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2025-08-08
    검색기록 지우기
  • 부상
    2025-08-08
    검색기록 지우기
  • 수지
    2025-08-08
    검색기록 지우기
  • 오사카
    2025-08-08
    검색기록 지우기
  • 인화
    2025-08-0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6,545
  • 태국 방콕서 중국 유학생 3명 납치…부모에 몸값 요구 [여기는 동남아]

    태국 방콕서 중국 유학생 3명 납치…부모에 몸값 요구 [여기는 동남아]

    태국 방콕에서 납치된 중국인 유학생 3명이 미얀마 국경 인근 딱주 매솟 지역에서 무사히 구조됐다. 태국 경찰은 이번 사건이 태국인을 포함한 조직적인 범죄 집단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2일 태국 공영방송(Thaipb)에 따르면, 놉파신 풀사왓 메트로폴리탄 경찰서장은 지난 17일 납치된 중국인 유학생 3명이 무사히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사건은 20일 새벽, 학생들이 재학 중인 대학의 교수가 중국인 학생으로부터 “친구들이 납치됐다”는 메시지를 받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피해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로 물건을 배달하려다 범죄에 휘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피해 학생들은 방콕의 돈므앙 공항을 거쳐 딱주 매솟 공항에 도착했으며, 매솟의 한 리조트에 머물던 중 물건 배달을 위해 이동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픽업 트럭이 이들을 태우고 미얀마 국경 인근의 외딴 지역으로 데려가 감금했다. 학생들은 납치된 직후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를 전달받은 교수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 끝에 매솟 지역의 숲속에서 세 학생을 발견했다. 신체적 이상이나 외상은 없었으나,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구조된 학생들은 딱주 보호소로 이송되어 안전 조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학생들은 새 학기 시작 전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었다. 당시 중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방콕에서 딱주까지 물건을 배달하면 10만밧(약 413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 이들은 물건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SNS를 통해 범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았고, 이후 미얀마의 한 사무실에서 몸값을 요구받으며 납치됐다. 납치된 장소에서는 6~7명의 무장한 남성들이 학생들을 위협하며 부모에게 150만밧을 송금하라고 요구했다. 돈을 보내지 않으면 미얀마의 범죄 조직에 넘기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학생들은 협상을 시도했고, 한 학생이 중국에 있는 어머니에게 10만위안(약 1950만원)을 송금받은 뒤 풀려났다. 놉파신 경찰서장은 이번 사건이 조직적인 갱단의 소행으로, 태국인도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피해자들을 리조트에서 숲으로 이동시킨 태국인 운전자를 추적하고 있으며, 사건에 연루된 모든 범인을 찾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태국 관광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조된 학생들은 18세와 20세의 남학생, 18세의 여학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중 두 명은 학생 비자로 태국에 입국했고 나머지 한 명은 관광 비자로 세 차례 태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 그곳은 어떤가요… 부재 중인 가을을 만날 수 있나요 [강동삼의 벅차오름]

    그곳은 어떤가요… 부재 중인 가을을 만날 수 있나요 [강동삼의 벅차오름]

    # 이창동 감독의 영화처럼… ‘시’처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랫소리 들리나요/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이젠 작별을 할 시간/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서러운 내 발목에 입맞추는 풀잎 하나/나를 따라 온 작은 발자국에게도/작별을 할 시간//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나는 기도합니다/아무도 눈물을 흘리지 않기를/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여름 한낮에 그 오랜 기다림/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당신의 작은 노랫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어느 햇빛 맑은 아침 다시 깨어나 부신 눈으로/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삼나무 숲으로 둥그렇게 둘러싸인 ‘미스테리 서클’ 같은 오름 2010년 개봉작 이창동이 연출한 5번째 장편 영화이자 노배우 윤정희 주연의 ‘시’ 엔딩에 나오는 ‘아네스의 노래’라는 시다. 제63회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시’를 10여년이 흐른 어느날 새벽 눈을 떠 TV를 켰다가 빠져든다. 내 눈동자에 물이 고인다. 내 가슴에도 물이 고인다. 실제처럼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역을 맡아 열연한 윤정희라는 대배우도 배우지만, 밀양 여중생사건을 모티브로 피해자들에게 바치는 ‘추도시’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어쩌면 우리의 기억 속에는 앤소니 홉킨스 주연의 ‘더 파더’의 대사처럼 ‘내 모든 잎사귀가 다 질’ 것처럼 모든 기억은 사라질 지 모르지만, 사라지지 않는 기억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듯 하다.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은 잊혀지겠지만, ‘아네스의 노래’에 나오는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란 구절이 가슴에 콕 박혀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다. 가을같지 않은 가을이지만 가을은 오고 있다.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이 있는 고촌(古村) 송당마을을 지나는 길에 만난다. ‘아버지처럼 존경하는 사람같은 오름’ 아부오름은 정상까지 10분도 채 안 걸리는 매우 낮은 오름이다. 늦게 까지 머물던 여름이 나홀로 나무밑 그늘에서 쉬다가 나뭇가지를 간지럽히고 떠나간다. 나홀로 나무 아래 햇살, 한줄기 빛이 바람결에 흔들린다. 한 여자가 휴대폰을 보고 그 모습을 한 여자가 그 나홀로 나무를 배경삼아 찍고 있다. 휴대폰의 화면속으로 가을이 스며드는 듯 하다. 그렇게 가을은 저만치서 아주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다. 아부오름은 사면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바깥 둘레는 약 1400m, 바닥 둘레 500m, 화구 깊이는 78m로 크고 넓은 원형의 분화구가 있다. 오름의 백미다. 오름 정상에 함지박과 같은 둥그런 굼부리 안 원형 삼나무숲은 신비스럽다. 침범하면 안 되는 성역처럼 느껴진다. 드론이 찍은 오름의 전경은 마치 분화구 속 삼나무가 둥그렇게 둘러싸여 자연적으로 생긴 ‘미스테리 서클(크롭 서클)’을 연상시키는 듯도 하다. 그 미스테리 서클을 전망대에 올라가 찍어보려 애쓴다. # 영화 ‘이재수의 난’ 배경이 된 오름… 가을같지 않은 가을은 오고소나무 너머로 분화구 주위에 원형으로 삼나무숲이 조성돼 있다. 영화 ‘이재수의 난’(박광수 감독·이정재 심은하 주연)을 찍을 때 심은것이라고 설이 있다. 출입처에서 날마다 만나는 연합뉴스 KOSS 기자는 아부오름을 소개할 때 ‘이재수의 난’도 언급하면 더 이야기가 풍성해질 것 같다고 했다. KOSS 기자는 2주에 한번 소개하는 내 연재에 관심을 보여주는 열성(?) 팬이기도 하다. “이번엔 어디 오름 다녀오셨어요” 라며 월요일 출근하면 안부처럼 묻는 그가 때론 고맙고 때론 힘이 되기도 한다. 팬의 고마운 제안에 ‘이재수의 난’을 검색해본다. 제주도의 민란을 중심소재로 다룬 현기영의 장편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가 원작이었다. 1987년 희곡으로 각색되어 연극으로 공연된 것을 1999년 박광수 감독이 ‘이재수의 난’으로 영화화한 것이었다. 1901년 제주도에서 일어난 천주교인과 주민들 간의 충돌사건을 다룬 영화로 한국과 프랑스 합작영화였다. 17개의 전봇대를 뽑아내는 등 어렵게 진행된 야외촬영 과정에서 차량전복 사고도 발생했던 것도 검색하는 과정에서 확인돼 놀랐다. 이재수의 난이 흥행엔 성공하지 못했지만 제52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청년심사위원 2등상을 탄 수상 이력도 있었다. 아부오름 입구에서 30m 떨어진 곳에는 지금은 실제 부부가 됐지만 영화 ‘연풍연가’에서 장동건과 고소영이 앉았던 팽나무와 벤치가 있다고도 했다. 현재는 나무들이 너무 자라 분화구 안을 자세히 볼 수 없어 확인이 불가능하다. 몇년 전만 해도 분화구 안으로 들어가 사진찍곤 했으나 지금은 출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채 10분도 안되는 정상, 너무 쉽게 다다르니 분화구를 한바퀴 돌게 된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돈다. 산책로 양옆으로 수국이 길게 심어져 있다. 한바퀴 도는 내내 만났다. 내년 6월쯤 오면 무성해진 수국이 꽃을 피워 또다른 명소가 될 것만 같다. 가족여행을 왔다면 아이와 오르기도 쉬운 오름이어서 강추한다. 어른은 또다른 오름 하나 더 올라야 성이 찰 듯 싶다. 그만큼 금세 정상과 조우한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 가을의 부재… 존경하는 인물의 부재…시를 쓰겠다는 마음의 부재아부오름의 전 사면은 풀밭과 초지로 이루어져 있다. 화구 안에는 줄띠를 두른 것 같은 모양으로 조림된 삼나무로 구획되어 있다. 분화구 안에도 둥그런 모양으로 삼나무가 구획된 가운데 상수리나무, 보리수나무, 청미래 덩굴, 풀솜나물, 찔레덤불이 우거져 있단다. 산 모양이 믿음직한 것이 마치 ‘가정에서 어른이 좌정해 있는 모습 같다’ 하여 한자로는 아부악(亞父岳, 阿父岳)으로 표기하고 있고 송당 마을과 당오름의 앞(남쪽)에 있는 오름이라 하여 전악(前岳)이라고도 표기한다. 亞父란 아버지 다음으로 존경하는 사람, 阿父는 아버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설화에는 산방산은 백록담에서 뽑혀 나간 산이라는데, 이 분화구에서 뽑혀 나간 덩어리는 어디쯤에 또 하나의 오름으로 자리잡고 있을 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나무들이 키가 크는 바람에 분화구 안을 자세히 볼 수 없어 안타깝다. 다행히 한바퀴 다 돌고 나면 출발점에서 분화구 안을 찍으려던 전망대에 다시 오른다. 구좌 일대 아름다운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가을이 오지 않을 것처럼 유난히 더웠던 2024년 여름, 지친 나무들이 한줄기 바람곁에 절망같은 시름을 내려놓는다. 여름같은 9월이 지나고 가을같지 않은 10월도 지나간다. 지금도 한낮엔 가을은 부재다. 무심코 생각하니 가을만 부재는 아닌 듯 싶다. 부재(不在)란 단어처럼 그곳에 있지 않는게 너무 많다. 아버지도 부재고 아버지 다음으로 존경하는 사람도 부재다. 아부오름에 오르니 그런 상념에 빠진다. 영웅은 고사하고 존경하는 인물이 사라진 부재의 시대에 사는 우리. 이창동 영화의 ‘시’처럼 우리는 점점 인간성을 상실하고 인간성을 회복하는 법을 모르고 사는 건 아닐까. 시의 대사처럼 ‘시를 쓰는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시를 쓰겠다는 마음’이 부재한 것처럼…. #잠깐, 여기서 쉬었다 갈래… 송당리 동화마을은 핑크뮬리의 가을을 전송해드립니다 중산간마을에 이렇게 큰 별다방 매장이 생길 줄 누가 알았으랴. 중산간마을에 이렇게 큰 공원이 생길줄 누가 알았으랴. 중산간마을에 성이시돌목장에만 있는 아이스크림을 팔 줄 누가 알았으랴. 그리고 중산간마을에 그 어디에도 없는 시그니처 브레드를 파는 빵집이 생길 줄 누가 알았으랴. 그 빵집에는 오메기떡을 삼낀 꺼멍빵, 오름을 형상화한 제주말차 가나슈 타르트케이크, 제주 청보리 카스테라 등 신박한 빵들로 가득하다. 지난해 이맘때쯤 오픈한 제주동화마을은 제주 동부오름 군락의 중심부에 위치하여 주변 오름 능선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연친화적인 공원이다. 21개 테마의 정원으로 꾸며졌다. 핫플로 뜨면서 유명 F&B 매장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무엇보다 입장료 없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중산간 대천동사거리를 통과하는 차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다. 제주시로 가다가, 서귀포 성산으로 향하다가, 516도로를 타려다가 잠시 들르게 되는 쉼터같은 공원이다. 수국철에는 수국이 활짝 피고, 문그로우와 에메랄드 그린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마치 신들의 섬처럼 다양한 모양의 돌들도 곳곳에 전시돼 있다. 지금은 가장 서쪽 편에 핑크뮬리가 연인과 가족의 발길을 붙잡는다. 무르익어가는 가을을 만나고 싶다면, 부재했던 가을을 누군가에게 전송하고 싶다면, 잠시 쉬었다 가도 좋은 쉼터다. 물론 제주다움과 제주닮음 사이를 헤매는 풍경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 ‘피해자’라는 방패, 방패를 공격무기로 쓰는 이스라엘 [세책길]

