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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실역 등 서울지하철 37곳 라돈 농도 특별관리역 지정

    서울시가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이대역 등 37곳을 폐암 유발 물질인 라돈 농도 특별관리역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시는 최근 스크린도어 설치 후 전동차 안 라돈 농도가 평균 53%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지하철역의 라돈 농도 측정과 환기를 강화하는 ‘라돈 농도 저감대책’을 마련했다고 21일 밝혔다. 특별관리역은 노선별로 보면 2호선에는 잠실, 이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등 6곳이며 3호선은 경복궁, 안국, 교대 등 6곳이다. 4호선은 충무로, 삼각지 등 5곳, 5호선은 충정로, 광화문 등 11곳, 6호선은 고려대 등 3곳, 7호선은 마들 등 6곳이 지정됐다. 이들 역은 농도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측정됐다. 라돈은 토양이나 암석에 함유된 우라늄과 토륨이 붕괴해 발생하는 가스로, 오랜 기간 노출되면 폐암·위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줄기세포가 너희를 불멸케 하리라 ‘과학괴담’

    줄기세포가 너희를 불멸케 하리라 ‘과학괴담’

    한 번은 비극, 한 번은 희극이라더니 희극도 또 한 번 반복되면 웃기기는커녕 짜증스럽다. 한국에서 황우석 사태가 벌어지더니 일본에서도 줄기세포 사기극이 벌어졌다. 장밋빛 미래를 그려 보이는, 그래서 거액의 연구지원금을 받아 내는 도전적 과학 분야는 많다. 그런데 줄기세포 분야에서만 왜 그런 사기극이 벌어지고, 어렵다는 이유로 과학 기사를 내팽개치던 언론들조차 왜 줄기세포 얘기는 그토록 줄기차게 다룰까. 아마도 질병과 죽음의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겠다는 약속, 그리고 비정상적 인간을 정상적 인간으로 탈바꿈시켜 주겠다는 약속 때문일 게다. 그 배후에는 아마도 남의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울어 줄 수 있다는 고결한 휴머니즘도 있을 게다. 그런데 장애와 질병, 노화와 죽음 같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사태를 ‘비정상’으로 규정한 뒤 과학의 힘으로 정상화시키겠다는 플랜, 그러니까 일종의 ‘불사판매주식회사’를 만들겠다는 이 계획이 진정한 휴머니즘인가. 그래서 ‘불멸화위원회’(존 그레이 지음, 김승진 옮김, 이후 펴냄) 서문에 나오는 이 구절을 읽으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랜 통념에 따르면 과학은 미신을 거부하는 데서 시작됐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과학적 탐구는 합리론에 대한 거부에서 시작됐다. 고대와 중세의 사상가들은 ‘기본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관찰과 실험을 우선시하고 거기서 나온 결과는 설사 그것이 이상하게 보일지라도 받아들이면서 근대 과학이 시작됐다.” TV 프로그램에 빗대자면 근대란 ‘스펀지’ 같은 것이다. “와~아~ 진짜?”라는 되물음에 “TV에서 실험하는 걸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깐.”이라고 대꾸하도록 하는 이 프로그램은 시각을 최우선에 놓는 경험론적 근대 과학의 세계관을 드러낸다. 그럴 법하면서도 아닐 것도 같은 얘기들을 다루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가 “옛날 옛적에 누가 누가 그랬다던데.”라는 식으로 속닥이는 청각적 기법을 쓴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더 확실히 대비될 것이다. 아마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입장에서 ‘스펀지’는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주는 우수한 프로그램이고,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괴담이나 퍼뜨리는 해괴망측한 프로그램이겠지만, 두 프로그램 사이에 본질적 차이는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정상적 삶의 영원불멸성을 떠들어 대는 휴머니즘 과학이란 실은 괴담이라는 뜻이다. 이런 비유 섞인 잡설을 길게 늘어놓는 이유는 저자의 서술이 혼란스럽게 비춰질 수 있어서다. 어렵다기보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맥락이 아니라서다. 1장은 빅토리아시대 영국의 ‘심령연구회’ 얘기를 다룬다. 이들은 죽은 이가 내세에서 현세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믿었고, 이 교차통신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한다. 웅대한 계획도 세운다. 내세에 간 이가 보다 완벽한 인간형에 대한 정보를 현세로 보내 주면 현세에서 보다 완벽한 아이를 낳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게 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그런데 이 연구회의 중심 멤버들을 보면 더 기가 막힌다. 당대의 내로라하는 정치인, 지식인, 문학가들과 그의 부인, 친척들이 망라돼 있다. 그들의 사연은 직접 확인해 보길. 정신분석학을 만든 프로이트와 융의 일화도 등장한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나 버지니아 울프 같은 인물에 관심 있었다면 그들이 속한 ‘블룸스베리 그룹’을 기억할 것이다. 정신병, 동성애, 신비주의로 얼룩진 이 그룹에 대한 평가는 대개 ‘세기말적 퇴폐’ 정도다. 위대한 사람들이 꼭 완벽하지만은 않다는 뉘앙스로 곁가지처럼 다루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저자의 서술은 이 블룸스베리 그룹의 뿌리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2장은 훨씬 쉽다. 러시아혁명 초기 건신(建神)주의자들 얘기인데, 이 역시 과학적 사회주의임을 강조하는 소련의 공식 역사에서는 지워진 부분이다. 그러나 반공 교육을 충실하게 받은 우리에겐 비교적 익숙한 레닌과 스탈린의 잔혹한 행위들이 상세히 나와 있다. 그 배경에 공식 역사에서는 지워진 건신주의가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가 1·2장에 영국과 러시아 사례를 써 둔 것은 귀족적 우파, 혁명적 좌파 모두 “인간을 변형시켜 사실상 새로운 종을 창조”해 이들에게 영원불멸함을 선사하려는 휴머니즘 과학에서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밝혀 두기 위함이다. “과학은 여전히 마술의 통로다. 지식을 통해 더 강력해진 인간의 의지로는 못할 일이 없다는 믿음의 통로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과학과 마술을 혼동하는 것은 고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언제나 허망하다. 우연과 필멸은 인간을 배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종교처럼 과학도 초월하려는 노력”일 뿐이고 그 노력은 이 세계가 이해 불가의 영역에 있다는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끝난다. 저자가 보기에 “신앙이 그랬듯이 이성도 결국 복종할 것이요, 과학의 최종 종착지는 불합리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1·2장을 통해 좌우익의 미래 기획을 일별한 저자가 결론을 제시하는 3장의 제목은 ‘달콤한 필멸’이다. “불멸을 추구하는 자들은 혼돈에서 탈출할 길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그들 자체가 혼돈의 일부다. 불멸은 빈 스크린에 흐릿한 영혼이 투사된 것일 뿐이다. 그것보다는 낙엽이 떨어지는 쪽에 더 많은 행복이 있다.” 불멸의 욕망을 위해 주문생산된 복제인간 얘기를 다룬 영화 ‘아일랜드’ 마지막에는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의 섹스신이 나온다. 잘생기고 예쁜 남녀배우 한 번 벗겨 주는 관객 서비스용이 아니다. 침과 정액 같은 분비물이 오가는 직접적인 사랑 행위를 위생적인 이유로 금지하는 것이 소위 말하는 과학적 세계라면, 찰나의 쾌락이라도 온전히 누리는 것, 그러니까 필멸을 달콤하게 받아들이는 게 인간이다. 마침내 갖가지 생명들이 저물어 가기 시작하는 요즘 산책길에 한 번 참고해볼 법하다. 1만 65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창녀엄마·패륜아 다룬 변태감독? 내 꿈은 멜로감독!

