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예비주자에 듣는다] 한화갑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은 20일 대한매일과의 인터뷰에서 “어떠한 상황변화가 생기더라도 반드시 대권에도전할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권 포기설을 일축했다.
한 고문은 전에 비해 훨씬 강하고 분명한 어조로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혀 이미 ‘대권이냐,당권이냐’의 고민을 끝낸 것 같다는 느낌을 줬다.다만 대권 뿐 아니라 당권에도도전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인데,현 정권에서 비리가 끊이지 않는 현상을 어떻게 보나.
최근의 비리사건은 전 정권의 비리유형과는 차이가 있다.
전에는 권력 주변 인물이 연루됐지만,지금은 권력과 아무상관 없는 사업가와 공무원끼리 저지른 비리다.그동안 권력핵심에 대한 의혹은 많이 제기됐지만,한번도 사실로 밝혀진 적이 없다.
◆최근 서울 강남의 집값 급등현상과 같은 지역별·계층별 빈부격차 심화 문제는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집값이 오르는 것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경제행위는 경제법칙에 따라 해결해야지 무조건 처벌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근본 원인은 교육문제이므로,자녀가 어디가서 교육받든지문제가 없도록 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전당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대중 지지도가 별로 오르지 않는 것 같다. 일반 국민이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내가 그동안 국민을 상대로 한 정치를 한 적이 없어서다.
앞으로 TV토론 등을 통해 많이 알려지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나를 잘 알고 있는 우리 당원들 사이에서는 내 지지도가 높지 않은가.
◆일각에서는 한 고문이 결국 대권 도전을 포기하고 당권도전으로 선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데. 왜 자꾸 그런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나는 대권에 도전한다.
◆확실히 대권에 도전한다고 믿으면 되나. 분명히 그 길을 갈 것이다.
◆앞으로 어떤 상황변화가 생겨도 지금 한 말씀엔 변함이없는 것인가. 그렇다.
◆당권에도 도전하나. 그 얘기는 아직 할 때가 아니다.
◆대권과 당권에 모두 출마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는데. 성급하다.때가 되면 다 알게 된다.
◆항간에는 한 고문이 대권 대신 당권에 도전하는 식으로이인제(李仁濟)고문과의 연대설이 나오는데. 생각해 본 적 없다.
◆경선 승리를 위해선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과의 화해가 절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에 같이 일했던 진영이 이제 단합된 모습을 보일 때가 됐다.화합과 단결을 위해 나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권 전 고문을 찾아가 만날 계획은. 아직 모르겠다.정치상황을 보고 나서….
◆지난해 “나는 더이상 동교동계가 아니다.”라고 말한적이 있는데. 그런 얘기 한번도 해본 적 없다.나는 단지내가 김대중 대통령을 계승하겠다는 데 대해 의견차이가있다면 각자 생각대로 하자는 것이었다.
◆당내 경선과정에서 동교동계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대통령의 뜻에 따라 중립을 지켜야 한다.그러면서도 우리 자체내의 정치력이 김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연장될 수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한 고문이 김 대통령과 고향이 같다는 이유로,당선 가능성에 회의를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다 같은 대한민국 사람이다.미국의 부시가(家)는 한 집안에서 대통령을 2명이나 배출했다.
◆세간에는 앞날을 잘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진 현불사 설송 스님의 말(한 고문이 차기 대통령 감이란 취지)을 듣고 대권 도전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는 소문도 있는데. 내 일은 내가 결정한다.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의)비서 출신으로,행정경험이 거의 없어대통령 후보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YS(金泳三 전 대통령)도 비서 출신이고,고이즈미 일본 총리도후쿠다 총리의 수행비서였다.대통령은 판단력이 중요하다.
실천은 밑에서 하는 것이다.
◆병역미필 경위를 해명해 달라. 서울대학교 졸업 후 ‘새물결’이란 잡지를 지용택씨와 같이 발행키로 했는데,지씨가 진보당 사건에 연루된 사상범이란 것을 뒤늦게 알았다.
이 때문에 나까지 요시찰 인물이 됐고,병역문제가 ‘스톱’됐다.
74년 중앙정보부에 잡혀갔을 때 내가 군대 안간 게 확인됐고,나중에 고향 본적지로 입영영장이 나왔다고 한다.그런데 나는 그때 집에 일체 연락을 끊고 다니던 상황이라영장 전달을 못받았다.하지만 법적인 문제가 있었다면,서슬퍼런 군사정권이 나를 가만히 놔뒀겠나.
◆대한민국 남자로서 나이가 찼는데 영장이 안나오면 경위를 알아보는 게 상식 아닌가. 당시 나는 김대중이란 분을대통령 만드는 게 일생의 과업이었고,온통 그 생각밖에는없었다.그리고 나는 그후 민주화투쟁을 하다가 감옥도 3번이나 갔는데,국민이 이 점을 대신 감안해줄 것으로 믿는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선에서 후보들이 엄청난 돈을 뿌릴것으로 우려하는데. 돈이 있어야 쓰지….돈을 못쓰게 하려고 국민경선제를 도입한 것 아닌가.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하면,4월에 뽑힌 대선후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나. 지금은 그런 얘기 할 때가아니다.당이 힘을 한 데 모아야 한다.
◆한광옥(韓光玉) 대표가 경선에 출마하려면 대표직을 미리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민주정당에서 리더십을 갖고 있는 사람의 프리미엄은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김상연기자 carlos@
■다른 주자들이 보는 한화갑.
“당내 기반은 탄탄하지만 대중적 지지도가 낮다.” 한화갑 고문의 장·단점에 대해 다른 대선주자들은 하나같이 ‘장점이 곧 단점이고 단점이 곧 장점’이라는 식의평가를 내놨다.
김대중(金大中·DJ)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것으로 각인돼 있는 게 장점이라면 정치적 안목이 DJ의 철학 속에 갇혀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단점이다.당내 지지도에서는 선두권이지만 대중 지지도에서는 하위권이란 지적도 마찬가지다.
한 고문으로서는 그동안 차곡차곡 쌓인 캐릭터가 어느덧자신만의 독특한 ‘정치적 자산’이 됐지만 그것이 또 고스란히 만만치 않은 ‘정치적 부채’가 되고 있는 셈이다.
‘영남 후보론’을 주장하고 있는 김중권(金重權) 고문측은 “오랜 민주화투쟁으로 개혁이미지가 강하고,DJ의 정치적 적자(嫡子)란 점이 한 고문의 장점이지만 호남 출신으로 지역적 열세에 있는 점은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한 고문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는 노무현(盧武鉉) 고문측은 “부드럽고 합리적이며 친화력이 있다.”고 칭찬했다.반면 단점으로는 “대중의 지지도가 낮다.”고 짧게 평했다.
한 고문의 대권 포기를 전제로 연대를 기대하고 있는 이인제(李仁濟) 고문측은 “친화력과 DJ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 사고 싶다.”면서도 “한 고문이 당권과 대권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은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요인”이라고지적했다.특히 “너무 의도적으로 DJ를 흉내내려는 것 같아 거부감을 준다.”고 덧붙였다.
정동영(鄭東泳) 고문측은 “당 대의원들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지만 비서출신으로서 대중 지지도는 열세에 있다.
”고 말했다.김근태(金槿泰) 고문측은 “친화력이 좋고 DJ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면서도 “정치적 시야가 DJ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홍원상기자 ws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