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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 통일 왜 막나”

    남한의 훈넷과 북한 조선복권합영회사가 합작 운영해온 사이버 도박장 주패사이트(www.jupae.com)에 대한 국내 인터넷 접근이 정부 요청으로 봉쇄되자 네티즌들이 강력 반발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21일 차단 조치가 내려진 이후 통일부와 청와대 등 정부 게시판에는 항의의 글이 수백건씩 쏟아지고 있다.일부 네티즌들은 차단망을 피해 해당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는 ‘비법’을 주고받는 실정이다. 아이디 ‘글쎄요’는 통일부 게시판에서 “쉼없이 외화가 유출되는 해외의 도박,포르노 사이트 등은 가만히 놔두고 유독 북한 사이트만 접근을 막는 조치는 정부의 이중적 잣대”라고 비판했다. 아이디 ‘고일’은 “접근차단 조치는 통일로 가는 길을 막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면서 “50년 만에 뚫린 남북간 인터넷 통로에 해가 되지 않기 위해 네티즌들이 정치적인 주제를 피해 가며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눠왔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당초 승인받은 인터넷 게임사업의 범위를 벗어나 현금 도박 사이트를 개설한 것에 대해 원칙대로 대응하는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통일부는 지난 19일 남한측 사업 파트너인 훈넷의 사업자 승인을 취소한 데 이어 21일 이후에는 인터넷 사업자들의 협조로 국내 네티즌의 접근을 금지하고 있다. 통일부의 조치에 반발하는 일부 네티즌은 해외 서버를 경유해 북한 사이트에 들어가고 있다.실제 21일 이후 북한쪽 사이트에 접속해 글을 남긴 남한의 네티즌이 수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측은 지난 22일 통일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이번 조치에 대한 ‘공개토론’을 제안하고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영규기자 whoami@
  • 쉼없는 연주회… 높은 재정자립도/‘프라임 필’ 눈부신 도약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본거지는 서울도 부산도 아니다.경기도 군포문화예술회관이다.민간 교향악단이 모두 그렇듯 힘겹게 꾸려간다.그런데 최근 이 교향악단의 도약이 놀랍다. 지금 대표적인 공공 교향악단인 서울시교향악단이나 부산시립교향악단은 지휘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주목받지 못한 민간 교향악단의 가파른 상승세는 그래서 더욱 의미있다. 프라임 필하모닉은 새달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장윤성 지휘로 올해 첫 정기연주회를 갖는다.협연자는 독일의 오보이스트 알브레히트 마이어와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이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석주자인 마이어는 세계 정상급 오보이스트다.단순히 세계적인 연주자 한 사람을 초청하는 것은 민간 교향악단이라고 해서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그런데 그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연주자가 우리 음악계에서 가장 취약한 목관분야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존재라면 의미는 달라진다. 특별출연하는 김수연도 그렇다.그는 지난해 11월 독일에서 열린 제5회 레오폴트 모차르트 국제 바이올린 경연대회에서 각국 161명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마이어 같은 뛰어난 연주자를 초청하여 우리 음악계에 자극을 주는 것 이상으로,김수연 같은 차세대 유망주가 경험을 쌓아 더 큰 무대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무대를 제공하는 것도 교향악단에 주어진 사명의 하나이다. 한 교향악단이 얼마나 짜임새가 있는지는 실제 연주를 듣지 않아도,정기연주회의 프로그램만 보아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는 법이다.이번 연주회는 좋은 협연자를 불러들일 수 있었던 결과이기도 하지만,프로그램도 의욕적이다.‘코시 판 투테’서곡을 시작으로 바이올린협주곡 4번과 오보에협주곡,교향곡 35번 ‘하프너’다. 모두 모차르트다.독일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두 솔로이스트의 장기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선곡이다.여기에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공부한 볼프페라리(1876∼1948)의 ‘오보에를 위한 작은 협주곡’이 피날레를 장식한다.한국초연이다. 프라임 필하모닉은 1997년 창단했다.이번 공연은 정기연주회로는 39번째.결코 많지 않은 숫자다.올해도 정기연주회는 6월 러시아 작곡가 글링카의 탄생 200주년 기념 음악회 등 4∼5차례 정도만 계획한다. 그렇지만 반주 전문 교향악단으로는 이미 명성을 쌓았다.지난해 무려 104회의 연주회를 치렀다.절반이 ‘아이다’와 ‘팔리아치’같은 오페라와 ‘돈키호테’와 ‘호두까기인형’같은 발레공연의 반주였다.올해도 이미 오페라 ‘박쥐’를 한 차례 반주했다. 많은 연습을 소화하다 보니 연주력이 좋아졌고,연주회를 쉴 사이없이 치르다 보니 재정자립도도 높아졌다.문예회관을 연습장으로 빌려쓰고 있는 만큼 군포에서는 시민을 위한 연주회 2차례를 비롯하여 한해 10차례 안팎의 공연을 갖는다.시 당국의 지원의지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바순연주자인 김홍기 단장은 “반주 전문 오케스트라로 특화하면서 2∼3년 후부터는 코리안 심포니 수준을 유지하고 싶다.”면서 “그 단계부터는 연주회를 많이 갖는 것보다 질적 수준을 높여 가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031)392-6422. 서동철기자 dcsuh@
  • 주말매거진 We/빙우

    ‘여성감독이 찍은 한국최초의 산악영화’.16일 개봉하는 김은숙 감독의 데뷔작 ‘빙우’(氷雨·제작 쿠앤필름)에 따라다닌 수식어다.거대 빙산을 캔버스삼아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붓질해낸 영화에 제작사가 붙인 장르는 ‘산악멜로’. 험산이 뿜어내는 역동적 외연과 주인공들의 순애보로 충만한 내실이 조화를 이뤄 감상포인트가 신선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설산(雪山) 베이스캠프에 모인 해외원정 등반대원들을 접하는 순간,관객들은 ‘전에 보지 못했던 한국영화’라는 감탄사를 내뱉을 만하다.중현(이성재)과 우성(송승헌)은 알래스카 아시아크봉을 오르는 주요 등반대원.두 남자가 왜 하필이면 그 봉우리를 오르려 하는지,영화는 한뼘한뼘 그 사연을 풀어주는 것으로 드라마의 살을 붙인다.지리한 여행길의 길동무가 그렇듯 둘 모두 별 뜻없이 자신의 지나간 사랑을 추억한다.그러나 뜻밖의 조난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내몰릴 즈음,둘이 한 여자를 추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중현과 우성의 기억 속 교차점에 서있는 여자 경민(김하늘)은 두 남자의추억을 통해 캐릭터가 완성돼간다.여주인공의 캐릭터가 시종 ‘과거형’으로 복기되는 이같은 접근방식도 색다른 맛이다. 영화는 멜로관객들에게 모처럼 ‘온탕냉탕’의 이색처방을 내렸다.산악영화를 방불케 하는 아찔함과 애절한 멜로의 정서 사이를 쉼없이 들락거리게 만든다. 하지만 ‘산악 멜로’라는 노림수는 오히려 어정쩡한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는 평가도 있다.이루지 못한 연애담의 애상에 빠져보기엔 암벽등반의 위험요소들이 아찔하게 부각되고,그렇다고 대담한 스케일의 등반드라마를 즐기기엔 토막 회고담이 너무 자주 끼어든다.이렇게 긴장과 이완을 반복한 탓일까. 영화의 붓터치는 채도높은 수채화보다는 덧칠된 유화쪽에 가깝다.이렇다 할 전후설명도 없이 중현이 유부남이란 이유만으로 경민과의 사랑이 깨지는 대목 등은 요즘 관객들에겐 설득력이 모자란다.멜로의 함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는 건 그래서이다. 빙산 등반 장면들은 캐나다 유콘주 빙하지대에서 찍었다. 황수정기자 sjh@
  • [서울광장]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교훈

    요사이 정치인들은 죽을 맛일 거다.겉으로는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바늘방석 같을 것이고,안으로는 도대체 물러나야 할지 말지 몰라 답답할 노릇일 거다.왜 그런지 물어볼 필요는 없다.최근 시민들 대다수가 “정치인들을 싹 갈아치웠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지금 우리 정치의 현주소가 정말 답답한 것일까.차떼기로 뭉칫돈을 나르고,깨끗한 이미지로 당선됐다는 대통령의 측근들이 온통 감옥에 갔는데도 그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국회의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고,가는 족족 영어의 몸으로 전락한다.경제는 엉망진창이고,살아있는 기업 총수는 물론 죽었다던 기업 총수까지 불법 비자금 드라마에 등장하고 있다.국민들이 믿고 기대야 할 곳은 나라살림을 이끌어 가는 정치와 경제,그 지도층일 것이다.그런데 이들 지도층이 모두 썩어 문드러졌다면 답답한 노릇이다.희망이 없다.그래서 모두 싹 갈아치웠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지난해 대학교수들이 한 해의 사회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우왕좌왕(右往左往)’을 꼽았다.다음 순으로는 ‘점입가경’ ‘이전투구’ ‘지리멸렬’ ‘아수라장’이었다.교수라는 지식인 그룹조차 우리 정치와 사회상을 더 이상 비유할 단어가 없을 정도의 웃음거리로 생각하는지 섬뜩할 뿐이다. 하지만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을 것이다.다소 희망도 보이는 것 같다.한나라당의 오세훈 의원 등 20명이 넘는 의원들이 정치판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열린우리당의 설송웅 의원과 민주당의 장태완 의원도 가세했다.떠나는 이유도 가지각색이지만 시대의 흐름을 따른다는 데는 목소리를 같이하고 있다. 설송웅 의원은 “역사의 수레바퀴가 쉼없이 굴러가는데도 아직도 팔을 벌려 앞을 막아서는 사마귀를 보는 처연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기도 했다.남은 사람들은 적어도 시대의 흐름도 모르는 사마귀이거나,사마귀 비슷한 부류로 전락할 것 같지 않은가.스스로 사마귀라고 느끼든,아니라고 느끼든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다만 사마귀라고 느낀다면 물러날 것이고,사마귀가 아니라면 앞으로 사마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게 변화이고,그나마 정치권을 바라보는 희망일 것이다. 때마침 노무현 대통령이 의미심장한 고사성어를 하나 제시했다.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직원들에게 ‘우공이산(愚公移山)’을 예로 들며 분발을 촉구했다고 한다.우공이산이란 ‘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는 뜻이다.90세에 가까운 우공이란 사람이 산이 가로막혀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을 덜고자 자식들과 의논해 산을 옮기기로 했다.흙을 운반하는 데 한 번 왕복에 1년이나 걸렸다.이것을 본 친구가 웃으며 만류하자 우공이 “나는 늙었지만 나에게는 자식도 있고 손자도 있다.그 손자는 또 자식을 낳아 자자손손 한없이 대를 잇겠지만 산은 더 불어나는 일이 없지 않은가.그러니 언젠가는 평평하게 될 날이 오겠지.”하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재신임이니,10분의1이니 하는 충격 발언으로 분란만 부추기던 대통령이 모처럼 듬직한 발언을 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할 거의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써 ‘우공이산’과 ‘당랑거철’의 교훈을 실천하는 것이다.우공이 망태기로 흙을 나르는 심정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그래서 올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는 ‘격세지감(隔世之感)’ ‘고진감래(苦盡甘來)’ ‘전화위복(轉禍爲福)’과 같은 사자성어들이 불쑥 솟아났으면 좋겠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
  • 정신 지체아·복합 장애아 가족…상처있는 풍경 보듬기/김원일 소설집 ‘물방울 하나‘