    창녀엄마·패륜아 다룬 변태감독? 내 꿈은 멜로감독!

    영화 ‘아버지는 개다’(2010)에서 아들은 아버지를 두들겨 팬다. ‘엄마는 창녀다’(2011)에서 아들은 포주로 엄마를 부린다. 제목과 줄거리만 들어도 역하다. 그런데 전 세계 영화제 프로그래머와 관객들은 펄떡거리는 그의 영화 세계에 반했다. 끔찍한 삶 속에 허우적거리는 가족 이야기,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풀어가는 그만의 방식에 주목한 것. 제목부터 파격이다 보니 투자자가 붙을 리 없다. 영어 보모, 번역, 결혼식·CF 촬영 등 아르바이트로 몇백만 원이 모이면 영화를 찍었다. 기성 배우들은 출연을 꺼릴 뿐더러 제작비도 아낄 겸 웬만한 작품에선 아예 주연을 했다. 이상우(41) 감독 얘기다. 그가 10번째 장편 ‘바비’(작은 25일 개봉)로 돌아왔다. 사채를 끌어 500만원 안팎으로 찍었던 이전 영화들과 달리 아리랑TV 등에서 1억원에 가까운 돈을 댔다. 한국 상업영화 평균제작비가 4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한없이 미약한 수준이다. 그래도 이천희와 김새론·아론 자매가 노개런티로 참여하면서 ‘상업영화’ 모양새를 갖췄다. ‘바비’는 정신박약 아버지·망나니 삼촌과 함께 포항 민박집에서 사는 어린 자매의 잔혹한 삶을 그렸다. 망나니 삼촌(이천희)은 미국에 큰 조카 순영(김새론·아래)을 입양 보내려 한다. 집안살림을 도맡아 하는 순영은 아버지와 동생 때문에 거부한다. 반면 ‘아메리칸 드림’에 젖어 있는 동생 순자(김아론·위)는 가지 못해 안달이 났다. 하지만, 이미 딸 둘을 둔 미국인이 한국 소녀를 입양하려는 데는 꿍꿍이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슬픈 결말로 치닫는다. 입양을 가장한 장기매매는 22년 전 실제 있었다. 한 감독이 영화로 만들려고 했지만,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우려한 정부 압력으로 중단됐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당시 조감독과 알고 지낸 이 감독은 오랫동안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다녔다. 영화는 의외의 만남으로 급물살을 탔다. ‘아버지는 개다’로 2년 전 홍콩영화제에 참가한 이 감독은 ‘바비’에서 미국인 딸로 나온 캣 테보의 친아버지를 만났다. 딸이 출연할 영화를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던 열혈 아버지는 이 감독에 반했다. ‘바비’의 얘기를 듣더니 딸의 출연은 물론, 투자까지 거들겠다고 나섰다. 마침 아리랑TV가 투자자로 나섰다. 이 감독으로선 남의 돈으로 처음 영화를 찍게 됐다. “워낙 극악무도한 영화들을 찍었기 때문에” 캐스팅이 쉽지 않았다. 아역배우는 꿈도 꾸지 않았다. ‘아저씨’로 유명세를 탄 김새론의 어머니에게 시나리오가 들어간 건 행운. “(전작 이미지 탓에) 내가 잔뜩 겁을 먹고 새론이 어머니를 만났다. 그런데 선뜻 승낙했다. 새론이는 천재다. 시나리오를 한번 훑더니 맥락을 다 파악하더라.” 이어 “새론이는 NG가 많아야 한번이다. 마음만 먹으면 바로 눈물을 흘린다. 동생 아론이에게는 ‘언니는 저렇게 잘 하지 않니’란 식으로 시샘을 돋웠다. 새론이야 검증된 연기파이지만, 아론이도 대사 톤이나 눈빛이 아주 좋았다. 해외에서는 외려 아론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위기도 있었다. 민박집 손님으로 출연한 이 감독이 3000원을 건네며 순영을 더듬는 장면에서 사달이 났다. 시나리오에는 뭉뚱그렸던 장면인데 이 감독이 애드립으로 변태 흉내를 냈다. 김새론이 눈물을 펑펑 쏟아 촬영은 중단됐다. “한동안 새론이와 서먹서먹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바비’는 이 감독 영화로는 처음 30개 안팎의 스크린에 걸린다. ‘영화관 키드’였던 그에게 꿈같은 일. 초등학교 때부터 극장에서 살았다. 수업시간표는 몰라도 대한극장·단성사 등의 상영시간은 줄줄이 뀄다. 고교 때는 이장호 감독의 판 영화사 사무실을 기웃거리며 연출부를 시켜달라고 졸랐다. 정작 첫 단추는 배우로 풀렸다. 고3 때 황규덕 감독의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1990) 오디션에서 400대1의 경쟁을 뚫었다. 당시 뽑힌 15명 가운데 영화판에 남은 건 이 감독과 배우 정재영뿐. 점수가 나올 턱이 없었다. 4수를 했지만, 대학 연극영화과 입시에 줄줄이 떨어졌다. 방위병 시절 쓴 시나리오로 1994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공모전 장려상을 타기도 했다(당시 1등은 훗날 이 감독이 모신 김기덕 감독). 하지만 막둥이 아들이 대학생 되는 게 소원이던 어머니를 위해 미국행을 택했다. “죽기 살기로 했다. 처음 시애틀의 아트스쿨을 다녔지만, 그만뒀다. 학력 콤플렉스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알 만한 대학에 가고 싶었다. 기적적으로 UC버클리에 붙었다. 등록금이 700만~800만원이라 졸업할 때까지 식당에서 일했다.” 미국 생활은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공중전화 박스에 설치된 사제폭탄이 터져 한쪽 눈을 실명했다. “석 달을 병원에 있었다. 실명을 하면 영화를 못 찍게 될 것 같은 공포가 엄습했다.”고 떠올렸다. 8년 만에 귀국했지만, 미국 학벌은 별 도움이 안됐다. 김기덕 감독 밑에서 ‘숨’ ‘시간’의 연출부에서 일하고, 6년 동안 시나리오만 썼다. “4년 동안 가장 큰 돈을 만진 게 50만원이다. 이러다가 영화를 못 찍고 끝나겠구나 싶더라. 아버지 일을 도와 300만원을 만들어 필리핀으로 떠났다. 현지에서 사기꾼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배우와 스태프까지 다 구했다. 국내로 들어와 사채를 끌어 완성한 게 ‘트로피칼 마닐라’다.” 당시 쓴 사채는 4000만원쯤 된다. 훗날 이자까지 8000만원으로 불어난 빚을 갚을 때까지 사채업자에게 시달렸다. 이 감독은 “다시는 안 쓴다. 신체포기각서를 썼었다. 그나마 ‘엄마는 창녀다’가 화제를 모으면서 유예를 해줬다. 그거 아니었으면 지금쯤….”이라며 진저리를 쳤다. 그에게는 ‘변태감독’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파격적인 소재와 제목 탓. 기분 나쁠 법도 하지만 그는 “‘변태감독’으로 기억돼도 나쁠 건 없다. 연줄도, 돈도 없는 내가 살아남으려고, 영화제 초청을 받으려고 전략적으로 세게 갔을 뿐”이라고 털어놓았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 “조선 최초 성형외과 의사를 소재로 한 사극을 준비 중이다. 이번엔 수십 억원 짜리다. 하하. 궁극적으로는 판타지 멜로를 찍고 싶다. 입봉작으로 준비했던 ‘심연’은 상어가 인간의 몸을 빌려 소녀와 사랑에 빠진다는 얘기다. 나랑 너무 안 어울린다고? 하하하.”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박빙 판세 속 부동층 더 늘어 “내 지지 후보 당선 확신 못해”

