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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구 부산의 ‘가을이야기’

    항구 부산의 ‘가을이야기’

    5년 전이었습니다. 당시 ‘부산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이젠 부산의 아이콘이 된 광안대교의 경관 조명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야경 크루즈 등 부산의 밤 풍경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하던 때였지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부산의 외모는 줄곧 변화하고 있습니다. 해운대에 국내 가장 높은 건물이 들어섰고, 남항대교가 새 빛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걸음마 단계였던 부산 세계불꽃축제는 ‘폭풍성장’을 거듭해 이제 세계인의 축제로 발돋움했지요. 부산의 밤 풍경이 빼어난 건 여백과 반영 때문일 겁니다. 바다와 육지가 서로의 크기만큼 어우러져 있고, 바다는 뭍의 마천루들이 뿜어내는 빛을 고스란히 비춰 냅니다. 부산에서 건물들로만 빽빽한 여느 대도시와 사뭇 다른 느낌을 갖게 되는 것도 그런 까닭일 겁니다. 해운대 바닷가. 한여름의 열기도, 한가위의 번잡함도 가뭇없이 사라졌다. 이럴 땐 가수 송창식의 ‘철 지난 바닷가’가 제격이다. 파도는 소리 죽여 울고 달빛은 모래 위에 가득하다. 어깨 위로 쌓이는 당신의 손길이 없다 한들 어떠랴. 불어오는 바람은 싱그럽기만 하다. 부산 밤 풍경의 주역은 광안대교다. 부산의 야경을 감상한다는 건 사실상 이 다리를 어디서 볼 거냐는 말과 맥이 통한다. 부산 야경 감상의 ‘고전’은 황령산과 금련산이다. 특히 황령산은 부산의 야경을 즐기며 걷는 야간산행 코스로 유명하다. 이웃한 금련산 또한 야경의 보고여서 부산의 ‘필수 관광코스’로 꼽힌다. 차로 오를 수 있어 야간 데이트를 즐기려는 커플들이 많이 찾는다. 해운대 뒤편의 장산은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광안대교와 마천루가 늘어선 해운대 일대 등 부산 시내가 ‘기막히게’ 펼쳐진다. 다만 높이가 해발 634m나 돼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달맞이 언덕과 동백삼거리 일대는 야경의 주인공이자 유명한 야경 감상 포인트다. 달맞이 언덕은 정상부의 해월정이나 미포 선착장 뒤, 공용주차장 부근이 감상 포인트다. 1.5㎞ 길이의 ‘문탠로드’ 중간쯤에 있는 바다전망대도 좋다. 들머리에서 도보로 20분이면 닿는다. 밤 11시까지 조명을 밝힌다. 동백섬 누리마루 주차장은 ‘센텀시티’ ‘마린시티’ 등의 마천루들이 펼쳐 내는 화려한 야경이 압권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80층짜리 아파트도 이곳에 있다. 특히 바람 잔 날 물에 투영되는 마천루들의 모습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바다에서 보는 야경도 색다르다. 해운대 동백섬 들머리에서 ‘티파니21호’가 매일 저녁 운항한다. 식사와 라이브 공연이 제공되는 3층짜리 크루즈선이다. 해운대와 광안대교, 광안리해변 등을 돌아본다. 야경 감상에 나서기 전 불꽃축제 일정을 확인해 두는 것도 좋겠다.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가 주최하고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후원하는 행사로, 오는 26일과 27일 이틀 동안 열린다. 26일 K팝 콘서트에 이어 27일 오후 8시부터 50분 동안 광안대교 1.2㎞ 구간에서 모두 8만발의 불꽃이 쏘아 올려진다. 500m까지 치솟은 후 직경 400m나 퍼지는 ‘대통령 불꽃’과 광안대교를 따라 바다로 떨어지는 ‘나이아가라 불꽃’이 장관이다. 홈페이지(www.bff.or.kr)에 자세한 일정과 이벤트들이 나와 있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오래된 풍경들을 찾으려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아진다. 감천동 태극도 마을, 보수동 책방 골목 등 빈티지풍의 부산 여행지들이 각광받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송도 해수욕장도 그런 경우다. 송도 해수욕장은 근 100년 전인 1913년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공설 해수욕장이다. 한때 최고의 피서지로 꼽힐 만큼 사람들이 즐겨 찾았다. 그러다 1990년대 대도시 부산의 오폐수들이 밀려들면서 해수욕장으로서의 의미를 잃기 시작했다. 2008년 남항대교가 들어서고, 바다 한가운데 거대한 고래 조형물을 세우는 등 힘겨운 노력이 이어진 끝에 점차 낡은 여행지란 관념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 최근 이곳에 ‘송도해안볼레길’이 조성됐다. 송도 해수욕장에서 암남공원 입구까지의 해안 절벽을 철제 난간으로 이었다. 길이는 불과 1.2㎞. 걷기를 즐기는 사람에겐 성에 차지 않을 거리다. 하지만 축약된 풍광만큼은 일품이다. 송도 해수욕장 중간, 그러니까 볼레길 들머리 어름에 덕성관이 있다. 1940년대에 세워진 숙박 업소다. 이희경 문화해설사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 찾으며 군사정권을 꿈꿨던 곳”이다. 덕성관을 지나면 볼레길이 시작된다. 해안선을 따라 들려오는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정겹다. 인구 360만명의 대도시에서 해녀를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볼레길 풍경은 평화롭다. 갯바위에선 낚시꾼들이 세월을 낚고, 맞은편에는 고층빌딩이 즐비하다. 갯바위 돌 틈 위에 세운 구조물이 아니었다면 엿보지 못했을 풍경들이다. 멀리 부산항 묘박지(배 정박지)에 뜬 거대한 배들과 동행하며 두 개의 흔들다리를 건너고 나면 암남공원이다. 해운대 해변 끝자락의 미포는 작은 어촌 마을이다. 영화 ‘해운대’(2009)를 통해 알려지기 전까지는 부산 사람들에게조차 적잖이 생경한 마을이었다. 미포의 매력은 철도 건널목에 있다. 미포 오거리에서 철길 너머의 바다를 향해 내달리는 짧은 내리막길은 퍽 인상적이다. 동해남부선 철도가 길을 가로지르고, 멀리로는 오륙도가 아스라하다. 영화 ‘해운대’의 포스터를 떠올리면 알기 쉽다. 거대한 쓰나미가 건물과 철길,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덮치는 장면 말이다. 하지만 영화 포스터와 달리 철길 너머 바다는 마치 장판을 깐 듯 잔잔하다. 기차가 지난 뒤 바리케이드가 올라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을 되찾는다. 해가 뜨고 질 무렵 찾으면 한층 서정적인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이런 넉넉한 풍경도 올겨울이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미포 건널목의 한 철도원은 “동해남부선 복선화 공사가 끝나면 기차는 더 이상 미포 건널목을 오가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 말 완공되는 해운대 위쪽의 장산터널을 통해 기차가 오가기 때문이다. 부산 지하철 2호선 중동역 7번 출구에서 미포오거리 방향으로 걸어서 10분이면 닿는다. 글 사진 부산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1) 맛집: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BIFF 광장 맞은편의 자갈치어시장에 생선구이집 10군데가 나란히 줄지어 있다. 볼락 등 6종 모둠구이는 1만 7000~3만 5000원. 제일횟집(246-6442)이 이름났다. BIFF 광장에선 해바라기씨 등이 들어간 ‘씨앗호떡’을 맛봐야 한다. KBS ‘1박2일’의 이승기 덕에 유명해졌지만, 현지인들은 그 탓에 가격이 700원에서 900원으로 ‘폭등’했다며 볼멘소리다. BIFF 광장 인근에 부평동 족발골목이 있다. 여러 업소 중에서도 이혼한 아내와 남편이 10m 거리에서 각각 운영하는 업소가 가장 유명하다니 손맛과 애정은 별개인 듯하다. 족발골목에서 한 블록 떨어진 부평시장은 ‘맛의 보고’다. 거인통닭, 미도어묵 등 부산에서 ‘원조’ 소리 듣는 집은 죄다 몰려 있다. 그중 세정한치모밀(241-5216)은 현지인이 ‘강추’하는 맛집이다. 한치를 살짝 얼려 메밀국수와 함께 낸다. 일종의 술안주여서 오후 5시 이후에나 맛볼 수 있다. 주변 관광지:해운대 센텀시티의 마담투소는 밀랍인형 전시관이다. 영화배우 조니 뎁, 니콜 키드먼, 한류스타 송승헌 등 ‘유명 인사’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인형 하나가 무려 2억원가량 된다고. 가발, 수염 등 소품을 이용해 함께 사진을 찍고 다양한 상황도 연출할 수 있다. 입장료 9000원. 745-1519. ‘뚜껑 없는 버스’로 불리는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알짜배기 시내 일주를 즐겨도 좋겠다. 해운대와 태종대를 기점으로 도는 순환형과 역사문화 탐방, 야경 등을 둘러보는 테마형 등 두 종류다. 테마형은 예약을 하는 게 좋다. 어른 1만원, 청소년 5000원. www.citytourbusan.com, 464-9898.
  • 해녀들과 걷는 ‘숨비소리길’ 제주 구좌읍 일대 9일 개통

