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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儒林(615)-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51)

    儒林(615)-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51)

    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51) 퇴계는 자신이 ‘위인지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형적은 ‘위아’와 흡사하여 자칫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큰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던 듯 보인다. 따라서 율곡이 ‘스승님의 학문이 어찌 위아지학이겠습니까.’라는 마지막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던 퇴계는 마침내 다음과 같은 말로 끝을 맺는다. “일찍이 이연평(李延平)이 말하기를 ‘오늘날에 있어서는 벽촌에 고요히 거하여 초근목피로 살면서 본업을 힘써 닦을 수밖에 없다.’고 하였으니, 이러한 이연평도 ‘위아지학’이란 말인가. 또한 주자 역시 ‘장차 몸과 마음을 속세의 절에 머물고 있으리니 이는 부처의 마음을 섬겨 이름을 얻기 위함이 아니다.(將此身心奉塵刹 是則名爲奉佛思)’라고 말하였으니, 이러한 주자의 마음이 ‘위아지학’이란 말인가. 나는 굳이 이연평의 말이 아니더라도 또한 주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본원처(本願處)를 찾기 위해서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함이니 숙헌께오서는 나를 붙들려 하지 마시오.” 기록에 의하면 이 자리에는 퇴계와 율곡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앉아 있었다고 한다. 퇴계에게 간곡히 청원하는 율곡의 태도를 보다 못해 누군가 한 사람이 ‘그렇다면 성혼은 어찌하여 참봉벼슬을 받고서도 아니 나오는가.’하고 묻자 율곡은 ‘성혼은 병이 많아 벼슬을 감당할 수 없으니 만약 강제로 벼슬을 시킨다면 이는 그를 괴롭히는 것입니다.’라고 변명하였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퇴계는 크게 웃으며 ‘숙헌은 어찌하여 성혼에게는 대접을 후하게 하면서 내게 대한 대접은 이처럼 박한 것이오.’하고 묻는다. 이에 율곡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그렇지 않습니다. 성혼의 벼슬이 만약 스승님과 같다면 성혼도 일신상의 개인적인 형편은 돌보지 않고 벼슬에 나설 것입니다. 그러나 성혼은 말단 관직에 불과하니 성혼이 나서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라에 무슨 손실이 있겠습니까. 하오나 스승님께오서는 다르십니다.” 그러고 나서 율곡은 마지막으로 읍소한다. “지금 민력이 다하고 국가의 재정이 바닥 나서 만약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장차 나라가 나라답지 못하게 될 것이오니 이를 생각하면 한밤중에라도 벌떡 일어나 앉게 되어 식은땀이 온몸에 흘러내리나이다. 만약 스승님께오서 한양에 머물러만 계셔도 민심은 안정될 것이옵니다.” 그러나 며칠 뒤 퇴계는 율곡의 이러한 간곡한 청원에도 홀연히 한양을 떠나 안동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놀라운 것은 명종의 장례가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여론이 분분하였고, 기대승이 퇴계에게 편지로 ‘나아가고 물러가는 대의(大義)가 심히 의심된다.’고 은근히 비난할 정도였던 것이다. 4년 뒤인 12월, 퇴계가 죽을 때까지 두 사람은 편지로 짧은 의견을 나누었을 뿐 두 번 다시는 상면하지 못하였으니, 이때 나눈 두 사람의 대화는 더 이상 스승과 제자가 아닌 두 위대한 사상가가 벌인 의미심장한 이중창인 것이다.
  • 40년간 잊지 못한 스승의 은혜

    40년간 잊지 못한 스승의 은혜

    학생이 선생님을 때리고 학부모는 선생님을 무릎꿇게 하는 세상이다. 40년을 뛰어넘은 사제의 정은 그래서 더욱 고귀해 보인다. 최근 30년간의 캐나다 이민 경험을 담은 책 ‘스카보로의 봄’을 펴낸 강성옥(59·여)씨와 그의 고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었던 우순구(72·대한수산 사장)씨다. ●사비 털어 장학금 대준 선생님 40년간 그리워해 지난 2월 우씨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선생님 어디 계세요’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제자인 강씨가 쓴 책에 들어있는 글이었다. 고교에 다닐 때 아버지가 경영하던 출판사 인쇄공장에 불이 나 강씨 7남매는 하루 아침에 끼니 걱정을 하는 처지가 됐다. 이렇게 어려움에 처한 강씨에게 선생님은 사비를 털어 등록금을 마련해 주었다. 강씨는 고마운 선생님을 40년 동안 잊지 못하고 있다 편지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강씨는 학교에 등록하지 못했다.“온 식구가 굶을 판이니 일단 등록금으로 쌀을 사자.”고 한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지 못한 것이다. 그 바람에 1년 유급을 했다. 돈 때문에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17살 소녀는 상심한 나머지 자살까지 시도했다. 다행히 새끼손가락을 다치는 정도로 끝났지만 상처는 깊이 남았다. 그것을 이겨내도록 힘을 준 것은 선생님의 사랑이었다. 우씨는 “등록금을 결국 못낸 걸 알았다면 어떻게 해서든 다시 마련해줬을 텐데”라며 가슴 아파했다. 강씨는 책을 선생님께 바친다는 뜻에서 스승의 날인 지난 5월15일 펴냈다. ●부끄럽지 않은 제자 되고자 베푸는 삶 살아 1985년 캐나다로 이민 간 강씨는 일주일 내내 하루 4시간 이상 자지 않고 일했다. 어지간히 자리를 잡은 뒤에도 시간과 돈이 아까워 아직도 직접 머리를 자른다. 그렇게 아낀 돈으로 이웃 고교에 장학금을 주고 장애아동을 돕고 쓰나미 등의 재해구호 기금을 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남편 심상철(69)씨와 함께 남편의 모교인 성균관대에 사후 보험금 100만달러(한화 9억 5000여만원)를 기증하기도 했다.65세 이후에 연금이 나오면 그 돈으로는 자신의 모교인 이화여고에 장학금을 줄 예정이다. “늘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은 제자가 되고 싶어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아직도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사랑을 실천하기엔 부족합니다.”그는 지금 슈퍼마켓과 빨래방을 운영하며 하루에 15시간씩 일한다. 남들은 편히 살라고 하지만 일할 수 있을 때 더 벌어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내년에는 남편과 귀국해 못다한 학업을 계속할 생각이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뒤 상담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서다. ●“사제간의 사랑과 존경 부재 아쉬워” “교사를 사명으로 생각하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쳤다.”는 우씨는 “요즘은 그저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으로 전락하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자가 40년 동안 가슴 깊이 간직하는 걸 보면 선생님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는 사제지간의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해 강씨는 “정말 가슴이 아프다. 선생님은 또다른 부모님이며 평생 내 마음에 담고 살 것”이라고 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안익태 유품 고국품에

    작곡가 안익태(1906∼1965) 선생이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로부터 받은 편지를 비롯한 유품 150여 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다. 안익태기념재단(이사장 김형진)은 “스페인 현지의 유족들로부터 넘겨받은 선생의 유품 150여점이 현재 부산항에 도착해 있다.”며 “다음달 1일쯤이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질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안익태기념재단은 올해 안익태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난해부터 롤리타 안 여사 등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유품을 인수, 국내 박물관에 기증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이번에 들여온 유품은 안익태 선생이 직접 사용한 피아노 1대와 가구, 지휘봉, 볼펜, 시계, 다이어리, 앨범, 각종 배지, 훈장, 메달 등. 특히 그의 스승인 세계적인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로부터 받은 40∼50통의 편지,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았던 월트 디즈니가 식당에서 냅킨 위에 그려준 도널드 덕 그림 등 그동안 공개된 적이 없는 물품들도 포함돼 있어 관심을 모은다.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프로야구] 한화 류현진 “내가 닥터K”

