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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현실의 돈키호테 판화로 만난다

    초현실의 돈키호테 판화로 만난다

    문학과 미술의 통섭이라고 해야 할까. 서울 관훈동 윤갤러리의 ‘살바도르 달리의 돈키호테 판화전’이 그렇다. 윤 갤러리는 23일인 ‘세계 책의 날’을 맞아 17세기 유럽 문학의 자랑거리인 스페인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세르반테스(1547년~1616년)를 기념하는 전시를 연다. 4월23일은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날로, 유네스코가 책의 날로 지정했다. 가난한 외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세르반테스는 이미 400여년 전 국가의 파산상태와 개인적인 절망을 체험하면서, 그의 대표적인 소설 돈키호테에서 이상과 현실 속에서 고뇌하는 인물상을 그려냈다. 평생 가난하게 산 그는 전쟁으로 왼손에 장애를 입는가 하면, 알제리에서 노예로 5년간 지내기도 한다. 소설이 돈이 되지 않자 문학을 포기하고 세금징수원으로 살아가기도 했다. 현실의 어려움을 겪은 그이기에 소설 속에서 무모하고 현실감 없는 돈키호테가 애마 로시난테를 타고 풍차를 쳐부수기 위해 돌진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비웃지만, 과연 거듭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상을 향해 뜻을 굽히지 않고 도전하는 돈키호테처럼 끊임없는 도전을 할 수 있을까. 이런 도전정신에 감동한 20세기 스페인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돈키호테를 초인(超人)으로 그려냈다. 괴팍하고 독특하며 현실과 환상이 혼합되는 초현실주의적인 화법을 구현한 달리는 ‘돈키호테 판화시리즈’를 통해 삶의 일상성을 초월하는 꿈꾸는 자의 숭고한 정서를 담아내고자 했다. 석판화에서 돈키호테는 바위에 앉아 풍차가 보이는 마을을 내려다보는가 하면, 격렬하게 혼자만의 전쟁에 돌입하기도 한다. 창을 들고 방패를 위로 휘젓는 듯한 모습에서는 그의 혼란스러운 정신세계가 보이는 듯하다. 이번 전시에서 달리의 돈키호테 시리즈 판화 작품 12점과 달리의 다른 판화작품 7점 등 모두 2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는 22일부터 28일까지다. (02)738-1144.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씨줄날줄] 어미 반달곰/강석진 수석논설위원

    지리산 반달곰이 한 달 사이에 낭보와 비보를 차례로 전했다. 지난달 초순 관리명 NF-10과 NF-8로 명명된 반달곰 2마리가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하더니, 그 가운데 NF-10이 지난달 31일 탈진해 죽은 채로 발견됐다. 태어난 지 3개월쯤 된 새끼는 오간 데가 없다. 바위굴이 많은 너덜 지대라 어느 구석엔가 들어갔을 수 있겠지만 생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의 말이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젖을 먹이는 것만 해도 체력소모가 극심했을 어미 반달곰이 동면굴에 눈 녹은 물이 흘러들어 바닥이 차가워지자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낙엽을 긁어 모으고, 나중에는 동면굴을 옮기려다 탈진하고 만 것으로 보고 있다. 루이자 올컷은 ‘어머니’라는 시에서 모성을 찬미한다. “수고와 시간의 충격을 견디어 내는 마음/ 실망을 무시하는 희망/ 염려를 정복해 버리는 인내/ 용기와 숭고한 충성/ … / 보잘것없는 매일의 욕구를 고상하고 영웅적인 행동으로 결합시키는/ … 스파르타 정신”이라고. 짐승이지만 새끼를 보호하려는 어미 반달곰의 힘든 투쟁은 위와 같은 찬미를 받아 마땅했으리라. 이제 NF-10이 죽음으로써 2004년부터 방사된 반달곰 27마리 가운데 야생에 살아남은 개체는 14마리가 됐다. 원래 지리산에 있던 원종개체 5마리와 함께 이들은 지리산 반달곰 복원의 꿈을 이어간다. 2012년이면 최소존속개체군 수준인 50마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올무에 걸려 희생당하는 등 예기치 않은 죽음으로 50마리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전망이다. 어느 시인이 “신은 착한 사람을 정말로 힘이 붙도록 노고와 괴로움과 상처로써 괴롭힌다.”고 말한 것처럼 자연은 복원 사업이 쉽게 성공하도록 해주지 않는다. 복원센터 이배균 복원연구팀장은 “애틋하지만 자연을 자연으로 바라보고 싶다. 그들은 애완동물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라고 말한다. 야생 곰의 삶과 죽음을 자연의 순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미와 새끼 반달곰은, 자연은 훼손하기는 쉬워도 복원은 어렵다는 교훈을 남기고 자연으로 돌아갔다.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임시정부가 꿈꾼 나라’ 만나보세요

    ‘임시정부가 꿈꾼 나라’ 만나보세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맞아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회가 열린다. 사단법인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와 서울신문이 주최하는 전국 순회전시회 ‘임시정부가 꿈꾼 나라(포스터)’는 임시정부가 27년간 국내외에서 펼쳤던 독립운동의 사료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뜻 깊은 기회다. 오는 11일 서울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 야외전시장에서 시작해 부산과 광주로 이어진다. ●젊은 세대와 되새기는 임시정부의 의미 ‘임시정부가 꿈꾼 나라’는 자주독립운동의 토대가 되고,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새로운 국가를 수립한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미를 기억하고자 기획됐다. 90년 전 일곱 차례나 청사를 옮겨다니면서도 자주독립을 실현하고자 노력했던 선열들의 숭고한 애국정신과 조국독립을 위해 투쟁한 발자취를 임시정부를 잘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와 함께 돌아보고자 하는 의미도 들어있다. 전시는 임시정부가 국내외에서 펼친 독립운동의 이야기를 역사적 사료를 중심으로 구성한다. 초·중·고생들에게 무겁고 가슴 아픈 역사가 아닌 독립선열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역사 체험의 장으로 기획됐다. 임시정부를 비롯해 역사속 독립선열들의 활동과 그들이 꿈꾸던 국가상을 일러스트와 사진 등 이미지 자료를 통해 이해를 돕는다. 또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하는 전시가 아닌, 몸으로 습득할 수 있는 전시로 꾸민다. 전시는 ‘독립-꿈을 품다’, ‘주권-꿈을 엮다’, ‘미래-꿈을 향하다’ 등 3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독립-꿈을 품다’에선 1919년 3·1운동을 발판으로 수립돼 1945년까지 활동한 임시정부의 독립운동 투쟁사를 연대별로 소개한다. 독립운동이 일어난 시대적 상황과 임시정부 수립배경 등이 일목요연하게 구성돼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독립운동 활동 장면과 역사적 공간의 이미지를 이용한 퍼즐 맞추기와 ‘나는 어떤 독립운동가의 모습일까’를 알아보는 체험 코너도 마련된다. ●애국선열의 숨결 느끼는 체험장으로 ‘주권-꿈을 엮다’에선 빼앗긴 주권을 되찾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던 선열들을 만난다. 신분과 성별, 나이와 상관없이 독립이란 같은 꿈을 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노력했던 사람들의 삶을 통해 애국의 의미를 되새긴다. ‘미래-꿈을 향하다’에선 독립운동가들과 임시정부 인사들이 남긴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진정으로 염원했던 나라의 모습을 알아본다. 독립군과 임시정부 인사들의 사진 속 장면을 재현하는 포토존이 마련된다. 21일 서울 전시가 끝나면 25일~5월5일 부산역광장, 5월9~19일 광주 시립민속박물관 야외광장에서 시민들과 만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 관람료는 없다. (02)332-8823.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모닝브리핑] 北 “南 PSI참여는 선전포고… 즉시 단호대응”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30일 “남한 당국이 북한의 로켓 발사 문제를 내세워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가한다면 이는 곧 북한에 대한 선고포고”라면서 “우리는 즉시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엄숙히 선포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담화를 통해 “위성 발사 계획은 민족과 인류 공동의 번영에 이바지하려는 숭고한 일념에서 출발한 것으로서 문제시될 것이란 하나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외교통상부 문태영 대변인은 지난 23일 “그동안 PSI의 취지와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한반도 상황을 고려해 일부 참여만 하고 있었는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한반도 상황에 변화가 있는 것”이라면서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구상 전면참여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었다.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도발적?…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 느껴보세요