    제주의 해녀들과 함께 걷는 ‘숨비소리길’이 탄생했다. 제주도는 해녀박물관 인근인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일대에 길이 4.4㎞ 도보여행길을 만들어 오는 9일 개통한다고 3일 밝혔다. 하도 해녀들이 소라, 전복 등을 캐는 물질을 하기 위해 마을과 바다를 오가는 이 길은 밭담과 조간대(만조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간조 때는 수면 밖으로 드러나는 해안)가 잘 어우러진 순환 코스다. 하도 해안에는 왜구의 침입을 막으려고 쌓은 환해장성과 별방진,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불을 쬈던 불턱, 조간대에 돌담을 쌓아 안에 갇힌 물고기를 잡았던 원담 등의 유적이 남아 있다. 또 천연기념물 제194호인 모새달(바닷가 습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을 비롯해 우묵사스레피나무, 순비기나무, 큰비쑥 등 해안에서 자라는 희귀식물이 분포해 제주의 역사와 생태를 체험할 수 있다. 하도리 해녀는 350여명으로 마을 단위로는 제주에서 가장 해녀가 많다. 한편 오는 8∼9일 제주시 해녀박물관, 하도리 일대에서 제5회 제주해녀축제를 연다. 해녀 전설을 소재로 만든 숨비소리 뮤지컬 공연, 최고의 물질 왕을 뽑는 해녀 물질대회 등으로 꾸며진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제주 해녀축제 옵소예” 새달 8~9일 하도리 일원

    제주 해녀축제가 ‘숨비소리, 세계의 문화유산으로’이란 주제로 다음 달 8일부터 9일까지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과 세화항, 하도리 일원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는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WCC·9월 6일~15일) 기간에 열려 세계의 환경지도자들에게 제주 해녀 공동체 문화의 우수성과 독특함을 보여주게 된다. 축제에는 일본 해녀인 아마 등 국내외 출향 해녀 등이 참여하는 해녀 거리퍼레이드,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공연, 최고령·최연소 해녀 선발, 해녀들의 화합을 위해 마라도·일출봉·강정·추자·차귀도·구좌 하도 등 6개 지역 바다물을 합수하는 행사가 열린다. 또 제주 모슬포지역 해녀 전설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숨비소리 뮤지컬과 제주 최고의 물질왕을 뽑는 해녀물질대회 등도 펼쳐진다. 제주 해녀의 문화와 일상을 체험할 수 있는 숨비소리 길 걷기대회와 해녀 전통 음식요리 대회, 보말 까기 대회, 바릇잡이체험, 물질체험, 해녀 어장 만들기 등 관광객과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소라, 갈치, 넙치, 조기, 광어 등 제주 특산물 무료 시식회와 판매장도 운영된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인간성 잃은 도시인의 뒤틀린 삶 정조준

    소설가에게 분방한 상상은 탓할 일이 아니다. 그 상상이 현실을, 특히 우리가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살아 온 암울하고 모순되고 부조리한 삶을 기반으로 할 때에 특히 그렇다. 현실 세계를 직시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이를 통해 삶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하게 만든다면 오히려 상을 받을 일이다. 박석근(49)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남자를 빌려드립니다’(민음사 펴냄)를 읽으면 이런 생각이 들 법하다. 작가는 199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후 장편소설 ‘외로운 사람들은 바다로 간다’, ‘숨비소리’ 등을 선보이며 유토피아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열정과 방황, 고뇌와 좌절을 그려 왔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현대 도시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성과 자존감을 버린 도시인을 조준했다. 표제작 ‘남자를 빌려드립니다’에서 인간성의 상실 혹은 소외에 대한 탐구라는 작가의 주제의식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실직과 이혼, 감옥살이로 자주적인 삶을 거세당한 주인공은 인력소개사이트에 가입해 하나의 물건처럼 필요한 사람들에게 배달되어 소비되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까다로운 고객의 대역 남편 일을 맡게 된다. 갓 이사 온 집의 벽에 못을 박고, 기울어진 장롱의 수평을 맞추고, 무거운 침대를 옮기는 등 집안에서 남자가 해야할 일을 해준다. 그러다가 어느덧 저녁식사 후 와인 잔을 부딪치는 사이가 된다. 진짜 남편처럼. 심지어 아이의 학교에 가서는 아빠 역할까지 훌륭하게 한다. 감정이 깊어진 그가 여자에게 진짜 남편이 되고 싶다고 고백을 한다. 그러자 여자는 태도가 돌변해 ‘주제도 모르고’라며 독설을 내뱉는다. 잠시 잊고 있었던 비참한 현실이 되살아나고 내면에 웅크리고 있던 그의 자아는 하이에나처럼 그녀를 공격한다. 일곱 편의 단편은 뒤틀린 현실 세계의 목격담 같다. 부를 이룬 사람들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번듯하고 전망 좋은 집으로 이사하지만 오히려 불안함을 느끼고 몇 개월이 되지 않아 집을 떠난다(‘전망좋은 집’). 실력 있는 경제 연구원이 사이버공간에서 만난 아바타 연인을 진짜처럼 여기며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혼동한다(‘아바타를 사랑한 남자’). 옛 가구를 아끼며 상실한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장삿속을 채우는 사람이 결국 자기 꾀에 넘어간다(‘장군의자’). ‘그림자’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림자는 실재의 허상이며 하나의 이미지다. 이미지는 실재를 왜곡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이제 내 카메라 앵글은 그 그림자를 정조준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의 성찰과 실험의 기록이 바로 그의 소설이다. 1만 1500원. 함혜리 문화에디터 lotus@seoul.co.kr
  • 제주 아트센터 19일 개관

    제주시는 오라2동 2만 6691㎡ 부지에 전체면적 9391㎡, 지하 2층, 지상 3층의 제주아트센터(Jeju Art Center)를 신축, 오는 19일 개관한다고 3일 밝혔다. 총 사업비 314억원(국비 20억원·지방비 294억원)이 투입된 제주아트센터에는 1184석 규모의 공연장과 분장실, 조명조정실, 관리사무실은 물론 제주도립 제주예술단의 연습실과 사무실 등이 갖춰졌다. 시는 개관식이 끝나는 오후 7시30분부터 도민들을 위한 축하음악회를 연다. 축하음악회에서는 도립예술단과 제주도청 숨비소리합창단, 신제주성당성가대, 산투스합창단, 펠릭스합창단, 제주주부교실판소리여성합창단 등 400여명으로 구성된 연합합창단이 ‘경축음악회’, ‘투우사의 노래’, ‘축배의 노래’ 등을 부른다. 특히 영화 ‘서편제’의 주인공인 국악인 오정해가 ‘꽃분네야’, ‘배 띄워라’, ‘진도 아리랑’을 선보인다. 김태백 제주아트센터 총괄담당은 “도민들을 위한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문화예술 공연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걷는 즐거움|섬 밖의 섬, 제주 우도를 걷다

