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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ctor & Disease]‘골퍼 닥터’ 장종호 강동가톨릭병원 이사장

    [Doctor & Disease]‘골퍼 닥터’ 장종호 강동가톨릭병원 이사장

    “더 멀리 보내고 싶고,더 정확하게 치고 싶은 것은 골퍼들의 영원한 숙제입니다.문제는 이 과정에서 생각과 몸이 균형을 잃으면서 다양한 부상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의료계는 물론 골프 마니아들조차 ‘골퍼 닥터’로 기억하는 강동가톨릭병원 장종호(60·강동가톨릭병원 이사장) 박사는 “맘 먹는다고 골프 손상을 모두 피할 수는 없겠지만,맘 먹으면 많은 사람이 피해갈 수도 있다.”며 골프에 따르는 부상을 거론했다.그는 싱글 수준의 실력을 자랑하는 골프광이자 골프 손상을 다루는 전문의다.골프 손상에 대한 그의 지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골프 손상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어느 운동이나 마찬가지지만 골프처럼 스틱을 이용하는 운동은 실제로 필요한 힘보다 더 많은 힘이 근골격에 작용한다.원심력 등 스틱이 갖는 운동성 때문이다.이 때문에 과도한 힘을 지탱하느라 근육이 긴장하게 되고 이 때문에 발생하는 부상을 말한다. 그 정도로 늑골 골절 등의 부상이 발생하는가. -당연하다.골퍼들이 겪는 늑골 골절은 외부에서 충격을 가해 발생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지나치게 긴장한 근육이 수축하면서 뼈를 조이고 당겨 생긴다.심한 경우 한쪽 갈비뼈 12개 중 4개가 부러지기도 한다. 골프 손상의 발생 추세도 설명해 달라. -10년 전과 비교하면 절대 환자수는 늘었지만 그 때보다 골프인구가 10배 이상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많다고는 볼 수 없다.예전에는 골프가 나이 든 사람들의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해 대부분 40∼50대에 시작했는데 요즘에는 주로 30대에 시작하며,10대 골퍼도 많다.여기에서 오는 추세의 변화일 것이다.골퍼의 연령대가 바뀌면서 주로 발생하는 질환도 달라졌다.예전에는 늑골 골절이나 요통 환자가 많았으나 요새는 젊은 골퍼들의 무릎 손상이 많다. 그런 추세의 원인은 무엇인가. -나이 들어 골프를 시작한 경우 운동에 미숙하고 골다공증으로 골격도 약해 늑골 골절이 많았다.그러던 것이 요새는 젊어서 운동을 시작해 골격 손상은 준 반면 무리하게 비거리를 늘리려다 보니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 종종 부상으로 이어지곤 한다. 부상을 두고 얘기를 해서 그렇지 골프가 어떤 운동보다도 안전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그런 점이 골프의 매력이기도 하다.그는 과격하지 않으면서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이 골프라고 했다.더러는 ‘그게 운동이냐?’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몸통을 중심으로 팔과 다리의 근력이 강화되고 심폐기능도 좋아진다.18홀을 기준으로 한번 라운딩에 4시간을 걷는다고 보면 어림잡아 2만 5000보에서 3만보쯤 걷는데 이 정도면 족히 8㎞는 되는 거리이다. 그렇다 해도 다른 운동이 그렇듯 골프에도 제약이 있지 않겠는가. -물론이다.고혈압이나 심장 기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가능한 퍼팅을 조심하라고 권하고 싶다.몸을 웅크리고 퍼팅에 집중하다 쓰러지는 사람도 적지 않다.퍼팅에 신경을 집중해 호흡을 멈추거나 과도하게 몸을 긴장시키면 당연히 혈압이 오른다.이게 골프가 초래하는 가장 치명적인 손상이다. 골프로 얻을 수 있는 손상을 들어 달라. -이런저런 손상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손상은 늑골 골절,요추 디스크 손상과 염좌,무릎 연골손상 등이다.이밖에도 목과 어깨 회전근,손목과 손가락에 이어진 상완골 손상이나 엄지손가락의 퇴행성 관절염 등이 있지만 빈도나 심각성에서 앞의 3가지가 중요하다. 주요 질환의 원인과 치료법을 소개해 달라. -주로 고령자에게 많은 늑골 골절은 격심한 통증이 와 숨도 쉬기 어렵다.보통은 늑골을 고정하는 보조기를 차고 4∼6주 정도 치료하면 되지만 당뇨병 등을 가진 사람은 치료 기간이 2∼3주 정도 길어진다. 요추 디스크나 염좌는 스윙 때의 과도한 회전력에 의해 발생한다.디스크는 증상이 심해 서둘러 치료를 받지만 염좌는 많은 사람들이 긴가민가 하면서 치료를 미루다 만성화되는 질환이다.표나게 아프다기보다 허리 부위에 둔한 통증이 오거나 뻐근한 정도의 통증이 오기 때문이다.이런 염좌는 근이완제 같은 약물을 투여하면서 1∼2주 정도 물리치료를 받으면 호전되지만 자주 재발하는 것이 문제다. 무릎 부상은 정도에 따라 약물과 물리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시키지만 심한 경우는 연골 절제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장 박사는 특히 세간의 무릎 연골수술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일부에서는 조금만 이상해도 무릎 연골을 절제하는데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수술후 6개월쯤 지나면 무릎 관절에 퇴행성 변화가 시작돼 급격하게 노화하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얼마간 연골이 손상을 입었더라도 가능한 보존치료를 해야 한다.꼭 필요하다면 나중에 절제해도 되지 않겠나? 약물은 그렇다 치고 수술치료를 받은 경우 경과는 어떤가. -골프 손상 환자 중 얼추 10% 정도가 수술을 받는데,연골 절제후에 나타나는 퇴행성 관절염만 빼면 경과는 특이사항이 없을 만큼 좋다. 골프 손상을 예방할 수 있도록 조언을 부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 상태를 알라는 것이다.남 따라 운동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조급증을 버리고 조금 천천히 간다는 기분으로 치면 이런저런 부상을 겪지 않고 골프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장종호 박사 ▲가톨릭의대(박사)▲미국 코넬대의대 부속병원 수련 ▲동부병원장 ▲가톨릭대 부총장 ▲현,대한의학협회·대한정형외과학회·미국골절학회·세계레이저학회 정회원 ▲현,강동가톨릭병원 이사장 ▲골다공증,류머티스성 관절염,골프스윙 200 등 저서 다수.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儒林(172)-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儒林(172)-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도척은 다시 말을 이었다. ‘충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세상에서는 충신하면 으레 왕자비간(王子比干)이나 오자서(伍子胥)를 들먹이거니와 오자서는 피살된 시체가 양자강에 던져졌고,왕자비간은 가슴을 도려내는 참혹한 꼴을 당했다.