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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말연시 16편 개봉

    연말연시 알토란같은 연휴가 기다린다.블록버스터급은 없지만 이번연휴에는 모두 16편(30일 개봉작 포함·서울 기준)이 개봉관에 걸린다.“시간없어서”내지는 “볼만한 게 없어서”란 말은 핑계가 안될것 같다.어떤 분위기에 어떤 영화가 어울릴지,포인트만 찍어 소개한다.“이거야,이거!”■온가족이 함께 양적,질적으로 가장 풍성한 쪽이 가족용 영화다.애니메이션 4편을 포함해 무려 7편이 선보인다.구구한 설명이 필요없는저패니메이션 간판작 두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30일 개봉)와‘포켓몬스터’.일본 애니메이션의 대부 미야자키 하야오의 출세작‘바람계곡…’은 ‘합법적’으로 국내상영되는 그의 첫 작품이다.산업문명이 붕괴되고 천년 후 곰팡이숲의 위협에 유일하게 안전한 바람계곡.자연과 교감하는 능력으로 계곡을 지키려는 소녀 나우시카의 모험담을 그렸다.비디오로 봤더라도 대형스크린으로 보는 재미는 또 다를 법.지난 23일 개봉된 ‘포켓몬스터’도 방학을 맞은 꼬마관객들에게 이미 인기를 확인받고 있는 터다. ‘웰레스와 그로밋’같은점토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고민할 것도없이 ‘치킨런’이다.자유를 꿈꾸는 닭들의 유쾌한 반란에 배꼽을 쥔다.30일 국내 처음 개봉되는 프랑스 애니메이션 ‘키리쿠와 마녀’도놓치기 아깝다. 아프리카를 무대로 꼬마 키리쿠가 마녀에 맞서는 이야기는 환상에 푹 빠졌다 나오기 제격이다.디즈니의 ‘102달마시안’과,짐 캐리가 크리스마스에 마구 딴지를 거는 ‘그린치’는 실사영화지만 상상력은 애니메이션 빰친다. ■사랑이야기,코미디,혹은 감동의 드라마 우선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패밀리 맨’이 30일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수위에 오를 것같다.외형이 폭발력있는 건 아니다.하지만 나른한 눈빛에서 모처럼 벗어나 가족의 참의미와 인생의 소중함을 놓고 ‘현실적으로’ 저울질하는 니콜라스의 연기 변신이 볼만하다.그의 새 역할은 월스트리트최고의 투자가 잭.재력을 과시하며 플레이보이처럼 살던 그는 크리스마스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거짓말처럼 다른 세상에 던져진 자신을발견한다.출세를 위해 버렸던 옛 애인(티아 레오니)의 남편이자 두아이의 아빠,별볼일 없는 타이어가게 영업사원.인생이 준 가장 큰 선물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자는 따뜻한 드라마다.부부나 오래된 연인에게 아주 근사한 선택이 아닐까.‘머니토크’의 브렛 래트너 감독. 로맨스에 점수를 더 준다면 박중훈·송윤아가 주연한 ‘불후의 명작’도 좋다.삼류 영화감독과 무명 시나리오 작가의 따뜻하지만 엇갈린사랑이야기. 크리스마스 연휴 개봉 이틀동안 전국 관객 10만명을 동원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색다른 이국적 사랑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천커신(陳可辛)이 제작한 홍콩 멜로 ‘십이야’(12夜·30일 개봉)가 있다.한국영화 ‘파이란’에캐스팅돼 화제인 장바이쯔(張栢芝)가 나와 청춘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을 열두밤에 나눠 펼쳐놓는다.일본산 시츄에이션 코미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도 개운한 코미디로 소문이 짜하다.끝으로 ‘공동경비구역 JSA’.아직도 못봤다면 서두르자.신정 연휴가 끝나고‘쉬리’기록을 깨고나면 곧 막내린다. ■뭐니뭐니해도 SF·액션·스릴러가 최고? 이번 연말연시의 대표 SF물은 ‘레드 플래닛’(30일 개봉)과 ‘6번째날’이다.‘레드 플래닛’은 2025년 인류 이주계획을 세우고 개척중이던 화성에 산소 증산활동이 갑자기 멈추자 5명의 비행사가 원인 규명차 그곳을 찾고,뜻밖에맞닥뜨린 미지의 생물체와 사투하는 줄거리.진부한 설정이 흠이지만,발 킬머와 캐리앤모스의 정교한 연기가 좋다.지난주말 개봉한 아놀드 슈워제너거의 ‘6번째날’.한창 논란중인 인간 복제를 소재로 다뤘으니 멀잖은 미래에 있음직도 한 이야기다. 한달넘게 간판을 건 할리우드 코믹액션 ‘미녀삼총사’나 충무로의유쾌한 범죄액션 ‘자카르타’,브루스 윌리스가 여전히 불사조의 영웅인 스릴러 ‘언브레이커블’도 기다리고 있다. 황수정기자 sjh@
  • KBS1 신년기획 ‘굿모닝! Mr.퇴계’

    공자도,노자도 방송 몇번 타고나면 스타가 되는 세상.그 어렵다는 중국 성현 강의를 품어안는 우리 시청자들인데 정작 우리 역사인물들중엔 왜 스타가 안나올까? 혹시 방송사들이 게을러서,시청률 깨질까봐발굴노력조차 안해본건 아닐까?KBS-1TV 신년 특별기획 ‘굿모닝!Mr.퇴계’(새해 1일 오전10시20분)는 제목 그대로 조선시대 성리학자 이황 ‘열풍’을 조명하는 기획. 우리 조상에 포커스를 맞춘 점만도 반가운데 ‘열풍’이라니 더욱 호기심이 인다.2001년은 퇴계탄생 꼭 500주년 되는 해.지금 서구학계에는 ‘퇴계 르네상스’ 바람이 거세단다.퇴계가 누구인가.16세기 주자의 성리학을 우리 땅에 창조적으로 접붙인 학자,당쟁과 사화가 만연하던 때 정치윤리 회복을 외치고 몸소 행한 실천가다.이윤추구와 개인주의 폐해가 시시때때로 불거지는 서구사회에서 퇴계 사상은 자본주의 병폐를 다스릴 해독제로 학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총 100분간 진행될 프로는 두 파트로 나뉜다.퇴계의 삶을 재구성해본20여분 드라마와 서구의 퇴계연구 열풍을 뒤쫓은 80분짜리다큐멘터리.퇴계는 자식이 죽자 며느리를 재가시켰는가 하면 과거공부에만 몰두하는 손자를 따끔하게 혼내주기도 했다.소위 입시위주공부를 경계한 것.당시로서는 여간한 급진주의가 아니다.드라마에선 이처럼 인간다운 삶이라는 가치를 위해 파격을 서슴지 않은 퇴계의 파탈한 풍모를 만나볼수 있다. 그런가하면 다큐멘터리는 미국,중국,일본,독일 등을 돌며 퇴계 연구의 보금자리들에 렌즈를 들이댔다.미 워싱턴대 마이클 칼튼 교수는퇴계를 처음 만나 숨통이 트이는 듯한 기분을 맛보았다.자연을 정복대상으로만 여기던 서구 사고방식의 한계를 절감하던 차에 인간과 자연의 하나됨,하늘과 땅의 조화를 강조하는 퇴계의 우주관이야말로 생태위기를 해결할 대안으로 더할나위 없더라는 것.또다른 학자들은 집단사회 인간성 상실의 회복제로 퇴계의 자기수양적 인간관을 연구하고 있기도 하다. 왜 하필 퇴계인가.마침 탄생 500주년이어서? 제작진은 그보다는 퇴계야말로 21세기형 인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한다.윤리를 중시한 그의 경영관,전인교육을 강조한 교육관,혼탁한 정치현실을 대의와 정도로 돌파하려 한 점….바로 지금 우리사회 위기에 딱 들어맞는 처방전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손정숙기자 jssohn@
  • 30일 개봉 ‘자카르타’

