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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과진실] “AZ 백신 젊은층 부작용 심각해 유럽에선 기피?”

    [사실과진실] “AZ 백신 젊은층 부작용 심각해 유럽에선 기피?”

    ‘11월 집단면역’을 목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됐다. 사상 초유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맞서 우리가 이길 방법은 모두 힘을 합쳐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것과 백신을 접종하는 것 두 가지뿐이다. “20~30대 젊은층에게도 부작용이 심각하다”“유럽에서도 기피하는 백신을 국내로 들여왔다” 그러나 막상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곳곳에서 불안감을 조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백신을 조기 도입해야 한다던 국민의힘은 이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문제가 많다며 억측을 펴고 있다.▶ 팩트체크 ① 젊은층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일부 사실 주호영 원내대표는 8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은 부작용이 크고 20~30대 젊은이에게서도 부작용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백신 부작용이 20~30대 젊은층 사이에서 일부 발생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백신의 효과성이나 안전성의 문제가 아니다.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면역 반응이 활발하기 때문에 백신을 맞은 직후 경미한 부작용이 일시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이 7일 0시 기준 31만 4656명의 접종자와 3689명의 이상반응 신고 건수를 분석한 결과, 이상반응 신고는 18~29세에서 1334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30대 765명, 40대 666명, 50대 692명, 60~64세 232명 순이었다. 이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8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특히 면역반응이 활발한 젊은 연령층에서 접종 후 근육통, 발열 등 증상이 상당수 나타나서 힘들었다는 분들이 계셨다”면서 “다행히 2, 3일 지나면 증상이 소실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항원이 체내에 들어갔을 때 면역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강도가 젊은 층에서 훨씬 세기 때문에 발열이나 근육통 같은 이상반응을 좀 더 세게 겪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젊은층 코로나19 확진자에게서 간혹 발생하는 ‘사이토카인 폭풍’(면역 과잉 반응)과 비슷한 원리다. 몸 안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들어오면 세포가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면역 물질을 쏘며 공격하는데 이것이 과할 경우 다른 건강한 장기까지 건드려 문제가 된다. 즉 젊은층 부작용의 ‘진실’은 활발한 면역 체계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자체의 결함으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팩트체크 ② 부작용이 심해 유럽에서도 기피한다: 거짓 지난 2일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아스트라제네카라는 유럽에서 매우 기피하는 백신 종류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접종되고 있다”고 말해 백신 불안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개발된 직후 유럽 각국에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만 65세 이상의 경우 임상시험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효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웨덴은 65세 미만을 대상으로 이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아일랜드 보건 당국도 65세 이상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핀란드는 70세 미만, 폴란드는 60세 미만, 벨기에는 55세 미만에게 제한적으로 백신 사용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후 영국에서 300만명 이상이 접종하면서 임상시험이 아닌 실제 접종 결과 등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모이기 시작했다. 영국 잉글랜드 공중보건국(PHE)은 지난 1일 AZ 백신을 맞은 70세 이상 고령층에서 4주 뒤 60~73%의 감염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령층 접종을 제한했던 유럽 국가들도 사용을 권고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1일 65~74세를 포함해 합병증이 있는 50세 이상 고령자에게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독일도 4일 65세 이상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허가하면서 만 65세 이상 접종은 가능하지만, 주의사항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문구를 달았다. 역시 효과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데 따른 결정이었으나, 각국 정책이 변화하는 만큼 고령층 접종을 고려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대로 백신 부작용이 심해서 유럽이 기피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며 효과성에 대한 입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보류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를 증명할 실제 접종 자료가 나오면서 유럽에서 고령층 접종을 허용하는 기조로 선회하고 있다는 게 ‘진실’이다. 코로나19 종식을 가장 방해하는 것은 불안감을 조성하는 거짓 정보이다. 보건당국의 백신 계획을 신뢰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집단면역은 요원한 꿈일 뿐이다. 국민의힘이 지금처럼 잘못된 정보에 골몰한다면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백신을 정쟁의 도구로 쓴다는 뭇매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야근 틈타 성폭행” 글로벌 브랜드 印 위탁 공장 근로자들의 호소

    “야근 틈타 성폭행” 글로벌 브랜드 印 위탁 공장 근로자들의 호소

    스웨덴의 글로벌 의류업체 H&M의 인도 위탁 생산업체 여성 직원들이 남성 직원들에 의한 만연한 성폭행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가디언의 8일 보도에 따르면 타밀나두에 있는 H&M 위탁 생산업체 낫치 어패럴에서 근무던 21세 여성 노동자는 몇 주 전 집 근처 들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이 여성이 다니던 공장의 남성 상사였다. 피해 여성의 가족과 동료들은 여성이 사망하기 전부터 상사로부터 성폭행을 포함한 괴롭힘을 당했으나 실직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뒤 해당 공장을 소유한 인도 최대 의류 제조업체 소속 여성 직원 25명은 최근 현지 노동조합을 통해 “남성 관리자에 의한 성폭행, 성희롱, 괴롭힘, 언어적 학대 등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장에 따르면 남성 관리자에 의한 성폭행은 주로 야간 근무 시간에 발생하고 있으며, 이들은 높은 생산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언어적 학대를 일삼고 있다. 점심시간 15분을 제외하고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 역시 통제받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장이 제시하는 목표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신고자들은 “공장의 모든 관리자는 남성이다. 우리는 매일 끊임없이 언어적 학대를 받고 있으며, 성적인 언어로 희롱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으며 일부는 친척까지 부양하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잃을 것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해당 제조업체 측은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업체 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는 공장 내 불만이나 괴롭힘 등을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인도법에 따라 공장 내에 성희롱 피해를 접수하는 위원회 및 조합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공장 경영진과 감독관은 모든 근로자를 공정하게 대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인권단체들은 글로벌 패션 공급망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 수백만 명이 잠재적인 성폭력 피해에 처해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2018년 노동조합과 기업, 자선 단체로 구성되는 윤리적 소비·무역 이니셔티브(ETI)는 H&M과 미국 갭(FAP)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인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공장에서 수년 간 약 550명을 조사한 결과 “여성 노동자에 대한 폭력과 성희롱이 만연하고 있으며, 상사의 성적 유혹을 거부하여 보복을 받을 우려도 있다”는 내용의 실태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편 H&M 측은 모든 형태의 학대 및 괴롭힘은 당사가 추구하는 것에 위배 된다며, 노동조합의 요청에 따라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백석예술대 졸업생, ‘데굴데굴청년정책실험실’ 연구활동에 선정

