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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숙인 호텔리어 나온다

    서울에서 노숙인 출신 호텔리어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 신청사 간담회장에서 성영목 조선호텔 대표이사와 노숙인 자립·자활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지금까지 노숙인시설에 대한 단편적인 민간기업의 기부는 있었지만, 전 분야에 걸쳐 노숙인 자립·자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조선호텔은 앞으로 시내 54개 노숙인쉼터와 연계해 노숙인의 직업 지원과 취업 알선, 직업능력개발 등 고용촉진을 돕는다. 2009년부터 시내 1개 노숙인쉼터와 연계해 노숙인 자립·자활 지원을 한 조선호텔은 지원 대상을 54개 쉼터 전체로 넖히게 됐다.  우선 호텔 근무를 꿈꾸는 2명의 노숙인 인턴을 선발해 정식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시가 모범 노숙인을 복수 추천한 뒤 호텔이 선발하는 형태다. 또 조선호텔은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호텔요리사의 요리교실, 플로리스트의 꽃꽂이교실, 건강증진 교실 등 노숙인들의 사회 복귀를 위한 자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호텔의 특성상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바꿔야 하는 TV 등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쉼터에 지원하고, 양말이나 치약·방한용품 등 생활용품도 제공하기로 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FESTIVAL] 가자, 수락산 둘레길

    [FESTIVAL] 가자, 수락산 둘레길

    새롭게 조성된 수락산 둘레길을 온 가족이 걸으며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구민 산길걷기’ 행사가 8일 오후 2시 노원구 수락산 광장(수락장암지구 공원)에서 열린다. 걷기 구간은 수락장암지구공원~수락산 계곡길~은빛3단지 아파트 옆길~수락산 입구초소~전망대~노원골 물소리 쉼터로 이어지는 3.5㎞.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걷기 후에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칭, 초청가수 공연, 레크리에이션 등과 함께 푸짐한 경품권 행사도 준비돼 있다. 행사 참가를 원하는 주민은 출발 장소인 수락장암지구 공원으로 오면 된다. 수락장암지구 공원은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 1번 출구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다. 이날 수락산역에서 행사장 옆 노원마을역까지 셔틀버스도 운행된다. 한편 걷기 행사가 진행되는 구간은 지난 9월 완공된 수락산 둘레길 중 일부이다. 구는 지난 8월부터 9월 말까지 총 5억 5000만원(국비 2억 7500만원, 시비 2억 7500만원)을 들여 4.5㎞에 이르는 수락산 둘레길을 조성했다. 수락산 둘레길은 도봉산역~서울 창포원~수락리비시티(공원)~수락골~노원골 코스로 북한산과 이어진다. 창포원에서는 각종 붓꽃, 벽운유원지는 물놀이, 노원골은 천상병 시인의 작품 등을 음미할 수 있다. 내년에는 노원골부터 당고개역, 덕릉고개까지 둘레길을 추가 조성해 불암산 둘레길과 연결할 계획이다. 김성환 구청장은 “정상을 향해 숨가쁘게 오르는 게 아니라 가족과 함께 느긋하게 풍광도 즐기며 가볍게 걷는 즐기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우각로 문화예술의 거리

    배다리 지역의 헌책방 거리는 쇠뿔고개길, 우각로로 접어들면서 움트고 있는 예술·문화 거리와 만난다. 그 초입에 대안미술공간 ‘스페이스 빔’이 자리 잡고 있다. 인천 중심가 구월동에서 잘나가던 화랑이던 스페이스 빔은 2009년 이곳에 왔다. 버려진 유서깊은 양조장은 작업장이자 갤러리로, 문화 카페이자, 동네 조무라기들과 주민들의 쉼터이자 화방으로 탈바꿈했다. 지역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아낀 화가, 사진작가, 시인, 건축가들이 모여들면서 역사·문화마을로 탈바꿈시키려는 몸짓이 뜨겁다. 포토 갤러리, 미술 작업소…. 이들은 마을 축제와 강연회를 열고, 주민과 함께 인천 곳곳을 다니며 문화탐사와 놀이를 벌인다. 매월 마을 신문도 내고, 해외 예술가들이 이곳에 모여 며칠씩 함께 자고 먹으면서 새로운 미술 실험과 공동체의 진화를 토론하고 모색하는 페스티벌도 해마다 갖는다. 우각로 주변 학교와 건물 벽에는 소박하고 정겨운 벽화와 만화들이 가득하다. 2007년 우각로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배다리 헌책방들도 책만 파는 곳은 아니다. 아벨 서점 2층 시 낭송회는 빼놓을 수 없는 연륜 깊은 지역 문화 행사고, ‘나비 날다’ 책방과 달이네에서는 마을 쉼터이자 유기농과 재활용을 실천하고 의논하는 곳이다. 작가 박경리도 1948~49년 배다리지역에서 서점을 운영하며 글을 썼다. 송도와 청라지구를 연결하는 산업도로가 당초 쇠뿔고개길 허리를 자르고 놓이려다가 중단됐다. 철거된 터는 주민들의 텃밭이 됐고, 도로를 내기 위해 미리 놓은 육교와 산업 도로와 이어지는 철문은 지난 산업시대의 상징처럼 뻘줌하게 한편에 서 있다. 스페이스 빔의 민운기 대표는 지역 역사와 특성에 맞는 자연스러운 발전을 꿈꾸고 있다. 주택재개발 계획도 인천세무서를 지나 금송구역 등에서 추진 중이지만, 조선 기와 집의 보전과 막히지 않는 스카이라인을 지니고 있는 쇠뿔고개길을 더 소중히 여기는 주민들은 과거의 기억과 감정의 교류가 차단되지 않고 흐를 수 있는 그런 공간과 삶의 진화를 바라고 있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가을 음악회로의 초대] 북한산 올라 재즈리듬에 ‘흠뻑’

    ‘북한산에서 재즈의 매력에 빠져 보세요.’ 서울 은평구는 오는 10월 6~7일 진관동 북한산성 일대에서 ‘북한산 국제 재즈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페스티벌에서는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세계 유명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첫날은 정통 재즈 빅밴드를 표방하는 서울솔리스트재즈오케스트라와 영국 데몬 브라운, 일본 후루야 미쓰히로의 협연으로 시작된다. 이어 한국의 엘라 피츠제럴드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원숙하고 화려한 스캣을 자랑하는 보컬리스트 ‘말로’ 밴드와 이립스, 박라온 퀸텟이 가세해 축제를 빛낸다. 둘째 날에는 개성 있는 재즈힙합밴드 쿠마파크와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 초청 공연팀으로 유럽 최고의 스카밴드인 덴마크 베이비러브 & 반 당고스, 국내 재즈 1세대를 대표하는 보컬리스트 박성연, 최선배의 무대가 펼쳐진다. 이어 펑키 카니발과 데몬 브라운, 후루야 미쓰히로의 공연으로 마무리된다. 실력 있는 아마추어 뮤지션들을 위한 ‘숲속무대 작은 음악회’도 둘레교 앞 숲속 쉼터에서 열린다. 한편 이 기간 동안에는 지난 5월 열려 인기를 끌었던 ‘아웃도어 페스티벌’이 열려 아웃도어 패션쇼와 캠핑카 전시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또 어린이 인공암벽체험과 북한산 생태관광인 노르딕워킹대회 등 부대행사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가 상영된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공기업 미래경영] 한국도로공사

    [공기업 미래경영]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발생 원인의 62%를 차지하는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지난해부터 고속도로 중간에 ‘졸음쉼터’를 설치, 현재 85곳에 졸음쉼터를 만들었다. 도로공사는 2013년까지 졸음쉼터를 202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차량이 차로를 이탈하면 소음과 진동으로 운전자를 환기시키는 노면요철 포장 등 지속적인 안전시설 확충도 진행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2003년부터 도로안전진단(RSA) 기법을 이용해 현재까지 20개 노선 2676㎞의 안전도를 진단했다. 전년도 자료를 바탕으로 사고가 잦은 124곳을 선정해 원인을 분석하고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고 발생 때 환자를 신속하게 이동·치료하기 위한 체계도 개선하고 있다. 경찰청, 소방방재청 등과 합동으로 교통사고 위급 환자를 대형병원으로 신속하게 이송하기 위해 소방헬기를 활용한 응급구조 후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고속도로 전역에 272곳의 헬기 착륙장을 설치, 119구급차량 이용 때보다 이송시간을 평균 39분 단축시켰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폭력남편 출소뒤 보복 협박…제발 도와주세요”

    “나 하나 막판으로 몰고 싶으면 뜻대로 해. 궁지에 몰리면 나도 나 자신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교도소에서 날아온 남편의 ‘옥중 협박편지’를 읽는 그의 손이 떨렸다. 남편 김모(46)씨는 가정폭력으로 2년형을 선고받아 수감됐다 오는 12월 출소한다. 신고를 도왔던 가족상담센터장도 “나가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부인 조모(46·경남 양산)씨에게 남편과 함께한 지난 20년 세월은 지옥이었다. 남편은 걸핏하면 주먹에 욕설을 해댔다. 두 살, 세 살 난 아이들에게도 발길질을 했다. 아이들이 울자 죽이겠다며 흉기를 휘둘러 아이를 둘러업고 맨발로 도망친 적도 여러 차례다. 조씨가 아이들과 쉼터를 전전하는 동안 김씨는 동거녀에게 둔기를 휘둘러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출소 뒤엔 더 잔인해졌다. 외출조차 못하게 막았다. 김씨는 2010년 12월 “내 휴대전화를 누가 만졌냐.”며 망치로 조씨를 내리쳤다. 센터장이 조씨와 아이들을 피신시키려 하자 김씨는 망치로 센터장의 차를 부수고 난동을 부리다 검거됐다. 수감 뒤에도 협박은 계속됐다. 장남이 몇 달 뒤 입대하는 데다 막내가 고 3이라 조씨는 더 불안했다. 마음이 급해진 조씨는 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친부라도 가정폭력범에게는 가족 주소를 알리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내용이었다. 법적으로 조씨와 남편 김씨는 아직 부부다. 이어진 가정 폭력에 결국 이혼판결을 받았지만 김씨가 항소했기 때문이다. 조씨 가족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이라 남편인 김씨가 증명서를 떼어 보면 전국 어디서든 바로 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경찰은 김씨의 편지가 현행법상 보복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 김씨를 추가 기소하기로 했다. 이동환 양산서장은 “가정폭력범 역시 성범죄처럼 재범자가 많지만, 치료 감호나 출소 전 심사 등 법적 보완책은 미비한 상태”라면서 “이런 가운데 가족들이 다시금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찰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폭력을 휘두르다 검거된 7272명 중 32.9%(2392명)는 가정폭력 등을 포함한 재범 이상의 전과자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뉴질랜드 퀸스타운(Newzealand Queenstown) 거친 자연을 원초적으로 즐기는 법

