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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협 받는 美 경제주도권… 속살 파보면 여전히 견고

    위협 받는 美 경제주도권… 속살 파보면 여전히 견고

    달러 이야기, 환율전쟁 이야기, 월가 이야기/홍익희 지음/ 한스미디어/각 576쪽, 492쪽, 580쪽/각 권 2만 5000원, 2만 3000원, 2만 5000원 2020년 이후 세계경제 최강대국의 권좌가 바뀐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게 미국은 중국에 경제 주도권을 내주게 되는 것일까. 비록 240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나라지만, 또 경제 최강자의 위치를 점한 것이 불과 100년도 안 되는 세월이지만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만은 않는다. 경제와 외교 등 여러 측면에서 중국과 미국의 틈바구니에 있는 애꿎은 나라들로서는 쉼 없이 중국과 미국을 분석하고 연구해야만 하는 배경이다.‘달러 이야기’ ‘환율전쟁 이야기’ ‘월가 이야기’는 미국 경제 종합보고서다. 현재 미국의 촘촘한 금융산업 지배시스템이 만들어진 배경 및 환율을 둘러싼 금융 강대국들의 물밑 암투, 월가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집대성했다. 달러의 역사는 흥미진진하다. 초기 화폐의 형태 변경부터 시작해 금본위제를 벗어나 기축통화의 위치를 확고히 구축한 경위를 보면 단순한 시대의 총아가 아니라 치열한 힘의 대결에서 이긴 최종 승자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1907년 금융공황의 위기 속에서 궁여지책으로 탄생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이사장은 ‘경제 대통령’이라는 별칭을 들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왜 연준은 정부기관이 아니고 12개 주 민간은행의 연합체로 꾸려졌는지에 대한 탄생 배경이 담겨 있다. 자본주의가 탄생한 뒤 네 차례에 걸쳐 치러진 환율전쟁은 총성 없는, 그러나 그 어떤 전쟁 못지않게 치열하고 참혹했다. 많은 이들을 죽이고 살렸던 환율전쟁의 전황을 소개하며 약달러 정책과 강달러 정책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미국의 ‘달러 곡예’ 속에 피해를 입고 있는 신흥 국가들의 어려움을 담았다. 실제로 미국은 그간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정부가 공공사업을 통해 일자리 및 산업수요를 촉진시키는 재정정책, 금리를 낮춰 시중에 자금을 늘리는 통화정책 등을 써 왔다. 그것도 여의치 않자 최후의 수단으로 이른바 ‘양적완화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달러를 마구 찍어내 인위적으로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그러나 1, 2차 양적완화에도 경기는 살아날 기미가 없었고 다시 시작된 3차 무제한 양적완화 앞에 유럽, 중국, 일본도 무역경쟁력 확보를 위해 환율전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투자할 곳이 없는 막대한 유동성 자금은 신흥개발도상국 증시, 부동산, 금융상품 등으로 흘러가 그 나라 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게 된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그러했듯 한군데에서 터지면 세계 경제가 대공황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몸부림에서 촉발된 상황이다. 홍익희 배재대 교수가 32년 동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서 근무하며 콜롬비아, 브라질, 파나마, 멕시코, 미국, 이탈리아 등 해외 현장 경험을 통해 축적한 내용을 쉽고 편하게 풀어냈다. 금융이 만만한 분야도 아닌 데다 세 권 모두 제법 두툼해 얼핏 부담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경제학 연구자들의 아카데믹한 글쓰기와 달리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복잡하고 머리 아픈 금융시스템을 간명하면서도 체계적으로 풀어낸 덕에 따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복잡다단한 달러를 둘러싼 각 나라의 입장과 처지, 환율전쟁이 안고 있는 현재적 의미 등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어떤 책이든 독자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달러 이야기에서 환율전쟁 이야기, 월가 이야기 순서로 읽는 흐름이 가장 매끄럽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홍준표 “‘꼴찌교육’ 놔둔 채 무상급식에 목매…학교에 공부하러 가지 밥 먹으러 가나”

    홍준표 “‘꼴찌교육’ 놔둔 채 무상급식에 목매…학교에 공부하러 가지 밥 먹으러 가나”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역의 교육행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무상급식 지원비에 대한 감사 문제로 불거진 경남도와 교육청 간 갈등을 겨냥, 작심이나 한 듯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불만을 쏟아 냈다. 홍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금으로 급식을 하는데도 무상이라고 거짓 선전에 놀아난 지난 4년 동안 진보 좌파의 무상파티는 이제 경남에서 종식돼야 한다”며 “애들 밥그릇을 가지고 장난치는 진보 좌파들의 무상파티는 이제 그만둬야 할 때”라고 2일 도교육청을 비판했다. 홍 지사는 특히 “학교에 가는 목적은 공부하러 가는 것이지 밥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경남 교육 수준이 왜 전국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지 교육청에서는 이를 분석해 적극 대처해야지 무상급식에 목맬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교육행정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교육 환경 개선이나 교원 처우 개선에 교육청이 집중해야지 이 예산은 줄이면서 만연된 급식 비리 예산만 마냥 늘리자고 일부 학부형을 내세워 여론전을 벌이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지사는 “취임 후 2년 동안 하루 7억 3400만원씩 쉼 없이 빚을 갚았다”며 “개인이나 나라나 빚을 안고 살림살이가 건전해질 수는 없는 것”이라고 경남도의 어려운 재정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까지 경남도교육청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없었으나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주목된다. 홍 지사는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최근 무상급식 정책 비판을 두고 대권과 연계시키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본다. 그것은 경남 도정의 일부일 뿐이다. 대권 운운은 호사가들의 억측에 불과하다. 나는 경남 도정에 충실하고 있을 뿐”이라며 “무상급식 지원 중단은 대권 행보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홍 지사는 경남도교육청이 무상급식 지원비에 대한 경남도의 감사를 거부하자 지난달 3일 무상급식비 지원 중단을 선언하며 정치권에 무상복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길섶에서] 좌망(坐忘)의 삶/정기홍 논설위원

    가끔 두발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던 소싯적을 떠올리곤 한다. 아버지에게서 배웠다. 두발자전거는 배우기도 힘들지만 일단 타고 나면 쉼 없이 달려야만 넘어지지 않는다. 인생살이와 다름없다. 세속의 그물망이 도처에 쳐 있어 견물생심, 보이는 것은 내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욕망도 멈출 수 없으니 어쩌겠나. 어른이 손수 타는 법을 알려 주신 데는 이런 뜻이 담겨 있지 않았나 싶다. 살다 보면 넘어져 상처도 난다는 가르침과 함께. 거액의 보험금을 노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임신한 외국인 아내를 살해한 남편의 구차한 짓 소식은 스산한 가을만큼이나 우울하게 만든다. 제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탐욕만을 생각하고 잇속을 챙기는 세태가 부끄럽기도 하다. 바쁜 세상에 맞춰 산다며 발로 걸어가지만 삿된 머리를 굴리며 걷는 우리의 단면은 아닐까. 장자에 ‘주사(走思)와 좌치(坐馳)’란 구절이 있다. 앞만 본 채 급하고 분주하게 달리며, 버둥거리는 삶을 꾸짖는 말이다. 야단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좌망(坐忘)하라”고 한다. 잠시 앉아 욕망을 잊으라는 뜻이다. 멀리 볼 것 없다. 욕심을 내려놓고 좀 늘어질 일이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현대차그룹(상)] “위기 때 베팅하라”… 세계 5위 車메이커 일군 정몽구의 역발상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현대차그룹(상)] “위기 때 베팅하라”… 세계 5위 車메이커 일군 정몽구의 역발상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취임 후 주요 경영의 고비 때마다 업계의 허를 찌르는 역발상 경영을 통해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은 바 있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전 세계 어느 자동차 제조업체보다 빠른 성장 속도를 보였다. 2002년 글로벌 판매대수 271만대에서 지난해에 756만대로 2.8배가 증가했다. 정 회장의 첫 작품은 기아차 인수였다. 1998년 현대차는 기아차의 부채를 7조 1700억원 탕감받는 조건에 주식 51%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인수했다. 시장에서는 동반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상화에만 최소 5년 이상이 걸릴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정 회장은 기아차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기아차는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불과 22개월 만에 법정관리도 벗어났다.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때도 정 회장은 의외의 한 수를 뒀다. 대규모 실직 등으로 위기를 맞은 미국 시장에 오히려 과감한 베팅을 하자고 주장했다. 실직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마케팅 포인트였다.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게 2009년 초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이다. 차를 구매한 뒤 1년 내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는 유례를 찾기 힘든 조건의 프로그램이었다. 이를 통해 2008년 5.4%였던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이듬해 연 7.0%로 급성장했으며 2010년에는 7.7%까지 올랐다. 다시 1년 뒤인 2011년 정 회장은 미국 판매법인과 딜러로부터 ‘차를 더 공급해 달라’, ‘공장을 더 지어야 한다’는 요구를 쉼 없이 들었다.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도요타나 혼다 등 일본차 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빚자 현대·기아차로 주문이 몰려 물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 미국공장 증설, 부지 물색 등 추측성 언론 보도가 잇따랐지만 결국은 모두 없던 일로 끝났다. 정 회장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단호히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해 하반기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과 유로존 위기 확산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침체할 조짐을 보이자 설비 증설 요구는 자취를 감췄다. 같은 해 11월 정 회장은 기아차 중국 3공장 건설 투자협의서를 체결하고자 장쑤성 난징시로 향했다. 다시 세계 경기침체의 공포가 번지는 상황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공장증설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중국 투자는 현재진행형이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2012년 7월 3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그동안 30만대 체제로 가동됐던 3공장의 생산능력을 45만대로 높였다. 기아차 또한 올해 초 30만대 규모의 3공장 가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현대차 그룹은 중국 내 총 179만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고 때문에 중국은 현대·기아차의 최대 자동차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진출은 늦은 편이었다. 경쟁업체인 폭스바겐에 비해 17년 이상 늦게 중국에 진출했다. 2002년 현대차가 중국 합작회사를 설립하자 경쟁사들은 현대차가 “레드오션에 뒤늦게 발을 담근다”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늦은 타이밍을 빠른 속도로 극복하라고 독려했다. 현대차는 2002년 하반기 중국 정부의 비준과 동시에 공장 전면 개보수 작업에 들어가 2개월 만에 쏘나타 1호차를 생산해 냈다. 중국에서 ‘현대속도’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이유다. 초기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각도도 달랐다. 폭스바겐, GM, 도요타 등 대부분의 브랜드는 중국의 낮은 구매력을 고려해 한물간 구형 모델들을 판매했지만 현대차는 관용차 시장을 겨냥해 대형 고가 모델을 고집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현대차의 노른자위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103만 808대와 54만 6766대를 중국에서 팔아 각각 최대 판매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역발상 자체가 일반 상식에 반하기 때문인지 정 회장의 판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거대기업이 된 현대차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개인적이며 독단적이라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최근 현대차의 주식을 곤두박질하게 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 한전 부지 고가인수 논란이 그중 하나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9월 한전 본사 부지를 감정가(3조 3346억원)의 3배가 넘는 10조 5500억원에 낙찰받자 논란은 증폭됐다. 현대차 주가는 부지 매입 직전 22만원 선에서 한때 15만원 선까지 약 30% 급락했다. 정 회장의 무리한 판단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이로 인해 정 회장은 개인주주인 배모씨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발당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그룹은 위기 때마다 정 회장의 역발상 경영이 빛을 발했듯이 이번 한전 부지 매입도 결국 시장의 찬사를 들을 것으로 낙관한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결국 모든 평가는 현재가 아닌 내일의 몫”이라며 “비판 여론이 거센 한전 부지 인수에 대한 평가는 미래가치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데스크 시각] 심심할 권리, 멍 때릴 권리/황수정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심심할 권리, 멍 때릴 권리/황수정 문화부장