    걷는 즐거움|섬 밖의 섬, 제주 우도를 걷다

    지는 해는 언제나 ‘다사다난’하고 새해는 언제나 가슴 뛰는 ‘기대’에 부풀게 합니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과 같을 것이라는 걸 알고 살아가지만 우리는 새해가 올 때마다 새 희망의 주머니를 만들어 새로운 365일을 담습니다. 새로운 365일, 8,670시간, 525,600분, 31,536,000초를 새해란 주머니에 담으며 가슴 뛰는 삶을 살기 위해 축원합니다. 지는 해와 새로 뜨는 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제주 우도를 걷습니다. 섬의 생김새가 소가 드러누웠거나 소가 머리를 내민 모습을 닮았다고 우도(牛島)라고 합니다. 우도를 걷는다는 것, 그건 소를 걷는 일이 아니라 소를 찾는 심우행(尋牛行)일지도 모릅니다. 그건 또 소처럼 느릿느릿 걷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빠르게, 더 빠르게 혹은 포르테, 포르티시모로 돌아가는 시간의 시침, 분침, 초침의 속도가 아니라 착한 눈망울을 가진 우도의 소처럼, 소의 걸음걸이로 천천히 오래오래 걸어보는 일이 우도를 걷는 것입니다. 올레의 성공으로 전국적으로 걷기 열풍이 불고 있는 요즘 제주를 상징하는 말이 ‘한라산’이 아니라 ‘올레’가 된 것 같습니다. 올레는 ‘제주 탯말’입니다. ‘거릿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올레’라 합니다.(사단법인 제주올레 http://www.jejuolle.org에서 인용) 또한 올레란 제주를 발로 걷는 사람들의 대명사입니다. 승용차로 씽씽 달리기만 했던 제주 관광의 속도가 이 올레 때문에 소처럼 느릿느릿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제주에는 모두 아름다운 15개 코스의, 제주를 새롭게 보는 올레길이 만들어졌습니다. 최근에는 우도에도 1-1코스의 공식 올레길이 만들어졌습니다. 총 16.1km, 소처럼 걸어서 4~5시간이 걸리는 올레길입니다. 제주에서 우도를 찾아가는 길은 새해가 뜨는 성산 일출봉을 찾아가야 합니다. 일출봉이 있는 성산포 성산항에서 우도로 가는 배를 타고 건너가 우도 천진항에 내리면 그곳에서부터 우도 올레는 시작됩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소개하는 우도 올레길은 이렇습니다. ‘천진항-쇠물통 언덕-서천진동-홍조단괴해빈 해수욕장-하우목동항-오봉리 주흥동 사거리- 답다니탑-하고수동 해수욕장-비양도 입구-조일리 영일동-검멀래 해수욕장 -망동산-꽃양귀비 군락지-우도봉정상-돌칸이-천진항.’ 마치 비밀지도 같습니다. 거쳐야 할 곳이 많다고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습니다. 길을 안내하는 올레 전용 하늘색 화살표가 곳곳에 그려져 있어 그 화살표를 따라가면 됩니다. 그렇다고 그것은 ‘지시’도 ‘약속’도 아닙니다. 그건 ‘안내’일뿐입니다. 그 표식을 무시하고 마음 가는대로 자기가 걷고 싶은 곳을 따라 걸어도 됩니다. 그러나 올레 화살표는 어린 시절의 보물찾기처럼 숨어 있기도 해서 그것을 찾아가며 걷는 것도 ‘걷는 맛’에 찾는 ‘즐거운 맛’을 더해줍니다. 쌓아 놓은 돌담 중에 꼭꼭 숨어 있거나, 주민이 사는 집의 처마 밑에 슬쩍 숨어 있는 표식을 찾아내는 재미가 우도 올레의 ‘별미’이기 때문입니다. 제주는 섬이지만 우도는 그 섬 밖의 작은 섬입니다. 그 섬을 걷는 길은 섬을 따라 도는 둥근 글입니다. 우도 올레는 섬을 따라 걷다가 사람이 사는 마을에 들렸다 가기도 하고 예술품 같은 돌담을 지나가기도 합니다. 우도를 걷다보면 우도봉을 배경으로 우도의 모습처럼 웅크린 소를 만나기도 하고, 돌담 건너편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제주 말을 만나기도 합니다. 거기다 더더욱 반가운 것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걷는 사람들입니다. ‘반갑습니다’라고 나누는 한마디 인사에 마음이 눈부신 우도 바다처럼 열립니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참 바쁘게 걸어가며, 아니 종종걸음 치며 살았나 봅니다. 우도를 걸어가며, 우도를 발로 읽어가며, 새해부터는 천천히 걸어가겠다고 다짐을 해봅니다. 그것이 어쩌면 지키지 못할 우리가 우리에게 하는 약속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발에서 몸을 통해 심장으로 전해지는 우도의 느릿느릿 문장은 오랫동안 우리를 생각하게 만들 것입니다. 생각하면 가슴 뛰게 할 것입니다.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우도를 걸어가며 우도 사람을 만나 우도 이야기를 듣습니다. 우도팔경이 있다고 합니다. 한낮의 동굴에서 달을 본다는 주간명월(晝間明月), 밤 고깃배의 풍경을 일컫는 야항어범(夜航漁帆), 동천진동에서 한라산을 바라본다는 천진관산(天津觀山), 지두의 푸른 모래를 뜻하는 지두청사(指頭靑沙)가 있습니다. 또 우도를 바라본다는 뜻의 전포망도(前浦望島), 바다를 등지고 솟아 있는 바위 절벽을 보는 후해석벽(後海石壁), 동쪽 해안의 고래굴 동안경굴(東岸鯨窟), 서쪽의 흰 모래톱 서빈백사(西濱白沙)가 있습니다. 우도팔경은 우도의 낮과 밤, 하늘과 땅, 앞과 뒤, 동과 서가 있습니다. 우도를 정확하게 읽어 낸 우도사람들의 지혜가 있습니다. 우도를 걷다가 나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하나뿐인 산호백사장인 ‘서빈백사’의 눈이 시린 푸른 바다에서 마음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제주는 큰 섬이라 지붕이 높지만 우도는 작은 섬이라 지붕들이 낮습니다. 그렇게 소박하게 사는, 우도의 소처럼 착한 눈을 가진 우도사람들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마을마다 있는 해녀들의 집에서 만난 우도해녀들의 숨비소리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천천히 걷습니다. 제주에는 날개 부분에 비양도가 있습니다. 해가 뜨는 동비양이 있고 해가 지는 서비양이 있습니다. 그래서 동비양의 양에는 ‘볕양(陽)’을 쓰고, 서비양의 양에는 지는 해를 건져 올린다는 ‘나타낼 양(楊)’을 씁니다. 우도에 그 동비양이 있습니다. 우도의 끝. 거기에 무인등대가 서 있고, 등대로 가는 길은 파도가 들면 지워지고 파도가 빠지면 나타납니다. 그 앞에 서서 소의 해 기축년을 보내며 호랑이 해인 경인년 새해를 기다립니다. 누구에게나 공평에게 오는 새해. 그 새해가 희망이라는 이름이길 바랍니다.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모든 사람들에게도. 송구기축(己丑)! 영신경인(庚寅)!! 글·사진_ 정일근 기획위원
  • 올레길 열풍 제주경제 달군다

    22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등산복 차림의 40~50대 아주머니들이 우루루 몰려 나왔다. 인천에서 왔다는 한 아주머니는 “제주 올레가 하도 유명하다길래 동네 친구들끼리 곗돈을 부어서 송년 모임을 겸해 올레를 찾아왔다.”면서 서둘러 서귀포행 버스를 타고 공항을 떠났다. 전국에 도보여행 바람을 몰고 온 제주 올레는 제주공항의 모습도 바꾸어 놓았다. 제주공항 관광안내소 관계자는 “올레길 인기가 치솟으면서 요즘 주말이면 여행용 가방 대신 베낭을 둘러멘 아저씨, 아주머니 단체 올레꾼들이 공항을 점령해 버린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직장인 김모(54)씨는 요즘 직장 동료 4명과 한 달에 한 번씩 제주를 찾는다. 매월 넷째주 금요일 부산항에서 밤배를 타고 토요일 아침 제주에 도착해 제주 올레를 걸은 후 토요일 밤 다시 밤배로 제주를 떠난다. 김씨 일행은 지난 여름휴가 때 제주에 왔다가 올레의 아름다움에 푹빠진 후 올레 14개 전 코스 도보답사를 목표로 시간이 날 때마다 제주를 찾는다. 제주 올레가 유명세를 타면서 김씨처럼 올레 전 코스를 차례로 답사하는 올레 마니아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씨는 “코스별로 색다른 아름다움과 감동이 있어 백두대간 종주처럼 전 코스를 답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제주 올레 마니아들의 증가와 함께 부산과 인천 등에서 주말에 뱃길을 이용해 제주를 오가는 10만원 안팎의 저렴한 올레 체험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의 전통 토속 음식인 고기국수는 그동안 옥돔이나 갈치, 고등어 요리에 밀려 관광객들은 거들떠 보지 않았다. 돼지고기 뼈를 고아 만든 국물에다 국수와 돼지고기 편육을 얹어 먹는 고기국수는 제주사람들만의 음식이었다. 그러나 제주 올레가 탄생한 이후 고기국수를 맛본 올레꾼들이 ‘맛도 뛰어나고 한끼 식사로도 든든하다.”는 입소문을 내면서 고기국수는 올레꾼들이 가장 즐겨먹는 인기 음식으로 떠올랐다. 서귀포 지역 올레코스 주변에는 지난 2년간 고기국수 등 향토음식을 파는 식당이 250여개나 늘어났다. 대형마트와 24시 편의점에 밀리던 올레 주변 동네 상점들도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 생수 판매율이 늘어나 폐점 위기 마을 상점 20곳이 영업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 관광호텔에 밀려 침체기를 맞던 서귀포 시내 여관 등 20여곳은 올레꾼 전용이나 하루 1만원짜리 게스트하우스로 새 단장해 성업 중이다. 제주 올레에 푹빠진 올레꾼들이 ‘올레 갈레’라는 제목의 올레송도 탄생시켰다. 제주 올레 전 코스를 답사한 올레 마니아인 경원대 양금식(53) 겸임교수의 작사·곡인 올레송은 오는 26일 제주올레 제15코스 개장행사 때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올레송은 ‘놀멍 쉬멍 쉬멍 놀멍 혼저옵서예(놀면서 쉬면서 쉬면서 놀면서 어서 오세요)’ 등 제주방언과 해녀가 물질을 마치고 수면으로 솟구칠 때 내는 숨비소리인 ‘휘~’, 감동의 소리 ‘햐~’ 등을 후렴구로 곁들여 신명을 돋운다. 제주 올레를 찾는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로 된 올레송도 만들 예정이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물, 빛, 바람, 소리…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생명의 에너지