    “선배 작가중 김원일 선생이 젊은 작가들의 감성을 가장 잘 읽어낸다.” 한 작가가 사석에서 남긴 말이다.굳이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김원일은 문단에서 쉼없이 현실 변화를 감지하면서 그 속에 담긴 문제를 날카롭게 끄집어내는 작가로 통한다. 김원일(62)이 12년 만에 낸 소설집 ‘물방울 하나 떨어지면’(문이당 펴냄)에는 시대에 영합하지 않은 채 냉정하게 마주보려는 긴장감을 그동안 쌓은 연륜으로 빚어낸 흔적이 역력하다.작가는 그 동안 장편 ‘겨울 골짜기’‘불의 제전’ 등 주로 전쟁 전후의 상처를 탁월하게 그리는데 주력했다.성장기에 ‘좌익 아버지’라는 상처가 준 개인의 고통을 실존적 차원에 가두지 않고 민족사적 문제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이번 작품집도 가족사를 다룬 점에서는 연장선에 있지만 그 폭과 깊이는 질적으로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표제작 등 근래 쓴 5편의 작품을 모은 작품집에서 작가는 이제 자신의 가족사가 아닌 타인의 상처,구체적으로는 장애인을 둔 가족들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다루면서 그들의아픔을 따뜻하게 품고 있다.물론 남파 간첩으로 체포돼 장기 복역한 작은 할아버지의 사연을 추적하는 ‘손풍금’이나,인혁당 사건을 소재로 한 ‘고문 일지’ 등 분단으로 인한 상처를 다룬 이전 경향의 작품도 있지만 장애인을 둔 가족 이야기가 주조를 이룬다. ‘미화원’은 폐암에 걸린 운전사 김씨가 정신 지체아인 아들의 홀로서기를 걱정해 미화원 자리를 구해주고 자신의 여동생에게 뒷날을 부탁하는 내용이다.표제작은 시립도서관 사서인 여 주인공이 인터넷에서 복합장애1급인 동수의 공개구혼서를 보고 결혼,그의 마음을 열어가면서 하나가 되는 과정을 담았다.‘4가 네거리의 축대’에는 군인이 장난삼아 쏜 총알에 맞아 고자가 된 뒤 정신이 이상해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런 상처가 있는 풍경을 다루는 작가의 시선은 아늑하고 따뜻하다.장애인은 대부분 선량하며,그들을 바라보는 주위 인물들도 훈훈한 인정의 소유자다. 작가의 연륜이 빛나는 것은 이런 주제를 풀어가는 문체.문장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빚기로 유명한 작가는 이번에도 자잘한 표현을 다 버린 채 인물들을 덤덤하게,그러면서도 면밀하게 관찰한다.현란한 수식어가 춤추는 흐름과는 멀찍이 거리를 둔 채 사실주의 기법에 충실하면서 주인공들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려준다.감정의 난무가 아닌 절제로 더 생생한 감동을 주는 이런 문체에 대해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는 “객관적인 사유로 사건과 정황을 정시하며 그 사태의 내면을 바라보게 만드는 문학적 진지함의 성과를 유도한다.”며 “쉽게 읽히는 것만큼 쉽게 쓰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 주말매거진 We/훌쩍 떠나볼까-땅끝

