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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층간소음 못잖은 골목 확성기… 주민들 “미치겠다”

    층간소음 못잖은 골목 확성기… 주민들 “미치겠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택시운전사 최모(53)씨는 요즘 온종일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정류장에 차를 대놓고 꾸벅꾸벅 졸다가 손님을 놓친 적도 있다. 새벽 3시 30분 교대 근무를 위해 차고지에 들어와 동틀 무렵에 잠을 청하는 최씨에게 어김없이 찾아오는 장사 트럭의 확성기 소리는 불면증을 일으키는 ‘소음’이다. 최씨가 사는 연립주택 앞에는 오전 10~11시에 어김없이 고물상 트럭이 멈춰선다. ‘고장난 TV, 에어콘, 냉장고 삽니다’, 녹음된 목소리가 쉼 없이 흘러나오면 최씨는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밖에 없다. 7개월째 참다 못한 최씨는 최근 112에 소음 신고를 해봤지만 일주일에 다섯 번 오던 고물상 트럭이 하루 걸러 오는 것 말고는 달라진 점이 없다. 최씨는 “저 소리 때문에 20년 넘게 산 집을 두고 이사갈 수도 없고, 말그대로 미쳐버릴 것 같다”고 호소했다. 한낮 주택가 골목을 배회하는 장사 트럭의 확성기 소음이 층간 소음 못지않은 생활분쟁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에 문제가 되는 층간 소음과 달리 트럭의 확성기 소음은 주로 낮 시간에 발생하지만, 낮과 밤의 경계가 애매한 생활 패턴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갈등이 빚어지기 일쑤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각 구청에도 확성기 소음으로 고통받는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8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소음·진동 민원 건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생활소음 가운데 확성기 소음 관련 민원이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확성기 소음은 2008년 2692건에서 2009년 3737건, 2010년 4425건, 2011년 4470건으로 사업장 소음과 교통 소음에 견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일부 시민들은 각 포털사이트에 ‘확성기 장사트럭 소음 피해자 모임’ 등을 만들어 피해 사례를 모집하고 민원을 제기하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모호한 규제 기준이 분쟁을 더욱 키우고 있다. 소음·진동관리법은 주거지역 소음 기준을 65㏈ 이하(주간)~50㏈ 이하(야간)로 규정하고 있는데 트럭의 확성기 소음을 일일이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경범죄처벌법은 악기·라디오·텔레비전·확성기·전동기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는 사람을 경범죄자로 규정해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처분을 내리도록 돼 있지만 어느 정도가 지나치게 큰 소리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 통상 60㏈은 백화점 내 소음 수준이다. 미국 뉴욕시의 경우 카페나 음식점의 음악 소리가 40㏈ 이상으로 밖에 흘러나오면 최대 2만 달러(약 2300만원)의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주거 공간의 권장 소음기준을 35㏈ 이하(주간)~45㏈ 이하(야간)로 국내보다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주택가 밀집 지역에 위치한 경찰서 지구대 관계자는 “소란 신고를 받고 출동해도 소음기를 갖고 다니면서 일일이 측정하기도 어렵고 고의성 판단도 모호하다”면서 “대부분이 고물상이나 야채장사 등 생계형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라 과태료를 물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프로축구] 최강희 효과! 전북 ‘닥공 DNA’ 살아났다

    [프로축구] 최강희 효과! 전북 ‘닥공 DNA’ 살아났다

    “팬들과의 밀월은 딱 오후 7시까지예요. 끝나면 원성과 비난으로 바뀔 텐데….” 30일 경남FC와의 K리그클래식 15라운드를 앞둔 전주월드컵경기장 라커룸. 태극마크를 내려놓고 ‘봉동이장’으로 돌아온 최강희 전북 감독은 짐짓 엄살을 부렸다. 감독을 국가대표팀에 빼앗기듯 보내놓고 1년 반 동안 오매불망 기다린 팬들이 종료 휘슬 후 실망할지 모른다는 얘기였다. 그만큼 팀이 헝클어졌다고 했다. 부상 선수가 많은 건 차치하고라도 선수들끼리 밸런스가 깨졌고 패배의식도 가득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벼랑 끝에 선 마음으로 서둘러 정비하겠다. 분위기만 타면 10연승도 할 수 있는 팀”이라고 자신했다. 전주성은 뜨겁게 최 감독을 맞았다. 2011년 통합우승 후 찍은 사진에 ‘전북극장, 제2막이 시작된다’고 쓰인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 쉼없이 “최강희”를 연호했다.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3년 6월 30일, 전북의 반전드라마가 시작된다”는 영상 마무리는 의미심장했다. 장담대로 ‘최강희 효과’는 바로 드러났다. 임유환·정혁·김정우 등이 부상으로 빠져 수비가 허약했지만 최 감독은 이동국·케빈·레오나르도·에닝요를 중심으로 한 ‘닥공’(닥치고 공격)을 꺼내들었다. 케빈(192㎝)이 전반 45분 헤딩슛으로 균형을 깨트렸고, 후반 12분에는 상대 수비의 실수를 틈타 쐐기골까지 박았다. 세 경기 연속골(5골1도움). ‘캡틴’ 이동국도 후반 26분과 32분 잇따라 골망을 흔들며 수원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멀티골을 쏘았다. K리그 최다골도 ‘150’(55도움)으로 늘렸다. 최근 2경기에서 9실점했던 수비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전북은 경남을 4-0으로 완파하고 리그 5위(승점 24·7승3무5패)로 올라섰다. 2연패 탈출. 이런 경기력이라면 최 감독과 팬들의 허니문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울산은 안방으로 불러들인 FC서울을 2-0으로 꺾고 2위(승점 27·8승3무4패)로 올라섰다. 김신욱이 올 시즌 가장 빠른 48초 만에 골망을 흔들었고, 하피냐가 전반 30분 쐐기골을 꽂았다. 울산은 서울전 홈 무승 기록을 ‘10’(5무5패)에서 끊었다. 서울은 2005년 5월 0-1패배 이후 8년 만에 울산에서 패배를 기록했고, 2연승-4경기 연속 무패(3승1무)에도 제동이 걸렸다. 강원은 수원을 2-1로 꺾고 감격적인 시즌 2승(6무7패)째를 챙겼다. 전남도 대전을 2-1로 눌렀다. 전주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우즈베크 자책골 2개, 벼랑 끝 한국 살렸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에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8회 연속 월드컵 행의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지난 11일 아시아 최종예선 7차전에서 자책골을 넣은 우즈베크의 아크말 쇼락흐메도프다. 우즈베크는 지난해 9월 안방경기(2-2 무)에서도 자책골로 승점을 헌납한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우즈베크는 골득실에서 한국보다 한 골이 적어 2014브라질월드컵 직행에 실패했다. 태극호는 최종예선 8경기를 치르며 총 13골을 터뜨렸다. 이근호(상주)가 3골로 최다득점을 기록했고, 김보경(카디프시티)이 2골, 이동국(전북)·김치우(FC서울)·곽태휘(알샤밥)·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손흥민(레버쿠젠)·김신욱(울산)이 한 골씩 보탰다. 골득실차 승부에서 이근호가 본선 진출의 1등 공신이 됐다. 대표팀은 미드필드를 거치지 않는 단조롭고 투박한 롱볼패스가 굳어지다 보니 최종예선 막판에는 지독한 골 기근현상에 시달렸다. 최종예선을 돌이켜보면 가장 중요한 득점은 역시 지난 11일 우즈베크의 자책골. 한국은 일주일 전 레바논 원정에서 졸전 끝에 무승부(1-1)를 거둬 본선행이 불투명한 처지였다. 각종 ‘경우의 수’가 등장했고, 선수들은 우즈베크전 필승의지를 다졌다. ‘닥공’(닥치고 공격) 모드로 쉼 없이 두드렸지만, 촘촘하게 늘어선 수비벽에 막혀 이렇다 할 찬스를 잡지 못했다. 그러던 전반 42분 김영권(광저우 헝다)이 띄운 크로스를 수비수 쇼락흐메도프가 커버한다는 게 골망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키퍼도 손쓸 수 없는 깔끔한 헤딩슛이었다. 덕분에 한국은 승점 3을 챙기고, A조 선두를 꿰찼다. 결과론적이지만, 이 자책골 없이 승점 1을 우즈베크와 나눠 가졌다면 한국의 본선 직행은 무산됐을 수도 있다. 얄궂게도 지난해 우즈베크 원정에서는 곽태휘의 헤딩골이 국제축구연맹(FIFA) 판독 결과 우즈베크 자책골로 기록됐다. 이래저래 우즈베크가 헌납한 2득점 때문에 한국축구는 브라질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20년 전 ‘도하의 기적’이 떠오를 법하다. 한국은 미국월드컵을 준비하던 1993년, 움란 자파르(이라크)가 일본전에서 경기종료 10초를 남기고 동점골을 터뜨리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본선에 진출했다. 당시 자파르는 ‘은인’으로 불리며 한국 행사에 초청되는 등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16~18세 학생들이 유급으로 일하며 경험 쌓도록 매뉴얼 없애 자유 허하라

