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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함께 창업하는 공간 함께 하지 않는 3가지

    [커버스토리] 함께 창업하는 공간 함께 하지 않는 3가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드림엔터’. 밤 12시가 훌쩍 넘었지만 사무실이 환하다. 지난달 법인 등록을 마친 사회적 기업 ‘리라이퍼’ 대표 옥유정(24·여)씨가 멘토 김철환(50)씨와 토론 중이다. 오후 5시 시작한 회의가 저녁식사도 건너뛴 채 7시간째다. 2013년 11월 노인용 콘텐츠 개발 사업을 시작한 옥씨는 지난해 드림엔터에서 김씨를 처음 만났다. 이후 매주 한 번씩 ‘지도’를 받는다. 김씨는 1999년 초고속 모뎀 업체 기가링크를 세운 벤처 1.5세대다. 미국에서 벤처기업연구소장을 지낸 그는 지금은 국내 벤처계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옆 회의실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김진수(46)씨가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가족과 ‘전세’를 냈다. 초등학생 아들 찬영(13)·준영(11)군과 함께다. 빵과 음료 등 밤새 먹을 ‘식량’과 간이침대까지 더해져 마치 ‘캠프장’ 같다. 김씨가 프로그래밍 작업을 하는 동안, 형제는 회의실 벽면 스크린에 아동용 개발 프로그램 ‘스크래치’를 띄워 놓고 게임을 만들었다. 이날 찬영군이 만든 것은 아동용 자동차 게임이었다. 13일 오후 다시 찾은 이곳에서 직장인이자 창업 준비생인 김씨를 맞닥뜨렸다. 매주 금요일마다 이곳으로 퇴근해 아이템 개발에 집중한다는 그는 “지난해 창업 지원 프로젝트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진 정리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입상했지만 젊은 친구들의 의견을 물어보니 아직 사업화하기엔 이른 것 같아 좀 더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가 뜨고 있다. 말 그대로 ‘협업 공간’이다. 사무실을 차리자니 임대료가 부담스럽고 카페에서 일하자니 눈치가 보여 창업 구상에 집중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해고된 미국 직장인들이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카페로 향한 것이 시초다. 우리나라에도 드림엔터를 비롯해 서울에만 10여곳이 있다. 운영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세 가지가 없는 것은 공통점이다. 3무(無)는 칸막이, 임대료, 눈치다. 드림엔터는 365일 24시간 무료 개방한다. 나이나 경력 제한도 없다. 다만, 2층의 지정공간을 쓰려면 사업계획서 제출 등 별도 승인을 얻어야 한다. 지난해 7월 투자 유치에 성공해 드림엔터 2층에 지정공간을 마련한 ‘레페리’(뷰티 포털 사이트) 대표 최인석(26)씨는 “협업 공간에는 창업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공간과 정보, 무엇보다 ‘네트워킹’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 생전 사진보니..뭉클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 생전 사진보니..뭉클

    오는 23일 故 이은주의 생전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CGV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CGV아트하우스와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이은주 특별전’(이하 ‘故 이은주 특별전’)을 열어, 생전 고인을 아꼈던 팬, 지인, 영화 관계자들과 함께 하는 추모의 시간을 마련한다. 지난 2005년 2월22일 25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이은주는 깊이 있는 연기력과 스타성을 두루 갖춘 배우로, 당시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대표 배우 중 한 명으로 각광받던 터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올해는 고인이 된 지 10주기가 되는 해로, 이은주의 생전 소속사인 나무엑터스는 매년 비공개 추모행사를 진행해 온 바 있다.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는 “‘故 이은주 특별전’은 은주를 스크린에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에 준비하게 됐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은주를 변함없이 아끼고 사랑해준 팬 여러분께 은주를 대신해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CGV아트하우스 관계자는 “CGV아트하우스는 한국영화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한국영화가 남긴 영화적 유산을 기리고, 새롭게 발견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 또한 고인이 남긴 영화세계를 되새기는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예팀 chkim@seoul.co.kr
  •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 한국 이끌어 갈 여배우 였는데..‘어떤 추모행사 열리나?’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 한국 이끌어 갈 여배우 였는데..‘어떤 추모행사 열리나?’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 ‘특별 상영회’ 개최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 오는 23일 故 이은주의 생전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CGV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CGV아트하우스와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이은주 특별전’(이하 ‘故 이은주 특별전’)을 열어, 생전 고인을 아꼈던 팬, 지인, 영화 관계자들과 함께 하는 추모의 시간을 마련한다. 지난 2005년 2월22일 25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이은주는 깊이 있는 연기력과 스타성을 두루 갖춘 배우로, 당시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대표 배우 중 한 명으로 각광받던 터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올해는 고인이 된 지 10주기가 되는 해로, 이은주의 생전 소속사인 나무엑터스는 매년 비공개 추모행사를 진행해 온 바 있다.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는 “‘故 이은주 특별전’은 은주를 스크린에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에 준비하게 됐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은주를 변함없이 아끼고 사랑해준 팬 여러분께 은주를 대신해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CGV아트하우스 관계자는 “CGV아트하우스는 한국영화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한국영화가 남긴 영화적 유산을 기리고, 새롭게 발견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 또한 고인이 남긴 영화세계를 되새기는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故 이은주 특별전’에서는 일반 관객들을 초대해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와 ‘안녕! 유에프오’를 무료 상영하며, ‘연애소설’은 영화계 지인과 팬클럽 회원을 중심으로 초청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참여를 원하는 관객은 나무엑터스 및 CGV아트하우스 페이스북 이벤트를 통해 응모할 수 있다. 한편 행사 당일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시네 라운지’에서는 故 이은주의 출연작 포스터와 사진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며, 팬클럽, 영화계 지인들과 함께 하는 추모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 소식에 네티즌은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벌써 10년이나 됐다니..”,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그립다”,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정말 좋은 배우였는데”,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사진 보면 눈물이 나”,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참여해야겠다”등 반응을 보였다. 사진 = 나무엑터스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 연예팀 chkim@seoul.co.kr
  •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 어떤 추모행사하나?: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 어떤 추모행사하나?:

    오는 23일 故 이은주의 생전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CGV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CGV아트하우스와 ‘故 이은주 추모 10주기-이은주 특별전’(이하 ‘故 이은주 특별전’)을 열어, 생전 고인을 아꼈던 팬, 지인, 영화 관계자들과 함께 하는 추모의 시간을 마련한다. 지난 2005년 2월22일 25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이은주는 깊이 있는 연기력과 스타성을 두루 갖춘 배우로, 당시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대표 배우 중 한 명으로 각광받던 터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올해는 고인이 된 지 10주기가 되는 해로, 이은주의 생전 소속사인 나무엑터스는 매년 비공개 추모행사를 진행해 온 바 있다.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는 “‘故 이은주 특별전’은 은주를 스크린에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에 준비하게 됐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은주를 변함없이 아끼고 사랑해준 팬 여러분께 은주를 대신해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CGV아트하우스 관계자는 “CGV아트하우스는 한국영화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한국영화가 남긴 영화적 유산을 기리고, 새롭게 발견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 또한 고인이 남긴 영화세계를 되새기는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예팀 chkim@seoul.co.kr
  • 레드카펫 등장… 축하 공연… 졸업영화 찍고 상영… 파티가 된 졸업식

    레드카펫 등장… 축하 공연… 졸업영화 찍고 상영… 파티가 된 졸업식

    졸업식 하면 으레 연상되는 달걀 세례와 밀가루 뿌리기, 교복 찢기와 알몸 뒤풀이는 옛말이 됐다. 과거 일탈과 폭력으로 얼룩져 경찰의 감시 속에 열리기도 했던 졸업식이 이젠 교사와 학생이 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감사와 출발의 축복을 담은 졸업식 신풍속도다. 11일 서울 강동구 암사동 선사고교 강당에서는 영화제 같은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생들이 직접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만든 ‘뜨거운 안녕’이라는 콘셉트로 진행된 졸업식에는 레드카펫이 깔렸다. 주인공인 졸업생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식장으로 입장할 때 해당 학생의 어린 시절 사진이 무대 위 스크린에 지나갔다. 김용성 교장은 뻔하고 지루한 훈시 대신 졸업생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불러 졸업장을 주면서 미래를 축복했다. 교사들은 졸업장을 받아 든 제자들이 퇴장하는 곳에서부터 두 줄로 서서 박수를 치며 사회로 나가는 첫걸음을 격려했다. 모든 졸업생이 졸업장을 받은 뒤 1, 2학년들이 등장했다. 졸업생 선배들에게 달걀과 밀가루를 던지고 교복을 찢는 대신 축하 공연으로 작별 인사에 의미를 더했다. 오페라 레미제라블 중 ‘어게인’을 합창한 후배들은 학교를 떠나는 선배들에게 달려가 풍선을 나눠 주고 무대로 유도하며 동방신기의 ‘풍선’을 불렀다. 졸업생들이 에이핑크의 ‘LUV’ 댄스와 토이의 ‘뜨거운 안녕’ 노래 공연으로 화답한 뒤 졸업식은 끝났다.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방산중학교 졸업식은 진짜 영화제로 치러졌다. 경찰들이 학교 운동장을 지켰지만 불상사는 없었다. 강당에서는 3학년 1반부터 9반까지 학급별로 한달 동안 준비한 영화가 상영됐다. 양병훈 교장은 졸업생 388명과 일일이 악수와 포옹을 하며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오케스트라 동아리의 축하 연주와 3년간의 학교생활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도 준비됐다. 졸업식 뒤 학생들은 복지관에 있는 노인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단독] ‘멀티 甲질’ 멀티플렉스