    도발적?…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 느껴보세요

    ‘며칠 전 아랫집에 사는 농부 손씨를 작업실로 모셔와 누드 모델을 세웠다. (중략) 가을비가 지척이는 날 드디어 작업실 문을 두드렸다. (중략) 웃옷을 벗는 순간 옷 속에서 드러난 어깨와 등판은 견고하고 당당하였다. 관찰자로서의 눈에 비친 칠순 농부의 육체는 가혹하고 변덕 많은 대지의 담금질에 생애를 바쳐 맞선 전사로서의 숭고함과 연륜의 권위가 아우러져 아름다웠다.’-‘베드 카우치5’에 대한 2008년 10월12일 작가노트.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오는 5월5일까지 열리는 기획전시 ‘안창홍:시대의 초상’은 작가가 농부 손씨의 누드를 그리면서 받은 느낌을 관람자들에게 안겨주는 전시였다. 견고하고, 당당하고, 어떤 숭고함과 권위까지 느껴지는 그런 그림들이 걸려 있다. 그 느낌은 오른손에 붓을 들고 왼손으론 허리를 짚고 있는 안창홍 자신의 누드 자화상에서 극대화된다. 눈빛이 주먹을 불끈 쥔 듯 시퍼렇게 살아 있다. 경남 밀양이 고향인 안창홍(56)은 부산 동아고를 졸업한 뒤 부산과 서울 등에서 37년 동안 그림 그리기에만 전념해 온 중견 작가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그를 초대한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부산 출신이라는 점으로 짐작되지만, 부산 인근의 관람객 입장에서만 보면 서울과 경기도 양평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중견 작가의 정신세계를 일별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이번 전시는 안 작가가 2000년대 초반 이후 그린 대표작과 근작들 169점을 주제별로 나눠서 한꺼번에 보여준다. 어지간한 상업화랑의 공간에서는 한 작가의 작품을 이렇게까지 많이 보여줄 수가 없는 만큼 부산시립미술관이 큰맘 먹고 기획한 셈이다. 4m가 넘는 대형 그림인 ‘베드 카우치’ 연작을 비롯해 ‘가족사진’ 연작, ‘부서진 얼굴(Broken Face)’ 연작, ‘봄날은 간다’ 연작, 49인의 ‘명상’, ‘사이보그’ 연작, ‘자연사 박물관’ 연작, ‘헤어스타일 컬렉션’ 연작 등이 모두 등장했다. 베드 카우치 연작과 자연사 박물관 연작을 제외하면 대부분 흑백 사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그림이다. 그는 사진첩 한 구석에서 추억과 서정을 불러일으키는 30~40년 전 중고등학교 졸업식 사진이나 가족 사진들을 현재 시점으로 불러냈다. 흑백 사진들을 칼로 찢거나 훼손시킨 뒤 다시 붙이거나 확대하는 작업 등을 통해 인물을 과장하거나 재구성한다. 그 결과 사진을 찍을 당시의 개인사적 시공간과 사연, 추억은 사라지고 작가가 그려내고자 한 현재적 의미의 개인이 드러난다. 이를테면 졸업을 통해 인생을 축하하고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는 순진한 표정의 주인공들은 30년 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정치·경제·사회적 위기로 인생이 왜곡되고 희망이 굴절된 자신과 만나지 않겠나. 언뜻 보면 작품들은 퇴폐적이면서 도발적이고 공격적이다. 그것만 느끼면 작품의 표피만 본 것이다. ‘봄날은 간다’는 그의 작품 제목이 암시하듯 떠나보낸 것에 대한 아련하고 애잔한 절망들 사이에서, 작가가 그림 속에 숨겨놓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느껴보길 바란다. (051)744-2602. 부산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前 靑직원 상이군경회사업 개입 정황

    순국선열과 호국전몰장병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민족정기 선양에 앞장서야 할 대한민국상이군경회(상이군경회)가 수익사업을 둘러싼 수뇌부들의 비리로 만신창이가 됐다. 또 상이군경회의 수익사업을 놓고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관계자가 개입한 정황도 포착됐다.강달신(75·구속) 회장은 2007년 초부터 이듬해 2월까지 상이군경회가 불하받은 한국전력 폐변압기 처리 사업의 영남지역 사업권 보장 대가로 J사 김모 대표에게서 5000만원씩 5차례 모두 2억 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강 회장은 2006년 4월 전국의 폐변압기 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D사 안모 대표에게서 “다른 경쟁업체를 배제하고 독점 사업권을 보장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1억 500만원을 받은 뒤였다.검찰 조사결과 2005년 말 D사가 독점하고 있는 폐변압기 사업권을 가로채기로 마음먹은 J사 김 대표는 청와대 파견 근무 경력이 있는 이모씨와 청와대 관계자 등을 통해 강 회장에게 “영남지역의 폐변압기 수거 판매권을 분할해 달라.”는 청탁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 회장이 이같은 방식으로 2005년부터 최근까지 챙긴 돈은 모두 4억 62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또 강 회장과 함께 구속된 유모(59) 서울지부장은 군경회 이사로 재직하던 지난 2001년 10월부터 폐변압기 사업권 보장 대가로 D사 안 대표에게서 매달 500만원씩 7년 5개월 동안 모두 4억 4500만원을 월급형태로 받은 것을 포함해 배임수재, 업무상 횡령, 사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모두 11억 800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밝혀졌다.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서울광장] ‘네이밍 정치’ 더 이상 약발 없다/김종면 편집위원