    코로나19로 한층 더 힘들어진 우리나라 청년들의 현실에 공감하고 고민을 덜어주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제안하는 정부 주도의 공모전에서 백석예술대학교(총장 윤미란) 졸업생들의 연구활동이 쟁쟁한 경쟁을 뚫고 선정됐다. 백석예술대 졸업생 서상형(13학번·사회복지 전공), 엄지(12학번·유아교육 전공) 씨는 국무총리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데굴데굴 청년정책 실험실’ 사업에 응모해 최종 30개 팀으로 선발되는 쾌거를 이뤘다. 데굴데굴 청년정책 실험실은 일자리·주거·교육·생활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는 청년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공모형 정책실험 사업이다. ▲연구활동 ▲콘텐츠 제작▲캠페인·행사 진행 △교육·교류 ▲제작 ▲디지털·플랫폼 등 총 6가지 유형의 실험분야에서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실험활동을 제안·추진한다. 본 사업에서 ‘꿈틀꿈틀’ 팀으로 활약한 서상형, 엄지 씨는 ‘생활’부문에서 ‘대한민국 청년 기본소득, 우리는 구걸하지 않는다’란 제목의 연구활동을 제시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국민의 삶을 지탱할 방안’이 큰 이슈로 부각됐다. 이 가운데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 청년들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긍정적인 복지혜택을 경험한 이들에게 찾아온 삶의 변화와 이를 통한 기본소득의 당위성을 알리는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꿈틀꿈틀 팀이 제안한 정책에 따르면 만 19세~34세를 총 세 구간으로 분류, 구간별 청년이 원하는 시기에 1회 기본소득 신청이 가능하다. 1회 신청 시 12개월 동안 월 30만원씩, 1년간 총 360만원의 청년기본소득이 지급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서상형, 엄지 씨는 논문자료, 전문가 자문을 통해 기본소득 및 우리 사회의 문제를 이해하고자 애썼다. 무엇보다 국내와 더불어 스웨덴과 호주의 해외 청년들을 직접 심층 인터뷰함으로써 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가감 없이 담아내고, 대한민국형 청년기본소득 모델을 구축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현재 노인 분야에서 사회복지사로 활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사회복지대학원에 나란히 입학해 사회복지정책을 전공하고 있는 이들은 특별히 ‘사람’에 대한 관심이 이번 공모전 참여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독립을 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당장 주거문제부터 교통비, 식비 등 많은 장애들이 존재하는 걸 보면서 자연스레 청년 문제를 눈여겨보게 됐다고 밝혔다. 서상형 씨는 “백석예술대에서 교수님의 전도 덕분에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항상 낮은 곳에서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닮아가려고 노력하게 됐다”며 “청년들의 아픔을 헤아리고 그들이 당면한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엄지 씨 역시 “사회복지란 사람에 대한 탐구와 사랑을 바탕으로 한다. 오늘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를 만큼 개인주의가 고착화된 시대에 예수님의 섬김의 정신을 본받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앞으로도 힘쓰고 싶다”며 “이번에 선정된 우리의 연구활동이 부디 앞으로 제정될 청년들을 위한 법과 제도에 실질적이고도 유익한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안전성 논란 일단락” 65세 이상도 AZ백신 가닥(종합)

    “안전성 논란 일단락” 65세 이상도 AZ백신 가닥(종합)

    요양병원·요양시설 종사자 및 입원·입소자 가운데 만 65세 이상도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게 될 전망이다.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주 열린 방역당국과 전문가 간 회의에서는 만 65세 이상에 대해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허용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에 따라 요양병원·요양시설의 65세 이상에 대해 유통·보관이 용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쓰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자문회의에서 전문가들은 ‘유효성에 대한 근거 부족은 영국 자료 등으로 보충해 충분히 접종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줬다”면서 “이를 반영해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고령층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허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애초 1분기 요양병원·요양시설의 종사자 및 입원·입소자 전체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었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중 결정’ 권고에 따라 만 65세 이상은 우선 접종 대상에서 제외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성은 입증됐으나, 고령층 대상 임상 연구가 부족하다는 게 ‘신중 결정’ 권고의 이유였다. 그러나 최근 영국에서 대규모 조사를 시행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고령층에도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얻었고, 이에 독일·스웨덴·벨기에 등 유럽 각국이 기존의 ‘보류 입장’을 접고 접종 허용으로 선회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날 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논란은 안전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65세 이상에 대한 효과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영국에서 수백만명 단위의 대규모 데이터가 나오면서 이 논란은 일단락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 정부들도 65세 이상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만 65세 이상에 대한 접종 방침을 확정하면 요양병원·요양시설에선 모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게 된다.프랑스·독일·벨기에도 노년층 접종 허용 프랑스에 이어 독일과 벨기에 또한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학 코로나19 백신의 고령층 접종을 허용하기로 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연방정부·16개 주지사 회의를 주재한 뒤 “백신 위원회가 (65세 이상) 고령자 그룹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할 예정”이라며 “결정을 기꺼이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크 판덴브루커 벨기에 보건장관 또한 같은 날 5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투여한다고 예고했다. 판덴브루커 장관은 최근 영국과 이스라엘에서 실시된 아스트라제네카 임상시험이 고령층에 대한 예방 효과를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프랑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연령 제한을 완화해 74세까지 맞힐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진은 평균 나이가 88세인 환자들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회 주사한 결과 2주 후 중증 예방률이 80.4%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13억명 시장vs표현의 자유… 트위터·페북 ‘인도’ 시험대 오르다

    13억명 시장vs표현의 자유… 트위터·페북 ‘인도’ 시험대 오르다

    빅테크(Big Tech) 회사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수난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번에는 ‘인도’라는 거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인도 정부가 페이스북과 왓츠앱, 트위터 등의 직원들을 감옥에 가두겠다는 경고를 보냈다고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경고는 해당 회사들이 최근 인도 농민 시위와 관련된 정보와 계정 폐쇄 등 정부의 요구를 거절한 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나왔다. 동시에 거대 외국 플랫폼 회사들을 길들이기 위한 시도로 해석됐다. 앞서 지난 1월 인도 전자정보기술부는 “소셜미디어가 범죄, 반국가세력 등에 의해 오용되는 사례가 늘었다”며 ‘디지털 콘텐츠 관련 중재 가이드라인과 윤리 규정’을 새롭게 도입했다. 규정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플랫폼 회사들은 인도 정부의 법적 요청이 있을 때 관련 콘텐츠를 36시간 이내에 제거해야 한다. 사이버 보안 이슈와 관련해 정부 요청을 받게 되면 72시간 이내에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불법 메시지 최초 작성자의 신원도 제공해야 한다. 이에 응하지 않은 현지 법인의 임원에게 최고 7년의 징역과 벌금을 물린다. ●美언론 “트위터, 트럼프 퇴출 때 용기 보여라” SNS 서비스 기업에 대한 인도 정부의 압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위터는 지난 2월 초 농민 시위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가 제공된다며 계정 1000여개를 삭제해 달라는 인도 정부의 요청을 수용했다. 뉴델리에서 농민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정부가 인터넷 접속을 차단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리트윗했던 팝가수 리애나, 시위 상황을 공유했던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시위를 밀착 취재해 온 내러티브 보도 매거진 등이 문제가 됐다. 이후 트위터가 자체 조사를 통해 ‘(삭제한) 내용들은 언론의 자유에 부합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인도 정부에 통보한 뒤 계정을 복원했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문제 삼았다. 지난 2월 10일자 NYT 기사는 “트위터가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킨 뒤 논란의 중심에 서더니 인도에서는 정부의 요구에 따라 계정을 차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인도 정부는 운동가들과 언론인들을 체포했고 언론기관들에 압력을 가했으며 모바일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면서 “트위터는 트럼프의 계정을 차단했을 때와 같은 용기를 보여야 한다”는 인도 변호사의 견해를 소개했다. 기사는 2020년 상반기를 다룬 트위터의 ‘17차 투명성 보고서’ 내용을 실었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일본, 러시아, 한국, 터키에 이어 콘텐츠 삭제 요청이 다섯 번째로 많은 나라”였다. 이 기간 트위터는 53개 국가로부터 8만 5375개 계정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삭제해 달라는 법적 요청을 4만 2220건 받았는데, 이 5개 국가로부터의 콘텐츠 삭제 요청이 96%를 차지했다. “인도는 법원 명령을 포함해 5500건의 법적 요구서를 보내 특정 트위터 내용을 차단하라고 요구했다”고 NYT는 밝혔다. 정작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트위터는 오락가락했다. 일부 계정을 열었다가 인도 정부가 법적 조치를 위협하자, 2월12일 다시 대부분의 계정을 다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 트위터는 “계정은 인도 내에서만 차단될 것이며 언론인, 언론인, 활동가, 정치인들의 계정은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허한 멘트를 올렸다.●中·인도 갈등 속 퇴출된 틱톡, 60억弗 손실 WSJ는 “인도 정부는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미국 언론들은 제2의 ‘틱톡(TikTok)’ 사태를 거론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 해 여름 중국과 국경에서 무력충돌이 생기자 안보상의 문제를 들어 틱톡과 위챗 등을 포함한 59개의 중국산 스마트폰 앱을 금지시켰다. 틱톡은 자타 공인 중국 앱의 대표주자로, 인도의 동영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중국 밖에서 인도는 틱톡 사용자가 가장 많은 나라였다. 2019년 인도에서 3억2300만회 다운로드됐고, 글로벌 전체의 30%를 떠받쳤다.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 관계자는 당시 “기업평가액 감소분을 포함해 약 60억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했다. 13억명의 인구, 확대되는 인터넷 접속률, 성장하는 중산층을 거느린 인도에 대해 WSJ는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 노리는 거대한 성장시장”이라고 평가하며 “중국에서 퇴출당한 미국 인터넷 기업들이 접속이 활발하고 수억명의 소비자가 처음으로 온라인에 접속하는 인도의 인터넷 경제에 매료됐다”고 전했다. 특히 페이스북은 선진국에서의 성장이 둔화된 이후 인도에서 서비스 확장에 많은 공을 들였다. 페이스북의 왓츠앱은 인도 최대 인기 앱이다. 2020년 1월 기준으로 사용자가 4억명을 넘었다. 인도 내 페이스북 사용자는 3억 4000만명, 트위터 사용자는 7500만명가량이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인도 내 사업 확장을 위해 인도 통신 사업자와의 새로운 제휴에 57억 달러(6조원 이상)를 지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제3자가 읽을 수 없는 암호화된 통신”을 약속해 왔고 “인권, 적법한 절차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데이터 요청에만 응한다”고 강조해 온 왓츠앱도 이제 중대 기로에 섰다. WSJ는 “지난해 페이스북의 인도 법인 소속으로 인도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기도 했던 한 임원이 집권당의 정치인에게 회사의 혐오 발언 규정을 적용하는 것을 놓고 ‘사업을 해칠 것’이라고 반대했다가 나중에 직장에서 물러났다”는 스토리도 소개했다. ●인도, 대안 있는 투쟁 인도의 전투 의지 이면에는 인도판 트위터인 ‘쿠’(Koo)가 있다. ‘파란 새’ 트위터를 본떠 ‘노란 새’를 상징물로 쓰는 ‘인도산 SNS’는 지난해 3월 출시됐고, 영어뿐 아니라 8개 현지 언어로 이용 가능하다. “트위터는 인도법을 따라 인도 정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인도 내각 각료와 여당 정치인들은 한발 더 나아가 “인도 기업이 만든 쿠로 갈아타자”고 팔로어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트위터에서 960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피유시 고얄 상무장관은 “나는 이제 쿠를 쓴다. 쿠에서 만나자”는 게시물을 올렸다. 인도 네티즌들은 트위터에서 트위터 반대 해시태그 달기 운동을 벌였다. 쿠도 “인도 말로 인도인들과 연결하자”며 애국주의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사안은 ‘계정 지우기’, ‘콘텐츠 차단’ 논란 이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진보 세력이 눈을 부릅뜨고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NYT는 1월 14일자 기사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트럼프 계정을 차단한 것이 도리어 해외 인권 단체와 활동가들을 화나게 했다”고 전했다. “그간 시민사회단체와 운동가들은 폭력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들은 삭제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이를 계속 거부해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얀마, 인도, 스리랑카, 에티오피아 등에서 들려온 이 목소리에, “이 회사들은 언론의 자유라는 이상에 의해 주도된 정책을 고수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제라도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니, 인도는 너무나 매력적인 시장이고 인도 정부의 태도는 너무 강경하다. 이지운 전문기자 jj@seoul.co.kr
  • “마스크 태워라!” 코로나 방역 저항하는 美 현재 상황(영상)