    [단독] ‘멀티 甲질’ 멀티플렉스

    # 대학생 나영화(22·가명)씨는 여자 친구 마니아(21·가명)씨와 데이트할 때면 종종 극장을 찾는다. 영화 티켓 2장에 1만 8000원, 팝콘 큰 것과 음료수 2개 콤보세트를 사는 데 8500원이 든다. 지난 주말엔 블록버스터 영화를 3D(3차원)로 봤다. 상영 시간이 임박해 허겁지겁 뛰어갔더니 맨 앞줄만 남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거금 2만 8000원(1인당 1만 4000원)을 치렀다. 헐레벌떡 극장에 들어섰더니 영화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광고만 10분 넘게 이어졌다. 맨 앞줄인데 티켓 할인도 못 받고 목이 아파 3D 안경을 벗었다 쓰기를 반복했다. 영화가 끝나고 수거함에 3D 안경을 반납하며 생각했다. ‘뭔가 손해 보는 느낌, 나만 그런가?’ 연간 국내 영화 관객 2억명 시대다. 국민 한 사람이 연 4회 정도 영화를 보는 셈이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의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이 전체 스크린수의 90.1%, 전체 좌석수의 91.1%, 시장점유율 78.8%를 차지한다. 지난달 말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청년유니온이 함께 다음 아고라에 토론 공간을 마련하자마자 뿔난 관객들이 극장을 향해 쏟아 놓은 비판과 제안들로 넘쳐났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관객들의 성토가 쏟아진 대목은 팝콘 가격이다. 팝콘값은 작은 것(46oz)이 4500원, 큰 것(92oz)이 5000원이다. ‘고작 500원 차이니 큰 팝콘을 사 먹으라는 상술’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양파맛, 치즈맛 등의 팝콘은 500원 더 비싸다. 최근 CGV에서는 수제 팝콘을 개발해 큰 용량을 6000원에 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8500원 콤보세트의 원가를 최대 1813원이라고 분석했다. 영화 시작 전 10~15분간 꼼짝없이 봐야 하는 상업 광고에 대해서도 불만이 쏟아졌다. “광고가 시작되는 시간을 마치 상영 시간처럼 명기하는 것은 꼼수”라는 지적들이다. 청소년 영화에 술, 담배, 대출 등 부적절한 광고가 나오는 것도 불만 사항이었다. 한 네티즌은 “아이 데리고 애니메이션을 보러 갔더니 성인영화 예고편을 틀어 주더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최근 3D 영화가 많아지면서 ‘3D 안경 끼워 팔기’도 문제다. 3D 영화는 2000~3000원 정도의 추가 요금이 붙어 사실상 3D 안경을 강제로 판매하는 형식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또 일부 극장이 영화를 많이 보는 주말에 포인트 사용을 금지하는 것에도 불만이 컸다. ●스크린 90% 장악 ‘막무가내’ 이 밖에 ‘영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직원이 출입문을 여는 문제’를 놓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안전 사고 방지 차원에서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감상을 끝까지 보장받아야 된다는 반대 의견도 많았다. 관객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극장 구조에도 불만이 높았다. 아이디 ‘우야꼬’를 쓴 한 네티즌은 “지난날 단관극장들은 맨 앞 좌석도 스크린에서 15m 이상 떨어졌었는데 지금은 훨씬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사각형이 아닌 부채꼴 구조로 좌석을 배치해야 한다”는 제안도 적지 않았다. ●참여연대, 공정위에 빅3 신고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는 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멀티플렉스 3사를 불공정거래행위, 표시광고법위반 행위 등으로 신고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3D 안경이나 극장 매점 가격 등에 대해 시민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면서 “공정위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영화 多樂房] ‘갓 헬프 더 걸’

    [영화 多樂房] ‘갓 헬프 더 걸’

    뮤지션이 기획하고 만든 뮤지컬 영화는 어떤 느낌일까? 그것도 데뷔 20주년을 앞둔 스코틀랜드의 모던 포크 밴드 ‘벨 앤 세바스찬’의 스튜어트 머독이 직접 연출했다면? ‘갓 헬프 더 걸’에 대한 호기심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가수가 본업을 벗어난다는 부담감 속에서도 결과적으로 머독은 자신의 음악이 장편영화 분량의 이야기와도 환상적으로 결합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갓 헬프 더 걸’은 좋은 노래와 상큼한 캐릭터들, 잔잔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스토리가 멋진 앙상블을 이룬다. 또한 머독의 고향이자 영화의 배경이 된 글래스고의 정취가 너무도 생생하게 담겨 있어 그 달콤, 상쾌한 공기를 스크린 밖으로 뿜어낼 기세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이브’는 섭식장애로 인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잠을 자고 음식을 먹는 기본적인 일조차 하지 못하면 친구를 사귀거나 돈을 벌 수도 없을뿐더러 예술 및 도덕과 같은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는 의사의 말은 이브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온다. 병원을 나온 이브는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몸을 돌보는 일과 곡 쓰는 일을 병행하면서 세상과 조금씩 소통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녀가 쓰는 가사는 왜소한 육체만큼 가벼운 존재감, 우울한 정서, 병원에서의 경험 등으로 가득 차 있고, 이처럼 사적인 노래가 대중적 공감을 얻어 낼 수 있을까 하는 비판에 부딪친다. 이것은 음악을 하는 많은 사람이 한 번쯤 거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골방에서 혼자 즐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라디오에서도 종종 자신의 목소리를 듣기 원한다면 발전이든 포기든 타협이든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시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첫 시퀀스부터 귀를 정화시키는 이브의 음악은 좀 어둡기는 해도 나름의 팬덤을 형성하기에 충분할 만큼 중독성과 호소력을 갖고 있다. 예민하고 여린 이브의 정서적 기복에 따라 음악은 때때로 다른 색깔을 입기도 하지만 그것은 같은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한 것에 가깝다. 그렇게 이브는 단념하지 않고 자신의 병리적 경험을 소박한 선율에 담아 사람들 앞에서 연주한다. 그녀가 방송국에 보낸 ‘카세트테이프’가 상징하는 것처럼 이브의 노래는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카세트 플레이어를 간직한 이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아날로그 시대의 유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작은 교감은 조금씩 불어나 이브가 마음을 치유하고 더 넓은 세상을 보게 하는 강한 원동력이 된다. 볼거리도 쏠쏠하다. 소소한 안무들은 사랑스럽고, 오래된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영상들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이브가 친구들과 떠난 여름날의 여행은 이 스코틀랜드발(發) 무공해 영화의 정수(精髓)와도 같다. 햇살을 머금은 나뭇잎처럼 싱그러운 청년들이 반짝이는 강물 위를 미끄러져 가는 장면은 말할 수 없이 평온하고 아름답다. 섭식장애와 불면증을 가진 이들, 밴드 뮤지션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힘차게 노를 젓고 있는 모든 청춘을 응원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1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실화·소설에 매달리는 영화계… 창작 시나리오의 가뭄

