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심취의 세 요소
타탕탕 탕.적군 습격,공군 좌측 기습,미사일 기지 파괴,지상군 우측 돌파,방어군 전멸,예비군 출동,타탕탕 탕.
한국 방방곡곡에서 24시간 내내 벌어지는 스타크래프트 전투시나리오다.“스타크…뭐요?”하고 묻는 사람은 구시대의 사람이라고 할 만큼 스타크래프트는 청소년과 젊은 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컴퓨터 게임이다.전자게임방에서만 볼 수 있던 가상 전투가 이제는 호남선 무궁화호기차안에서도 벌어지고 있다.스타크래프트가 만들어 낸 경제효과는 국내서만무려 3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청소년들과 젊은 이들이 이 전자게임에 왜 이 정도로 심취돼 있는가? 심리학 대가인 직친트미할리 박사에 의하면,사람이 무아지경에 이르도록 몰입하는 일에는 세 가지의 요소가 들어 있다고 한다.뚜렷한 목적,공명한 규칙,그리고 실력에 의한 결과이다.이 심취의 세 요소가 있는 일을 할 때는 돈이나명예,권력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해야 할 것이 정확히 있고,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하면 할수록 자신이 발전하는 희열을 느낄 때는 사람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몰두하며,급기야 목숨까지 건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스타크래프트 게임이 바로 그렇지 않은가.게임을 이겼다고 해서 유명해지기는 커녕 돈이 벌리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미친듯이 아까운시간을 게임에 퍼붓는다.이 게임의 목표는 단 한가지,적군의 작전본부를 파괴하는 것.기지와 군부대는 확고한 규칙에 의해 세워지고 움직여진다.그리고 전투결과는 행운이 아니라 전략과 전술 실력으로 판정된다.직진트미할리 박사의 이론을 이 게임에 적용해보니 사람들이 왜 스타크래프트에 폭삭 빠지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스타크래프트 게임이 전세계적으로 300만장 정도 판매됐는데 이중 3분의 1이 한국에서 팔렸다고 한다.그뿐만 아니라 한국인이 스타크래프트 세계 챔피언이라고 한다.왜 하필 한국이고 한국인일까? 왜 요즘 젊은 한국인들은 현실 세상은 시큰둥하게 살면서 가상공간에서는시간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살고 있을까? 혹시 스타크래프트라는 가상공간에 있는 심취의 세 요소가 ‘한국 사회’라는 현실공간에는 없는 것이 아닐까?한국사회와 스타크래프크를 비교해 보자.
스타크래프트에는 명백한 목표가 있다.한국 사회에는 어떤 목표가 있는가?정부가 외치고 있는 국제화,세계화,제2건국이라 하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누구를 위한 것인지,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지 한결같이 알쏭달쏭할 뿐이다.
스타크래프트에는 공명한 규칙이 있다.반대로 한국 사회의 규칙은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다.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으니 말이다.
스타크래프트는 실력이 결과를 좌우한다.과연 한국 사회에서 잘 살고 못사는 것이 노력의 대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느날 일어나 보니 졸지에 갑부나 고관이 되어 있거나,눈 깜박할 사이에 길거리 나앉게 되는 일도 허다하지않은가.
한마디로 한국인들은 재미없는,심취하려야 할 수 없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그래서 수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가상세상으로 떠나버리는 것이 아닐까.그리고 그곳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인이 가상 세계만 제패하고 있지는 않다.사람을 심취하게 하는 세 가지 요소가 들어있는 분야에서는 많은 한국인이 세계 정상급에서 활약하고 있다.올림픽 스포츠만 아니고,기능올림픽과 두뇌 올림피아드(바둑,장기 등)도 한국인이 매년 단골로 정상을 휩쓰는 분야다.예술도 우리 한국인이 한 몫 한다.
그러나 한국인은 잡기에만 능한 민족이 아니다.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목표를 세우고,공정한 규칙을 따르고,실력과 노력에 따라 보상받는 제도를 구축한다면 한국인이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으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믿는다.
[趙璧 미시간공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