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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림, CO2 9억3500만t 저장… 공익가치 126조

    산림, CO2 9억3500만t 저장… 공익가치 126조

    “산에 산에 산에는 / 산에 사는 메아리 / 언제나 찾아가서 외쳐 부르면 / 반가이 대답하는 산에 사는 메아리 / 벌거벗은 붉은 산엔 살 수 없어 갔다오.” 현재 중장년층이 어린 시절 이맘때면 학교에서 늘 불렀던 동요 ‘메아리’의 한 구절이다. 5일은 ‘반갑게 대답하는 메아리’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심는 날인 식목일이다. 올해로 73회를 맞는 식목일은 1949년 처음 공휴일로 지정된 뒤 지속되다가 2006년 휴일에서 제외된 다음부터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기념일이 되고 있다.인류가 등장한 이후 산림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어 왔다. 초기에는 식량을 공급해 주고 목재로 이용되는 직접적 효용과 함께 종교나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는 대체자원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목재처럼 산림에서 얻는 자원의 활용도와 중요성은 낮아졌다. 그렇지만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 환경 개선 효과, 토양 침식·산사태·가뭄 방지 등 간접적 활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5년 주기로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환산해 발표하고 있는데 2014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8.5%에 해당하는 126조원의 가치가 있으며 국민 한 사람당 249만원의 혜택을 주는 것으로 평가됐다. 산림의 공익적 기능에는 토사 유출 방지, 산림휴양, 홍수 조절과 저장량을 늘려 수자원을 확보하는 수원 함양, 산림경관, 산소 생성, 생물 다양성, 대기질 개선, 온실가스 흡수, 열섬 완화 등이 포함돼 있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기후변화와 줄어드는 생물 다양성, 에너지 위기 등이 국제적 이슈로 주목받으면서 산림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산림 보전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임업 선진국들은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을 위한 국가 정책을 마련해 실천하는 한편 산림과학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산림과학은 숲을 가꾸고 보호하며 이용관리하는 자연과학이면서 사회과학을 포괄하는 종합 학문이다. 산림과학은 ▲조림학, 수목생리학, 야생동물학, 산림생태학 등 생물학 분야 ▲산림자원경영학, 산림자원경제학, 공원휴양학, 산림사회학 등 사회과학 분야 ▲산림유전육종학, 산림측정학, 환경보전공학, 산림수확공학, 산림토목공학 등 공학 분야로 분류될 수 있다. 한국에서 산림과학은 1890년대 일본을 통해 서양의 임학(林學)이 수입된 것을 시작으로 1922년 조선임업시험장이 설립되면서부터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임학이 처음 수입됐던 조선 후기 산림 면적은 전 국토의 76%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민둥산’이 당연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황폐화됐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2년부터 시작된 치산녹화 사업으로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산림강국으로 올라섰다. 그 덕분에 한국의 산림과학 수준도 세계적 위치에 올라섰으며 특히 단기간 산림녹화를 위해 나무 품종을 개량하는 산림육종 분야는 임업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2015년 진행된 ‘제6차 국가산림자원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말 한국 산림면적은 633만 5000㏊로 남한 면적의 63.2%를 차지한다. 전체 산림면적으로 따지면 전 세계 58위 수준에 불과하지만 국토 면적 대비 산림비율로 따지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핀란드(73.1%), 일본(68.5%), 스웨덴(68.4%)에 이은 4위 수준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산림만큼 효율이 높지 않다. 실제로 국내 산림에서 9억 3500만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이 중 나무가 53%, 산림 내 흙이 43%, 낙엽이 4%를 저장한다. 탄소 저장 효율은 침엽수림보다는 활엽수림이나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여 자라는 혼효림이 더 높다. 현재 국내 산림은 소나무, 잣나무 등 침엽수종이 39.6%로 가장 많고 활엽수종이 32%, 혼효림이 26.9%로 구성돼 있다. 산림학자들은 “산림은 인류에게 여러 가지 이로움을 제공해 주는 중요한 자원이자 그 자체로 거대한 생태계”라며 “무분별한 산림자원의 파괴가 지구 환경 악화와 자연자원 고갈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산림자원을 파괴하는 ‘되먹임 고리’를 만들고 있는 만큼 산림이 제 기능을 유지하도록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남한산성~경기도자박물관~화담숲’ 광주시티투어 오세요

    ‘남한산성~경기도자박물관~화담숲’ 광주시티투어 오세요

    경기 광주시는 7일부터 6월 24일까지 매주 주말에 남한산성 등 주요 관광지 3곳을 하루 코스로 둘러보는 시티투어 버스를 운영한다고 3일 밝혔다. 광주시티버스는 서울시청과 교대역에서 출발을 해서 수도권 지역 관광객들도 쉽게 이용이 가능하며 코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인솔자와 문화관광해설사가 동행한다. 관광코스는 남한산성과 경기도자박물관, 화담 숲 등이며 주요 관광지 방문뿐만 아니라 모노프린트 판화와 딸기 수확, 상추아줌마 만들기, 워터젤리 화분 만들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광주왕실도자기축제(4월 27일 ~ 5월 13일), 퇴촌토마토축제(6월 22일 ~ 24일) 기간 동안에는 축제장도 방문해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참가비는 성인과 아동 모두 1인당 1만2000원이며 차량비, 체험비, 입장료, 문화관광해설서비스, 인솔비용 등을 포함한 비용으로 중식비는 별도이다. 24개월 미만 유아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시티투어 일정은 광주시청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며 운영업체인 로망스투어(02-318-1664)에서 예약하면 된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공무원 대나무숲] 사람의 가치 정책의 가치

    대학을 갓 졸업 후 취직한 나에게 회사는 노동을 넣어주면 월급이 나오는 자판기처럼 느껴졌다. 1년쯤 지나 특별한 의미 없이 허우적대고 있을 즈음, 술자리에서 얼큰해진 선배가 한마디를 던져줬다. “난 내 일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지 생각하면, 가끔 일이 즐겁고 설렐 때가 있어.” 그 말의 각별함을 모른 채 시간은 흘렀고 회사를 그만 둔 후 공무원이 되었다. # 공무원도 ‘사회적’ 직업 어릴 적 교과서에서 배우 듯 직업이란 대단히 ‘사회적’인 것이다. ‘사회적’이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말이다. 나는 요리사와 건축가라는 직업을 좋아한다. 이들의 손끝은 곧장 실제적인 편의와 행복을 불러온다. 다른 사람들의 피와 살이 되며, 안식처가 된다. 누구나 공무원이 ‘사회적’인 직업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영향을 미치는 ‘관계의 직접성’뿐 아니라 ‘관계의 규모’ 면에서도 독보적이다. 좋은 정책 결정 하나가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생각을 전환시키며, 미래의 방향을 결정하기도 한다. 남는 학교 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재활용하는 것은 참 좋은 정책 결정이다. 최소한의 예산으로 어린이집을 늘려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혜택을 주고, 교육부와 복지부로 이원화된 국가적 교육자원을 연계해 사용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다. 향후 많은 초등학교에서 어린이집·유치원이 함께 운영된다면 미래의 교육적 내용과 학업제도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사람’을 먼저 생각했기에 가능한 정책 결정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많았을 유혹과 어려움을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 사람이 중심인 정책 만들기 고민 그러나 같은 이유로 정책 결정에 ‘사람’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로 개입되면 결과는 비극적이다. 굳이 사례를 거론하지 않아도 머릿속에는 주마등처럼 많은 일들이 스쳐간다. 나를 비롯한 많은 공무원들이 하루 종일 컴퓨터를 마주하고 보고서와 씨름하며 열심히 일한다. 사람들이 다 알아줄까 싶을 만큼 정말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그동안 나의 보고서에 ‘사람’의 가치가 있었는가 자문해 보면 자신할 수 없다. 그들은 멀리 있어 보이지 않고, 그 수도 너무 많아서 특정한 개념으로만 인식된다. 직업에서 ‘사람’의 가치를 찾으려는 건 어쩌면 매우 당연한 마음가짐이다. 매년 약 20만명의 사람들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나도 그들의 마음과 같았다. 내가 그들의 기회를 나눠 이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탬이 될 수 있을지 조금 더 노력해 볼 일이다. 따뜻한 봄이 가기 전에 15년 전 선배에게 대포 한잔 청해야겠다. 중앙부처 주무관
  • 늪에 빠진 아기 코끼리, 굴착기로 구출

    늪에 빠진 아기 코끼리, 굴착기로 구출

    인도 산림관리원들이 소형 굴착기를 사용해 늪에 빠져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아기 ‘코끼리 구출 작전’을 지난 14일(현지시각) 중국 외신 CGTN에서 보도했다. 이 아기 코끼리는 인도 남부 하산(Hassan) 마디할리(Madihalli) 마을에 있는 한 늪에 구조 하루 전날에 빠졌다고 한다. 아기 코끼리는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밤새도록 발버둥 쳤지만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어 쓰러져있는 상태였다. 영상 속에 보이는 늪은 비교적 작고 깊지 않게 보였지만, 이 아기 코끼리에겐 큰 장벽과도 같았나 보다. 아기 코끼리의 상황을 알게 된 산림관리원들은 구조작업을 위해 동트는 새벽까지 기다렸다. 또한 코끼리가 스스로 나올 수 있는 작은 길을 만들기 위해 소형 굴착기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너무 지쳐있었던 코끼리는 굴착기가 터 준 길로 나올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굴착기 버킷으로 코끼리 엉덩이 부분을 살며시 밀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했고 마침내 늪에서 거의 벗어날 수 있었다.하지만 곧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늪에서 벗어난 코끼리가 숲 쪽으로 가는 대신 굴착기 운전석 쪽으로 코와 얼굴을 들이대며 위협하는 것이었다. 당황한 운전자와 관계자들이 굴삭기 안에서 혼비백산 뛰쳐나왔다. 다행히 주위 구경꾼들이 소리를 질러 코끼리를 진정시켰고, 마침내 코끼리는 숲 속으로 제 갈길을 가게 됐다. ‘물속에서 꺼내 줬더니 보따리 내노라’는 아기 코끼리. 그래도 무척이나 귀엽다. 사진 영상=CGTN/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종로 “숲 푸르게 걸어요”

    종로 “숲 푸르게 걸어요”

    서울 종로구는 8일 사직단 공원에서 ‘2018 종로구 걷기동아리’ 발대식을 갖는다고 7일 밝혔다. 발대식 직후 사직단에서 출발해 인왕산 자락길, 수성동계곡, 윤동주 문학관, 백사실계곡을 거쳐 세검정까지 3.5㎞를 걷는다.회원들은 숲길 체험 해설사와 함께 걸으며 숲 식물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등 자연보호 활동도 한다. 종로구는 건강도시 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2016년부터 걷기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140여명의 회원들이 매주 목요일 함께 걸으며 종로 곳곳을 살피고 있다. 지난해 총 33회에 모두 1222명이 참여했다. 구는 걷기지도자 양성 등 관련 사업도 병행한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대학가 제보 공론화… 공동행동… 8일은 #미투 정점 찍는 날

    동국대, 카톡오픈방 열어 피해 상담 고려대는 대자보 붙여 규탄 목소리 주요대 총학들 ‘미투 지지’ 연대 성명 여성의 날엔 신촌 등서 거리행진도 檢 “이윤택, 경찰 성폭력수사대서 수사” 교육부, 고은 詩 교과서 삭제 본격 추진 박재동 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직 사퇴 대학가에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이 확산일로다. 집단 대응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동국대 총여학생회는 2일 학내 교수들에 대한 미투 운동을 학생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주 부총여학생회장은 “현재 동국대 교수 2명을 상대로 고발할 사안이 확인됐고, 피해 사례는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추가 제보를 받아 제보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공론화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총여학생회는 또 미투 운동만을 위한 대나무숲 페이지를 별도로 운영하고 성폭력 피해 제보와 상담을 위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도 열기로 했다. 주요 대학 총학생회는 이날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연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미투 운동은 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면서 “여러분이 낸 용기로 연대해 더 성평등한 대학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점으로 미투 운동 지지와 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외침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여학생위원회는 학내 대자보를 통해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가해자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동국대와 중앙대 등도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등에서 대학생 공동행동에 나선다. 중앙대 박지수 성평등위원장은 “낙태죄 폐지를 중심으로 진행하려다 최근 성폭력 고발이 늘고 있기 때문에 대학과 직장 내 성폭력 근절을 요구하며 행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화여대 학생신문인 이대학보는 교내 학생들이 경험한 성차별 사례를 모아 학보에 익명으로 게재할 계획이다. 각 대학의 페이스북 익명게시판인 ‘대나무숲’에는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글이 더 가파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명지대 뮤지컬학과의 한 재학생은 대나무숲에 “술자리에서 뽀뽀, 터치, 성적 발언 등 선배·후배·동기 그리고 제가 당한 것들은 입에 올리기 싫을 만큼 추잡스럽고 교묘했다”고 썼다. 한편 경찰은 연극연출가 이윤택(66)씨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8일 이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 16명의 집단고소 사건에 대한 수사를 서울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에 맡겼다. 최근 홍익대 교수로 임용된 연희단거리패 김소희(48) 대표는 이씨의 성폭력을 방관 또는 조력했다는 의혹으로 강의에서 배제됐다. 학교 측은 “김 대표가 수업을 맡아도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예상돼 일단 교수 직무를 정지했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신속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사만화가 박재동(66) 화백은 자신의 성추행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날 사단법인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교육부는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고은(85) 시인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아이고 성희롱인 줄 몰랐네” 민주당 의원들 대상 교육 실시 왜