    땅끝선착장(갈두항) 옆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전망대에 올랐다.족히 1㎞는 될듯한 가파른 길.잘 정돈돼 있지만 쉼없이 올라가니 제법 숨이 차다.전망대 아래 계단 옆의 예쁘장한 화강암 조각에 새긴 고은 시인의 ‘땅끝’이란 시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땅끝에/왔습니다./살아온 날들도/함께 왔습니다./저녁/파도 소리에/동백꽃 집니다.’ 지난 한 해.가슴속 뭉쳐있던 응어리 풀어내 땅끝 앞바다에 모두 흘려보내고,희망의 새해를 맞자는 의미가 아닐까. 여명속 땅끝 앞바다는 회색빛이 돈다.멀리 흑일도와 백일도,그 뒤의 동화도,소화도가 어렴풋이 거무스름한 윤곽을 드러낸다.하늘이 서서히 붉어진다.그러나 일출의 장관을 고대하던 이들의 기대와 달리,홍시빛 해는 살짝 얼굴을 내밀기가 무섭게 하늘을 덮은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다.꼭 해가 거꾸로 지는 것 같다. 다음 행선지는 삼산면 두륜산 자락에 자리잡은 천년고찰 대흥사.고즈넉한 산사를 거닐며 새해의 희망을 구체화해보자.땅끝마을에서 승용차로 30분쯤 걸렸다. 대흥사는 백제 무령왕 14년 신라승려인 아도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본래 대찰은 아니었으나 조선 선조때 서산대사의 가사와 발우를 받은 뒤 사세가 번창해 13명의 대종사와 13명의 대강사를 배출하며 선교 양종의 대도량으로 자리잡았다.당시 서산대사는 금강산에서 입적하면서 제자인 사명당에게 ‘재난이 미치지 않고 오래도록 더럽혀지지 않을 곳’이라며 해남 대흥사에 자신의 가사와 발우를 두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사찰 왼쪽 구역에 자리잡은 대웅전을 시작으로,지붕과 건물의 맵씨가 경쾌한 천불전,선조가 서산대사의 공을 기려 사액을 내린 표충사를 둘러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표충사 뒤편 굵직한 감나무에 진홍빛 홍시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나무 아래서 올려다보니 새파란 하늘 한가득 홍시가 박혀 있는 것 같다.새들이 겨우내 먹을 양식거리를 남겨놓은 모양이다.산사의 넉넉함이 느껴진다. 감나무에서 눈을 떼니 주장자를 어깨에 걸친 스님 좌상이 앞을 막는다.한국 차에 관한 명저 ‘동다송’(東茶頌)을 쓴 ‘한국의 다성(茶聖)’ 초의선사(1786∼1866)의 동상이다.선사는 대흥사에서 수행하며 한국차의 정신과 맛을 중흥시켰다. 바다가 가깝고 안개가 자주끼는 대흥사 주변은 좋은 차가 자라기 알맞은 기후 환경을 갖춘 덕택에 다성(茶聖)까지 배출한 한국차의 성지가 됐다. 이곳에서 차 이야기를 하자면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이 빠질 수 없다.선생이 ‘다산’이란 호를 얻은 것도 해남 바로 옆 동네인 강진땅에서 보낸 귀양살이를 할 때다.그는 도암면 만덕리에 다산초당을 지어 기거하며 만덕산 아래 백련사의 혜장 스님(1772∼1881)에게 차를 배우고 호도 받았다.초당에서 다산은 추사 김정희,초의선사와 교우하며 수많은 명저를 남겼다. 강진군 도암면의 다산초당은 대흥사에서 30분쯤 걸렸다.다산유물관 앞 주차장에서 산 중턱에 자리한 초당까지는 800m 정도. 동백나무와 소나무,낙엽송이 빽빽하게 들어선 길을 15분쯤 걸어 올라가니 단아하고 소박한 초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다산은 18년간 이곳에 머물면서 목민심서,흠흠신서,경세유표 등 500여권의 저서를 집필했다.초당 왼쪽으로는 제자들의 거처인 서암(西庵)이,오른쪽으로는 다산이 첫 거처로 초막을 짓고 집필에 열중했던 동암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몇걸음을 옮겨 산등성이에 서니 강진만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가족이 그리울 때면 다산이 찾던 곳으로,지금은 강진군이 천일각이란 정자를 세워놓았다. 천일각과 동암 사이 오솔길 입구에 ‘백련사 800m’란 작은 표지판이 하나 서 있다.다산 선생과 혜장 스님이 교우를 위해 수시로 오가던 길.부지런히 걸으니 10여분 만에 백련사에 닿는다. 대흥사와 달리 자그마한 산사다.제법 큰 불사가 진행되고 있는 듯,여기저기 펼쳐진 공사 때문에 어수선하다.절 아래와 좌우로 동백숲이 울창하다. 백련사 동백숲은 고창 선운사 못지 않은 동백 명소.지난 며칠간 강추위가 이어진 탓인지 동백꽃이 드문드문 피어 있다.백년사는 신라 말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확실치는 않다. 절 아래 강진만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선다원’(禪茶苑)이란 찻집이 자리잡고 있다. 작설차나 솔잎차도 내고,다기(茶器)도 판매한다.따사로운 햇살이 유리를 통해 실내로 가득 퍼진다.차탁(茶卓) 앞 방석 위에 정좌하고 앉아 솔잎차를 시켰다. 차와 함께 생감과 떡·강정을 내오는데,출출한 나들이객에게 간식으로 그만이다.찻값은 3000원.은은한 정취의 산사 찻집에서 향긋한 솔향을 마시며 멀리 강진만을 내려본다.새해를 맞는 마음이 한결 가볍다. 해남·강진 글·사진 임창용기자 sdragon@ 어떻게 가나요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에서 빠져 2번 국도,13번 국도,813번 지방도를 차례로 갈아타면 해남 땅끝마을에 닿는다.서울서 승용차로 6시간 정도 걸린다.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나주IC에서 빠져 13번 국도를 타고 영암을 지나 2번,18번 국도,813번 지방도를 차례로 타야 한다. 승용차를 몰고가지 않으면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해남시외버스터미널(061-534-0881)까지 고속버스를 타고 간 뒤,일반버스를 타고 땅끝마을이나 대흥사로 가면 된다. 광주에서 땅끝까지 운행되는 버스도 수시로 있다.해남군 문화관광과(061-532-8942),강진군 문화관광과(061-433-4116). ●숙박 땅끝마을에 라메르관광모텔(061-534-8686),비치모텔(061-534-1033),땅끝민박(061-533-6389) 등 여관과 민박이 많다.대흥사 아래에도 기와집 형식의 전통여관인 유선여관(061-534-6005),두륜각(061-535-0080) 등 여관이 꽤 있다. ●달마산과 미황사 시간이 허락된다면 해남 남단의 달마산(489m) 및 그 아래 자리잡은 미황사에 가보자.달마산은 해남군 남단에 치우쳐 긴 암릉으로 솟은 산. 백두산에서 시작된 백두대간은 설악,태백을 지나 두륜산,대둔산을 넘어 내려오다가 13번 국도가 지나는 닭골재에 이르러 잠시 주춤한 뒤 급격한 암릉으로 변화하는데,바로 달마산이다. 이 암릉은 달마산 정상(불썬봉)을 거쳐 도솔봉을 지나 땅끝전망대가 서 있는 갈두산에서 그 기세를 갈무리한다. 병풍처럼 두른 달마산 암릉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사찰이 미황사다.신라 경덕왕 8년(749년) 인도에서 경전과 불상을 실은 돌배가 사자포구(지금의 갈두항)에 닿자 의존 스님이 향도 100명과 함께 그것을 소의 등에 싣고 가다가 소가 지쳐 멈춘 곳에 절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반도 가장 남쪽에 자리잡은 절로,이 때문에 불교의 남방 유입설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절 마당에 서면 고색창연한 절집 뒤로 송곳같은 암릉이 병풍처럼 둘러친 풍광이 볼 만하다.미황사~불썬봉 왕복코스가 가장 짧은 코스로 2시간 30분쯤 걸린다. ●해남·강진 맛기행 패키지 해남 땅끝마을∼대흥사∼강진 다산초당∼백련사∼영랑생가∼완도 코스로 짜여진 코스로,해남 용굴해물탕,강진 명동식당의 한정식,완도 산호정의 해물 한정식,목포 호산회관의 갈낙탕 등을 맛볼 수 있다.특급호텔인 목포관광호텔 및 완도 씨사이드호텔에서 묵는 2박3일 코스가 29만원.옛돌여행 (02)-2266-0220. ●꼭 맛보세요 강진은 한정식,해남은 해물탕이 유명하다.우선 강진군 군동면 호계리 강진공설운동장 앞의 ‘청자골 종가집’(061-433-1100)은 품위와 맛을 함께 갖춘 명가로 인정받는 집. 돼지고기 편육,데친 꼬막,더덕 양념구이,붕어찜,전어회,산낙지,참숭어알,홍어찜 등 온갖 요리와,손수 담가 지하 저온 창고에 보관한다는 돈배,토하 등 각종 젓갈,2년 정도 숙성시킨다는 묵은 김치 등이 더해진다. 광주에서 전통한옥 한 채를 고스란히 옮겨와 4년간 지었다는 식당은 특히 맛과 함께 옛 사대부의 풍류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잘 어울린다.4인상 기준 8만원,10만원,15만원짜리가 있다. 강진읍 남성리의 ‘해태식당’(061-434-2486)은 다양한 요리에다가 겨울철엔 메생이국이 별미로 나와 손님을 끈다.강렬한 맛은 최대한 없애고 담백한 고유의 맛을 내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이밖에 강진읍 터미널 옆의 ‘명동식당’(061-434-2147),강진읍 남성리의 ‘흥진식당’(434-3031)이 음식 잘하기로 꼽히는 집이다. 음식은 1인 기준으로 1만 5000∼3만원.음식 가짓수가 많아 1인,2인상은 차리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므로 미리 확인해 보아야 한다. 해남읍 수협 인근의 ‘용궁해물탕’(061-536-2860)은 이미 명성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곳. 서울과 부산에도 분점이 생겼지만 역시 해남 원조의 맛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들이 많다.주인 황점이씨는 손수 새벽 2시에 일어나 목포,완도 등 스무군데가 넘는 수산 시장을 누비며 신선한 재료를 구입한다. 무와 멸치를 2시간쯤 푹 고아낸 육수에 꽃게,새우,낙지,조개 등 10가지 이상의 해산물을 넣고 끓인다.해물에서 우러나는 시원한 맛을 살리기 위해 된장과 조미료는 절대 넣지 않는다고. 냄비별로 3만원(2인분),4만원(3∼4인분),5만원(5∼6인분)짜리가 있다.
  • 세밑 부산항 겉으론 ‘부산’ 속으론 ‘울상’/김성곤기자 현지 르포

    “올해 빚은 차질을 메우려면 24시간도 모자라요.” 새해를 이틀 앞둔 30일 부산항은 수출화물 선적에 여념이 없었다.화물연대 파업과 태풍 매미 여파로 국제관문항의 입지가 흔들렸지만 그런 일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했다. 컨테이너를 나르기 위해 쉼없이 움직이는 타워크레인과 끊임없이 오가는 트레일러,외항에 정박한 채 컨테이너가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거대한 컨테이너선들….세밑 부산항의 모습은 그랬다. ●수출 물량 20%증가 반면 태풍·파업에 선사 떠나 부산항에서는 해운사나 컨테이너터미널,트레일러 기사들은 대부분 2조 내지 3조 2교대로 24시간 수출화물을 실어내고 있었다.예년같으면 크리스마스 시즌의 수출화물 선적이 끝나 비교적 한가한 철이지만 올해는 수출물량이 늘었다.현대상선 부산 지사장 신남영 상무는 “올해 수출 물량은 지난해보다 20%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신선대컨테이너터미널 마케팅팀 홍석암 팀장은 “부진한 내수를 수출로 커버한다는데 연말 화물이 늘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부산항은 외형상으로는 지난 태풍 매미로 인해 컨테이너가 무너진 곳이라는 느낌을 찾아볼 수 없다.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매미의 피해와 화물연대 파업의 암운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매미로 인해 컨테이너 6개가 쓰러진 신감만부두는 아직도 크레인을 4개밖에 복구하지 못했다.이에 따라 들어온 짐 가운데 처리량을 초과하는 것은 부두운영사가 운임을 물고 신선대나 자성대로 옮겨주고 있었다.크레인이 완전히 복구되는 내년까지는 이런 일을 반복해야 한다는 게 관계자의 얘기다.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 송호용 차장은 “매미만 아니었으면 올해 100만TEU쯤 처리를 했을텐데 올해 80만TEU밖에 처리를 못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화물연대의 두차례 파업 여파도 일부에 남아 있다.공교롭게 화물연대 파업을 전후해 일부 선사들이 환적항을 바꿨기 때문이다.일부에서는 이를 파업 탓으로 분석한다.물론 화물연대는 이미 떠나려고 마음 먹었던 선사들인만큼 파업때문에 떠났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반박한다. 어떻든 짐(ZIM)라인과 차이나쉬핑,MSC 등 3개선사가 부산항을 떠났고,파업이 끝났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 환적화물을 운송하던 중소선사들의 어려움도 크다.동남아해운 부산사무소장 이영윤 전무는 “용선료 인상에다 환적화물 감소로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컨테이너 처리량도 상하이항에 밀려 홍콩,싱가포르에 이은 세계 3대 컨테이너항이었던 부산항은 올들어 순위가 바뀌었다.상하이항은 지난 11월30일 컨테이너 처리량 1000만TEU를 넘어섰지만 부산항은 지난 24일에야 1000만TEU를 돌파했다.올해 처리량도 상하이항이 부산항을 능가할 전망이다. 중국시장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부산항이 뒤지고 있는 것이다. 항만전문가들은 “일본이나 중국의 화물을 유치할 수 있는 항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unggone@
  • 따뜻한 웃음·감동·재미…/연말 개봉 가족용 ‘맞춤영화’ 3편