    뉴질랜드 퀸스타운(Newzealand Queenstown) 거친 자연을 원초적으로 즐기는 법

    Newzealand Queenstown 거친 자연을 원초적으로 즐기는 법 뉴질랜드 남섬의 퀸스타운Queenstown. 트레킹, 번지점프, 스키, 스카이다이빙 등 사계절 즐길거리가 무궁한 이 작은 마을에서 걷고, 뛰고, 날았다. 퀸스타운을 겪고 나니, 스포츠, 레포츠, 어드벤처로 이름지어진 세상 모든 것들이 시시해졌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뉴질랜드관광청 www.newzealand.com 퀸스타운에서는 뉴질랜드 3대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인 루트번트랙을 하루 코스로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우거진 숲 속을 걷다가 만난 협곡의 풍경이 황홀하다 Trekking Routeburn Track 산소의 농도가 다른 숲을 걷다 뉴질랜드 남섬은 두 발로 구석구석 걸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세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가 퀸스타운에서 시작되니 이를 놓칠 수는 없는 일. 유럽의 알프스, 캐나다의 로키와는 다른 어떤 매력이 있길래 전세계 등산광들이 버킷리스트로 뉴질랜드 남섬을 꼽는지 직접 체험해 보고 싶어 가벼운 등산 장비를 챙겼다. 뉴질랜드 3대 트레킹 코스로 꼽히는 밀포드 트랙Milford Track, 루트번 트랙Routeburn Track, 케플러 트랙Kepler Track의 관문 도시가 바로 퀸스타운이다. 가장 짧은 코스라 해도 40km가 넘고, 완주를 위해서는 최소 3일이 필요하다. 3대 인기코스 중 퀸스타운에서 가장 가까운 루트번 트랙을 선택했다. 초행길인 데다 모든 등산 코스를 개방하는 여름철이 아니었던 만큼 산악 전문 가이드와 함께하는 1일 트레킹 코스를 선택했다. 퀸스타운에서 와카티푸 호수를 끼고 1시간쯤 달려 루트번 트랙 진입로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시작하는 40km의 등산로는 서쪽의 피오르국립공원 테아나우Te Anau에서 끝이 난다. 16세기 마오리족이 그린스톤을 찾기 위해 개척했던 길이 이제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대중적인 등산로가 된 것이다. 기자가 도전한 코스는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루트번 플랫 코스로, 가이드 숀Shaun과 천천히 이야기하며 왕복 14km를 약 3시간 30분 동안 걸었다. 이끼에 뒤덮여 가지까지 초록으로 물든 너도밤나무, 허리춤까지 자란 고사리, 잎사귀에서 매운 맛이 나, 마오리족 여성들이 아기 젖을 뗄 때 가슴에 붙였다는 페퍼트리, 연중 노란 잎사귀를 떨어뜨리는 취목 등, 우거진 숲길을 걷노라면 휘황찬란한 풍경이 없어도 좋았다. 등산길 중간중간 나타나는 계곡의 물빛은 몰디브의 에메랄드빛 바다보다 더 영롱했다. 등산 중에는 방울새가 나타나 앙증맞은 소리로 지저귀고, 유유히 상공을 가르는 매가 시시로 나타나 루트번 트랙의 때묻지 않은 매력을 증명했다. 드넓은 평원 루트번 플랫에서 숀과 함께 샌드위치로 가볍게 요기를 마쳤다. 숀은 루트번 폭포를 가리키며 바로 폭포 옆에 산장이 있다고 말했지만 더 이상 허락된 시간이 없어 아쉬움을 머금은 채 발길을 돌렸다. 지금까지 밟아 보지 못한 루트번트랙의 나머지 26km가 아련하기만 하다. Crusing Milford Sound 주름진 바닷길에 압도당하다 여행지 중에는 이름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혹하게 하는 곳들이 있다. 바이칼, 마추픽추, 샹그릴라, 마다가스카르 같은 곳들 말이다. 이곳들이 여행지의 이미지와 결부되어 사람들에게 동경을 일으킨다면, 마치 록음악의 한 장르 같은 ‘밀포드 사운드’는 이름만으로 끌리는 그런 곳이다. 좁은 해협, 그러니까 바닷물이 숲과 언덕, 산 사이로 비집고 흘러든 풍경은 우리에게는 꿈에서나 봄직한 그런 풍경이 아니던가. 호주 방향의 태즈먼해로 나가는 배를 타고 가다가 고래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장면을 볼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그,리,고, 밀포드 사운드를 한바퀴 둘러보는 크루즈 안에서 이 모든 꿈꿨던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지고야 말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퀸스타운에서 밀포드사운드로 가는 길, 천장까지 유리로 된 버스를 타고 파노라마로 경치를 즐길 수 있었다 2 태즈먼해에서 육지 방향으로 비집고 들어온 15km의 해협, 밀포드사운드는 흡사 칼데라 호수를 연상시킨다 3 밀포드사운드 크루즈를 타면서 돌고래, 물개 등 야생 동물을 마주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 4 크루즈는 절벽 가까이 붙어 운항한다. 해협 속에 배 한 척 떠가는 풍경은 물개잡이 어선이 이곳을 처음 발견한 19세기를 연상케 한다 돌고래가 사는 육지 속 푸른 바다 퀸스타운에서 4시간. 버스를 타고 밀포드 사운드까지 가는 길은 다소 지루했다. 풀 뜯는 양떼들의 풍경은 ‘복사하기+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무한반복됐고, 비를 뿌릴 채비라도 하듯 잔뜩 찌푸린 하늘은 밀포드 사운드의 장관을 허락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바위산을 관통하는 호머터널을 지나자 전혀 다른 색의 하늘이 펼쳐졌다. 기어이 도착한 밀포드 사운드의 선착장. 거대한 산봉우리에 둘러싸인 해협은 흡사 백두산 천지 같은 칼데라 호수처럼 보였다. 배에 올라타지 않아도 그 풍경만으로 황홀했다. 여행 가이드북과 뉴질랜드 여행깨나 했다는 이들이 했던 말들, ‘남섬에서 날씨는 기대하지 말라’거나 ‘갈 때마다 비가 와서 실망했다’는 말들은 모두 나를 비껴갔다.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과 함께 배에 올라탔다. 허기부터 달래려 뷔페 식사(중국식 요리에 김치까지 나오는 걸 보면 관광객의 상당수는 아시아인인가 보다)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창밖을 보니 돌고래 두 마리가 지나가는 것 아닌가. 브이자 모양의 꼬리를 치켜 올린 범고래는 아니었지만 동물원이 아닌 야생에서 돌고래를 본 것 자체만으로 흥분할 만했다. 유람선은 절벽 가까이 붙어 태즈먼해로 천천히 나아갔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겹겹의 봉우리들이 모두 걷히는 순간 눈앞에 보이는 것은 태즈먼해의 수평선뿐이었다. 배는 갔던 길을 돌려 다시 해협으로 접어들었다. 절벽을 타고 돌아오는 길, 바위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물개들과 인사를 나눈 뒤, 배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스털링 폭포 쪽으로 바싹 다가갔다. 150m 높이에서 쏟아붓는 폭포는 갑판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던 관광객들의 전신을 적셨다.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 밀포드 사운드를 굽어보고 있는 산봉우리에는 토성의 고리 같은 모양의 얇은 구름이 걸려 있었다. 지구 밖 풍경처럼 밀포드 사운드의 모습은 끝까지 경이로웠다. 리얼 저니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는 다양한 일정의 상품을 운영하는 관광업체인 리얼저니Realjourneys를 이용하는 게 가장 좋다. 퀸스타운과 밀포드 사운드까지 왕복 버스를 포함한 크루즈 상품은 198뉴질랜드달러, 크루즈만 이용할 경우는 95뉴질랜드달러다. 버스 대신 왕복 경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약 425뉴질랜드달러. www.realjourneys.co.nz Skydiving Queenstown 4,500m 상공에서의 아찔한 추락 퀸스타운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단 하나의 액티비티를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스카이다이빙이라 말하겠다. 고소공포증 때문에, 안전에 대한 걱정 때문에 4,000m 상공에서 추락하는 쾌감을 유보한다면 평생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1 상공 1만5,000피트(약 4,500m)에서 수직 하강하는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와카티푸 호수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었다 2 스카이다이빙 포인트까지는 경비행기를 타고 올라간다. 다이빙을 하기 바로 전, 최고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3 낙하 조교와 한몸이 되어 뛰어내려 약 50초간 직하강을 하며, 함께 다이빙을 한 포토그래퍼 앞에서 포즈를 취해 보았다. 물 속에서 헤엄치는 듯한 기분이었다 4 지상에 착지하는 순간, 아쉬움과 함께 가벼운 현기증이 느껴졌다. 땅 위에 중력을 받고 서 있는 기분이 오히려 어색했다 하늘에서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세어 볼까 먼저 밝혀 두자면 본 기자는 테마파크에 가도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는다.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는 데다가 돈을 써가면서 기계한테 고문당하는 느낌이 퍽 유쾌하지 않은 까닭이다. 테마파크의 성지라 할 수 있는 미국 올랜도의 디즈니랜드에서도 놀이기구를 거들떠 보지 않았다. 허나 스카이다이빙, 이건 좀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번지점프를 포기하고 스카이다이빙을 선택한 것도 왠지 이 이상의 극한 체험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버스를 타고 다이빙 출발지로 갈 때까지도, 신상명세를 기입하는 등록절차를 하고 안전복장을 착용할 때까지만 해도 별 느낌이 없었다. 그리고 간단한 안전교육을 받았다. ‘다이빙 하는 순간 팔다리를 개구리처럼 만들어라’, ‘안전띠를 꽉 잡아라’, ‘착륙할 때 다리를 높이 들어라’ 이것이 전부였다. 4,000m에서 떨어지는 것에 대한 안전교육치고는 너무 단순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함께 착륙할 조교 닉Nick과 악수를 하고 일행과 함께 경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금까지 7,000번 이상 다이빙을 했다는 닉은 집 앞 산책을 나가듯 휘파람을 불며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경비행기는 마음을 가다듬을 여유도 주지 않고 짧은 활주로를 달려 순식간에 와카티푸 호수 위로 날아올랐다. 경비행기의 안전장치는 상당히 허술해 보였다. 1번 주자로 뛰어내릴 내 옆의 문은 구멍가게 셔터처럼 닫혀 있는 게 전부였다. 지금까지 12만명 이상이 안전하게 뛰어내렸다니 믿는 수밖에 없었다. 1만5,000피트(4,572m) 상공. 사진 촬영을 위해 함께 탄 리키Ricky는 주저없이 비행기의 셔터를 올리더니 먼저 뛰어내렸다. 심장이 터질 듯한 긴장이 절정에 달한 순간이었다. 거침없이 나를 출구 쪽으로 내몬 닉은 원, 투, 쓰리를 외쳤고, 닉과 나는 하나의 점이 되어 약 50초 동안 시속 200km의 속도로 수직 하강했다. 와카티푸 호수와 산맥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연신 탄성을 내질렀다. 반면 닉은 덤덤히 미소를 지으며 리키가 찍는 사진에 7,000번 다이빙을 하면서 익숙해진 포즈를 취해 주었다. 해발 1,000m 정도 높이가 됐을 때 닉은 낙하산을 펴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내 속도가 급감했고, 귀가 떠나갈 듯한 소음도 사라져 그야말로 평화로이 발 아래 풍경을 유유히 감상하는 시간이 펼쳐졌다. 약 5분간의 낙하 시간, 목장에서 풀 뜯는 양도 또렷이 보였고 호숫길 따라 산책 중인 사람도 보였다. 안전하게 착지를 마치고 나니 미세한 현기증이 느껴졌다. 하늘을 자유로이 날다가 두 발로 중력을 받으며 걷는 게 오히려 어색했나 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스카이다이빙 NZONE은 남섬 퀸스타운과 북섬 로토루아에서 스카이다이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격은 낙하 높이에 따라 269~429뉴질랜드달러. 사진과 비디오 촬영은 각각 179뉴질랜드달러가 추가되고, 사진과 비디오를 함께 신청하면 219뉴질랜드달러. www.nzone.biz Driving Queenstown 빙하가 훑고 간 길을 달리다 퀸스타운은 빅토리아 시대의 여왕이 살면 어울릴 법한 풍경을 지녔다 하여 이름지어진 마을이다. 그러나 마을이 형성된 과정은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영국 여왕의 우아한 이미지와 상반된, 거칠기 짝이 없었는 것이다. 수만년 전, 산보다 더 큰 빙하가 훑고 지나간 길에 물이 고여 와카티푸 호수가 생겼고, 19세기 금광 채취를 위해 모여 든 유럽인들은 뗄감을 얻기 위한 무분별한 벌목으로 호수 주변을 모두 민둥산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 마을이 전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액티비티의 천국이 됐으니 어떤 여행지의 숙명이란 이다지도 아이러니한 것이다. 퀸스타운의 거친 자연풍광을 만끽하려면 4륜구동 RV차를 타고 곳곳을 누비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영화 <반지의 제왕>이 촬영된 장소들은 영화보다 더 SF적인 풍광으로 여행자를 압도했다. 퀸스타운 드라이브 여행은 낭떠러지길을 달리며, 번지점프 장소로 유명한 카와라우Kawarau 다리를 지나 금광개발 시대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애로우타운Arrowtown으로 향했다. 강가에서 금이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급속도로 상권이 형성됐던 마을은 생각보다 일찌감치 쇠락해 지금은 박물관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다. 애로우강에서 내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직접 사금 채취도 해보았다. 엄마뻘 되어 보이는 가이드는 겨자씨만한 금을 채취하는 시범을 보였고, 이곳이 <반지의 제왕>에서 악당들이 말을 타고 등장한 ‘그 장면’의 배경이라 설명했지만 금도, 영화도 상상으로 즐길 수밖에 없었다. 다음 코스는 스키퍼스 캐니언Skippers Canyon.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절벽길은 그 자체로 음산했다. 날씨 때문이었을까? 낮게 구름이 깔려 있는 주름진 바위산 어느 틈에 골룸이 숨어있을 것처럼 스산하기 짝이 없었다. 전망대에 서자 퀸스타운과 와카티푸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풍경이 빙하와 사람의 손으로 쓸어내린 지형과 묘하게 교차됐다. 퀸스타운의 거친 자연 풍광을 만끽하려면 와카티푸호수와 숏오버Shotover강과 카와라우Kawarau강을 제트 보트를 타고 온몸으로 체험하는 방법도 있다. 배가 뒤집힐 듯 거친 물살을 가르며 호수와 강, 계곡으로 이어지는 물길을 질주하는 쾌감이 짜릿하다. 노매드 사파리 <반지의 제왕> 촬영지 투어, 19세기 마을 풍경을 간직한 애로우타운Arrowtown, 글레노키Glenorchy 등 퀸스타운 주변의 명소를 4륜구동 자동차로 여행할 수 있다. 가격은 성인 165뉴질랜드달러. www.nomadsafaris.co.nz 카와우라 제트 퀸스타운 선착장에서 출발해 카와우라강, 숏오버강을 가로지르는 제트보트. 가격은 코스에 따라 245뉴질랜드달러부터. www.kjet.co.nz 1 제트보트를 타고 카와라우강과 숏오버강을 질주하면서 퀸스타운의 광활한 풍경을 감상했다 2 번지점프는 뉴질랜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액티비티.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기분이다 3 스키퍼스 캐년에서 내려다본 퀸즈타운의 풍경. 수만년 전, 빙하가 거칠게 훑고 간 자리에 물이 고이고, 사람이 살고, 양이 풀을 뜯으며 살고 있다 Walking Around Queenstown 호수가 보이는 언덕에서의 달빛 정찬 연간 200만명 가량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퀸스타운은 인구 2만명에 불과한 소도시다. 도심의 규모도 도보로 10분 이내에 모든 곳을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다. 이 작은 도시에도 쇼핑과 다이닝을 즐길 만한 매력적인 곳들이 많아 평화로운 호반의 풍경과 잔디밭에 누워 한가로이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여유를 누리다가 아담한 다운타운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퀸스타운 가든에서는 주말마다 장터가 펼쳐진다. 미술 작품, 수제 공예품이 전시되며, 히피 같은 음악인들의 라이브 공연도 펼쳐진다. 이곳 타운에서는 뉴질랜드산 아웃도어 제품, 옥으로 만든 액세서리 등을 구매하면 좋다. 특히 양모 중에서도 메리노울Merino wool로 만든 옷들은 땀 배출이 잘 되면서도 보온력이 뛰어나다. 퀸스타운에서 가장 근사하게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는 케이블카를 타고 봅스힐Bob’s Hill로 올라가 와카티푸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스카이라인Skyline을 꼽을 수 있다. 저녁을 기다리면서 마오리족의 전통공연을 보거나 창가에 앉아 너른 호수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누가 익스트림 스포츠의 메카가 아니랄까 봐, 이곳에서도 패러글라이딩, 언덕썰매, 산악자전거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체험할 수 있다. 스카이라인 퀸스타운 다운타운에서 곤돌라를 탑승하고 산에 올라 다양한 액티비티와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곤돌라 탑승은 성인 25뉴질랜드달러, 뷔페 식사와 곤돌라 탑승 패키지는 성인 72뉴질랜드달러. www.skyline.co.nz 4, 5 봅스힐에 자리한 스카이라인에서는 원주민의 전통공연을 관람한 뒤, 석양을 마주보며 근사한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다 6 호반에 위치한 주민들의 쉼터, 퀸스타운 가든에서는 라이브 공연과 다양한 수제품을 파는 노천시장이 주말마다 열린다 ▶travie info 항공 뉴질랜드 퀸스타운까지 가려면 최소한 한 차례 이상 환승을 해야 한다. 대한항공이 북섬의 오클랜드에 취항하고 있지만, 국내선 항공을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도쿄에서 출발하는 에어뉴질랜드를 이용하면 북섬의 오클랜드,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를 경유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문의 에어뉴질랜드 02-737-4025 기후 퀸스타운은 남반구에서도 남쪽에 위치해 한국과 계절이 정반대다. 우리의 여름철인 6~8월 퀸스타운은 스키의 메카로 변신하고, 11월부터 4월까지는 온화한 날씨로 등산객이 많이 찾는다. 환율 1뉴질랜드달러 = 914원(8월 기준). 물가는 우리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3050 노숙인 8人 희망 노래로 다시 시작합니다