    박빙 판세 속 부동층 더 늘어 “내 지지 후보 당선 확신 못해”

    17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법원 부속 건물 1층. 알링턴카운티의 대선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된 이곳은 평일인 데다 부재자 투표여서 한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제법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맞붙은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대표적인 부동층주(스윙 스테이트) 가운데 한 곳이어서 그런지 유권자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지난달 중순 문을 연 이 투표소는 대선(11월 6일) 사흘 전인 다음 달 3일까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45일간 운영된다. 투표 방식은 펜으로 직접 후보자 이름에 기입하는 아날로그식과 터치스크린 컴퓨터로 투표하는 디지털식 등 2가지로,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다. 알링턴카운티 선관위 부등록관 그레첸 라이너마이어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유권자의 90% 이상이 디지털식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현재까지 부재자 투표자가 4년 전 대선 때보다 약간 적은 편”이라고 했다. 4년 전에 비해 아직 표심을 정하지 않은 부동층이 많아졌으며 그만큼 대선 판세가 접전 양상을 띤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투표를 막 마치고 나온 유권자들에게 “누구를 찍었는지 물어도 실례가 안 되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묻자 오히려 당당하게 지지 후보를 밝혔다. 곧 홍콩으로 여행을 가느라 미리 투표했다는 데이브 포스테라(68)는 “오바마를 찍었다.”면서 “난제를 해결하는 데 4년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백인인 그는 “수개월 전에 이미 오바마를 찍기로 결심했다.”면서 “대선 후보 TV토론 같은 것은 내 표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요즘 롬니가 상승세에 있는데 오바마가 당선될 것으로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답했다. 반면 역시 여행 때문에 일찍 투표했다는 제시카 하워드(34·컨설팅회사 직원)는 “롬니를 찍었다.”면서 “세금을 올리는 대통령은 싫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바마가 재선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부터 이미 공화당 후보를 찍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어제 TV토론도 30분밖에 안 봤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롬니의 당선을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4년 전에 내가 찍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떨어졌기 때문에 확신한다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글 사진 알링턴(버지니아주)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소통은 늘리고 변형은 자유롭게

    소통은 늘리고 변형은 자유롭게

    사무실에서 종이와 전기선이 사라지고,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서비스 등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사무실까지 사라지는 스마트워크 시대가 오면서 사무가구만큼 격변을 겪은 분야도 없을 듯하다. ‘어디에서 일하는가’에 초점을 둬 왔던 사무업계는 이제 ‘어떻게 일하는가’에 중점을 두고 제품 개발에 나섰다. 요즘 사무가구의 굵직한 트렌드는 소통과 가변성. 고정 자리가 없어진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만나고, 인원·업무의 목적에 따라 수시로 공간을 변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리바트의 사무가구 브랜드 네오스가 선보인 사무용 가구 ‘NF7’은 이러한 추세에 적극 부응했다. 사무실의 기능은 유지하면서 구성원 간 협업이 원활하도록 설계됐다. 칸막이의 높이가 낮아져 개방형 공간을 추구한 것이 특징. 칸막이 위에 스크린을 설치하거나 필요에 따라 상부장도 놓을 수 있다. 리바트 직장생활연구소의 김진석 디자이너는 “사무환경에서의 소통과 가변성 추구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NF7은 국내에서 본격 스마트오피스를 표방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2년에 걸쳐 NF7을 개발한 회사는 출시를 앞두고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규모의 사무가구 박람회 ‘시카고 가구-인테리어 박람회’에 디자이너 전원을 파견했다. 해외 유수 브랜드의 사무가구를 목격한 디자이너들은 NF7의 방향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돌아왔다고 한다. NF7의 또 다른 장점은 벤치형 스타일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벤치형은 좁은 공간을 넓게 활용하기에 좋은 디자인 개념이다. 책상을 각각 놓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긴 상판 위에 칸막이만 설치해 좁은 공간에서 독립성과 개방성을 동시에 보장한다. 기존 제품에 비해 원자재가 적게 들어 자원 절약은 물론 단가도 낮아짐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업체에도 유익하다. 스마트 환경에서 더욱 중시되는 것은 의자다. 책상보다 더 오래 머무르는 가구이기 때문이다. 네오스는 따라서 의자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 ‘T501’ 시리즈를 내놨다. 등판이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둥지’ 방식을 적용해 앉았을 때 편안하고 안락하다. 허리 및 척추를 지지하는 기능성 요추 지지대까지 넣어 사용자의 바른 자세와 건강까지 고려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소지섭 “언제까지 ‘소간지’일수는 없잖아요?”

    소지섭 “언제까지 ‘소간지’일수는 없잖아요?”