    실화·소설에 매달리는 영화계… 창작 시나리오의 가뭄

    영화 ‘제보자’ ‘쎄시봉’ ‘더 테너-리리코 스핀토’ ‘강남 1970’ ‘남영동1985’ ‘변호인’ 등을 꿰뚫는 공통점이 있다.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들은 어떤가. ‘아메리칸 스나이퍼’ ‘와일드’ ‘폭스캐처’ ‘언브로큰’ ‘빅아이즈’…. 슬슬 감이 올 것이다. 실화에 근거한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들이다. 또 이런 영화들도 있다. 이들 역시 최근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 ‘허삼관’ ‘내 심장을 쏴라’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기생수 파트1’ ‘주피터 어센딩’ ‘백설공주 살인사건’ 등이다. 위에서 언급한 영화들과 같은 범주에서 맞은편 대척점에 있다. 바로 원작 소설(만화)을 각색해 시나리오로 만든 작품들이다. 영화의 핵심 콘텐츠, 즉 시나리오의 원류를 따진 구분이다. 최근 극장가에는 이 같은 두 가지 방식의 영화가 대세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거나 인기 원작을 근거로 한 영화다. 먼저 실화를 영화로 만든 작품에는 어떤 창작 시나리오 못지않은 진실의 힘과 감동이 있다. 다큐영화의 강점을 상업영화가 차용하는 식이다. 그럼에도 흔히 ‘이 영화는 실재 사건에 기반했지만 영화 속 인물과 행위는 허구다’라고 일부러 거리를 두곤 한다. 그러나 알 사람은 다 안다. ‘강남 1970’ 속 남서울개발계획을 총지휘한 인물이 허구가 아니라 박종규 청와대 경호실장이고, ‘남영동1985’에서 잔혹한 고문을 가하는 이가 고문기술자 이근안이며, ‘제보자’에 황우석 박사와 한학수 PD가 등장함을 말이다. ‘쎄시봉’이나 ‘아메리칸 스나이퍼’ ‘와일드’처럼 실명을 명시한 작품은 말할 것도 없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영화 속의 극적인 사건들이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났다는 점이 관객과의 공감대를 더욱 깊게 형성한다”면서 “굵직한 사건 중심으로 구성하고, 여백에는 다양한 영화적 장치들을 설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이 제작자들에게 인기 있는 배경은 명료하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의 얼개 및 대중적 인지도 측면에서 검증을 거쳤다는 점이다. ‘내 심장을 쏴라’의 정유정, ‘허삼관’의 위화 등은 물론 ‘은교’를 쓴 박범신, ‘도가니’의 공지영 등은 탄탄한 고정 독자층을 보유한 스타 작가들이다. 하지만 흥행 성적은 실화에 기반한 시나리오보다 뒤처진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70억원을 들인 ‘허삼관’은 관객 95만명에 그쳤고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25만명, ‘내 심장을 쏴라’는 32만명 선에 서 주춤거리고 있다. “원작 소설이 담고 있는 개성 넘치는 문체와 정치한 상황 묘사 등의 미덕이 2시간 안팎의 스크린 위에 제대로 구현되기 힘든 탓”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나마 2011년 ‘도가니’가 466만명, 2012년 ‘은교’가 134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비교적 성공한 작품으로 꼽힌다. 문제는 영화 흥행의 성패가 아니다. 창작 시나리오가 발붙일 여지가 없는 영화계 생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화 콘텐츠의 다수가 외부에 기반하면서 영화계가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구조적으로 조성하지 못한다는 지적들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미국에서는 시나리오 작가가 감독 못지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데 반해 국내에서는 시나리오가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면서도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대우는 형편없는 수준”이라면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소설 등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영화 제작이 이뤄지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작사들 역시 대부분 영세하다 보니 창작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작가를 발굴할 여력이 없는 것도 걸림돌이다. 한 메이저 제작사의 관계자는 “몇억원씩 원고료를 떼이는 시나리오 작가들도 비일비재할 정도로 열악하다. 하지만 조금 주목받는다 싶으면 드라마 쪽으로 빠져나가는 시나리오 작가들이 많아 제작사들 입장에서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영진위 ‘입맛대로’? 갇혀버린 독립영화

    영진위 ‘입맛대로’? 갇혀버린 독립영화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방식 변경을 놓고 독립 영화계가 “예술영화 죽이기”라며 집단 반발에 나섰다. 영진위가 오는 4월부터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한국 예술영화 좌석점유율 지원 사업’ 개편안을 보면 영진위가 1년간 상영이 지원되는 한국 예술영화 26편과 이 영화를 상영할 스크린 35개를 선정해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영진위는 이 개편안에 대해 “예술영화로 분류되는 영화가 급격히 늘어나고 예술영화전용관의 과도한 교차 상영으로 전용관을 찾는 관객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예술영화전용관 관계자들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예술영화전용관은 스크린이 1~2개에 불과하고 프로그래머에 따라 자율적으로 상영작을 선정해 왔는데 영진위가 고른 예술영화를 특정한 날짜에 상영하는 것은 오히려 예술영화의 자율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예술영화 수입배급사 엣나인필름의 정상진 대표(예술영화전용관 모임)는 “극장들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영진위의 별도 심의 기관에서 선정한 예술영화를 목~토요일 중 이틀간 상영하는 극장에만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영진위의 입맛에 맞는 영화만 틀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멀티플렉스와 달리 예술영화전용관은 극장마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갖고 관객의 성향에 맞춘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데 이를 교차 상영으로 보는 시각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개봉한 지 한 달도 안 돼 멀티플렉스에서 보기 힘들어진 ‘더 테너 리리코 스펜토’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등의 작품은 현재 일부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되고 있다. 독립 예술영화 감독이나 제작자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한 예술영화 제작자는 “독립 영화 특성상 사회고발적인 내용이나 정부를 비판하는 다큐멘터리가 많은데 상영작을 제한한다면 관객에게 보여줄 최소한의 기회조차 박탈당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트나인, 씨네큐브, 인디스페이스, 스폰지하우스, 씨네코드 선재, 아트하우스 모모 등 전국 20여개 극장이 소속된 예술영화전용관모임은 이번 개편안에 대해 보이콧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 대표는 “좌석점유율 15%(100석 기준)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거부하는 등 대부분의 상영관에서 보이콧에 동참하기로 했다”면서 “최근 영진위에 공청회를 요청한 상태로 원만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범영화계 차원에서 이를 문제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진위 관계자는 “2002년부터 지난 13년간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사업을 시행해 왔지만 최근 전용관 운영실적의 지속적인 하락과 지원금 의존율의 악화 등으로 실효성이 떨어져 사업의 개선방안을 검토하게 된 것”이라면서 “지난달 23일 관계자 의견수렴을 위한 1차 간담회를 시작으로 내·외부 의견수렴 등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2월 비수기 극장가, 오페라에 눈돌리다

    2월 비수기 극장가, 오페라에 눈돌리다

    2월 비수기를 맞아 극장가가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관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넓은 스크린에서 고화질 영상과 생생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 오페라, 발레 상영물 등 콘텐츠 공급의 다변화에 나선 것. 롯데시네마는 파리국립오페라와 영국국립오페라의 오페라와 발레를 집중 상영한다. 4일 파리국립오페라의 ‘세비야의 이발사’(위)가 첫 시작을 알린다. 프랑스 작가 보마르셰가 1775년에 발표한 세비야의 이발사’라는 동명의 희곡을 바탕으로 로시니가 작곡한 작품으로 ‘피가로의 결혼’, ’죄 많은 어머니’와 함께 피가로의 3부작 중 제1부다.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김포공항, 센텀시티, 울산, 평촌점에서 평일 1회, 주말 1회 상영할 예정이며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인천, 수원, 성서, 수완점에서도 주말에 만나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파리국립오페라의 오페라는 ‘토스카’, ‘후궁탈출’, ‘돈 조반니’, ‘파우스트’ 등 5편을, 발레 작품으로는 ‘파리 오페라 갈라쇼’, ‘마농’ 등 2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특히 ‘파리 오페라 갈라쇼’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정단원으로 발탁된 발레리나 박세은씨가 나와 눈길을 끈다. 영국국립오페라의 작품은 ‘벤베누토 첼리니’, ‘펜잔스의 해적’, ‘라 트라비아타’, ‘카르멘’, ‘피터 그라임스’ 등 5편의 오페라가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벤베누토 첼리니’는 ‘그림형제’와 ‘12몽키즈’의 영화감독 테리 길리엄이 연출을 맡았고 ‘펜잔스의 해적’은 황금 종려상을 수상하고 오스카상 후보에 5차례 오른 ‘해피 고 러키’ ‘비밀과 거짓말’의 마이크 리 감독이 연출했다. 롯데시네마 측은 “상영될 오페라의 1막과 2막 사이에는 15분의 쉬는 시간이 있고, 작품 설명 및 가수들의 인터뷰 영상도 실릴 예정”이라면서 “오페라가 생소한 관객들도 영화관에서 쉽게 오페라를 접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가박스는 일찌감치 오페라 상영에 눈을 돌려 상당한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다. 이달에는 메트 오페라에서 재탄생한 모차르트의 걸작 ‘피가로의 결혼’을 내놓았다. 턴테이블 형식의 움직이는 무대로 화려한 세트가 볼거리를 제공하고 베이스바리톤 일다르 아브드라자코브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인터미션을 활용한 백 스테이지 해설과 주연배우 인터뷰 영상 등도 제공된다. 한편 그리스 신화 속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아래)도 7일 개봉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체스키크룸로프 성에서 촬영된 작품으로 중세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 충분한 작품. 고풍스러운 무대장치와 감성적인 아리아로 진한 슬픔과 감동을 더한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평일 주부 관객을 비롯해 오페라 고정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월부터 극장가의 비수기에 접어드는 만큼 음악과 드라마가 결합된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엄선해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유일한 낙 TV 시청…전기세 겁나 그나마 짬짬이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貧’]

    유일한 낙 TV 시청…전기세 겁나 그나마 짬짬이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貧’]

