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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의 실크로드’ 자바섬의 사람들

    ‘바다의 실크로드’ 자바섬의 사람들

    세계 최초의 여행 작가인 아랍의 이븐 바투타에 의해 향료의 섬으로 알려진 인도네시아의 자바 섬. 인도, 포르투갈, 영국, 네덜란드 등 수많은 열강이 제해권을 쥐기 위해 이 지역을 거쳐 가며 남겨놓은 발자취는 오늘날 인도네시아를 문화 대국으로 만들었다. 인종과 문화만큼이나 다채로운 국적과 목적을 지닌 여행객들이 모여드는 동남아 여행의 실크로드…. EBS는 3일부터 6일까지 4회에 걸쳐 저녁 8시 50분 ‘세계 테마기행’에서 사진작가 김홍희씨와 함께 인도네시아 방랑길에 오른다. 낯선 풍경 속에서 바다의 실크로드가 지나는 길목을 샅샅이 훑는다. 3일 1부 ‘무소유의 낙원, 카세푸한’에선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열대 우림이 가장 잘 보존된 할리문 살락 국립공원을 찾는다. 이곳에서 600년 이상 대를 이어 살아온 숲의 주인 카세푸한족을 만난다. 연중 4모작이 가능한 풍요로운 땅. 하지만 땅의 생명력을 보호하기 위해 1년에 단 한 번 농사를 짓는 칩다글라 마을에선 모두가 힘을 합해 살아간다. 4년 전 아버지의 대를 이어 족장(아바)이 된 ‘우기’는 올해 27살이다. 마을 사람들의 절대적인 존경과 신뢰를 받지만 한편으론 직접 송신기를 제작하고 방송국을 만드는 등 현대 문명을 거부하지 않는다. 젊은 청년 우기는, 유명 행위예술가로서 사회적 지위를 버리고 카세푸한이 되기 위해 마을에 들어온 ‘요요’ 부부와 머리를 맞대고 원하는 일을 찾아 매달리기도 한다. 먹고사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 칩다글라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돌아본다. 4일 2부 ‘띠둥 섬에서의 3일’에선 인도네시아의 중심 자카르타에서 최근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크풀라완 스리부’를 방문한다. 1000개의 섬을 뜻하는 이곳에서 가장 번화한 띠둥 섬은 해양 레포츠의 중심지다. 산호와 형형색색의 물고기가 노니는 천연의 바다를 온몸 깊이 느껴볼 수 있다. 3년 전 큰 띠둥 섬과 작은 띠둥 섬을 잇는 사랑의 다리가 들어서면서 이 섬은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이제 자카르타 시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해양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이는 어업에 종사해온 섬 주민의 생활도 바꿔놓았다. 새벽이면 고기를 잡고 낮시간이면 관광객을 위해 보트를 모는 ‘울라’. 인도네시아의 가장 큰 명절 ‘이둘 피트리’(라마단 금식 종료일)를 앞두고 가족이 모두 모여 음식을 준비하고 아침이면 모스크에서 기도를 올리는 등 오랜 전통을 지켜 가는 섬 주민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2회) 책읽는 소리 중심, 도서관 어제·오늘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2회) 책읽는 소리 중심, 도서관 어제·오늘

     러시아인들만큼 독서를 좋아하는 민족도 없다.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서도, 붐비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공원에서도 책 읽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투리 시간이 나면 어디서든 책을 펼친다.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진 뒤 휘청거리던 그 큰 나라가 짧은 기간에 놀라운 경제 발전과 사회 변화를 이룩한 저력은 아마도 이렇게 책을 많이 읽는 국민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법 하다.  러시아인들이 이처럼 지적인 열정을 갖게 된 데에는 도서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그들은 자신있게 말한다. 일반 서적은 물론 대학 교재까지도 도서관에서 빌려서 본다니 도서관이 그들의 삶 속에 온전히 녹아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시아국립도서관은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인 모스크바 크렘린의 삼위일체탑 바로 앞에 있다. 지하철 4개 노선이 교차하는 지점, 붉은광장 입구와 마주한 곳에 서 있다는 점만으로도 국립도서관이 어떤 중요성을 갖는지 짐작된다.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레닌도서관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장서 500만권, 세계 249개 언어로 된 자료 4300만여 점을 보유한 대표도서관으로, 미국의회도서관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한다.  도서관 구석구석을 안내해 준 코프테로바 올가 마츠베예브나는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의 책장을 넘기는 데만 73년이 걸리고 책장을 일렬로 세우면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이어질 정도”라며 “공부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어떠한 관심 분야든지, 언제든지 이곳에서 책을 구해 읽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용자의 연령은 20대 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했다. 대부분 자료를 전자검색할 수 있지만 예전의 열람카드 방식으로도 운영하는 이유다.  수갑·곤봉을 찬 경찰이 도서관을 경비하는 것이 특이해 그 이유를 물었더니 희귀한 국보급 자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가경찰청 산하 문화재 담당부서에서 경찰을 파견한다. 실제로 이곳 희귀본 박물관에는 고서들과 필사본, 도스토옙스키가 읽던 성경책, 푸슈킨의 친필, 황제의 자녀들이 사용하던 교재, 세계적인 명저들의 초판본 등 진귀한 출판물들이 가득하다.  러시아국립도서관은 일반 열람실과 디지털열람실, 필사본 및 음악자료실, 문헌정보학 및 서지학 자료실,동방문학센터, 논문 및 정기간행물 자료실 등 5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동방문학센터 한국어자료실은 단행본 9000권을 비롯해 정기간행물과 신문 등 한국어 자료 1만 3000권을 소장하고 있다. 마리아 카이체바 동방문학센터장은 “한국은 남과 북으로 나뉜 나라이지만 같은 언어를 쓰기 때문에 함께 소장·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학 자료 담당자인 아나스타샤는 “1950,60년대 북한에서 나온 귀중한 자료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미국 하버드대, 캐나다 토론토대 등 한국학 학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면서 “신문에 이 부분을 꼭 소개해 한국의 학자들도 널리 이용하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도서관이 외무장관을 지낸 루먄체프 백작이 평생 수집한 고대 서적과 필사본, 초상화 등을 국가를 위해 쓰겠다는 유언을 남긴데서 비롯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지식은 사유물이 아니며 국민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는 지도층의 지혜로운 계몽주의적 사고가 값진 결실로 맺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도서관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시작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과학아카데미도서관은 러시아의 대표적 개혁군주 표트르 대제의 개인장서와 여름궁전에 있던 도서를 정리해 출발했다. 러시아 문화의 자부심으로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예카테리나 2세 여제의 칙령으로 1795년 설립된 이 도서관은 1814년 황실공공도서관으로 대중에 공개되면서 진정한 러시아 문화·예술 및 과학의 중심지가 됐다. 장자크 루소와 볼테르 같은 프랑스 계몽주의자들의 사상을 선호한 여제는 1778년 볼테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소유했던 책을 통째로 사들였다. 이것이 이 도서관이 세계에 자랑하는 ‘볼테르 장서’다. 볼테르가 직접 펜으로 주석을 단 2000권을 포함해 총 6814권이 보관돼 있다. 볼테르장서실의 코바네프 니콜라이 알렉산드로비치 계몽주의연구실장 “지혜로운 여제의 현명한 판단 덕분에 우리는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도서관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일컬어 ‘도서관의 숲’ 이라고 한다. 모스크바 시내에만 크고 작은 도서관이 4000개 이상이 존재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도서관 이용을 습관화하는 교육을 받는다. 고도(古都) 벨리키노브고로드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차에서 만난 이리나 두나예바(29)는 “어렸을 때 어머니 손잡고 마을도서관에 가서 글을 읽기 시작했고, 나도 아이들이 네 살 때부터 도서관에 데리고 다녔다. 도서관을 뺀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글 사진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함혜리영상에디터 lotus@seoul.co.kr  
  • 위화도 회군 없었다면 이성계와 고려 왕조는?