    “마스크 태워라!” 코로나 방역 저항하는 美 현재 상황(영상)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이 여전히 요원한 상황에서, 이제는 일상의 필수품이 된 마스크를 불태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공개됐다. 미국 뉴욕데일리뉴스 등 현지 언론의 7일 보도에 따르면, 전날 아이다호 의사당 앞에서는 일면 ‘마스크 화형식’이 열렸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남녀노소 시위대 100여 명은 너나할 것 없이 마스크를 불구덩이로 집어넣으며 자유를 외쳤다. 이날 시위는 현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열렸다. 공개된 사진과 영상에서는 성인 참가자들이 10대 전후로 보이는 어린 아이들에게도 마스크를 벗고 불에 태워버리라고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연령층과 인종이 참여한 이번 시위에서는 “마스크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이다호 주정부는 주 전체에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는 명령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이번 시위가 열린 주도 보이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은 현재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5만~6만 명 수준을 유지하며 정체기에 들어선 상황이다. 아직 종식까지 갈 길이 멀었지만, 이미 미국 곳곳에서는 통제가 풀리는 모양새다. 텍사스와 미시시피는 지난주 마스크 착용 의무 규정을 없앴고, 애리조나, 오하이오, 미시간, 루이지애나주 등 일부 지역은 술집과 식당 등에 적용됐던 집합 제한 규제를 풀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미국 남부와 북부 등 각기 다른 지역에서 형질이 다른 변이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사망자도 여전히 1700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방역지침의 완화 또는 거부가 바이러스 재확산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코로나19 방역지침이 인간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시위는 유럽 곳곳에서도 열리고 있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도 주민 300~400명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모여 정부의 방역지침에 항의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식당과 카페 폐쇄 조치를 비판하는 우파 주도의 시위에 수천 명이 참여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6일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방역 완화는 또 다른 급증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설] AZ 백신, 65세 이상 접종 타당성 조기 검토하자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을 잇따라 승인하고 있다. 독일과 스웨덴 정부는 엇그제 이 백신의 65세 이상 접종을 허가했다. 벨기에와 헝가리도 각각 55세 미만과 60세 미만 접종에서 그 이상 연령으로 확대했다. 프랑스는 접종 대상을 74세까지로 하고, 오스트리아는 65세 이상 접종을 시작했다. AZ 백신은 우리나라에서 사용 승인을 받은 첫 번째 코로나19 백신이다. 그럼에도 방역 당국이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접종을 보류한 건 해외에서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던 탓이다. 같은 이유로 접종을 미루었던 유럽연합 각국의 판단이 달라졌다면 AZ 백신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 부분 해소됐음을 뜻한다. 실제로 영국의 잉글랜드 공중보건국, 브리스틀대 연구진, 에든버러대 연구진은 이 백신이 80세 이상에서 예방효과가 컸고, 노년층 중증 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입원 위험은 90% 안팎 낮췄다는 연구 결과를 각각 내놨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증증이나 사망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질병에 시달리고 있어 감염병에 특히 취약한 기저질환자의 비율도 당연히 나이가 많을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은 AZ와 화이자 두 종류의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많은 물량을 확보한 AZ 백신을 65세 이상 고위험군에게는 사용하지 못하고 위험도가 낮은 65세 미만에게만 접종하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정부는 AZ 백신의 고령층 대상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를 하루라도 앞당기기 바란다. 정부 관계자도 “이 백신의 65세 이상 접종 여부는 충분한 자료가 쌓였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결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도 6월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4월 초에는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한다. ‘필수적 공무’로 출국한다면 백신 우선 접종은 당연히 가능하다. 그럴수록 ‘관계 법령에 따른 접종’이 아니라 ‘65세 이상 국민의 한 사람’으로 문 대통령이 AZ 백신을 맞는다면 불필요한 백신 불안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 베레모에 파이프 문 ‘명동백작’ 럭비선수… 詩는 건강한 정신이었다

