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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용준 “농부 되고 싶다” 엉뚱대답 눈길

    배용준 “농부 되고 싶다” 엉뚱대답 눈길

    작가로 변신한 배우 배용준이 “농부가 되고 싶다.”는 엉뚱한 언행으로 눈길을 끌었다. 22일 오후 서울 용산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는 배용준이 집필한 사진여행에세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이하 ‘한아여’)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한아여’는 배용준인 지난 1년간 대한민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체험한 문화를 사진과 글로 엮은 책. 이날 행사에서 배용준은 책을 집필하는데 도움을 준 장인들을 소개하고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배용준은 “장인들께 배운 것은 명예와 돈 보다는 진실 됨과 정성을 다하는 마음가짐이란 것이다. 그런 귀중한 교훈을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디자이너 이상봉,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도예가 천한봉, 청매실농원의 홍쌍리, 국립중앙박물관장 최광식, 전통술 연구가 박록담, 차문화 연구가 박동춘, 칠예가 전용복, 건축가 이상해, 천연염색가 안화자, 명창 윤진철, 길상사 정림스님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으며 입을 모아 배용준의 열정을 칭찬했다. 한편 배용준은 여러가지 체험 중 꼭 다시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느냐는 질문에 “농부가 되고 싶다.”는 특이한 대답으로 주변을 웃게 만들었다. 배용준은 “땅을 밟고 싶고 흙을 만지고 싶다. 내 손으로 가꾼 건강한 음식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문화를 공부하는 초보자로서 배용준의 서툴지만 진지한 여행의 기록을 담은 문화체험기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은 23일 발간된다. 서울신문NTN 우혜영 기자 woo@seoulntn.com / 사진=현성준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도시와 산] (25) 전남 장성 백암산

    [도시와 산] (25) 전남 장성 백암산

    운문일영무인지(雲門日永無人之·운문의 해는 긴데 찾아오는 이 없고)/유유잔춘반낙화(猶有殘春半花·아직 남은 봄에 꽃은 반쯤 떨어졌네)/일비백학천년적(一飛白鶴千年寂·백학이 한번 나니 천년 동안 고요하고)/ 세세송풍송자하(細細松風送紫霞·솔솔부는 솔바람이 붉은 노을을 보내는구나). 전남 장성군 북하면 백양사 진입로에 들어서면 조그만 안내판에 조계종 5대 종정을 역임한 서옹(1912~2003년) 스님이 남긴 시구를 만날 수 있다. 이 사찰의 방장으로 지내다 2003년 12월13일 입적하기 며칠 전 지은 열반송(涅槃頌)이다. 고려 말~조선조엔 이색, 정몽주, 김인후, 송순 등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이 백암의 절경을 노래하기도 했다. 백암산은 깎아지른 듯한 병풍바위로 백양사를 품에 감싸고 있다. 해발 741.2m의 상왕봉을 정점으로 전남 장성군 북하면과 전북 순창군 복흥면, 정읍시 입암면에 걸쳐 있다. 봄·여름은 안개 낀 골짜기와 원시림을 선사하고, 가을은 곱디고운 단풍으로 물든다. 겨울과 이른 봄엔 고로쇠 물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매년 단풍철엔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진입로가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이다. 북동쪽과 맞닿은 내장산, 북서쪽의 입암산과 더불어 ‘내장산국립공원’이라 불린다. 단풍의 유명세는 내장산에 밀리지만, 정작 산악인들은 백암산을 ‘으뜸’으로 친다. 산세와 풍광이 빼어나 예부터 사찰이 많고 골마다 천년 역사가 살아있다. 장성문화원 김진노(46) 사무국장은 “천년 고찰 백양사는 장성군의 얼굴이나 다름없다.”며 “사찰에 얽인 설화나 전설 등을 관광문화 콘텐츠로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학이 날개를 편 백학봉 산 이름은 중턱에 자리한 백학봉(白鶴峯·651m)에서 유래했다. 학이 날개를 편 모양의 하얀 바위가 가파르게 솟아 있다. 늦은 오후 석양이 바위를 비추면 거대한 거울 병풍이 백양사 골짜기를 비추는 형상이다. 밑자락에 고불총림 백양사가 자리하고 있다. 많은 스님이 수행 정진하는 절이란 뜻의 총림이 붙을 정도로 법력이 높은 곳이다. 백양사는 백제 무왕 33년(632년)에 여환선사가 세웠다. 그때 이름은 산 이름과 똑같은 백암사(白巖寺)였다. 조선 선조 때(1574년) 백양사로 고쳤다. 환양선사가 백련암에서 7일간 백연경을 설법하는데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렸으며, 이 가운데 흰 양이 한마리 섞여 있었다. 법회가 끝나는 날 밤 스님의 꿈에 흰 양이 나타나 “저는 본래 이 산에 사는 양인데 큰 스님의 설법을 듣고 사람으로 환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날 영천굴 아래서 죽어 있는 흰 양을 나무꾼이 발견해 화장해 주었다. 그 이후로 백양사란 이름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백양사 이외에도 서옹 등 큰스님들이 주로 머물던 운문암, 동학혁명 당시 전봉준이 관군에게 붙잡히기 전 3일간 머물렀던 청류암, 천연 동굴로 이뤄진 영천암, 약사암, 비구니승의 도량인 천진암 등 수많은 암자가 흩어져 있다. ●빼어난 풍광·희귀 동식물의 보고(寶庫) 백암산은 빼어난 경관 못지않게 생태계의 보고로 통한다. 백암사무소~백양사에 이르는 1.5㎞ 남짓한 숲길은 가히 비할 데가 없다. 단풍철이면 더욱 그렇다. 하늘이 쳐다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아기단풍과 수령 700년 된 갈참나무, 노송, 비자나무 등은 신비감을 자아낸다. 절문앞 쌍계루와 연못은 백학봉과 어울려 ‘대한 8경’으로 꼽힌다. 숲길 여기저기엔 개화철을 맞은 상사화가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스님과 처녀의 ‘이룰 수 없는 사랑’ 전설을 담은 슬픈 꽃이다. 이영숙(28·여·광주 남구 봉선동)씨는 “단풍나무 길을 걸으면 내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며 “집에서 차량으로 40분쯤 거리여서 맘 내킬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백암산과 내장산 일대엔 1653종의 동물이 분포한다. 하늘다람쥐, 사향노루, 수달, 담비, 까막딱따구리 등 80여종의 포유류와 조류가 있다. 이에 따라 각종 동식물을 탐방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김모(13·광주 서초등학교 6년)군은 “사슴벌레 등 희귀한 곤충류 등을 직접 관찰하기 위해 엄마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희귀 식물도 지천이다. 절 뒤쪽의 비자나무 군락은 천연기념물 제153호이다. 이곳이 우리나라 비자나무의 북방한계선이다. 사자봉 동쪽의 운문암 주변에는 아열대성 상록활엽수인 굴거리나무 숲(천연기념물 제91호)이 자리한다. ●산행코스는 순탄 산세에 비해 등산로는 순탄한 편이다. 백양사~약사암~영천굴~백학봉~상왕봉~사자봉~가인마을에 이르는 8.5㎞ 구간을 많이 이용한다. 영천굴~백학봉은 급경사이지만 백학봉~정상 능선은 경사가 완만하다. 정상(상왕봉)~순창새재~소죽엄재~까치봉~ 신선봉~내장사에 이르는 횡단코스는 8시간 정도 걸린다. 어느 지점에서 출발하더라도 등산 거리는 10㎞ 안팎으로 당일 산행이 가능하다. 장성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장성주민들 백암산 이름 되찾기운동 전남 장성군은 몇년 전부터 ‘잃어버린 백암산 이름 되찾기’에 나서고 있으나 전북의 반발을 잠재우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2년 전 전북 정읍시와 명칭 개정 문제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기도 했으나 지금껏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이 문제는 정부가 지난 1971년 내장산·백암산 등을 한데 묶어 ‘내장산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내장산국립공원의 총 면적 81.715㎢ 중 백암산이 차지하는 공간은 42%인 34.211㎢이다. 나머지 38.045㎢와 9.459㎢는 각각 정읍시와 순창군에 속해 있다. 장성 주민들은 1970년 후반 지역 유림들을 중심으로 공원명칭 개정안을 국회와 건설부(국토해양부 전신) 등에 제출하는 등 백암산 이름 되찾기에 강한 의지를 표시해 왔다. 2007년 9~12월 주민 3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와 환경부 등에 제출한 뒤 국립공원 명칭을 ‘내장산·백암산 국립공원’으로 고쳐줄 것을 요구했다. 백양사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산문폐쇄’와 사찰소유지 국립공원 해지를 위한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한때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사찰 측은 백암산이란 지명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고문헌 등에서 수백년간 사용돼온 만큼 하루빨리 이름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전남·전북도의 광역단체장 협의가 이뤄지면 현행 ‘자연공원법’을 변경해 이름을 고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 간 첨예한 대립으로 협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성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명배우 명무대] 강부자