    물, 빛, 바람, 소리…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생명의 에너지

    고도 100km의 인공위성이 촬영한 제주도의 이미지는 거대한 야수의 눈처럼 보인다고 한다. 검푸른 환태평양 위에 떠 있는 푸른 제주도는 밖으로 바라보며 세계를 보듬고, 안으로 영혼을 성숙시킨다. 지난 6월 말 문을 연 제주도립미술관이 개관전 타이틀을 ‘환태평양의 눈’으로 정한 이유다. 세계로 열려 있는 제주도에서 도립미술관이 생명을 집어 넣는 눈동자 역할을 하겠다는 야심이다. 연일 섭씨 30도 이상 계속되는 지난 주말 제주도립미술관을 찾았다. 미술관은 일명 ‘도깨비 도로’와 인접한 곳으로, 제주공항에서는 차로 20~30분 거리에 있었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제주도립미술관은 3만 9000㎡ 터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7087㎡ 규모. 노출 콘크리트 건물로 건립에만 181억 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미술관 공원 입구에는 노란 원복 차림의 유치원생들이 병아리떼처럼 줄을 지어 미술관을 방문하고 있었다. 미술관 전면을 감싸고 있는 얕은 연못에는 서성봉씨의 설치 작품이 보였다. 갈색 나무둥치를 금속의 알루미늄 선이 감싸고 있다. ●새달 30일까지… 빌 비올라 등 세계 유명작가 36명 작품 전시 개관전인 ‘환태평양의 눈’에는 4개의 전시가 한번에 진행됐는데, 이 중 반드시 봐야 하는 메인전시는 국내외 최고의 작가들의 작품이 모여 있는 ‘숨비소리’다. ‘숨비소리’란 해녀들이 물질을 하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물 밖으로 나오면서 내뱉는 휘파람 소리 ‘호오이’를 뜻한다. 전시는 현실과 이상, 삶과 죽음의 세계를 넘나들며 생명의 무게를 정화하는 숨비소리를 모티브로 삼아 제주도의 바람과 물, 빛, 소리를 형상화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빌 비올라, 제임스 터렐, 테오 얀센 등 세계적 작가들을 포함한 11개국 36명의 회화, 사진, 설치, 미디어 작품을 모았다. 전시는 자연과 생명의 에너지를 주제로 한 1부 ‘생명의 에너지-바람, 물, 빛 그리고 소리’와 2부 인간의 삶에 초점을 맞춘 ‘호흡하는 공간들’로 나뉘어진다. 우선 미술관 오른쪽 입구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파도처럼 율동하는 유리조각을 만날 수 있다. 키네틱아티스트인 톰 윌킨슨의 작품 ‘라이트웨이브(Light Wave)’로 런던에서 빌려 온 작품이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소리· 빛 · 바람을 보여 주는 작가 개별적인 작품들이 펼쳐진다. 미래세계의 기계곤충이나 기계꽃, 기계애벌레와 같은 조각품을 설치한 최우람씨의 작품이나, 깜깜한 방에 스피커 수십 개를 공중에서 수평으로 연결해 설치한 뒤 빗소리를 들려 주는 김기철씨의 ‘소리보기-비’는 소리의 시각화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스피커에 매달아 놓은 투명한 낚싯줄은 가늘게 들이치는 비처럼 보인다. 제주 출신인 부지현씨의 작품 ‘휴(休)-집어등과 LED’는 오징어잡이배의 집어등을 줄을 지어 늘어 놓고, 파랗게 노랗게 불을 켜기도 하고 때론 암전을 만들어 색다른 경험을 제시한다. 집어등에 걸리는 것이 오징어만이 아니라 욕망에 시달리는 인간이기도 한데, 깜깜해진 전시실에서 마음을 내려 놓을 법도 하겠다. 김수영의 시를 연상케 하는 파란 풀들이 누웠다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날 것만 같은 안병석씨의 회화 ‘바람결’에서는 바람을 느껴 보기도 한다. 이 배경의 ‘Mirror of minds’는 관객들의 움직임을 미디어영상으로 재현케 해 주는 상호작용의 작품이다. 점점 녹아 가는 빙하와 미지의 대륙을 정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 주는 릴릴의 영상 드로잉 작업도 신선하다. 긴 파이프에서 아름다운 새소리 등을 뱉어 내는 김병호씨의 작업도 익숙하지만 재밌다. ‘빛과 공간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제임스 터렐의 홀로그램은 빛의 속성을 잘 보여 주는 작품으로 인기가 있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빛의 크기와 형태, 색깔이 변화한다. 명상와 치유의 빛이라는 평가. ●제주 출신 부지현·日 오니시 야스아키 작품 눈길 끌어 2부에서도 볼 만한 작품이 많다. 일본 작가 오니시 야스아키의 작품 ‘레스트릭션 사이트(Restriction Sight) AAC’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기를 모은다. 깜깜한 방에 놓인 엷고 투명한 비닐에 공기가 차오르면서 부풀었다가 가라앉는다. 형광색의 노란 점들이 비닐의 팽창에 따라 조밀하게 모여 있다가 퍼져 나가는 모습이 우주의 빅뱅처럼 보인다. 자세히 보면 큰 공 안쪽에도 작은 비닐 공이 숨쉬듯이 팽창과 수축을 되풀이하며 마치 숨을 쉬는 생명체처럼 보인다. 영국 작가 잉카 쇼니베르의 비디오 작품은 잘 봐야 한다. 거울 앞에 발레리나 한 명이 춤추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명의 무용수가 ‘백조의 호수’의 ‘오딜과 오데트’ 역할을 맡아 아주 똑같이, 진짜 거울처럼 춤추고 있다. 한 사람은 흑인, 한 사람은 백인이기 때문에 카메라가 근접 촬영했을 때 확인할 수 있다. 백인을 중심으로 흑인이 거울 속 인물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거울 속 인간은 백인 무용수로 바뀌는 트릭도 숨어 있다. 선과 악은 이렇게 바뀌고 교체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다. 미국출신의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의 비디오작품 ‘의식(Observance)’은 대단히 느리게 재생되는 비디오다. 오디션을 통해 뽑은 18명의 배우는 누군가의 장례식장이나 비통한 상황에서 보여 주는 슬픔과 고통을 얼굴 표정과 손가락의 움직임, 몸짓 등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인간의 사회와 정치, 문화가 모두 담긴 3.8t 분량의 신문을 쌓은 뒤, 그 사이사이에 식물 씨앗을 심고 발아시킨 김주연씨의 작업은 개막시점에서 보여준 파란 싹들이 이제 사라지고, 갈색으로 죽어 있어서 아쉬웠다. 외부에서 대부분 빌려온 개관전 작품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제주도민은 물론 제주공항에서 가까운 만큼 방문길에 꼭 관람하길 기대해 본다. 다만 제주도립미술관을 둘러싸고 잡음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아 다음 기획전들에 대한 걱정은 적지 않다. 9월 30일까지. 무료. (064)710-4300 제주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제주미술관 ‘환태평양의 눈’ 展

    제주도립미술관이 26일 개관을 기념해 ‘환태평양의 눈(Eye of the Pacific Rim)’ 전을 미술관 전관에서 연다. 전시는 개관기념 국제전인 ‘숨비소리(SU:MBISORI)’와 상설전시로 ‘제주미술의 어제와 오늘(Jeju Art:Yesterday and Today)’, 21개국 어린이 1000여명이 참여한 ‘세계어린이 환경미술제(World Children´s Eco Art Festival)’, ‘바다를 닮은 화가:장리석 (Artist Being Like The Sea:Chang Lee-suok)’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9월30일까지. (064)713-1492.
  • 가슴 먹먹해지는 소리들의 향연