    영등포구에서 전국 최초로 노숙인 밴드가 떴다. 구는 12일 영등포동 노숙인 쉼터 ‘보현의 집’에서 노숙인들에게 자존감과 자활의지를 심어주고 잃어버린 삶의 꿈을 되찾아 주기 위해 ‘드림 플러스 밴드’를 창단했다. 이번 밴드 창단은 지난 5월 한 노숙인이 조길형 구청장과의 면담에서 “음악 활동을 하고 싶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게 출발점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노숙인 자활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던 구는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노숙인의 여가 활용을 돕고 잃어버린 자신감도 되찾아주기 위해 음악 밴드를 만들었다. 밴드 창설에는 한국마사회와 노숙인 쉼터 ‘보현의 집’도 큰 도움을 줬다. 마사회가 악기 구입 등 초기 운영에 필요한 비용 1800만원을 부담했고, 보현의 집은 단원 모집을 도왔다. 지난 5월부터 영등포 지역 내 노숙인 쉼터 4곳을 중심으로 단원 모집에 나선 결과 최근까지 8명이 가입해 보컬·기타·드럼·건반·행사진행 등의 역할을 맡았다. 34세부터 53세까지 다양한 연령대 노숙인이 모였다. 꿈을 키운다는 뜻을 담은 드림 플러스 밴드는 창단식을 시작으로, 음악 동호회 활동은 물론 거리 공연과 취약 계층을 위한 자원봉사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구는 연습실을 제공하는 등 밴드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조 구청장은 “드림 플러스 밴드는 지자체와 기업, 노숙인 시설이 함께 힘을 모아 노숙인 자활을 도운 첫 번째 사례”라면서 “밴드 구성원 모두가 잃어버린 자활의 희망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성범죄 잠재적 피해·가해자 가출 청소년들…24시 들여다보니