    흥행하든 못하든,30일 개봉하는 ‘자카르타’(폭력조직의 은어로 완전범죄를 의미)는 감상포인트가 많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먼저 하나.충무로 영화치고 이렇게 반전이 많기는 드물었다.결정적으로 또 하나.주인공이 일곱명이나 되는 한국 액션영화를 본 적이 있었나?“충무로의 친구들이 겁을 줍니다.영화가 잘못되는 날엔 ‘그냥 프로그래머나 하고 있을 일이지…’하고 사람들이 다들 한마디씩 할 거라고.” 범죄액션을 데뷔작으로 들고나온 정초신(丁楚信·38)감독은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불쑥 이 말부터 하고본다.그렇잖아도 특이한 이력에 대해 물어볼 참이었다.뉴욕대 영화매체학 석사→광고대행사 PD→영화 프로듀서(95년부터)→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신인감독이라면십중팔구 붙어다니는 낯익은 이력,‘연출부’나 ‘조감독’이 그에겐 없다. 순제작비 10억7,000만원.최근작들의 덩치에 비하면 소품이다.직접 쓴 시나리오의 아이디어에 승부수를 띄우기로 했다.그래서 ‘자카르타’는 누가 뭐래도 ‘감독의 영화’다. “56일만에 촬영을 마쳤어요.딴 이유가 아니라 배우들의 바쁜 스케줄 때문에.당초 1,000컷 정도의 속도감 넘치는 액션물을 만들 요량이었는데,700컷선에서 그쳐야 했습니다.그건 지금도 아쉬워요” 그는 “하다보니 김세준(화이트 역)을 뺀 나머지 배우 6명의 등장 신(Scene)과 대사 횟수가 똑같더라”며 웃는다.실은,팽팽한 지능전을 연출하려는 계산된 욕심에서였다.그러나 그 욕심때문에 캐스팅 작업은 몇배나 더 힘들었다.배우 입장에서야 생색안나는 공동주연을 반길 리 없는터.오죽했으면 김상중을 제작발표회 이틀전에 캐스팅할 수 있었을까. 영화에서는 무려 7명의 배우가 공동주연으로 물고물리는 두뇌싸움을벌인다.300만달러의 뭉칫돈을 손에 넣으려고 서로의 이름도 모르고뭉친 레드(진희경),블루(임창정),화이트.아버지 회사의 돈을 빼돌리려고 은행털이를 음모한 방탕아 사현(윤다훈)과 그의 정부 은아(이재은).거기에 형제 은행털이(김상중,박준규)까지 가세한다.이들이 묘하게 얽혀 돈가방을 놓고 벌이는 코믹 시소게임이 극의 얼개다. 감독이 스스로 밝히는 ‘입봉작’의 약점.“반전을너무 쉽게 눈치채게 만들어놓지 않았냐고들 꼬집어요.결론부터 잡아놓고 시나리오를써가는 버릇탓이기도 한데,힌트가 많은 퍼즐게임을 꿰맞춰가는 재미도 괜찮잖아요,왜?”“이번 영화가 웬만큼만 되면 다음에 배우잡기는 좀 수월하지 않겠냐”고 엄살피운다.손수 시나리오를 쓴 차기작은 악마주의 냄새 물씬나는 섹스스릴러.이번에 돈을 댄 투자사(필름지)가 또 투자하기로 했고,내년 여름쯤 크랭크인한다. 황수정기자 sjh@
  • 23일 개봉 ‘루나 파파’

    스크린 위로 ‘팡팡’ 기분좋은 소리를 내며 상상의 꽃망울이 터진다.달빛을 받아 아이를 가졌다고 굳게 믿는 소녀,인간 비행기를 꿈꾸며 눈뜨고 잠을 자는 소녀의 오빠,물정모르는 남매를 홀로 거두고 사는 거칠지만 따뜻한 아버지.‘루나 파파’(원제 Luna Papa·23일 개봉)는 중앙아시아를 무대로 이 세 캐릭터들이 빚어가는,신비롭고 유쾌하고 해학넘치는 판타지 어드벤처다. 영화의 속도는 액션 못잖게 빠르고,굽이굽이 숨겨진 반전(물론 유쾌하다)은 웬만한 스릴러 뺨친다. 전쟁의 포염이 가시지 않은 카스피해 타지키스탄의 시골마을.배우가되려고 안달인 열일곱살 말라카는 마을을 찾은 유랑극단의 남자배우를 만나 얼떨결에 그만 아이를 갖고만다.유난히 푸른 달빛때문에 잉태하게 됐다고 우겨보지만,믿을 리 없는 아버지는 순진한 딸을 꼬드긴 사내를 찾아나선다. 파미르 고원의 뿌연 황토먼지 속에서 가족의 이야기는 한참동안 로드무비가 된다.아이아빠의 얼굴도 모르는데다 전쟁 후유증으로 지능이멈춰버린 오빠를 동행한 여정이 순탄할 수가 없다.우연으로 꼬리를무는 길위의 에피소드들이 장면장면 싱싱한 웃음을 던져준다.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상상력은 오히려 재미를 보탠다.곡절끝에 만난 남자와의 결혼식날,말라카의 아버지와 신랑은 ‘거짓말처럼’ 하늘에서떨어진 황소때문에 죽는다. 판타지를 깨지 않고 매끈히 얘기를 풀어가는 감독의 솜씨가 보통이아니다.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비애마저도 익살과 해학으로 달래버렸다.러시아의 바크티아르 쿠도이나자로프 감독은 에밀 쿠스트리차에게서 영화적 영감을 얻은 듯하다.초능력을 가진 남자주인공 등 인물 설정과 자잘한 아이디어들이 ‘집시의 시간’과 많이 오버랩된다. 오드리 햅번을 닮은 말라카 역의 슐판 카마토바는 ‘댄서의 시간’,‘투발루’에 출연한 러시아 배우다. 황수정기자
  • 23일 개봉 ‘6번째 날’

    당신과 똑닮은 ‘또다른 당신’이 눈앞에서 당신의 아내 혹은 남편과 감쪽같이 키스를 나누고 있다면? ‘007 네버다이’를 만들었던 로저 스포티스우드 감독이 복제인간 ‘클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액션물을 찍었다.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따뜻한 가장과 복제인간 사이에서 고뇌하며 1인2역하는 ‘6번째날’(원제 The 6th Day·23일 개봉)이다. 레이저 면도기에 다마고치처럼 키가 자라는 인형이 인기폭발인 ‘가까운’ 미래.수수한 점퍼차림의 아놀드는 아내와 딸을 끔찍이도 아끼는 전직 전투기 조종사 아담 역이다. 전투기 탑승을 위해 안구와 지문 검사를 받은 생일날 밤,그의 행복은 산산조각난다.불법복제된 또다른 아담에게 속수무책으로 가장의 자리를 뺏긴 채 음모의 배후자인 마이클(토니 골드윈) 일당에게 납치된다. 복제양이 현실이 된 마당에 영화속 기술도 진일보할 밖에.‘데몰리션 맨’에서 실베스타 스탤론의 가상섹스가 화제였던 게 엊그제같은데,이번엔 단추만 누르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홀로그램 미녀가 등장한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는‘6번째 날’에서 아놀드는,죽음을 정복하려는 욕망의 윤리성과 가족애를 블록버스터급 액션에 버무려 단숨에 웅변하려 했다.하지만 그가 늙은 걸까.어째 액션에 힘이 빠져보인다.또 아쉬움.DNA복제의 윤리성을 놓고 구구하게 설명하려는 배려는 오히려 SF액션스릴러의 긴장감을 꺾어놓은 듯한 느낌이다. 황수정기자
  • 부시시대 美國/ 외교·국방 ‘강한 USA’