    “지난해에 큰 맘 먹고 거금 120만원을 주고 3D TV를 샀습니다. 일거리가 없는 날이면 눈을 떴을 때부터 감을 때까지 보는 TV에 ‘사치’를 부린 거죠.” 서울 강북 지역의 임대아파트에 사는 A(55)씨의 ‘재산목록 1호’는 TV다. 3년간 매달 3만~4만원씩 모은 돈으로 최신 TV를 샀다. 그가 공사판에서 버는 한 달 수입(100만원)을 훌쩍 넘기는 ‘사치품’이다. 다른 가구들은 재활용센터 등에서 헐값에 사들이거나 버려진 걸 주워 왔지만 TV는 달랐다. 스포츠뿐 아니라 평소 즐겨 보는 SF 영화도 기존에 쓰던 구형 브라운관 TV 대신 3D TV로 보니 현장감이 훨씬 살아났다. A씨는 “TV가 없으면 딱히 낙이 없고 뉴스라도 봐야 세상 돌아가는 걸 알 수 있다”면서 “서너 달 생활비 전부를 TV 사는 데 썼어도 별로 아깝지 않다”고 했다. 놀기 위해서는 돈과 여유가 필요하다. 먹고사느라 고달픈 절대빈곤층에게는 그래서 TV가 유일한 여가 수단인 경우가 많다. 그저 켜놓는 것만으로도 온갖 ‘문화생활’을 브라운관을 통해 간접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독거 노인 B(76)씨에 비하면 A씨는 ‘호사스러운’ 축에 든다. B씨는 TV를 보고 싶어도 전기요금 걱정에 손이 잘 가지 않기 때문이다. B씨가 단칸방에서 매일 아침 눈뜨는 시간은 오전 4시. 하지만 딱히 할 게 없다. 아직 밖이 깜깜해 산책할 수 없는 시간이다. TV라도 보고 싶지만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는 처지라 전기비 걱정에 잘 틀지 않는다. 가만히 누워서 천장을 보며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오전 10시쯤 동네 경로당을 찾는다. 거기서 인근 노인들과 어울리며 줄곧 TV를 시청한다. B씨는 “집에서는(공중파만 나와서) 채널이 몇 개 안 되지만(케이블 채널을 갖춘) 경로당 TV는 채널이 많아서 더 볼 게 많다”면서 “저녁 때 집에 오면 밥 먹으면서 TV를 잠깐 보다가 끄고 8시면 잠자리에 든다”고 했다. 경기 광명에 사는 독거 노인 C(83·여)씨는 노환 등으로 거동이 불편하다. 그의 유일한 낙은 TV 시청이다. 하지만 낮 대신 밤에만 본다. 하루 종일 TV를 틀어 놓기에는 전기요금이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C씨는 “오후 6시 이후 3시간이 TV 시청 시간”이라면서 “TV로 영화를 보고 싶어도 (공중파에서는) 늦게 영화를 틀어 주니까 요즘엔 제대로 본 게 없다”고 했다. 조금 더 여유가 있는 빈곤층은 PC방에서 여가를 보내기도 한다. 서울 서대문구의 매입임대빌라에 사는 D(45)씨는 2주에 한 번꼴로 일 없는 날을 골라 PC방에서 ‘게임 데이’를 즐긴다. 보통 한 번 가면 13시간 정도 게임을 한다. 한때 20시간 연속으로 죽치고 앉아 게임에 몰입한 적도 있다. 1만원이면 13시간 정도 게임을 할 수 있어 점심으로 짜장면을 시켜 먹거나 컵라면 등 간식을 먹어도 2만원이면 하루를 날 수 있다. D씨는 “게임방에서 오락을 하다 보면 서너 시간이 훌쩍 가 있을 정도로 시간을 보내기 좋다”면서 “게임 도중 채팅에서 만난 사람 소개로 경기 인근 지역에서 일주일 동안 막노동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대다수 빈곤층은 제대로 된 여행을 꿈꾸기 힘들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4년 비수급 빈곤층 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에 한 번 이상 2박 3일 이상의 여행을 다녀오지 못한 빈곤층(기초생활수급대상자)은 98.0%로, 전체 가구 평균(22.4%)의 4배가 넘는다. C씨는 평생 여행다운 여행을 다녀온 기억이 없다. 젊은 시절 명절 때 고향인 광주를 오고 간 것 외에는 순전히 여가를 위해 버스 등을 타고 나간 적이 없다. 더욱이 몸을 맘대로 움직일 수 없는 요즘 들어 여행은 꿈도 못 꾼다. 그는 “재작년 노인복지관에서 여는 무료 나들이에 따라 갔다가 몸살이 걸려 꼬박 일주일을 누워 지냈다”면서 “사는 게 심심하고 따분해 죽을 날만 기다리는 셈”이라고 했다. 빈곤층 아이들 역시 여행이나 나들이를 쉽게 가지 못한다. 부모가 형편이 안 되는 데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일 때문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짬이 없는 탓이다. 아름다운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서울 지역 저소득 가정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강에서 역사와 문화 체험을 하는 무료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한강에 처음 와봤다’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쉽사리 가지 못하는 빈곤층의 약점을 노리는 ‘사기’도 종종 벌어진다. 서울 송파구 거여동의 빈곤층 E(74·여)씨는 지난가을 황당한 일을 당했다. 낯선 이들이 E씨가 자주 가는 동네 경로당을 찾아 “공짜로 세종시 구경을 시켜 주겠다”면서 전세버스에 오를 것을 종용했다. E씨와 주변 노인들은 의심 없이 따라나섰다. 그러나 이들이 내린 곳은 세종시가 아닌 서울 외곽의 허름한 가건물 강의실이었다. 이들은 노인들을 앉힌 뒤 녹용과 옥장판 등을 파는 강의를 4시간 넘게 진행했다. 항의하는 이들에게는 “자꾸 이러면 못 간다”며 윽박질렀다. E씨는 “강의와 호객 행위가 끝난 뒤 차로 다시 경로당에 데려다준 게 다행이었다”면서 “그 이후에는 누가 ‘공짜 여행을 보내 준다’고 해도 절대 안 따라간다”고 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겨우 의식주만 해결하는 수준을 도와주는 현재 우리나라의 빈곤층 지원 시스템으로는 빈곤층이 여가라는 걸 누릴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정보 검색’에 능한 빈곤층 중 복지단체에서 지원하는 무료 여행의 기회를 잡은 경우도 있다.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 대상 싱글맘 E(40)씨는 2013년 여름 강원도 속초로 2박3일 휴가를 다녀왔다. 초등학교 6학년인 큰아들과 2살 딸 외에 100일이 갓 지난 막내딸까지 네 식구가 함께했다. 그러나 돈은 한 푼도 들지 않았다. 모 복지재단이 한부모가정 등을 대상으로 주최한 여름휴가 프로그램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주최 측이 숙박과 교통, 식사비 일체를 무료로 제공했다. 앞서 그녀는 지난해 11월에는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다. 이 역시 싱글맘 관련 협회의 후원 덕분이었다. 아이들은 물론 E씨 역시 비행기를 탄 건 처음이었다. E씨는 “아이들을 위해 1년에 한 번은 어떤 수를 쓰더라도 함께 여행을 가려고 한다”면서 “집에만 있는 애들을 생각하면 무료 여행을 갈 좋은 기회가 없을까 여기저기 찾아보게 된다”고 했다. E씨는 미혼모 관련 협회가 여는 ‘부모 교육’ 강의를 20차례 수강하면 제주도 여행을 무료로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검색한 덕택에 행운을 잡을 수 있었다. 영화 관람도 빈곤층에게는 쉽지 않다. 노년 빈곤층에서는 최근 수십년간 영화관을 찾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례가 수두룩했다. 특히 한창 영화 관람에 맛을 들일 젊은 층이 돈 때문에 참아야 하는 일은 ‘고문’이나 다름없다. 그렇다 보니 다양한 방식이 동원된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스튜던트 푸어’ F(27)씨는 밥 먹을 돈을 아껴 영화를 볼 정도로 영화 애호가다. 하지만 영화 관람비는 지갑이 가벼운 그에게 큰 부담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 대신 스크린을 적게 내거는 군소 영화관에 주로 간다. F씨는 “멀티플렉스는 관람비는 1만원에 가깝지만 단관 극장은 6000원 정도만 내면 된다”면서 “이것조차 부담스러우면 인터넷으로 영화 파일을 공짜로 내려받아 본다”고 했다. SF 영화를 즐겨 보는 G(34)씨도 “극장에서 영화 한 편 보는 데 1만원이나 내야 하니 최근 6년간 극장 문턱도 밟지 못했다”면서 “대신 가끔 동대문시장 등에서 복제한 최신 영화 DVD를 5편에 1만원 주고 사서 집에서 본다”고 했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은 예나 지금이나 빈곤 노년층의 놀이터다. 강서구에 사는 H(82)씨도 매일같이 정오쯤 탑골공원으로 출근한다. 공원 팔각정 주변에 자리 잡은 뒤 허리에 찬 소형 카세트 라디오를 들으며 공원을 천천히 산책한다. 팔각정에 앉아서 주변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한 달 소득이 국민연금 40만원에 노인연금 16만원 정도가 고작인 처지라 탑골공원 만큼 ‘경제적인’ 소일거리 공간이 없다. 주변 식당들의 밥값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국밥 한 그릇에 소주 한 병 시키면 6000원 정도면 충분하다. 친구들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다 보면 한두시간은 훌쩍 간다. H씨는 “지하철 요금은 공짜이니 밥값 정도를 빼면 돈이 별로 들 일이 없다”면서 “날씨가 좋을 때는 청와대 앞까지도 놀러간다”고 했다. I(71)씨도 매일 아침 경기도 성남에서 탑골공원으로 나오는 ‘터줏대감’이다. 그는 “밖에서 밥을 챙겨 먹지 않으면 한 달 용돈은 10만원이면 충분하다”면서 “잠실 석촌호수 부근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라고 했다. 봉사 활동으로 여가를 보내는 빈곤 노년층도 일부 보인다. 경기도 광명에 사는 독거 노인 J(82·여)씨는 10년째 지역 노인복지센터 뜨개질 교실에서 다른 노년층을 가르친다. 그녀는 “그냥 놀 바에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움직이는 게 훨씬 보람 있다”고 했다. 이두걸 유대근 송수연 기자 douzirl@seoul.co.kr
  • 아이폰7, 닌텐도 닮았다? “조이스틱 겸 홈버튼 특허”

