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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지위의 창조’ 벤처의 조건…‘승려와 수수께끼’

    지은이는 오토바이로 미얀마를 횡단중이었다.우연히 만난 한 젊은 스님이 태워달라 청한다.땡볕속에 150㎞ 황무지길을 달려 사찰에 내려놓고 돌아서려는데 대뜸 첫 만남 장소로 도로 데려다놓으라 떼쓰는스님.밤기운은 으슬하고,여로에 지친 지은이,“도대체 뭣때문에 그러시느냐” 따지고 들자 사찰 주지스님이 수수께끼를 하나 던지는데…. 자못 알쏭달쏭한 도입부만으로 한가한 소리려니,‘승려와 수수께끼’(랜디 코미사 지음,이은선 옮김,바다출판사)를 휙 던진다면 실수하는거다. 한 페이지만 더 넘기면 풍경은 확 달라져 실리콘 밸리 중심가커피숍의 시끌벅적한 아침.이번엔 침 튀겨가며 ‘funeral.com’ 사업계획을 설명중인 다혈질 청년과 마주앉았다.본론은 여기서부터. 한풀 꺾이긴 했으되 벤처는 아직도 화력을 다하지 않은 경영혁명.당신이 첨단에 죽고못사는 ‘벤처인’을 지망한다면,‘…수수께끼’와는 분명 궁합이 잘 맞을 테다. 지은이 랜디는 일종의 벤처컨설턴트.벤처기업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경영자문을 해주고 유망한 창업희망자들을 투자자와연결도 시켜주는게 그의 몫이다. 루카스 아트 엔터테인먼트, 크리스털 다이내믹스 등의 CEO를 지낸 경력 짱짱한 그에겐 창업지망생들이 불나방처럼 날아든다.그는 그가운데서 옥석을 가리는 데 도가 튼 걸로 정평났다.인터넷 장례용품 상점을 차리겠노라는 청년 레니는 사이트만 열면 무조건떼돈이 벌릴 거라며 요령부득 랜디 바짓가랑이를 부여잡는다. 거칠게요약하면 책은 이 집념의 사내를 설득해가며 랜디가 털어놓는 ‘벤처기업론’. 20년 경력의 ‘구루’답게 그는 벤처창업을 수술대에 올려 산산이 해부해보인다.최소창업요건부터 조직,리더십,특유의 생리까지,벤처만의생존조건에 면도날을 댔다. 그러면서도 서점가에 넘치는 창업론류와는 가는 길이 틀리다. 문화사적으로 딴딴하게 단련된 랜디의 안목이한편의 ‘벤처철학’을 써내리고 있기 때문. 책에는 세기말의 첨단문화기호들이 한봉지의 스낵처럼 어울려있다.실리콘밸리,닌텐도게임,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쌍방향 디지털 등이 자전거여행,선승들 문답과 만났다 엇갈린다.생생한 현장중계와 경험담을 통해 실리콘 밸리의 속풍경을 엿보는 재미도 여간아니다. 랜디에 따르면 벤처란 돈벌이기에 앞서 백지위에 펼치는 창조행위.자기가 열정을 갖지 못하면 남도 감동시킬수 없단다.‘감동경영’‘신바람경영’ 등의 21세기 버전같은 결론이지만 속이 꽉찬 체험의 두께가 설득력을 더한다. 손정숙기자 jssohn@
  • [한국에 산다] 헝가리인 스님 수티플레르 임레

    삭발한 파란 눈의 외국인이 장삼을 두르고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득도(得道)란 뭐시다냐”라고 설법을 시작한다.스님임은 분명한데엄숙함을 느끼기보다는 웃음부터 나올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진지한 구도자다.참 진리를 깨닫기 위해 서울 강북구수유동의 화계사에서 불교의 선(禪)사상에 매진한 지 8년째.본명은수티플레르 임레,불명은 원도(元道).올해 36세의 헝가리인이다. 한국 불교가 좋아 지난 93년부터 화계사에서 수도 중이다.헝가리에서 불교대학을 졸업했지만 처음부터 스님이 될 생각은 없었다.알수록선사상에 끌렸고, 좀더 매진하기 위해 선의 본고장인 한국에서 불교에 귀의하게 됐다. 그가 불교에 심취한 것은 정치적 환경 때문이다.80년대 말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에 자유화 물결이 밀려들자 그는 극심한 사상적 혼란을 겪었다.“도대체 이념은 뭐고 이데올로기는 뭔가,어떤 삶이 진정가치있는 삶인가”를 스스로에게 반문했지만 해답을 찾을 순 없었다. 술에 빠져봤지만 공허함은 더 깊어질 뿐이었다. 그러면서 은연 중에 불교의 선사상에 눈을 뜨기 시작해 91년에 헝가리 불교대학에 입학했다.헝가리 뷔크산맥에서 짧게는 보름,길게는 두달동안 입산수도를 했다. 그러는 동안 일본 불교는 형식적이고 남방불교는 개인적인 반면 한국의 불교는 심오하다는 개인적 판단을 내렸다.92년 헝가리 무역대학 한국학과에 입학,한국어를 배운 것도 한국의 불교서적을 읽기 위해서였다.전라도 출신 교수로부터 한국말을 배워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불교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으로 가기전까지 잠시나마 망설임도 있었다.그러나 과감히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한국행을 택했다.어느덧 한국생활 8년.수도가 끝나면 헝가리로 돌아가 선사상을 보급할 계획이다.이를 위해 얼마 전 화계사를 잠시 떠나 또 다시 입산수도 중이다. “지금의 너는 진짜 네가 아니다.지금의 네가 진짜 네가 아니라는것을 깨달을 때 비로소 진짜 네가 현재 네속으로 들어가게 된다.”원도스님이 자주 던지는 화두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대한광장] 마음의 동화