    가슴 먹먹해지는 소리들의 향연

    날이 쨍하면 전남 완도에서 손에 잡힐 듯 내다보이는 남해 바다의 아담한 섬 생일도. 그의 첫 시집은 노을이 베고 누운 생일도의 붉은 빛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처음에는 생일도의 황토빛인 듯 노을빛인 듯 붉은색에 눈이 사로잡힌다. 하지만 시집을 열고 읽다가 가만히 눈감으면, 아련히 들려오는 숨비소리(해녀들이 물 위로 올라와 휘파람처럼 내뱉는 숨소리)를 비롯해 고요한 밤 빗방울 후두둑거리는 소리, 어느날 아침 직박구리의 활기찬 수선스러움 등이 들려온다. 200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김일영의 시집 ‘삐비꽃이 아주 피기 전에’(실천문학사 펴냄)는 정서와 이미지를 ‘소리’에 집중했다. 김일영의 등단 이후 첫 시집이자 실천문학이 지난 3월 180번째 실천시선인 ‘밥그릇 경전’(이덕규)부터 시작한, 표지 디자인 변화의 두 번째 시집이다. 디자이너 안상수가 시인의 고향과 시인의 문학적 시원(始原)을 색깔과 이미지로 표지에 담아냈다. ‘삐비꽃’의 붉은색 표지는 김일영의 고향인 생일도 황톳길에 떨어진 동백꽃의 색깔이기도 하고, 노을이 비낀 섬의 색깔이기도 하다. 표제작이자 그의 등단 작품인 ‘삐비꽃’은 가슴 먹먹해지는 소리들의 잔잔한 향연이며, 시집에 담긴 다른 모든 작품들의 청각적 이미지를 잉태하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섬세한 시인의 정서와 유년의 기억이 숱한 붓질로 덧칠된 한 폭의 강렬한 색깔의 풍경화이기도 하다. 이 시가 노을이 저녁 바다를 물들이듯 시 읽는 이들 사이에서 이미 소리없이 퍼진 까닭이다. ‘목숨의 깊이에 다녀온 어머니에게서 바람 비린내가 났다’(‘숨비소리1’)라든가 ‘전생처럼 먼 전화기 저쪽에는 아직도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고 있을까’(‘숨비소리3’)와 같은 시어들은 김일영의 심상 한 곳에 박힌 ‘소리로서 고향의 원형’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인적 드문 도시의 밤을 그려낸 ‘소리의 방’ 연작시 등 청각으로 시의 열정이 집중돼 있다. 게다가 김일영이 추구하는 시 세계가 단순한 감각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 특히 고무적이다. 기계적인 도식을 들이대자면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절묘한 결합이 돋보이는 것이고,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새로운 시 세계의 선구자 역할인 셈이다. 문학평론가 이명원은 “귀로 만져야 할 작품들”이라면서 “감각하거나 지각하는 공감각적 추구는 초월성을 강력하게 환기시키고 있다.”고 평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16) 제주 우도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16) 제주 우도

    제주 성산포 앞바다에 떠있는 우도는 이름 그대로 소섬이다. 섬의 형태가 소가 드러누웠거나 바다로 머리를 내민 모습과 같다고 하여 우도라 불린다. 우도는 제주도가 거느리는 62개의 새끼 섬 중에서 가장 크다. 그래 봤자 면적 5.9㎢(650㏊, 196만평), 남북의 길이 3.5㎞, 동서로 2.5㎞밖에 되지 않는다. 해안선 길이는 모두 합해서 17㎞. 이렇듯 크기는 작아도 ‘가장 제주다운 풍경을 간직한 옹골찬 섬’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우도를 제대로 보려면 느리게 다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은 자가용이나 관광버스에 올라 포인트만 찍고 두세 시간 만에 섬을 빠져나간다. 이런 수박 겉핥기식 여행에서 벗어나야 우도의 속살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전거로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우도봉을 걸어서 느긋하게 감상하는 것이다. ●제주의 원형을 간직한 소처럼 착한 섬 성산항에서 배를 타면 15분 만에 우도 서광리 하우목동항에 닿는다. 배에서 내리면 우도 마을버스가 기다리고 있고, 그 옆에 자전거 대여소가 보인다. 여기서 자전거를 빌려 왼쪽 해안길을 선택해 출발한다. 우도는 경사가 완만한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게 힘이 덜 든다. 길은 짙푸른 바다를 왼쪽에, 현무암을 쌓아 만든 검은 돌담을 오른쪽에 두고 있다. 그 사이로 힘껏 페달을 밟으면 청량한 바닷바람이 온몸을 어루만진다. 서광리에서 우도의 가장 북쪽인 오봉리로 가는 길에는 푸른 잉크를 풀어낸 듯 넘실대는 바다에서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있다. 자맥질을 하고 올라와서 길게 내뱉는 숨비소리가 파도 소리를 뚫고 들려온다. 마침 길에서 한 무리의 해녀들을 만났다. 망태기 짊어지고 무거운 납벨트를 두른 채 구부정한 허리로 발걸음을 옮기는 늙은 해녀들. 안타깝게도 대부분 60~70대의 노인들이었다. 짧은 인사를 나누자마자 마른 쑥으로 물안경을 닦더니, 아무 주저함 없이 거친 파도를 향해 차례대로 뛰어들었다. 헤엄칠 때 필요한 도구인 ‘태왁’ 하나에 의지해 거센 파도 속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정말로 감동적이었다. 용암이 굳은 현무암 돌담이 유독 많은 오봉리는 배우 전도연이 주인공으로 나왔던 영화 ‘인어공주’ 촬영지로 유명하다. 영화에서 돌담 너머로 펼쳐진 싱그러운 바다풍경이 인상적이었다. 구멍 숭숭 뚫린 돌담 안에선 해풍을 맞으며 우도 특산물인 마늘, 땅콩 등이 쑥쑥 자라고 있다. ●숨비소리 들리는 해녀들의 섬 오봉리에서 오른쪽으로 모퉁이를 돌면 하고수동이다. 관광객들은 우도 최고 절경으로 산호사 해수욕장을 꼽지만, 우도 사람들은 하고수동 해수욕장을 으뜸으로 친다. 두 곳 모두 에메랄드빛 해변이 압권이지만 하고수동의 백사장이 넓고 물이 얕아 놀기에 좋다. 하고수동에서 다시 해안길을 따르면 우도봉 동쪽 아래 깎아지른 벼랑을 만난다. 벼랑 아래에 검은 모래가 깔린 검멀래 해변이 있다. 모래사장으로 내려오면 일명 콧구멍굴이라 불리는 큰 동굴로 들어갈 수 있다. 이곳이 우도8경 중 하나인 동안경굴(東岸鯨窟)이다. 파도가 뚫어놓은 이곳은 ‘고래가 살 수 있을 만큼 큰 동굴’이라 가끔 동굴음악회도 열린다. 우도봉(133m)은 이곳에서 오르는 것이 좋다. 본래는 천진항 앞에서 들어가는 것이 메인 코스지만 경사가 급하다. 그래서 자전거를 이용할 경우에는 좋지 않다. 동굴밥상 리조트 앞에 자전거를 세워 두고 10분 정도 오르면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시원한 초원길을 따르면 곧 하얀 등대가 나타난다. 우도 등대는 돔형의 탑으로 1906년 3월1일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옛 등대는 100년간의 임무를 완수하고 퇴역했다. 그 옆에 손자뻘인 16m 높이의 100주년 기념 등대가 서 있다. 등대 1층에는 우도등대와 세계 각국의 등대 모형이 전시된 등대박물관이 있다. ●100주년 기념 등대가 세워진 우도봉 등대가 서 있는 자리에서 전망이 기막히게 트인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망망대해가 우도8경 중 지두청사(地頭靑莎)다. 고개를 돌리면 우도의 여러 마을과 들녘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 왕관을 쓴 듯한 성산일출봉과 멀리 한라산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우도봉의 가장 높은 곳은 군부대가 들어섰기에 아래쪽으로 우회해 반대편 언덕으로 올라선다. 이곳부터는 천연 잔디가 깔려 개구쟁이들은 신나게 굴러서 내려간다. 펑퍼짐한 우도봉의 품은 부드럽고 포근하지만 바다를 맞댄 곳은 까마득한 벼랑이다. 우도봉에서 내려와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넘으면 천진항에 이른다. 천진항부터는 길이 순해 콧노래가 절로 나고, 우도8경 중 최고로 손꼽히는 서빈백사(西濱白沙) 즉, 산호사 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자전거는 산호사 해수욕장을 끝으로 하우목동항으로 돌아오게 된다. 우도를 떠나려고 배를 기다리는데, 서광리 해변에서 나지막이 숨비소리가 들려온다. 아직 해녀들의 물질은 끝나질 않았다. 자전거로 우도의 해안선 17㎞를 한 바퀴 도는데 4시간, 우도봉은 1시간쯤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여행전문작가 ●가는 길과 맛집 제주 공항에서 성산읍 성산항까지 우도 콜택시(080-725-7788)를 이용한다. 공항→성산항 1만 7000원, 성산항→공항 2만 2000원. 50분 걸린다. 일반 택시 미터요금으로는 3만원 안팎이 든다. 성산항→우도는 08:00~18:00 매시 정각 출발한다. 성산포항 064-782-5671. 천진동항 앞 우도일번지(064-783-0015)의 해물뚝배기와 성게국수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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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통합론과 북한문학(박태상·권영민 지음, 한국방송통신대 펴냄) 일순 꽁꽁 얼어 붙은 엄혹한 시기의 한반도, 정치의 영역에서 할 수 없는 일을 문화(문학)가 해낼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저자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한 몫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남북은 차이보다는 더 많은 동질성을 갖고 있는 만큼 ‘문화공조를 통한 통합모델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 문학, 이론에 원전 텍스트 분석을 통해 그 성과와 한계 등을 실사구시적으로 지적했다. 9900원. ●미네르바(명운화 지음, 북포스 펴냄) 처음에는 무서우리 만치 정확한 경제 예측 능력으로 뜨거운 각광을 받았고, 이제는 인터넷 공간에서 박탈당한 표현의 자유의 상징이 된 ‘미네르바’를 소재로 한 팩션(팩트+픽션) 소설이 나왔다. 인터넷 논객 ‘김래호’가 등장해 IMF 환란을 예견하고,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지리라는 것을 적시한다. 현실과는 다르게 소설 속의 미네르바는 그 능력을 인정받아 ‘청와대 경제정책분과 위원’으로 일하거나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위원’으로도 활동한다. 명운화는 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소설로 등단한 작가다. 9800원. ●괜찮아, 네가 있으니까(안도현·김연수 등 23명 지음, 마음의숲 펴냄) 안도현, 정끝별, 김연수, 문태준, 박민규, 백가흠, 나희덕, 이혜경, 공선옥 등 한국 문단의 젊은 시인, 젊은 소설가들의 글을 모두 끌어 모았다. 담너머로 엿보이는 시인의, 소설가의 번다한 일상을 엿보는 듯도 하고, 장롱 밑에 감춰 뒀던 사진앨범을 몰래 꺼내 보는 기분도 드는, 그리 길지 않은 글 23편이 실린 ‘종합선물세트’다. 1만원. ●숨비소리(홍명진 지음, 삶이보이는창 펴냄) 제주에서 태어나 해녀가 된 뒤 고향을 등지고 타향살이를 해온 한 여인의 일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어머니 세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시대, 4·3 사건, 베트남 전쟁 등 현대사의 한복판을 살아온 그는 역사와 시대를 명확하게 정의하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한 몸에 억압과 폭력을 고스란히 기억해 놓았다. ‘숨비소리’는 해녀가 물 위로 올라온 뒤 참았던 숨을 내뿜을 때 나는 소리를 말한다. 홍명진은 2001년 ‘바퀴의 집’으로 전태일문학상을 받았다. 지난해 ‘터틀넥 스웨터’로 경인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재등단했다. 1만원.
  • [책꽂이]

