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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수원 화성 방문의 해/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수원 화성 방문의 해/서동철 논설위원

    ‘수원 화성’이 어색한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수원에 있는 화성’이라는 뜻이라면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데 수원과 화성의 역사를 살펴보면 ‘역전앞’처럼 동어반복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조선왕조실록’은 정조 17년 ‘수원부(水原府)의 호칭을 화성(華城)으로 바꾸고 어필(御筆)로 현판을 써서 장남헌(壯南軒)에 걸었다’고 적었다. 장남헌은 화성행궁의 정궁(正宮)이다. 그런데 정조실록은 이후에도 ‘수원부’와 ‘화성부’를 거리낌 없이 뒤섞어 쓰고 있다. 하기는 ‘숭례문’이라는 표현이 보편화되기는 했어도 여전히 ‘남대문’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적지는 않다. 서울 관악구의 봉천동도 사라진 이름이지만, 지하철 2호선 봉천역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도 다르지 않다. 정조도, 사관(史官)들도 굳이 ‘수원’과 ‘화성’을 구분해 언급하고 기록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수원 화성이라는 이름은 어색하게 들릴 수도, 어색하지 않게 들릴 수도 있지만 진짜 어색한 것은 하나의 역사문화권을 두 개로 갈라놓은 행정구역이다. ‘화성에는 화성이 없고, 동대문에는 동대문이 없다’는 말이 있다. 화성은 행정구역상 화성시가 아닌 수원시에 있고, 서울 사대문의 하나인 동대문은 동대문구가 아닌 종로구에 있기 때문에 생긴 우스개다. 정조가 화성 신도시를 만든 이유는 군사, 행정, 경제에 걸치는 만큼 단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아버지 사도세자,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진한 가족 관계도 축조의 상당한 이유가 되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화성은 수원시에, 짝을 이루는 정조와 그 부모의 무덤은 화성시에 있는 것은 역사는 역사, 현실은 현실이라는 것을 고려해도 부자연스럽다. 수원시와 화성시를 통합하자는 논의는 그동안에도 몇 차례 있었다. 최근에도 수원시와 화성시는 물론 오산시까지 합친 통합 논의가 있었지만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 정치인들의 소(小)지역 할거주의 때문이겠지만 아쉬운 일이다. 한편으로는 통합을 이룬다 해도 통합자치단체의 이름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수원이나 화성 모두 역사성으로 우열을 가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2016 수원 화성 방문의 해’를 맞아 엊그제 이곳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화성은 단계적으로 정비가 이루어져 깔끔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관광객은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아 보였다. 서울에서 가깝지는 않은 만큼 외국인 관광객은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화성을 둘러볼 수 있다. 그런데 수원 화성의 역사 자산은 물론 전통시장을 비롯한 문화 자산은 그 시간과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다양했다. 그럴수록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관광 도시’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는 ‘품격 있는 역사문화 도시’로 목표를 수정하기를 권하고 싶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8년 만에 재개된 숭례문 파수의식 재현

    8년 만에 재개된 숭례문 파수의식 재현

    2008년 화재로 중단된 숭례문 파수의식 재현 행사가 8년 만에 재개된 가운데 덕수궁 대한문에서 근무하는 수문군과 교대하는 의식이 23일 서울 숭례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서울포토] 숭례문 파수의식 재현행사 중 교대의식

    [서울포토] 숭례문 파수의식 재현행사 중 교대의식

    2008년 화재로 중단된 숭례문 파수의식 재현행사가 8년 만에 재개된 23일 서울 숭례문 광장 앞에서 개막을 알리는 교대의식이 열리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서울포토] 8년 만에 재개된 숭례문 파수의식 재현행사

    [서울포토] 8년 만에 재개된 숭례문 파수의식 재현행사

    2008년 화재로 중단된 숭례문 파수의식 재현행사가 8년 만에 재개된 23일 서울 숭례문 광장 앞에서 개막을 알리는 교대의식이 열리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서울포토] 숭례문 파수의식 재현행사 중 무술시범

    [서울포토] 숭례문 파수의식 재현행사 중 무술시범

    2008년 화재로 중단된 숭례문 파수의식 재현행사가 8년 만에 재개된 23일 서울 숭례문 광장 앞에서 개막을 알리는 무술시범이 열리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움집에서 아파트로… 한반도 주거문화 변천사 한눈에

    [명인·명물을 찾아서] 움집에서 아파트로… 한반도 주거문화 변천사 한눈에

    집은 사람들의 삶이 이어지는 물리적 공간이고 정신적인 안식처다. 1만년 전, 긴 빙하기 추위가 끝나고 따듯한 기후로 급변하면서 그전까지 떠돌이 생활을 하던 사람들은 집을 짓고 정착 생활을 하게 됐다. 선사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서 사람들이 거주하는 집은 어떻게 바뀌어 왔을까. 19일 경남 진주시에 따르면 경남혁신도시인 남가람신도시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박물관’은 우리나라 주거문화와 건축기술 변천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토지·주택 전문 박물관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박물관이다. 한국토지공사와 한국주택공사는 LH로 통합되기 전 경기 성남시에 본사를 두고 있을 때부터 각각 토지박물관(1997년 7월 설립)과 주택도시박물관(2005년 12월 설립)을 운영했다. 두 기관이 2009년 통합되면서 자연스럽게 두 곳 박물관도 토지주택박물관으로 통합됐다. LH는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 진주혁신도시 충의로19 일대에 새 사옥을 지으면서 사옥 안에 독립된 박물관 공간을 함께 설계해 건립했다. 박물관을 완공한 뒤 성남 토지주택박물관에 전시됐던 5만여점에 이르는 토지·주택 관련 각종 자료와 유물을 특수 운반 차량 30여대를 이용해 옮겨 왔다. 전시 전문 기관에 의뢰해 자료, 유물을 다양한 기법으로 새로 설치, 전시하고 전시물을 보완한 뒤 지난해 7월 1일 박물관을 개관했다. 성남시에 있었던 두 개의 박물관보다 규모가 크고 전시 내용도 다양해졌다. LH 사옥은 20층 높이로 우뚝 솟아 있는 본관동을 가운데에 두고 동쪽에 ‘늘벗동’(의료·금융 시설)과 서북쪽 ‘나래동’(보육시설), 서남쪽 ‘공감동’(토지주택박물관동) 등 모두 4개 동의 건물이 부드러운 곡선 모양으로 이어져 하나의 건물을 이루고 있다. 부지 9만 7165㎡에 연면적 13만 5686㎡로 경남의 랜드마크 건물이다. LH 본사 정문에 들어서면 웅장하면서도 날렵하게 우뚝 솟아 있는 LH 사옥 건물 작품을 먼저 감상하게 된다. 박물관이 있는 공감동은 3층 규모다. 현관으로 들어가면 1층에 홍보관과 다목적 전시실 등이 있다. 토지주택박물관은 2층에 있다. 3층은 박물관 사무실로 쓴다. 2층 박물관 시설은 전체 면적이 2390㎡로 제1전시실(1106㎡)과 제2전시실(603㎡), 기획전시실(327㎡) 등 모두 3개 전시 공간으로 나뉜다. 1, 2전시실은 상설 전시실이다. 1층에 있는 다목적 전시실도 토지 및 주택 관련 기획전시를 하는 전시 공간이다. 제1전시실은 ‘삶의 공간’을 주제로 우리나라 주거시설과 주거 생활 문화를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는 각종 희귀 자료와 시설이 설치, 전시돼 있다. 특히 청동기시대 움집과 고구려시대 부엌, 조선시대 양반집의 사랑채, 근대 신당동 문화주택, 우리나라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인 12평 크기의 마포아파트 등 시대를 대표하는 5채의 집을 실물 크기에 가깝게 당시 모습으로 재현해 놨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주거 형태가 시대에 따라 어떤 모습이었고 어떻게 변해 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마포아파트 전시 공간에는 방 2개와 거실, 부엌, 베란다, 수세식 화장실 등 아파트 실내를 당시 구조 그대로 설치해 놨다. 아파트 안에 전시돼 있는 상자 모양의 흑백 TV를 비롯해 당시 전자제품과 생활용품 등의 소품도 눈길을 끈다. 마포아파트는 1962년 대한주택공사가 우리나라 주택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마포형무소 농장 부지를 구입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다. 오래된 건축 자재와 다양한 도구를 비롯해 삼국시대~고려시대~조선시대의 갖가지 기와 종류, 조선시대 각종 토지대장, 토지 매매 기록, 토지등기문서 등도 1전시실에서 구경할 수 있다. 조선시대 울산에 살았던 심원권이 84살로 사망할 때까지 64년 동안 쓴 생활일기는 토지주택박물관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희귀 자료다. 제2전시실은 우리나라 토목·건축 기술의 흐름과 발전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터전의 기술’을 전시 주제로 삼았다. 흙, 돌, 나무, 철을 비롯한 건축 재료와 다양한 건축 공구를 비롯해 우리나라 전통 난방시설인 온돌의 구조와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온돌 시설 모형 등 흥미 있는 전시물이 많다. 귀로 듣고 직접 만져 볼 수 있는 체험시설도 있다. 소나무로 만든 공포(?包)도 눈에 띈다. 공포는 한국, 중국, 일본 등의 전통 목조건축에서 처마 끝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 같은 데 짜 맞춰 댄 나무 부재다. 이 공포는 숭례문을 복원할 때 사용된 것과 같은 것으로 숭례문 복원에는 이 같은 공포 84개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3전시실은 토지주택박물관이 소장한 희귀한 유물과 자료 등을 기획전시를 통해 소개하는 공간이다. 현재 제3전시실에서는 ‘토지주택박물관의 진주(眞珠)’를 주제로, 구석기시대 돌 도구, 죽음 뒤의 집인 석관 등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주먹도끼인 연천 구미리 주먹도끼를 비롯해 구석기시대 돌 도구와 고려시대 사신도문의 석관 등을 전시해 놨다. 1층 다목적 전시실에서는 ‘터전의 여정 70년’이라는 주제로 광복 이후부터 최근까지 추진됐던 우리나라 민간주택 및 공공주택 건설 사업과 도시 개발 사업 등을 사진과 영상 등을 통해 소개하는 기획전시를 하고 있다. 주차 공간은 LH 사옥 앞 광장에 넉넉하게 조성돼 있다. 박물관은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관람은 무료다. 단체 관람 예약을 하면 해설사가 안내와 설명을 해 준다. 박물관 전시 안내 업무를 맡은 천윤진(25)씨는 “진주시민뿐 아니라 외지에서도 관람객들이 평일에는 100여명, 토요일에는 200명 넘게 꾸준히 찾아온다”고 말했다. 토지주택박물관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세계의 역사와 문화, 인문학 등을 배우는 박물관 대학을 상·하반기 두 차례 운영한다. 방학 기간에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체험 학습 프로그램인 어린이문화교실을 연다. 지역민들을 초대해 명사 초청 특강을 진행하고 지역 초등학교를 찾아가 전시하는 ‘찾아가는 박물관’도 운영한다. 글 사진 진주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서울역 길모퉁이서 바라본 ‘도시의 살풍경’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서울역 길모퉁이서 바라본 ‘도시의 살풍경’