    성범죄 잠재적 피해·가해자 가출 청소년들…24시 들여다보니

    성범죄 피해 문제는 가정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가출·학업중단 등 ‘벼랑 끝 청소년’도 똑같이 부딪치는 문제다. 차이점이라면 벼랑 끝에 선 청소년들이 스스로 범죄를 저지르는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가정여건 등의 위기요인으로 조화로운 성장과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이른바 ‘위기 청소년’이 2010년 기준 전체 청소년의 17%인 87만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위기 청소년의 대표격인 10대 가출 청소년의 하루를 들여다봤다. #“여러 번 손목도 그어 보고 술도 마시고 아파트 옥상에도 올라가 봤어요…. 죽으려고요.” 1년 전 처음으로 가출했다는 김모(17)양의 넋두리다. 초등학교 때부터 술만 마시면 기분이 안 좋은지 아무 이유 없이 자기를 손찌검하는 아버지가 싫어서였다. 하지만 4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새어머니 지갑에서 훔친 3만 5000원으로 시내를 쏘다니고 찜질방에서 시간을 보냈는데도 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배 고픈 것을 참을 수 없어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후 일주일 단위의 가출은 7~8차례나 계속됐다. 김양은 지난 5월 다시 집을 나왔다. 이번엔 4개월째다. 다니던 실업계 고등학교에서는 “아마 잘렸을 거예요.”라고 했다. “처음에는 집을 벗어나니까 좋았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 있을 곳도 없고 뭐 하나를 하더라도 항상 돈이 필요한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남자 만나고 술 마시고 여관 가서 잠도 자고 그러는 거죠.” 김양은 정오쯤 일어나 PC방을 찾는다고 했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하루하루 숙식을 해결해 줄 ‘스폰서’를 찾기 위해서다. “노래방이나 모텔 같은 데서 한번 자주면 한 3만원쯤 받는데 어떤 사람은 별도로 용돈도 줘요. 잘 곳도 생기고….” 이날도 채팅을 통해 스폰서 아저씨가 정해졌다.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는 날엔 전에 벌어놓은 돈으로 찜질방을 향한다. 김양은 “변태 같은 아저씨들 때문에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친절한 편”이라며 “공원에서 노숙을 하더라도 집에 가는 것보다는 밖이 낫다.”고 말했다. #박모(17)군은 가출 횟수만 20회가 넘는다. 이혼한 부모님과 떨어져 조부모 밑에서 지내던 박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를 따라 무작정 집을 나섰다. 그렇게 시작한 가출은 습관이 됐다. “그냥 집이 답답해서 나왔어요. 엄마 아빠랑 연락되는 사람은 없어요.” 박군은 가출 청소년을 위한 단기 쉼터에도 있어 봤지만 답답해서 나왔다. “집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나왔죠. 잠은 아파트 계단이나 공원 등지에서 잤어요.” 대형마트 시식 코너에서 허기를 채우거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등을 훔쳐 먹었다. 오토바이를 훔치다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박군은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가출팸’(함께 모여 지내는 가출 청소년 집단)과 공원 등지를 돌아다니며 오전을 보낸다. 이달 말 오토바이 절도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게 되는 그는 재판이 ‘무서워서’ 다시 집을 나왔다고 했다. 오후에는 춘천의 한 편의점에서 시급 4500원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돈은 6명의 가출팸 중 가장 나이 많은 ‘방장’이 관리하는데 각자 회비처럼 아르바이트한 돈을 모아 여관이나 모텔에서 잠을 잔다고 했다. “애들 보면 대부분 앵벌이 뛰거나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요. 뭐 급하면 집에 가서 돈 훔쳐서 다시 나오는 애들도 많아요.” 오후 11시,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박군은 가출팸과 PC방에 간다. PC방에서 박군은 같이 놀 가출팸 여자를 구하기도 한다. “같이 담배 피우고 오토바이 태워 주고, 잘하면 걔네랑 잠도 자고….” 박군은 지금 생활에 크게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래도 엄마랑 살면 더 낫지 않을까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가출 여학생 48% 성폭력 피해…쉼터 제공 등 적극적 보호 필요

    # 지난 3월 중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돼 가출한 A(13)양. 오갈 데 없이 거리를 헤매다 한 가스판매소에서 배달원으로 근무하던 김모(38)씨를 만났다. 김씨는 A양에게 며칠간 여관 등에서 잠자리를 해결해 줬고 밥도 사줬다. A양은 점점 김씨에 대한 경계심을 풀었다. A양은 지난 6월 5일 김씨로부터 “숨어서 담배 피우기 좋은 장소가 있다.”는 말을 듣고 김씨와 함께 울산 남구 여천천 다리밑으로 갔다. 좋은 아저씨인 줄 알았던 김씨는 순간 돌변했다. A양은 김씨로부터 무참히 성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지난달 27일 울산남부경찰서에 가출 여중·고생 5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 지난 4월 중순 경기 고양에서 또래 친구를 집단폭행하고 밤에 암매장까지 한 K(17)군 등 피의자 9명 가운데 6명은 대부분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가출한 10대 청소년들이었다. 가출한 뒤, 모텔 등지를 떠돌다 돈이 떨어지자 동급생들에게 성매매를 시킨 무서운 10대들도 있었다. 한 친구는 이들의 감시 아래 3개월 동안 성매매를 해야 했다. 각종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가출 청소년들을 보호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가출 청소년들은 흡연, 음주, 성폭행, 절도 등 각종 비행과 범죄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가출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결손가정에 대한 사회복지 확충 등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2006년 9389명이었던 가출 청소년은 2007년 1만 2237명, 2008년 1만 5336명, 2009년 1만 5114명, 2010년 1만 9440명, 2011년에는 2만 434명에 달했다. 5년새 가출 청소년 비율이 117% 늘어난 것이다. 13∼18세 일반청소년과 가출 청소년 4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성청소년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실태와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가출 또는 학업을 중단한 여성 위기 청소년의 47.7%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성 위기 청소년(24.1%)과 학교생활을 하는 여성 청소년(22.5%)들에 비해 2배 정도 높은 비율이다. 가출 청소년들이 모여 지내며 숙식을 해결하는 ‘가출팸’(가출 패밀리의 줄임말)은 성범죄의 온상이기도 하다. 시민단체인 세계빈곤퇴치회가 지난 5월부터 두 달 동안 서울·인천·대전 일대에서 가출 청소년 423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한 뒤, 만든 보고서에 따르면 가출팸을 구성한 뒤 이성을 성폭행하거나 폭력을 행사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8.6%였다. 성매매나 원조교제를 강요당하거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다른 ‘팸’들이 보내주지 않는다고 말한 응답자도 전체의 13.8%나 됐다. 가출 청소년들이 성범죄의 표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출 청소년 가운데 성폭행을 당하게 되면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학교로부터 가출에 대한 징계를 두려워해 경찰에 신고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광주 서부 경찰서에 가출 청소년 성폭행 혐의로 검거된 이모(43)씨의 경우, 피해 학생이 2년 만에 성폭행 사실을 경찰에 알리게 되면서 붙잡혔다. B양은 2년 만에 성폭행 사실을 알린 이유에 대해 “당시 가출과 성폭행 사실 등이 가족이나 다른 지인들에게 알려질 것이 두려워 함께 가출했던 친구에게 이를 털어놨을 뿐 경찰에 신고하지는 못했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가정과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한 예방이 해법이라고 말한다. 송원영 건양대학교 심리상담치료학과 교수는 “10년 전부터 해체 가정이라든지 조손 가족에서 부모의 학대, 무관심 등으로 집 밖을 택하는 탈출형 가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이들이 왜 가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들여다보면 결국 결손가족 등에 대한 사회 복지를 확충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은영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회장은 “정부 지원이 열악해 모든 가출 청소년을 쉼터가 다 받아 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와 도움과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쉼터 인력을 늘리고 질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명희진기자 kimje@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94) 상주 용포리 느티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94) 상주 용포리 느티나무

    300년쯤 된 느티나무 한 그루의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 조경 전문가라면 나무의 생김새나 규모를 보고 금세 값을 계산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으로 나무의 가치를 가늠하는 게 가능할까. 오래된 나무에는 필경 긴 세월의 풍진을 이겨낸 생명의 애옥살이는 물론이고, 나무를 심고 가꾸어온 조상들의 정신과 나무에 기대어 살아온 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담겨 있게 마련이다. 사람들이 그동안 나무로부터 얻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얻게 될 물리적 정신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당산나무, 정자나무 등으로 사람살이의 그늘이 되어,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온 나무라면, 그 값은 쉽게 매길 수 없다. ●15가구가 3300만원 모으기까지 “느티나무가 있다고 해서 당장에 도움 되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나무가 해마다 풍년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고, 또 나무에 치성을 드린다고 해서 당장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경북 상주시 낙동면 용포리 평오마을의 이인희(54) 이장은 나무를 통해 큰 덕을 얻을 건 없다고 단언한다. 그 점에서 마을 사람들 모두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은 마을 어귀에 서 있는 한 쌍의 느티나무를 지키기 위해 가구당 200만원씩이라는 결코 작지 않은 돈을 선선히 내놓으면서까지 나무를 지켜냈다. 사건은 3년 전인 2009년 여름에 시작됐다. 마을 어귀에 다정하게 서 있는 한 쌍의 느티나무가 마을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나무 수집상에게 팔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무가 서 있는 땅 주인이 나무의 값을 매겨 내놓은 것이다. 창졸간에 300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나무가 사라지게 됐다. 평오마을 사람들은 이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마을에 들어서려면 반드시 나무를 지나쳐야 했기에 오랫동안 할배 할매처럼 친근하게 느껴온 생명체였다. 그를 그렇게 떠나보낼 수 없었다. 수심 속에 가을걷이를 끝낸 마을 사람들은 머리를 맞대고 나무를 지킬 방도를 궁리했다. 오랜 궁리 끝에 먼저 각계에 탄원서부터 내기로 했다. ‘나무 이식 반대에 관한 주민 동의서’를 작성해 전체 주민의 동의를 받아 상주시청과 상주경찰서에 탄원서를 냈다. 주민들은 ‘할배 할매나무’라 부르는 한 쌍의 느티나무를 마을 역사의 산 증거이자 상징이라 했으며, 마을의 길흉화복을 같이하는 동반자이며 수호신이라 했다. 마을 사람 모두가 자신의 분신처럼 아끼는 나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탄원서 보내고 나무 수집상 설득하고 탄원서를 받은 상주시에서는 나무와 마을 환경을 조사했다. 나무는 이미 1997년에 보존 대상의 노거수로 지정된 바 있지만, 보다 치밀한 조사가 필요했다. 상주시는 전문가들의 조사를 거쳐 2010년 4월 27일에 나무를 보호수 10-08-01로 지정했다. 보호수 지정 절차는 마쳤으나, 그렇다고 상황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다. 나무 수집상은 이미 땅 임자에게 나무의 값, 1100만원을 치렀고, 나무 이식을 막는 주민들을 업무방해로 고소하고 손해배상까지 청구한 상태였다. 나무 수집상은 막무가내였다. 마을 사람들은 다시 머리를 맞대고 끝까지 나무를 지켜내기 위한 묘책을 강구했다. 나무 값을 치르더라도 나무만은 지키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가 돈이 어디 있겠어요. 한푼 두푼 모은 것과 대처에 나가 사는 자식들에게 돈을 좀 달라 해서 모았지요. 저 할배 할매나무 없이 우리가 어찌 살겠어요. 나무 없는 우리 마을 풍경은 상상이 안 돼요.” 마을에서 오래 살아온 임기수(66)씨의 이야기다. 나무 수집상에게 나무를 옮겨가지 않는다는 온전한 합의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모두 3300만원이 필요했다. 모두 해야 15가구밖에 안 되는 마을에서 집집마다 200만원씩 내기로 했다. 농촌 마을에서 200만원이라면 결코 작은 돈이 아니지만, 마을의 상징이자 분신처럼 여기는 나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흔쾌히 내놓겠다고 모두가 동의했다. 나무를 잃는 건 자신들을 낳아 키운 조상들의 은혜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수굿이 돈을 모았다. 나무 수집상과의 합의는 마침내 2010년 7월, 한참 농사 일로 바쁜 철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듬해인 지난 2011년 5월에는 경상북도에서 마을에 감사패를 수여했다. 각박한 현대 생활에서 한 그루의 나무를 지키기 위해 애쓴 마을 사람들의 노고를 두고두고 치하한다는 뜻에서였다. ●마을의 역사를 담고 서 있는 큰 나무 조선시대 때는 이 마을이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목이어서 마을에 관리들의 쉼터인 오리원과 마방을 세우기도 했다지만 지금은 흔적도 없다. 사라진 마을의 오랜 역사를 오롯이 간직한 건 한 쌍의 느티나무뿐이다. “우리 마을뿐 아니라, 인근에서도 유명한 나무예요. 옛날에는 영남 지역에서 한양으로 가는 나그네들의 중요한 쉼터이기도 했고, 요즘은 이 근방 사람들이 만날 약속을 하는 아주 중요한 자리가 바로 우리 나무이죠.” 평오마을로 귀농한 지 8년째인 박성하(57)씨는 나무를 지켜낸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나무는 그렇게 사람들에 의해 지켜졌다. 도저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나무의 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은 결코 적지 않은 부담이었을 돈을 흔쾌히 내놓았다. 제 앞가림만으로도 허청대는 요즘 세상에서 평오마을 사람들이 느티나무를 지켜낸 일은 흔치 않게 기억해야 할 특별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한 쌍의 느티나무를 지켜내고자 싸웠지만 정작 사람들이 지켜낸 건, 바로 사람살이의 안녕이었고, 조상들의 삶과 철학이 담긴 마을의 역사였다. 느티나무 앞에서 가만히 머리를 숙이고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글 사진 상주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경북 상주시 낙동면 용포리 31. 중부내륙고속국도의 상주나들목으로 나가서 선산 방면으로 1.4㎞ 가면 헌신교차로가 나온다. 우회전해 1㎞쯤 간 뒤 오른쪽으로 난 성동리 방면 도로로 빠져나간다. 3㎞쯤에서 나오는 삼거리에서 화산리 방면으로 우회전해 2.2㎞ 직진하면 삼거리가 나온다. 우회전해 2㎞ 남짓 가면 지방도로 916호선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좌회전해 4㎞쯤 가면 왼편으로 낙동초등학교 용포분교가 나오고 그 옆에 낙동농협 용포지소가 있다. 나무는 농협지소 뒤편 마을 어귀에 있다.
  • 연극 ‘일곱집매’로 본 기지촌 여성의 삶