    김인식 한화 감독은 ‘괴물루키’ 류현진(19·한화)을 두고 “아직 멀었어. 주자가 있을 때 요령이 부족하잖아.”라고 지적을 한 바 있다.‘신인 티’를 완전히 털기를 바라는 스승의 욕심일 것.하지만 28일 대전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한화전을 지켜본 김 감독은 내심 흐뭇한 표정을 감추기 어려웠을 것 같다. 선발로 나선 류현진은 1회 톱타자 박현승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뒤 1사 2루에서 클린업트리오와 맞섰다.3번 이대호를 몸쪽 직구로 삼진을 잡은 뒤 4번 호세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그대로 무너질 법도 했지만 5번 이승준을 복판 스트라이크로 돌려세웠다. 류현진은 6회까지 단 1타자도 출루시키지 않고 5이닝 동안 롯데의 숨통을 조였다.7회 선두 이대호에게 2루타를 맞아 위기를 맞았지만 호세를 외야플라이로 잡은 뒤 이승준과 신명철을 거푸 삼진으로 낚아 위기를 탈출했다. 결국 8회 2사까지 8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4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총 투구수는 119개였고 최고구속은 146㎞였다. 시즌 7승(1패)째를 챙겨 팀선배인 문동환(8승)에 이은 다승 2위. 탈삼진은 70개로 두산 박명환(63개)을 제치고 1위를 탈환, 최고의 ‘닥터 K’임을 뽐냈다.한화는 류현진의 호투와 이도형의 홈런 2방에 힘입어 롯데를 7-2로 완파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헤링 신부님/이동익 신부 가톨릭대 교수

    어느덧 계절은 한 해의 복판을 지나고 있다. 만물이 소생하여 푸름은 날로 더해가고 새들도 저마다 다르게 노래 부른다. 해마다 이즈음이 되면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마음도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 아름다운 5월,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많은 사랑의 날들을 지내면서 사랑의 기억과 함께 나의 삶을 돌아보기도 한다. 바쁜 일상이지만 내게도 아름다운 사랑의 순간들이 떠오른다. 지금이라도 한 번 꼭 뵙고 싶은 분들도 있지만 긴 세월을 핑계대면서 그냥 추억 속에 묻어두고 있으니,5월에는 이 때문에 늘 부끄러운 마음이 떠나질 않는다. 오늘은 로마 유학 시절 은사이신 헤링 신부님을 기억하고 싶다.1949년부터 40년 동안 로마의 성 알폰소 대학원에서 가르치셨던 헤링 신부님과의 만남은 교수와 학생의 평범한 관계에서 이루어졌지만 내 일생을 통틀어 매우 운이 좋은 일 중의 하나였다. 그 만남은 어설픈 유학생이던 나에게 작은 충격이기도 하였다. 한국에서부터 그분의 명성을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내가 직접 만나본 그분은 언제나 포근한 마음씨의 할아버지셨다. 윤리신학계의 세계적인 거장이셨지만 그분의 강의에서는 어떤 박식함도, 예리함도 발견할 수 없었고, 다만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하게 여겨질 정도의 복음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세계적인 학자의 강의치고는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신부님의 마지막 은퇴 강연을 들으면서 신부님의 강의는 물론, 신부님의 삶 전체를 아주 명확하게 이해할 수가 있었다. 마지막 강연은 신부님께서 한결같이 강조하셨던 윤리신학이라는 학문에서 가져야 할 복음주의적 시각에 관한 내용이었고, 신부님의 다음 말씀은 내게 매우 생생한 감명을 주었다. “현대 세계에서 우리는 두 가지 형태의 매우 큰 힘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이 지구 전체를 완전히 없애버릴 수도 있는 핵무기로 무장된 물리적 힘이고, 나머지 하나는 그와는 반대로 이 세상의 모든 증오와 반목, 전쟁과 미움을 사랑과 우정으로 한꺼번에 변화시킬 수 있는 복음의 힘입니다. 지금은 핵무기에 의한 물리적 힘이 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복음의 힘이 이 세상을 이기고 모든 것을 변화시키게 될 것입니다. 이 변화가 바로 여러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일생동안 헤링 신부님께서는 강단에서, 그리고 수많은 저서들을 통해서 아주 단순하게 ‘그리스도를 닮음’을 가르치셨고, 그래서 그리스도를 닮아 복음적 사랑을 사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희망을 심고, 나아가 어두움을 밝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용기와 확신을 주신 것이다. 그렇다. 헤링 신부님께서는 ‘박식함’이나 ‘예리함’도 ‘단순함’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참된 지혜를 가르치셨다. 복음의 단순함을 몸소 학생들에게 보여주셨고, 또 가르치셨던 신부님의 단순하고 포근한 모습에 참된 위대함이 배어 있었던 것이다. 학기말에 신부님 과목의 시험을 치르러 갔던 때의 일이다. 시험은 모두 구술시험이었고, 낯선 타국에서의 첫 학기 시험에 잔뜩 긴장하고 앉아 있던 나에게 신부님께서는 “어제 차붐이 한 골 넣었는데, 그 축구 경기를 보셨나요?”하고 물으시는 게 아닌가. 시험 시간의 반은 축구 이야기로 지나갔고, 나머지 시간도 거의 신부님께서 혼자 말씀하셨으니 시험 시간 동안 내가 한 것은 별로 없었다. 시험 시간이 끝나고 방을 나서는 나에게 신부님께서는 “아주 잘했습니다. 다음 시험도 편안하게 잘 준비하세요.”라고 말씀하셨다. 복음의 단순함을 몸소 내게 보여주신 신부님, 언제나 포근한 마음씨의 할아버지, 예상했던 성적보다 좋은 성적을 받아든 나는 아마 그때부터 헤링 신부님을 존경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동익 신부 가톨릭대 교수
  • [무너지는 학교] (하) 교권회복 모범 사례들

    서울 A중학교 권모(23·여) 교사는 부임과 동시에 2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학교 전체에서 소문난 ‘문제아’ 태성(가명)이를 만났다. 학기초 태성이는 수업중 선생님의 지적에도 아랑곳없이 잠을 자기 일쑤고, 지난 3월에는 사흘간 무단결석을 하기도 했다. 친구들과 싸움도 자주 했다. ●학교와 학부모가 끊임없이 소통해야 태성이와 태성이 어머니 그리고 자신이 함께 ‘3자 교환일기’를 쓰기로 했다. 교환일기에는 먼저 권 교사가 태성이의 하루 학교생활을 꼼꼼히 기록하고 태성이와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다. 태성이는 이것을 보고 선생님과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고, 어머니도 태성이와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 형식이다. 지난 4월부터 교환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후 태성이의 생활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권 교사는 교환일기 하나로 자연스레 권위를 인정받은 셈이다. 교육평론가 한병선씨는 “고전적 교권관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식의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것”이라면서 “교사가 교권을 독점하려 해서는 안 되고 학부모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열린 교권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바람직한 교육은 학생을 사이에 두고 교사와 학부모가 공동선을 이뤄가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교사·학부모간 교육적 소통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수원대학 강인수 교수는 “사회전반적으로 해체 현상이 일어나면서 우리 국민들 전체가 법의식이 부족하게 됐고 그 파장으로 교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안에 따라 법률적인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시·도 교육청에 변호사를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교권보호를 위한 법률은 정비가 됐기 때문에 이를 사안에 따라 적용할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스승 섬기기 운동과 제로 톨러런스 서울 동작구 강남초등학교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스승 섬기기 운동’을 펼치는 동시에 학생들이 지켜야 할 기본 규칙·규율 등을 엄격히 지도하고 있다. 김철규 교장은 “존경할 만한 스승을 존경하도록 어렸을 적부터 유도하는 것도 학교가 해야 할 일”이라면서 “학생들이 학교 규칙을 엄격히 지키는 가운데 스승에 대한 존경심도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안에서부터 작은 규율을 지키도록 하면 교사들의 권위는 자연스레 확립될 수 있다.‘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무관용)’ 정책이다. 교권침해 사례가 전혀 없는 곳으로 알려진 정원여중은 학교 규율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동시에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이 접촉할 기회를 많이 갖는다.‘규율은 철저히 소통은 다양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스킨십없는 엄한 규율은 또다른 갈등 불러 이재령 교감은 “오전 등교지도나 생활지도 등은 학생부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40여명의 모든 선생님들이 참여하고 있다.”면서 “복장이나 생활태도 등을 강조하다 보니 학부모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엄한 규율 적용의 바탕에는 반드시 학부모와의 소통이 전제가 돼야 한다.”면서 “학부모와 소통 없는 엄한 규율은 또다시 갈등만 부추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원여중은 전교생이 모두 참여하는 ‘엄마와 함께 송편 빚기 대회’, 학부모-학생-교사간 역할을 바꿔 연극하는 ‘상황역전 역할극’공연 등 소통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성균관대 양재효 교수는 소통을 위한 학교, 학생, 학부모의 노력을 강조하면서 학교분쟁조정위원회가 실질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학교분쟁조정위원회가 지금처럼 분쟁을 제재 위주로 풀어서는 안 된다.”면서 “대화와 이해를 통한 민주사회의 바람직한 문제해결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용 김준석기자 kiyong@seoul.co.kr
  • 전문가들의 교권회복 조언