    전쟁의 상처…서울의 관문…재건의 망치소리…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건축으로 평가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이 끝났다. 이미 그 전부터 폐허가 된 수도 서울로 사람들이 모여 들고 있었다. 개전 초기에 한 번 그리고 1·4 후퇴 때 한 번 수도를 빼앗긴 뒤 다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특히 중공군의 춘계공세를 막아 낸 1951년 이후 전선은 주로 최전방에서의 국지전 양상으로 형성되었고 후방은 비교적 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었다. 원래 서울에 살았던 사람들, 이북에서 부산, 거제 등으로 피란왔다가 대한민국에서 정착할 곳을 구하던 사람들, 그리고 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찾던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었다. 기차가 그들을 서울역에 토해 놓고 나면 아직 전쟁의 상처가 가시지 않은 도시의 살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러던 1950년대 후반, 드넓은 역전 광장의 북쪽 길모퉁이에 재건의 망치 소리와 함께 4층 건물 하나가 올라가고 있었다. 훗날 관문빌딩으로 불리게 될 그리고 어떤 자료에 의하면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건축으로도 평가될 건물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숭례문 앞 남지(南池)가 메꿔지지 않았다면 그 한구석에 모습이 살짝 비쳐졌을지도 모른다. ‘서울역 앞 상가주택’은 이렇게 전쟁의 폐허 속에서 태어났다. 개발시대의 기록문화는 참으로 어처구니없을 정도다. 도면을 구하는 것은 거의 하늘의 별 따기다. 결국 직접 가서 부딪혀 봐야 한다. 건물 안에 식당이 있으면 뭐라도 시켜 먹으면서 슬슬 말을 붙여 본다. 부동산 사무소에 가서 양해를 구하고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된다. 이 건물의 답사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건물명이 관문빌딩이라는 것도 이렇게 알게 되었다. 다만 현지의 증언을 절대적으로 믿는 것은 금물이다. 객관적 사실과 대조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건물은 당혹스러운 경우였다. 왜냐하면 증언 중에 이 건물이 상가주택이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 이 건물에서 사업을 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주거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 만약 그랬으면 상층부에 화장실 같은 것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 이 건물은 일본인들이 지었다고 알고 있다. - 작년에 서울시에서 지주들을 모아 재건축을 결정해 조만간 새로 지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만 들으면 완전히 헛다리를 짚은 것 같다. 그러나 여러 자료를 종합해 보면 그 내용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게다가 30년 전에 입주했다고 해도, 그 당시 이 건물은 이미 서른 살 가까운 나이였다. 그러니 지금의 입주자들이 이 건물의 옛날 모습을 정확히 알기란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 건물이 상가주택으로 지어졌다는 객관적 증거는 많다. 게다가 그것은 아주 큰 계획의 일부였다. 대강의 경과는 이렇다. 전후 복구 과정에서 당시 대통령 이승만의 지시로 남대문 일대를 우선적으로 재건하게 되었다. 수도 서울의 관문이라는 이유였다.(관문빌딩이라는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지금이야 이 일대를 수도의 관문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없지만 철도 의존도가 높았던 시대였으니 이해가 된다.(한반도의 통일이나 이에 준하는 상황이 되면 다시 한 번 서울역과 함께 이 일대의 위상도 달라질 것이다.) 당시 각료들이 이에 대한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 남대문 일대를 포함한 서울시내 13곳의 간선도로변에 소위 ‘상가주택’을 짓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그 현장을 돌아보는 사진이 전해지기도 한다. 총력을 다해 사업을 진행한 결과 1964년 서울에 93동의 신축 상가주택이 들어섰다. 아직도 남아 있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이 서울역 앞 상가주택, 일명 ‘남대문로 5가 역전 시범상가주택’인 것이다. #시대를 앞선 개념 특이하게도 ‘상가주택 건설요강’을 지킨다는 전제하에 이 방대한 프로젝트의 건축비에 대한 융자를 제공했다. 그 요강은 지금도 참고할 만하다. 기술적인 내용이 많으나 그중 특기할 것은 다음과 같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4층 건물. -1, 2층은 점포, 3, 4층은 주택. -벽체는 벽돌이나 콘크리트, 혹은 블록. -바닥과 지붕은 콘크리트, 혹은 PSC(pre-stressed concrete) 들보. -도로변은 타일 이상의 외장재, 다른 방향은 모르타르 뿜기. -3, 4층은 양면 캔틸레버, 즉 외팔보(한쪽에 기둥 없이 벽에서 튀어나온 보). -변소는 수세식. -옥상에 난간 설치. 주거와 일반 도시 기능을 한 건물에 수직적으로 갖춘다는 무지개떡 건축의 기본적인 조건 대부분이 이 안에 들어가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3, 4층의 양면 캔틸레버 규정이다. 1, 2층의 점포 위로 주택을 튀어나오게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비나 눈이 올 때도 별다른 불편 없이 점포 앞을 걸어 다닐 수 있다. 저층부의 후퇴된 부분에 간판이 달릴 것이므로 간판으로 인해 건물 전면이 혼잡스럽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점포의 소음이 주택으로 전달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간단한 규정인 것 같지만 도시 건축의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매우 좋은 방식이다. 싱가포르 구도심의 아케이드 지역이 바로 이런 원칙을 지키고 있다. 안타깝지만 건물 저층부의 이런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하는 경우는 요즘도 별로 없다. 심의에서 강제로 지적해야 마지못해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건물 입구에 차양 등이 덕지덕지 붙으면서 건물의 외관은 물론 전체 도시 경관을 망치는 일이 흔하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무려 50년도 넘은 이전에, 게다가 전쟁 복구 기간 중에, 이런 참신한 내용이 정부에 의해 공표되고 이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었다니. 희열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무지개떡 건축의 기본 개념이 이렇게 구체적인 문자 기록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 희열이라면, 그 영향력이 도시 전체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움이다. 기록 이야기는 이쯤 하고 현재의 모습을 좀더 충실히 들여다보기로 한다. 건물의 위치야 당시 그대로일 수밖에 없지만, 외관은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건립 당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아니었으면 같은 건물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건물 양 끝부분에 원래의 외벽이 노출되어 있는데 자세히 보면 당초의 외벽 재료가 벽돌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가운데 부분이 알루미늄 복합 패널로 덮여 있을 뿐 아니라 대형 입간판이 들어서 완전히 원래 모습을 잃어버렸다. 계단실은 모두 여섯 개가 있다. 그중 지하로만 내려가는 것이 네 개, 2층으로 올라만 가는 것이 하나, 지하와 상층부를 모두 연결하는 것이 두 개다. 결국 3, 4층까지 연결되는 계단은 단 두 개다. 후면에 편복도가 있지 않고서는 주거가 한 층당 겨우 4채만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전체 건물 규모로 보아 주거의 규모가 상당했을 것인데 그 사실 여부는 안타깝지만 원도면을 구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당시 사진을 자세히 보면 2, 3, 4층의 대형 유리창 뒤에 가벽 같은 것이 서 있는 게 보이는데 그 일부가 현재 상태에서도 발견된다. 남쪽에서 쏟아지는 햇살 혹은 거리의 소음을 막기 위한 조치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단열이 되지 않는 창호 프레임에 복층이 아닌 단판 유리가 끼워져 있었을 것이므로 소음이나 냉난방 등에 있어서 당시의 거주 환경이 그리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햇살이 밝게 들어오는 커다란 창문 안의 실내 풍경은 상당히 근대적이지 않았을까. 현재 저층부에는 식당, 카페, 직업소개소, 마사지 업소 등이 있고 지하에는 맥줏집, 식당, 노래방 등이 있다. 특이한 것은 상층부인데 부동산, 문서감정원 등과 함께 고시원과 원룸텔 등이 있다. 사람이 잠을 자는 곳이라는 점에서 준주거시설이라고나 할 이 시설들이 원래 주거의 존재를 암시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건물 안에 들어가 보면 일단 계단실이 아주 좁다. 게다가 계단이 돌아가는 방향이 제각각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건물의 가운데 부분이 곡선이고 양쪽 부분은 직선인데 그 연결 부위에 계단실이 있기 때문에 묘하게 각을 이루는 공간들이 만들어진다. 건물은 4층인데 입구의 안내판을 보면 5층이 있다. 숨어 있는 층이 하나 더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건물에 4층이 없는 것과 같은 이유다. 즉 불길하다는 이유로 4층을 생략하고 5층으로 건너뛴 것이다. # 참신한 디자인 건립 당시의 사진은 지금 보아도 상당히 참신하다. 특히 2, 3, 4층의 창문을 서로 엇갈리게 배치한 것은 파격적인 디자인이다. 교통량이 많은 대로변 모서리의 건물이므로 역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 한다. 보다 전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처럼 창이 엇갈리는 디자인은 이 외벽이 건물의 하중을 받는 내력벽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근대건축의 선구자인 르코르뷔지에가 말한 소위 ‘자유로운 입면’의 개념을 보여 주는 예다. 옥상은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계단실과 연결된 옥탑이 있고 주변에 난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위에서 언급한 건설 요강을 충실히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관상 상가가 1층에만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은 요강과 다른 부분이다. 요강을 지키지 않은 또 다른 부분은 바로 주거 부분을 돌출시키라는, 즉 캔틸레버에 대한 규정이다. 1층과 나머지 층이 거의 같은 면으로 연속되어 있다 보니 햇살을 막고 비를 긋기 위해 1층 부분은 거의 예외 없이 차양이 설치되어 있다. 작은 디테일 하나가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오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1950년대 말이면 서울역 앞에 고층빌딩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탁 트인 풍경 너머로 저 멀리 관악산까지 시원하게 보였을 것이다. 남쪽을 향해 시원하게 뚫린 저 커다란 창문 안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았으며, 또 어떤 삶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을까. 주거로서의 만족도는 어떠했을 것이며 사람들은 이 건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당시의 실내 사진이나 기록을 언젠가 접하게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조만간 재건축된다는 것이 주민들의 증언이지만 이 귀중한 도시건축의 한 선례를 잘 복원하여 상가주택으로 다시 활용하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서울시립대 박철수 교수의 블로그인 ‘살구나무 아랫집’을 참조했습니다.)
  • 공급 과잉?… 비즈니스호텔 ‘명동 혈투’

