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연금개혁 반대 ‘파업물결’
‘늙은 유럽’이 연금제도 개혁을 둘러싸고 몸살을 앓고 있다.연금개혁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자들간의 갈등은 프랑스,오스트리아에 이어 스위스 ·독일·영국 등 다른 서유럽국가들로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25일 교사와 공공부문 노동자 수십만명이 정부의 연금제도 개혁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오스트리아 빈에서도 이달 초 노조들이 연금제도 개혁에 반대하며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적인 파업을 벌였다.독일에서는 연금과 건강보험,실업보조금 혜택 대폭 축소 등을 골자로 한 경제·사회개혁안(어젠다 2010)이 노조로부터 거센 반발에 부닥쳐있다.영국에 이어 스위스도 퇴직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안을 추진중이다.
유럽 각국이 연금개혁을 서두르는 것은 노령화와 출산율 저하 등으로 경제활동인구가 줄고 장기 경기침체 등으로 현 연금제도를 유지할 경우 연금재정이 파탄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각국의 연금개혁 노력은 기존의 혜택이 줄어드는 연금납입자들의 거센 반발로 어려움을겪고 있다.
●총파업 위기 앞둔 프랑스
프랑스 파리에서는 25일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60여만명(경찰 추산 23만명)의 노동자들이 연금개혁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노조원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다음달 2일과 3일 철도와 지하철 운행을 전면 중단을 비롯해 전면적인 파업으로 맞설 것을 결의하고 있다.
하지만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가 이끄는 현 중도우파 정부는 붕괴 위기를 맞은 연금제 개혁을 상반기 안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내놓은 연금제 개혁안은 연금 납입 부담 증대,혜택 축소가 골자다.현재 37.5년인 공공부문 연금납입기간을 2008년까지 민간부문과 같은 40년으로 연장하고 2012년과 2020년까지 이를 각각 41년과 42년으로 다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또 2008년부터 연금 납부금액도 인상된다.정부 통계에 따르면 현 연금제도를 유지할 경우 2020년 500억유로(약 63조원)가 더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연정 붕괴위기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의 볼프강 쉬셀 총리가 이끄는 연정은연금개혁 추진으로 50여년 만의 총파업과 연정 붕괴 위기라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쉬셀 총리가 지난 4월29일 발표한 연금 개혁안은 ▲연금 수령 시기를 60세에서 67세로 늦추고 ▲보험료 납부기간을 40년에서 45년으로 늘리며 ▲벌과금 강화로 조기은퇴를 억제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또 별개로 운영중인 공무원과 철도부문,민간업체의 연금제도를 통일,공무원과 철도부문 근로자들의 혜택을 없앴다.법안은 오는 6월6일 의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개혁안 지지자들은 평균 기대수명이 75세인 시절에 마련된 현 연금제도를 방치할 경우 향후 노동자 1명이 연금생활자 2명을 부양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져 연금재정이 파탄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계는 연금개혁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개혁안이 지나치게 급격하며 사회적 약자의 희생을 많이 요구한다며 반발하고 있다.또 현재 평균 퇴직연령이 남자 59세,여자 57세인 점에 비춰볼 때 개혁안이 제시한 67세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독일·영국·스위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장기 경기침체에 통일 후유증,복지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과감한 개혁을 하지 않을 경우 사회복지국가의 기틀마저 무너질 수 있다며 자신이 제안한 경제·사회 개혁안인 ‘어젠다 2010’의 지지를 촉구하고 나섰다.이는 노령연금과 건강보험,실업보조금 혜택을 대폭 축소하고,소기업체 해고자 보호조항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앞서 2001년 정부 부담을 줄이고 수혜자의 부담을 늘리는 한편 연금지급률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안을 마련했었다.
한편 영국 정부는 지난달 근로자들의 의무 근로기간을 70세로 규정한 새로운 정년퇴직제를 이르면 올 여름부터 도입,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70세까지 일하지 않을 경우 연금 수령액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정년 연장안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위기에 빠진 연금제도를 살리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되고 있지만 조기퇴직을 원하는 근로자들과 노동조합의 저항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스도 26일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연금재정 축소에 대처하기 위해 퇴직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늘리고 부가가치세 인상,연금지급액 축소 등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오는 2005년 중반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세계은행,유럽에 연금개혁 촉구
세계은행은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럽 국가들에 연금제도 개혁을 촉구했다.증가하는 예산수요,노인인구 증가와 출산율 저하,유럽경제 통합에 따른 재정수요 등이 모두 연금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광범위한 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경제활동인구 4명이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는 오는 2050년부터는 경제활동인구가 줄어 2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12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연금분야에서 큰 재앙이 도래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균미기자 km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