    아이폰7, 닌텐도 닮았다? “조이스틱 겸 홈버튼 특허”

    아이폰7이 닌텐도DS처럼 생겼다면? 애플이 새로운 디자인의 디바이스를 특허출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IT 전문매체인 나인투파이브맥(9to5mac)이 최근 보도했다. 미국 특허청 발표를 인용한 이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2008년 하반기, 스프링을 장착해 조이스틱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홈버튼을 특허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얇아지고 커진 아이폰6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은 현황에서,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새롭게 알려진 애플의 디바이스 디자인이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내놓았다. 공개된 디자인은 2008년 애플이 특허를 획득한 것으로, 이미 대중화 된 닌텐도DS 게임기와 매우 유사하다. 2008년 9월 특허등록된 이 디자인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휴대용 전자기기‘로서 ’다기능 입력장치‘(Multi-Function input device)라는 명칭이 붙었으며, 평상시에는 홈버튼의 기능만 수행하다 게임 등 조이스틱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홈버튼이 돌출돼 상하좌우로 움직이고 신호를 임력할 수 있다. 애플의 특허신청 지원서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휴대용 게임기, 휴대전화, 노트북 등을 가지는 것은 매우 보편화 되었다. 이것이 애플의 기능성 제품이 많은 인기를 끄는 이유”라고 설명하면서 “하지만 이러한 기능성 디바이스(장치)가 늘어날수록 이들의 크기는 점점 줄어든다”고 적었다. 아플은 터치스크린만으로 모바일게임을 하는 동안 사용자가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것이 힘들다는 점을 언급하며 “내장형 조이스틱은 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이 실제로 이 디자인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적용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만약 이를 적용한다면 휴대용게임기인 닌텐도DS와 매우 유사한 형태 및 기능을 가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대림산업 ‘오렌지 아트스쿨’,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 사로잡아

    대림산업 ‘오렌지 아트스쿨’,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 사로잡아

    서울에 다시 반짝 한파가 찾아온 지난 19일 오전 10시. 경복궁역 인근 대림미술관 1층에는 분주한 분위기 속에 학부모와 어린이들이 ‘오렌지 아트스쿨’ 첫날 오프닝을 기다리고 있었다. e편한세상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문화행사 ‘오렌지 아트스쿨’은 올해로 13번째이자, 현재까지 2,300여명이 다녀간 대림산업의 대표적 고객만족서비스의 하나이다. 대림산업의 ‘오렌지 아트스쿨’은 대림미술관과 함께 매해 색다른 예술체험 프로그램 제공으로 참가 어린이는 물론 동반 학부모에게도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으며, 계약자의 만족도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번 ‘오렌지 아트스쿨’은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라이트 드로잉’의 전시공연과 체험 중심의 ‘행복한 카메라’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평소 경험하기 힘든 품격 높은 예술체험 활동을 통합적으로 제공했다.‘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은 현재 대림미술관에서 진행중인 전시회로 일반인의 관람이 붐비는 인기 전시회이기도 하다. 비틀즈의 전 멤버인 폴 매카트니의 부인이자 유명한 사진작가 ‘린다 매카트니’의 작품 전시회로 그녀가 기록한 가족, 음악, 예술, 환경 등 아름다운 일상의 순간을 담은 모습을 눈 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특히 ‘오렌지 아트스쿨’에서는 어린이의 눈 높이에 맞도록 도슨트 투어가 진행되었고, 아이들이 사진을 친근하게 느끼고, 스스로 작품을 감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무엇보다 이번 행사에서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를 사로잡은 건 ‘행복한 카메라’ 프로그램일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대림미술관 교육문화팀이 자체 개발한 체험교육 kit의 하나로 즉석에서 카메라 만들기, 촬영 및 인화 등 체계적인 체험으로 감각과 감성을 일깨우는 통합적 창작활동으로 평가 받고 있다.특히 이번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부천에서 6살, 8살 자녀와 함께 온 김모씨(38, 여)는 “평소에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오렌지 아트스쿨’ 덕분에 아이들과 다양한 경험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행복한 카메라 체험은 시간을 더 늘렸으면 좋겠다”라고 큰 만족을 나타냈다.이 밖에도 특수 스크린과 조명을 사용하여 스토리를 그려나가는 마틸다 강 작가의 ‘라이트 드로잉 공연’ 관람과 직접 빛을 이용해 다양한 문양을 드로잉하는 ‘라이트 드로잉 체험’도 진행되었다.지난 19일 월요일을 시작으로 6일동안(주말 제외) 진행되었던 대림산업의 ‘오렌지 아트스쿨’은 e편한세상 고객들이 예술체험 활동을 통해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것은 물론,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감성을 일깨워 창의적 사고와 감수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었다.대림산업 관계자는 “이번 오렌지 아트스쿨 역시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준비했는데, 행사기간 동안 많은 참가자들이 높은 만족감을 보여주어 준비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앞으로도 대림산업이 준비하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e편한세상 고객과 대림이 든든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대기업 배급·유통 독과점…중소社 위기감”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에서 촉발된 국내 영화시장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개훔방’은 동명의 미국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김혜자, 최민수, 강혜정 등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았던 작품. 그러나 흥행에 실패했고 제작자인 삼거리픽쳐스의 엄용훈 대표는 그에 대한 책임으로 배급사(리틀빅픽쳐스)의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기업 수직계열화에 따른 몰아주기 상영 행태를 법으로 규제해 동일 계열기업 간 배급과 상영을 엄격히 분리시켜 달라”는 요지의 호소문을 대통령 앞으로 올렸다. 엄 대표는 28일 인터뷰에서 “CJ와 롯데 등 대기업이 영화계 투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급과 극장 유통망까지 확보해 권력화되면서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감독, 제작자, 배우들마저 대기업에 줄을 서는 상황이 벌어져 중소 배급사들은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배급과 상영이 분리된 할리우드와 달리 국내에서는 대기업이 이를 동시에 주도하면서 상영관 독과점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개훔방’측은 “보통 개봉 2주 전 예매 사이트를 오픈하는 대기업 계열 배급사의 영화와 달리 개봉 직전에야 예매가 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개봉 초반 상영관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영화흥행의 관건’임은 영화가의 암묵적 공식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총제작비 38억원의 ‘개훔방’과 180억원의 ‘국제시장’을 단순비교할 수는 없지만, ‘국제시장’이 개봉 첫날 931개의 스크린을 확보한 것은 수직계열 배급망(CJ CGV)을 갖춘 투자배급사 CJ E&M의 영향력이 결정적인 배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멀티플렉스 측에서는 ‘개훔방’을 비롯한 모든 영화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입장이다. CGV의 관계자는 “매주 신규 영화가 5~10편 쏟아진다. 영화의 선호도, 규모, 예매율 등을 종합판단해 스크린 수를 배정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추억이 방울방울… 예술이 된 중고차들

