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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국립극장 기획공연 ‘섬’

    흔히 현대인들의 고독한 인간상을 ‘섬’으로 이미지지을 때가 많다. 인간관계의 단절과 주체의 홀로서기를 동시에 압축하는 표현으로 상용된다고 할 수 있다.공연무대에서도 이같은 현대인들의 고립과 상호 무관심은 ‘섬’이란 테마로 적지않게 등장한다. 지난 2일부터 국립극장이 새해 첫 기획공연으로 달오름극장 무대에올리고 있는 ‘섬’(김상수 작·연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랄 수 있다.그렇지만 기존 무대와는 다르게 철저한 파격이 들어있다. 이 작품은 92년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선보였던 작품이지만 국립극장이 공연장 활성화 차원에서 실험적인 작품을 고른 끝에 다시 무대에올린 것.이해관계의 대립과 이기주의에서 오는 분열을 고발하면서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상생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우선 현대인의 단절된 의사소통과 몰이해,그로 인한 인간성의 파괴를 극의 동적 형식이 아니라 독특한 시각표현과 내레이션으로 처리한다.일반적인 연극무대에서 진행되는 고정화된 극의 형식은 보이지 않는다.막이 오르면 3명의 여배우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돌아가면서 무언가 대사를 시작한다.내레이션에 이어 곧 본격적인 극이 시작되리란 기대를 하지만 변화없이 1시간5분동안 쉼없이 토해내는 여배우들의내레이션만이 이어진다.처녀가 아이를 잉태했다는 이유로 외딴 섬에억지로 유폐되고 이 과정에서 당사자인 처녀가 처절하게 토해해는 시(詩)같은 독백이 몰인정한 인간들의 관계와 부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소품이라야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20여대의 수상기만이 무대의 뒷편을 지키고 있을 뿐.여기에 극의 진전을 보여주는 어떤 형태의 배우들의 움직임도 없다. 그러면서도 희미한 조명아래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은 채 시종일관 한 곳만을 응시하는 배우들의 표정이 보는 이들을 무대에서 눈뗄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을 준다. ‘한국 연극은 죽었다’는 비판을 가해온 김상수가 공백을 깨고 8년만에 공연판에 컴백한 작품이란 점도 화제의 대상.지난 93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자작극 ‘짜장면’을 올린 뒤 8년만의 연출작인 ‘섬’은 여전히 주변의 목소리를 의식하지 않는‘섬’같은 세계를 고집하는 한 연출가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무대다.10일까지. 김성호기자 kimus@
  • [굄돌] 현대인의 산만한 일상

    90년대 초 뉴욕에서 공부하고 있을 당시 대학 체육관을 자주 찾았다. 처음에 미국 사람들 운동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뭐랄까,참 이색적이였다.대부분 자전거를 타면서 또 조깅트랙 위를 뛰면서 책이나 신문을 읽고 있다.그것도 40분,아니 1시간씩 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참독하다고 생각했다.나도 한 번 해봤다.도대체 손에 제대로 책을 쥘수도 없을 뿐더러 헐떡거리느라 집중 할 수가 없더라. 왜 저렇게 극성맞게 생활할까.운동 따로,독서 따로 할 시간이 없어서,대도시의 현대인들은 저렇게 처절하게 살아야 하나.차라리 운동을하지말고 편안하게 앉아서,아니면 누워서 신문을 보고 소설책을 읽을것이지. 그뿐 아니라 뉴욕의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유사한 광경을 흔히 본다. 모두들 서류를 들고 몰두해 있거나 책과 신문을 읽느라 고개를 떨구고 있지,꾸벅 꾸벅 조는 사람은 없다.뉴욕같은 험난한 도시에서 살아남으려면 삶 자체가 각박한가 보다.쉼을 가질 새가 없다. 한가하다는것이 불안하다. 우리도 이제 동시에 두 가지 일을 겸하는 multi-task의 생활을 하면서고도로 시간을 압축하여 활용한다.운전하거나 길을 거닐면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공부하면서 음악 듣고,식사하면서 TV도 보고.아예 요즘 10대,20대는 TV를 여러 채널을 동시에 본다.영어로 이를 channel surfing이라고 한다는데,문자 메시지 보내면서 숙달된 번호패드두드리는 핸드폰 때의 빠른 손놀림으로 이제 리모콘을 계속 두드리며채널을 번개같이 돌려 가면서 운동 경기도 보고,쇼 프로 한두 개, 뮤직비디오 채널도 같이 본다.이럴 때 나는 금방 어지러워 TV 앞을 떠난다. 잠시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하게 생각할 여유를 간혹 찾는다.출퇴근운전하면서 나는 도로에서 보내는 하루 1시간이 참 값지다.집에서 살림하면서,직장에서 바삐 일 하면서 가질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의 공백을 통해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정리가 된다. 잊어버린 일들도 떠오른다.오랜만에 전화하고 싶은 그리운 사람들도더러 기억된다. 노재령 국제갤러리 디렉터
  • [2001 정치 제언](5)이부영의원

    “야당을 진정한 정치 파트너로 여긴다면,여당이 위로는 대통령에서부터 아래로 평의원에 이르기까지 다층적(多層的) 대화를 모색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지난 17일 부시 미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방미에 앞서 만난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부총재는 좀처럼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경색정국의근본 원인이 대화 부재에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안기부자금으로 꼬인 정국이 답답한지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1년반 동안 원내총무를 하면서 여당 총무 말고 다른 분들과 정치협상을 해본 기억이 없습니다.정말 타협의 정치를 하고 싶으면 여러채널을 통해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경색을 풀 열쇠는 결국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갖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대통령의 시국 인식에 문제가 있디고 봅니다.나만 옳고 너는 틀리다는 생각 위에서는 대화가 결코 가능하지 않습니다”라며 김대통령이 야당에 존더 너그러워져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대통령의 강경책이 여당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아이러니를 빚고 있다는 게 이부총재의분석이었다. “야당 파괴의 위협을 받자 한나라당 내 비주류의 활동공간이 좁아지고 지도부를 중심으로 단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 정치권의 과제를 물었더니,그는 올해는 선거가 없는 해이니 만큼여야가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문제에 집중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불가피한 일인지는 몰라도 구조조정이란 말을 너무 쉽게 합니다.선진국처럼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도 않은 데….정치권이 국민들의 이같은 고통을 앞장서 해결해야 합니다”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관련해서는 “초당적으로 환영해야 한다”고 뚜렷한 소신을 피력했다.그는 “미국에 보수적 성격의 부시 행정부가 등장,한반도에 긴장이 재연될 우려가 있는만큼 이 문제에 관한 한 여야를 떠나 우리 사회 내부에서 큰 논란 없이 잘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쨌든 그는 우리의 민주주의는 쉼없이 전진하고 있다며 ‘희망을갖자’고 당부했다.“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고문으로 어린 학생들이죽었던 나라입니다. 속도는 느리지만 우리 정치는 꾸준히 발전하고있습니다.정치권이 평상심만 회복한다면 크게 어려울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김상연기자 carlos@
  • 최용수·김도훈 “첫골 책임진다”

