 없어도 참고, 아파도 참고… 방구석에 갇힌 노년의 ‘忍生’

    코로나가 키운 경제·심리적 소외감 손주 키우려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실직손가락 통증에도 돈 없어 병원 엄두 못내“생활고에 몸까지 아프니 살아 뭐하나…”‘생계 보루’ 임시·일용직마저 13.7% 줄어 친구·가족도 거리 둔 독거노인은 우울감소득 상·하위 20%의 건강수명 8년 격차“OECD 1위인 노인 빈곤·자살률 더 악화”“아프고 힘들어도 노인 얘기를 누가 들어 주나요. 코로나19로 다 똑같이 힘든데 이 고통이 지나가기만 기다리는 겁니다.” 지난달 3일 만난 최길녀(67·여·가명)씨는 3년 전부터 손가락 마디가 아프기 시작해 빨래나 설거지를 하는 것도 고통스러운 상태다. 하지만 병원에 가지 않아 병명조차 알지 못한다. 최씨는 갑상선암 후유증을 앓고 있는 남편 강명석(69·가명)씨와 함께 사고로 숨진 아들이 남긴 17, 18세 손녀를 돌보는 조손가정 보호자다. 아파트 경비원과 요양보호사로 생계를 잇던 두 부부에게 지난해는 실직과 경제적 빈곤, 질병이 한꺼번에 닥친 힘든 한 해였다. 코로나 시대 노년층 격차는 극명하게 갈린다. 바늘구멍보다 좁은 노인 일자리, 소득 감소에 따른 스트레스와 건강 격차는 육체적·정신적 문제와 연결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 시대의 노년 격차는 ‘소외감’과 ‘박탈감’으로 집약된다”면서 “정부가 지금처럼 노년층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인 노인 빈곤율(2018년, 중위소득 50% 미만 비율 43.4%)과 자살률(2017년 10만명당 47.7명)이 더 심각해지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노인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 인구수)은 2018년 48.6%, 2019년 46.6%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씨는 2019년 질환으로 요양보호사 일을 그만뒀고 남편도 아파트 경비원에서 밀려나 교회에서 청소 등 잡일을 한다. 코로나 전에도 허리띠를 졸라매며 살던 두 부부는 소득이 줄면서 손녀들의 학원도 끊었다. 최씨는 “아이들 학원도 못 보내는데 몸까지 아프니까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극심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조손가정 사례들을 보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보호자인 노인들이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노인들은 생활고와 건강 악화가 겹쳐 상황이 굉장히 악화된다”고 했다. 노년층 건강은 소득에 따라 격차가 뚜렷하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의 건강수명(실제 활동하며 건강하게 산 기간, 2018년 기준)은 평균 73.3세인 반면 하위 20%는 평균 65.2세로 소득 수준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일용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 상황도 노년격차에 한몫을 한다. 저소득·차상위 노년층은 대부분 공공근로나 식당, 건물청소 등 고용 안정성이 낮은 일자리로 생계를 꾸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임시·일용 근로자는 499만 5000명으로 전년 1월 대비 79만 5000명(13.7%)이 줄었다.독거노인들은 사회적 단절감으로 인해 코로나 블루 등 정서적 우울감을 호소한다. 일용직으로 홀로 살고 있는 김철수(60·가명)씨는 “친구들도 서로 만나는 걸 부담스러워하고 외출도 없다”며 “부모님 제사나 명절 때 왕래했던 여동생들도 자주 만나지 못한다”고 했다. 김씨는 2019년 공공근로를 하기 전에 받았던 건강검진에서 담당 의사가 “우울증 초기 증상”이라고 치료를 권했다. 하지만 그는 “일용직 일도 다 끊어졌는데 치료할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되물었다.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독거노인들에 대한 코로나 영향은 실태 파악이 쉽지 않다. 독거노인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의 한 주민센터 담당자는 “월세방이나 고시원에서 사는 노인들의 경우 지자체에서도 별도의 관리가 쉽지 않은 데다 주민센터 직원 1명이 거주지 내 200명 안팎의 독거노인을 담당하는 게 현실이다 보니 제때 지원을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55세 이상 세대별 노동조합인 노년유니온의 고현종 사무처장은 “코로나로 일용직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노년층이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많지 않다”며 “노년유니온 조합원 상당수가 지난해 일자리를 잃은 상태”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QR코드를 스캔하면 ‘2021 격차가 재난이다-코로나 세대 보고서’의 ‘코로나 시대 자본의 두 얼굴’ 등 세번째 디지털스토리텔링 사이트(http://www.seoul.co.kr/SpecialEdition/gapDisaster/section3)로 연결됩니다.
  • “초범에 볼 수 없는 점수…정인이 양모 사이코패스 성향”