    이 겨울 눈이 참 많이도 왔다.눈덮인 은백의 산야를 보고 있으면 절로 감탄이 새어나온다.눈은 위대한 화가처럼 본래의 모습보다 더 아름답게 세상만물을 채색해 나가고 있다.담담하고 소박한 눈의 채색은은은해 오래 눈길이 머물러 있어도 피로하지가 않다.눈이 오면 무작정 산길을 걷는 것도 눈이 채색해 놓은 산야의 은은한 맛에 한없이이끌리기 때문이다. 눈이 소담하게 쌓인 날,밤하늘은 눈을 자세히 구경하려는 별들의 반짝임으로 장관이다.그토록 투명하게 맑은 밤하늘은 눈이 그친 날 밤이 아니면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밝은 별빛에 어둠이 점점이 사라진 밤하늘은 마치 동화 속 풍경처럼 가슴 설레게 한다.이런 날 밤은살아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어렵고,고달팠던 시간들까지도 그냥따뜻하게만 다가온다.별빛 하나로도 세상 모든 것에 행복해지는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이 여태 남아 있다는 것이 내게는 큰 기쁨이다. 이번 설에도 많은 사람들이 고향과 부모님을 찾아 귀성길에 올랐다. 선물을 가득 들고 웃으면서 고향을 찾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행복해보였다.때가 되면 찾아갈 곳이 있고,때가 되면 만날 사람들이 있다는것은 질화로와 같은 따뜻한 행복이다. 영원한 마음의 고향을 찾는 출가 사문들은 언제나 귀성길에 서 있는사람들이다. 이맘때면 더욱더 고향이 그리운 것은 아직 마음의 고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마음의 고향을 찾는 마음이 크면 클수록 도가 무르익듯이 넘치는 귀성인파 속에서 사랑이 넘치는 사회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단순하고 소박한 고향이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은그 곳에 가면 삶의 여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때로 부끄러웠고,때로 안타까웠던 날들.언제나 회한으로 남는 시간들 속에서도 추억저편에는 소담한 행복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그 여백을통해서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유년이 자리한 고향에 대해서 마음 속의 동화 하나씩은 간직하고 있다.어렵고 힘든 세상살이 속에서 마음의 동화는 커다란 위안이 된다.좀더 따뜻하고,좀더 넓은 사랑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마음 속에 별처럼 반짝이는 동화를 자주 들여다 보아야 할 일이다.귀성길이 행복한 것은 어쩌면 각자의 마음에 자리한 동화를 만나러가는 길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거칠고 삭막하게 살던 날들을 접고순하고 아름다운 그 시간을 찾아 가는 것은 우리 일생을 통한 소중한순례다. 만약 우리가 고향을 찾지 않게 된다면 그리하여 우리 마음속의 동화도 사라져 버린다면,마음은 아주 삭막한 불모지로 변해 버리고 말 것이다. 설을 앞두고 스님들과 마주 앉아 만두를 빚었다.때로 속이 삐져 나오고,터지기도 했지만 그 어설픔까지도 정다워 보이는 까닭은 설이지니는 사랑과 화목과 나눔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이 한없이 맑고 순해지는 시간은 그 마음의 파동으로 인해 모두가 즐거워지는 법이다.세간 밖에 살아도 모든 사람들이 즐거울 때는 우리도 즐겁고,세간의 사람들이 슬플 때는 우리도따라 슬퍼만 진다.마음이란 그런 것이다.한 마음이 즐거우면 모든 마음이 즐거워지는 것이 보이지 않는 마음의 모습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소중한 많은 것들을 잃어만 가고 있다.가장 소박한 자리에서 빛나던 마음속의 동화를 잃어 버린다면 행복은 요원한것이 되어 버리고 만다. 시간의 속도가 빠를수록,삶의 모습이 복잡해질수록,사회의 따뜻함이식어갈수록, 우리는 더욱더 애써 소박하고 단순한 것들의 아름다움을향해 눈을 돌려야만 한다 설날 먹는 떡국 한 그릇에도,고향에서 마주치는 눈빛 하나에도 즐거워 할 수 있는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행복이란 마음에 있고마음은 ‘나’를 벗어나지 않는다.단순하고 소박하게 삶의 자리를 정리할수록 행복의 자리는 그만큼 커간다는 것을 늘 기억할 일이다. ■성전스님 조계종 옥천암 주지
  • 경북 봉화 청량산 “육육봉 비경…”

    속리(俗離)란 그렇게도 힘들고 벅차기만 한 것일까. 경상북도 내륙 깊숙히 웅크린 봉화의 청량산.백두대간에 걸친 죽령을힘겹게 넘어 봉화에 닿은 뒤 한참을 내달려야 비로소 청량산 자락에이를 수 있다.서울을 등진 지 5시간만이다. 등산로 들머리에서 보면 산 몇부리밖에 보이지 않는다.도대체 어디에절이 숨어있을까. 원효와 의상 같은 큰 스님들은 어찌하여 이 산자락을 찾아들었을까.신라의 최치원과 김생 같은 대문장가들은 말할 것도없고 한 시대를 호흡하며 첨예한 논쟁을 벌였던 주세붕과 퇴계 이황이 이곳을 찾아든 인연은 또 어떻고…. < 원효·최치원·이황 인연 깃들어 >이곳은 태백산에서 발원한 낙동강이 청량산자락을 휘감아돈다.강을건너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다소 가파른 길이 나온다.절에 쉽게 닿는길이긴 하지만 이 산자락의 온전한 멋에 흠뻑 빠져들기에는 부족함이많다. 조금 더 오르면 입석이란 등산로 들머리가 나온다.건너편 축융봉의 결기찬 능선을 ‘꾸욱’ 누르며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15분쯤올랐을까. 축융의 봉우리가 발밑에 이르렀다고 느낄 때쯤 바람이 마중나오는 산모퉁이를 만난다.고려말 공민왕의 아내 노국공주가 기도를 올렸다는응진전(應眞殿)이다. 간간이 눈이 쌓여 미끄러운 벼랑길을 조심스레 옮기다보니 주변 풍광을 헤아릴 여유가 없다.그러다 천길 벼랑끝,어풍대(御風臺).문득 탄성이 터져나온다.“청량이다!” < 기암·노송 천길 벼랑끝 어풍대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이곳 청량의 비경을 ‘밖에서 바라보면 다만 흙묏부리 두어송이 뿐이나 강건너 골 안에 들어가면 사면에 석벽이 둘러있고 모두가 만길이나 높으며 험하고 기이한 것이 이루 형용할 수가 없다’고 했다. 청량은 여섯봉우리 내산과 여섯봉우리 외산으로 나뉘어있다.금탑과축융 등 외산에 가려 자소를 주봉으로 한 내산의 아름다움은 밖으로드러나지 않는다. 한뼘 땅뙈기도 없을 만큼 가파른 협곡이 여섯 봉우리아래 펼쳐지고기암과 노송,흰 눈발이 어우러진 일대 파노라마가 펼쳐진다.억,숨이막힐 지경이다.퇴계는 이 절경을 두고 “청량산 육육봉을 아는 이 나와 흰기러기뿐”이라고 읊었다.이 골짝에 깃들었던 암자만37곳이 넘었다고 하니 경읽는 소리 또한 대단했으리라. < 도산십이곡 지어진 오산당 >그 소리를 찾아 오솔길을 내려온다.아이젠을 깜빡 잊고 온 길손들은엉덩이로 썰매를 탄다.이윽고 오산당.퇴계가 은거하며 도산십이곡을지었고 성리학 체계를 다듬은 곳으로 알려져있다.오산당 옆에 원로산꾼 이대실씨(62)의 초막이 있다.천명(天命)을 안다는 나이 오십에그는 아들내외와 아내에게 번듯한 예식장 빌딩 등 온 재산을 물려주고 산에 들어왔다. 중3때 청량산을 처음 찾아 홀딱 반해 비구니스님밑에서 나무를 하며한달을 버텼다.아예 스님이 되겠다고 했더니 “이 썩을 놈아,도회지나가서 잡질이나 해”라고 쏘아붙였단다. 산을 울며 내려가며 ‘언젠간 꼭 이산에 들어와 살겠다’고 다짐을했는데 말이 씨가 돼버렸단다. 하모니카도 불고 대금도 불고,산막을 오가는 이들에게 아홉가지 약초를 달여 끓인 약차를 대접한다.돈은 받지 않는다.험한 산비탈을 오르다 조난당한 이를 구하는 일도 그의 몫. < 청량사 유리보전 종이 부처님 >다시 오산당을 나와 두갈래 길을 만난다.위로는 김생이 은거하며 공부했다는 김생굴을 거쳐 경일봉에 오르는 길이고 아래로 내려가면 청량사다. 청량사 본전격인 유리보전에는 특이하게도 종이로 만든 부처님이 모셔져있다.유리보전 앞 삼각우총.절을 처음 세울 때 뿔 셋 난 큰소가이곳에서 비탈을 골랐고 불사가 끝나자마자 이 자리에 죽어 묻혔다는전설이 전해온다. 유리보전 아래 범종루가 있고 그아래, 주지인 지현스님이 절을 찾아온 이들의 쉼터로 지었다는 전통찻집 안심당이 있다.이 집 기둥에는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이란 화두가 적혀 있다. 여기서도 찻값은 보시로 받는다.바람은 무얼 뜻하고 소리는 무얼 뜻할까.겨울바람이 차다.돌아오는 길에 청량사가 자꾸 눈에 밟히는 것은 또 어떤 인연일까. 봉화 임병선기자 bsnim@. * 봉화 청량산 가는길. 영동고속도로 남원주 나들목을 거쳐 중앙고속도로 서제천 나들목으로빠져나와 단양을 거쳐 영주,봉화에 이른다. 봉화읍으로 들어가지 말고 좌회전해 삼계사거리에서 직진한다.철길아래를 지나 오른쪽의 주유소를 보고 918번 지방도로로 우회전하면청량산 도립공원 이정표가 나타난다. 봉성토속음식단지를 지나 35번국도와 만나면 다시 우회전하고,11㎞쯤 직진하면 매표소가 나온다.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안동이나 봉화로 간 뒤 수시로 운행되는 시내버스를 이용한다.청량산 자락은 워낙 비탈진 탓에 눈이 조금만 내려도 미끄럽다.아이젠을 꼭 챙길 것.한겨울에는 유리보전이 있는 자소봉 외에는 오를 수 있는 봉우리가 거의 없다. 솔잎에 얹어 소나무숯불로 구워낸 암퇘지고기가 맛깔난 봉성 숯불돼지구이 마을에 꼭 들러야 한다.1인분에 4,000원인데 푸성귀와 토하젓,밑반찬들이 푸짐하다.대처에선 맛볼 수 없는 넉넉한 인심으로 한 상그득하다. 오시오식당(054-672-9012) 등 8곳이 성업 중이다. 절을 나와 남쪽으로 8㎞쯤 가면 온혜온천이 나온다. 겨울산행으로 얼어붙은 심신을 녹일 수 있는 작은 온천이다. 7㎞쯤 더 남하하면 안동호가 나오고 그 곁에 도산서원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영주 부석사와 주세붕의 소수서원을 들러도 좋다. 청량사(054)672-1446,응진전(054)673-5275,오산당옆 산꾼의 집(054)672-8516청량산휴게소(054-672-1447)에선 잠도 잘 수 있고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다.
  • [웰컴 투 코리아](3)加관강객 앤 번하트