    ‘득점 라인 이상 없다’-.24일 노르웨이를 상대로 1차 수능시험에나설 한국 축구대표 선수들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골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새로 돛을 올린 ‘히딩크호’에서 골을 넣는다는 것은 공격지향적인감독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단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전에서 골을 올릴 후보감은 최용수 김도훈 고종수 박성배등.이 가운데서도 최용수와 김도훈의 확률이 가장 높다. 히딩크 감독이 투톱 가운데 한명을 미드필드 쪽으로 한발 내려 앉혀‘프리맨’으로 활용하는 작전을 구사하는 만큼 번갈아 최전방을 책임질 이들 두사람이 골 기회에서 가장 유리하다. 그러나 이들은 포지션이 겹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출장 기회를 얻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최용수와 김도훈은 나란히 98프랑스월드컵에 출전한 바 있어 히딩크에게 신뢰를 얻고 있다.각각 국내 프로리그 최수우선수(MVP)와 득점왕이라는 점도 믿음을 주었다. 또 기록을 중시하는 히딩크 감독은 대표선수를 통틀어 최용수(25골)와 김도훈(17골)이 가장 많은 A매치 골기록을 갖고 있는 점에주목하고 있다. A매치 골기록이 없고 세밀한 기술에서도 다소 처지지만 박성배 역시 합숙훈련을 통해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90분을 쉼없이 뛰는 체력이 히딩크의 취향과 맞아 떨어졌다. 박성배는 노르웨이전에서 최용수 또는 김도훈 바로 밑에서 ‘프리맨’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미드필드진에서는 고종수가 왼쪽 날개로 뛰면서 득점 기회를 노린다.탁월한 감각과 프리킥 능력을 바탕으로 득점원 역할을 떠맡게 됐다. A매치에 34회 출장해 3골을 기록하고 있고 올초 한일올스타-세계올스타전에서 절묘한 프리킥 골을 성공시켜 자신감에서도 앞서 있다. 이번 노르웨이전은 선수들의 골 의욕과 히딩크 감독의 공격지향 스타일이 어우러져 공격 축구의 진수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노르웨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위를 기록중인 강호지만 이번에 대표팀 스폰서계약에 미서명한 주전 4명이 빠져 최상의 전력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한국과는 A매치 전적 1승1패,올림픽대표팀간 전적 1무를 기록중이다. 박해옥기자 hop@
  • 李창호 9단 21연승 좌절

    이창호 9단의 21연승이 좌절됐다. 이 9단은 12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본선대국실에서 열린 제35기 한국통신 M.com 018배 패왕전 본선 19국에서 흑을 잡은 전기 우승자 조훈현 9단에게 220수만에10집반 패했다. 이로써 이9단은 예선 2승을 포함,단일기전 20승이라는 기록에 만족해야 했다.또 그동안 기대를 모았던 연승제 방식 기전 사상 초유의전승우승 기록도 물거품이 됐다.연승제란 승자가 질때까지 순서대로다른 대국자와 바둑을 두는 방식이다.이날 패배로 이 9단은 스승인조 9단과 통산 전적이 157승 103패가 됐다. 이 9단이 짐에 따라 패왕전 우승자는 오는 16일부터 시작되는 두 사람의 5번기 대국으로 가려지게 됐다. 조 9단이 5번기에서 승리할 경우 지난 95년이후(99년 한해 쉼) 대회5연패와 통산 21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임병선기자 bsnim@
  • 徐정주 시인 빈소…줄이은 문상객 ‘문단의 큰별’애도

    “내 아내가 먼저 갔어.나를 두고 먼저 가버렸어” 세상을 뜨기 며칠 전부터 먼저 간 아내 방옥숙 여사를 애타게 찾던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선생은 24일 두달 간격으로 아내를 따라갔다.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한 25일.선생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병원 영안실에는빙판길을 뚫고 달려온 제자,후배 문인들이 ‘시성(詩聖)’의 죽음을애도했다. ■폭설로 시내 곳곳의 도로가 빙판길이 됐음에도 이른 아침부터 영안실은 후배 문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미당의 동국대 시절 애제자인시인 문정희씨와 임종을 지켰던 최종림씨 외에 이근배,성춘복,이수권,신세훈,김종해,김시철,함동선씨 등이 황급히 달려 왔다. 국화꽃으로 하얗게 뒤덮인 영안실 입구에서는 미당의 유족과 친지들이 쉼없는 문상객 행렬을 맞았다.문상객들은 제단 한가운데 자리잡은미당의 영정을 보며 손수건을 적시곤 했다. 미당의 둘째아들 윤(潤·43·재미 심장전문의)씨는 “아버지는 꿈꾸듯 미소를 지으며 떠나셨다.돌아가신 모습이 그렇게환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미국에서 급거 귀국한 장남 승해(升海·61·재미 변호사)씨는 “몇달 간격으로 부모님을 한꺼번에 잃어 갑자기 고아가 된느낌”이라며 임종을 지키지 못한 불효를 안타까워 했다. ■민용태 고려대 교수(시인)는 거대한 시업(詩業)을 세웠음에도 개인적으로는 고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던미당의 말년을 애석해 했다.“명절이면 문인협회장 등을 지낸 김동리(金東里)선생의 댁에는 인파가 들끓었는데 미당 선생댁에는 제자 몇몇만이 찾을 뿐이었다”면서 “돌아가실 때까지 두고두고 쓸쓸해 하셨다”고 회고했다. 한 문인은“일부 문인들이 미당의 과거 흠을 지적하며 등을 돌렸지만 그의 문학적 업적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살아 생전에 미당을 한번도 뵙지 못하다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찾게됐다는 정과리 연세대 교수(문학평론가)는 “한국 문단에 미당과 같은 거성(巨星)이 다시 나타날지 의문”이라며 “김동리 선생,황순원선생도 가시고 문단도 이제 한 시대가 완전히 끝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미당 초기 시집 4권을 영역한 안선재(안토니)서강대 영문과 교수는“번역작업 내내 미당의 신비스러운 언어를 훼손하는 게 아닌가 하는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면서 “앞으로 미당에 대한 번역작업이 활발히 이뤄져 세계인들도 동양의 신비를 머금은 미당의 시세계를 맛볼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영안실 입구와 주변은 정·관·문화계 인사들이 보낸 화환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이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김중권(金重權)민주당 대표,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총재,김한길문화관광부장관,권노갑(權魯甲)동국대 총동창회장,박성용(朴晟容) 금호그룹 명예회장,박맹호(朴孟浩)민음사 사장 등이 화환을 보내 미당의 타계를 애도했다. 손정숙 안동환기자 sunstory@
  • MBC창사특집 ‘가시고기’ 오늘 첫회

    8,9일 방송되는 MBC창사특집드라마 4부작 ‘가시고기’를 볼 시청자들은 손수건 몇장씩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지난 6일 오후 MBC에서 열린 ‘가시고기’ 시사회장에서는 간간이 코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어두운 탓에 눈물은 어떻게 감출 수 있었지만 생리적인 ‘콧물’은 어쩌지 못한 때문. 이날 미리 보여준 1부는 드라마를 전개해가기 위해 상황을 설명하는도입부.따라서 드라마적 요소는 나머지 3편에 비해 약한 편이었는데도 쉼없이 눈물샘을 자극했다.백혈병에 걸려 항암치료중인 아들이 아빠 근심할까봐 쓰디쓴 약들을 새끼제비가 먹이 받아먹듯 열심히 삼키고,보다못해 화장실로 달려가 수돗물 틀어놓고 통곡하는 아빠.병원비를 못내 병원 원무과 직원에게 혼나는 아빠가 불쌍해 일부러 말썽을부려서 쫓겨나려 애쓰는 아이 등등 가슴 찡한 장면이 잇따른다. 50만권이 팔렸다는 조창인 원작소설 ‘가시고기’를 각색한 이 드라마는 이혼당하고 혼자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가 백혈병에 걸린 아들다움이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모습을 통해이 시대의 진정한 아버지상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기획됐다. 아이,아빠,엄마 등 각각의 시각으로 나누어 서술한 원작과는 달리 아버지의 시각에 중점을 뒀다.시사회가 끝난 뒤 조창인씨는 “소설 출판과정에서 엄마 부분이 200여매 빠지게 됐다”면서 드라마에서 모성애를 좀더 보완해 처리한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평했다. 특히 연기를 위해 머리를 빡빡 깎은 유승호(8)의 열연이 돋보인다.“약 먹는게 가장 어려웠다”는 승호는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너무 힘이 들어 앞으로 다시는 연기하기 싫다며 도리질을 쳤다.아빠역을 열연한 정보석은 “슬픔을 있는대로 드러내지 말고 조금 더 절제했어야 하는데,격한 감정에 매몰돼 그러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4편 중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시청자들을 울릴 것 같냐고 묻자 그는 “아마간암으로 죽음을 눈앞에 둔 아버지가 화가로 성공한 전처에게 아들을 떼내보내는 장면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허윤주기자 rara@
  • 고성 화암사 “설악 깊숙한 절집… 외로움 달래네”