이 둘을 세상에서는 충신이라고 이르지만 결국은 천하의 웃음거리가 된 것밖에 무엇이 있는가.그런데 이와 같이 위로는 황제에서부터 시작하여 아래로는 왕자비간 오자서까지의 일을 생각할 때,세상이 칭찬하는 이런 사람들이란 다 신통찮은 친구들이다.네가 나에게 말하는 것이 만약 귀신에 관한 일이라면 모르거니와,그것이 사람에 관한 일이라면 이상에서 내가 말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그런 것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도척은 그 말을 이렇게 맺었다. ‘나는 인간의 성정(性情)이라는 것이 어떤가에 대해 너에게 말해 주겠다.눈은 아름다운 빛을 보려 하고,귀는 아리따운 소리를 듣기 좋아한다.또 입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 들고,의지는 욕망의 충족을 추구한다.이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그런데 인간의 일생이라는 것이 얼마나 있단 말인가.사람이 아주 오래 산대야 기껏 백세며,웬만큼 오래 살아서는 팔십세,겨우 장수했다고 할 수 있을까 말까 한 것은 육십세 정도다.그리고 이것은 장수한 축에 속하는 것이다.더욱이 이 중에서 병과 조상하는 시간과 근심에 잠기는 기간을 제외한다면,입을 열어 웃을 수 있는 것은 한 달에 겨우 너댓새뿐이다.천지는 무궁한 데 대해 사람은 죽을 시기가 정해져 있는 유한한 존재,이 유한한 몸을 이끌고 무궁한 천지 사이에 의지해 있는 인간의 운명은,비유하자면 문틈 사이를 천리마가 달려 지나가는 것하고나 같다고 할까.이 잠깐의 인생에서 그 뜻을 만족시키지 못하고,그 목숨을 완전히 유지해가지 못하는 자는 누구건 도에 통하지 못했음이 명백하다.네가 하는 말은 다 내 뜻에는 맞지 않는 터이니 빨리 꺼지고 다시 지껄이지 않는 것이 현명하리라.너의 말이란 것은 미친놈의 잠꼬대요,사기꾼이 중얼대는 소리거니,그런 것으로 인간의 진실이 보존될 리가 없다.어찌 논하고 말고 할 것이나 있겠느냐.’ 도척에게 혼이 난 공자는 두 번 절하고 달려서 물러나,문을 나서자 대기시켜 놓았던 마차에 오르려 했으나,세 번이나 고삐를 놓칠 정도로 정신이 나가 있었다.눈은 흐리멍덩해서 보이지 않고 안색은 불 꺼진 재와도 같이 창백하였다.그는 마차의 가로나무(軾)에 몸을 기댄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겨우 노국 수도의 동문 밖까지 왔을 때,우연히 유하계와 맞부딪쳤다.유하계가 말을 걸었다. ‘요 며칠 동안 전혀 뵙지 못했습니다.마차를 보니 어디를 다녀오시는 모양인데,혹시 도척을 만나러 가셨던 것은 아닙니까.’ 공자는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면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놈이 전에 말씀드린 대로 혹시 선생의 뜻을 거슬리지나 않았는지요.’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실이 그대로였습니다.나는 속담에 있는 대로 ‘병도 없는데 뜸을 뜨는’격이 되고 말았습니다.갑자기 달려가 호랑이 머리를 쓰다듬고,호랑이의 수염을 따러 들었다가 하마터면 호랑이에게 물려 죽을 뻔했습니다.’”
  • [열린세상] 텔레비전뉴스의 심기일전/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출혈성 뇌졸중과 목숨도 잃을 수 있는 부작용 때문에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오래전에 판매금지된 페닐프로판올아민(PPA)성분의 감기약 파동을 겪으며 우리나라 텔레비전 뉴스보도의 불감증을 우려하게 된다.지금까지 감기 몸살로 감기약 안 사먹어본 사람이 없을 것이고 보면 뉴스의 불감증도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재난이다.감기약 파동 보도 후 기침과 재채기에 시달리며 고열속에 쑤시는 몸으로 콧물을 흘린 감기 환자는 얼마나 불안했을 것인가.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번 쓰레기 만두소 파동에서의 우왕좌왕을 돌이켜보자.국민들이 우선 떠올린 생각은 구입해서 안 되는 만두 상표였다.문제는 보도 이후에도 상당 기간동안 어떤 상표의 만두를 사지 말아야 하는가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그 변명은 선의의 피해기업이 생길 수 있다거나,오보에 따른 법적 공방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였다.그러나 이는 국민들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뉴스욕구를 제일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보도의 본질을 망각한 것이었다.보도가 궁금증을 오히려 증폭시키고 옥석가리기에 소홀하여 급기야 양심적 만두업자까지 곤경에 이르게 하는,전체 만두 상품에 대한 불매로 확대시킨 직무유기였다. 지난달 31일에 처음 보도된 감기약에 대한 방송 3사의 내용은 “PPA 함유 감기약이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대부분의 코감기약이 여기에 해당하며 20년간 판매해 왔다는 것,8월에 회수하고 9월까지 폐기 조처한다.”는 것이었다.식약청의 발표를 베끼는 수준 외에는 아무런 추가 취재나 저널리즘적 손질이 없는 내용이었다.미국 FDA의 보고서와 우리나라 연구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판매금지된 감기약의 목록,구입해도 되는 감기약,9월까지로 폐기를 늦추는 이유,외국에 비해 왜 이렇게 늑장 대처가 되었는지 등 국민들이 본능적으로 궁금해 하는 정보가 빠져 있었다.이러한 의문은 생명을 위협하는 유해한 약품을 20년이나 성실하게(?) 사먹어 온 우리 국민들의 짓밟힌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뉴스보도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내용이었다. 장르는 다르지만 텔레비전 드라마들이 보이는 왕성한 의욕을 뉴스가 벤치마킹했으면 한다.파리며 발리를 오가고 리조트를 다니며 삭막한 세상살이로부터 잠시 도피하게 하거나 대리만족이라도 주려는 열의와 시청률 경쟁 노력을 말이다.과정없는 성공이나 팔자좋은 돈 낭비며 뒤죽박죽으로 파탄난 인간성과 가족관계를 칭찬하는 것이 아니다.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화제를 만들어내는 밤샘 제작의 노력과 투자를 말하는 것이다.이에 비하면 뉴스프로그램은 매너리즘과 무감동을 권태롭게 답습하고 있다.우리 사회에 뉴스거리가 없어서는 아닐 것이다.포맷이 진부하고,내용의 완결성이 떨어지고,유용성이 높은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방송 아이템도 같은 방송사는 물론이고,방송사 간에도 그 밥에 그 나물로 별 차이가 없다. 오락 매체로 알려진 텔레비전이 정보제공에서도 신문을 비롯한 다른 매체를 능가한 것은 오래전 일이다.