    ●익생양술(益生養術)(권혁세 지음, 동의서원 펴냄) 한국민간요법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약초연구가가 60년 동안 전국을 누비며 채집한 약재와 민간요법 처방을 집대성했다.888가지 질병 증상에 따른 2만가지 약용식물과 민간요법, 처방을 담았다.1000가지 약재를 활용한 주침요법, 탕편요법, 약차요법, 식이요법 등 조제술과 자가진단법이 수록됐다. 전 4권.100만원.●철학정원(김용석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생각은 머리가 아니라 온몸으로 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지은이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전으로, 또는 흔히 고전으로 취급해 오지 않은 작품들을 고전삼아 철학적 사고를 전개한다. 고전과 철학을 연계해서 고전을 어떻게 읽을 것이며, 어떻게 의미를 추출해내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고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1만 5000원.●나, 마이크로 코스모스(베르너 지퍼·크리스티안 베버 지음, 전은경 옮김, 들녁 펴냄) ‘나’라는 것이 무언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과 뇌·마음 자아에 대한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의 최근 연구 결과 및 그와 관련된 시사점들을 경험적 사례를 들어 제시하고 있다. 심리학과 심리철학에서 최근 논의되는 중심문제들에 대한 큰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1만 3000원.●미국의 교양을 읽는다(김문희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미국의 대학원 입학 자격 시험인 GRE의 에세이 토픽으로 미국인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읽어낼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짧고 간결하면서도 자신의 논지를 뒷받침할 핵심적인 예증을 통하여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미국식 글쓰기의 전형도 맛볼 수 있다.1만 5000원.●고전, 그 새로운 이야기(권순긍 지음, 숨비소리 펴냄) 고전소설은 재미있는데 고전소설을 설명한 논문이나 책들은 왜 재미가 없을까를 고민한 세명대 한국어문학과 교수의 고전소설 해설 에세이. 예를 들어 ‘흥부전’을 통해 ‘흥부전’에 관한 내용 뿐만 아니라 돈의 문제, 심지어는 오늘날 왜 사람들이 탐욕스러운 놀부를 선호하는가의 문제도 다루었다.1만원.●150장의 명화로 읽는 그림의 역사(로이 볼턴 지음, 성우 펴냄) 서양미술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작품 150점을 선정해 각 작품의 특징과 미술사적 의의를 설명한 뒤 화가에 대해 짧게 서술했다. 꼭 긴요한 이야기만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있어 읽어가다 보면 복잡한 미궁처럼 보였던 서양미술사가 어느새 환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2만 2000원.●결혼은 행복한 장례식이다(김영택 지음, 이가서 펴냄) 부부 피정 프로그램과 부부 사랑 특강을 진행하면서 부부 문제 해결 전문가로 명성을 쌓은 김영택 신부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감성적으로 풀어냈다. 지은이가 정립한 부부 관계의 새로운 시각을 대중가요, 시, 희곡, 에세이, 신문기사 등으로 인용해 독자에게 친근하게 전달하고 있다.9000원.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3) 물질로 기른 탐라여성의 강인한 힘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3) 물질로 기른 탐라여성의 강인한 힘