    16~18세 학생들이 유급으로 일하며 경험 쌓도록 매뉴얼 없애 자유 허하라

    박근혜 정부의 교육 국정과제 중 하나인 ‘자유학기제’ 성공을 위한 정보 공유의 장이 지난 13일 열렸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진로탐색을 위한 자유학기제 활성화 방안 모색’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해 자유학기제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실천하고 있는 아일랜드, 덴마크, 영국의 프로그램에 대해 토론했다. 자유학기제는 지난달 26일 교육부가 중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려주기 위해 내놓은 방안으로 중간·기말고사 없이 한 학기동안 토론·실습·체험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올해 2학기를 시작으로 2016년 모든 중학교에 도입된다. 아일랜드 전환학년제-고교 진학 전 1년간 진로 탐색 가장 먼저 논의 테이블에 오른 프로그램은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였다. 전환학년제는 중등교육과정(5~6년)중에서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시니어 과정(2년)에 들어가기 전 1년 동안 운영되는 학교교육과정이다. 15~16세가 일반적으로 참여한다. 제도 정착에 2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날 토론을 지켜본 김나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전문연구원은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가 주는 시사점으로 ▲전환학년 담당 전담인력 확충 ▲단위학교별 핵심팀(Core Team) 구성 ▲교사의 태도와 능력 배양을 꼽았다. 자유학기제 전담인력의 경우 2011년부터 양성·배치된 진로진학 상담교사가 있기는 하지만 중학교 전체의 진로교육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적절치 않다고 봤다. 자유학기제의 교육과정 개발·운영 등을 위해 전담부서 역시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교사의 역량개발을 위해 연수 프로그램, 사례 공유 워크숍 등의 지속적인 개최를 요구했다. 덴마크 10학년 프로그램-1년 더 다니며 20주 직업 훈련 덴마크 교육은 포크 하이스쿨·애프터스쿨·10학년 프로그램 3가지로 정리된다. 포크 하이스쿨은 비형식 교육기관으로 18~24세의 학생들을 약 4개월간 교육한다. 입학을 위한 자격조건은 물론 시험도 없다. 상급학교 진학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음악·미술 등의 과목을 공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애프터스쿨은 14~18세에 이르는 학생들이 1~3년에 이르는 기간을 선택해서 인성 발달과 성숙을 위한 교육을 받는다. 덴마크어, 수학, 물리, 외국어 등의 정해진 의무교육도 받아야 하지만 전통적인 공립학교보다 실용예술을 강조하는 편이다. 50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10학년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자발적으로 한 학년을 더 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은 정규교육과 취업 외에도 직업 훈련 센터나 실제 직업 현장에서 20주 동안 연수를 받는다. 10학년 이수는 연수를 끝마쳤을 때만 가능하다. 토론자로 참석한 강기수 동아대 교육학과 교수는 “10학년 프로그램이 자유학기제의 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본인의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발적인 진로탐색 및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영국 쉼표학년제-학업 쉬고 자격증 따며 체험 영국의 쉼표학년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기 전인 18세 정도에 학교를 쉬는 것이다. 현재는 용어 자체가 더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2004년 영국 교육부는 16~25세를 대상으로 ‘쉼표학년제들(years)’, 즉 3~24개월 동안 학업 등을 중단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더 나아가 16~18세 청소년들이 학교 재학중에도 짧은 기간 동안 쉴 수 있는 ‘쉼표학년제와 같은’(gap year like)을 시행하는 중이다. 연령대를 다양화한 것이다. 쉼표학년제를 통해 학생들이 얻는 바는 명확하다. 직업 자격증 취득과 같은 ‘소프트 스킬’의 계발이다. 실제 많은 학생들은 쉼표학년제 기간 동안 스포츠 강사 및 외국어로서의 영어교육(TEFL) 자격 등을 포함한 직업 자격증 취득 과정을 이수한다. 발표자인 앤드류 존스 런던시티대학 교수는 “쉼표학년제의 성공은 현장 실습의 질에 상당히 좌우된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의 자유학기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3가지로 정리했다. ▲유급근로 등 직무 경험에 대한 집중 ▲고학년(16~18세)학생들에게 집중 ▲매뉴얼 및 표준화 된 지침에서 탈피 등을 언급해 자유학기제가 기존의 교육활동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은 “외국의 교육현실이 우리와 다른 점이 있지만 자유학기제 시행으로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입시 위주의 학교교육에서 자유로워져 자신의 장래에 대해 고민을 하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재개발로 사라질 밤골마을, 사진으로 살렸어요”

    “재개발로 사라질 밤골마을, 사진으로 살렸어요”

    “서울 한복판에 있지만 아랫동네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밤골 마을이라는 곳이 있어요. 올라와 보고 가세요.” 9일 서울 상도 2동의 달동네 밤골 마을에서 사진 잔치가 열렸다. 사회 공익을 위한 사진 모임 ‘꿈꽃 팩토리’ 성남훈(50) 대표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꿈꽃 팩토리가 연 사진전에는 밤골 마을 주민들과 사진 작가 등 100여 명이 모였다. 마음을 잘 열지 않던 밤골 마을 어르신들도 흥이 난 듯 사진전이 열리는 쉼터를 찾았다. 밤골 마을 골목길과 네 평 남짓한 쉼터 갤러리에는 50점이 넘는 사진이 전시됐다. 꿈꽃 팩토리 작가들과 마을 주민 도명선씨, 어린이 사진 교실의 아이들이 찍은 밤골 마을의 풍경이 들어왔다. 꿈꽃 팩토리 회원들은 곧 사라져버릴 마을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지난해부터 마을 구석구석을 사진에 담았다. 10년 전부터 재개발 지역으로 분류된 상도동 밤골 마을에는 현재 12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쉼터를 열고 사진전을 기획하는 것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성 대표는 “외부인들에게 경계심을 갖고 있던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래서 꿈꽃 팩토리 회원들은 어르신들의 장수 사진(영정사진)을 찍어드리고 사진이 나오면 직접 집으로 찾아가 전달해 주면서 주민들과 정을 쌓았다. 동네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쳐주고 주민들과 등산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면서 쉼터는 자연스럽게 동네 사랑방이 됐다. 지난해 2월 사진 작가 20여 명이 모여 꿈꽃 팩토리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성 대표는 “사진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기록하는 것”이라면서 “사라져가는 서울의 모습을 남기고 공동체적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자 모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에는 관악구 삼성동에 있는 또 다른 밤골 마을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23일까지 계속된다. 성 대표는 “재개발지역은 밖에서는 갈등의 공간으로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사라져가는 공동체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사진을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세계 최대 용광로 불 뿜는다… 포스코, 또 하나의 신기록

    세계 최대 용광로 불 뿜는다… 포스코, 또 하나의 신기록

    세계에서 가장 큰 용광로(고로)가 광양제철소에 탄생한다. 포스코는 7일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정준양 회장과 임직원 6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내용적 6000㎥ 규모의 제1고로에 불을 댕기는 화입식(火入式)을 한다고 6일 밝혔다. 1고로는 1987년 4월 처음 쇳물을 쏟아낸 뒤 세번째(3대기)로 증설된 것이다. 보통 고로의 높이는 100m 이상이다. 포스코는 고로 안 내용적이 3950㎥(2대기·연산 328만t)에서 58% 늘어난 데다 자체 개발한 고출선비 제선기술이 더해지면서 쇳물을 연간 565만t 생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승용차를 연간 237만대 더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전세계에 5000㎥ 이상 대형급 고로는 21개에 불과하다. 그동안 가장 큰 고로는 5800㎥급으로 중국 최대 민영 철강사인 사강그룹의 1고로였다. 이어 일본 오이타제철소의 1, 2고로와 포항제철소의 4고로가 뒤를 이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고로의 내용적은 커질수록 생산 효율성이 높아지는데, 여기에 최신 설비를 갖춤으로써 친환경 제품을 저렴한 원가로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고부가가치 에너지 강재와 자동차용 강판 등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양산할 것”고 말했다. 또 1고로는 수증기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무증기 수재설비’를 갖춰 에너지 회수율을 높였고, 전력이나 용수를 절감하는 시설을 도입해 친환경 고로로 개선했다는 것이다. 1고로는 1987년 처음 출선 후 2002년 수명을 다한 뒤 개수공사를 거친 2대기에서 그해 6월부터 10년 8개월 동안 하루도 쉼 없이 총 7745만t의 쇳물을 생산해 왔다. 고로는 한번 불을 지피면 계속 조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화입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로 내부의 내화벽돌이 마모되면서 수명을 다하게 된다. 이를 고로의 ‘1대기’라고 한다. 고로의 수명이 다하면 불을 끈 뒤 고로 본체를 철거하거나 내화벽돌을 새롭게 교체하고, 일부 설비를 새롭게 하는 보수 작업을 해야 한다. 3대기 개수공사는 지난 2월부터 109일간 진행됐고, 하루 1300여명이 공사에 참여해 공사 기간을 10일 단축했다. 앞서 지난 3월 개수공사 현장을 방문한 정 회장은 초대형 고로와 친환경 설비, 안전 공사 등을 주문한 바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초의 초대형 고로라는 세계 철강업계의 의미 외에도 개수공사가 불경기에 지역경제에도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아빠를 바람나게 하라③Relax