    우리가 역사를 얘기할 때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이라는 말을 종종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가장 부질없는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런 가정을 떠올리면서 은근히 흥미를 돋운다. 하지만, 배울 점이 없지는 않다. 이모저모로 가정해 봐야만 역사에 대한 지식이 깊어지고 앞으로 닥칠 유사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도 높아질 것이다. 이제껏 어떻게 살아왔는지 가끔 되돌아보는 사람이 미래의 인생을 더 잘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의 역사가 있기에 현재가 존재하고 미래를 예측 가능하게 한다. 신간 ‘조선을 바꾼 반전의 역사’(김종성 지음, 지식의숲 펴냄)는 바로 이런 맥락에 의해 쓰인 책이다. 다시 말해 ‘반전’을 키워드로 역사의 숨겨진 이면을 살펴보고 있다. 반전이 없었다면 벌어졌을 가상의 상황을 보여주면서 ‘반전’이 주는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통해 한국사 이해의 폭을 넓히면서 ‘반전’을 통해 바뀐 역사와 인물의 이야기에서 기지와 전략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에 발생한 30가지의 사건을 놓고 각각의 사건이 전혀 다른 결론으로 종결됐다면 역사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지 추리한다. 예를 들어 이성계가 압록강 위화도에서 군대를 돌이켜 왕조를 배반하지 않았다면 이성계는 어떻게 됐을까. 또 고려왕조는 어떻게 됐을까. 이러한 점을 추리해나가다 보면 순간의 선택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설명한다. 퇴계 이황은 공부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부와 정치 사이의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그런 까닭에 신진세력인 사림파가 구세력인 훈구파를 제거하고 새 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또 장희빈이 사약을 마시지 않고 중전 자리를 지켰다면 백 년 뒤의 정약용이 18년 유배라는 고난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는 대목 또한 눈길을 끈다. 변절의 대명사로 알려진 신숙주가 사실은 조선 전기의 태평성대를 이룬 인물이라는 것, 수양대군이 아니었어도 단종은 결국 어린 나이에 죽었어야 할 운명이라는 주장 등은 ‘가정’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역사적 진실을 다루고 있다. 남성과 권력자만 역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비(非)권력자도 역사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례도 보여준다. 역사를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이리저리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유도한다. 1만5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英 대헌장은 보장했다…보통사람도 잘사는 세상

    英 대헌장은 보장했다…보통사람도 잘사는 세상

    ‘마그나카르타 선언’(피터 라인보우 지음, 정남영 옮김, 갈무리 펴냄)은 술술 읽어 나가기엔 녹록지 않다. 서술 자체가 어려워서가 아니다. 맥락의 문제다. 저자는 영국사를 전공한 미국인. 거기다 문학적이다. ‘이 정도는 다 알지?’라고 전제를 깔고 글을 풀어 나가는데 맥락이 다른 우리로서는 생소하다. 가령 셰익스피어 작품 ‘존 왕’을 끌어들이는데, ‘존 왕’은 가장 영국 색이 짙다는 이유로 셰익스피어 작품 가운데 좀처럼 한국 무대에 세워지지 않는다. 또 근엄한 아더왕 신화를 영국식 블랙코미디로 재조립한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손의 현란한 말장난도 등장한다. 전설적 코미디 그룹이고 그나마 ‘스팸 어 랏’이라는 뮤지컬로 국내에 소개되긴 했지만 생소하긴 매한가지다. 한발 더 나아가 미국 각급 법원 건물의 그림과 부조들을 분석할 뿐 아니라, 프랑스 인상파를 “파리 코뮌의 물귀신 같은 악몽을 역사의 기억으로부터 말소”했다고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해 버리기도 한다. 다소 어리둥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눌러앉아 읽을 만한 이유는 신자유주의, 88만원세대, 양극화,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오늘날의 현상에도 적용가능한 역사적 근거를 아주 근본적으로 복원해 냈기 때문이다. 저자의 출발점은 1215년 존 왕이 선포한 63개 조항의 마그나카르타다. 한국인에게 익숙하게 ‘대헌장’이다. 마그나카르타에 대한 찬사는 화려하다. 정치적 자유를 선언한 최초의 문건이다 보니 억압받는 자는 누구나 마르나카르타를 거론했다. 특히 법 없이 왕이 제 마음대로 인신을 처벌할 수 없다는 내용의 39조는 오늘날 영장 주의, 고문 금지, 배심 재판, 법의 지배 원칙을 확립시키는 주춧돌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역시 이 전통을 이어받았다고 자부한다. ‘상식’(Common Sense)이라는 책으로 미국 독립혁명의 당위성을 주장했던 토머스 페인(1737~1809)은 마그나카르타에 필적하는 대륙헌장을 만들자고 제안할 정도였다. 지금도 미국 헌법에는 마그나카르타의 용어가 남아 있고 대법원 판결문에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저자는 “영국이 불문법 국가라는 상식이 잘못됐다.”고까지 하면서 박수를 보내지만, 동시에 “마그나카르타가 개인주의, 사유재산, 자유방임주의 및 영국 문명을 찬양한다는 이야기는 그 위에 칠해진 흰색 도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선언한다. 무기는 마그나카르타 뒤에 숨겨진 16개 조의 삼림헌장(Magna Charta de Foresta)이다. 이 헌장이 마그나카르타와 동시에 작성됐는지, 아니면 나중에 추가됐는지는 불분명하다. 분명한 것은 1225년 두 헌장이 동시에 재반포됐고, 1297년 판례법의 지위를 굳혔으며, 1369년 단일한 법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둘을 합쳐 ‘영국의 자유대헌장들’(Magnae Chartae Libertatum Angliae)이라고 분명한 복수형 표현을 쓴다.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삼림헌장은 왜 만들어졌고 어떻게 잊혀졌는가. 현대 문명 이전에는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것을 나무와 숲에서 얻었다. 그래서 생계 자급을 위해 나무와 숲은 공유지(Commons)로서 모두가 관리하고 모두가 이용가능해야 한다. 이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천연자원에 기반을 둔 공동체적 삶”에까지 연결된다. 진정한 자유는 정치적 자유만으로 불충분하니 사회경제적 자유까지 보장받아야 했고, 그 내용은 개인주의와 사유재산에 터잡은 자유방임주의와는 상극이었다는 얘기다. 즉 자유대헌장들은 공유지(Commons)를 바탕으로 보통 사람들(Commoner)이 공통적으로 행복이나 복지를 추구할 수 있는 권리(Common Rights)까지 보장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왕국’(Kingdom) 이후 영국이라는 국가의 명칭에는 코먼웰스(commonwealth)라는 단어가 쓰이게 된다. 뛰어난 지배계급의 영도력을 중시하는 공화국(Republic)이나 혈연과 문화적 동질성을 중시하는 좁은 의미의 민족국가(Nation)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저자는 홉스와 로크의 경우 코먼웰스라는 표현을 썼음에도 자유대헌장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혹평하는데, 이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잊혀진 이유도 똑같다. 보통사람들의 공통권을 인정하면 특권이 침해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서 왕과 귀족들이 특권을 지키기 위해 마그나카르타 해석을 왜곡한 사례, 삼림헌장을 누락하는 사례, 핵심 키워드인 ‘코먼’(Common)이란 단어를 윤색하고 다른 표현으로 갈아치우는 사례 등을 꼼꼼하게 기록해 뒀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이런 행동들은 “공유지의 운명을 양피지의 변덕, 필사자의 실수, 설치류의 관심, 기록보관소의 신비에 맡겼다.”가 된다. 이는 영국의 마그나카르타에 비견되는 대륙헌장을 만들었다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건국 때는 마그나카르타를 들먹였지만 일단 나라를 세운 뒤에는 인디언들의 공유지를 빼앗아야 했기 때문이다. “식민지 개척자들은 왕의 권위에 맞서는 데 마그나카르타를 활용한 반면, 막상 자신들이 원주민 숲지대를 침입하게 됐을 때는 삼림에 관한 조항들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마그나카르타란 “친숙한 동시에 무관심하고, 강박적인 동시에 장식적이며, 근본적인 동시에 부차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 자유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사회경제적 자유를 규정한 자유대헌장들이 아주 잊혀질 리는 없다. 공유지에서 함께 살아왔던 오랜 세월의 경험이 한순간 증발할 리 없을뿐더러, 정치적 자유를 고민할수록 사회경제적 자유 또한 필수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목이 특히 흥미로운데, 저자는 독실한 기독교 신앙으로 단일토지세를 주장한 헨리 조지, 러시아 아나키즘의 원조 표트르 크로포트킨, 영국의 토착 사회주의자 윌리엄 모리스 등이 모두 자유대헌장들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고 본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론에 대해서도 어린 시절 모젤 농민과 마르크 공동체를 겪었던 경험이 녹아 있다고 평가한다. 이를 더 연장해 미국의 뉴딜 정책과 2차대전 후 서구 복지국가에서도 자유대헌장들의 정신, 그러니까 국가는 특권층의 이득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공통된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정신이 면면이 드러난다고 봤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에르너 오스트롬이다. 경제학에서 공유지 하면 대개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을 떠올린다. 그러나 오스트롬은 공유지에서도 희극이 있을 수 있음을 주장해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저자도 한마디 해뒀다. “경제적 이슈로서 공유지는 그림의 떡처럼 보이지만, 학문적 연구는 그 반대로 그것이 현실적인 것임을 보여 준다.” 800년 전 양피지는 의외로 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 2만 3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산불 공중진화 능력 세계최고 수준… ‘숲의 파수꾼’

    산불 공중진화 능력 세계최고 수준… ‘숲의 파수꾼’