    [서울광장] ‘네이밍 정치’ 더 이상 약발 없다/김종면 편집위원

    얼마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이 ‘막장’이라는 표현을 자제해 달라는 호소문을 언론사에 보내 관심을 모았다.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지하에서 에너지 자원을 캐내는 숭고한 산업현장이자 진지한 삶의 터전이 막장인데, 폭력·불륜 같은 나쁜 뜻으로 쓰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세(警世)의 말은 광야에서 홀로 외치는 소리일 뿐, 실체를 왜곡하는 ‘부정적인 이름 붙이기’는 그치지 않고 있다. 그 압권이 민주당이 최근 네티즌을 상대로 벌인 이른바 ‘MB정권 2기 내각 네이밍(이름짓기) 공모’다. 상금까지 내건 이 정치 잔혹굿에 200여명의 네티즌이 응모해 고만고만한 이름을 내놓았다고 한다. 무대포 내각, 양치기 정권, 일기예보 정권, 형님 내각, 후진 내각…. 거기에는 물론 막장 내각이라는 말도 들어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1야당이 왜 이런 저열한 정치쇼를 연출할까. 별명을 붙이려면 평소에 국민과 소통하고 민심을 살펴가며 해야지 무슨 장한 일이라고 네티즌에게 돈 주고 이름을 사나. 온라인 민심을 가져다 쓰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것을 그릇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만인의’ 인터넷 공론장을 유린하면 반드시 부메랑의 화살을 맞는다. 공모까지 했지만 ‘고소영’ ‘강부자’ 같은 자극적인 상품이 없어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빨리 ‘당선작 없음’을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뭔가 생산적인 정칫감을 찾아야 한다. 되잖은 말장난으로 쓸데없는 정쟁거리를 만들면 정말 웃음가마리가 될 것이다. 정치가 공공재(公共財)인 한, 누구도 그 발치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없다. 정치의 몰골이 아무리 망측하고 그 음색이 혼탁해도 그것을 보고 들을 수밖에 없다. 매스컴 용어로 말하면 ‘사로잡힌 수용자’다. 그러니 무분별한 네이밍 정치의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문제는 정치 네이밍이 끊임없이 상대를 꼬집고 비틀고 생채기 내는 부정적인 주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촌철살인의 풍자와는 이미 거리가 멀다. 정치에서도 마케팅은 필요하다. 정치 허무를 부추기는 세태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정치에서의 마케팅, 특히 상대에게 치명적인 불도장이 될 수 있는 네이밍 마케팅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자학과 편견을 강화하는 섬뜩한 방자의 도구로 쓰인다면 그것은 약이 아니라 독이다. 요즘 외국 언론의 한국 때리기가 가관이다. 한국 경제에 독설을 퍼부은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10일자에 또 “국회 난투극을 막으려면 TV카메라를 멀리 치워야 한다.”는 비아냥조 기사를 실어 부아를 돋게 만들었다. 내 걱정을 남이 대신해 주는 우스운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정치의 그릇이 커져야 한다. 남에게 ‘주홍글자’를 덧씌워 덕을 보려는 것은 소인배의 좁쌀정치요, 남을 못살게 굴고 스스로를 학대하는 새도매저키즘(sadomasochism) 정치다.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은 부끄러움이 필요한 유일한 동물”이라고 한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이 떠오른다. ‘나쁜’ 이름을 공모한 민주당뿐 아니라 정치종사자 일반에 좀 더 부끄러움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시절이 수상할수록 부정이 아니라 긍정,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영혼을 좀먹는 ‘이름장사’는 더 이상 안 된다. 정명(正名)! 바른 이름 붙여주기 운동이라도 벌여야겠다. 김종면 편집위원 jmkim@seoul.co.kr
  • “막장이란 말 함부로 쓰지 마라”

    ‘막장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마라.’ 대한석탄공사가 ‘막장 드라마’, ‘막장 국회’와 같은 유행어 사용에 제동을 걸었다. 조관일 대한석탄공사 사장은 3일 ‘막장은 희망입니다’라는 글에서 “광산에서 제일 안쪽에 있는 지하의 끝부분을 뜻하는 ‘막장’이라는 말이 최근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석탄공사 사장으로서 항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2000여명의 사원들은 지하 수백m의 막장에서 땀흘려 일하고 있다.”며 “본인은 물론이고 그들의 어린 자녀를 포함한 가족들의 처지에서 막장 운운하는 소리를 들을 때 얼마나 상심하고 가슴이 아픈지 생각해봤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또 “막장은 폭력이 난무하는 곳도 아니고 불륜이 있는 곳도 아니다.”라면서 “30도를 오르내리는 고온을 잊은 채 땀 흘려 일하며, 우리나라 유일의 부존 에너지 자원을 캐내는 숭고한 산업현장이자 진지한 삶의 터전”이라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막장이란 단어의 ‘막’은 어떤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에게 사용되는 용어이기도 하다.”면서 “드라마든 국회든 희망과 최고의 경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한 함부로 이 말을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3월의 봄맞이 ‘꽃보다 오페라’

    3월의 봄맞이 ‘꽃보다 오페라’

    봄이 완연하게 느껴지는 3월이면 연분홍 진달래의 향연만큼 화려하고 풍성한 오페라가 펼쳐진다. 내달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LG아트센터 등 서울의 3대 공연장에서 익숙한 아리아로 장식한 ‘나비부인’,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가 무대에 오른다. 각각 어떤 모습으로 관객 앞에 나타날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베르디 극장이 제작한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을 올린다. 트리에스테시에 있는 베르디 극장은 이탈리아 4대 극장의 하나로, 지난해말 서울시오페라단의 현지 공연에 이어 첫 내한공연을 갖게 됐다. ‘나비부인’은 일본 게이샤와 미 해군 장교의 슬픈 사랑 이야기. 연출가 줄리오 치아바티는 “과장된 효과나 무대전환은 관객의 몰입을 저해하는 부분이 있어 간결한 무대와 관객의 시선을 방해하지 않는 상징적인 영상기법으로 꾸밀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양인이 본 ‘나비부인’은 가냘픈 여인상 뒤에 자신의 숭고한 사랑을 지키는 강한 여성상”이라는 치아바티는 정치적인 문제보다는 순수하고 애절한 사랑 표현에 중점을 두었다. 서양인의 눈에 비친 동양인의 모습은 어떨까. 12~15일, 3만~25만원. (02)399-1114. 예술의전당은 오페라극장 재개관을 기념한 첫 작품으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선택하고, 곳곳에 시선을 끄는 요소를 포진시켰다. 우선 2006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가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무대를 그대로 옮겼다.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맥비커는 “무대 소품 하나에도 오페라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생활상이 묻어날 정도로 작품 본연의 모습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말한다. 계층간 권력의 특징을 분명히 드러내기 위해 역사적 배경은 프랑스대혁명에서 7월혁명(1830년)으로 옮겼다. 맑은 음색의 소프라노 신영옥이 주인공 수잔나 역할로 나서 오랜만에 국내 오페라 무대에 선다. 피가로는 이탈리아 출신 바리톤 조르조 카오두로, 백작 부인은 소프라노 새라 자크비악, 백작은 바리톤 윤형이 맡는다. 6~14일, 4만~20만원. (02)580-1300. LG아트센터에서는 또 다른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가 오른다. 국립오페라단이 준비한 이 작품은 18세기 독일어 오페라인 징슈필(Singspiel)이다. 왕자 타미노가 밤의 여왕의 딸인 파미나를 구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 선한 자라스트로와 악한 밤의 여왕의 대결 구도 등이 일반적인 축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모든 등장인물에 중점을 두고 그들의 양면성을 드러낸다. 무대는 오페라라기보다는 연극에 가깝다. 연출가 마이클 애시먼은 “문과 색채 등을 활용해 기존과 다른 현대적이고 간결한 무대를 보여줄 것”이라면서 “관객 스스로가 시험에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7회 공연 중 4회는 대사까지 독일어로 진행돼 징슈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10~15일, 3만~10만원. (02)586-5282.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로컬플러스]