    앤 번하트(20)는 동양문화에 대한 호기심 하나로 캐나다에서 배낭을메고 서울까지 날아왔다. 금발의 미녀인 그녀는 캐나다의 스테디셀러주인공 ‘빨강머리 앤’처럼 씩씩하게 서울에서 제주까지 1달 동안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밴쿠버의 브리티시 컬롬비아 대학(UBC) 임학과 3학년인 앤은 “방학이면 유럽으로 떠나던 캐나다 대학생들이 요즘에는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로 많이 간다”고 말했다. 앤도 뉴질랜드에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러 가기 앞서 아시아 어느 곳을여행할까 망설였다. 일본은 물가가 너무 비싸고 중국은 1달 안에 다돌아보기에는 너무 큰 나라여서 한국에 오게 됐다. ◆서울 지하철에 감탄=‘배낭족의 성경’인 여행안내서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외로운 지구)’한국편을 들고 지난해 12월 31일김포공항에 도착했다.서울시내 버스관광에 나섰지만 교통이 복잡하고‘빨리빨리’를 외치며 서두르는 운전사 때문에 찬찬히 둘러 볼 수없었다. 8개나 되는 노선을 가진 서울의 지하철은 앤에게 훌륭한 ‘발’이되어 주었다.방송과설명도 영어로 잘 돼있어 어디든 편리하게 갈 수있었다. 지하철 노선이 하나밖에 없는 밴쿠버보다 훨씬 편했다. 친구들이 서울지하철의 편리성을 믿지 않을까봐 복잡한 지하철 환승역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서울 정동극장에서 본 부채춤 공연은 인상깊었다.더욱 좋았던 것은정동극장의 알찬 팸플릿.영어·중국어·일본어·한국어 등 4개 국어로 한국전통문화와 역사를 자세히 설명해줘 동양문화에 대한 갈증을덜 수 있었다. ◆잊지 못할 한산사의 3일=1월 5일 부산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한 앤은 눈때문에 한라산 정상에 오를 수 없어 아쉬웠다.하지만 빙하가 흐르는 로키산맥 이웃에서 자란 앤은 “싸고 맛있는 제주도의귤을 맘껏 먹을 수 있어 마냥 행복했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부산으로 돌아가는 비싼 비행기표 값 때문에 배를 타고 갈수 있는 완도에 들렀다.완도에서 만난 한 스님이 여수의 한산사로 앤을 초대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종을 치고 불공을 드리는 스님들의 모습에 앤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 특히 ‘정신을 따르는 차문화’에 반해경주에서 거금 8만원을 들여다기(茶器)일체를 선뜻 샀다. 스님의 친구인 김씨 아줌마와 딸 수민씨(21)는 10일 동안 앤을 부산에 있는 그들의 집으로 초대했다.설 연휴기간동안 수민씨의 집에 머물면서 떡도 먹고 DDR도 하며 보통 한국사람의 삶에 대해 궁금했던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영어 설명 부실한 경주와 안동=경주를 방문한 앤은 특이하게 생긴첨성대가 왜 지어졌는지 궁금했지만 건축물이 만들어진 목적이나 역사에 대한 설명이 없어 론리 플래닛을 보고 겨우 알았다. 경주는 빡빡한 예산사정상 둘러볼 수 있는 수단이 버스밖에 없었다. 그러나 영어로 된 안내가 하나도 없어 운전사와 손짓,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하느라 무척 힘들었다. 특히 영국 여왕이 찾았다는 안동의 영어표지판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문법이나 설명이 엉망이었다. 옛 전통이 가장 잘 보존된 고장이라는 안동의 문화에 대한 설명없이‘여왕이 쓴 삽’,‘여왕이 앉은 의자’등만을 써놓은 영어게시판은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앤은 “한국은 대체로 배낭족에게 여행하기 편리한 나라지만 많은서양의 젊은이들이 일본,중국 한걸음 더 나아가 태국,싱가폴은 알아도 한국은 모른다”며 “세계를 상대로 한국을 알리는 광고가 아쉽다”고 덧붙였다. 가난한 학생인 앤이 한국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유스호스텔이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현재 전국에 51개의유스호스텔이 있지만 부엌이 있는 것은 겨우 18개.배낭족에게 매 끼니를 사먹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부엌은 장기간의 배낭여행 기간동안 가끔씩 고국의 음식이 그립거나 낯선 음식이 맞지않을때 배낭족에게 꼭 필요하다.또한 유스호스텔 지도가 없어 찾기가 힘든 불편도 컸다. 종이지도가 너무 쉽게 떨어지는 것도 불만이었다.앤은 “배낭객에게필수적인 지도가 좀 더 튼튼하게 만들어지고 특히 버스노선 안내도를추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앤이 한국에서 33일간 여행하는데 들인 총 비용은 약 170만원.먹고자고 버스나 지하철로 이동하는데 든 돈이다. 관광지만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동양의 문화를 알고 싶었던 앤은 친절한 부산의 김씨아줌마와스님 덕에 한국을 그런대로 만족스럽게 알수 있었다. “많은 배낭족들이 절이나 가정집에서 머무르며 한국에 대해 느낄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나는 행운을 잡았다”고 밝게 웃는 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윤창수기자 geo@
  • ‘지진 인도’ 돕기 민간단체 나섰다