    베레모에 파이프 문 ‘명동백작’ 럭비선수… 詩는 건강한 정신이었다

    “어머님 심부름으로 이 세상 나왔다가/ 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조병화, ‘꿈의 귀향’ 전문) 돌아가신 어머니의 묘소 옆에 지은 묘막 ‘편운재’에서 막내아들이 지은 시의 전문이다. 조각구름마저 쉬어 가는 곳이라는 뜻의 편운재는 아들의 효심이 지은 그리운 구름의 집이자 어머니의 숨결이 시가 된 시의 집이다. 아들은 그곳에서 어머니가 작고하신 나이와 같은 수의 시 81편을 짓는다. 모두 어머니를 위한, 어머니에 의한, 어머니만을 그린 시다.편운재의 현관 옆에는 옥상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놓여 있다.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며 어머니가 계신 곳을 짚어 보고자 하는 시인의 뜻이다. 어머니에 관해서라면 생의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고 그리워했던 사람, 시인 조병화다. 그는 1921년 5월 2일 경기 안성시 양성면 난실리에서 5남 2녀 중의 막내로 태어났다. 미동공립보통학교, 경성사범학교를 거쳐 일본 동경고등사범학교에서 물리와 화학, 수학을 공부하다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하자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했다. 1945년부터 경성사범학교 물리 교사로 재직했고, 서울고등학교와 경희대에서도 근무했다. 그 후 자리를 옮긴 인하대에서 정년퇴임을 하며 길었던 교직 생활을 마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열중함과 동시에 창작 활동도 왕성히 했다. 1945년에 첫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의 출간을 시작으로 53권의 시집과 선시집 28권, 시론집 5권, 수필집 37권, 번역서 2권, 시 이론서 3권, 화집 5권 등을 합하여 총 160여권의 저서를 출간했다.그가 다룬 시편들의 소재보다 그가 다루지 않은 것을 찾는 것이 더 빠르다는 세간의 농담은 이 저서들의 방대함에서 시작된 것일 터. 시인의 다양한 시편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미국, 영국,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 등지로 뻗어 나갔다. 그 덕분에 그의 제자들은 그를 “가장 많은 시집을 냈으며, 세계문학행사에 국가대표로 참가해 그 엄혹했던 시절에도 해외여행을 가장 많이 하는 시인이었고, 문학상도 가장 많이 받은’ 작가로 기억했다. ‘가장’이 여러 번 붙는 시인은 그 시작 활동의 우수성과 공헌을 인정받아 금관문화훈장을 받기에 이른다. 금관문화훈장의 기념비는 그의 고향 난실리에 세워졌다. 시인은 자신의 작품 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후배 문인들의 창작 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1991년부터 편운문학상을 제정해 시상하기 시작했다. 시인이 작고한 후에는 그의 가족들이 안성시의 후원을 받아 현재까지도 문학상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왕성한 창작과 사회공헌활동, 은퇴 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특강 등으로 바삐 지내던 시인은 절필 선언을 한 지 6개월 만에 영면에 들었다. 시인이 절필을 선언하고 타계하기 직전까지의 여백이 유독 짧게 느껴지는 것은 생전에 그가 했던 여러 활동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김수영·박인환… 그리운 명동백작들 지금의 서울 명동은 코로나19로 인해 비어 가는 가게가 속출하는 거리가 됐지만 한때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으면 가장 먼저 발걸음을 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전, 그러니까 6·25전쟁이 있기 전의 명동은 예술인들의 거리이기도 했다. 명동 개발의 붐이 일기 전인 1960년대까지도 명동은 낭만과 꿈, 우울과 병증, 창작에 대한 열의와 애환, 작가들의 우정과 반목이 얼기설기 엮여 있던 곳이었다. 명동은 가히 문화예술의 산실이었다. 조병화 시인 역시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곳에 자주 드나들었다. 그는 여기서 김수영, 박인환, 이봉구, 김환기 등과 함께 ‘명동백작’으로 불릴 만큼 명동 터줏대감 노릇을 했다. 그 시간 덕분이었을까. 6·25전쟁 이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던 김수영 시인이 조병화 시인에게 엽서를 보내 자신의 생사를 알렸다. ‘나 이곳에 있다. 포로수용소이지만 무섭지 않은 곳이다. 한번 찾아와 다오.’ 부산에서 이 엽서를 받은 조병화 시인은 그 길로 박인환 시인과 거제 포로수용소에 찾아가 김수영 시인을 만나고 돌아온다. 그리고 명동의 문우들에게 ‘김수영이 살아 있다’고 일러 줬다. 박인환, 김수영 시인과 막역한 우정을 나누다가 두 벗을 차례로 먼저 떠나보내며 그들의 장례에 조시(弔詩)를 써서 애도했다. 명동백작의 시대는 조병화 시인이 가장 늦게까지 이생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2021년인 올해는 조병화 시인과 김수영 시인이 백 세를 맞이하는,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더불어 김종삼 시인까지도. 한 인물이 나고 자라고 돌아간 시계만을 이야기하는 100년이 아니라 한 세계가 한 세기를 거뜬히 이겨 낸 100년이다. 시인의 힘은, 시의 생명력은 이토록 길다. 그들이 있어 한국문학의 지형도가 다양하고 풍성한 100년이었다. 우리가 미처 다 볼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의 100년도 그들의 시편들이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리라 믿는 이유이기도 하다.●돌아본 문인 서재 중 유일한 럭비공과 유니폼 시인은 검은색 베레모와 파이프, 럭비공과 수많은 저서로 독자들에게 각인돼 있다. 시인의 베레모와 파이프, 명동의 나날들까지는 모두에게 익숙한 이야기지만 럭비라니. 시인은 경성사범학교 시절부터 럭비를 시작해 럭비 선수로 활동했으며, 부임하는 학교마다 럭비부를 창설해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기도 했다.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신체에서 나오는 건강한 정신이 학생들과 선생을 이어 주는 끈이 되기도 하며 또 시를 쓰는 정신에 활력을 불러일으킨다고 믿었던 까닭이다. 그가 럭비 선수로 활동했던 이력은 조병화문학관 한편에 오롯이 전시돼 있다. 문학관에 뜬금없이 럭비라니, 하는 물음에 대한 유쾌한 답은 그가 입고 뛰던 유니폼과 트로피들 앞에서 찾을 수 있게 해 뒀다. 여러 문학관을 찾아가 봤지만 문인의 서재에 럭비공들이 즐비한 곳은 단연코 이 자리밖에 없을 터다.●구름의 집 ‘편운재’·개구리 소리 듣는 ‘청와헌’ 교직에서 은퇴한 시인은 난실리로 돌아와 편운재 옆에 개구리 소리를 듣는다는 뜻의 ‘청와헌’(聽蛙軒)을 짓고 기거하며 여러 문인의 사랑방지기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당대의 문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기거하며 시와 예술에 대해 논했던 곳. 젊었을 적의 명동의 시간이 고스란히 재현된 곳이 바로 난실리다. 시인은 편운재와 청와헌에서 숨 쉬는 것처럼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그의 문학관에 유독 문인에 대한 자료와 사진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시인이 작고한 뒤에 문학관의 전시실에 놓인 유품들이 그의 꼼꼼한 정리벽을 말해 주고 있다. 사소한 메모와 창작 노트들, 자필 원고들은 물론이거니와 그림과 서예 작품에 찍던 낙관, 즐겨 마시던 술병, 애용하던 찻잔과 커피 그라인더, 베레모와 펜던트, 만년필과 몽블랑 잉크, 펜던트와 시계, 세계 각국에서 모아 온 기념품들로 장식한 페치카, 스케치북과 카메라와 럭비부 시절의 운동용품 등이 전시돼 있다. 편운재 현관에는 “살은 죽으면 썩는다”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생에 대한 성실성과 근면을 유독 엄격하게 훈육했던 어머니의 음성을 벽에 새기며 시인은 어떤 마음을 다지고자 했던 것일까. 그 가르침 덕분에, 어머니를 종교처럼 믿고 의지했던 까닭에 시인은 그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또 성실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한 사람의 생애에는 희로애락애오욕이 있기 마련이다. 그의 작품 세계와 활동에도 활발한 세계 속에 묻힌 고뇌와 오욕이 있었을 거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의 세계를 읽고 재해석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또한 그의 활동을 되짚어 보며 평가를 내리는 것 역시도 후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만큼 한국문학에서 그의 자리가 크다는 방증이다. 시인의 100년이 고스란히 저장된 난실리 전체가 문화특구가 된 것 역시 시와 시인의 깊이와 크기를 톺아볼 수 있는 증거다. 편운재와 청와헌, 조병화문학관이 있는 난실리는 봄이 유독 예쁜 고장이라고 한다. 탄생 100주년을 맞는 조병화 시인의 터에 다가오는 봄에는 꼭 한번 들러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곳에서 100세가 된 노시인이 넌지시 건네는 투명한 술잔에 문장을 가득 채워 오시기를 바라며.소설가 이은선
  • ‘안전’에 ‘친환경’까지… 볼보 하이브리드 SUV 2종 사전 판매