    연극 ‘일곱집매’로 본 기지촌 여성의 삶

    “왜 굳이 이런 아픈 기억을 꺼내 들은 거죠?”(관객) “잊고 싶은 기억을 자꾸 끄집어내는 것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연극에서 나온 ‘닿을 수 없는 거리’라는 표현처럼, 슬픔이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어 우리는 이해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우리가 이 문제를 한국에 있었던 어떤 사건쯤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겁니다.”(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정말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인식에 따라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관객) “할머니들의 이야기이면서 현대사의 부침에 시달린 우리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제야 꺼내놓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인식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이 교수) 지난 2일 서울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는 한바탕 토론회가 열렸다. 주제는 과연 1950~70년대 기지촌 여성들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인가, 한국 현대사의 부침 속의 희생양에 불과한가이다. 주제를 던진 것은 이날 무대에 오른 연극 ‘일곱집매’였다. 일곱집매는 주한 미군 캠프인 험프리가 있는 경기 평택시 안정리의 옛 이름이다. 일곱 집이 다정한 자매처럼 살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군사비행장을 만들기 위해 밀어버렸고, 6·25전쟁 때 미 공군 비행장으로 바뀌어 캠프 험프리가 들어섰다. 이 안정리 기지촌을 무대로, 연극은 이제는 노인이 돼 쓸쓸히 살아가는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담고 있다. 무대는 할머니들이 사는 작고 허름한 방 7개에 둘러싸인 앞마당이다. 기지촌 아이들의 입양 문제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준비하는 한국계 미국인 하나가 이곳을 찾았다. 냉정한 순영 할머니와 발랄한 화자 할머니, 기지촌에서 낳고 자란 청년 춘권, 미군 철수 활동가 상철, 기지촌의 젊은 여성 필리핀인 써니를 만나 그들의 삶을 기록한다. 아들 마이클을 미국으로 입양 보낸 순영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려던 하나는 되레 질문을 받는다. “기자, 작가, 어린 여대생들까지 내 이야기를 듣고 갔지. 하지만 달라진 게 없어. 선생은 뭐에 쓰려고 하지? 박사학위를 따는 거 말고는, 뭐가 달라지는데?” 하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다른 기지촌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 등을 거쳐 그가 찾아온 대답은 ‘기록’이다. “인간이 단 한 명이라도 살아 있는 한 영원히 망각될 수 없도록. (할머니) 죽기 전에 슬픔을 새겨두고 떠나요. 사람들이 몰랐다고 말할 수 없도록.” 두 할머니가 털어놓는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기지촌에 들어온 어린 순영이 미군에게 하룻밤 대가로 받은 돈은 40달러. 살림에 보태고 동생들을 공부시키는데 유용했다. 아버지는 몸을 팔았다면서 때리기 일쑤였지만 돈이 부족하면 또 순영을 찾았다. 당시 정부는 ‘외화벌이 산업역군’이라면서 미군을 ‘손님’으로 받을 수 있도록 성병관리까지 했다. 행여 도망이라도 갈까봐 ‘애국자’라고 부추기고 “나중에 아파트 한 채 받을 수 있다.”는 사탕발림으로 유출을 막았다. 한국 현대사의 부침 속에 시달리던 여성들은 이제는 ‘자발적으로 몸을 판 양공주’라는 오명과 정부의 외면 속에서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 연극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처절하게만 그리지 않는다. ‘눈물을 담아둔 둑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애써 욕지거리를 해대면서 유쾌하게 포장하는 화자 할머니가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한다. 덕분에 2시간 30분에 달하는 연극은 지루할 새가 없다. 대본을 쓴 이양구(극단 해인 대표)씨는 “(화자 할머니는)긴 연극을 끌어가기 위해 설정한 인물이 아니라 실제 할머니들에게서 본 모습의 일부”라면서 “너무나 아픔이 깊어서 선뜻 꺼내 들지 못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포장하면서도 늘 죄책감에 사로잡혀 계시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1950~70년대 우리나라의 기지촌 문제는 강제냐 자발이냐 이런 차원이 아니라, 국가가 개인에게 준 상처와 제도적·구조적 폭력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정리에서 10년째 기지촌 할머니들을 돌보면서 이 공연을 기획한 햇살사회복지회 우순덕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관심이 연극 ‘나비’(2005)를 통해서 확산됐듯이 이 연극으로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9일까지. 1만~1만 5000원. 070-8236-0445.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61명 생존 할머니 전용 ‘치유의 안식처’ 만든다

    61명 생존 할머니 전용 ‘치유의 안식처’ 만든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힐링센터’가 만들어진다. 최근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이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다시 상처를 받은 할머니들에게 안식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포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인근 건립 현대중공업은 위안부 할머니 전용 ‘치유와 평화의 집’(가칭)을 개설하기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10억원을 지정 기탁한다고 30일 밝혔다. 치유와 평화의 집은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인근에 건립될 예정이다. 힐링센터는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 61명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활동가들과 함께 미래 세대에 역사 교육도 하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여성가족부에 등재된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국내외에 모두 61명으로 연령대는 84~94세다. 1991년 8월 김학순 할머니가 정대협 신고전화에 자신이 피해자임을 신고할 당시에는 235명이었다. 그러나 20년이 넘는 세월 속에 4분의3에 가까운 할머니들이 제대로 된 일본 측의 사과도 받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했다. ●무료 치유 프로그램·역사교육 병행 앞서 정대협 회원단체 중 불교인권위원회 여성위원회는 1992년 서교동에 ‘나눔의 집’을 임시로 열었다. 이후 경기 광주 퇴촌면으로 옮긴 나눔의 집에는 현재 할머니 8명이 편히 지내고 있다. 또 정대협은 2003년 12월 서대문구 정대협 사무실 인근의 전세주택을 ‘우리 집’이라는 쉼터로 만들어 문을 열었으나 10여년이 지나자 주거 형태로만 유지되면서 비거주자를 위한 쉼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가 한·일 양국 간 정치 외교 논란으로 결론이 나지 않는 동안 피해 할머니들이 언제든 치유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전문 공간은 마련되지 못했던 셈이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숙소는 할머니들의 편안한 사적 공간으로 활용하고 현대중공업에서 제공하는 힐링센터는 치유와 역사의 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8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수요 집회’ 1000회를 앞두고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 집회장을 찾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한 바 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양천, 전통시장 고객지원센터 ‘최다’

    양천구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인해 침체되고 있는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구는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연말까지 목4동시장에 고객지원센터를 설립한다고 27일 밝혔다. 목4동시장에 고객지원센터가 건립되면 구는 서울 자치구 중에는 가장 많은 4개의 고객지원센터를 갖추게 된다. 앞서 구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신월4동 경창시장과 신월1동 신영시장에 각각 고객지원센터를 만들었으며 지난달 26일 목3동시장 고객지원센터를 준공했다. 이를 위해 구는 지금까지 71억 19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고객지원센터 내에는 공동배송센터와 고객만족센터, 고객쉼터, 교육장, 화장실 등을 갖췄으며 쇼핑카트를 마련해 어린이 동반 주부나 노약자들이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했다. 공동배송서비스를 위한 차량 4대와 오토바이 4대도 지원했다. 또 각종 보상품이나 시상품으로 전통시장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을 비롯해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도입, 고객 만족을 위한 놀이방과 휴게실 운영, ‘전통시장 가는 날’ 지정 운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추재엽 구청장은 “상인들의 의식 변화를 돕기 위해 상인대학과 서울시 상인아카데미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소금융중앙재단과 연계해 자금 운용이 어려운 영세 상인들에게 낮은 금리와 간편한 절차로 소액 신용대출 서비스인 마켓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총 3억 6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동탄2 신도시 동시분양 ‘후끈’…아파트 어디가 좋을까