    어딘지 모르게 우수에 찬 눈빛은 시린 가을의 느낌과 닮아 있다. 올해로 배우 데뷔 16년차. 이제는 뻔뻔해질 때도 됐건만 여전히 내성적인 성격의 배우는 연기가 마음대로 안 될 때 어디론가 숨고 싶다고 말했다. 새 영화 ‘회사원’으로 돌아온 소지섭(35) 이야기다. 그는 배우들 중에서도 유독 말수가 적기로 유명하다. 4년 전 ‘영화는 영화다’로 인터뷰를 했을 때 과묵한 그의 성격 때문에 애를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지난 12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소지섭은 예전에 비해서는 말주변도 늘었고 훨씬 솔직해졌다. “어느 순간 제 성격이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조금씩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연예인이 적성에 잘 맞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왜 잘 보여야 하는지도 몰랐죠. 지금도 속마음은 그대로예요. 낯가림도 있고 평소엔 말을 많이 하려고 애쓰지 않는 편이고요.” 패션 모델 출신으로 빼어난 옷 맵시로 ‘소간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소지섭. 그가 정장을 차려입고 멋진 액션을 하는 모습은 누구나 한 번쯤 상상을 해볼 만하다. 이런 기대감 때문인지 11일 개봉한 영화는 4일 만에 5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면서 흥행에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금속 제조회사로 가장한 살인청부회사에 다니는 지형도 역을 맡았다. “영화 설정이 독특하고 재밌어서 출연을 하게 됐어요. 회사원이라는 제목이 주는 어감이 왠지 모르게 무겁고 슬펐어요. 회사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영화적인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어둠에서 활동하는 멋있는 집단이 아니라 평범한 회사원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점이 매력적이더라고요.” 영화 속 형도는 냉정함과 차분함으로 회사 내에서 인정받는 사원이다. 하지만 10년 동안 회사를 집이자 학교로 여기고 앞만 보고 달려온 그는 몸과 마음이 지쳐 있다. 어릴 적 자신의 모습과 닮은 아르바이트생 훈(김동준)을 만나 회사의 뜻을 거스른 뒤 회의를 느껴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다니지만 그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다. 자유로운 연예인으로 살아온 그가 회사원의 비애를 공감할 수 있었을까. “어렸을 때 수영 선수로서 12년 동안 단체생활을 하면서 조직을 경험해 본 적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더 큰 의미의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 같아요. 일반 직장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신경 써야 하고 무언의 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엄청나게 많고요. 휴대전화에 카메라가 달려 나오는 순간부터 신경 쓰이는 게 많아졌죠.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스캔들이나 가십 기사가 나면 안 된다고 배워서 덜 자유스러운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 속 소지섭은 ‘살인이 곧 실적’인 회사에서 살인도 지극히 사무적으로 처리한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무표정하게 절도 있고 고난도의 액션 연기를 펼치는 그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남자 배우 원톱 주연에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는 점 때문에 원빈의 ‘아저씨’와 종종 비교되기도 하지만, 소지섭은 절대 멋있어 보이려고 애쓴 작품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실 옷도 화려하지 않은 단벌이고, 자세히 보면 멋스러운 양복이 아니라 약간 펑퍼짐하고 헐렁한 느낌으로 지친 회사원의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액션은 감정이 별로 없고 간결하고 묵직하게 그리고자 했죠. 영화를 보신 분들은 분명 ‘아저씨’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소지섭이라는 배우를 떠올릴 때 고독하고 어두운 캐릭터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그에게 매번 비슷한 연기를 한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잘된 작품이 없어서 기억을 못하실 뿐이지 데뷔 이후 아침 드라마 빼고 시트콤은 물론 전 장르의 드라마에서 별의별 역할을 다 해 봤어요. 많은 분들이 연기 변신을 안 하느냐고 물으시는데, 저는 캐릭터에 확 빠지기보다는 역할을 제 스타일화해서 연기하는 편이거든요. 작품 안에서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면서 나중엔 처음과 다른 표정이 나오도록 애씁니다.” 특히 그는 이번 작품에서 한때 자신이 좋아했던 가수였지만 작은 공장에서 미싱사로 일하는 훈이 엄마 유미연(이미연)과 아련하고 설레는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형도가 미연에게 느끼는 감정은 사랑일 수도 있지만 팬심, 연민, 안타까움 등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인 것 같아요. 함께 연기한 이미연 선배님은 정말 아우라와 카리스마가 느껴졌어요. 기존에 해 왔던 것들을 포기하고 이번 영화를 선택하기 힘들었을 텐데 내려놓으려고 애를 많이 쓰셨죠. 후배들에게도 많이 주려고 한 점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소지섭이 데뷔 초부터 승승장구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배우 생활이 처음부터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모델로 데뷔해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으로 ‘소간지’라는 별명을 얻으며 스타덤에 오르기까지 9년의 시간이 걸렸고 이듬해 군 입대를 하면서 배우 생활에 공백이 생기기도 했다. “요즘은 2~3년 안에 승부가 나는데, 배우가 9년이나 걸려서 빛을 봤으니 오래 걸린 편이죠. 그 사이 오디션에 수없이 떨어지기도 하고, 일이 없어 수입도 적다 보니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든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잘 버틴 편이죠. ‘소간지’라는 별명이 붙고 나서 한편으로는 고민이 되기도 해요. 비주얼만 보이는 것은 아닌지, 연기도 나쁜 것은 아닌지 헷갈리기도 하고요. 연기 못한다는 이야기는 정말 듣기 싫거든요” 가장이었던 관계로 돈 때문에 시작한 배우 생활이지만 지금은 연기의 묘한 매력에 빠져 있다는 소지섭. 그는 “요즘엔 배우라는 직업이 연기 하나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모범적이어야 하고 비즈니스도 잘해야 합니다. 솔직히 연기자는 범죄 빼고 뭐든지 경험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제약이 많은 편”이라는 고민도 털어놨다. 영화 속 형도는 자신이 번 전 재산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만큼 순정적이고 헌신적이다. “저 역시 정말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돈이든 마음이든 올인하는 스타일입니다. 저는 남녀 관계에서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밀고 당기기를 하는 편도 아니죠. 이상형은 저의 직업을 이해해 주는 사람입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아름답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희생과 배려인 것 같아요.” 당분간 박스오피스에서 이병헌·장동건 등 대선배들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 그는 자신도 그 결과가 궁금하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항상 목표를 손익분기점으로 삼고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소지섭은 의외로 빨리 40대가 되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세월이 주는 느낌은 절대로 연기로 커버가 안 되는 것 같아요. 특히 큰 스크린에서는 배우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아우라가 풍겨야 되거든요. 영화 데뷔작 ‘도둑맞곤 못 살아’ 이후 한동안 영화를 하지 않았던 것도 너무 빈틈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었어요. 언제까지나 ‘간지’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지 않겠어요? 외적인 것들이 다 버려진 뒤의 제 모습이 궁금해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시네마와 대선이 만나면… 이미지 차용? 메시지 선점?

    시네마와 대선이 만나면… 이미지 차용? 메시지 선점?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기 위해 극장가를 찾는 대선 후보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이미 지난 9일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추창민 감독과 함께 광해를 관람했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12일 저녁 광해를 보기 위해 서대문구 신촌 아트레온을 찾았다. 영화 속에서 진짜 광해군이 자리를 비운 사이 왕을 대신해 감성정치, 서민정치를 펼치는 ‘하선’과 자신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서다. 이 영화는 민초의 삶을 가슴으로 살피는 하선을 통해 ‘진정한 지도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최근 시정일기를 통해 “광해는 왕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꼭 듣고 봐야 할 메시지를 주는 영화”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극장가 나들이는 국민과의 접촉면을 넓히기 위한 여타 일정의 연장선이라기보다 이 같은 메시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보인다. ●후보 긍정적 이미지 부각… 홍보효과 커 대중이 열광하는 영화 속 지도자의 이미지를 차용하려는 시도는 선거 때마다 매번 있어 왔다. 영화가 콕 찍어 주인공의 모델이 누구라고 밝히지 않아도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저마다 닮았다고 생각하는 정치인과 주인공을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후보의 긍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이만한 홍보 효과도 없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세종대왕 마케팅을 펼친 손학규 전 예비 후보가 세종대왕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관람하기도 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맞춤형’ 영화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고(故) 육영수 여사의 생애를 다룬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란 작품이다. 한창학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육 여사의 출생일인 11월 29일에 개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육 여사의 인정 많은 성품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선 박 후보 측이 이 영화를 통해 노골적으로 홍보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선 앞두고 스크린서 보수-진보 대결?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와는 정반대로 유신 시절의 암울한 과거를 끄집어낸 ‘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란 영화도 이달 말 개봉할 예정이다. 다카키 마사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창씨개명에 따른 이름이다. 민주노총, 사월혁명회, 전태일재단, 종교계, 학계 등에서 수백여명이 제작위원으로 참여했으며 박 전 대통령이 광화문에 탱크를 몰고 들어온 10월 17일을 상징하는 뜻으로 제작위원을 1017명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대선을 앞두고 스크린에서 먼저 보수-진보 양 진영 간 대결이 불붙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선거철에 나오는 영화가 야권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 대부분이 젊은 층이고 특권, 차별 철폐 등 영화에 담긴 메시지가 보이지 않는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개봉 예정인 영화 중에는 실제로 제도 폭력과 기득권 저항 등 야권에 유리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많다.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의 고문 실화를 담은 ‘남영동 1985’를 비롯해 5·18민주화운동에서 학살당한 희생자들의 2세들이 학살 주범을 단죄하러 나선다는 내용의 ‘26년’ 등이 11월 개봉 예정이다. 26년은 2008년 촬영에 돌입하기 직전 돌연 투자가 취소됐으나 예비 관객들에게 제작비를 투자받는 ‘제작 두레’ 방식으로 4년 만에 제작에 들어갔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위안부 광고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위안부 광고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지하철 광고가 9일 6호선 이태원역 스크린도어에 등장했다.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고려대 동아리 ‘블루밍’이 함께 소셜펀딩을 통해 지하철 광고비를 모았다.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 [부산국제영화제서 만난 주목할 만한 작품] 창수-이 사나이의 순정, 짓밟힌다