    ‘피해자’라는 방패, 방패를 공격무기로 쓰는 이스라엘 [세책길]

    일본 반핵단체가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히로시마에서 봤던 원폭돔과 평화공원이었다. 히로시마 시내 한가운데 자리잡은 각종 상징물, 전시자료들은 핵폭탄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피해자들이 겪었던 고통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피해자와 공감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치한 공간을 지나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진 곳에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가 있다. 히로시마를 방문했던 2005년 1월에 품었던 의문은 지금도 여전히 해소가 안되고 있다. 히로시마 어디에서도 메이지유신부터 제2차세계대전 패전까지 일본의 중요 군사기지이자 군수공업지대가 밀집한 군국주의를 떠받치는 핵심지역이었던 히로시마는 없었다. 오로지 ‘피해자’가 있을 뿐이다. 일본 근대사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평화롭던 어느날 하늘에서 거대한 폭탄이 떨어진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무엇보다도, 히로시마 전체 피폭자 가운데 10% 가량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원폭희생자들은 과연 온전히 ‘피해자’로 호명되고 있는 것을까. ‘피해자’라는 의식은 뇌리에 깊이 박힌다. 다함께 피해를 입었다는 집단의식은 ‘우리’의 동질감과 단결심은 물론이고 가해자인 ‘저들’에 대한 적대감을 끌어올린다. 어두운 측면 역시 존재한다. 극단으로 흐르면 피해자 의식만큼 위험한 물건도 드물다. 자신들의 ‘가해’는 잊어버리고 ‘피해’만 선별적으로 기억하며 현실에 눈을 감아버리기 십상이다. 한때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지금 가해자가 되는 데 면죄부가 된다는 말도 안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침공한지 1년이 지났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소속 무장대원들이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기습공격했고 1200여명(군인 381명 포함)이 죽고 250여명이 인질이 되자 이스라엘은 즉각 전쟁을 선포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딱 1년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 4만 1870명이 죽었고 9만 7166명이 다쳤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지난 8월 발표했을 때는 사망자가 3만 4344명이라고 했는데 두 달도 안돼 7000명 넘게 더 죽었다. 3만 4344명 가운데 710명은 첫돐도 안 된 갓난아기였다. 이 기간 이스라엘군 사망자가 347명이었다. 가자지구는 1년 동안 상업시설의 80%와 주거 건물의 60%, 학교 건물의 87%, 도로망의 68%, 경작지의 68%가 파괴됐다. 팔레스타인, 감옥에서 생지옥으로1년 전에는 이스라엘이 만든 고립장벽에 갇힌 세상에서 가장 큰 감옥이었던 가자지구는 이제는 말 그대로 생지옥이 돼 버렸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이란, 예멘까지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주변국에 발신하는 메시지는 한마디로 ‘너희가 이러고도 나랑 싸우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협박하는 것처럼 들린다. 한국어에는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정확한 낱말이 존재한다. 깡패. 국어대사전에는 깡패를 이렇게 정의한다. ‘폭력을 쓰면서 행패를 부리고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는 와중에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정부들은 제대로 된 조치를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저 ‘다들 참아라 참아’하며 공허한 휴전촉구만 이어갈 뿐이다. 부조리가 계속되면서 이스라엘이 갖고 있던 ‘피해자’라는 일종의 ‘신뢰자본’은 갈수록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가령 과거 유대인학살에 책임이 있고 현재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전폭 지지하고 있는 독일에선 설문조사 결과 60%가 이스라엘에 무기지원하는 걸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독일 시사매체 슈테른이 최근 보도했다. 한국에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스라엘은 곧 수천년을 쫓기고 핍박받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수천년을 고통받은 끝에 ‘고향’에 돌아왔으니 고향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싸우는 건 신성한 권리 아니냐고 본다. 신이 ‘선택받은 민족’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약속했다는 설교까지 더해지면 이스라엘은 이교도들의 침략에 맞서 성지를 지키는 성전기사단 같은 존재처럼 돼 버린다. 사실 이런 관점은 이스라엘의 국가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겐 구약성경이 팔레스타인 땅문서나 다름없다. 홀로코스트라는 기억과 결합한 이런 ‘피해자 담론’은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이웃나라를 공격하거나 암살하는 속에서도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강력한 논거가 되는 게 사실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에서 역사학 교수로 일하는 ‘유대인’ 슐로모 산드가 쓴 <만들어진 유대인>(사월의책, 2022)은 한마디로 말해 ‘유대인 피해자 담론’에 주목하는 책이다. 2008년 히브리어로 처음 출간됐을 당시 제목이 ‘유대인은 언제, 어떻게 발명되었는가’인 것에서 보듯 ‘유대국가’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정체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젊은 시절 군대에 입대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한 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이 있는 저자는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의 기원과 실체, 모순을 통해 이스라엘이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를 촉구한다. 이 책은 우리가 알던 ‘유대인’이라는 상식을 깨부순다는 점에서 많은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할 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책에서 들고 있는 유대인의 기원과 변천에 관해 새롭게 밝혀낸 수많은 최신 연구성과 가운데 상당수가 이스라엘이 1976년 전쟁에서 서안지구를 점령한 뒤 고고학자들이 대규모 발굴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롭게 밝혀진 것들이란 점이다. 이스라엘 정부와 학자들은 십중팔구 솔로몬이 세웠다는 거대한 성전과 황금으로 가득찬 왕궁 유적을 기대했겠지만 실제 발굴 결과는 전혀 달랐다. “새로운 고고학자들 및 성서학자들 대부분이 받아들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즉 (다윗과 솔로몬이 다스렸다는) 거대한 통일 군주국은 결코 존재한 적이 없으며, 솔로몬 왕이 아내 7백명, 첩 3백명과 함께 거주한 장엄한 궁전도 결코 없었다는 것이다. 성서가 그 거대 제국의 이름을 따로 명명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 결론을 강화한다. 