    산림청 소속 기관인 산림항공본부가 불혹의 나이를 넘겼다. 시작은 보잘 것 없었지만 지금은 산림 현장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가냘픈 묘목이 낙락장송으로 성장한 격이다. 일제의 산림 수탈과 6·25 전쟁으로 전국의 산림이 파괴되고 그나마 남아 있던 산림이 솔나방 등 병해충으로 피해를 입자 ‘방제’를 목적으로 1971년 창설된 산림청 항공대가 뿌리다. 헬기 3대와 조종사·정비사 각각 3명으로 출발해 설립 41주년을 맞은 지금은 47대의 헬기와 317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군을 제외하면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항공 운영 기관이다. 산불 진화와 항공방제, 산악구조 등의 임무를 수행하며 ‘숲의 파수꾼’이자 ‘하늘의 일꾼’으로 전천후 활약상을 자랑한다. 초기 산림 헬기의 역할은 항공방제에 집중됐다. 당시 보유 헬기도 방제에 적합한 기종이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산불 계도 비행이 추가되고, 1981년 서울 양재동 산불 진화에 처음 투입되기도 했으나 전체적인 역할 변화는 없었다. 그러다 전국적인 산림녹화로 숲이 울창해지고, 낙엽 등 가연성 물질이 많아지면서 산불 피해가 확산되던 1980년대 후반 중요 업무가 산불 공중진화로 전환됐다. ●대형산불 경험 후 초동 진화체계 구축 산불 역사에서 러시아제 대형 헬기 카므프(KA32T)와 강원 고성 산불, 동해안 산불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993년 러시아에서 들여온 카므프는 산불 공중진화 역량을 높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남산(339㏊)의 11.3배에 달하는 3834㏊의 산림 피해가 발생한 1996년 고성 산불은 화재 현장에 신속히 접근하는 항공관리소의 필요성 인식과 함께 실질적인 현장 진화를 전담할 공중진화대 신설(97년)로 이어졌다. 산불 피해 집계가 이뤄진 이래 최악인 2만 3794㏊의 피해가 발생한 2000년 동해안 산불은 그해 4월 7일 강원 고성에서 발화해 15일 경북 울진까지 산림을 초토화시켰다. 쓰레기 소각에서 돌변한 화마를 잡기 위해 194대의 헬기가 투입되는 기록도 남겼다. 이를 계기로 산불 진화 체계가 초기진화로 재구축되는 한편 국민들에게 산불의 위험성을 알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항공사고 62% 방제 중 발생 산림 헬기의 역할은 11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는 산불, 6~8월은 항공방제, 9~10월은 인명 구조와 산림현장 화물운송 등으로 크게 구분된다. 이 중 2~8월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산불조심 기간인 봄에는 산불에 맞서 숲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여름철에는 숲을 치유하는 ‘에어힐링’(방제)으로 탁월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산림항공본부는 현재 본부와 8개 지역관리소 체계로 헬기 47대와 조종사 75명, 정비사 70명, 공중진화대 46명을 분산 배치하고 있다. 30분 내 산불 현장 도착 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다. 연간 비행 시간 가운데 산불진화 작업이 전체의 35%를 차지하며 이어 방제(25%), 구난·구조·화물운송(15%) 순이고 나머지는 계도 및 비행훈련 등이다. 태안 기름 유출 피해 현장에는 초대형 헬기(S64E)가 투입돼 물대포로 바위에 붙은 기름때를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산림 헬기의 연간 비행 시간은 2009년 8094시간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해 말 기준 6402시간으로 줄었다.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효율성이 검증된 헬기를 임대해 산불조심 기간이나 병해충 방제 기간에 자체 투입하면서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조종사 1인당 연간 평균 비행 시간은 150~200시간으로 군을 포함해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길다. 지난 40년간 발생한 항공사고는 34건. 이 중 62%(21건)가 항공방제 과정에서 발생했다. 항공방제는 폭염 속에서 최대의 방제 효과를 내기 위해 70~100㎞로 저공 비행(나무 초두부에서 10m)하므로 위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오전 5시에 시작해 오전 11시 이전에 마쳐야 하는데 이 시간대에는 안개와 구름, 돌풍 등 기상악화 변수가 잦다. 베테랑 조종사들도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시간대다. 방제에 파견되면 평균 7~10일 꼼짝없이 근무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박영빈 진천 산림항공관리소 운항실장은 “화물 공수는 비행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산림헬기 조종 8년차 이상 경력자만 투입되는 등 난이도가 가장 높다.”고 말했다. ●비행술·기술력은 세계 최고 우리나라의 산불 공중진화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경우는 우리의 항공진화 체제를 벤치마킹해 현재 국내 민간 항공사에서 헬기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군 작전용 헬기로 개발한 ‘카므프’를 국내 지형에 맞춰 산림용으로 개조해 120% 활용하는 능력도 발휘했다. 조종사들의 비행 역량도 뛰어나다. 군에서 2000시간 이상 비행한 베테랑이더라도 산림 헬기 조종에 바로 투입되기는 어렵다. 입사 후 기종전환(10시간)과 지상교육(40시간) 등 평균 2개월 교육을 마치고 실전에 투입된다. 미국이나 러시아에서는 산악 착륙이 위험한 업무여서 별도 훈련까지 받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업무에 속한다. 초대형 헬기 시범 조종을 위해 산불 현장을 찾았던 미국의 조종사가 강풍이 부는 현장에서 대형 헬기를 조종해 이륙하는 산림 조종사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근무 체계는 불안정하다. 조종사가 시트당 1명에 불과해 대형 산불이나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업무 과부하를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8시간 비행 후에는 24시간 휴식이 필요하지만 다음 날 정상 근무를 해야 한다. 정비사도 분산 배치되면서 헬기 1대를 1명이 맡는다. 300시간 후 이뤄지는 중정비는 본부에서 시행한다. 신원주 산림항공본부 안전감독관은 “현장에서 조종사와 정비사는 비상시 절대 아프지 말라는 불문율이 있다.”면서 “아픈 사람이 생기면 대체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공중진화대도 인원 부족으로 산불 시즌에는 2개조(1개조 23명)의 특수진화대로 임시 편성해 산불 위험 지역에 배치하는 실정이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후원 : 산림항공본부
  • 광고대행사 이노션, 소풍 같은 채용설명회

    광고대행사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힐링 캠프’ 형식의 숲속 이색 채용설명회를 연다. 이노션은 28일 스펙 쌓기에 지친 취업 준비생들을 위해 ‘꿈을 나누는 소풍’이라는 이름으로 29일부터 새달 1일까지 국립수목원에서 채용설명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노션 페이스북을 통해 선발한 140명을 대상으로 하루 35명씩 4일간 4회에 걸쳐 행사를 진행한다. 회사는 이를 위해 ‘꿈을 나누는 버스’를 특별히 제작, 행사 기간 동안 운행한다. 광고기획, 카피라이터, 아트디렉터, 프로모션 미디어 등 희망 직군별 참가자들은 해당 직무에 종사하는 선배들과 3시간 동안 숲속에서 소풍을 즐기며 대화 시간을 갖는다. 이노션은 행사 후 새달 3일부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실시하며 채용 규모는 30명 수준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반달곰 살린다고 지리산 사람 잡겠다”

    “곰을 복원하는 것도 좋지만 곰 때문에 주민들이 불안해서 못살겠습니다.” 지리산 국립공원에 방사한 반달곰들이 숲속 민가와 사찰 등에 나타나 피해를 주면서 주민들이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국립공원 종복원기술원은 27일 지리산 자락 마을인 산청군 삼장면 내원리에서 지난 15일 반달곰 1마리가 김모씨의 염소막을 습격해 1마리가 죽고 20여 마리가 막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같은 날 또 다른 반달곰 1마리가 마을 근처 산속에 있는 이모씨의 벌통 15통을 파손하고 달아났다. 기술원은 현장에 출동해 반달곰 1마리를 붙잡아 마을과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옮겨 방사했다. 지난 7일에는 지리산 천왕봉 아래 법계사 공양간에 반달곰 1마리가 나타나 난동을 부리다 쌀통을 물고 사라지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에는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 자락에서도 반달곰 1마리가 양봉 현장에 나타나 벌통 5통을 부수고 벌꿀을 먹는 등 반달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술원은 반달곰 때문에 생긴 피해에 대해서는 보험회사를 통해 피해 보상을 해 준다. 그러나 주민들은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삼장면 사무소 현재석 부면장은 “최근 열린 이장회의에서 지리산 자락 마을마다 반달곰 피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면서 “인명 피해가 생기기 전에 대책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원은 지리산에 반달곰을 복원하기 위해 2004년부터 해마다 2~4마리씩, 지금까지 35마리를 방사했다. 현재 27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방사한 반달곰 사이에서 새끼 10마리도 태어났다. 기술원은 2020년까지 50마리를 복원할 계획이다. 기술원 정우진 팀장은 “갓 방사된 반달곰이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서식 환경을 넓혀 가는 과정에서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잘 적응하는 것으로 관찰된다.”고 말했다. 산청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촬영전용 헬기타고 본 아름다운 한반도