    [부산국제영화제서 만난 주목할 만한 작품] 창수-이 사나이의 순정, 짓밟힌다

    창수는 다른 사람의 옥살이를 대신하고 돈을 받는 인천 차이나타운 삼류 건달이다. 서른을 훌쩍 넘긴 건달이지만, 아직 수총각이다. 어느 날 밤길을 걷던 창수 앞에 고급 승용차가 멈춰 선다. 차에서 내린 도석은 미연을 끌어내려 마구 주먹질을 한다. 창수는 말려보려 했지만, 외려 한방에 나가떨어진다. 외모만 봐선 말도 섞지 않을 법한 둘의 짧은 동거는 그렇게 시작된다. 사랑에 빠진 창수는 반지를 사서 미연에게 청혼을 하려 한다. 하지만, 집에 와보니 미연은 이미 숨진 채 침대에 누워 있다. 알고 보니 여자는 전국구 조폭 두목의 애인이면서 조직의 2인자인 도석과도 얽힌 터. 경찰과 조폭들의 추적을 동시에 받게 된 창수는 생애 처음으로 자신만의 의지로 행동을 결심한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에 초대된 ‘창수’는 시나리오 단계에서 많은 남자배우가 탐냈던 영화다. 평생 하류인생을 살던 삼류 건달이 사랑에 빠지고, 그 여자를 위해 전국구 조폭과 10여 년에 걸쳐 외로운 대결을 펼친다는 영화의 얼개는 구식 누아르의 느낌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 창수 역을 임창정이 차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충무로는 반신반의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색즉시공’ 등 수많은 영화에서 임창정은 코믹연기의 황제로 군림했다. 그러나 웬걸, 스크린 속 임창정은 영락없는 창수였다. “감히 단언컨대, 대한민국에 나보다 뛰어난 연기자는 많지만, 창수를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배우는 없다.”던 임창정의 언급은 빈말이 아니었다. 주먹솜씨는 건달치곤 수준 이하. 하지만, 친동생처럼 아끼는 동료 건달 상태(정성화)와 사랑하는 미연(손은서) 앞에서 무슨 일이든 해결할 것처럼 허풍 떠는 창수에게선 짙은 연민이 묻어난다. 표정과 목소리의 울림만으로 임창정은 창수로 다시 태어난다. 영화를 보는 동안 기시감이 들었을 수도 있다. ‘파이란’(2001)이 떠오를 것이다. 평생을 비루하게 살아온 인천의 삼류 양아치 강재(최민식)가 한 여인(장바이즈)의 사랑을 깨달은 뒤 조직 보스의 뜻을 거슬러 새로운 인생을 결심한다는 기본 얼개는 ‘창수’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창수’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늦깎이 신인 이덕희 감독은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을 보좌했던 조감독 출신이다. 부산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국감 브리핑] 韓 국적취득 北이탈주민 42명 해외이민

    ●韓 국적취득 北이탈주민 42명 해외이민 우리 국적을 취득한 북한 이탈 주민 가운데 해외 이민자가 42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올 7월 말 현재 이민 목적으로 제3국으로 출국한 북한 이탈 주민이 42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제3국에서 난민 자격으로 체류 중인 북한 이탈 주민도 지난해 말 현재 1052명에 달했다. 한편 국내로 입국한 북한 이탈 주민 가운데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취업한 숫자는 올해 6월 말 현재 148명으로 파악됐다. 또 공기업에 취업한 북한 이탈 주민은 정규직 9명, 비정규직 22명 등 31명이다. ●문방위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논란 8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청와대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2008년 8월 28일 작성) 문건에 참여한 사람들이 일부 공개됐다. 노웅래 민주통합당 의원은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은 청와대 정인철 기획관리비서관이 총괄지휘했고, 함영준 문화체육비서관과 교육과학문화수석실 P 선임행정관이 참여했다.”면서 “문화부에서는 유인촌 전 장관, 신재민 전 차관을 필두로 민간단체인 문화미래포럼 출신 J 장관 정책보좌관 등이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CJ·KT·SKT 등과 협력해 우파 영화를 제작할 것이라는 계획도 문건에서 드러났다. ●대북지원 규모 참여정부의 25.6% 수준 현 정부의 대북 지원 규모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25.6%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통일부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의 대북 지원은 2008년 출범 이후 올해 8월까지 23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민의 정부(5990억원), 참여정부(1조 2672억원) 당시의 대북 지원액에 비해 각각 39.9%와 18.8% 수준에 그친다. 두 정부의 평균 지원액인 9331억원과 비교하면 25.6% 규모다. 이는 현 정부의 ‘비핵·개방·3000’ 정책에 대한 북한의 반발과 천안함 폭침 등에 따른 5·24 대북 제재 조치의 결과로 풀이된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장애인석 꼼수 설치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일부 스크린관에 장애인석을 몰아서 설치하는 방법으로 현행법상 기준을 넘기는 ‘꼼수’ 운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이상일(새누리당) 의원이 ‘CGV 서울 지역 상영관 23곳의 스크린 관별 장애인 좌석 설치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188개 스크린관 중 장애인 좌석이 한 개도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이 57개(30.3%)나 됐다. CGV는 전국 89개 상영관의 전체 좌석 수를 기준으로 1.3%의 장애인 좌석을 설치해 대외적으로는 현행 ‘장애인 편의증진법’이 규정한 장애인 좌석 설치 기준 1%를 넘기고 있다.
  • 손기정 탄생 100주년, 그를 영원히 기억합니다