    [명배우 명무대] 강부자

    2009년 설날 즈음에 있었던 초연 당시 폐막 3주 전에 이미 전석이 매진되어 일주일 간 공연기간을 연장했던 〈친정엄마와 2박 3일>(고혜정 원작/각색, 구태환 연출)이 3개월 간의 지방 순회공연 이후 다시금 같은 극장(동국대 이해랑극장)에서 재공연에 들어갔다. 이 역시 7월 4일부터 8월 30일까지의 대장정이다. 이와 같은 흥행 성적은 단연 강부자라는 배우에 힘입은 바 크다. 1962년 KBS 탤런트 제2기로 연기 인생을 시작한 강 배우는 데뷔 첫 작품부터 21세의 나이에 중년의 ‘중매쟁이’역을 맡았고, 명동국립극장 무대에서도 역시 그 비슷한 역이었다. 심지어 TBC 개국 드라마 <로맨스 가족>에서는 작고한 김동원 선생이 아들, 도금봉 선생이 손녀딸이었을 정도이다. 요즈음 특히 TV드라마를 이야기하는 중에 ‘전문배우’라는 이상스러운 호칭이 유행어처럼 떠도는 모양인데, 그런 의미에서라면 강 배우는 단연 아줌마를 비롯해 온갖 나이 든 여성 역할 전문배우인 셈이다. 나는 이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칫 연기자들의 개성을 짐짓 무시하게 만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와 같은 호칭으로 불리는 사람들 중에는 더러 천편일률적인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는 불륜전문배우도 있다던가? 그러나 적어도 무대 위에서 본 강 배우의 경우를 그렇게 도매금으로 넘긴다면, 실로 크나큰 결례가 아닐 수 없다. <친정엄마와 2박 3일>에서 친정엄마는 자녀들을 모두 서울로 떠나보내고 남편도 없는 시골집을 혼자 지켜낸다. 후에 외동딸이 하소연하고 싶을 때 찾아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그 사연이 밝혀진다. 그러던 어느 날 외동딸이 불현듯 찾아온다. 유난히 똑똑해서 모진 살림 형편에도 명문대학까지 공부시킨 보람이 있어 유명회사에 취직했고, 잘나가는 남편도 얻었으나, 무지렁이 출신이라고 유난히 유세가 심한 시어머니로 인해 마음고생이 심한 딸이 불쑥 나타나니 엄마는 반가우면서도 겁부터 난다. 2박 3일 동안 함께 지내면서 드디어 그 딸이 간암 말기로 회복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친정엄마는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진다. 딸과 함께 찍은 둘만의 사진이 그야말로 영정사진이 될 줄이야. <심판> <고곤의 선물> 등으로 꾸준하게 짜임새 있는 연출 솜씨를 보이고 있는 구태환의 연출은 이 평범한 이야기에서 감동과 재미를 뽑아내기 위해 기본적으로 사실주의적인 연출 기법에 다소간 이질적인 요소들의 삽입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대의 경우, 특히 집 주변 나무들처럼 생략적인 것이라든지, 주 출입구가 사립문인 것에 비해 소슬대문 형의 대문은 그냥 모양으로 남아 있는 것이라든지, 주 무대인 방과 부엌을 분리시켜 배치한 것 등은 사실주의적 기조에서 벗어났을 뿐더러 별로 기능적이지도 못해 보였다. 그러나 자칫 침울해지기 쉬운 분위기를 바꿔놓기 위해 삽입된 각설이 장면 등은 다분히 이윤택적인 발상 같아 보이지만, 기능적이었다. 연출의 노력으로 많이 가려지긴 했지만, 자칫 뻔한 이야기로 지루해질 약점을 지닌 원작과 각색은, 다시 한 번 말하거니와, 강부자의 연기력으로 상당 부분 가려졌다. 물론 이에는 딸 역의 전미선과 아버지 역의 정상철 등의 호연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부자가 없는 이 연극은 상상하기 힘들다. 배운 것 없기에 자식들에 대한 사랑은 더욱 절실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의 기꺼움이나 받아들여졌을 때의 기꺼움이 배가되는 그 감정 기복을 그처럼 절묘하게 표현해 낼 배우를 떠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각설이와 어울려 슬쩍 곁들이는 곰배탈이 연기에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지러진다. 그러나 이 연극은 마지막 대사가 보여주듯 비극적이다. “내 새끼, 보고 싶은 내 새끼. 너한테는 참말 미안허지만 나는 니가 내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다. 니가 허락만 헌다믄 나는 계속 계속 너를 내 딸로 낳고 싶다.” 이 마지막 장면이 마치 눈물을 강요하듯이 다소간 길어진 것은 그의 연기력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겠지만, 절제가 아쉽게 느껴진다. 그 점에서 나로서는 강부자의 모노드라마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공연은 1994년에 동인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박완서의 동명소설을 그대로 무대화한 것이다. 7년 전에 목숨을 잃은 아들로 인한 통한의 심정을 어머니가 동서에게 전화로 호소하는 형식은 모노드라마로 전환되기에 알맞다. 시위 도중 쇠파이프로 맞아 죽은 아들의 어머니가 민가협의 일원이 되어 의식화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1980년대의 사태를 무리 없이 반영했다는 점에서도 높이 평가를 받았거니와, 백치 아들을 간병하면서 ‘웬수’를 되뇌이는 한 어머니를 보면서 비록 식물인간일 망정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생명의 실체가 부러워 통곡하는 마지막 대목은 이길 수 없는 슬픔을 이기기 위해 기를 쓰고 스스로 민주투사가 된 장한 어머니의 모습조차 거짓임을 드러냄으로써 뜨거운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 모든 것을 생생하게 살려낸 강부자의 연기는 오래오래 기억될 만하다. 강부자는 13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최우수 연기상(1977), KBS 연기대상 대상(1966), KBS 연기대상 공로상(1999) 수상이 말해주듯이 주로 TV 드라마를 통해 잘 알려진 연기자이지만, 그가 쌓은 내공의 실상은 무대에서 더욱 빛난다. 그것은 특히 이윤택이 쓰고 연출한 <오구>에서 넉넉히 입증되었다. 이 작품은 1989년 서울연극제에서 <잘 가세요>(이윤택 작, 채윤일 연출)라는 제목으로 첫선을 보였지만, 그 이듬해부터 이윤택이 직접 연출을 맡아 무대에 올려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왔다. 원래 남미정이 맡았던 노모 역을 1997년부터 강부자가 맡으면서 더욱 빛을 발하였다. 무대는 한적한 시골 마을의 한가로운 오후, 어느 날 꿈속에서 염라대왕과 남편을 만나면서 죽음을 예감한 떡장수 노모가 저승 갈 준비를 해야겠다면서 자식들에게 산 오구굿을 해달라고 조른다. 오구굿이란 죽은 사람이 생전에 이루지 못한 소원이나 원한을 풀어주고 극락왕생을 바라는 무속의식이다. 소원대로 오구굿이 신명나게 펼쳐지는 중에 같이 흥을 내던 노모가 갑자기 세상을 떠 굿판은 초상집이 된다. 그러나 한국의 초상집은 또 하나의 굿판이다. 떠들썩하게 초상이 치러지는 중에 저승사자들이 내려와 산 자와 인사하고 촌지를 받는가 하면, 자식들 간에 유산상속 싸움이 벌어지는 중에 노모가 되살아나 자식들을 꾸짖어 이승의 문제를 해결하고 난 후 남편의 손을 잡고 저승사자들과 함께 먼 길을 떠난다. 이처럼 떠들썩한 굿판에서 이윤택과 오랫동안 함께 해온 배우들, 더군다나 무형문화재 제68호 밀양백중놀이의 예능보유자인 하용부(박수무당 석출 역)의 익숙한 춤사위와 노랫가락에 못지않게 강부자의 익숙한 연기가 흥을 돋운다. 논산 출신으로 강경여고 시절에 이미 노래와 연극에 끼를 보이면서 한때 가수를 지망했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1998년 국인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을 이수하기도 했지만, 배우가 천직임을 깨닫는 소득 이외에는 여기에서 얻은 바는 별로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넓은 의미에서의 사회적 관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웰컴 투 코리아 시민협의회 공연단’ 단장을 비롯한 봉사활동은 한국 해비타트의 사랑의 집짓기 건축기금 마련을 위한 모금 패션쇼로까지 이어진다. 그 패션쇼에는 KBS동기생인 남편(이묵원)이 함께 출연해서 화제였다. 그와 함께한 드라마에서 모자로 출연하기도 한 에피소드도 있는데, 그 때문인지 연상의 남편을 서슴치 않고 ‘연하’라고 부르기도 한다. <친정엄마와 2박 3일>에서 딸이 엄마에게 해주고 싶은 일들을 나열하는 중에 ‘성경 읽어주기’라는 대목이 있지만, 강부자는 소문난 불자이다. 법정 스님을 회주로 모신 길상사가 개최한 석가탄신 기념 산사음악회에서 열창을 아끼지 않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글_ 김문환 서울대교수, 연극평론가
  • 김시습의 ‘십현담요해’ 언해본 해인사 성철스님 서고서 발견돼