사람들의 세계인식을 주도하는 창이 된 것이다.사람들은 뉴스를 통해 세상을 알게 되고 세상에 대처한다.뉴스는 사회공동체가 공유해야 할 관심사나 문제를 노출하고 의논케 하며 해결하는 과정을 공정하게 보도함으로써 사회구성원에게 설득력을 지니는 공적 담론을 형성하여 민주적 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런 점에서 정보충족 미디어로서 텔레비전 뉴스의 역할에 걸맞은 제작이 요구된다.사건 보도,특종,속보 못지않게 시민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유용성과 완결성을 지닌 보도를 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중요한 뉴스가치로 여겨온 저명성 갈등성 근접성 신기성 시의성 등 기존의 기준에 한정되지 않고 시대와 시청자의 변화를 반영하는 뉴스 발굴이 필요하다.많되 나열만 하고,빠르되 알맹이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우리사회의 공동체적 유대감 형성에 기여한다는 열정으로 넘치고 사회의 문제를 강력하게 감시하며 사람들이 지혜롭게 행동하는데 도움을 주는,봉사하는 뉴스보도로의 심기일전을 기대한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2) ‘진객’과의 황홀한 만남

    이 무슨 조화일까….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눈앞의 실존(實存)이 상식을 거부한다.그만 턱하니 숨도,말문도 막힌다.녹색 잎사귀에 얹힌 선명한 하늘색 몸통이 카메라 줌을 당기듯 눈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보호색으로 가리기는커녕 녀석은 너무나 또렷한 대비로 자기를 돋을새김했다.‘하늘색 청개구리’는 반항아적 기질의 그다운 방식으로 제 모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하늘색 청개구리와의 만남 6월8일,탐사 나흘째.전날 강화도 해안을 누빈 두 대의 취재차량은 강화대교를 넘어 김포 월곶면 일대로 향했다.강화도와 김포 북부를 가로질러 서해로 빠지는 한강은 강이되 강이 아니다.서해의 밀물과 썰물의 흐름을 타며 매일같이 바닷물과 몸을 섞는,이른바 기수역(汽水域)이다.남북이 이념으로 자기 정체성을 내세우며 반세기 넘도록 갈라서 있지만 이곳 한강의 민물은 바다의 짠물을 한껏 포용하며 넉넉한 통일을 이루었다. 이런저런 사념에 빠진 사이 어느덧 보구곶리를 지난 차량은 용연동으로 접어들었다.차량이 끼∼익하고 선다.탐사대장인 김귀곤(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가 또 뭔가를 발견했나보다.가장 연장자지만 호기심은 누구보다 큰 그다.비포장 군사도로 길가에 20평이나 됨직한,김 교수가 애호하는 습지가 펼쳐져 있다.허벅지까지 웃자란 풀숲을 헤치며 조심스레 발길을 내딛는다.발바닥에 딱딱한 감촉이 전해진다.여느 곳에서 봐 온 습지와 달리 물기가 많지 않다.‘이곳엔 별 게 없겠는걸….’ 그러나 단견이었다. 무성한 녹색의 물질경이 잎사귀 사이로 뭔가가 눈에 박혔다.개구리다.그런데 몸도,다리도 온통 진한 하늘색이다.착각한 게 아닐까.그러나 눈 질끈 감고 머리 한번 흔들고 나서 봐도 역시 개구리다.하늘색도 변함없다.잡아야 하나,사진부터 찍어야 하나….놀라움에 겨워 판단하지 못하는 사이 옆에 선 사진기자는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녀석은 5분여를 그렇게 미동도 않고 포즈를 취했다.흥분을 감추지 못한 탐사대원들은 쉼없이 경탄했지만 녀석은 오불관언에,태연자약 그 자체다.한치 흐트러짐없이,하늘을 닮으려는 듯 고요히 우러르며 하늘빛 제 모습을 연출할 뿐이다.작동을 멈추었던 사고작용이 비로소 돌아간다.몸통은 2㎝ 남짓,손가락 두 개 마디에도 못미친다.청(靑)개구리다.그것도 하늘색 청개구리. ●“확률 추정이 불가능한 희귀종” 청개구리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10여종의 개구리 가운데 몸집이 가장 작다.다리를 길게 뻗어봐야 기껏 5㎝ 안팎이다.그러나 정력에 넘치는 울음소리는 여느 개구리보다 크다.보호색도 가장 잘 활용한다.본래 색깔의 명암을 조절하는 정도에 그치는 다른 개구리에 비해 녀석은 주위 환경에 따라 제 빛깔인 녹색을 갈색이나 회색으로까지 변모시킨다. 녀석을 사로잡아 인근 해병대 용연동 소대의 화단으로 옮겼다.울음보가 없는 암컷이다.밤새 경계근무를 하고 잠자리에서 막 일어난 초병들도 하나둘씩 모여든다.그래도 녀석은 발바닥의 빨판을 잎사귀에 힘껏 고정시킨 채 신기한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뿐이다.“청개구리가 왜 하늘색입니까?” “청개구리가 아닐 지도 모르죠?” 그러나 답변이 궁했다. 탐사대는 전문가에 맡겨 녀석의 정체를 좀 더 파악하기로 했다.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청개구리와는 다른 새로운 종,혹은 청개구리의 변종일 수도 있지 않을까….전화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현장으로 달려온 국립환경연구원 생물자원과 서재화 박사도 “이런 색깔은 처음 본다.”고 말문을 열었다.청개구리는 현재 서울대 수의학과로 옮겨져 유전자 분석 중에 있다.최종 결론은 아니지만 ‘유전자 염기서열 변이로 인한 돌연변이 청개구리’로 잠정 분석됐다. 종(種)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돌연변이가 나타날 확률은 100만분의1의 정도이다.서 박사에게 “(녹색의)청개구리가 하늘색으로 발현될 확률계산이 가능합니까.”라고 물었다.“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 그건 추정이 아예 불가능합니다.다만 검은색을 내는 멜라닌 색소의 결핍으로 인한 백화(白化)현상이 여러 종에서 발견되곤 했는데 이보다는 하늘색 청개구리가 발현될 확률이 더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어떻든 확률을 떠나 희귀종인 것만은 틀림없죠.” ●‘환경변화의 카나리아’ 다음 탐사지로 발길을 돌렸다.그러나 녀석에 대한 생각은 하염없이 꼬리를 문다.‘잡혀도,잡히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듯 꼼짝않고 자리를 지키던 두둑한 배짱은 특히 인상적이다.다른 개구리처럼 달아날 능력이 없는 건 아닐텐데,왜 굳이 저를 드러내려 했을까. 물과 뭍에서 사는 개구리는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경지표종이다.깨끗한 물에서만 알을 낳는데다,폐와 피부로 함께 호흡하면서 물과 공기의 오염물질을 흡수한다.변온동물이라 기온변화에도 민감한데,겨울잠뿐 아니라 기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여름잠을 잔다고도 한다.“그래서 개구리를 일러 ‘지구환경변화의 카나리아’라고 부릅니다.카나리아가 일산화탄소에 민감하게 반응하듯 수질과 지구온난화 등 환경변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청개구리는 날씨가 조금만 습해도 울어대는데,다른 개구리보다 환경변화에 더 민감한 편이죠.”