    조지 W 부시는 딱부러지게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직접화법보다 간접화법을 좋아한다.트레이드 마크인 ‘능글맞은 미소’로 짖궂은 질문들을 비껴가기 일쑤다.그러나 맺고 끊는 게 분명한 앨 고어 부통령을 상대하면서 정책적 비전은 상당히 보여줬다.그는 “워싱턴의 목소리를 바꾸겠다”고 강조했다.뜨문뜨문한 그의 발언에 담긴 부시 행정부의 정책방향을 살펴본다. ◆경제= “10년간 1조 3,000억달러의 세금을 줄이겠다” 경제정책의핵심인 감세공약이다.실현가능성이 없다는 고어 진영의 집중포화를받자 “무슨 일이 일어날 지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알 것”이라고 받아넘겼다.현재 15∼39.6%인 5단계의 소득세율을 10∼33%의 4단계로낮출 것을 약속했다.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금융정책을 지지했다.그린스펀의 후계자를 거론하자 “멕시코와 같은 나라에 긴급자금을 주지 않을 사람”이라고 누구나 당연시하는 대답을 해,그린스펀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교육과 사회보장제도=시험성적제의 강화를 주장했다.이는 학생들의 성적에따라 학교자금과 교사들의 급료를 배분하는 제도다.부시는“시험 횟수를 늘려서라도 학생들의 성적을 올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의료혜택 뿐 아니라 건강증진 프로그램도 정부의 도움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해 사회보장제도의 확대를 예고했다.4년간 480억달러의 지출계획을 짰다. ◆국방과 군사력=“클린턴 행정부가 미군을 위험한 수준까지 약화시켰다” 부시의 국방관은 군사력 강화다.“러시아와의 탄도미사일(ABM)협정을 파기하더라도 미국 50개주와 해외 주둔군 및 동맹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미사일방어망(NMD)은 필요하다”고 말했다.다만 미군의 사용은 선별적으로 신중히 이뤄질 것을 강조했다.“전략적 관심밖에 있는 나라에서의 인종청소나 살인을 막기 위해 미군을 파견하지는 않겠다” 이는 발칸반도에서의 미군철수와 유럽의 평화유지군 전담을 의미한다. ◆외교=클린턴이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로 규정한 것과 달리 부시는 ‘전략적 경쟁자’로 말했다.‘하나의 중국’을 지지하지만 대만과의 군사적 협력도 견고히 할 계획이다.국제통화기금(IMF)이 러시아에 긴급자금을 지원한 것을 비판,러시아와의 관계는 다소 소원해질전망이다.그는 “몇몇 군축협상은 거절될 수 있으며 포괄적 핵실험금지(NTBT)와 도쿄의 지구 온난화 협정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사회 쟁점=“모든 범죄는 증오범죄다.” 부시는 별도의 증오범죄관련법 제정에 반대한다.민간차원의 그룹이 동성애자들을 배제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에 지지를 표명,동성애자의 결혼이나 자녀입양에도부정적이다.사형제도와 관련,“분명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있으며법원에 호소할 길은 열려있다”고 말해 사형제도를 찬성했다.무기소유제한 논란에는 “기존의 법으로 충분히 다스릴 수 있다”고 말했다.낙태도 반대한다. 백문일기자 mip@
  • 새 영화/ ‘언브레이커블’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9일 개봉)은 ‘식스 센스’에서 콤비를 이뤘던 나이트 샤말란 감독과 브루스 윌리스가 다시 의기투합한서스펜스 스릴러다. 제목이 귀띔하듯 ‘부서지지 않는’ 영웅은 이번 역시 브루스 윌리스의 몫.그의 역할은 왕년에 스타 풋볼선수였다가 사고로 경비원으로전락한 중년의 데이비드다.열차 탈선사고에서 혼자 살아남은 데이비드에게 ‘살아오면서 아파본 적이 있었냐’는 수수께끼같은 쪽지가전해진다.쪽지를 보낸 엘리야(사무엘 잭슨)를 만나면서 지난날 대형사고들에서 자신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유에 대해 새삼 의문을 갖는다.만화광인 엘리야는 자신의 만화이론을 내세우며 데이비드가 세상을 구할 슈퍼맨같은 존재라고 일깨운다. ‘식스 센스’로 6억6,000만달러를 벌어들인 샤말란 감독은 초현실과영적 세계를 또한번 스릴러의 장치로 써먹을 요량이었다. 하지만 사전정보를 흘리지 않으려 극비리에 제작했던 호들갑을 생각하면 기대치에 한참 못미친다.매사에 시들하고 무기력한 중년 가장이 운명론을신봉하는 만화연구가 엘리야를 통해 존재가치를 깨달아가는 이야기전개는,한마디로 용두사미다.직감 운명 초능력 등의 신비주의 코드가넘실대지만 반전은 빤히 들여다보이고 결말은 지극히 상투적이다.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얻어내는 데 만화가 주요소재가 됐다.그점에서는 30대 초반 젊은 감독의 상상력이 빛난다. 황수정기자
  • 이광모 감독 “광화문에 극장 열어요”

    서울 대학로에 예술영화전용관을 표방한 동숭시네마테크를 문열었던5년전.‘이광모 감독(39·백두대간 대표)의 ‘영화공간’에 대한 욕심은 유별났었다.그런 그가 영화공간의 지평을 또 넓힌다.이번엔 광화문 빌딩숲속이다.태광그룹과 손잡고 오는 12월2일 흥국생명 신사옥 빌딩에 2개관을 갖춘 극장 ‘씨네큐브 광화문’을 개관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준비했어요.태광그룹쪽에서 먼저 제안해왔으니까애초에 영화사업으로 시작한 건 아니죠” 돈을 벌 요량으로 벌인 일이 아님을 이참에 분명히 해두겠다며 이감독은 멋쩍게 웃는다. 향후 5년간 태광그룹으로부터 매년 1억5,000만원을 지원받는 새 극장의 컨셉은 두가지다.메인 공간인 ‘씨네큐브 광화문’은 293개 좌석을 갖춘 대중영화관.“작품 완성도와 대중성을 고루 겸비한 영화를엄선해 틀 것”이라는 게 감독의 귀띔이다.올초부터 해외영화제들을직접 돌며 이에 부합하는 작품을 35편쯤 확보해놓았다. 78석의 소극장인 ‘아트큐브’에서는 예술·독립·단편영화들을 상영한다.해외에선 미학적으로 진작 인정받았지만 국내에선 공개되지 못한 작품 위주다. 개관기념 행사로는 27일부터 30일까지 개봉작 4편과 미개봉작 4편을선보이는 ‘Before & After 영화제’를 마련한다. 이감독이 올해 설립한 영화사 ‘시네마 상상’은 내년초 스릴러물을크랭크인할 예정이다. 황수정기자
  • 여의도 클릭/ 뒤숭숭한 민주당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한다’던가.요즘 민주당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있는 것 같다.가뜩이나 뒤숭숭한 당 분위기에서 말 한마디,몸가짐하나가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심지어 22일 열린 당무회의에 정균환(鄭均桓) 총무가 참석하지 않은것도 시빗거리가 될 정도다. 총무의 바쁜 일정상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일부에서는 “정국 경색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것이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정 총무측은 “한나라당과 접촉도 해야하고,오래 된 선약들이 있어 천정배(千正培) 수석부총무를 대신 보냈다”고 해명했다. 이런 분위기는 이번 주말로 예정된 당 보좌진들의 연수를 추진하는과정에서 생긴 해프닝에서도 감지된다.민주당 소속 의원보좌관들은오는 25∼26일 충북 제천으로 1박2일 연수를 가기로 하고 준비를 해왔다. 보좌진들은 늘 하던 대로 최고위원들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하지만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이 “나도 참석하겠다”고 말한 것으로알려져 당혹스러웠다.보좌진 250여명이 모이는 행사에 12명의 최고위원 가운데 이최고위원만 혼자 참석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있기 때문이다.보좌진 회의에서는 “다른 최고위원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 오해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최고위원측이 “당일 여러 일정이 잡혀 있어 참석은 처음부터 어려운 일이었다”고 불참의 뜻을 밝혀,이 최고위원의 보좌진연수 참석은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한 보좌관은 “해프닝에 지나지 않지만 위축된 당 분위기를 잘 보여준 일”이라면서 “당 분위기를 추스릴 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운기자 jj@
  • 문화스냅 2000/ 편지