    ‘안전’에 ‘친환경’까지… 볼보 하이브리드 SUV 2종 사전 판매

    튼튼하기로 유명한 볼보가 친환경 엔진을 장착한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며 하이브리드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한다. 판매 가격도 앞서 출시된 동종 모델보다 최대 440만원까지 파격적으로 내렸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최근 마일드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XC90 B6’(왼쪽)와 ‘XC60 B6’(오른쪽)에 대한 사전 판매를 시작했다. 고객 인도는 4월부터 시작된다. 새로운 B6 엔진은 가솔린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고성능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다. 제동 과정에서 생성된 전기에너지는 가솔린 엔진 출력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탠다. 최고출력은 300마력, 최대토크는 42.8㎏·m에 달한다. 여기에 최첨단 사륜구동 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스웨덴 부품사 할덱스의 사륜구동 시스템이 기본 적용됐다. 날씨와 도로 지형에 따라 바퀴에 동력을 재분배해 사고 위험을 줄이고 연료 효율성은 한층 높이는 기술이다. ‘사람’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볼보답게 첨단 안전 기술을 집약한 ‘인텔리 세이프’ 기능과 실내에 유입되는 초미세먼지농도를 감지하고 정화하는 ‘공기 청정 시스템’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적용된 ‘바워스 앤드 윌킨스’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도 선택할 수 있다. ‘XC90 B6 AWD 인스크립션’의 판매 가격은 기존 T6보다 260만원 저렴한 9290만원, ‘XC60 B6 AWD 인스크립션’은 440만원 저렴한 7100만원이다. 2종 저공해 자동차로 분류돼 공영주차장, 공항 주차장 요금 할인,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면제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비락, 글로벌 친환경 소재 ‘에콜린 패키지’ 제품/OEM 확대... 필(必)환경 소비 앞장

    비락, 글로벌 친환경 소재 ‘에콜린 패키지’ 제품/OEM 확대... 필(必)환경 소비 앞장

    종합음료기업 비락이 친환경 패키지를 통해 필(必)환경 경영에 박차를 가한다. 비락은 2019년 국내최초 ‘에콜린 패키지(ecolean package)(이하 에콜린)’ 설비를 갖추고 제품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Ecolean’은 스웨덴 에콜린 사(社)에서 개발한 친환경 포장재다. 재질 중 35%를 플라스틱 대신 탄산칼슘으로 대체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35% 만큼 절감했으며, 재질 중 알루미늄 성분이 없어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및 ‘재활용 우수’ 등급을 획득 했으며, 포장 용기 자체 무게가 낮아 유통과 보관에도 편리한 장점이 있다. 별도 용기 없이 전자레인지에 데울 수 있고 차(茶)류, 커피류, 멸균우유, 스프 등 다양한 액상 제품에 적용이 가능해 최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공기로 충전한 손잡이가 있어 데워진 상태에서도 취급이 용이하다. 비락은 현재 자사 제품인 ‘ABC주스’와 ‘올바른 우유’, ‘코코브루니 콜드브루’, ‘체리딸기라떼’ 등 다수 제품을 ‘에콜린’으로 생산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도 친환경 포장재 위주의 제품으로 출시를 확대 예정이며, 2019년에 출시한 ‘하루야채스프’, ‘잇츠온 편강온’도 해당 포장재로 제품을 출시 하였으며, 향후 친환경, 가치소비 트렌드에 맞춰 적용 제품을 늘려갈 계획이다. 풀무원도 계열사인 풀무원푸드머스 제품에 ‘에콜린’을 적용했으며, 2022년까지 풀무원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에 100% 재활용 우수 포장재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비락은 1월 진행한 ‘네이버 쇼핑라이브’를 통해 ‘에콜린’ 제품을 판매했다. 평일 낮 방송임에도 8만 5천명이 접속.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실제 소비자 댓글 대다수가 패키지 디자인과 편의성에 대한 내용이 차지했다. 강종구 비락 영업부문장은 “친환경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규격에 맞춘 패키징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도입했다”며 “다수의 기업이 PB/OEM/ODM 형태 생산을 의뢰하고 있으며, HACCP, GMP 인증을 받아 건기식 제품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시장에서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현대글로비스, ‘중국-유럽’ 물류 비단길 놓는다

    현대글로비스, ‘중국-유럽’ 물류 비단길 놓는다

    현대글로비스가 중국의 최대 물류 회사 ‘창지우’와 손잡고 중국과 유럽을 오가는 물류 사업에 나선다. 현대글로비스는 3일 폴란드에 있는 유럽법인 자회사 아담폴의 지분 30%를 창지우에 매각하는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1997년 설립된 창지우는 완성차 물류, 신차 판매, 특장차 생산, 자동차 금융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2019년 그룹의 전체 매출은 약 7조원이다. 당시 중국에서 생산된 60여개 자동차 브랜드의 완성차 320만대를 육상과 철도로 운송했다. 본사는 베이징에 있다. 현대글로비스 유럽법인이 2014년 인수한 아담폴은 폴란드 동부 국경 인근 말라쉐비체에 철도 화물 환적 시스템을 갖춘 기차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횡단철도(TCR) 운송 물량을 대거 확보한 창지우와 협업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TCR은 중국 각지에서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를 거쳐 유럽 각 지역으로 연계되는 철도 노선이다. 중국·유럽과 CIS 국가들은 서로 다른 궤간(두 레일 간격)을 사용하고 있어 추가 환적이 필요하다. 연간 4100FEU(1FEU=4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의 물량을 블록트레인(급행화물열차)에 실어 중국과 유럽을 오가는 창지우의 기차가 아담폴의 말라쉐비체 환적 시스템을 전용으로 이용하면 화주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일정 관리도 편해진다. 앞으로 현대글로비스는 창지우와 함께 중국∼유럽 철도 운송 전문 브랜드 ECT(Euro China Train)를 론칭할 예정이다. ECT를 통해 향후 시안과 충칭 등 중국 내륙 도시에서 출발해 폴란드를 거쳐 독일과 영국 등 서유럽과 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까지 닿을 수 있도록 운송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말라쉐비체와 북부 항구 도시인 그단스크를 직접 연결하는 철도 물류 루트를 개척할 계획이다. 그단스크에 철도와 해상을 잇는 항만 물류 인프라도 완비하고 있어 ECT를 이용하면 폴란드에서 발트해를 통해 스칸디나비아반도와 영국까지 해상으로 화물을 바로 운송할 수 있다. 운송 기간은 기존 TCR 노선보다 평균 4일 정도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비스는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해운 운임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철도가 유럽행 물류 운송의 대안으로 떠오른 만큼 ETC가 강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중국에서 유럽으로 40피트 컨테이너 하나를 운송할 때 철도는 3800∼6000달러, 해상은 800∼2500달러가 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가격이 급등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럽 노선의 해운 운임은 6개월 사이 170%나 올랐다. 현대글로비스는 자사의 자동차 물류 노하우와 창지우의 중국 내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럽과 중국의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양사는 최근 공동으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완성차를 독일 딩골핑에서 중국 청두까지 철도로 시범 운송했다. 앞으로 본 물량도 공동 영업을 통해 수주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자·화학제품, 부품·기계·장비 등 유럽과 중국을 오가는 비계열사 컨테이너 화물에 대해서도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과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잠재적 고객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창지우의 지분 참여를 통해 두 회사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유라시아 물류 영토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여가부 해외 협력 강화 행보…스웨덴 양성평등 협력·캄보디아 청소년 교류