    김시습의 ‘십현담요해’ 언해본 해인사 성철스님 서고서 발견돼

    매월당 김시습(1435~93)은 세조의 왕위 찬탈 이후 책을 태워버리고 방랑하며 스님 행세를 했다. 교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그가 당시 쓴 대표적인 불교 서적 중 하나가 ‘십현담요해(十玄談要解)’. 당나라 동안상찰(同安常察, ?~961) 선사의 게송을 담은 ‘십현담’에 매월당이 직접 주석을 붙인 한문서적이다. ●문화재 목록에 없는 희귀본 자료 그 ‘십현담요해’의 언해본, 즉 한글 번역본이 경남 합천 해인사 백련암에 위치한 성철(1912~93) 스님의 장경각 서고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성철 스님의 상좌였던 백련암 원택 스님은 15일 서울 조계종 총무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4월 성철 스님의 장경각 서고를 정리하던 중 이 책을 발견했다.”면서 “기존 문화재 목록이나 국립도서관 서지목록에도 없는 희귀본 자료로 보인다.”고 밝혔다. 스님에 따르면 이 책은 장경각 서고를 대대적으로 정리했던 지난 4월 오랜 만에 햇빛을 봤다. 성철 스님은 평소 제자들에게 “책 보지 마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당신은 때에 맞춰 폭서(曝書·책을 볕에 말리는 것)를 할 정도로 책을 가까이 했다. 이번 서고에서 나온 책만도 1만권에 달하는데, 스님은 일일이 읽은 책의 리스트까지 작성해 놓았다고 한다. ●4월에 정리하다 햇빛… 전문가 자문받아 하지만 스님의 입적 이후 서고 관리는 자연스럽게 ‘보존’쪽으로 방향이 맞춰졌다. 그러다가 올해 초 원택 스님이 서책 관리를 위해 장경각의 책을 모두 꺼내 정리했다. 스님은 이 중 일부를 모아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았고, 그 결과 이 책이 지금껏 전해지지 않은 희귀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번에 발견된 언해본은 1548년(명종 2년) 강화도 정수사에서 판각된 것으로 매월당의 한문본 출간(1475년·성종6년) 이후 73년이 지난 뒤 나왔다. 현재 언해의 주체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 하지만 국가적인 불경 언해 사업을 폈던 ‘간경도감’(刊經都監)이 사라진 직후인 16세기에 개 사찰 차원에서 제작한 언해본이라 그 희소가치가 높다. 특히 이 책은 지금은 쓰이지 않는 반치음(ㅿ)과 꼭지이응(ㆁ)도 사용하고 있어 16세기 중반 국어학 및 서지학 연구자료로서의 가치도 크다. 성철 스님의 서고에서는 ‘십현담언해본’ 외에 각수(刻手)의 이름이 새겨진 간경도감판 ‘법화경’ 등 여러 고서가 함께 발견됐다. 원택 스님은 “이 고서들은 현재 서지학자 등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검토결과에 따라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영인본을 제작해 연구자료로 활용토록 할 것”이라고 했다. ●서고서 성철스님 책 만권도 나와 한편 ‘십현담’은 성철 스님이 처음 대중 법문을 했던 1965년 경북 문경 김룡사 법문에서 인용했던 책으로 알려졌다. 이에 원택 스님은 “성철 스님의 ‘책 보지 마라.’는 말씀은 수행 중인 수좌들에게 하신 격려의 말이지 일반 대중들까지 책을 멀리 하라는 말이 아니었다.”면서 “당신은 열심히 책을 보셨기에 100일 법문 등도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견된 자료는 새달 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리는 성철 스님 추모학술대회에서 연구발표와 함께 그 가치를 논의할 전망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삼국유사 골든벨 도전하세요”

    ‘도전! 삼국유사 골든벨’ 고교생들이 700여년전 일연 스님이 편찬한 삼국유사 골든벨 도전에 나선다. 경북 군위 인각사(주지 도권 스님)와 삼국유사 사업추진위원회는 오는 19일 군위읍 삼국유사교육문화회관에서 대구·경북지역 고교생을 대상으로 ‘삼국유사 골든벨 대회’를 연다고 15일 밝혔다. 지난 2001년부터 삼국유사 문화축전을 개최하고 있는 인각사가 삼국유사 골든벨 행사를 갖기는 처음이다. 대회 참가 신청(㈜열린공간 홈페이지 www.contentsOK.com)은 16일 오후 6시까지며 신청자는 해당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참가비는 없다. 예선 및 본선으로 나눠 치러질 대회의 문제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현암사) ▲일연을 묻는다(현암사) ▲청소년을 위한 삼국유사(두리 미디어) ▲길 위의 삼국유사(미래 M&B) 등 관련 권장도서 4권에서 출제된다. 예선에서 50문항의 필기시험으로 50명을 가린다. 본선은 주관식 단답형 문제가 출제된다. 난이도는 삼국유사 관련 권장도서 1권 정도만 정독하면 예·본선 문제를 풀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골든벨 및 수상자 9명에게는 경북도지사상과 경북도교육감상, 군위군수상, 군위군교육청장상, 인각사 주지상 등과 경품이 수여된다. 정호완 삼국유사사업추진위원회 대표 위원은 “이번 대회는 우리 민족의 위대한 역사서인 삼국유사에 전해 오는 소중한 인물과 예술, 역사의 가치를 청소년에게 일깨워 주기 위해 마련했다.”면서 “에듀테인먼트적 요소를 강조한 진행을 통해 흥미진진한 퀴즈 대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054)380-3964. 군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매니큐어 화가’ 정산스님 두번째 개인전

    ‘매니큐어 화가’ 정산스님 두번째 개인전

    ‘불상과 매니큐어’, 절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소재를 접목한 그림전이 열린다. ‘매니큐어 화가’로 유명한 정산(62) 스님은 23~29일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두 번째 개인전 ‘관조+명상’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본 법륭사의 구세관음상(救世觀音像)을 주요 모티프로 부처의 모습과 우주공간을 표현하고자 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신비로운 미소를 머금은 관음상을 소재로 한 회화작품과 설치작품이 전시관을 메워 불교식 명상의 신비와 무욕과 관조에 바탕한 불성에 대해 전한다. 매니큐어의 섬세하고 강렬한 색채로 성냥갑에 그려낸 작은 그림들도 색다른 멋이 있다. 서울 인사동에서 한식집 ‘산촌’을 운영하며 불교계 손맛으로 유명한 정산 스님은 우연히 알게 된 매니큐어의 색감에 매료된 후부터 매니큐어를 재료로 불심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지난 2007년 열린 첫 번째 개인전은 매니큐어로 그린 꽃을 주제로 만다라를 표현했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학술·종교플러스]