유일신의 은총으로 수립된 강력한 통일왕국을 인위적으로 발명하고 영광스럽게 만든 것은 후대 저자들이었다. 그들은 또한 풍부하고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세계 창조, 대홍수, 선조들의 유랑, 야곱과 천사의 씨름, 이집트 탈출과 홍해 기적, 가나안 정복과 기브온 전투에서 해가 멈춘 기적 등과 같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236쪽).” 유대인의 피해자 정체성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이주와 유랑은 어떨까. 먼저 출애굽을 보자. 출애굽이 있었다고 하는 기원전 13세기에 가나안 지역은 이집트 파라오가 확고히 지배하는 이집트 영토였다. “그렇다면 모세는 자유를 얻은 노예들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나와서... 역시 이집트로 갔다는 말인가?(229쪽).” 성경에서 핵심 모티프인 바빌론유수 역시 사실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이다. “우리는 이스라엘 왕국을 멸망시킨 아시리아인들과 유다왕국을 정복한 바빌로니아인들 역시 그들의 정복지로부터 주민 전체를 이주시키는 일 같은 건 하지 않았다고 덧붙일 수 있다(249쪽).” 1세기 유대 반란 이후 로마가 유대인들을 강제이주시켰다는 ‘상식’ 역시 저자의 동심파괴를 피해가지 못한다. “유다 지역에서 추방이 있었다는 언급은 로마의 풍부한 기록 어디에도 없다. 반란 후 유다지역 경계선 부근에서 대량의 피난민이 있었던 흔적도 전혀 발견된 적도 없다(251쪽).” 강제이주가 없었다면 세계 곳곳의 ‘디아스포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다소 놀랍게도 저자는 유대인의 확산을 이끈 건 특정 혈통집단의 이주가 아니라 대규모 전도와 개종이었고, 이런 방식을 계승하며 경쟁자로 등장한 그리스도교와 경쟁에서 패하면서 ‘유대인 인구 확산’이 멈췄다고 밝힌다. “장차 그리스도교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그리스도교의 궁극적 승리에 기여하게 되는 모든 관념적이고 지적인 요소들이 당시 유대교의 이 일시적 성공 안에 이미 들어있었다(316쪽).” 유대인 혈통이라는 함정과 자기모순저자가 길게 논증한 것처럼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지에 퍼져 있는 유대교 신자들 사이의 세속적인 민족지적 공통분모는 결코 없다(451쪽).” 역사 속에서 ‘유대인’이란 특정한 혈연공동체가 아니라, 특정한 종교를 믿는 공동체(148~149쪽)였다. 간단하게 말해서, 유대인이란 한민족이나 일본민족 같은 개념이 아니라 가톨릭 신자나 불교 신자와 다를 게 하나도 없는 개념이었다. 그렇다면 본질적인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인이란 누구인가. 이는 이스라엘 정부가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국가로 규정하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는 걸 고려하면 이스라엘의 국가 정체성과 직결된다. 사실 이 문제는 이스라엘 정부에서도 수십년 동안 끊이지 않는 논란꺼리였다. 이스라엘 내무부 장관으로 시오니스트 좌파를 대표하던 이스라엘 바르 예후다는 1958년 3월 내무부에 ‘자신이 유대인이라고 진실하게 선언하는 사람은 유대인으로 등록할 수 있으며, 그 밖에 증거는 필요없다’는 지침을 내렸다. 이 조치는 즉각 논란이 됐고, 총리 벤구리온은 이 조치를 뒤집어 버렸다. 이후 내무부를 장악한 유대교 정통파들은 어머니의 정체성을 유대인 등록 기준으로 삼았다. 1970년 이스라엘 정부는 “유대인은 유대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자 혹은 유대교로 개종하고 다른 종교에 속하지 않은 자(519~521쪽)”라고 결정했다. 이런 정책에 따라 이스라엘은 국민 4분의1이 아랍계를 비롯한 비유대계다. 심지어 동구권 몰락 이후 이스라엘로 대규모 이주한 옛 소련 출신 유대계 이민자 가운데 30%도 유대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신분증에 자신의 민족명을 기재해야 하는데 옛 동독 출신 중에는 민족명을 ‘동독’으로 쓴 사람도 있다. 왜 이런 모순이 벌어지는가. 19세기나 20세기 초 까지만 해도 유럽에서는 ‘모든 유대인은 자신들만의 기원을 가진 하나의 민족”이라는 주장은 전형적인 반유대주의 논리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주장을 반대한다고 하면 반유대주의자 아니냐는 공격을 받는다. 전세계 유대인들은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 같은 민족이라는 근대의 발명품, 신화가 역사가 되고 현실을 재구성하고 규정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이스라엘은 끊임없이 현실에 존재할리 없는 ‘유대인’ 혈통을 찾고, 국가 차원에서 유대인 혈통의 우수성을 입증할 증거를 찾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유대인 혈통이 아닌 이들은 이스라엘에서 배제와 차별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정부가 국민의 민족을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 군대에 입대할 ‘권리’를 박탈하고,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도 법으로 금지하는 게 현재 이스라엘이다. 그런 차별과 배제의 극단적인 대상이 팔레스타인인들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을 독립시킬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제대로 된 국민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팔레스타인을 공식 합병하면 유대인이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외국으로 인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국민으로 대접해 주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20세기에 경험해봤다. ‘나라 잃은 백성’으로 살아야 했던 일제식민지 시기였다. 이런 정치체제를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스라엘 정치체제를 ‘종족정치’(Ethnocracy)라고 규정한다(552쪽). 이스라엘에서는 인사말이 ‘샬롬’이라고 한다. 평화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젖과 꿀이 흐르고 50만명이 넘는 원주민들이 평화롭게 살던 땅을 피와 눈물로 물들인 뒤 세운나라였다. 1948년 아인슈타인과 한나 아렌트 등 유대계 지식인들은 메나햄 베긴을 비롯한 시오니스트 우익이 인종주의적 파시스트 국가론을 신봉한다며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캐나다 국적 의사 가보 마테가 캐나다 일간 ‘토론토 스타’에 기고한 글에서 아프게 지적하는 말을 조금이라도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보 마테는 1944년 헝가리에서 태어났고 외조부모는 아우슈비츠에서 죽었고 아버지는 나치 독일에 강제노역으로 동원됐다. “아우슈비츠에서 우리 할아버지가 죽은 것이 팔레스타인인 사람들을 학살할 명분이 될 순 없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이 대량 학살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하마스의 로켓이나 민간인 테러 공격은 가자지구의 맥락을 떠나서는 이해할 수 없으며, 그 맥락은 근세와 현재에 걸쳐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인종 청소 작전, 즉 팔레스타인 민족을 파괴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정의로운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하고 점진적으로 합병하기, 비인도적인 봉쇄, 올리브숲을 파괴하기, 수천명을 임의로 투옥하고 고문하기, 민간인을 모욕하기, 주택 파괴. 이런 정책들은 정의로운 평화를 바라는 어떤 열망과도 함께할 수 없다.”
  • 北 이번엔 ICBM 정상 각도 발사? ‘북한으로서도 도박’