    가을을 떠나보낸 설악(雪岳)은 그리움에 몸을 떨었다. 그 외로움을 달래는 것은 산정에 쌓인 흰눈이 아니었다.외려 늦가을정취를 품에 안은 고즈넉한 사찰과 황량한 들판에 일렁이는 억새가떠나는 가을의 고독에 답하고 있었다. 설악이라면 모두들 제 손바닥 보듯 안다고 지레짐작한다.그만큼 서울이나 타관 사람들의 발길이 일년내내 끊이지 않는다.하지만 설악 자락에 이처럼 예쁜 절집이 웅크리고 있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않다.화암사(禾岩寺).44번 국도가 확장돼 길이 많이 짧아졌다고는 하나 서울에서 3시간을 쉼없이 달려야 미시령.흰눈 덮인 고개를 넘어 20여분 조심스럽게 내려오면 대명콘도 안내판과 함께 ‘금강산가는 길’이란 표지판이 들어온다.화진포를 거쳐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길이라 적지 않은 관광객들이 이 곳을 스쳐 지나간다.하지만 화암사로 발길을 돌린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겨울나무의 열병식을 구경하며 5분을 더 내쳐달리면 왼쪽에 군부대가 보이고 그 뒤로 큼직한바위가 눈에 확 들어온다. 꼭 두꺼비 같기도 하고 계란을뒤엎은 것 같기도 하다.수(秀)바위.그아래 널찍한 평지에 절집이 틀어 앉아있으니 수바위는 곧 이 절집의얼굴인 셈이다. 신기하게도 이 절집은 바위를 향해 들어앉아 있다.절집에선 바다가보이지 않고 마당에 내려와야 동해 바다가 훤하다.절과 바다 사이 영랑호가 있고 양양과 간성의 모든 산줄기와 평원이 절집의 품에 들어온다.절 앞으로는 신선골이 흐른다.무려 30리를 흘러흘러 동해로 접어든다.그 물은 결코 많지 않지만 내는 소리는 벽력같다.시원하다. 신선봉이라 불리운 이 산자락은 미시령의 바로 오른편 봉우리.금강일만이천봉이 시작되는 봉우리로 오래전부터 여겨져왔다.이를 반증하듯 절집의 서북쪽 삼성각에는 상팔달,세존봉 등 금강산 봉우리를 그린 그림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찾을 수 없다. 금강에는 8만9개의 암자가 있었다하니 이 절집은 그 암자군의 첫째인격. 신라 진흥왕때 지장율사가 화엄경을 설법했다 하여 처음에는 화엄사로 불렸단다.추사 김정희의 글씨체로 쓴 현판 ‘무량수’가 완당이라는 호와 함께 새겨져있어 눈길을 끈다. 또 이 절집에는 한가지 특이한 게 있다.신선골 계곡에 기둥을 곧게박고 전통찻집 ‘란야원’(033-633-9998)이 들어선 것.요사채에 절집이라니.단청은 적당히 퇴색해 낯선 이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그저푸근하게 차향의 감미로움에 빠져들게 한다. 안에 들어앉아 동해바다를 감상하며 차를 마실 수 있다.눈이라도 내리면 그 삼삼한 정경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절집을 나와 500m를 달리면 세계잼버리대회가 열렸던 신평벌.농사를짓던 땅이 분명한 구릉에 억새물결이 일렁인다.때마침 울산바위에 해가 얹어지자 그만 억새는 눈이 되고 만다.하늘하늘 춤추다가 이내 서로 부둥켜 안고 울음을 토하고 만다.“눈이 부셔.”이곳은 강원도 양양의 여운포 억새밭(대한매일 10월19일 18면)과 함께 드라마 ‘가을동화’를 찍었던 곳으로 알려져있다.극중 준서(송승헌)와 은서(송혜교)가 키스를 나누던 장면이란다. 산봉우리에 걸친 햇살은 더욱 예광을 발하고 그 빛을 받은 억새는 더슬프게 흐느낀다.자동차를 몰고 억새밭을 누빌 수 있다. 다음날 낙산 앞바다에서 일출을 만끽함으로써 산과 계곡,사찰,평원,바다가 어우러진 여정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어떻게 가나] 설악산 가는 길이야 다 아는 것이고,미시령 넘어 20여분 달린다.금강산 가는 길에 들어서 5분 정도만 조심스럽게 내려가면왼쪽으로 수바위가 눈에 들어와 쉽게 찾을 수 있다. 수바위가 가까워질 무렵,화암사 일주문도 눈에 들어온다. 군부대 앞에서 3분 정도를 더 달리면 신평벌 억새밭.여기에서 15분정도 더 내려가면 방포항.방파제에 부서지는 거친 파도를 보며 겨울바다의 진미를 만끽할 수 있다. [가을동화의 위력]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의 ‘순례’인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우리여행사(02-335-7137)는 2∼3일(무박) 화암사를비롯,가을동화 촬영지를 돌아보는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열린답사(02-2282-0624)와 옛돌(02-2266-1233)도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 속초 임병선기자 bsnim@
  • 이응노미술관 14일 문연다

    ‘한국화단의 풍운아’ 고암 이응노 화백(1904∼1989)의 예술혼을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게 됐다.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자리잡은 이응노미술관(관장 박인경)이 14일 문을 연다.이에 맞춰 ‘42년만에 다시보는 이응노 도불전’이라는 제목의 개관기념전이 12월 29일까지 열린다. 지난해 고암 10주기를 맞아 출범한 이응노기념사업회(회장 윤범모)가 모태가 돼 건립된 이응노미술관은 건평 150평 3층 건물로 고암 작품의 연구와 전시,학술,출판사업 등을 통해 고암의 진면목을 알리는역할을 하게 된다.고암이 타계할 때까지 살았던 파리 근교 보 쉬르센에 있는 기념관 ‘고암서방’과 함께 고암의 생애와 예술을 조명하는 공간이 두 나라에 나란히 생긴 것이다.이응노미술관은 일련의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곤욕을 치뤘던 고암이 사후에나마 고국의 품에안길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미술관 개관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것은 ‘42년만에 다시 보는 이응노 도불전’이다.이번 전시에는 고암이 1958년 3월 도불을 앞두고 서울 소공동 중앙공보관에서 열었던 ‘도불기념전’때의 작품 61점중 30점이 나온다.자유분방한 선묘의 추상화 ‘해저(海底)’,잭슨 폴록의드리핑 작업을 연상케 하는 ‘생맥(生脈)’,수묵의 맛을 듬뿍 안겨주는 ‘자화상’ 등이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고암은 한국전쟁 중에도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피난민’같은 작품을 발표하는 등 쉼없이 화필을 잡아 생전에 수천점의 작품을 남겼다.이 작품들은 대부분 고암서방에 보관돼 있다.미술관측은 이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면 연중전시가 가능하다고 밝힌다. 충남 홍성 출신인 고암은 해강 김규진 문하에서 문인화를 배웠다.1924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청죽’으로 입선하며 화단에 나왔다.1935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남화(南畵) 2대가 중 한명인 마쓰바야시 게이게쓰에게 사사받았고 혼고(本鄕)연구소 등에서 서양화를 연구하는등 근대적인 미술교육을 받았다.1945년 해방을 맞은 고암은 김영기,장우성 등과 함께 ‘단구(檀丘)미술원’을 조직해 식민잔재에서 벗어나 새로운 한국회화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했다. 고암은 1958년프랑스 평론가 자크 라센의 초청으로 파리로 건너갔다.이듬해 독일에서 순회전을 가진 뒤 1960년 파리에 정착했으며 앵포르멜 운동을 주도한 파케티화랑과 전속계약을 맺어 1961년 파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그러나 그후 ‘동백림사건’(1967년)으로 옥고를 치른 데 이어 백건우·윤정희 부부 납치미수사건(1977년)에 연루되는 등 시련을 겪었다.고암은 77년 서울 문헌화랑의 ‘무화(舞畵)전’을 끝으로 작고할 때까지 국내활동을 하지 못했다.정치적 탄압에직면한 그에게 80년광주민주화운동은 새로운 화제(畵題)를 안겨줬다.고암은 군중이 외치는 자유의 의미를 종이 위에 옮겼다.그리고 그작품에 ‘통일무(統一舞)’란 이름을 붙였다.그는 끝내 고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한편 미술관측은 ‘고암 이응노의 예술세계에 대한 재평가’란 주제로 학술대회를 마련,고암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12월 2일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는 홍선표(이화여대),정형민(서울대),최태만(서울산업대)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선다.고암 연구자를 양성하고 한국근대미술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고암학술논문상도 제정해 현재 공모(15일 마감)중이다.(02)3217-5672김종면기자
  • [굄돌] 캐나다 공원서 배우는 자연보호