(서재화 박사) 하늘색 청개구리는 누군가에게,혹은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의미를 던지며 출현한 건 아닐까.끝없는 개발로 치닫는 인간의 탐욕을 경계하는 것일 수도,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라는 소중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녀석은 오는 2006년 환경부가 개관하는 국립생물자원관에 표본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 금단의 땅…역동하는 생명 자연생태계 최상위의 포식자,인간의 발길이 끊어진 곳에서 DMZ 생물들은 비로소 자유롭다.자연이 부여한 천명(天命)을 끝까지 사는 녀석들도 있을 테고,천적의 습격으로 비명(非命)에 갈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어떠한들 어떠랴….사람이 빠진 먹이사슬 구조는 이미 그네들에겐 최상의 안락한 환경이 아닌가.강화도 북성리 야산 계곡에서 만난 가재(왼쪽 위)는 1급수 깨끗한 물에서 더없이 평화롭다. 몸통에서 뻗어나온 집게는,녀석에겐 자랑스러운 무기이겠지만 보기에 앙증스럽기만하다.참게(왼쪽 아래)는 강화도 북부 해안의 군사도로 길섶도 훌륭한 서식처로 삼고 있었다.몸통 군데군데 말라붙은 진흙이 매끈한 물속의 모습보다 더 살갑게 다가온다.취재팀의 눈앞에서 마지막 숨을 토하던 능구렁이(오른쪽)는 뭔가에 찢긴 듯한 상처가 나 있었다.120㎝ 가량의 녀석은 강화도 북성리 야산의 숲 언저리에서 발견됐다. 김포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2) ‘진객’과의 황홀한 만남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2) ‘진객’과의 황홀한 만남

    이 무슨 조화일까….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눈앞의 실존(實存)이 상식을 거부한다.그만 턱하니 숨도,말문도 막힌다.녹색 잎사귀에 얹힌 선명한 하늘색 몸통이 카메라 줌을 당기듯 눈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보호색으로 가리기는커녕 녀석은 너무나 또렷한 대비로 자기를 돋을새김했다.‘하늘색 청개구리’는 반항아적 기질의 그다운 방식으로 제 모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하늘색 청개구리와의 만남 6월8일,탐사 나흘째.전날 강화도 해안을 누빈 두 대의 취재차량은 강화대교를 넘어 김포 월곶면 일대로 향했다.강화도와 김포 북부를 가로질러 서해로 빠지는 한강은 강이되 강이 아니다.서해의 밀물과 썰물의 흐름을 타며 매일같이 바닷물과 몸을 섞는,이른바 기수역(汽水域)이다.남북이 이념으로 자기 정체성을 내세우며 반세기 넘도록 갈라서 있지만 이곳 한강의 민물은 바다의 짠물을 한껏 포용하며 넉넉한 통일을 이루었다. 이런저런 사념에 빠진 사이 어느덧 보구곶리를 지난 차량은 용연동으로 접어들었다.차량이 끼∼익하고 선다.탐사대장인 김귀곤(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가 또 뭔가를 발견했나보다.가장 연장자지만 호기심은 누구보다 큰 그다.비포장 군사도로 길가에 20평이나 됨직한,김 교수가 애호하는 습지가 펼쳐져 있다.허벅지까지 웃자란 풀숲을 헤치며 조심스레 발길을 내딛는다.발바닥에 딱딱한 감촉이 전해진다.여느 곳에서 봐 온 습지와 달리 물기가 많지 않다.‘이곳엔 별 게 없겠는걸….’ 그러나 단견이었다. 무성한 녹색의 물질경이 잎사귀 사이로 뭔가가 눈에 박혔다.개구리다.그런데 몸도,다리도 온통 진한 하늘색이다.착각한 게 아닐까.그러나 눈 질끈 감고 머리 한번 흔들고 나서 봐도 역시 개구리다.하늘색도 변함없다.잡아야 하나,사진부터 찍어야 하나….놀라움에 겨워 판단하지 못하는 사이 옆에 선 사진기자는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녀석은 5분여를 그렇게 미동도 않고 포즈를 취했다.흥분을 감추지 못한 탐사대원들은 쉼없이 경탄했지만 녀석은 오불관언에,태연자약 그 자체다.한치 흐트러짐없이,하늘을 닮으려는 듯 고요히 우러르며 하늘빛 제 모습을 연출할 뿐이다.작동을 멈추었던 사고작용이 비로소 돌아간다.몸통은 2㎝ 남짓,손가락 두 개 마디에도 못미친다.청(靑)개구리다.그것도 하늘색 청개구리. ●“확률 추정이 불가능한 희귀종” 청개구리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10여종의 개구리 가운데 몸집이 가장 작다.다리를 길게 뻗어봐야 기껏 5㎝ 안팎이다.그러나 정력에 넘치는 울음소리는 여느 개구리보다 크다.보호색도 가장 잘 활용한다.본래 색깔의 명암을 조절하는 정도에 그치는 다른 개구리에 비해 녀석은 주위 환경에 따라 제 빛깔인 녹색을 갈색이나 회색으로까지 변모시킨다. 녀석을 사로잡아 인근 해병대 용연동 소대의 화단으로 옮겼다.울음보가 없는 암컷이다.밤새 경계근무를 하고 잠자리에서 막 일어난 초병들도 하나둘씩 모여든다.그래도 녀석은 발바닥의 빨판을 잎사귀에 힘껏 고정시킨 채 신기한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뿐이다.“청개구리가 왜 하늘색입니까?” “청개구리가 아닐 지도 모르죠?” 그러나 답변이 궁했다. 탐사대는 전문가에 맡겨 녀석의 정체를 좀 더 파악하기로 했다.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청개구리와는 다른 새로운 종,혹은 청개구리의 변종일 수도 있지 않을까….전화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현장으로 달려온 국립환경연구원 생물자원과 서재화 박사도 “이런 색깔은 처음 본다.”고 말문을 열었다.청개구리는 현재 서울대 수의학과로 옮겨져 유전자 분석 중에 있다.최종 결론은 아니지만 ‘유전자 염기서열 변이로 인한 돌연변이 청개구리’로 잠정 분석됐다. 종(種)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돌연변이가 나타날 확률은 100만분의1의 정도이다.서 박사에게 “(녹색의)청개구리가 하늘색으로 발현될 확률계산이 가능합니까.”라고 물었다.“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 그건 추정이 아예 불가능합니다.다만 검은색을 내는 멜라닌 색소의 결핍으로 인한 백화(白化)현상이 여러 종에서 발견되곤 했는데 이보다는 하늘색 청개구리가 발현될 확률이 더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어떻든 확률을 떠나 희귀종인 것만은 틀림없죠.” ●‘환경변화의 카나리아’ 다음 탐사지로 발길을 돌렸다.그러나 녀석에 대한 생각은 하염없이 꼬리를 문다.‘잡혀도,잡히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듯 꼼짝않고 자리를 지키던 두둑한 배짱은 특히 인상적이다.다른 개구리처럼 달아날 능력이 없는 건 아닐텐데,왜 굳이 저를 드러내려 했을까. 물과 뭍에서 사는 개구리는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경지표종이다.깨끗한 물에서만 알을 낳는데다,폐와 피부로 함께 호흡하면서 물과 공기의 오염물질을 흡수한다.변온동물이라 기온변화에도 민감한데,겨울잠뿐 아니라 기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여름잠을 잔다고도 한다.