    주위의 풍경에서 연말이 ‘확’ 다가왔음을 느낀다.불밝힌 크리스마스 트리에다 반짝거리는 가로수 조명들….잇따라 날아오는 송년회 소식도 연말을 알리는 메신저다.날을 쪼개 약속을 잡다보면 눈에 밟히는 가족들 얼굴.‘뭔가 해줘야 할 텐데…’.고심하는 가장들의 눈이 번쩍 뜨일 가족용 ‘맞춤 영화’ 3편이 개봉된다.유혹하는 손짓 모양새도 애니메이션,실사(實寫),애니+실사 등으로 각기 달라 ‘눈맛’에 따라 고를 수 있다.어린이만이 아니라 어른도 볼 만한 영화들이어서 금상첨화다. ●뭐니 해도 애니메이션 19일 개봉하는 ‘붉은 돼지’는 세계 애니메이션의 거봉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애니가 아이들만이 아니라 일상에 지친 중년들을 비롯,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음을 입증해온 하야오의 눈길이 이번엔 붉은 비행정을 타고 지중해로 향했다. 1차대전에서 큰 공을 세웠지만 전쟁에 환멸을 느낀 파일럿 포르코가 자신에게 마법을 걸어 돼지가 된다.‘붉은 돼지’라 불리는 그는 아드리아해의 무인도에서 붉은 색 비행정과 함께 은둔하면서 하이재킹을일삼는 공적(空賊)을 소탕하면서 현상금을 타먹고 살아간다.눈엣가시인 그 때문에 매사 일을 그르치는 공적들은 연합전선을 펴고 미국 조종사 커티스를 불러들인다.커티스와의 대결에서 비행기가 파손된 포르코가 오랜 친구에게 애기(愛機)를 맡겨 수리한 뒤 다시 대결에 나선다는 게 영화의 줄거리. 무정부주의를 담은 반전 사상은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무거울 수도 있다.하지만 메시지를 실은 형식이 애니메이션 인데다 등장인물의 성격이 밝고 명랑해 부담스럽지 않다.무엇보다도 ‘미래소년 코난’‘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에서 약간 무거운 주제를 안고서도 동심을 사로잡은 바 있는 거장의 솜씨가 보증수표다. 또 초기에 등장하는 납치된 유치원생들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처럼 영화는 무거운 주제를 상큼하고 가볍게 스크린에 뿌려 가족이 즐기기에 제격이다.하늘과 바다가 같은 쪽빛인 지중해를 무대로 펼쳐지는 공중전이 볼 만하다.섬세한 그림에 힘입은 화면은 첨단 특수효과를 자랑하는 3차원 애니메이션 못지 않게 입체감이 있고 생생하다. ●애니와 실사가 만났을 때 1930년 미국에서 태어난 단편 애니메이션 ‘루니툰’은 다양한 캐릭터를 자랑하면서 몇차례 극장용으로 편집제작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할리우드의 스테디 셀러.그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캐릭터 ‘토끼 바니와 오리 대피’를 실사와 접목시킨 ‘루니툰(Looney Tunes in Back Action)’이 24일 개봉된다. 항상 바니에게 당하는 역할만 하던 대피가 워너 브러더스 이사들에게 항의하다 해고당한다.와중에 그를 쫓아내려던 스턴트맨 지망생인 경비 디제이(브랜든 프레이저)도 같이 해고당한다.인류를 원숭이로 만들어 지배하려는 애크미 집단의 음모를 파헤치던 디제이의 아버지 데미안(티모시 달튼)이 체포된 사실을 알게 된 둘이 아버지를 구하러 나선다.한편 바니만으로는 촬영이 힘들어진 회사 부사장 케이트(지나 엘프만)가 대피를 설득하려고 이들의 모험에 합류하면서 속도를 낸다.아프리카 정글,루브르박물관 등 지구촌을 종횡무진하는 이들의 모험 길은 풍성한 볼거리로 채워진다. 여러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등장해 문화가다른 우리 관객에겐 낯설 수도 있다.하지만 애니메이션 캐릭터 자체로 동심은 움직이지 않을까.더구나 화려한 CG기술에 힘입어 풍성한 볼거리를 상에 올려놓았고 실제 행동과 애니메이션의 결합이 너무 자연스러워 술술 넘어간다.특히 루브르 박물관 장면에서 바니와 대피가 점묘파 화가인 조르주 쇠라나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그림의 일부가 되는 장면은 아이들의 탄성을 자아낼 듯.‘그렘린’의 조 단테 감독 작품. ●환상적 세트로 오세요 미국의 유명 동화를 원작으로 한 ‘더 캣(The Cat in the Hat)’은 ‘앤빌’이라는 환상적 세트와 현란한 첨단 장비로 마술세계를 방문한 듯한 느낌을 준다.31일 개봉. 말썽꾸러기 오빠 콘래드와 PDA로 자기 스케줄을 관리할 정도로 완벽한 ‘깔끔이’ 샐리는 사사건건 부딪치는 남매.부동산 중개사로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인 엄마가 집을 어지럽히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바람에 장난을 치지 못해 몸이 근질근질할 즈음 기상천외의 손님이 찾아온다. 어른만한 덩치에 빨간 모자를 쓰고 말까지하는 고양이‘캣’을 보고 혼비백산하지만 차츰 그가 펼치는 마술쇼에 빠져든다.그가 온 뒤 집안은 ‘마술 나라’로 바뀐다.어항 속 물고기는 말을 하고 그의 모자 속에서 각양각색의 마술재료가 나와 화려한 쇼를 벌인다.또 갖고 온 상자 속에서 나온 ‘싱원·싱투’형제는 엄청난 에너지로 쉼없이 환상적 쇼를 보여주면서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이들과의 놀이 속에 집은 난장판이 된다.마지막엔 덤으로 작은 교훈도 묻어둔다. 실사 영화지만 애니메이션을 능가하는 환상적 상상력이 빛난다.특히 9000만 달러를 들여서 만든 영화 속 마을 ‘앤빌’ 세트는 신비한 동화나라 자체다.따뜻한 파스텔 풍의 하늘색 지붕과 노란색 굴뚝,녹색 잔디밭 등으로 영화속 마술쇼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그도 그럴 것이 환상 세계를 만든 사람은 ‘가위손’에서 동화같은 장면을 창조한 보 웰치 감독.그의 기발한 상상력에 힘입어 영화는 현실과 상상계를 날아다닌다.스토리가 성겨서 어른들이 보기엔 약간 따분할 수도 있겠다. 이종수기자 vielee@
  • 올 매출 14조·영업이익 3조 돌파 포스코 ‘펄펄’

    지난 12일 저녁 포항제철소 2제강공장.시뻘건 쇳물이 담긴 전로에 고철을 넣자 굉음을 동반한 폭죽이 밤하늘로 화려하게 치솟았다. 일관 제철소 공정중 핵심 과정인 제강과정이다. 일관제철소는 크게 제선(철강석을 녹여 쇳물로 만드는 단계)-제강(쇳물에 녹여있는 불순물 제거)-압연(강철을 제품화)의 3단계 과정을 거친다.하지만 제품의 종류와 품질은 제강 과정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이 단계의 기술 수준이 제철소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땀을 뻘뻘 흘리던 제강공장 이상용 과장은 “연간 840만t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단일공장으로 최근에는 쉼없이 전로를 가동중”이라며 “올해 철강수요가 폭발하는 덕분에 ‘일복’이 터졌다.”고 밝혔다. 포스코가 올해 화려한 ‘경영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분기마다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올 3·4분기까지 누계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23%(10조 4280억원),영업이익 92%(2조 2800억원),순이익은 106%(1조 5180억원) 늘었다. ●“물량 대기도 힘들어요” 지난 13일 포항제철소정문에는 꼬리를 문 트레일러 행렬 때문에 교통혼잡이 빚어지고 있었다.쏟아지는 주문에 날짜 맞추기가 힘들다는 관계자들의 말이 실감날 정도다. 포스코 홍보실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수송대란 때 얼마나 발을 동동 굴렀는지 상상이 되지 않을 겁니다.핫코일 실은 트레일러 한대가 나갈 때마다 1200만원을 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포항제철소는 요즘 이런 트레일러가 하루 평균 1000여번이나 정문을 통과한다. 1열연공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고부가가치인 냉연제품을 생산하는 이 곳은 슬래브(직사각형의 판재류 재료)에서 나오는 열기로 후끈 달아있었다.수백m에 달하는 압연롤러에는 단계마다 슬래브가 넘쳐나고 있었다.특히 열연코일은 하루에 5000t이나 생산되고 있다.그럼에도 재고 물량은 거의 없다.열기가 식으면 출고하기가 바쁠 정도로 주문량이 넘치고 있다.관계자는 “보통 한달분의 재고 물량을 비축하지만 올해는 서로 달라는 아우성에 재고가 쌓일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철강 호황은 중국 특수와 조선·자동차 등 관련 업종의 호황에 힘입은 바가 크다.중국은 생산설비 확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가 워낙 많아 국내 철강업계가 최대 수요처로 떠올랐다. ●中 특수… 순이익도 2조 돌파할듯 증권가에서는 포스코의 올해 실적을 매출 14조원,영업이익 3조원,순이익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내년에는 매출 15조원 돌파와 순이익 3조원 달성을 점치고 있다. 대신증권 문정업 연구원은 “내년 중국 특수가 둔화되는 반면 미국과 유럽의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포스코는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다만 순이익 폭은 원료인 철광석 구매 계약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측은 내년에도 과감한 설비투자에 나선다.중국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내년 투자금액은 올해 1조 6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포항 김경두기자 golders@
  •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 같이 즐기실래요?