    지난해 방문한 캐나다 밴쿠버의 스탠리 공원은 캐나다의 남서쪽 태평양에 접한 아름다운 공원이었다.대도시에 접한 약125만평의 넓은공원이지만 승용차를 이용할 수 없어 모든 사람이 자전거 또는 셔틀버스를 이용하고 있었으며,공원 주위를 유람선으로 돌아보니 물개 떼들이 한가하게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연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었다.특히 공원 주위의 초현대식 고층빌딩들은 공원의 자연과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이 한층 돋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피상적인 사실보다 필자의 마음을 더욱 끈 것은 그공원은 ‘모든 인종,종교와 관습을 가진 사람들이 언제나 즐기고 이용 할 수 있는 공원’이라는 취지 아래 건설되었다는 점과 이 설립이념을 실현하기 위하여 공원관리위원을 선출하여 공원의 건설 및 모든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도 북한산,설악산,경주,부여,제주도 등 이에 못지 않은자연 조건을 가진 지역이 많이 있다.그러나 이러한 지역을 세계 속에 세우기 위한 원칙을 세우고,그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장기적 개발전략을수립하고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예를 접해보지 못했다.그저 홍보성 또는 철저한 상업주의에 입각한 정책이 고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개발사업에는 항상 당국,개발자,주민,환경론자들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생기게 되었을 것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제주도 송악산 휴양지 개발,북한산 등산로 돌층계 건축 등 일련의 사건은 무원칙,배금주의와 관료주의가 어우러져 발생했다.이제 우리의 국토를 보호하고 개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방법을 제안한다.첫째 지역의 특성에 따른 개발 취지와 원칙을 세우고,그 원칙의 실현을 위한 개발이 되게 하자.둘째 국립공원과 같이보호할 가치가 있는 자연은 철저히 지키자.셋째 배금주의와 집단 이기주의를 배격하자.마지막으로 지역을 사랑하는 이로 이루어진 비정치적 성격의 지역관리위원회를 두어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자. 이제는 우리도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족하며,생명이 쉼을 얻을 수있는 국토를 가꿔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식해야 할 때다. 서윤호 울산대 울산대 산업공학부 교수
  • 그린-존스“나보다 빠를 순 없다”

    23일 밤 시드니올림픽 메인스타디움.남자 100m 결승에 나선 8명의선수들은 극도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강력한 우승후보인 5번레인의 모리스 그린(미국)은 입술이 타는 듯 연신 혀를 내두르며 주문을외듯 쉼없이 중얼 거렸고 3번레인의 드웨인 챔버스(영국)는 섬뜩한느낌이 들 정도의 얼어붙은 표정으로 트랙을 물끄러미 응시했다.선그라스를 낀 8번레인 아토 볼든(트리니다드 토바고)에게서도 강렬한 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 했다. 출발 준비를 알리는 방송이 나오자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11만여명의 관중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일제히 숨을 죽였다.견디기 어려운 긴장은 2번레인 아지즈 자카리(가나)의 부정출발로 한순간 무너졌다. 다시 한번 팽팽한 긴장의 시간이 흐른 뒤 마침내 출발 신호가 울렸다.총알이 튕겨져 나가 듯 8명의 스프린터들이 스타트를 끊었지만 예상을 깨고 그린이 조금 뒤처졌다. 관중들의 장엄한 함성속에 숨가쁘게 펼쳐지던 레이스는 80m 지점에서 선두로 뛰쳐나온 그린이 볼든을 0.12초차로 따돌리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절정을 이뤘다.그 뒤로 오바델레 톰슨(10초04·바베이도스)이 들어 왔다. 그린의 기록은 올시즌 2위인 9초87,볼든은 9초99.지난해 6월 아테네에서 9초79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그린은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 쥐었고 미국은 88서울대회의 칼 루이스 이후 12년만에 올림픽 남자 100m 정상을 밟았다. 앞서 열린 여자 100m 결승에서는 존스가 출발부터 선두로 뛰쳐 나와독주를 거듭한 끝에 10초75의 시즌 최고기록으로 우승,여자 육상 사상 첫 5관왕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존스의 우승으로 미국은 84로스앤젤레스대회 이후 여자 100m 5연패를 달성했다.하지만 존스는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미국)의 세계기록(10초49)과 자신의 최고기록(10초65)에는 미치지 못했다.에카테리니 타누(그리스·11초12)는 은메달,타냐 로렌스(자메이카·11초18)는 동메달을 차지했고 후배의 양보로 6회연속 올림픽 무대에 나선 ‘비운의 흑진주’ 멀린 오티(40·자메이카·11초19)는 4위에 그쳤다. 시드니 특별취재단
  • [대한광장] 가을이다

    어느 날 문득 가을이 우리 곁에 왔다.소매 끝을 스치는 바람결이 어제와 다른가 싶어 먼 산을 바라보니,산빛도,강가에 나뭇잎 부딪치는소리도 어제와 다르다.우리 몰래 세월이 벌써 이렇게 훌쩍 흐른 것이다.둘러보면 산 뿐이 아니다.태풍에 시달린 나무 이파리들도 상처를쓰다듬으며 어느새 색깔이 퇴색해 간다.큰물에 쓰러진 개울가의 고마리꽃이며,물봉선화며,구절초도 꽃을 환하게 피웠다. 이제 이 세상의 모든 나무와 풀들은 한 계절을 정리하고 있다.쓰러졌으면 쓰러진 대로,꼿꼿하게 서 있으면 서 있는 대로 그것들은 살아 온 세월 앞에 고개를 수그리며 익어간다. 논두렁을 넘어 찰랑찰랑 익어가는 벼며,콩 밭에 키 큰 수수도 제 무게로 고개를 숙였다.큰바람 속에서도 제 몸을 잘 간수하여 붉어져 가는 대추야,감아,알밤들아,모든 바람을 이긴 곡식들아,풀들아,나무들아 콘크리트 벽 속에서 소주를 마시며 더위를 이겨 낸 사람들아,모두 애썼다.작고 크든 시련을 딛고 일어선 것들은 산들바람부는 이 가을 하늘아래 모두 눈부시다. 밤길을 걸으며 풀섶에서울어대는 풀벌레 울음소리,깊은 밤 어디선가 낭랑하게 우는 귀뚜라미 소리,한 계절의 이 쓸쓸한 모퉁이를 돌아가며,나는 문득 소슬해지는 어깨를 추스린다.나는 잘 살았는가?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그러므로 가을은 남보다 자기를 들여다보게 하는,자기에게 더 외로운 계절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들의 삶은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가.내가 온 힘을 기울여 애쓰는 이 수고가 세상의 어디에 소용이 된단 말인가.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내 몫인 것 같은 이 재물과 권력과 지식은 얼마나 하찮고 부질없는 것들인가.세월은 바람같이 빠르고 인생은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 다만 이 세상에 남을 것은 진실 뿐임을 알 때 생은 경이로워진다.눈 앞에 놓여 있는 커다란 떡에 눈 멀면 훗날 그 떡보다 더 큰 욕을 먹는다는 것을 알라.한줌 권력이 저 들에 피어있는 들꽃보다 낫다는 생각을 나는 해보지 않았다. ‘사랑의 온기가 더 그리워지는/가을 해거름 들길에 나는 서 있습니다/먼 들 끝으로 해가 눈부시게 가고/산그늘도 묻히면/길가에 풀꽃처럼 떠오르는/그대 얼굴이/어둠을 하얗게 가릅니다/내 안의 그대처럼/꽃들은 쉼없이 피어나고/내 밖의 그대처럼/풀벌레들은/세상의 산을일으키며 웁니다/한 계절의 모퉁이에/그대 다정하게 서 계시어/춥지않아도 되니/이 가을은 얼마나 근사 한지요/지금 이대로 이 길을 걷고 싶고/그리고 마침내 그대 앞에/하얀 풀꽃 한 송이로 서고 싶어요’ 어느 가을.나는 힘없고 가난한 내 사랑에 따뜻한 온기가 되고 싶어,해지는 들길에 앉아 이 시를 썼다. 내가 근무하는 작은 학교 운동장에 서늘한 산그늘이 내려온다.아이들이 놀다 돌아간 운동장은 산뜻하게 비어 있다.소슬바람이 부는 산아래 나는 두 손을 편히 내려놓고 서서 산을 올려다본다.어쩌면 산은 저리 변함이 없을꼬? 산그늘은 천천히 내려오며 작은 마을을 덮고 푸른 강을 건너 앞산을 오른다.해 지는 동네도,강변에 풀잎들도 참 곱다.서산에 걸린 해에서 쏟아지는 햇살에 발광하는 저 찬란한 가을논과 강물의 풍경을 함께 보는 일은 행복하다. 보아라,저 메밀잠자리들은 내가 밥 한 숟갈 주지 않았어도 푸른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고,저 풀잎들은 그대가 눈길 한번 주지 않았어도 저렇게 아름답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간다. 가을이다.이 가을 저 들에 풀잎 한 포기,한톨의 곡식인들 어찌 내게 무심하리.한 계절의 모퉁이는 돌며 나는 나에게 진정 다시 묻고 싶다.너의 가을은 저 파란 우리나라 가을하늘처럼 참말로 근사한가? [김 용 택 시인]
  • [서민경제를 살리자](5)기초생활보장