    이 도시에는/편지를 쓰는 시민이 아무도 없다/전화를 두고/팩시를 두고/성가시게 편지는 무슨 편지/하지만 우체부 김씨의 우편낭은/산타클로스의 선물푸대보다 더 크다/그 속에 가득찬/안 사면 손해인 소비자의 복음/홍보용 인쇄물…(이형기 ‘우체부 김씨’)#우표값을 아시나요? 이 뜬금없는 물음에 선뜻 답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손수 편지지를 고르고,곱게 우표를 붙여,골목골목 우체통을 찾아다니는 서정이 잊힌지 오래다. 요즘 우표 한장은 170원.연애편지 쓰기에 딱 좋은 무늬 편지지는 서너장 한세트에 1,000원선.경조금 담는 용기쯤으로 전락한 흰 봉투는100장들이 한통에 2,000원이고. 빨간 우체통 앞에 서면 괜스레 가슴뛰고,하릴없이 우편배달부를 기다리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오래전 일도 아니다.그러고보면 편지는 지난 세기의 유물 목록에 휩쓸려 어물쩍 도매금으로 넘어가버렸다. 이메일이 ‘광속’으로 오가는 이즈음.손으로 쓰는 편지를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무지 촌스러운 발상일 수도 있다.그렇건만 이 가을 끝자락에서,아날로그식 수(手)작업에 새삼 향수가 쏠리는 건 왜일까. #끊임없이 편지를 사랑한 사람들 휴대폰과 이메일,인터넷이 국민적의사소통기구로 급부상하기 전까지만 해도 편지의 좌표는 당당했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모색하는 데 펜팔이 쏠쏠한 역할을 자임한 적이있었다.어디 그뿐인가.30대만 해도 초등학생 시절에 군부대로 위문편지 한두번쯤 안띄워본 이들이 없을 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생활현장을 풍미한 ‘은유의 수사학’으로는 편지만큼 근사한 게 없었다.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역사와 문학을 주름잡은 ‘세기의 편지’는 일일이 꼽기가 숨차다.육필 편지의 진가를논한다면,뭐니뭐니해도 연서(戀書)가 최고.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연애편지가 갖는 수사적 의미야 구구한 설명이 필요없다.그 역사는,불과 두달전엔 레이건 전 미대통령 부부가 젊은시절 연애편지를 책으로 묶어내는데까지 맥을 이었을 정도다.고흐가 동생 테오에게,프란츠 카프카가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 등은 그대로 빛나는 문학작품이다. 여물지 않은 생각을 ‘날것’으로 쏴대는 이메일 시대였다면,이들이온전히 빛을 볼 수 있었을까.그리운 이의 소식을 손꼽아 기다리는 젊은이의 마음을 슈베르트는 몰랐을 것이고,연가곡집 ‘겨울나그네’에실린 ‘우편마차’는 죽었다 깨어나도(?) 나오지 못했을 거다. #편지는 죽었을까… 현실속 인간관계가 단절될수록 사람들은 가상공간으로 마음을 뺏겨간다. 컴퓨터의 지원없는 글쓰기란 생각할 수 없는 하이퍼텍스트의 시대.사이버 공간에서의 의사소통법이 폭발적으로 세를 얻게 된 배경을 놓고어떤이들은 한국적 특수성을 들먹이기도 한다. 그들 주장은 이쯤된다.“유별나게 공동체적 삶을 중시하는 교육환경에 길들여온 국민성이경쟁사회에서 고립을 느꼈고,그 뒤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유연한 소통장소로 사이버 공간을 선택했다”틀린 말은 아니다.속도지향의 세상은 즉시즉각 소통가능한 전자우편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나날이 가치를 실어주는 중이다.이메일이나 핸드폰 메시지는 체취를 담은 일종의 ‘자기확인’ 장치가 됐다는견해(김성기 ‘현대사상’주간)도 있다.액정화면에 메시지를 한꺼번에 8줄까지 띄우는 핸드폰이 인기몰이를 하는데야. #하이퍼텍스트의 시대,그래도 편지는 살아있습니다 달갑잖은 이메일을 하루에도 몇통씩 ‘휴지통’에 쓸어넣고,손가락이 안 보일 만큼날렵하게 핸드폰 단말기로 채팅 메시지를 찍어날리는 세상.이런 풍경들 속에서 육필편지가 설 자리는 사라졌다고들 믿었다. 실은 그렇긴 하다.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의 통계(3년마다)에 따르면,88년 전체 우편물 가운데 개인우편물이 차지한 비율은 31.1%.지난97년엔 25.2%로 떨어졌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막연한 예상처럼 개인서신이 급감추세는 결코 아니란 대목에 있다. 우정사업본부 우편물 통계담당 황성구 차장은 “정확한 통계는 잡을수 없지만,육필편지는 최근 오히려 늘고 있는 분위기다.글쓰기에 무작정 겁먹던 과거와 달리,온라인 글쓰기로 단련된 네티즌들이 부담없이 접근하기 때문인 것같다”고 귀띔한다. 시인 황동규씨가 그렇게 노래했던 ‘즐거운 편지’는 이제 더이상 육필 형태로만 머물러 있진 않을 태세다.모양새를 바꿔 살아남기로 했다.이름하여 ‘하이브리드(hybrid)메일’.웹상에서 작성한 메일을 우표에 소인이 찍히는 실물편지로 바꿔 보내주는 우체국 서비스가 크게인기다. 천지개벽해도 관계를 떠난 주체란 있을 수 없는 법.가을이 다 가버리기 전에,보내서 마음 들뜨고 받아서 기쁜 ‘즐거운 편지’ 한통 어떨까.서정이 담긴 종이편지라면 더 좋겠다.서두르자. 황수정기자 sjh@. *영화속 ‘편지’관객을 울리고…. 100년 영화 역사 속에서 편지는 내내 요긴한 아이템이었다.‘편지중의 편지’ 러브레터를 그대로 제목이나 주소재로 삼은 영화부터 떠오른다.이와이 순지 감독의 일본 ‘러브레터’,진가신의 할리우드 ‘러브레터’,이정국의 한국 ‘편지’.일본 ‘러브레터’가 이루지 못한애잔한 사랑으로 눈물샘을 건드렸다면,최진실과 박신양이 주연한 충무로의 ‘편지’도 그에 못잖았다.남편이 홀로될 아내를 위해 세상을뜨기전 미리 부치고간 편지의 슬픈 정조가 오래오래 기억되는 멜로. 진가신의 영화에서는 편지의 속성이 좀더 원색적으로 드러난다.연애편지 한통이 이 사람 저 사람을 거치면서 온마을이 분홍빛 연정에 ‘감염’되는,익살맞은 내러티브다. 이말고도 줄줄이다.‘병속에 담긴 편지’에서 케빈 코스트너는 아내를 잃은 슬픔을 절절한 편지로 달랬다.‘일 포스티노’는 칠레의 망명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이름없는 바닷가 우편배달부의 우정을 담았다. 편지가 섬뜩한 스릴러로 장르를 넓히기도 했다.두어해 전 국내 개봉된 ‘킬러가 보낸 편지’는 대표적이다. 손편지가 이메일에게 자리를 내주자 영화도 그에 주목했다.맥 라이언이 주연한 ‘유브 갓 메일’은 이메일을 주소재로 당당히 부상시켰다.일본의 ‘하루’는 이보다 훨씬 더 이메일 코드에 밀착한 경우.이메일이 내러티브의 근간을 이루기로는 한국의 ‘접속’도 빼놓을 수 없다. 고전이 돼버린 윌리엄 와일러의 ‘편지’(1940)에서부터 얼마전 국내개봉된 일본의 ‘포스트맨 블루스’나 충무로의 최근작 ‘시월애’까지.편지 생각은 간절하지만 당장 쓰기가 내키지 않는다면 영화라도한편 골라보면 어떨지. 황수정기자
  • 새영화/ ‘프리퀀시’ 25일 개봉

    ‘그때 그 순간으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프리퀀시’(Frequency·25일 개봉)의 영화적 영감은 정확히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주파수’를 뜻하는 제목이 알려주듯 영화를 움직이는 모티프는 무선통신이다. 강력계 형사 존(짐 카비젤)이 믿기지 않는 경험을 시작하는 건 아버지의 유품인 무선통신기에 장난삼아 주파수를 맞추고부터다.30년전화재 진압 현장에서 사고사한 소방관 아버지(데니스 퀘이드)의 육성이 ‘리얼타임’으로 흘러나오다니.꿈인지 생시인지 당황스러운 부자와 관객에게 영화는 그게 실제상황임을 재빨리 확인해주고 속도를 낸다. 화재현장의 탈출구를 알려주고 아버지는 살리지만,뒤바뀐 생의 시나리오로 멀쩡하던 어머니가 연쇄살인범의 타깃이 된다.미스터리극의분위기는 이즈음 범죄스릴러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쉴새없이 장르를갈아치운다. 이는 영화의 미덕이자 흠이다.어머니의 희생을 막기 위해 시공을 초월해 함께 살인범을 쫓는 아들과 아버지 사이에는 휴머니티가 부각되는가 하면,미궁에 빠진 연쇄살인사건을 30년만에 추적하는과정은 그대로 범죄스릴러다.거기에 SF까지.감상포인트가 다양하다는 건 나쁘지 않지만,극에 몰입하는 데는 거슬린다. 사진액자속의 가족이 위기상황 때마다 사라지거나 아버지의 메시지가 아들의 책상 위에 새겨지는 장면 등에서는 황당한 실소로 감정의흐름이 토막난다. 최대 반전은 끝에 놓였다.운명은 개척하기 나름! 황당하지만 통념의허를 찌르는 해피엔딩이라는 데까지만 귀띔해둔다.무선통신을 소재로한 ‘동감’에 선수를 뺏기지 않았다면 신선도 만점이었을 영화다. ‘프라이멀 피어스’,‘다크 엔젤’의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 황수정기자
  • 파이어 블록버스터 ‘리베라 메’ 11일 개봉