    동탄2 신도시 동시분양 ‘후끈’…아파트 어디가 좋을까

    가을 분양시장이 크게 열렸다. GS건설, 모아종합건설, KCC건설, 우남건설, 호반건설 5개사가 수도권 최대규모 자급형 신도시 동탄2지구 A-10블럭 위치에 동시분양한다. 분양가는 인근 1기 신도시 시범단지 시세대비 저렴한 3.3㎡당 1030만~1,040만원대선 안팎으로 비슷하며 침체에 빠진 수도권 분양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5개사의 첫 분양은 총 4103세대, 85㎡이하의 분양성이 양호한 중소형 아파트로서 지난 5.10대책으로 전매제한기간이 1년으로 단축돼 실수요자 및 투자자의 청약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첫 동시분양 아파트 중 눈에 띄는 단지로는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GS건설의 ‘동탄센트럴자이’다. GS건설은 ‘동탄센트럴자이’가 동탄신도시에서 첫선을 보이는 프로젝트인 만큼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자이의 이미지에 맞는 차별화된 아파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동탄2신도시 A10블록에 위치한 ‘동탄센트럴자이’는 1F~25F 10개동, 총 559세대 규모로 고객 선호도가 높은 전용 72㎡형과 84㎡형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GS건설은 최근 2년여간 중소형 평면개발에 주력한 모든 노하우를 ‘동탄센트럴자이’에 도입해 맞춤형 신평면 설계를 선보인다. 4Bay 위주 평면으로 전용 72㎡형에는 실내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납공간을 제공하고, 전용면적 84㎡형에는 가족실, 서재, Mom’s office(주부 오피스 공간)와 같은 다양한 공간연출이 가능한 알파스페이스(α-SPACE, 일부 제공)와 넓은 서비스 면적을 제공한다. 장애인과 노약자의 안전을 위해 장벽을 없앤 ‘Barrier Free 설계(2등급 예비인증완료)’도 적용했다. 여기에 기준층 천정고가 2.4m로 일반아파트보다 10cm 높아 개방감을 극대화했으며, 선호도가 낮은 1층 세대의 천정고를 2.6m로 제공키로 했다. 또 전용 84㎡형 복층형 4세대에는 테라스까지 제공 예정으로 금회 동시분양 중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과 가점 커트라인이 기대된다. 이밖에 스타일옵션 적용으로 고객취향에 맞춰 마감재의 종류 및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이 단지는 교통과 주거 환경면에서도 최고의 입지를 자랑한다. KTX와 광역급행버스 등이 정차하는 광역환승시설과 중심상업시설이 도보로 이용가능하며, 단지 남측과 서측으로 치동천과 선납제천이 흘러 뛰어난 조망권과 주거 쾌적성을 자랑한다. 또한 하천 교차부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성하는 근린공원이 들어설 계획으로 운동과 산책 등 여유있는 주거생활이 가능해 생활환경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상에는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녹지공간이 마련되고 단지 내외부가 하나의 녹지축으로 연계되는 그린네트워크 단지로 조성된다. 동탄역 도보이용이 가능한 입지환경에 근린공원과 하천을 끼고 있어 최근 자연과 치유의 합성어로‘자연을 통한 치료’를 뜻하는 에코힐링 개념을 도입한 아파트로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절감에도 자이만의 특색을 살렸다. ‘동탄센트럴자이’는 각 가구에 고성능 단열재와 로이 이중창(발코니 확장세대 한함), 고효율 전열교환 환기시스템을 적용해 난방비를 절감키로 했다. 이밖에 공동시설에는 태양광 발전시스템, 우수 재활용시스템을 도입해 자연에너지 활용을 통해 공동관리비를 절감할 계획이다. 또한, 장애인과 노약자의 안전을 위해 장벽을 없앤‘Barrier Free 설계(2등급 인증)’, 아이들을 위한 ‘School Bus Zone’, ‘타이머형 가스차단 자동식 소화기’, ‘디지털도어락’과 외출시 현관에서 조명, 가스, 승강기 호출이 가능한 ‘일괄소등스위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제어기능 등 똑똑하고 안전한 스마트하우스 설계를 선보인다. 게다가 자이만의 고품격 커뮤니티시설인 자이안센터가 단지 전면부에 배치돼 외부공간을 조망하며 레저와 문화공간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운동기구를 갖춘 피트니스센터와 GX룸, 실내골프연습장, 독서실, 어린이문고 등 편의시설이 제공될 계획이다. 단지내에는 입주민을 위한 텃밭, 잔디광장, 산책로, 티테이블이 있는 쉼터 등 집에서 멀리 떠나지 않고도 주변 자연을 느끼며 휴식과 여가를 취할 수 있도록 감성의 휴식까지 설계했다. 동탄센트럴자이의 모델하우스는 동시분양 합동모델하우스 부지에 위치하며, 주소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영천리 205-1번지다. 인터넷뉴스팀
  • 강제퇴거 1년… 서울역 노숙인을 만나다

    강제퇴거 1년… 서울역 노숙인을 만나다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이 섞어서 사는 게 세상살이 아닙니까? 노숙인이라고 건물에 들어오지도 못하는 게 말이 됩니까? 완전히 후퇴해도 한참 후퇴한 것 아닙니까?” 서울역에서 2년 째 노숙생활을 하고 있다는 박형수(가명·55)씨의 말이다. 24일 밤 8시 케이블채널인 서울신문STV로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에서는 강제퇴거 1년을 맞은 서울역 노숙인들을 만났다. 21일 낮 12시 서울역 광장에는 무료급식소를 찾아 삼삼오오 모여드는 노숙인들이 보인다. 강제퇴거 조치가 있은 지 1년이 됐지만 시행 전 모습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지난해 8월 22일 코레일은 시민의 안전과 서울역 이미지 개선을 이유로 노숙인들에게 밤 1시 30분부터 4시 사이에 역 내에서 취침을 금지하는 강제퇴거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노숙인에 대한 차별은 낮에도 이어진다. 노숙인들은 서울역 광장에서 비 피할 곳이 없어 처마 밑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눴다. 옛 서울역 건물 주변은 차단봉이 설치돼 접근조차 못 했다. 가로수와 가로등 밑은 앉기 불편한 구조로 돼 있어 잠시 쉴 자리마저 잃었다. 노숙인 인권단체인 홈리스행동의 설문 조사 결과, 강제퇴거 조치로 인한 피해를 묻는 질문에 조사대상의 23.8%가 ‘비나 더위, 추위 등을 피할 곳이 없어졌다’고 대답했고, 19.9%가 ‘억울함·모멸감·심리적 위축이 심해졌다’고 응답했다. 서울시는 노숙인들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주거 및 일자리 지원과 상담·응급구호 활동, 쉼터 확대 등 노숙인 지원정책을 마련했지만 노숙인 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일 서울역 주변 노숙인은 243명으로 지난해 8월 23일 조사했던 218명보다 되레 25명 늘었다. 매일 오후 11시를 기준으로 집계되는 노숙인 수도 평균 200명에서 230명 안팎으로 나타났다. 이우룡 서울시 자활정책팀장은 “서울역 노숙인은 경기악화 등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계속 유입되는 부분이 있다. 이분들 위해서 앞으로 정신질환자, 노숙 시설기피자 등 유형별로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 ‘TV 쏙 서울신문’에서는 29일부터 열리는 ‘제14회 런던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경기도 이천에 있는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땀 흘리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만났다. 또한 올해로 백수(99세)를 맞은 한국 추상미술 1세대 한묵 화백을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만났다. 지자체장 릴레이 인터뷰에서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꿈이고 소망”이라고 말하는 김영종 종로구청장을 만나 그간 구정살림의 소회와 앞으로 남은 임기의 계획을 들어본다. 성민수PD globalsms@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이 너그러운 그늘이 소산댁 할머니에겐 또 하나의 친정입니다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이 너그러운 그늘이 소산댁 할머니에겐 또 하나의 친정입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명실상부한 정자나무로 사람의 마음에 자리 잡으려면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그리는 어린 시절 풍경에 오롯이 떠오르는 나무여야 한다. 나무는 먼 길을 휘휘 달려서 다다른 고향 마을의 면사무소 앞 조붓한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우고 천천히 걸어가는 길 곁에 있으면 좋다. 면사무소 울타리를 따라 소방소 파출소를 지나고, 빨간색 표지판이 반기는 우체국에 들러 도시에 남겨둔 벗들에게 고향 소식을 담은 손편지를 쓸 수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다. 우체통에 편지를 접어 넣은 뒤, 가만가만 마을 안으로 돌아들면, 우뚝 서서 반기는 큰 나무, 그 아래 평상에서 늙은 어머니가 집 떠난 자식들을 기다리며 앉아 있다면, 고향 정자나무의 풍경은 비로소 완성된다. ●열여섯 각시 설움부터 여든 노인 푸념까지 품어 전남 담양 무정면 봉안리 술지마을의 정자나무 풍경이 꼭 그랬다. 나무를 찾아 무정면사무소 앞에 자동차를 세우고 천천히 골목길을 돌아드는데, 반갑게 나선 건 아담한 우체국이었다. 편지 한 장 쓰지 않고서는 지나치기 어려울 듯한 시골 우체국이다. 우체국을 지나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오른 한 그루의 은행나무가 길을 막아선다. 그 우람한 나무 그늘 아래 놓인 반듯한 평상 위에는 어느 시골 마을에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우리네 어머니 한 분이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우리 마을에서는 이 나무 그늘이 제일 시원해. 우리 집은 저 위에 있는데, 더워 견딜 수가 없으면 여기로 나오지.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여기는 시원하거든.” 열여섯에 이 마을로 시집 와서 산다는 소산댁(80) 할머니는 긴 무더위에 대한 푸념을 그렇게 털어놓았다. 나무는 천연기념물 제482호인 ‘담양 봉안리 은행나무’다. 천연기념물이라고는 하지만, 봉안리 은행나무는 여느 천연기념물처럼 가까이 하기 어려운 위엄을 갖추었다거나 독불장군처럼 홀로 우쭐대지 않는다. 그저 여느 시골 마을이라면 있음직한, 그렇고 그런 큰 나무다. 누구라도 품어 안을 수 있는 너그러움을 갖춘 외할머니 품처럼 편안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나무가 작아서 하찮아 보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무는 한눈에도 늠름한 위용을 갖추었다. 키는 15m나 되고, 줄기 둘레는 8m를 넘는다. 새로 돋은 맹아지 하나가 줄기 곁에 바짝 붙어서 자라났다. 맹아지는 얼핏 봐서 또 하나의 다른 가지로 보이지 않고, 그저 하나의 줄기에 난 굴곡으로 볼 수 있을 만큼 바짝 붙어있다. 그 덕에 나무의 줄기는 실제보다 더 굵고 우람하게 다가온다. ●지금도 정월대보름 마을사람들 모여 당산제 “은행이 무지하게 많이 맺혀. 좀 지나 가을 되면 하도 많이 떨어져서 냄새도 심하지만, 이 옆을 지날 때에는 조심해야 해. 은행 열매의 독이 오를 수도 있거든. 옛날에는 열매를 주워서 동네 자금을 만들어 썼는데, 요즘은 그냥 두더라고. 아무나 와서 주워가도 되지만, 독 오르니까 조심해야 해.” 자식들을 모두 대처로 내보내고 홀로 시골 집을 지키고 있는 소산댁 할머니는 마을 일에 무관심한 듯, 마치 남의 일처럼 이야기한다. 자신의 몸 간수만으로도 살기 힘든데, 마을에서 은행을 줍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투다. “안 아픈 데가 없어. 이 나이 되면 다 그렇겠지만, 온몸이 다 쑤시고 아파. 나무야 나보다 많이 살았지만, 저리 튼튼해 보이잖아. 하긴 나무가 아픈지 아닌지 내가 어찌 알겠어?” 건강 체질로 보이는 노인이지만, 할머니는 그 나이쯤의 노인들에게 자연스레 찾아오는 잔병 치레로 고생이 많은 모양이다. 허리도 꼿꼿하고, 음성도 강렬하고, 귀나 눈도 전혀 어둡지 않다. 그리고 가만히 나무를 쳐다보며 마치 ‘나무는 아프지 않아 좋겠다.’고 말을 건네는 듯하다. 봉안리 은행나무는 500살을 넘긴 늙은 나무다. 나무라고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어디 아픔이 없었을까만, 겉으로는 소산댁 할머니처럼 건강해 보인다. 나무는 때때로 통곡의 울음 소리를 낸다고 한다. 그가 아파했던 것은 대개의 큰 나무들이 그런 것처럼 임진왜란이나 6·25전쟁처럼 나라에 큰 일이 벌어지던 때였다. 나무 그늘에서 자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땅에 일어나는 불길한 일을 나무도 아파했다는 이야기다. 나무는 오랫동안 마을의 당산나무로 살아왔다. 지금도 정월대보름이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정성껏 당산제를 지낸다. 모두 합하면 150가구 정도 되는 비교적 큰 마을이어서, 당산제를 올릴 때면 나무 앞의 작은 길과 나무 옆의 공터가 사람들로 가득 메워진다고 한다. ●500년 사람살이 흔적을 담다 나무가 그저 크기만 하다고 해서 푸근하게 느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큰 나무는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제압해 주눅이 들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정작 나무가 푸근하게 느껴지는 건 어떻게 우리와 더불어 살아왔는지에 대한 흔적에 달려있지 싶다. 봉안리 은행나무는 지난 500년 동안 마을 어귀에서 마을에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의 평안한 쉼터로 살아왔다. 봄이면 어김없이 연초록의 잎을 내고 꽃을 피웠으며, 여름 되면 푸른 잎으로 수굿이 빛과 바람을 모아 열매를 무성히 맺어 마을 살림살이를 보탰다. 마을 사람들이나 그들의 오두막집이 바뀌어도 나무는 언제나 고향 마을 지킴이로 그 자리를 똑같이 지켰다. 팔십 평생을 살아온 늙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이마에 흐른 땀을 가만가만 식혀주며 나무는 사람살이의 안녕을 기원했고, 이 땅에 평화가 깨질 때마다 큰 울음을 울었다. 고향을 생각할 때마다 맨 앞에 떠오르는 나무가 아닐 수 없다. 글 사진 담양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전남 담양군 무정면 봉안리 1043-3 술지마을. 88올림픽고속도로의 담양나들목으로 나가면 담양공고 교차로가 나온다. 1㎞ 쯤 직진하면 담양경찰서 앞 백동사거리에 이른다. 여기에서 우회전하여 옥과 방면으로 5.2㎞ 남짓 가면 왼쪽으로 무정면사무소가 나오고 면사무소 뒤편으로 농공단지와 마을이 이어진다. 비교적 큰 마을이다. 봉안리 은행나무를 찾아가려면 면사무소 앞에 마련한 조붓한 주차 공간에 자동차를 세우고, 예쁜 우체국이 있는 마을 길을 따라 100m 쯤 걸어가야 한다.
  • 노숙인 되레 25명 늘고 ‘상처’만 키워