    오는 10월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되면 154만명에 이르는 극빈층 가운데 30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자활계층(조건부 수급자)에 대해 자립에 필요한 각종 지원책이 펼쳐진다.보건복지부가 지금까지 시행해온 생활보호대상자지원제도와는 다른 ‘생산적 복지제도’의 핵심 내용이다. 노동부는 자활계층에 대해 실업대책 프로그램에 따라 구직등록을 하게 한뒤 기능을 보유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건설일용직 등 ‘저기능’의 직업훈련을 실시한다.이들이 직업훈련을 통해 기능을 습득하면 취업을 알선하거나 공공근로 등을 통해 일자리를 제공한다.여성 가장의 경우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점포임대 등을 알선해 준다. 마땅한 일거리가 없다면 김진홍목사가 펼치고 있는 ‘두레’사업처럼 이들이 자활공동체를 구성,시민단체와 연계해 음식물찌꺼기 처리사업 등 이른바3D직종을 중심으로 공동사업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양로원, 장애인복지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도록 한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문제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청사진을 뒷받침할 돈이 없다는 점이다.자활사업을 위해 추경에서확보하기로 했던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대상자가 특정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업계획도 추상적이어서 수치화되지 않는다’는 것이 기획예산처의 예산배정 거부 이유다.또 추경의 경우 ‘계속사업’에 대해 배정되는 것이 원칙이나 자활사업은 ‘신규사업’이어서 예산배정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예산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기존의 실업예산에서 전용하기로 했으나 실업률이 하락하면서 전체 실업예산이 99년의 9조2,400억원에서 올해에는 5조9,220억원으로 줄어들어 ‘여력이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이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로 분류되는 공공근로사업도 올해의 사업비는지난해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조1,000억원 배정됐으며,이마저도 상반기에 대부분 집행돼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가용재원은 3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구직등록을 하고 직업훈련을 실시하더라도 일자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정한 월 지원기준인 93만원(4인 가족기준)을 ‘시혜’형태로 지급해야 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자칫하다가는 ‘생산적 복지’는 오간데 없이 ‘복지병’만 만연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우득정기자 djwootk@. * 노숙자·결식아동 대책. IMF 직후 경제상황이 최악이었던 지난 98년 7,000여명까지 치솟았던 노숙자수는 요즘 4,5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노숙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시설인 ‘쉼터’를 이용자가 4,000명이다.나머지는 여전히 거리에서 노숙생활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재산도 없이 실직한 40대 남성들이 대부분인 노숙자들을 설득,쉼터에 입주해 일단 숙식을 해결토록 하고 있으나 나머지 500여명은본인이 거리의 노숙자로 남기를 원하고 있다. 전국 100여 곳의 쉼터에 입주한 노숙자들은 대부분이 성장과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어서 먼저 정신과 의사와 사회복지전문가들로부터 심리치료를 받았다. 치료가 끝난 노숙자들은 정신교육,분노조절, 직업훈련 등 노숙생활로 인해상실된 근로의욕을 회복하기 위한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한다.이 과정을 거치면 공공근로 사업에 나가고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등 사회복귀를 위한 최종단계인 자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쉼터에서 실시하는 모든 과정을 마치고 사회에 정상복귀한 노숙자는 지금까지 100여명에 불과하다.노숙자들이 사회에 복귀,정상적 생활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모의 실직,사망,가출 등 가족기능의 결손으로 끼니를 거르는 결식아동들에 대해서는 지난 4월부터 식사가 제공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조사한 전국의 결식 아동 실태에 따르면 취학 아동2만1,610명,미취학 아동 979명 등 결식아동은 모두 2만2,589명이었다. 취학 아동들에게는 교육부가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복지부가 저녁식사를 제공한다.미취학 아동들에게는 복지부가 점심,저녁 두 끼를 제공한다. 종교시설이나 사회복지관 등을 통해 제공되는 식사는 한끼 2,000원짜리로결식 아동들이 매일 찾도록 외국어와 컴퓨터 교육을 병행한다. 유상덕기자 youni@. *최저생계비 보장. 서울 봉천동에 사는 김모씨(33)는 산다는것이 요즘같이 어렵게 느껴질 때가 없었다. 지난 95년 지금의 아내 이모씨(32)와 결혼해 월 50만원 안팎의 수입으로 근근이 살아왔지만 첫 딸을 본지 4년만에 올해 둘째 딸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막노동으로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데다 그나마 수입이 불규칙한 그에게 두딸은 커다란 등짐처럼 버겁게 느껴진다. 오는 10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되면 김씨 부부같이 어려운 처지에있는 사람에게 정부가 최저생계비를 보장한다.김씨에게는 20만원 가량 주어진다. 그의 가족 최저생계비 93만원에서 수입 50만원과 그동안 받아온 의료비혜택,TV 시청료 감면,상하수도료 면제 등 23만원쯤을 뺀 액수이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제 실시 후 김씨같이 최저생계비를 벌지 못하는사람들을 위해 6개월 정도의 직업훈련을 알선할 계획이다. 직업훈련 기간동안 돈을 벌지 못하는 김씨에게는 4인 가족 최저생계비가 지급된다.아내는 두 딸을 주간보호시설에 무료로 맡기고 파출부 등의 일을 해서 어려운 가정형편을 도우라고 복지부로부터 권유받게 된다. 직업훈련을 정상적으로 마치고 미장이나 도배공 등이 되면 김씨는 일당 4만∼5만원의 기술자로 새로 태어나게 된다.지금까지는 별다른 기술없이 하루 2만원 벌기가 어려웠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제 시행후 절대빈곤층이 기본적 생활을 할 수있도록 무조건 1인 가구 32만원,2인 가구 54만원,3인 74만원,4인 93만원,5인 106만원,6인 120만원의 최저생계비를 보장하고,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김씨의 경우처럼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유상덕기자
  • 김대통령의 ‘힘든 1개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달 사이에 체중이 2㎏이나 줄었다고 한다.끊임없이 일이 겹친 때문이라고 박준영(朴晙瑩) 청와대대변인은 전했다. 실제 정상회담 후속구상에만 매달려도 시원치않을 판에 통합농협 출범,의보통합 및 의료계 폐업,롯데호텔 노조파업,금융노조의 총파업 등 굵직굵직한국정현안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쉼없이 터져나왔다. 여기에 지난 15일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일본 외상을 접견한 자리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기 위해 언급한 “북한은 차기정권의 대북정책이 과거로회귀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대목에 대해 한나라당이 가다렸다는 듯이 문제삼고 나서자 불쾌감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의 언급은 최근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의 얘기를 토대로화해협력 분위기가 지속돼야 한다는 기대를 전한 것일 뿐”이라며 한나라당의 공세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또 정부조직법 및 약사법 개정안,추경안 처리 등을 앞두고 국회 공전의 조짐이 나타나자 긴장하고 있다.한 관계자는 “선거사범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또 ‘방탄국회’의 명분을 찾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전했다.국회공전은 김대통령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 수밖에 없다.남북 고위급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등 후속조치가 산적한데다 정상회담 이후 밀레니엄 첫 ‘8·15 경축사’,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정 쇄신 차원에서 개각을 단행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특히 개각은 늦어질 경우,9월 정기국회이후 연말까지 순연될 수밖에 없어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양승현기자 yangbak@
  • [끊이지 않는 지구촌 분쟁](5)짐바브웨 흑백 갈등