    대지진으로 10만명이 넘게 사망하고 20만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정되는 ‘6·25 혈맹’ 인도를 돕자는 목소리가 높다.인도 돕기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더 큰 도움을 주기 위해 작은 힘이나마 모으자는 제안이 민간단체들 사이에 잇따르고 있다. 인도는 6·25전쟁 때 우리나라에 의료진 333명을 파견해 구호활동을 폈던 우방으로 이제는 우리가 은혜를 갚아야할 때라는 것이다. 안전연대(공동대표 宋梓)는 이날 오후 한국구조연합회 소속 7명의 구조봉사대원을 인도에 급파했다.대원들은 10일동안 가장 큰 피해를 당한구자라트에서 내시경 카메라,유압기 등 첨단 장비로 구조활동을 펼친다. 한국이웃사랑회는 다음달 3일 의사 2명을 포함한 의료봉사팀 1진을파견하고 15일쯤 2진을 보낸다. 한국 JTS(대표 法輪스님)는 인도의 유치원과 병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인력을 피해 지역으로 보내 구호활동을 거들기로 했다. 대학생,종교계도 팔을 걷어 붙였다.재학생 27명이 인도에 유학중인한국외국어대는 인도어과 교수 및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날 교내에서성금 모금(제일은행 132-20-456345,예금주 최종찬)을 시작했다. 정부는 이미 10만달러 상당의 현금과 의약품을 지원했다.국립의료원 소속 의사와 간호사,약사 등 의료진 19명이 30일 응급 의약품을 갖고 인도로 떠났다. 대전시도 이날부터 시청에 모금함을 설치,직원들과 민원인들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에 들어갔다. 천주교는 가톨릭의 전세계 긴급구호 사업을 총괄 조정하는 국제카리타스를 통해 5만달러를 인도로 송금했다. 대한적십자사(총재 徐英勳)도 29일 4만달러 상당의 구호물품을 국제적십자연맹을 통해 인도적십자사로 보냈다.추가 지원을 위해 성금접수계좌(한빛은행 108-04-100637)도 만들었다. 한국해외단체원조협의회 이윤상(李倫相) 사무국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돈보다 민간인들이 인류애를 발휘해 현지로 가서 돕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우 박록삼기자 anselmus@
  • 2001 우수기업 우수상품/ 남양유업 ‘불가리스’

    불가리스는 지난 90년 출시되어 고급 유산균 발효유 시장의 선두주자로 지난 12년 동안 꾸준히 정상의 인기를 누려 온 장수 상품이다. 불가리스라는 상품명은 유산균 발효유의 종주국인 불가리아의 대표적 유산균 ‘불가리커스’에서 딴 것이다. 제품브랜드의 수명이 짧아지고 수없는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식품시장에서 불가리스가 10년이 넘도록 인기를 얻는 비결은 무엇일까. 불가리스가 세상에 나온 90년 당시 발효유 시장은 용량 65㎖에 가격 100원의 작은 요구르트가 석권하고 있었다. 그러나 65㎖짜리 요구르트로는 소비계층의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또 소비 취향이 고급화 추세를 보이고 있었으나 이에 부응하기 어려웠다.이같이 변화하는 소비자의 성향을 간파하고 고급발효유인 불가리스를 개발한 남양유업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불가리스는 발효유 법정기준치보다 300배가 많은 유산균수에 락토바실러스,애시도필러스,비피더스,불가리커스 등 복합균주를 사용하고있다. 마시는 발효유지만 올리고당,식이섬유 등이 들어있어 소화나 식이요법등에서 의약품에 버금간다는 명성을 획득했다. 또한 장운동에 도움을 주어 변비,설사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무방부제,무설탕,무색소에다 100% 천연과즙을 사용하여 맛도 뛰어나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가 변비에 효과가 있는 것을 알리기 위해 동자승이 절간 화장실인 해우소(解憂所) 앞에서 큰스님이 손 씻을 물을들고 기다리는 광고를 제작하여 눈길을 끌었다. 또한 히말라야 산맥에서 산악인들이 짜르피라 불리는 화장실에서 곤란을 겪는 광고도 불가리스가 쾌변에 좋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알렸다. 이러한 ‘쾌변’마케팅이 직장인과 여성들에게 공감을 얻으면서 불가리스는 유통매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간 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뿐만 아니라 이오,리쪼 등의 발효유와 아인슈타인우유로 대표되는 고급우유부문에서 21세기 유가공시장을 이끌고 있다.
  • 신간 맛보기

    ■일엽선문(김일엽 지음,문화사랑 펴냄)근대 한국불교가 낳은 최고의여승이라는 김일엽 스님 입적 30주년을 맞아 수덕사 비구니암자인환희대에서 발간한 문집.입적 후인 1974년 발간된 방대한 ‘미래세가다하도록’ 가운데 입산후의 글들만 추려모아 현대어투로 다듬었다. 동경유학까지 갔다온 이 인텔리여성은 두차례 이혼을 하고난 32세에일체를 환멸하듯 머리를 깎았고 스승 만공선사의 뜻에 따라 30년 절필한 뒤에야 ‘청춘을 불사르고’ 등 수상록들을 남겼다.정선된 어록,시문 등을 통해 구도를 향한 일엽의 불꽃같은 내면세계를 엿볼 수있다.2만원■내 병은 내가 치료한다(박종운 엮음,느티나무 펴냄)한의사 16명이검증한 민간요법 65가지.질경이와 파를 재료로 해 만드는 질경이 총백죽을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들에게 좋은 음식으로 권하는 등 우리주변에 흔한 식물과 열매를 활용한 치료법을 제시.허약한 사람에게좋은 것으로 알려진 개소주가 열이 있는 체질에는 금물이라는 등 잘못 알려진 한방속설과 각종 건강상식도 소개.끝없이 약물 복용을 권하는 서양의학의 폐해로부터 몸을 보호하고,부작용이 적어 대체의학으로 각광받는 민족요법으로 내 병을 스스로 해결하자고 강조 8,000원
  • 조국품에 돌아온 義人 이수현