    촬영전용 헬기타고 본 아름다운 한반도

    하늘에서 바라본 한반도는 어떤 모습일까. 까마득한 절벽 끝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이 아찔한 장면일 수도 있고, 우리가 사는 정겨운 삶터의 모양새 그대로일 수도 있다. 이 같은 물음에 답해줄 EBS의 ‘하늘에서 본 한반도’가 27일부터 매주 월요일 밤 10시 50분 시청자의 곁을 찾아온다. 52부작으로 한반도 최남단 마라도부터 진도와 청산도, 독도를 거쳐 생명의 젖줄인 강과 평야, 대륙의 힘인 백두대간까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아름다움과 역사성까지 담아낼 프로그램은 30분의 방영시간이 짧을 정도로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한반도를 하늘에서 바라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BS가 올 1월 1일 신년 특집으로 마련한 ‘하늘에서 본 한반도-마라도에서 금강산까지’는 장대하고 웅장한 화면으로 한 차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EBS의 프로그램은 시각을 달리해 실험적 기법을 차용했다. EBS 측은 “프랑스의 세계적 항공촬영 전문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이 찍은 ‘하늘에서 본 지구’의 형식을 빌려 ‘하늘에서 본 한반도’를 만들었다.”면서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순수 항공촬영만으로 제작·방송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EBS는 이를 위해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상업 운항한 국제 표준의 항공촬영헬기를 활용했다. 또 할리우드 영화 제작에 사용되는 전용 카메라를 이용해 떨림이 없는 담백한 영상을 선보인다. 제작사는 ㈜한국디스커버리. 하늘을 나는 새의 시선처럼 국토의 아름다운 모습과 그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순간을 포착해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는 또 있다. EBS는 앞으로 10년간 한반도의 모습을 화면에 담아 대동여지도와 같은 작품을 만들 계획이다.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해 우리나라의 대표 영상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공영성과 수익성의 조화를 노린다는 점에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편 EBS는 가을 개편을 맞아 간판 프로그램인 ‘지식채널e’를 주 2회에서 4회로 확대 개편해 월~목요일 오후 2시에 방송(재방송 오후 8시 25분)한다. 매주 월~화요일에는 기존 프로그램을 방영하며, ‘문화유산 시리즈’(수요일)와 ‘경제시리즈’(목요일)가 추가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작가 유홍준 교수와 함께 문화유산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내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공동으로 경제현상의 이면을 파헤치는 식이다. 이 밖에 27일 첫 방송되는 ‘숲 속 친구 파파룰라 시즌3’(월~화요일 오전 8시 45분)도 눈길을 모은다. 샤샤, 모아, 두두, 짠 외에 ‘부-부’ 캐릭터가 새롭게 추가됐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런닝맨(SBS 일요일 오후 6시 10분) 로맨틱 코미디 ‘걷지 말고 사귀어라’의 여주인공으로 공효진이 떴다. ‘런닝맨’에서는 그녀의 상대 배우자로 인생 첫 주연을 시도하는 이광수에게 사상 초유의 특혜를 준다. 바로 7개의 이름표다. 그렇게 공효진을 지켜주겠다는 이광수의 말과 함께 시작된 레이스. 하지만 광수는 역대 가장 모자란 남자 주인공으로 전락하고 마는데…. ●피쉬와 칩스(KBS1 토요일 오후 2시 30분) 수족관에 소품 담당 매니저로 오게 된 벤지의 조카 피지는 올챙이에서 개구리로 변하는 과정에 있다. 피지의 뒷다리를 본 피쉬는 충격에 휩싸이고 피지와 친해져서 진화의 비결을 알고자 한다. 한편 피쉬의 친구들은 안하무인인 피지에게 모두 등을 돌리나 피쉬 혼자 피지 편에 서게 된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장수는 청애에게 그동안 서운하게 하고 외롭게 한 것이 정말 미안하다며 진심으로 사과한다. 한편 한국에 찾아온 귀남의 양부모를 통해 귀남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는 장수와 청애. 왠지 자신과는 다르게 양부모와 너무나 편하고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는 그들에게 청애는 말할 수 없는 서운함을 느낀다. ●특집 2012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1, 2부(OBS 토·일요일 밤 9시 25분) 지난 10일부터 3일간 인천 정서진에서 진행된 ‘2012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성황리에 마무리된 공연의 생생함을 다시 한 번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키스턴 루디스카, 칵스, 더 퀘미스츠, 애시 등이 출연해 열광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드라마 스페셜-내가 가장 예뻤을 때(KBS2 일요일 밤 11시 45분) 암이 재발한 신애는 치료를 받지 않고 남은 생을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 하지만 남편 의수의 설득에 어쩔 수 없이 병원에 들어간다. 신애가 병원에 들어가는 날, 작은 해프닝으로 옆 환자의 보호자인 정혁을 만난다. 그렇게 신애는 정혁을 만나면서 죽음이 아닌, 다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난다. ●늘 푸른 인생(MBC 일요일 오전 6시 10분) 아름다운 소나무 숲과 천연기념물 왜가리를 자랑하는 경북 문경시 농암면 종곡 3리를 찾아간다. 마을에서 성질 급하기로 1등인 남편과 마음 고생이 많았던 아내의 사연부터 우리나라 올해 예산까지 줄줄이 꿰고 있는 만물박사가 들려주는 이야기까지, 진한 경상도 사투리에 정겨움이 묻어나는 고향의 정취를 느껴 본다. ●동물일기(EBS 일요일 오전 10시 10분) 경북 성주 우경이네 집에는 애완 염소가 산다. 우경이네 가족은 태어나자마자 젖 한 번 물지 못한 채 어미를 잃은 아기염소 반달이를 집에서 보호하는 중이다. 반달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해주고 싶은 의욕 넘치는 네 살 우경이. 하지만 젖먹이 염소를 돌보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 숲지킴이 양성교육 수강자 모집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센터장 이재영 서울시립대 교수)는 전문 소양교육 프로그램으로 숲 지킴이 양성교육(9월 17~21일)과 기후변화 전문인력 양성과정(10월 15~19일), 환경보건관리 프로그램(11월 12~16일)을 진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숲 지킴이 양성교육은 이달 31일까지, 기후변화 과정과 환경보건 프로그램은 다음 달 초부터 28일까지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참가 신청서는 홈페이지(http://sgec.uos.ac.kr)에서 내려받아 이메일(sestc@hanmail.net)로 접수하면 된다. 교육비는 무료.
  • 괴물 빅풋?…美오하이오서 포착된 거대 생명체

    괴물 빅풋?…美오하이오서 포착된 거대 생명체

    미국 오하이오주(州) 북동부에 있는 숲에서 촬영됐다는 빅풋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이 영상은 지난 4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게시된 것으로, 현재 그 진위를 두고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공개된 영상은 사륜오토바이(ATV)로 추정되는 차량을 탑승한 한 운전자가 숲 속에 난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중 그 앞에 검은 털로 뒤덮인 생명체가 지나가자 급히 방향을 돌려 달아난다. 이때 지나가는 생명체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느린 동작으로 보여주는 데 그 모습이 마치 빅풋처럼 보인다. 이 영상은 지금까지 약 10만여 명이 넘는 네티즌이 감상하고 있으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작을 주장하는 네티즌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우선 그 영상을 누가 촬영했느냐는 것이다. 또한 상세한 내용이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신빙성이 느껴지는 주장은 그 사건이 일어난 짧은 찰나의 순간에 운전자는 조금도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미스터리물을 주로 게시하는 고스트띠어리닷컴 역시 “실망스럽게도 이는 싸구려 원숭이 복장을 한 누군가를 마주친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논란이 된 빅풋이 촬영된 오하이오주는 지금까지 수십 건의 빅풋 발자국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들어온 곳이라고 현지 10TV뉴스가 전한 바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새야? 강아지야?…푸들 닮은 희귀나방 화제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최근 인터넷상에 하얀 솜털이 보송보송한 나방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사진 공유 사이트인 플리커에 자신을 분류학자로 소개한 아서 앙커 박사가 공개한 일명 푸들 나방이 해외 네티즌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공개된 사진 속 나방을 보면 임시지만 매우 적절한 이름으로 보일 정도로 하얀 솜털이 보송보송해 보인다. 이 같은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너무 귀여워 갖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고 일부에서는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한 나방 같다.”면서 지구 상에 실제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앙커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 나방은 실제로 남미 북부 베네수엘라의 한 숲에 서식한다. 한편 앙커 박사의 플리커 페이지에는 푸들 나방 이외에도 반투명한 ‘딱총새우’부터 에콰도르에 서식하는 ‘몽키호퍼(메뚜기의 일종)’까지 독특한 동물 사진들이 게시돼 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영화프리뷰] ‘링컨:뱀파이어 헌터’