    지난 4월 중순,아프리카의 짐바브웨가 흑인들의 백인 농장점거 및 살상이 격화되면서 서방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시작했다.짐바브웨는 흑백간 화해로 새로운 도약을 일군 남아공의 접경 국가.21세기 초입의 국제사회에 새로운 과제를 던진 짐바브웨의 흑백토지 분쟁은 3개월로 접어든 지금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지난 2월 이후 흑인들에 의해 습격당한 백인 농장은 모두 1,600여개.백인 4명을 포함,33명이 숨졌다.백인들로 구성된 민간농장주연맹(CFU)은 하루에 5번꼴로 농장습격사건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힌다. “백인의 땅을 짐바브웨의 주인 흑인들에게”란 슬로건으로 흑백 유혈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은 지난 달 24∼25일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사태해결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갈등의 배경. 짐바브웨 토지 소유권 갈등은 1980년 짐바브웨가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시작됐다.그해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오른 무가베 대통령은 이때부터 “백인의토지를 토지 없는 흑인들에게 나눠주겠다”고 약속했다.앞서 1890년부터 짐바브웨에 정착한 영국인 중심의 백인들은 광산과 담배농장 등 알짜배기 땅을 모두 거머쥐었다.1923년 정식으로 식민지로 접수한 영국은 자국민들에게 헐값에 땅을 분배했다. 짐바브웨 백인 인구는 7만명.0.6%에 불과한 이들이 토지의 32%를 차지하고있다.농장수는 4,500여개로 짐바브웨 비옥한 토지의 대부분이 이에 속한다. 반면 흑인들이 소유한 땅은 38%.대부분 극심한 한발지역으로 불모지나 다름없다.소수 백인과 나머지 흑인들의 극심한 빈부격차는 당연한 일. ●서방의 시각. 20년 독재통치기간 중 부패 등으로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한 무가베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집권연장을 위해 사태를 꾸몄다고 보고 있다.짐바브웨 야당도 같은 시각이다.무가베 대통령은 ‘식민시대의 청산’‘제국주의 타파’‘우리 땅을 짐바브웨 주인인 흑인손에’를 외치며 민족의식을 자극하고 있다.짐바브웨 독립전쟁 참전전우회(ZNLWVA)가 중심이 된 토지 몰수단은 전국의 백인소유 농장들을 돌며 농장주를 감금,폭행하고 농장에 고용된 흑인들을살상하고 있다.짐바브웨 경찰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총선 직전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무가베는 몰수대상 농장 804개를 발표,보상없이 토지를 강제 접수할 수 있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과의 관계. 대부분 자국 정착민의 후손인 백인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 영국 정부는 짐바브웨 정부에 대해 지난 20년간 토지 개혁을 위해 지원한 400만 파운드의 돈이 모두 무가베 대통령 측근에 돌아갔다며 경제제재 및 무력행사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남아공 등 영연방 국가들도목소리를 함께 내고 있다. ●전망. 총선에서 무가베 대통령이 이끄는 짐바브웨 아프리카민족연합 애국전선(ZANU-PF)이 승리하긴 했으나 헌법 개정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 확보엔 실패,‘토지 무보상 강제몰수법’을 추진하는데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특히 야당의 약진은 커다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20년 동안 3명 이상의 의원을 낸적이 없는 야당은 이번에 민주변화운동당(MDC)이 도시에서 선전,58석을확보했다. 당수인 모건 츠반지라이는 2002년 대선의 강력한 후보. 백인소유농장의 무조건적인 몰수가 아닌 점진적 국유화,고용 우선 해결을 내세운다. 서방의 지원도 받고 있다. 이에 심적부담을 느끼고 있는 무가베가 경기침체와 직결되는 토지몰수 등강공책을 그대로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짐으로써 해결전망에 한가닥희망을 던져주고 있다.영국 등 국제사회 개입정도도 흑백토지 유혈 분쟁 타개의 관건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무가베 대통령 '독립영웅'서 '독재자' 전락. 최근의 흑백 토지 유혈 분쟁을 사주하고 있다는 비판의 도마에 올라 있는로버트 무가베 대통령(76).80년 독립과 함께 집권,20년간 짐바브웨를 통치했다.그에 대한 서방 언론의 정의도 ‘혁명적 독립 영웅’에서 ‘아프리카의전형적인 독재자’로 변해왔다. 백인 통치시절인 66년부터 13년간 게릴라 지도자로 이름을 날린 무가베는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독립과 함께 실시된 자유총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뒤 취임사에서“백인이 훔쳐간 땅을 재분배하겠다”며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흑인들에게 ‘약속의땅’에 대한 희망을 심어줬다. 그는 자신의 통치 철학은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에서 배운 것이라고 주장해왔는데 80년대 초반 영국으로부터 받은 토지개혁 지원금을 측근들과 나눠쓰는 등 권력층 부패 고리를 형성하면서 집권욕에 눈이 먼 독재자란 오명을 얻기 시작했다. 1924년 백인들의 담배 농장에 둘러싸인 쿠타마 미션이라는 두메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인종간 경제적 불평등을 실감하며 자랐다. 정치에 입문하기전 20년동안 교사생활을 했던 무가베는 ‘교육이야말로 최대의 투자’라는 신념의 소유자.영국 언론들은 무가베의 유일한 업적을 ‘교육 투자’로 꼽고 있다.짐바브웨 문맹율은 15% 이하.아프리카 국가 가운데교육수준이 가장 높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무가베의 교육정책이 무가베 스스로 판 무덤이라고 말한다.이번 총선 결과에서 드러났듯 도시의 젊은 층들이 짐바브웨 문제의 원인을 정부 부패와 국정운영 실패에 있다는 분석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투표율도 65%로 사상 최고였다. 무가베 대통령은 일흔 여섯의 나이를 무색하게할 정도의 왕성한 기력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영국 언론들은 그의 잇단 해외순방과 쉼없는 국정운영을 젊은 기자들과 관료들이 쫓아가지 못할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새벽 4시에 어김없이 기상,체력단련을 하고 있으며 97년엔 일흔 세살의 나이로 두번째 부인 그레이스(35)와 사이에 세번째 아이를 얻기도 했다. 김수정기자
  • 춘천국제마임축제 24일 팡파르