    전문가들의 교권회복 조언

    땅에 떨어진 교권을 다시 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교사들이 스스로 권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고려대 교육학과 강선보 교수는 “교권은 학생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 존경심이 우러나야 가능한 자생적 권위”라면서 “오늘날 ‘교사는 많지만 스승은 없다.’는 목소리에 교사들은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권을 회복하기 위해선 교사들이 전공에 대해 열심히 연구한 결과를 가르치고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숙명여대 교육학과 조대연 교수는 “실력도 도덕성도 없는 일부 교사들이 전체 교사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전체적으로 교사들이 좀더 전문성을 갖춰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직업인’이 아니라 ‘스승’으로 인식하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는 이제까지 학생들의 잘못에는 엄했던 데 비해 교사들의 잘못에는 관대했던 측면이 있었다. 원칙을 마련해 문제 교사는 확실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육학과 백순근 교수는 교육 주체간 공동 대화채널을 만드는 것이 교권 회복을 위한 필수과제라고 했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교내 논술교육 성공의 해법은 있다

    교내 논술교육 성공의 해법은 있다

    학교현장에서 논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대학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물론 학교 시험에서도 서술형 평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고교들이 논술교육을 사교육에 떠넘기고 있다. 논술교육을 공교육에서 소화하기에는 현실적 장벽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소수 정예식 수업이 절대적이지만 교사 수도 태부족인 것도 요인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논술을 가르치는 고등학교도 적지 않다. 공교육의 틀 속에서 논술지도에 나선 학교들의 운영 노하우를 공개한다. ●학생 스스로 답을 찾는 토론식 수업:상명여자부속여고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상명사대부고 3학년 논술반.‘사회정의와 복지’를 논제로 작성된 한 학생의 논술답안을 놓고 공동첨삭 수업이 한창이다. 공동첨삭 수업이란 서로서로 글의 장단점을 논하며 잘된 글과 잘못된 글의 특징을 터득하는 학습이다. 글의 부족한 부분을 짚어보라는 교사의 지적에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같은 반 친구 글의 잘잘못을 지적하기가 조심스러운 모양이다. 이쯤이면 교사가 끼어들 법도 한데 침묵이 계속된다. “예시문의 현실성이 떨어지니까 글이 설득력을 잃는 느낌입니다.” 한 학생이 말문을 열자 그제서야 하나둘씩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진다. 논술 수업의 주체는 철저히 아이들이다. 논술반 지도교사 은희정씨는 “토론에서 교사가 너무 쉽게 해답을 제시하면 아이들은 입을 닫고 더 이상 제 머리로 고민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스스로 고민하게 도와주고, 엇나가는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만 한다. 한참 토론을 하다 보면 아이들 스스로 주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제자리를 찾기도 한다. 자발적인 토론을 가능케 하는 것은 독서다.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해 수업은 주 1회를 넘지 않는다.1·2학년은 주로 독서와 토론을 진행해 기초능력 배양에 힘쓴다. 책 선정은 읽기 쉬운 책부터 점차 어려운 책까지 심화시켜 간다. 이때 단일주제를 복합주제로 종합하도록 구성해 하나의 문제를 여러 방향에서 다룰 수 있게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와 카프카의 ‘변신’을 연달아 토론하면서 실존주의의 지향점은 물론 사회적 배경, 문제의식 등에 따라 다각도의 토론이 가능하다. 또 원작이 영화화됐을 때 책과 영화의 차이를 짚어보고, 비교해 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입시에 가까워지는 2학년 2학기 이후에는 각 대학의 논술과 구술시험에 본격 대비한다. 이때에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기 글을 쓰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쓴 글의 평가도 물론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다. 은 교사는 “아이들 간에 협동적 경쟁심이 발현될 때 붙는 성장속도는 무서울 정도”라면서 “스스로 고민하도록 느긋하게 기다려 주는 것이 때론 비능률적이고 번거로운 과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효과는 단순 주입식 교육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철저한 수업준비에 물량공세:동북고 “장동건은 왜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하게 된 것일까.” 서울 강동구 둔촌동 동북고의 논술시간.‘세계화와 FTA’라는,10대들에게 따분할 수 있는 논제를 놓고 교사는 이렇게 화두를 던졌다. 아이들이 관심많은 영화라는 소재로부터 논의를 출발하기 위해서다. “공부도 재미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학생들 사이에 능동적인 학습이 가능한 거죠.” 당연하지만 교육현장에 대입하기는 쉽지 않는 이야기다. 동북고는 지난해부터 통합교과형 논술 대비에 들어갔다. 여러 교과를 아우르는 지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고민이 수반돼야 풀리는 논술 문제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권영부 교사는 “이미 언어능력만을 요구하는 논술은 사라졌다.”면서 “비판적 사고와 창조성을 키우지 않는 학생은 논술입시에서 성공할 수 없고 또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많은 토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20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논술수업에는 국어, 경제, 과학, 윤리, 철학 등 5개 과목 교사가 투입된다. 교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 수업에 교사 5명이 한꺼번에 들어간다. 교사들은 정해진 주제에 대해 각자 자신의 교과와 관련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 앞에서 자기들 사이에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세계화’나 ‘양극화’‘인간복제’ 등 다양한 토론 주제들은 교사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되고 토론된다. “토론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토론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1학년 수업은 교사들이 먼저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후 아이들이 교사들에 이어서 토론을 하죠. 물론 훈련이 된 3학년의 경우 학생들이 직접 토론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리를 풀어나갑니다.” 토론 교재는 교사 5명이 교과서와 신문, 독서활동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만들었다. 정해진 논제별로, 교사별로 도움글을 삽입했다. 예를 들어 ‘세계화’라는 논제에 대해 사회과 교사의 ‘장동건은 왜 광화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게 됐는가’, 국어과 교사는 ‘셰익스피어냐, 세종대왕이냐.’, 과학과 교사의 ‘맥도널드는 이기적 유전자를 먹고 진화한다.’ 등 다양한 교사의 시각을 먼저 소개했다. ●바로 써야 올바른 논술:성남고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성남고등학교도 지난해부터 통합형 논술고사 준비에 한창이다.1학년과 2학년은 15명, 입시가 가까운 3학년은 25명 내외의 인원으로 4개 반이 꾸려져 수업이 진행된다. 전체 논술을 지도하는 교사들은 20여명으로 수업마다 2명씩 들어간다. 이중 한 명은 국어교사로 실제 수업을 이끌어가는 역할과 글쓰기 지도를 맡는다. 주교사인 셈이다. 또 다른 교사는 그날의 주제와 가장 관련이 깊은 교과목 교사가 합석한다. 이동호 연구부장은 “수업은 희망자에 한해 방과 후에 진행되지만 해가 거듭되면서 신청자가 늘고 있다.”면서 “학생 스스로 토론수업에 참여하는 것을 해택으로 여길 정도”라고 말했다. 특기적성 시간인 오후 6시부터 7시10분까지 70분간 이뤄지지만 열띤 토론이 이어질 땐 시간을 훌쩍 넘기는 일도 많다. 눈에 띄는 것은 정기적으로 수업과정에서 ‘문장쓰기 연습’ 수업을 넣어둔 것.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올바르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강호영 교사는 “맞춤법과 원고지 사용법, 바른 문장 사용 등은 생각처럼 쉽게 고쳐지지 않는 만큼 학생들이 지루하게 여기지 않을 범위 안에서 반복적인 훈련을 해주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특정 주제를 놓고 학생들은 주제별로 논술토론을 진행한다. 정해진 주제는 20개 정도.20명의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골랐다. 성남고의 경우 3학년 중 100여명이 논술수업을 듣고 있다. 다른 학교보다 많은 학생들이 학내에서 논술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재단의 역할이 크다.20시간짜리 논술을 배우는 데 학생부담은 3만∼4만원 정도. 나머지 부대비용은 모두 학교 장학재단에서 부담한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현장교사가 말하는 논술준비 10계명 1 질문 속에 답이 있다 학생들은 읽어 보지 않은 책에서 어렵게 출제된 문제를 받아들면 곧잘 겁을 먹는다. 하지만 각도를 달리해서 보면 제시문은 곧 힌트다. 논제와 연관된 핵심을 파악하려면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해야 한다. 2 평가기준을 정확히 알자 가장 중요한 평가항목은 논증력과 창의력이다. 두 가지는 평가의 70%를 차지한다. 논증력은 주장을 설득력 있게 풀어가는 능력이다. 단,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논거나 예문은 읽는 사람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3 읽기와 말하기, 글쓰기는 함께 큰다 생각을 정리할 때 머릿속이 복잡해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말하기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말하기를 먼저 하고 글에 자신 있는 사람은 글쓰기를 먼저 한 후 말하기를 하면 도움이 된다. 다독(多讀)으로 다져진 내공은 말하기와 글쓰기 모두에 든든한 언덕이 된다. 4 다양한 글을 써라 일기도 좋고 간단한 수필, 인터넷 토론장 게시판도 좋다. 한두 단락의 글이라도 짬짬이 써라. 생각의 흐름이 손의 서투름을 가로막지 않을 때 표현력도 풍부해지고 논리적 비약도 줄일 수 있다. 5 좋은 글은 베껴라 작가 지망생들도 때론 기성작가들의 작품을 선정해 반복적으로 베껴 쓰는 연습을 한다. 논설문을 쓰기가 두려운 학생들은 좋은 칼럼이나 대학측이 제시한 모법답안을 베껴 써보는 것도 방법이다. 6 개요작성에 시간을 투자하라 개요는 학생들이 가장 귀찮게 여기는 단계다. 하지만 개요는 건물로는 설계도, 음악에서는 악보다. 개요를 작성하지 않으면 구성이 엉성해지고 부적절한 예시와 반복적 표현 외에 분량의 문제까지 발생한다. 7 주변인은 스승이다 짧은 시간에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좋은 준비는 바로 토론이다. 주변 사람들과 자주 토론의 기회를 만들고 또 경청해 보자. 8 독서 후 스스로 시험을 만들어보자 스스로 출제자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특정분야의 책이라도 다양한 쟁점과 문제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무엇이 논의될 만한 것인지 보인다면 그만큼 안목도 커지는 것이다. 9 기출문제를 많이 다뤄 보자 논술 초보자가 기출문제를 당장 익숙하게 풀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시험에는 요구되는 조건과 스타일이 있다. 좋은 문제에서 감각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10 논술 관련 정보를 모아라 교과서에서 배운 원리를 스스로 현실에 접목시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고등학생 대상의 교양지나 인터넷 등을 통해 논술 관련 시사쟁점들을 모아 봐라. 시사주간지를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 도움말 상명여대부속여고 철학교사 은희정 ■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儒林(612)-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8)