    [영화프리뷰] ‘링컨:뱀파이어 헌터’

    어린 시절 괴한에게 어머니를 잃은 링컨(벤저민 워커)은 청년이 되자 복수에 나선다. 하지만 상대는 탄환이 눈에 박히고도 멀쩡한 뱀파이어. 위기의 순간 헨리(도미닉 쿠퍼)가 나타나 링컨은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헨리에게 혹독한 훈련을 받은 링컨은 낮에는 매사추세츠주 스프링필드의 상점 직원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밤에는 뱀파이어의 목을 자르는 사냥꾼으로 거듭난다. 링컨은 그즈음 진정성을 담은 말솜씨 덕분에 상원의원의 눈에 띄어 정계로 진출한다. 하지만 링컨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뱀파이어 조직은 그와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링컨:뱀파이어 헌터’가 제작단계에서 일찌감치 주목받은 지점은 두 가지다. 기괴한 상상력의 소유자인 팀 버턴 감독이 공동제작자로 나섰다는 점과 액션영화의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낸 ‘원티드’의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의 최대 치적인 노예제도 폐지와 남북전쟁의 이면에 뱀파이어 종족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의 동명 베스트셀러 원작소설도 흥미를 끈다. 베크맘베토브는 이 영화에서 장기를 제법 잘 살렸다. 수백 마리의 말떼가 질주하는 틈바구니에서 링컨과 뱀파이어가 격투를 벌이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불타는 목조 다리 위를 지나는 기차에서 링컨과 동료가 뱀파이어 군단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도 나쁘지 않다. 두 장면에서는 3차원(3D) 영상이 효과적으로 쓰였다. 지금껏 뱀파이어 영화에서 총과 칼, 활을 쓰는 영화는 차고도 넘쳤기 때문에 도끼를 쓰는 뱀파이어 킬러란 설정도 흥미롭다. 링컨 대통령이 빈농의 아들인 데다 그의 명언과 일화 중에는 장작에 관련된 것이 많은 점에서 착안한 모양이다. 하지만 악당의 전투력이 부실한 데다 이야기 짜임새마저 헐거운 탓에 중반 이후 극적 긴장감이 떨어진다. 수많은 뱀파이어 영화에서 불멸의 삶을 사는 뱀파이어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전투력을 발휘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감독의 출세작 ‘원티드’와 겹쳐지는 장면도 많다. 평범한 직장인(빈농의 아들)이 비밀 암살조직(뱀파이어 킬러)에 의해 초단기 특훈으로 세계 최고의 킬러가 된다든지, 아찔한 산악지형을 통과하는 기차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 등에 ‘원티드’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문제는 비슷한데 옛 작품인 ‘원티드’보다 개연성은 떨어지고, 스타일도 옛날 느낌이란 데 있다. 북미에서는 지난 6월 22일 개봉했다. 애니메이션 ‘브레이브’(한국 개봉 제목은 ‘메리다와 마법의 숲’), ‘마다가스카3’에 밀려 첫주 3위에 그쳤다.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으로 꼽히는 링컨의 위신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곱지 않은 시선을 끌었다.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23일 현재 전 세계 흥행수익은 8112만 달러(약 917억원). 제작비 6900만 달러(약 783억원)는 회수했다. 30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스타워즈가 현실로?…하늘을 나는 오토바이 공개

    스타워즈가 현실로?…하늘을 나는 오토바이 공개

    영화 ‘스타워즈’ 6편인 ‘제다이의 귀환’에서 울창한 숲 사이를 날아다니던 ‘스피더 바이크’를 떠올리게 하는 비행장치가 개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22일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 있는 에어로팩스(Aerofex)사(社)가 ‘스타워즈’ 팬들의 꿈을 현실화한 호버바이크를 제작했다. 에어로팩스사의 호버바이크는 영화속 스피더바이크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지는 않았으나 모하비사막에서 시행된 안전성 실험에서 합격을 받았다고 한다. 화사 설립자이자 항공우주 공학자인 마크 드로쉬에 따르면 이 호버바이크는 피치(pitch)와 요우(yaw)만 가지고 제어 가능한 순수 기계식으로 소프트웨어적인 자세 제어가 필요 없다. 즉 이 호버바이크는 특별한 훈련 없이도 조종사는 손쉽게 높이와 방향, 속도를 제어할 수 있다. 또한 이 호버바이크는 최대 시속 48km까지 낼 수 있으며 최고 높이 4.6m까지 고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호버바이크는 상용화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이노베이션 뉴스 데일리에 아직은 사람이 탈 수 있는 호버바이크를 출시할 예정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회사 측은 이 호버바이크의 드론 버젼 즉 무인항공기로 개발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커버스토리] 무한경쟁 지친 한국 “나도 아프다” 치유 열풍

    [커버스토리] 무한경쟁 지친 한국 “나도 아프다” 치유 열풍

    ‘힐링’, 2012년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압축 성장으로 경제는 발전하고 디지털 시대에 속도는 광속으로 빨라졌지만, 무한 경쟁 속에 지친 한국인들은 마음의 치유와 위안을 필요로 하고 있다. 10년 전 사회 전반에 불어닥쳤던 ‘웰빙’ 열풍이 이제는 힐링 신드롬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몸과 마음이 지친 현대인들은 서점에서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읽으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던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 힐링 열풍에 힘입어 서점가에서 시집이 7년 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내면의 치유를 목적으로 한 여행 상품이나 심리 치료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몰리자 산림청은 2017년까지 전국 34곳에 ‘치유의 숲’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TV 토크쇼도 ‘오프라 윈프리 쇼’처럼 초대 손님의 아픔을 공감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캠프’ ‘이야기 두드림’ 등과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공연 무대에도 관객들의 치유와 위로를 목적으로 공연 이름에 힐링을 내건 ‘힐링 콘서트’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몸의 치유를 돕는 ‘힐링 푸드’도 뜨고 있다. 산업계에도 이를 이용한 힐링 마케팅을 쏟아내는 등 ‘힐링 산업’까지 등장했다. 정치권도 잇따라 소외계층을 보듬어 안는 각종 정책을 쏟아내며 힐링 정치에 나섰다. 힐링의 시조랄 수 있는 템플스테이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2002년 내외국인을 포함해 2558명에 불과했던 참여자가 2012년 7월 현재 8만 8896명으로 늘었다. 연말까지 19만 3567명이 전국의 109개 사찰을 찾을 것으로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측은 보고 있다. 10년 만에 76배 증가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를 강타한 힐링 신드롬을 무한 경쟁에서 실패하면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과 고립감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반영한 결과로 분석한다. 각박한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서 받은 상처의 골은 깊어가지만 적절한 치유법을 모른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상태를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삶이 힘들다고 자각하면서 삶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해 힘들다고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식 사회로 진입한 이후 치열한 경쟁으로 안정성이 흔들리고 가족이나 직장의 이동성이 커지면서 행복한 삶의 조건이 달라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는 “앞만 보고 달려온 세대가 자본주의적 질서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욕구에 귀를 기울이는 등 삶의 질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더 잘 먹고 잘살기 위한 개념의 웰빙과 달리 힐링은 욕심을 채우기보다 조금 더 버리고 내려놓고 관계의 회복을 추구하는 것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은주·김정은기자 erin@seoul.co.kr
  • [대한민국은 힐링중] 버티던 삶, 집착 비우고 행복 채우다