    “아이고 성희롱인 줄 몰랐네” 민주당 의원들 대상 교육 실시 왜

    정치권에서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제대로 알기 열풍이 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성평등교육을 실시했다. 민주당이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런 교육을 실시한 건 17대 국회 이후 오랜만의 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회적 현상인 미투 운동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고 미투 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외부 강사를 데려오지 않고 비례대표인 정춘숙 의원이 일일 강사로 나섰다. 정 의원은 여의도 입성 전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상임대표 등을 역임한 성폭력 문제 전문가다.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여러 상임위가 열려 일정이 빠듯했음에도 80여명의 의원들이 교육에 참석하는 등 미투 운동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정 의원은 30여분간 진행된 교육에서 다양한 성폭력 사례 특히 페이스북의 국회 보좌진 익명 게시판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게시된 다양한 문제를 제시했다. 게시판에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의원님이 그걸(미투 운동) 응원하시다니?일상에서는 성차별적인 발언, 술자리에서는 성희롱 발언을 아무 생각 없이 내뱉던 의원님의 입이 아직 제 눈에 선하네요’, ‘의원회관 내의 성추행과 성희롱에 대해 쉬쉬해왔다. 가능하면 지금이라도 추악한 악의 근원을 도려내야 한다’, ‘술 처먹고 밤마다 여자 직원들한테 전화질하는 걸로 유명한 보좌관이 결국 사고 쳤다’ 등의 고발이 많았다. 또 술자리에서 러브샷, 블루스 강요 등도 문제라고 지적됐다. ‘여성의원들 무섭다. 무슨 말하기가 겁난다’ 등도 성희롱 사례로 설명했다. 특히 칭찬이라고 착각하고 ‘요즘 여기자들은 성적이 아니라 외모로 뽑았다’고 건네는 말이 성희롱 사례로 제시되자 남성 의원들이 뜨끔해했다는 후문이다. 정 의원은 성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동료 의원이 성희롱을 저질렀다면 이게 바로 성희롱이라고 꼭 말해주기, 성희롱 사건을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기, 만약 실수했다면 즉시 사과하기, 시도당·지역위원회 출마 시 성평등 교육 이수증 제출 등이다. 의원들은 이날 교육이 매우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한 남성 의원은 “처음에는 왜 교육을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문제 사례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특히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희롱 사건을 봐야 한다는 점에서 크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도서관 천국 부천시민 “책이 있어 행복합니다”

    도서관 천국 부천시민 “책이 있어 행복합니다”

    부천에는 크고 작은 도서관이 200여개나 있다. 지난해 부천시가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로 지정된 결정적 이유로 도서관을 빼놓을수 없다. 부천시는 그동안 많은 시민들이 도서관과 친해질 수 있도록 걸어서 5분 이내 도서관 건립 사업과 다양한 책읽기 프로그램을 펼쳐왔다. 올해는 유네스코 창의도시로서 다양한 도서관 정책을 펼치고 책으로 성장하는 행복한 부천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걸어서 5분 이내’ 구석구석 도서관 확충 부천에는 시립도서관 13개소를 비롯해 작은도서관 21개소와 학교도서관, 사립문고, 이동도서관 등 다양하게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누구나 생활 속에서 쉽게 책을 접하고 읽을 수 있도록 도서관 확충에 힘써온 결과다. 특히 문화시설이 부족한 역곡이나 옥길·고강지역 내 공공도서관 건립을 추진한다. 역곡공원 내 조성되는 역곡도서관은 오는 12월 개관 예정이다. 공원·원미산과 연계한 숲 생태체험과 북캠핑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특화한다. 또 옥길지구 내 별빛마루도서관과 고강선사유적공원 내 수주도서관이 2020년 문을 연다. 건축과 인테리어 통합설계로 공간디자인을 혁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립 작은도서관도 확충한다. 신흥동 어울마당과 상동복지문화센터 내 조성될 작은도서관은 내년 3월 개관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 함께 달려볼까요, 생활 독서운동 ‘독서마라톤’ 시는 시민 삶에 녹아드는 맞춤형 독서프로그램들로 책 읽는 문화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책으로 달리는 독서마라톤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5회째인 독서마라톤 대회는 마라톤을 하는 것처럼 꾸준히 책을 읽어 독서 목표코스를 완주하는 생활독서운동이다. 개인별 목표 코스 설정 후 대출도서의 독서기록일지를 작성하면 도서 한 쪽을 거리 2m로 환산한다. 도서관 회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여 코스는 풀코스(4만 2195m), 하프코스(2만 1100m), 단축코스(1만m), 걷기코스(5000m), 가족 풀코스(4만 2195m)가 있다. 2월부터 11월까지 언제든 참여할 수 있다. ● 서점에서 책 빌려보세요 ‘희망도서바로대출서비스’ 지난해 첫 시행 후 큰 호응을 얻었던 희망도서바로대출서비스도 올해 확대해 운영한다. 희망도서바로대출서비스는 시민이 직접 가까운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빌려 본 뒤 반납하면 도서관 장서로 등록된다. 시립도서관에 희망하는 도서를 신청하고 대출까지 2~3주가량 걸렸던 기존방식을 개선하고 예산을 늘렸다. 삼정동 선경문고가 새롭게 서비스에 참여해 모두 10개 서점에서 희망도서바로대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글쓰기에 관심 있는 시민을 대상으로 일인일저(一人一著) 책쓰기 전문가 과정과 시민작가 양성 책쓰기 프로그램 등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문학 교육사업도 추진한다. 김만수 시장은 “누구나 책과 친해지고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도서관이 많은 부천에서 책으로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낭만 ‘설경’ …충만 ‘설국’

    낭만 ‘설경’ …충만 ‘설국’

    요즘 강원 지역으로 나라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동계올림픽이란 메가 이벤트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교통, 숙박 등 적잖은 불편도 예상되지만 여전히 관심은 뜨겁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등이 ‘관광벤처기업과 함께 떠나는 겨울 이색 테마여행’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평창과 강릉, 정선 일대에서 즐길 수 있는 이색 프로그램들로 꾸려졌다. 테마는 모두 10개다. 이를 5개 업체가 나눠 진행한다. 눈꽃 속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 보물찾기 하듯 표식을 따라 달리는 해시 런, 산속에서 즐기는 설피 트레킹 등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가득하다. 여행 상품 비용 중 일부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지원한다. 값이 저렴한 만큼 일부 상품의 경우 일찍 매진될 수도 있다. 프로그램별 세부 정보는 평창여행의달 홈페이지(winter.visitkorea.or.kr)의 ‘관광벤처기업 겨울 이색 테마여행’ 배너를 누르면 확인할 수 있다. 링크된 각 기업 홈페이지를 통해 할인된 가격에 예약할 수 있다. 아웃도어 크루에선 모두 5개의 상품을 운영한다. ‘눈꽃 트레킹’은 국내 눈꽃 여행의 성지로 꼽히는 태백산과 인제 자작나무숲 등 두 코스로 나뉘어 진행된다. 진행되는 날짜도 다르다. ‘낭만 백패킹’은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프로그램이다. 야영 초보자를 위해 백패킹 전문 직원이 동행한다. 눈 쌓인 잣나무 숲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며 잠들 수 있는 평창 오대산과 눈 뜨면 파란 바다가 펼쳐지는 강릉 괘방산 등에서 각각 진행된다. 겨울철 눈 쌓인 산에서 해돋이를 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트레일 러닝’은 환상적인 겨울 풍경 속을 달리는 프로그램이다. 겨울 눈꽃으로 유명한 대관령과 선자령에서 열린다. ‘해시 러닝’은 길 위에 분필이나 밀가루 등으로 일정한 표식을 그려놓고, 이를 따라 길을 찾아가는 비경쟁 달리기를 뜻하는 말이다. 보통 5㎞, 길게는 10㎞를 달린다. 속초 학무정 코스와 평창 선자령 코스로 나뉘어 진행된다. 스키·보드 캠프는 횡성에서 열린다. 산바다 스쿨에선 ‘산악스키’와 ‘설피 트레킹’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산악스키는 등산과 스키가 결합된 레포츠다. 등산의 즐거움과 스키 활강의 짜릿함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평창의 오대산과 안반데기, 강릉의 선자령과 칠성산, 정선의 가리왕산 등에서 날짜를 나눠 각각 진행된다. 산악스키 기초 강습에 이은 투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설피 트레킹은 이름처럼 설피를 신고 눈 쌓인 산자락을 걷는 여행 상품이다. 설피 트레킹을 마친 뒤 인근에서 열리는 겨울 축제에 참가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대관령 목장 트레킹은 평창 송어축제, 강릉 단경골 트레킹은 겨울 퍼포먼스축제, 정선 함바위골 트레킹은 고드름축제와 각각 묶였다.  와우투어에서 진행하는 ‘雪레는 강릉’은 자전거 라이딩과 커피 만들기 체험 등으로 꾸려진 1박2일 상품이다. 영동 지역 최대 규모인 강릉 중앙시장에선 닭강정, 아이스크림호떡 등 골라 먹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경포호 일대에서 자전거 라이딩을 즐길 수도 있다. 기상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딸기체험, 목공체험 등으로 대체된다. 커피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커피 로스팅 체험도 재밌다. 같은 원두라도 내리는 사람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오색체험 팜투어’는 강원 지역 향토음식과 겨울축제, 한류 드라마 촬영지 등을 돌아보는 당일 여행 상품이다. 정선에선 삼탄아트마인, 아리랑시장, 고드름축제장 등을 돌아본다. 평창에선 오대산과 월정사, 대관령 눈꽃축제 관람 등의 일정으로 꾸려졌다. 시골투어에서 운영한다.  ‘패럴림픽과 함께 스파이 루트 투어’는 패럴림픽 참가 선수를 응원하고 땅굴 등 북한의 도발 장소도 찾아보는 이색 상품이다. 패럴림픽 기간에 맞춰 진행된다. 비무장지대(DMZ) 전문가가 동행한다. 다만 외국인의 참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인 만큼 일정은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한국인도 참가할 수 있다. 일정은 대부분 강릉과 평창의 올림픽 경기 관람으로 구성됐다. 2일차에 양구의 제4땅굴을 돌아본다. 프로그램은 DMZ 스파이투어에서 운영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사진 한국관광공사
  •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역대급’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주 여성 손님 넷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우리나라를 찾는 이들이 한둘일까만 이들은 좀 특별했습니다. 올해 처음 시도된 ‘코리안 투어리즘 앰배서더’였으니까요. 우리 식으로는 한국 관광 명예대사쯤 될까요. 이들을 초청한 한국방문위원회 측에선 ‘한국 관광 알리미’라 표현했습니다. 이들은 온라인 세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이른바 ‘인플루언서’들입니다. 4박 5일 일정으로 내한한 알리미들은 2박 3일에 걸쳐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 강릉과 평창, 서울 등을 둘러봤습니다. 이들을 따라 강원과 서울 일대를 돌아봤습니다.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국은 어떤 모습일지, 또 어떤 풍경에 심드렁할지 궁금했기 때문이지요. 여성들로만 이뤄진 터라 이들이 외국인 관광객 전체를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다만 여성 관광객의 시각은 확인할 수 있겠지요.# 강릉_영하 26도_미리 보는 평창 한국관광 알리미들이 강원도를 찾던 날. 평창의 기온이 영하 26도까지 곤두박질쳤다. 우리나라 사람조차 경험해 보지 못한 맹추위다. 한국관광 알리미들이 잘 견딜 수 있을지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한데 이는 기우였다. 한국을 잘 알고, 잘 대비했던 알리미들은 외려 보기 드문 추위를 한껏 즐겼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일행은 모두 4명이다. 미국 중동부 오하이오주에서 온 스타 렌가스와 대만 타이베이 출신의 린완링(지나, 이하 괄호 안은 온라인 활동 이름), 태국 방콕의 파타라라위 바우수완(베스티), 그리고 일본의 미요코 오모모 등이다. 이들의 주요 활동무대가 온라인인 만큼 KT에서 ‘속도 갑’의 와이파이 공유기를 제공했고, 숙소는 ‘가성비’ 높다고 소문난 롯데호텔 L7강남에 마련됐다.이번 팸투어는 강원 강릉과 평창, 서울을 묶어 돌아보는 2박 3일 일정이다. 강원 지역은 K트래블버스 운행 코스대로 돌았다. K트래블버스는 각 지역의 명소를 1박 2일로 돌아보는 외국인 전용 여행상품이다. 교통과 숙박, 통역까지 포함됐다. 애초 한국방문위에서 운영하다 지금은 각 지방자치단체로 업무가 이관됐다. 코스는 모두 7개다. 서울에서 출발해 강원, 충청, 대구 등을 오간다. 외국인 전용상품이긴 하지만 봄, 가을 여행주간 등엔 한국인 친구들이 동행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알리미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강릉의 올림픽홍보체험관이다. 올림픽 유치 과정의 자료와 경기장 시설 건립 현황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종목별 선수들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입체조형물 전시장과 스키 점프를 실감 나게 관람할 수 있는 4D체험관 등이 마련됐다. 건물들의 건축미도 빼어나다.# 안목해변_파란바다_꺄아 >0< 초당순두부로 점심 요기를 하고 오죽헌에 들러 한국 전통 가옥의 아름다움을 엿본 알리미들은 중앙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앙시장은 강릉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이다. 낡은 시장이지만 뜻밖에 젊은이들의 발걸음도 잦다. 새 명물로 떠오른 아이스크림호떡, 감자옹심이 등의 먹거리를 찾는 이들이다. 이어 방문한 곳은 안목해변. 경포대가 강릉의 ‘고전’이라면 안목은 ‘신세계’쯤 되겠다. 예전엔 썰렁하기 이를 데 없던 곳이었지만 커피를 파는 카페들이 들어서면서 일약 강릉 관광의 ‘핫 스팟’으로 떠올랐다. 일정을 소화하느라 다소 피곤한 듯했던 알리미들의 표정은 안목해변에 닿자마자 활짝 펴졌다. 미국 중동부 지역에서 온 스타는 그럴 수 있다. 코발트빛 바다를 보는 게 흔한 일은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한데 베스티의 반응은 유별났다. 태국에도 우리 못지않게 빼어난 해변이 널려 있는데, 대체 왜? 그는 “바다 빛깔이 태국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태국의 바다는 대체로 연둣빛이다. 이에 견줘 한국의 동쪽 바다는 파란빛이다. 특히 겨울에는 잉크를 풀어놓은 것처럼 짙푸르다. 그는 이 빛깔이 마음에 든 거다. 물론 마음 한켠에는 TV드라마 ‘도깨비’를 촬영하느라 이 해변을 오갔을 배우 공유에 대한 상념이 단단히 자리를 잡았을 터다. 이어 평창으로 향한 이들은 올림픽 설상경기장을 돌아본 뒤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금강교_‘도깨비’다리_공유♥ 평창 여정의 핵심은 월정사다. 겨울철엔 눈 덮인 전나무 숲길이 특히 볼거리다. 전나무 숲길은 일주문에서 금강문까지 이어진다. 채 1㎞가 못 되는 거리에 반듯하게 솟은 전나무가 빽빽하다. ‘천년의 숲’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사실 숲에서 가장 나이 든 나무는 수령 370년 정도다. 대개는 수령 80년 안팎의 젊은 나무들이다. 숲은 오백 살 먹은 전나무 아홉 그루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들의 씨가 퍼져 지금의 숲을 이뤘다는 것이다.숲길의 들머리는 일주문이다. ‘월정대가람’ 현판 아래로 들어서면 전나무들이 빚어낸 수직세상이 펼쳐진다. 숲길은 곧지 않다. ‘S’자 모양으로 휘었다. 숲 가운데 모퉁이엔 성황각도 있다. 토속 신들을 모신 곳이다. 전나무 숲길의 끝자락은 금강교다. 다리는 그리 오랜 내력을 갖지 못했다. 당연히 고색창연한 맛은 없다. 한데 알리미들의 발걸음은 도무지 다리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한파가 살갗을 찢는 듯한데도 말이다. 이유는 스타의 인스타그램을 엿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 그의 인스타그램엔 배우 공유가 눈 덮인 전나무들을 뒤로하고 멋진 자세로 다리 위를 걷는 사진이 걸려 있다. 그 다리가 바로 금강교였던 거다. 전나무숲에서도 공유와 김고은이 엇갈린 운명을 슬퍼하는 장면이 촬영됐다. 일행들의 발걸음이 유독 이 일대에서 엿가락처럼 늘어졌던 것도 그제야 이해가 된다. 역시 한류 드라마의 힘은 바다 건너 먼 나라의 여성들에게까지 속속들이 미쳤던 게다. # S라인 전나무숲_월정사품격 ‘유난히’ 길었던 전나무 숲길의 끝은 월정사다. 절집 건물 대부분이 한국전쟁 이후 다시 세워졌지만 오대산을 병풍처럼 두른 모습에서 깊고 묵직한 품위가 전해져 온다. 월정사는 조선의 왕 세조가 자주 찾은 곳이다. 조카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죄를 씻어내고 싶었던 게다. 대웅전 앞에 서면 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이 객을 맞는다. 팔각의 2층 기단 위에 고려시대의 탑이다. 탑 앞의 맨바닥엔 석조보살좌상(보물 제139호)이 부복해 있다. 무엇인가 간절히 기원하는 모습이다. 불교 신자인 베스티 역시 뭔가 종교적 의례를 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촉박한 일정 탓에 총총히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용평면에 들어선 정강원은 전통 음식을 맛보고 조리 체험까지 할 수 있는 곳이다. 외국인들이 특히 자주 찾는다. SBS 드라마 ‘식객’의 촬영지였던 곳으로, 정문 앞 장독대에 늘어선 300여개의 옹기가 눈길을 끈다. 알리미들은 정강원에서 비빔밥 만들기, 기미상궁 등을 체험했다. 글 사진 평창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정권 5번 바뀌며 상전벽해 된 ‘한밭’… 텃밭 지키기 머문 공직문화