    공급 과잉?… 비즈니스호텔 ‘명동 혈투’

    서울 시내 최대 관광지인 명동을 둘러싼 비즈니스 호텔들의 치열한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미국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인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이 2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4가에서 개관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은 KT&G가 소유하고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위탁 운영을 맡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호텔은 지하 4층, 지상 22층 규모로 모두 409개 객실을 갖췄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의 가장 큰 강점은 위치다. 숭례문 오거리에 위치해 다양한 대중교통의 접근이 쉽다. 또 호텔이 남대문시장, 명동, 덕수궁, 시청 등 주요 관광지에 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의 개관으로 최근 1년 사이 명동 인근에 문을 연 비즈니스 호텔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지난해 3월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명동과 같은 해 5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이 문을 열었다. 이어 올해 1월 롯데시티호텔 명동, L7 호텔 명동, 골든튤립 엠 서울 호텔이 잇따라 개관했다. 또 다음달에는 하나투어가 운영하는 비즈니스 호텔인 티마크 그랜드 호텔이 충무로에서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과거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에 비해 호텔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최근 명동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호텔 공급 과잉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라지브 메논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아시아태평양지역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국 특히 서울이 여행지로서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연간 10~15%는 늘어날 것으로 보여 객실 점유율은 충분히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강력한 왕권의 상징 관음보살? 민초엔 혁명 지도자 미륵보살!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강력한 왕권의 상징 관음보살? 민초엔 혁명 지도자 미륵보살!

    논산(山)이라는 땅이름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는 논란도 없지 않다. 백제시대에도 충남 논산 일대는 황등야산군(黃等也山郡)이라 불렀다. ‘삼국사기’에는 황산지원(黃山之原), 조선시대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황산지야(黃山之野)라는 표현이 보인다. 곧 ‘황산벌’이다. 삼국통일전쟁의 마지막 격전지이자, 후삼국통일전쟁의 마지막 격전지다. 황산(黃山)이 노랗다는 뜻이 아니라 넓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해석이 가장 그럴듯하게 들린다. 놀뫼라는 순수한 우리말 땅이름을 한자식 표현으로 고치는 과정에서 ‘누를 황(黃)’을 훈차(訓借)한 결과 황산이 됐다는 것이다. 훈차란 한자의 뜻을 빌려 우리말을 표기하는 방법이다. 같은 원리로 논산은 놀뫼를 음차(音借)해서 만들어진 지명이라는 주장이다. 음차는 한자의 음을 빌려 우리말을 표기하는 방법이다. ●38년 걸쳐 만든 높이 18.2m 고려 석불 실제로 현지에서는 논산의 우리말 이름이 놀뫼라는 것을 거의 정설로 받아들인다. 놀뫼유치원에 놀뫼아파트, 놀뫼새마을금고, 놀뫼신문까지 폭넓게 쓰이고 있다. 놀뫼가 넓은 벌판을 뜻한다는 것은 논산에 가보면 깨닫게 된다. 그 넓은 벌판 여기저기에 백제장수 계백의 무덤과 백제군사박물관, 후백제왕 견훤의 무덤,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한 기념으로 세운 개태사가 흩어져 있다. 관촉사는 이 황산벌이 내려다보이는 충남 논산시 은진면 반야산 중턱에 있다. 관촉사라면 흔히 ‘은진미륵’이라고 불리는 돌부처로 더욱 유명한 절이다. 높이 18.2m의 고려시대 거대불상은 실제로는 관음보살이지만 오래전부터 미륵불로 굳게 믿어졌다. 지금도 석불을 배례하는 전각에는 ‘미륵전’이라는 현판이 내걸려 있으니 이 돌부처가 장차 세상을 구원할 미륵이라는 확신은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륵·관음 논쟁… 도상적으론 관음 특징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유산이라면 글자 그대로 문화적 유산이다. 하지만 그것이 꼭 문화적인 이유로 이뤄졌는지는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대표적인 조선시대 문화유산인 경복궁과 숭례문 같은 궁궐과 한양성곽의 각종 구조물은 문화적 이유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은진미륵 또한 종교적 이유에서만 조성된 것은 아니다. 고려 같은 불교국가에서 대형 불사(佛事)는 너무나도 당연히 뚜렷한 목적이 있는 정치 행위였다. 은진미륵은 그동안 불상의 존명(尊名)을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았다. 미륵보살이냐, 관음보살이냐 하는 논쟁이었다. 그런데 은진미륵은 미술사학자들이 잘 쓰는 표현대로 관음보살의 도상적 특징을 너무나도 선명하게 갖추고 있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이마에 아미타불의 모습인 화불(化佛)이 새겨졌고, 손에는 연꽃가지를 들고 있었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둘 다 관음보살을 나타내는 대표적 특징이다. 그럼에도 미륵이라는 전칭(傳稱)에도 적지 않게 미련을 두었다. 하기는 기도하는 민초들에게 미륵부처와 관음보살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원을 이루어 주는 존재라면 어떤 부처님이든 무슨 상관인가. ●후백제민 회유·경고… 민초는 변혁 기원 은진미륵은 고려 광종 19년(968) 조성을 시작해 목종 9년(1006) 완성했다. 광종은 잘 알려진 대로 과거제를 도입해 지방호족의 자제가 칼 대신 붓을 잡게 만든 인물이다. 중앙집권국가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후백제와의 마지막 결전지에 거대 석불을 조성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과거 적국 및 변방의 주민들에게 위세를 보여 주면서 관음보살의 권능처럼 현세의 고통을 덜어 주겠다는 일종의 정치적 약속을 담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렇듯 강력한 왕조에 ‘딴마음’을 먹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도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당대는 물론 이후에도 줄곧 미륵으로 믿어진 것은 고려왕조의 정치적 회유가 먹혀들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권력은 지역민에게 고통을 견디며 순응하라는 상징성을 담아 관음을 조성했지만, 역설적으로 민초는 그 관음조차 새로운 세상을 가져다 줄 혁명의 지도자로 믿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은진미륵이라고 부른 것은 무지에 따른 오류가 아니라 관음도 미륵으로 믿으며 의지하고 싶은 민초의 적극적 해석에 따른 의도적 오류로 보고 싶다. 글 사진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돈 없어도 차 없어도 OK 서울 명소를 소개합니다