    ‘해녀’가 아니라 ‘잠수(潛嫂)’다.단일 마을로는 이 잠수가 가장 많아 108명에 이르는 서귀포 법환리의 조계화(65) 잠수회장은 “어릴 적에도 해녀보다는 잠수라는 말을 더 많이 썼다.”고 증언한다.더러 ‘잠녀’라는 말도 쓰지만 잠수가 본딧말.일본에서 건너온 ‘해녀’라는 용어가 지배하고 있으나,‘확실히’ 잠수가 맞다.왜 그런가. 문헌을 살피면 ‘나잠(裸潛)’이라는 말이 보인다.나잠은 남녀를 포함한다.여성 전업은 아니어서 남자들도 물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가거도 같은 오지에도 남자 잠수가 많았으며,요마적에는 동해안에도 남자 잠수가 늘고 있다.이런 사정인데도 근래 ‘해녀’라는 말이 두루 쓰인다.하지만 역사적으로 해남(海男)이 엄연히 존재하는 이상 해녀가 모든 잠수의 대표 명칭은 될 수 없다.교과서부터 고칠 일이다. 천대받던 잠수가 ‘뜨고’ 있다.공민왕 시절 최영 장군이 몽골의 묵호들을 토벌한 마지막 격전지 법환리를 찾아드니 문화관광부에서 아예 역사문화마을로 지정했다는 입간판까지 서있다.지난 여름에는 이곳에서 잠수축제도 열렸다.그러나 잠수로 먹고 살려는 이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어리석게도 ‘잠녀잡녀(潛女雜女)’라고 경멸했던 전근대적 풍조가 잔존하는 데다 같은 제주도에서도 반가(班家)를 표방하는 이들은 물일을 피했다.험한 물일을 하지만 잠수하는 이들도 여자다.늘상 소금물에 몸을 담그니 아무리 가꾼들 피부가 어찌 거칠지 않으랴.요즈음 젊은 여성에게 매일 소금물에 몸을 담그라면,아마 억만금을 줘도 못할 일이리라. ●우는 아기 구덕에 실어두고 바다로 조선 정종 때 신광수(申光洙)는 석북집(石北集)에서 이 잠수의 광경을 이렇게 생생하게 묘사했다.“일시에 긴 파람으로 숨을 토해내니,그 소리 비장하게 움직여서 수궁 깊이 스민다.”잠수의 한이 가히 용궁까지 미칠 듯하다.풍덩풍덩 물로 뛰어드는 모습이 마치 필사의 돌격대같다.숨쉬러 올라오면서 고요했던 바다는 갑자기 숨비소리로 충만해진다.매서운 엄동설한에도 우는 애기를 애기구덕에 실어두고 한숨 들이마신 뒤 뛰어드는 바다물질. 세종조 때 기건(奇虔) 목사가 눈보라가 하늬바람에 얹혀 매섭게 휘몰아치던 날,순력에 나섰다.그런데 엄동설한에 발가벗은 여인들이 무리지어 바다로 뛰어드는 것이 아닌가.목사는 질려버렸고,그로부터 염치지심(廉恥之心)이 용납하지 않아 그네들 손으로 잡아올리는 전복이나 소라 따위를 일절 먹지 않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세월은 바뀌었지만,지금도 전복 따위를 먹을 때는 한번쯤 잠수들을 떠올려 볼 일이다. 법환리에서도 예전에는 16∼17세가 되면 물질에 나섰다.꼬마들은 연습삼아서 얕은 ‘갓’(물가)에서 보말을 잡거나 우뭇가사리를 뜯었다.같이 배운 물질이지만 능력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헤엄 잘치고,채취 잘하고,신체 건장한 여자를 ‘상군’이라고 하고 그 밑으로 ‘중군’과 ‘하군’이 층을 이루고 있다.상군과 하군의 격차는 생각보다 커서 ‘내려갈 땐 한빗,올라올 땐 천칭만칭 구만칭’이란 속담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범섬 주변은 배를 타고 나가 물질을 하고,‘갓’에서는 헤엄치면서 채취한다.주로 전복 소라 오분재기 보말 성게 해삼 톳 감태 갈래곰보 우뭇가사리 등을 채취하는데,역시나 해중 보물은 전복.봄이 오면 해경(解警),혹은 허채(許採)라 하여 금지했던 작업이 일제히 풀린다.미역은 2∼3월에 베어내며,봄철이 지나면 녹음이 짙어 뻣뻣해지므로 식용이 불가능하다.감태는 여름철에 종괴호미로 베어내 거름으로 쓰는데,이 거름을 한번 뿌리면 삼 년은 비료를 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땅이 걸어진다. ●백화현상으로 해초 사라져 환경이 변하면서 전복은 눈을 씻어도 찾아보기 어렵다.소라도 수십 년을 살아 날카로운 돌기가 떨어져 나간 탓에 ‘둥구쟁이’라고 불리는 놈들은 찾아볼 수 없다.5년여 전부터 이 바다에도 백화현상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해초들도 대거 사라지고 말았다.바다가 하얗게 변하는 이른바 ‘갯녹음’이 시작된 것이다. 잠수들은 한달에 10∼12일 정도 물질을 나간다.물질은 물때에 맞춰 시작되는데,법환리 속담에 ‘물싼때랑 나비잠자당 물들어사 돔바리 잡나’란 말이 있다.썰물때는 그럭저럭 지내다가 밀물에 바다에 뛰어들어 일을 한다는 뜻이다.특히나 물이 움직이지 않는 한조금날에는 물질을 피한다.여기에다 파도까지 치면 더욱 힘들다.보통 2m의 파도라도 이런 날에는 2배 즉,수심 4m까지 영향이 미친다.너울이 심하면 전복이 눈앞에 있어도 울렁거려서 잡을 수가 없다. 이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잠수병.머리가 한번 아프기 시작하면 뇌신이나 감기약 같은 것을 무턱대고 먹는다.잠수 복지정책이라며 이곳 종합병원에서 특수진료를 시작했지만 언감생심 완치는 꿈도 못꾼다.이들에게 연간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다.“천차만별이지요.수 천만원에서 수 백만원,지금도 상군 잠수가 일본에 나가서 석달만 뛰면 1000만원은 거뜬하지요.”라고 말한다.그야말로 ‘언더우먼’이다.가사노동에다 물질까지 해서 어렵사리 번 돈으로 밭도 사고 자녀들 대학까지 공부도 시킨다.이곳에서 자란 저명인사 중 잠수 어머니의 손길로 키워낸 사람들이 많다.김계담 서귀포문화원장이 농담삼아 거든다.“그 뿐인가.남편 술값도 보태지.” 70년대부터 잠수복 다운 잠수복이 나왔지 그 전에는 추운 겨울에도 반나체로 바다에 들었다.작가 현기영은 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에서,‘해촌의 포작진상은 수량이 월등히 많아 일년 열두달 바닷속 열명길을 들락날락 자멱질하여야 했다.노적가리만큼 큼직큼직한 진상꾸러미를 만들어 전복·미역·청각·우뭇가사리·산호·대모 외에 해중 귀물인 진주와 앵무조개 진상은 나중에 면제되었지만 그 대신 전복의 수량이 엄청 불어났으니 포작인의 고역은 말이 아니었다.남정네 근력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마누라와 딸자식까지 벌거벗겨 물질을 시키건만….’이라며 옛적 잠수 수탈의 역사를 고발하고 있다. ●中·러·日로 원정 잠수도 이들의 행동반경이 제주 바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부산 울릉도 독도 흑산도 등지로 나가는 이가 많았고,심지어는 중국이나 러시아,일본 등 동북아시아 전역으로까지 ‘출가’하였다.봄이면 객지로 떠나 반년 여를 물질만 하다가 가을이면 돌아오는 원정잠수도 있었다.심지어 며칠씩 배를 저어 중국 칭다오(靑島)나 다롄(大連)까지 진출하기도 했다.현지에서는 이들에 대한 착취가 비일비재해 ‘부산 영도 일대에서 (제주 잠수가)짓밟혔다.’는 일제시대의 신문기사가 이를 잘 말해 준다.심지어 선금을 제대로 못갚으면 현지에서 볼모로 잡혀 불귀의 객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한 끼 밥값이라도 아끼기 위해 좁쌀 따위의 양곡을 갖고 다녔으며,근검절약으로 돈을 모았다.아기엄마들은 아이를 품에 안고 젖을 물리면서 물질을 다녔다.우도의 신화적인 잠수였던 조완아는 황해도로 물질 나갔다가 뱃전에서 아기를 낳았다.배에서 낳은 배선이,항에서 낳은 축항동이,길에서 낳은 길동이 등 자녀들의 이름을 보면 만삭의 잠수들이 출산 직전까지 물질을 했음을 알 수 있다.그 애환을 지금의 우리가 어찌 다 알 것인가. ●‘바다가 집이요,배 밑창이 칠성판’ 물질은 헤엄쳐 나가서 행하는 갓물질,15∼20명쯤이 함께 배를 타고 나가서 치르는 뱃물질이 있다.가까운 ‘앞바르’를 벗어나 외국까지 가서 오로지 배에서 먹고자면서 떠도는 ‘난바르’도 있었으니 그야말로 ‘바다가 집이요,배 밑창이 칠성판’이란 노래가 실감난다.용궁을 다녀온 우도 만행이할머니의 전설같은 실화는 죽음이 늘 이들 곁에 있었음을 암시하는 사례다.그렇게 억척같이 돈을 모아 살림을 키웠으니 ‘위대한 어머니,장한 딸’이 아닐 수 없다. 그녀들은 독립운동사에서도 혁혁한 기록을 남겼다.이야기는 일제시대로 올라간다.잠수들의 권익옹호라는 미명 아래 어업조합이 발족되면서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조합장을 도사(島司)가 겸임한 탓에 제주도내에서 잠수의 권익은 애당초 고려되지 않았다.1931년,구좌면 일대 잠수들이 9개 조항의 진정서를 도사에게 제출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이들의 불만은 1932년 1월24일 세화리 잠수사건으로 폭발하고 만다.하도리의 부춘화(夫春花·당시 22세)라는 여성의 지휘 하에 1000여명이 세화리 주재소 앞에 모여든다. 당시 인구로 볼 때 1000명은 보통 숫자가 아니다.마침 도사가 이곳을 지나간다는 소식에 양손에 비창,호미 등을 들고,머리에 흰 물수건을 동여맨 채 행진가를 높게 부르면서 거리에 운집하였다.도로를 가로막고 항의를 시작하였으나 도사는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고 자리를 피하려 했다.분노의 불길은 더욱 높아져 급기야 관용차를 대파했으며,결국 긴급 출동한 경찰과 충돌하기에 이른다. 그 장거(壯擧)는 지금까지 잠수의 역사로 길이 남았거니와 당시에 불려지던 노래말을 들어 보자.‘우리들은 제주도의 가엾은 잠녀/비참한 살림살이 세상이 안다/추운날 무더운날 비가 오는날/저 바다 물결 위에 시달리는 몸/아침 일찍 집을 떠나 어두우면 돌아와/어린 아기 젖멕이멍 저녁밥 진자/하루종일 해봤으나 번 것이 없어/살자하니 한숨으로 잠못이룬다.’ 노령의 잠수들은 지금도 이 노래를 기억한다.제주 여성의 강인한 힘은 이같은 고통의 산물이리라.최대 20여m 이상의 물속을 헤집는 잠수들의 노역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니,오죽하면 미국무부에서 심해 공사와 해군력 증강을 위해 제주잠수들을 연구하기까지 했을까.잠수를 말하지 않고는 제주바다의 삶에 관한 논의는 애당초 불가능하다.제주민의 바다삶에서 잠수는 알파요,오메가이기 때문이다.
  • [공직자에세이]작은 것이 아름답다