    11일 개봉하는 ‘리베라 메’(우리를 구원하소서)는 뚜껑이 열리기도 전부터 부담이 많다.무엇보다 ‘JSA’의 적수로 일찍부터 입소문을 타온 ‘단적비연수’와 나란히 개봉해 정면대결을 벌여야 한다.또하나.공교롭게도 똑같이 불을 소재로 한국형 파이어(Fire)블록버스터를 표방했던 ‘싸이렌’의 흥행실패도 영 찜찜하다.낯선 소재만으로도 얼마간의 프리미엄은 챙길 수 있으리란 기대를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교해서 안됐지만,영화는 ‘싸이렌’보다는 훨씬 고민하며 불의 속성에 접근한 듯하다.살아있는 불을 묘사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한 흔적은 여기저기서 감지된다.미니어처로는 디테일한 촬영이 어렵다는이유로 주유소나 아파트 등은 아예 ‘방화용’으로 확보해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렸다.그렇게 밀어넣은 제작비가 총 45억원.시각적인 잣대로 따질 때 영화의 외피는 ‘파이어 블록버스터’로 크게 손색없다. 영화는 어릴적 아버지의 학대로 정신이상증세를 보이는 희수(차승원)와 소방대원 상우(최민수)의 쫓고쫓기는 대결구도를 기둥삼아 미스터리스릴러에 살을 붙여나간다.소년범으로 수감돼 12년만에 출감하는 희수의 등뒤로 교도소 보일러실이 폭발하는 도입부에서부터 스펙터클에는 믿음이 간다.시내 곳곳에서 대형화재가 잇따르고 상우와 소방팀은 결사적으로 구조에 매달리지만 번번이 원인 규명에는 실패한다. 상우와 화재조사원 민성(김규리)은 의도적 방화로 심증을 굳히고단순화재로 축소수사하는 경찰에 맞서 범인을 추적한다. 화염을 쏘아보는 최민수의 카리스마 연기는 화면을 달구는 불의 이미지와 모처럼 궁합이 맞아떨어졌다.달아오른 배관에 떨어진 땀방울이 순식간에 말라버리는 클로즈업 장면 등 순간순간 충실한 디테일을읽을 수 있다.문제는 부족한 기교다.불 소재를 부각시키려는 강박 때문에 끝내 ‘불을 위한 불의 영화’로 그친 느낌이다. 이글대는 불길을 관망하는 즐거움도 좋지만,화면 이면에 ‘느끼는’즐거움까지 깔아놨더라면 짜임새가 더 살지 않았을까.어정쩡하게 설정된 상우와 민성의 관계에도 멜로의 요소를 강화하는 편이 나았다. 유지태 박상면 정준 등 화려한 조연진은얘깃거리다. 상우의 후배대원을 맡은 유지태가 주가에 걸맞지 않게(?) 중반에 사고사하는 대목에서는 의아스러울 법하다.출세작 ‘동감’이 개봉되기전 이미 조연으로 캐스팅됐었다. 황수정기자 sjh@. ■양윤호 감독의 ‘변’. “대중영화를 아주 잘 만들어보고 싶어 불을 소재로 택했다.지난해부산 냉동창고 화재에서 결정적으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영화속 불의 의미는 글쎄,인간이 없다면 처음부터 불은 의미를 잃는것 아닐까.멜로분위기를 강화하고 싶었지만,워낙 내가 멜로 만드는솜씨가 없어서….오락영화인만큼 전체적 스피드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막판 30∼40분 내내 정신없이 속도를 낸 건 그래서다.제작비가 엄청들었다는데 본전 생각하면 부담스러워서 영화를 만들 수가 없다.‘단적비연수’? 물론,잘 됐으면 한다.경쟁논리로 따질 문제가 아니니까. (웃음)”
  • 인류 미래예측서 ‘봇물’

    정보화와 세계화의 물결 속에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유전자를 다스릴수 있는 바이오테크시대도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과학기술과 유전공학,그리고 경제성장은 진정 인류의 희망일까?아니면 재앙인가.이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주장을 편책들이 나와 관심을 끈다. 미국 ‘리즌’(Reason,理性)지의 편집자인 버지니아 포스트렐(40·여)은 ‘미래와 적들’(모색 펴냄)에서 지금 우리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부와 건강,기회와 선택권을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그것은 인류의 독창성과 호기심,인내심이 이뤄낸 결실이라는 것.미래는어느 누구도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시스템이고 그것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인공의 힘이며 다양한 모험과 실험의 기회가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현상 등 다양한 사례를 들며 계획되지 않은,열린 시행착오가 인간의 발전에 긴요했다고설명한다. 포스트렐은 종래의 진보와 보수,좌·우파라는 구분으로는 광속으로변하는 오늘의 세상을 설명할 수 없으며,변화를 거부하는 안정론자와변화를 지향하는 변화론자와의 충돌로 대체됐다고 규정한다. 미래는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개척하려는 변화론자에 의해 주도돼야 하며끝이 열려 있는 미래를 어떤 개인이나 조직의 세계관으로 묶어둔다는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기술이민 문호 개방 확대를 요구하는첨단기업 경영인,생명공학 연구 금지에 반대하는 과학자, 자유무역을지지하는 수입상들이 시장과 과학,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변화론자라고추켜세운다. 반면 질서를 존중하는 복고주의자,중앙의 통제를 강조하는 테크노크라트,환경론자 등을 안정론자로 지목하며,경쟁과 실험의 과정을 회피하고 미래로 나가야 할 인류의 발목을 자꾸 붙잡는 세력이라고 몰아세운다.통제력을 벗어난 변화의 동력에 고삐를 채워 잘 이끌지 않으면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는 지식인들의 개탄을 미신으로 치부한다. 이와 함께 리처드 올리버 교수(미국 밴더빌트대 오웬경영대학원)는‘바이오테크 혁명’(청림출판 펴냄)을 통해 바이오테크가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마어마하다고 평가한다.인류에게 싼 값으로 고품질의 식량을 제공하고 질병과의 전쟁에 종식을 고하며,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가격은 더 싼 소비재를 대량생산해낸다는 것.정보화시대에 이어 2005년쯤이면 바이오테크시대가 완전히 도래하고 2030년이 되기 전에 세계의 모든 기업이 바이오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이와 달리 미셸 보 교수(65·파리7대학)는 ‘세계의 격변’(한울 펴냄)에서 인류가 새로운 질적 향상의 문턱에 서 있는 동시에 비극적인위험의 일보 직전에 서 있다고 지적한다. 방향성과 우선순위 설정이결여돼 있기 때문에 빈곤과 불평등,폭력,인구와 욕구의 증가,생산 성장에 수반되는 환경 파괴,무한 무책임 등 전례 없는 문제에 봉착했다는 것.경제가 점점 더 사회를 지배하고,과학은 갈수록 무기 제작과기업의 상품전략에 봉사하는 등 인간과 사회,지구 전체가 상품화되고있는 상황에서 과학과 시장만능주의의 자유로운 결합은 치명적이라며 시장에 기초한 전체주의의 위험을 경고한다.이미 극도로 불평등한세계에서 모든 것을 시장논리에 내맡기는 것은 구매력없는 인간 수십억 명을 배제한 채 돈에 의한 인간 차별의 톱니바퀴로 우리를 몰아가며 현재를 위해 미래를 희생시킨다는 주장이다.각자 자기 일에 전념하는 상황에서 경제성장은 환경을 파괴하고 빈곤을 유지·심화시킬수밖에 없단다. 기업들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이면 모두 정당하다고천하태평으로 믿으며 지구와 인류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지라도 구매력을 보유한 자들만을 위해 일한다고 말한다. 세계총생산은 급증하지만 아직도 8억명이 굶주림에 시달린다며 이토록 많은 부와 빈곤이 공존하는 시대가 과연 있었느냐고 보교수는 묻는다. 무책임한 인간의 행위에서 비롯되는 재앙과 그 근원을 따져보고,불평등 축소와 근본적 욕구의 충족을 가장 앞세우며 기술과학의 영향력을제한하는 등 가치에 우선 순위를 매기고, 전략을 세워 실행하자고 제안한다.고대사회로의 회귀는 불가능하지만 현대적 검소함의 양식을창조,소비를 사회의 지배자들이 아니라 지배받은 사람들에게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디지털 문명 비평지(비정기 간행물)인 ‘구운몽’(Roasted Dream·안그라픽스 펴냄) 창간호는 디지털이 유토피아로 포장된 낙관주의현실의 모순과 네트 이데올로기의 조작된 우상이 뒤집어쓰고 있는 가면을 벗겨내려는 시도를 했다.편집인 백욱인 교수(서울산업대)는 서문에서 눈먼 자가 눈먼 자를 인도해 모두를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일을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홍성욱 교수(캐나다 토론토대)는정보혁명과 인간 게놈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유전자 선택과 디자인이사회 전체나 공동선의 이름으로 행해진다면 결국 20세기 우생학의 부활에 다름아니라고 지적한다. 인간은 지구를 천국으로도,지옥으로도 만들 수 있어 보인다.현재 우리는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누가 우리를 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미래의 리더이고 누가 적인지 두눈 부릅뜨고 찾아볼 일이다. 김주혁기자 jhkm@
  • 주말극장가 ‘4편4색’ 골라보는 재미 쏠쏠