    아빠를 바람나게 하라③Relax

    ●Relax 1 아이가 원하는 이색체험 캠핑이나 하이킹 등이 아빠와 어른들이 주로 하는 활동이라면,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와 휴식에 눈높이를 맞춰 보는 것은 어떨까? <아빠! 어디가?>가 환기시켜 준 것이 바로 그것이다. 1 동강 시스타 리조타는 물 좋고 산 좋은 영월에 자리하고 있다. 스파 시설도 좋아 온가족이 느긋한 휴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2 소 젖을 짜고, 치즈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으로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경기도 여주의 은아목장 3 크루즈는 3대가 함께 쉼과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바다 위 리조트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동강에 살어리랏다 ‘시스타 리조트’ 서울 인근에도 워터파크가 갖춰진 리조트가 수두룩하지만 조금 더 한적하고 맑은 공기가 있는 강원도 동강으로 떠나 보자. 영월에 위치한 시스타 리조트는 서울에서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어 이동에 큰 부담이 없고, 객실구조도 가족에 적합하다. 객실 외관은 유럽의 어느 시골마을의 모습을 하고 있어 이채롭고, 지난해에는 힐링스파도 새롭게 개장했다. 650명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는 시설로 놀이방, 수유실, 키즈풀 등이 있고 총 4개의 테라피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또 강변에는 야외공연장, 축구장, 족구장, 농구장도 설치돼 있어 굳이 리조트 밖으로 나갈 이유가 없다. 가족 중에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9홀 규모의 시스타 리조트의 골프 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리조트가 동강변에 있다 보니 래프팅 종점을 시스타 리조트에 두고 운영하는 업체들이 많다. 이용요금 일반회원 25만원(패밀리룸 기준) 문의 033-905-2000 www.cistar.co.kr 소 젖 짜고 치즈도 만드는 ‘팜스테이’ 도시 생활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농장체험만큼 호기심을 자극하는 프로그램도 흔치 않다. 경기도 여주에 자리한 ‘은아목장’은 네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체험 장소로 방문객들은 신선한 우유와 믿을 수 있는 낙농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숙박도 하면서 목장에서 호젓하게 휴식을 누릴 수 있다. 목장에서는 트랙터 타기, 젖소 젖 짜기, 여물 주기 등 낙농체험을 할 수 있으며 모짜렐라, 페타, 고다 등 다양한 종류의 치즈뿐만 아니라 소시지, 치즈, 피자, 버터 등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1박2일 일정으로 은아목장에 머문다면 더욱 다채로운 체험이 가능하다. 목장에서 만든 유제품으로 다양한 음식을 즐기거나 초록 풀밭 위에서 바비큐 파티도 할 수 있다. 이용요금 낙농체험 1만5,000원, 치즈 만들기 수업 1만8,000원. 숙박은 객실 크기에 따라 15만원부터 문의 031-882-5868 www.eunafarm.com 일정 고민 없는 바다 위 리조트 ‘크루즈’ 배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크루즈는 가족여행의 새로운 대안이다. 크루즈의 메카는 지중해와 카리브해지만 그곳까지 이동하는 항공료가 만만치 않기에 부산에서 출발하는 한·중·일 일정이나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운항하는 크루즈를 이용하는 게 현실적이다. 싱가포르에서 출발해 말레이시아 랑카위, 태국 푸껫 등을 기항하는 스타크루즈 버고호는 베스트셀러 중 하나다. 동남아시아와 한국-중국 일정 등을 운영 중인 코스타크루즈의 경우, 부모와 함께하는 18세 미만의 어린이는 무료 프로모션을 진행 중에 있으며 22만톤급 세계 최대 규모의 크루즈를 보유한 로얄캐리비안은 배 안에 아이스스케이트장, 암벽등반 코스 등을 갖추고 있다. 크루즈는 공연, 키즈프로그램, 사우나, 야외수영장 등이 있어 어린이들이 심심할 틈이 없으며 상품 가격에 식사비가 포함되어 있어 원 없이 다국적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어른들을 위한 공간으로 카지노가 있다는 것도 쏠깃할 만한 요소다. 문의 로얄캐리비안 크루즈 02-777-0033 www.rccl.kr, 스타크루즈 02-733-9033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Relax 2 리조트 패키지로 ‘한 방’에 즐긴다 “누구는 리조트로 여행 갔다는데….” 아이와 부모님의 어깨가 축 처졌다. 침묵으로 방어할 텐가, 부지런히 움직여 볼 텐가. 가격도 착하고 만족도도 최상인 리조트를 수소문했다. 일단 떠나라. 물 좋고 공기 좋은 강원도 평창으로. 1 어린이 2층 침대를 갖춘 알펜시아 리조트 슈페리어룸은 가족여행으로 제격이다 우리 아이, 기 살리기 프로젝트 “아빠 놀러가”라는 말에 심장이 뛴다. 애들은 아빠의 마음을 알랑가 몰라. 떠나고 싶지만 몸이 천근만근이다. 이럴 땐 자고 먹고 체험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호텔 패키지를 이용해 보자. 걱정이 태산인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홀리데이인리조트 평창이 ‘키즈 체험 패키지’를 선보였다. 뭐니뭐니 해도 호텔의 품격은 객실이다. 키즈 체험 패키지는 세 가지 타입의 방을 선사한다. 어린이 2층 침대를 포함한 슈페리어룸, 더블침대와 싱글침대를 결합한 할리우드 트윈룸, 침구 4세트를 구비한 온돌방 중 한 곳을 택하면 된다. 패키지에 포함된 체험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우리 아이가 벌써 이렇게 컸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것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상징인 ‘알펜시아 스키 점핑 타워’를 나무 조각 퍼즐로 직접 만들어 볼 수 있고, 대관령 지역의 목장에서 공수해 온 우유로 리조트 내 체험장에서 생치즈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치즈 체험을 하는 동안 테이블당 하우스 와인 1명, 주스 및 과자 등도 무료로 제공된다. 패키지명 홀리데이인리조트 평창 키즈 체험 포함내역 홀리데이인리조트 1박, 몽블랑 레스토랑 조식 2인, 스키 점프대 만들기 장난감, 생치즈 만들기 체험 가격 21만원부터 문의 033-339-0000 아빠와 엄마도 아이처럼 쉬고 싶다면 오직 아이를 위한 여행은 싫다? 온 가족이 행복할 수는 없을까. 운전하느라 지친 아빠, 아이를 돌보느라 피곤한 엄마까지 모두 즐거운 여행 말이다. ‘힐링 인 알펜시아 패키지’는 일상에 지친 가족에게 휴식을 선물한다. 대관령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인터컨티넨탈 리조트의 스탠다드룸 혹은 이그제큐티브 스위트에선 대화가 없었던 가족도 도란도란 머리를 맞댄다. 가족간의 정을 두텁게 해주는 건 바로 한 끼 식사다. 이 패키지에는 5만원짜리 식사권도 포함된다. 리조트 내 플레이버스 레스토랑에서 분위기 있는 점식이나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 식사권과 별도로 2인 조식도 포함돼 있다. 리조트는 이오셀라스스파 사우나와 피트니스센터도 무료로 제공한다. 각종 영화 DVD 및 음악 CD도 갖추고 있으니 온 가족이 맞춤형 문화생활을 즐겨도 좋다. 체크아웃 시간도 오후 2시까지 연장되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패키지명 힐링 인 알펜시아 포함내역 인터컨티넨탈호텔 평창 스탠다드룸 혹은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1박, 플레이버스 레스토랑 5만원 식사권, 2인 조식, 영화 DVD 및 음악 CD 대여, 사우나 및 피트니스센터 무료 이용 가격 26만원부터 문의 033-339-0000 글 김명상, 최승표 기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지느러미 없는 기형 ‘킬러 고래’ 바닷속서 발견

    지느러미 없는 기형 ‘킬러 고래’ 바닷속서 발견

    지느러미가 없는 기형 킬러 고래(killer whale·범고래)가 카메라에 포착돼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사냥을 못하는 이 고래는 가족이 잡아온 먹이로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감동을 주고 있다. 최근 남아프리카 공화국 포트 엘리자베스 인근 바닷속에서 낯선 광경이 한 사진 작가에게 촬영됐다. 사진 속 주인공은 오른쪽 지느러미와 등지느러미가 없는 어린 범고래 1마리. 수중 전문 사진작가 라이너 쉼프는 “기형 고래가 지느러미가 없어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다.” 면서 “사냥도 못하는 이 고래를 위해 다른 고래들이 동료 의식을 발휘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기형 동물이 가족에게 버림받는 것과는 달리 이 고래는 놀랍게도 무리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쉼프는 “다른 고래들이 이 기형 고래를 위해 여러번 먹이를 대신 잡아 주었다.” 면서 “먹잇감을 사냥할 때는 무자비해 보이는 범고래지만 실제로는 사회성이 높은 동물인 것 같다.” 고 말했다. 한편 범고래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물개나 펭귄, 심지어 상어까지도 공격하는 무서운 포식자로 ‘킬러 고래’ 라고도 불린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퍼거슨 “안녕, 올드트래퍼드”

    퍼거슨 “안녕, 올드트래퍼드”

    빨간 유니폼을 차려입은 8만명이 일어서서 쉼 없이 박수를 쳐 댔다. 그라운드에는 ‘고마워요. 알렉스 아저씨’, ‘알렉스는 영원하다’고 쓰인 깃발이 나부꼈다. ‘위대한 감독’ 알렉스 퍼거슨(72)의 두 뺨 위로 눈물이 흘렀다. 골이 터질 때면 어린 아이처럼 두 팔을 들고 환호하던 백발 할아버지는 “저는 집으로 갑니다. 이제 새 감독을 믿고 응원해 주세요”라며 손을 흔들었다. 지난 27년간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끌었던 퍼거슨 감독이 올드트래퍼드와 ‘뜨겁게 안녕’했다. 13일 안방에서 열린 2012~13시즌 리그 마지막 홈경기에서 스완지시티를 2-1로 꺾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20년차 베테랑 미드필더 폴 스콜스가 선발로 나서 홈 고별전을 치렀고, 이적설이 떠도는 웨인 루니는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퍼거슨 감독은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어깨를 두드렸다. ‘위 아 더 챔피언’을 배경음악 삼아 우승 트로피를 들고 선수들과 이리저리 뛰기도 했다. 39년간 잡았던 지휘봉을 내려놓고 마지막으로 우승 세리머니를 펼친 순간, 장내 아나운서는 “리그 13번, FA컵 5번, 리그컵 4번, 커뮤니티실드 10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번,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등 퍼거슨 감독이 수집한 트로피를 열거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퍼거슨 감독은 “여러분들은 내 인생에서 가장 환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위대한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어 행복했어요”라고 인사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는 애틋한 가족애를 드러냈다. 퍼거슨 감독은 “아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최고의 친구였던 처제가 죽은 뒤 아내가 상심하고 많이 힘들어했다”며 은퇴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즈음 이미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홈팬과 석별의 정을 나눈 퍼거슨 감독은 20일 웨스트브로미치와의 원정경기를 끝으로 사령탑에 마침표를 찍는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길섶에서] ‘무가지’ 단상/정기홍 논설위원

    지하철 입구에서 늘 ‘무가지’를 쥐여주던 그 아저씨는 요즘 보이지 않는다. 한동안 그곳에서 신문을 나눠줬던 터라 꽤 낯익은 얼굴이었다. “무가지 시장이 심한 불황이라고 하던데…” 그러고 보니 지하철 객차 안에서 무가지를 모아 가져가던 할아버지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무가지는 10년 전 호황을 누리던 스포츠지를 누르고 지하철 신문시장을 평정했고, 지하철 가판대까지 퇴출시킨 장본인이다. 그런 무가지가 이제는 스마트폰에 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인간사에서 패한 것은 사라진다더니, 무가지를 두고 하는 말일 듯싶다. 최근 ‘OO녀’ ‘OO남’ 등 해괴한 지하철발 동영상물이 사라진 것도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에 열중하기 때문 아닐까 싶지만…. 지하철은 오늘도 쉼없이 달린다. 연어떼 같은 무리를 담고 버리며, 달리고 또 서기를 반복하며…. 그토록 붐비는 전동차 안을 비집고 폐지 수집차 무가지를 낚아채 가던 그 할아버지들은 이젠 무얼 할까. 출근길 배포대에서 힘없어 보이는 무가지 하나를 집어 본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투데이 인사이드] 단속해도 그때뿐… ‘꽃배달 콜뛰기’ 성업 중