    제주바다에는 세계 어느 바다에서도 들을 수 없는 독특한 소리가 있다.잠수(해녀)들이 바다 속에서 소라나 미역,전복 등을 따면서 2∼3분간 참았던 숨을 크게 내쉬는 소리가 바로 그것이다.‘호∼이’라는 그 소리는 듣는 사람에 따라 휘파람 같기도 하고,비명 같기도 하다.제주에서는 그 소리를 ‘숨비소리’라고 부른다. 잠수의 아들인 나도 그 숨비소리를 들으며 자랐다.제주의 모든 어머니들이그랬듯 우리 어머니 역시 감기로 몸살을 앓으면서도 한푼이라도 아낄 셈으로 약을 멀리 한 채 물질을 하다 폐렴을 앓게 되었고,결국 폐결핵으로 돌아가셨다.그러나 이제 제주바다에선 수백년 동안 우리 할머니,어머니,누이들이토해냈던 숨비소리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제주 여인들은 과거 아홉살 무렵부터 물질을 배웠다.이제는 너무 고되고 미래가 없다는 생각으로 직업으로의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숨비소리의 대(代)가 끊어질 상황이다.그나마 남아 있는 잠수들도 고령에 환청,피부병,두통,관절염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수압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값싼진통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그것이 결국 ‘잠수병’이라는 직업병을 불렀다. 이에 제주도는 잠수병을 직업병으로 인정해달라고 1998년 12월 노동부에 요청했다.잠수 보호야말로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을 보호·육성하는 길이라는생각에서였다.그러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잠수병이라는 용어부터가 그들에겐 생소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우리는 ‘지방자치’가 지방의 일을 지방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고 판단,궁리 끝에 99년 6월 제주의료원에 ‘잠수질병 전문 진료센터’를 개설했다.일반진료는 본인부담액 전부를,입원시는 30%를 도가 지원해 주기로 했다.장작불을 피워 젖은 몸을 말리는 ‘불턱’과 탈의장 등에 이 소식이 전해지자 잠수들은 “이제는 잠수라는 직업도 의료혜택을 받게 됐다.”며 기뻐했다.이제 다른 병·의원들도 이 시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이렇듯 조금만 관심을 갖고 도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면 자그마한 정성으로도 큰 기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일이 많다.섬 지역은 더욱 그렇다. 제주도엔 올해로 탄생 1000년을 맞은 비양도라는 섬이 있다.3년 전인가 그곳 분교를 찾았을 때 TV와 PC는 있지만 뽀얗게 먼지가 앉아 있었다.섬일수록 서울이나 대도시 어린이들보다 더 많은 문화혜택을 받아야 할 텐데 왜 사용하지 않느냐고 선생님께 물어봤다.“비양도의 전기는 해질녘에 켜지고 자정무렵 꺼지기 때문에 낮 시간대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게 대답이었다.그래서 비양도에 24시간 전기가 공급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비양도 아이들에겐섬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추자도에는 ‘섬 속의 섬’이라 일컬어지는,3가구 5명의 주민이 사는 추포도란 섬이 있다.선착장이 시원치 않아 한낮에도 배를 대려면 애를 먹는 곳이다.더 큰 문제는 급한 환자가 발생해도 섬을 쉽게 빠져 나오기 어렵다는 점이다.이 작은 섬에 환자 후송을 위한 헬기장을 만들어 주었을 때 주민들이안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는 지방자치란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애환을 접하며 어려움을 해결하고 기쁨을 안겨주는 것이라 생각한다.어느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진정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 MBC PD수첩 ABU 특별상

    지난 1월 방송된 MBC TV ‘PD수첩’ ‘감춰진 범죄-여성 장애인 성폭행’이 31일 홍콩에서 열린 ‘2001년 ABU(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상’ 시상식에서 TV 정보부문 특별상을 수상했다.MBC의 다큐멘터리 ‘에밀레-영원한 한국의 소리’는 라디오 정보부문 특별상을,드라마 ‘숨비소리’는 라디오 오락부문 특별상을각각 수상했다.MBC는 지난 96년부터 6년 연속 ABU상을 수상했다. 이와 함께 EBS 라디오 ‘영어동화’(영어제목 I Love Stories)는 어린이 프로그램 라디오부문상을 받았다. 아태방송연맹이 주관하는 회원사간의 TV,라디오 프로그램 경진대회인 이번 ABU행사에는 50여개국에서 120여편의 프로그램이출품됐다. 이송하기자 songha@
  • 박복규 개인전

    중견 화가 박복규(54·성신여대 미대 학장)에게 바닷 속은 마음을 비춰주는 내성(內性)의 공간이다.또한 곤비한 영혼이 언덕을 삼을 만한 넉넉한 안식처이기도 하다.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또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생명의 모태인 바다,그 헤아릴 길 없는 바다 밑바닥까지 깊숙이 자맥질해 들어가 건져올린 이미지들이 27점의 작품으로 알알이 엮여 나왔다. 서울 갤러리 퓨전에서 열리고 있는 박복규 개인전은 ‘바닷 속 열어보기’라고 이름 붙여질 만하다.그가 펼쳐 보이는 바닷 속 풍경은 한마디로 이미지의 덩어리다.온갖 해초와 원형질의 미생물들이 뒤엉켜 있고 끝없는 세포 분열과 생성이 이뤄지는 수중세계에는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다.그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해저영상은 프랑스 화가 이브 클라인의 청색 모노크롬(단색화)을떠올리게 한다. 작가의 최근 작품들을 보면 조형정신의 변화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그는 이번 전시에서 화면 중심부에 사각의 작은 공간을 두고 그 안에 지상의 해변풍경이나 연꽃 등을 세밀묘법으로 그려 넣는 식의 색다른 그림들을 보여주고 있다.이처럼 액센트를 준 ‘그림 속 그림’의 방식을 통해 작가는 화면전체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미지 연작의 하나로 평면회화와 함께 입체작품도 선보인다.테라코타로 뜬 물안경을 쓴 해녀의 안면상은 눈길을 끌만한 작품.제주 비바리의 숨비소리가 들리는 듯,그 얼굴 표정이 살아 있다. 8일까지 (02)518-3631김종면기자
  • 줄어드는 해녀… 지원책 편다지만(박갑천칼럼)

    「지봉유설」(제국부)에는 제주도 풍토에 대한 언급도 있다.거기에 남자들이 물에 빠져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흙에 묻히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써놓고 있다.그결과 남자는 적고 여자는 많아서 남자 가운데는 수십명의 아내를 거느리는 자도 있다는 것이다.그글은 『아내가 항상 힘써 일함으로써 그남편을 먹여살린다』고 덧붙인다.해녀(해녀:잠수)일도 그런 생활방법중 하나였다 할것이다. 이무렵의 해녀는 남자와 함께 바닷일을 했다.규창 이건의 「제주풍토기」에 의하면 해녀들은 나체로 물속에 뛰어드는 것으로 되어있다.그렇게 남녀가 어울려 해조류·조개류등을 잡아올린다.그가 제주목사로 부임하여 『남녀가 함께 바닷일을 할수 없다』고 엄명을 내렸다는 것이니 그보다 앞서는 지봉의 시대에야 더 말할 것이 없다.아랫도리만을 가리는 「소중이」는 그후에야 나온다.그랬으니 그들보다 훨씬 앞선 시대를 산 청파 기건이 목사로 부임해가서 어느 추운날 순찰하다가 발가벗은 여인네들이 갯물에 뛰어드는걸 보고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전후사정을 들은 그는 그로부터 전복·소라등을 먹지 않았다 한다. 제주도 하면 우선 떠올리게 되는 것이 그 해녀이다.약2분동안 물속에 들어갔다가 수면에 떠오르면서 『휴!』하고 내뿜는 「숨비소리」에는 세상살이의 비탄이 서린다.영국이나 일본의 해녀보다도 깊이 들어가고 오래 견딘다는 강인한 체력의 제주도 해녀.그들은 남해안 각처로도 진출한다.그뿐 아니라 일본·중국의 연안으로 원정나가기까지 했다.그만큼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3D업종이라는 말이 있지만 해녀야말로 으뜸 버금을 다툴만하다.잠수해서의 위험만이 아니다.그들은 고혈압(지난해의 조사결과 64.2%)·고지혈증등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그러니 먹고 살만하게 된 이 시점에서 누가 그일에 선뜻 나서겠는가.65년까지만 해도 2만3천이라던 해녀가 이제 6천인데 그나마 40세 이상 고령자가 대부분.무형문화재로의 지정등 여러가지 유인이 실효를 못거두고 있다는 증좌이다.20대는 고작 2∼3%라지 않은가.당연한 시대추이라 할것이다. 제주도는 『제주의명물 해녀를 지키자』고 또한번 소리를 높인다.건강진단·생활보조등 특별지원대책을 펴기로 하면서.그것이 「후계자 속출」로 이어질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명물」이 「유물」로 돼가는구나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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