    정권 5번 바뀌며 상전벽해 된 ‘한밭’… 텃밭 지키기 머문 공직문화

    올해로 정부대전청사가 조성된 지 20년이다. 수도권 인구 분산과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에는 공감했지만 초기 대전으로 내려온 공무원들은 혼란과 불편, 경제적 부담 등을 피할 수 없었다. 20년이란 시간 속에 대전청사 공무원 대부분은 대전 사람이 됐다. 개인 사정으로 내려오지 못한 이들은 불편을 감수하며 공직생활을 하고 있다. 정권이 5번 바뀌며 외청들도 변화를 거듭했다. 조직의 성장과 생활 안정으로 공무원들 삶의 질과 만족도도 높아졌다. 고속철도 개통과 정부세종청사 조성이 변화의 계기가 됐다. 그러나 공직문화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지난 20년간의 대전청사 변화를 청사 사람들에게 들어봤다. 류광수 산림청 차장대전은 공무원 전성기 보낸 제2의 고향이죠“산림 공무원으로 살아온 30년 중 20년, 공직자로서 전성기를 이곳에서 보냈으니 대전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습니다.” 류광수(55) 산림청 차장에게 ‘대전청사 20년’은 남다르다. 1988년 산림청에서 공직(행정고시 31회)을 시작해 10년차인 1998년 정부대전청사로 왔다. 1998년 당시 임정계장(서기관)에서 지난해 공무원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자리인 차장에 임명됐다. # 대전에서 잘 뿌린 공직 씨… 차장 오르며 큰 열매 대전행을 결심했을 때부터 가족이 같이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아이들이 6살, 2살이어서 교육에 대한 부담이 적었기에 순조롭게 이뤄졌다. 다만 부인이 서울에서 교편을 잡고 있어서 가족들의 대전 합류는 1999년에야 성사됐다. 류 차장은 산림청이 현재와 같은 위상 및 역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을 선배들의 ‘치산녹화’ 혜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까지 나무를 심는 기관으로서 산림청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면서 “1960년대부터 온 국민이 심고 자란 나무가 훌륭한 자산이 되면서 산림재해·복지 등 다양한 정책 추진이 가능해졌고 국민들의 시각도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대전 시대’가 가져온 변화 중 하나로 현장 밀착 행정을 꼽았다. 서울에 있었다면 밀착 행정의 정도는 훨씬 떨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산림 분야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신뢰가 높아졌다. 그가 후배 공무원들에게 현장에 답이 있다는 ‘우문현답’을 강조하는 이유는 경험에서 얻은 소신이자 철학이다. 산림청은 지방 조직이 많아 전체 공무원 중 대전 이전 비율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5급 이상에서는 오히려 서울 근무자를 선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류 차장은 “서울 홍릉 시절에는 지방 발령 시 북부청(원주)에 수요가 집중됐지만 대전청사로 내려온 후에는 쏠림현상이 사라져 오히려 인사가 편해졌다”고 귀띔했다. # 지방조직 많은 산림청, 서울 시절보다 인사 쏠림 적어 서울과 같은 경쟁은 요구되지 않았지만 자기개발에 소홀하지 않았다. 학부는 행정학을 전공했지만 산림 공무원으로서 보다 충실한 역할을 하겠다며 산림자원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3년 8개월 최장수 기획조정관으로 산림청 살림살이를 챙겼던 류 차장은 정부세종청사 이전의 최대 수혜자라고 자평했다. 서울 출장 대부분이 국회와 부처 협의인데 50%의 불편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류 차장은 “산림청이 대전에 와서 이렇게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면서 ”푸른 국토를 만들자며 나무를 심고 가꿔 자원화를 이룬 것처럼 산림분야는 현재보다 미래 발전 가능성이 더 높은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정숙(여) 특허청 사무기기심사과장20년 서울~대전 출퇴근… 일ㆍ가정 다 지켰어요15년 만에 만난 이정숙(54·여) 특허청 사무기기심사과장은 변함없이 서울~대전을 매일 출퇴근하고 있었다. 달라진 것은 2004년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타는 열차가 무궁화호에서 KTX로 바뀌면서 하루 6시간 걸리던 출퇴근 시간이 2시간 정도로 단축됐다는 것이다. 20년간 쳇바퀴 같은 생활이 지루하고 고될 만도 하지만 이 과장은 “고속열차가 생기고 대전에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훨씬 편리해졌다”며 “서울청사 시절 마포에서 강남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도 2시간이 걸렸다”고 환하게 답했다. # 면접 때 약속 지켜… 시어머니 뒷바라지가 큰 힘 고려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7년 9월 특허 공무원이 된 그는 대전으로의 출퇴근이 ‘숙명’이라고 표현했다. 이 과장은 “면접 당시 대전에서 근무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러겠다고 답했으니 약속을 지켜야 했다”면서 “아내이자 주부, 며느리로 20년간 공직생활을 무탈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여든을 넘긴 시어머니의 뒷받침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20년 출퇴근은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대전청사 이전 초기에는 오전 6시 15분 영등포역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2시간 타고 대전으로 출근했다. 퇴근 방송과 함께 짐을 챙겨 오후 6시 50분 서울행 열차를 탔다. 끝내지 못한 일은 열차 안에서 처리하는 게 다반사였다. 오후 9시 넘어 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에는 아이들 숙제를 봐 주고 준비물을 챙겼다. 엄마가 출근할 때는 자고 있던 두 아들이 엄마 곁에 붙어 떨어지지 않다 보니 늦게 자는 버릇이 생겼다. # 무궁화호에서 KTX로… 재택 근무 못해봐 아쉬워 이 과장의 업무처리는 깔끔했다. 회식이나 동료들 애경사에도 적극 참여했다. 동료들의 이해와 도움을 기대했다면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고 자평한다. 물론 같이 출퇴근하던 일행들이 대전으로 이사하거나 서울로 근무지를 옮길 때 고민이 들었다. 전업이나 이직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예상과 달리 가족들의 반대로 포기했다. 이 과장은 오늘도 평일 오전 6시이면 서울역에서 KTX에 오른다. 오랜 시간 체득된 습관이다. 승객이 많지 않아 좋아하는 역방향 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정확히 7시 40분이면 사무실에 도착해 업무를 시작한다. 간부가 됐지만 오랜 심사·심판 경력으로 간섭이나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퇴근시간도 여유로워졌다. 가장 붐비는 시간을 피해 대전역에서 7시에 출발하는 KTX에 탑승한다. 이 과장은 “번번이 기회를 놓쳐 재택근무를 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면서 “심사관은 피로 누적과 능률 저하가 뒤따르기에 재택이나 유연·탄력근무제 등을 적극 활용해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허만영 정부대전청사관리소장초기 심었던 나무 수십그루가 청사 큰 자산 됐죠“청사 관리의 목적은 입주 공무원들의 편의 제고입니다.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듣겠습니다.” 허만영(57) 정부대전청사관리소장은 개청 20년을 맞아 입주 기관과 소통, 협력하는 청사관리를 강조했다. 쾌적한 청사 환경 조성 및 건강하게 공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 마련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 청사 숲 산책로 확대ㆍ자전거 출퇴근 운동 활성화 허 소장은 “조성 초기 심었던 작은 나무 수십만 그루가 자라 대전청사의 훌륭한 자산이 됐다”면서 “건물이 오래되면 리모델링 등 손을 봐야 하지만 나무와 자연은 세월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지고 그 자리를 지킨다”고 말했다. 허 소장은 울산시 환경녹지국장으로 재직하며 태화강 살리기를 진두지휘한 증인으로서 소신이 확고하다. 최근 숲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강조하며 청사 내 조림 계획을 소개했다. “청사 이전 20년 별도 행사 없이 식목일에 모든 입주 기관이 참여하는 나무심기 행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청사 주변 녹지에 입주기관 구역을 제공해 기관들이 나무를 심고 가꾸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사 숲을 활용한 산책로 확대 조성과 헬스장 및 샤워장 시설 확충을 비롯해 주차난 해소와 입주 공무원 건강 증진 등을 위한 자전거 출퇴근 운동도 시작한다. 670대 주차가 가능한 자전거 거치대를 비롯해 상반기 중 대전시 공영자전거인 ‘타슈’가 청사 내에 설치될 예정이다. 타슈가 설치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청사 공무원이나 민원인들의 자전거 환승이 가능하다. # 관리팀 정규직화… 공무원들도 내집처럼 여겨 주길 올해부터 청사관리 서비스 향상도 자신했다. 지난 1월 1일 청소·조경·시설·통신·승강기 등 위탁운영되던 5개 팀, 309명을 청사 정규직(공무직)으로 전환했다. 허 소장은 “고용이 안정되면서 그동안 수동적이고 현상유지적이던 업무에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갖게 됐다”면서 “공무직원들에게 자기 집, 자기 일이라 생각하고 시설·운영 개선 등에 적극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지원을 늘려도 불만은 작은 부분에서 표출된다. 한때 청사관리소가 일방통행식 ‘시어머니’ 역할로 공무원들로부터 원성을 산 것도 원칙과 현실의 괴리에서 불거졌다. 냉·난방이나 온수 제공, 엘리베이터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정부기관으로서 무한정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도 아니다. 부족하거나 과하지 않게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허 소장은 “분기별로 입주기관 운영지원과장이 참여하는 정례회의에서 의견을 듣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면서 “쾌적한 청사 만들기에 기관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목성호 특허청 운영지원과장청사서 만난 동반자… 퇴직해도 난 대전사람목성호(52) 특허청 운영지원과장은 고향이 대구지만 공직사회에서는 ‘대전둥이’로 불린다. # 그땐 변변한 식당도 없었지만 출근길은 여유로워 행정고시(40회)에 합격해 1998년 4월 특허청으로 발령받은 뒤 주로 이삿짐 싸는 것을 돕다 그해 8월 정부대전청사로 내려와 본격적인 공복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목 과장은 “제일 어려웠던 것이 숙소와 식당 찾기였다”면서 “청사 주변에 제대로 된 식당조차 없어 불편했지만 출퇴근의 번잡함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데다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거의 없어 너무 여유로웠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총각 생활을 할 때는 언제까지 대전에 있을지 자신하지 못했다.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 새로 도전할 수 있다는 의욕이 있었다. 그러나 대전, 그것도 직장에서 평생 동반자로 고시 2년 후배(박미영 국제지식재산연구원 교육기획과장)를 만나면서 생각이 변했다. 아이들이 태어나 가정을 이루고 직위도 올라 안정되면서 요즘엔 “대전에 살~리라”를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특허청 부부 공무원의 역사를 새로 써 가고 있다. 2007년 첫 서기관 부부에 이어 2010년 부부 과장 탄생을 알렸다. 목 과장이 2016년 부이사관으로 승진, 머지않아 부부 고위공무원 배출이 기대되고 있다. 목 과장은 특허청이 대전으로 내려온 후의 변화에 대해 “공무원 숫자는 약 2배 늘고 예산 규모도 달라졌지만 무엇보다 위상이 높아졌다”며 “예전에는 심사·심판조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현재는 지식재산 총괄 기관으로 정부 전체를 조율하는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8개월간 특허청 인사를 책임지고 있는 운영지원과장으로 공무원 상(像)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이전에는 바쁘더라도 힘있는 부처를 선호했지만 요즘 공직에 들어오는 젊은이들은 일과 가정이 양립되고 자기 시간이 확보된 생활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춘 기관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 가족 중심 생활 위해 교통ㆍ쇼핑 등 시설 확충 필요 공직 생활이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4선의 목요상 전 국회의원이다 보니 행동거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고, 겸손하게 몸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그는 “부친이 정치에 입문하면서 자연스레 그런 생활습관이 몸에 배었는데 오히려 사회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퇴직 후에도 대전에 살겠다는 목 과장은 “서울은 ‘전철 생활권’인데 대전은 차가 없으면 쇼핑이 어렵고 이동도 불편하지만 가족 중심 생활이 가능하다”면서 “청사 공무원들은 스스로 ‘대전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오히려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北 건군절 열병식 상당히 위협적일 것… 북·미 대화가 북핵 국면 전환의 핵심”