    [투데이 인사이드] 단속해도 그때뿐… ‘꽃배달 콜뛰기’ 성업 중

    “단속요? 맨날 하는 건데요, 뭐. 우리 없어지면 무전기 업체들은 다 문 닫아야 할걸요?” 지난 20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미용실 앞. ‘콜뛰기’(불법 자가용 택시) 운전기사 박모(27)씨의 무전기가 쉼 없이 울려댔다. 박씨가 모는 벤츠 E클래스 차량의 운전대 옆에는 무전기와 스마트폰 여러 대가 달려 있었다. 승객을 가장한 기자가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남성에게 “콜을 불러 달라”고 부탁하자 10분 만에 도착한 차였다. 콜뛰기를 불러준 남성은 “단속이 심하지만 ○○○ 소개라고 하면 바로 올 것”이라고 했다. 논현동에서 강남역 근처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에도 박씨의 스마트폰은 끊임없이 울렸다. “응, ○○아.” “오빠, 나 여기 ○○○ 앞.” 수화기 너머로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으로 짐작되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박씨는 무전기를 들더니 어딘가에 “남는 차 있느냐”고 묻는다. 배차받은 차량 번호를 듣고 박씨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아, 검정색 ○○○○ 타.” 박씨는 무전기와 개인 휴대전화, 영업용 휴대전화를 쉴 새 없이 바꿔 가며 전화를 걸고 받았다. 역삼동과 선릉역, 강남역 일대의 유흥업소 위치를 줄줄 꿰고 있었다. 경찰이 되려고 했다는 박씨는 “먹고살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고 심드렁하게 말한 뒤 위태롭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 경찰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콜뛰기 차량의 불빛은 여전히 강남 유흥가를 중심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초저녁 논현동 원룸촌 일대의 미용실과 네일숍을 출발한 콜뛰기 차량은 밤새 룸살롱과 모텔 사이를 누비다 새벽이면 다시 논현동으로 돌아왔다. 일대 유흥업계 종사자들은 “밤 문화가 있는 한 ‘꽃배달’(유흥업소 여성을 실어 나른다는 뜻의 은어)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날 오후에도 원룸과 미용실이 많아 콜뛰기 차량이 몰리는 논현초등학교 인근에는 콜뛰기 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왕복 2차선 도로의 한 차선에는 약 150m에 걸쳐 벤츠와 아우디, BMW 등의 고급 외제 차량이 즐비했다. 간혹 눈에 띈 모범택시들은 바쁘게 오가는 콜뛰기 차량과는 달리 빈 차임을 알리는 빨간 등만 켜져 있었다. 한 미용실 직원은 “택시와 달리 콜뛰기 차량은 술집 위치는 물론이고 여성들의 집 주소까지 알고 있다”면서 “술에 취해도 척척 데려다 주는데 번거롭게 택시를 탈 이유가 없다”고 귀띔했다. 대기 중인 차량에 다가가 “콜뛰기하러 왔느냐”고 묻자 열이면 열 “아는 사람을 태우러 왔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내려진 창문 틈으로 유흥업소 위치가 표시된 지도와 여러 대의 휴대전화가 눈에 띄었다. 다른 미용실 직원은 “손님으로 온 여성이 콜뛰기 기사에게 요즘 단속이 심하니 조심하라는 말을 했다더라”면서 “기사들도 단속에 대비해 손님을 여자 친구나 아는 여동생이라고 둘러댈 수 있도록 앞자리에 앉히는 게 관행”이라고 말했다. 어렵게 취재에 응한 30대 중반의 콜뛰기 업체 대표 A씨는 “단속 때문에 특별히 힘든 것은 없다”면서 “잠시 주춤하긴 하겠지만 기껏해야 교통법 위반으로 벌금만 몇 푼 내면 되는데 콜뛰기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단속을 피하고자 명함을 돌리는 대신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일을 주선한다고 했다. 하루 12~13시간을 일하면서 약 150㎞를 주행한다. 2005년부터 콜뛰기를 해 왔다는 그는 “언론과 경찰이 콜뛰기 기사를 범죄자 집단으로 몰고 가지만 오히려 매일 만나는 업소 여성들은 우리를 ‘삼촌’으로 여기며 믿는다. 손님을 내려준 뒤 집에 불이 켜질 때까지 지켜볼 만큼 서비스도 좋다”고 말했다. 또 “전에는 누워서도 월 500만~600만원은 벌 만큼 수입이 좋았지만 지금은 기름값과 보험료를 떼고 나면 월 200만원도 많이 가져가는 편”이라면서 “강남 콜뛰기는 이른바 조직의 ‘대빵’이 없어서 한 명만 잡아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닭장차’(경찰 버스) 열 대가 와도 부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말은 경찰의 인식과는 온도 차가 컸다. 단속을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전에는 20여개 업체에 1000여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단속 이후에는 추산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콜뛰기 기사들은 강남 일대를 돌아다니는 순찰차를 두고 “순찰차와 콜뛰기 단속은 별 관련이 없다. 서울청에서 잠깐 단속 나올 때만 조심하면 된다”고 전했다. 일반 택시기사도 이른바 강남의 꽃배달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택시기사 김모(71)씨는 “단속 때문인지 전에 비해 30% 정도 줄어든 것 같지만 택시가 콜뛰기와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신호 무시는 물론이고 중앙선 침범과 역주행도 불사하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엔 콜뛰기 업체와 대부 업체가 손을 잡는 경우도 있다. 다른 택시기사 이모(58)씨는 “대부 업체에서 유흥가 여성들에게 ‘좋은 조건으로 돈을 빌려줄 테니 우리가 소개하는 콜뛰기를 이용하라’고 권유한다더라”면서 “돈과 밤 문화가 있는 이상 콜뛰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16일 TV하이라이트]

    ■시사기획 창(KBS1 밤 10시)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는 무한 경쟁이다. 입시 경쟁, 취업 경쟁을 비롯해 중산층으로 살아남기 경쟁에 모두의 허리가 휜다.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에게는 재도전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모두가 불행해지는 경쟁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한국 사회에 필요한 패자 부활 시스템은 어떤 것인지 모색해본다. ■초한지(KBS2 밤 12시 30분) 조고는 밀려드는 역적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대신들은 역적을 소탕하기 위해 장한을 장군으로 천거한다. 궁에서의 일들을 전해 들은 장한은 신희 공주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기로 한다. 항우는 동군 전투에서 승리해 대장군이 되고 계포도 약속대로 이를 받아들인다. 한편, 유방은 호릉에서 대패해 돌아온다. ■PD수첩(MBC 밤 11시 20분) 최근 들어 자식 때문에 빚을 떠안는 부모가 늘고 있다. 한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금융회사 부채가 있는 만 60세 이상의 가구는 2010년 25.7%에서 2011년 35%로 증가했다. 자녀 교육을 위해 쉼 없이 일을 해 온 대한민국의 부모들. 노후를 즐길 나이지만 자식의 빚 때문에 다시 생계 현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올해 15살인 명운이는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겨우 초등학생의 키에 걷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명운이는 선천성 정신지체와 뇌병변 장애, 다운증후군 그리고 강직성 심장질환까지 모두 4가지의 중복 장애를 앓고 있다. 4개의 희귀 질환을 앓고 있지만 명운이는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다. ■한국기행(EBS 밤 9시 30분) 완연한 봄, 이맘때 전북 서남단에 있는 고창은 온통 초록빛 보리밭으로 바뀐다. 청보리밭의 봄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러 풋풋한 향기가 가득하다. 30여만 평의 보리밭이 펼쳐져 있는 공음면 부채울 마을 구릉 밭은 부드러운 곡선을 이뤄 마치 녹색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아름답다. ■가족(OBS 밤 11시 5분) 경남 남해의 작은 섬 노도는 13가구에 18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섬이다. 이곳에는 어촌계장이자 반장인 이석진씨와 아내 구영자씨가 살고 있다. 23년 전 포르투갈행 원양어선에서 사고를 당한 석진씨. 이에 아내 영자씨는 남편의 고향 추도로 귀향해 병수발은 물론 아픈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이어 가고 있다.
  • [주말 인사이드] 하나뿐인 내 아이 위해 시간·돈 아낌없이! GOLDEN BABY 만들기

    [주말 인사이드] 하나뿐인 내 아이 위해 시간·돈 아낌없이! GOLDEN BABY 만들기

    우리나라 여성들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1.3명이다. 산술적으로 대입하면 세 집 가운데 두 집은 외동딸 아니면 외동아들이라는 얘기다. 그야말로 금지옥엽(枝玉葉)이다. 부모들은 시간과 돈을 온통 아기들에게 쏟아붓는다. 최고로 만들고 싶어 한다. 이런 가운데 요즘 뜨거워지고 있는 동네가 아기 모델, 아역 배우 시장이다. 영유아부터 어린이까지 ‘얼짱’ 만들기에 엄마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배우나 가수 등 전업 연예인으로 키우려는 목적도 아니다. 그저 내 귀한 자녀가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예쁘게 보이고 황금빛 추억을 가지는 것, 그걸로 족할 뿐이다. 여기에는 인터넷 카페, 블로그,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역할이 크다. 한 모델 에이전시 직원은 “5년 전만 해도 잡지를 뒤지고 직접 발로 뛰어 아기 모델을 찾았는데, 요즘은 인터넷에 올라오는 사진만으로도 일일이 확인이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돈도 별로 안 되고 뒤치다꺼리는 많지만 발 빠르게 움직이면 대중 앞에 내 아이를 내세울 기회는 쌔고 쌨다. 엄마들은 다음카페 ‘아주모’(아기주부모델정보)나 필름메이커스 등에 아이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올리고 선택받길 기다린다. 생년월일과 신체사이즈, 활동경력 등을 자세히 올릴수록 당연히 기회는 더 늘어난다. 카페 카테고리를 잘 뒤져보면 ‘출연정보 및 공지’도 있는데, 각종 잡지의 표지모델부터 인터넷쇼핑몰 피팅모델까지 알짜 활동정보가 하루 5건 이상 올라온다. 눈만 크게 뜨면 기회는 많은 것. 지난달 찾아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스튜디오. 출시를 앞둔 기저귀를 광고할 아기 모델들의 사진 촬영이 한창이다. 프로필 사진을 통해 세 명의 아이가 추려진 가운데 이날 사진을 찍어본 아기 셋 중 한 명이 모델로 최종 낙점된다. 그중에 이제 9개월 된 이로딘군이 있었다. 알몸에 달랑 기저귀만 차고 앉았다. 엄마의 팔에 안겨 정해진 시간보다 20분이나 일찍 도착해 스튜디오의 분위기를 익혔지만, 여기가 어딘가 싶은 모양이다. 사진작가는 익숙한 듯 ‘뽀로로’의 주제가를 틀었다. “뽀통령이라고 불릴 만큼 애들이 좋아하잖아요. 촬영 때 들으면 애들이 잘 웃더라고요.”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려는 순간, 로딘이의 기저귀가 축축해졌다. 시작도 못해 본 촬영이 다시 5분 뒤로 미뤄졌다. 서둘러 기저귀를 다시 찬 아기가 렌즈 앞에 앉았다. 아빠 제임스 프레드릭(38·미국)과 엄마 송다정(29)씨가 카메라 뒤에 서서 “우쭈쭈쭈” 소리를 내며 아이의 시선을 유도하지만 아이는 좀체 반응이 없다. 집에서는 눈만 마주쳐도 까르르 자지러지게 웃어 대던 아이가 반응이 신통치 않으니 엄마·아빠의 이마에 땀이 맺힌다. 10분간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도통 아이의 해맑은 표정이 나오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탈락할 판이다. 아이가 피곤해 할까 봐 10분간 쉬기로 했다. 작가는 “아기는 말을 못 알아들으니까 어른이 맞춰줘야 한다. 10분씩 잘라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카메라를 치우자 로딘이는 쉼 없이 천사 같은 웃음을 발산하며 자기 배를 마사지하는 엄마 송씨를 안타깝게 만든다. “아유, 아까 이렇게 좀 웃지.” 엄마는 스튜디오 조명이 너무 뜨거운가 싶어 아기의 얼굴에 입으로 바람을 불어준다. 짧은 휴식 끝에 다시 촬영 시작. 이번에도 로딘이는 애매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부모는 걸고 있던 목걸이를 꺼내들고 흔들고, 장난감으로 소리내고, 손수건까지 흔들었다. 사진작가가 “이러다 아버님 쓰러지시겠다”며 놀린다. 하지만 집에서 짓던 ‘살인미소’는 나오지 않았다. 부모는 잠투정을 하나 싶어 30분간 재우기로 했지만 카메라 불빛이 꺼지자 로딘이의 까만 눈망울은 다시 말똥말똥하다. 분유를 먹으면서 모두가 원했던 바로 그 미소를 지었다. 두 시간의 촬영이 먹고, 자고, 싸는 동안 훌쩍 지나가 버렸다. 혼혈아 로딘이는 이국적인 외모 덕분에 태어난 순간부터 주목을 받았다. 백일 즈음에 인터넷의 ‘예쁜아이 콘테스트’에 응모했는데 덜컥 1등을 했다. 우승상금으로 받은 돈은 50만원밖에 안 됐지만 20여 군데 잡지에 얼굴을 내밀 수 있었다. 이후 한 달에 3~4건 이상 모델 제의가 들어온다. 대단한 수입이 있는 건 아니다. 인터뷰를 한 대가로 사진만 받을 때도 많다. 송씨는 “주변에서 예쁘다고 부추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호기심에 시작해서 계속하고 있다”면서 “아기가 힘들까 봐 걱정될 때도 있지만 최소한 사진은 남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이 아빠는 “로딘이의 카카오스토리를 만들었는데, 친구가 최대치(500명)까지 다 찼다.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사진에 추천을 누르고 간다”며 흐뭇해했다. 사진작가는 “아기를 한 명만 낳아 애지중지 기르다 보니 예쁜 사진을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큰 것 같다”면서 “요즘은 웨딩 촬영보다 아기들 촬영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깜찍한 외모의 남규빈(아래4)양도 우연한 기회에 모델이 됐다. 돌잔치 준비하면서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을 다음카페 ‘아주모’에 올린 게 계기가 됐다. 무료 이벤트 행사가 많아 활발하게 카페활동을 했는데, 규빈이 사진을 보고 모델을 해 보라는 제의가 쏟아져 들어왔다. 홈쇼핑 업체나 의류·식품회사에서 보통 촬영 이틀 전쯤 연락이 오는데 어머니 김수양(33)씨는 무조건 ‘오케이’를 하는 편이다. 비정기적으로 피아노 레슨을 하는 김씨에게는 딸의 모델 일이 1순위다. 사진촬영은 보통 4~5시간 정도. 홈쇼핑은 한 번에 4만원, 인터넷 피팅모델은 시간당 7만~10만원 정도를 받는다. 김씨는 “사람들이 귀엽다고 해주면 규빈이가 정말 좋아한다. 사진이나 광고촬영이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서 웬만하면 다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혁(7·가명)군은 자신감을 키우려고 배우 세계에 뛰어들었다. 워낙 숫기가 없는 상혁이의 성격을 외향적으로 바꿔볼 수 있을까 싶어 어머니 김효진(39)씨가 인터넷 카페에 프로필 사진을 올린 게 계기가 됐다. 중소 영화사나 단편영화를 찍는 대학생들 위주로 심심찮게 연락이 왔다. “저런 잘생긴 마스크를 우리만 보기는 아까워”라고 웃었던 부모의 ‘고슴도치 사랑’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통한 것이다. 상혁이의 첫 작품은 1999년 ‘씨랜드 사건’을 다룬 독립영화 ‘별모양의 얼룩’. 아이들 20명이 단체로 나오는 작품이라 클로즈업되는 장면도 별로 없었지만, 상혁이는 또래 친구들과 만나고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하는 것에 마냥 즐거워했다. 방송에 나가 봤자 기름값도 안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김씨는 “뒷바라지하느라 신경 쓸 일이 많지만 아이가 재밌어하면 그걸로 됐다”고 했다. 연예계 대부분이 그렇듯 아역배우 세계에서도 ‘라인’(연줄)을 무시할 수 없다. 전문학원이나 보조출연 대행사(에이전시)를 통해 출연이 확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주연급 아역의 입김도 세다. 보조출연자가 필요할 때는 주연급 엄마가 친분 있는 아이에게 ‘콜’을 보낸다. 그들만의 리그가 워낙 공고하다고. 몇몇 잘나가는 아역의 부모는 카메오급 아이의 부모와는 말도 섞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의 연기 경력이나 인기에 따라 엄마들도 서열이 있다고 귀띔했다. 글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그래픽 이혜선 기자 okong@seoul.co.kr
  • ‘순수의 경계’ 라오스 아이들과 함께한 착한 휴가