    儒林(612)-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8)

    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8) 그러나 스승 퇴계가 또다시 칭병을 하며 물러나려 하자 율곡은 다시 다음과 같이 간곡히 청원한다. “만일 스승님께서 경연의 자리에 계신다면 나라의 이익됨이 매우 클 것입니다. 벼슬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남을 위한 것이지 어찌 꼭 자신만을 위한 것이겠습니까.” 그러자 퇴계는 다시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벼슬을 하는 것이 진실로 남을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이익됨이 남에게 미치지 못하고 자신의 몸 걱정만 더해진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오.” 스승의 이 말을 들은 율곡은 다시 말을 덧붙인다. “스승님께서 조정에 계시면서 설령 하는 바가 없으시더라도 왕이 무겁게 의지하고 인정도 기뻐함이 있다면 이 역시 이익됨이 남에게 미치는 것입니다. 스승님의 학문이 어찌 위아지학(爲我之學)이겠습니까.” 위아지학. 일찍이 맹자가 선포하였던 양주(楊朱)의 자신만을 위한 위아주의를 뜻하는 말. 맹자는 ‘양주는 자신만을 위하는 학문이니 임금이 없고, 묵적의 겸애는 아버지가 없음이니 아버지가 없고, 임금이 없는 것은 새나 짐승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楊氏爲我 是無君 墨氏兼愛 是無父 無父無君 是禽獸也)’라고 위아주의를 비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그 무렵 많은 사람들이 퇴계를 헐뜯는 구절로 인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당대의 원로대신이었던 이준경은 맹자의 말을 인용하여 퇴계를 ‘산새’라고 비난하였으며, 심지어는 퇴계의 제자였던 남시보(南時甫)까지도 스승 퇴계를 위아주의자라고 비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비난을 모르고 있을 퇴계가 아니었다. 그러나 율곡의 간곡한 청원에도 퇴계는 묵묵부답으로 침묵을 지켰을 뿐 아무런 대답도 변명도 하지 않았다. 훗날 퇴계는 기대승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러한 자신을 향한 비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변명하고 있다. 이 문장은 퇴계가 유일하게 자신에 대한 변명을 하는 단 하나의 장면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요새 들으니 남시보가 나를 일러 위아(爲我)의 학문을 한다고 하는데, 대저 나는 위아의 학문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형적(形跡)은 위아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으니, 그런 말을 듣고 보니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퇴계는 자신의 학문이 ‘위아주의’가 아닌 ‘위기주의(爲己主義)’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원래 ‘위기지학’은 성리학에서 군자학으로까지 불리는 것으로 ‘자기의 인격, 학식, 덕행의 향상과 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인 것이다. 퇴계는 자신의 ‘위기지학’이 제자 남시보가 주장하였던 양주의 ‘위아지학’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 형적에 있어 위아와 흡사하니, 실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의 학문은 우리 인간으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로서의 지, 덕, 행을 실천궁행하는 ‘위기지학’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율곡은 ‘위인지학(爲人之學)’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두 사람이 나눈 최후의 대화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 [무너지는 학교(中)] 학교당국·교사는 책임없나