    경기도 버스 안에는 텔레비전이 붙어 있다. 하루 평균 423만명이 그 버스들에 설치된 TV를 본다는 집계를 본 적 있다. 그러나 그건 온전한 진실이 아니다. 승객들은 TV를 보고 싶어 보는 게 아니라 보기를 ‘강요’당한다. 앞뒤 출입구와 운전석 뒤까지, 어디 한번 안 볼 재간 있거든 해 보라는 태세로 TV 화면들이 버티고 있다. 제한된 공간에서 강렬한 전자파의 자극을 무시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대면하는 화면에는 역시나, 쓴 입맛이 다셔진다. 온라인 화제 영상, 공중파에서 방영된 오락 프로그램 재탕 장면 등이 맥락 없이 스팟 광고처럼 스쳐가기를 무한 반복한다. 그럴 때마다 승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 화면에 의미 있는 시선을 던지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눈먼 예산을 얼마나 밀어넣었을까, 어쩌자고 저런 요령부득의 아이디어를 냈을까. 경기도의 의도는 앞으로도 계속 궁금할 것 같다. 경기도의 씀씀이를 타박하자고 꺼낸 얘기는 아니다. 잠시 잠깐이라도 머릿속을 비워 내고 싶을 때가 하루에도 몇 번씩이다. 그래서 작정하고 휴대전화를 무음 모드로 돌려놨을 때라면 경기도 버스는 ‘최악’이다. 얼마 전 서울시청 앞에서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려 화제였다. 백주대로 옆 잔디밭에 매트를 깔고 앉아 누가 더 멍해질 수 있는지를 겨룬 별난 게임이었다. 최연소 참가자였던 9세 꼬마의 압도적인 승리는 어쩌면 당연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모양의 트로피를 받아든 꼬마는 “힘들 때면 저절로 멍해진다”고 했다. 하지만 이 시대 평균치의 성인들이라면 힘들고 복잡한 일 앞에서 머리가 비워지지 않는다. 속도전에 과잉 노출된 우리에게 뇌의 여백을 조절하는 기능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회를 제안한 30대 예술가는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다가 뇌가 피곤해져 자신도 모르게 멍해지는 모습을 돌아보게 하고 싶었다”고 취지를 말했다. 그러나 수정돼야 할 얘기다. 스마트폰을 떼어 놓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언제부턴가 멍해질 여유 자체가 없다. 24시간 분초를 다퉈 제 존재를 확인시키는 스마트폰의 위력에 멍해질 수 있는 자기조절 능력을 빼앗겼다. 뾰족한 대안이 없음에도 그런 위기를 경고하는 책들은 쉼 없이 쏟아져 나온다. 경고의 요지는 한결같다. 지나친 휴대전화 사용으로 뇌가 고주파 신호 자극에 노출되면 전두엽이 손상된다는 것이다. 전두엽의 발달이 누구보다 중요한 청소년들에게 그 치명성이란 새삼 말할 것도 없다. 모두가 얼마나 ‘멍 때리기’에 갈증나 있는지는 텔레비전 앞에서 확인된다. 요즘 한창 인기몰이 중인 tvN의 화제작 ‘삼시세끼’는 심심함이 최고의 미덕으로 연결된 프로그램이다. 고정 출연 배우 이서진은 시골집 마당에 가마솥 뚜껑을 뒤집어 달걀을 부쳐 먹고, 텃밭에다 푸성귀를 가꾸고, 거친 밥상을 차린다. 속도전에 가담하지 않아도 탈없이 세상을 살아낼 수 있다는 사실에 시청자들은 위안을 찾는다. 수다 없이 심심하고 느린 화면 앞에서 모처럼 멍 때릴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이다. 우리 뇌는 무언가를 생각할 때 1초에 10만 회의 화학작용을 한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1분만 들여다봐도 뇌가 600만 회의 노동을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순간에도 노트북 옆의 스마트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들어오고 뉴스 속보가 날아온다. 심심해지고 싶다. 당장 내일이라도 서울을 오가는 경기도 버스에서 TV가 치워졌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sjh@seoul.co.kr
  • 북적이는 세상속 외로움·노년의 삶·현대인의 콤플렉스…부조리한 세상에 또 한번 묻다

    북적이는 세상속 외로움·노년의 삶·현대인의 콤플렉스…부조리한 세상에 또 한번 묻다

    “작가는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말하는 존재이고, 소설은 작가가 동시대 사람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소설가 김경욱(43)은 당대 사회 부조리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새 소설집 ‘소년은 늙지 않는다’(문학과지성사)에서도 그 예리함이 번뜩인다. 사회의 제도·구조적 모순이 개개인에게 억울함을 강요하고 그 억울함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칠수록 더 수렁에 빠지는 불합리한 현실이 돋을새김돼 있다. 소설집엔 2012년 이상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스프레이’, ‘빅브라더’, 표제작 ‘소년은 늙지 않는다’, ‘인생은 아름다워’, ‘승강기’, ‘염소의 주사위’ 등 9편의 단편이 실렸다.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은 우리 시대의 그릇됨이다. ‘소년은 늙지 않는다’에선 현대인의 도시 생활을 특징짓는 아파트를 화두로 삼았다. 빙하기, 폐허가 된 아파트에서 사망한 지 오래된 할아버지와 동거하는 소년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몇 년 전 봄에 이상 한파가 몰아쳤을 때 ‘소빙하기’라는 말이 회자됐다. 그때 진짜로 빙하기가 오면 도시의 고층 아파트 숲은 어떻게 바뀔까라는 상상을 해 봤다. 빙하기라는 특수 상황을 설정해 슬럼화된 아파트를 형상화하긴 했지만 현재 아파트에서의 삶도 서로 단절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수많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살지만 정작 혼자뿐인 삶의 모순을 빙하기에 빗대 표현했다는 의미다. ‘승강기’에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는데도 보수 비용을 내라는 아파트 관리소장의 강압에 대항하는 사내가 등장한다. 보통 아파트는 공동주택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비용을 분담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하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관리소장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는 증거를 직접 대라고 윽박질러 억울함을 부채질한다. ‘염소의 주사위’에선 동생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사회에서 정의를 세워주지 않자 사적으로 복수하는 사내가 나온다. 작가는 “삶의 부조리한 현실이 주를 이루지만 그 속에서도 용기를 내어 인생을 아름답게 살고자 하는 노인의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자살면허를 따는 게 노후 계획이 될 정도의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한 할머니를 만나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할아버지 얘기를 다룬 ‘인생은 아름다워’를 두고 한 말이다. 인간의 내재된 심리도 파고든다. ‘빅브라더’에선 남들이 보기엔 괜찮은데 본인만 느끼는 콤플렉스를, ‘스프레이’에선 정형화된 일상에서의 일탈과 해방을 다뤘다. 작가는 “명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무언가를 견디기 위해 소설을 쓴다”며 “다른 사람들도 시시포스처럼 다시 굴러내려올 것을 알면서도 산 정상으로 밀어올리는 바윗덩어리를 갖고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쉼 없이 동시대 사람들에게 던질 질문인 ‘바윗덩어리’를 밀어올리고 있다. 계간 ‘문학과 사회’에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1980년대 초 한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과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을 통해 80년대 사회의 모순과 이면을 탐구하고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미안하다, 발자국 소리마저… 미소짓다, 호숫가 물들인 만추