    ‘순수의 경계’ 라오스 아이들과 함께한 착한 휴가

    얼마 전부터 여행자들 사이에서 ‘착한 여행’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단순히 여행지를 돌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계 시민’으로서 현지 주민과의 소통과 나눔을 강조하는 개념이지요. 포털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 직원들과 함께 라오스로 ‘착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과 자원봉사를 겸한 ‘설레는 휴가’란 이름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궁벽한 마을에 초등학교를 지어주고, 학생들과 다양한 체험활동도 벌였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참 정겨운 경험이었습니다. 눈만 마주쳐도 얼굴 붉히고, 기둥 뒤에 숨어 슬며시 바라보던 아이들. 진작 멸종됐을 것 같았던 수줍음이란 감정이 라오스에선 여전히 살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객과 주인은 서로에게 다가가고 싶어 함께 얼굴을 붉히곤 했지요. 학교를 떠나던 날, 아이들은 멀리까지 숨이 차도록 따라와 손을 흔들었습니다. 이를 보는 다음 직원들의 시선은 다양했습니다. 눈물 짓는 이, 그를 보고 낄낄대며 놀리는 이, 그리고 애잔하게 바라보는 이도 있었지요. 하지만 가슴에 담긴 생각들은 비슷했을 겁니다. 아이들과 함께 지냈던 시간들 너머로, 그들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오버랩됐겠지요. 가난은 나라님도 어쩌지 못한댔는데, 외지인이 거기까지 해줄 수는 없을 겁니다. 분명한 건,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듯, 여럿이 같은 곳을 바라보면 희망이 생긴다는 거지요. 마지막 남은 순수의 땅, 미국 뉴욕타임스 선정 여행자들이 꼭 가봐야 할 곳 1위. 모두 라오스에 바치는 헌사입니다. 하지만 그런 상찬이 쏟아진 이후 라오스를 찾는 여행자가 폭증했고, 순수의 이미지도 빠르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여행자들의 몫은 자명해 보입니다. 빈약해지고 있는 순수의 경계를 그네들이 다시 추스를 수 있도록 돕는 거지요. 건기의 끝자락. 들녘이 타들어 간다. 황톳길은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붉은 먼지가 인다. 논엔 벼 대신 잡초만 무성하다. 농지 대부분이 천수답이어서 비가 오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5월 우기가 시작되면 논마다 벼가 자라고, 그만큼 생기도 넘칠 터. 그때까지 소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한데 이상하다. 하나같이 깡말랐다. 일은 안 하고 종일 풀만 뜯으니, 피둥피둥 살이 쪄야 옳지 않은가. 개와 닭, 심지어 돼지도 그 모양이다. 사람인들 다르랴. 토실토실한 이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뜨거운 날씨와 싸우느라 체력 소모가 많은 탓일까. 다음 직원들이 ‘휴가’차 찾은 곳은 하이캄이다. 수도 비엔티안에서 10㎞쯤 떨어진 곳이다. 명색이 수도 외곽 지역인데, 분위기는 영락없는 깡촌이다. 먼저 표기법부터 짚어두자. 라오스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으니 말이다. 일반적인 라오스 수도의 이름은 비엔티안이다. 하지만 이는 영어식 표기일 뿐, 주민들의 발음과는 사뭇 다르다. 현지에선 위엔찬이라 부른다. 이를 프랑스 식민시대에 프랑스어 방식으로 표기하려니 ‘Vientiane’이 됐고, 이게 그대로 영어권에서 비엔티안으로 굳어진 것이다. 방비엥도 마찬가지. 주민들은 왕위엔으로 발음하지만 표기는 프랑스어 방식을 따라 ‘Vang vieng’이라 했고, 이게 그대로 방비엥으로 읽히게 된 거다. 다음이 ‘글로벌 비전’ 등 비정부기구(NGO)와 함께 벌이고 있는 ‘지구촌 희망학교’와 ‘설레는 휴가’ 프로그램은 한 묶음이다. 예컨대 라오스에 일곱 번째 ‘지구촌 희망학교’가 건립되고 나면, 사원들이 학교를 찾아 봉사와 휴가를 겸해 ‘설레는 휴가’를 벌이는 식이다. 단순히 학교 건립 비용만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와 학교 운영비 등도 필요에 따라 지원된다. 2006년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일곱 차례 이 같은 프로그램이 이어졌고, 여덟 번째 학교가 건립된 타지키스탄과 아홉 번째 학교가 지어질 인도 등에서도 프로그램은 계속된다.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봉사지만 이들에겐 엄연히 휴가다. 더위와 싸우면서도 그저 자신의 일에 만족할 뿐이다. 휴가의 본질 가운데 하나가 ‘스스로를 치유하는 것’이라면, 이들은 제대로 휴가를 즐기는 셈이다. 프로그램은 닷새 동안 하이캄 초등학교 학생들과 보내고, 이틀은 비엔티안과 방비엥 등을 돌아보는 일정으로 짜여졌다. 사내 응모를 통해 선발된 다음 임직원 15명이 참여했다. 윤호영 경영지원부문장은 “선발 이후 두 달간 업무 외 시간이면 늘 지구촌 희망학교 어린이들과 함께할 프로그램 준비에 매진했다”며 “신청자들이 많아 경쟁도 치열했다”고 전했다. 라오스는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다. 수도에서조차 프로그램 진행에 필요한 물품을 구할 수 없었던 탓에 참가자들은 메콩강 건너 태국까지 가서 물품을 조달해 와야 했다. 이러구러 ‘설레는 휴가’는 진행됐다. 학교 한쪽 벽엔 예쁜 벽화가 그려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손엔 조립 비행기와 장난감 등이 늘어갔다. 스윙 댄스와 체육대회 등 몸으로 부대끼는 프로그램은 폭발적인 인기였다. ‘환호작약’하다가도 다음 직원들이 하이 파이브를 하자고 손을 내밀면 자라처럼 움츠러들었던 아이들. 그들이 어느샌가 다가와 손을 잡고 볼을 비비며 신뢰감 듬뿍 담긴 눈길을 보낸다. 이건 정말 놀라운 경험이다. 참가자 가운데 9명은 아이들과 결연도 맺었다. 처음인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한두 차례 이상의 유경험자다. 릿티다양을 ‘딸’로 맞은 이미연(29)씨는 “시집도 가기 전에 인도와 베트남을 포함해 1남 2녀의 엄마가 됐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흙먼지가 많은 곳에선 지는 해가 한결 더 붉다. 그 덕이지 싶다. 아이들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돌린 다음 직원들이 붉게 물든 눈시울을 감출 수 있었던 것도. 라오스는 북으로 중국, 서로는 태국, 동과 남으로는 베트남, 캄보디아와 각각 국경을 접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태국에 시달려온 데다, 근세 들어 프랑스와 일본 등에까지 핍박을 당한 탓에 여러 문화를 담은 풍경들이 공존하고 있다. 그 가운데 ‘달이 걸린 땅’이란 고운 뜻을 가진 비엔티안은 사원으로 가득한 도시다. 라오스에서 가장 신성한 사원으로 추앙받는 파 탓 루앙과 가장 오래된 사원인 왓 시사켓, 에메랄드 불상으로 유명한 호 프라케오 등이 가까운 거리에 몰려 있다. 비엔티안엔 고층건물이 없다. 파투사이 때문이다. ‘승리의 탑’이란 뜻의 파투사이는 1958년 프랑스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을 이룬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시멘트 건축물이다. 정부에서 7층 높이의 파투사이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게 했다니,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국민’ 건축물인 셈이다. 그런데 하필 모티브가 된 게 프랑스의 개선문이란다. 참 역설적이다. 라오스 내 모든 거리 측정의 기준이 되는 남푸 분수, 태국과 국경을 이루고 있는 메콩강, 내륙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콕 사왓의 소금마을 등도 차분히 둘러보는 게 좋겠다. 메콩강 야시장도 명물이다. 조악한 느낌이 드는 물건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향토색 물씬 풍기는 토산품을 값싸게 살 수 있다. 전역을 돌아보지 않은 터라 단언키는 어려우나 라오스에서 기골이 장대하고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대단한 풍경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라오스의 풍경은 사람을 압도하지 않는다. 처음 방문한 이방인도 풍경 속으로 끌어안는다. 주민이나 외지인을 가려 내치지 않고 어디 하나 모난 데 없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늘 고향에 온 것처럼 푸근하다. 방비엥은 그 가운데 원형에 가까운 옛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비엔티안에서 156㎞를 달려 오는 내내 도시인들이 보고 싶어 하는 낡은 풍경들을 아낌없이 내어 준다. 풍경도 빼어나다. 깎은 듯 치켜 올라간 카르스트 지형의 파등산과 시가지를 관통하는 송강이 독특한 형태로 어우러져 있다. 라오스의 주요 관광지들이 사원 관람 위주인 반면, 방비엥에서는 송강을 따라 카야킹, 튜빙 등을 즐기거나 곳곳에 널린 동굴 탐험 등의 체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특히 블루 라군의 신비한 물빛과 황금빛 와불이 놓인 탐 푸캄 동굴 등은 놓쳐선 안 된다. 아침 6시쯤이면 시내 곳곳에서 주황색 옷을 입은 승려들이 탁밧(탁발의 라오스말)을 벌이는 이색적인 풍경도 만날 수 있다. 한편에선 아쉬움의 목소리도 높다. 방비엥이 변질됐다고. 그런 징후가 없지 않다. 여행자가 주인 행세를 하려 든다. 원주민들을 가벼이 여기는 듯한 옷매무새와 행동들도 이어진다. 현지 아이들도 조만간 여행자에게서 얻어내는 ‘1달러의 맛’에 길들여질 게다. 방비엥은 여전히 여행자의 천국이라 불린다. 하지만 그건 라오스의 자연과 개성이 수수한 형태로 남아 있고, 여행자들도 그 틀을 깨지 않을 때라야 유지될 수 있다. 글 사진 비엔티안·방비엥(라오스)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 수첩] -라오항공과 한국의 진에어가 인천~비엔티안 구간을 직항으로 연결하고 있다. 비행 시간은 5시간 남짓 소요된다. -화폐는 킵과 달러, 태국의 밧이 통용된다. 1달러=8000킵 정도다. 다만 달러로 계산하면 킵으로 돌려주는 경우가 많아 손해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관광지에서 입장료를 받는다. 대부분 1만 킵 정도다. 숙소 등에서 팁을 줄 때도 1만 킵이면 충분하다. -아이들의 머리를 만지는 것, 여성이 승려의 몸에 손대는 것 등은 삼가야 한다. 가장 더운 시기는 3~4월이다. 최고 40도에 이르기도 한다. 아침엔 선선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얇은 방풍 재킷을 준비하는 게 좋다. 우기가 시작되는 5월 중·하순부터는 기온이 떨어진다. -방비엥 시내를 벗어나 몽족 마을 등을 방문하려면 자전거보다는 오토바이가 낫다. 하루 7~10달러면 빌릴 수 있다. 휘발유는 소형 오토바이를 가득 채우는 데 5달러 정도다. 비포장길이라 안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흙먼지가 싫다면 시내에서 방진 마스크를 사두는 게 좋다. 콘센트는 우리와 비슷해 무리 없이 가전제품을 쓸 수 있다. -공항에서 현지 가이드들이 위탁 화물을 임의로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 단체 화물로 오인해서다. 개별 여행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SK텔레콤 휴대전화는 자동 로밍된다. ‘데이터 무제한 원 패스’ 상품도 내놨다. 정액제로 무제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상품이다. 와이파이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제법 빠르게 데이터를 쓸 수 있다. 물론 주변 사람들과도 데이터를 나눠 쓸 수 있다. 1일 9000원. 현지시간 밤 12시가 기준이다.
  • “수사는 속도 아닌 완성도 중요”