    ●조계종 17일부터 ‘마음수행학교’ 대한불교조계종 서울 백운암 상도선원은 17일부터 ‘제4회 마음수행학교’를 연다. 매주 목요일 오후 7시30분 열리는 이 강좌에는 상도선원 선원장 미산(중앙승가대 교수) 스님이 지도법사로 나와 마음수행법과 불교진리에 대한 강의한다. 수계식과 사찰체험이 포함돼 있다. 수강료 10만원. (02)815-3391. ●일본학 대중학술지 ‘일본비평’ 창간 서울대 일본연구소(소장 한영혜)는 일본학 대중 학술지 ‘일본비평’을 창간했다. 국내의 일본 연구를 활성화하고, 그 성과를 대중적으로 공유하겠다는 취지로 태어난 ‘일본비평’은 윤상인 한양대 교수를 초대 편집장으로 초빙하고, 1년에 2회 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양사학회 18~19일 학술대회 열어 한국서양사학회(회장 이영석)는 18~19일 한양대 백남학술정보관에서 ‘서양역사 속의 몸과 생명정치’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주명철 한국교원대 교수가 ‘몸의 역사, 생명정치의 역사’에 대해 기조발제를 하고, 고원 경희대 교수, 오경환 성신여대 교수 등이 주제발표를 한다.
  • [지방시대]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의 지역문화 인식/임재해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

    지방자치단체들은 저마다 자기 지역을 홍보하기 위하여 일정한 구호를 표방한다. ‘하이 서울’은 뭔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가벼워서 격이 떨어진다. ‘컬러풀 대구’는 선정적일 뿐 알맹이가 없고, ‘다이내믹 부산’은 목표의식이 불분명하다. 모두 영어인 것도 세종의 한글창제 뜻을 거스르고 있다. 부제를 덧붙여서 서울은 ‘세계 일류도시’, 대구는 ‘희망의 도시’, 부산은 ‘미래도시’를 내걸었다. 일류, 희망, 미래는 한결같이 상투적이고 진부한 구호다. 더 큰 문제는 도시의 구체적 실상이나 문화적 정체성과 전혀 맞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 일류도시 하면 서울이 떠오르는가. 희망의 도시가 대구라 생각되는가. 미래의 도시는 부산이 맞는가. 도시의 실상과 관계없는 빈말일 뿐이다. 이와 달리, 아름다운 우리말로 자기 고장의 자연과 문화의 실상을 개성 있게 드러낸 자치단체도 적지 않다. 강릉시의 ‘솔향 강릉’, 구례군의 ‘자연으로 가는 길’, 고흥군의 ‘지붕 없는 미술관’,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 등이 좋은 보기이다. 세계 최고나 세계 일류, 무슨 수도(首都)와 같이 과장된 겉치레를 지양하며, 소박한 우리말로 자기 고장의 개성을 정직하고 알뜰하게 나타냈다. 그 속에 자기 고장의 정확한 이해와 독창적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 가운데도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가 단연 으뜸이다. 한마디로 삼국유사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소중하게 여기는 군위의 지역의식이 놀랍다. 일연 선사가 삼국유사를 집필한 인각사가 군위에 있어 군위는 삼국유사를 생산한 산실로서 삼국유사의 고장으로 표방할 만하다. 나는 삼국유사가 없었으면 고조선도 없다고 보기 때문에 삼국유사를 민족사의 가장 소중한 고전이라고 여기며, 우리 시대의 삼국유사를 남기려고 애쓴다. 군위는 인각사에 상인 스님이 부임한 이래 일연학연구원을 꾸리고 삼국유사 축제와 학술대회, 발굴작업, 복원사업 등을 꾸준히 해 왔다. 최근 정호완 교수를 중심으로 ‘삼국유사 가온누리’ 연구를 수행해 경북도의 3대문화권 조성사업 최우수상을 받고 정부의 관련 정책 기본계획 사업에도 포함되었다. 군위군청도 직제를 개편해 삼국유사 담당 직원을 새로 두었으며 학술·종교·문화·언론 등 각계 전문가들로 삼국유사 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삼국유사박물관을 비롯하여 신화체험마을, 향가문예마을, 민속문화체험마을, 삼국유사 이야기학교, 삼국유사학회, 삼국유사연구원 설립 등 그 추진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갓 겉치레에 그치지 않고 실속 있는 구상이 뒷받침되고 있다. 인구 2만 5000명의 군위가 삼국유사를 근거로 민족문화의 중심지를 넘어서 세계를 겨냥한 문화콘텐츠 개발을 꿈꾸는 데에는 그만한 연구와 오랜 노력이 뒤따른 결과이다.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처럼 구호는 소박하되 내용은 알차야 한다. 한갓 눈가림으로 자기 지역 자랑을 과대포장하는 거창한 구호는 구두선일 뿐이다. 우선 눈에 띄는 볼거리 사업의 전시행정에 치중하느라, 자기 고장의 진정한 문화 정체성을 찾아내고 장기적으로 연구하는 실천활동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자기 지역에 문화적 보배가 있는 줄 모르고 바깥세상만 넘겨본다. 그러므로 나는 문화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우물 안을 잘 아는 개구리’가 되자고 주장한다. 우물 안을 잘 알아야 바깥 세계도 잘 알 수 있다. 군위는 우물 안인 자기 지역문화를 제대로 포착했다. 우물 바깥을 아무리 잘 알아도 자기가 사는 우물 안을 알지 못하면 결국 자기 세계를 잃어버리는 격이다. 임재해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
  • 경찰 인권위원 16명 인선 1년 3개월만에 활동 재개

    지난해 촛불집회 이후 활동이 중단됐던 경찰청 인권위원회가 1년 3개월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경찰청은 13일 김동건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3대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 16명의 인선 작업을 마치고 16일 위촉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와 이상원 서울대 법대 교수, 김동국 법무법인 로텍 변호사, 김석용 바이란트 치과 원장, 원영만 경국사 주지스님, 금경연 온누리교회 부목사, 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김용태 신부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이 우편향적인 데다 인권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인권 관련연구나 활동경력이 전혀 없는 인사들이 대부분”이라면서 “경찰청에 쓴소리를 할 수 없는 무색무취한 인사들로 구성됐는데 어떻게 내부 비판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각계의 추천을 받아 인선한 것”이라고 밝혔다.박건형 오달란기자 kitsch@seoul.co.kr
  • [씨줄날줄]無說說/김종면 논설위원

    불가에 삼처전심(三處傳心)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석가가 세 곳에서 수제자 가섭존자에게 마음을 전했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불교 선종의 근본 종지(宗旨)가 삼처전심 곧 다자탑전분반좌(多子塔前分半座), 영산회상거염화(靈山會上擧拈花), 사라쌍수곽시쌍부(沙雙樹槨示雙趺)에 담겼다. 다자탑전분반좌는 석가가 중인도 비사리성 다자탑 앞에서 설법할 때 누더기를 걸치고 뒤늦게 온 가섭을 사람들이 얕보았지만 석가는 오히려 자기 자리를 반으로 나눠 앉게 했다는 이야기다. 석가가 영취산에서 설법할 때 연꽃을 들어 보이자 가섭만이 그 참뜻을 알고 미소 지었다는 염화미소는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사자성어가 됐다. 선종에서 교외별전(敎外別傳)의 근거로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게 사라쌍수곽시쌍부. 사라쌍수 아래서 열반에 든 석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가섭이 통곡하며 관 주위를 세 번 돌고 세 번 절하자 석가가 관 밖으로 두 발을 내밀어 보였다는 것이다. 마음과 마음이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되는 이심전심의 최고 경지, 그것이 바로 삼처전심이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엊그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무설설(無說說)이라는 말씀을 받았다. 말이 없는 가운데 말이 있다는 것이니 이심전심으로 통한다는 뜻이다. 지관 스님은 또 “말이 많다고 의사소통되는 것이 아니니 서로 입장 바꿔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상생의 정치, 역지사지의 정치를 펼치라는 것이다. 소통은 고사하고 벌거벗은 격투기 정치가 판치고 해머국회라고 외국 언론이 조롱하는 판국이니 국회가 ‘혐오시설’이라는 비아냥까지 듣는 것 아닌가. 미국 의원들은 상대 당 의원들을 ‘복도 건너편 신사’라고 부르며 최소한의 존경을 표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의회 연설에 “거짓말”이라며 무례한 언동을 한 의원에게 소속 정당을 떠나 한목소리로 사과를 요구했다는 외신도 들린다. 그런 이심전심의 애국 코드가 있기에 미국이 선진국이라 불리는 것 아닐까. 이제 불통의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무설설의 화두를 붙잡고 ‘말 없는 가운데 말 있음’의 진정한 소통 정치문화를 가꿔나가야 한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근대 불교계 큰별 박한영스님 기린다