    미안하다, 발자국 소리마저… 미소짓다, 호숫가 물들인 만추

    가을이면 호수도 물든다. 여러 빛깔로 물든 물가의 나무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때문이다. 가을이 내려앉은 호숫가를 걷다 보면 물은 당신의 마음을 씻고, 속까지 시원하게 뚫어 준다. 그런 길이 대청호에 있다. ‘대청호 오백리길’이다. 1980년 대청댐이 담수를 시작할 당시와 달리 이젠 제법 웅숭깊은 풍경을 펼쳐내는 호수가 됐다. 물 옆으로 난 길은 고요하다. 내 발자국 소리 말고는 들리는 게 없다. 도시의 온갖 소음을 삼킨 호수를 따라 걷다 보면 어른 키를 웃자란 물억새도 만나고, 호수에 반쯤 잠긴 버드나무 군락지도 지난다. 그렇게 만난 늦가을 풍경은 소박하면서도 빼어났다. 이맘때 여행을 가려면 물이 많은 곳으로 떠나는 게 낫지 싶다. ●21개 구간… 전체 길이 220㎞ ‘서울~전주 거리’ 산골에 들어찬 물은 오래전 인위적으로 담겼지만, 이제는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꽤 자연스럽고 여유로워졌다. 호수 조성 당시 식재된 나무들도 물과 제법 잘 어울릴 만큼 커졌다. 지금이야 동네 마실가듯 설렁설렁 걷지만, 대전과 충북 청주의 경계 지점에 세워진 대청댐이 담수를 하기 전이었다면 ‘대청호 오백리길’은 아마 산자락 7~8부 능선을 허덕대며 걸어야 하는 길이었을 게다. 대청호 오백리길은 대전시와 충북 청주, 옥천, 보은 등 대청호에 인접한 여러 지역을 잇고 있는 트레킹 길이다. 호반을 따라 쉼 없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경관과 역사 유적들을 둘러보며 걸을 수 있다. 구간은 모두 21개다. 거리와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춰 나눴다. 2시간 안쪽의 평탄한 코스부터 호반의 능선을 오르내리며 걷는 4~5시간짜리 코스까지 다양하다. 대청호 오백리길의 전체 길이는 무려 220㎞에 달한다. 서울에서 전주 가는 거리만큼 된다. 따라서 작정을 하지 않는 한 전 구간을 다 돌 수는 없고, 계절에 맞춰 적절한 구간을 선택해 걸을 수밖에 없다. ●늦가을엔 ‘호반낭만길·백골산성낭만길’ 으뜸 늦가을엔 어디가 좋을까. 윤재진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협력지사장은 4, 5구간을 권했다. “물억새가 수변 풍경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는 요즘이 1년 중 가장 좋다”는 게 이유다. 각각 호수와 나란히 걷거나, 옛 성터에 올라 대청호 위로 펼쳐진 다도해 같은 풍광을 굽어볼 수 있는 코스다. 4구간은 ‘호반낭만길’이다. 마산동 삼거리에서 신상동 오리골까지 10㎞ 정도 이어진다. 소요시간은 4시간 남짓. 마산동 삼거리 ‘할먼네집’ 쪽에서 길을 시작해 추동 방면으로 500m 걸어가다가 샛길로 들어서면 너른 호수가 펼쳐진다. 아직은 푸른빛이 엄연한 버드나무 아래로 긴 모래톱이 이어져 있다. 20~30분 걸어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즈음 4구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라는 갈대밭이 자태를 드러낸다. 2005년에 방영된 TV 드라마 ‘슬픈 연가’ 촬영지로 이름을 알린 곳이다. ‘갈대밭’이라고는 하나 사실 갈대와 물억새가 섞여 자라고 있다. 보다 정확히는 물억새 군락지가 훨씬 더 넓다. 키 큰 억새와 갈대들이 한들거리며 군무를 추고 그 사이로 난 나무데크길은 S자로 굽어 있다. 갈대밭길 건너는 가래울 마을이다. 해마다 국화축제를 여는 추동습지공원이 이 마을 초입에 있다. 마을 명물로 꼽히는 풍차와 습지의 여러 식물이 어우러진 풍경이 제법 이채롭다. 습지공원에서 다시 나무데크길로 접어들면 곧 연꽃마을이다. 지난여름 물 위로 꽃대를 곧추세웠을 연꽃들은 이제 거의 삭아 내려 줄기만 앙상하게 남았다. 주산동은 조선 중기 때의 문신인 송기수의 사당이 있는 곳. 역사에 관심 있는 여행자가 아니더라도 다리쉼하기 맞춤하다. 길은 비룡동을 지나 신선봉으로 이어진다. 신선바위의 모양새가 범상치 않다. 바위의 갈라진 틈 한쪽 면에 ‘佛’(불)자가 크게 새겨져 있다. 백제시대에 한 왕자가 태어난 곳이라는 전설이 전해 온다. 신선봉을 내려와 신상동에 이르면 오리골이다. 5구간은 ‘백골산성낭만길’이라고 불린다. 거리는 13㎞. 4구간에 이어 걷는 게 어렵다면 핵심 구간을 차로 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흥진마을 억새밭도 4구간에 못지않다. 대청호 전망을 굽어보려면 백골산성(白骨山城)에 올라야 한다. 호수라기보다 다도해와 같은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차로는 오를 수 없어 걸어야 하는데, 된비알이 이어지는 탓에 제법 품을 들여야 한다. 신촌동에서 마주하는 풍경도 빼어나다. 언덕 위 ‘꽃님이네 식당’에서 아래를 굽어보면 모래톱 하나가 호수 중심을 향해 길게 뻗어 있다. 이를 ‘신촌동 반도’라고 부른다. 물 위로 이어진 모래톱이 꼭 바다 위에 뜬 섬처럼 보인다. ●1구간 대청공원… 물에 비친 나무들 ‘데칼코마니’ 제1구간 두메마을길에 속해 있는 금강로하스 대청공원은 전 구간을 걷지 않더라도 나들이 삼아 들러볼 만한 곳이다. 강변을 따라 나무데크가 조성돼 있어 어렵지 않게 돌아볼 수 있다. 대청공원에서 왼쪽으로 1㎞ 정도 떨어진 곳에 유명한 사진 포인트가 있다. 대청호를 소개하는 책자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명소다. 물에 뿌리를 담근 나무들이 저마다 명경(明鏡) 같은 강물 위에 제 모습을 비추고 있다. 딱 데칼코마니다. 로하스 공원은 언제 가도 아름답지만 가급적 이른 아침에 찾길 권한다. 몽실몽실 피어난 물안개가 버드나무를 감싸고, 그 숲 어디에선가 그리스 신화 속 나르시스가 걸어 나와 물 위로 제 모습을 비춰볼 것만 같다. 호수와 더불어 돌아볼 만한 여행지 두 곳을 더 소개하자. 장태산자연휴양림은 메타세쿼이아 숲으로 이름났다. 담양 등의 메타세쿼이아숲과 다른 건 땅 위 십여m 높이에 조성된 ‘스카이웨이’를 따라 나무의 높이와 나란하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덕에 숲의 규모는 작아도 어느 숲에 뒤지지 않는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된다. ‘스카이웨이’는 높이 10~16m, 길이 196m다. 길의 끝엔 ‘스카이타워’가 있다. 높이 27m로 7층 아파트와 높이가 비슷하다. 오르내릴 때마다 출렁거리는 느낌 때문에 스릴이 이만저만 아니다. 충남산림박물관은 ‘숲과 자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숲으로 가는 길, 숲이 들려준 이야기 등 여섯 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전시실마다 다른 독특한 콘텐츠 덕에 다양한 숲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대청호에서 차로 40분 정도 걸린다. 글 사진 대전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42) →가는 길:수도권에서 가자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 나들목으로 나와 첫 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 두 번째 사거리에서도 좌회전해 가다 비룡교차로에서 좌회전해 곧장 가면 된다. 금강로하스 대청공원을 먼저 보겠다면 신탄진나들목으로 나와 좌회전해 신탄진 사거리까지 가서 대청호, 대전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이후 대청호수길로 들어서 곧장 가면 된다. 대중교통은 대전역에서 60번, 대전대에서 61번, 동신고에서 71번 버스가 가래울마을까지 간다. 한일버스 936-7710. →맛집:가래울(274-2023)은 오리고기 전문집이다. 숯불 불고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채 썬 오리고기를 여러 채소와 곁들여 구워 먹는데 달달한 맛과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S’자 갈대숲 초입에 있다. 인근의 추동집(274-1590)은 옻닭을 전문으로 내놓는 집이다. 냉천골할매집(273-4630)은 민물매운탕을 잘한다. →잘 곳:그레이톤(482-1000) 호텔은 대전 둔산에 새로 들어선 레지던스 호텔이다. 비교적 값이 저렴하고 시설이 깔끔하다. 아침식사 쿠폰도 제공한다. 유성온천과 가까운 것도 장점이다. 장태산자연휴양림(270-7883)에도 산림휴양관 등 숙박시설이 있다.
  • “마지막 열정까지 끄집어내 화합의 무대로”

    “마지막 열정까지 끄집어내 화합의 무대로”