    “수사는 속도 아닌 완성도 중요”

    “수사의 본질적인 가치는 속도가 아니라 공정성과 완성도입니다. 꼼꼼하고 정확하게 사건을 처리한 경찰을 매달 ‘으뜸조사관’으로 선발해 포상하겠습니다.” 현직 경찰간부가 자비로 포상금을 내걸고 부하 경찰관들의 사기 진작에 나섰다. 주인공은 지난달 서울 강남경찰서에 수사과장으로 부임한 황정인(45) 경정. 황 경정은 2005년부터 ‘죽림누필’이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에 경찰에 관한 소신 발언을 해 유명한 인물이다. 도봉서에서 강남서로 옮긴 지 한 달여. 6일 만난 황 경정은 “일에 치이는 경제팀을 보며 격려 차원에서 ‘으뜸 조사관제’를 생각해 냈다”면서 “매달 사건을 완성도 있게 처리한 팀원 한 명을 뽑아 기프트카드(10만원)를 주겠다”며 웃었다. 이날 현재 강남서 경제팀원 1인당 보유사건은 평균 42건꼴. 수사관은 45명으로 제한된 상태에서 사건이 쉼없이 밀려들기 때문에 완성도보다는 신속함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황 경정은 “척박한 근무환경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고 직원들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 싶어서 포상 아이디어를 냈다”고 했다. 첫 번째 ‘으뜸 조사관’으로는 경제5팀 소속 황인후 경위가 선정됐다. 공소시효 만료를 며칠 앞둔 사건을 꼼꼼하게 수사해 송치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지방행정의 달인] 행정달인 18인 릴레이 인터뷰 ②