    근대 불교계 큰별 박한영스님 기린다

    석전(石顚) 박한영(朴漢永·1870~1948) 스님은 한국 불교계의 대강백(사찰 강원의 강사)으로 꼽힌다. 근대 여러 고승은 물론 지금의 학승 대부분이 그의 강맥을 이었다고 할 정도다. 거기에다 유불선에 두루 통하고 선지식에도 빠지지 않은 불교계의 대표적인 석학이었다. ●서정주·이광수·정인보·조지훈·홍명희의 스승 올해 열반 61주기를 맞아 스님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조계종 24교구 본사인 전북 고창 선운사는 20일 ‘석전 영호 대종사의 생애와 사상’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특별전 등 다양한 행사를 열어 근대 불교계의 큰 별이었던 그를 기린다. 스님은 현 동국대의 전신인 중앙불교전문학교 교장, 조선불교 중앙총무원회 1대 교정을 역임했고, 친일 불교에 맞서 임제종 운동을 벌일 정도로 종단 활동에 열심이었다. 미당 서정주가 “나의 뼈와 살을 데워준 스승”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존경을 받았다. 이광수, 이병기, 정인보, 조지훈, 최남선, 홍명희 등 많은 문인들이 그를 사사했다. 1980년대 스님의 어록·행장 등이 간행되며 재조명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이내 맥이 끊어졌고 이에 선운사가 나서 다시 스님의 뜻을 잇게 됐다. 선운사는 추사 김정희가 지어 이곳 문중에서 전해오던 ‘석전’이란 호를 스님이 물려받으며 인연을 맺게 된 곳이다. ●불교사상·항일운동·문학활동 등 조명 이번 세미나는 스님의 불교사상과 항일운동, 문학활동 등 전반적인 생애를 모두 아우른다. 전 종립승가대학원장 혜남 스님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주제 발표 후 종합토론이 이어진다. 노권용 원광대 교수가 ‘석전의 불교사상과 그 유신운동’, 운문사 승가대 교수 효탄 스님이 ‘석전의 계율사상’, 오경후 한국불교선리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석전의 항일운동’, 김상일 동국대 교수가 ‘석전의 문학관’, 김호귀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연구원이 ‘석전의 선사상과 관련한 선종사적 배경’을 다룬다. ●19일부터 글씨·편지·축시 등 50여점 전시 스님의 작품을 모은 전시회도 개최한다. 19일부터 11월22일까지 선운사 경내 박물관에서 열리는 ‘석전 영호대종사 유묵 특별전’에는 스님의 글씨를 비롯해 가람 이병기 등 문인들과 주고받은 편지, 엽서, 축시 등 50여점이 전시된다. 이외에도 선운사 측은 스님의 행장과 어록을 출간했고, 기념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선운사 주지 법만 스님은 “석전 스님은 불교계뿐 아니라 당대 지식인 사회를 이끌었던 인물”이라면서 “재조명이 늦은 감이 있지만 앞으로 스님의 뜻을 기리고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19~20일 선운사에서는 제2회 선운문화제가 개최된다. 학술세미나와 전시 외에 산사음악회, 청소년음악제, 전통차시음회, 보은염 이운행사, 게이트볼 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종하스님 출마선언… 자승·정념스님 거론

    종하스님 출마선언… 자승·정념스님 거론

    한국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총무원장 선거가 본격화되고 있다. 새달 22일 치러지는 제33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종단 내에서는 이미 공식·비공식적으로 후보자들의 이름이 거명되는 등 선거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그동안 무수한 하마평 속에서 가장 먼저 출마를 공식화하고 나선 건 원로의원 종하(세수71·서울 관음사 주지) 스님이다. 7일 관음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선거 행보에 나선 스님은 그간 물밑에서 종단 중진 및 교구본사 주지들을 만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만료로 평화적 정권교체 또 조계종 최대 종책모임 ‘화엄회’ 대표이자 전 중앙종회의장인 자승(55·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 스님도 새달 초쯤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님은 화엄회 외에 무차회, 무량회 등 종회의원을 기반으로 세를 다지고 선거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여기에 월정사 주지 정념(53·중앙승가대 총동문회장) 스님도 동문회를 기반으로 출마설이 나돌고 있으며, 지난 선거에 출마했다 중도하차한 원로의원 월서(73·전 호계원장) 스님도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또 전 포교원장 도영(67) 스님도 출마를 염두에 두고 최근 주요 사찰 스님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선거는 1994년 종단 개혁 이후 권한대행 체제가 아니라 전임 원장이 임기를 만료한 뒤 평화롭게 치러지는 정권교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31대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임기 중 열반했고 30대 정대 스님은 동국대 이사장으로 옮겨가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거기다 종단 외부에서는 자연공원법 등 사찰 규제 문제, 내부에서는 교육·수행 개혁 문제 등 당면 과제가 산재해 있어 승가 안팎에서 청정선거를 통해 자격 있는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의식이 어느 때보다 높다. ●새달 12일 후보등록 22일 선출 ‘총무원장 선거 연중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불교지도자넷 법응 스님은 “돈 선거가 아닌 검증 선거, 종책 선거로 조계종이 다른 사회집단에 모범을 보여야 할 때”라면서 “청정한 지도자를 뽑아 종단 발전은 물론 이 사회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종단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는 14~15일 대전 장태산 휴양림에서 관련 워크숍을 연다. 종단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5일쯤 구성돼 20일 선거공고를 내고 새달 12일 정식으로 후보등록을 받게 된다. 총무원장은 조계종 최고 종무행정기관 대표로 총무원 각 부 부장, 실장을 비롯해 사찰 주지 임면권을 갖는다. 중앙종회의원 81명과 전국 24개 교구 대의원 10명씩을 포함, 총 321명이 투표한다. 4년 중임. 한편 전임 운산 스님의 중도하차로 7일 신임 총무원장 선거 투표를 하기로 했던 태고종은 선거가 혼란양상을 띠며 22일로 다시 투표일자를 확정했다. 앞서 태고종 선관위는 등록한 후보 4인 중 인공 스님을 제외한 대은, 도산, 지허 스님 등 3인이 후보자격이 없다며 단독후보를 내세웠다. 이에 대은 스님 등이 문제를 제기했고, 최근 법원이 스님들이 낸 선거규칙 등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길섶에서] 대림사 돌비석/노주석 논설위원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 이벤트의 하나인 ‘대한국인 손도장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등 3만명의 손도장을 모아 폭 30m·길이 50m의 초대형 손도장 이미지를 만들어 의거일인 10월26일부터 2주일 동안 서울 광화문 KT빌딩에 내걸 예정이다. 손도장을 모으려고 일본에 간 대학생 동아리 회원들이 미야기현 구리하라시 대림사를 방문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대림사는 ‘재소자의 아버지’ 삼중 스님이 1984년 사연을 처음 알린 이후 명소가 된 곳이다. 뤼순 감옥의 안 의사 담당 일본인 간수가 낙향해 안 의사에게서 받은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란 붓글씨를 대웅전 앞 집채만 한 돌에 새겼던 것이다. 안 의사에게 감화받은 간수는 돌비석을 세우고 영정을 모셨다. 추모는 부인을 거쳐 딸의 대까지 7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대림사도 안 의사가 태어난 9월3일을 기념하는 추도 법회를 28년째 열고 있다. 손도장 프로젝트도 좋지만 ‘한국식’ 반짝 이벤트는 속보인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도시와 산] (23) 대구 비슬산