    [무너지는 학교(中)] 학교당국·교사는 책임없나

    얼마 전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에 “선생님 때문에 아이가 가출했다.”는 상담이 접수됐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경기도 용인에 있는 놀이공원으로 소풍을 갔는데, 담임 교사가 집합시간에 늦은 아이를 떼어놓고 춘천으로 돌아온 것이다. 항의하는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 언쟁이 심해졌고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는 집을 나가 버렸다. 곧 집에 돌아오긴 했지만 학생에게는 큰 상처가 남았다. 교권 침해는 스승으로 우러러 볼 수 없는, 일부 자질이 부족한 교사들이 스스로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오모(39·주부)씨는 올해 퇴임한 한 선생님만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난다. 아이들에게 “어머니에게 전화 좀 하라고 해라.”라고 촌지 압력을 가한 것이다. 한 어머니가 교장실에 전화를 해 항의하자 이 교사는 학생에게 “또 고자질해 봐라. 난 말년이라 무서운 것이 없다.”는 막말까지 했다. 오씨는 “그 선생님이 퇴임한 뒤에 이야기해 보니 모두 최소한 30만원씩은 갖다 줬더라.”고 고개를 저었다. ●학생들 지나친 편애·욕설도 문제 학사모 최미숙 상임대표는 “아직도 용돈 좀 달라는 식으로 촌지를 요구하거나 학생을 지나치게 편애하는 등 교사들의 문제성 행동에 대한 상담이 많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일부 교사들의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언행에 존경심을 잃어가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고등학교 3학년 A(18)군은 3주 전 춘추복을 입는 기간인데 여름 교복을 입었다고 학생부장으로부터 벌을 받았다. 학생부장은 땅바닥에 ‘엎드려 뻗쳐’를 한 A군의 손을 발로 밟고 허벅지를 찼다.A군은 “지난해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 회의에서 원하는 교복이면 시점에 상관없이 입도록 합의했는데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교권을 존중받으려면 선생님들도 학생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동구에 있는 한 고등학교 2학년 C(17)양은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는 50대 여자 교사 때문에 고생이다. 그 선생님은 복도를 지나다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너희들 뒤에서 내 욕했지?’라며 마구 뺨을 때린다는 것이다. 강남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술냄새를 풍기며 교실에 들어오거나 술이 덜 깨 자율학습으로 수업을 대체하기도 한다. ●학교측도 “나 몰라라” 피하기 급급 학교측이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거나 마냥 방치해두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D(27)씨는 아이들 싸움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점심시간에 싸움이 나 담임을 맡은 반 아이가 턱뼈가 부러졌는데 폭행한 학생의 부모가 “이미 포기한 자식”이라면서 치료비 보상을 거부하고 나선 것. 피해 학생의 부모가 학교를 형사고발하겠다고 나서자 학교측은 D씨에게 책임을 떠넘겼다.D교사는 “스스로 위축되는 것은 물론 학교에 배신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극성파’ 부모들을 아예 기피한다. 서울 동북부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 싸움에 부모들이 나서 법정싸움까지 갔다. 치료비 보상 문제로 학급 전원이 목격자로 경찰서에 불려다니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른 학교에서는 ‘그 부모는 아예 건드리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동생 담임 맡기를 교사들이 꺼리는 정도다. 한 학부모는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들이 선생님을 뭘로 보겠느냐.”고 했다. 학부모들은 짧은 교생실습 기간과 획일적인 임용고사로는 교사의 자질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이경자 사무국장은 “정식교사로 임용하기 전에 교사로서의 적성을 검증해야 한다. 교직은 단순히 생계 유지를 위한 직장 개념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학교측의 역할과 관련해 전국 초·중·고 교장협회장인 신답초등학교 배종학 교장은 “갈등이 있을 때에는 먼저 교장이나 교감에게 알려 1차로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wisepen@seoul.co.kr
  • [무너지는 학교(上)] 학부모·학생 교권 침해 실태

    [무너지는 학교(上)] 학부모·학생 교권 침해 실태

    교사의 권위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 교사가 학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는 반윤리적인 행태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으로 교사의 자질 저하가 이런 결과에 1차적인 원인을 제공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무너져 가는 교권의 실상과 회복 방안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24일 오전 11시40분 경기도 부천의 A중학교. 김기범(29·가명) 교사는 학생 두 명이 실내화를 신고 교문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오는 걸 목격했지만 모른 척했다. 학부모로부터 받은 한 통의 전화 때문이다. 김 교사는 며칠 전 이틀간 무단 결석한 학생을 종례시간에 2∼3분간 꾸짖었고 종례 후에 남도록 해 3시간가량 상담지도를 했다. 바로 다음날 그 학생의 어머니가 전화를 했다. 어머니는 “아이가 사춘기라 예민하니 학생들 보는 앞에서 훈계하지 말라. 종례 후 혼자 남겨 상담하는 등 아이의 자존심을 구기지 말라.”고 ‘충고’를 했다. 올해 임용된 ‘새내기’인 김 교사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정당한 교사활동에 대해서도 학부모가 반대하면 하지 말아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그는 “학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무릎 꿇려지는 것 같은 큰 사건만 교권침해가 아니라 이런 전화 한 통도 심각한 교권침해”라면서 “자녀를 그냥 방치해 두길 원하는지 학부모들에게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일선 학교에서 ‘스승의 권위’는 실종된 지 오래다. 학생들은 학교 선생님보다는 학원 선생님의 말을 더 잘 듣고,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손끝 하나라도 까딱하면 교사를 찾아 불호령을 내리기 일쑤다. 과거와 같은 빡빡한 통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행동규범 규제는 있어야 하지만 교사들은 좀체 나서지 않는다. ●교권 실추→교사 위축→교권 실추 악순환 교권의 실추가 교사들을 위축시키고 이것이 교권을 더욱 실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교육시장의 확대에 따른 공교육의 약화 ▲자녀 수 감소에 따른 부모의 왜곡된 애정표현 ▲인터넷·게임 등 새로운 문화를 둘러싼 교사·학생간 괴리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서울 강북의 한 실업계 고교. 점심시간인 낮 12시50분부터 학생들이 교문 밖으로 나오기 위해 담을 넘고 있다. 점심시간이라도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이런 ‘월장’(越牆)은 다반사다. 담을 넘어 나온 이모(2학년)군은 “점심 때마다 나오는데 매일 ‘담탱이’(담임교사)에게 말해야 하나요.”라고 말한 뒤 인근 가게로 향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사들도 학생들을 단속할 의지가 없다. 얼마 전 담을 넘던 학생을 붙잡은 H교사는 “교무실로 데리고 가던 중 학생이 도망쳤다. 몇 반 누군지 다 알고 있는데도 교사를 무시하고 멋대로 달아났다.”며 허탈해했다. 24일 아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는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중학교 여교사의 상담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2001년 한 학생을 체벌한 일로 교육청의 경고를 받았다. 그 학생의 학부모에게서 50만원의 촌지를 받았다는 투서까지 들어가 조사를 받는 등 맘고생이 컸다. 이 여교사는 결국 학생을 체벌한 것을 사과했지만 학부모는 지금까지 “학교를 그만두라.”며 협박전화를 걸고 있다. 모교에서 근무하는 박모(39) 교사는 “선생님인 동시에 선배로서 학생들을 대하다 보니 자연스레 스킨십이 많아지고 학생·학부모와의 이해의 폭도 넓어지는 것 같다.”면서 “체벌에 대해서도 다른 선생님에 비해 비교적 부담이 덜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체벌을 자주 하는 편인데 만일 모교가 아닌 다른 학교에 있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촌지관련 학부모·교사 무소통·몰이해가 원인”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는 “학부모와 교사간 매개역할을 하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 최근 심각한 교권추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고소·고발 등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라 학운위를 어떻게 제 기능을 하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학부모·교사 등 1000만여명 이상이 교육계에 얽혀 있는데 어떻게 갈등이 없겠느냐.”고 반문한 뒤 “이 갈등을 해소하는 메커니즘을 정교하게 구축하는 것이 교원, 학부모단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교총 관계자는 교권추락의 원인으로 ‘촌지’를 들었다. 그는 “촌지로 인한 구설수가 겁나는 교사와 촌지를 줘야 하는지 헷갈리는 학부모가 서로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무(無)소통’‘몰(沒)이해’가 낳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기용 김준석기자 kiyong@seoul.co.kr
  • 儒林(611)-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7)

    儒林(611)-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7)