    노숙인 되레 25명 늘고 ‘상처’만 키워

    21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 밖에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30여명의 노숙인들이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통로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 땅바닥이 젖어 더러는 종이박스나 낡은 매트를 깔고 앉아 있었고, 그마저도 마땅찮은 사람은 덜 젖은 곳을 골라 앉아 비를 피하고 있었다. 22일은 코레일 측이 심야시간(오전 1시 30분~4시)에 서울역 역사에서 노숙인들에 대해 강제 퇴거조치를 시행한 지 꼭 1년째 되는 날이다. 당시 코레일은 시민 안전과 서울역 이미지 개선 등을 내세워 강제 퇴거조치를 단행했고, 이런 조치에 반대했던 서울시는 이를 계기로 주거와 일자리 지원, 상담·응급구호 활동, 쉼터 확대 등 노숙인 지원정책을 잇달아 쏟아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퇴거조치로 노숙인들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만 나타날 뿐 규모는 1년 전보다 오히려 늘었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현재 서울역 주변의 노숙인은 243명으로 강제퇴거가 단행된 다음 날인 지난해 8월 23일의 218명보다 25명이 늘었다. 매일 오후 11시를 기준으로 집계하는 노숙인 수 역시 200~230명으로 강제 퇴거조치 시행 후 이렇다 할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울역에서 만난 노숙인 김모(44)씨는 “지금은 30여명에 불과하지만 밤에는 모두 돌아온다.”면서 “낮에는 주로 서소문공원이나 남산공원 등지를 떠돌다가 저물면 잠을 자기 위해 다시 역 주변으로 모여든다.”고 전했다. 지난 1년 사이 노숙인에 대한 강제 퇴거조치는 더욱 강화됐다. 심야시간대에만 이뤄지던 퇴거조치가 한낮에도 계속됐다. 노숙인 장모(35)씨는 “경비원들이 노숙인은 가로막고 못 들어가게 한다.”면서 “화장실을 사용하려 해도 쫓아내니 해도 너무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노숙인들은 역사 밖에서도 밀려나고 있었다. 박모(38)씨는 “여름철에는 광장 벤치에서 더위나 비를 피하곤 했는데 이마저 모두 없애버렸다.”면서 “역사 계단에도 앉지 못하게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숙인 인권단체인 홈리스행동이 최근 노숙인 50명을 대상으로 강제퇴거 조치로 인한 어려움을 묻는 조사에서 ‘비나 더위, 추위 등을 피할 곳이 없는 것’이라는 응답이 2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19.9%는 ‘억울함·모멸감·심리적 위축이 심해졌다’고 응답해 강제 퇴거조치로 인한 심리적 박탈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숙인을 보는 사회적 시선은 점차 싸늘해지고 있다. 서울시에서 구상했던 노숙인 자유카페가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백지화된 가운데 영등포와 용산 등에서도 쉼터 등 노숙인시설이 주민 반대에 부딪혀 설치되지 못하고 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집행위원장은 “강제퇴거는 노숙인 복지가 취약한 상황에서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혐오와 노숙인들의 상처만 키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밝혔다. 신진호·김소라기자 sayho@seoul.co.kr
  • 홍대 옆 들여다보기