    용기 있는 행동으로 한·일 양국 국민을 감동시킨 고 이수현(李秀賢·27·고려대 무역학과 4년 휴학)씨의 유해가 30일 오후 고향인 부산에 도착,시민과 지인 100여명의 슬픔 속에 연제구 연산9동 정수사(주지 金圓光스님)에 안치됐다. 유해 봉안식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비서관을 보내 애도의 뜻을 전했으며 임우영(林雨榮)고려대 부총장,고려대 학생,100여명의 시민들이 이씨의 명복을 빌었다. ◆이씨의 영정과 유골은 아버지 이성대(李盛大·64·부산 연제구 연산9동),어머니 신윤찬(辛潤贊·54)씨의 품에 안겨 이날 오후 1시55분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대한항공 KE714편으로 출발,오후 3시55분쯤 김해공항에 안착했다. 보자기로 싼 유해는 아버지 이성대씨가,영정은 외삼촌 신명교씨(44)가 안고 나와 공항 입국장에서 사촌동생 이수민씨(21)가 넘겨받아 안은 채 공항을 빠져 나왔다.입국장을 나서는 동안 이씨의 어머니 신씨는 이웃 주민을 만나자 “에이 이눔아,에미 애비 어쩌고 니가 먼저간다고.에이 이눔아”라며 울음을 터뜨려 주위를 숙연케 했다. 공항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에서 고려대 학생대표 박형선씨(26·무역학과 4년)는 “죽음보다 욕된 삶이 있는가 하면 삶보다 영광스러운 죽음도 있다”면서 “학형의 삶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추도했다.10여분간 추도식이 진행된 뒤 이씨 유해는 곧바로 자택으로 향했다. ◆이날 오후 5시22분쯤 이씨 유해는 부산 연제구 연산9동 동서그린아파트 자택에 도착하자 이웃주민 50여명이 달려나와 위로의 말을 전했다.유해는 다시 아버지 이씨 품에 안겨 생전에 자신의 공부방이었던작은방 책상으로 옮겨졌다가 “수현이 신을 신어라,이제 가자”는 정수사 주지 원광스님의 안내로 10여분 만에 집을 나섰다. 이어 이씨 유해가 집에서 200여m 가량 떨어진 정수사 2층 법당으로곧장 도착,영가입제에 들어갔다. 영가입제는 조문객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유해인도에 이어 천수경과 아미타경 봉독,영가안치 등의 순으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정부는 30일 이씨를 의사자로 선정하고 국민훈장을 추서했다.이 조치로 이씨 유가족에게는 일시 보상금 1억2,840만원과 의료·교육·장례보상금,취업 가산점 등의 혜택이 주어지게 된다.이에 앞서 김대중대통령은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씨에 대해서는 정부가 할 수있는 최대한의 보상을 하라고 지시했다.이씨 모교인 부산 내성고(교장 韓景東·58)는 30일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후배들의 산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추모비 건립과 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씨의 유해를 떠나보낸 일본에서는 이날도 이씨의 의로운 행동에대한 상찬과 애도가 끊이지 않았다. 일본 열도 남단인 오키나와의 류큐신보는 “목숨을 건 2명의 정의감,행동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고 있다”면서 “당신들의 용기는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라고 추도했다. 한편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총리는 이날 이씨의 의로운 죽음을 기린 메시지를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내는 한편 이씨의 의로운 행동을기리기 위해 일본정부 차원에서 감사의 뜻을 담은 목배(木杯·나무잔)를 수여하기로 했다. 부산 이기철 오풍연기자 chuli@
  • 일산에 뮤지컬 전용극장

    뮤지컬 전문 극단인 신시뮤지컬컴퍼니가 경기도 일산 신도시에 전용극장 신시씨어터를 마련,다음달 3·4일 개관 기념공연을 갖는다. 마두동 여래사 지하1층에 자리잡은 신시씨어터는 220석 규모의 소극장.신시뮤지컬컴퍼니 후원회장이자 조계종 구룡사 주지인 정우스님이 지난해 여래사를 신축하면서 일산에 변변한 문화공간이 없다는 점을감안해 마련했다. 운영은 신시뮤지컬컴퍼니가 맡는다. 극장은 파스텔 톤의 차분한 색조로 내부를 꾸몄으며 높이 7.5m,너비11m의 무대를 갖췄다.신시뮤지컬컴퍼니의 작품발표장으로 쓰는 한편일산 주민들을 위한 가족극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개관기념 작품 ‘뮤지컬 렌트&시카고’는 신시뮤지컬컴퍼니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로 호평받은 두 작품을 혼합해 재구성한 무대.두 공연의하이라이트만을 추렸으며 서울공연 때 출연한 주요 배우들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신시뮤지컬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문화수요가 높으면서도 문화공간이 빈약한 일산지역에 터를 잡게 돼 기쁘다”면서 “패밀리카드 등회원제를 운영해 지역주민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교감을넓혀갈 방침”이라고 말했다.(031)905-7766. 김성호기자
  • [대한광장] 이상한 미국·한국의 찰떡궁합