    손기정 탄생 100주년, 그를 영원히 기억합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만리동에 손기정기념관이 문을 연다. 중구는 손기정 선생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오는 14일 오전 10시 손기정체육공원에서 손기정기념관 개관식을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개관식에는 김황식 국무총리와 최창식 중구청장, 양정총동창회, 손기정 선생 유족 등 6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손기정기념관은 국비와 시비, 구비 등 총 58억 5000만원을 들여 손기정체육공원 내 손기정문화체육센터를 리모델링한 것이다. 손기정문화체육센터는 1918년 건립된 옛 양정의숙(현 양정고) 건물로 손기정 선생은 이 학교 21회 졸업생이다. 지상 2층, 연면적 1600㎡ 규모로 건립된 손기정기념관 지상 1층에는 2개의 상설전시실과 영상관이 들어서며, 지상 2층은 기획전시실·수장고·강당·회의실·사무실 등으로 활용된다. 손기정 선수의 유품과 인생의 기록, 보물 제904호로 지정된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진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 국가등록 문화재로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유물인 금메달, 우승상장, 월계관 등이 전시된다. 그리고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올림픽에서 우승했던 8월 9일 우승의 그날 모습을 코스별로 상세히 기록했다. 또 손기정 선수의 감정을 따라 레이스를 펼쳐볼 수도 있다. 블루스크린도 설치돼 손기정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1912년 평북 신의주에서 태어난 손기정 선생은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마라톤으로 세계를 제패했으며 이후 체육 행정가로 스포츠 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2002년 11월 15일 9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최 구청장은 “손기정기념관에 손기정 선생에 관한 각종 역사자료와 기념품을 종합적으로 전시해 한국 마라톤 전당으로 선보일 계획”이라면서 “기념관 인근의 명동, 남대문·동대문시장, 서울N타워 등과도 연계해 국제적인 관광 자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기고] “인생을 영화처럼…인생을 여행처럼…”/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기고] “인생을 영화처럼…인생을 여행처럼…”/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중순쯤 동대문구청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여행을 담은 포토에세이 ‘그곳에 가면 누구나 행복해진다’를 읽고 그중 한 구절을 구청의 희망글판에 게재해도 되겠는가 하는 요청이었다. “인생을 영화처럼… 인생을 여행처럼…” 이 구절을 싣고 싶다고 했다. 흔쾌히 응낙했다. 평소에 광화문 글판에 실린 감동적인 글귀를 보고 마음 뿌듯한 느낌을 받아왔기 때문에 내 글이 어딘가 글판에 실린다는 건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일본으로 여행 갔을 때 일행 중 한 명인 영화 감독이 건배사를 했다. “인생을…영화처럼…” 같이 갔던 사람들은 그 건배사를 참 좋아했다. 영화처럼 살고 있진 못하더라도 영화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기 때문이리라. 물론 공포영화나 액션영화처럼 살고 싶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달콤 씁쓰레한 감성의 촉촉함을 느끼면서 살고 싶다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여행은 영화처럼 살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방법일 것이다. 떠나간 그곳이 어디이건,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세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여행이건 여행의 색깔은 총천연색이다. 화려해야만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작은 마음의 떨림이라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면 자신을 겹겹이 보호하고 있는 무미건조한 방탄복을 벗어 던질 수만 있다면 된다. 여행을 참 좋아한다. 많은 곳을 다녔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날 수 있었다. 낯선 도시에서 미술관과 박물관, 공연을 찾아 다니면서 머릿속에서 전구가 반짝 불을 밝히는 느낌을 받을 때 나는 행복했다. 사진도 많이 찍었다. 여행을 떠나면 큰 풍경에서부터 카페에 놓인 작은 컵의 세세한 모습까지 아름다운 것을 다 찍는다. 그렇게 찍다 보니 모인 사진이 수만장이나 된다. 내 컴퓨터의 스크린 세이버로 만들어 놓고 5초에 한 장씩 사진이 화면에서 바뀌도록 해놓았다. 그 장소에서 느낀 감정들, 그때 그 순간이 아니면 느끼기 힘들었을 마음의 장면들이 사진 속에 다 녹아 있다. 결국 여행도 사진도 영화도, 찰나의 감정을 이끌어내고 붙들어 매는 작업이다. 일상의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느낌으로 그 속을 채우는 기회가 된다. 빈자리가 없는 것 같은데도 비워낼 게 있는 걸 보면 신기하다. 가득 차 있는 것 같은데 또 채울 게 있다는 것도 오묘한 일이다. 10여년간 여러 가지 일로 다니다 보니, 꽤 많은 곳을 여행했다. 갈 때마다 수백장씩 사진을 찍다 보니 사진도 꽤 많이 모였다. 어느 누구의 인생도 마찬가지리라. 돌이켜보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곳을 갔으리라. 단지 한 곳에 모아서 정리를 안 했을 뿐이리라. 구청 관계자와 통화 후 2주 정도 지났을 무렵 이메일로 동대문구청 청사 입구에 게재된 희망글판 전경을 찍은 사진을 받았다. 사진을 보는 순간, 이제 관공서도 많이 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이야기하는 감성글판을 청사 입구에 걸어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열심히 생활하는 구민들에게 용기와 위안을 줄 수 있다니 말이다. 내 글뿐만 아니라 더 좋은 글들이 구 청사를 방문하는 구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인생을…영화처럼…” 그리고 “인생을…여행처럼…”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못 나갈 땐 드라마를? 스타들 은밀한 공식!

    ‘잘 찍은 드라마 한 편, 열 영화 안 부럽다?’ 리스크 관리는 주식에만 있는 용어가 아니다. 배우들도 리스크 관리를 잘해야 성공한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 분산 투자를 잘해야 배우로서 위기를 극복하고 꾸준히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매체는 바로 TV 드라마다. 드라마는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흥행에만 성공하면 높은 인기와 새로운 이미지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 요즘 영화판을 주름잡던 배우들이 안방극장으로 ‘U턴’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으로 12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장동건이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해 200억 블록버스터 대작인 영화 ‘마이웨이’로 흥행의 쓴맛을 본 그는 이 드라마에서 까칠하지만 로맨틱한 매력을 가진 김도진의 캐릭터로 ‘미중년 스타’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출연료와 초상권 및 부가사업과 관련한 계약금액 등을 합쳐 회당 1억원을 받은 그는 이 드라마로 총 20억원을 벌어 13억원의 출연료를 받은 영화 ‘마이웨이’에서보다 실속도 챙겼다. 역시 ‘신사의 품격’에서 임태산 역으로 출연해 ‘로맨틱 가이’로 변신에 성공한 김수로는 “2시간 남짓 방영되는 영화에 비해 드라마는 매주 2시간씩 두세 달에 걸쳐 그 인물로 살게 되니까 이미지가 확 바뀌는 것 같다.”면서 “배우들끼리 드라마 한 편이 열 영화 안 부럽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월화극 안방극장에도 독한 마음으로 명예회복에 나선 스타들이 있다. 김정은은 KBS 월화 드라마 ‘울랄라 부부’에서 생애 첫 유부녀 연기를 감행했다. 전작인 종편 드라마 ‘한반도’가 100억원을 쏟아부었음에도 조기 종영한 아픔을 달래보려는 것이다. 김정은과 신현준의 코믹 연기에 힘입어 이 드라마는 방영 2회 만에 월화극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영화 ‘퍼펙트 게임’에서 연기 호평을 받았으나 흥행은 부진했던 조승우도 MBC 월화 드라마 ‘마의’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드라마에 도전한다. 한편 ‘신의’ 후속으로 방영되는 SBS ‘드라마의 제왕’에서는 김명민이 4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는다.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역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그는 이후 영화 ‘내사랑 내곁에’를 시작으로 최근 ‘연가시’와 ‘간첩’ 등 스크린에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김명민은 “영화가 잘 안 돼서 드라마로 온다는 인식은 좀 안타깝다.”면서 “영화는 대중과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종영한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유준상은 여러 장르에 ‘분산 투자’를 하다 대박을 친 경우.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매년 쉬지 않고 꾸준히 연기를 해온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녹슬지 않은 연기 감각을 뽐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유준상은 “‘넝쿨당’에 출연한 이후 확실히 어린아이부터 나이 든 어르신까지 팬층이 넓어진 것을 볼 때 공중파 드라마의 위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기자들은 파격적이거나 실험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배우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싶을 때 영화를 선호하기도 한다.”면서 “반면 드라마는 2~3개월 동안 시간과 체력 소모가 상당히 크지만, 시청률이 낮게 나오더라도 재방송까지 지속적인 노출이 가능해 낮아진 인지도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드라마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rin@seoul.co.kr
  • [뉴스 WHO] 잡스 1주기…숨겨진 일화들

    [뉴스 WHO] 잡스 1주기…숨겨진 일화들

    5일(현지시간)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1주기를 맞아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 등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일화 몇 가지를 소개했다. 잡스가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난 후 창업한 컴퓨터업체 넥스트에서 함께 일했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랜드 애덤스는 잡스와 포르셰 911을 함께 숨겨야 했던 사연을 공개했다. 비슷한 시기에 억대 스포츠카 포르셰 911을 구매한 두 사람은 차 문에 흠집이 생길까 봐 여유 있게 3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 자신들의 차 2대를 세워둘 정도로 애지중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잡스가 갑자기 애덤스의 방에 뛰어들어 “포르셰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잡스는 “(억만장자) 로스 페로가 투자를 위해 방문하는데 우리가 돈이 많다고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황급히 포르셰 911을 건물 뒤에 숨겼고, 결국 페로는 1987년 넥스트에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와 관련된 일화도 재미있다. 1986년 어느 날 게이츠는 잡스와 회의를 하기 위해 넥스트를 찾았다. 로비 안내원이 2층 사무실에 있던 잡스에게 게이츠의 방문을 전화로 알렸다. 당시 잡스는 책상에 앉아 있을 뿐 별로 바쁘지 않아 보였지만 안내원에게 게이츠를 들여보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결국 게이츠는 잡스를 만나려고 로비에서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넷스케이프 창립자이자 벤처투자가인 마크 앤드리센은 아이폰 출시 4개월 전인 2006년 가을 잡스 부부와 함께했던 저녁 식사 자리를 회고했다. 빈자리를 기다리던 중 잡스는 청바지 주머니에서 아이폰 시제품을 꺼내 보여 주고는 새로운 기능에 대해 한참 동안 설명했다. 블랙베리 애용자였던 앤드리센은 잡스에게 “키보드 없이 스크린에 입력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잡스는 “그들(고객)은 곧 익숙해질 거야.”라고 말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꿈의 소재’ 그래핀 특성 일반 현미경으로 파악하는 기술개발