    추억이 방울방울… 예술이 된 중고차들

    ‘나는 울산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단 한 분과 함께 12년 동안 32만 3562㎞를 달렸습니다. 일요일에도 쉬지 않았고, 힘들어도 말썽 한번 부리지 않았습니다.’ 택배기사 K씨가 2002년부터 12년 동안 몰았던 픽업트럭 ‘흰둥이’의 이야기다. K씨는 새 차를 마련하게 된 것은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거운 짐을 실어나르며 함께 고생했던 흰둥이를 떠나 보내는 것이 너무 서운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슬퍼할 이유가 없어졌다. ‘흰둥이’가 예술작품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됐으니 말이다. 작가 이용백은 택배기사가 몰던 낡은 포터를 분해한 뒤 석고캐스팅해 재구성한 ‘포터를 위한 기념비’를 만들었다. 이 작가는 “시간을 다투는 배달업무의 특성상 차 안에서 식사도 해결하고, 음악도 들으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얘기를 듣고 택배기사와 자동차가 함께했던 노동의 가치를 끌어올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부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차에 달려 있던 라디오카세트케이스와 미터기를 부착한 멋진 오디오 ‘엔젤 솔저’도 만들었다. 오랜 시간을 동고동락하며 많은 사연을 함께 쌓았지만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자동차를 재활용한 예술작품들을 선보이는 ‘브릴리언트 메모리즈’전이 2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 1관에서 개막했다. 등하굣길에 아이들을 싣고 나른 특수학교 통학버스, 아버지가 참외농사 지을 때 함께했던 트럭, 사진작가의 촬영 현장을 함께 찾았던 갤로퍼, 30년을 함께 손님을 싣고 달렸던 택시, 젊은 시절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던 자동차, 악기를 싣고 전국을 달렸던 인디밴드의 싼타페 등이 예술작품으로 재창조돼 관람객을 맞는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0∼11월 폐차할 예정이거나 중고차 판매로 차량을 떠나 보내는 현대차 운전자들로부터 사연을 접수했고 여기에 참가한 1만 8000여명 중 14명의 이야기가 이번 전시작품에 담겼다. 작가 김병호, 김종구, 김진우, 박선기, 박진우, 신유라, 양민하, 양수인, 우주+림희영, 이용백, 한진수, 아티스트칸, 이광호, 에브리웨어 등 14명이 참여해 설치, 회화, 가방, 소파, 미디어 등 24점의 작품을 보여준다. 작가 김종구는 경북 상주에서 참외 농사를 짓는 아버지의 포터가 생계 수단이 아닌 추억으로 남으면 좋겠다는 사연을 접하고 포터 몸체를 그라인더로 갈아 ‘자동차와 시, 서, 화’라는 작품과 쇳가루로 ‘성주 꿀 참외’라고 쓴 현판을 만들었다. 김종구는 “오래된 자동차는 결국 주인을 닮아가 인간의 모습을 하게 되는 것 같다”며 “이번 작품으로 인간과 산업의 관계를 예술가가 맺어주는 듯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마니어인 작가 김진우는 인디밴드의 손과 발, 혹은 안식처이기도 했던 싼타페의 엔진과 동력장치를 이용한 작품 ‘소리나무’와 ‘주크박스’를 선보였다. 작가 박선기는 특수학교 어린이들이 이용하던 38인승 통학버스가 교사와 학생의 중요한 소통의 창구가 됐다는 점에 주목해 좌석 안전벨트를 연결해 하나의 스크린을 만들고 그 위에 아이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이민을 준비하느라 떠나보낸 차량의 운전석은 여행가방으로 거듭났고, 택시 뒷좌석은 소파 모양의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현대차 이대형 아트 디렉터는 인간, 역사, 재생, 협업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며 이번 전시를 통해 “미학을 넘어 기업의 윤리적 가치가 무엇인가를 물었다”며 “문화 및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적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고객에게 차별화된 전시를 제공한다는 데 이번 전시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안철수 “창조 막는 산업구조 해결이 더 도움”

    안철수 “창조 막는 산업구조 해결이 더 도움”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8일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를 직접 공격했다. 높은 작품성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대기업과 직배사들의 ‘스크린 장악’에 밀려 흥행에 실패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 초청 상영회를 계기로 목소리를 높였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영회에 앞서 “‘개훔방’이 좋은 작품인데 흥행 성적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결국 대기업이 영화 제작도 하고 배급도 하고 영화관까지 독점하기 때문”이라며 “대통령께서 창조경제에 얼마를 쏟아붓겠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순간 벌어지는, 창조를 막는 산업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진정성 있고 더 실질적이고 더 나라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제작, 배급을 대기업에서 하더라도 최소 영화관만이라도 따로 계열 분리해서 관객들이 좋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이 이날 ‘문화가 있는 날’ 행사를 맞아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한 터여서 안 의원의 영화 행사는 더욱 눈길을 끌었다. 국제시장은 극장 체인을 가진 대기업 CJ E&M이 투자 배급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안 의원실 관계자는 “초청 상영회는 안 의원과 배급사 삼거리픽처스의 엄용훈 대표가 오래전부터 약속한 일”이라고 연관성을 부인했다. 안 의원은 지난해 연말부터 창조경제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24일 박 대통령이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을 방문한 당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았고, 지난 13일에는 신년 좌담회를 열어 “정부 주도의 문제와 창업에만 치중하고 중소기업, 중견기업들의 창조적 혁신을 돕는 정책은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씨줄날줄] ‘국제시장’ 표준근로/진경호 논설위원

    1200만 관객 영화 ‘국제시장’이 박수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지금 정부가 반기고 있듯 ‘법대로 만든 영화’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주연 황정민·김윤진씨는 물론 윤제균 감독에서부터 말단 스태프까지 제작에 참여한 모두가 근로표준계약서를 썼고, 영화 제작도 계약서가 준용한 근로기준법에 맞춰 이뤄졌다. 우리 영화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하루 12시간 이내 촬영’, ‘초과촬영 추가수당 지급’, ‘주1회 휴무’, ‘4대 보험 가입’이라는 표준계약을 따르느라 야간 촬영을 최소화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쉬었고, 약속한 임금도 때에 맞춰 꼬박꼬박 지급했다고 한다. 이렇게 표준계약을 이행하느라 들어간 돈은 3억원…. 통상적인 주연급 배우 한 명의 개런티에도 못 미치는 ‘푼돈’이건만 왜 지금껏 한국 영화계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표현을 빌려 ‘영화가 만들어질 때까지 모두가 행복할’ 이 표준계약서 하나 변변하게 만들지 못했던 것인지 안타깝고도 다행스럽기 그지없다. 윤 감독이 얼마 전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만큼 막내 스태프까지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고 했다니 ‘국제시장’ 주변의 웃음꽃은 당분간 더 이어질 모양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영화산업의 지난 몇 년은 커다란 아픔 몇 가지가 하나씩 하나씩 희망의 꽃을 피운 시기였다. 굶주림으로 몸져 누운 채 위층 세입자에게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라는 쪽지를 남기고는 그만 서른둘의 생을 접고 만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의 죽음은 이듬해인 2012년 예술인복지법이라는 이름의 ‘최고은법’을 낳았다. 그리고 이 법으로 만들어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올해 처음 110억원을 투입해 제2, 제3의 최고은 돕기에 나섰다. 2011년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처음 300만명 가까이 관객을 모은 ‘워낭소리’가 남긴 씁쓸한 뒷얘기는 지금 500만 관객 동원을 눈앞에 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주도면밀한 사전 준비를 가능케 했다. 예상치 못한 흥행 앞에서 제작사와 감독이 수익 배분을 놓고 벌인 소송전을 보면서 ‘님아’ 제작진은 영화 촬영에 앞서 철저하게 수익 배분 원칙을 세웠다. 시도 때도 없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워낭소리 주인공 할아버지가 곤욕을 치렀던 것과 달리 ‘님아’ 제작진은 개봉 직후 주인공 할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자식들 집으로 모셨다. 대박을 ‘법대로’ 만들 줄 알고, 뜻밖의 행운을 세련되게 요리할 줄 아는 성숙함을 우리 영화계가 갖춰 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갈 길이 멈춘 건 아니다. 어제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상영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시위하듯 지금도 중소 제작사들의 많은 영화들은 몇몇 대형 배급사들의 스크린 독점에 신음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인 어제 ‘국제시장’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개를 훔치는 방법’을 완벽하게 터득할 기회까지 잡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얘기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새신부 남상미, 순백의 웨딩드레스 자태 공개… “천사가 따로없네”

    새신부 남상미, 순백의 웨딩드레스 자태 공개… “천사가 따로없네”

    24일 결혼식을 올린 ‘1월의 신부’ 남상미(31)의 웨딩드레스 자태가 공개됐다. 남상미의 소속사 제이알 엔터테인먼트는 26일 결혼식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남상미는 우아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남상미의 결혼식은 교회 목사의 주례와 신랑 친구들의 축가에 하객들이 동참하며 화기애애하게 치러졌다. 특히 신랑과 신부가 함께할 날들을 앞두고 서로에게 보내는 진심 담긴 편지를 낭독해 하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소속사 측은 “남상미가 가족과 친지의 사랑과 축복 속에 행복하고 따스하게 결혼식을 마쳤다”며 “앞으로 행복한 가정 안에서 배우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남상미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남상미는 24일 동갑내기 일반인 사업가와 경기도 양평의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일반인인 신랑을 배려해 조촐하게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결혼식에는 이보영 전혜빈 류승룡 등 동료 배우들도 참석했다. 남상미 소속사에 따르면 그의 신랑은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 남상미 측은 지난해 11월 결혼을 발표하며 “1년 동안 사귄 신랑의 꾸밈 없이 소탈한 면모에 반해 결혼을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남상미는 2003년 드라마 ‘러브레터’로 데뷔해 ‘불량가족’ ‘개와 늑대의 시간’ ‘빛과 그림자’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잠복근무’ ‘불신지옥’ ‘복숭아나무’ 등으로 스크린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했다. 지난해에는 드라마 ‘조선총잡이’ 영화 ‘슬로우 비디오’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해롤드앤모드’ 19세 청년이 80세 노인을 사랑한 이유는?[리뷰]