    홍대 옆 들여다보기

    ‘사람 많은’ 유흥가로 변해 가는 듯한 ‘홍대 앞동네’의 풍경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그래서 넘쳐나는 인파를 피해, 사라진 문화를 찾아 홍대의 변두리로 향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STREET 홍대 옆 자마이카왕-강렬한 이국적인 매력을 뽐내는 ‘자마이카왕’은 남미 특유의 분위기와 레게, 스카 음악에 취해 볼 수 있는 레게 바이다 홍대 옆 들여다보기 ‘사람 많은’ 유흥가로 변해 가는 듯한 ‘홍대 앞동네’의 풍경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그래서 넘쳐나는 인파를 피해, 사라진 문화를 찾아 홍대의 변두리로 향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그들의 발길이 향한 길 끝에는, 북적거리는 홍대 중심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랑스러운 매력들이 오롯이 숨어 있다. 에디터 트래비 글 Travie writer 백선영 사진 Travie writer 서동철 Area 01 홍대옆 상수동 & 당인동 두 개의 시간이 함께 흐르는 곳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가는 홍대 중심가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을 뿐이지만, 상수동과 당인동 일대는 신기할 만큼 시간이 더디게 가는 동네다. 오래된 연립주택과 아파트, 작은 원룸 건물만이 즐비하던 이곳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3년 전 홍대 복합문화공간의 상징인 ‘이리 카페’가 이사를 오면서부터이다. 이후 작은 카페와 밥집들이 와우산 3길 주변에 하나둘씩 들어서게 되었고, 상업화되어 가는 홍대를 아쉬워하는 이들의 갈증을 풀어 주는 오아시스로 자리매김했다. 조용한 골목에 드문드문 들어선 개성 넘치는 밥집과 술집에서 밤새 이야기를 나누던, 딱 90년대 홍대의 모습이 이곳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오래도록 골목을 지킨 터줏대감들과 새롭게 둥지를 튼 젊은 이주민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스스럼없이 공존하는 모습 또한 이곳의 매력 중 하나다. 아직도 옛날 방식으로 깨를 볶아 참기름을 짜는 기름집 바로 옆에 원두를 볶아 커피를 내리는 카페가 있고, 디카를 들고 골목을 구경하는 이방인과 길가에 앉아 쉬던 할머니가 자연스레 인사를 건네며 지나치는, 두 개의 시간이 얽혀 만들어 내는 묘한 풍경이 일상이 되어 흐르는 곳. 그리고 그 풍경이 이끄는 대로 그저 발길을 옮기기만 하면 어느 새 이 동네와 친해진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장르를 넘나드는 아티스트들의 사랑방 이리 카페 한쪽에서는 독립영화 감독들이 수다를 나누고 한쪽에서는 클럽 DJ가 노트북으로 열심히 믹싱 작업을 하며, 홀로 집필에 몰두하는 작가들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지는 곳. 산울림소극장 근처에 자리했다가 3년 전 지금의 상수동에 새롭게 둥지를 튼 이후에도 수많은 예술가들이 들락거리며 쉬어가는, ‘예술인들의 아지트’다. 물론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찾아와서 편하게 쉬어갈 수 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엄청난 양의 디자인 서적, 화보집, 소설, 시집, 각종 잡지들이 이곳에서의 시간을 더욱 즐겁게 해준다. 커피와 차, 간단한 식사까지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고 생맥주와 안주류도 판매해 간단히 술 한 잔 하기에도 좋다. 부정기적으로 낭독회나 공연, 사진전 등의 이벤트를 개최하며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337-4 영업시간 오전 11시~새벽 1시(일요일 새벽 2시) 문의 02-323-7861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갤러리와 카페의 멋스러운 동거 그문화 다방 & 갤러리 이리 카페와 더불어 상수동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꼽히는 곳. 일러스트 작가와 콘텐츠를 연구하는 아트콘텐츠그룹 ‘엠큐피엠’이 운영하는 갤러리 겸 카페로, 차를 마시며 각종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오른쪽은 갤러리, 왼쪽은 카페 공간으로 나뉘어 있으며 약 한 달 주기로 교체되는 전시 정보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커피와 차 등 음료는 물론이고 샌드위치, 피자, 맥주, 위스키에 이르기까지 주류도 충실한 편. 그중에서도 직접 삶은 국산 팥과 근처 참기름 집에서 공급받은 미숫가루로 만드는 팥빙수는 꼭 맛봐야 할 메뉴이다. 직접 구워내는 수제 호두타르트와 고소한 쿠키도 일품이다. 마지막으로 이곳의 마스코트인 ‘검둥이’를 꼭 만나 볼 것. 사람을 잘 따르고 순해서 손님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인기스타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당인동 28-9 1층 영업시간 낮 12시~새벽 1시(일요일 오후 1시~밤 10시) 문의 02-3142-1429 www.artetc.org 전국의 명품 막걸리 다 모여라 무명집 송명섭막걸리, 대대포막걸리, 산이막걸리를 아시는지? 이곳은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브랜드 막걸리가 아니라 전국의 장인들이 솜씨를 발휘해 만든 명품 생막걸리를 두루 맛볼 수 있는 막걸리펍이다. ‘제대로 만드는 안주와 술만으로 승부한다’는 주인장의 고집은, 일일이 직접 마셔 보고 선정한 최고의 막걸리 리스트와 함께 음식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차돌박이 버섯잡채, 홍어삼합, 해물 김치 반반전 등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직접 만들어 낸 안주들은 어느 것을 주문해도 만족스럽다. 실내를 잔잔히 채우는 70~80년대 추억의 가요들은 30~50대 손님들에게 훌륭한 술친구가 되어 주며, 미대 출신의 주인장이 직접 인테리어 한 감각적인 분위기의 실내는 20대의 감성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하다. 그 때문일까? 이곳의 단골들은 연령 폭이 무척 넓은 것이 특징이다. 어떤 막걸리를 마실지 고민된다면 가장 인기 있다는 제주 한라봉막걸리와 김해 봉하막걸리, 해남 산이막걸리를 선택해 보자. 주소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329-7 2층 영업시간 오후 5시~새벽 2시 문의 010-2722-0119 재활용 예술의 끝판왕 앤트러사이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을씨년스러워 보이는 오래된 공장 건물이 이토록 멋진 카페로 재탄생할 줄을. 철골이 그대로 드러난 지붕과 보수가 시급해 보이는 허물어진 벽, 녹슨 철문으로 만든 테이블, 오래된 컨베이어 벨트 등 폐기해야 할 것 같은 각종 소품들로 대담하게 멋을 낸 앤트러사이트는 홍대에서 가장 독특한 카페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쪽에 자리한 창고에서는 매일 원두를 로스팅하는데, 커피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약배전(약하게 볶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7가지 원두 중 하나를 선택하면 그 자리에서 갈아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는데 꼭 맛봐야 할 메뉴이다. 치즈스테이크 샌드위치와 직접 구워내는 크랜베리 스콘도 맛있다. 저녁 늦은 시간에 왔다면 맥주 한잔으로 더위를 식혀 보자. 주소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57-6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2시(주말 오전 9시~밤 11시) 문의 02-322-0009 T clip. 이곳도 놓치지 마세요 카페 코알라 테이크 아웃 아메리카노가 단돈 2,000원! 샷 추가도 무료인 착한 카페. 이태리식당 달고나 테이블이 5개뿐인 작은 파스타집이지만 언제나 줄서서 먹어야 하는 인기 맛집. 카페 스톡홀름 유럽풍의 외관이 근사한 카페.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운영한다. 쇼낸 심야식당을 떠올리게 하는, 제대로 된 일본식 요리와 사케를 맛볼 수 있는 이자카야. 탐라식당 고기국수, 멜튀김, 몸국 등 생소한 제주도 음식을 두루 내놓는 식당이다. LP愛 해바라기 카페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곳. LP음악이 흐르는 카페이다. 바 상수리 ‘바 다’를 운영하던 오너가 새로 차린 칵테일 바. 가끔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해찰하기 좋은 곳 뭐 그리 대단할 건 없다. 길은 비밀을 알려주지도, 거창한 철학을 설파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홍대 주변을 천천히 해찰하는 자들은 시시껄렁한 골목 사이에서 영감을 흡수한다. 사소한 것들에 애정을 쏟느라 우회하는 만큼 세상은 넓어진다. Area 02 홍대옆 연희동 은근슬쩍 떠오르는 문화예술의 보금자리 ‘연희동’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대부분은 고급 주택가나 전직 대통령이 사는 곳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를 것이고, 맛있는 중국요리집이 모인 곳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희동의 이미지란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연희동을 이야기할 때, ‘문화예술’이라는 단어를 빼놓으면 이곳을 제대로 설명할 길이 없다. 그저 조용한 주택가에 불과했던 연희동에 예술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서울문화재단에서 문인들을 위한 창작공간인 ‘연희문학창작촌’을 오픈한 2009년 말의 일이다. 비슷한 시기를 전후해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홍대를 빠져나온 작가들의 작업실과 크고 작은 문화 공간들이 하나둘씩 둥지를 틀기 시작했고, 낮은 단독주택들 사이사이로 감각적인 외관의 갤러리들이 거짓말처럼 들어서면서 어느새 연희동은 홍대를 대체하는 새로운 문화예술의 대안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연희동의 명소들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연희동의 랜드마크로 통하는 ‘사러가 마트’를 출발점으로 잡는 것이 좋다. 거미줄처럼 뻗은 골목에 보일 듯 말듯 숨어 있는 독특한 외관의 갤러리, 아트스튜디오, 가정집을 개조한 카페와 레스토랑을 마치 동네 주민처럼 산책하며 둘러보는 것이 제대로 된 공략법이다. 높은 빌딩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산책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요소이다. 골목 산책을 끝낸 후 ‘궁동공원’에 오르는 것도 잊지 말 것. 그곳에서 연희동이 품은 최고의 예술작품이라고 불러도 좋을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예술가의 비밀 아지트로 놀러 오세요 갤러리 싱킹강 드로잉 작가 강일구씨가 작가와 대중이 스스럼없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자신의 집을 개조해 오픈한 비영리 갤러리 겸 쉼터이다. 작가와 작품에 대해 잘 알고 있든 그렇지 않든 누구나 유쾌하면서도 따스한 예술세계에 빠져 볼 수 있는 곳이다. 지하에는 작가의 작품 30~40점이 전시된 갤러리와 영화나 LP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스크린 룸, 세미나실이 자리하고 있고 아슬아슬한 나선형 계단을 따라 3층의 다락방으로 올라가면 작가의 아담한 작업실이 펼쳐진다. 공간들을 차례로 둘러본 후 지하의 휴식 공간에서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일행들과 원하는 만큼 쉬고 놀다가 가면 된다. 각자 먹을 음식을 준비해 가서 조리해 먹을 수도 있으나 술 반입은 금지이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방문을 원하는 날로부터 최소 3일 전에 미리 이메일로 예약을 해야 한다. 개관시간 오후 7시30분~밤 12시 문의 ilgook@hanmail.net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근사한 나만의 작업공간을 갖고 싶다면 더 미디엄 언뜻 보기엔 멋진 카페처럼 보이는 이곳은, 미디어 아트 관련 일을 하는 에이전시 ‘더 미디엄’의 사무실이자 갤러리, 아카이브, 회원제로 운영되는 오피스 카페의 4가지 테마를 지닌 복합공간이다. 조용히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개인 공간 혹은 작은 사무실이 필요할 경우 회원 등록을 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월 회비 20만원을 내면 1일 드립커피 1잔이 제공되며, 여기에 6만원을 더하면 점심식사가 포함된다. 작업기간이 짧다면 주 단위로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프린터와 스캐너, 팩스, LCD 모니터, 프로젝터 등 기본적인 사무기기도 갖춰져 있으며 미리 얘기하면 작은 회의나 미팅을 열 수도 있다. 통유리로 된 실내는 밝으면서도 따뜻한 분위기이며, 한쪽에 자리한 서재에서는 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한 각종 예술서적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132-27 3층 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문의 070-4084-8965 www.themedium.co.kr 주택가 한복판에 자리한 갤러리 카페 카페 129-11 번지수를 카페 이름으로 그대로 사용한 이곳은 차를 마시며 예술작품을 구경할 수 있는 갤러리 카페이다. 주인장의 동생인 배준성 작가와 더불어 김남표, 장펑 등 국내외 컨템퍼러리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카페 벽면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천장에 가득 붙어 있는 삼나무 조각들은 동적인 흐름을 표현한 작품인 동시에 도심에서 삼림욕 효과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주인장의 아이디어. 특히 혼자 온 손님이 독서와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치한 1인용 테이블이 특색 있다. 동네 카페 치고는 메뉴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인데 직접 시켜서 먹어 보면 비싸다는 생각이 사라진다. 다른 카페에 비해 양이 무척 넉넉하며 어떤 음료를 시키더라도 잔이 비면 즉시 아메리카노 커피를 리필해 준다. 런치 메뉴로 제공되는 프렌치 토스트와 소시지, 달걀, 음료가 함께 나오는 프렌치 토스트 세트가 인기 있으며 흑임자 빙수, 유기농 두유 녹차 셰이크는 둘이 먹어도 넉넉할 만큼 양이 많다.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129-11 영업시간 오전 11시~밤 11시 문의 02-325-0129 T clip. 이곳도 놓치지 마세요 카페 포르 편안한 분위기의 갤러리 카페이자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 에스프레소 하우스 가정집을 개조한 분위기의 로스팅 카페. 테라스 공간이 예쁘다. 뱅센느 민트색의 외관이 돋보이는 카페. 블루베리 팬케이크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코미치 앙증맞은 인테리어와 귀여운 소품이 사랑스러운 카페. 테이크아웃시 40%를 할인해 준다. 베어리버거 최근 오픈한 따끈따끈한 수제 버거집. 패티를 참숯에 구워내 은은한 향이 일품이다. 김뿌라 연남동의 유명 스시집이 최근 이곳에도 오픈했다. 저렴하고 맛있는 오늘의 생선초밥(1만5,000원)이 대표 메뉴. 민스 키친 모던한식 레스토랑. 정갈하게 담겨 나오는 한식 메뉴를 코스로 즐길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여야 대선주자들의 8·15] 野, 독도·위안부 강경메시지… 민심 보듬기

    [여야 대선주자들의 8·15] 野, 독도·위안부 강경메시지… 민심 보듬기

    민주통합당 대선경선 후보들은 15일 광복절을 맞아 독도·위안부 문제에 대해 저마다 강경한 메시지를 쏟아내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으로 공분한 민심 끌어안기에 주력했다. 문재인(얼굴 왼쪽) 후보는 이날 주한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 참석, “과거사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일본의 전범기업들이 한국에서 공사를 수주하지도, 정부 조달에 참여하지도 못하게 전범기업의 한국 내 입찰제한 지침을 제대로 만들고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위안부 문제에 우리 정부는 제대로 따지지 못했다.”면서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 약탈해 간 문화재 반환도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 타협 없다” 김두관 후보는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위안부 피해자 생활쉼터 ‘나눔의 집’을 찾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그는 “이렇게 후보가 되어서야 찾아뵌 것을 너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대통령이 되면 위안부와 일제 강제징용, 원폭피해 등 일본과의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8·15메시지를 통해 집권 1년차부터 헌법개정에 착수, 남북화해협력 정신을 헌법에 포함시키고, 통일부를 대북교류 지원부서로 바꿔 지방자치단체의 대북교류를 전면 자유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가운데) 후보는 “일본군 중위 다카키 마사오였던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 박근혜”라며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경선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이날 전남 해남 옥매산 정상에 일본이 민족 정기를 끊기 위해 박아놓은 쇠말뚝 앞에 서서 이같이 말한 뒤 “박근혜 후보는 민족적으로 역사적으로 대통령은커녕 후보가 될 자격도 없다.”고 공격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반일감정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 독도 문제는 일본보다 더 차분하고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박준영 “DJ 햇볕정책 계승자” 손학규(오른쪽) 후보는 서울 효창동 백범 김구 선생의 묘역을 찾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의 관계가 적대관계가 됐다.”며 “대선을 맞아 남북 관계의 대전환을 이뤄야 하고 2013년을 남북통일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영 후보는 전남도청 김대중 강당에서 열린 제6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서울-평양-워싱턴 연락대표부’ 설치와 남·북·미·중 4개국 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하며 자신이 DJ의 햇볕정책 계승자임을 강조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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