    [대한민국은 힐링중] 버티던 삶, 집착 비우고 행복 채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첫 여성 사무총장을 역임한 정연순(46) 변호사는 지난 6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14일간 다녀왔다. 가장 유명한 코스는 프랑스 남부 국경 마을 생장피드포르에서 시작해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스페인식 이름 산티아고)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에 이른다. 정 변호사는 그 중 후반부에 해당하는 400㎞가량을 걸었다. 1980년대 변호사가 된 이후 정 변호사는 ‘늘 자신이 잘해야 한다, 사명의식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삶이 힘들어도 견뎠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정 변호사는 “어느 순간 지나온 인생을 돌아 보니 강박관념을 지닌 채 너무 아등바등 살아왔다는 반성이 들었다.”고 말했다. 순례에 나선 뒤 8일 정도 묵언 수행을 했다. 비행기 표 값 300만원에 150만원쯤 더 들었지만, 돈보다 값진 것을 얻었다고 했다. 순례에서 얻은 가장 큰 가르침은 자신이 맨 배낭의 무게가 곧 인생의 무게라는 점. 그는 “배낭 안에 각종 생필품이 담겨 있었는데 그것이 나의 욕심이더라. 배낭의 무게와 가야 할 거리를 생각하니 몸이 반응하더라. 길을 가다 어떤 마을을 지나면 그 마을이 소개된 안내 책자를 찢어버린다든지 짐을 하나씩 버리며 욕심을 버리게 됐다.”고 말했다. ●걷고 기도하고 침묵하는 ‘나만의 힐링’ 종교의 힘을 빌리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뿐 아니라 오로지 힐링을 목적으로 하는 무신론자의 참여도 부쩍 늘었다. 외국계 컴퓨터 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김회중(35)씨는 인간관계에서 큰 상처를 입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본래 가톨릭신자인 그는 지친 마음을 달래고자 지난 6월부터 가톨릭 피정(避靜·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묵상과 침묵기도를 하는 종교적 수련)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마음의 상처와 시련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모여 상담을 하고, 아픔을 경청하면서 치유를 받았다.”고 말했다. 피정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려면 자신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피정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로 매일 에세이를 쓰고 있다. 단순한 일기가 아닌 하루에 대한 반성과 위로, 격려가 주된 내용이다. 그는 “매일 스스로 힐링을 하며 치유와 성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피정보다 대중화된 종교의 힐링프로그램으로는 불교의 ‘템플스테이’(전통사찰에 머물며 몸과 마음을 치유)가 있다. 카네기연구소에서 리더십 교육 강사로 활동하는 김은주(40)씨는 지난 4일 1박 2일 일정으로 쌍둥이 아들, 남편과 함께 전북 김제 금산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체험했다. 벌써 여섯 번째다. 김씨는 “도시에서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힘든 상황도 많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특히 리더십 강의를 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지나친 욕심을 부리거나 집착을 한 시간도 있었다. 절 체험을 통해 나 자신을 찾고,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10년 전, 한국사회는 ‘웰빙’(심신의 행복 추구)을 꿈꿨다. 미디어, 광고, 산업계 등은 발 빠르게 웰빙을 강요했다. 각종 서적과 관광상품에 웰빙이 범람했고, 우리는 자의 반, 타의 반 웰빙라이프를 위해 노력했다. 강산이 변했다. 한국사회에서 웰빙은 실패한 결과물로 남았다. 몸과 마음의 행복은 차치하고, 너도나도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겠다고 난리다. 대세는 10년 만에 웰빙에서 ‘힐링’(몸과 마음의 치유)으로 옮겨졌다. 10년 전처럼 모든 분야에서 힐링을 강요하는 모양새다. 사람들도 과거와 달리 공공연히 아픔을 드러낸다. 한때 국민드라마로 사랑받았던 ‘다모’의 명대사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고 묻고 고백하기를 반복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소통의 부재를 한국 사회의 고질병으로 거론했건만,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에 힘입어 ‘소통 과부하’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정보 공유의 속도와 규모가 커졌다. 인터넷에 ‘힐링’이란 미끼를 던져 ‘검색’이라는 낚싯줄만 당기면 월척 수준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무한하다. ●경제성장 따른 심리적 피폐가 힐링 불러 사람들은 왜 힐링을 필요로 할까.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힐링 열풍의 근간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가 ‘이스털린의 역설’(경제성장이 낮은 수준에서는 소득이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지만,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이론)의 단계에 진입한 점에 주목했다. 신 교수는 “청년 실업자라든가 비정규직, 명예퇴직자 등 삶에 불안을 겪는 계층이 늘면서 위안과 희망, 위로와 격려를 원하는 사회집단이 대규모로 형성돼 힐링 문화가 급속도로 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국민건강공단이 발표한 ‘2007~2011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심한 스트레스 반응 및 적응장애로 의료기관을 찾은 진료환자의 수는 2007년 9만 8083명에서 2011년 11만 5942명으로 4년 새 18.2% 증가했다. 분당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규섭 교수는 “해마다 스트레스로 정신과 상담을 받는 사람은 100만~200만 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는 분들이 호소하는 고통이 개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지만 대개 젊은 세대들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으로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고, 중·장년층은 조기 실직에 따른 사회·경제 스트레스를, 연세가 드신 분들은 건강상의 이유에 따른 고통 및 외로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치유에 집중하는 데에는 급격한 경제 성장에 따른 심리적 피폐함이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곽 교수는 “인터넷 발달로 세계적으로 성공한 1% 사람들의 삶의 정보가 쉽게 노출됐고, 이를 접한 많은 사람의 꿈과 이상이 커지면서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이 깊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한 때 젊은 세대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이 큰 위로가 됐다. 하지만 그만 아픈 척해야 할 시점이 왔다. 어느 세대나 힘들고 시련은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힐링이 키워드로 부각되면서 이를 주제로 한 상품도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있다. ‘힐링 산업’의 등장이다. 힐링 전문여행사를 표방한 일부 업체에서는 가이드 대신 심리치료사를 동행시켜 명상·걷기 등을 주 프로그램으로 하는 상품을 내놓았다. 공연계는 지난해부터 아티스트의 이름이 아닌 ‘힐링 콘서트’ 등의 공연까지 내놓고 있다. 강원 평창, 충북 청원·제천, 경북 경주 등에서는 ‘힐링랜드’ 등의 이름을 붙여 치유의 숲, 상담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하지만, 힐링의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요가 커지면서 여러 형태의 힐링 상업주의가 판치고 있다.”면서 “저마다 각자의 고민과 욕구가 있고, 또한 각자의 치유 방식이 있다. 그것을 같은 방식으로 다룬다는 발상의 힐링 산업은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촉법소년/김산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촉법소년/김산

    꼬마 자동차 붕붕을 훔쳐 타고 읍내를 질주합니다.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다고 했지만 죄다 거짓부렁. 꼬마 자동차 붕붕을 질질 끌며 소년은 신작로를 새로 만듭니다. 당신은 전진하고 당신은 따라오고 당신은 넘어지고 당신은 융기합니다. 저수지 숲속에는 밧줄을 맨 나무 교수대들이 엄마엄마 울고. 공중에는 까마귀가 까치까치 웃고. 천둥과 번개가 소년을 심문하고. 장대비와 먹장구름이 소년을 구금합니다. 반짝 해가 뜨고 소년은 만기출소합니다. 터번을 휘감고 양탄자를 탄 소년이 읍내를 질주합니다. 죽은 엄마를 찾아 시장을 지나 들판을 날아 다닙니다. 소년은 크레파스를 들고 크레바스의 품으로 추락합니다. 안녕 안녕 얼음의 입구가 따뜻합니다.
  • 김성수 “고강도 훈련에 수염 원형탈모 생겨…의연한 군인들에 깊은 믿음” 이하나 “모의비행하다 승천하나 싶었죠…군대 간 비와 유머코드 잘 맞아”

    김성수 “고강도 훈련에 수염 원형탈모 생겨…의연한 군인들에 깊은 믿음” 이하나 “모의비행하다 승천하나 싶었죠…군대 간 비와 유머코드 잘 맞아”