    여성가족부가 양성평등, 청소년 문제 등 현안과 관련해 해외 협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야콥 할그렌 주한 스웨덴 대사와 만나 양성평등·가족 정책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로 여성 고용 문제가 더욱 중요해진 이 때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서 스웨덴과 함께 고용 분야 성평등 증진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게 되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엔 여성지위위원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산하 정책개발위원회로, 매년 세계 각국 대표와 관련 기구들이 모여 여성 권한 강화와 권익 증진을 위한 정책 사례를 공유하고 효과적 이행방안을 찾는 회의체다. 정 장관은 오는 17일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행사 중 하나로 진행되는 ‘차세대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 및 권익 증진’ 온라인 토론회에 스웨덴 고용부와 함께 참여한다. 할그렌 대사는 “여가부와 주한스웨덴대사관이 지난해 함께 주최했던 ‘대한민국의 아빠 육아생활 사진전’은 큰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더 많은 대한민국의 아빠들이 육아에 참여하고 부모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 장관은 이날 오전 캄보디아 항 추온 나론 교육청소년체육부장관과 온라인으로 청소년 교류 약정을 체결했다. 이번 청소년 교류 약정은 신남방정책 일환으로 한국과 캄보디아 왕국의 상호 이해를 강화하고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지난해 2월 여가부가 제안해 성사됐다. 주요 내용으로는 청소년 정책 관계자 및 청소년 간의 상호 교류, 양국에서 개최되는 청소년 분야의 국제회의·행사 초청, 청소년 분야의 출판물 등 정보의 교류 등이 포함돼 있다. 양국은 실무협의 등을 거쳐 청소년 분야에서의 협력 증진을 위한 청소년 교류를 내년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드론 감시·대화 해킹… ‘디지털 무기’ 휘두르는 미얀마 군부

    “한 달 전 쿠데타를 일으켰던 장군들은 이제 훨씬 더 정교한 무기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미얀마 군부가 진압에 배치한 디지털 무기고’라는 제목의 1일자(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기사는 “이스라엘산 감시용 드론, 유럽산 아이폰 크래킹 장치, 컴퓨터를 해킹하고 그 콘텐츠를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일 수 있는 미국산 소프트웨어” 등을 그 무기들로 열거했다. NYT는 ‘미얀마를 위한 정의’(Justice For Myanmar)로부터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지난 두 회계 연도의 정부 예산 문서를 입수해 분석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문서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사람들의 거주지를 추적하고 대화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전화기와 컴퓨터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쿠데타 후 체포 영장을 분석해 보니 보안군은 비판자들의 소셜미디어 게시물과 인터넷의 개별 접속 주소를 삼각측량하고 있었다”면서 “이 작업은 전문화된 외국 기술을 이용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신문은 진단했다. 예산 문서에는 스웨덴 정보기술업체 MSAB, 이스라엘 셀레브라이트 등의 이름이 등장한다. MSAB는 2013년 중국에 진출해 중국 정부로부터 데이터 추출과 관련한 막대한 양의 업무를 수주한 업체로,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의 휴대전화 정보도 추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홍콩 경찰은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직후 MSAB와 셀레브라이트 등에 휴대전화 등 전자 기기에서 증거를 채취하는 사업을 제안했다고 한 현지 매체가 보도하기도 했다. 최신 예산에는 애플컴퓨터에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수집하도록 설계된 소프트웨어도 포함돼 있었다. 전문가들은 “민간 정부와 잠시 권력을 나눠 가졌을 때도 지배권을 유지해 온 군부가 사이버 안보 관련 장비를 구매하면서 민주주의의 외관을 이용했다”고 했다. 미얀마 군을 연구해 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코나 야오 전 연구원은 “민간 정부 출범 뒤에도 군의 감시 기술 지출에 대한 감시는 거의 없었다”면서 “이제 우리는 군사 통치하에 있고 그들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AFP에 따르면 미얀마 군경은 2일도 북서부 칼라이 타운에서 쿠데타 항의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해 3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 있는 한 의사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고, 한 구조대원도 사람들이 실탄과 고무탄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지운 전문기자 jj@seoul.co.kr
  • 운동선수는 정치발언 안돼?… ‘농구 황제 vs 축구계 상남자’

    운동선수는 정치발언 안돼?… ‘농구 황제 vs 축구계 상남자’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정치는 정치인이 해야”폭스뉴스도 지난해 “입 닫고 드리블이나 해라”르브론 제임스 “잘못된 일에 입다물지 않겠다”“난 평등·사회정의·인종차별 등을 이야기한다”CNN “이브라히모비치도 인종차별 언급했었다”“현대 사회에 더 이상 노선은 없다” 제임스 지지미국프로농구(NBA)의 ‘농구황제’ 르브론 제임스(37)와 이탈리아 프로축구의 ‘상남자’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40) 간에 벌어진 ‘운동선수의 정치 행보’를 둘러싼 공방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디스커버리 플러스’와 인터뷰에서 “(제임스는) 자기 일을 할 때 경이롭다. 하지만 나는 일종의 지위를 가진 이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신이 잘 하는 일을 해야 한다. 나는 축구를 가장 잘 하니 축구를 한다. 내가 정치인이 된다면 정치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흑인의 투표를 독려하는 등 사회 참여에 적극적인 제임스의 행보를 비판한 것이다. 폭스뉴스의 진행자 로라 잉그라햄도 지난해 방송에서 제임스를 겨냥해 같은 취지로 “입 닫고 드리블이나 해라”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제임스는 같은 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브라히모비치가) 틀렸다”며 “잘못된 일에 입 다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평등, 사회의 정의, 인종차별, 투표권 억압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지켜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내 목소리가 가진 힘을 알고 있는 만큼, 스포츠에만 전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CNN은 1일 ‘제임스가 옳고 이브라히모비치가 틀린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생각이 오직 하나의 분야에만 머무르는) 일차원적인 사람은 없고, 현대문화에서 더 이상 노선이란 없다. 스포츠, 기사 보도, 연기 노선 같은 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브라히모비치가 자신의 이름 때문에 스웨덴에서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을 겪어왔다고 주장한 2018년 인터뷰를 언급하며 그에 대항하는 게 누구나의 “권리”라고 지적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크로아티아계 어머니와 보스니아계 아버지를 따라 스웨덴에 이민을 왔다.제임스는 오랜 기간 정치적 목소리를 냈다. 2012년 후드 티를 입고 편의점에 다녀오다가 백인 자율방범대원의 총에 맞아 죽은 17세 트레이본 마틴을 추모하는 뜻에서 후드 티를 입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2014년 7월 뉴욕 스테이튼아일랜드에서 백인 경찰관의 목조르기로 사망한 흑인 엘릭 가너를 추모하는 의미로 그의 마지막 발언인 “숨을 못 쉬겠어”(I can’t breathe)라고 적힌 상의를 경기 중에 입기도 했다. 2019년에는 자신의 고향인 오하이오주 애크런에 저소득층을 위한 학교를 세웠다. 지난해 조지 플로이드 사건 때는 미국 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의 유명한 ‘무릎 꿇기’ 시위 사진과 경찰이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는 사진을 게재하고 “이제는 이해가 되나, 아직도 잘 안 보이나”라고 썼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언니만 한 동생