    돈 없어도 차 없어도 OK 서울 명소를 소개합니다

    맞벌이 박모씨 부부는 어린이날 아이와 놀아 주느라 체력도 지갑도 ‘탈탈’ 털렸다. 하지만 날도 따뜻한 5월에 아이들은 “오늘은 어디가?”라며 박씨를 조른다. 박씨 부부는 “교외로 차를 몰고 나가기는 너무 힘들고 그렇다고 가족의 달인 5월에 텔레비전만 보기엔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돈 없어도, 차 없어도 갈 수 있는 서울의 동네 명소를 찾아봤다. ■전철옆 생태숲 도시락 들고 안산 자락길… 아차산 나무·꽃향기 절정 자녀와 자연의 기운을 느끼고 싶은데, 정색하고 텐트를 들고 캠핑을 가기 어렵다면 동네 주변 공원을 가 보자. 준비물은 돗자리 하나면 충분하다. 서울 서북권에 사는 주민이라면 서대문구 안산 자락길로 가 보자. 무장애 길이 설치돼 유아와 임신부 등 보행 약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자락길을 한 바퀴 도는 데는 대략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길을 걷다 보면 메타세쿼이아, 아까시나무, 잣나무, 가문비나무 등도 만날 수 있다. 또 인왕산과 북한산 등 서울의 명산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중간중간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곳도 있어 더 좋다. 가는 길은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5번 출구로 나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바로 위 골목으로 올라가면 된다. 금천구 ‘베짱이 유아숲 체험장’도 좋은 선택이다. 독산동 산 199-1에 1만 2000㎡ 규모의 유아 숲 체험장에는 숲속놀이터와 나무 오르기, 모험놀이대, 세족장, 모래놀이터, 숲속야외교실, 생태연못 등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시설이 완비돼 있다. 특히 원두막은 도시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 체험장 바로 옆엔 감로천생태공원이 있어 다양한 나무와 꽃, 풀, 곤충 등을 관찰할 수 있다. 1호선 독산역 1번 출구에서 8번 마을버스를 타고 독산도서관에서 내리면 된다. 광진구 아차산 생태공원은 역사와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온달장군과 평강공주 동상 앞에서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해주면 ‘엄지 척’을 받을 수도 있다. 생태공원에는 산초나무 등 나무 40여 종 4000여 그루와 70여종 5만여 포기의 꽃과 풀이 심어져 향기를 내뿜는다. 내친김에 아차산 중턱까지 오르면 ‘고구려정’을 만날 수 있다. 금강송을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지은 고구려정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고구려와 신라, 백제가 이곳을 두고 벌인 전쟁 이야기를 해주면 아이들이 부모를 존경하는 시선으로 다시 볼 것이다. 5호선 아차산역 2번 출구로 나와 영화사 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양천구 서서울호수공원도 재밌는 장소다. 특히 이곳을 걷다 보면 항공기 소리에 따라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 색다른 장면도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은 하늘로 비행기가 지나가는지 유심히 살핀다. 공원 안의 몬드리안 정원으로 발길을 돌리면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기법을 바탕으로 만든 계단과 난간, 정수시설 등을 만날 수 있다. 5호선 화곡역 7번 출구로 나와 652번, 6627번 버스를 타면 공원 앞에 내려준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표없이 명공연 어린이 모터쇼 상상력 자극… 어르신 위한 산사 음악회도 ‘가족의 달’ 덕분에 각종 문화공연과 전시·행사가 매달 줄을 잇는다. 하지만 막상 가려면 비싼 돈만 들이고, 아이도 어른도 모두 만족하지 못하면 어쩌나 고민된다. 이럴 때 챙기면 좋은 곳이 서울시청이나 각 구청에서 운영하는 공연장이다. 강동구 상일동 강동아트센터에선 체험형 전래동화 뮤지컬 ‘뚝딱하니 어흥!’이 무대에 오른다. 전래동화 ‘호랑이와 곶감’,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등을 마당극 형식으로 엮었다. 오는 27일까지 소극장 ‘드림’에서 한다. 어린이들은 직접 도깨비 방망이를 만들어 도깨비 대장 ‘뚝딱하니’와 주문을 외우며 신나는 모험을 떠나게 된다. 입장 순서대로 착석하니 일찍 가야 앞자리에 앉을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모터쇼도 눈길을 끈다. 이달 내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4층 디자인놀이터에선 무료로 ‘키즈 모터쇼’를 연다. ‘꽃향기가 나는 차’, ‘눈이 내리는 차’ 등 공모를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이 듬뿍 묻어 있는 자동차를 만들어 체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월요일은 휴관. 부모님을 모시고 갈 고즈넉한 공간을 찾는다면 서울 종로구 부암동 ‘무계원’도 생각해 보자.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에서는 오는 22일까지 ‘한국의 미(美), 한국의 탈’을 주제로 기획전시를 개최한다. 가산오광대, 하회별신굿 탈놀이 등 전국의 탈춤에 쓰인 전통탈들을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여기서 ‘팁’ 하나. 무계원은 종로구 익선동에 있던 서울시 등록음식점 1호인 오진암의 건물 자재를 사용해 지어졌다. 오진암은 1970~80년대 한국 요정 정치의 중심이었다. 1972년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과 북한의 박성철 제2부수상이 만나 7·4 남북공동성명을 논의해서 더 유명하지만 ‘기생관광’의 메카라는 오명도 가지고 있던 곳이다. 서울 구로구 궁동 원각사에서는 오는 10일 오후 6시 30분부터 ‘산사 음악회’가 열린다. 음악회는 아름다운 자연과 어울리는 국악과 성악, 대중가요 등으로 구성됐다. 국악인 김영임과 성악가 하만택, 가수 남진·김혜연, 걸그룹 바바 등을 초대해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강남권이라면 ‘찾아가는 거리음악회’에서 신나게 놀아 보자. ‘제2회 서리풀 페스티벌’의 사전 행사인 거리음악회는 강남역을 비롯한 야외광장 등에서 다음달 말까지 팝페라, 어쿠스틱 밴드 등 다양한 팀의 공연으로 진행된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城따라 역사길 한양·몽촌토성 무료 해설… 29일까지 방정환 특별전 서울은 세련된 고층 빌딩이 가득한 ‘메가시티’지만 1392년 조선 건국 이후 600년 넘게 우리의 수도 역할을 해 온 역사 도시이기도 하다. 덕분에 지역마다 역사적 볼거리가 가득하다. 지갑이 홀쭉해도 별 걱정 없이 아이들과 한나절 역사여행 하며 웃고 떠들 수 있는 코스가 널려 있다. 날이 화창하다면 야외를 걷는 역사 탐방을 떠나 보자. 북악산부터 낙산, 남산, 인왕산 등 서울 도심부를 감싼 한양도성(18.6㎞)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옛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도심 속 녹음과 역사를 한번에 즐길 수 있다. 도성길 주변으로는 숭례문, 흥인지문, 경교장 등 주요 문화재가 많다. 특히 매주 일요일 오후 열리는 ‘스탬프 투어’에 참여하면 전문 해설사에게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이 프로그램에 4주간 ‘개근’하면 한양도성 18.6㎞를 완주하고 ‘완주 배지’도 받게 된다. 한강 남쪽에 산다면 가까운 토성산성어울길을 권할 만하다. 이 길은 몽촌토성역부터 올림픽공원, 성내천, 마천전통시장을 거쳐 남한산을 오르는 19.6㎞ 코스다. 2000여년 전 한성(서울)을 도읍 삼았던 백제가 흙으로 쌓은 몽촌토성은 돌로 지은 한양도성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토성산성어울길에 있는 한성백제박물관과 몽촌역사관은 아이들이 삼국시대 역사를 배워 볼 수 있는 여러 유적을 보유했다. 역사적 상흔이 있는 시설을 둘러보는 도심 속 ‘다크투어’도 아이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 김구, 유관순 등 많은 독립운동가가 옥고를 치른 서대문형무소는 역사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했던 이들에게 악명 높은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은 경찰인권센터로 바뀌었다. 고 김근태 전 국회의원과 서울대생이었던 고 박종철군 등이 고문을 당한 곳이다. 인권센터에는 경찰이 박군을 물고문했던 욕조 등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궂은 날씨에는 실내 박물관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오는 29일까지 ‘방정환과 어린이날을 만나는 특별전시회’가 열린다. 전시회에서는 방정환 선생이 쓴 창작동화는 물론 시대별 어린이날 행사 사진, 포스터 등이 선보이고 있다. 아이들이 방 선생이 즐겨 썼던 중절모를 쓰고 다양한 배경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됐다. 서울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글박물관 등도 모두 무료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어 부담 없이 둘러볼 수 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마을 당산나무·향교도 귀한 유산입니다”

    “마을 당산나무·향교도 귀한 유산입니다”

    “불국사 석굴암이나 숭례문만 문화재가 아닙니다. 조상들 묘소 앞 비석을 비롯해 마을의 당산나무와 향교, 성황당, 학교, 역사(驛舍) 등 고향에도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 많아요. 시간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공간의 역사도 소중합니다. 건물이든 자연유산이든 꼭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합니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이하 국민신탁) 이사장의 지론이다. 지역 문화와 숨결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는 오래된 건물을 낡고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무조건 헐고 새로 짓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논리다. 국민신탁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신탁은 1895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국민신탁)를 모델로, 2007년 3월 설립됐다. 내셔널 트러스트는 시민과 기업의 기부나 증여로 위탁받은 재산·회비 등을 활용해 보전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취득, 영구히 보전·관리하는 운동이다. 우리나라는 민관합작이다. 국민신탁의 주된 업무는 무관심 속에 잊히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우리 주변 문화유산을 발굴, 보전하는 사업이다. 지난달 7일 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서울 남대문로 2층 한옥상가(서울시내 일제강점기 벽돌 한옥상가로는 유일하게 남은 건물)’도 국민신탁 노력으로 보전하게 됐다. “한 교수가 관광호텔을 지으면서 인근 한옥상가가 헐리게 생겼다며 지켜달라고 했습니다. 현장 조사를 한 뒤 소유주인 흥국생명을 설득했죠. 흥국생명도 역사적으로도, 건축사적으로도 중요하다는 걸 알고 팔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국민신탁은 개인 등에게 기증받은 건물이나 작품을 위탁관리하기도 한다. 경기 군포의 동래정씨 동래군파 종택, 대하소설 ‘태백산맥’ 속 보성여관 등이 대표적이다. “무형문화재 발굴·보전 쪽으로도 영역을 넓히려 합니다. 고궁이든 산사든 무형문화재가 함께해야 가치를 더 빛낼 수 있습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기업들 최고 일손, 밖에선 문화재 돌보는 후손

    기업들 최고 일손, 밖에선 문화재 돌보는 후손

    삼성물산 조경팀 종묘 나무 관리 300여 그루 ‘참나무에이즈’ 예방 한화리조트, 덕수궁 등 정화 활동 55개사 문화재청과 ‘지킴이 협약’ 지난달 12일,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로구 종묘(사적 제125호). 휴관일이라 조용했다. 파란색 조끼를 입은 건장한 남성 10여명이 적막을 가르며 성큼성큼 들어섰다. 고궁의 운치를 더하는 참나무들을 ‘참나무시듦병’(일명 참나무 에이즈)으로부터 지켜내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조경사업팀원들이었다. 이들은 방진복으로 갈아입고, 3~4명씩 조를 짰다. 끈끈이롤트랩, 사다리, 삽 등 도구를 챙겨 각 조 담당 구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원들은 참나무 밑동 기준 2m 높이에서부터 끈끈이롤트랩을 아래로 감으며 내려왔다. 나무 밑바닥 주위 흙을 삽으로 파내고 땅속 아랫부분까지 촘촘히 감았다. 원춘섭 조경소장은 “종묘엔 200~300년 이상 된 참나무들이 300여 그루 있다”면서 “하루에 30~40그루씩, 열흘 정도 작업한다”고 했다. ‘참나무시듦병’은 참나무 선충류가 나무 안에서 물이 올라가는 관을 막아 나무가 말라죽는 병이다. 선충류와 공생관계인 광릉긴나무좀이 매개체다. 2000년부터 조금씩 발생, 2013년 전국으로 확산되며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조경팀원들은 언론에서 인력 부족으로 참나무가 말라죽는 걸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소식을 접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자원봉사대를 꾸렸다. 2013년 5월 종묘에서부터 예방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종묘에도 시듦병으로 말라죽은 참나무들이 산재했다. 강찬구 조경소장은 “예방법은 나무에 끈끈이롤트랩을 감아 매개체인 광릉긴나무좀이 나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조경사업팀원은 200여명이다. 매년 4, 5월이면 조를 짜 돌아가면서 종묘를 비롯해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등 궁궐의 참나무시듦병을 원천 차단한다. 팀원들은 “수백년간 궁궐을 지킨 참나무들이 시듦병으로 고사한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라며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조경기술로 그런 참사를 막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어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0일, 주황색 재킷을 입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직원 60여명이 서울 중구 덕수궁을 찾았다. 이들은 조를 나눠 뜰에 마구잡이로 자란 풀들을 뽑거나 목조건물 마루에 쌓인 먼지를 걸레로 닦았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국내 1호 문화재지킴이 기업으로, 2005년 5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직원 600여명이 60명씩 팀을 짜 매달 돌아가면서 덕수궁, 창덕궁, 종묘 등지에서 정화 활동을 한다. 골프장 잔디 관리 기술을 활용해 매년 여름이면 경기 화성시 안녕동의 ‘융건릉’(隆健陵) 잔디도 다듬는다. 국내 기업들이 ‘문화재지킴이’ 첨병으로 나섰다. 광범위한 조직망을 바탕으로 전국 곳곳의 문화재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전문성을 요하는 작업부터 문화재 현장 청소까지 다양한 활동을 한다. 고궁 야간 공연, 전시 등도 후원한다. LG생활건강은 창경궁 보존관리 및 무형문화재 후원을, 신한은행은 숭례문 보존 및 활용 지원을 한다. 포스코는 철강 기술을 토대로 국가지정 금속문화재들을 조사, 분석하고 있다. 현재 55개사가 문화재청과 협약을 맺고 기업 문화재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기업도 문화재에 대한 애정 없이는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없다”며 “인력·예산 부족으로 정부가 하지 못하는 부분을 기업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주고 있다”고 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조선 사람들이 보고 느낀 ‘삼국지’ 엿보기