    “정열적이고 환희에 찬 무대를 선보이겠다. 한 해를 보내며 우리가 발휘하지 못했던 마지막 열정까지 끄집어내고 그 열정을 통해 화합하는 무대를 만들겠다.” 김대진(52) 수원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열정과 환희로 하나가 되는 웅장한 무대를 마련했다. ‘2014 서울신문 가을밤 콘서트’에서 가슴을 뜨겁게 데울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으로 늦가을 밤을 장식한다. “시벨리우스 교향곡은 굉장히 정열적이다. 특히 교향곡 2번은 열정으로 똘똘 뭉쳤다. 1악장부터 4악장까지 쉼 없이 전진하는 곡이다. 4악장 끝으로 갈수록 정열과 환희가 무대를 꽉 메운다. 그 정점에 다다르면 관객들은 음악과 하나가 될 것이다. ‘열정·환희·화합’, 이 느낌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 시벨리우스는 낭만주의 시대의 교향악 작곡가 중 한 축을 이룬다. 7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내년은 시벨리우스 탄생 150주년이 되는 해다. 그에 앞서 시벨리우스 음악을 미리 들어보는 것도 의미 깊다. 김 감독의 음악적 열정도 대단하다. 12살에 피아노 독주회를 열며 클래식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건반 위의 진화론자’로 평가받으며 최정상의 피아니스트 반열에 올랐다. 지휘자로서의 면모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2008년 수원시향 예술감독(상임지휘자) 취임 이후 베토벤 교향곡 전곡 및 협주곡 전곡 연주, 한국 교향악단 최초 전국 9개 도시 순회 공연, 차이콥스키 교향곡 전곡 연주 및 실황녹음 등 왕성한 활동을 했다.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 등 클래식 본고장인 유럽 무대에도 올라 호평을 받았다. “수원시향과 궁합이 잘 맞아 인위적인 변화가 아니라 기존 멤버들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언제 어느 때건 최선을 다했다.” 김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기도 하다. “절 지탱하는 근본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로서의 삶이다. 학생들이 모르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김 감독은 내년엔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 연주 및 실황녹음을 하려 한다. 내년이나 내후년 초엔 피아노 독주회도 열 계획이다. 피아니스트 이진상의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2번’ 협연도 주목할 만하다. 이진상은 퀼른, 홍콩, 스위스 등 국제피아노콩쿠르를 석권하며 국제 무대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김 감독은 “연주자들의 생명은 개성과 독창성이다. 이진상은 동양인들이 갖고 있지 못한 개성을 갖고 있어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다”고 평했다. 1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1만~10만원. (02)2000-9753~6.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세월이 멎은 듯… 달도 숨다

    세월이 멎은 듯… 달도 숨다

    단풍 하면 퍼뜩 떠오르는 곳이 내장산 국립공원이다. 우리나라 단풍 유람의 대표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한데 내장산 국립공원이 전북 정읍 쪽의 내장산뿐 아니라 전남 장성 쪽의 백암산과 입암산을 아우른다는 것을 아는 이는 뜻밖에 적다. 백양사가 깃든 백암산은 그나마 유명세를 얻은 편이다. 입암산을 아느냐 물으면 열에 아홉은 고개를 외로 꼬기 일쑤다. 내장산 국립공원의 한 축인 입암산 일대에 장성새재 옛길이 남아 있다. 세인의 시선에서 살짝 비켜 선 곳이니 한적함이야 더 말할 게 없을 터. 남도 사투리는 이를 ‘다붓한(한적한) 새름길(샛길)’이라고 표현한다. 여기에 삼한시대 축성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입암산성 가는 길을 덧붙이면 멋진 트레킹 코스가 완성된다. 길의 들머리는 남창계곡이다. 산성골, 새재골 등에서 흘러온 여섯 지류가 합류되는 곳이다. 예부터 ‘과실의 왕은 감이요, 감의 왕은 대봉’이라 상찬을 받아온 대봉감의 산지로도 이름났다. 전남대수련원 입구에서 작은 다리를 건너 남경산기도원 왼쪽 흙길 임도로 들어선다. 넓고 완만한 길이다. 계속 직진해서 새재화장실을 지나면 곧 장성새재 갈림길이다. 전 구간을 통틀어 화장실은 이곳뿐이다. 미리 ‘해결’하고 가는 게 낫겠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든다. 장성새재를 거쳐 백암산과 백양사 또는 순창새재까지 갈 수 있는 길이다. 흔히 새재 하면 경북의 문경새재를 떠올리지만 장성에도 새재가 있다. 한데 이름의 어원은 다소 다르다. 문경새재는 새도 쉬어 넘는다는 조령(鳥嶺)의 순우리말 표현이다. 장성의 새재는 지름길 혹은 샛길의 의미가 강하다. 김채림 장성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이 지역에 살던 선조들이 장을 보거나 과거를 보기 위해 정읍으로 넘어갈 때 지름길로 이용했던 길”이라며 “한양으로 가는 삼남대로인 갈재(노령)를 이용하기 곤란한 사람들도 관아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샛길로 장성새재를 이용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장성새재 옛길은 장성 쪽 남창계곡에서 전북 정읍 입암공원지킴터까지 5㎞ 남짓한 구간을 이른다. 한데 이 구간을 종주하면 원점회귀가 어려울 뿐 아니라 산행거리도 짧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따라서 옛길 정상인 장성새재까지 3㎞ 정도 걸은 뒤 되짚어 나와 입암산성까지 다녀오길 권한다. 이 경우 산행거리가 약 14㎞로 확 늘어난다. 하지만 경사가 완만해 오르는 데 별 어려움이 없고 볼거리가 많아 좀 더 발품 팔 이유는 충분하다. 장성새재 정상에서도 입암산성 북문으로 가는 등산로가 있지만 현재는 폐쇄됐다. 김 해설사는 “조금이라도 거리를 줄여 보겠다고 이 코스로 올라붙었다가는 죽을 만큼 고생한다”고 경고했다. 오래전 장성새재 가는 길은 정감 넘치는 오솔길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에 군용도로로 쓰기 위해 폭을 넓히면서부터 주변 환경이 훼손되기 시작했다. 다행히 1970년대 들어 차량 통행은 금지됐고 길은 다시 옛 정취를 되찾아가는 중이다. 옛길은 인적이 드물다. 산행 내내 사람 한 명 보기 어렵다. 그 덕에 길을 독차지하고 걷는 호사도 누린다. 길은 완만한 편. 길 옆으로 계곡물이 흐르고 위로는 산새들이 삐쭝대며 날아간다. 가을이 짙어지면서 단풍 빛깔도 한결 요염해졌다. 거리가 짧으니 숨이 찰 까닭도 없다. 산책하듯 ‘싸목싸목’ 걷다 보면 어느새 새재 정상이다. 선조들은 새재를 월은치(月隱峙)라고 불렀다. ‘달이 숨은 고개’란 뜻인데, 숲이 어찌나 깊든지 하늘에 뜬 달이 보이지 않았을 정도였다고 한다. 장성새재 갈림길까지 되짚어 내려온 뒤 입암산성 등산로로 접어든다. 갈림길에서 5분가량 올라가 다리를 건너면 숲 체험장이다. 전남대가 1960년대 조성한 삼나무 숲이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삼나무가 수직의 세상을 펼쳐낸다.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나무의자도 여럿 놓여 있다. 삼나무 이파리 사이로 쏟아진 햇살이 빈 의자 위로 사뿐히 걸터앉는다. 삼나무 숲 끝자락은 계곡이다. 단풍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있다. 계곡 위로 놓인 다리를 건너면 잠시 가팔라졌다가 다시 완만해진다. 이렇게 몇 굽이를 돌면 은선동 삼거리다. 왼쪽 길은 갓바위(638m), 오른쪽은 입암산성 남문 방향이다. 어느 쪽으로 가도 입암산성을 돌아 원점회귀할 수 있다. 예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몇번의 된비알을 지나면 입암산성 남문이다. 오랜 시간을 버텨왔을 성벽이 어찌나 견고하든지 입에서 쉼 없이 탄식이 쏟아져 나올 지경이다. 입암산성은 호남 내륙의 자연과 선조들의 지혜가 어우러진 천혜의 요새다. 문화재청 홈페이지는 “전라도를 방어하는 데 중요한 곳으로 노령산맥에 이어져 전라북도 정읍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성이다. 높이 626m인 입암산의 계곡 능선을 따라 만든 포곡식(계곡을 감싼 형태의 성곽) 산성으로 3.2㎞ 정도 남아 있다”고 적고 있다. 축성 시기는 불분명하다. 다만 ‘고려사’ 등에 1256년 송군비 장군이 몽고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어 고려시대 이전부터 성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될 뿐이다. 향토 사학계에서는 삼한 시대에 처음 쌓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후백제 때는 견훤이 요새로 쓰기도 했단다. 과거 네 곳의 포루(砲樓)와 두 곳의 성문이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 남문만 공개되고 있다. 남문 성벽은 수직에 가깝다. 성 안에는 물이 솟는 곳이 예닐곱 곳에 달한다. 양식만 비축한다면 외적의 침입에도 오랜 시간 성을 지킬 수 있는 모양새다. 남문에서 북문 방향으로 조금만 올라가도 곳곳에 옛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성내마을터가 특히 인상적이다. 1980년대까지도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성내마을터를 지나 북문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입암산이란 이름의 근원이 됐던 갓바위(笠岩)로 가는 길이다. 둥근 접시 모양의 갓바위는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갓이다. 갓바위 위는 최고의 전망대다. 드넓은 들녘 한가운데 입암저수지가 보이고 들판을 가로지르는 호남고속도로와 정읍 시가지, 두승산 등이 한눈에 잡힌다. 입암산성 최고의 망루다운 전망이다. 하산길은 어려울 게 없다. 노송들 사이로 능선길을 따라 20~30분 내려오면 은선동 삼거리다. 글 사진 장성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가는 길:승용차는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나들목으로 나와 백양사 방향으로 가다가 남창(입암산) 방향으로 들어가면 된다. 대중교통은 북이면 사거리까지 어떻게 가느냐가 관건이다. 기차는 사거리에 있는 백양사역에서 내리면 된다. 사거리터미널에서 남창 가는 군내버스는 오전 8시 20분, 10시, 오후 1시 50분, 4시 50분 네 차례 있다. 남창에서 나가는 시각은 여기에 30분을 더하면 된다. 사거리에서 남창계곡을 거쳐 백양사까지 가는 버스도 하루 다섯 차례 운행한다. 고속버스는 장성터미널, KTX는 장성역까지 각각 가야 한다. 장성 시내에서 사거리까지는 20~30분에 한 대꼴로 버스가 오간다. →맛집:장성호 인근의 호반가든(392-8692)은 메기찜이 맛있는 집이다. 시래기를 깔고 갓 잡은 메기를 올린 뒤 갖은 양념을 섞어 졸여낸다. 짭짜름하게 양념이 밴 시래기에 메기를 얹어 먹는 맛이 각별하다. 2인분 2만 5000원. 백련동 시골밥상(393-7077)은 유기농 식재료로 차린 열두 가지 반찬이 맛있는 집이다. 1만원. 청자연(394-9909)도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은 담백하고 정갈한 음식들이 일품이다. 두 집 모두 홍길동 테마파크 인근에 있다. →잘 곳:숲 속에서 아침을 맞고 싶다면 축령산자연휴양림(390-7770)이나 방장산자연휴양림(394-5523)이 좋겠다. 축령산은 편백나무 숲이 깊고 방장산은 고창과 서해 일대가 조망된다. 홍길동 테마파크(394-7240)에도 소규모 숙박시설과 오토캠핑장이 마련돼 있다. 남창계곡에도 오토캠핑장이 있다. →주변 볼거리:주변에 단풍 명소가 많다. 그 가운데 백양사가 가장 가깝다. 장성호관광지에 임권택시네마테크가 조성돼 있다. 전망대에선 장성호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테마파크 인근의 금곡영화마을은 영화 ‘태백산맥’ 등의 배경이 됐던 산골마을이다. 필암서원도 지척이다.
  • 불길을 걷는다