    ●애국지사 장병하·권중혁 선생 방문 곽대훈 대구 달서구청장 24일 오후 애국지사 장병하, 권중혁 선생 자택을 방문, 존경과 예우의 마음을 전달하고 숭고한 나라사랑 정신이 계승되길 기원했다. ●선본사 진입로 공사 기공식에 최병국 경북 경산시장 25일 오후 2시30분 와촌면 대한리 갓바위공영주차장에서 열릴 선본사 진입로 선형 개량공사 기공식 및 안전기원제에 참석 할 예정이다. ●‘뉴패러다임 사업 설명회’에 이위준 부산연제구청장 26일 오후 3시 구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조직원 근무능력을 향상시키는 컨설팅 지원사업인 ‘뉴패러다임 사업 설명회’에 참석해 관계자들을 격려한다. ●울산시 교육위원회 임시회 참석 김상만 울산시교육감 25일 계속될 제145회 울산시교육위원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 참석해 교육현안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서울 방문 공룡엑스포 협조 당부 이학렬 경남 고성군수 24일 교류도시인 서울 영등포구청과 성북구청을 방문해 3월27일~6월7일 고성에서 열리는 20 09 공룡 엑스포 행사에 많은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 [모닝 브리핑] 청와대 ‘힘내라 대한민국’ 랩송 제작 추진

    청와대가 올해 3·1절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맞아 ‘나라사랑 캠페인’의 일환으로 랩송을 제작할 계획인 것으로 15일 알려졌다.청와대는 전문가에 의뢰해 일명 ‘힘내라! 대한민국’ 등의 랩송을 제작한 뒤 인기그룹 ‘빅뱅’을 비롯한 여러 유명 가수들이 돌아가면서 부르게 하는 방안을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백범 김구 선생, 매헌 윤봉길 의사, 안중근 의사 등 애국지사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랩송과 연계해 홍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열린세상] 대학 졸업식 풍경 유감/최창일 시인·현대시인협회 이사

    [열린세상] 대학 졸업식 풍경 유감/최창일 시인·현대시인협회 이사

    대학은 그 나라의 심장이다. 대학의 도서관은 365일 불이 켜져 있고, 학생들은 대학에서 인류의 미래와 나라의 희망을 싹틔운다. 하지만 대한민국 심장, 대학 졸업식 풍경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꽃술 드리운 사각모의 총장은 빈 의자 앞에 서 있다. 졸업식이 진행되는 대강당은 벌판처럼 널찍하다. 그 넓은 강당 안에는 단과 대학별 푯말이 꽂혀 있고, 푯말 뒤쪽 자리는 휑하니 비어 인기척이 없다. 졸업식장 밖은 전혀 다른 풍경이 연출된다. 교내에 들어온 사람들로 캠퍼스는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붐빈다. 졸업식장의 총장은 외로이 기념사를 통해 졸업생들을 난파된 현실 속으로 보내는 일에 대하여 깊이 시름할 적에, 사각모를 쓴 졸업생들은 어머니의 머리에 모자를 씌워 사진을 찍고 있다. 휴대전화를 들고 소리 지르는 사람, 동아리와 선후배간의 스킨십, 사진사들의 무질서한 행동, 단란주점·나이트클럽의 호객전단이 뿌려지고 닭꼬치를 굽는 냄새가 캠퍼스의 숲으로 흩어진다. 이것이 오늘 대한민국의 대학졸업식 현장이다. 필자가 대학에 20여년을 몸담았던 기억 중 졸업식 풍경만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쓸쓸함이 있다. 그들이 어떻게 들어온 대학인가! 또 부모님들은 그 비싼 수업료에 얼마나 힘겨워했는가! 뉴스위크지는 한국의 수능시험은 국가적 시험이라 소개한 바 있다. 영어시험시간에는 비행기의 이착륙이 금지됨은 물론 소음을 줄이기 위하여 2만피트 상공에서 내려오지 못한다. 직장인의 출근 시간도 자율이지만, 수험생의 교통 편리를 위해 탄력적인 출근을 권장하고 있다. 수능 기간에는 언론도 수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은 시절엔 수능을 보고 채점을 발표한 신문의 가판은 평소의 배가 팔린다는 통계도 있었다. 어떻든 기자들은 입시 취재에서 물 먹으면 1년을 기다려야 회복할 수 있다는 말도 한다. 그만큼 수능은 중요하게 취급된다는 말이다. 한국의 수험생은 전국의 경찰이 비상근무하는 국가의 보호 아래 수능을 치른다. 수능이 발표되면 어느 대학을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이것은 비단 수험생만의 고민은 아니다. 부모와 수험생 가족 모두의 관심사다. 수험생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입시분석 기관에서는 일대일 대면상담을 한다. 내신과 수능의 점수를 합산하여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지 여부를 분석하는 것이다. 상담자들의 자세는 신분과 나이가 아무런 조건이 되지 않는다. 현역 장군이 아들의 상담을 위해서 1시간이나 일찍 나와서 대기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현장을 목격한 적도 있다. 그의 손에는 항목별로 30문항 정도의 질문지도 들려 있었다. 상담 선생님과 마주한 장군은 너무나 진지하고 긴장하는 모습으로 상담에 응한다. 대학의 최고 경영자인 학부모로서 총장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수험생 부모일 뿐이다. 이런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간다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입학식에 가는 예비 대학생은 물론 가족 전체가 축제 속에 대학생이 된다. 그런데 4년을 갈무리하는 졸업식장은 그 어려웠던 수능 시절과 입학식의 설레는 순간은 온데간데 없이 황량할 뿐이다. 졸업의 총장사는 그 대학을 대표하는 석학의 교수들이 번갈아가며 상당한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낸 ‘역작’이다. 그래서 주요 대학의 총장사는 신문에 소개도 된다. 총장사는 이 무너져 버린 시대의 살림살이를 총체적으로 재건해야 할 젊은이의 사명도 담고 경세치용(經世致用)과 모선창신(募先創新), 극난척도(克難拓道)의 숭고한 삶의 지표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말씀이 끝날 때 총장 사각모의 꽃술은 흔들린다. 단상의 석학들은 빈 졸업식장의 의자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올해라고 다를까? 언제쯤 변할까. 최고 학부 학위수여 식장의 진풍경이 더 이상 우리의 가슴을 짓누르지 않는 날이 오길 소망한다. 최창일 시인·현대시인협회 이사
  • 김훈 베스트셀러 ‘남한산성’ 성남 대표 뮤지컬로 만난다