    “北 건군절 열병식 상당히 위협적일 것… 북·미 대화가 북핵 국면 전환의 핵심”

    미림비행장 거의 모든 병기 동원 관측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6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전날인 다음달 8일 북한의 ‘건군절’ 기념행사가 “상당히 위협적인 열병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반면 열병식에 대한 국민과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 “평화 평창올림픽을 치르는 것이 나름의 대응이 되겠다”고 설명했다. 열병식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지만, 남북 대화의 작은 출구를 살려 북·미 대화로 연결하는 ‘나무보다 숲을 보는 대응’을 해야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 장관은 이날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가 주최한 ‘한반도 전략대화’ 기조 강연에서 “정규군 창건일도 북한이 상당히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고 평양 근처 미림비행장에서 (준비)하고 있다”면서 “상당히 큰 규모의 병력과 북한이 갖고 있는 거의 모든 병기들을 (동원)하면서 상당히 위협적인 열병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과 국제사회가 많은 우려를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고 북한 대표단이 와서 (참가)하는 것이 그런 것에 대해 나름대로 대응해 나가는 측면도 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또 “북·미 대화가 시작될 수 있느냐가 북핵 국면 전환의 핵심일 것 같다”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조정된 3월 25일 전까지 북·미 대화가 시작되도록 견인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4월에 남북 관계가 계속될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하고 6월 이후로 이어 나가는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이다. 조 장관은 지난 9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측에 추가 대북 제재를 하는 악순환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우리 측 입장을 많이 전했다고 소개했다. 또 회담 석상에서 북측의 달라진 태도도 전했다. 과거 회담에선 중간에 5시간씩 평양의 지침을 받고 ‘비핵화’가 나오면 박차고 일어났는데, 이번에는 먼저 빠르게 만나자고 하거나 여러 불편한 얘기를 끝까지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사실상 처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남북 대화의 급진전으로 한·미 공조가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미국이 귀찮아할 정도로 (모든 것을)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미국이 현재 상황에 대해 여러 지지도 하지만 우려도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작은 것이라도 계속해서 신뢰를 쌓아 가자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문제 등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논란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인정하고 남북 관계를 풀어 나가는 과정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에 대해 세심하게 살피고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다만 조 장관은 북측이 실제 대규모 열병식을 감행할 때 우리 정부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열병식 전까지 북측에 이런 행위가 남북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며 “조 장관의 이날 발언도 같은 취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김현기 서울시의원 “대모산 농경지 야생화원 조성 예산 7억 확보”

    김현기 서울시의원 “대모산 농경지 야생화원 조성 예산 7억 확보”

    강남구 소재 대모산 자락 도시자연공원에 계절별로 아름다운 꽃이 피는 야생화원이 조성된다. 서울시의회 김현기 의원(강남4, 자유한국당)은 “2018년도 서울시 예산에 대모산을 친환경적으로 복원하고, 자연 속에서 주민이 힐링할 수 있는 야생화원을 만들기 위해 필요 예산 7억 2천만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대모산에는 사유지인 농경지가 상당 면적이 있고, 이들 토지의 경작과정에서 분뇨성 비료 사용과 폐비닐 등 농업 쓰레기 등이 배출되어 경관을 해치고 냄새로 인해 주민들의 민원이 꾸준히 발생해 왔다. 이에 김현기 의원은 2007년 서울시에 ‘동네뒷산 공원화 사업’을 요구했고, 약 10여년에 걸쳐 서울시 예산 125억원을 확보하여 이들 사유지를 매입해 왔다. 그리고 토지 보상이 완료된 일원동 436-19 등 9필지 약 7,000에 야생화원을 조성하게 된 것이다. 세부추진계획은 2018. 2월 사업계획 수립 및 현장조사, 3-6월 실시설계용역 및 발주, 7-10월 공사실시 및 준공 등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김현기 의원은 “대모산 도시자연공원 토지 보상지의 신속한 복구를 통해 불법 경작 행위 및 무단점유 행위를 사전 방지하고, 동시에 대모산 환경에 적합한 수종을 식재하여 숲속 생태계를 친환경적으로 복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의원은 “인위적인 시설물 설치는 최대한 지양하고, 숲속에 사계절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야생화원을 조성하면, 대모산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멋진 힐링 공간이 될 것”으로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헤이리 예술마을 20년의 여정

    헤이리 예술마을 20년의 여정

    헤이리 두 사람의 숲/이상 지음/가갸날/304쪽/1만 5800원경기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이 조성되기 시작한 지 20년이 됐다.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창작과 주거에서부터 문화예술의 생산과 소비 전 영역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공동체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헤이리 마을 만들기가 처음 시작될 때부터 10년 넘게 사무국 책임자로 일한 저자는 회원을 모으고 청사진을 다듬고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헤이리 마을이 걸어온 길을 하나하나 기록했다. 지난 여정을 반추하며 헤이리가 우리 사회의 공적 자산으로 문화예술의 중심성을 회복하기를 기원한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제종길 안산시장 신년기자회견.. ‘안전도시’ 등 6대 목표 제시

    제종길 안산시장 신년기자회견.. ‘안전도시’ 등 6대 목표 제시

    제종길 경기 안산시장은 3일 “생명과 사람의 가치가 존중받는 안전한 도시,청년이 일하고 싶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제 시장은 이날 안산시청 제1회의실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올해 6대 핵심 목표를 소개했다. 6대 목표는 안전도시, 경제도시, 첨단 산업도시, 안산형 도시재생 사업, 성장동력 발굴 육성, 숲의 도시 내실화 등이다. 그는 또 지난해 “숲의 도시 자리매김, 생태관광 세계회의 개최, 에너지 비전 선포, 시화호 뱃길 복원 사업 추진, 방아머리 항만개발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제 시장은 “2018년은 우리의 비전이 눈 앞의 현실이 되는 중요하고 의미있는 해”라며 “안산을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시민이 살기좋은 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특히 청년이 일하고 싶은 도시 조성을 위해 89블록(26만㎡)과 인근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부지(20만㎡)에 벤처타운, 연구개발센터, 창업지원센터 등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89·90블록 연구개발단지, 안산사이언스밸리(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등 9개 기관)를 정부의 연구단지특구로 지정받아 4차산업혁명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제 시장은 “4차산업혁명 기술 생산·집적으로 89·90블록, 사이언스밸리, 반월산업단지 입주 기업을 지원해 강소기업으로 육성하고 좋은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관련 사업이 단계별로 실현되도록 올해 89블록 개발, 연구단지특구 지정 등의 계획을 구체화하겠다”고 했다. 청년예술인의 창업, 일자리 확대 사업도 본격화 한다. 제 시장은 “초지역세권을 예술도시로 조성해 청년예술인에게 활동 공간을 제공하고, 예술·문화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예술도시에서 청년의 창업·취업이 실현되도록 각종 지원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는 “청년이 오고 싶은 도시, 일하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예술창작소 사업도 추진한다”면서 “올해 안에 설계를 마친 뒤 내년 6월까지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 100개 안팎의 컨테이너로 청년예술창작소를 만들어 예술인 등 안산지역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 필경사 (이철주)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 필경사 (이철주)