“그래서 개구리를 일러 ‘지구환경변화의 카나리아’라고 부릅니다.카나리아가 일산화탄소에 민감하게 반응하듯 수질과 지구온난화 등 환경변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청개구리는 날씨가 조금만 습해도 울어대는데,다른 개구리보다 환경변화에 더 민감한 편이죠.”(서재화 박사) 하늘색 청개구리는 누군가에게,혹은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의미를 던지며 출현한 건 아닐까.끝없는 개발로 치닫는 인간의 탐욕을 경계하는 것일 수도,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라는 소중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녀석은 오는 2006년 환경부가 개관하는 국립생물자원관에 표본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 금단의 땅…역동하는 생명 자연생태계 최상위의 포식자,인간의 발길이 끊어진 곳에서 DMZ 생물들은 비로소 자유롭다.자연이 부여한 천명(天命)을 끝까지 사는 녀석들도 있을 테고,천적의 습격으로 비명(非命)에 갈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어떠한들 어떠랴….사람이 빠진 먹이사슬 구조는 이미 그네들에겐 최상의 안락한 환경이 아닌가.강화도 북성리 야산 계곡에서 만난 가재(왼쪽 위)는 1급수 깨끗한 물에서 더없이 평화롭다. 몸통에서 뻗어나온 집게는,녀석에겐 자랑스러운 무기이겠지만 보기에 앙증스럽기만하다.참게(왼쪽 아래)는 강화도 북부 해안의 군사도로 길섶도 훌륭한 서식처로 삼고 있었다.몸통 군데군데 말라붙은 진흙이 매끈한 물속의 모습보다 더 살갑게 다가온다.취재팀의 눈앞에서 마지막 숨을 토하던 능구렁이(오른쪽)는 뭔가에 찢긴 듯한 상처가 나 있었다.120㎝ 가량의 녀석은 강화도 북성리 야산의 숲 언저리에서 발견됐다. 김포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전문가 칼럼 비무장지대는 신비롭다.신화의 저편에 있는 동굴처럼….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군인 외에는 아무도 가볼 수 없는 곳.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50년 넘게 숨겨진 비경이라는 생각에 일단 처녀림·원시림이라고 치부한다.이번에 나타난 하늘색 청개구리도 여태껏 아무도 보지 못했던 생물이니 ‘신화의 메신저’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비무장지대를 인공위성으로 조사해 보면 산림이 뜻밖에 빈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우리 주변에 있는 산림도 그렇게 울창하다고 느껴지지 않지만,비무장지대의 숲의 양은 대략 그것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그동안 북한이 불을 놓으면 남한은 맞불을 놓고,서로 감시하기 위해 시계(視界)청소를 한 결과다. 그렇다고 비무장지대가 생태적으로 가치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비무장지대는 한국동란의 휴전과 동시에 철조망으로 겹겹이 싸여 사람은 물론 짐승도 맘대로 오갈 수 없었다.남방계 생물과 북방계 생물이 함께 서식하는 한반도의 허리부분이 완전히 가로막힌 채 50년 이상 격리돼 있다는 것은 생물·지리학적인 특성이나 생물의 이동성향을 감안할 때 세계적으로 극히 드문 현상이다.과거에 군사활동의 결과로 산불이나 시계청소가 이루어졌지만,이는 오히려 다양한 생태경관을 형성하여 진귀한 식물과 곤충,새와 짐승이 어울려 살 수 있는 기회인자로 작용하기도 한다. 비무장지대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정말 특이한 생태계다.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비무장지대는 처녀림이거나,원시림이 아니라 ‘특이한’ 생태계다.가볼 수 없는 비경이라는 그리움이 만든 막연한 신비감보다는 제대로 알아도 정말 신비로운 것이 바로 비무장지대의 진면목이다.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아픔이 생물 다양성의 보고(寶庫)가 되었다는 아이러니는,어미 말을 거꾸로 따르다가 무덤마저 잃을까봐 목놓아 울어야 하는 청개구리의 처지와 닮았다. 하늘색 청개구리가 나타난 것은 상서로운 일이다.우리의 손발이 묶임으로써 이런 귀한 생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자연보전과 자유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또한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를 느끼게 한다.남북은 역사 이전에 신화를 공유하고 있었다.이제 우리는 이런 신화의 메신저를 맞이하여 비무장지대에 대한 남북공동조사를 이끌어내고,환경공동체로서 통일의 기초를 다지는데 나서야 한다. 신준환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과장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51)장승의 마음은 하늘의 마음이다(上)

    ●장승연구 소홀… 민중정신사 소외시키는 것 판소리 ‘흥부가’의 ‘박타령’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늘어선 조를 보면 대촌 당산 법슈(法首) 갓고’하는 부분이다.이 법슈(法首)는 벅수,법수라고 부르는 장승을 말하는데,이 말은 중국,일본의 문화와 아무 관련 없는 우리나라 토종이다. 장승 얘기는 가루지기타령(변강쇠타령)에 보다 상세하게 나온다.그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즉 천하잡놈 강쇠가 산에 나무하러 가서 산고개에 서 있는 장승을 뽑아와 방에 군불을 때고 자다가 장승 동티로 죽어버린다.그러자 팔자 한번 겁나게 드센 옹녀가 강쇠놈 시체를 치우기 위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길손들이 강쇠 시신을 치우려고 하다가 변을 당하는 이야기다. 생활 토대를 잃어버리고 떠돌아다니는 유랑민의 참담한 생활상을 주제로 하고 있는 변강쇠타령의 비극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 장승이다. 우리나라 상류 사회의 신앙이었던 유교·불교와 관련된 역사와 미술은 많은 연구 성과물을 가지고 있지만 민중의 정신사라 할 수 있는 무속과 장승 연구 업적은 그리 많지 않다.무속 연구도 귀족 취향적 풍토에 머물러 있어서 무속의 참모습을 제대로 드러내는데는 한계를 지녔다.장승 연구가 희귀한 까닭은 민중의 정신사가 소외되고 있음을 뜻한다.안타깝고 또 잘못된 일이다.크게 후회할 일이다. ●‘살아있는 장승’ 갈촌선생을 뵙다 이같은 민중정신사의 소외 속에서도 30년 가까이 한국의 탈과 장승 연구에 삶을 녹여 넣고 있는 갈촌 이도열(李道烈·58·갈촌 탈 박물관장 겸 장승학교 교장) 선생을 만났다.그는 한국의 탈과 장승연구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이자 살아 있는 장승 그 자체로 통하는 귀하고도 고마운 분이다.