    ‘꿈의 소재’ 그래핀 특성 일반 현미경으로 파악하는 기술개발

    국내 연구진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의 특성을 일반 광학현미경으로 파악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차세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로 주목된다. 이영희(57)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팀은 “탄소나노물질인 그래핀 조각의 경계면과 크기의 분포를 일반 광학현미경으로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에 실렸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 한 층으로 구성된 판(板) 형태로 두께는 나노미터(㎚·10억분의 1m)에 불과하지만 다이아몬드보다 강도(强度)가 세고 전기 전도성이 높은 데다 자유롭게 구부러지는 성질을 가진 물질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구비가 투입되고 있는 분야로 꼽힌다. 그래핀은 구리 등의 금속판 위에서 작은 그래핀 조각들을 키우고 이어붙여 디스플레이나 터치스크린, 반도체 등에 사용할 만한 넓이로 합성한다. 그러나 그래핀을 대면적으로 만들면 전기저항이 10배 이상 커져 전기 전도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는 그래핀 조각들이 서로 맞물릴 때 경계면을 정확하게 살필 수 없어 생기는 5각형, 7각형 모양의 경계면이 전기저항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진들이 대당 수십억원이 넘는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경계면 구조를 파악해왔지만 볼 수 있는 범위가 좁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 교수팀은 습도를 조절한 공기를 자외선에 노출시킨 뒤 구리 기판에 위에 놓인 그래핀 조각들에 닿게 하는 방법으로 경계면과 맞닿은 구리 기판을 동시에 산화시켰다. 이 구리 기판은 얇은 그래핀과 달리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광학현미경으로도 관측이 가능했다. 이 교수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광학현미경을 소유하고 있는 중소형 실험실이나 산업체 등에서도 비교적 쉽게 그래핀을 대량 합성할 수 있다.”면서 “경제적인 효과가 큰 기술”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도둑들’ 한국영화 흥행 신기록 훔쳤다

    ‘도둑들’ 한국영화 흥행 신기록 훔쳤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 ‘도둑들’이 한국 영화 흥행 기록을 고쳐 썼다. ‘도둑들’의 투자배급사 쇼박스는 2일 “‘도둑들’이 오후 2시 기준 누적 관객 1302만 393명을 기록해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가진 한국 영화 흥행 기록 1301만 974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기록 달성 속도에서도 ‘도둑들’은 ‘괴물’을 압도했다. ‘도둑들’은 지난 7월 25일 개봉 당일 43만 6628명의 관객을 모아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서더니 4일 만에 200만, 6일 만에 300만, 2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여름 극장가의 절대 강자로 지목됐던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묵직한 주제의식 탓에 관객층이 30대로 제한됐지만 오로지 영화적 재미에 충실했던 ‘도둑들’은 10~50대까지 폭넓은 관객을 모으면서 흥행에 탄력을 받았다. 경쟁 배급사들은 ‘다크나이트 라이즈’와의 맞대결을 부담스러워한 데다 폭염과 런던올림픽을 피해 개봉 날짜를 조정했지만 ‘도둑들’은 외려 정면 승부를 펼친 것도 신기록 경신에 도움이 됐다. 결국 개봉한 지 70일 만에 1302만명을 넘었다. 2006년 ‘괴물’이 106일 만에 1301만여명을 모았던 점을 떠올리면 ‘도둑들’의 흥행 열기를 짐작할 만하다. 역대 흥행 1위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1330만 2637명)를 넘보기는 역부족이다. ‘도둑들’은 76개의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지만 추석 연휴 직전 평일 관객은 1000명 안팎이었다. 홍보 대행사인 퍼스트룩의 강효미 실장은 “‘아바타’를 넘어서는 건 쉽지 않다. 다만 추석 연휴에 관객이 하루 5000~7000명 수준으로 늘어난 데다 1300만 돌파 특수가 기대되는 만큼 상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도둑들’은 1일 현재 누적 매출액 935억 6196만 5000원을 기록했다. ‘괴물’의 누적 매출액 785억원과 ‘해운대’의 819억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세금과 영화발전기금 13%를 뺀 814억원을 극장과 배급사가 5대5로 나눠 갖는다. 배급사가 가져가는 407억원 가운데 배급수수료 10%와 총제작비 145억원, 기타 비용 50억원 정도를 빼면 172억원이 남는다. 이를 쇼박스를 비롯한 투자사와 제작사 케이퍼필름이 다시 6대4로 나누게 된다. 각각 103억원과 69억원가량을 손에 쥐게 된다. 매출에서도 ‘아바타’를 넘지는 못한다. ‘아바타’는 요금이 비싼 3차원(3D) 상영관에서 주로 상영했기 때문에 누적 매출액 1284억원을 기록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대선후보 측근들 줄줄이 국감 증인으로

    대선후보 측근들 줄줄이 국감 증인으로

    다음 달 5일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가 연말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상임위별로 대선 후보들의 의혹과 관련한 증인·참고인을 무더기로 채택한 까닭이다. 경제민주화 등 찬반이 엇갈리는 사안을 놓고 대기업 총수들도 국감장에 속속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박근혜 조카사위·전대통령 조카사위 등 증인에 정무위원회는 증인 59명, 참고인 16명을 확정하면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조카사위인 박영우 대유신소재 회장을 일반 증인으로 채택했다. 박 회장은 주가조작과 허위공시를 통해 수십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야당 의원들의 집중 공세가 예상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법무법인 부산 대표 변호사도 증인대에 선다. 정 변호사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함께 참여정부 시절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해 59억원의 수임을 받은 것은 청탁성 로비의 대가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쪽 인사로는 ‘안랩 전환사채(BW) 부당이득’ 관련 증인인 이홍선 전 나래이동통신 사장, ‘안랩 주식 공시의무 위반’ 관련 증인인 전 안랩 2대 주주 원종호씨가 나온다. 삼화저축은행 구명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박지만 EG 회장, 서향희 변호사 부부는 야당이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김인권 현대홈쇼핑 대표 등 유통업계 총수 일가 및 최고경영자(CEO)도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다. 정무위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와 과도한 판매수수료 문제 등을 따질 예정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여야 합의로 제외됐다. 지식경제위원위는 영업시간 제한 조례 위반과 관련해 프레스턴 드레이퍼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이사를 부르기로 했다. ●신동빈·정용진 등 대기업 총수들도 대거 채택 문방위는 10여명에 대한 증인 채택을 마치고 추가 증인을 논의 중이다. 박병원 전 재경부 차관(노무현 정부 스크린쿼터 제도),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아리랑TV 부사장 인사 외압 의혹), 정인철 전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등이 증인으로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 국감에선 유인촌 전 문화부 장관을 놓고 여야 씨름이 한창이나 채택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환노위는 김재철 MBC 사장과 아난드 마힌드라 쌍용차 회장,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 등 45명을 불렀다. 법사위에선 야당이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등을 증인 신청했지만 수사·재판 중인 사건의 당사자라는 이유로 빠졌다. 교과위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증인 채택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삼성,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 평정