    언니만 한 동생

    제시카와 넬리 코르다(미국) 자매가 미여자골프(LPGA) 투어 21년 만에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일궈냈다. 동생인 넬리 코르다는 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컨트리클럽(파72·6701야드)에서 끝난 게인브리지 LPGA에서 우승했다.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해 전반 홀 버디로만 3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투어 통산 네 번째 정상에 올랐다. 2·5·6번 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12개 홀 연속 파 행진을 벌여 통산 4승째 수확에 성공했다. 지난 1월 시즌 개막전인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언니인 제시카가 우승한 데 이어 동생인 넬리도 우승하며 자매가 연속해서 두 대회를 제패하는 흔치 않은 기록을 세웠다. 자매의 ‘백투백’ 우승은 2000년 3월 안니카-샬롯타 소렌스탐(이상 스웨덴) 이후 21년 만에 처음 나온 것이다. 넬리 코르다는 “지난 대회에서 언니가 우승한 것은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며 “언니가 이겼으니 나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은퇴 후 13년 만에 대회에 참가해 최종합계 13오버파로 74위를 기록한 소렌스탐은 “동생과 경기했을 때의 추억이 떠오른다”면서 “항상 경쟁적이었지만 하루를 끝내면 서로를 응원했던 우리 자매처럼 코르다 자매도 서로를 돕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렌스탐은 이날 캐디를 맡은 남편과 나란히 검정색 하의에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나와 최근 교통사고를 당해 선수 복귀가 불투명한 타이거 우즈(미국)의 ‘최종일 검빨패션’을 선보이는 동료애를 과시하며 쾌유를 기원하기도 했다. 이날 소렌스탐을 비롯해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워크데이 챔피언십, 미국프로골프(PGA) 푸에르토리코 오픈 등에 참가한 선수들은 우즈가 최종 라운드 때 입는 ‘검빨패션’을 선보이며 쾌유를 기원했다. 한편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은 1타를 줄였지만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에 그쳐 4위로 시즌 첫 대회를 마쳤다.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그는 오는 5일 개막하는 LPGA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도 출전한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소렌스탐에겐 낯선 꼴찌… “집 청소나 해야겠다”

    소렌스탐에겐 낯선 꼴찌… “집 청소나 해야겠다”

    “더이상 다른 대회는 없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겠다.”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51·스웨덴)이 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컨트리클럽에서 끝난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게인브리지 LPGA 대회를 74위로 마쳤다. 이날 4타를 더 잃어 최종합계 13오버파 301타로 컷을 통과한 74명 중에 최하위에 그쳤지만 소렌스탐은 은퇴 이후 나선 13년 만의 ‘외출’에서 20대 후배를 제치고 당당히 컷을 통과하는 여제다운 위엄을 보여 줬다. 경기위원의 실수로 타수를 잃는 과정에서도 “내가 빌미를 만들었다”며 자신에게 잘못을 돌리는 아량을 발휘했다. 그가 받은 상금은 고작 3833달러(약 431만원)다. 현역 시절 총 304경기(2257만 7025달러)의 LPGA 투어 대회를 뛰면서 획득한 한 경기 평균 상금(7만 4267달러)의 20분의1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 소렌스탐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골프장에 있어서 감사하다. 컷을 통과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했다는 점에서 꽤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샷에 집중했다. 잘 치지는 않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소렌스탐은 ‘다른 LPGA 투어에도 참가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의욕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의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제 2주간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말한 소렌스탐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집을 조금 청소하고 빨래도 하는 등 해야 하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세 대회 최종 R 나선 골퍼들 하나같이 검정 바지에 빨간 셔츠 차림

    세 대회 최종 R 나선 골퍼들 하나같이 검정 바지에 빨간 셔츠 차림

    프로 골프 선수들이 하나같이 검정 바지에 빨간 셔츠를 입고 경기에 나섰다. 한 대회 참가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무려 세 대회 최종 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이 하나같이 같은 차림이었다. 보통 골퍼들은 같은 색상의 옷을 피하는 게 관행이다. 특히 같은 조에 편성되면 셔츠 색깔이라도 다르게 입으려 노력하기 마련인데 이날 모습은 사뭇 달랐다. 1일(한국시간) 펼쳐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워크데이 챔피언십, 미국프로골프(PGA) 푸에르토리코 오픈, 그리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게인브리지 LPGA 세 대회 최종 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이 최근 치명적일 수 있는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운 좋게 목숨을 구한 타이거 우즈(미국)가 늘 대회 최종 라운드에 나설 때 입었던 검정 하의에 빨간 셔츠를 입어 일종의 오마주를 했다. 우즈가 최종 라운드에 나서면 어느 선수도 그렇게 입지 않았는데 이날은 우즈만 빼고 거의 모두가 그의 옷차림을 따라 했다. 저스틴 토머스(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제이슨 데이(호주) 등 세계랭킹 1위를 했던 선수들은 물론, 워크데이 챔피언십의 디펜딩 챔피언 패트릭 리드와 토니 피나우(이상 미국),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 스코티 셰플러, 제이슨 코크랙(이상 미국)이 모두 같은 차림이었다. 흑백 혼혈인 캐머런 챔프(미국) 역시 우즈의 최종 라운드 패션을 따라 했다. 매킬로이와 리드, 플리트우드와 챔프도 같은 조에서 동반 플레이를 하며 똑같은 의상을 차려 입었다. 콜린 모리카와(미국)가 대회 첫 우승의 영예를 안았는데 그는 대회 결산 인터뷰를 통해 우즈 의상을 차려 입으려 했으나 셔츠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흰색 셔츠를 입었다고 해명했다.13년 만에 LPGA투어 대회에 나선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검정 치마에 빨간 셔츠를 입고 최종 라운드에 나서 우즈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캐디를 맡은 남편 마이크 맥지와 아들 윌도 같은 패션이었다. 선수 뿐 아니라 대회 진행 요원과 관람객도 우즈의 회복을 기원하는 뜻에서 검정 하의와 빨간 셔츠를 입었다. 푸에르토리코 오픈 경기진행요원은 이날 전원이 빨간 셔츠와 검정 바지를 입었다.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제한적으로 입장한 관람객 상당수도 같은 패션으로 코스에 나왔다.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TIGER’가 새겨진 볼로 최종 라운드를 치렀다. 디섐보와 우즈는 같은 브리지스톤 볼 계약 선수다. 우즈는 타이거 우즈 재단의 트위터 계정을 이용해 “오늘 TV를 틀었다가 온통 빨간 셔츠를 입은 광경을 보고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 역경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면서 “선수와 팬들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최하위 컷 통과에도… 소렌스탐 여제의 여유 여전하네

    오십 줄을 넘긴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51·스웨덴)의 위엄과 관대함 그리고 모성애는 복귀전에서 그대로 투영됐다. 소렌스탐은 2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여자프로골프(LPGA) 게인브리지 LPGA 3라운드에서 7오버파 79타를 쳤다. 중간합계 9오버파 225타로 74위다. 13년 만에 LPGA 투어에 복귀한 소렌스탐은 비록 최하위로 컷을 통과했지만 여제의 위엄을 뽐냈다. 그는 전날 2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2오버파 146타를 적어내 컷 기준인 3오버파를 가뿐히 넘어섰다. 소렌스탐은 첫날 1라운드 5번 홀에서 펜스 근처로 샷을 날린 뒤 ‘언플레이어블(샷 불가)’를 둘러싼 경기위원의 규정 적용 실수로 한꺼번에 3타를 잃었다. 이튿날 “이런 실수를 다시 하지 않겠다”고 사과한 경기위원에게 “너무 미안하게 생각하지 마라. 나도 다시는 펜스 쪽으로 공을 날리지 않겠다”고 위트 섞인 관대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두 아들 딸에 대한 모성애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컷 통과에 대해 “원래 내일 딸(아바)을 배구장에 데려다 주기로 했는데 (나 대신) 데려다 다른 사람을 알아봐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7개의 버디를 쓸어담아 공동 16위에서 공동 3위로 급부상한 고진영(25)은 “4언더파 이상의 성적을 내면 저녁을 얻어 먹기로 캐디 데이브와 내기를 했다”면서 “쇼트 게임 코치인 개러스 라플르브스키의 교습을 받은 것도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여성 화가 비웃던 핀란드…그의 싸움은 역사가 됐다