    北 이번엔 ICBM 정상 각도 발사? ‘북한으로서도 도박’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을 전후로 북한이 전략적 도발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 각도 발사’ 가능성을 지난 24일 언급했다. 정상 각도(30~45도) 발사는 북한의 미사일 기술 발전의 최종 가늠자인 데다가 미국을 직접 겨냥한 초고강도 도발이라 북한으로서도 엄청난 도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장관 “재진입 시험 성공이 그들 목표”25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미 대선 전 북한의 ICBM 발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북한이 고각 발사 위주로 했는데 이번에 만약 한다면 재진입 시험을 성공적으로 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이기 때문에 정상적 각도로 발사해서 시험할 수도 있고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ICBM 전략미사일 기지를 방문한 사실을 5장의 사진과 함께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진 속 김 위원장은 간부들과 좁은 숲속 길을 걸어간 뒤 터널처럼 보이는 기지에서 보고를 받았다. 사진에는 ICBM인 화성-18형과 극초음속미사일 화성-16나형의 모습이 담겼다. 이 가운데 화성-18형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으로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보다 상대적으로 준비 소요 시간이 짧아 기습적인 발사가 가능하다. 군 당국은 평양 순안국제공항 일대를 중심으로 북한군 동향을 추적·감시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미국 본토까지 미사일을 날려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북한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 화성-14·15·17형 외에 화성-18형 시험발사도 수 차례 자행했다. 북한 ICBM의 최대 사거리는 1만 5000㎞가량으로 분석된다. 북한에서 미국 동부에 있는 수도 워싱턴DC까지 거리는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그간의 ICBM 시험발사는 모두 고각 발사였다. 추진력을 확증하되 비행거리는 줄이기 위해 발사 각도를 의도적으로 높인 것이다. 이에 정상 각도 발사 시에 확인 가능한 ‘대기권 재진입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다. 이 능력이 떨어지면 발사대를 떠났다가 대기권으로 다시 들어오는 ICBM이 우주 공간으로 튕겨져 나가거나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고온을 견디지 못해 탄두가 공중 폭파될 수 있다. 러시아 파병 대가 ‘재진입 기술’ 받았나전문가들은 북한이 여전히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다만 최근 러시아에 부대를 파견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러시아가 그 대가로 해당 기술을 넘겨줬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ICBM 정상 각도 발사에 나선다면 정면 도전을 받은 미국은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곧 정상 각도 시험발사가 실패할 경우 기술 수준만 노출한 채 미국의 반발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것이다. 이에 북한이 하와이가 아니라 시험발사 방향을 다른 쪽으로 틀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화성-18형을 지난번 군사정찰위성 발사체를 쐈던 필리핀 방향 남태평양의 위성 폐기장으로 발사할 수 있다”고 했다.
  • ‘정당한 결정vs무분별 끼워넣기’ 마산가고파국화축제 명칭 논란 재점화

    ‘정당한 결정vs무분별 끼워넣기’ 마산가고파국화축제 명칭 논란 재점화

    경남 창원시 대표 축제 중 하나인 마산가고파국화축제(마산국화축제)가 26일 개회하는 가운데 축제 명칭 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올랐다. 지역 시민단체가 충분한 논의 없이 성급하게 ‘가고파’를 끼워 넣었다고 지적하자 창원시는 시의회 조례 개정 등을 거쳐 정당하게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창원시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전날 시민단체가 진행한 비판 기자회견과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마산국화축제 명칭 변경 반대 시민사회단체연대는 24일 창원시의회 앞에서 회견을 열어 “마산국화축제에 ‘가고파’를 끼워 넣은 것은 폭력”이라며 “창원시장은 이은상을 추모하는 이들 편을 들어 성급하게 추진할 게 아니라 광범위한 여론을 수렴하면서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고 강조했다. 마산국화축제에 ‘가고파’를 넣어 축제 이름을 변경한다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창원시 축제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대안)은 지난 7월 창원시의회를 통과했다. 개정안 원안이 상임위원회에서 숙의 부족을 이유로 상정되지 않자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대안을 제출했고, 같은 당 의장이 이를 직권상정해 표결에 부친 결과였다. 이후 반대 시민단체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조례 개정안 무효 소송 등을 제기했고, 축제 명칭을 마산국화축제로 환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창원시는 축제 명칭 변경은 시가 독단적으로 추진하지 않았고 정당한 절차를 따랐다고 반박했다. 시는 “시민 대의기관인 시의회에서 개정안을 발의하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내용을 따른 것”이라며 “창원시의회 의회규칙 미준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관련 현재까지 법원 결정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는 제24회 마산가고파국화축제가 지역 상생과 경제 활성화 축제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축제는 다음 달 3일까지 3·15해양누리공원과 합포수변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축제장은 창원의 자랑거리, 이야기 촌, 동물·농산물, 창원의 정원, 국화꽃 프러포즈, 세계여행, 힐링의 숲과 포유 카페 등 10개 테마로 구성했다. 메인 작품은 높이 6m 황룡 게이트다. 이와 함께 모형작품 230개와 1억 2000만송이(16만 5000그루) 국화를 선보인다.
  • 이건희 회장 유족 기부 해운대 장산에 ‘힐링 쉼터’ 준공

    이건희 회장 유족 기부 해운대 장산에 ‘힐링 쉼터’ 준공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이 부산 해운대구에 기부한 땅에 힐링 쉼터가 조성됐다. 해운대구는 최근 장산 계곡 힐링 쉼터 경관 사업을 준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사업은 2021년 이 전 회장의 유족이 해운대구에 기부해 만들어진 보전형 공유지에 주민 쉼터를 조성한 것이다. 기부한 땅은 3만 8000여㎡로 축구장 5개 크기에 달한다. 해운대구는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개발제한구역 주민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돼 확보한 국비 5억원을 투입해 숲속 책방, 숲속 쉼터, 황톳길 등 다양한 휴식·문화 공간을 조성했다. 숲속 책방 26.5㎡ 면적으로 지난달 준공했다. 이곳에 비치한 신간 2000여권을 빌려 소나무가 우거진 숲 속에서 읽고, 운영시간(오후 1시~4시) 이내에 반납하면 된다. 숲속 책방은 대천공원 입구에서 장산 쪽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장산 숲 관리소인 사랑채 아래 계곡에 있다. 숲속 쉼터는 사랑채에서 장산 방향으로 10분 정도 더 올라가면 폭포사 맞은편 계곡에 있다. 어린이를 위한 숲 체험 행사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숲속 집을 배치했고, 전망 공간, 보행데크, 다양한 종류의 벤치도 있다. 나무 그늘에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이 190m 황톳길도 만들었다.
  • 경북산림과학박물관 새단장 거쳐 재개관

    경북산림과학박물관 새단장 거쳐 재개관

    경북산림과학박물관(안동시 도산면 퇴계로 2189)이 리모델링을 거쳐 새롭게 탄생했다. 개관 20년째 만이다. 경북도는 25일 경북산림과학박물관에서 김용관 남부지방산림청장을 비롯한 도내 시군 산림조합장, 임업인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재개관식을 가졌다. 새롭게 문을 연 경북산림과학박물관은 변화하는 관람 환경과 관람객을 위한 새롭고 풍부한 체험형 전시와 뉴미디어 기반의 첨단기술을 반영했다. 산림과학박물관은 ▲상설전시실(생명의 근원, 숲·생명의 보금자리, 숲·숲의 기억·숲의 연대기) ▲체험학습실 ▲영상실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됐다. 또한 숲속도서관, 숲 카페, 키즈카페를 새롭게 조성해 관람객의 편안한 관람과 휴식을 유도해 복합문화공간 역할도 기대된다. 박물관은 이번 재개관 이벤트 행사의 하나로 이날부터 이틀간 양일간 ‘미래의 지혜를 품은 숲, 자연의 주인공’을 주제로 산림문화체험행사를 진행한다. 주요 프로그램은 목공예품 체험행사, DIY원데이 클래스(6종), 산림과학박물관 인생네컷, 숲속 놀이터 등이다. 마술공연과 가족 사랑 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공연도 마련돼 있다. 특별전시회도 열린다. 경북우리꽃연구회의 ‘들꽃 가을 풍경’이라는 주제의 야생화 전시회(25일~31일)와 한국미술협회 경상북도지회 주관 ‘산, 나무 그리고 들꽃’ 특별 초대전이 25일부터 12월 말까지 개최된다. 경북산림박물관은 2004년 개관 이후 150만 명이 다녀가는 등 산림문화체험교육의 명소로 알려졌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번 산림과학박물관 재개관으로 경북의 유교문화와 산림문화를 융합한 새로운 산림관광 문화 비전을 제시하고 우리나라 명품 산림문화의 전당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 HS효성첨단소재, 베트남 ‘맹그로브 숲’ 복원 나서… 500그루 식재

    HS효성첨단소재, 베트남 ‘맹그로브 숲’ 복원 나서… 500그루 식재

    HS효성첨단소재가 베트남에서 맹그로브 숲 살리기에 나섰다. HS효성첨단소재는 지난 22일 베트남 짜빈성 미롱남 마을에서 베트남 현지 사회적 기업 ‘맹그러브’(Manglub)와 함께하는 ‘HS효성첨단소재 메콩델타 맹그로브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를 진행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날 행사를 통해 500그루의 맹그로브 묘목을 심었으며, 향후 총 2헥타르(ha)에 맹그로브 묘목 4000그루를 심는 것을 목표로 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맹그로브 숲은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흡수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베트남 메콩델타 지역의 맹그로브는 해안 지반을 잡아주고 바닷물이 저지대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새우 양식장과 같은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문제로 많은 맹그로브 숲이 파괴되고 있다. 베트남을 주요 해외 거점으로 두고 있는 HS효성첨단소재는 짜빈 지역을 시작으로 맹그로브 숲 복원 사업뿐만 아니라 베트남 정부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맹그로브 수종의 연구를 지원한다. 이번 HS효성첨단소재 메콩델타 맹그로브 프로젝트는 베트남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첫 활동으로 식재 및 관리, 지역 주민 대상 교육 등을 통한 지역 상생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HS효성첨단소재 ESG 관계자는 “국내 생물다양성 보존 활동에 이어 베트남 지역의 맹그로브 숲 복원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HS효성첨단소재는 국내에서도 국립생태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멸종위기식물인 전주물꼬리풀 복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으며, 충남 서천, 울산 울주 멸종위기 밀원식물 정원 조성, 유부도 내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등 생물다양성 보존 및 증진 활동에 나서고 있다.
  • ‘마곡’ 눈이 번쩍 문화·여가·미식 다 있다[서울펀! 동네힙!]