    하늘에서 인생을 보내는 파일럿들의 일과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알투비:리턴 투 베이스’. 휴전선 인근 상공에 정체 모를 전투기가 출현해 서울이 공격받을 위험에 처했다는 설정에서 시작된 이 영화는 100억여원이 투입된 대작답게 도심을 누비는 첨단 전투기들의 고공 액션 장면이 돋보이는 블록버스터다. 해외 30개국에 미리 판매된 영화는 출연 배우들이 실제 조종사들과 같은 비행 훈련을 받아 큰 화제를 모았다. 남녀 전투기 조종사로 출연하는 김성수와 이하나를 각각 만나 영화 제작 뒷이야기를 들었다. 김성수 “고강도 훈련에 수염 원형탈모 생겨…의연한 군인들에 깊은 믿음” “이제 할리우드가 아닌 한국 영화계에도 이런 고공 액션 블록버스터가 한 편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번 작품에서 21전투비행단 편대장으로서 책임감 강한 전투기 조종사 박대서 역을 연기한 김성수(왼쪽 ·39)는 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우리 공군의 전쟁 억제력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영화 속에는 서울의 랜드마크인 63빌딩을 비롯해 한강, 원효대교, 테헤란로 등 도심을 배경으로 두 대의 전투기가 빌딩 숲 사이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전개된다. 이 장면을 실감나게 찍으려고 그는 강도 높은 비행 훈련 과정을 소화했다. “훈련을 하면서 수염에 원형탈모증이 생길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유준상씨는 가속도 내성 훈련(G-test)을 받다가 두 번이나 기절을 했고, 저도 훈련을 받고 일주일 동안 시름시름 앓았죠. 훈련을 마쳤지만 실제로 전투기를 탔을 때 속도감과 중압감이 상당히 크더군요.” 훈련을 충분히 한 덕에 모형 조종관 안에서 연기할 때도 표정과 동작 등을 더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는 김성수. 그는 “사고 나면 치사율이 높기 때문에 보통 이상의 의연함과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을 요하는 군인들의 사명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사한 동기생의 시계를 차고 의연하게 비행하는 조종사를 봤을 때 뭔가 믿음직스러움을 느꼈어요. 조종사들이 비행 훈련을 나갈 때 가족들과 나누는 순간순간의 눈인사에 상당히 애정이 담겨 있고 소중하다고 느껴지더군요. 조종사들은 지상에 내려와 소변을 볼 때 비로소 자신이 무사히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하더라구요.” ‘알투비’(RTB)는 ‘리턴 투 베이스’(Return To Base)의 줄임말로 ‘기지 귀환’을 뜻하는 군사 용어. 영화는 귀순을 가장한 북한군 전투기 한 대가 서울까지 내려와 21전투비행단과 예상치 못한 교전을 벌이는 가운데 파일럿들의 진한 전우애를 그린다. 특히 정태훈 역의 정지훈과는 드라마 ‘풀하우스’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지훈이는 ‘풀하우스’ 때부터 기본이 변하지 않는 친구죠. 연기는 물론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잘 하구요. 무엇보다 이번에 자신이 맡은 최고의 조종사 역할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서 허벅지의 실핏줄이 터지면서도 G-테스트의 최고 난이도에 도전하는 것을 보고 정말 투지가 강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작품에서 아들을 홀로 키우는 푸근한 싱글남 캐릭터에 도전한 그는 선 굵고 도시적인 외모와 달리 좀 더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냉정하게 아직 연기력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제가 장르에 대한 갈증이 많아요. 현실과 연기의 경계가 모호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고, 뮤지컬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저는 최대한 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질리지 않고 제 연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지도록 꾸준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이하나 “모의비행하다 승천하나 싶었죠…군대 간 비와 유머코드 잘 맞아” “비행 훈련을 하다가 승천하는 줄 알았어요.” 영화 ‘알투비:리턴 투 베이스’에서 최고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 오유진 역으로 열연한 이하나(오른쪽·30). ‘연애시대’와 ‘메리 대구 공방전’ 등의 드라마에서 밝고 여성스러운 캐릭터를 맡았던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 털털하고 화통한 성격의 캐릭터로 변신했다. 조종사 역을 맡은 만큼 그녀는 가속도 내성 훈련(G-test) 등 전투기 조종사 필수훈련 과정을 거쳐야 했다. “360도로 빠르게 도는 훈련 장비 안에서 버티는 G-테스트는 정말 힘들었어요. 몸무게의 6배가 넘는 중력이 눌러 목이 꺾이고 다리에 힘이 풀려 호흡을 조절하기 힘들거든요. 정신을 놓아 버린 순간 내 영혼이 이제 다됐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앞이 하얘지면서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죠.” 우여곡절 끝에 전투기 F15K에 탑승했지만, 몸이 굳어 버리는 바람에 기분 좋게 맑은 하늘의 장관을 보겠다는 야무진 꿈은 사라졌다면서 환하게 웃는 이하나. 그녀는 실제 여성 전투기 조종사와 함께 비상탈출훈련, 조종 시뮬레이션 훈련 등을 하면서 ‘탑 건’들의 삶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성 전투기 조종사들은 상당히 터프하고 독하리라 생각했는데, 여성스러운 면도 많더라구요. 무엇보다 목숨을 담보하는 훈련인데,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공포심을 안고 전투기에 오르는 공군 조종사들이 대단해 보였어요.” 비장한 분위기가 아니라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애국심과 희생 정신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는 이하나. 그녀는 “작은 새라도 비행기와 부딪쳐 사고가 날까 봐 늘 노심초사하는 조종사 가족들을 만난 뒤 가족들도 고행을 함께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가수 겸 배우 비(정지훈)가 입대 전에 마지막으로 찍은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극 중 유진은 정태훈(정지훈)의 공군사관학교 동기로, 에어쇼에서 위험한 비행 기술을 구사했다가 징계를 당해 21전투비행단으로 이적한 태훈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실제로 현역 군인인 비와 티격태격하는 내용이 담긴 그녀의 편지가 공개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유진은 좀 고지식한 면도 있고 항상 군기가 바짝 들어 동기 태훈이 뭔가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잡아내는 캐릭터죠. 지훈씨는 짓궂은 장난이나 약 올리는 말들을 잘하고, 언제나 지지 않고 꼭 한마디하는 성격이에요.(웃음) 저와는 유머 코드도 잘 맞고 가장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남자 스타일이죠.” 이하나는 드라마 ‘태양의 여자’(2009) 이후 소속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1년 반의 공백기를 거쳤다. 연기자와 MC로서 잘나가는 자신을 돌아본 시간이었다. “인터넷에서 연예인들에 대한 악플이나 댓글을 보면 제가 당하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고, 저 역시 정신적인 부담감과 두려움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어요.” 그녀를 다시 세상으로 끄집어낸 것은 음악이었다. 힘들 때마다 늘 머리맡에 기타를 두고 작곡한 노래들을 틈틈이 녹음한 그녀는 올해 안에 앨범을 내고 정식 가수로 데뷔할 생각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고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를 작곡한 이대헌씨다. “앨범에 아버지가 작곡한 노래 중에 빛을 보지 못했던 곡도 한 곡 리메이크해 실으려고 해요. 제게는 소중한 부분을 꺼내 놓는 작업입니다. 제 창법은 최대한 기교 없이 고음보다 저음으로 읊조리듯이 편안하게 부르는 스타일이에요. 제 노래를 듣고 저마다 추억을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산촌농부 변신 이계진 前 아나운서