    여성 화가 비웃던 핀란드…그의 싸움은 역사가 됐다

    지금은 복지 선진국이지만 과거 핀란드는 복지와 거리가 멀었다. 스웨덴덴마크러시아가 번갈아 핀란드를 식민 지배했고, 1919년 독립을 이루기 전에도 내전에 휩싸여 혼란한 시기를 보냈다. 이처럼 복지 없는 핀란드 근대사를 화가이자 여성으로 겪어 낸 사람이 있다. 영화 ‘헬렌: 내 영혼의 자화상’의 주인공 헬렌 쉐르벡(로라 비른 분)이다. 그녀는 실존 인물이다. 헬렌은 1862년 태어나 1946년 삶을 마감했는데, 영화는 그녀의 50대 시절을 조명한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그중 두 가지가 중요하다. 헬렌의 전환기와 결부된 사건들이다. 첫째는 헬렌이 50대에 최초로 개인 전시회를 열었다는 사실이다. 열 살 무렵부터 그림을 그리면서 재능을 뽐냈던 그녀는 그제야 본인이 이룩한 예술적 성취를 공인받을 수 있었다. 둘째는 헬렌이 50대에 사랑을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자신의 그림에 찬사를 보내는 청년 에이나르(요하네스 홀로파이넨 분)를 만나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그에게 열렬히 빠져든다. 일과 연애에서 기쁨을 찾은 헬렌의 삶은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만족스러웠으리라. 그러나 결점이 없진 않았다. 위에 썼듯 헬렌이 복지 없는 핀란드 근대사를 화가이자 여성으로 겪어 낸 사람이라 그렇다. 이때 핀란드에는 복지의 근간인 평등, 특히 여성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거의 없었다. 헬렌 오빠의 말을 빌리면 어떨까. “법적으로 여성은 작품 소유권을 가질 수 없다.” 자기가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므로 그림의 주인일 수 없는 시대. 바로 거기 헬렌이 살았다. 헬렌의 엄마도 그녀 편이 아니었다. 딸의 그림을 아들에게 팔아 쓰라고 건네는 엄마를 보며 헬렌은 치미는 분노를 삼킨다. 당시 (남성) 미술 비평가들은 어땠나. 전쟁과 가난을 화폭에 담은 헬렌에게 “그것은 여성 화가와 어울리는 주제가 아니다”라는 한심한 지적을 한다. 이에 헬렌은 본인이 여성 화가가 아니라 ‘화가’임을 주장한다. 스스로 여류 작가가 아니라 ‘작가’임을 강조했던 ‘토지’의 소설가 박경리와 겹치는 모습이다. 남성 예술가는 싸울 필요가 없던 대상과 여성 예술가는 국경을 초월해 계속 싸워야 했다. 그런 고단한 여정 가운데 자신을 역량 있는 화가로 높이 평가하는 청년과 조우했으니, 헬렌이 에이나르에게 마음의 문을 연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하지만 두 사람의 감정은 똑같지 않았다. 양과 질, 속도와 방향이 달랐다. 헬렌은 애정으로 지속했고 에이나르는 우정으로 이탈했다. 옛날에 헬렌은 실연한 친구에게 이런 위로를 건넨 적이 있다. “다시 일어설 땐 담금질한 쇠처럼 더 단단해지길.” 이것이 훗날 자기를 향한 당부였던 양, 50대 시절을 지나며 헬렌의 영혼은 거듭 단련됐다. 그녀는 이를 자화상 연작으로 승화시켰다. 핀란드 미술사의 걸작으로 남은, 소리 없이 절규하는 그림들이다. 복지와 예술이 정비례하지 않음을 보여 주는 한 가지 사례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 獨 65세 이상도 AZ 백신 접종 허가할 듯, 美 ‘한 방에 끝’ J&J 긴급 사용 최종 승인

    獨 65세 이상도 AZ 백신 접종 허가할 듯, 美 ‘한 방에 끝’ J&J 긴급 사용 최종 승인

    독일이 조만간 65세 이상에게도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학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허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숱한 논란 끝에 65세 이상의 접종을 보류했는데 앞서 같은 조치를 취했던 독일이 이를 철회하고 접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독일의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 예방접종위원회 토마스 메르텐스 위원장은 전날 ZDF 방송에 출연해 고령층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허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곧 갱신된 새 권고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스코틀랜드에서 연구 세부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 연구진은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4주 후 입원 위험이 90% 안팎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독일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쌓아두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은 현재 공급받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40만회분 가운데 4분의 1가량인 약 36만회분만 접종했다. 독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최우선 접종대상은 65세 미만 최일선 의료종사자·돌봄 인력으로 이들 3분의 2는 이미 백신을 맞았고 남은 이들은 접종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추정된다. 메르텐스 위원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자체를 비판한 적 없으며 다만 65세 이상 집단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비판했을 뿐”이라고 구분하면서 이런 구분이 국민에게 손실을 끼쳐왔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어쨌든 모든 것이 잘못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르스텐 바츨 독일면역학회 회장도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65세 이상의 접종을 보류한 조치를 철회하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의구심을 없애기 위한 차원에서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KI 예방접종위는 지난달 28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8~64세에만 접종하라고 권고했다. 65세 이상에 대한 임상시험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독일 외에도 프랑스와 벨기에, 스웨덴 등이 같은 이유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대상을 65세 미만으로 한정하고 있다. 반면 영국은 65세 이상에게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다. 앞서 유럽의약품청(EMA)도 지난달 29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조건부 판매를 승인하라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권고하면서 ‘18세 이상’이라는 하한만 설정하고 상한은 두지 않았고 권고는 몇 시간 만에 수용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전략자문그룹(SAGE)은 지난 10일 18세 이상이면 제한 없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사용할 수 있다고 권고했고 WHO는 닷새 뒤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캐나다도 지난 26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하며 연령을 ‘18세 이상’으로만 정하고 상한은 따로 두지 않았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날 존슨앤드존슨(J&J)의 코로나19 백신을 18세 이상에 긴급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이제 남은 절차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승인뿐이다. 28일 CDC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에 이어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까지 자문위의 권고를 수용함으로써 미국인들은 세 번째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FDA의 백신 승인 소식에 “모든 미국인에게 흥분되는 소식이자 위기를 종식하려는 우리 노력에 고무적인 진전”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 방심하거나 승리가 필연적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간 워싱턴 포스트(WP)는 백신 접종 가속화에 화력과 유연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도전을 안긴다고 지적했다.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신규 백신의 합류는 전력 증대에 큰 보탬이 된다. 또 J&J 백신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의 백신과 달리 한 번으로 접종이 끝나고, 냉동 보관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백신의 유통·저장에 제약이나 접종 예약·일정 관리에 투자해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덜어준다. 다만 J&J 백신이 최종 승인되더라도 당장 미국의 백신 부족 상황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WP는 내다봤다. 승인 직후 며칠 내에 배포될 물량이 수백만회에 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뒤 공급이 확대되면 3월 말까지는 2000만회 접종분, 상반기 안에 1억회 접종분을 미국에 공급하겠다고 J&J는 밝힌 상태다. 임상시험 과정에 J&J 백신의 예방 효과가 화이자·모더나의 백신보다 낮은 것으로 나오면서 ‘2등급 백신’이란 인식이 대중에 퍼진 점도 과제라고 WP는 지적했다.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미 등에서 수행한 임상시험 결과 전체적으로 경증·중증의 예방에 66%의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입원을 막는 데 85%의 효과가 있었고, 백신을 맞은 뒤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화이자(94%)나 모더나(95%) 백신의 예방 효능에는 못 미치는 것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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