오광대의 고장 경남 고성에 있는 ‘갈촌 탈 박물관’에서 탈과 장승에 관한 선생의 깨달음을 전해 들었다. 문:탈과 장승에 관한 생각을 언제부터 골똘히 하게 되셨는지요. 李:농과대학을 다니다가 군대에 나갔는데,훈련 중에 허리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일찌감치 제대를 했지요.그 길로 아버지께서 경영하시던 한우 비육 농사를 도우면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고향에서 살아가려면 농사 외에 다른 뜻 있는 일을 함께 해야만 보다 온전한 삶이 되지 않겠나 싶어서 이것 저것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지요. ●‘고성오광대’는 신명의 원천 ‘고성오광대’가 눈에 들어오더군요.젊은 내가 땀흘려 배우고 지켜나가야 할 몫이라는 생각을 했지요.농사가 육신을 키우고 지켜주는 신명이라면 오광대의 춤과 노래는 영혼을 맑게 해주고 자라나게 하는 신명의 원천이라고 여겼지요. 오광대 춤을 배우게 되면서 한 가지 의심이면서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게 되더군요.탈을 만드는 문제였어요.탈의 눈,코,색깔,크기 등이 매우 다양한데 그 까닭을 알고 싶었어요.그런데 내 의문을 풀어 줄 만한 문헌,자료가 우리나라에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더욱 더 풀기 어려운 의문에 휩싸이게 되었지요. 이같은 의문을 안은 채 농사를 계속했지요.70년대 초반 우리나라 농촌이 대개 다 그러했듯이 고향을 떠나는 풍조가 만연하는 가운데서도 농촌에 남은 청년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우회(農友會)를 조직하여 연대하기 시작했지요.이 농우회를 근간으로 하여 가톨릭 농민회를 만들어 이끄는 일을 맡기도 했지요. ●농민의 역사 안에서 생겨난 탈 한국 농업이 어려움에 봉착하고 농촌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저는 역설적으로 농민과 농업,농촌 문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지요.농업(농사)은 한국 문화의 원형이며,농민은 그 문화의 어머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탈은 그 농사와 농민의 역사 안에서 생겨났다는 것도 알았지요.좀 복잡하지만 계기라면 계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흔히 탈과 장승은 조금 다른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어떤 관계로 봐야 합니까? 李:탈은 세 종류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태양탈,신앙탈,예능탈이지요.태양탈은 구석기,신석기시대 또는 그 이전에도 이루어진 여러 종류의 암각화,상형문자들을 말합니다.어둠,추위,맹수의 공격,식량,종족의 번식,사냥,태양의 힘 등과 인간의 생존 관계를 상징하는 그림들이지요.신앙탈은 고인돌,선돌,장승 등 자연의 섭리로부터 인간이 보호받게 되기를 갈망하면서 만들게 된 것인데,주술성을 중요하게 여기지요.종족 보호,건강과 식량의 확보를 위해 하늘에 기원하는 마음을 돌이나 나무에다 새긴 것이지요.예능탈은 주술성이 없어지고 단지 유희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모든 ‘탈’의 근원은 욕심 문:그렇다면 ‘탈’이란 말은 어떤 의미를 지녔으며,언제부터 나타났을까요? 李:(웃음을 머금으면서)사람 사는 세상엔 참 탈도 많지요.배탈,해탈,돈탈,명예탈,온갖 욕심으로 해서 생기는 탈로 해서 한시도 탈 안 나고 살기 어렵지요. 배탈이 왜 생기는가? 사람이 태어나면서 어머니 젖꼭지부터 물지요.그 젖을 먹으면서 탈이 시작됩니다.어머니가 음식을 잘못 먹으면 젖먹이한테 배탈이 나거든요.젖을 너무 많이 먹어도 배탈이 나지요.몸은 거부하는데 욕심 때문에 자꾸 먹다보니 탈이 나지요.배탈은 생기기 전에 자신이 알고 있습니다.알면서 욕심을 억누르면 탈이 안생기지요.모든 탈의 근원은 욕심입니다.돈탈,명예탈은 목숨도 앗아가지요. 스님들은 내 마음의 어둠,고통,번뇌,망상을 다 태워버리는 것을 해탈이라고 하더군요.결국 왜 탈이 생기는가?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생각을 하고,행동을 하니까 탈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탈은 상상력·꿈·희망·기도의 상징 그래서 탈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 욕심으로 하여 생기는 자연재앙으로부터 지켜지게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의 형상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인간이기 때문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고,그 욕심이 아니라면 또 세상은 얼마나 심심하겠습니까?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욕심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탈은 어쩔 수 없이 또 자연의 섭리로 치유시켜 주고,쓸어안아서 자연으로 회귀하도록 다독거려주는 신(神)이 필요한 것이지요.참 얼마나 재미있는 상상입니까? 얼마나 멋진 말입니까? 그 상상력,꿈,희망,기도의 상징물이 탈이며,장승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원래 탈의 어원(語原)은 몽골의 ‘타르’라고 하더군요.‘타르’는 맑아지다,깨끗해지다,밝아지다,좋아지다는 뜻을 지녔다고 합니다.또한 불타다,불에 타서 없어진다는 뜻도 들어 있다고 합니다.‘탈춤’이라는 춤은 몸에 붙어 있는 온갖 탈을 탈탈 털어 내기 위해 추는 춤입니다. 문:장승은 탈의 기능적 한 종류임을 알겠는데,장승이 맨 처음 세워진 것은 언제쯤일까요? 그리고 그 때의 장승이 지녔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李:대개 삼국시대부터 장승이 세워진 것으로 봅니다.삼국시대 장승의 눈,코,입,귀와 몸이 지녔던 그 시대의 마음을 느껴보기 위해서 나는 그 시대의 의식주 환경을 재현하여 그 안에서 한 달 가까이 생활해 보기도 했지요. 음식은 거의 생식을 하고,옷은 겨울에도 내의 없이 홑껍데기 한복을 입었으며,산에다 토굴을 파거나 판잣집을 지어서 지냈는데 산이나 들판의 바위,나무 밑에서도 지냈지요.적게 먹고 그것도 생식을 하니까 잠이 적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생각이 깊어지더군요.자연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지요. ●장승 통해 자연치유 능력 발견 그런 마음의 상태에서 장승을 생각했지요.인간은 왜 장승을 다듬어 세우는가? 이 물음은 인간의 마음에는 왜 액이 생기는가 하는 것과 같지요.자연에서는 액이나 탈이란 것이 없습니다.인간이 많이 살게 되면서 자연과의 조화가 파괴되면서 액과 탈이 생겼지요.이 액과 탈을 치유시키기 위해 장승을 세운 것입니다.약이나 인위적 치료가 아닌 자연치유 능력을 인간 스스로가 발견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자연과 공존할 수 있을까? 