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美서 무한질주
‘현대·기아자동차가 최악의 불황인 미국 시장에서 역주행하는 주요 경쟁 업체들과 달리 두 달 연속 쾌속 질주를 했다. 판매 실적도 좋았지만 사상 최고치의 점유율 달성이 더 고무적이다. 과감한 영업·마케팅 전략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은 지난달 미국 현지에서 3만 621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1.5% 감소했으나 지난 1월 판매량(2만 4512대)보다는 24.9% 급증했다. 특히 지난달 미국 시장 점유율은 4.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8%포인트나 높아졌다.
소형차와 레저용차가 선봉에 섰다. 1월에 견줘 판매량이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 31.8%, 베르나(수출명 엑센트) 30.3%, 앙트리지(그랜드 카니발 변형 모델)는 355.2% 급증했다. 제네시스는 7개월 연속 1000대 이상 판매 실적을 올렸다.
기아차 미국법인(KMA)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늘어난 2만 2073대를 판매했다.
점유율도 1.9%에서 3.2%로 치솟았다. 쏘렌토와 카니발(수출명 세도나) 차종의 판매가 각각 162.8%와 153.1% 증가했다. 이로써 현대차와 기아차의 합산 점유율은 7.6%를 기록했다. 지난 1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7.1%를 갈아치웠다.
반면 주요 경쟁 업체들은 지난달 판매량이 30∼50% 이상 급감하며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GM과 포드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판매가 각각 53.1%와 49.5% 감소했다. 도요타는 39.8%, 혼다와 닛산자동차도 각각 38%와 37.1%, 폴크스바겐은 19.9%, 다임러(벤츠)는 20.4%, BMW는 34.6% 판매가 줄었다.
현대·기아차의 선전은 ‘공격적 홍보·마케팅 전략→브랜드 인지도 상승→판매 증가’라는 선순환 효과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년 이내에 실직시 차를 되사주거나 할부 가격을 대납해 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미국프로풋볼 슈퍼볼 경기와 아카데미상 시상식 등 대형 이벤트에 광고를 집중하는 과감한 마케팅이 소비자의 인식을 개선시켰다.”면서 “중소형차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도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분석했다.
‘반사이익’도 봤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생겼다.
특히 일본 업체들은 엔고 현상에 밀려 가격을 올리면서 현대·기아차 경쟁 차종과의 가격차가 10% 이상 벌어졌다. 도요타 등 주요 경쟁 업체들이 유동성 문제로 마케팅 규모를 줄인 것도 기회가 됐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최대 신흥시장인 중국에서도 호실적을 냈다. 베이징 현대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72.2%나 늘어난 3만 2008대를 팔았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