    불길을 걷는다

    강천산 단풍이 곱다는 이야기, 참 여러 차례 들었다. 전북 순창에 솟은 작은 산이지만, 가을 풍경만큼은 ‘소금강’이라 부를 만하다고도 했다. 행장 꾸려 나선 길, 현지인들은 단풍이 절정에 이르려면 11월 초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한데 외지인의 시선으로는 그마저도 충분했다. 온통 붉기만 하면 무슨 맛이랴. 노랗고 푸른 기운들이 섞여야 외려 더 아름답지 않겠나. 강천산(584m)은 아름답고 편안하고 소박하다. 이웃한 산성산(603m), 광덕산(578m) 등을 묶어 등산을 즐길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산책하듯 자박자박 걷는 쪽이 더 나아보인다. 강천산의 백미는 ‘음이온 산책길’이다. 이에 대한 안내판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강천산엔 폭포가 여러 곳이다. 폭포 주변엔 음이온이 많이 생성되는데, 이를 흡수하며 걸으면 힐링도 되고, 건강도 얻는다는 것이다. 음이온 산책길은 매표소부터 구장군 폭포까지 왕복 5㎞ 남짓 거리다. 매표소~병풍폭포~강천사~현수교~구장군 폭포로 이어진다. 산책로는 잘 닦여 있다. 산길치고 폭도 넓은 편이다. 높낮이도 완만해 왕복 세 시간 남짓 동안 가쁜 숨을 몰아쉴 일이 없다. 길은 구장군 폭포에 이를 때까지 줄곧 계곡과 동행한다. 계곡과 폭포에서 떨어진 물 입자는 음이온을 만든다. 음이온 수치는 산책길 중간중간에 설치된 LED전광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맨발로 걷는 황홀한 단풍길… 구름 다리 위 신선놀음 산책로에서 처음 만나는 명소는 병풍폭포다. 2002년에 만들어진 인공폭포다. 병풍처럼 펼쳐진 절벽 위로 크고 작은 두 개의 폭포가 조성돼 있다. 폭포에선 쉼 없이 물줄기가 쏟아지는데, 워낙 가늘어 안개비가 내리는 듯하다. 이 덕에 햇살이 비치는 오후 무렵이면 늘 폭포 아래쪽으로 무지개가 걸린다. 폭포 맞은편은 단풍 숲이다. 만지면 묻어날 것 같은 이파리가 붉은빛으로 선연하다. 음이온 산책로 옆으로 목재 데크 길이 나 있다. ‘숲길 산책로’다. 음이온 산책길이 계곡을 따라 걷는 반면 숲길 산책로는 산 중턱을 따라간다. 병풍폭포에서 강천사 앞 삼인대까지 5㎞ 정도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가파른 구간이 많아 난이도는 꽤 높은 편이다. 산책로를 따라 애기단풍 터널이 이어진다. 스물두 그루 메타세쿼이아와 폭포가 어우러진 풍경도 빼어나다. 숲을 나서면 곧 강천사다. 신라 진성여왕(887년) 때 도선국사가 세웠다고 전해지는 절집이다. 강천사 초입엔 범상치 않은 자태의 모과나무가 서 있다. 밑동부터 가지까지 깊게 주름이 패였고, 노송처럼 이리저리 휜 모양새에선 신산했던 삶의 궤적이 느껴진다. 모과나무는 300년 묵었다고 한다. 강천사와 더불어 늙은 셈이다. 절집에서 십여분쯤 걸으면 구장군 폭포다. 이때부터 하늘이 활짝 열린다. 폭포를 품은 절벽은 그야말로 기골이 장대하다. 높이가 무려 120m에 이른다. 이에 견주자니 폭포는 실핏줄처럼 가늘다. 우리나라 최초의 군립공원이자, ‘호남의 소금강’이라 상찬받는 강천산의 진수를 여기서 맛본다. 절벽 여기저기엔 마한시대 아홉 장수가 죽기를 결의하고 전장에 나가 승리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구장군폭포는 원래 마른 폭포다. 장마철에만 폭포수가 쏟아진다. 한데 물을 끌어올린 뒤 흘려보내면서 이제는 늘 폭포수가 쏟아지는 모습과 마주할 수 있게 됐다. 구장군폭포에서 온 길을 되짚어 내려온다. 만나는 이들마다 표정이 밝다. 웃음소리도 맑게 느껴진다. 음이온을 한껏 들이켠 덕이지 싶다. 그중 몇몇은 맨발이다. 발에 닿는 흙의 느낌이 좋았던 게다. 등산화 벗은 아저씨는 흔하고, 운동화 벗은 여고생도 간혹 눈에 띈다. 두 손으로 신발 들고 산길 걷는 모습이 꽤 평화롭다. 음이온 산책길은 일부 구간을 빼고는 바닥이 잘 다져진 흙길이다. 매표소 가까운 곳에 발을 씻는 세족대가 마련돼 있으니, 흙 묻을 걱정일랑 접어두고 맨발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도 좋겠다. 오를 때 보지 못했던 바위들도 하산길에서야 눈에 든다. 고은 시인의 시 ‘그 꽃’에서처럼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이다. 단풍에 가려져 있었을 뿐, 바위는 우직한 생김새 그대로 서 있다. 붉은빛 구름다리도 오른다. 강천산의 명물이다. 계단을 따라 급한 산비탈을 올라야 하지만, 품은 그리 들지 않는다. 구름다리는 현수교다. 지상 50m 높이에 폭 1m, 길이 76m다. 빨간 구름다리 위에서 굽어보는 풍경이 멋들어지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다리가 위아래로 출렁이는데, 그때마다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짜릿함도 맛본다. 날머리는 신선교다. 음이온 산책길 한번 돌아봤다고 선계에 이르지는 못하겠지만, 마음만은 신선이다. ●섬진강에 기댄 마을 순창… 새달 2일까지 장류축제 이쯤에서 돌발 퀴즈 하나. 순창에는 메타세쿼이아길이 있다, 없다? ‘있다’를 찍었다면 ‘딩동댕~’이다.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순창읍내 고추장민속마을에서 강천산 가는 길에 만난다. 길 위로 튼실하게 솟은 메타세쿼이아 덕에 왕복 이차선 도로가 숲 터널로 변했다. 순창은 섬진강에 기댄 고을이다. 섬진강 물줄기 위로 명소들도 몇 곳 있다. 그중 하나가 장군목이다. 강물이 바위와 몸을 섞으며 만든 다양한 형태의 너럭바위들이 강변을 따라 3㎞ 정도 이어져 있다. 핵심은 요강바위다. 포트홀이라 불리는 돌개구멍이 요강처럼 움푹 패어 있다. 돌개구멍은 둘레 1.6m, 깊이 2m에 달한다. 요강바위는 한때 도난당했다가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했다. 무게만 15t에 달하는 바위를 옮기느라 도둑들도 고생깨나 했지 싶다. 순창은 전통 장류의 ‘메카’처럼 인식되는 곳이다. 고추장, 된장 등 전통 장류와 발효 음식의 진수를 맛보는 ‘순창 장류축제’가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순창 고추장민속마을과 강천산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로 9회째. ‘자연이 빚은 순창이야기’를 주제로 순창 장류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80여개 체험 행사와 공연, 전시 프로그램 등이 진행된다. 레드 데이 이벤트도 진행한다. 붉은색 옷을 입었을 경우, 축제장에서 여러 할인 혜택을 준다. 글 사진 순창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63)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김제 나들목으로 나와 전주 방면 1번 국도로 갈아탄 뒤, 쑥고개 교차로에서 순창 방면 27번 국도로 다시 바꿔 탄다. 한산한 도로를 따라 임실 옥정호 등 풍경의 명소들을 꿰며 갈 수 있다. 다소 돌더라도 내장산 나들목이나 백양사 나들목으로 나와 여러 단풍 명소들을 둘러보며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순천완주 고속도로 남원 분기점에서 88올림픽 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순창 나들목으로 나오는 방법도 있다. 강천산 관리사무소 650-1672. →맛집: 명가원숯불구이(652-1667)는 매운 숯불돼지갈비가 맛있는 집이다. 돼지갈비를 마늘과 간장, 생강, 양파 등으로 양념한 육수에 재워 애벌 조리한 뒤, 고추장을 발라 숙성시켜 구워 먹는다. 녹원식당(653-2673)은 저렴한 가격에 한정식을 내는 집이다. 강천산공원 주차장 입구 산호가든농원(652-4035)은 민물 고추장 매운탕이 맛있다. →잘 곳: 장류체험관(650-5432)은 체험장과 숙박시설을 함께 갖춘 곳이다. 고추장민속마을 가장 끝 쪽에 있다. 객실료는 크기에 따라 4만 5000~6만원 선으로 저렴한 편이다. 다만 고추장 담그기 등 농촌체험을 해야 숙박할 수 있다. 순창읍내 S모텔(653-3960, 4960)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굿스테이’ 업소다.
  • [길섶에서] 출근길 매너/정기홍 논설위원