    “이번 달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는 게 좋겠지?” “신나면서도 한편으론 로맨틱한 것도 가미하면 좋을 것 같아.” “그럼 멋진 테라스가 있는 카페를 빌려 신나게 놀면서 분위기를 잡는 건 어때?” 지난 2일 신촌의 한 카페에서 파티 플래너와 호스트 그리고 파티 게스트 등 6명이 머리를 맞댔다.누구나 행복하고 또 행복해야만 하는 12월에 파티가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연말이 다가오면서 여기저기 파티 준비가 한창이다. ●12월 빠질 수 없는 키워드 ‘파티'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낯선 문화 ‘파티’.당연히 파티를 즐기는 사람도 극소수였다.최근에는 파티도 많이 보편화되고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특히 홍대를 중심으로 한 ‘댄스 파티’가 주를 이루었다가 최근에는 만남을 위한 ‘사교 파티’의 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파티.파티의 어떤 매력이 이렇게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파티의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겁니다.여러 직업의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연령대를 뛰어넘어 격의 없이 친해질 수 있습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파티를 즐기지 않았던 99년에 이미 파티의 진가를 알게 됐다는 김석(32·사업)씨는 새로운 만남을 통해 기쁨을 주는 것이 파티라고 말한다.“내일은 어떤 사람을 만날까를 생각하다 보면 저절로 흐뭇해집니다.”라고 웃어보인다. ●자신을 표현하는 또다른 기회 파티 주최자(호스트)를 맡고 있는 김지연(24·회사원)씨는 “매일 직장 혹은 그와 관련해 같은 사람들만 보다 파티에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파티 자랑에 입이 마른다. 파티를 즐기는 3∼4시간만이 파티가 가진 매력의 전부가 아니다.파티 참석을 준비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김도현(21·대학생)씨는 “파티 컨셉트에 맞춰 의상을 준비하거나 미리 파티 날을 상상하는 것도 신나는 일”이라며 파티 예찬론을 폈다.도현씨는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자신을 표현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파티의 또 다른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모르는 사람들이 깔끔하게 차려입고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나눈다면 다소 표면적인 만남이 되지는 않을까.이에 파티 커뮤니티 파티즌 대표 이경목(30)씨는 “파티에 오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열려 있죠.때문에 파티에서의 만남을 어떤 관계로 발전시키느냐는 각자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파티에서 만나 얼마 전 결혼에 골인한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오크우드 호텔에서 만난 김사라(34·블랑코 사장)씨와 임서희(24)씨는 ‘파티를 진정 느낄 줄 아는 사람’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밍크 장식의 아이보리색 니트에 빨간 바지를 입은 사라씨는 파티의 장점에 대해 묻자 쉼없이 쏟아낸다. “국내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됐어요.처음에는 고작 손에 꼽을 정도의 사람만 알고 있었죠.그 사람들을 중심으로 사교파티를 한두차례 열다보니 수백명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죠.6명만 거치면 모두 아는 사람이라는 ‘6단계 분리법칙’이 저한테는 한 2단계 쯤으로 좁혀졌다고나 할까요.” 친분을 쌓는 데 파티만한 것도 없다는 뜻이다.그녀는 최근 EQ(감성지수)보다 더욱 관심을 갖는 NQ(Network Quotient·공존지수)를키우는데도 파티가 제격이라고 설명한다. ●좋은 분위기서 좋은 사람들과 대화 긴 머리를 한쪽으로 올려 묶고 큼직한 귀고리와 목걸이로 패션에 포인트를 준 서희씨도 “일반적으로 어떤 모임을 가질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음주’인데,파티에서는 적당히 술을 마실 수 있어서 좋다.”라며 거든다. “내가 원하는 분위기에서,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죠.특히 파티가 끝날 때까지 남아있는 사람들과는 정말 진솔한 얘기도 털어놓을 수 있어요.결코 파티가 가볍게 놀고 먹자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죠.” 파티는 이렇게 즐겁지만 발길을 향하기에는 역시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파티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과 스스럼없이 얘기를 해야 하기도 할테고,옷은 또 어떡하나.모르는 사람을 소개시켜주는 것은 호스트가 할 일.파티복은 화장,스카프,액세서리 등에 포인트를 주는 것만으로 훌륭하게 연출할 수 있다. 여전히 마음이 무거운 사람들에게 맹지선(27·대학원생)씨가 보내는 초대장이다.“파티와 잔치는 다르죠.하지만 마음만은 잔칫집 가는 기분으로 부담없이 오세요.” 글 최여경 나길회기자 kid@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 Q&A로 보는 파티 아무리 ‘파티 예찬론’을 들어도 역시 선뜻 파티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어렵다. 파티 초보들의 발목을 잡는 파티에 대한 편견 혹은 궁금증을 풀어보자. 옷은 꼭 정장을 입어야 하나요? -‘드레스 코드’라고 하는 파티 복장은 초청장에 명시돼 있다.‘정장’이라는 표현이 없으면 흔히 생각하는 드레스나 턱시도같은 파티복을 입을 필요가 없다.드레스 코드에서 색깔을 지정했다면 그 색상의 옷이나 소품,화장을 해주어야 한다.별다른 표시가 없다면 나름대로의 ‘베스트 드레스’를 꾸며보자.복장에 공을 들이는 것도 파티에 참여하는 재미를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정말 혼자 가도 괜찮을까요? -물론.혹자는 오히려 혼자 가야 ‘제대로’파티를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각 파티에는 ‘호스트’가 있어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만약 혼자가는 것이 싫다면 호스트에게 물어보는 것도 방법.“친구를 데려가도 될까요?” 파티에 쉽게 적응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파티에 오는 사람들은 마음이 열려 있어 말을 건네기 쉽다.선뜻 대화하는 그룹에 끼어들기 어렵다면 자신처럼 혼자 온 사람을 찾아라.둘이서 얘기를 하다가 또다른 사람에게 함께 다가가서 말을 건네다보면 어느덧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입장료는 얼마인가요? -규모가 작은 파티는 3만원 정도.규모가 크거나 전문 파티 업체의 경우 10만원까지 받는다. 파티 정보는 어디서 얻나요? -처음엔 인터넷을 이용하는 게 손쉽다.다음 카페 ‘파티넷(cafe.daum.net/partynet)’ ‘파티플래너 바로 알기(cafe.daum.net/partyplanneris)’나 인터넷 사이트 ‘파티즌(www.partizen.com)’, ‘테크노게이트(technogate.co.kr)’ 등을 찾으면 된다. 파티 정보 하나! 12월20일 6시부터 서강대 동문회관 ‘이니고’에서 ‘Dreams come true’라는 주제로 파티가 열린다.입장료는 3만원.문의는 02)704-2501. 나길회기자 kkirina@ 연말연시엔 와인파티를/파티호스트 김사라씨 파티는 편안하고 부담없이 꾸며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그래서인지 사람이 많은 파티는 별로 좋아하지 않죠.30명 이내의 사교파티가 사람들과 진솔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지 않은 사람을 초청해서 파티를 한다면 장기자랑 파티나 와인파티가 좋죠.장기자랑 파티는 노래,댄스,시 등 자신만의 끼를 보여주는 것이죠.와인파티는 자신이 가지고 온 와인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고요. 보통 파티를 할 때 무엇인가를 먹고 마시고 나면 늘 이런 고민에 빠지잖아요.“이제는 뭐할까….” 이럴 때에 장기자랑이나 와인을 소재로 상대방을 알 기회를 갖고 우정을 쌓는 거죠.연말연시 지인들과 하는 파티로도 적당한 것 같아요. 장소가 마땅치 않다면 오크우드 호텔과 같이 장기투숙객을 위한 호텔 객실을 빌리는 것도 좋죠.주방 시설이 돼 있어 요리를 할 수 있거든요.연말연시 특별 상품을 이용하면 객실을 보다 저렴하게 빌릴 수 있습니다. ‘포트럭 파티' 부담없어요/파티 플래너 박보희씨 호텔과 같은 장소를 빌리기부담스럽다면 조촐하게 집에서 파티를 열어보세요.초대받는 사람들이 음식을 한두개 준비해오는 ‘포트럭 파티’는 음식을 장만해야 하는 걱정도 덜어줍니다.친구들끼리라면 예쁜 트레이닝복이나 파자마(잠옷)를 입어 흥을 돋울 수 있죠. 집을 꾸미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천장에 붙인 풍선들에 리본을 길게 뽑아 흘러내리게 하는 것만으로도 파티 분위기가 풍기거든요.투명 그릇에 물을 담아 ‘물에 뜨는 초’를 띄워 선반 곳곳에 두면 더욱 좋고요.디지털카메라를 준비해서 모습을 담는 것도 잊지 마세요. 근사한 파티장을 찾는다면 성신여대 문화산업대학원 출신의 예비 파티플래너들이 여는 ‘상상 영화관속 파티’(17일·3만원)나 SK커뮤니케이션에서 주최하는 ‘7드림 페스티벌’(12월31일∼1월1일)에 참가하는 것도 좋을 듯하네요.영화속 댄스나 음식을 직접 맛볼 수 있고,신나는 퍼레이드와 이루마 콘서트 등을 즐길 수도 있거든요. 최여경기자
  • “군사정권과 맞선 시절이 가장 황홀”원로 인권변호사 이돈명 씨