    ‘마곡’ 눈이 번쩍 문화·여가·미식 다 있다[서울펀! 동네힙!]

    온 가족의 심장이 뛰는 곳 ‘마곡’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는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논두렁·밭두렁이었다. 지하철 5호선 마곡역이 있었지만 타거나 내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왜 이 허허벌판에 지하철역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끌끌 찼다. 그랬던 마곡이 2020년대 들어선 마곡연구단지에서 일하는 직장인 수요를 바탕으로 얼마 남지 않은 회식문화가 이어지고 젊은 장사꾼들이 뜨거운 경쟁을 펼치는 곳이 됐다. ●먹거리촌·식물원·AI 등 세 구역 마곡의 놀거리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저녁만 되면 직장인과 청년들로 붐비는 먹거리촌이고, 두 번째는 희귀한 식물 구경과 함께 소풍을 즐길 수 있는 서울식물원이다. 세 번째는 수준 높은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LG아트센터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라면 아이들을 꼭 데리고 가고 싶어 한다는 LG디스커버리랩이 있는 곳이다. 다양한 놀거리, 즐길거리가 있어 가족과 연인은 물론 젊은이들도 신나게 놀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제대로 즐기려면 일단 9호선 마곡나루역에 내리는 게 편하다. ●숲·호수·습지 갖춰 가족 나들이 가능 먼저 가족 나들이 장소로 좋은 서울식물원으로 가 보자. 가장 빠른 길은 2번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다. 횡단보도를 건너 ‘초록초록한’ 길을 쭉 따라가면 서울식물원이 나온다. 식물원에 가기 위해 걷다 보면 열린숲과 호수원, 습지원, 주제원 등을 만날 수 있다. 서울식물원은 입장료가 있지만 열린숲, 호수원, 습지원은 무료다. 열린숲에는 넓은 잔디광장이 있어 봄가을에는 돗자리 한 장만 있으면 소풍을 즐길 수 있다. 호수원 주변은 산책길로 조성돼 있는데 수변관찰 데크가 있어 텃새와 습지식물 관찰도 가능하다. 습지원에선 다양한 습지식물을 볼 수 있는데 이곳에 피어 있는 연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소셜미디어(SNS)용으로 딱이다. 주제원에선 지중해 12개 도시를 주제로 꾸며진 온실을 볼 수 있는데 ‘식충식물 특별전’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제 전시가 자주 열려 인기다. 서울식물원이 가족·연인들의 소풍 장소로 딱 맞는다면 LG아트센터와 LG디스커버리랩은 문화와 미래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소다. 2022년 11월 문을 연 ‘LG디스커버리랩 서울’은 국내 최초 체험형 인공지능(AI) 교육기관이다. 부모들이 자녀의 손을 잡고 오고 싶은 곳인 이유다. 특히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 건물은 지난해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건물은 거대한 곡선과 직선을 섞어 배치하는 방식으로 지상을 관통하는 타원형 원통 형태의 ‘튜브’와 100개의 직선 계단으로 만들어진 ‘스텝아스트리움’, 로비에서 마주하는 곡선 벽면 ‘게이트 아크’ 등 세 가지를 테마로 설계됐다. 또 건물 외부는 안도의 트레이드마크인 노출 콘크리트를 기반으로 한 정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어 차분한 느낌을 준다. 아름다운 건물 안에서는 ▲로봇지능 ▲시각지능 ▲언어지능 ▲AI휴먼 ▲데이터지능 등 AI를 5개 분야로 나눠 교육을 진행한다. 특히 자율주행과 스마트팩토리 관련 로봇, 생성형 AI 등은 실제 사용되는 서비스를 실습할 수 있어 인기를 끈다. 다만 학기 중에는 학교 단위로 예약을 받고 방학 때만 개인 신청이 가능하다. 서남권 최고 공연시설인 LG아트센터에선 클래식을 비롯해 다양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소풍을 즐기고 문화도 만끽했다면 이제 입의 즐거움을 찾아보자. 식당이 집중된 곳은 마곡나루역과 5호선 발산역 주변이다. 한국에 있는 온갖 프랜차이즈 식당과 카페는 물론 열정 넘치는 청년 장사꾼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만날 수 있다. 이들 식당과 카페는 마곡연구단지에 자리잡은 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밥집이자 술집이다. 강서구 관계자는 “가장 활발하게 식당이나 카페, 술집 창업이 이뤄지는 곳”이라며 “특히 퇴근 시간대가 되면 회식이나 모임을 하는 직장인들로 거리가 붐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연령대 원하는 먹거리 풍성 이 골목의 가장 큰 특징은 부장님이 좋아하는 김치찌개, 제육볶음부터 파스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일본식 주점, 퓨전 음식점, 샐러드 전문점, 디저트 가게 등 다양한 연령대가 원하는 다양한 가격대의 식당들이 모두 있다는 것이다. 한 요식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많다 보니 법인카드로나 먹을 수 있는 고급 식당부터 점심 한 끼를 간단하게 때울 수 있는 식당까지 모두 수요가 있다”며 “특히 마곡연구단지에서 근무하는 연령층이 다양하다 보니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힙한 식당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홍콩식 우육탕면이 맛있는 ‘란콰이펑누들’과 돈가스 전문점 ‘바삭하게’ 등이 몇 년째 자리를 지키며 직장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란콰이펑누들은 빨간색과 초록색이 조화를 이룬 이국적인 인테리어와 함께 진하고 얼큰한 국물이 술 마신 다음날 해장을 찾는 직장인들을 유혹한다. 1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라는 ‘금고깃집’은 삼겹살의 명가로 불리는 곳이다. 마곡지구 일대에만 식당이 3개가 있을 정도로 인기인 만큼 삼겹살에 소주가 당긴다면 한 번 찾아가 볼 만하다.
  • 창원 “1억 2000만송이 국화 구경 오세요”

    창원 “1억 2000만송이 국화 구경 오세요”