    조선 사람들이 보고 느낀 ‘삼국지’ 엿보기

    신앙 차원 조명… 동묘 그림 공개 도원결의·장판교 장면 등 생생 14세기 중국소설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일명 삼국지) 속 관우(關羽)를 신앙의 관점에서 조명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지난달 29일 개막해 오는 7월 4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Ⅱ에서 열리는 ‘신이 된 관우 그리고 삼국지연의도’ 특별전이다. 관우신앙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수 관우를 신격화해 관제(關帝) 또는 관왕(關王)으로 받들어 모시는 것이다. 관왕묘는 관우를 신으로 모신 사당으로, 정유재란(1597) 당시 명나라 장수에 의해 남관왕묘(南關王墓)가 한양 숭례문 밖에 처음 건립됐다. 이후 안동, 성주, 강진, 전주, 강화 등지에 세워졌다. 이번 전시엔 서울 종로구 동관왕묘(東關王廟·일명 동묘)에 있었던 대형 그림 ‘삼국지연의도’(三國志演義圖) 5점이 2년간의 보존 처리 과정을 거쳐 일반에 공개된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삼국지도’ 2점과 관우 신앙 관련 자료 20여점도 선보인다. ‘삼국지연의도’는 민속학자인 김태곤(1936∼1996) 전 경희대 교수가 수집, 2012년 그의 부인인 손장연씨가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그림 한 점의 크기가 가로 230㎝, 세로 133㎝로, 서울역사박물관의 ‘삼국지도’와 함께 동관왕묘의 동무와 서무에 걸려 있었다. ‘삼국지연의도’는 삼국지의 주요 장면과 인물 이야기를 그린 그림이다. 유비·관우·장비가 의형제를 맺는 도원결의(桃園結義)에서부터 장비가 장판교에서 조조의 대군을 막는 장면,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오림으로 도망가는 모습 등이 생생하게 표현돼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프랑스에서 왔어요…한국 테니스 보러

    프랑스에서 왔어요…한국 테니스 보러

    한선용·유진석·이은혜 등 출전 5개국 우승자 새달 佛서 최종전 4대 남녀프로테니스(ATP·WTA) 메이저대회 중 호주오픈에 이어 매년 두 번째로 열리는 프랑스오픈 우승 트로피가 처음으로 한국땅을 찾아 이 대회 주니어부 와일드 카드 선발전을 지켜본다. 대한테니스협회와 프랑스테니스협회는 2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전야제와 함께 21~24일 열리는 주니어부 와일드카드 조 추첨 행사를 했다. 행사에서는 지난 19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을 찾은 프랑스오픈 우승 트로피 ‘롤랑가로스 컵’이 공개됐다. 앞서 양국 테니스협회는 테니스 발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업무협약에 따라 지난해 9월 프랑스오픈 주니어부 본선 와일드카드 획득을 위한 국내 선발전을 치르기로 합의했다. ‘론진 랑데부 롤랑가로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 선발전은 지난해 프랑스오픈과 같이 클레이코트로 조성, 완공된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장에서 나흘 동안 열린다. 그러나 이 선발전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프랑스오픈 본선에 직행하는 건 아니다. 선발전은 한국 외에도 중국과 브라질, 인도, 일본 등 총 5개국에서 열리는데 각국의 남녀 우승자는 파리 에펠탑에 설치된 특설코트에서 마지막 결정전을 통과해야 비로소 본선 티켓을 얻게 된다. 최종전인 ‘에펠탑 매치’ 결승전은 프랑스오픈 개막 한 주 전인 5월 21일 열린다. 1891년 프랑스 챔피언십으로 창설돼 지난해까지 114차례의 대회를 치르며 숱한 테니스 명인들의 손때가 묻은 프랑스오픈 트로피가 한국을 찾은 건 이 국내 선발전을 축하하고 지켜보기 위해서다. 남녀 각각 ‘모스키티어컵’, ‘수잔 렝렌 컵’으로 불리는 두 개의 우승 트로피는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지난 19일 한국에 도착했다. 숭례문을 시작으로 남산한옥마을, 종묘, 한강, 청계천 등에서 순회 전시된 뒤 선발전 결승 당일인 24일 육사코트 결승전을 지켜보게 된다. 대회에는 U16(16세 이하) 대표팀 선수 5명을 비롯해 남녀 각각 16명이 출전한다. 남자부에는 차세대 기대주 한선용을 비롯해 유진석, 정영석이 나서고 여자 선수에는 이은혜, 박미정이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우승 트로피와 함께 방한한 프랑스테니스협회 에두아르 바르동 이사는 “롤랑가로스 트로피가 한국 주니어 테니스선수들의 꿈과 도전에 도움을 주길 바란다”면서 “프랑스오픈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롤랑가로스 트로피를 직접 보고 즐기며 프랑스오픈에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관가 블로그] 고용부 ‘하이브리드 인사’ 눈길

    [관가 블로그] 고용부 ‘하이브리드 인사’ 눈길

    임용 즉시 정책부서 근무땐 이해 부족해 실질 성과 미흡… 현장 통해 업무 파악 도와 “현장을 떠나서는 국민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곳에서든 자신 있게 일할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18일 파격적인 인사 실험을 시작했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이날 본부에서 근무하게 될 새내기 사무관 15명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우리의 문제,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줄여 ‘우문현답TF’라고 이름 붙였다. 앞으로 5개월간 지방의 고용복지플러스센터 등 현장을 찾아 직접 고용노동정책을 점검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것이 임무다. 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인사 실험에 많은 공무원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도대체 수습사무관에게 무슨 일을 시키려고 하는 걸까.” 지금까지 고용부는 다른 부처와 마찬가지로 수습사무관을 바로 본부로 발령 내 정책 개발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겼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 보니 실질적인 업무 성과를 내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본인이 어떤 분야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는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이 나왔다. 지방고용노동청으로 바로 발령 내기도 했지만 역시 본부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인재 육성 효과가 떨어졌다. 이 장관은 최근 인사 담당자에게 “두 가지 인사 발령의 장점을 섞어 보는 게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인사 실험’이었다. 1주차에는 본부 정책부서 담당자와 토론을 통해 정책을 배우고, 2~3주차에는 고용센터로 나가 실태 파악을 한 뒤 결과를 다시 본부에 보고하는 방식이었다. 고용부의 한 인사 담당자는 “다른 부처는 지방으로 보내려고 해도 발령 낼 곳이 마땅치 않지만 고용부는 지방 조직이 많아 현장을 살펴보는 데 어려움이 없다”며 “앞으로 본부에서 정식 발령을 낼 때 해당 사무관이 어떤 점에 강점이 있는지, 어떤 업무에 관심이 많은지 미리 체크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고용부는 우선 5명은 대전에, 10명은 서울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책상머리에만 앉아 답답한 일상을 보낼까 걱정했던 수습사무관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전통건축 전공자로 숭례문 복원사업에 참여했던 한 수습사무관은 “아직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학교 친구들, 알맞은 직원을 구하기 어려운 우리 부모님 같은 소상공인들의 걱정과 고민을 보듬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TF 발대식에서 “실제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가슴으로 공감하고, 냉철한 이성으로 혁신하는 것이 진정한 공직자의 자세”라며 “다른 전 직원들도 처음 공직을 시작하던 때의 마음가짐을 되새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세종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정동길·남산 등 중구 관광명소 ‘스토리 여행’으로 떠나 보세요

    정동길·남산 등 중구 관광명소 ‘스토리 여행’으로 떠나 보세요

    중구 남산 자락에 있는 장충단에 들어서면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앱) ‘중구 스토리 여행’을 내려받는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장충단 호국의 길’ 코스를 선택한 뒤 장충단비부터 이준 열사 동상, 외솔 최현배 선생 기념비 등을 차근차근 걸으며 역사문화 이야기를 듣는다. 설명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도 들을 수 있다. 중구는 지역에 즐비한 관광 명소를 여행 가이드 없이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앱 ‘중구 스토리 여행’을 6개 권역으로 확대해 서비스한다고 29일 밝혔다. 구는 다국어 스마트 관광 프로젝트가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의 국가 지식 DB 구축사업에 선정되면서 서비스를 추진했다. 이달 초부터 ‘장충단 호국의 길’을 시범 운영한 구는 5개 코스를 추가했다. ▲덕수궁·정동제일교회 등을 탐방하는 ‘정동 근대역사길 1·2코스’ ▲숭례문·남대문시장 등을 포함한 ‘명동길’ ▲남산골 한옥마을·남산 등을 잇는 ‘남산길’ ▲동대문패션타운·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둘러보는 ‘동대문 패션문화의 길’이다. 주요 관광지마다 스마트폰 근거리 통신기술(비콘)이 설치돼 있어 앱을 실행하면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앱은 안드로이드와 애플 운영체제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최창식 구청장은 “중구는 서울을 찾는 해외 관광객의 80% 정도가 반드시 찾는 곳으로, 내외국인을 위한 관광 서비스를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면서 “역사문화 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신기술을 접목해 제공하면서 관광 활성화를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커버스토리] 따릉이 1일권 1000원…서울 누비는 ‘두 바퀴 행복’

    [커버스토리] 따릉이 1일권 1000원…서울 누비는 ‘두 바퀴 행복’