    1. 눈먼 자의 윤리 때론 그림자가 더 많은 말을 건넨다. 긴장 가득 훈련된 표정을 지어도, 무시당하지 않으려 허리를 꼿꼿이 세워도, 불안은 그림자에 투영돼 존재를 누설한다. 가끔 속내를 들켜도, 환멸에 사로잡혀 생이 부대껴도 그림자는 결코 존재를 떠나지 않는다. 뒤틀리면 뒤틀린 대로, 어리석으면 어리석은 대로 한 생을 바쳐 따라다닌다. 삶과 함께 태어나 울고 웃고 몸부림치다 사라진다. 그러곤 어디에선가 누군가를 닮은 모습을 하곤 쓸쓸히 흘러다닌다. 생을 반복하고 따라하며 생이 이곳을 떠나도 홀로 남아 존재를 증거한다. 그림자의 이 헌신엔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는 어떤 맹목이 있다.한편으로 그림자는 왕성한 식욕의 소유자다. 표정도, 색깔도, 음성도, 촉각도, 냄새도 모두 집어삼킨 채 존재의 맹점을 현상한다. 감각이 보증하는 확실성을 제거하고 정체불명의 검은 얼룩을 펼쳐 놓는다. 그림자는 시각 속의 동공이며 감각을 배반하는 충동이다. 그러니 그림자란 본디 외경의 대상인 것이다. 감각과 관념에 잘려 나간 세계가 역으로 이쪽을 바라볼 때, 맹목의 관계는 뒤집힌다. 그림자에 감염되어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은 기이한 갈증을 느끼며 한 생을 바쳐 따라다니는데 그들을 시인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들도 그림자와 함께 태어나 울고 웃고 몸부림치다 사라진다. 수억의 생들을 베끼고 반복하며 처연히 이해해 간다. 그림자의 맹목과 시인의 맹목. 어찌할 수 없음으로밖에는 풀이될 수 없는 이 눈멂은, 그러나 역설적으로 가장 진실한 이해의 방법이 된다. 불가해한 생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따라하며 존재의 자세를 닮아 버리는 것. 그 충분한 대가를 치르기 전까진 함부로 대상을 떠나지 못하는 무능이 그들이 가진 윤리이며 능력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 시가 과연 이 충분한 맹목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2000년대 이후 이어진 일련의 실험적 시들이 관습적 문법의 경계를 뒤흔들고 시의 외연을 확장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 의지와 선언이 너무 앞선 나머지 관념과 이론이 시를 대신 살아 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유행하는 철학적 담론을 잘 소화한 시가 좋은 시가 아니듯, 시와 비평이 근거로 삼은 담론의 윤리성이 시의 윤리와 덕목을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말과 삶에 대한 치열한 응시와 질문. 좋은 시의 윤리와 덕목은 언제나 여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김소연의 시는 바로 이 점에서 시의 본연에 충실하고 있어 반갑고 소중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위태로운 추락의 한 시절을 통과하는 중이다. 좁고 피폐한 삶을 지켜 내기 위해 일말의 어둠도 쫓아내기에 급급한 지금, 육박해 오는 생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당당한 목소리가 절실하다. 이 눈 맑은 시인은 삶의 도처에 엎어져 있는 상흔을 읽어 내고, 고통의 결과 깊이를 삶의 구체적 언어로 더듬으며 섬세히 응시한다. 그림자가 한 생을 바쳐 삶과 동행하듯, 그의 시 역시 수억의 생을 바쳐 그림자에 한없이 가까워진다. 세상의 모든 그림자들을 성실히 몸에 새겨 넣으며 깊고 단단해진다. 그림자란 본디 맹점이며, 어떤 확신도 불가능하게 하는 절대적 무지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림자를 보았다고, 보인다고, 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림자로부터 ‘시선’의 능력을 빼앗았기 때문이며, 닮았다는 이유로 전부 이해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속여 온 탓이다. 마음의 눈꺼풀은 그렇게 굳게 닫힌 채 존재가 퍼붓는 질문으로부터 안전하게 물러난다. 김소연의 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그림자에게 외경을 되돌려 주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이론과 개념들이 생의 그림자가 될 수 없음을 몸소 증거한다. 김소연은 그림자의 시인이다. 그림자의 언어로, 그림자의 시선에 응답하며, 그림자가 남겨놓은 파문들을 뼛속 깊이 묻는다. 2. 그림자양식장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자아 내면의 복수적 형상으로 나타난다. 이를테면 그림자들의 양식장이라 부를 만한 공간에서, 시인은 말들을 먹이로 던져 주며 내면의 그림자들이 불러일으키는 파문을 응시하고 있다. 그림자의 차가운 비늘이 말에 닿아 번지고 마침내 말을 삼켜 버리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불화하는 내면에로 깊이 침잠한다. 차가운 환멸과 단호한 자기 부정은 김소연 시의 근본을 이루는데, 여기에는 뼈아픈 목도만이 있을 뿐 화해의 축이 부재한다. 타협 불가능한 절대적 자세로 삶의 피폐를 건넌다. 무참한 추락이 아무렇지도 않게 전시되는 이곳의 삶에 당당히 맞서 고통의 극한을 살아 낸다. 뜨거움과 차가움을 모두 통과한 그의 목소리는 가장 뜨거울 때조차 차가움을 예감하고, 가장 차가울 때조차 뜨거움을 끌어안는다. 이 현격한 열의 낙차가 일상의 무감각한 관성을 깨뜨리는 뇌관으로 작동한다. 사월은 차갑다/사월의 돌은 더 차갑다/사월의 돌을 손에 쥔 사람은 어째서 뜨거운가/그는 어째서 가까운가//마루 아래 요정이 산다고 믿은 적이 있다/잃어버린 세계는 거기서 잘살고 있다/이 사실만으로도 뜨거워질 수 있다//하나의 문장으로도 세계는 금이 간다/이곳은 차가우므로 더 유리하겠지 - 「열대어는 차갑다」 부분 (『아침』) 돌은 사월의 뜨거움을 기억하기에 더 차갑다.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들이기에, 그렇지 못한 현실을 더 비극적으로 비춘다. 화자는 마루 아래라는 가시성 바깥의 공간에 망각된 세상의 온기를 풀어놓고 있다. 현실과 ‘너머’의 세계가 빚어내는 처연한 온도차를 뜨거움으로 명명하는데, 그러므로 “이 사실만으로도 뜨거워질 수 있다”는 선언은 설익은 화해의 제스처로 읽혀선 안 된다. 세계에 금이 가는 이유는 이곳과 너머 사이의 아득한 거리 때문이지 희망과 열정 같은 추상적 개념 때문이 아니다. 불화를 불화로서 보존하되, 이들이 빚어내는 떨림과 파열을 섬세히 기록하는 것. 김소연 시의 이와 같은 분명한 자세는 화자가 실족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노출하는 장면에서 더 아프게 현상된다. 서로가 서로의 치부를 헛짚고 세계의 성감대를 헛짚은. 내리 빗나가던 선택들. 말하자면 기다림으로 독이 남는 자세. 시효를 넘긴 고독. 일종의 모독. 기다려온 우리는 치사량의 관성이 있을 뿐. 부패 직전의 끝물이다. - 「끝물 과일 사러」 부분 (『극』) 말의 파편들이 ‘끝’이라는 날카로운 선 앞에까지 밀려나 있다. 각 행의 끝엔 더 이상 남은 공간이 없다. 마침표조차 제대로 찍히려면 스스로가 끌어온 말들을 다시 과거로 밀어내야 한다. 미루고 미뤘던 삶의 초라한 진실이 단정하고 건조하게 한마디를 건넨다. “우리도 끝물이다.” 단단하게 요약된 이 사랑의 문장은 아프다. “치사량의 관성”으로 버텨온 관계의 맨얼굴, “끝물 과일”이 화자를 바라본다. 언어가 감정을 헛짚고, ‘사랑해’가 ‘미안해’를 대신하며 살을 찌워 갈 때, ‘끝’은 이렇게 언어의 은밀한 구석에 날카로운 뼈를 현상한다. 이럴 때 언어는 잔혹해진다. 한없이 위태로워 길들이지 않을 수 없는 짐승이 된다. 과녁에서 벗어난 말들의 사체가 한동안은 무심히도 쌓였을 것이다. 시인은 이 사랑의 폐허를 떠나는 중이다. 그러나 화자는 이를 “끝물은/아주/달아.”라는 감각적 긍정으로 전환해 낸다. 허위로, ‘헛짚음’으로 유지된 일상을 ‘끝물’에 비유하는 순간, “치사량의 관성”은 역으로 서로의 치부와 세계의 성감대를 더욱 선명하게 발설한다. 부재하는 여기를 정면으로 직시함으로써 몰락한 꿈의 순간들을 발굴해 낸다. 폐허엔 여전히 지독한 허기와 갈망이 어리겠지만 이를 부정하지 않고 생의 언어로 감각해 냄으로써 끝물은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도래해야 할 것으로 변모된다. 어떤 환상도 희망도 없이 뜨거움과 차가움을 반복하며 그의 문장은 단단하고 견고해진다. 그가 “차례차례 사랑이었던 것들과 한꺼번에/달디단 혼숙을 하는 것”(「달디단 꿈1」, 『극』)이 꿈이라며 부드럽게 말할 때에도 “이 조용한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치욕스럽다”(「학살의 일부12」, 『극』)며 “중무장된 평화”(「학살의 일부1」, 『극』)가 학살이라 선언할 때처럼 단호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의 시는 끊임없이 스스로의 불화와 혼숙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한 사람은 나를 바로 보지 않는다/소파와 구별되지 않게 소파 속에 있거나/반쯤 열린 문틈 안에서 베개를 돋워 돌아눕는다//한 사람은 나를 보다가 나를 태운다/그 온도는 태양과 다름없고/내 운명은 종이와 마찬가지라/돋보기 같은/그의 눈빛에 나는 새까맣게 타들어간다/대체로 나는 그 앞에서 나는 재만 남는다//또 한사람/꿈을 보기 위해/눈꺼풀을 오려냈다는 이 사람/밤새 두 손을 소담히 오므려서/잠든 두 눈을 나는 덮어주곤 했다// (중략) //축하보다는 축복을 받고 싶은 시월 아침에/오만 잡병의 숙주가 된 육체/속옷 벗듯 벗어둔 채/마음끼리 살을 섞는다 - 「세 사람과 한집에 산다」 부분 (『눈물』) 화자는 텅 빈 폐허 같은 방 안에서 자신의 갈라진 그림자를 응시하고 있다. ‘나’에게는 두 명의 폭군이 있는데, 하나는 나를 지우고 다른 하나는 나를 재로 만든다. 비록 관계의 양상은 다르나 결과적으로 나를 비존재로 만들어 버린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한 사람’이 더해진다. ‘꿈을 보기 위해 눈꺼풀을 오려 냈다는 사람’은 나에게 어떤 힘도 강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일하게 나를 존재로 만들어 준다. 화자는 눈꺼풀을 오려 낸 눈이 꿈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잠든 눈을 가만히 덮어 준다. 이 시가 평범한 시였다면, 이 세 번째 사람에게 시의 전권을 부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이 세 개의 그림자로부터 한발 물러나, 이 셋과의 공평하고도 평등한 혼숙을 명명한다. 물론 이는 화해라는 낭만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세 개의 그림자와 나 사이엔 살을 섞어도 결코 화해될 수 없는 아득한 거리가 여전히 냉정하게 놓여 있기 때문이다. 김소연의 문장은 자신을 거쳐간 수많은 그림자들을 마음에 풀어 놓고 그들이 일으키는 파문들에 눈을 충분히 단련시킨 자만이 얻어 낼 수 있는 ‘말’들을 건져 올리고 있다. 이 위태롭고 어려운 일을 그는 차분하고도 안정된 걸음걸이로 해낸다. 굉장한 내공과 섬세한 마음의 섭생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지나간 마음에 눈을 빼앗겨서도 안 되고, 잊어서도 안 되며, 섣부른 성찰로 도망쳐서도 안 된다. 꼬이고 뒤틀린 존재들이 서로를 밀어내고 뒤엉키며 팽팽한 긴장을 잃지 않는 것. 어떤 불화도 해소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해결될 수 없으리라는 삶의 진실 앞에 스스로를 담담히 열어 놓는 것. 김소연의 시는 이 선명한 규율들을 가슴에 품은 채 치열하면서도 아름다운 보폭으로 사유의 어긋남과 욕망의 비틀림 사이를 뚜벅뚜벅 걸어 나간다. 3. 유실영(影)보호소 김소연 시의 한 축이 자아 내부에 도사리는 복수적 그림자들의 불화를 매개하고 내부의 균열과 긴장을 풀어 놓는 데 있다면, 다른 한 축은 타자의 삶에 깃든 그림자에 대한 섬세한 응시로 나타난다. 그의 시에서 그림자는 철학적이고 개념적인 사유로 환원되지 않는데, 이는 무엇보다 그의 시가 삶의 구체적 실상과 인간의 유한한 조건들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자는 새로운 삶을 위해 전시해 놓은 그럴듯한 기념물이 아니라, 매일의 몰락을 견뎌 온 숨겨 온 자세들이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장소이다. 단단하게 고정시켜 놓은 표정들과는 달리 불가피하게 삶의 피폐가 누수되는 공간이며, 모두가 공평히 그런 누수 속에 강제되는 사건이다. 시인은 그렇게 누군가 흘려 버린 그림자들을 데리고 와 사라져 가는 존재들을 거두고 보호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처의 내력을 짚어 보며 삶이 사라지고 난 이후에도 남아 이곳을 떠도는 그림자들을 위무한다. 그녀는/바다에서 용이 머리를 치키고 올라올 때와 같이/담배 연기를 코로 뿜는다 여의주처럼/담배를 물고 앉아서/성긴 이빨을 자꾸 드러낸다// (중략) /그 노파는 세상 사람들이 그어놓은 줄들을/그런 모양으로 무시하듯 질펀히 앉아서 살아왔다//노오란 양지는 노파를 점점 비켜간다/노파는 그저 햇볕 안에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햇볕이 얼굴의 반을 부시게 하더니/점점 비껴서/이제는 그늘 안에 노파를 가둔다 - 「학살의 일부 10-이빨이 성긴 노파」 부분 (『극』) 노파는 퇴락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연함 속에 있다. 어느 누구도 함부로 개입할 수 없는 추락의 상흔이 이빨이 성긴 노파의 얼굴에 현상된다. 자신감 넘치는 낡은 몸 안에, 아무도 관심 없던 폐허 몇 개쯤 담담히 갖고 있을 노파의 눈빛이 화자를 응시한다. 함부로 이해해선 안 될 외경이 노파의 그림자에 어린다. 김소연이 “그 얼굴은 얼굴 외에 또 다른 것들이 겹쳐 있었다”(「1937년생」, 『극』)고 말할 때나, “우리 뒤에 깔린 반듯한 비단길을 아무도 걷지 말거라/벼랑 끝 노을이 우리 이마에 새겨주는 불립문자를/아무도 읽지 말거라”(「당신의 저쪽 손과 나의 이 손이」, 『빛』)고 진술할 때, 그가 끌어올린 그림자엔 어찌할 수 없는 외경이 실려 있다. 그가 외경을 표하는 그늘들엔 어쩐지 피 냄새가 짙다. 그늘은 찬란한 빛에 의해서만 어둠을 풀어내고, 어둠이 풀려날 때마다 추락은 반복된다. 수없이 깨지고 터져도 결연히 몸을 털고 일어난 생들은 하나같이 여전히 뜨거운 어둠을 품는다. 그 어둠의 무게가 어깨와 허리를 휘게 만들고, 그림자는 삶을 견디는 그들의 자세를 닮아 버린다. 이승에서 삼십 년/육신을 빠르게 쓰고 저승으로 이사한 아들 사진을//팔십 년째/육신을 아껴 쓰고 계시는 아버지가/느리게 문갑 문을 열어 만지고 계신다// (중략) //계시는 사진 한 장과 없어진 사냥개 사이엔/벽지처럼 살고 있다/앞모습을 보아선 아니 될/가족의 녹슨 얼굴들이 - 「계시는 아버지」 부분 (『눈물』) 여기에는 경솔히 이해해선 안 될 그늘에 머물기 위해 추락의 깊이를 가늠해 보는 시간이 현상돼 있다. 자식의 죽음을 그대로 안고 살아가기엔 상처는 너무 깊고 치명적이다. 그래도 삶은 이어져야 하기에 멍이 곰팡이처럼 들어선 낡은 방에 벽지를 바른다. 벽지를 뜯어내고 나면 그 자리엔 함부로 보아선 안 될 타인의 맨 얼굴이 저마다의 자세로 들어앉아 있다. 행복한 시절의 낙서처럼, 녹슬어 가는 얼굴들을 마냥 덮어 둔 채 가족의 삶은 이어진다. 벽지에 얼룩진 가족의 그림자는 이따금 마음을 괴롭히다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을 것이다. 그런 그림자의 앞모습을 요구하는 것은 폭력이며 불경이다. “엄마가 갑자기 보이지 않을 때에/아기들이나 지을 법한 표정”(「뒤척이지 말아줘」, 『눈물』)을 훔쳐보았다고 타인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는 그러한 표정을 숨기고 있을 얼굴을 그림자를 통해서 바라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한 번 슬쩍 보고 건네는 동정이 아니라, 그림자를 평생 가슴에 품은 채 그림자가 건네는 추락의 내력을 오래도록 살아볼 때만 허락되는 일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시들이 쓰여진다. 