탈없이 살 수 있을까 하고 궁리한 끝에 터득한 것이 장승을 세우는 것이었지요.장승이 서는 자리가 엄격하게 선택되고,장승 다듬는 일이 신성시되고,장승 위치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는 데까지 인간의 생각이 미쳤지요.마을마다의 액과 탈에 따라 장승의 모양과 서는 위치가 다른 것은 그 마을 사람들의 기원,소망이 각각 다르고 지리적 위치도 다르기 때문이지요. ●현대에도 장승 세우는 것은 ‘효험’ 때문 문:현대 사회에 들어온 이후에도 계속 장승을 세우고 있는데 무슨 이유일까요? 李:오랜 옛날에 세운 장승이 지금까지 남아서 전해지고 있는 이유나 오늘날 도심 한 가운데나 아파트 단지에도 장승을 세우기도 하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효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효험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李:자연과의 공존,상생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우주 속의 내가 어떻게 하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겠지요.그 때 장승은 나를 자연으로 인도해주는 안내자이자 내 안에 감춰져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기도 하거든요.그것은 미신이나 우상 따위가 아니라 우주와 나의 하나됨을 깨닫게 해주는 영혼의 등대 혹은 영혼의 치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51)장승의 마음은 하늘의 마음이다(上)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51)장승의 마음은 하늘의 마음이다(上)

    ●장승연구 소홀… 민중정신사 소외시키는 것 판소리 ‘흥부가’의 ‘박타령’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늘어선 조를 보면 대촌 당산 법슈(法首) 갓고’하는 부분이다.이 법슈(法首)는 벅수,법수라고 부르는 장승을 말하는데,이 말은 중국,일본의 문화와 아무 관련 없는 우리나라 토종이다. 장승 얘기는 가루지기타령(변강쇠타령)에 보다 상세하게 나온다.그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즉 천하잡놈 강쇠가 산에 나무하러 가서 산고개에 서 있는 장승을 뽑아와 방에 군불을 때고 자다가 장승 동티로 죽어버린다.그러자 팔자 한번 겁나게 드센 옹녀가 강쇠놈 시체를 치우기 위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길손들이 강쇠 시신을 치우려고 하다가 변을 당하는 이야기다. 생활 토대를 잃어버리고 떠돌아다니는 유랑민의 참담한 생활상을 주제로 하고 있는 변강쇠타령의 비극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 장승이다. 우리나라 상류 사회의 신앙이었던 유교·불교와 관련된 역사와 미술은 많은 연구 성과물을 가지고 있지만 민중의 정신사라 할 수 있는 무속과 장승 연구 업적은 그리 많지 않다.무속 연구도 귀족 취향적 풍토에 머물러 있어서 무속의 참모습을 제대로 드러내는데는 한계를 지녔다.장승 연구가 희귀한 까닭은 민중의 정신사가 소외되고 있음을 뜻한다.안타깝고 또 잘못된 일이다.크게 후회할 일이다. ●‘살아있는 장승’ 갈촌선생을 뵙다 이같은 민중정신사의 소외 속에서도 30년 가까이 한국의 탈과 장승 연구에 삶을 녹여 넣고 있는 갈촌 이도열(李道烈·58·갈촌 탈 박물관장 겸 장승학교 교장) 선생을 만났다.그는 한국의 탈과 장승연구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이자 살아 있는 장승 그 자체로 통하는 귀하고도 고마운 분이다.오광대의 고장 경남 고성에 있는 ‘갈촌 탈 박물관’에서 탈과 장승에 관한 선생의 깨달음을 전해 들었다. 문:탈과 장승에 관한 생각을 언제부터 골똘히 하게 되셨는지요. 李:농과대학을 다니다가 군대에 나갔는데,훈련 중에 허리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일찌감치 제대를 했지요.그 길로 아버지께서 경영하시던 한우 비육 농사를 도우면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고향에서 살아가려면 농사 외에 다른 뜻 있는 일을 함께 해야만 보다 온전한 삶이 되지 않겠나 싶어서 이것 저것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지요. ●‘고성오광대’는 신명의 원천 ‘고성오광대’가 눈에 들어오더군요.젊은 내가 땀흘려 배우고 지켜나가야 할 몫이라는 생각을 했지요.농사가 육신을 키우고 지켜주는 신명이라면 오광대의 춤과 노래는 영혼을 맑게 해주고 자라나게 하는 신명의 원천이라고 여겼지요. 오광대 춤을 배우게 되면서 한 가지 의심이면서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게 되더군요.탈을 만드는 문제였어요.탈의 눈,코,색깔,크기 등이 매우 다양한데 그 까닭을 알고 싶었어요.그런데 내 의문을 풀어 줄 만한 문헌,자료가 우리나라에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더욱 더 풀기 어려운 의문에 휩싸이게 되었지요. 이같은 의문을 안은 채 농사를 계속했지요.70년대 초반 우리나라 농촌이 대개 다 그러했듯이 고향을 떠나는 풍조가 만연하는 가운데서도 농촌에 남은 청년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우회(農友會)를 조직하여 연대하기 시작했지요.이 농우회를 근간으로 하여 가톨릭 농민회를 만들어 이끄는 일을 맡기도 했지요. ●농민의 역사 안에서 생겨난 탈 한국 농업이 어려움에 봉착하고 농촌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저는 역설적으로 농민과 농업,농촌 문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지요.농업(농사)은 한국 문화의 원형이며,농민은 그 문화의 어머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탈은 그 농사와 농민의 역사 안에서 생겨났다는 것도 알았지요.좀 복잡하지만 계기라면 계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흔히 탈과 장승은 조금 다른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어떤 관계로 봐야 합니까? 李:탈은 세 종류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태양탈,신앙탈,예능탈이지요.태양탈은 구석기,신석기시대 또는 그 이전에도 이루어진 여러 종류의 암각화,상형문자들을 말합니다.어둠,추위,맹수의 공격,식량,종족의 번식,사냥,태양의 힘 등과 인간의 생존 관계를 상징하는 그림들이지요.신앙탈은 고인돌,선돌,장승 등 자연의 섭리로부터 인간이 보호받게 되기를 갈망하면서 만들게 된 것인데,주술성을 중요하게 여기지요.종족 보호,건강과 식량의 확보를 위해 하늘에 기원하는 마음을 돌이나 나무에다 새긴 것이지요.