    20대 청년이 출근 지하철 옆 좌석에 앉았다. 다리를 벌리고 앉은 이른바 ‘쩍벌남’이다. 이어 그 청년의 행동들이 시작됐다. 스마트폰을 들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차라리 계속 들고서 볼 것이지….” 행위가 끝났나 싶었는데 이번엔 손가락이다. 옆으로 길게 뻗은 손가락은 나에게 뭐라고 하는 듯이 펴고 오므리기를 하며 쉼이 없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상황이 이쯤에 이르니 불쾌해진다. 조용한 출근시간에 전화통화를 해대는 것과는 또 다른 불편이다. 청년의 행동을 보다가 지하철을 내렸건만 ‘30분 잔영’은 줄곧 발걸음을 뒤따랐다. “자기중심적 행동일까,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지는 심리의 표출일까.” 여러 가지의 생각은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바른생활’이란 철 지난 교과서까지 불러냈다. 어찌 보면 “한두 번 겪는 일이냐”며 타박받을 일이다. 하지만 아침 출근길은 ‘시끌시끌해야 제맛’인 퇴근길의 차안 분위기와 다르다. 남을 배려하지 못하더라도 피해는 주지 않아야 한다. 공중 의식을 곰곰이 생각한 아침나절이었다. 그 청년이 인지하지 못한, 의미 없는 혼자의 넋두리가 되었겠지만….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강동 선사문화축제 ‘축제올림픽’서 수상

    강동 선사문화축제 ‘축제올림픽’서 수상

    강동구 선사문화축제가 세계축제협회(IFEA)의 올림픽인 ‘피너클 어워즈’ 5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9일 구에 따르면 1987년부터 열린 피너클 어워즈는 매년 분야별 축제의 경쟁력을 가늠해 선정하는 자리다. 방송, 인쇄물, 협찬, 프로모셔널 등 5개 분야 62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이번 대회에는 30여 개국의 1500여개 축제가 응모했다. 강동선사문화축제는 25만 달러 이하의 저예산 축제 중 홍보 영상과 홍보 책자 부문 금상, 사진 부문 은상, 포스터와 초대장 부문에서 동상을 받았다. 강동선사문화축제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선사시대를 주제로 꾸민 축제다. 1996년 시작해 올해 19회째다. 지난해에는 37만명이 방문하는 등 해마다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축제는 10~12일 암사동 유적 일대에서 열린다. 이해식 구청장은 “세계적으로도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는 강동선사문화축제는 문화적 유산의 의미를 되살리는 동시에 주민 화합의 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바쁜 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쉼과 힐링의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며 주민들에게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강동구민과 함께 원시인 만나고 선사시대로 시간여행 떠나요~

    강동구민과 함께 원시인 만나고 선사시대로 시간여행 떠나요~

    도심에서 직접 움막을 짓고 뼈바늘 도구로 옷을 만든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원시인으로 돌아간 듯하다. ‘선사시대와 현대의 만남’이라는 강동선사문화축제의 정체성을 잘 보여 주는 풍경이다. 서울 강동구는 오는 10~ 12일 신석기시대 최대 취락지인 암사동 유적 일대에서 원시생활을 체험해 보는 행사를 연다고 6일 밝혔다. 19회째로 인근 자치구 주민들도 즐겨 찾는 대표적인 축제다. 특히 이번엔 처음으로 꾸린 축제 주민추진단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주민 아이디어로 화합과 참여의 축제를 만들어 가는 첫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띤다. 세월호 참사 등 국민적 아픔이 컸던 만큼 사람을 주제로 쉼과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원시세계 시간 여행을 통해 내일의 희망을 얘기한다. 구 관계자는 “주민과 전문가, 대학생 등 123명으로 꾸려진 주민추진단이 공감토론회를 통해 축제 내용을 구체화했다.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거리 퍼레이드 참여자를 확대하는 등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자리로 꾸민다”고 말했다. 첫날 오후 8시 주민대표의 개막 선언과 함께 비보이그룹 라스포원이 ‘희망의 불꽃’ 퍼포먼스로 축제의 문을 연다. 이어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선사 플래시몹’ 음악회가 펼쳐진다. 둘째날인 11일 하이라이트는 단연 ‘한반도 선사시대 6000년 대탐험’ 거리 퍼레이드다. 오후 6시부터 8시 30분까지 주민 1500여명이 천일중학교를 출발해 암사동 유적까지 1.8㎞를 행진한다. 18개 동 주민들과 13개 기업·단체·학교가 주제에 맞춰 원시인으로 분장한다. 이들은 관람객들과 ‘선사가족춤파티’를 벌이며 밤을 달구게 된다. 12일에도 다채로운 주민 참여 행사와 가수 박강성, 여행스케치, 인순이의 공연이 기다린다. 아울러 구는 축제 기간에 암사동 유적의 가치 재조명과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문학 공연, 서명운동, 체험활동을 진행한다. ‘러닝맨, 러닝 버스’를 주제로 주요 명소와 행사장을 돌아보는 2층 버스도 운영한다. 특히 안전을 위해 자원봉사자 지킴이를 배치하는 한편 행사장을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주류 판매도 제한한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드디어… 손흥민 챔피언스리그 데뷔 골

    드디어… 손흥민 챔피언스리그 데뷔 골

    손흥민(22)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10경기 만에 뒤늦은 데뷔골을 터뜨렸다.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의 손흥민은 2일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벤피카(포르투갈)와의 2014~15시즌 대회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1-0으로 앞선 전반 34분 결승골을 넣었다. 카림 벨라라비가 오른쪽을 돌파해 내준 땅볼 크로스를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오른발로 때려 골망을 흔들었다. 레버쿠젠은 벤피카를 3-1로 꺾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2010~11시즌 독일 함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유럽 무대에 입성한 뒤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개인통산 1호골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대회 본선 8경기에 출전했지만 2도움이 전부였다. 올 시즌 본선 첫 경기였던 지난달 17일 AS모나코(프랑스)와의 C조 원정 1차전에서도 득점포는 침묵했다. 왼쪽 윙포워드로 선발 출격한 손흥민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틈만 나면 벤피카의 위험지역을 침투했고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과감한 슈팅을 여러 차례 날렸다. 전반 25분 선제골도 공이 컸다. 손흥민의 중거리포가 골키퍼에게 맞고 나온 것을 슈테판 키슬링이 달려들어 골문에 차 넣었다. 손흥민은 승기를 잡는 두 번째 골이자 결승골을 넣은 뒤에도 쉼 없이 슛을 날렸다. 이날 시도한 슈팅은 모두 7개로 두 팀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UEFA가 선정한 ‘맨 오브 더 매치’도 당연히 손흥민에게 돌아갔다. 레버쿠젠은 후반 16분 에두아르두 살비오에게 만회골을 허용했지만 3분 뒤 페널티골로 쐐기를 박았다. 조별리그 1승1패(승점 3)가 돼 제니트, 모나코(이상 4점)에 이어 C조 3위를 달렸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커버스토리] 막걸리, 취하다 말았다