    부시정권이 출범했다.미국 법원의 이상한 판결에 의해 이상하게 대통령이 되었다.선거라는 것은 국민의 자유스러운 선택에 의해 권력이창출되는 가장 이상적인 민주적 수단이라고 하지만 민주주의의 본질이 선거에서 올바로 관철되려면 국민 다수의 선택이 제대로 반영되는선거제도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본질은 외면하고 기계적인 법 해석에만 매달리는 법 형식주의,원칙은 저버리고시간에 쫓기기 때문이라는 편의주의,투표에서는 이기고 선거에서는지는 제도와 한표만 이겨도 독식하는 제도가 뒤범벅인 오가잡탕주의,여전한 흑인계에 대한 선거권 억압,그러면서도 자성은커녕 자기 정당화 궤변을 일삼는 오만주의 등으로 미국 유권자의 자유선택이 무시되었다.그러면서도 언제나 자유와 민주주의의 화신이란 간판을 내걸고세계를 강압한다.이러한 오만한 제국의 모습은 ‘미국제일주의’와‘힘의 정치’를 강조하는 부시정권이 출범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릴것으로 보인다.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한반도가 이러한 표적의 0순위로 떠오른다는 데있다.부시정부는 북한에 대해 ‘당근보다는 채찍으로’와 엄격한 상호주의를 표방했다. 채찍은 끔찍하다.국방차관 내정자 아미티지가 주도한 ‘아미티지 보고서’는 북한의 선박나포,해상봉쇄,핵과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공격 등을 제안했다.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북한을 빌미 삼아 NMD 미사일방어체제를 추진한다.국무장관 파월 역시 NMD를 역설하고 “군사적으로 무엇이 가능한지에 따라 정치적 결정이 좌우되도록 만들자”는 군사결정론자다.뉴 리퍼블릭지(誌)의 카플런은 미국이 파나마를 침략했듯이,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파월은 걸프전 당시처럼 미군의 총력을 집중해 북한을 단숨에 분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부시는 취임사에서 “도전을 받는 것 이상으로 방위력을 구축”하고 “새로운 공포에 시달리지 않도록 맞설 것”이라면서 세계 모두가 반대하는 탄도미사일체제 구축을 강행하고 냉전구도를 되살릴 것을 노골화했다.동시에 북한 등을 겨냥해 “실수를 저지르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을 ‘불량국가’로 볼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전쟁위협을 끊임없이 획책하는 미국을 ‘불량 대국’으로 봐야 한다는 동북아 전문가인 찰머스 존슨의 지적이야말로 전적으로 객관적이다.부시집단은 지구촌을 마치 황야의 무법자가 횡행하는 서부활극 무대쯤으로 착각하는 듯하다.가공할 군사무기 개발과,세계 2위의 군사비 투입 국가보다 3∼4배가 넘는 연 2,800억 달러의 군사비로 지구촌에 새로운 공포를지속적으로 자아내면서 남에게 ‘새로운 공포’운운하는 것은 노골적인 위선과 협박이고 깡패논리다. ‘엄격한 상호주의’를 보자.북·미 관계의 원형은 지난 94년 6월‘몇십분 늦었더라도’한반도 전쟁이 일어났을 뻔한 아슬아슬한 순간을 넘긴 뒤 체결한 ‘10·21 북·미협정’이다.협정에서 미국은 북한에 경수로 2003년까지 완공,핵무기 불위협과 불사용의 공식문서화,정치 및 경제제재 해소,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중유 연50만t 공급 등을이행하게 돼 있다.대신 북한은 NPT잔류와 핵사찰 및 동결 등을 이행하기로 했다. 미국 관리 말대로 북한은 거의 100% 협정을 준수했다.그러나 미국은중유공급 정도의 약속만 겨우 이행하고 나머지는 깡그리 위배했다.이러고도 엄격한 상호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이런데도 이곳 한국 땅에는 오히려 잘 되었다는 듯이 부시의 대북강경책을 찬양하고 전쟁을 부추기는 듯한 극우신문,남북공조를 취해한반도 전쟁위협 제거를 자주적으로 도모해야 하는데도 한·미안보공조만 읊조리는 사대주의 쓰레기 안보전문가,어느 큰스님이 시원스레 일갈하였듯이 상생정치는 말뿐이고 상극정치 행로로 치닫고 대북강경책만 일삼으면서 ‘씨를 말리겠다’고 벼르는 야권 수뇌가 난무한다.무조건 반DJ주의로 치닫는 맹목적 지역분열주의 집단과 이에 기생하는 정치세력이 맹위를 떨친다.이 모두가 부시정권 출범으로 더욱기승부릴 것으로 보인다. 정말 이상한 나라 미국과 이상한 한국사람의 찰떡궁합이 이루어질까두렵다.깡패국가를 이상국가로,엉터리 민주를 참 민주로 착각하는 착란증,죽고 사는 문제를 이상한 나라에 맡기는 자폐증을 극복하고 자생·자존을 되찾고 일구기 위해 우리 모두 일어서야겠다. △강정구동국대 교수·사회학
  • 정대 총무원장 ‘독설’일파만파

    조계종 정대(正大)총무원장이 19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원색적으로 비난,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불교계 내부에서도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정대 스님 발언 정대 스님은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의 예방을받고 환담하는 자리에서 이 총재를 가리켜 “그 사람이 집권하면 단군 이래 희대의 보복정치가 난무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또 안기부자금 파문과 관련,“1,000억원이 안기부 돈이든 정치자금이든안기부에서 나온 게 문제 아니냐”면서 “(이 총재는) 영수회담에서 상생의 정치를 합의해 놓고 ‘한 건을 가져가면 또 무엇을 가져갈까’ 궁리가 그것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하림각에서 열린 ‘국운 융창과 국민 화합을 위한 신년 대법회’에서도 봉행사를 통해 “지도자가 한 번 생각을 잘못하면 많은 사람이 피를 보게 된다”면서 “한 사람의 독선으로 인해 무수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반응 정대 스님의 발언이 법회에 이총재가 참석하지 않은데 대한 섭섭함의 표시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총재의 대선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상대가 종교지도자라는점 때문에 맞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총재에 대해 사적 감정을오랫동안 갖고 있던 사람이 하는 말같다”며 유감을 표시했다.또 “종교지도자만은 이성을 잃지 말고,편향된 자세를 갖지 말고,중립에서서 잘못된 정치 흐름에 대해 올바른 충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힐난했다. 불교계에 공을 들여 온 이총재 부인 한인옥(韓仁玉)씨는 발언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며 그 내용을 가회동 자택으로 팩스로 보내 줄 것을당 대변인실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이총재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 당직자가 전했다. ■총무원측 해명 총무원측은 해명서를 내고 “발언 요지는 국민들의민의를 존중해 모든 정치권이 상생하는 바른 정치를 해 줄 것을 강조한 것”이라며 “특정 정치세력에 편중된 발언 등을 한 사실이 없으며,앞으로도 이런 원칙은 지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계종 총무원은 국민들에게 깨달음을 전하는 민족종교로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할 의사가 없으며,정대 스님이 정치권에한 덕담을 악용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춘규기자 taein@
  • 정대 총무원장 원색비난 파문

    조계종 정대(正大)총무원장이 19일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를직접 비난한 것으로 전해지자 한나라당이 즉각 반박에 나서는 등 정치권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정대 스님은 이날 오후 총무원 청사를 찾은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와 환담하는 자리에서 이 총재를 가리켜 “그 사람이 집권하면단군 이래 희대의 보복정치가 난무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고꼬집었다. 또 “야당이 정권 재창출에 대해 얘기하는 데,미국과 일본처럼 잘하면 10년이고 몇 백년이고 하는 것으로 안맞는 소리만 자꾸한다”고 한나라당과 이 총재를 싸잡아 비난했다. 정대 스님의 이같은 언급은 여야 지도부가 불심(佛心)을 잡기 위해잔뜩 공을 들이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서 정치권의 대응여부에 따라 파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나라당은 즉각 권철현(權哲賢) 대변인 명의의 비난성명을 내는 등 발끈했다.권 대변인은 “종교지도자가 왜곡·편향된 시각으로발언하면 나라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라고 반발했다. 이춘규기자 taein@
  • 조계종 3년분쟁 막내린다