    [도시와 산] (23) 대구 비슬산

    대구의 명산을 꼽으라면 팔공산과 비슬산이다. 비슬산이 팔공산의 그늘에 가려 늘 2인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해발도 1083.6m로 팔공산(1192.9m)과 차이가 없고 산세도 비슷하다. 계절별로 독특한 풍광을 자아내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봄이면 정상 부근에 들어선 참꽃 군락지에서 일제히 붉은빛을 뿜어내고 여름에는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더위를 식혀 준다. 가을이면 억새 군락이 장관을 연출하고 겨울에는 얼음 동산이 눈길을 끈다. ‘삼국유사’를 편찬한 고승 일연이 37년을 머물며 수도할 정도로 불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비슬산 정상은 신선이 앉아 비파 켜는 형상 대구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에 걸쳐 있는 비슬산은 정상인 대견봉을 중심으로 청룡산(794.1m)과 산성산(653m)을 거느리며 대구 앞산(660.3m)까지 뻗친다. ‘비슬’이란 이름은 비파 비(琵), 큰 거문고 슬(瑟)자에서 보듯 정상 바위의 생김새가 신선이 앉아 비파를 켜는 형상이라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비슬산이 포산(葡山)으로 기록돼 있고 비슬이 범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달성군지’에는 비슬이란 말은 범어의 발음을 그대로 음으로 표기한 것이고 비슬의 한자의 뜻이 포라고 해서 포산이라고도 하는데 포산이란 수목에 덮여 있는 산이란 뜻을 갖는다고 기록돼 있다. 채수목 전 달성문화원장은 “신라 때 유가사에 온 인도의 스님이 비파 모양이라는 의미로 비슬산이라 했고 조선 때에는 비슬산의 한자가 포를 의미하기 때문에 포산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비슬산이 있는 현풍면은 예전에 포산으로 불렸다.”고 했다. 또 이 바위의 형상이 비둘기처럼 생겨 ‘비들산’으로 불리다가 비슬산으로 됐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옛날 천지개벽 때 온통 물바다가 됐는데 비슬산만 높아 남은 바위에 배를 매었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일연 비슬산에서 37년 머물러 다른 명산처럼 비슬산도 불교와의 인연이 각별하다. 신라 흥덕왕 2년에 도성국사가 창건한 유가사와 용연사, 소재사, 대견사지 등이 있다. 수도암, 도성암 등 암자도 많으며 한때는 100개가 넘었다고 한다. 신라 사찰인 대견사는 지금은 주춧돌과 석탑 1기만 남았지만 주변 흔적을 보면 당시의 규모와 위용이 만만치 않았음을 읽을 수 있다. 대견사에 얽힌 전설도 있다. 중국 당나라 황제가 어느날 세수를 하려는데 대야 물속에서 험한 지형에 웅장한 절이 있는 모습이 보였다. 황제는 이 절을 찾기 위해 중국 곳곳을 뒤졌으나 찾지 못하자 신라에 사람을 보내 찾은 게 대견사지였다. 황제가 신라에 돈을 보내 절을 짓게 하고 중국에서 보았던 절이라고 해 대견사라고 했다 한다. 삼국유사를 지은 보각국사 일연도 비슬산에 머물렀다. 교사이자 향토사학가인 차성호씨는 ‘달구벌 문화 그 원류를 찾아서’라는 책에서 “경북 경산에서 태어난 일연은 9세 때 출가해 20세 때 승과시험 장원을 했다. 그런 다음 곧바로 비슬산 보당암에 들어가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고 기술했다. 달성군 학예연구사 김제근씨는 “일연은 비슬산 일대 많은 사찰과 암자를 옮겨 다니며 머물렀다. 그의 사상적 토대를 마련해 준 곳이다. 일연이 군위 인각사에서 삼국유사를 편찬했지만 자료수집 등 집필 준비는 37년간 비슬산에 머물면서 했다.”고 밝혔다. 비슬산 남서 기슭, 낙동강이 맞닿은 구지면 도동리에는 잘 정비된 서원이 있다. 조선 초 성리학자인 사옹 한훤당 김굉필을 모신 도동서원이다. ●등산객 사로잡는 매혹적인 풍광 비슬산 등산로는 경사가 심하다. 그러나 능선에 올라선 이후로는 그리 험하지 않다. 산행은 계곡과 능선으로 뻗은 다양한 등산로 덕분에 여러 갈래로 가능하지만 주로 달성 현풍과 청도 두 곳에서 시작한다. 가장 인기있는 코스는 유가사다. 경관이 수려해서다. 유가사 주차장~도성암~대견봉~대견사지를 거쳐 되돌아오는 코스로 4시간50분가량 걸린다. 정상인 대견봉에 올라서면 트인 조망이 탄성을 자아낸다. 대견사지 주변에는 참꽃 군락지가 산재해 있다. 4월이면 진달래꽃이 장관을 이룬다. 정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길은 조화봉으로 뻗은 주능선길이다. 도중에 석검봉이 오묘한 자태를 뽐낸다. 온갖 종류의 기암괴석이 곳곳에 있다. 소재사 방향으로 하산하다 보면 천연기념물 435호인 암괴류를 만나게 된다. 1만~8만년 전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 때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폭 80m, 길이 2㎞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비슬산 매력에 빠져 한달에 1~2번은 찾는다는 김정원(47·대구시 달성군 화원읍)씨는 ”한국의 명산으로 전혀 손색이 없지만 다른 산에 비해 덜 알려져 있어 사람의 손때가 많이 묻지 않은 게 오히려 비슬산 만의 장점이다.”고 말했다. 비슬산은 다양한 동식물이 분포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희귀 화초류인 솔나리가 자생하고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를 비롯해 오색딱따구리 등이 서식하고 있다. 달성군과 경북대가 조사한 결과 80~120종의 철새 및 텃새와 723종의 식물이 있다. 김상준 달성부군수는 “비슬산 일대에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식물 등이 서식하고 정상 부근 100만㎡에는 진달래 군락이 자리잡고 있다.”며 “곳곳에 있는 유적과 함께 비슬산은 생태계의 보고이자 역사·문화의 산 교육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길섶에서] 약속/함혜리 논설위원

    명진 스님이 서울 강남의 봉은사 주지에 임명된 것은 2006년 11월이다. 스님은 “한국 불교 개혁의 중심에 봉은사가 서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천일기도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스스로와의 약속이었고 세상과의 약속이었다. 그해 12월5일부터 스님은 산문 밖을 나가지 않고 매일 1000배의 절을 올리며 기도와 수행을 계속했다. 유일하게 사찰 밖으로 나선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때였다. 108배를 하는 것도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하는데 하루 1000배를 올린다는 것은 대단한 정신력을 요구하는 것이고 육체적 고통이 따르는 일이다. 그것을 3년을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한다는 상상을 해보라. 약속을 지키느라 조바심 속에 살았을 하루하루를. 지난달 30일 무사히 천일기도를 마친 스님은 신도를 위해 마련한 회향기념 작은 음악회에서 “너무 힘들어서 하기 싫을 때도 많았지만 신도를 생각하며 참고 견뎠다.”면서 “몸은 고통스러웠지만 마음은 너무나 행복했다.”고 하셨다. 존경스러웠다. 약속은 지켜졌을 때 아름답고 큰 힘을 얻는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원효학술상’ 동·서양 철학사상 융합 지원