    [커버스토리] 막걸리, 취하다 말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식당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풍경은 어색하지 않았다. 일부 중장년층은 소주나 맥주보다 막걸리를 먼저 찾았다. 산에서도 막걸리가 물이나 탄산음료를 밀어내고 ‘음료수’ 자리를 대신했다. 하지만 ‘막걸리 붐’은 옛이야기가 돼 버렸다. 출하량은 2011년을 정점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수출은 한창때의 3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막걸리 출하량은 2009년 21만 4000㎘에서 2011년 44만 4000㎘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막걸리의 전성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듬해 41만 5000㎘, 2013년 37만 8000㎘로 갈수록 판매량이 줄었다. 올해도 마찬가지. 7월까지 출하량이 22만 2000㎘에 불과하다. 막걸리 내수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는 내수 업체들이 영세해 이익을 많이 남기지 못했고, 연구 개발과 마케팅 등에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 손꼽힌다. 국내 막걸리업체 600여곳 중 연매출액 1억원 미만인 영세업체가 전체의 60∼70%에 이른다. 경기도 ‘포천일동막걸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 전 직원이 야근해야 할 정도로 쉼 없이 돌아가던 생산 라인은 최근 일주일에 고작 하루 이틀만 가동되고 있다. 올 들어 생산량은 3년 전의 10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전국 800여곳 중 상위 10곳을 제외하고는 거의 빈사 상태다. 업체들이 올해 초 막걸리 가격을 최대 25%까지 올린 것도 영업난과 무관치 않다. 막걸리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제품 폐기량이 많다 보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판매 감소로 이어져 장사가 안 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막걸리 업체들이 수입맥주 선호 등 다양한 주류를 찾는 최근의 추세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서 전체 파이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 하락세는 더욱 가파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막걸리 수출액은 1044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7%가 줄었다. 막걸리 수출액은 2011년에 전년 대비 176.2% 급증한 5274만 달러로 정점에 이른 뒤 2012년 3689만 달러(-30.0%), 2013년 1886만 달러(-48.9%)로 급감했다. 해외 수출 감소는 막걸리의 최대 수요처인 일본의 수입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해 1∼8월 대일 막걸리 수출액은 643만 달러로 32.3%가 줄었다. 막걸리 수출의 대일 비중은 2011년 91.8%에서 지난해 72.2%까지 떨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주 수출국인 일본의 주류 문화가 무알코올 음료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경기 부진과 반한감정 고조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엔저 현상 역시 일본에 대한 막걸리 수출의 걸림돌이다. 원·엔 환율은 2011년 말 100엔당 1493원에서 이달 25일 기준 955.06원까지 떨어졌다. 막걸리 현지 가격이 3년도 안 돼 2분의1 넘게 올랐다는 뜻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수출 증가세를 보이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을 공략하는 등 수출시장 다변화를 추진할 것”이라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막걸리 홍보를 강화, 막걸리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게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통주 전문가들은 막걸리 시장 침체의 원인으로 일본시장 확보 실패, 저품질의 획일적인 맛, 자유무역협정(FTA)을 등에 업은 수입 맥주·와인의 공세 등을 꼽았다. 허시명 막걸리학교 교장은 “일본 내 반한 감정이 커지면서 막걸리 수출이 크게 줄었지만 일본 시장에 진출했던 국내 업체들이 현지 유통회사에 막걸리만 납품했을 뿐 자체적으로 시장을 개척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허 교장은 “지금부터라도 국내 업체들이 일본에 막걸리 홍보관을 만들고 적극적인 영업 전략으로 막걸리를 취급하는 주점을 직접 늘려야 한다”면서 “그래야 정치·외교적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일본 소비자들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만 전남대 생명산업공학과 교수는 “막걸리가 값싼 서민술이라는 이미지를 바꾸지 못한 점이 내수 감소를 불러왔다”면서 “양조장은 가격을 맞추기 위해 수입쌀, 일본 누룩, 인공감미료 등 싼 원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품질이 낮고 맛도 다 비슷한 막걸리만 만들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제2의 막걸리 붐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체가 막걸리 산업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효진 경기대 평생교육원 수수보리아카데미 교수는 “정부와 업체들은 멸균 작업을 거치지 않은 생막걸리의 경우 장기간 유통할 수 없기 때문에 수출이 어렵다고만 한다”면서 “해외시장을 넓히려면 현재 수입 맥주가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것처럼 막걸리 제품뿐만 아니라 외국에 양조장과 양조 기술을 수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 소장은 “그동안 알코올 도수가 4~6도인 막걸리만 만들었는데 도수를 높이면 유통기한이 길어져 수출에 큰 문제가 없다”면서 “위스키, 사케처럼 알코올 도수가 높은 프리미엄 막걸리를 만들면 싼 술이라는 이미지도 벗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쌀 막걸리 외에 20~30대 젊은층, 여성, 외국인 등을 타깃으로 한 신제품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 교장은 “와인, 사케 등은 품질 등급이 있어서 소비자가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좋은 술을 사먹는데 막걸리는 품질을 비교할 기준이 전혀 없다”면서 “양조장에서 좋은 원료를 사용해 비싼 막걸리를 만들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팔리지도 않으니까 저품질의 싼 막걸리만 계속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 교장은 “다양한 가격대·품질의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고기처럼 막걸리에도 등급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市 안에 쉼 있다

    市 안에 쉼 있다

    강원 춘천은 힐링의 도시다. 호반의 도시에 펼쳐진 자전거길과 숲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인다.터덜터덜 산속의 흙길을 걸으며 호수의 물길을 따라 카약의 노를 저을 수 있는 곳. 호수를 따라 이어진 자전거도로를 따라 페달을 밟으며 숲길을 찾을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바로 춘천이다. 맑은 물과 깨끗한 도시 이미지를 닮은 담백하고 감칠맛 나는 막국수, 닭갈비가 오감을 자극하니 가 볼 곳, 즐길 곳이 지천에 널려 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물] 의암호·북한강 품은 춘천 8경… 해저문 소양강 뱃길 따라 그리움 닿아 춘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호수와 댐, 산이다. 아늑한 분지 속에 새알처럼 들어선 춘천은 물길이 모이고 그 물길을 따라 댐들이 생겨나 호수를 이룬 물의 도시다. 의암호와 북한강의 물길 속에 발을 담그고 우뚝 서 있는 삼악산은 춘천의 관문으로 기암절벽이 절경이다. 기암괴석을 따라 탁 트인 산 정상에 오르면 의암호와 춘천도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삼악산 넘어 깎아지른 듯 협곡을 이룬 구곡폭포는 데이트 장소로 그만이다. 도심 속 소양2교는 춘천의 명물이다. 소양강처녀상과 노래비, 쏘가리 동상이 이채롭고 호수를 배경으로 한 야간 조명이 볼만하다.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동양 최대 다목적댐인 소양강댐과 야외공연장 등 자연 속에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는 공지천을 모르면 춘천 사람이 아니다. 김유정의 소설 속 작품 세계를 재현해 놓은 김유정문학촌은 춘천의 자존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시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구봉산 전망대와 소양호 뱃길로 닿는 청평사도 춘천을 대표하는 8경으로 꼽힌다. [숲] 계절 옷 입은 집다리골·용화산… 자연의 노랫소리에 마음을 내려놓고 춘천 곳곳에 펼쳐진 아름다운 숲과 즐거운 체험장은 힐링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사계절 맑은 물이 흐르고 자생하는 침엽수가 원시림을 이룬 집다리골자연휴양림은 천혜의 휴양지다. 산막과 산책로, 삼림욕장 등 편의시설이 분위기를 더한다. 자연 활엽수와 인공 침엽수가 조화된 용화산 자연휴양림도 자연학습장과 가족 단위 캠핑장으로 잘 알려졌다.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에 인접한 춘천숲 자연휴양림과 950㏊의 광활한 산림을 자랑하는 강원숲체험장도 숨겨진 안식처다. 사명산 기슭에 있는 추곡약수터에도 건강을 찾으려는 나그네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체험여행은 7만평 초지에 당나귀와 양, 토끼 등 동물들이 방목된 해피초원목장이 있어 가족 동반 나들이에 딱 좋다. 오르는 길섶에 아홉 가지 소리를 낸다는 구성폭포가 있는 청평사와 산사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갖춘 삼운사가 자리해 템플스테이도 좋겠다. [길] 품걸리 오지마을길·물레길 걸음걸음마다 행복 쌓인다 시나브로 걸어서, 물길을 따라 흘러가며 춘천의 자연 속으로 파고드는 길이 정겹다. 춘천을 대표하는 ‘걷는 봄내길’은 다양한 묘미를 준다. 품걸1리마을~늘목 정상~사오랑계곡~품걸마을로 돌아오는 16.3㎞의 품걸리오지마을 6코스 길을 비롯해 실레이야기길, 물깨말구구리길, 석파령너미길, 의암호나들길, 소양호나루터길 등 코스마다 특색이 넘친다. 카누를 이용해 아름다운 의암호를 둘러보는 물레길은 인기 절정이다. 3㎞ 초급자 코스인 의암댐길을 비롯해 붕어섬길(3㎞), 중도길(5㎞)이 있다. 북한강을 따라 자전거길도 잘 다듬어져 있다. 의암호 주변은 북한강 종주 자전거길과 북한강 순환 자전거길로 나뉜다. 강촌역과 김유정역을 오가는 코스와 경강역~백양리를 돌아 다시 경강역으로 돌아오는 강촌레일바이크도 인기다. 시원한 북한강 물줄기와 삼악산을 바라보며 페달을 밟으면 자연의 일부가 된다. 힐링의 도시에 어울리게 각종 레포츠 활동도 즐길 수 있다. 강촌에서는 번지점프를, 구봉산 정상에서는 패러글라이딩을, 의암호에서는 수상스키와 윈드서핑을 즐길 수 있다. [맛] 닭갈비·막국수 빠질 수 있나 매콤 새콤 외국인도 호로록~ 춘천 먹거리의 대표 주자는 역시 닭갈비와 막국수다. 매콤 달콤한 닭갈비와 시원 담백한 막국수는 이제 국민 먹거리를 벗어나 세계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요즘 춘천에서는 이들 음식을 테마로 한 축제가 한창이다. ‘9월에 즐기는 춘천 도시락(都市)!’을 슬로건으로 28일까지 열리는 닭갈비·막국수축제에선 100인분 시식, 빨리 먹기 등 닭갈비와 막국수를 테마로 한 다양한 먹거리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춘천 닭갈비는 이제 어린이들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자주 찾는 음식이 됐다. 수년 전부터 해외에도 닭갈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국제적인 음식이 됐다. 이런 바람을 타고 원조 격인 춘천에는 일찌감치 번화가 명동 뒷골목에 닭갈비 전문 골목이 생겨났고 해를 거듭할수록 시내 곳곳에 닭갈비촌이 형성되고 있을 정도다. 닭갈비는 갈비 자체가 아니라 토막 낸 닭을 포를 뜨듯이 두툼하게 펴서 양념에 재웠다가 갖은 채소와 함께 철판에 볶아 먹는 요리다. 닭갈비 요리 말미에 우동 사리와 밥을 볶아 먹는 맛도 일품이다. 유명한 닭갈비집은 많다. 명동닭갈비골목에 있는 명동1번지와 장원닭갈비, 우미닭갈비, 명물닭갈비가 이름났다. 소양강댐 주변의 통나무 닭갈비와 후평동 1.5닭갈비, 우성닭갈비도 소문난 집들이다. 이들 유명 맛집은 냉동 닭고기를 쓰지 않고 그날 잡은 닭으로 요리해 맛이 개운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숯불닭갈비를 만들어 파는 집도 늘고 있다. 메밀가루로 만드는 막국수도 춘천의 또 다른 대표 음식이다.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메밀을 이용해 예부터 산골 마을에서 국수를 만들어 먹어 왔지만 최근엔 웰빙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며 찾는 사람이 급격히 늘고 있다. 막국수란 이름의 유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순 메밀가루를 반죽해 국수틀에서 뽑은 면을 금방 삶아 낸 뒤 김치나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거나 야채와 양념으로 버무려 식초, 겨자, 육수를 곁들여 먹으면 좋은 맛을 즐길 수 있다. 잘 알려진 곳으로는 소양강댐 쪽 유포리막국수가 있다. 3대째 막국수를 말아 내는 집이다. 동치미 국물에 말아 내는 담백한 맛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역시 3대째 가업으로 이어 오는 샘밭막국수도 빼놓을 수 없는 전문 막국숫집이다. 양념을 1주일 동안 숙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동면에 있는 연산골막국수는 김과 깨, 고추장, 동치미를 넣어 만든 매콤한 육수가 시원하다. 막국수와 곁들여 먹는 백김치도 별미다. 도심에 있으며 쟁반막국수로 유명한 부안막국수는 쑥갓, 깻잎 등 신선한 채소를 곁들여 새콤달콤하고 산뜻한 맛이 일품이다. 홍순기(여·58) 유포리막국수 주인은 “시어머니와 함께 수십년 동안 말아 낸 막국수를 이제는 가업으로 아들·며느리와 함께하고 있다”며 “옛날 방식 그대로 맛을 살려 손님상에 막국수를 내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난 알바… 욕설·성추행도 참아야지, 뭐”