    “초범에 볼 수 없는 점수…정인이 양모 사이코패스 성향”

    검찰이 학대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장모(35)씨의 심리분석을 한 결과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근거 중 하나가 됐다. 3일 채널A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해 12월 초 장 씨를 상대로 임상 심리평가를 한 결과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게 나왔다고 보도했다. 장 씨는 이 검사에서 40점 만점에 사이코패스를 진단하는 기준인 25점에 근접하는 점수를 받았다. 범죄심리 분석가들은 20점대 점수가 초범에게 흔히 볼 수 없는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장 씨는 죄책감을 보이면서도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정인이를 잃어 괴로워하면서도 정서적 스트레스는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이런 심리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장 씨의 주된 혐의를 아동학대치사에서 살인죄로 변경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인양이) 죽어가는 과정에 심리적으로 깊게 감정이 없다”며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죄의식이 없다는 차원에서 사이코패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인 양이 고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유모차를 엘리베이터 벽에 밀쳐버리거나,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내버려 두고 외출하는 행위 등에서 이러한 성향을 엿볼 수 있다. 이 교수는 “자기가 필요한 데서는 아부도 잘하고 잘해주고, 필요가 없어지면 그때부터 아주 잔혹한 사이코패스처럼 (행동한다). 과도한 자존감이 있어 TV에도 출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씨 부부는 정인 양이 숨지기 열흘쯤 전인 지난해 9월1일 방송된 EBS 입양가족 특집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화목한 입양가정의 모습을 연출한 바 있다.‘정인이 사건’ 3차 공판…심리분석관·이웃 등 증인 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살인과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모 장 씨와 아동학대·유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부 안 씨의 3차 공판기일을 열고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한다. 검찰은 장 씨의 미필적 고의 입증에 주력하는 가운데 장 씨는 살인 의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안 씨는 지난달 “학대를 알고도 방조한 건 결코 아니다”며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으며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사죄하며 살겠다”고 법원에 두 번째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인이를 부검하고 이후 사망 원인을 재검정했던 법의학자 등은 오는 17일 진행될 4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여기는 남미] “네가 왜 여기까지...” 해수욕장 나타난 초대형 바다거북

    [여기는 남미] “네가 왜 여기까지...” 해수욕장 나타난 초대형 바다거북

    "이번에는 꼭 살려야 돼." 구조대원들은 이렇게 다짐하며 해변으로 달려갔다. 아르헨티나의 해수욕장에서 좌초한 바다거북이 또 발견됐다. 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바다거북은 부에노스아이레스주(州)의 인기 해수욕장인 마르델아호에 모습을 드러냈다. 목격자들은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이 많은 해변에서 무언가 시커먼 동물이 나타났다"면서 "한때 사람들이 혼비백산해 대피하느라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유 없는 소동이었다. 육지로 올라온 녀석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거대한 바다거북이었다. 어디선가 출현한 바다거북은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람들이 바다거북 주변으로 빼곡하게 몰려들면서 거북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복수의 목격자들이 곧바로 신고를 하면서 지역 동물구조반과 민간 동물보호기관인 '마린월드' 구조대가 현장에 출동했다. 구조대는 인파의 접근을 막고 수분을 유지하며 바다거북을 보호센터로 옮겼다. 관계자는 "이 일대 대서양에 서식하는 3대 바다거북 중 1종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녀석"이라고 설명했다. 구조대는 바다거북의 건강상태를 확인한 뒤 바다로 돌려보낼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초 부에노스아이레스주에선 부패하기 시작한 바다거북의 사체가 발견됐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많은 피서객이 몰리는 마르델 플라타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바다거북은 길이 1.30m, 몸무게 90kg의 육중한 덩치를 가진 녀석이었다. 뒤늦게 바다거북 사체가 보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반은 사체를 수습했지만 녀석이 죽은 이유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마린월드 구조대는 "해수욕장에서 다소 떨어진 곳이라 사람의 눈에 띄지 않은 것 같다"면서 "멸종위기의 바다거북을 살리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 세계에 서식하는 바다거북은 모두 7종으로 이 가운데 5종은 주로 남부 대서양에서 새끼를 낳는다. 인터뷰에서 마린월드 관계자는 "멸종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바다거북에 대해선, 특히 새끼가 태어나는 대서양 남해에선 각별한 보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오래된 학폭, 기억의 부활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오래된 학폭, 기억의 부활