    소설가 김훈의 베스트셀러 ‘남한산성’이 경기 성남을 대표하는 창작뮤지컬로 거듭 난다. 성남아트센터는 김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뮤지컬을 제작해 오는 10월 성남에서 초연한다. 뮤지컬 ‘남한산성’은 소설이 출간된 2007년부터 성남아트센터가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남한산성을 국제적 문화 콘텐츠로 널리 알리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해온 프로젝트다. 2년간의 사전 준비 작업을 끝낸 성남아트센터는 지난 5일 제작발표회에서 3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하고, 뮤지컬 배우와 전문 무용수 등 40여명이 출연하는 대형 뮤지컬의 윤곽을 공개했다. 원작은 1636년 겨울 병자호란 때 청군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들어간 인조가 신하들과 겪은 47일 동안의 수난을 다루었다. 원작자 김씨는 “성벽이 복원되기 전부터 남한산성을 여러번 다니면서 끔찍한 충격과 슬픔을 느꼈다.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세상을 기어코 살아내는 삶의 의지가 싸움에서 이기고 졌는가를 따지는 것보다 훨씬 고귀한 의미라는 걸 보여주고자 했다. ”고 말했다. 그는 “뮤지컬은 각색자와 연출자, 스태프의 작품”이라며 각색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소설 속 주화파와 주전파의 대립을 적대적 관계나 어느 한쪽이 우월한 관계가 아닌 불가피한 비극의 양면성으로 그려달라는 점만은 부탁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뮤지컬 대본은 탁월한 언어 감각을 자랑하는 극작가 고선웅이 쓰고, 연출은 지난해 ‘내마음의 풍금’으로 한국뮤지컬대상 연출상을 수상한 조광화가 맡는다. 작곡은 ‘용의 눈물’과 ‘태조 왕건’ 등 대하 역사드라마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동성이 담당한다. 고씨는 “김훈 작가의 산맥을 넘어 남한산성에 잘 입성할 수 있을지 부담이 된다.”면서 “추위와 기아 등 가혹한 시련을 견디고 극복하는 숭고한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조씨는 “역사적 고증이나 사실성을 바탕으로 하되 상상력을 풍부하게 가미한 중세적 판타지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월14~31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초연한 이후 경기도문화의전당을 비롯한 경기도 지역에서 차례로 공연한다. 내년에는 서울과 중국, 호주, 프랑스 등 해외공연에 나설 계획이다. 남한산성은 경기도 광주, 하남, 성남에 걸쳐 있는 역사적 명소로 경기도가 2000년부터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진행 중이며, 올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할리우드의 트렌드 ‘감동실화’… 어떤 작품 있나?

    할리우드의 트렌드 ‘감동실화’… 어떤 작품 있나?

    실화의 감동을 스크린으로 옮긴 ‘실화 영화’는 올 상반기 개봉 할리우드 영화의 뚜렷한 트렌드 중 하나다. 히틀러에 저항하는 영웅의 이야기 ‘디파이언스’ ‘작전명 발키리’를 시작으로 안젤리나 졸리의 ‘체인질링’ 제니퍼 애니스톤이 출연하는 ‘말리와 나’ 등이 실화의 감동을 스크린에 담아낸 작품이다. #히틀러에 저항하는 다니엘 크레이그와 톰 크루즈 다니엘 크레이그와 톰 크루즈는 히틀러의 나치에 저항한 실존 인물 투비아와 슈타펜버그 대령으로 분해 절제된 연기를 선보였다.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 영화 ‘디파이언스’(8일 개봉)는 죽음을 앞둔 수천 명의 유태인을 희망으로 이끌었던 실존인물 ‘투비아 비엘스키’와 비엘스키 유격대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1941년 여름 유럽이 히틀러의 군대에 의해 점령당했을 때, 비엘스키 형제는 수천 명의 피난민을 구하며 유격대를 결성하게 된다. 이같은 역사를 배경으로 다니엘 크레이그는 투비아를 통해 극한 상황에서도 냉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며 형제들과 수 천명의 생명을 지켜내는 진정한 영웅의 모습을 표현했다. 톰 크루즈도 ‘작전명 발키리’(22일 개봉)에서 슈타펜버그 대령이라는 독일 장교로 분해 히틀러에 저항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한 투비아가 ‘우리가 살아남는 것이 저들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한 것과 달리 톰 크루즈의 슈타펜버그 대령은 죽음을 불사하고 히틀러를 암살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지휘한다. 극중 슈타펜버그 대령은 히틀러가 독재자로 위세를 떨치며 세계를 2차 대전의 공포로 몰아가는 상황 속에서 히틀러 제거만이 인류를 구원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게 된다. 조국을 사랑하는 숭고한 정신으로 무장한 그는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위험에 처할 것을 감수하며 신념을 행동으로 옮긴다. 메가폰을 잡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발키리 작전’을 통해 히틀러를 암살하고 나치 정부를 전복하는 실화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가슴 따뜻해지는 휴먼 드라마 ‘체인질링’ ‘말리와 나’ 영화 ‘체인질링’(22일 개봉)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안젤리나 졸리가 감독과 배우로 만나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지난 여름 ‘원티드’로 화려한 여전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던 안젤리나 졸리는 아들을 찾기 위해 세상과 맞서는 싱글맘으로 돌아왔다. 평소 아이를 좋아하는 안젤리나 졸리답게 영화에서도 그는 진한 모성애를 오롯이 담아냈다. 아이를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녀의 용기 있는 모습은 관객들을 눈물짓게 한다. 안젤리나 졸리는 완벽한 모성 연기를 통해 올해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노미네이션을 시작으로 각종 시상식 여우주연상에 이름을 올렸다. 크리스틴 콜린스를 연기한 졸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현장에서 절대 ‘액션’이라고 소리치지 않는다. 그는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연기하길 원하고 나 역시 그런 그의 방식이 좋다.”고 밝혔다. 안젤리나 졸리의 강한 모성애 연기에 클린트 이스트우드 특유의 연출력이 더해지면서 ‘체인질링’은 관객의 심금을 울릴 드라마로 탄생됐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또 한 편의 감동 실화가 있다.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소설 ‘말리와 나’를 영화화한 ‘말리와 나’(2월 19일 개봉)는 사랑, 결혼, 이사 등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사건들 속에서 진실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스토리다. 발간 당시 40주 동안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 부분을 뜨겁게 달군 이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닌 실제 있었던 실화를 그려낸 작품. 각각의 캐릭터만으로도 생동감 넘치는 매력을 자랑하는 오웬 윌슨과 제니퍼 애니스톤은 영화에서 서로의 동반자로 출현하며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산, 보는 재미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데이빗 프랭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말리와 나’는 전미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달리면서 순수한 사랑과 인생의 참된 행복을 스크린에서 전하고 있다. 서울신문NTN 이현경 기자 steady101@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NASA ‘존슨 스페이스 센터´르포