    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7) 그러자 선왕이었던 명종 못지않게 퇴계를 마음 속 깊이 존경하고 있던 선조는 즉시 퇴계에게 예조판서를 제수하고 퇴계를 자신의 곁에 붙잡아두려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종의 인산이 끝나기도 전에 퇴계가 낙향하려 하자 조정에서는 여기저기서 퇴계를 비난하는 소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원로대신 이준경은 퇴계를 가리켜 산 속에서만 살고자 하는 고상한 척하는 위선적인 ‘산새(山禽)’에 비유하였고, 퇴계의 문인 중의 한 사람이었던 남언경(南彦經)까지도 퇴계의 학문을 자신만을 위하는 ‘위아지학(爲我之學)’이라고까지 비난하였던 것이다. 퇴계를 스승으로 존경하고 있던 율곡은 이때 한양의 숙소로 퇴계를 찾아가는데,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만난 지 거의 10년 만의 일이었다. 전날 백면서생이었던 율곡은 이때 이조좌랑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었다.10년 만에 스승 퇴계를 만난 율곡은 삼배를 올려 제자로서의 예를 올린 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어린 왕이 처음 들어서고 시사에도 어려움이 많으니, 분의(分義)를 헤아려 보시더라도 스승님께서는 물러가실 수가 없습니다.” 새로이 왕 위에 오른 선조는 일찍부터 퇴계의 학덕을 듣고 있었으므로 문교를 주관하는 예조판서가 퇴계에게 가장 적합한 자리라고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왕이었던 명종이 후사 없이 죽자 덕흥군의 셋째아들이었던 하성군이 15살의 어린나이로 왕위에 올랐는데, 그가 곧 선조였다. 선조는 새 왕이 즉위하는 새 시대에는 낡은 폐습을 물리칠 수 있는 인격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퇴계를 이조판서에 제수하였는데, 퇴계는 한사코 모든 것을 거절하고 물러가려 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율곡은 선조의 어명을 받고 퇴계를 설득하러 나선 특사자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퇴계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신하된 도리로서는 비록 물러설 수는 없으나 내 자신을 보면 물러갈 수밖에 없소이다. 몸에 이미 병이 많고 재주도 무능하기 때문이오.” 율곡의 직책인 이조좌랑은 ‘관리의 등용을 주관하는 직책’. 비록 정6품의 당하관에 속하는 낮은 직책이었으나 인사권이 막강하여 제도적으로 상관인 이조판서도 추천권을 함부로 빼앗을 수 없는 요직이었던 것이다. 비록 선조는 15세의 어린 나이로 즉위하였으나 매우 침착하고 사려가 깊어 행동하는 것마다 예절에 맞았다고 한다. 즉위하자마자 그를 키운 유모가 수를 놓아 꾸민 호화 가마를 타고 대궐을 찾아와 개인적으로 청원을 하자 ‘네가 어찌 감히 가마까지 탈 수 있느냐.’하고 불호령함으로써 유모는 울면서 걸어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본 명나라 사신들이 ‘이러한 현군을 얻은 것은 동국의 복이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율곡은 새 임금 밑에서 새 시대를 열고 싶은 야망으로 간곡히 찾아와 스승에게 참정을 권유하였던 것이었다.
  • 뉴욕 공립학교장 ‘세대교체’

    뉴욕 공립학교장 ‘세대교체’

    “모두들 충격적이라고 얘기하세요. 학생들 사이에 묻혀 있으면 절 찾아내지도 못할걸요. 그래서 전 매일 정장을 입고 있어야 해요.” 컬럼비아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3년간 교직 경험을 쌓은 라타샤 그리어는 올해 29세. 한국 같으면 4∼5년차 교사에 불과할 그녀는 지금 뉴욕 할렘가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다. 뉴욕의 공립학교에서 20,30대 교장과 맞닥뜨리는 일은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공립학교 교장 1450명 가운데 지난 5년간 절반이 학교를 떠났다. 돋보이는 경력과 자격에도 불구하고 교직 경험이 짧은 젊은 교장들로 교체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1세 미만 교장 24명이나 교육부에 따르면 2000년 10월 뉴욕의 60세 이상 교장 수는 41세 이하 교장 수를 약간 웃돌았다.31세 이하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 41세 이하는 274명이나 돼 60세 이상 교장 67명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이중 24명은 아직 31세가 되지 않았다. 지난 2001∼2002학년도 이후 학교를 떠난 교장 730명을 대체한 신임 교장들의 절반 이상은 부임한 지 3년도 안 된다. 조엘 클라인 뉴욕시 교육위원장이 재원 사용 방법은 물론 학생들에게 교육할 내용까지 결정하도록 교장 재량권을 강화하면서 이같은 세대교체는 눈에 띄게 늘었다. 젊은 교장의 득세에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 작은 학교들을 많이 설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학생이 3000명인 학교보다 수백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에는 젊은 교장이 집중 배치되고 있다. 관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시장은 또 교장들을 재교육시키기 위해 민간 자금으로 만든 뉴욕 리더십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이같은 상부로부터의 압력과 학생들의 수행 능력에 대한 철저한 검증 요구에 떠밀려 오랜기간 교장으로 일해온 이들이 교직을 떠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제자는 교장, 스승은 평교사 데보라 치미니(29)는 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에 교장으로 부임,6학년때 선생님 마이클 루가노(53)를 만나 함께 일하게 됐다. 하버드 대학에서 교육경영학 석사 학위를 따고 소학교 브롱스 랩의 교장이 된 마크 스턴버그(33)는 “기회의 창이 열려 있다. 매우 흥미롭다.”며 의욕을 보였다. 브루클린 초등학교 교장으로 일하는 어머니 셰릴(49)보다 3년 늦게 브롱스의 초등학교 교장에 부임한 로숀 올트(28)는 교사들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어머니로부터 조언을 듣는다. 물론 젊은 교장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 직책을 수행하다 보면 놀라울 정도의 딜레마와 긴장, 갈등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퇴직 교장들은 입을 모은다. 술 냄새 나는 학생들을 데리러 오는 부모들을 상대해야 하고, 가방에 총이나 칼을 넣어 다니는 학생들도 있다. 부모들이 비밀로 가득 찬 청소년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도록 도와야 한다. 13년간 교사로 일한 뒤 6년간 교감을 거쳐 1979년부터 브롱스의 한 고교 교장으로 재직해온 로버트 레더(67)는 “젊은 교장들이 지적이고 의욕도 넘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가장 부족한 것은 바로 경험”이라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씨줄날줄] 사랑의 회초리/이용원 논설위원

    교육이 백년대계(百年大計)라면 한국사회는 100년은커녕 10년후조차 기대하기 어렵게 생겼다. 요즘 교육현장 돌아가는 꼴을 보면 누구라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초등학교 여교사가 학부모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한 다음날 어느 중학교에서는 남학생이 여교사를 넘어뜨린 뒤 걷어차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가 하면 한 여고 교사가 학생들을 교실에 감금하고 밖에서 문을 잠근 사실이 어제 뒤늦게 알려졌다. 이같은 일련의 사태를 놓고 교육 당국과 일선학교, 학부모단체는 책임 떠넘기기에만 바쁠 뿐 자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지금은 사라지다시피 한 말로 ‘달초(撻楚)’가 있다.‘부모·스승이 훈계할 목적으로 회초리로 볼기·종아리를 때리는 일’이다. 예컨대 ‘아버지의 달초로 잘못을 뉘우쳤다.’라는 식으로 쓴다. 전통사회에서 달초는 효과적인 교육수단이었다. 단지 어린 자녀·제자에게만 적용되는 수단이 아니어서, 중년을 넘은 가장도 잘못을 저지르면 노모 앞에 나가 회초리를 드리고 목침 위에 올라섰다. 달초가, 때리는 어른이나 맞는 아이 모두에게 기껍게 받아들여진 까닭은, 자기 자신을 때리는 마음으로 회초리를 들기 때문이다. 달초와는 거꾸로 자식·제자가 부모·스승에게 회초리를 드는 징벌도 있었다. 자식이 큰 잘못을 저지르면 어머니는 아이 앞에서 종아리를 걷고 “에미를 쳐라.”라고 명령한다. 만약에 아이가 회초리를 들지 못하면 스스로 종아리에 피가 맺힐 정도로 회초리질을 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아무리 못난 자식이라도 그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게 마련이다. 이같은 방식은 사제지간에도 통용됐다. 청주기계공고 어머니회가 엊그제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학교 측에 ‘사랑의 회초리’를 전달했다. 학교 당국은 그 회초리를 체벌에 쓰지 않고 각반 교실에 걸어놓기로 했다고 한다. 꼬일 대로 꼬인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생·교사·학부모·교육당국자 모두가 가슴에 회초리 한 자루씩은 품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물론 상대방을 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종아리를 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랑의 회초리’로서 기능을 다해 스러져가는 우리 교육을 되살릴 수 있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儒林(610)-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6)