살 수 없는 장소에서도 살 수 있게 된 사람이 있었다/ (중략) //그 창문으로 나는 지금 바깥을 내다본다/이토록 난해한 지형을 가장 쉽게 이해한 사람이/가장 오래 서 있었을 자리에 서서// (중략) /할 줄 아는 말이 거의 없는 낯선 땅에서/내가 느낄 수 있는 건 잠깐의 반가움과/오랜 두려움뿐이다//두려움에 집중하다 보면/지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배하고 싶었던 사람이/실은 자신의 피폐를 통역하려 했다는 것을/파리처럼 기웃거리는 낙관을 내쫓으면서/나는 알게 된다 - 「여행자」 부분 (『아침』) 화자는 지금 수십, 수백 년 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토록 난해한 지형”을 바라보던 누군가의 그늘에 머물러 있다. 누구에게도 발설한 적 없는 그늘을 지키기 위해 어떤 삶은 희망이 불가능한 곳으로 자신을 조용히 밀어 넣기도 했을 것이다. 상처를 애써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 저녁을 위해 황무지뿐인 창밖을 오래 바라봐야만 했으리라. 화자는 낙관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지 않아도 충분히 잘살 수 있다는 마음으로 피폐한 문장들을 건져 올리고 있다. 타인의 전생이 한꺼번에 이곳의 삶으로 현상돼 번지고 부대끼는 일. 화자가 매개하고 있는 이 순간은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던 “파리처럼 기웃거리는 낙관”을 포기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나를 보호하던 관념들을 내려놓은 채 타인의 그늘을 만져 보는 일은 그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한다. 시인이 “기웃거리던 햇볕이 방 한쪽을 백색으로 오려 낼 때//길게 누워 다음 생애에 발끝을 댄다/고무줄만 밟아도 죽었다고 했던 어린 날처럼”(「먼지가 보이는 아침」, 『아침』)이라고 말할 때, 다음 생이란 희망적이고 추상적인 미래의 어느 때를 의미하지 않는다. 타자의 그림자를 밟는 일이란 이미 하나의 생이 끝나고 다른 생이 시작되는 경이로운 순간을 매개하기 때문이다. 김소연의 시는 하나의 그림자에 담긴 무게를 섬세히 읽어 내고 그 무게가 역으로 자아의 무게를 읽어 내는 경계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그의 시를 버림받은 그림자들의 보호소라고 할 때, 화자는 그림자들을 관리하는 주체도 아니고 동정을 베푸는 관광객도 아니다. 그의 시는 하나의 그림자가 다른 그림자를 관통하는 사건의 매개이며, 타인의 그림자로부터 또 하나의 생을 물려받는 상속의 증거이다. 그림자를 이해하며 그림자에 감염되어 스스로 또 하나의 그림자가 되어 간다. 길 잃은 그림자들은 그렇게 다음 생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4. 아포리아인형극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배우이고 관객이며, 공기이고 침묵이다. 그림자들에 잠재된 생의 근원적 형상을 발굴하고 혼을 불어넣는다.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생의 어둠들에 이름을 붙이고, 그들과 연극을 시작한다. 때로는 독백으로, 때로는 방백으로, 그림자인형들 사이에 무형의 그림자가 스미고 번진다. 연극은 비교적 순조롭게 시작된다. 하지만 말이 리듬을 타면 탈수록 그림자는 연출자의 의도를 넘어서 스스로 움직이고 발화하기 시작한다. 오려낸 눈동자의 텅 빈 어둠으로 삶이 역류하기 시작한다. 말에 자기를 꿰뚫리고 거꾸로 그림자에 응시당할 때, ‘이곳’은 어떤 강제성에 내몰린다. 자신에게 찾아온 이 낯선 질문들에 발가벗겨진 채 노출되는 것이다.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몸에 둘렀던 기호와 기표들의 강고함은 물거품이 되어 녹아 버린다. *현재까지 발간된 김소연의 시집은 『극에 달하다』(1996),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2006), 『눈물이라는 뼈』(2009), 『수학자의 아침』(2013)까지 총 네 권이다. 인용할 경우 면수는 생략하고 각각 『극』, 『빛』, 『눈물』, 『아침』으로 표기한다. 세상 모든 것들의 표정은 지워지고/자세만이 남아 있다//이따금 나는 무지막지한 덩치가 되고/이따금 나는 여러 갈래로 흩어지기도 한다//그의 충고를 따르자면/너무 빛 쪽으로 가 있었기 때문이다/여러 개의 불빛 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그림자 없는 생애를 살아가기 위해/지독하게 환해져야 하는/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 「빛의 모퉁이에서」 부분 (『빛』) 그림자 없는 삶을 위해 끌어다 쓴 빛의 피곤이 필연적으로 ‘밤’을 끌어당길 수밖에 없다는 정확한 진술은 이러한 말과 그림자의 본질에 닿아 있다. 단적으로 말해 그림자 없는 삶이란 불가능하다. 가능하다면 그것은 유령의 삶일 것이다. 그림자는 사물의 물성을 증거하면서, 동시에 그 물성을 지워 버린다. 그림자 없는 물성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그만큼 물성이라 믿어 왔던 존재의 본질이 허약하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림자를 통해서만 사물의 사물됨을 알 수 있고, 말을 통해서만 자신의 자신됨을 실감할 수 있다. 그림자 없는 물성이 유령의 것이라면, 말을 부여받지 못한 내면 역시 비존재로 내몰린다. 그러나 어떤 그림자로도 어떤 말로도 존재의 본질은 포착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림자와 말은 환영 혹은 오류가 되어 존재의 본질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뿐이다. 그림자가 지닌 이 이중성. 존재의 물성을 실감하게 하면서 오히려 그 실감을 내파해 버리는 모호성에 삶과 말이 지닌 진실이 깃들어 있다. 그러니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림자를 수도 없이 베끼며, 그림자들 사이에서 진동하고 있는 어떤 목소리들에 귀 기울이는 일뿐이다. 밤마다/그녀였던 당신이었던/수많은 아이들이 찾아와요/거친 바람처럼 문을 흔들며 칭얼대요/하나같이 눈은 퉁퉁 부었고 손끝은 차고/고개는 숙였어요// (중략) //지낼 만한 노곤함과/돌아갈 만한 차비를 두 손에 움켜쥐고/칭얼대고 칭얼대다 사라지죠//들어줍니다 두 귀를 여행 가방처럼 활짝 열고서/쓰다듬지요 두 손을 세계지도처럼 판판히 펼쳐서 위로합니다 긴 밤을 꼬박 앉아서// (중략) //번번이 한 아이가 남아 있어요/벽에 걸어둔 시커먼 외투처럼 등 뒤에서/이 아이, 자기가 엄마라고 우깁니다// (중략) /누워서 그녀는 자기 젖을 빨아요/그러면 그녀는 잠이 오지요 - 「그녀의 생몰 연도를 기록하는 밤」 부분 (『눈물』)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보다도 밤의 시간에 더 스스로의 본질에 가까워진다. 낮이 강제하는 빛의 윤곽으로부터 풀려남으로써 그림자는 비로소 ‘경계’의 영역에 서기 때문이다. 그녀였던 당신이었던 수많은 그림자들은 태양의 폭정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이미 반쯤은 사라지고 투명해진 모습으로 찾아와 말을 건넨다. ‘그녀’가 그 수많은 그림자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젖을 물리며 그림자들의 해갈될 수 없는 결여에 응답하는 것뿐이다. 이 고된 노동. 그림자들을 위무하기 위해 역시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그녀’가 스스로의 젖을 빨 수밖에 없다는 운명론적 진술은 삶의 피폐성을 요약한 아포리아에 가까워진다. 그의 시에 잔혹동화와 같은 모티프들이 자주 동원되는 까닭 역시 동화가 압축해 내고 있는 생의 근원적 형식 때문이다. 그가 변용한 동화들 속에서 캐릭터는 오직 ‘자세’만으로 요약되는데, 무수히 많은 말들로 흘려보내도 끝끝내 남아 되돌아오는 ‘그림자’의 맹목적 갈망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 준다. 암늑대가 숲속에서 바람을 간호하는 밤이었대. 바람은 상처가 아물자, 숲을 떠나 마을로 내려갔대. 암늑대가 텅 빈 두 손을 호호 불며, 우듬지에 앉은 지빠귀를 올려다보는 밤이었대. 섭생을 위해서 살생을 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한 늑대 이야기에, 한 아이는 밑줄을 긋고 있었대. 바람은 그 지붕 위를 저벅저벅 밟고 다녔대. 암늑대는 노란 지빠귀를 올려다보고, 노란 지빠귀는 늑대를 내려다보았대. 둘은 눈을 떼지 않고 서로를 쳐다보았대. 그래서 겨울밤은 감옥이 되기 시작한 거래. - 「눈물이라는 뼈」 부분 (『눈물』) 아이의 성장통을 비유하고 있을 이 시는 어떤 노래의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새하얀 벽 위로 그림자들이 생을 공연한다. 섭생을 위해 지빠귀를 노리는 암늑대의 자세는 낮고 단단하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먹잇감을 낚아채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마음은 모두 잘라낸 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늑대의 눈빛에 어리는 검은 허공의 시간. 그 시간이 서서히 늑대를 물들여 간다. 암늑대를 내려다보는 지빠귀 역시 흔들림 없이 다가올 운명 앞에 눈감지 않는다. 공포에 몸을 맡겨 둔 채 자신도 그 시간의 일부가 되어 간다. 그리고 이들의 비극을 슬퍼하며 눈물 흘리는 바람과 아이가 있다. 이들이 빛과 어둠 사이에서 얽히고설키며 삶을 요약해내는 동안, 그 단단한 함축을 받아 먹고 돌들이 자란다. 하나의 비극이 있었음을,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생의 굴레에 의연하게 걸어 들어가 견뎌낸 그늘이 있음을 증거하고 제의한다. 김소연의 시는 그림자로 펼쳐 낸 한 편의 아포리아 인형극이다. 이 연극에는 무수히 많은 그림자들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부재한다. 주인공이라 일컬을 수 있다면 아마도 그건 생 자체일 것이다. ‘삶’이 그려 내는 다양한 스펙트럼과 다변성 속에서도 결코 인간을 놓아 주지 않는 묵직한 생의 중력을 그의 시가 잘 포착해 내는 건 그림자야말로 생의 본질임을 잊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자는 원상의 형상을 얼마든지 왜곡도 하고 때론 숨어 버리기도 하지만 결코 달아나지 않는다. 원상 내부의 상처와 질곡에 악착같이 달려들어 생의 모서리를 현상해 낸다. 삶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무수한 그림자 기표들이 망각하고 있는 것은 그림자란 본디 원상의 것도 아니며, 원상과 무관한 것도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그림자란 한 편의 활시위와 같다. 원상의 중력과 그 중력을 넘어서려는 두 힘이 팽팽하게 긴장하며 휘어질 때, 그림자는 필연적으로 생의 근원에 가까워진다. 김소연의 문장이 지닌 안정된 흡인력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한다. 5. 판화적 글쓰기 인간이 맹점의 존재를 잘 느끼지 못하는 건 맹점에 의한 시야의 어둠을 다른 눈의 시각을 통해 메우기 때문이다. 언어의 눈, 그림자의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빛을 가득 채워 존재가 현현하는 곳을 봉쇄할 때, 우리의 삶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감정과 생각이 어긋나고, 말과 빛이 허용하는 사유만이 폭거하는 메마른 불모지로 변모한다. 동일성의 사유에 항거하는 최근의 숱한 철학적 사유들이 그 윤리적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삶의 언어를 구원해 내지 못하는 건 이들 이론과 이미지의 현란함이 맹점의 파쇄가 아닌, ‘보완’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언어로 충분히 구체화되지 못한, 자신의 손과 발로 직접 일구어 내지 못한 이미지의 언어들은 스스로가 올바른 대체시각이며, 이 강렬한 빛으로 맹점과 어둠을 몰아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또한 뒤틀린 자만이며 확장된 동일성이다. 그러나 맹점은 우리 삶의 조건이며, 그 종착지이기도 하다. 인간의 조건은 부정되거나 개선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직시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세계와 인간 사이에 놓인 고유한 매개 방식이다. 그림자가 아무런 음성도 없이 지상에 잠시 내려앉은 검은 입으로 말을 건넬 때, 이를 가장 섬세하게 들어줄 수 있는 방법은 어둠을 어둠인 채로 내버려 두는 일이다. 시선의 한구석에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어둠을 받아들이고, 그 어둠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쩌면 인간은 영원히 이 조건을 벗어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하여도 그림자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은 유령처럼 태어나고, 그 절망적인 시도를 되풀이하며 말의 어긋남 속에서 더 진실한 말 하나를 길어 올린다. 이는 시인의 숙명이며, 시의 본질이기도 하다. 이를 김소연의 시적 방법론을 빌려 말하자면 판화적 글쓰기라고 명명해 볼 수도 있겠다. 이 성실하고도 마음 따뜻한 그림자 필경사는 그림자에 각인된 어둠의 지문을 숨죽여 더듬으며 그 굴곡과 깊이를 음화로 찍어 낸다. 어둠의 언어로, 어둠을 끌어안은 채, 어둠 속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삶의 근원적 자세들을 현상해 낸다. 안전한 거리에서 시각의 윤곽을 따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언어로 어둠에 밀착해 어둠을 살아 내면서 몸으로 찍어 내는 것이다. 그의 판화적 글쓰기에서 그림자는 언제나 모상(模像)이 아닌 원상(原象)일 수밖에 없는데, 시선의 권력을 그림자에게 돌려줌으로써 주체가 만들어 낸 일련의 위계상을 단번에 해체해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시가 지향하는 바와 전략이 너무도 명확한 만큼 쉽게 ‘코드’로 환원될 수 있다는 약점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의 시는 ‘코드’로 읽히지 않는다. 그림자를 통해서 ‘무언가’를 말하려 하기보다는, 언제나 그림자 ‘속’에서 그림자 자체를 경험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시는 구체적인 삶의 시공간을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삶의 실경이 굳건하게 뿌리박고 있는 시적 공간에서 그림자의 우화로 그림자의 눈빛에 노출되도록 만들 뿐이다. 태양에 흑점이 많을 때는, 역설적으로 태양의 활동이 가장 ‘극에 달했을’ 상태라고 한다. 내부의 격렬한 균열과 폭풍이 열의 흐름을 방해하여 상대적으로 어둡고 온도가 낮은 부분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어쩌면 그림자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그림자들은 가장 격렬한 생을 통과한 내상들이며, 그 내상이 건네는 말의 뒤틀린 방식이라고. 김소연의 시는 현실 너머의 추상적 피안이 아니라, 뜨거움과 차가움을 절실히 통과한 이후의 ‘이곳’을 그림자의 형상을 통해 추적해 낸다. 삶을 가장 치열하게 마주한 자의 뜨거움으로 그늘이 품은 울음을 읽어 내고 위무한다. 그러므로 그의 시를 일컬어 이렇게 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생의 흑점들로 이루어진 점자들이며, 생의 근원적 자세를 찍어 낸 판화들이라고.
  • [자치단체장 25시] 햇빛·바람·조수… 대부도, 안산 신재생 발전 ‘보물섬 ’