    NASA ‘존슨 스페이스 센터´르포

    │휴스턴(미 텍사스주) 박건형특파원│ 카우보이와 유전의 본고장인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서 남동쪽으로 40㎞가량 떨어진 곳에 인류의 꿈을 실현하는 ‘우주 전초기지’가 자리잡고 있다.세계 제일의 우주연구소인 미항공우주국(NASA) 본원의 겉모습은 규모만 클 뿐 평범한 연구소와 다를 바 없었다.휴스턴 본원은 미 전역에 있는 NASA의 10개 기지 중 연구개발의 핵심을 맡고 있는 곳이다.이곳의 공식 명칭은 ‘린든 존슨 스페이스 센터’로 미국의 36대 대통령인 텍사스 출신 린든 존슨의 이름에서 따왔다. ●우주선·우주복·탐사장비… 첨단 과학관 인기 “NASA는 어린 시절부터 꿈을 갖고 자라온 미국인들의 희망이 현실화되는 곳입니다.그 때문에 투입되는 비용은 효율과는 오히려 거리가 멀었죠.한번 발사하고 버리는 로켓을 만들면 간단하지만,NASA 과학자들은 비행기처럼 언제든지 타고 오르내릴 수 있는 우주비행선을 머릿속에 상상해 왔고 실제로 만들어 냈습니다.물론 한번 우주를 다녀올 때마다 완전히 분해하고 조립해야 하는 비효율성이 문제가 되긴 했지만요.” 마리안 로사 센터 팀장은 ‘꿈’과 ‘상상’이라는 단어를 대화 내내 반복했다.존슨센터에서 꿈을 이룬 과학자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사람들이 또다른 꿈을 갖게 된다는 것이 로사 팀장의 말이다.존슨센터의 입구에 위치한 ‘스페이스센터 휴스턴’에 들어서자 어린아이들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에서 몰려든 관람객들로 북적였다.과학관 형태를 갖추고 있는 스페이스센터는 미국 항공우주의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스페이스센터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춘 것은 1980년대.이전까지 아무렇게나 진열돼 있던 우주탐사 장비와 모형을 교육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세워진 유인우주비행교육재단(MSFEFI)은 새롭게 센터를 세워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관을 만들어냈다.전시관 내에는 아폴로 우주인이 달에서 가져온 암석과 아폴로,머큐리,제미니 등 우주선의 모형과 실물이 전시돼 있다.우주왕복선 모형은 관람객이 직접 들어가 볼 수도 있고 지금까지 사용된 모든 종류의 우주복도 관람객들 사이에서 인기다.. ●1969년 달착륙 당시 관제센터 영구 보존 전기자동차를 타고 NASA 연구소 내부로 들어가자 여러 곳에 세워진 대형 로켓 실물들이 눈에 띄었다.전기자동차가 선 곳은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탐사 당시 사용됐던 미션컨트롤센터(MCC) 입구다. 이곳은 현재 사용되지 않지만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영구 보존되고 있다.60년대에 사용됐던 모니터와 전산기계에 가까운 컴퓨터의 모습은 그 당시 초라했던 기술로 달 탐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이들의 우수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MCC 안에서는 그 당시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발을 내딛기 전에 말했던 “개인에게는 작은 한 걸음에 불과하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That‘s one small step for man,one giant leap for mankind)”이라는 암스트롱의 첫 교신이 끊임없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MCC에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안내 자원봉사를 하는 70대의 전 NASA 직원 페드로는 “이곳에는 현재 우주정거장에 있는 우주인들의 사진을 붙여놓고 어린아이들이 동경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한다.”면서 “‘아폴로 우주선이 실제로 달에 갔느냐.’고 묻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MCC를 나와 옆 빌딩에 들어서자 끝없이 이어진 창문 너머로 우주정거장과 우주왕복선 모형이 나타났다.실제 우주인들이 훈련을 받는 공간이자 연구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활용하는 곳이다.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머물렀던 즈베즈다 모듈을 비롯해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똑같이 만들어진 거대한 우주정거장과 도저히 하늘을 날 것 같지 않은 우주왕복선의 모습은 지난 수십년간 미국이 얼마나 많은 돈을 우주개발을 위해 투자했는지 대변하고 있었다. ●컬럼비아·챌린저호 ‘살신성인´ 되새겨 외곽에 있는 아폴로 계획 전시장에는 실물 크기의 새턴 로켓이 전시돼 있다.당초 새턴Ⅴ는 아폴로 18호를 싣고 우주로 향할 계획이었지만 너무나 막대한 재정지출을 감당하지 못한 미국 정부의 중단 결정으로 전시장에 누워 관람객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말았다.그러나 60층 높이의 거대한 로켓은 그 자체로도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입구로 돌아가는 전기자동차가 마지막에 멈춘 곳은 의외로 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갓길에 심어진 일련의 나무들이 있는 곳이었다.나무들 옆에는 조그마한 비석이 심어져 있다.바로 컬럼비아호와 챌린저 등 우주를 향해 날아가다 폭발해 사라진 우주인들의 무덤이다.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잠시 묵념을 했다.로사 팀장은 “이곳에서 관람객들은 인류의 꿈을 위해 희생된 우주인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고,NASA 연구진들은 새 각오를 다진다.”고 밝혔다.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3) 설악산 한계사지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3) 설악산 한계사지

    설악산에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리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눈이 소복이 덮인 한계사 절터.설악산 한계령 아래 장수대에서 절터까지는 불과 200m가 안 된다.하지만 이 짧은 길은 시공을 초월해 눈부신 폐허의 공간으로 이어진다.설악산은 전문 산꾼에서부터 나이 지긋한 노인에 이르기까지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즐겨 찾는 산이다.설악산은 크게 외설악과 내설악,남설악(점봉산 일대)과 가리봉 능선 등으로 나누어지고,이들은 제각기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외설악이 화려하다면 내설악은 고요하고,남설악이 웅장하다면 가리봉 능선은 장쾌하다. ●한계령 아래 숨은 절터 한계령은 내륙과 바다를 연결하는 설악산의 대표적인 고개이고,그 고갯마루는 설악산을 구성하는 세 줄기 산군들의 분수령이 된다.한계령 북쪽으로는 장쾌한 설악산 서북능선이 흘러가고,남쪽으로 부드러운 점봉산 능선이 시작되며,서쪽으로는 필례령을 지나 가리봉 능선이 물결친다. “한계사지를 아십니까?” 설악산을 수백 번 가봤다는 설악산 도사들도 한계사지란 말에 고개를 갸우뚱한다.한계사지는 한계령 서쪽,설악산 서북릉과 가리봉 능선의 가랑이 사이에 은밀하게 숨어 있다.변변한 안내판 하나 없어 어쩌다 우연히 만날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다.오직 입에서 입으로만 알려진 곳이다.인제에서 한계리를 지나면 쇠리,옥녀탕,장수대가 차례로 나타난다.장수대는 불쑥 솟은 기둥같이 깎아지른 암벽이 마치 장군과도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설악산국립공원 장수대분소 옆으로 들어가면 갈림길이다.여기서 왼쪽 길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흉가처럼 남아 있는 옛 설악산관리사무소 건물이 나오고,이곳을 지나면 갑자기 양지바른 평지가 나타나는데 여기가 바로 한계사지다. ●구산선문의 초발심이 담긴 풍경 절터를 찾았을 때 밤새 쏟아진 눈이 건물과 기단 흔적을 말끔히 덮어버렸다.오직 흰 모자를 쓴 탑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이곳이 절터임을 증거하고 있었다.절터는 폐허의 공간이다.하지만 소복하게 눈이 쌓인 폐허는 태초의 공간처럼 신성하게 빛났다.석탑 너머 지금 막 땅에서 솟아난 듯한 가리봉과 삼형제봉의 수려한 자태에 입이 쩍 벌어졌다.설악산 가리봉 능선이 이처럼 힘차고 아름다운 줄 이제야 비로소 알았다.그 풍경은 시신경을 통해 대뇌로 전달됐고,놀란 뇌에서 울리는 찌잉~ 소리가 사지로 퍼지며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그것은 전율이었다. 전율은 자연에서 느끼는 숭고미의 다른 표현이다.이곳을 은근하게 일러준 책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의 저자 김봉렬(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의 건축적 지식을 정리해서 듣는 것은 한계사지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건물은 지어지는 반대 순서로 허물어져 내린다.나무로 이루어진 한국 건축의 폐허들은 기단과 초석 말고는 모두 사라져 버린다.그것들은 터를 닦았던 건축 당시의 근본적인 생각들만을 전한다.껍데기는 사라지고 오직 가장 근원적인 것들만 남는다.” 그가 한계사지 폐허에서 본 것은 ‘모든 구속을 거부하면서 참다운 진리에 도달하려고 했던 구산선문(九山禪門)의 자유로운 조형 정신’이었다.구산선문은 신라 말에 당나라에서 선을 공부하고 돌아온 승려들이 지방에 열었던 아홉 개의 선문(禪門)을 말한다.김 교수는 한계사지가 구산선문 중 강릉 사굴산문의 일원으로 창건된 것으로 보고 있다.한계사지에서 김 교수처럼 구산선문의 초발심을 읽어낼 능력은 없지만,절터 앞으로 끌어들인 가리봉 산군의 빼어남에 전율할 줄 아는 내 몸을 고맙게 생각한다.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자리에서 저 풍경을 읽어내고,이 자리에 절을 세우겠다고 다짐했을 스님의 희열과 초발심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 스님처럼 두 발이 눈에 묻힌 줄도 모르고 ‘하나의 사건’ 같은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장수대에서 한계사지까지는 200m 남짓한 거리다.좀 더 걷고 싶은 사람은 대승폭포로 향한다.88m 높이의 대승폭포는 금강산의 구룡폭포,개성의 박연폭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폭포 중 하나로 꼽힌다. ●가는 길과 맛집 동서울터미널에서 장수대 경유 속초행 버스가 1일 7회(06:30, 08:30,09:20,10:00,11:30,14:00,18:05) 운행한다.자가용은 양평~홍천~인제를 거치는 길이 가장 빠르다.한계리 근처의 용대리는 황태의 고장이다.백담사 입구에 있는 할머니황태구이(033-462-3990) 식당이 인기있는 맛집이다. 산악전문작가
  • 인권마저 갈라놓은 이념갈등