    원효(元曉 617~686) 대사는 화쟁(和諍·모순과 대립을 하나의 체계 속에서 조화시키는 것)을 바탕으로 당시 수없이 명멸하던 불교이론과 사상들을 화합시키고자 했다. 그 정신을 기려 동·서양 철학사상 융합을 지원하는 학술상이 마련됐다. 불교철학 및 동·서양철학 전공자들로 구성된 원효학술상 운영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불교사상의 현대화 및 동·서양 철학과의 화합을 위해 힘쓴 연구물을 대상으로 하는 ‘원효학술상’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대한불교진흥원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원효학술상은 총 3000만원 상금으로 철학분야 학술상 중에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 상은 일부 종립대학에 치중돼 있는 불교철학 연구의 기반을 넓힌다는 취지로 교수, 박사학위자, 학생 등 3개 영역으로 나눠 수상자를 선정한다. 교수 저술 부문은 1000만원, 논문 부문은 700만원, 박사학위자 분야는 500만원, 학생은 200만~3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올해 10월 첫 공고를 내고 응모작을 모집, 내년 5월 첫 수상자를 결정한다. 최근 5년 이내 나온 저술이나 논문으로 불교사상을 주제로 한 것을 대상으로 한다. 학술상 운영위원회는 위원장 이한구 성균관대 교수를 비롯, 박찬국 서울대 교수, 윤찬원 인천대 교수, 윤원철 서울대 교수, 최유진 경남대 교수, 대한불교진흥원 김규칠 이사,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소운 스님 등 동·서양·불교철학자들로 구성됐다. 이한구 교수는 “원효는 여러 이론을 화합시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냈던 한국 불교의 상징적 존재”라면서 “원효의 뜻을 기려 동·서양 철학사상을 융합해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철학계의 과제”라고 했다. 박찬국 교수는 “최근 서양철학자들도 불교사상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원효학술상이 동·서양 철학 소통과 화합의 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위원회는 학술상 운영 외에도 원효포럼 등 세미나 구성도 추진하고 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학술·종교플러스]

    ● ‘타자의 문화정치학’ 학술대회 이화여대 탈경계인문학연구단은 4~5일 이화여대 LG컨벤션홀에서 ‘타자, 다시 위치 짓기: 타자의 문화정치학’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호미 바바 미국 하버드대 인문학연구소장을 비롯해 로레인 코드 캐나다 요크대 교수, 서경식 일본 도쿄경제대 교수 등이 타자와 주체의 관계에 대해 논의하고, 타자와의 연대와 공존을 모색하는 내용의 발표와 토론을 진행한다. (02)3277-6596. ●4일 임정수립 90주년 심포지엄 국사편찬위원회는 4일 오후 1시30분 한국언론재단 기자회견장에서 ‘자료로 본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주제로 임정 수립 90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김희곤 안동대 교수가 임정자료집 발간의 역사적 의의를 발표하고, 한상도 건국대 교수, 고정휴 포항공대 교수, 반병률 한국외대 교수 등이 중국, 영국, 러시아 정부의 임시정부 인식에 대해 발표한다. (02)500-8371. ●혜국스님 초청 ‘신심명’ 대강좌 조계종 중앙신도회 부설 불교인재원은 9일부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혜국 스님 초청 ‘신심명(信心銘)’ 대강좌를 연다. ‘신심명’은 3조 승찬(僧璨) 조사의 어록으로 대장경 가르침을 선시 형식으로 표현했다. 혜국 스님은 전국선원수좌회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선승. 강의는 매주 둘째 주 수요일. 총 10강으로 구성됐다. (02)735-2428. ●기독교사회문제硏 30주년 기념식 사단법인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7일 서울 서대문 연구원회관에서 설립3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다. 이날 행사는 회관 건물 중수식도 겸하며, 문동환 전 한신대 교수의 ‘한국교회에 고함’ 특별 강연도 열린다. (02)312-3317~9. ●유무선 성경통독 ‘마이블’ 서비스 크리스천 생활문화포털 온맘닷컴(w ww.onmam.com)은 유무선 연동 성경 통독 서비스 ‘마이블(Mible)’을 론칭했다. 마이블은 성경 통독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으나 지속적 독서에 대한 어려움으로 이를 수행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해 성경읽기 진도를 관리해 주는 서비스. 특히 SK텔레콤과의 제휴로 모바일로도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 “갈등해소 관세음보살” 100만번의 염원

    “갈등해소 관세음보살” 100만번의 염원

    관음신앙을 대표하는 불교경전 ‘법화경’에는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을 두고 일컫기를 “일체 모든 중생이 고통받을 때 마음을 다해 부르면 내려와 고통을 거둬가 주는 보살”이라고 했다. 법화경을 소의경전 삼고 있는 대한불교천태종은 관세음보살의 원력으로 국태민안과 경제회생을 기원하는 ‘일심청정 100만독 관음정진 불사’를 지난 6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최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들과 만난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은 “2011년까지 전국의 종단 주요 사찰에서 100만독 불사를 이어갈 계획”이라면서 “이 행사가 한국 정신문화의 큰 발전을 위한 시금석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관세음보살’을 반복해서 염송하는 천태종의 염불선 전통에 따른 것으로, 불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행사 기간 각자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100만번씩 부르게 된다. 하루 5~6시간씩 염송할 경우 100일이, 2~3시간씩 할 경우 300일이 걸리는 힘겨운 수행이다. 하지만 재가불자들을 위해 방학·휴가철에 하안거를 실시하는 천태종의 특성상 서울 관문사를 비롯, 20여개 사찰에서 벌써 2만 8000여명의 불자들이 100만독 정진에 참석하고 있다. 정산 스님은 “매일밤 일과 후에 모여 새벽 4시까지 관세음보살을 외우고 돌아가는 불자들도 많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 행사는 천태종의 창종주인 상월 원각 대조사(1911~1974)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강원 삼척에서 태어나 66년에 천태종을 중창한 원각 대조사는 생전에 “관음정진 100만독을 통해 수행하라.”는 유지를 남긴 적이 있다. 현재 진행되는 불사는 염불을 기본으로 하지만 불자들의 신행을 돕기 위해 대조사 행적에 관한 강의 등도 더불어 진행하고 있다. 행사에 참여하는 불자들은 관리법사의 관리를 받아 낙오를 최소화하고 100만독을 수행할 경우 이수증 및 포상을 받게 된다. 정산 스님은 “현재 우리 사회에는 이념·지역·당파 갈등이 만연해 있다.”면서 “일심청정을 통해 이 사회의 갈등이 줄어들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100만독 정진을 불자뿐 아니라 온 국민이 함께 하는 범국민운동으로 정착시키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새달 7일에 거제 장흥사, 22일 원주 성문사, 11월3일 울산 정광사, 5일 수원 용광사, 15일 서울 성룡사 등에서 결제법회가 열린다. 한편 천태종은 원각 대조사의 탄신 10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와 사상을 소개하는 영상물을 제작하고, 어록·법문집 등도 출판할 예정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도시와 산] (22) 청양 칠갑산