    儒林(610)-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6)

    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6) 그런 의미에서 장원급제한 율곡의 명문 ‘천도책’은 스승 퇴계가 내려준 ‘거경궁리’의 화두를 타파한 율곡의 오도송(悟道頌)이기도 한 것이다. 이처럼 23세 때 질풍노도의 계절에 2박 3일의 짧은 만남이었으나 율곡이 스승 퇴계로부터 받은 영향은 실로 지대하였던 것이다. 첫 상면이 있은 지 12년 후 율곡은 퇴계 선생이 돌아가시자 ‘퇴계 선생을 곡하다(哭退溪先生)’란 만사를 짓고 스승에 대한 예로 흰 띠를 두르고 심상(心喪)을 하였다. 그러고 나서 율곡은 퇴계 선생으로부터 자신이 얻은 학문의 결과를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다. “…내가 학문의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을 때 사나운 말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여 가시밭의 거친 들에 있다가 방향을 고쳐서 옛길로 돌아오게 되었으니, 이 모든 것은 실로 퇴계 선생의 계발에 힘입은 것이다.” 율곡은 그 후에도 스승 퇴계를 한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것은 명종이 승하하고 선조가 막 즉위하던 과도기였다. 그때 마침 퇴계는 서울 한양에 올라와 있었다. 명나라에서 새로운 황제 목종이 등극하여 이 사실을 우리나라에 알리고자 사신을 보냈는데, 퇴계가 이들을 맞는 임무를 부여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양에 당도하여 정식으로 명을 받기도 전에 명종이 승하하고 말았으므로 퇴계는 즉시 명종을 추모하는 글을 짓고 가급적이면 빨리 한양을 떠나 도산서원으로 돌아가고자 하였다. 이때가 1567년, 퇴계의 나이는 66세였고, 그는 깊은 병중에 있었다. 명종의 부르심을 받고 상경하는 도중 풍기에 머물면서 사퇴하는 장계를 올렸으나 임금은 윤허하지 않고 오히려 각 지방관에게 퇴계를 호송하고 전의는 가서 치료하여 모셔와 제수토록 하라고 어명을 내렸다. 명종은 퇴계에게 공조판서와 예문관의 제학(提學)을 겸임시켰는데, 이때의 상황을 판관 우언겸(禹彦謙)의 아들 우추연은 다음과 같이 보고하고 있다. “…병인년(1562년)에 왕명에 따라 퇴계 선생은 예천까지 가셨으나 병환이 너무 깊어서 상경하지 못하고 장계를 올린 후 안동 산사에 머물면서 왕명을 기다렸다. 모든 접대를 받지 않으시고 모두 뿌리치셨다. 다만 중에게 밥을 시켜서 드시니 그 소연하심이 정말 빈한한 선비 같으셨다. 봉화현감께서 그때 안기찰방(安奇察訪)으로 있었기 때문에 가서 시중을 들고자 하였으나 물리치시고 하인들도 보내지 못하게 하였다.” 이때 퇴계가 머물렀던 곳은 안동시 태장리에 있는 천등산 봉정사. 골수에까지 깊은 병이 든 퇴계는 이곳에서 다음과 같은 감상적인 시를 짓는다. “예 와서 공부한 지 오십년이 흘렀구나.(此地從遊五十年) 백화 앞에 고운 얼굴 봄을 즐겼더니 (韶顔春醉百花前) 함께 왔던 그 친구들 지금은 어디 가고,(只今携手人何處) 창암에 폭포 물만 예대로 흐르는가.(依舊蒼巖白水懸)” 간신히 한양에 도착한 퇴계는 그러나 뜻밖에도 명종이 승하하자 인산(因山)이 끝나기도 전에 황급히 도산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 학교는 난장판

    전국에서 교권침해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전남북 일부 학교에서 집단체벌, 학내분규 등 말썽이 계속되고 있다. 전북 익산 Y고의 Y(40)교사가 스승의 날 교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집단체벌을 가했다.Y교사는 지난 16일 점심시간에 2학년5반과 4반 학생 38명을 운동장으로 집합시켜 엎드려 뻗쳐를 시킨 후 죽도로 엉덩이를 5대씩 때렸다. 맞은 학생들은 모두 여학생이다. 이는 교사가 죽도로 엉덩이를 내려치는 체벌장면을 학생들이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찍어 유포시키면서 알려졌다. 학생들은 유 교사가 폭언과 함께 엉덩이를 때려 엄청난 수치심을 느꼈고 멍이 들었다며 적절한 조치를 호소하고 있다. 유 교사는 “스승의 날 행사는 등교일이어서 참석해야 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불참학생들을 적어오라 했지만 부실하게 적어와 교육적 차원에서 부득이하게 단체체벌을 가했다.”면서 “맞은 학생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원칙적으로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전북 K고 3학년1반 학생 20여명은 22일 오전 영어교과 교사 교체를 요구하며 단체로 수업을 거부했다. 학생들은 지난달까지 담임이었던 S교사가 영어수업을 하려 했으나 어학실에서 학급회의를 갖고 교사 교체를 요구했다. 이는 담임인 이 교사가 지난 11일 학교 홈페이지에 학급에서 발생한 집단 괴롭힘 사건에 대해 학교측의 조치가 미흡했다고 비판하면서 불거졌다. 이 교사는 같은 반 학생 2명이 한명의 코에 휴지를 말아 집어넣고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등 인권유린행위를 자행했으나 학교측이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주장했다. 이 학교 사태는 동료교사간 맞고소로 이어졌다. 이 학교 Y교사와 K교사는 S교사의 담임교체 문제에 대해 말다툼을 벌이다 서로 김제경찰서에 맞고소했다.S교사는 지난 4일 학교폭력사건에 책임을 지고 진학부장과 담임보직 사의를 표명했다. 한편 이 과정에서 학교운영위원장 P씨가 지난 19일 41명의 교사 전체를 모아놓고 질책하면서 “심교사는 옷을 벗어라.”고 발언, 교권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 23일 여수 J여고 학생들과 학부모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이 학교 K교사가 디자인실에서 4교시 사진수업을 받던 3학년8반 학생 33명 가운데 7명을 교실안에 감금한 채 교실 문을 잠그고 나가버렸다. 감금당한 학생들은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K교사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20여분 만에 안쪽에서 잠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려다 K교사에게 들켜 교무실 복도에서 벌을 받았다.K교사는 이후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에게 사과를 하고 사유서와 각서를 제출했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儒林 (609)-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5)

    儒林 (609)-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5)