    [지방행정의 달인] 행정달인 18인 릴레이 인터뷰 ②

    ‘제3회 지방행정의 달인’으로 선정된 18명의 릴레이 인터뷰 2회를 게재한다. 이번에는 소송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은 이기용 경기 파주시 총무과 팀장과 장은길 김포시청 주무관, 사회교육복지 부문의 류성한 경남 통영시립도서관장, 세정 부문의 김종현 서울 강남구청 세무과 주무관 등 4명을 소개한다. 이기용 파주시 총무과 팀장 “고구려 덕진산성 등 문화재 사유화 막아” 경기 파주시 총무과의 이기용(52·지방행정 6급) 팀장은 사무실보다도 법정이 더 익숙한 공무원이다. ‘행정 변호사’란 별명은 그래서 붙었다. 주특기는 국공유 재산 환수보전소송. 지난 12년간 잃어버린 145만 5017㎡(44만 143평)의 국공유 재산을 환수해 파주시에 500억원이 넘는 재정 수익을 올려준 주인공이다. 신학대를 나와 한때는 목회자의 길을 꿈꿨으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공무원이 됐다. 파주시청에 몸담은 것은 1991년. 뜻하지 않게 국공유 재산 관리 업무를 맡았다가 승소하는 사례가 많아지자 2000년 당시 송달영 시장은 그에게 아예 국공유재산관리팀장을 맡겼다. 그는 내친김에 방통대에 편입해 법학을 전공했고 그것도 성에 안 차 고시촌의 법학원을 노크하기도 했다. “3년여간 법에 미쳐 살았다. 한창 일이 몰릴 때는 1년에 국공유 재산 소송이 400건이나 됐다”는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옛 장단군 지역의 면 소유 재산을 파주시 소유로 승계시킨 소송이다. 이 팀장은 “장단군 지역이 행정구역상 파주시로 편입됐지만 재산권까지 승계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못했다”면서 “오랫동안 민통선 구역으로 방치됐던 장단군 지역의 국공유재산을 되찾기 위해 일제강점기 문서가 보관된 국가기록원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굵직한 문화재도 환수해 냈다. 토지 브로커들의 농간으로 꼼짝없이 개인소유로 넘어갈 뻔했던 고구려 덕진산성과 고려 시대 마애사면석불이 그것들이다. “6·25전쟁으로 소유권 등기가 사라진 덕진산성의 경우 조선총독부가 1942년 발간한 자료집까지 뒤져 원래 국유지였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았다”고 말했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브로커들의 협박을 받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는 그는 국공유재산에 관한 한 공직사회의 명강사로 꼽힌다. 직접 쓴 책 ‘국공유 재산 소송실무’는 전국 재산 담당 공무원들에게 교과서로 통한다. 황수정 기자 sjh@seoul.co.kr 류성한 통영시립도서관장 “나이 들면 경로당 대신 도서관 찾게 할 것”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혹독하기만 하다. 밤 11시까지 도서관 문을 열고 시민들을 맞아야 한다. 덕분에 시민들은 편하다. 보고 싶은 책이 장서 목록에 없어도 말만 하면 재깍 어디선가 구해 와 빌려준다. 책 보는 곳일 뿐 아니라 세미나, 교양강좌, 영화 상영 등을 하는 종합 문화 공간이다. 도서관이 세 곳으로 나뉘어 있고 휴관일도 각각 다르니 1년 내내 언제나 이용할 수 있다. 류성한(51) 통영시립도서관장이 있는 경남 통영시 얘기다. 류 관장이 ‘지방행정의 달인’으로 뽑힌 것은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달아 준 격이었다. 이미 시모범공무원상은 물론 국무총리표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등을 휩쓸었다. 류 관장은 2007년 1월 통영시립산양도서관장으로 처음 발령받았다. 당시 도서관은 이용객도 별로 없었고 흉물스러웠다. 그는 버리는 보도블록을 주워다 쉼터를 꾸미고, 나무 분재를 얻어 도서관 안팎을 가꾸면서 산뜻한 도서관으로 탈바꿈시켰다. 또 섬마을 욕지도에 세워놓은 뒤 무협지 정도 겨우 갖춘 ‘동네 책방’ 같던 욕지도서관을 번듯하게 바꿔 냈고 시와 도를 뛰어다니며 예산을 따내고 민자를 유치해 통영시립도서관 본관을 만들었다. 또 통영 시민 30%가 사는 신시가지에도 충무도서관을 만들어 오는 7일 문을 연다. 박경리, 유치환, 김춘수, 백석 등 통영과 인연을 맺은 작가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테마 도서전’은 물론 ‘도서 나눔 운동’ ‘북콘서트’ 등 많은 창발적 사업을 쉼 없이 쏟아냈다. 그는 “지난 6년은 정말 밤낮없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도서관만 생각하고 살았던 시절이었다”고 돌아봤다. ‘도서관 전도사’ 류 관장의 관심은 벌써 또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경로당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을 찾도록 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도서관이 중심이 된 문화센터, 노인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실버 도서관’ 등 가야 할 길이 아주 멉니다.” 글 사진 통영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장은길 김포시청 회계과 주무관 “시·국가의 땅도 내 땅 찾는 것처럼 최선” 경기 김포시 회계과에 근무하는 장은길(42·행정 6급) 주무관은 ‘소송의 달인’이다. 어감만으로는 행정·사법관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악성 민원인을 연상시키지만 이는 장 주무관이 지방자치단체와 국가 재산을 소송을 통해 지키다 보니 듣게 된 말이다. 김포시는 2008년 도로사업과 관련해 부당이득금반환소송 등 15건이나 제소당했다. 1970∼80년대 시가 보상을 했지만 등기가 이전되지 않은 점을 이용해 변호사와 소유주가 합작으로 기획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기획담당관실에서 일하던 장 주무관은 선배 공무원들이 야속했지만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밤낮으로 법 공부에 매달리면서 대응책을 마련했다. 그 결과 소송에서 시가 100% 승소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보상을 했는데도 미등기된 토지는 지역에 널려 있었다. 장 주무관은 해당 토지 소유주나 상속인에게 등기 이전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선뜻 응해 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당시 등기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줬는데 이제 와서 그러느냐”고 반발했다. 장 주무관은 거주지가 다양한 소유주나 상속인을 일일이 찾아가 진정성 있게 설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속이 진행돼 땅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강박관념이 그를 괴롭혔다. 해당인이 국외에 거주할 때는 주소지에 메모를 붙여 놓고 연락 오기를 몇달씩 기다리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281필지(7만 7330㎡)에 대한 등기 이전을 마쳤다. 도저히 협의가 되지 않을 때는 소송을 걸어 102필지(1만 8890㎡)를 되찾았다. 이들 땅은 공시지가 기준 106억원으로 국가에 98필지, 김포시에 283필지, 경기도에 2필지가 귀속됐다. 장 주무관은 “만약 내가 조상에게 물려받은 땅이 남의 소유로 돼 있다면 가만히 있었겠느냐”면서 “시와 국가의 땅을 찾는 일에도 같은 심정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김종현 강남구청 세무과 주무관 “체납자 정보 공유… 법원배당금 추징을” “세금 체납자들이 세금 징수를 피하는 걸 보면 기상천외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어렵게 징수에 성공하면 또 다른 허점을 파고들거든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 그리고 꽁꽁 숨겨놓은 재산과 돈을 찾아내는 노하우를 갖춰야 징수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제3회 지방행정의 달인에 선정된 김종현(44·서울 강남구청 세무관리과) 주무관은 세금 체납자들에게는 염라대왕이나 마찬가지다. 도저히 찾아낼 수 없을 것 같은 돈을 찾아내 결국 체납 세금을 징수해 가기 때문이다. 김 주무관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체납자가 은닉한 법원배당금을 압류하는 시스템을 도입, 5억 8000만원을 압류해 주목받았다. 현재 일선 행정기관에서는 법원이 관할하는 경매 배당금 관련 인적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김 주무관은 경매 관련 업체와 제휴해 배당금 지급이 예상되는 사람들 중에서 체납자를 찾아내 법원이 배당금을 지급할 때 체납 세금을 먼저 징수하는 데 성공했다. 업체들이 파악한 배당 예상자들의 주민번호 앞자리 및 성별 정보를 구청 체납자 정보와 매칭시켜 배당자 중 체납자를 가려내는 시스템이다. 그는 “법원이 세무당국에 배당 지급 예상자 정보를 제공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이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내세워 난색을 보인다”면서 “정보 공유만 된다면 전국적으로 수백억원의 체납 세금 추가 징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체납 세금 징수율을 높이기 위한 핵심 포인트로 담당공무원의 노하우 공유를 꼽았다. 오랜 기간 체납 징수 업무를 하면서 익힌 경험과 노하우를 동료 및 후배 공무원들과 충분히 나눌 때 체납 세금 징수율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신념 때문에 그는 현재 구청 내에서 체납업무를 하면서 체납 징수 전문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 서울시 데이터센터 ‘자료마을’의 전문강사로 서울시 타 구청 세무공무원들에게 체납 징수 기법도 전수한다. 임창용 전문기자 sdragon@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주차관리가 업무의 80%…사모님들 외제차 5~10분마다 ‘빼고 넣고’

    [주말 인사이드] 주차관리가 업무의 80%…사모님들 외제차 5~10분마다 ‘빼고 넣고’

    “운전을 못하면 절대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가장 중요한 건 주차 실력이라니까요.” ‘원조 강남 노른자’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지키는 나이 지긋한 경비원의 필수 덕목, 다름 아닌 운전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원은 ‘감시(監視)적 근로자’로 분류된다. 피로가 적고 힘들지 않은 감시업무를 주로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동네에서는 그 정의가 어그러진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경비원들은 “우리가 하는 일 중에 주차가 80%를 넘는다”고 입을 모았다. 원조 강남인들이 사는 곳으로 꼽히는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경비원들은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21일 경비원 이동민(57·가명)씨의 24시간을 들여다봤다. 해도 뜨지 않은 새벽 5시 40분. 칼바람을 뚫고 이씨가 경비실 초소로 들어왔다.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먹으며 몸을 녹였다. 하루 중 유일하게 여유를 느끼는 때다. 똑똑똑.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아저씨~ ○○○○번이요”라며 정적을 깬다. 아침마다 찾아오는 ‘△층 사장님’의 개인기사다. 이씨는 초소 벽에 걸린 BMW 승용차의 열쇠를 들고 용수철처럼 튀어나간다. ‘주차 전쟁’의 시작이다. 이씨는 ‘△층 사장님’의 에쿠스를 가로막고 있던 BMW를 능숙한 솜씨로 치웠다. 기사는 갇혀 있던 에쿠스를 빼냈고, 이씨는 그 자리에 BMW를 쏙 밀어넣었다. 곧이어 교복 입은 여학생이 “아저씨~ □□□□번 빼주세요”라며 다가왔다. 이씨는 초소로 뛰어가 폭스바겐 키를 낚아챈다. 일렬 주차된 폭스바겐을 치우자 여학생을 태운 벤츠가 미끄러지듯 출발한다. 벤츠가 있던 자리에, 이번에는 폭스바겐이 들어간다. 차들이 빠져나갈 때마다 이씨는 일렬주차된 차들을 빈자리로 요리조리 옮겼다. 지하주차장이 없는 오래된 명품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제가 관리하는 차가 130대가 넘어요. 사실 이 동네에서는 이름만 경비이지 사실은 주차 요원이에요. 대충 아무 데나 차를 던져놓고 가도 우리가 다 가지런히 정리해줍니다.” 주차장에 여유공간이 생길 무렵엔 더욱 바빠진다. 간밤 아파트 밖 노상에 대놓은 주민들의 차를 안쪽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오전 9시부터는 도로의 불법 주정차 단속이 시작되는데 폐쇄회로(CC) TV에라도 찍히면 골치 아프다. 이씨는 허리를 굽혀 길거리에 대놓은 차량의 번호판을 꼼꼼히 살핀다. 9시 전에 출근하는 주민 차량 7대를 빼고 나머지 10대의 번호를 흰 종이에 옮겨 적는다. 초소로 들어가 열쇠 10개를 뽑아 주머니에 챙겨 아파트 주차장에 안착시킨다. “딱지라도 떼이면 우리만 힘들어요. 기껏 차 열쇠 맡겨놨더니 안 옮기고 뭐했느냐고 혼나거든요. 견인 당한 적도 있는데 진짜 피곤합니다. 시간 없으니까 견인한 걸 직접 찾아오라고 해서 급하게 강남 차량보관소까지 다녀온 일도 있다니까요.” 출근시간이 지나도 ‘사모님’들이 집을 나서는 오전 10시 30분까지는 5~10분 단위로 쉼 없이 차를 빼는 일을 반복한다. 블록놀이를 하는 듯하다. 접촉사고도 잦은데 배상은 전부 경비원 몫이다. “차 주인이 좋은 분이면 그냥 넘어갈 때도 있지만 안 그럴 때도 많아요. 나는 700만원까지 물어봤고, 1000만원을 물어준 경비원도 여럿 있습니다. 살짝 긁혀도 몇 개월치 월급을 물어줘야 하지만 시끄럽게 하면 담당라인(동)을 뺏기기 때문에 어디다 하소연도 못해요. 직함상 주차 요원이 아니니까 보험 처리가 안 된다더라고요.” 이씨가 이곳에서 처음 배운 것도 주차관리다. “경비로 처음 오면 일단 6개월에서 1년은 외근(바깥 순찰)을 하면서 차량 종류나 동선 파악하는 일을 배워요. 담당한 동의 차 번호를 싹 외우고, 어떤 차가 몇시에 나가고 들어오는지도 전부 공부해야 돼요. 비번인 경비를 ‘땜빵’ 하면서 주차하는 법을 익히고요. 그렇게 1년 정도 훈련한 뒤에 동(棟) 하나씩을 배정 받습니다.” 경비실 벽에는 번쩍거리는 차 열쇠가 120여개 걸려 있다. 48평형 동에는 절반 이상이, 56평대 동에는 80% 정도가 외제차란다. 포르쉐, 람보르기니, 벤츠, BMW, 아우디, 재규어 등까지 모터쇼가 따로 없다. 시동 거는 법부터 사이드미러 펴는 법, 구동방식까지 전부 제각각이라 차를 다뤄야 하는 경비원의 부담은 더 크다. 자동차 열쇠 하나 값이 경비원 월급을 훌쩍 넘는다. “요거 포르쉐는 열쇠 하나가 250만원이에요. BMW 열쇠는 30만원짜리고요. 지난번에 옆 동 경비원이 포르쉐 키를 잃어버렸다가 물어내라고 해서 주인한테 싹싹 빌고 왔잖아요.” 이게 다 협소한 주차공간 때문이다. 1970년대 고급 민영아파트 바람을 타고 지어진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하 주차장은커녕 주변에 마땅한 공간이 없는 데다 차를 두 세대씩 갖고 있는 주민도 많아 공간은 더욱 비좁기만 하다. 2002년 지어져 ‘부촌의 명성’을 넘겨받은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부러운 대목. 이씨는 “그 동네는 지하주차장도 널찍하고 현대식 보안시설로 무장돼 있어 경비가 편해 보인다”고 입맛을 다셨다. 이씨처럼 마음 졸이며 아침 저녁으로 운전대를 잡는 현대아파트 경비원은 총 106명에 이른다. 그래도 ‘담뱃값’이라며 주민들이 찔러주는 돈이 짭짤하다. 이씨는 “나는 한 달 20만~30만원 정도 생기는 편인데, 한 달에 100만원 정도를 담뱃값으로 받은 동료도 있더라”고 귀띔했다. 주차를 마치고 한숨 돌리고 나면 오전 10시 30분에는 배달 도시락으로 ‘아점’(아침 겸 점심)을 해결한다. 뜨거운 물을 마시며 꾸역꾸역 넘긴다. 마침 얄궂은 인터폰. 이씨는 “아파트 통로에 불이 안 꺼졌다는 전화”라면서 바로 숟가락을 놓고 출동한다. 출근 전쟁이 끝나 정신을 추스르고 나면 분리수거함 정리, 꽁초줍기, 눈쓸기, 불법전단지떼기 같은 일반적인 경비원 업무가 기다린다. 하루에 순찰을 3차례 이상 돌면서 수상한 사람, 낯선 사람을 걸러낸다. 경비원마다 할당된 담당 구역이 있는데 그 라인에서 도둑이 들거나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해고감이다. 오후 2시. 초소에 엉덩이를 붙일 새도 없이 또 인터폰이 울린다. 경비실에 맡겨 놓은 택배를 갖다달라는 요청이다. 이씨는 과일바구니를 들고 발빠르게 움직였다. “세상이 흉흉해서 그런지 여기 분들은 택배 배달원이 직접 집으로 갖다주는 것도 싫어하더라고요. 경비실에 일단 맡기고 제가 갖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값비싼 물건이 대부분이라 혹시라도 없어지지 않을까 늘 전전긍긍해요.” 이들을 긴장시키는 건 빡빡한 인사평가다. 인사고과는 5등급으로 나뉘고 누적 차등적용, 연봉제까지 적용된다. 입사 동기라도 7~8년 지나면 월급이 30만원 가까이 차이난다. 자잘한 사고를 경비원들 쌈짓돈으로 막는 이유도 괜히 고과에 악영향을 끼칠까봐 우려돼서다. 이씨는 “힘들고 고달프다”고 했다. 마음 졸이며 외제차 핸들을 잡는 일상도, 손자뻘인 아이들에게 꼬박꼬박 인사하는 모습도, 여러 동마다 하나씩 있는 지하 화장실에 뛰어다니는 생활도. 하지만 현대아파트 경비원들은 용역업체에 소속된 대부분의 경비원들과 달리 아파트에 직접 고용된 정규직이다. ‘내 일터’라는 소속감과 자부심이 강할 수밖에 없다. 정년이 만 60세까지 보장되고 ‘담뱃값’이 쏠쏠한 점도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지키는 매력이다. 이씨는 “다들 그렇지 않아요? 욕하면서도 회사 다니고 일 열심히 하잖아요. 좋든 싫든 정든 직장이고 해고되기엔 내 나이가 너무 젊고요”라며 웃었다. 글 사진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짧은 쉼 긴 여운, 도심 속 작은 갤러리