    [자치단체장 25시] 햇빛·바람·조수… 대부도, 안산 신재생 발전 ‘보물섬 ’

    경기 안산시는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통한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시화조력발전소를 비롯해 풍력발전소, 태양광·태양열 등 다양한 대체에너지 시설이 곳곳에서 가동되고 있다. 또 지열과 연료전지 등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시설도 확대되고 있다.이런 이유로 안산시의 신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비중(보급률)은 9.38%로 경기도 내 31개 시·군 중 가장 높다. 전국 지자체의 신재생에너지 평균 전력생산 비중은 6.61%(2015년), 경기도 평균은 4.1%(2015년)이다. 안산시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까지 올린다는 목표 아래 에너지 자립도시를 꿈꾸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에너지 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습니다. 안산시가 ‘에너지 비전 2030’을 선포한 것도 이 같은 에너지정책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입니다.” 제종길 안산시장은 지난 22일 “지역 특성에 맞는 에너지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2030년까지 전력자립도를 84%에서 200%, 신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8.85%에서 30%까지 끌어올려 안산을 에너지 자립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이 되기 전부터, 독일 프라이부르크 주민들의 탈원전 운동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지켜보면서 원전이 싼 에너지원이지만 사고가 나면 그 피해는 엄청나기 때문에 원전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자립도를 200% 달성하면 건설비와 해체비, 폐기물 관리비 등을 포함한 원전 1기를 줄이는 비용과 맞먹는 4조 6000억원을 안산시에서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에너지절약 스마트홈 조성, ‘가정 에너지 진단’ 등 가정의 에너지 소비 줄이기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홈 조성사업은 공동주택 가정에 발광다이오드(LED)등 교체 자금을 지원(총비용의 20%, 최대 12만원)해 주는 사업이다. 올 들어 최근까지 360가구의 등을 교체했다. 주민들의 에너지 소비 습관을 개선해 주는 컨설팅에는 1만 7000가구가 참여했다. 제 시장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일반 형광등을 고효율 LED등으로 교체하면 가구별로 약 40%의 전기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시는 또 주민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에너지 절약 마을 만들기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관내 41개 아파트단지 3만 3426가구와 19개 공공기관 및 단체가 참여해 에너지 절약 홍보 및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저탄소 환경인증제, 중소기업 온실가스 감축지원사업, 탄소포인트제 운영, 에너지바우처, 노후 전기·가스 개선 등 다양한 에너지 절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신재생에너지원 확충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부도 방아머리 일원에 내년까지 전국 최초의 복합 에너지 타운을 조성한다. 축구장 2배 규모로 조성되는 복합에너지 타운에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과 LNG 저장기지 등이 들어선다. 또 수상태양광이 설치되고 그 부근에 2MW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소도 건립된다. 모두 313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제 시장은 “대부도는 약 4400가구가 살고 있는 생활터전이자 연간 900만명에 육박하는 관광객이 다녀가는 관광 명소지만 에너지 공급 체계가 완전하지 못해 주민들의 불편은 물론 관광산업 활성화의 장애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며 사업 추진의 배경을 설명했다. 에너지 복합타운에 LNG 저장기지가 들어오면 대부도에도 도시가스가 공급된다. 제 시장은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국·도비 요구뿐 아니라 중앙투자심사 통과를 위해 행정안전부를 직접 방문하는 등 적지 않은 발품을 팔았다. 대부도는 내년에 ‘에너지 자립 산업 특수’로 지정될 전망이다. 안산시는 대부도 신재생에너지시설 밀집지역 5~6곳을 ‘에너지 자립 산업특구’로 지정받기 위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에너지 자립 산업특구’로 지정된 지역은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에 따라 40여개 법률 규제에 대한 특례(인센티브 등)를 적용받게 된다. 내년 2월 중소벤처기업부에 신청해 6월까지 지정받을 예정이다. 제 시장은 “궁극적으로는 대부도를 천혜의 자연환경과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어우러지는 청정 관광의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해 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의지를 밝혔다.안산시는 제 시장이 취임하면서 보물섬이라고 불리는 대부도를 중심으로 한 ‘카본 제로’ 도시를 모색해 왔다. 이는 세계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조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가능해졌다. 시화방조제에 자리잡은 조력발전소는 10기의 수차발전기를 가동해 연간 55만 2000mWH의 전기를 생산한다. 소양강댐에서 생산되는 발전량의 1.56배다. 대부동 누에섬과 방아머리에서 2010년부터 발전을 시작한 풍력발전소에서는 지난해 1011만 7800㎾H의 전력을 생산해 대부도 일대 전기 사용량의 12%를 충당했다. 이와 함께 공공청사, 복지관, 경로당, 어린이집 등 238곳에 설치한 태양광, 태양열, 지열 발전시설 등을 통해서도 상당량의 에너지 대체효과를 거뒀다. 시민이 참여하는 ‘햇빛도시 안산’을 실현하기 위해 개인주택과 아파트 베란다 및 옥상 등 1185가구에 총 2900㎾ 발전 용량의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했고, 13곳에 1.4㎿급 안산심니햇빛발전소를 건립해 운영 중이다.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안산의 대기환경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시화조력발전소는 연간 31만 5000t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누에섬·방아머리 풍력발전소는 소나무 185만여 그루를 심었을 때와 같은 대기정화 효과를 가져온다. 제 시장은 시장이 되기 전 옛 한국해양연구소 선임연구원과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고문, 한국생태관광협회장 등을 지낸 생태전문가였다. 그가 취임하자마자 안산을 ‘숲의 도시’로 가꾸겠다고 선포한 것도 이런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제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이에 따른 열섬효과·대기오염·토양침식 및 물 부족 등 환경문제가 발생해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시 여건에 가장 부합하는 지속가능 발전 모델이 ‘숲의 도시’”라고 말했다. 2015년 4월 ‘숲의 도시 안산 선포식’ 이후 각종 쓰레기 투기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도심 자투리 공간에 나무와 화초를 심는 ‘쌈지공원’ 206곳이 조성됐다. 또 방치된 콘크리트 인공지반을 숲으로 조성하는 ‘생활환경 숲’, 사회약자층을 배려한 ‘녹색나눔 숲’, ‘도심 속 작은 수목원’ 등 크고 작은 도시숲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민선 6기 초기인 2014년 생활권 도시숲 면적이 1인당 5.77㎡에 불과했으나 2016년 산림청 발표에서는 53% 증가한 8.82㎡로 나타나, 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인 9㎡에 근접한 녹지를 확보했다. 공단도시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던 도시가 ‘생태도시’, ‘숲의 도시’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에너지 절약 및 신재생에너지 시설 확충 노력 덕분에 안산시는 전국 최고 에너지 자립도시로 우뚝 섰다.시는 최근 ‘제20회 올해의 에너지 위너상’에서 한국에너지공단이사장상 및 이산화탄소 저감상을 수상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소비자시민모임이 주최하는 에너지 위너상은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기술 및 에너지 절약 효과가 우수한 제품,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와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기업 및 관공서 등을 선정해 시상한다. 제 시장은 “좋은 도시 만들기는 단체장과 공직자들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1가구 1발전소 운영, 시민햇빛발전소와 같이 민과 관이 상생협력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생산 확대 시책을 지속해서 추진한다면 궁극적으로 원전 1기를 안산에서 줄이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현장 행정] 책장사이 우리사이 익선동에 울려퍼진 아름다운 우리소리