    대한불교 조계종이 지난 98년 이후 계속돼온 종단분규의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이 현 중앙종회 의원의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그동안 종단의 가장 큰 현안으로남아있던 징계자 사면·복권및 총무원 새 청사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총무원측은 이번 판결로 98년 분규이후 현 총무원과 중앙종회 체제를 부인해온 정화개혁회의측이 총무원을 상대로 진행해온 법적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있다.정화개혁회의측이 판결 후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판결 전에도 패소할 경우 상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했던 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게다가 정화개혁회의측이 서정대 현 총무원장을 상대로 낸 다음달 2일의 ‘총무원장 부존재 확인소송’ 항소심 선고공판도 16일 판결의 연장선에놓여 있고 1심에서 이미 정화개혁회의측이 패소해 기각될 가능성이높다는 게 중론이다. 총무원측은 따라서 그동안 밀려있던 종단화합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우선 정화개혁회의의 정신적 지도자격인 월하 스님을 경남 양산의 영축총림(靈鷲叢林) 통도사 방장으로 재추대하기로 방침을 세웠다.총무원측은 특히 오는 3월 열릴 종회에서 분규와 관련해 승적을박탈당한 멸빈자를 사면·복권시킬 근거인 종헌개정안을 통과시켜 5월 초파일쯤 정화개혁회의 스님들에 대한 대사면을 단행하기로 했다. 이와 맞물려 그동안 종단 분규의 대명사처럼 인식돼온 총무원 건물을 신축하는 작업에 들어가는 한편 중앙승가대학교 김포학사 이전도곧바로 시행할 계획이다. 김성호기자
  • 신년 대규모 기도회·법회

    새해 나라의 안정과 화합을 기원하는 종교계의 대규모 기도회와 법회가 18·19일 잇달아 열린다. 기독교계가 18일 오후7시 서울 정동제일감리교회에서 ‘2001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 합동기도회’를 갖는데 이어 불교계도 19일 오후3시 서울 하림각 특설법회장에서 ‘신년대법회’를 연다.이 가운데기독교계의 합동기도회는 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종교간대화위원회,기독교한국루터회,한국정교회,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일치위원회,대한예수교장로회,기독교대한감리회,한국기독교장로회,구세군대한본영,대한성공회,기독교대한복음교회,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행사.새해들어 신·구교가 합동으로 갖는 첫 행사란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를 주제로 분열된 교회의 화해와일치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정치권 혼란과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기도로 진행된다. 불교계의 신년대법회는 26개 불교종단 수장들과 지도자 등 1,000여명이 함께 모여 국민화합을 기원하는 새해 첫 연합법회.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종단의 신년하례를 겸해 열리는 행사지만 나라의 위기극복과 사회안정을 위해 종교계가 먼저 지혜와 화합정신을 발휘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뜻을 담고있다. 관음종 총무원장 이홍파 스님의 개회사로 시작해 태고종 총무원장종연 스님의 신년하례 축원,조계종 총무원장 정대 스님의 법어에 이어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이 김대중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신 발표한다. 김성호기자 kimus@
  • ‘文明신분증’ 없애고 다시 찾은 ‘삶’

    *그 곳에선 나 혼자만… 말로 모간. 산이라고는 올라가 보지 않은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장비도 식량도없이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함께 몇달동안 백두대간을 종주해야 하는상황에 내던져진다면 어떨까.무척이나 황당할 거다. 미국의 백인 여의사 말로 모간이 실제로 그런 경험을 했다.대신 산이 아니라 40도를 오르내리는 호주의 사막이었다.‘그곳에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정신세계사)는 호주 오지의 원주민 참사람부족 62명과 함께 한 그녀의 감동여행기다.아무런 준비 없이 맨발로 수천㎞에 이르는 호주의 사막과 황무지를 석달동안 걸어서 헤매며 죽을고생을 했다. 그러나 그 여행은 그녀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일깨워줬다.물질문명이 반드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며 동물이나 식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이세상의 똑같이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소중한 깨달음을 준 것. 모간은 미국에서 질병 예방을 연구하던 의사다.호주 의사들의 초청을 받아 호주에 와,원주민들의 자포자기하는 비참한 삶을 목격하고 청년들을 돕는 사업을 펼쳤다.이 소식을 전해들은 참사람부족이 그녀를 초대했다. 새로 산 옷으로 잔뜩 멋을 내고 연설 준비까지 한 그녀는 멋진 파티와 기념품 등을 머리에 그리며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그러나 지프를타고 4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사막 한가운데 양철로 된 오두막이었다.그리고는 넝마조각같은 한 장짜리 옷을 내주며 속옷과 보석까지모조리 떼어내고 갈아입으라는 거였다.난감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오두막 안으로 향하는 순간 그녀의 옷가지와 귀중품이 모조리 모닥불속으로 떨어졌다.지갑에 든 신용카드·신분증 등이 생각났다.오두막안에서 잠시 조촐한 축제를 치른 뒤 원주민 62명은 이내 호주 대륙을 걸어서 횡단한다며 여행을 떠났다.그냥 따라오라는 거다.직장과 퇴직금 등 장래에 대한 걱정이 뇌리를 스쳤다.그러나 혼자 남을 수는없었다.고생길의 시작이었다.그녀는 그들과는 다른 무탄트(돌연변이)였다. 가시풀에 찔려 피가 나고 무감각해진 발을 끌고,벌레와 뱀 캥거루 요리를 먹으며,야생 들개가죽을 깔고 사막에서 밤을 보냈다.파리떼가귀와 콧구멍을 청소하도록 몸을 맡기기도 했다.그러는 과정에서 원주민들의 주술적인 능력과 삶의 지혜를 목격했다.그들은 물을 발견하면 아무리 부족해도 동물들을 위해 언제나 조금씩은 남겨뒀다.식물도번식에 필요한만큼은 남겨두고 뽑았다.인간에게 제공될 준비가 된 식량이 나타나야 먹었다.기억력을 빼앗아간다며 문자를 거부하는 대신텔레파시를 이용해 수십킬로 거리에서 대화를 나눴다.자신의 속마음을,자신이 가진 정보를 기꺼이 남에게 전해주며 거짓말을 하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건이나 관념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인간으로 나가는 중요한 첫걸음이며,이같이 순수하고 뜻깊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는 두번 다시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작별하는 날 깨달았다. 이 책은 문명사회의 인간들에게 던지는 경고이자 희망의 메시지다.시인 유시화의 번역이 매끄럽다.자연에 순응하며 자연 속에 사는 무소유의 법정스님이 쓴,계절에 관한 에세이들을 유시화가 엮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레)도 함께 읽으면 어울리겠다. 김주혁기자 jhkm@
  • [현장] “종철아 아부지가 왔대이…”