    ‘해롤드앤모드’ 19세 청년이 80세 노인을 사랑한 이유는?[리뷰]

    자살을 꿈꾸는 19세 소년 해롤드(강하늘)가 유쾌한 80세 노인 모드(박정자)를 만나면서 진정한 삶과 사랑을 배워간다. 19세 소년과 80세 할머니의 범상치 않은 러브스토리. 현명한 노인이 경솔한 젊은이에게 삶의 교훈을 가르치는 감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육체적인 사랑이 느껴지는 에로틱한 사랑도 아니다. ‘죽음’이란 소재를 다루면서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를 사랑을 통해 보여준다. 두 사람을 통해 동화 같은 사랑을 꿈꾸며,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통해 그 사람의 진실된 의미를 찾게 된다. 그동안 ‘19 그리고 80’이란 제목으로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는 ‘해롤드&모드’에는 파격적인 소재 안에 진지함과 설득력을 갖춘 감동이 녹아있다. 소년, 할머니를 만나다. 규범에 얽매이기 거부하는 부잣집 도련님 해롤드는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자살 쇼를 벌이는 것이 유일한 취미다. 어느 날 해롤드는 한 장례식장에서 엉뚱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80세 할머니 모드를 만난다. 매연이 심한 도시의 가로수를 몰래 뽑아 해롤드에게 숲에 옮겨 심으라고 하고, 유기농이라며 술과 담배를 권한다. 무엇보다 모드는 “사람은 바보 같은 짓을 할 자유도 있는 거야”라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던 해롤드에게 용기를 준다. 매일 자살을 꿈꾸던 19세 소년 해롤드와 매일 새로움을 꿈꾸는 80세 할머니 모드는 그렇게 만났다. 소년, 할머니와 사랑에 빠지다. 그들의 러브스토리는 매일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만들어져 간다. 자유분방한 모드의 일상에 함께하며 해롤드는 싱그러운 삶의 즐거움과 난생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천방지축 귀여운 모드를 사랑하게 된 해롤드는 그녀의 80번째 생일 기념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반지를 준비한다. 하지만 결말은 이별. 모드가 선택한 영원한 이별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린 죽음으로 달려가는 거야” “내 죽음에 대해 너무 슬퍼 하지마. 죽음은 삶의 일부고 변화의 일부일 뿐이야” 콜린 히긴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해롤드&모드’는 해롤드가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헤롤드에게는 정신과 상담을 강요하고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아들을 결혼시키려는 데 혈안이 된 엄마보다, 모드가 더 편안하고 따뜻한 안식처다. 80세의 할머니가 19세 소년을 만나 그 소년이 삶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거울과 같은 존재가 된다. 극중 해롤드를 치료하는 의사가 등장하는 데, 모드는 그 의사보다 훨씬 대단한 힘을 가졌다. “어서 해봐. 바보 같은 짓을 할 자유도 있는 거야” 집도 가구도 모드의 것은 없다. 길가의 가로수가 죽어가는 것이 안쓰러워 편히 자랄 곳을 찾아주기 위해 뽑아 오기도 한다. 사람들은 모두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간다는 모드의 말처럼 결국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내 것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해롤드는 이런 엉뚱하고 사랑스런 모드를 만나면서 세상을 새롭게 보게 되고 삶을 사랑하게 된다. 삶의 의미를 몰랐던 해롤드에게 모드는 하루하루 새로운 삶을 사는 법을 알려준다. 모드를 떠나보내면서 해롤드는 비로소 세상과 당당히 맞서는 법을 배운다. 19세라는, 앞이 안 보이는 나이에 모드라는 삶의 이정표를 만났고, 모드를 만난 후 해롤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후일담이 기대된다. 2003년 초연부터 여섯 번째 무대에 서는 연극계의 살아있는 역사 박정자가 유쾌하고 천진난만한 80세 할머니 모드 역을, 뛰어난 연기력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 뮤지컬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는 대세배우 강하늘이 반항기 충만하지만 사랑받길 원하는 19세 해롤드 역을 맡았다. 연극계 대모와 청춘 대세 배우는 완벽한 호흡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19세에서 80세까지 다 아우를 수 있는, 유쾌하고 감각적이다. 3월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개를 훔치는 방법’ 제작사 대표, 대통령에 ‘대기업 수직계열화’ 폐해 호소