    '호반의 도시'춘천은 5월이면 '마임의 도시'로 옷을 갈아입는다.올해로 12회를 맞는 국내 유일의 마임페스티벌,춘천국제마임축제가 24일부터 28일까지화려하게 펼쳐진다. '세계로 향한 우리의 손짓'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행사에는 프랑스,영국,캐나다,일본,독일,폴란드,몽골,이스라엘 등 해외 8개국 11개 극단과 국내 10개 극단 50여명이 참가할 예정. 어느해보다 해외 극단들이 많이 참여해 국제행사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24일 오후5시 개막고사와 유진규네 몸짓의 '빈손'공연을 시작으로 마임,풍물,탈춤 등의 거리공연,시민과 함께하는 대동놀이로 축제의 막을 연다.강만홍의 달판춤 '유세차',일본 요시모토 다이스케의 부토 '새(鳥)여인의 머리',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빛깔있는 춤'이 공식초청작으로 무대에 올려지며 조성진 몸짓패,임도완,고재경 등 국내 마임이스트들이 다양한 기획작품을 내놓는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27일 밤 9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 밤새 어린이회관 야외무대에서 진행되는 '도깨비난장'.'자유로 떠나는 비상구'라는 부제가말해주듯 마임,음악,무용,굿,설치미술 등 각 장르가 한데 어울려 질펀한 난장을 펼친다.황신혜밴드,오르가슴브라더스,댄스컴퍼니 조박 등의 흥겨운 공연무대와 소설가 이외수의 문학강연, 개그맨 전유성의 토크쇼가 쉼없이 이어진다.연출가 기국서와 퍼포먼서 심철종이 공동연출했다. 축제위원회는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올해 처음 문화관광 열차를 운행한다.27일 오후 2시30분,3시30분 두차례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도깨비 열차'는역광장에서부터 마임행사를 관람하며 춘천에 도착한뒤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28일 오후 7시30분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무박2일 코스.참가비는 1만원으로 이미 객석이 거의 찬 상태라 희망자는 서둘러 예약해야 한다.(0361)242-0585부대행사도 다양하다.일본 부토의 대가 요시모토 다이스케의 부토강습회(23∼25일,강원대)와 신체극 연출가 에이미 슬레이트의 어린이마임강습(24∼27일,춘천초등학교)이 마련되고,축제전날인 23일 오후7시30분 문화예술회관에서는 '마임과 함께하는 춘천시립합창단 특별연주회'가 열린다. 축제위원회는 또 올해부터 공연예술 견본시의 역할을 할 '아트마켓'을 설치,공연시장의 활성화를 모색한다.행사장 곳곳에 극단부스를 마련해 수요자와 공급자를 현장에서 연결할 계획이다.유진규 축제위원장은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고,마임 마니아들도 만족할 만한 수준높은 축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
  • [김삼웅 칼럼] 부처님 오신날 ‘큰 수레’의 사명

    모레(11일)는 ‘부처님 오신날’이다.서기 372년 고구려에 불교가 들어와공인된 지 1,600여년의 세월이 지났다.이미 토착화된 민족종교가 된 것이다. 불교가 그동안 우리 민족에 끼친 정신적 문화적 영향은 지대하다.지금도 가장 많은 신도를 포용한다.불교는 세계인구 4분의 1의 신도를 얻어 신앙의 기초는 물론 철학 사상 문화의 바탕이 되었다.그리스도교,이슬람교와 더불어세계 3대 종교 중 하나로 인류의 삶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새천년의 첫 석탄일을 맞아 남북불교지도자가 상대방 신도들에게 각각 축하메시지를 보낸 것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경하할 일이다.대한불교 조계종서정대 총무원장과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 박태화 위원장이 각각 팩스를 통해 상대측 신도에게 인사말을 보낸 것은 분단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부처의 법이 하나이듯 겨레도 하나이다”(서정대),“풍성번영하는 통일된 강성대국을 그려보자”(박태화)는 양측의 석탄절 메시지는 민족통일을 향한 남북불교도들의 염원을 담고 있다. 석탄절 관련 ‘삽화’ 몇 토막. 心田에 씨앗뿌려 석가모니가 어느날 탁발하고 있을 때 한 농부가 “우리는이렇게 씨를 뿌려 농사를 지어서 양식을 얻고 있고,당신도 스스로 씨를 뿌려서 식량을 얻는 것이 좋지 않겠소?”하며 힐문했다.석가는 “당연한 말이오. 나도 역시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며 그 수확으로 식량을 얻고 있소”라고 대답했다.농부가 다시 “하지만 당신이 씨뿌리고 밭가는 것을 본 적이 없소.당신의 괭이와 소는 어디 있으며 어떤 씨앗을 뿌리고 있소?” 이에 석가는 “지혜는 내가 일구는 괭이요,믿음은 내가 뿌리는 씨앗이다.몸(身)·입(口)·정신(意)에서 악업을 뽑는 것은 내가 밭에서 잡초를 뽑는 일이오.정진은 내가끄는 소(牛)로서, 그것은 쉼없이 활동하여 물러남이 없고 슬퍼함이 없으며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한 경지에 이르게 함이다.이것이 내가 일구는 밭이니,그 수확물은 감로(甘露)의 과실이오.사람들은 이렇게 밭을 갊으로써 일체의괴로움에서 해탈할 수 있는 것이오.”(‘잡아함경:雜阿含經’) 달속의 토끼 ‘달과 토끼’란 부처님 전생설화가 있다.어느날 여우와 원숭이,토끼가 놀고 있는 곳에 배고픈 나그네가 지나갔다.세 마리의 짐승들은 너무가엾게 생각하여 길손에게 줄 음식물을 찾아나섰다.여우와 원숭이는 음식물을 가지고 돌아왔지만 토끼는 빈손이었다.하는 수 없이 토끼는 자신의 몸을모닥불 속에 던져 나그네에게 그 몸을 바쳤다.부처의 모습으로 바뀐 나그네는 토끼의 그 갸륵한 마음씨를 칭찬하고 달세계에 보내어 이로부터 달에는토끼가 살게 되었다 한다. 雪山童子 어느날 설산동자가 수행을 하기 위해 산길을 걷고 있는데 사람을잡아먹는 귀신(羅刹)이 나타나서 ‘제행무상 시생멸법(諸行無常是生滅法)’이라고 읊었다.동자는 세상의 이치를 노래한 이 말에 감심하여 다음 구(句)를 기다렸으나 끝내 말하지 않으므로 나찰에게 “내 몸을 당신께 바치겠으니다음 구절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그러자 나찰은 ‘생멸멸기 적멸위락(生滅滅己寂滅爲樂)’이라 읊었으며,동자는 이것을 후세인들에게 수행의 길잡이로 삼도록 나무에 새긴후 약속대로 절벽에서 나찰을 향해 뛰어내렸다.그런데 순식간에 오색구름이 몰려와동자의 몸을 받치고 귀신은 부처의 모습으로바뀌었다.(‘열반경:涅槃經’) 불교계의 참회운동 기독교에서 예수를 배반한 유다가 있듯이 불교에는 석가를 배신한 사촌 아우 데바닷타(提婆達多)가 있다.유다와 데바는 둘다 죄를뉘우치고 결국 자살하였다. 한국불교는 토착종교로서 국가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호국불교의 전통도 지켜왔다.그러나 민족과 중생을 배반한 ‘데바’도 적지않았다.특히 일제시대 친일불교도들의 매국적 행위나 해방후 독재정권에 기생하면서 민주화를외면해온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지금도 조계종은 31본사(本寺)제도와 같은일제 잔재가 유지되고 있으며 염불보다 잿밥,사판승(事判僧)과 이판승(理判僧)의 대립,지나친 물신(物神)주의와 기복(祈福)주의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있다.가톨릭이 역사적 과오에 대해 ‘고해성사’를 마다하지 않듯이 한국불교도 지난날의 ‘과오’를 회개하면서 통일운동의 선구자로 거듭나야 한다. 다행히 달라이라마의 9월 방한도 성사된다하니 참회를 통해 한국불교가 국민화합과 민족통일의 ‘큰 수레(大乘)’의 사명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김삼웅 주필
  • [외언내언] 탤런트와 빵집주인