    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5) “자 가세나.” 정철이 율곡의 손을 잡고 방 앞으로 나아가며 소리치며 말하였다. “물럿거라, 쉬잇- 물럿거라. 장원급제 나가신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소리쳐 벽제( 除)하는 정철을 바라보았다. 그중에는 이준경의 아들 무리도 있었다. 불과 사흘 전에 율곡을 가랑이 사이로 개처럼 기어가라고 수모를 주었던 파락호들이었다. 이때 정철은 율곡의 유건을 벗겨 율곡이 유발하였음을 보여줌으로써 간신히 문묘에 출입할 수 있는 임기응변을 발휘하였던 것이다. “쉿- 물럿거라. 홍패어사 나가신다.” 술 취한 정철은 신이 나서 춤을 추면서 율곡의 손을 잡고서 소리쳐 말하였다. 홍패(紅牌)란 대과의 복시에 급제하였을 때 임금이 내리는 합격증서. 이때 과유는 모화(帽花)를 머리에 꽂은 채 거리를 활보하게 되는 것이다.3일이나 5일 동안 시가를 행진하고 친척이나 친지를 방문하는 것으로 급제자가 지방사람인 경우에는 도문(到門)이라 하여 귀향 당일 그곳 관민의 환영 속에 부모나 친지를 찾아뵙고 문묘에 절하여 제사를 올리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철은 이미 홍패를 받고 모화를 머리에 꽂은 채 거리를 행진하는 유가(遊街)를 예행연습하고 있음인 것이었다. 당황한 쪽은 율곡이었다. “이 사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율곡이 극구 만류하였으나 정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짐짓 그런 행동을 취하는 듯 율곡에게 수모를 주었던 과유 앞을 지나면서 더욱더 소리높여 외치는 것이었다. 정철은 이미 방을 통해 율곡이 급제하였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장원급제하였음을 미리 확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반수당을 뒤져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율곡을 일부러 찾아 나섰던 것이다. 평생 동안 술을 좋아하고 여자를 가까이 하였던 풍류객 정철. 율곡과는 당대 제일의 문장가를 다투던 호적수였으나 뛰어난 정치적 영향을 펼쳐 보였던 율곡과는 달리 평생을 가사문학에만 매어 달렸던 풍류시인 정철. 그는 평생의 벗인 율곡이 보기 좋게 역경을 딛고 과거에 장원급제하였음을 만방에 고하기 위해서 일부러 술에 취해 구종별배(驅從別陪)를 하였던 것이었다. 정철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때 별시에 급제한 사람은 모두 17명. 그중 율곡이 ‘일지본(一之本)’, 즉 장원이었던 것이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과거시험에서 당당히 장원급제하였으니 아무리 세도가의 자제들이라 하더라도 더 이상 율곡을 만만히 보고 함부로 행패를 부릴 수 없음이었다. 17명의 급제자들은 계단 밑 뜨락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임금이 있는 궁궐을 향해 사은숙배를 올렸다. 그 중 맨 앞자리에서 숙배를 올린 사람은 당연히 장원급제의 영광을 얻은 이율곡. 스승인 퇴계로부터 점지된 유가적 화두,‘거경궁리’의 공안이 타파되는 초견성(初見性)의 바로 그 순간이기도 하였다.
  • “회초리 사용해서라도…”

    교사가 학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은 심각한 ‘교권상실’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충북 청주시 한 고교의 어머니들이 학교에 ‘사랑의 회초리’를 전달했다. 청주기계공고 어머니회 임원들은 22일 조회시간에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랑의 회초리 39개를 전달했다. 길이 50㎝가량으로 학급당 1개씩 제공하도록 했다. 선생님에 대한 학생들의 존경심을 일깨우는 도구가 되게 해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규 교장은 “지난 스승의 날 전달하려던 것이 휴교하는 바람에 전체 조회가 열리는 오늘로 늦춰졌다.”면서 “교사들이 학생 가르치기에 애먹고 있는 시기에 학부모들이 자청해 힘을 보태줘 고맙다.”고 말했다. 이 회초리는 매를 때리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학교측은 칠판 귀퉁이에 걸어놓고 학생들이 보면서 마음을 다지는 상징물로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이 학교 어머니회 장태희 회장은 “회초리를 사용해서라도 학생들을 올바르게 가르쳐 달라는 어머니들 마음을 담아 건넸다.”고 말했다.청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2006 독일월드컵] 아드보카트 “공격축구만이 살길”

    [2006 독일월드컵] 아드보카트 “공격축구만이 살길”

    ‘공격, 또 공격만이 승리를 부른다.’ 독일월드컵 출항을 앞두고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막바지 담금질이 한창인 ‘아드보카트호’가 훈련 강도를 높여감과 동시에 점차 공격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소집훈련 6일째를 맞은 19일 선수들을 골키퍼를 포함한 5명씩 세패로 나눠 스몰사이드 게임을 치르며 슈팅 등 공격력 점검에 치중했다. 특히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의 슈팅 타임이 조금만 늦어도 불호령을 내린 반면 다소 정확도가 떨어지거나 먼거리에서 날린 슈팅이라도 찬스를 살린 것이면 어김없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요구했다. 이날 여섯번째 게임에서 박주영(FC서울)이 문전으로 돌파하다 슈팅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겠다는 듯 볼을 한 번 더 끌자 아드보카트는 “왜 슈팅 타이밍을 놓치느냐.”고 다그쳤다. 터치라인 쪽에 서 있던 그는 화가 난 듯 얼굴을 붉히며 몇 발짝 뛰쳐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아홉번째 게임에서 박주영이 다소 먼 거리에서 중거리 땅볼 슈팅을 날리자 이번에는 칭찬이 터져나왔다. 비록 공은 골 포스트를 빗나갔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베리 굿!”을 연발하며 박수까지 쳤다. 사실 공격축구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취임 초기부터 밝힌 자신의 지론. 그는 “내 축구 철학은 토털사커의 창시자이자 스승인 리누스 미헬스 감독의 영향을 받았고 그 핵심은 공격 축구”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물론 이같은 공격 축구 지향은 본선 조별리그 G조에서 상대할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아스널), 스위스의 알렉산데르 프라이(렌), 토고의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아스널) 등의 골게터들과 맞불을 놓지 않고서는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아드보카트호 오른쪽 윙백 요원 송종국(수원)은 “아드보카트 감독이 실전을 하는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틈새를 찾고 공간이 보이면 과감하게 때리라고 주문했다.”며 “오늘 해낸 것 이상으로 하지 않으면 독일에 가서는 어떤 팀도 이길 수 없다.”며 감독의 주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곽영완기자 kwyoung@seoul.co.kr
  • [Book & Life] 가정의 달이 지나가기 전에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 그리고 마음의 어버이인 스승의 날까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루하루 시간에 쫓기며 살다 보니 올해는 이들 중 어느 날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지나가 버렸다. 오랜만에 서점에 들렀다. 항상 그렇듯이 학습서와 경제·경영서, 소설·시집 등 베스트셀러 코너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얼마쯤 걸어가니 새로 생긴 듯한 작은 코너가 보였다.‘모모’‘꽃들에게 희망을’‘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오만과 편견’‘호밀밭의 파수꾼’ 등 친숙한 소설류에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한다’‘사랑에 관한 101가지 정의’‘내 삶의 주인공이 되는 비결 99’ 등 에세이·처세서까지 다양한 책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바로 ‘가정의 달’코너라는 타이틀과 함께. 순간 ‘가정의 달’을 해마다 마케팅에 활용하는 서점의 상술에 씁쓸하기보다는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이렇게라도 코너를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가족과 스승에게 책을 선물하면서 작은 기쁨을 나눌 수 있겠다는 배려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에 쫓겨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이곳을 찾는다면 따뜻한 5월에 주고받을 만한 책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리 사랑’이라 했던가. 코너에는 부모가 자녀에게 선물로 주면 좋은 책들이 많았고, 부모와 스승이 받을 만한 책은 거의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어버이 날 등에 딱 맞추지는 못했지만 최근 부모님과 오빠에게 선물이라며 전했던 책들이 떠올랐다. 다행히 가정의 달이 지나기 전에 책을 나눴다는 데 위안을 삼고자 한다. 당뇨병을 걱정하시는 아버지께는 30년 당뇨병과 싸워온 탤런트 김성원씨가 최근 쓴 ‘당뇨와 친구하라’를, 집에 있는 옷을 리폼하는 것을 좋아하는 어머니께는 비즈공예 관련 책을 드렸다. 대기업 마케팅실에서 근무하는 오빠에게는 브랜드·마케팅 관련 경제·경영서를 선물로 줬다. 그런데 부모님은 나름 만족하시는 눈치였으나 오빠는 어느날 불만(?)을 터뜨렸다.딱딱한 경제·경영서가 아니라,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처세서가 필요하다는 것. 특히 최근에는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심리학 관련 서적에도 관심이 많다는 말에 무릎을 쳤다.‘주는 기쁨, 받는 즐거움’이라지만, 받는 사람이 정말 원하는 책을 잘 골라서 선물해야 더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5월이 가기 전, 상대방이 받으면 즐거워할 책 한권 골라보자.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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