    ‘개를 훔치는 방법’ 제작사 대표, 대통령에 ‘대기업 수직계열화’ 폐해 호소

    “한국 영화 산업의 대기업 수직계열화에 따른 몰아주기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법으로 동일 계열 기업 간에 배급과 상영을 엄격히 분리시키고, 상영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합리적으로 세워서 한국영화의 무궁한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 주십시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제작한 삼거리픽쳐스 엄용훈 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님께 올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쓰고 이같이 호소했다. 엄 대표는 최근 ‘개훔방’의 흥행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신이 맡고 있던 배급사 리틀빅픽쳐스 대표직과 영화계 각종 직책 등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개훔방’은 미국의 여류작가 바바라 오코너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영화를 본 관객의 호평이 이어지며 SNS 등을 통해 꾸준히 상영관 확대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26일 기준으로 스크린수는 30개다. 엄 대표는 “2주 전부터 예매가 가능하게 한 (대기업의) 자사 계열 배급 영화와 달리 중소배급사 영화는 개봉일에 임박해 예매가 가능하게 하는 등 처음부터 공정한 룰이 적용되지 않았다”면서 “상영관을 조조·심야 시간대 중심으로 배정해 좌석점유율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도 예매율과 좌석점유율만 거론해 개봉관을 줄이는 기가 막히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애초 관객의 영화 선택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영화를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구축된 ‘멀티플렉스’라는 시스템이 수직계열화된 대기업 배급사의 ‘와이드 릴리즈 방식’과 함께 오히려 힘없는 영화와 중소 영화사를 사지로 모는 상황으로 악용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엄 대표는 “현재의 영화 산업은 초반에 상영관을 얼마나 확보했는가가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명량’과 ‘국제시장’,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 최근 흥행작이 각각 CJ 계열인 CJ E&M과 CJ CGV 작품인 점을 예로 들었다. 엄 대표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CJ CGV와 롯데시네마에 과징금을 부과했음에도 “상영관의 독과점 행태는 전혀 나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개훔방’ 사태는 한국영화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대기업 수직계열화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 영화계는 지독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엄 대표는 “적어도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적용하고 약자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이해와 배려가 있다면 영화 산업은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배급과 상영의 분리 방안 등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다음은 엄용훈 대표의 글 전문. 박근혜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불철주야로 바쁘신 와중에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다는 죄송스러움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잘 알기에, 수없이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망설이고 또 망설임을 반복하다가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이 서신을 올리오니 잠시 시간을 내시어 읽어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제작/ 배급한 삼거리픽쳐스 대표 엄용훈입니다. 2008년 8월에 ‘삼거리픽쳐스’라는 영화 제작사를 설립한 이래, 초저예산 장편 영화 5편의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영화 ‘도가니‘, 2012년 ’러브픽션’을 제작하였고, 금번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라는 영화를 제작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그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설로 출판되어 스테디셀러 작품으로 검증 받은 미국 작가 ‘바바라 오코너’라는 저명한 원작의 영화화 판권을 구매하여, 국내에서 최초로 미국 소설 원작을 영화화한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자고 김성호 감독과 함께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의기투합 하면서 개봉까지 달려왔습니다. 이 영화는, 어느 날 사업실패로 아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하루 아침에 살 집도 없어져 버리자 유일하게 남은 낡은 미니 봉고차에서 엄마랑 주인공 지소와 지석이가 지낸 지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차에서 생활하기를 딱 일주일만 있다가 이사 갈 거라는 엄마 말은 더 이상 믿을 수 없었고, 지소가 우연히 발견한 전단지에서 잃어버린 개를 찾아주면 사례금으로 500만원을 준다는 것을 보고, 어린 지소는 집을 구하기 위해 ‘개를 훔친다→전단지를 발견한다→개를 데려다 준다→돈을 받는다→행복하게 끝!’이라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계획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어린 아이의 행동은 결국 자신이 개를 훔치는 것이 누군가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나쁜 행동임을 깨닫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많은 어른들도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집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된다는 휴먼코미디이자 성장드라마입니다. 저는 영화제작자로서의 삶을 살면서 실제로 가족들을 단칸 월세 방에서 3년여 시간 동안 지울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입혔던 아빠로서,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경기 불황으로 애쓰는 세상의 모든 아빠의 마음을 생각하며, 이 영화를 통해 가족들이 이해와 공감 그리고 서로가 치유의 시간을 갖기를 희망하면서 정성껏 준비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그런 마음이 담겨 있음을 아는지 이 영화는 대한민국의 걸출한 배우 김혜자씨를 비롯해 최민수 강혜정 이천희 등 출연한 모든 배우·스태프들이나 영화를 보신 수많은 관객들이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영화라고 말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이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지난해 12월 31일 언론 및 시사회 관객의 높은 호평과 큰 응원을 받으면서 많은 기대를 안고 개봉을 하였지만, 개봉 첫 주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개봉관만을 확보하여 출발하였고, 그 다음 주부터는 조조 시간대와 심야 시간대가 주를 이루는 상영시간으로 배정 받음으로서,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아이들과 함께 볼 가족영화가 상영관을 찾아서 지역의 경계를 넘어 다녀야 하는(볼 수 있는) 매우 안타까운 상항을 맞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자 결국 언론의 평가와 관객들의 개봉관 확대의 요구가 들불처럼 일어나는 상황에서도 개봉 2주차가 지난 지금은 전국에 10여개 극장에서만 영화를 볼 수 있으며, 그나마 대기업 극장 체인점은 거의 사라져버린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 대해 극장 측에서는 “예매율과 좌석점유율이 낮아서 관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공정한 룰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자사 계열 배급 영화에 대해서는 영화 예매 오픈시기를 대부분 2주 전에 열어주었지만, 중소배급사 영화의 경우에는 개봉일 1주일도 이내로 임박해서야 열어주었으며, 그 예매 오픈 극장의 수도 지극히 작은 수에 불과했기 때문에, 예매율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으며, 이후 상영관이 조조 및 심야 시간대 중심으로 배정을 함으로서 좌석점유율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당연한 결과 임에도 예매율과 좌석점유율만을 거론하고 개봉관을 줄이는 기가 막히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또한 극장은 “관객의 수요가 많으면 스크린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는 경제의 기본 원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영화산업은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되어 버린 상영관 구조에서,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의 양이 수요를 결정”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애초에 관객의 영화 선택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영화를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구축된 ‘멀티플렉스’라는 시스템이, 수직계열화된 대기업 배급사의 ‘와이드 릴리즈 방식’과 함께 오히려 영화의 만듦새와 상관없이 힘 없는 영화와 중소 영화사를 사지로 모는 상황으로 악용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좋은 시간대가 많이 확보된 영화, 상영관이 많이 확보된 영화가 더 많이 팔리게 되어 있는.. 즉, ‘수요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이 관객에게 어떤 영화를 보여줄지 선택하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물론 당연히 영화 자체의 만듦새가 객관적인 기준으로 별로인데 상영관을 많이 확보한다고 해서 잘될 리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영화 산업은 초반에 상영관을 얼마나 확보했는가가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분명합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예매사이트나 영화관에 가서 예매율이 높거나 상영 횟수가 많은 영화를 보면 “이 영화가 상영관이 많은 걸로 봐서 요즘 잘 나가는가보다. 다들 저걸 보나보네. 그럼 나도 볼까?”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다 보니 사실 천만이 들었던 영화들 대부분이 대기업 배급사의 것입니다. 예를 들면, ‘최근 천만이 넘은 영화 ‘국제시장’의 투자배급사가 CJ E&M. 그리고 독립영화 신화를 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역시 CJ CGV. ‘명량’도 CJ E&M이 배급한 영화라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라는 어느 언론의 리포터가 설명했던 것과 같습니다. 영화를 만든 사람으로서 자신의 영화에 대한 자부심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저는 관객의 준엄한 평가에 대해서조차 인정하지 못할 정도로 아둔하고 이기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번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개봉에 관해서는 거의 모든 언론 매체나 SNS를 통해 볼 수 있듯이 대기업 상영관의 자사영화 밀어주기 횡포로 인한 부당함을 지적하면서 상영관 확대를 주장하고 있으며, 온라인 청원과 개인들이 자비를 들여서 대관 상영을 하는 릴레이가 펼쳐지고 있듯이 영화산업의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바, 대통령님께 간곡히 호소 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산업의 불합리한 환경을 개선하여 건강하고 공정한 경쟁관계를 조성해 보자는 공공적 목적으로 몇몇 제작자들이 모여 2013년 6월에 설립하여 ‘소녀괴담’, ‘카트’를 개봉한 대안 배급사 리틀빅픽처스에서 배급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배급사의 대표직을 맡아 무보수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으나, 이번 일을 겪으면서 한없는 무기력감과 함께 일한 스태프·배우 그리고 무엇보다도 용기 있는 투자를 해주신 투자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영화산업은 한류 열풍을 견인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문화 상품입니다. 그리고 아무 것도 없는 백지로 시작해서 수백억의 매출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산업으로서, 박근혜 대통령님의 ‘창조경제’ 정책의 취지가 가장 많이 담겨 있는 산업이라고 자부합니다. 그렇기에 저처럼 상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사람도 영화 제작자로서의 길을 걷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이렇게 엄격한 교육과 기술의 연마를 통해 자격증을 획득하여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창작의 욕구와 의지를 가진다면 종사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다만 긴 시간 동안 인내해야 하고,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수년 간의 꿈과 희망이 불과 며칠 만에 사라지는 그 상실감과 무기력함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님께서는 지난해 3월 규제 개혁 점검회의를 개최하셨습니다. 당시 그 자리에 참석한 모 영화감독이 국내 영화시장은 투자부터 제작·배급·상영까지 한 기업에서 이뤄지는 수직계열화로 CJ, 롯데, 메가박스 등 대기업이 전체 시장 대부분을 독식하는 독과점 현상의 문제점이 있다는 것과 이 구조 속에서는 영세한 제작사만 공정한 소득분배에서 제외되는 소득 불균형 문제 등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통령님께서도 “양극화에 시달리는 영화 업체들에게는 (수직계열화 문제가)규제 이상의 엄청난 규제나 마찬가지”라며 “이런 조치들에 대한 실천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공감과 강력한 의지를 관계부처에 주문하신 바 있으셨으며, 이에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한국의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 문제에 대해 “대기업이 중소 독립 제작사의 시장참여를 박탈하는 행위를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밝히게 되었습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의해 지난 12월 CJ CGV와 롯데시네마의 자사계열 배급사 차별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55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조치를 했습니다. 당시 저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인 동료들과 이 산업을 이해하는 많은 분들은 이러한 조치에 대하여 대통령님께 큰 감사와 희망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 조치에도 불구하고 상영관의 독과점 행태는 전혀 나아지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번,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사태는 한국영화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놓고 있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영화계는 지독한 쏠림현상과 대기업 배급사에 줄서기를 해야 영화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대한민국의 모든 산업을 중 가장 심각한 양극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사료됩니다. 대통령님, 한국영화산업의 역사는 늘 독과점과의 싸움의 역사였습니다. 과거에는 할리우드 영화의 독과점과의 싸움이었고, 그 다음엔 대기업 중심의 자본 독과점과의 싸움이었고, 이후엔 그것으로 인해 파생된 스크린 독과점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즉 지금의 이러한 독과점은 결국 ‘수직계열화’라는 어마어마한 괴물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영화 수출국인 미국도 수직계열화 문제로 골치를 앓았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파라마운트 법(1948년 미국 대법원은 메이저 영화사 파라마운트가 제작과 배급, 상영을 수직계열화한 것을 두고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에 의해서 규제되었습니다. 지금 세계의 모든 영화시장은 멀티플렉스 시스템으로 인한 스크린 독과점 현상의 폐해를 막기 위해 정부와 산업 스스로가 질서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 트위터 뉴스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올해부터 브라질의 극장에서는 어떤 영화도 같은 기간 35% 이상의 스크린에서 상영될 수 없다”라는 상영관 수 제한정책과 상당 수의 상영관이 그 제한에 동의 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영화라는 상품은 일반 소비재 상품과 달리, 제작 단계에서부터 작게는 몇백만 원에서 크게는 수백억원이라는 제작비 규모의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배급 상황도 빈부의 큰 격차를 보이며 차이가 보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적용하고 약자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이해와 배려가 있다면, 영화 산업은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대통령님께 바라옵건데, 한국 영화 산업의 대기업 수직계열화에 따른 몰아주기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서, 법으로 동일 계열기업 간에 배급과 상영을 엄격히 분리시키고, 상영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합리적으로 세워서 한국영화의 무궁한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 주십시오. 극장은 배급과 독립적인 구조를 확보하여 영화에 대한 공정한 경쟁을 위한 원칙을 지키고,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정부 기관은 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 합리적인 지원을 하면서, 작지만 좋은 영화에는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와 공정한 룰을 세워 관리하고, 제작사는 이를 바탕으로 정직하게 영화를 제작하여 진정한 문화강대국으로 성장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염원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님께서 산적한 국정을 돌보시느라 바쁘신 줄 알고 있습니다만, 잠시 시간을 내주시어 이 추운 겨울 마음 한켠을 따스하게 해 줄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꼭 관람해 주신다면, 대한민국의 문화산업을 더욱 융성케 할 우리 주인공 어린이들과 함께 우리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들고 찾아뵐 수 있기를 학수고대 하겠습니다. 꺼져가는 불씨를 바라보는 저와 그리고 함께 작업한 모든 배우·스태프 그리고 큰 손실로 시름에 젖어 있을 투자자들께 큰 힘이 될 것 입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박근혜 대통령님께서 늘 평한 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삼거리픽쳐스 대표 엄용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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