    ‘오월은 푸르고나 우리들은 자란다…’어린이날 노래는 이제 노인세대라도어려서 몇번쯤 불러 본, 가장 오래된 가락이 됐다.78회 어린이 날을 맞아 5일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져 그 의미를 되새겼다.어린이 헌장은 ‘대한민국모든 어린이가 차별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니고,나라의 앞날을 이어나갈 새사람으로 존중되며,바르고 아름답게 씩씩하게 자라도록 해야한다’고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어린이날 기원은 다른 나라와 다르다.3·1운동후 어린이들의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공감대가 형성돼 1923년 천도교 소년협회가 중심이 돼소파 방정환선생의 지도로 5월1일이 어린이 날로 정해졌다.그후 1927년 5월첫째 일요일로 변경돼 해를 거듭할수록 민족정신고취 행사로 자리잡자 조선총독부가 39년 이를 폐지했다. 광복후 어린이 날에 대한 의미가 되살아나 46년부터 5월5일이 기념일이 되었으며 57년 2월 동화작가협회 이름으로 어린이 헌장이 제정됐다.당시 헌장전문은 ‘어린이는 나라와 겨레의 앞날을 이어 나갈 새사람이므로 그들의 몸과 마음을 귀히여겨 옳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힘써야 한다’고 했다.헌장은 88년 시대변화에 맞게 개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민족의 이같은 수난사를 반영하듯 어린이들의 장래희망이 과거에는 대통령과 장관·장군·판사 등으로 권위적 직업을 선호했으나 요즘은 현실로눈을 돌리고 있어 흥미롭다.어린이날을 앞두고 한 대학교수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탤런트·운동선수 등 유명인이 25%로 1위를 차지했고 부자(20,5%),사회사업(18%)이 뒤를 이었다.대통령과 장관은 10위(7%)로마지막 순위였다.어렵고 배고프던 시절과 대의명분에서 벗어나 인간을 위한,자신을 위한 직업관이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는 현상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다이이치(第一)상호보험이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래희망조사’에서는 남자 1위는 목수이고 다음으로 인기 운동선수·경찰관·구조대원 순이었다.여자는 빵집주인이 3년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꽃집주인·선생님·미용사가 그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의식이 현실적으로 변하고있지만 일본어린이 보다는공익적인 성향이다.나라 잃은 어린이들이 헐벗고 굶주리고 못배우고 천대받던 시절 어린이를 올바르게 기르는 일이 나라를 되찾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어린이날 정신은 귀중한 경험이었다.21세기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아나라의 번영과 민족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건실한 어린이들이건강한 사회의 주춧돌이 되어야 한다.어린이날의 정신이 기념일만의 행사가되지 않도록 쉼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돌보는 공동체가 희망있는 사회이다. 李基伯 논설위원 kbl@
  • 음반 리뷰/ 디디 브리지워터·로라 피지

    흑인 여성 재즈보컬리스트인 디디 브리지워터는 전설적인 목소리의 엘라 피츠제럴드에 필적할만 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카산드라 윌슨,다이안 리브스,다이아나 크롤 등과 함께 현존하는 재즈의 4성으로 일컬어진다. 이에 비해 로라 피지는 재즈 보컬리스트로 분류할 수 있느냐는 시비와 공격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인물.그러나 그가 지닌 뛰어난 대중적 친화력은 평론가들도 인정하는 대목. 디디의 ‘Live at Yoshi's’와 로라 피지의 ‘더 라틴 터치’가 비슷한 시기에 나와 흑백대결은 물론 정통 재즈와 월드 뮤직의 어깨겨룸 양상을 보여 이채롭다. 디디는 지난 97년 헌정앨범 ‘디어 엘라’로 40회 그래미상 최우수 재즈보컬상을 수상한 경륜의 보컬리스트.정규 앨범 가운데 세번째 라이브 앨범인 본앨범은 98년 4월23일부터 엘라의 생일인 25일까지 펼쳐진 미 캘리포니아주의 일본인 소유 재즈클럽 요시이에서의 공연 하이라이트를 모았다.레퍼토리 또한 ‘디어 엘라’수록곡 중심. 원래 ‘디어 엘라’는 오케스트라와 빅밴드의 연주를 깐 것이었지만 이번 라이브에선 ‘언디사이디드’‘미드나잇 선’‘스테어웨이 투 더 스타스’등을 티에리 엘리즈(피아노)중심의 3인조 라인업을 바탕으로 직선적이고 쾌활한재즈의 맛이 살아있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특히 ‘스테어웨이…’에선 트럼펫의 와와 테크닉을 응용,노래를 부르면서도 쉼없이 재담을 섞는 제임스 브라운의 곡 ‘섹스 머신’,엘리즈의 과감한 피아노 편곡이 돋보이는 ‘체로키’,거칠것 없는 스캣 즉흥발성으로 인간의 목소리보다 훌륭한 재즈 악기가 없음을 입증한 ‘왓 어 문라잇 캔 두’ 등을즐길 수 있다. 반면 로라는 스위스계 독일인과 이집트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우루과이에서 성장한 점을 반영하듯,국적을 가리지 않는 음악적 잡식성을 과감히 드러낸다.보사노바는 물론 살사,맘보,차차차,스페인 음악,트로피컬 리듬(열대 원주민들의 춤곡)등의 소화가 그럴듯 하다. 스윙의 왕 베니 굿맨이 일찍이 즐겨 연주한 멕시코 음악의 고전 ‘퍼비디아’에서 살랑거리는 로라의 보컬은 감미롭기 그지 없고 느릿한 열대 야자수가 연상되는 뮤트 트럼펫 연주가 일품인 ‘라 멘티라’,트로피컬 리듬이 깔린‘솔라멘테 우나 베’에 이르면 감탄이 절로 난다.이 여인의 유혹에는 달짝지근한 맛이 잔뜩 묻어난다. 두 음반 모두 카리브해의 어느 곳과 미국의 재즈 전문클럽을 연상시키는,공간적 상상력이 날개를 한껏 펼친다. 임병선기자
  • 사랑의 메신저‘바이크맨’

    ‘사랑을 전하는 바이크맨(bikeman)’. 청소차 운전원이 소년소녀가장 돕기 자전거 전국일주에 나서 화제가 되고있다.주인공은 중랑구청 기능직으로 청소차를 운전하는 임지열씨(50). 임씨는 2일 구청을 출발,연장 1,504.5㎞를 15일 동안에 주파해 구청 개청 기념일인 16일 되돌아올 예정이다. 첫째날 구청에서 강원도 홍천까지 산악자전거로 주파한뒤 속초∼울진∼포항∼구룡포를 지나 부산∼마산∼순천∼목포∼군산∼평택∼수원 등을 거치는 전국 일주코스다.1일 100㎞씩을 달려야 하는 강행군으로 나이에 비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임씨는 이를 위해 최근 1일 150㎞를 달리는 하드 트레이닝을 계속해 왔다. 성동구 자양동 자택에서 면목동 쓰레기집하장까지 조깅으로 출근하고 퇴근후에는 면목동∼망우고개∼구리∼팔당대교를 거쳐 집까지 쉼없이 달리며 체력을 다졌다. 임씨가 자전거 전국일주에 나서기로 마음먹은 것은 IMF로 위기가 닥친 97년 말.구청 문화체육과 임모 계장이 온라인게시판에 띄운 ‘경제위기로 급료는 깎였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글을 접하면서다. 임씨는 자신의 특기인 자전거타기로 세상의 관심을 바꿔야겠다고 다짐했다. 당초에는 마라톤 전국일주를 계획했으나 많은 경비와 공무원 신분으로 한달이상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자전거를 택했다. 임씨는 전국 일주중 ㎞당 1만원씩의 후원금을 받는 한편 독지가와 ‘보통시민’들의 성원도 모을 계획이다.동참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랑의 계좌(한빛은행 828­072007­13­001 중랑구청)’도 마련했다. 임씨는 “어려운 사람들이 알찬 삶을 사는데 작은 밀알이 되고자 할 뿐”이라고 담담하게 소견을 밝혔다. 심재억기자 jes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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