    이맘때 극장가는 비수기다.그나마 국내외 기대작들도 ‘공동경비구역JSA’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기를 못펴고 있는 터. 그 와중에 4일 개봉하는 영화들은 모처럼 실속있다. 각양각색의 장르에,할리우드 일색에서 벗어난 다양한 국적에.액션과섹스드라마,코미디와 멜로까지 ‘4편 4색’을 소개한다. ●겟 카터(Get Carter) 빼고 보탤 것 없이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으로 실베스타 스텔론이 돌아왔다.여전히 근육질의 사나운 몸매를 하고 있지만 이번엔 말끝마다 “내 가족”을 외쳐댄다.비정한 영웅의 이미지를 빠져나와 그가 오랜만에 복귀한 자리는 가족의 울타리안. 스텔론이 맡은 잭 카터는 처음부터 영웅적 면모와는 거리가 멀다.주먹다짐으로 남의 빚이나 대신 받아주는 라스베가스 뒷골목의 해결사.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친 건 동생의 장례식장에서다.수십년만에 찾아간 고향에서는 누구 한사람 반겨주지 않지만,동생의 갑작스런 죽음 뒤에 숨겨진 음모를 직감하고 복수에 나선다. 포르노 사업에 이용당한 어린 조카딸을 못내 안쓰러워하는스텔론의눈빛 연기는 확실히 전에 볼 수 없던 변신이다.인터넷 포르노사업을배후조종하는 갱두목으로,섹시함에 카리스마 섞인 한창때의 모습을재확인시킨다. 범죄스릴러의 고전으로 꼽히는 마이크 하지스 감독의 71년작 ‘겟 카터’를 리메이크했다.오리지널 필름에서 주연했던 마이클 케인이 다시 합류했다. ●집으로 가는 길 속살처럼 사변적인 추억과,이리보나 저리보나 중국산임을 말해주는 대륙적 감성에,세상 누구에게나 가슴으로 통할 보편적 진실이 녹아엉킨 ‘장이모우 표’ 멜로다.모두가 첫사랑의 기억한자락쯤은 안고 산다는,암묵적 동의를 얻어서일까.일상의 사소한 편린을 보여주는 영화는 분명 ‘소품’인데도 그렇게 힘있고 당당해보일 수가 없다. 노모 쟈오의 회상을 통해 옛시절로 되돌아간 그 길위에는 온갖 색깔의 사랑이 다 놓였다.수줍은 시골처녀가 갓 부임해온 총각 선생님에게 품는 분홍빛 연정에서부터 눈길위에 서서 뜬눈으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붉은 격정까지. 붉은톤의 차분하면서도 유려한 영상을 배경으로 동화같은 생의 에피소드들이 촘촘히 고리를 엮는다.‘와호장룡’에서 청순미를 자랑한장쯔이가 이 영화로 데뷔했다.올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수상. ●레스트리스(Restless) 앰뷸런스 응급의사로 일하는 아리는 상처를주기도,받기도 싫다는 이유로 한 여자와의 사랑을 거부한다.상대가누구든 하룻밤 상대면 족하던 그가 평범하면서도 착실한 티나를 사귀면서 혼돈을 겪는다. 이 즈음부터 영화는 직선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영원히 한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진정한 사랑의 결실은 결혼이라고 믿는 티나가 적극 구애해오자 강박에서 벗어나려는 아리는 티나의 두 여자친구를 오가며 섹스에 탐닉한다. 판이하게 다른 성의식을 가진 세 여자가,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는남자와 허무뿐인 사랑을 나누는 과정에는 신기하게도 음울하거나 칙칙한 느낌이 없다.두려움없는 방황? 북구의 늦여름 광선이 뮤직비디오를 찍던 감독의 경쾌한 감각과 절묘한 지점에서 만났다. ●빅마마 하우스(Big momma's House) ‘경찰서를 털어라’에서 재치만점의 수사반장으로 돋보였던 마틴 로렌스가 FBI요원이 됐다.그에게 주어지는 임무는 변장을 해서라도 수사의 단서를 잡아내는 것.그렇다고 ‘미션 임파서블’류의 심각한 액션을 기대한다면 틀렸다.엉뚱하고 기발한 특수분장술 자체가 영화의 한 축을 차지하는 천방지축코미디다. 변장의 귀재인 FBI요원 말콤에게 악질 탈옥범을 잡는 일따위는 식은죽 먹기. 탈옥한 악질 은행강도를 검거하기 위해 접근한 곳은 일명‘빅 마마’라 통하는 흑인 뚱보 할머니의 집.탈옥범의 옛 애인 셰리(나이어 롱)가 어린 아들과 함께 그곳으로 숨어들자,말콤은 집을 비운 할머니 대신 감쪽같이 변장해 탈옥범이 나타나길 기다린다. 육중한 실리콘 변장 아래로 얼음물이 자동펌프되고 있다는 사실,알고보면 더 흥미있지 않을까.‘나홀로 집에 3’을 연출한 라자 고스넬감독. 황수정기자
  • 새 영화/ 왓처

    영화만들기의 새 ‘전범’을 제시한 ‘매트릭스’ 이후,키아누 리브스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선택했다.잔뜩 기대를 걸고 후속작을 기다려온 팬들은 그가 악역,그것도 연쇄살인범을 연기했다는 사실만으로도충분히 흥분할만하다. ‘왓처’(The Watcher·28일 개봉)가 일반적 연쇄살인극과 차별을 선언한 대목은 인물역할을 뒤집었다는 점.8년동안 무려 11건의 살인을저지른 범인이 오히려 담당형사를 끈질기게 스토킹하는 상황설정이무엇보다 돋보인다. 키아누 리브스는 눈에 띄는 여자들만 골라 죽이는 지능범 그리핀 역이다.LA를 근거지로 활약하던 그는 8년을 쫓고 쫓기며 애증을 나눠온담당형사 조엘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단 한번도 범죄를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카고로 도피한 조엘을 뒤쫓아간 것은 그런 심리때문이다. 시카고를 새로운 살인무대로 정한 그리핀은 조엘의 주위를 돌며 여유있게 다시 살인을 저지른다.그가 남긴 단서라고는 12시간내 살해될희생자의 사진 한장이 전부. 단순한 이야기 구도이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건 두 주인공이 주고받는팽팽한 심리연기 덕분이다. ‘크래쉬’에 출연했던 제임스 스페이더가 살인범에 농락당해 허덕이는 조엘 형사를 맡았다.‘스피드’ ‘데블스 애드버킷’ 등의 전작에서 보여줬듯,격조와 절도를 겸비한 ‘쿨’한 이미지의 키아누가 연쇄살인범으로 전락한 것말고는 이렇다하게곱씹을 대목은 없다. 그러나 키아누는 이 영화로 액션스타로서의 갇힌 이미지를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교포 1세인 패트릭 최가 제작해 화제다.지난 9월 미국 개봉 당시 2주연속 흥행 1위였다. 황수정기자
  • 미니 시사회