    서울 은평구의 한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조모(19·여)씨는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7시에 나와 6시간씩, 주 24시간을 쉼 없이 일한다. 1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에게 제공되는 유급휴일 수당인 주휴수당도 법적으로는 약 2만 5000원을 받을 수 있지만 조씨에겐 언감생심이다. 시급이 최저임금인 5210원이어서 한달벌이는 5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열악한 임금보다 더 받아들이기 힘든 건 손님들의 반말과 고성이다. “40~50대 손님들이 가게를 많이 찾는데 대부분 ‘여기, 이거 하나 계산해 줘’, ‘어이, 이건 얼마야?’ 하고 무턱대고 반말을 하세요. 특별히 불친절하게 응대하지도 않았는데 ‘너 뭐야’, ‘너 무슨 말버릇이냐’는 식으로 쏘아붙이는 손님도 많고요. 자식처럼 생각하고 배려해 줬으면 좋겠는데….” 청년들이 생애 처음 노동을 경험하는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반말, 욕설, 인격 비하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도 높은 ‘감정노동’(고객 응대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일하는 노동)의 일선에 있는 것이다. 24일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12일까지 15~29세 아르바이트생 22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79.0%(177명)가 ‘내 일은 감정적으로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기분에 상관없이 항상 웃거나 즐거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고 답한 비율도 85.3%(192명)로 높았다. 조사 대상의 53.8%(121명)는 지난 1년간 고객으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받았고 인격 무시 발언이나 욕설 등의 폭언을 들은 비율도 각각 50.7%(114명), 39.6%(89명)로 집계됐다. 성희롱이나 신체 접촉도 잦아 15.1%가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종로구의 한 바에서 일하고 있는 대학생 박모(24·여)씨는 “‘아빠뻘이니까 볼에 뽀뽀를 해 달라’고 하거나 ‘재워 달라’는 등 성희롱을 하는 손님이 너무 많다”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그때부터 욕설을 퍼붓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응답자 중 62.7%(141명)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객을 피할 수 없다’고 답했다. 청년유니온은 고객의 무리한 요구나 폭력, 부당한 행동 등을 아르바이트생들이 거부할 수 있도록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거부권을 보장해 줄 것과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 제고 등을 촉구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현장 행정] 학교로 간 강남구청장 학부모 목소리 직접 듣다

    [현장 행정] 학교로 간 강남구청장 학부모 목소리 직접 듣다

    “초등학교 앞 등·하굣길에 보행로가 따로 없어요. 아이들이 위험합니다.” “예산이 없어 1·2층 화장실만 보수했는데 3·4층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학교 주변에 CC(폐쇄회로)TV가 많이 부족하니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18일 강남구 논현2동 학동초등학교에 모인 학부모 60여명은 신연희 구청장에게 쉼없이 요구사항을 말했다. 신 구청장은 담당 공무원에게 즉시 답변토록 했다. 아이들의 안전 문제가 대부분인 만큼 빨리 조치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학동초등학교 교문 앞 도로엔 인도가 따로 구분돼 있지 않았다. 한 부모는 “아이가 차를 피하다가 담벼락에 팔과 다리를 긁히기도 하는 등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도로가 좁아 보도블록을 놓지 못한다면 등하교 시간이라도 안전봉이나 철망을 설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바닥에 운전자가 보도로 인식하도록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빠른 시일 내에 검토해 학교와 학부모에게 통보하겠다”고 답했다. 화장실 개·보수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인 교육청 예산 부족으로 구에서 보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예산이 적지만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CCTV 확충에 대해선 학교 앞이라는 점을 감안해 경찰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신 구청장은 안전을 위해 현재 학교보안관 5142명을 자원봉사단으로 운영 중이라고 소개했다. 학교보안관은 다른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이로 임명해 질을 높이겠다고 했다. 또 지난해 1월, 학교주변이나 주택가에서 불법 전단지 59만 2000장을 압류했으며, 불법 성매매 휴대전화번호 429개의 사용을 정지시켰다는 성과도 알렸다. 올해 1월부터는 불법 대부업 전단지를 단속해 7만 2000장을 압류하고 불법 대부업 휴대전화번호 284개를 사용정지 조치했다. 학부모들은 관공서에 자주 가지 않아 구 행사 등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적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신 구청장은 “다음달 2~5일 열리는 강남페스티벌부터 학교에 팸플릿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답했다. 신 구청장이 학부모를 찾게 된 것은 자주 만나게 되는 관변단체 관계자 외에 여러 구민들의 의견을 듣는 한편 구정을 알리기 위해서다. 신 구청장은 이날을 시작으로 다음달 17일까지 지역 14개 초·중학교를 방문한다. 글 사진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룸메이트 허영지, 카라 활동 할 때와 다른 모습? 반전

    룸메이트 허영지, 카라 활동 할 때와 다른 모습? 반전

    ‘룸메이트 허영지’ 지난 21일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룸메이트)에서는 카라의 허영지 등 새 식구들이 합류한 ‘룸메이트’ 2기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마지막으로 입주한 허영지는 “엄마가 다 같이 나눠먹으라고 낙지를 사다 주셨다”며 가져온 낙지로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허영지는 맨손으로 거침없이 산낙지를 손질해 식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쉼 없이 낙지를 손질하는 허영지를 본 써니는 “너 아이돌이잖아. 데뷔 한 지 한 달도 안 됐다며”고 소리쳐 웃음을 자아냈다. 써니는 “우리 엄마를 보는 것 같다”며 놀라워했고 허영지는 “내가 평소에 가는 집보다 더 싱싱한 거 같다”고 말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또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 없이 웃는 일명 ‘음소거 목젖 웃음’으로 눈길을 끄는가 하면 룸메이트 애완견이 싸놓은 개똥마저 손으로 치우는 등 털털한 매력을 뽐냈다. ’룸메이트 허영지’ 방송을 접한 네티즌은 “룸메이트 허영지, 매력 넘쳐”, “룸메이트 허영지, 거침없는 낙지 손질 놀랍다”, “룸메이트 허영지, 진짜 귀엽다”, “룸메이트 허영지, 너무 웃겨”, “룸메이트 허영지..예능돌 탄생”, “룸메이트 허영지..털털하네”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서울신문DB (룸메이트 허영지) 연예팀 chkim@seoul.co.kr
  • 룸메이트 허영지, 카라 멤버들과 찍은 사진은 반전 ‘개똥을 손으로? 경악’

    룸메이트 허영지, 카라 멤버들과 찍은 사진은 반전 ‘개똥을 손으로? 경악’

    ‘룸메이트 허영지’ 지난 21일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룸메이트)에서는 카라의 허영지 등 새 식구들이 합류한 ‘룸메이트’ 2기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마지막으로 입주한 허영지는 “엄마가 다 같이 나눠먹으라고 낙지를 사다 주셨다”며 가져온 낙지로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허영지는 맨손으로 거침없이 산낙지를 손질해 식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쉼 없이 낙지를 손질하는 허영지를 본 써니는 “너 아이돌이잖아. 데뷔 한 지 한 달도 안 됐다며”고 소리쳐 웃음을 자아냈다. 써니는 “우리 엄마를 보는 것 같다”며 놀라워했고 허영지는 “내가 평소에 가는 집보다 더 싱싱한 거 같다”고 말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또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 없이 웃는 일명 ‘음소거 목젖 웃음’으로 눈길을 끄는가 하면 룸메이트 애완견이 싸놓은 개똥마저 손으로 치우는 등 털털한 매력을 뽐냈다. ’룸메이트 허영지’ 방송을 접한 네티즌은 “룸메이트 허영지, 매력 넘쳐”, “룸메이트 허영지, 거침없는 낙지 손질 놀랍다”, “룸메이트 허영지, 진짜 귀엽다”, “룸메이트 허영지, 너무 웃겨”, “룸메이트 허영지..예능돌 탄생”, “룸메이트 허영지..털털하네”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서울신문DB (룸메이트 허영지) 연예팀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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