    “요즘은 하루를 더 살면 그만큼 더 행복해지는 것 같아.” 원로 인권변호사인 이돈명 변호사는 평생 가장 행복한 때를 바로 지금이라고 했다.“박정희 정권 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한 셈이지.내가 살아서 이 땅에 민주주의가 정착하는 걸 보니,사는 게 그저 즐거울 따름이야.” ●가슴 뜨거워 늘 행복했던 70∼80년대 반면 ‘가장 황홀했던 시절’은 70∼80년대라고 했다.의외였다.70년대 중반부터 시국·공안사건을 도맡으면서 갖은 고초를 겪은 그가 아닌가.오원춘 사건,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구로동맹파업사건 등 가시밭길 같은 시국을 헤쳤던 때였다.지난 86년 10월엔 수배중이던 재야인사 이부영씨(열린우리당 의원)를 숨겨줘 옥고를 치르기도 했지 않은가. 이 변호사의 ‘황홀’은 이렇다.“법정에 서서 군사정권의 잔혹함을 비판하며 겨레의 내일을 불 밝히던 시절이 아닌가.돈 한푼 못벌어도,몸은 힘들어도,가슴이 뜨거워 늘 행복했다네.”그가 걸어온 ‘황홀한 길’은 올해말 ‘이돈명 평전’에 담겨 출간될 예정이다. 전남 나주 출신인이 변호사는 1952년 정규학력을 거치지 않고 독학으로 고등고시에 합격했다.10년간 판사로 재직했다.그러나 군사독재가 갈수록 포악해지자 법관의 역할에 회의가 들었다.법복을 벗고 방황했다.빚은 늘어만 가고 식솔들은 끼니를 걱정했다.“손수레도 드나들 수 없는 골목길 단칸방에서 배고파 울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정신이 번쩍나더군.” ‘먹고 살려고’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한평 남짓한 사무실에 다른 사람이 쓰다버린 책상이 고작이었지만,돈벌이는 엄청 잘됐다.판사 월급의 20배는 족히 벌었다.빚을 모두 갚고,서울 효자동에 98평짜리 집도 샀다.아담한 정원도 꾸며 평안하게 살아가나 싶었다. ●30년 곁눈질 안한 ‘유죄변호사’ 1975년.인생을 바꿔놓은 해가 찾아왔다.김지하 시인의 필화사건이 터졌다.침묵하던 지식인들은 명동성당에 모였다.유신헌법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구국선언이 발표됐다.김대중 의원,함석헌 선생,윤보선 전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이 변호사도 강신옥·조준희 변호사와 함께 거리로 나섰다.“법률가는 법을 수호하는 사람들인데엉터리 헌법으로 국민들을 심판해야 되니,도저히 낯이 뜨거워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어.” 뒤늦게 뛰어든 인권변호사의 길이지만,이후 30년간 한번도 곁눈질하지 않았다.군사정권과 싸우며 얻은 별명은 ‘유죄변호사’.노동사건·학생운동사건 등 수백건의 시국사건을 맡았건만 집행유예나 무죄로 풀려난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다.시국사건이 변호사에겐 아쉬움으로,이 시대엔 아픔으로 남아있는 까닭이다. 이 변호사는 세상에 잘못 알려진 사건으로 김재규 사건과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을 꼽았다.10·26사건으로 법정에 선 김재규는 이 변호사 등에게 변론을 부탁했다.인권변호사들조차도 “박 전 대통령의 심복으로 유신을 옹호하던 김재규를 어떻게 옹호하느냐.”며 반대했다.김재규의 아내가 5여년 동안 남편이 쓴 붓글씨를 보여줬다.‘유신철폐’‘민주주의 만세’ 등 수백장이나 됐다.“김재규가 개인의 영욕을 위해서가 아니라 군사독재를 무너뜨리기 위해 저격했다는 확신이 들더군.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김재규를 공작했다는 소문이 많았는데,사실이아니야.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민주주주의 꽃’은 마침내 피지 않았나.” 이 변호사는 해마다 경기도 용인의 한 공동묘지에 있는 김재규의 묘소를 찾고 있다. 1982년 3월 18일 부산지역 대학생들이 미문화원에 불을 질러 한 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정부는 대학생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방화를 일으켰다고 발표했다.“북한의 지령이라니 그건 터무니 없는 소리지.대학생들은 한국의 독재정치와 이를 방조하는 미국을 세계에 고발하고 싶었던 거야.” ‘쩌렁쩌렁’한 목소리나,힘주어 말할 때면 탁자를 ‘쿵쿵’ 내리치는 모습이 여든한해를 산 ‘노인’이란 사실을 의심케 했다.하지만 지난 98년에 발병한 심부전증도 여전하고,최근엔 전립선도 문제를 일으켜 투병중이라고 했다.3개월전엔 45년간 함께 했던 담배도 끊었다.35년간 살던 집도 정리,아들네로 옮겼다.서울을 떠나 요양하는 게 어떠냐는 권유도 받지만 ‘말벗’이 그리워 서울 하늘 아래 남았다. “이 땅의 자유와 민주주주는 기성세대의 희생으로 자리잡게 됐다네.젊은이들이이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고맙다는 얘길 듣겠다는 게 아니라,다시는 그같은 ‘오욕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야.” ●“다시 태어나면 신나게 놀아야지” 이 변호사는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0시30분에 잠들 때까지 쉼없이 책과 신문을 읽고,후배들과 토론한다.92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덕수에서 최근엔 송두율 교수 사건도 맡았던 탓에 후배들과 함께 고민했다.지난달 24일에는 함세웅 신부 등과 함께 재야 원로 모임을 갖고 “전투병 파병만큼은 하지 말라.”고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고마운 사람을 물었더니 올해로 여든인 부인 얘기를 꺼냈다.“수십년간 잔소리 한번없이 묵묵히 믿어준 사람이지.고맙고,존경스럽지.”아버지가 한 길을 가도록 도와준 자녀들(3남1녀)도 꼽았다. 다시 태어나도 인권변호사의 길을 가겠느냐고 질문하자 이 변호사는 ‘껄껄’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무슨 소리야.다시 태어나면 신나게 먹고 놀아야지.희생은 한 세대로 족하다네.자네도 남 눈치 보지 말고 자기분야에서 신명나게 즐기며 살아가게나.” 정은주기자 ejung@ ▲22년 전남 나주 출생 ▲54년 대전지법 판사 ▲63년 변호사 개업 ▲73년 서울변호사회 부회장 ▲78∼88년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인권위원장·사무국장·회장 ▲87년 국민운동중앙본부 의장 ▲88∼91년 조선대 총장 ▲2001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고문(현) ▲2001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현) ▲2002년 상지학원 이사장(현) ▲법무법인 덕수 대표(현)
  • 中 유인우주선 발사 성공 / 中 ‘우주클럽’ 가입 안팎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우주를 향한 ‘천년의 꿈’이 이뤄진 15일,중국은 우주과학 기술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사상 세번째로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중국은 드디어 과학기술 강국으로 우뚝 서면서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우주클럽’에 진입한 것이다. 지난 92년 유인우주선 발사를 목표로 ‘프로젝트 921’이 가동된 지 11년만이다.크게는 1956년 마오쩌둥(毛澤東)주석의 지시로 시작된 중국의 우주개발 계획이 47년만에 역사적인 쾌거를 거둔 셈이다. ●거세게 이는 중화주의 이번 성공은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 선전과 민족주의 고취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중국 공산당의 주도 아래 채택한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지난 78년 개혁·개방 선언 이후 과학·기술 분야에서 기념비적 성과를 이뤘다는 체제 선전이 가능해진 것이다.개혁·개방의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문제와 소외계층의 불만을 잠재우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한족을 포함,56개 다민족 국가로 이뤄진 중국 대륙을 사회주의 이념 퇴색으로 인한 공백을 중화주의(中華主義)의 구심점으로 묶으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다. 중국이 다른 경제 긴급현안에도 불구하구 연간 20억∼30억달러의 막대한 예산을 쏟아가며 유인 우주선 발사에 총력을 기울인 이유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이날 유인우주선의 성공적 발사를 지켜본 뒤 “선저우(神舟) 5호의 발사 성공은 중국 인민들의 역사적인 도약을 가져왔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주선 발사일을 제16기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 (16기 3중전회) 직후로 잡은 점도 의미심장하다.공산당이 이끄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승리’를 전세계에 알리려는 정치적 행위로 해석된다. ●후진타오 “中 역사적 도약” 보다 크게 중국의 우주클럽 가입은 우주개발의 다극화 시대를 예고한다.냉전시대 미·소간의 우주개발 경쟁은 소련의 붕괴로 막을 내리고 미국 독주시대로 들어섰지만 새로이 중국의 가세와 함께 유럽연합(EU),인도,일본 등과 함께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중국은 유인선 발사에 이어 2010년 달 탐사선 발사,우주 정거장 건설,화성 탐사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인 우주 개발계획에 뛰어들 채비를 갖춰 주변국들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이 우주를 유영하는 ‘천년의 꿈’이 실현됐다는 민족적 자부감과 민족주의가 한껏 고양될 전망이다. 중국의 주요 언론들과 네티즌들은 “중화민족은 쉼없이 노력하고 열심히 일하는 용감한 민족임을 세계 만방에 다시 한번 증명했다.”“중국이 웅비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굳게 믿는다.” 등 대대적인 선전에 착수했다. 중국 정부도 유인 우주선 발사를 ‘천년의 꿈’으로 표현하며 국운 상승 분위기를 2008년 베이징 올림픽,2010년 상하이 엑스포까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oilman@
  • 이승엽 홈런 아시아 新 / ‘홈런 지존’ 힘의 원천은