    [현장 행정] 책장사이 우리사이 익선동에 울려퍼진 아름다운 우리소리

    “종로구의 ‘우리소리 도서관’에서 국악을 공부하고 체험한 어린이들이 우리 국악을 아끼고 나아가 훗날 명창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은 지난 14일 종로 1·2·3·4가 동주민센터 개청식에 나와 종로구의 17번째 구립 도서관인 우리소리 도서관 개관을 선포했다. 김 구청장이 민선 5기인 2013년 지금의 부지 매입을 시작으로 종로 1·2·3·4가의 동주민센터를 신규 건립하면서 우리소리 도서관도 함께 구축한 것이다. 센터는 연면적 1981㎡ 크기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이며, 지상 4~5층을 우리소리 도서관으로 구분해 운영한다. 국악 도서관이 자리잡은 종로 익선동은 국악 명소로 통하는 곳이다. 조선왕조 왕립 음악기관의 후신인 이왕직 아악부가 위치했던 곳으로 1933년 조선성악연구회가 설립돼 활동했으며, 지금도 돈화문 국악당, 사단법인 한국 국악협회, 국악기 상가 등이 밀집해 국악로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런 곳에 국악 도서관을 만든 것은 김 구청장의 구정 철학과 관련이 있다. 김 구청장은 종로가 ‘역사 1번지’라는 점에 착안해 전통을 지키는 개발을 하면서도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발전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종로구는 2010년 김 구청장 취임 이후, 이전에는 하나도 없던 구립 도서관을 17개 건립하면서 지역 특색을 살리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생태특화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지상은 한옥이고 지하는 장서로 이뤄진 문화특화도서관인 청운문학도서관, 종로구 최초 한옥도서관이자 전통 특화 도서관인 도담도담 한옥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열람실 위주의 성인 중심 도서관이 아니라 지역과 어울리면서도 아이들의 정서 발달을 함께 고려한 도서관들이다. 도서관은 겉모습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도서관 특색을 반영하고 있다. 이번에 개관한 우리소리 도서관의 장서 수는 2500권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40%가 국악 관련 서적이다. 국악 특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여러 국악 관련 기관에서 자료를 기증받았다. 전문가 자문을 통해 국악음원 감상 시스템도 구축했다. 향후 자료를 계속 수집하고 관리해 우리소리의 아름다움을 널리 전한다는 포부다. 김 구청장은 “종로 1·2·3·4가 동주민센터와 우리소리 도서관은 주민들과 종로를 찾는 시민들에게 전통국악을 즐길 수 있는 기회와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이자 국악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커버스토리] 쉿! 공직 스트레스 치유 중입니다

    [커버스토리] 쉿! 공직 스트레스 치유 중입니다

    공무원을 향한 국민의 시각은 모순적이다. 정년보장, 칼퇴근, 공무원연금 등이 주는 이미지로 선망의 대상인 동시에 복지부동, 철밥통, 영혼 부재 등의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 사이에서 공무원은 일이 많다고 하소연할 수도 없고, 연금이 줄어든다고 푸념할 수도 없다. 게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침묵·동조했다는 ‘평범한 악’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직무 스트레스를 마음 편히 호소할 수도 없다. 국민의 공복을 자처하면서도, 심부름꾼은 심부름꾼일 뿐 감정을 가진 인격체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 상담센터는 2008년 6월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직무상 스트레스나 대인관계, 가족문제로 겪는 정신적 고충을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해소해 주려는 목적에서다. 이후 2012년 4월 과천청사를 비롯해 2013년 4월 대전청사, 2014년 1월에는 세종청사에 설치했다. 상담사만 총 14명으로 2012년 이후 지난 10월까지 약 6년간 상담센터를 이용한 인원은 총 9만 4000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개인상담을 받은 인원은 1만 8000여명으로 하루에 9명꼴로 상담이 진행된 셈이다. 직무상 스트레스와 대인관계, 가족 문제 등으로 겪게 되는 말 못할 고민을 풀어놓고 가는 일종의 ‘공무원의 대나무숲’이다. 서울신문은 공무원 상담센터의 24시를 들여다봤다.지난달 27일 오후 5시 정부세종청사 5-3동 상담센터인 ‘마음톡톡’에서 김판석 인사혁신처장은 자신의 오른손 등에 지름 1㎝도 안 되는 원형 패치 하나를 붙였다. 스트레스 검진 패치로 ‘바이오닷’이라 불린다. 공무원 상담센터 운영 보고를 받으러 온 김에 스트레스 검사도 해본 것이다. 현재 스트레스지수가 약하다면 패치에 초록색이 나타나고,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가 강하다면 파란색을 거쳐, 검은색으로 변한다. 예상과 달리 김 처장의 패치에는 검은색이 나타났고, 함께 있었던 윤지현 인사처 대변인의 패치에는 초록색이 나타났다. 김 처장은 스트레스지수가 높은 반면 윤 대변인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의미다. 스트레스 검사를 안내하던 박명희 마음톡톡 센터장은 “우리는 항상 스트레스, 외부 자극을 받고 있다”며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고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그래도 처장님은 스트레스를 조금은 내려놓으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처장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건 지극히 정상 아니겠느냐”면서 “윤 대변인은 대변인이 체질인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 “직무 스트레스, 개인 문제 아닌 국가 책임도” 공무원 상담센터는 매일 바쁘게 돌아간다. 김 처장이 받은 간단한 스트레스 검진부터 개인상담, 집단상담, 전화나 이메일 같은 비대면 상담까지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악·미술 치료와 같은 특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운영 초기만 해도 이런 센터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아 발길이 뜸했지만, 최근엔 상담센터가 있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일반 공무원뿐만 아니라 청사 내 근무하는 모든 사람과 그 직계가족까지 이용할 수 있어 가족끼리 손잡고 오는 경우도 많다. 물론 무료인 데다 정신의학과 진료가 아니어서 의료기록에도 남지 않아 찾는 사람들의 부담이 적다. 김 처장은 이날 방문에서 “과거에는 직무 스트레스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했다면, 요즘은 기관이 그 스트레스까지 책임지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며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가 공직자 심리 상태까지 돌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담센터의 주요 일과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 점심 때를 제외한 업무시간엔 주로 상담을 진행한다. 오전에도 개인상담 일정이 잡히는 경우가 있지만, 개인상담은 주로 오후 6시 이후에 몰린다. 공무원들이 업무시간엔 눈치가 보여 상담을 받으러 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전에 상담사들이 휴식을 취하는 건 아니다. 이메일함에 처리해야 할 상담들이 수북이 쌓여 있어서다. 실제로 매해 개인상담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 10월까지 상담센터를 통해 상담받은 사람은 총 6627명(1만 3425건)에 이른다. 이미 지난해 상담받은 6227명(1만 2688건)을 넘어섰다. 2012년 서울·과천청사에서만 운영할 땐 603명(1759건)에 불과했지만, 대전청사에 센터가 설립된 2013년에는 2666명(5877건), 세종청사에 센터가 생긴 2014년에는 3999명(7851건), 2015년에는 4853명(9742건)이 상담을 받았다. 진단·심리검사 역시 주요 업무 중 하나다. 눈에 띄는 점은 병원이나 사설 상담센터에서 검사를 받으면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에 이르는 개별 검사들이 전부 무료라는 점이다. 특히 온·오프라인을 통해 검사받을 수 있고, 정서, 스트레스, 대인관계, 부부관계, 자녀 자아존중감 등 검사도 다양해 자신이 필요한 검사를 골라 받으면 된다. 진단·심리검사는 지난해 기준 총 6804명(1만 4423건)이 받았다. 이 가운데 스트레스 검사가 4899건(34.0%)으로 가장 많았고, 기질·성격 검사(3077건, 21.3%), 정신건강 검사(2128건, 14.8%)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점심시간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센터마다 프로그램은 다른데, 크리스마스 장식과 나노블록, 향초를 만들기도 하고, 인간관계 특강을 진행하기도 한다. 매월 각 부처에 프로그램을 안내하는데 공문을 보낸 후 1시간이면 모든 프로그램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서울청사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진행된 ‘선인장 화분 옮겨 심기’ 프로그램 역시 10명 모집하는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이날 정확히 12시에 모여 30분도 안 돼 각자 만든 선인장 하나씩을 갖고 사무실로 돌아갔다.이 프로그램에 참석한 소진숙(47·여) 행정안전부 사무관은 “5년 전부터 상담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이번엔 두 돌 지난 예쁜 조카에게 선인장을 주고 싶어 참여했다”며 “업무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일에 집중하니까 마음이 한결 편안해져 특별한 점심 약속이 없으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통일부에 배치된 정윤조(25·여) 주무관은 “오늘 옮겨 심은 선인장을 사무실에 둬 칙칙한 사무실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다”며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데 따로 돈을 내지 않아도 되고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공무원 복지 차원서 상담사 인력 늘려 줬으면…” 업무 중에 센터를 찾기 어려운 공무원들을 위해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또 기관별 요청과 수요에 따라 기관 특성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특강은 34회, 단체상담 304회, 이동클리닉 등 특별행사는 총 68회 실시했다. 경찰이나 콜센터 같은 스트레스 고위험군에 대해선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방문상담을 하고 있다. 박명희 마음톡톡 센터장은 “일주일에 평균 한 상담사당 14~15건씩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세종센터의 경우 1만 6000여명의 공무원을 센터 두 군데 상담사 5명이 맡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상담사 인력이 보강된다면 공무원에 대한 복지도 늘어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춘천 옛 미군기지 터, 시민공원으로 그림

    12년동안 공터로 남아 있던 강원 춘천시 근화동 옛 미군기지 캠프페이지 터(59만여㎡)가 복합 시민공원으로 조성 될 전망이다. 30일 춘천시에 따르면 2005년 미군부대가 철수하고 폐쇄된 뒤 12년 동안 허허벌판으로 남아 있던 터를 복합 시민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3300여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최근 수정안을 마련했다. 시 자문기구인 행복도시춘천만들기위원회 정기회 보고회를 통해 공개한 옛 캠프페이지 개발은 문화와 예술공간 33%, 자연생태 공간 29%, 추억과 낭만 공간 22%, 놀이와 체험공간 16%로 나누어 조성된다. 문화예술 공간에는 억새 산책길, 중국 민항기 불시착 광장, 축제공연장, 미디어아트갤러리, 예술인 공방, 캠프페이지 상징조형물 등이다. 중국 민항기 불시착 광장은 지난 1983년 5월 5일 당시 중공 민항기가 캠프페이지에 불시착, 송환문제로 정부 당국자 간 첫 교섭이 이뤄져 한·중 수교 물꼬를 튼 역사적 무대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다. 자연과 생태 공간은 낭만 가로수길, 아트타일 광장, 춘천 역사박물관, 생태습지, 숲속전망대, 시민 커뮤니티 센터, 음악분수 등으로 구성됐다. 놀이와 체험공간은 허브 공원, 현재 들어서 있는 꿈자람 어린이공원 이전, 꿈자람물정원, 육아종합지원센터, 숲속 놀이터, 춘천역과 도심을 연결하는 광장 등이다. 추억과 낭만 공간은 계절 화원, 명상의 숲, 건강센터, 분재원, 시민 참여형 정원 등이 들어선다. 사업비는 애초 방안보다 대폭 줄어든 900억원, 연 관리비는 45억원으로 예상된다. 개발은 주한미군 공여지역 등에 대한 지원특별법 개정을 통해 국비를 확보하고 일부 시설을 민간투자를 통해 유치한다. 시는 내년 초까지 수정안을 재보완해 기본계획안을 최종 확정하고 공원조성과 도시계획시설 등의 행정절차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근화동 도심에 있는 옛 캠프페이지 터 일부는 현재 어린이 놀이시설과 체육관, 주차장, 영화 촬영장 등 임시 시설물로 조성된 상태다. 시는 2012년부터 5년간 터 매입 비용으로 1217억원을 들여 소유권을 받았다. 최동용 춘천시장은 “춘천의 미래가 걸린 핵심 현안으로 투명하게 의견 재수렴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내년 초까지 기본계획안을 확정해 본격적인 개발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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