    ‘직업에 귀천있나? 집채만한 자동차에 팔등신 미녀들만 상대할 수있다면야…’ 듀스 비갈로(28일 개봉)는 ‘빅 대디’의 롭 슈나이더가 좌충우돌하는 로맨틱코미디.수족관 청소일이나 하고 살지만 듀스에게는 언젠간 바닷가 그림같은 집에서 고기들을 벗하며 살겠다는 옹골찬 꿈이 있다. 가만 있는 그를 바람들게 만든 건 잘나가는 남창 안토안. 미끈한 몸뚱이 하나 밑천삼아 떵떵거리고 사는 안토안이 슬슬부러워지는 마당에 기어이 일이 터진다. 6,000달러짜리 수족관을 깨뜨리고 말았으니 꼼짝없이 몸이나 팔수밖에. 진심으로 사랑하는 케이트를 만나기까지 듀스를 거쳐가는 여자들은하나같이 정상에서 비켜나있다.뚱보,욕쟁이에 발작환자까지.폭소를유도하는 장면장면이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가벼워 부담없다.할리우드의 단골메뉴로 부상한 ‘화장실 유머’가 엽기코미디 냄새까지 강하게 피운다.마이클 미첼 감독 데뷔작. 화장실 유머 정도가 엽기축에 끼냐고 반문한다면,또 한장의 카드가있다.‘매트릭스’의 상상력과 ‘세븐’의 지적 논리에 SF판타지까지 가미된 더 셀(The Cell·28일 개봉).낯설고 엽기발랄한 접근을 좋아하는 N세대 감수성에 제대로 어필할 듯하다.누가 살인범인지를 가리는 과정에 초점을 두지 않은 건 눈에 띄는 기발함이다.처음부터 범인은 혼수상태로 누워있고,미모의 심리학자 캐서린(제니퍼 로페즈)이 40시간안에 마지막 희생자를 구출하기 위해 범인의 무의식을 들락거리며 미로탐험을 한다. 이런 독특한 설정 덕분에 영화는 심리스릴러쪽에 훨씬 더 가까워졌다. 아버지의 학대로 겁에 질린 열살짜리,극도로 정서불안한 살인마,세상을 군림하려는 악의 제왕 등 범인은 수수께끼처럼 다른 자아를드러낸다.의식의 흐름을 더듬는 까닭에 까딱 한눈팔다가는 이야기 얼개를 놓칠 수 있다는 점,유념하자.새하얗게 표백된 시체,살갗에 갈고리를 걸어 매다는 장면 등에서는 엽기의 극단을 보는가 싶다.한편 캐서린이 무의식세계로 들어가는 갈피갈피에선 미술구도를 살린 몽환적화면이 무척 인상깊다. 이유가 있었다.감독은 나이키,코카콜라 CF를 만든 타셈 싱. 황수정기자
  • [유형준의 건강교실] 웃음과 건강

    기분좋게 술을 마시고 적당히 얼큰하여 체내의 순환이 왕성해지면 까닭 없는 웃음이 계속 나온다.또한 사춘기에 웃음이 헤픈 것도 이 시기에는 신체의 성장 발육과 생장이 활발하기 위해 심장을 포함한 순환이 왕성한 때문이다. 삿포로 의대의 다카시 나가오(高橋長雄) 교수는 다음과 같이 역설하고 있다.“웃음은 특수한 형태의 호흡운동이다.기쁘고 즐거운 심사가다채롭게 아롱져 표현된 호흡운동이 바로 웃음인 것이다. 이와 달리개운치 않은 마음이 저도 모르게 입으로 새어 나오면 한숨이 된다”실제로 너무 크게 지나치게 웃다가 늑골골절이 생기는 수도 있음은웃음이 가져다 주는 활기찬 호흡운동의 증거인 것이다. 하여간 스릴이 넘치는 장면을 보면 숨을 죽이고,마음이 들뜨면 숨이빨라지고, 속사정이 즐거우면 웃는 것처럼 생명의 억양은 호흡운동과밀접한 연관이 있다. 바꾸어 말하면 웃음은 순환의 활발한 징조요,다채로운 즐거움의 호흡이다. 그 수식이 어떻든 웃음은 입을 통해서 드러난다.입가에서,눈가에서웃음이 나온다고 하지만 결국은 입의 동작에서 파문이 번진 것일 뿐이다. 최근 동료가 던진 취중 질문과 대답이 생각난다.“그대의 입은 왜붙어 있는가.먹기 위해서,토하기 위해서,말하기 위해서,연지를 바르기 위해서,입맞추기 위해서,숨쉬기 위해서?” 그의 정답은 웃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필경 입은 웃기 위해서 있는 것 같다.그렇게 단정하기가 버겁다면입은 웃음을,속의 즐거움을 표현해 낼 수 있는 신체 일부라 한다면어떨까. 안그래도 이런 저런 말들이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세파요,건강도 입으로 만들어 선사하려는 세태다.이런 권유를 단단히 믿어보자.‘그저양쪽 어깨를 넉넉히 뒤로 젖혀 조용히 숨을 내쉬곤 잠시 후에 가슴이가득하다고 느껴질 때까지 깊게 천천히 숨을 들여마심을 열 두어번반복하면 답답한 우울이 달아나고 적극적인 웃음의 호흡동작이 된다’ 신경내분비계의 엔돌핀이 활발해짐을 느끼면서,웃음을 지배하는 간뇌(腦)의 기능을 토닥임이 무엇보다 간편한 건강 마련이 아닌가. 유형준 한림대의대 부속 한강성심병원 내과
  • 새영화/ 싸이렌

    ■한국의 액션영화는 이제 ‘신소재 개발’에 성패가 달렸다 해도 지나치지 않은 듯싶다.‘한국 최초의 파이어 액션블록버스터’를 자임한 ‘싸이렌’(선우엔터테인먼트 제작)은 화마(火魔)와 맞서는 젊은소방구조대원들의 갈등과 우정을 그렸다. 화재현장에서 준우(신현준)와 현(정준호)의 대응자세는 딴판이다.위험상황에는 아랑곳없이 몸부터 던지고보는 준우는 매사에 냉철하고합리적으로 판단하는 현과 늘 대비되고,동료들은 거칠고 무뚝뚝한 준우를 냉대한다.그런 준우에게 위안을 주는 건 살갑게 쫓아다니는 예린(장진영) 뿐이다. 시종 ‘불 영화’를 의식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예린은 불길속에서 목숨을 걸고 아버지의 생명을 구해준 준우를 사랑한다.원칙론을앞세우는 현 때문에 아내와 딸이 구조되지 못했다는 원망으로 형석(선우재덕)은 복수의 칼을 간다. 이색소재를 동원한 만큼 영화는 화재현장의 긴장감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데 온신경을 쏟았다.90%가 넘는 실사에 미니어처를 합성해 만든화재장면들은 기대만큼의 스케일을 보여준다. 문제는 불친절한 이야기 구도다.준우의 극단적인 행동이 어떻게 비롯됐는지,준우와 현이어떤 배경에서 애증을 거듭하다 목숨까지 내놓는 사이가 됐는지 등이설명없이 어물쩍 넘어갔다. 액션과 멜로,스릴러에 어정쩡하게 한발씩걸치고 있는 분위기도 썩 개운치 않다. 특수효과는 볼거리다.‘분노의 역류’ ‘터미네이터’ 등으로 할리우드 특수효과의 대가로 꼽히는 폴 스테이플이 참여했다.CF를 연출해온이주엽 감독의 데뷔작.28일 개봉.
  • 신간 엿보기

    ◆비노바 바베(칼린디 지음,김문호 옮김,실천문학사 펴냄)인도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사회개혁가인 비노바 바베(1895∼1982)의 삶과 사상을 조명한 회고록.비노바는 인도의 최고계급인 브라만으로 태어났지만 스스로 브라만을 상징하는 시카(긴 머리 타래)를 자르고 육체노동의 길을 택했고 비폭력운동을 실천했다.그는 20여 년 동안 인도 전역을 10만 마일 이상 걸어다니며 지주들을 설득,수백만 에이커의 토지를 헌납받아 가난한 사람들에 나눠줬다.이것이 바로 ‘부단운동(토지헌납운동)’이다.간디는 그를 ‘사티야그라하(비폭력저항운동)’를이끌 최고의 지도자로 삼았다.1만2,000원. ◆민족주의와 발전의 환상(권혁범 지음,솔 펴냄)민족주의,통일,생태정치와 관련한 글 모음집.저자는 민족주의적 세계관이 집단의식을 토대로 적과 ‘우리’의 이분법적 구도를 민족 구성원에게 철저히 내면화시킨다고 지적한다.젊은 세대가 민족의 구성원으로서가 아닌 개성과 구체성을 지닌 한 보편적 개인으로서의 삶을 중심에 놓고 생각할때 개인 지향 생태정치에 대한 모색은백일몽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통일과 관련,내부적 개혁과 탈 부국강병적 문화의 확산 등 남한사회의 변화가 북한의 변화에 연결돼야 하며 그러한 쌍방적 변화가 통일의 수준과 성격을 결정한다고 말한다.1만원. ◆유물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임효택 외 지음,푸른역사 펴냄)고고학 안내 대중입문서.목간(木簡)을 근거로 신라의 성임이 확인된 이성산성 등 국내외 발굴 사례를 고고학자 25명이 현장 경험을 토대로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썼다.여(呂)자형 주거지를 찾아낸 미사리 선사유적 발굴 때의 폭우로 인한 수몰 위기,귀신 소동 등 영화 ‘인디애나 존스’에 못지 않은 스릴 넘치는 에피소드들도 무궁무진하다.선조들이 남긴 흔적을 어렵사리 찾아내고,스스로 말하지 않는 유물의 의미를 캐내 고대인들의 세계를 읽어내야 하는 고고학의 고충과 묘미를 엿볼 수 있다.1만원. ◆우리 진돗개(윤희본 지음,창해 펴냄)우리나라의 대표적 토종개인진돗개(천연기념물 제53호)에 관한 백과사전.개의 탄생과 진화에서부터 진돗개의 기원과 역사,개를 숭배하는 신구(神狗)문화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예를 들어 살폈다.저자(한국견협회회장)는 진돗개의 원형을 회복하기 위해 진돗개의 순도를 높여가는 이른바 ‘유전자세탁법’에 대해 “순종으로서의 품위와 의미를 상실한 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한다.노랭이,억이,진철이,노돌이,악돌이,호돌이,황구,돌쇠,억보,차돌이 등 애견가들의 기억에 생생한 1970∼80년대명견의 사진과 프로필도 실었다.3만2,000원
  • [중국 명승지를 가다](1)스촨성 충칭