    ‘국민타자’에서 아시아의 ‘홈런 지존’으로 우뚝 선 이승엽의 ‘힘’은 어디서 뿜어져 나오는 것일까.어느덧 프로정신이 몸에 흠씬 밴 그의 철저한 자기 관리와 끊임없는 노력,여기에 스타를 아끼고 격려하는 성숙한 팬들이 어우러져 홈런 신화를 일궈낸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타격폼 교정과 근력 강화 이승엽의 신기록 요체는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고 보강을 위해 타성을 과감히 벗어 던졌다는 데 있다.지난 1999년 아시아 신기록 턱밑(54개)에서 아쉽게 시즌을 마감한 이승엽은 이후 오히려 홈런 수가 줄면서 ‘파워와 배트 스피드는 메이저리그급이나 스윙 궤적이 커 변화구에 약하고 여름철이면 체력 저하로 홈런 페이스가 떨어진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오른쪽 다리를 높이 치켜들었다 내디디면서 치던 특유의 ‘외다리 타법’을 버리고 오른 다리를 가능한 한 땅에 붙인 채 스윙폭을 간결하게 좁히는 수술을 단행했다.교정된 타격폼이 몸에 배면서 헛스윙이 일쑤였던 인코스 낮은 공을 걷어올렸고,왼쪽투수가 뿌리는,가운데서 바깥쪽으로흐르는 공을 밀어쳐 넘기게 돼 진정한 거포로 거듭났다. 여기에 지난 겨울 미국 프로야구 플로리다 말린스의 스프링캠프 참가를 통해 ‘헤라클레스’ 심정수(28·현대)로부터 근력을 키우는 법을 전수받은 것이 큰 보탬이 됐다. ●성실하고 쉼없는 노력 이승엽은 배운 것에 그치지 않고 성실한 자세와 줄기찬 노력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세계 최연소 통산 300홈런과 최소경기 시즌 40홈런 등 폭풍처럼 홈런을 몰아치던 이승엽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걱정한 대로 방망이가 헛돌았다. 그러자 그는 경기가 끝난 밤늦은 시간 혼자 근력 강화를 위한 트레이닝에 매달렸다.이같은 트레이닝은 여름 내내 이어졌고 9월 들어 효과가 나타났다.7,8월 각 홈런 6개에 그친 그는 지난 4일 기아와의 대구 홈경기에서 2방을 신호탄으로 열흘간 홈런 10개를 폭발시킨 것. 그는 경기후 “팀이 승리하지 못한다면 홈런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나의 홈런 때문에 팬들이 더욱 야구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늘 말했다.팀과 팬들이 홈런보다 우선한다는 메시지다. 김민수기자 kimms@
  • ‘스캔들‘ 어떤 영화/방탕한 선비 ‘은밀한 게임’ 뒤끝은…

    점잖은 대갓집 양반이라고,규방을 지키는 천하의 정절녀라고 원초적 본능이 없었을까.‘정사’를 연출한 이재용 감독의 멜로사극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제작 영화사 봄·새달 2일 개봉)는 바로 이 지점에 주춧돌을 놓고 출발했다. 미지의 드라마를 상상력으로 개척해 나가는 것은 영화보기의 큰 즐거움 중 하나.그런 점에서 감독은 대단한 위험수를 뒀다.그러나 모험은 성공한 듯하다.시간배경만 조선시대로 바꿨을 뿐 빤히 알려진 줄거리에 충실했는데도 온통 새 작품 같은 신선함이 느껴진다.각본도 감독이 직접 썼다. 과거에 급제하고도 풍류에 빠져 사는 방탕한 선비 조원(배용준)과,그가 ‘누님’이라 부르는 내연의 여자이자 명문가의 정실부인인 조씨부인(이미숙)이 은밀한 게임을 시작한다.천하의 바람둥이 조원이,얼굴 한번 못본 남편을 잃고도 꼿꼿이 수절하는 소문난 정절녀 숙부인(전도연)을 유혹할 수 있을지 ‘능력’을 시험키로 한 것. 영화는 세 사람이 주인공인 사랑게임에 주변인 몇몇을 거멀못으로 엮어넣어 에로물의 단순함을 극복하려했다.조씨 부인의 덫에 걸려드는 청춘남녀 인호(조현재)와 소옥(이소연)이 그들.조씨 부인은,남편이 소실로 들이려는 꽃다운 소옥을 좌의정의 아들 인호와 의도적으로 맺어줌으로써 남편에게 복수하려 한다. 영화 전편에 떠도는 주제어는 질투와 욕망,억압이다.거침없이 발산되는 조원의 정복욕,은밀하고 간교한 조씨 부인의 질투심,인습에 얽매인 숙부인의 도덕적 강박 사이를 영화는 쉼없이 줄타기한다. 이미숙이 치맛자락 밖으로 감질나게 내미는 버선코,극도로 폐쇄적인 전도연의 옷매무새 등에서 역설적이게도 아찔한 욕망이 스며나온다.“당시대에 일반화했던 억압의 이미지로 에로티시즘을 극대화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계산은 잘 맞아떨어졌다.철저히 고증된 복식과 소품들을 과감히 클로즈업하는 화면이,백지위에 뚝뚝 떨어진 선혈처럼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황수정기자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 맑은 화면에 담은 삶·욕망의 화두

    시사회장에서 관객을 졸도시킬 만큼 극악한 화면을 만들기로 악명(?)높은 김기덕 감독이 모처럼 “쉬어가는 영화”를 내놓았다.오는 19일 개봉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제작 LJ필름·독일 판도라필름).감독이 “설령 중간에 잠이 들더라도 다 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소개할 정도로,담담한 수묵화 한 점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얼핏 화면만 훑어서는 카메라의 여유가 돋보이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를 닮았다는 오해를 살만도 하다. 도입부에서부터 영화는 번다하게 수다를 떨 마음이 없다고 쐐기를 박는다.깊은 산속 외로운 암자와 사계(四季)를 공간·시간적 배경으로 삼아 삶과 욕망의 화두를 화면 위에 무심한 듯 툭툭 던져놓는다. 연못 한가운데에 뜬 꿈속같은 암자에 노승(오영수)과 예닐곱살쯤 돼보이는 동자승(김종호) 단 둘이 산다.티없이 맑은 얼굴로 물고기에 돌을 매달아 죽이는 동자승의 역설적 살의(殺意)가 클로즈업될 즈음 관객들은 김기덕식의 쉬어가기 영화가 아무 고민없이 즐겨도 좋다는 뜻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된다. 영화는 동승의 인생을 다섯마당으로 쪼개,끝없이 순환하는 사계의 이미지로 연결한 드라마다. 물고기를 죽인 동자승에게 “평생 가슴속에 돌을 매달고 살아야 할 것”이라고 깨우쳐준 노승의 한마디는,선(禪)적인 이미지로 가득찬 영화에서 그대로 ‘키워드’가 된다. 인간의 삶은 얼마나 두꺼운 욕망의 더께를 쓰고 있는 걸까.동승이 17세 소년으로 부쩍 자란 ‘여름편’에서부터 본격적으로 깊이를 더해가는 의문이다.암자에 요양하러온 소녀와 사랑에 빠져 육체의 욕망에 눈뜬 소년은 결국 소녀를 따라 절을 떠난다.그러나 세월이 흘러 여자에게 배신당한 뒤 살인을 저지르고 암자로 돌아온 청년의 눈빛은 짐승같은 광기로 가득찼다.산속에서 길을 잃고 계속 한자리만 맴돌게 되는 ‘링 반데룽’처럼 주인공은 집착과 욕망,살의 사이를 안타깝게 헤맨다. 영화는,한 남자의 인생을 쉼없이 돌고 도는 불가의 ‘업’에 빗대 구도자적인 시선으로 그렸다.극도로 압축된 대사와 등장인물,물위에 떠 묘하게 움직이는 절집,암자 나무바닥에 빽빽이 새겨진 반야심경,물소리·바람소리의 미세한 떨림까지 잡아낸 음향 등이 한권의 명상화보집을 연상시킨다.하지만 감독의 장담만큼 감상이 호락호락하진 않다.온갖 세속의 먼지를 다 뒤집어쓴 남자가 퇴락한 산사로 되돌아온 ‘겨울편’에서는 평화보다 슬픔이 더 크게 전해진다.어째서일까. 후반부의 중년이 된 스님은 김 감독이 직접 연기했다. 황수정기자 sjh@
  • 공무원 추석때 5일 쉰다

    공무원들은 추석연휴에 5일을 연달아 쉴 수 있게 된다. 행정자치부는 9월의 토요휴무일을 추석 연휴가 끝나는 13일로 앞당긴다고 26일 밝혔다. 공무원들은 행정기관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대비,지난해 4월부터 매월 넷째주 토요일을 쉬어 왔다. 행자부 관계자는 “다음달 13일이 10일부터 12일까지의 추석 연휴와 14일 일요일 중간에 끼여 이날도 사실상 연휴 분위기가 이어지고 대민 행정수요 또한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휴무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3일을 쉼으로써 토요일 4시간 근무를 위해 미리 상경해야 하는 다수 공무원의 불편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추석 연휴 기간에 귀성과 귀경에 따른 교통체증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행자부는 9월 주5일 근무 시험실시일 변경에 따른 수혜대상 공무원은 전체 공무원의 27%에 이르는 23만 6000여명이라고 밝혔다. 파출소와 우체국·철도역 등을 제외한 국가기관 1130개와 토요 전일근무를 실시중인 인천과 광주광역시 등을 제외한 189개 자치단체가 해당된다. 그러나 토요휴무일에도기관별로 토요 민원상황실을 설치해 전화상담 등 각종 생활민원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종락기자 jrlee@
  • 22일 개봉 ‘왓 어 걸 원츠’/홀어머니와 외롭게 산 소녀의 아빠찾기

    ‘왓 어 걸 원츠’(What a girl wants·22일 개봉)는 조금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다.포스터만 봐서는 ‘노팅힐’‘웨딩 싱어’류의 로맨스물이겠거니 싶은 데,남녀의 사랑보다는 가족애를 부각시킨다. 주인공은 17세 소녀.엄마와 외롭게 사는 소녀가 대학 진학을 앞두고 꿈에 그리던 아빠를 찾아나선 과정에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깔려 있다. 이곳저곳 자유롭게 떠돌다 지금은 웨딩싱어로 일하는 엄마 리비(켈리 프레스턴)와 다정하게 살지만,데프니(아만다 바인스)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아빠가 그립다.알고 본즉 아빠 헨리(콜린 퍼스)는 영국에서도 알아주는 귀족 가문.가수 신분을 마땅찮게 여긴 헨리가에서 냉대를 받자 엄마는 임신한 채 미국으로 떠나왔던 것이다. 이야기가 담기는 공간은 영국의 대저택과 상류사회의 파티장.아찔하게 현기증이 날 정도로 화려하고 호사스런 볼거리들이 시선을 붙들어맨다.‘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자극할 만한 요소가 여기저기 넘쳐난다.보잘 것 없는 웨이트리스이던 여주인공이,전도유망한 정치가 아빠를 만나 하루아침에세인의 주목을 받는 왕족으로 신분 상승하는 설정도 마찬가지. 그러나 젊은 여성들은 끌어들일 수 는 있을지언정 다양한 관객층을 포섭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헨리의 약혼녀와 그녀의 딸이 데프니를 사사건건 괴롭히는 대목들을 빼고는 보탤 것 없는 ‘현대판 신데렐라’다. ‘귀족 마케팅’을 구사하는 영화는 배경음악으로 셀린 디옹의 ‘Because you love me’,크래시의 ‘London calling’,크렉 데이빗의 ‘What's your flava’등 귀에 익은 인기 팝 넘버들을 쉼없이 쏟아낸다.TV시리즈 ‘앨리의 사랑만들기’를 제작한 데니 고든 감독이 연출했다. 황수정기자 sjh@
  • [길섶에서] 매미 소리