    >> 한강 코스 평지여서 어린이·여성 타기에 좋아…중간에 대여소 찾기 힘들어 아쉬워 ●혼자서 즐기는 낭만 한강 코스의 매력은 바람이다. 영화 ‘비트’(1997년)에서 정우성이 가슴으로 바람을 맞을 때의 그 기분이랄까. 스트레스를 풀고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출발해 홍제천 자전거도로, 망원 한강공원, 마포대교를 지나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끝난다. 대부분 평지여서 어린이나 여성들이 즐기기에도 좋다. 거리는 약 11.5㎞. 완주하는 데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초보자라도 2시간 정도면 되겠다. ‘1일권’을 갖고 있고 1시간 내에 반납만 하면 추가 비용 없이 반복해서 빌릴 수 있지만 이 코스는 중간에 대여소를 찾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 20분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에 있는 ‘서울시 공공자전거(따릉이) 대여소’에는 13대의 자전거가 있었다. 8대는 대여된 상태였다. 처음에는 이정표가 없어서 막막했다. 이때 당황하지 말고 1번 출구를 나오는 방향으로 2분을 가면 불광천변 자전거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 계단을 따라 따릉이를 들고 내려가야 했다. 따릉이 무게가 16.7㎏으로 성인 남자가 들기에도 다소 버거웠다. 이곳만 지나면 자전거에서 내릴 필요 없이 코스 끝까지 내달릴 수 있다. 불광천은 곧 홍제천을 만나는데 이 지점에서 우회전한 뒤 10분 정도 홍제천을 따라 달리면 강변북로를 만나는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경기 고양시 방향이고 왼쪽은 마포대교 방향이다. 왼쪽으로 틀어서 홍제천교를 건너면 넓게 펼쳐진 한강을 마주할 수 있다. 이후부터 길은 단순하다. 한강을 오른쪽에 끼고 직진하면 된다. 망원 한강공원, 양화대교, 서강대교, 마포대교 등을 지나게 된다. 이 구간은 약 6㎞ 정도인데 속력을 내봤다. 구간 평균 시속은 14.6㎞였다. 따릉이는 산악용 자전거나 로드 바이크에 비하면 느리지만, 시원한 강바람에 ‘댄싱’(일어서서 속력을 내는 자전거 주법)이 절로 나왔다. 자전거 진입로를 통해 마포대교로 올라서니 생명의 다리가 펼쳐쳤다. ‘힘든 일을 모두’,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해 보면 어떨까?’라는 글귀가 이어졌다. 마포대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들어섰다. 한강공원과 이어진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옆 대여소에서 따릉이를 반납했다. 이용 시간은 68분. 1시간이 초과돼 1000원을 추가 결제했다. 따릉이 앱을 보니 소모한 열량이 385.7㎉였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4대문 코스 고궁·미술관 등 들를 수 있어 인기…숭례문 제외 주요 지점마다 대여소 ●역사문화 탐방 지난 17일 직접 돌아본 4대문 코스는 창덕궁~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경복궁~세종문화회관~덕수궁 돌담길~숭례문(약 8㎞)으로 이어진다. 코스 전체를 도는 데 약 50분이 걸렸다.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코스지만 학생들의 역사교육 코스로도 추천할 만했다. 단, 시내 중심가를 돌기 때문에 다른 차량에 주의해야 한다. 숭례문을 제외하면 주요 지점마다 공공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대여소를 정류소 삼아 자전거를 맡기고, 고궁과 미술관 등을 관람해도 좋겠다. 낮 12시 창덕궁의 ‘매표소 앞 공공자전거 대여소’에서 출발했다. 이름과 달리 대여소는 매표소 앞이 아니라 ‘단봉문’(丹鳳門) 앞에 있다. 안국역 3번 출구에서 400m, 돈화문에서 10m 떨어져 있다. 페달을 밟아 돈화문을 지나자마자 왼편 첫 골목(창덕궁로)에 들어서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250m쯤 달렸다. 이어 왼편의 오르막길(창덕궁1길)로 방향을 틀었다. 이 길은 재동초등학교 삼거리와 만났다. 삼거리에서 정면에 보이는 오르막길(북촌5길)로 접어든 후 송원아트센터 앞에서 왼쪽의 윤보선길로 빠졌다. ‘안동교회’ 때문이다. 1909년 서울 북촌의 한 양반이 지었다는 고풍스럽고 아담한 교회다. 윤보선길을 빠져나오니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와 만났다. 우회전해 율곡로를 따라 150m 정도 달리자 짙은 적색으로 칠한 자전거 우선도로가 나왔다. 이후 경복궁 광화문을 지나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까지 약 1㎞를 맘껏 내달렸다. 광화문 전에 있는 동십자각에서 삼청로로 우회전하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도 들를 수 있다.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넌 후 광화문 삼거리로 되돌아와 세종대로로 진입했다. 정부종합청사부터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자전거 전용도로는 없지만 차도가 워낙 넓어 자전거 타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서울시의회를 지나 덕수궁 대한문에서 덕수궁길로 꺾었다. 돌담길을 따라 300m쯤 달리다가 정동교회 앞 로터리에서 왼편(서소문로11길)의 언덕을 올랐다. 붉은 벽돌로 지은 배재학당 역사관을 지나 서소문로를 만났다. 길을 건넌 후 좌회전을 해서 300여m를 달리니 시청역 8번 출구였다. 이곳에서 우회전하면 숭례문(崇禮門·국보 1호)이 시야에 들어온다.숭례문광장까지 달린 후 잠시 숨을 고르고,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광화문 2번 출구의 공공자전거 대여소까지 내달린 후 자전거를 반납했다. 북악산을 배경으로 틀어 앉은 경복궁과 쭉 뻗은 광화문 광장이 빚어내는 풍경이 웅장하고 시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상암 코스 자연과 도시의 매력이 공존하는 곳…메타세쿼이아길 500m 하이라이트 ●가족과 오르는 하늘공원 상암 코스(7㎞)는 자연과 도시의 매력을 동시에 지녔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역(지하철 6호선)에서 출발해 하늘공원 외곽을 둘러싼 가로숲길을 지나면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빌딩숲이 펼쳐진다. 영화·정보기술(IT) 체험 등 즐길거리도 많다. 지난 17일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 ‘홈플러스 앞 대여소’에서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를 빌렸다. 1번 출구에서 나오는 방향으로 홈플러스 지상 주차장을 지나면 바로 마포구 시설관리공단으로 넘어가는 횡단보도가 나온다. 시설관리공단 뒤가 평화의 공원 정문이다. 보행·자전거 겸용 산책로를 따라 숲과 연못이 펼쳐진다.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해 달려도 공원 입구가 나온다. 내리막길의 짜릿함도 맛볼 수 있다. 평화잔디광장 앞 대형 의자 조형물에서 바닥분수로 향하는 넓은 길이 내리막의 시원함을 선사한다. 평화의 공원을 여유 있게 둘러본 후 하늘공원으로 갈 계획이라면 ‘서울시 공공자전거 운영센터 앞 대여소’에서 따릉이를 반납한 뒤 다시 빌리면 된다. 바닥분수에서 평화의 길로 내려와 왼쪽으로 틀어 공원을 가로질러 달렸다. 곧 구름다리(하늘공원 월드컵육교)가 나타났다. 건너면 하늘공원이다. 하늘공원 계단 입구 왼편으로 약 400m의 자전거길이 나타났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다 막다른 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상암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하늘공원 ‘메타세쿼이아길’이 나온다. 500m의 길 양측에 높이 35m, 지름 2m의 가로수가 빽빽했다. 잠시 자전거를 끌며 ‘걷기용 오솔길’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나무 벤치도 곳곳에 있었다. 이 길 끝에 있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우회전해 달리면 인조잔디구장, 농구장 등이 있는 난지천공원이 나온다. 공원을 끼고 달리다 난지천공원 입구 교차로에서 우회전해 다시 내달리면 디지털미디어시티 교차로를 만난다. 여기서 좌회전해 약 500m를 직진하면 누리꿈스퀘어 건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누리꿈스퀘어를 정면에 두고 우회전해 월드컵북로를 따라 상암초등학교까지 가면 도로 끝에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만난다. 600m 떨어진 상암사거리까지 연결돼 있는데, 자전거 전용도로지만 차량을 조심해야 한다. 볼라드(차량진입 방지 말뚝)가 없어 자전거가 다니지 않으면 택시나 시내버스가 자전거 전용도로를 침범하기 일쑤였다. 상암 코스는 자전거 하이킹만 즐기면 약 50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여러 곳을 들르고 천천히 둘러보기를 원한다면 넉넉하게 3시간 정도 잡는 게 좋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여의도 코스 지하철 5·9호선과 대여소 가까워…갈대·호수·꽃 어우러진 생태체험 ●연인과 벚꽃 만끽 지난 16일 공공자전거를 타고 돌아본 여의도 코스는 연인과 함께 다가오는 봄을 느끼고 싶다면 적극 추천할 만했다. 벚꽃이 만개하는 4월이 가장 아름다운 코스지만, 역설적으로 그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벚꽃 축제(4월 4~10일) 때는 인파로 점령될 테니 말이다. 벚꽃이 많이 져 아쉽긴 해도 타는 것 자체만 생각하면 외려 4월 말이 더 추천할 만하다. 여의도역~샛강생태공원~한강공원~여의도나들목~여의도공원(약 6㎞) 코스를 완주하니 약 1시간이 걸렸다. 여의도 둘레길의 절반 정도를 돈 셈이다. 오후 1시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1번 출구 앞. 낮 최고 기온이 14도를 기록했고 날씨도 맑았다. 35대의 자전거가 거치된 대여소에는 10대의 따릉이만 남아 있었다. 여의도에는 모두 26개의 대여소가 있는데, 여의도역 대여소가 자전거 수도 많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편해 이용자가 많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여의나루역(5호선), 샛강역(9호선), 국회의사당역(9호선) 등의 대여소도 접근성이 좋다. 여의도역에서 사학연금회관 건물과 광장아파트를 오른쪽에 끼고 300m가량 직진하자 횡단보도 건너편에 생태공원 표지판이 보였다. 진입로는 경사가 심해 따릉이에서 내린 뒤 안전하게 이동했다. 처음에는 무성한 갈대 사이로 비포장도로가 잠시 이어지다 금세 자전거도로가 시작됐다. 갈대와 억새, 호수, 꽃들이 어우러진 생태공원의 풍경은 아이들의 생태 체험 공간으로도 좋았다. 한강공원 인근에는 공공자전거 대여소가 없었다. 국회를 끼고 돌아 서강대교 남단까지 가야 진미파라곤 앞 대여소에 반납할 수 있다. 라이딩을 마치고 인근 한강 여의도 공원에서 돗자리를 깔고 물빛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좋을 듯했다. 여의도 공원까지 가보고 싶어 서강대교를 지나 여의도나들목에서 좌회전해 여의도공원으로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자전거 속도를 한강공원에 비해 크게 줄여야 한다. 보행자도로와 자전거도로의 구분도 명확하고, 자전거도로의 폭도 넓지만 초보자나 어린이도 많기 때문이다. 여의도공원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 대여소가 있다. 만일 더 달리고 싶다면 여의도공원으로 진입하지 말고 직진해서 여의나루역, 한강공원, 63빌딩, 샛강 코스 등을 지나 여의도를 한 바퀴 일주하면 된다. 쉬지 않고 페달을 밟으면 통상 2시간 정도 걸린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커버스토리] 서울시 선정 ‘공공자전거 4대 코스’를 달리다