    “인권 자체의 숭고한 뜻이 폄훼되고 말싸움의 소재로 전락해 버렸다.”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맞은 10일 인권운동가들은 “북한인권 등의 이슈를 놓고 진보와 보수로 갈린 가운데 인권이 이념다툼의 장이 돼 버렸다.”며 우리나라의 부박한 인권 상황을 개탄했다.특히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와 코드맞추기를 하는 등 무력하다고 비판했다. 인권·시민단체들은 이날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기념하는 집회를 열거나 논평을 내는 등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를 가졌다.그러나 양상은 사뭇 달랐다.진보 단체들은 주로 촛불집회 탄압과 민생 파탄 등을 비판했지만,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 단체들의 비판의 초점은 북한이나 촛불집회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찰에 맞춰졌다. 인권운동사랑방 등은 오후 2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2008 인권선언 선포식’을 갖고 촛불집회에서 드러난 정부의 표현의 자유 억압 등을 비판했다.반면 뉴라이트전국연합은 논평을 내 “촛불시위대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경찰과 북한에서 피격된 관광객의 인권은 누가 챙기나.”라며 국가 공권력 피해자만을 조사하는 국가인권위를 비판했다. 갈등은 북한 인권 이슈에서 두드러진다.뉴라이트전국연합 등에서는 북한인권특별위원회 등을 만들어 “북한 주민들과 탈북자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반면 진보단체들은 “보수단체들은 순수하게 북한인권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체제 전복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민희 장형우기자 haru@seoul.co.kr
  • [뉴스플러스] 과기부장관 4·19 폄하 동영상 사과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일선 초·중·고교에 배포한 현대사 동영상의 ‘4·19’ 폄하 논란과 관련,9일 오후 4·19 민주혁명회 등 관련 단체를 방문해 사과했다.이 자리에서 안 장관은 교과부의 불찰로 4·19혁명의 숭고한 정신이 훼손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민주화라는 큰 변화를 가져오도록 한 역사적 사실 등이 동영상에서 누락돼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사과했다고 교과부는 전했다.
  • [수능 D-1 팔공산 갓바위 르포]“해줄 수 있는건 기도밖에… ”

    [수능 D-1 팔공산 갓바위 르포]“해줄 수 있는건 기도밖에… ”

    한 번, 두 번, 세 번…삼백 번. 무릎을 굽히고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한다. 뜨거운 입김은 점점 거칠어진다.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른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었으리라.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이름 앞에 ‘부모’가 붙는 순간부터 그들은 나를 버리고 남을 위해 산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사흘 앞둔 지난 10일 대구 팔공산 갓바위.‘지성으로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이뤄준다.’는 부처님 앞에 전국 수백명의 부모들이 자녀의 대학 입시 성공을 위해 향을 사르며 절을 하고 있었다. 팔공산에 고3 학부모가 모인 건 20여년 전부터다. 갓바위 부처님의 머리 위 판석이 꼭 학사모처럼 보인다고 해서 유명세를 치렀다. 올해엔 수능 100일 전인 8월부터 평일엔 2000~3000명, 주말엔 6000~9000명 정도가 갓바위를 찾고 있다. 예불을 하러 오면 부처님 앞에 초를 놓게 되는데, 올해 수능을 보는 1990년생이 말띠라 12간지가 새겨진 초 가운데 말띠 초가 지난해보다 10배 정도 많이 팔렸다고 종무소 직원은 귀띔했다. 오후 3시. 작은 매트를 깔고 열심히 절을 하는 학부모들 등 뒤로 대구 시내가 훤히 보인다. 대구지역 온도는 15도인데 해발 850m의 갓바위에선 체감온도가 거의 영하다. 황성기(46·경북 경산 하양읍)씨는 손에 든 촛불이 꺼질세라 흙때가 낀 손바닥으로 바람을 막는다. 그는 농업 자재를 만드는 조그만 사업을 하는데, 이번에 큰딸이 수능을 본다. “한 달 전부터 3일에 한 번씩 와서 300배를 했어요. 딸 셋 중 장녀예요. 아무래도 다른 아이들보다 중요하죠.”28살에 결혼해 3년 만에 얻은 귀한 첫 딸이다. 형편이 넉넉지 못해 남들 다한다는 과외 한 번 못 시켜줬다. 그래도 부모 원망 안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준 게 기특하고 대견하다. 교대 진학을 바라고 있다는 딸에게 황씨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제 기도밖에 없다.“한 달 동안 기도하면서 부처님한테 매달렸어요. 우리 딸 실력만큼 성적이 나오도록 해달라고요.” 오후 6시. 이 시간이 되면 갓바위 부처님 아래쪽에 있는 공양간(절에서 음식을 만드는 곳)은 참배객들의 임시 거처로 탈바꿈한다. 절에서 철야 기도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몸 녹일 공간을 마련해준 것이다. 그곳에서 만난 황금자(가명·경기 부천) 할머니는 이 곳에 머문 지 9일째다. 하나뿐인 외손녀가 수능을 잘 치르도록 기도드리러 왔다고 한다.“지난 1일에 내려왔다가 적응이 안돼 다시 올라갔어요. 다음날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내려왔지. 하루에 108배를 다섯 번씩 하니까 총 540배 해요. 이젠 4800배 정도 한 셈이네.”하나뿐인 딸의 또 하나뿐인 딸이라 할 수 있는 뒷바라지는 다 해줬다. 공양간 구석에서 몸을 녹이던 황 할머니는 “옷도 못 갈아입어서 때가 꼬질꼬질하네. 나 더럽지요?”하면서 수줍게 웃는다. 외손녀는 할머니가 이곳에서 기도하고 있는 줄 모른다. 다음날 새벽 3시. 새벽예불 시간이다. 손을 주머니에서 꺼낼 수도 없을 만큼 삭풍은 매서웠다. 그런데도 20여명의 학부모들이 돌부처처럼 앉아 염주를 헤아리고 있다.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스님은 “서울 역삼동의 ○○○ 보체, 대구 월성동 ○○○ 보체….”라며 대입 합격 발원문을 올린 수험생들의 이름을 줄줄 읊는다. 귀마개에 파카 등등으로 중무장한 엄마들은 “약사여래불”이라고 중얼거리며 목탁 소리에 몸을 싣는다. 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차가운 바닥에서 기도하던 장순남(46·대구 월성동)씨는 예비 고3 엄마다.“막상 닥쳐서 기도하면 소용없다.”면서 “내년에 수능을 보는 둘째아들을 위해 지금부터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이 중학생 때는 식당에 몸이 매여 엄마가 있어줘야 할 자리에 대신 돈을 보냈다고 한다. 엄마의 관심을 받지 못하자 한때 전교 3등이던 아들은 고등학교 와서 성적이 수직 하락했다고 한다.“사교육도 소용없어요. 엄마가 관심 가져 주고 공을 들여야지.”라며 장씨는 이제부터라도 기도를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선본사 혜찬 스님은 팔공산 갓바위에 올라오는 학부모들을 보고 “심지어 숭고하고 거룩해 보인다.”고 했다. 스님은 기도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순수한 이타심의 결정체’라고 했다.“단순히 자식이 원하는 대학에 붙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게 아닙니다. 좀더 큰 인물이 되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겠죠.” 글 대구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동영상 www.seoul.co.kr
  • 수능 D-1 ‘기도처’ 팔공산 갓바위에서는…