    “종철아 아부지가 왔대이…” 12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보안분실)509호실. 지난 87년 1월14일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중이던 박종철(朴鍾哲)군이 물고문을 당하다 숨진 이곳에서 박군의 넋을 기리는 위령제가 열렸다. 14년 만에 처음으로 스님 3명과 함께 아들이 숨진 현장을 찾은 박정기(朴正基·72)씨는 준비해온 아들의 영정과 위패,촛불,국화·장미꽃다발 등을 제상에 하나하나 올리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지난 14년간 아들의 기일이 돌아올 때마다 굳게 닫힌 대공분실의 철문 주변만을 맴돌며 애끊는 마음으로 살아온 박씨. “이제야 너를 편히 보낼 수 있을 것 같구나.더이상 외로워 말고 편히 쉬거래이…” 박씨는 조사실 방 안에 진한 향내음과 함께 경남 양산 통도사 성전암 백우 주지스님 등의 염불과 목탁소리가 울려퍼지자 염주를 돌리며눈을 감은 채 고통 속에 숨져간 아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떨었다. 어머니 정차순씨(69)는 이날 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았다.아들이 고문을 당하다 숨져간 현장을 차마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위령제가 끝난 뒤에도 박씨는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듯 4평 남짓한 어두운 조사실의 낡은 테이블과 침대,욕조 등을 어루만지며 조사실 곳곳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박씨는 “종철이가 외롭게 떠난 자리에 직접 와보니 ‘종철이가 살아 있으면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하는 생각에 가슴이 저려왔다”면서 “여건이 허락한다면 매년 기일마다 이 곳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0여분 남짓 치러진 위령제가 끝나고 ‘고밀양춘삼박종철영가(故密陽春三朴鐘哲靈駕)’라고 씌어진 위패가 태워져 욕조 속으로 흩어지자 박씨는 다시 한번 영정 속의 아들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떨구었다. 조현석 사회팀기자 hyun68@
  • [씨줄날줄] 대공분실 위령제

    1987년 1월14일 오전 11시20분.서울 남영동 경찰청 대공분실 509호실에서 수사를 받던 한 청년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으로 수배중이던 선배를 숨겨주고 연계활동을 했다는혐의로 신림동 하숙집에서 잠자다 경찰에 연행된 뒤 4시간여 만이었다. 다음날 경찰은 청년의 죽음 사실을 짤막하게 발표했다.“조사 경찰관이 책상을 ‘탁’하고 쳤더니 ‘억’하고 죽었다.” 서울대생 박종철(朴鍾哲·언어학과3)씨가 죽음으로 세상에 알려지는순간이었다. 물고문으로 숨졌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4개월이 더 지난 다음이었다.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성명에 이은 일부 언론의 끈질긴 추적의 결과였다. 암울했던 군사정권 시절 박씨의 죽음은 엄청난 저항을 불러일으켰다.정통성 없는 5공 정권의 뿌리를 흔드는 신호탄이었다.당황한 전두환(全斗煥)정권은 ‘박종철열사 국민추도회’와 ‘고문추방 대행진’을봉쇄하는 데만 10만명에 가까운 전투경찰을 동원해야 했다. 당시 각종 집회의 열기는 지켜보는 이의 숨마저 가쁘게 할 만큼 후끈했다. 6·10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고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는 6·29선언으로 연결됐다.“종철아,잘 가거래이.아부지는 할 말이 없대이.” 아들의 뼛가루를 뿌리며 흐느끼던 아버지의 모습은 민주화운동의 뒤쪽에 서 있던 이들에게도 가슴 저미는 아픔을 안겼다. 박씨의 위령제가 바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다. 14주기를 이틀 앞둔 12일 아버지와 어머니·스님 등 3명이 참석해 박씨의 넋을 위로한다고 한다.‘인권수사의 교육장’으로 보존하고 있는 509호실을 유족들이 직접 둘러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고문 20여분 만에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물고문 욕조를 살펴보게되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세상 돌아가는 데 어둡던’ 말단 공무원이던 아버지는 아들을 잃은 뒤 민주화운동의 한가운데로 나왔다.지금은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아들을 떠올리며 민주화운동을 하다 의문사한 이들의 가족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민주화의 밀알이 되기 위해 목숨까지 기꺼이 바쳤던 유명·무명 인사들의 노력에 부끄럽지 않게 우리는 이 시대를가꿔 나가고 있는 것일까. 박씨의 14주기를 맞아 한번쯤 되돌아볼 일이다. 최태환 논설위원 yunjae@
  • 청담스님·함석헌선생·김재준목사 탄생100년

    올해 종교계엔 큰 족적을 남긴 거목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잇따를 전망이다.개신교계에선 함석헌·김재준 선생 100주년 추모행사를 대규모로 준비하고 있고 불교계는 청담스님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고있다. 천주교도 특정인 기념사업은 아니지만 신유박해(1801년) 200돌을 맞아 다채로운 순교자 추모행사를 계획중이다. [불교] 조계종은 불교 정화운동에 앞장섰던 청담 스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청담대종사’ 전집과 사상논집을 발간할 예정이다.청담스님이 주석했던 서울 도선사 청담문도회를 중심으로 추진중인 기념사업중엔 청담 스님 유묵 전시·출판,청담어린이집 신축,청담대종사 탑비제막도 들어있다.진각종은 2002년 종조인 손규상 대종사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올해 대규모 기념사업을 준비하기로 했다. [개신교] 월간 교양지 '씨알(아래아)의 소리'로 유명한 함석헌 선생과 민중신학의 대부인 김재준 목사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행사가 다채롭게 열린다. 사단법인 함석헌 기념사업회는 3월13일 함 선생 탄생일을 전후해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기념비를 건립하고 선생의삶을 조명하는 강연회를 열기로 했다. 또 지난 93년 출간된 ‘함석헌전집’을 보완,9권의 기념책자 발간도 추진중이다. 한편 김재준목사기념사업회와 모교인 한신대는 11월6일 김 목사의 탄생일을 전후해추모 학술강연회와 논문집 발간을 추진한다.사업회와 한신대는 또 한국인에 의한 신학교육을 처음 시작한 선생의 기념관도 건립할 계획이다. [천주교] 300여명의 순교자를 낸 신유박해(1801년) 200돌을 맞아 순교자 추모행사가 연중 계속된다.‘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가 주축이돼 2월2일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이달의 순교자 선정과 연구사업(2월∼2002년 1월)▲특별전시회(9월1일∼2002년 2월4일) ▲연간 기도운동 및 시복을 위한 기도운동(9월1일∼2002년2월4일) ▲신앙대회(9월)를 마련한다.특히 신유박해 관련 순교자중 시복(諡福:죽은 뒤 복자품에 올리는 일) 대상자를 선정,이들에 대한 정식 조사를 로마 교황청에 건의할 예정이다. 김성호기자 kimus@
  • 전운덕 천태종 총무원장 유임

    대한불교 천태종은 최근 충북 단양 구인사에서 임시종회를 열어 제12대 총무원장으로 전운덕(田雲德·) 현 총무원장의 유임을 인준했다. 천태종은 또 종회 의장 윤덕산(尹德山) 스님과 감사원장 주정산(朱正山) 스님도 재추대했다. 운덕 스님(61)은 66년 상월 조사를 은사로 득도했으며 81년 1월 제7대 총무원장에 취임한 이래 6대에 걸쳐 원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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