    [커버스토리] 서울시 선정 ‘공공자전거 4대 코스’를 달리다

    4대문·한강·여의도·상암코스…문화·상쾌·벚꽃길·숲길 ‘매력 직장이 서울 중구 을지로1가에 있는 손수민(28·여)씨는 얼마 전부터 ‘따릉이’에 푹 빠졌다. 따릉이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자전거의 별칭이다. 짙어 가는 봄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기는 아쉬웠던 손씨. 자전거로 경복궁, 덕수궁 담장길을 달리며 온몸으로 봄기운을 느끼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아침에 자전거를 갖고 나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누군가 손씨에게 따릉이를 소개했다. “자전거에 장점이 100개쯤 되고 단점이 10개쯤 된다고 칠 때 가장 큰 단점은 아무 때나 타기가 어렵다는 거잖아요. 점심을 일찍 먹고 시청역 근처 대여소에서 따릉이를 빌려 경복궁, 세종문화회관, 덕수궁 돌담길을 돌아오면 기분이 너무 상쾌해서 오후 업무 능률도 쑥쑥 오르죠.” 공공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18일 ▲4대문 ▲한강 ▲여의도 ▲상암 등 공공자전거로 즐길 수 있는 대표 코스 4곳을 선정했다. 시는 “8㎞ 구간의 4대문 코스에서는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등 고궁과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세종문화회관 등 문화·예술 공간을 즐길 수 있고 한강 코스는 11.5㎞로 4개 코스 중 가장 길지만 오르막길이 없고 도로가 잘 닦여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코스’ 6㎞에는 샛강생태공원의 풍경과 벚꽃길의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메타세쿼이아길이 압권인 ‘상암 코스’는 자연과 도심의 정취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시는 4대문, 신촌, 상암, 여의도, 성수 등 5개 구역의 150개 대여소에서 2000대의 공공자전거를 운용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오는 7월까지 동대문, 용산, 영등포, 양천구 등에 대여소를 신설해 450개로 늘리고 전체 자전거 수도 5600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요금은 ‘서울자전거 따릉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티머니 카드, 후불교통카드 등을 통해 결제할 수 있다. 이용권은 1일권(1000원), 1주일권(3000원), 30일권(5000원), 180일권(1만 5000원), 1년권(3만원)으로 나뉜다. 1일권은 회원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한강 코스 평지여서 어린이·여성 타기에 좋아…중간에 대여소 찾기 힘들어 아쉬워 ●혼자서 즐기는 낭만 한강 코스의 매력은 바람이다. 영화 ‘비트’(1997년)에서 정우성이 가슴으로 바람을 맞을 때의 그 기분이랄까. 스트레스를 풀고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출발해 홍제천 자전거도로, 망원 한강공원, 마포대교를 지나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끝난다. 대부분 평지여서 어린이나 여성들이 즐기기에도 좋다. 거리는 약 11.5㎞. 완주하는 데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초보자라도 2시간 정도면 되겠다. ‘1일권’을 갖고 있고 1시간 내에 반납만 하면 추가 비용 없이 반복해서 빌릴 수 있지만 이 코스는 중간에 대여소를 찾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 20분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에 있는 ‘서울시 공공자전거(따릉이) 대여소’에는 13대의 자전거가 있었다. 8대는 대여된 상태였다. 처음에는 이정표가 없어서 막막했다. 이때 당황하지 말고 1번 출구를 나오는 방향으로 2분을 가면 불광천변 자전거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 계단을 따라 따릉이를 들고 내려가야 했다. 따릉이 무게가 16.7㎏으로 성인 남자가 들기에도 다소 버거웠다. 이곳만 지나면 자전거에서 내릴 필요 없이 코스 끝까지 내달릴 수 있다. 불광천은 곧 홍제천을 만나는데 이 지점에서 우회전한 뒤 10분 정도 홍제천을 따라 달리면 강변북로를 만나는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경기 고양시 방향이고 왼쪽은 마포대교 방향이다. 왼쪽으로 틀어서 홍제천교를 건너면 넓게 펼쳐진 한강을 마주할 수 있다. 이후부터 길은 단순하다. 한강을 오른쪽에 끼고 직진하면 된다. 망원 한강공원, 양화대교, 서강대교, 마포대교 등을 지나게 된다. 이 구간은 약 6㎞ 정도인데 속력을 내봤다. 구간 평균 시속은 14.6㎞였다. 따릉이는 산악용 자전거나 로드 바이크에 비하면 느리지만, 시원한 강바람에 ‘댄싱’(일어서서 속력을 내는 자전거 주법)이 절로 나왔다. 자전거 진입로를 통해 마포대교로 올라서니 생명의 다리가 펼쳐쳤다. ‘힘든 일을 모두’,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해 보면 어떨까?’라는 글귀가 이어졌다. 마포대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들어섰다. 한강공원과 이어진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옆 대여소에서 따릉이를 반납했다. 이용 시간은 68분. 1시간이 초과돼 1000원을 추가 결제했다. 따릉이 앱을 보니 소모한 열량이 385.7㎉였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4대문 코스 고궁·미술관 등 들를 수 있어 인기…숭례문 제외 주요 지점마다 대여소 ●역사문화 탐방 지난 17일 직접 돌아본 4대문 코스는 창덕궁~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경복궁~세종문화회관~덕수궁 돌담길~숭례문(약 8㎞)으로 이어진다. 코스 전체를 도는 데 약 50분이 걸렸다.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코스지만 학생들의 역사교육 코스로도 추천할 만했다. 단, 시내 중심가를 돌기 때문에 다른 차량에 주의해야 한다. 숭례문을 제외하면 주요 지점마다 공공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대여소를 정류소 삼아 자전거를 맡기고, 고궁과 미술관 등을 관람해도 좋겠다. 낮 12시 창덕궁의 ‘매표소 앞 공공자전거 대여소’에서 출발했다. 이름과 달리 대여소는 매표소 앞이 아니라 ‘단봉문’(丹鳳門) 앞에 있다. 안국역 3번 출구에서 400m, 돈화문에서 10m 떨어져 있다. 페달을 밟아 돈화문을 지나자마자 왼편 첫 골목(창덕궁로)에 들어서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250m쯤 달렸다. 이어 왼편의 오르막길(창덕궁1길)로 방향을 틀었다. 이 길은 재동초등학교 삼거리와 만났다. 삼거리에서 정면에 보이는 오르막길(북촌5길)로 접어든 후 송원아트센터 앞에서 왼쪽의 윤보선길로 빠졌다. ‘안동교회’ 때문이다. 1909년 서울 북촌의 한 양반이 지었다는 고풍스럽고 아담한 교회다. 윤보선길을 빠져나오니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와 만났다. 우회전해 율곡로를 따라 150m 정도 달리자 짙은 적색으로 칠한 자전거 우선도로가 나왔다. 이후 경복궁 광화문을 지나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까지 약 1㎞를 맘껏 내달렸다. 광화문 전에 있는 동십자각에서 삼청로로 우회전하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도 들를 수 있다.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넌 후 광화문 삼거리로 되돌아와 세종대로로 진입했다. 정부종합청사부터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자전거 전용도로는 없지만 차도가 워낙 넓어 자전거 타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서울시의회를 지나 덕수궁 대한문에서 덕수궁길로 꺾었다. 돌담길을 따라 300m쯤 달리다가 정동교회 앞 로터리에서 왼편(서소문로11길)의 언덕을 올랐다. 붉은 벽돌로 지은 배재학당 역사관을 지나 서소문로를 만났다. 길을 건넌 후 좌회전을 해서 300여m를 달리니 시청역 8번 출구였다. 이곳에서 우회전하면 숭례문(崇禮門·국보 1호)이 시야에 들어온다.숭례문광장까지 달린 후 잠시 숨을 고르고,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광화문 2번 출구의 공공자전거 대여소까지 내달린 후 자전거를 반납했다. 북악산을 배경으로 틀어 앉은 경복궁과 쭉 뻗은 광화문 광장이 빚어내는 풍경이 웅장하고 시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상암 코스 자연과 도시의 매력이 공존하는 곳…메타세쿼이아길 500m 하이라이트 ●가족과 오르는 하늘공원 상암 코스(7㎞)는 자연과 도시의 매력을 동시에 지녔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역(지하철 6호선)에서 출발해 하늘공원 외곽을 둘러싼 가로숲길을 지나면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빌딩숲이 펼쳐진다. 영화·정보기술(IT) 체험 등 즐길거리도 많다. 지난 17일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 ‘홈플러스 앞 대여소’에서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를 빌렸다. 1번 출구에서 나오는 방향으로 홈플러스 지상 주차장을 지나면 바로 마포구 시설관리공단으로 넘어가는 횡단보도가 나온다. 시설관리공단 뒤가 평화의 공원 정문이다. 보행·자전거 겸용 산책로를 따라 숲과 연못이 펼쳐진다.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해 달려도 공원 입구가 나온다. 내리막길의 짜릿함도 맛볼 수 있다. 평화잔디광장 앞 대형 의자 조형물에서 바닥분수로 향하는 넓은 길이 내리막의 시원함을 선사한다. 평화의 공원을 여유 있게 둘러본 후 하늘공원으로 갈 계획이라면 ‘서울시 공공자전거 운영센터 앞 대여소’에서 따릉이를 반납한 뒤 다시 빌리면 된다. 바닥분수에서 평화의 길로 내려와 왼쪽으로 틀어 공원을 가로질러 달렸다. 곧 구름다리(하늘공원 월드컵육교)가 나타났다. 건너면 하늘공원이다. 하늘공원 계단 입구 왼편으로 약 400m의 자전거길이 나타났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다 막다른 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상암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하늘공원 ‘메타세쿼이아길’이 나온다. 500m의 길 양측에 높이 35m, 지름 2m의 가로수가 빽빽했다. 잠시 자전거를 끌며 ‘걷기용 오솔길’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나무 벤치도 곳곳에 있었다. 이 길 끝에 있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우회전해 달리면 인조잔디구장, 농구장 등이 있는 난지천공원이 나온다. 공원을 끼고 달리다 난지천공원 입구 교차로에서 우회전해 다시 내달리면 디지털미디어시티 교차로를 만난다. 여기서 좌회전해 약 500m를 직진하면 누리꿈스퀘어 건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누리꿈스퀘어를 정면에 두고 우회전해 월드컵북로를 따라 상암초등학교까지 가면 도로 끝에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만난다. 600m 떨어진 상암사거리까지 연결돼 있는데, 자전거 전용도로지만 차량을 조심해야 한다. 볼라드(차량진입 방지 말뚝)가 없어 자전거가 다니지 않으면 택시나 시내버스가 자전거 전용도로를 침범하기 일쑤였다. 상암 코스는 자전거 하이킹만 즐기면 약 50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여러 곳을 들르고 천천히 둘러보기를 원한다면 넉넉하게 3시간 정도 잡는 게 좋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여의도 코스 지하철 5·9호선과 대여소 가까워…갈대·호수·꽃 어우러진 생태체험 ●연인과 벚꽃 만끽 지난 16일 공공자전거를 타고 돌아본 여의도 코스는 연인과 함께 다가오는 봄을 느끼고 싶다면 적극 추천할 만했다. 벚꽃이 만개하는 4월이 가장 아름다운 코스지만, 역설적으로 그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벚꽃 축제(4월 4~10일) 때는 인파로 점령될 테니 말이다. 벚꽃이 많이 져 아쉽긴 해도 타는 것 자체만 생각하면 외려 4월 말이 더 추천할 만하다. 여의도역~샛강생태공원~한강공원~여의도나들목~여의도공원(약 6㎞) 코스를 완주하니 약 1시간이 걸렸다. 여의도 둘레길의 절반 정도를 돈 셈이다. 오후 1시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1번 출구 앞. 낮 최고 기온이 14도를 기록했고 날씨도 맑았다. 35대의 자전거가 거치된 대여소에는 10대의 따릉이만 남아 있었다. 여의도에는 모두 26개의 대여소가 있는데, 여의도역 대여소가 자전거 수도 많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편해 이용자가 많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여의나루역(5호선), 샛강역(9호선), 국회의사당역(9호선) 등의 대여소도 접근성이 좋다. 여의도역에서 사학연금회관 건물과 광장아파트를 오른쪽에 끼고 300m가량 직진하자 횡단보도 건너편에 생태공원 표지판이 보였다. 진입로는 경사가 심해 따릉이에서 내린 뒤 안전하게 이동했다. 처음에는 무성한 갈대 사이로 비포장도로가 잠시 이어지다 금세 자전거도로가 시작됐다. 갈대와 억새, 호수, 꽃들이 어우러진 생태공원의 풍경은 아이들의 생태 체험 공간으로도 좋았다. 한강공원 인근에는 공공자전거 대여소가 없었다. 국회를 끼고 돌아 서강대교 남단까지 가야 진미파라곤 앞 대여소에 반납할 수 있다. 라이딩을 마치고 인근 한강 여의도 공원에서 돗자리를 깔고 물빛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좋을 듯했다. 여의도 공원까지 가보고 싶어 서강대교를 지나 여의도나들목에서 좌회전해 여의도공원으로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자전거 속도를 한강공원에 비해 크게 줄여야 한다. 보행자도로와 자전거도로의 구분도 명확하고, 자전거도로의 폭도 넓지만 초보자나 어린이도 많기 때문이다. 여의도공원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 대여소가 있다. 만일 더 달리고 싶다면 여의도공원으로 진입하지 말고 직진해서 여의나루역, 한강공원, 63빌딩, 샛강 코스 등을 지나 여의도를 한 바퀴 일주하면 된다. 쉬지 않고 페달을 밟으면 통상 2시간 정도 걸린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수억 장비도 고장 나면 끝… 방재 핵심은 사람”