    1억 2000만 송이 국화꽃이 경남 창원시 마산만 일대를 수놓는다. 창원시는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3·15해양누리공원과 합포수변공원 일원에서 ‘마산가고파국화축제’를 연다고 24일 밝혔다. 올해 축제는 ‘바다가 부르는 국화연가’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축제장은 창원의 자랑거리, 이야기 촌, 동물·농산물, 창원의 정원, 국화꽃 프러포즈, 세계여행, 힐링의 숲과 포유 카페 등 10개 테마로 구성했다. 올해 메인 작품은 높이 6m 황룡 게이트다. 이와 함께 모형작품 230개와 1억 2000만송이(16만 5000그루) 국화를 선보인다. 27일과 다음달에는 해군 취타대·브리즈온 마칭밴드 등이 축제장을 가로질러 행진하는 국화 드림퍼레이드 행사를 진행한다. 다음달 1일에는 인디뮤직페스타를, 다음날에는 국화댄스·치어리딩 페스티벌을 펼친다. 다채로운 체험활동도 있다. 관람객들이 국화꽃을 벽화에 붙이며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다함께! 국화꽃 벽화만들기’, 국화빛 소망길에 있는 소원판에 수능 소망을 적는 ‘가을국화 수능소원판’, 옛날 교복 체험, 엽서만들기, 얼굴에 국화 스티커 붙이기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창원시는 “올해 국화축제는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구성했다”며 “많은 관람객이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실패에도 빛이 있으니까… ‘불야성 판교’서 건져올린 詩”[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실패에도 빛이 있으니까… ‘불야성 판교’서 건져올린 詩”[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판교에는 해가 지지 않는다. 정확히는 밤이 되면 빌딩 창문에 하나둘씩 불이 들어오며 거대한 불야성을 이룬다.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의 첨병이자 한국의 실리콘밸리.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은 오늘도 ‘앞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로 즐비하다. 얼마 전 첫 시집 ‘개와 늑대와 도플갱어 숲’(민음사)을 펴낸 시인 임원묵(35)은 두 얼굴의 사나이다. 시인으로서 시를 쓰는 동시에 판교에 있는 대형 IT 기업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지난 21일 저녁 판교역 근처 한 카페에서 시인을 만났다. 말끔한 옷차림을 한 그는 막 회사에서 퇴근하고 나온 참이었다. “시는 중학생 때부터 썼어요. 시인이 되고는 싶은데 열심히 쓰지는 않았죠. 이른바 ‘예술병’에 걸린 게으른 문청이었습니다. 그러다 취직하고 20대 후반이 되고서는 왜인지 진짜 시인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꼈어요. 이곳저곳 다니면서 시도 배우고 열심히 쓰기 시작했죠.” 시인은 오랜 꿈이었지만 의심스럽기 그지없었다. 이 꿈은 과연 나를 살게 할 것인가. 대학에서는 문학이 아니라 경제학을 공부했다. 남들처럼 취업을 준비해서 지금은 번듯한 직장에 다닌다. 하지만 시심(詩心)은 계속 피어올랐다. 회사 동료들과, 친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눠도 소용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의 시어는 말로 풀리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하면서 시를 쓰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IT 기획자의 언어는 분명해야 하지만 시의 언어는 그렇지 않다. “회사 일과 시 쓰기를 분리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애써 회사로 눈을 돌리기도 해요. 눈감으려고 했던 것을 똑바로 보고 거기서 시를 끌어서 올려보는 거죠.” 임원묵의 시는 절제된 단어와 곧은 문장만으로 삶의 우수에 가닿는다. 이런 느낌은 그가 발을 딛고 서 있는 판교라는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판교는 앞만 보고 달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 아닌가. 그러나 시인은 옆이나 뒤를 보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 자신을 지키고 시를 계속 쓰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판교에는 자부심 강한 사람이 많아요. 아름답지만 삭막하죠. 저는 판교의 사람들과 다르다고 느끼는데 글쎄요. 또 직장인으로서 일상도 꽤 잘 견디는 사람이거든요. 앞을 보고 달리는 사람들 옆에서 흉내도 잘 내고요. 예술가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인데, 어쩌면 저는 거기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임원묵은 옆 사람보다 조금 뒤처져도 괜찮다고 했다. 그들이 앞을 향해 가는 동안 자기는 시를 썼으니까. 직장인으로서 ‘월급도둑’이 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시를 쓰는 게 제일 중요하다. 새달 14일부터 서울 중구 스페이스 미라주에서 시집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 전시도 연다. 유용한 것들로 가득한 판교의 세계에서 왜 이토록 무용한 시를 계속 쓰는지 물었더니 그는 ‘책임감’ 때문이라고 했다. “실패와 슬픔에도 아름다운 빛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시를 쓰는 건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죠. 실패는 실패로 끝나야 합니다. 실패가 실패자를 만들어서는 안 되니까. 실패를 실패로 두기 위해서는 거기서 반짝이는 빛을 찾아야죠. 실패했다고 느끼는 이들이 제 시로 말미암아 앞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 ‘소나무 지켜라’ 경남도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방지 총력전

    ‘소나무 지켜라’ 경남도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방지 총력전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막고자 경남도가 특별대책을 추진한다. 경남도는 24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가 차원 대응 건의, 예찰·방제 확대, 집단피해지 수종 전환 추진, 시군 책임담당제 시행 등 대응계획을 발표했다. 도는 지난 18일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부울경 광역단체장 정책 간담회에서 박완수 도지사가 소나무재선충병 국가 차원 대응 필요성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또 14일에는 산림청 차장과 면담해 내년도 방제사업비 추가 지원, 재선충병 특별방제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 조림수종 확대 등 의견도 냈다고 덧붙였다. 도는 오는 30일에는 행정안전부 차관을 만나 재난안전특별교부세 지원과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도는 예찰·방제 활동도 확대한다. 헬기와 드론을 활용해 고사목 위치를 특정하고 지상 예찰로 고사목을 최종 확인, 전략 방제를 한다. 방제 기간인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18개 전 시·군에 사업비 365억원을 투입해 피해목 32만 5000그루를 방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도는 산불 예방 숲 가꾸기 사업으로 소나무림 밀도를 조절하고, 예방 나무주사를 병행한 복합방제를 시행해 재발생을 억제할 계획이다. 밀양을 포함한 4개(김해, 밀양, 창녕, 하동) 시군 집단 피해지역에서는 소나무 대린 다른 수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수종 전환 면적은 내년 130㏊, 2026년 300㏊ 등 연차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피해가 비교적 경미한 남해·산청·함양·거창·합천 등 5개 시군에서는 예방 나무주사를 확대하고, 우려목을 사전 제거하는 예방 활동을 펼친다. 집중방제기간 현장점검 인력도 확대한다. 산림청 산림재난긴급대응반과 경남도 합동 점검반을 편성해 방제사업장 점검을 강화하고 방제전략 수립 컨설팅, 수종전환 대상지 선정 지원, 협업 방제 등을 시행한다. 민기식 도 환경산림국장은 “소나무재선충병으로부터 건강한 숲을 조성하기 위해 중앙부처, 시·군, 관계기관과 협력해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 안팎의 작은 재선충이 북방수염하늘소·솔수염하늘소를 매개로 소나무류(소나무·곰솔·잣나무·섬잣나무)에 침투해 나무를 말라 죽게 하는 병이다. 경남에서는 1997년 함안군 칠원읍 일대에서 최초 발생했다. 2016년에서는 합천군에서 시작돼 전 시군으로 확산했고, 2014년에는 최대 피해(방제 대상목 58만 그루)를 보기도 했다. 이후 피해 증감을 반복하다 2022년부터 피해가 증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경남에서는 45만 1100여 그루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를 봤다.
  • 홍국표 서울시의원, ‘효자동’ 모아공동체 유아 숲 체험교육 참석

    홍국표 서울시의원, ‘효자동’ 모아공동체 유아 숲 체험교육 참석

    서울시의회 홍국표 의원(국민의힘·도봉2)은 지난 23일 서울형 모아어린이집인 ‘효자동’ 모아공동체가 주관한 유아 숲 체험교육에 참석했다. 서울형 모아어린이집은 도보 이용권에 있는 3~5개 국공립・민간・가정어린이집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보육모델이다. 효자동 모아공동체는 도봉구의 쌍문1동어린이집, 아이숲어린이집, 꿈동산어린이집, 로뎀아이어린이집, 둘리어린이집 등 5개 어린이집으로 구성돼 지난 3월부터 운영 중이다. 이날 숲 체험교육에서는 아이들이 학부모들과 함께 가을의 풍경과 자연을 즐기고 숲에서 찾을 수 있는 자연물을 활용해 놀아보는 경험을 통해 환경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홍 의원은 “숲 체험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파병 북한군, 굶는다고? 오히려 건강해져서 올 것” 前북한군이 전한 실상

    “파병 북한군, 굶는다고? 오히려 건강해져서 올 것” 前북한군이 전한 실상

    이달 초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등을 통해 처음 제기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이 사실상 사실로 드러난 가운데, 북한군에서 복무하다 귀순한 탈북민이 “북한 군인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왜 싸우는지조차 모른 채 죽어야 한다”며 실상을 고발했다. 탈북민 류성현씨는 23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 인터뷰에서 “북한 땅에서 내 목숨이 얼마나 값진지 못 느낀다. 김정은만 존엄이 있지 개인의 존엄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류씨는 “(군인) 상당수가 (파병 가서) 목숨을 위협당하며 싸워야 하겠지만, 여럿은 좋아하겠다고 느꼈다”며 “북한군은 백이 없는 사람들은 (파병을) 승진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고,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대한민국에 살아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생각할 수 있지만, 북한 군인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왜 싸우는지조차 모를 것”이라며 “핏덩이들이 김정은의 총알받이가 돼서 아무것도 모르고 다른 나라 전장에 가서 죽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류씨는 러시아로 파병된 군인들은 대체로 북한 내에 있을 때보다 파병지에서 오히려 더 잘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들은 북한군 장병 18명이 러시아 본토에서 작전에 배치됐다가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보도하며 “훈련을 마친 북한 인력이 식량을 배급받지 못하고 아무런 지시 없이 며칠간 숲속에 방치됐다”고 전한 바 있다. 류씨는 “북한 내부에 있어도 식량을 보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아서 파병 간 사람들의 영양 상태가 안 좋은 경우가 꽤 있을 것”이라며 “제가 있던 부대에선 식사 메뉴가 안 바뀌었다. 옥수수밥에 염장무 등을 주면 끝인데 고추, 가지 등 채소류를 주면 (식사를) 잘 주는 곳”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고기가 나오는 날은 진짜 극히 드물었다. 설날과 추석, 김씨 일가 생일 등에만 고기가 나왔다”며 “파병군들은 전쟁 상황에서 몸이 건강해져서 올 것 같다. 러시아에서 빵을 주고 고기도 때때로 보급하면 북한에서 먹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당국이 외국인 용병에게 지급하는 월급은 2000~2300달러(약 276만~317만원) 수준인데, 북한군은 월급을 받더라도 북한 정권에 상납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류씨는 “파병 군인들은 1년을 싸우고 돌아가도 한 달 월급도 받지 못할 것”이라며 “해외에 다녀왔다고 1000달러(약 138만원) 이상을 준다면 북한 내부에서 비교했을 때 불공정하다. 다 북한에 상납할 가능성이 높고, 500달러(약 69만원) 미만으로 계산해서 (돌려)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됐던 북한군 파병설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던 미국은 23일(현지시간)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했으며, 영국과 독일 등 서방도 국제적 갈등 고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 ‘서울은평청년영화제’ 서종현 집행위원장, “청년영화제, 한국영화 발전 위한 새로운 청사진 제시할 수 있을 것”