    [김문이 만난사람] 산촌농부 변신 이계진 前 아나운서

    ‘자 이제 돌아가자/고향산천이 황폐해지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지금까지 정신을 육체의 노예로 삼아온 것을/어찌 슬퍼하고 서러워만 할 것인가.’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나오는 첫 대목이다. 이뿐만 아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헤르만 헤세의 ‘전원생활 이야기’, 타샤 튜터의 ‘정원’ 등에도 ‘귀거래사’와 같은 ‘돌아감’의 행복을 진솔하게 다루고 있다. 천상병 시인도 ‘나 이제 돌아가리라~’로 ‘귀천’을 읊었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귀(歸) 철학’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터. ‘국영수’로 정신없이 치열하게 세상을 살다가 결국 ‘예체능’을 택하듯이 말이다. 이계진(66) 전 아나운서. 얼마 전 방송을 통해 1996년부터 산촌생활을 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물론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재선 국회의원과 강원도지사 출마 등 정치활동을 했지만 이때에도 개인생활의 주거는 산촌이었다. 따라서 산촌생활은 올해로 꼭 16년째인 셈이다. 최근에는 세속과의 인연을 아예 단절하고 시골 농부로 자연 속에 파묻혀 살아가고 있다. 직접 밭을 갈고, 씨 뿌리고, 퇴비 주고, 땀 흘려 수확하는 행복에 푹 빠져 있는 것. 지난 13일 낮 경기도 한 산촌에 사는 이씨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자신의 집 주소가 알려지면 안 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일부러 세상 시름 잊기 위해 조용한 곳을 찾아왔기 때문이란다. 이씨의 집에 도착하자 그는 “옥수수는 금방 찐 것이 맛있어요. 제가 직접 농사를 지은 것입니다.어서 드세요.”라고 활짝 웃으면서 권했다. 그러면서 방울 토마토를 꺼낸다.“이것도 직접 기른 것입니다. 제가 주스 만드는 솜씨를 보여드리지요.”라고 하면서 야외 살강 쪽으로 간다. 허름한 청바지 차림에 밀집모자를 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앞마당에는 365일 걸려 있다는 태극기가 눈에 들어왔고 바로 옆에 오래된 산벚나무가 있었다. 그 아래에서 옥수수와 토마토 주스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눴다. ●직접 기른 옥수수·방울토마토로 손님 맞아 “집 주변으로 쭈욱 밭이 연결돼 있습니다. 대부분 자갈밭인데 흙을 구해다가 50㎝정도 두께로 덮고 농사를 지었지요. 그러느라 처음에는 고생 좀 했습니다. 지금은 여러 농작물이 잘 자라 보람을 느끼고 있지요.” 그가 살고 있는 곳은 집과 마당, 밭을 포함 모두 5610㎡(1700평)이다. 그 넓은 밭을 어떻게 혼자 일구고 농사일을 할까. 궁금해하자 “경운기 등 필요한 농기계를 다 장만했지요. 또 ‘건농회’라고 있습니다. ‘건달 농민 모임’을 줄인 말입니다. 교장선생님, 무역회사 사장, 건축사 등 이른바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로 모임이 결성됐는데 그분들과 함께 농사를 짓기도 합니다.”라고 설명해준다. 거침없이 나오는 말이 프로 농군이다. “감자는 대개 장마가 지기 전인 하지 무렵에 캡니다. 고구마는 지금 막 크기 시작했는데 며칠 전 멧돼지들이 습격해 싹쓸이하고 가버렸습니다. 주로 밤에 공격을 하는데 진돗개 한 마리가 이들을 저지하지만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밤에 잠 들려고 하면 개 짖는 소리에 랜턴을 들고 진돗개를 응원하러 나가 보지만 멧돼지들이 워낙 동작이 빨라서 말입니다.” 이씨는 주변 농가들도 대부분 그런 피해를 입는다고 했다. 서울에서는 뱀이나 멧돼지 한 마리만 나타나도 큰 뉴스거리로 취급하지만 여기에서는 밤마다 나타나는데도 아무런 뉴스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며칠 전에는 집 앞마당에 독사, 능구렁이, 꽃뱀 세마리가 나타나 잡았단다. 환경운동 하는 사람들은 동물을 함부로 잡지 말라고 주장하지만 인간을 공격하는 동물들을 그냥 나둘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그가 현재 재배하는 농작물들은 어떤 것일까. “많습니다. 고추, 가지, 토마토, 옥수수, 호박, 참외, 파, 오이, 상추, 쑥갓, 토란, 고구마, 그리고 올해 새로 심은 인디언 감자까지 포함해 20여가지는 되지요. 다 잘 자라지는 않습니다. 농약을 안 쓰니 전멸하는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말없는 흙에서, 식물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는 농약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잠시 얘기한다. 프로 농부인 경우 최고 품질의 농작물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기 때문에 농약을 안 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과실인 경우 더욱 그러하다는 것. 다만 시장에 출하하기 7일전까지만 농약을 치면 광분해와 수분해를 거쳐 농약성분이 없어지는 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다. “제가 16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저농약 농법을 한 번 정도 해 봤지요. 완전 무농약은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옥수수, 고구마, 호박, 부추, 토란, 상추 등은 농약을 안 쳐도 잘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배추는 새끼 때 살짝 한 번 (농약을) 쳐 주면 되구요.” 그가 맨처음 산골에 왔을 때 주위에서는 왜 왔을까 많이 의아해했단다. 잘 나가는 아나운서가 땅을 사서 값이 오르면 팔고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투기로 생각했다는 것. 그러나 지금은 정다운 마을 주민이 됐다. 농법을 가르쳐주는 청년도 있고 경조사때 초청하는 이웃들이 많아졌다. 산토끼 잡았으니 먹으러 오라는 연락이 오면 막걸리 몇병 사들고 가서 같이 웃고 즐긴다. 화제를 바꿨다. 그는 법정스님을 인생의 스승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어떤 까닭일까. “오래 전 집사람이 가족들과 함께 송광사 수련회를 간 적이 있었지요. 이때 처음 인연이 됐습니다. 이후 길상사 창건할 때에도 만났고 제가 여기 집을 지을 때도 오시기도 했습니다. 그때 저에게 농사를 지을 때 비닐을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흙에도 미생물이 있는데 비닐농법을 하면 죽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농사를 지을 때 비닐을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뭐든지 적게 쓰고 덜 쓴다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저는 법정스님의 유발상좌(삭발하지 않고 은사스님을 따르며 불법을 행하는 사람)이지요. 다비식때에도 그런 자격으로 참여했습니다.” 법정스님이 생전에 권한 소로의 ‘월든’이나 타샤의 ‘정원’도 유발상좌가 되면서 읽었고 산골행을 결심한 것도 이때였다고 술회했다. 법정스님한테 계를 받았고 법명은 향적(香積)이다. “원래 제 집사람이 건강이 안 좋았는데 여기 와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저는 농사일을 노동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운동으로 여기고 있지요. ‘이땅은 당신의 건강을 지켜주는 종합병원’이고 ‘당신의 두 팔과 다리는 명의’라는 생각을 항상 염두에 두고 즐겁게 농사일을 합니다. 숲속의 삶은 곧 어지러운 세상의 삶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욕심이 없어지고 선한 생각이 저절로 생겨나지요.” 그의 앞마당에는 조그마한 개울이 있다. 봄이 되면 개구리며 도룡뇽 수천마리가 ‘봄의 왈츠’를 노래한다. 이씨는 행여나 도룡뇽 알이 잘못될까봐 개울 물길을 이리저리 살피며 자연스럽게 잘 성장하도록 도와준다. 그는 밭 가장자리에 해바라기를 많이 심었다. 왜 그랬을까. “해바라기의 진실을 혹시 아세요. 흔히 해바라기라고 하면 권력이나 또 어떤 곳의 눈치를 보는 아부의 상징이라고 하잖아요. 그렇지 않습니다. 해바라기는 자기가 태어난 곳만 항상 바라보는 우직함이 있지요. 동쪽을 바라보며 태어났으면 죽을 때까지 동쪽만 바라봅니다. 아부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요.” ●태어난 방향만 바라보는 우직한 해바라기 사랑 인터뷰가 거의 끝날 무렵 아랫마을에 도토리묵 음식을 잘하는 곳이 있는데 간단히 식사하자고 권했다. 그리하여 장소를 옮겼다. 안주와 시원한 막걸리가 나왔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면서 궁금했던 것 한 가지를 물었다. 그는 고려대 국문학과 재학 중 학군단(ROTC) 훈련과정을 모두 마치고 임관 직전 불가통보를 받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처음 밝히는 내용이라고 했다. “임관할 때에는 신체검사를 받습니다. 그런데 결핵환자이니 돌아가라고 하더군요. 멀쩡한 폐가 왜 결핵이지 의아해 하면서 이젠 군대도 못 가겠구나 생각했지요. 대학 졸업후 국어교사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군 입대 통지서가 왔어요. 신체검사를 다시 했습니다. 그런데 결핵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등병으로 군에 입대해 병장으로 만기 제대를 했습니다. 제대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해 일하던 어느 날 고려대 학군단장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한번 보자고 해서 만났더니 당시 학군단장이 대학 4학년 때 데모대열에 합류한 사실 때문에 일부러 결핵 판정을 내렸다고 하더군요. 참으로 어이없더군요. 어쨌거나 지금은 ROTC 8기 동기모임에도 나가고 병장 제대 모임에도 나갑니다(웃음).” 그와의 술잔이 길어졌다. 우주와 자연, 영화와 문학 등에 대해 질펀하게 대화를 나눴다. 헤어지면서 그는 “낭만인을 만나 오랜만에 대취했다.”며 먼 길 잘 살펴가라고 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이계진 前 아나운서는 고교 국어교사 재직하다 입대→KBS 시작 30년간 방송진행→2004~2010년 재선의원 의정활동 1946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1965년 청소년 시절까지 고향에서 자랐다. 원주고를 나와 1970년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ROTC 훈련을 모두 마쳤으나 임관 직전 불가 통보를 받고 원주 대성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있던 중 일반 병으로 입대, 1974년 병장으로 만기제대했다. 군복무 중 KBS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해 1992년까지 KBS에서 일했고 이후 SBS 아나운서로 2년동안 지내다가 프리랜서로 일했다. 30년동안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11시에 만납시다’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연예가 중계’ ‘한밤의 TV연예’ ‘체험 삶의 현장’ ‘TV내무반 신고합니다’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재선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했다. 저서로는 베스트셀러가 됐던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딸꾹!’ ‘이계진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솔베이지 노래’ 등이 있다. 2010년에는 ‘주말농부 이계진의 산촌일기’를 펴냈다.
  • ‘10년 커플’ 류승범·공효진 결별

    ‘10년 커플’ 류승범·공효진 결별

    동갑내기 커플인 배우 류승범(왼쪽)과 공효진(오른쪽·32)이 결별했다. 이들의 소속사 숲은 15일 두 사람이 지난 4월 초 결별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둘은 2001년 SBS 드라마 ‘화려한 시절’에 함께 출연하면서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소속사는 “둘은 ‘화려한 시절’ 이후 최근까지 동료이자 연인으로 좋은 만남을 이어왔고 10여년 동안 대중 앞에 공인된 커플로 애정어린 관심과 응원을 받았다.”면서 “결별이라는 결론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 시간을 가졌고 힘든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결별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에 적지 않은 부담감과 망설임도 있었지만, 솔직하고 당당하게 대중 앞에 공식 연인을 선언하고 연기 활동 외에도 공인된 연기자 커플로 사랑을 받은 것을 잘 아는 두 사람은 고민 끝에 대중 앞에 알리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류승범과 공효진은 ‘화려한 시절’, 영화 ‘품행제로’(2002)에 이어 2006년 ‘가족의 탄생’, 2008년 ‘다찌마와 리’에 함께 출연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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