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춘문예 시 당선작] 반려울음/이선락
슬픈 시를 쓰려고 배고프다, 썼는데 배곺으다라 써졌다곺 뒤에 커서를 놓고 백스페이스키를 누르자 정말 배가 고팠다
뱃가죽이 등에 붙어버렸나? 배가 깜박거리기 시작했다고프다, 쓰자 배가 없어졌다. 등이 구부러지는, 굴절된 뼈 같은 오후
그래, 슬픔은 늘 고프지어딘가가 고파지면 소리 내어 울자, 종이 위에 옮겼다
*
세면대 위에 틀니를 내려놓듯 덜컥, 울음 한마디 내려놓고 왔습니다그뿐인가 했더니옆구리 어디쯤에 쭈그리고 있던 마음, 굴절되어 있네요
거품을 집어삼킵니다 씹어도 건더기라곤 없는 튀밥혓바닥이 마르고, 버썩거립니다
그래요, 뭐든 버썩거릴 때가 있어요 잠깐 눈 돌리면쏟아지기도 하고…
난 수년 전 아이 몇몇 쏟아버린 적도 있어요
그땐 내 몸도 깡그리 쏟아졌던 것 같아요 마지막 손톱을 파낼 땐눈에도 금이 가고 있었죠
‘얘야, 눈빛이 많이 말랐구나 눈을 새뜨고 있는 게 아니었어’ 내가,
‘손가락을 흘리고 다니지 말랬잖아요 근데 왜 까마귀 목소리가 흘러나오는지…’ 보송보송 털이 난 꿈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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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프단 얘긴 줄 알았는데, 그림자 얘기였어
부품해진 그림자론 날아오를 수 없다, 어떤 돌은 그림자도 생겨나지 않는다, 죽은 후론 배꼽도 떠오르지 않는다, 쏟아졌던 아이들이
처음으로 수면에 떠올라‘배꼽은 어디 있을까?’ 찾고 있을지도 모르는
깨지지 않는 것도 깨진 것이 돼 버린 오후이렇게 비좁고, 나는 깎아지른 맘뿐이었나
몇 줄 적지 못한 종이 한 장 찢어, 공중에 날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