    쌍둥이 배구선수의 중학교 때 폭력이 폭로됐다. 자필 사과문을 올렸지만 수습이 되지 않았고 무기한 출장 정지가 됐다. 다른 운동과 연예계까지 퍼졌다. 피해자들이 생생하게 과거의 아픔을 이야기했고, 많은 사람이 격한 반응을 하며 사과와 처벌을 요구했다. 그 과정의 일정한 패턴이 눈에 띈다. 먼저 가해자로 지목되는 사람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관련 정보가 많아지고 유명해진다. 얼마 안 있어 꽤 오래된 일을 상세히 되살린 피해자가 나타난다. 여기에 대중은 강한 공감으로 반응을 하고, 호감은 강력한 비난으로 반전돼 퇴출이 일어나는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한 밴드의 멤버나 매니저의 학폭 관련 사건도 비슷했다. 쌍둥이 자매도 방송 출연과 소셜미디어 활동을 했고, 같은 팀 선배를 암시하며 “갑질과 괴롭힘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란 글을 올려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같이 보였다. 이것이 피해자가 “본인이 과거에 했던 행동을 잊고 있는 것 같아서”라며 나서게 되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여기에 대해 십 년도 지난 과거의 일을 왜 굳이 지금 꺼내는지 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잘나가는 게 부러워서라는 억측도 한다. 더욱이 양측 당사자가 기억하는 내용이 한참 다르니 말이다. 가해자는 자기가 한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지냈고, 피해자는 십 년이 넘게 오랫동안 잊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억누르고 있었을 뿐. 그것은 사건이 벌어지던 시기의 감정 유무에 기인한다. 가해자에게 당시 괴롭힘은 하나의 놀이였고, 스트레스를 푸는 일이었다. 일상적이니 시간이 지나서 곧 소거가 돼 버렸다. 그들에게는 노래방에 갔던 주말 저녁, 맛있는 식사를 한 날 정도의 일이었을 것이다. 뇌는 일상적 정보는 저장장치에서 삭제해 버린다. 반면 피해자에게는 같은 상황이 심각한 트라우마였다. 생존과 관련한 경보장치를 작동시키는 일이었을 것이다. 부정적 감정과 연관된 기억은 오래 남고 잘 지워지지 않는다.사건 기억은 해마에 저장되지만 감정 기억은 편도에 저장돼 사건이 일어난 날짜가 지워진다. 날짜가 저장되면 시일이 지나 오래된 것은 지울 수 있다. 반면 언제 일인지 정보가 없으면 그 일은 언제나 생생하다. 언제든지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즉각적으로 마치 지금 벌어지는 일같이 대응할 수 있기 위해서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환자들이 사건 순간을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같이 경험하는 ‘플래시백’ 현상도 같은 과정이다. 거기다 실패, 좌절, 상처와 관련한 사건은 더 세세한 정보를 저장한다. 위험해질 만한 상황을 잘 피하려면 가급적 잘 기억해야 하니 말이다. 이렇게 감정과 함께 저장됐던 사건은 유명인으로 인터넷에 나타나면서 어디서든 눈에 보이고, 억눌러 왔던 기억이 멀리서 소환된다. 십 년이 지난 일이라도 어제 일어난 일같이 생생하게. 이것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건에 대한 기억의 차별성 메커니즘이다. 가해자는 까맣게 잊고 지나간 사건이고, 이렇게 자세하다면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면서 강력히 반박하기도 힘든 기억의 파편들만 남아 있으니 말이다. 영화 ‘올드보이’의 오대수는 왜 갇혔는지도 모른 채 15년 동안 만두만 먹었다. 나중에야 비로소 그가 학교에 다닐 때 퍼뜨리고 다닌 이야기가 이진우의 누나를 자살하게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는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기억의 비대칭성을 이해해야만 피해자의 아픔과 지금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다. 왜 십 년이나 지난 일을 지금 끄집어내냐고, 시기와 질투 때문에 하는 폭로가 아니냐는 말은 삼가야 한다. 더욱이 학생 시절의 폭력은 수준의 차이가 있을 뿐 아주 많은 사람이 직접 피해 당사자가 돼 보았거나, 간접적으로 피해자를 무력하게 지켜본 기억이 남아 있다. 그래서 이런 폭로에 대해 폭발적인 공감적 반응을 하게 된다. 나는 이 일이 힘센 학생들에게 중요한 메시지가 됐으면 한다. 지금 너희는 재미로 스트레스 푼다고 하는 행동일 수 있어. 졸업하고 십 년 지나면 완전히 잊어버리겠지. 그렇지만 잘나가게 되면 재미로 했던 일이 너희 인생의 발목을 잡을 거야. 지뢰가 터지듯이 말이야. 그 지뢰는 너희가 묻어 놨던 거야. 그러니 지금 친구들 괴롭히지 말고 착하게 지내자.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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