    “수억 장비도 고장 나면 끝… 방재 핵심은 사람”

    “문화재 방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입니다. 그다음이 법과 제도이고 가장 마지막이 시설입니다.” 문화재방재학회 초대 회장인 백민호(51) 강원대 재난관리공학전공 교수의 문화재 방재 지론이다. 문화재방재학회 설립은 2008년 2월 10일 숭례문 화재 이후 문화재 방재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추진됐고 연구모임 등을 거쳐 8년 만인 지난 10일 출범했다. 재난관리, 법, 교육, 공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뜻을 합쳤다. 백 교수는 방재에 대해 “우리는 목조 건축물이 많아 재난을 줄인다는 감재(減災)는 별 의미가 없다. 방재 개념엔 재난 발생과 확산을 원천봉쇄한다는 뜻이 모두 담겨 있다”고 설명하면서 숭례문 화재 이후 정부는 문화재 방재의 맨 끝 단계인 방재 시설 구비에만 역점을 뒀다고 지적했다. “‘하드웨어적’인 투자를 많이 해 전국의 국보급, 보물급 문화재에 방재 관련 시설들을 마련했지만 연구나 조사를 해 보면 일부 현장에선 시설 관리·운영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수억 원짜리 장비의 전원이 빠져 있거나 소방 장비 뚜껑을 열어 보면 물이 차 있는 등 유지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그는 설비 시스템 먹통 원인으로 법과 제도 미비를 꼽았다. 방재 시설을 운영하는 건 사람인데, 사람이 어떻게 관리·운영해야 하는지 법과 제도로 기준을 정해 놓지 않았다는 것. “1년에 최소 3~4번은 교육·훈련을 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근거가 없어 안 해도 그만입니다.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개선하는 것도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합니다. 숭례문 화재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잊히는 속도가 빨라질 겁니다. 화재 이후 최소 10년 이내, 그 여운이 남아 있을 때 법과 제도를 보완해야 합니다.” 백 교수는 무엇보다 시민 의식이 성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문화재 피해 내역 800~900건을 분석해 보면 자연재난을 제외한 사회재난 상당 부분은 방화 등 사람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사회재난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문화재는 보존해야 하는 중요한 자산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火’ 센서가 지켜본다 수막이 지켜낸다

    ‘火’ 센서가 지켜본다 수막이 지켜낸다

    2008년 2월 10일 국보 1호 숭례문이 화마에 무너졌다. 전 국민의 마음도 주저앉았다. 화재 이후 8년, 전국의 국보급·보물급 목조 문화재 방재 시스템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난 15일 문화재청, 소방서, 가스공사, 전기공사 등 방재 관계자들의 충남 예산 수덕사 점검 현장에 동행했다. 수덕사는 백제 위덕왕(554~597) 때 고승 지명이 세운 것으로 전해지는 고찰이다. #국보 제49호 수덕사 대웅전 안. 방재 요원이 불꽃감지기 근처에서 라이터를 켰다. 감지기 센서 불빛이 녹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따르릉~ 따르릉~. 화재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같은 시간, 방재 종합 통제실인 종무소의 속보기(화재 감지를 하면 자동적으로 소방서에 신고하는 설비)에선 화재 신고 음성이 3번 되풀이됐다. ‘예산군 덕산면 수덕사안길 79 수덕사 대웅전입니다. 지금 화재가 발생했으니 신속히 출동바랍니다. 연락처는 000-0000, 핸드폰 번호는 000-0000-0000입니다.’ 신고를 받은 예산소방서 덕산센터는 3~5분 내에 화재 현장에 도착한다고 한다. #대웅전 밖. 방재 요원이 종이에 불을 붙인 뒤 연기를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본존불상 뒤에 설치된 ‘공기흡입형 감지기’ 센서가 작동하면서 순식간에 화재 경보음이 울렸다. 종무소 속보기는 곧장 소방서에 화재 신고를 했다. 숭례문 화재 이후 국보급·보물급 목조 문화재 방재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최신 고가 장비를 기반으로 과학화되고 있다. 수덕사는 체계적인 첨단 방재 시스템을 갖춘 대표적인 사찰이다. 1308년 건립된 대웅전의 방재 설비는 전국 목조문화재의 표본으로 꼽힌다. 대당 300만원에 달하는 불꽃감지기 5대(대웅전 뒤쪽 2대, 옆 1대, 내부 2대), 연기·열 감지기, 공기흡입형 감지기 등 특수 감지기가 총동원돼 700년 넘은 국보를 화재로부터 지키고 있다. 대웅전 뒤편의 수막 설비도 빼놓을 수 없다. 산불이 났을 때 불과 열기를 막는 장비로, 1시간 이상 수미터 높이의 물을 뿜어 올리며 불길이 대웅전으로 번지지 않게 한다. 수막 설비는 수덕사를 비롯해 경남 창녕 관룡사, 양산 신흥사, 산청 율곡사, 강원 양양 낙산사, 전남 강진 무의사 등 전국 사찰 중 6곳에만 설치돼 있다. 현장 점검에 나온 문화재청 방재자문위원인 최만철(47) 한밭대 소방설비공학과 교수는 “공기흡입형 감지기는 공기 속에 있는 유해물질, 연기, 열기 등을 초당 3회 이상 분석하는 장비로, 수덕사에만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열 감지기는 내·외부 온도 차이가 순간적으로 20도 이상 차이가 나야 작동하고 연기 감지기도 일정 이상 연기가 축적돼야 돌아간다. 때문에 이들 감지기는 화재 여부를 파악하는 데 3초에서 10초 정도 걸리지만 공기흡입형 감지기는 1초에 몇 번씩 공기 질을 분석하기 때문에 화재 인식이 빠르다”고 덧붙였다. 김지성 문화재청 안전기준과 기술서기관은 “숭례문 화재 이후 법적으론 국보급·보물물 목조 문화재는 옥외 소화전과 속보기 두 개만 반드시 구비하도록 규정돼 있다”면서 “수덕사엔 특수감기지 등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닌 설비도 모두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실제 수덕사에는 방수총 5개, 호스릴 1개, 피뢰기 3개 등 여러 방재 장비가 구비돼 있다. 폐쇄회로(CC)TV도 다른 사찰과 달리 수덕사뿐 아니라 문화재청, 지자체, 소방서 등 방재 관련 기관의 상황실에서 볼 수 있도록 연계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정묵 수덕사 주지 스님은 “지역민이 주축이 된 자율소방대와 스님들로 이뤄진 자위소방대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첨단 장비 이전에 사람이 중심이 돼 방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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