    [도시와 산] (22) 청양 칠갑산

    ‘충남의 알프스’를 아시나요. 계룡산, 가야산, 오서산, 충남하면 선뜻 떠오르는 산이 이 정도여서 혹 헷갈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라는 가수 주병선이 부른 가요는 아시는지요. 그렇습니다. 칠갑산입니다. 국민이 애창하는 가요이다 보니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산입니다. 백제의 얼과 혼이 담긴 천년 사적지로 유래가 깊은 산이기도 합니다. 백제의 얼과 혼이 담긴 천년 사적지 청양의 칠갑산(561m)은 백제가 사비성 정북방의 진산(鎭山)으로 성스럽게 여겨 제천의식을 행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하늘과 산악을 숭앙해 왔다. 산 끝자락이 백제의 옛 도읍지인 공주의 서쪽과 부여의 북쪽과 맞닿아 있다. 칠갑산은 우주 만물의 근원이 되는 일곱가지 ‘지수화풍공견식(知水火風空見識)’을 뜻하는 ‘칠(七)’자와 천체 운행의 원리가 시작되는 ‘갑(甲)’자를 써 이름이 지어진 영산으로 알려졌다. 백제 때 서북방의 요새로 나·당연합군과 36일간 전투가 벌어진 백제 부흥의 근거지였다. 또 금강 상류의 지천을 굽어보는 산세가 일곱 장수가 나올 명당이라 칠갑산이 됐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칠갑산 남쪽 기슭에는 850년 통일신라 문성왕 때 보조선사 체징(體澄)이 창건한 ‘천년고찰’ 장곡사가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이다.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중건되고 보수된 장곡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대웅전이 2개인 절이다. 장곡사의 목조문화재지킴이 노재관(67)씨는 “상대웅전은 신라, 하대웅전은 조선 중기 때 각각 지어졌다.”면서 “각기 다른 시대의 건축 양식을 띤 대웅전이 한 사찰에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이곳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상대웅전 바닥이 마루가 아닌 연꽃 모양의 벽돌로 깔린 것도 특이하다. 이 절에는 국보 58호인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 등 2개의 국보와 보물 162호, 181호인 상하대웅전 등 4개의 보물이 있다. 유형문화재 151호 설선당 등 전국적으로 보기 드물게 많은 문화재를 갖고 있다. 코끼리 가죽으로 만든 지름 1.5m의 큰북도 있고, 스님들이 밥통으로 쓰던 길이 7m의 통나무 그릇도 있다. 옛날에는 상당히 큰 사찰이었음을 보여준다. 지금은 주지스님 1명뿐이다. 험한 길 부드러운 길, 색깔 다른 등산로들 충남의 산이 으레 그렇듯 완만해 보인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정상에서 만난 길성묵(46·충남 홍성)씨는 “예로부터 ‘지리산에 들어간 간첩은 잡아도 칠갑산에 들어온 간첩은 못 잡는다.’는 얘기가 전해온다.”면서 “산세가 순하지만 무척 깊다.”고 말했다. 칠갑산은 7개 등산 코스가 있다. 문화해설사 김명숙(45·군의원)씨는 “험한 길 부드러운 길, 코스마다 색깔이 다르다.”면서 “장곡사 주차장~지천로~삼형제봉~정상을 거쳐 사찰로로 내려오다 중간에서 휴양림으로 빠지면 5시간 이상이 걸려 등산하는 맛을 만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짧게는 2시간여짜리도 있다. 가장 타기 좋은 코스는 옛길에 있는 칠갑광장에서 산장로를 타고 정상을 거쳐 사찰로를 통해 장곡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광장 위쪽에 면암 최익현(1833~1906) 선생의 동상이 서 있다. 대원군 정책을 비판하다가 제주도로 유배되고, 의병활동을 하다 잡혀 쓰시마에서 단식 중에 순절한 그의 기개가 오롯이 서린 듯하다. 이 거대한 동상은 1973년 세워졌다. 칠갑산 정상을 쳐다본다. ‘콩밭 매는 아낙네상’은 군에서 건립한 것은 없고, 작가 등 개인이 만들어 세워놓은 것들이 있다. 1㎞쯤 올라가면 지난달 28일 문을 연 천문대가 있다. 가상 우주체험을 할 수 있고, 돔형 입체 영상관은 천체 속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 이현배 천문대 대장은 “국내 최대 304㎜ 굴절 망원경을 갖추고 있다.”면서 “낮에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볼 수 있다.”고 자랑한다. 정상에서는 남동쪽에 계룡산, 서쪽으로 오서산이 아득히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 산들이 모두 발아래에 엎드려 있다. 문화해설사 김씨는 “칠갑산이 주변 산들을 거느리는 듯해 봄철이면 많은 등산객이 몰려와 시산제를 지낸다.”고 전했다. 이어 김씨는 “칠갑산은 육산이다. 큰 바위가 드물고 흙과 자갈로 이뤄져 있다.”면서 “겨울에 눈이 오면 또렷한 산등성이와 상고대가 아름답다. 봄에는 새싹이 꽃보다 예쁘고, 여름에 등산로마다 나무 그늘이 드리운다.”고 치켜세웠다. 길씨는 “높지 않고 가파르지도 않아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귀띔했다. 산 정상 숲 속의 밤나무에는 탁구공 크기만 한 밤송이들이 매달려 있어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했다. 남편, 아들과 함께 장곡사에서 정상에 올랐다 내려오던 김경(58·서울 일원동)씨는 “처음 칠갑산을 찾았는데 흙이 많아 걷기가 좋다. 길이 부드러워 여자들도 등산하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청양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칠갑산 옛길의 정취 물 좋고 땅 좋고 출렁다리 재미있고… 충남 청양의 칠갑산에도 옛길이 있다. 1981년 청양~공주간 3번 국도에 대치터널이 뚫린 뒤 폐도된 한티고개이다. 사람들은 이를 ‘칠갑산 옛길’이라고 부른다. 길이는 3㎞쯤 된다. 숲이 우거져 하늘이 잘 보이지 않고, 경치가 아름답다. 길은 차 한대 지날 정도로 좁고, 매우 구불구불해 옛길다운 정취가 풍긴다. 데이트를 하거나 오붓하게 걷기에 그만이다. 이 속에 조그만 한티마을과 샬레호텔이 있다. 좀더 가면 작은 터널처럼 생긴 칠갑문이 나온다. 칠갑문 위가 등산길인 산장로 초입 칠갑광장이다. 이 문은 당초 광장 옆 최익현 선생 동상을 구경하고 등산하는 데 쉽도록 고갯길 위에 만든 다리였으나 지금의 성문 형태로 개축됐다. 칠갑문을 지나 내려가는 옛길 옆에 ‘칠갑산 맑은물’ 공장이 있다. 유신준 청양군 칠갑산맑은물 계장은 “예로부터 칠갑산 물이 맛 있기로 소문이 나 2000년부터 생수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면서 “마니아층이 형성될 정도로 호평받고 있다.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m의 관정을 뚫어 뽑는 것으로 현재 충남과 서울에서 판매 중이다. 칠갑광장·천문대와 인접한 옛길과 10여분 떨어진 출렁다리 사이에는 오는 11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하루 10차례 오간다. 출렁다리는 지난달 28일 인공호수인 천장호 위에 설치됐다. 길이 207m로 출렁다리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다. 평일에도 관광객이 몰려 북적댄다. 걸을 때마다 물 위에서 다리가 출렁거려 좀 어지럽다. 명헌상 군 교통행정계장은 “셔틀버스가 없어도 옛길이나 출렁다리로 가는 시내·외 버스가 30분마다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청양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작은 친환경 실천이 가족·지구 살려요”

    “작은 친환경 실천이 가족·지구 살려요”

    “친환경 생활을 실천하는 에코맘으로 거듭날래요.” 환경시민단체인 환경정의는 27일 제1기 ‘에코맘이 간다’ 수료식과 참가자들이 만든 ‘친환경 생활백서’ 발표식을 가졌다. ‘에코맘이 간다’는 지난 5월7일부터 5주간 매주 목요일 60여명의 주부들이 모여 친환경 살림법, 유해물질 줄이기 등 대안 생활을 모색하는 강좌였다. 에듀머니 제윤경 대표로부터 가계부 쓰기와 대형마트 끊기 등 ‘녹색소비’에 대한 강의를 듣고, 사찰음식 전문가인 선재 스님에게 아이들의 질병을 개선하는 사찰음식 이야기를 듣는 등 친환경적인 삶을 배웠다. 이날 수료식에서는 참가자 중 30여명이 직접 실천한 ‘에코맘 생활기’를 묶어 발간한 ‘친환경 생활백서’도 소개됐다. 주부 이정현씨는 세제 대신 EM발효액(‘Effective Microorganism’의 약자, 살균과 악취제거에 유용한 미생물군 80여가지를 모아 만든 액체)을 써서 하는 집안 청소법을 소개했다. 직장인 정은씨는 생리통을 줄이기 위해 환경호르몬이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전부 없앤 체험담을 풀어 놓았다. 강좌에 참가했던 주부 안경숙(51·경기 성남시 분당)씨는 “강좌를 들으면서 온 가족의 식생활을 바꿨다. 고기 대신 콩을 먹고, 즐기던 밀가루는 아예 안 먹다 보니 나는 3㎏, 남편은 10㎏ 빠졌다. 습관 바꾸기가 너무 힘들어서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화학물질로부터 가족의 건강과 환경을 구한다고 생각하니 보람이 더 컸다.”고 전했다. 글 사진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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