    짧은 쉼 긴 여운, 도심 속 작은 갤러리

    종로구는 8일 생활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예술, 디자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종로6가 동대문 성곽공원에 박스형 도시갤러리 ‘아트윈도’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아트윈도는 작품의 재료와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가로 2.2m, 세로 1.5m, 높이 2.5m의 박스에 작품을 담은 것이다. 구는 조명과 환기 등 전시에 필요한 전기를 친환경 태양광 시스템을 이용해 자가 발전하고 이동과 관리가 용이하도록 박스 형태로 전시 공간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구는 홍익대 미대의 협조로 신진 작가 발굴 기회와 전시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첫 전시작품은 양승진·황안나 작가의 ‘일상의 오브제’로,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사물들을 다양한 재료로 복제해 일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 작품이다. 오는 3월 15일까지 전시한다. 이 작품은 특별한 시각으로 자신의 주변을 돌아볼 때 일상이 곧 예술이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구는 4월에 다시 전시 작품 공모를 진행해 선정된 작품을 6월 중순부터 내년 초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김영종 구청장은 “주민들이 예술을 쉽게 접하고 느낄 수 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작품 전시 사업을 추진했다”면서 “이번에 설치한 아트갤러리가 도시와 예술의 조화를 통해 주민들이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명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왜곡된 성문화 그만~ 性, 솔·까·말 해봅시다

    왜곡된 성문화 그만~ 性, 솔·까·말 해봅시다

    “본 방송은 19세 이하 청소년에게 어쩌면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톡 까놓고 얘기하는 성인토크쇼, 원나잇스탠드” 지난달 29일 서울 방배동 팟캐스트(인터넷 라디오) ‘원나잇스탠드’(이하 원나스) 녹음현장. 성인코미디를 지향하는 원나스는 익살스러운 경고로 시작한다. 진행자 MC제이를 비롯해 패널로 출연한 H양과 코난 커플, 후크선장, 헝그리보더, 뚜리(여)가 좁은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솔직한 이야기를 위해 서로는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묻지 않았다. 마이크가 꺼져도 별명으로 부를 정도다. ‘하룻밤의 외도(정사)’를 뜻하는 도발적인 방송제목 때문인지 반응은 폭발적이다. 한때 정치코미디 ‘나는 꼼수다’에 이어 팟캐스트 2위를 찍었고 한 회 다운로드가 10만건을 넘기도 했다. 방송은 적나라하다. 첫 경험에 대한 고백부터 성욕·성적환상·피임·테크닉은 물론 배우자의 외도나 공창제(公娼制)에 대한 논란까지 성에 관한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다룬다. 남자의 사이즈가 정말로 중요한지, 여자는 왜 오르가슴을 연기하는지 등 음담패설도 쉼 없이 이어진다. 정답은 없다. 그저 성에 관해서 재밌게 수다를 떨 뿐이다. 때론 듣기 불편할 정도로 노골적이다. ‘섹스’라는 단어는 당연하고 ‘○친다’, ‘은근히 ○린다’ 같은 외설적 표현도 튀어나온다. 역설적이지만 익명이기에 더 솔직하다. 오후 2시부터 낯 뜨거운 얘기를 하는데 퇴폐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패널에게 출연료를 주는 것도 아니지만, 참가신청이 줄을 잇는다. 황금 같은 주말 시간을 쪼개 녹음하지만 벌써 30~40명이 손님으로 다녀갔다. 대기 중인 사람도 20명을 웃돈다. 출연자들은 이름이나 나이 등을 밝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떳떳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내 가치관을 강요하거나 굳이 충격을 느끼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을 기획한 MC제이는 “친구들끼리, 직장에서도 밥 먹듯이 음담패설을 하는데 양지에서는 못하는 게 싫었다. 숨어서 소곤대던 성 얘기를 까놓고 말하자는 게 방송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거창한 취지보다는 그저 솔직히 말해 웃음을 줄 수 있는 소재로 성을 택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왜곡된 성문화에 대해선 쓴소리를 했다. “앞에선 고상한 척하면서 뒤에선 다들 호박씨를 깐다”면서 “돈으로 여자를 사는 건 루저들이나 하는 짓인데 한국에서는 굉장히 고급문화로 둔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뷰에 ‘저질포르노 방송은 그만두라’는 글도 있지만, 우린 사람들을 타락시키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을 적나라하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머리 비우면 똑똑해지고, 생각 버리면 채워져”

    현대인들은 아웃 사이더가 되길 원치 않으며 늘상 비웃음과 창피함, 평가·평판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산다. 그 ‘소외의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소통과 정보에 집착한다. 스마트폰 이용자 중 60% 이상이 하루 평균 30회 이상 휴대전화를 들여다 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최소 6분에 한 번 꼴로 휴대전화를 접속하는 셈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휴대전화 과다 접속에 수반되는 뇌의 자극을 우려한다. ‘멍 때려라’(신동원 지음, 센추리원 펴냄)는 인간관계의 원초적 요건인 접촉보다 접속에 의존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뇌의 휴식’을 상기시킨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 기기가 쏟아내는 정보 탓에 1분 1초를 제대로 쉬지 못하는 뇌를 위해, 책 제목 그대로 ‘멍 때리는’ 시간을 만들어 즐기라고 권한다.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저자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원칙은 ‘머리는 비울수록 똑똑해지고, 생각은 버릴수록 채워진다’는 것이다. 그 ‘머리 비우기’의 이론은 명쾌하다. 인간의 뇌는 휴식을 취할 때 내측 측두엽과 내측 전두엽, 후측 대상 피질 등 이른바 DMN으로 불리는 부위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뇌가 휴식을 통해 정보와 경험을 정리하고 기억을 축적하는 숙고의 시간을 갖고, 이때 불필요한 정보를 과감하게 삭제해 새 생각을 채울 여백을 만든다는 것이다. 뇌가 주입된 정보를 제대로 인식하고 처리하기도 전에 쉼 없이 들어오는 정보가 바로 사람의 판단과 선택을 흐리게 하고 정신적 에너지의 고갈을 불러온다는 주장이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컴퓨터가 과부하에 걸리면 다운되듯, 끊임없이 오감을 자극하는 단순한 정보야말로 뇌를 바보로 만들어가는 원인이다. 그래서 그 반대로 뇌가 휴식하는 ‘멍 때리는’ 시간에 중대한 발견과 전환의 역사를 이룬 사례들이 설득력 있게 소개된다. 사과나무 아래 멍하니 있다가 만유인력의 실마리를 알아챈 뉴턴, 목욕탕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던 중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 산책과 대화를 통해 머리 비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독일 철학자 칸트며 프랑스 천재 시인 랭보, 음악가 베토벤…. 그러면 그 ‘멍 때리는’ 머리 비움의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가 제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생각 고리를 차단하는 것이다. 머리가 무겁거나 멍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단 1, 2분이라도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한다. 지하철을 타거나 거리를 걸을 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지 않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 디지털 기기를 멀리해 뇌에 대한 자극을 최소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찌 보면 불교의 ‘무념무상’과도 맥이 닿아 있는 듯한 저자의 주장은 단순한 뇌 휴식을 넘어 사람에 대한 관심과 접촉의 확대로 뻗쳐 흥미롭다. 저자는 결국 이렇게 말한다. “매혹적인 생각, 치명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인생을 바꾼 만남은 언제나 모니터 밖의 세상에서 창조됐으니 지금 당장 당신에게 멍 때림을 허락하라.” 1만 4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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