    한 번, 두 번, 세 번…삼백 번. 무릎을 굽히고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한다. 뜨거운 입김은 점점 거칠어진다.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른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었으리라.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이름 앞에 ‘부모’가 붙는 순간부터 그들은 나를 버리고 남을 위해 산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사흘 앞둔 지난 10일 대구 팔공산 갓바위.‘지성으로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이뤄준다.’는 부처님 앞에 전국 수백명의 부모들이 자녀의 대학 입시 성공을 위해 향을 사르며 절을 하고 있었다. ▲ 해마다 대학입시철이면 수험생 부모들은 애간장을 태운다.20년전부터 전국에서 자주찾는 대구 팔공산 갓바위 앞에는 올해도 수험생 부모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2009학년도 수능을 사흘 앞둔 지난 10일 대구 팔공산 갓바위 앞에서 수험생 부모들이 자녀의 대입합격을 기원하고 있다. 팔공산에 고3 학부모가 모인 건 20여년 전부터다. 갓바위 부처님의 머리 위 판석이 꼭 학사모처럼 보인다고 해서 유명세를 치렀다. 올해엔 수능 100일 전인 8월부터 평일엔 2000~3000명, 주말엔 6000~9000명 정도가 갓바위를 찾고 있다. 예불을 하러 오면 부처님 앞에 초를 놓게 되는데, 올해 수능을 보는 1990년생이 말띠라 12간지가 새겨진 초 가운데 말띠 초가 지난해보다 10배 정도 많이 팔렸다고 종무소 직원은 귀띔했다. PM 03:00 오후 3시. 작은 매트를 깔고 열심히 절을 하는 학부모들 등 뒤로 대구 시내가 훤히 보인다. 대구지역 온도는 15도인데 해발 850m의 갓바위에선 체감온도가 거의 영하다. 황성기(46·경북 경산 하양읍)씨는 손에 든 촛불이 꺼질세라 흙때가 낀 손바닥으로 바람을 막는다. 그는 농업 자재를 만드는 조그만 사업을 하는데, 이번에 큰딸이 수능을 본다. “한 달 전부터 3일에 한 번씩 와서 300배를 했어요. 딸 셋 중 장녀예요. 아무래도 다른 아이들보다 중요하죠.”28살에 결혼해 3년 만에 얻은 귀한 첫 딸이다. 형편이 넉넉지 못해 남들 다한다는 과외 한 번 못 시켜줬다. 그래도 부모 원망 안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준 게 기특하고 대견하다. 교대 진학을 바라고 있다는 딸에게 황씨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제 기도밖에 없다.“한 달 동안 기도하면서 부처님한테 매달렸어요. 우리 딸 실력만큼 성적이 나오도록 해달라고요.” PM 06:00 오후 6시. 이 시간이 되면 갓바위 부처님 아래쪽에 있는 공양간(절에서 음식을 만드는 곳)은 참배객들의 임시 거처로 탈바꿈한다. 절에서 철야 기도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몸 녹일 공간을 마련해준 것이다. 그곳에서 만난 황금자(가명·경기 부천) 할머니는 이 곳에 머문 지 9일째다. 하나뿐인 외손녀가 수능을 잘 치르도록 기도드리러 왔다고 한다.“지난 1일에 내려왔다가 적응이 안돼 다시 올라갔어요. 다음날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내려왔지. 하루에 108배를 다섯 번씩 하니까 총 540배 해요. 이젠 4800배 정도 한 셈이네.”하나뿐인 딸의 또 하나뿐인 딸이라 할 수 있는 뒷바라지는 다 해줬다. 공양간 구석에서 몸을 녹이던 황 할머니는 “옷도 못 갈아입어서 때가 꼬질꼬질하네. 나 더럽지요?”하면서 수줍게 웃는다. 외손녀는 할머니가 이곳에서 기도하고 있는 줄 모른다. AM 03:00 다음날 새벽 3시. 새벽예불 시간이다. 손을 주머니에서 꺼낼 수도 없을 만큼 삭풍은 매서웠다. 그런데도 20여명의 학부모들이 돌부처처럼 앉아 염주를 헤아리고 있다.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스님은 “서울 역삼동의 ○○○ 보체, 대구 월성동 ○○○ 보체….”라며 대입 합격 발원문을 올린 수험생들의 이름을 줄줄 읊는다. 귀마개에 파카 등등으로 중무장한 엄마들은 “약사여래불”이라고 중얼거리며 목탁 소리에 몸을 싣는다. 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차가운 바닥에서 기도하던 장순남(46·대구 월성동)씨는 예비 고3 엄마다.“막상 닥쳐서 기도하면 소용없다.”면서 “내년에 수능을 보는 둘째아들을 위해 지금부터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이 중학생 때는 식당에 몸이 매여 엄마가 있어줘야 할 자리에 대신 돈을 보냈다고 한다. 엄마의 관심을 받지 못하자 한때 전교 3등이던 아들은 고등학교 와서 성적이 수직 하락했다고 한다.“사교육도 소용없어요. 엄마가 관심가져주고 공을 들여야지.”라며 장씨는 이제부터라도 기도를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선본사 혜찬 스님은 팔공산 갓바위에 올라오는 학부모들을 보고 “심지어 숭고하고 거룩해보인다.”고 했다. 스님은 기도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순수한 이타심의 결정체’라고 했다.“단순히 자식이 원하는 대학에 붙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게 아닙니다. 좀더 큰 인물이 돼 달라고 비는 것이겠죠.” 글 사진 대구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영상=나우뉴스팀@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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