    중국 대륙의 면적은 960만㎢.한반도보다 44배나 크다.나라가 광활하고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뛰어난 명승지도 많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곳이 더 많다.중국 4대 자연경관중의 하나로 ‘창장싼샤(長江三峽)’의 기점이자 종착지인 충칭(重慶),도고의 발상지 스촨(四川)성,‘무릉도원(武陵桃源)’의 본향인 후난(湖南)성의 장자제(張家界)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충칭 김규환특파원] 중국 대륙 13억 인구의 ‘젖줄’이자 땀과 눈물이 섞인 창장(長江·양쯔강).티베트고원에서 6,000여㎞를 흘러 동중국해에 이른다.중국 서북쪽의 스촨(四川)분지에서 대하(大河)로서의 첫 면모를 드러낸 창장은 충칭에서 자링(嘉陵)강을 품에 안으면서거대한 물결을 이룬다.거대한 물결은 깎아지른 절벽과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추당샤(瞿塘峽)과 우샤(巫峽),시링샤(西陵峽)의 협곡을지나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으로 빠져나간다. 창장이 힘차게 굽이치는 선경(仙境)속의 추당샤·우샤·시링샤 세협곡을 ‘창장싼샤(長江三峽)’라고 부른다.유비(劉備)·조조(曹操)·손권(孫權)이 천하를 놓고 각축을 벌인 ‘삼국지(三國志)’의 역사적 현장이며,이백(李白)·두보(杜甫)·소동파(蘇東坡) 등 중국 최고의 시인들이 시작(詩作)활동을 한 주무대이기도 하다. 190여㎞에 이르는 이 창장싼샤는 충칭의 추당샤부터 시작된다.풍광이 웅대하고 산세가 험난하면서도 주위의 기암괴석들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추당샤는 길이가 33㎞이며.강폭은 150m쯤 된다.하지만 강폭이 30m로 좁아지는 우샤에 이르면 창장의 물결치는 소리가 십리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물살이 세다.기이한 봉우리와 깎아지른 절벽,산높고 골 깊어 생긴 구름 안개가 절경을 이루고 있다.암초가 많은 시링샤에서는 내려가는 유람선은 쏜살같이 달리지만,올라오는 유람선은사다리를 오르는 것처럼 힘이 들어 연신 가쁜 숨을 내쉰다. ‘황토물과 기암절벽이 묘한 대조를 이뤄 빚어낸 천하제일의 비경,도도하게 흐르는 물살 위에서의 여유,갑자기 눈앞에 다가오는 천인단애(千인斷崖)의 절벽….감동과 스릴,인간 감정의 극심한 굴곡을 두루맛볼 수 있는 곳이 중국 서부의 관문 충칭이다.창장산샤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기도 하다. ‘창장산샤’의 고조된 감정을 조금 가라앉히고 충칭 시내에 들어서면 한국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는 곳이 항일 독립운동가의 피와 한이서린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해방되던 해인 1945년 1월부터 9월까지중국에서 27년 동안 처절한 독립운동을 벌였던 임시정부가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뜻깊은 장소이다.지난달 새단장을 했으나,하늘 높이 치솟아오르는 충칭의 현대식 건물과 대비돼 지난날 독립운동가들의 신고(辛苦)의 삶을 되새겨 준다. 해외를 관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는 점은 자국에서 느끼지못하는 ‘이국(異國)정취’일 것이다.이를 만족시켜주는 것이 거대한회교 사원풍의 런민다리당(人民大禮堂)이다.베이징(北京)의 런민다후이당(人民大會堂)보다 규모가 훨씬 더 웅장하고 화려하다.그러나 다리당을 설계한 설계사는 살해당하는 비운을 맞았다.충칭에 런민다후이당보다 더 크고 화려한 런민다리당이 들어서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마오쩌둥 (毛澤東) 주석이 노발대발하며 공사를 막으라고 지시했다고한다. 중국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주(大足)로 가면 된다.충칭시에서 160㎞쯤 떨어진 다주에서는 둔황(敦煌)·룽먼(龍門)석굴보다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 석각(石刻)이 많아 중국 불교미술의 정수를 맛볼수 있다. 다주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에 40여곳의 석굴과 암벽에 50,000여개의 석각이 새겨져 있다.이곳의 석각을 모두 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일반인들은 석각기술이 뛰어난 바오딩산(寶頂山)이나베이산(北山)의 석각만 보면 충분하다. 다주에서 10㎞쯤 떨어진 바오딩산의 대표적인 석각은 누운 자세로조각된 석가열반상과 송대(宋代)에 새겨진 천수관음보살상이다.석가열반상의 높이는 5m,길이는 무려 31m나 된다.여기서 2㎞쯤 떨어진 베이산의 석각은 처음에는 10,000개 이상이었으나 세월이 흘러 많이 파손돼 그리 많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충칭 시내의 기온보다 5∼7도가 낮아 피서의 명승지로 불리는 진윈산(縉雲山)은 ‘아열대 식물의 보고’로 통한다.아열대 식물이 1,700여종에 이르고 페이아수(飛蛾樹) 등 수많은 희귀족 수목이 자라고있다.산 초입에는 석회질을 함유한 베이(北)온천이 자리잡고 있어,진윈산에 올라 아열대 식물들을 둘러보고 굽이굽이 흐르는 시내와 계곡을거쳐 내려와 온천욕을 하면 신선이 돼 하늘로 올라가는 ‘우화등선(羽化登仙)’이 되는 기분이다. 서울∼충칭간에는 주 1회의 직항노선이 개설돼 있고,서울∼상하이∼충칭 코스도 마련돼 있다. khkim@. *옛 대한민국 임정청사. [충칭 김규환특파원] 충칭(重慶)직할시 쉬중취(市中區) 롄화츠(蓮花池) 38호에 자리잡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광복군 창설 60주년을 맞아 재복원공사를 끝내고 한국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지난달 한국의 독립기념관측과 충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구지진열관(舊地陳列館)측이 청사 5개동 전체의 낡고 헌 부분을 전면 개·보수하고 1호 청사 2층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군사활동 전시실’까지새로 조성하는 등 나라 사랑의 정신을 되새기는 대표적인 해외 항일유적지로 떠올랐다. 상하이(上海)에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32년 4월29일 농촌계몽 운동을 하다 망명한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 홍구 공원 의거로 일본 제국주의의 탄압이 심해지자 항저우(杭州)·창사(長沙)·류저우(柳州) 등지로 피해다니다 40년 충칭으로 옮겨왔다.그해 9월 이곳에서 대한민국의 정식 군대인 한국 광복군을 창설하고 연합국의 일원으로 인도·미얀마 등지에 참전하는 등 조국 광복을 위해 눈부신활약을 펼쳤다. 임시정부 청사는 대지 300여평(연건평 400여평)에 2∼3층짜리 건물5개동으로 돼 있다.상하이 임시정부 청사(약 48평)보다 규모면에서는훨씬 크다. 1호 청사 1∼2층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전시실이 마련돼있다.이곳에서는 광복군의 활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기록영화도 상영하고 있어 당시 광복군의 활약상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2호청사 1층은 임시의정원 회의실과 휴게실,2층은 외무부·외무부장실·외무차장실로 사용됐다.3호 청사 1층에는 내무부,2층에는 재무부,3층에는 김구(金九) 주석 사무실과 국무위원 회의실로 이용됐던 곳이다. 4호 청사 1층에는 외빈 숙소 및 주석 비서실이,2층에는 임시정부 요원들의 숙소로 사용돼왔다.마지막 5호 청사는 외빈 접대소와 관리사무소 등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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