    늦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고 있다.해변으로,산으로 떠나는 휴가객들의 차량 행렬이 고속도로마다 길게 늘어선다.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는데 유명 휴가지마다 밀려드는 사람들로 북적대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 바람에 요 며칠 서울 도심은 쾌적해진 느낌이다.교통체증도 없고,매연이 줄어서인지 하늘도 맑고,대기도 깨끗해 숨을 들이쉬기가 한결 편하다.게다가 여름철마다 진을 빼놓곤 하던 무더위와 열대야도 올해에는 나타날 기미가 안 보인다.한적한 도심에서 보내는 여름이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그런데 딱 한가지 거슬리는 것이 있다. 우면산 매미들은 요즘 밤낮으로 울어댄다.그런데 그 소리가 보통이 아니다.어찌나 고음으로 쉼 없이 울어대는지 생사 기로에서 절박하게 내지르는 비명을 듣는 것 같다.환경오염이 심해서 악에 바친 것일까.은은한 목소리로 천연 교향곡을 읊어대던 예전의 시골 매미들은 다 어디로 갔지? 염주영 논설위원
  • 수능 100여일 앞으로/영역별 체크 포인트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 이제 100일 가량 남았다.올해 초 머리띠 질끈 동여매고 책상에 앉았던 마음가짐도 서서히 약해지는 시점이다.쉼없이 달려온 수험생들에게 초조와 불안감도 더욱 커질 때다.하지만 수능 D-100일을 맞아 목표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면서 마음을 다져야 한다.특히 여름방학을 활용,부족한 부문을 보완하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힘써야 한다.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마무리 100일 학습 전략을 소개한다.또 영역별 입시전문가들에게 시험 전에 반드시 점검해야 할 부분도 들어보았다. 언어 듣기와 쓰기는 실생활과 관련된 ‘생활밀착형’ 문제,문학은 다른 장르로 변형을 시도하는 ‘장르변용 문제’,독해는 를 활용한 문제가 출제되는 추세다.최근 3년간의 기출문제를 통해 취약점을 확인한 뒤 매일 3∼4지문씩 빠지지 않고 문제풀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듣기는 뉴스나 TV토론 등을 메모하면서 듣는 연습이 필요하다.시는 백석과 박두진,김수영,조지훈,신동엽 등 문학사적으로 뚜렷한 위치를 차지하는 시인들의 작품을 엮어서 감상할 필요가 있다.근·현대사의 주목되는 사건들을 다루는 소설도 출제 가능성이 높다.소설에서는 김원일의 ‘어둠의 혼’,오상원의 ‘유예’,선우휘의 ‘불꽃’,하근찬의 ‘수난이대’,이청준의 ‘서편제’‘줄’‘매잡이’‘선학동 나그네’,황순원의 ‘독짓는 늙은이’,박경리의 ‘토지’ 등을 권한다.극문학에서는 이근삼의 ‘원고지’,천승세의 ‘만선’,오태석의 ‘춘풍의 처’ 등이 주목할 만하다.이양하의 ‘신록예찬’‘나무’,피천득의 ‘은전 한 닢’‘황포탄의 추억’,이어령의 ‘폭포와 분수’ 등 수필도 일독이 필요하다. 도움말 종로학원 강사 전승복 수학 최근 수능과 모의고사의 출제 경향은 수학 내·외적 문제해결능력을 묻는 문제가 전체의 40% 수준까지 출제되는 점이다.‘다음 보기 중 옳은 것을 모두 고르면?’과 같은 문제 유형은 꾸준히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때문에 부족한 단원에 대해서는 문제풀이 위주로 공부하지 말고 그동안 공부해온 교재로 기본 개념과 법칙을 철저히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수학적으로 새롭게 정의된 함수 문제는 배점이 높게 출제되고 있다.역함수의 그래프,절대값 그래프,그래프의 변환과 주기성,그래프를 이용한 방정식·부등식 문제 등을 충분히 연습해야 한다.중학교에서 배웠던 삼각형의 성질,닮음,원에 관한 문제도 자주 등장한다.생활 속의 소재를 활용한 문제도 꾸준히 출제된다.로그와 결합된 비율 문제,속도 거리의 문제,이자 계산하는 방법 등은 반드시 점검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 대성학원 강사 손광균 사회·과학 사회탐구에서는 도표나 그림 등 교과서에 실린 시각 자료를 응용한 문제가 자주 출제된다.특히 예년까지 5∼8문제에 불과하던 시사 문제가 올해 모의고사에서는 무려 16문제나 출제되고,질적으로 심화된 문제도 다수 출제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일반 사회의 경우 주5일 근무제,집단갈등과 노사문제,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사교육 경감문제 등의 쟁점을 정리해보는 것이 좋다.지리는 새만금 간척사업,그린벨트 해제문제,행정수도 이전문제가 출제 가능성이 높다.윤리에서는 공직자 윤리 및 정치자금,북한 핵문제,샴쌍둥이,신용카드와 신용사회 등을 점검해야 한다.국사는 고려와 발해의 중국사 편입문제,일본역사왜곡 등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과학탐구는 개념과 원리,법칙을 기본으로 도표와 그림,그래프 등 다양한 자료를 해석할 수 있는지를 묻는 해석형 문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교과서에 나온 다양한 자료와 실험 등도 꼼꼼히 이해해 두자.공통과학 교과서 마지막 단원인 ‘환경과 현대과학’은 대부분의 시사적인 문제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야 한다. 도움말 고려학원 강사 권오경 외국어 듣기 평가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여가활동 등 주로 학생들의 일상 생활이 자주 소재로 등장한다.음악회나 전시회,영화,스포츠,컴퓨터 사용 등 일상 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을 익혀야 한다.듣기 공부를 할 때는 일단 외국인의 대화를 듣고 문제를 푼 뒤,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대본을 보고 내용을 확인한 뒤 다시 대화를 듣는 방법으로 반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휘는 그동안 공부했던 참고서에서 혼동되거나 몰랐던 것을 따로 정리해 암기장을 만들어서공부하는 것이 좋다. 문법은 병렬구조,동사의 시제와 일치,부정사,동명사,분사,관계대명사 등 항상 출제되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익혀야 한다.문법은 무조건 암기하기보다는 왜 그렇게 써야 하는지 이해하면서 외워야 기억할 수 있다. 도움말 에듀토피아중앙교육 영어팀장 천은옥
  • 셰익스피어 작품에 도깨비?/극단 여행자 ‘한여름밤의 꿈’

    요즘 공연관계자들이 대학로에서 ‘볼 만한 연극’으로 입을 모아 추천하는 작품이 있다.극단 여행자의 ‘한여름밤의 꿈’(양정웅 작·연출)이다.숱하게 무대에 오르내리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라 ‘뭐가 그리 새로우랴.’싶겠지만 일단 공연이 시작되고 나면 ‘이렇게도 달라질 수 있구나.’하고 저절로 감탄하게 된다.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와 인물 설정만 원작에서 빌려오고,나머지는 모두 새롭게 재창조했다.복잡한 연애감정에 얽힌 네 남녀가 하룻밤의 꿈에 취해 벌이는 사랑의 소동이란 큰 줄거리는 변함없지만 등장인물들은 모두 한국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이를 테면 주인공들의 이름인 항,벽,루,익은 우리 별자리에서 따온 것들이고,서양의 요정 자리를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도깨비가 대신한다.한지를 바른 무대바닥이며,전래 옷감으로 만든 의상,북·장구·꽹과리 등으로 쉼없이 리듬을 만들어내는 음악,구성진 노랫가락과 몸동작 등 모든 요소에 한국적 정서를 강조한 점이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핵심은 배우들이다.극단 여행자는 신체를 이용한 다양한 움직임과 음악·미술을 결합한 이미지극을 추구하고 있는 젊은 극단이다.때문에 배우들은 연기뿐 아니라 노래,춤,악기 연주를 두루 섭렵하고 있다.‘한여름밤의 꿈’에서도 이들은 배역과 연주자의 자리를 쉴새없이 바꿔가며 난장을 벌인다. 극단 대표이자 연출가인 양정웅은 수년간 스페인,일본,인도 등지에서 현지 연극인들과 교류하며,자신의 연극적 스타일을 추구해온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한여름밤의 꿈’이 한국적 정서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온전히 우리 전통 양식의 틀로 묶을 수 없는 이국적 향취를 풍기는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된 듯하다. 이 작품의 독창성은 이미 지난해 밀양여름예술축제에서 인정받았다.연출가 이윤택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은 대상과 인기상을 받았고,연말 연극협회가 주는 ‘베스트 7’에 선정되기도 했다.올해에도 남양주야외공연축제와 과천한마당축제에 초청받았다.27일까지 대학로 리듬공간소극장.(02)762-0810. 이순녀기자 co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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