    삼성,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 평정

    삼성전자가 8월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이는 고가와 중저가 시장을 석권한 데 따른 것이다. 28일 홍콩의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8월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23%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다. 삼성전자의 시장 선두 유지 비결에 대해 여러 세부시장에서 동시에 1위 제품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400달러 이상 고가 제품 시장에서 35%를 차지해 32%를 차지한 애플을 꺾고 1위를 지켰으며, 중가 시장에서도 점유율 24%로 1위를 차지했다. 애플은 아이폰이 여러 국가에서 잘 팔리지만 중저가 제품이 없어 8월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노키아는 저가 시장에서 23%로 1위를 차지하는 등 아샤 시리즈를 내세워 중저가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고가 브랜드 루미아가 참패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해 지역적으로도 고른 판매량을 나타냈다. 한국 시장 점유율은 6월의 70%보다는 다소 떨어진 65%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실적이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7조 6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는 등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갤럭시 S3’와 ‘갤럭시노트2’ 등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6000만대를 넘어서는 등 아이폰5를 내놓은 애플을 큰 격차로 따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애플 아이폰5가 판매 사흘 만에 500만대 이상 팔리며 사상 최고 판매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의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고 미 CNN 인터넷판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제품 내 알루미늄 부분에서 쉽게 발생하는 흠집 ▲기존 액세서리와 호환이 되지 않는 새 충전 단자 ‘라이트닝 독’ ▲제품이 너무 가벼워져 마치 장난감 같은 느낌이 드는 점 ▲화면이 가끔 깜빡거리거나 유튜브 작동 시 화면 일부에서 오작동이 발생하는 점 ▲일부 제품에서 안테나와 파워 버튼 사이에서 스크린의 빛이 새어 나오는 점 등이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스펙터클하고 다이내믹… 인간의 삶, 쇠구슬로 꿰다

    스펙터클하고 다이내믹… 인간의 삶, 쇠구슬로 꿰다

    스펙터클하고 다이내믹하다.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다양한 크기의 구슬을 꿰어 보배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심초사했다. 10월 24일까지 경기도 용인 마북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리는 심영철 작가의 ‘매트릭스 가든 - 영혼의 소리, 빛의 꽃으로 피어나는’ 전이다. 가령 ‘빛의 꽃’ 같은 작품은 700개의 구를 이용해 높이로만 6m에 이르도록 마치 포도송이처럼 구성해 둔 작품이다. 쇠로 만든 장대한 작품이다 보니 미술관 쪽에서는 천장에 무리가 갈까 전전긍긍했다는 후문이다. 광섬유까지 달려 있어서 빛이 변함에 따라 그 빛을 서로가 서로에게 반사해 나가면서 묘한 풍경을 그려 낸다. 작품 ‘비상’ 역시 572개의 쇠구슬을 천장에 꿈뜰거리듯 배치해 뒀는데 날아갈 것 같은 형상에다 쇠구슬끼리 부딪치면서 소리까지 내니 비상에 대한 열망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하다. 그 움직임과 소리를 관객들과 함께하기 위해 전시물을 관람객들이 직접 만져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비상’의 경우 관람객들이 밑에 들어가 누워 볼 수 있도록 했다. 작가가 쇠구슬에 집중하는 이유는 광택과 반사다. 그는 “쇠구슬이라는 게 부드럽게 모든 것을 품으면서 다시 반사해 내기도 하고 부딪침이 드문데, 이런 쇠구슬을 건드리고 만져 보는 과정 자체에서 인간의 삶이란 저러해야 하는 것이라는 위안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원래 반구, 그러니까 버섯 머리 모양의 작업 때문에 버섯 작가로 이름을 얻은 작가가 쇠구슬로 방향을 튼 이유다. 작가는 예전부터 가든 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일렉트로닉, 모뉴멘털, 시크릿에 이어 매트릭스 가든에 도달한 것이다. 시리즈 이름에서 보듯 가든이면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를 말하는 것일 텐데 작가는 철저하게 차가운 금속성 소재를 썼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관람객이 손을 대면 다른 파장을 선보이는 플라스마나 터치스크린은 물론 관람객이 보는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형상을 보여 주는 홀로그램 작품도 있다. 그나마 이번에는 많이 자제한 것이라고 한다. 작가는 “예전에는 의욕이 넘쳐서 약간 과하다 싶을 정도로 기계적인 요소를 많이 가져다 썼다. 이번 작품부터는 기계적인 것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한다.”면서 “기계적인 면을 최소화함으로써 영적인, 비시각적인 세계를 더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이전 시리즈까지 함께 선보인다.(031) 283-6418.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결코 전우를 버려두지 않는다” 총과 함께 마음도 내려놓는 하루

    “결코 전우를 버려두지 않는다” 총과 함께 마음도 내려놓는 하루

    “30년 전 소위로 해외 기지에서 근무할 때 부하 병사가 면도칼로 손목을 그어 자살하려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충격적인 일을 계기로 지휘관으로서 사병들의 스트레스를 이해하기 위해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27일 오전 8시 30분(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포트 레너드우드’ 육군 기지 내 예배당. 1000여명의 장병과 가족들을 상대로 기지 사령관인 마크 옌터 소장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그는 자살 예방의 중요성을 한참 설명한 뒤 청중들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는 “우리는 결코 사병들을 버려 두지 않는다.”는 내용의 선서를 하게 했다. ●미군 자살자 10년새 2배로… 위기의식 반영 이날은 미 육군이 사상 처음으로 지정한 ‘자살 예방 휴무의 날’로 본토와 해외 기지를 막론하고 미 육군 전체가 포트 레너드우드처럼 훈련을 하루 쉬고 일제히 자살 예방 행사를 열었다. 이처럼 ‘군인이 총을 내려놓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미군의 자살률이 위험 수위를 넘었기 때문이다. 미군 자살자는 2001년 160명, 2006년 214명, 2009년 300여명으로 지난 10년 사이 2배 늘었다. 특히 올해에는 이달 현재까지 260명으로 사상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하며 아프가니스탄 전사자를 능가하자 “전쟁보다 자살 방지가 더 급선무”라는 위기의식이 급부상했다. 급기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최근 “자살 예방을 부대의 최우선 순위로 설정하라. 지휘관의 자살 방지 노력을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고 밝혔고, 부랴부랴 자살 예방 휴무의 날이 지정된 것이다. 옌터 사령관이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관계 실패’라는 통계가 있는 만큼 지휘관은 장병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단상을 내려가자 이번에는 양복 차림의 남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육군 헌병대 가족 보호 훈련단’ 책임자인 러슬 스트랜드였다. 그는 성폭행 피해자의 사연을 담은 동영상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한 뒤 “부대 내 성폭행이 최근 자살 증가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성폭행 피해자에게 ‘왜 당했느냐’고 묻지 않는 태도로부터 자살 예방은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새달 전 부대 카운슬러팀… 사병 고민 상담자로 한 시간가량의 행사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옌터 사령관은 “다음 달 1일부로 모든 미 육군 부대에 정신과 군의관과 카운슬러 등으로 구성된 ‘내면 행동 건강팀’이 발족된다.”면서 “병원 전 단계에서 사전에 문제 사병을 감지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부대 내 군목(軍牧)들도 종교 지도자의 역할을 넘어 장병들의 고민 상담자로 적극 활동하게 된다. 해외 파병 기간이 기존 12개월에서 9개월로 단축됐다.”고 밝히는 등 다양한 자살 예방 노력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살 예방은 사병을 최일선에서 접하는 동료와 상관의 관심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둘러본 포트 레너드우드 곳곳엔 ‘자살 예방 훈련’이라는 제목의 포스터가 눈이 아플 정도로 많이 붙어 있었다. 미군 전체가 ‘자살과의 전쟁’을 선포한 느낌이었다. 글 사진 포트 레너드우드(미주리주)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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