    ‘서울은평청년영화제’ 서종현 집행위원장, “청년영화제, 한국영화 발전 위한 새로운 청사진 제시할 수 있을 것”

    - 8월 31일~9월 2일, 롯데시네마 은평 ‘제2회 서울은평청년영화제’ 열려- 한국, 프랑스, 미국, 중국 비롯 전 세계 116개국, 4350편 작품 출품- 1천만 원 규모 제작지원작 ‘나만 아는 춤’ 등 32편 개봉, 6점 시상- 서종현 위원장 “청년의 목소리로 우리 사회에 보다 큰 울림을 선사하고, 새로운 변화 도출해 내길”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서울특별시 은평구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은평에서 열린 ‘제2회 서울은평청년영화제’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116개국, 4350편의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1천만 원 규모의 제작지원작 ‘나만 아는 춤’ 등 32편을 개봉하고 황금날개상 수상작 ‘디-데이, 프라이데이’ 등 6점에 대해 1천만 원 상당의 시상을 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서울은평청년영화제’는 은평구와 사단법인 날개숲이 주최 및 주관을 맡고, 서울특별시가 후원하는 영화제로, 청년영화 활성화를 통해 청년 제작 독립영화 진흥에 기여하고, 미래 영화 산업을 주도할 영화인재 육성을 목표로 기획됐다. 이를 통해 청년영화에 대한 대중적 접근성 확대를 비롯해 시민의 영화문화향유 증진을 도모하고, 지역사회와의 동반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제 막 첫발을 뗀 소규모 영화제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해를 거듭할수록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서울은평청년영화제’는 청년영화의 발전이 곧 한국영화의 발전이라는 신념 아래, 청년영화제의 의미와 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인 늦깎이 영화학도의 야심 찬 도전에서 비롯됐다. 대한민국 해군 중사로 전역 후, 현재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 3학년에 재학하며 ‘서울은평청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이자 사단법인 날개숲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서종현 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서종현 위원장은 자신이 만든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상영관을 수소문하던 중, 영화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본격적으로 영화제 창립에 뛰어들게 되었다. 이에 서종현 위원장은 진빛남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와 김미현 고양특례시청 주무관 등 5인의 이사와 함께 뜻을 모아 영화제를 주관할 사단법인 날개숲을 설립한다. 모두 청년으로 구성된 이사진의 분야별 전문성을 바탕으로 단 2회 만에 ‘서울은평청년영화제’는 서울특별시의 공식 후원을 받는 영화제로 거듭나게 되었다. 서종현 위원장은 “우연히 영화제의 존재와 역할을 알게 되고, 나와 같은 청년 영화인들을 위한 영화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사하게도 은평구청에서 은평을 영화의 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청년영화제의 취지에 공감하여 예산을 마련해주셨고, ‘제1회 은평청년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님과 은평구청 사회적경제과 청년정책팀 직원분들, 은평구의회 의원님들, 그리고 서울시의회 의원님들과 서울특별시 창조산업과 직원분들 등 영화제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주목할 것은 ‘서울은평청년영화제’는 단순히 영화제의 개념을 넘어 영화를 통해 지역사회와의 상생 및 청년영화인 육성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은평구 소재 주요 도서관에서 진행된 ‘2024 은평청년영화제 큐레이션: 청년의 시선’ 상영회를 통해 청년 영화인들의 작품을 지역 주민에게 깊숙이 다가가 소개할 기회를 제공했으며, 영화 제작의 첫걸음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필수적인 영화 제작 관련 지식 및 기술을 교육하는 ‘은평청년영화학교’을 운영하기도 했다. ‘은평청년영화학교’에서는 올해 20명의 1기 수료자를 배출했고, 4개의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영화 교육을 마친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제작 활동에 임할 수 있도록 은평청년영화제작동아리도 개설하였으며, 청년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사업 발굴과 청년 예술인 육성 및 지원 방안 마련, 기타 공동 발전을 위한 협력 등을 골자로 하는 은평구와 성균관대학교 예술대학 간의 업무협약(MOU)을 주도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서종현 집행위원장은 “청년영화인의 창의성과 열정은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새로운 예술을 창조할 수 있고, 청년영화는 오락을 넘어 사회 문제를 탐구하고 인간의 내면을 조명하는 강력한 매체다”라며 “즉 청년영화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며, 청년영화제는 한국 영화와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한 걸음 앞서 제시하는 공간이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서종현 집행위원장은 “‘서울은평청년영화제’는 청년의 자유로운 표현과 독립적인 작업환경을 지지하고, 이를 통한 미학적 진보의 가능성과 청년이 그리는 한국 영화의 새로운 청사진을 모색하는 취지로 출발했다”라며 “진빛남, 김미현 이사님과 더불어 영화산업에서 큰 성취를 이루신 박태식, 지승학 평론가님과 심광진, 윤재호, 원창재 감독님, 지난해 수상자로 초청 드렸던 이지원, 정혜연, 최범규 감독님, 진성찬 배우님께서 청년영화제의 취지에 공감하여 영화제 집행위원으로서 든든히 함께 해주시고 있기 때문에, 서울은평청년영화제가 청년이 던지는 수많은 질문과 통찰로 우리 사회와 관객분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고 청년영화인 성장의 발판이 되는 마중물로써의 역할을 다할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포부를 덧붙이기도 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상업영화 신규 투자 편수는 20편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개봉작 수가 가장 적었던 2021년 17편과 비슷한 수치로, 국내영화산업은 아직까지 코로나발(發)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 한국영화산업을 이끌어나갈 청년 영화인들을 위해 마련된 ‘서울은평청년영화제’는 한국영화의 중장기적 발전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속리산 입구에 숨겨진 꼬부랑길 단풍 명소 말티재 [두시기행문]

    속리산 입구에 숨겨진 꼬부랑길 단풍 명소 말티재 [두시기행문]

    충북 보은에 있는 속리산으로 가는 길에는 특별한 단풍 명소가 있다. 해발 430m에 위치한 말티재다. 높은 산을 13번이나 구불거리며 올라야 지나갈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말티재의 숲과 도로가 어우러진 독특하고 경쾌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가을철에는 셀 수 없이 우뚝 서 있는 단풍나무들이 붉은 물결을 만들고 다양한 수목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말티재는 고려 태조 왕건이 속리산을 구경하기 위해 고개를 넘어가기 위해 길을 닦도록 명하여 얇은 박석 돌을 운반하여 3~4리나 깔아 길을 만든 것이 시초였다. 조선 세조가 속리산에 행차할 때에 별궁(현 대궐터)에서 기마를 타고 오다 급경사지인 이곳은 이동이 어렵다고 해서 말로 갈아타고 고개를 넘었다. 고개를 넘은 뒤 속리산면 갈목리 부락에서 다시 연(임금이 타는 가마를 이르는말)으로 바꿔 탔다고 해서 말티고개라 부르게 되었다. 또 다른 설로는 마루의 준말인 ‘말’과 고개라는 뜻의 ‘티’, ‘재’ 라는 뜻이라고도 한다. 말티재는 조선시대에 명맥을 이어 인도의 형태로 있다가 1924년 현대적으로 포장된 길이 되었고 1967년에는 도로폭을 10~15m로 확장했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된 말티재의 길은 험한 고개에도 속리산과 법주사로 향하는 통로의 역할을 하다 2003년 속리산 터널이 개통되어 우회로가 생겨 찾는 사람만 찾는 명소 자리 잡는다. 특히 말티고개를 오르는 길은 자전거, 바이크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12굽이 ‘와인딩’(Winding·코너링에 치중한 드라이빙) 코스로 유명하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말티재는 2017년 10월에 전국최초 3층 터널 시설물인 백두대간 속리산 관문이 고개 정상부에 준공됐다. 이후 2020년 말티재에는 2층(폭 16m, 높이20m)의 전망대 및 다양한 조형물로 열두굽이의 말태고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명소를 건립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전망대에 오르면 아찔한 느낌도 받을 수 있지만 굽이굽이 꼬부랑길이 이어지는 도로와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풍경을 느껴볼 수 있다. 특히 단풍철에는 사진촬영을 위해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터널 시설물에는 커피 및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와 명맥을 지켜가며 살아가는 보은사람들의 옛 모습을 볼 수 있고 상시 전시관도 마련돼 있다.
  • 박석 서울시의원, 쌍문근린공원 반려견 놀이터 주민설명회 참석

    박석 서울시의원, 쌍문근린공원 반려견 놀이터 주민설명회 참석

    서울시의회 박석 의원(국민의힘·도봉3)은 지난 23일 쌍문4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쌍문근린공원 반려인 숲속 쉼터 조성사업 주민설명회’에 참석했다. 이번 설명회는 사업 취지 설명과 설계안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된 자리로, 반려견 놀이터에 관심이 있는 주민들이 참석,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쌍문동 산238-13일대 700㎡ 규모로 조성될 ‘반려인 숲속 쉼터 조성사업’은 소형견과 대형견을 위한 공간을 분리하고, 기존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시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획하고 있다. 박 의원은 “도봉구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문화,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환경을 선도하는 지역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쌍문근린공원 반려견 놀이터 조성사업은 주민설명회 결과를 바탕으로 공원변경 의견청취 열람공고와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 심의를 거칠 예정이며, 심의 통과 시 내년 하반기 개장 계획이다. 박 의원은 “도봉구 일대 반려인과 반려견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확보한 예산 3억 원이 꼭 연내 집행되기를 바란다”며 “반려인 숲속 쉼터 설계에 주민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관심을 가지고 챙기겠다”고 전했다.
  • 빛의 숨결 물드는 ‘노원달빛산책’

    빛의 숨결 물드는 ‘노원달빛산책’

    가을비가 내리던 지난 22일 저녁 서울 노원구 당현천은 레이저와 함께 빛나는 빗방울들로 반짝였다. 우비를 입은 어린아이들은 돌다리를 건너다 빛 방울을 잡으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물길과 수풀을 배경으로 한 레이저 미디어아트 ‘빛결’로, 빛의 미술관 ‘노원달빛산책’의 한 장면이다. 노원구 주민이 사랑하는 산책로 당현천에서 노원달빛산책이 열린 건 5회째다. 올해는 생명을 뜻하는 ‘숨’을 주제로 빛 조각, 미디어아트, 다양한 설치미술 등 41개 작품이 모였다. 양지교를 향해 걷다 보면 물길을 따라 흐르는 듯한 흰 바람결이 보인다. 공기의 요정 ‘실프’를 형상화한 대만 ‘위아트스튜디오’의 설치미술 작품이다. 보드라운 빛의 옥토끼 두 마리도 만날 수 있다. 상계숲속작은도서관의 어린이와 조영철 작가가 함께 만든 설치미술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시작한 노원달빛산책은 해를 거듭할수록 방문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엔 95만명이 관람했다. 이날은 서울 전역에서 당현천을 감상하기 위해 온 중년의 여성들도 길을 걷고 있었다. 중계동 주민 김모(65)씨는 “더 많은 사람과 당현천을 감상하기 위해 온라인 도보모임에 소개했더니 23명이 금세 모였다”며 “노원구민이 부럽다는 말을 들을 때 뿌듯하다”고 밝혔다. 권태현 큐레이터는 “미디어 매핑, 레이저 등을 활용해 전통적인 조명 축제와 차별화하려고 했다”며 “누구나 마음에 드는 작품 하나는 찾아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시작한 노원달빛산책은 다음달 17일까지 당현천의 노원수학문화관부터 당현1교 구간에서 열린다. 매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시각예술과 함께 감성적인 가을밤이 되길 바란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확보한 명품 축제로 발전하는 달빛산책은 문화도시 노원의 저력”이라고 밝혔다.
  • 평택,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앞장

    평택,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앞장

    “평택시는 경제적으로 성장해온 만큼 탄소중립에 의무감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의 산업단지,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을 최소화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해서 나무 심기 사업을 시작했고, 수소경제에 뛰어들었습니다.” ‘탄소중립 시장’을 자임한 정장선 경기 평택시장의 민선 8기 핵심 시정목표가 담긴 발언이다. 평택시는 곳곳에 ‘도시 숲’을 조성해 대기의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도시 열을 낮추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2019년부터 약 8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현재 나무가 빽빽이 심어진 평택시 내 공원은 471개로, 경기도 기초지자체 중 가장 많다. 평택시는 2026년까지 1000개의 공원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도시 숲 조성과 함께 평택시는 수소로 탄소배출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먼저 모빌리티 분야에 수소를 도입했다. 수소전기차, 수소 버스, 수소 트럭 등 수소 모빌리티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수소의 생산과 가공, 유통과 활용까지 모두 아우르는 미래형 수소복합지구도 평택항에 조성 중이다. 청정수소를 바탕으로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위한 환경도 조성하고 있다. 청정수소를 평택항 에너지 부두를 통해 수입하고, 평택항 인근 발전소에서 청정수소로 친환경 전기를 생산해 이를 기업에 공급하는 체계를 2028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평택시는 2026년까지 지역의 화력발전을 수소에너지발전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평택 화력발전의 연간 발전량은 6291GWh으로, 257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정 시장은 “탄소중립의 핵심은 탄소배출 제로다. 이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수소경제에 뛰어들었다. 늦은 감은 있지만, 평택을 중심으로 수소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산업단지, 도시, 항만을 연계하는 수소에너지 기반의 탄소중립지구 조성으로 기후변화와 산업전환에 대응하고 태양광 등의 친환경 에너지를 확대해 탄소중립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 멸종위기 재규어 새끼 로드킬에 역대 최고 벌금 부과한 이 나라 [여기는 남미]

    멸종위기 재규어 새끼 로드킬에 역대 최고 벌금 부과한 이 나라 [여기는 남미]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 보호에 애를 쓰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로드킬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역대 최고 벌금이 선고됐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안전운전을 하지 않은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기꺼이 벌금을 내겠다고 했다. 세계적인 관광명소 이구아수폭포로 유명한 아르헨티나 미시오네스주(州)에서 벌어진 일이다. 22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일 미시오네스 12번 도로에서 로드킬 사고가 났다. 당시 목격자들에 따르면 도로를 주행하던 승합차가 도로 옆 숲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재규어를 치었다. 나중에 확인된 사실이지만 길을 건너려다 자동차에 치어 죽은 동물은 태어난 지 6개월 정도 된 새끼재규어였다. 사고가 난 도로는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고 재규어 등 보호종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숲을 뚫고 낸 길이라 감속과 야생동물 출몰을 주의하라는 안내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목격자들은 “승합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주행하다가 갑자기 숲에서 나온 재규어를 친 것”이라고 말했다. 법령에 따라 로드킬 사고를 낸 운전자는 자동차를 세우고 수습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문제의 승합차는 멈추지 않고 계속 길을 달렸다. 신고로 사고를 인지한 미시오네스 당국은 현상금까지 내걸고 사고를 낸 운전자를 수배했다. 미시오네스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로드킬 사고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지난 9월 법령을 개정했다. 개정법에 따라 멸종위기 야생동물 로드킬 사고가 발생하면 검사가 배정되고 수사가 개시된다. 현상수배 사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유되면서 빠르게 확산한 가운데 사고를 낸 운전자는 당국에 자수했다. 운전자는 미시오네스를 찾는 외국인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관관용 승합차 기사였다. 운전자는 “고의로 뺑소니를 친 게 아니라 로드킬 사고를 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감속을 하지 않은 건 분명히 잘못이었다”면서 “이에 대해선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했다. 당국은 운전자에게 로드킬 사고 벌금으론 역대 최고인 2000만 페소(약 2800만원)를 부과했다. 운전자는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기꺼이 벌금을 내겠다”고 했다. 현지 언론은 “공식 통계는 없지만 로드킬 사고에 이렇게 무거운 벌금이 부과된 전례는 찾을 수 없다”면서 멸종위기 재규어를 보호하려는 당국의 의지가 엿보인다고 보도했다. 한편 아르헨티나에 서식하는 야생 재규어는 200마리 미만이다. 개체수가 확연하게 준 재규어는 1급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