예능탈은 주술성이 없어지고 단지 유희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모든 ‘탈’의 근원은 욕심 문:그렇다면 ‘탈’이란 말은 어떤 의미를 지녔으며,언제부터 나타났을까요? 李:(웃음을 머금으면서)사람 사는 세상엔 참 탈도 많지요.배탈,해탈,돈탈,명예탈,온갖 욕심으로 해서 생기는 탈로 해서 한시도 탈 안 나고 살기 어렵지요. 배탈이 왜 생기는가? 사람이 태어나면서 어머니 젖꼭지부터 물지요.그 젖을 먹으면서 탈이 시작됩니다.어머니가 음식을 잘못 먹으면 젖먹이한테 배탈이 나거든요.젖을 너무 많이 먹어도 배탈이 나지요.몸은 거부하는데 욕심 때문에 자꾸 먹다보니 탈이 나지요.배탈은 생기기 전에 자신이 알고 있습니다.알면서 욕심을 억누르면 탈이 안생기지요.모든 탈의 근원은 욕심입니다.돈탈,명예탈은 목숨도 앗아가지요. 스님들은 내 마음의 어둠,고통,번뇌,망상을 다 태워버리는 것을 해탈이라고 하더군요.결국 왜 탈이 생기는가?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생각을 하고,행동을 하니까 탈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탈은 상상력·꿈·희망·기도의 상징 그래서 탈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 욕심으로 하여 생기는 자연재앙으로부터 지켜지게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의 형상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인간이기 때문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고,그 욕심이 아니라면 또 세상은 얼마나 심심하겠습니까?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욕심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탈은 어쩔 수 없이 또 자연의 섭리로 치유시켜 주고,쓸어안아서 자연으로 회귀하도록 다독거려주는 신(神)이 필요한 것이지요.참 얼마나 재미있는 상상입니까? 얼마나 멋진 말입니까? 그 상상력,꿈,희망,기도의 상징물이 탈이며,장승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원래 탈의 어원(語原)은 몽골의 ‘타르’라고 하더군요.‘타르’는 맑아지다,깨끗해지다,밝아지다,좋아지다는 뜻을 지녔다고 합니다.또한 불타다,불에 타서 없어진다는 뜻도 들어 있다고 합니다.‘탈춤’이라는 춤은 몸에 붙어 있는 온갖 탈을 탈탈 털어 내기 위해 추는 춤입니다. 문:장승은 탈의 기능적 한 종류임을 알겠는데,장승이 맨 처음 세워진 것은 언제쯤일까요? 그리고 그 때의 장승이 지녔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李:대개 삼국시대부터 장승이 세워진 것으로 봅니다.삼국시대 장승의 눈,코,입,귀와 몸이 지녔던 그 시대의 마음을 느껴보기 위해서 나는 그 시대의 의식주 환경을 재현하여 그 안에서 한 달 가까이 생활해 보기도 했지요. 음식은 거의 생식을 하고,옷은 겨울에도 내의 없이 홑껍데기 한복을 입었으며,산에다 토굴을 파거나 판잣집을 지어서 지냈는데 산이나 들판의 바위,나무 밑에서도 지냈지요.적게 먹고 그것도 생식을 하니까 잠이 적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생각이 깊어지더군요.자연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지요. ●장승 통해 자연치유 능력 발견 그런 마음의 상태에서 장승을 생각했지요.인간은 왜 장승을 다듬어 세우는가? 이 물음은 인간의 마음에는 왜 액이 생기는가 하는 것과 같지요.자연에서는 액이나 탈이란 것이 없습니다.인간이 많이 살게 되면서 자연과의 조화가 파괴되면서 액과 탈이 생겼지요.이 액과 탈을 치유시키기 위해 장승을 세운 것입니다.약이나 인위적 치료가 아닌 자연치유 능력을 인간 스스로가 발견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자연과 공존할 수 있을까? 탈없이 살 수 있을까 하고 궁리한 끝에 터득한 것이 장승을 세우는 것이었지요.장승이 서는 자리가 엄격하게 선택되고,장승 다듬는 일이 신성시되고,장승 위치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는 데까지 인간의 생각이 미쳤지요.마을마다의 액과 탈에 따라 장승의 모양과 서는 위치가 다른 것은 그 마을 사람들의 기원,소망이 각각 다르고 지리적 위치도 다르기 때문이지요. ●현대에도 장승 세우는 것은 ‘효험’ 때문 문:현대 사회에 들어온 이후에도 계속 장승을 세우고 있는데 무슨 이유일까요? 李:오랜 옛날에 세운 장승이 지금까지 남아서 전해지고 있는 이유나 오늘날 도심 한 가운데나 아파트 단지에도 장승을 세우기도 하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효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효험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李:자연과의 공존,상생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우주 속의 내가 어떻게 하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겠지요.그 때 장승은 나를 자연으로 인도해주는 안내자이자 내 안에 감춰져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기도 하거든요.그것은 미신이나 우상 따위가 아니라 우주와 나의 하나됨을 깨닫게 해주는 영혼의 등대 혹은 영혼의 치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클린턴 자서전 My Life] “딸이 알까 두려워 진실 숨겼다”

    대통령 재임 시절 숱한 스캔들과 함께 미국 경제를 호황국면으로 이끌면서 비난과 찬사를 함께 받았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2일 자서전 ‘나의 인생 (My Life)’를 출간,시판에 들어갔다. 자서전에서 그는 인생의 오점으로 남아 있는 백악관 임시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반성과 함께 자신의 국내외적인 치적을 자세히 소개했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서울 김균미 기자|클린턴 전대통령은 특히 임기 말 북한을 일주일 이상 방문하려 했으나,중동사태 때문에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또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하려 했으나,뜻을 이루지 못했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을 방북,미사일 협상을 종결지으라고 권고했으나 듣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북한 관련 1994년 3월 말 북한과의 심각한 위기가 시작됐다.앞서 2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한 북한은 돌연 15일 사찰단의 입국을 막았다.북한은 핵 무기 전단계인 플루토늄을 만들기 위한 폐 연료봉을 연구중이었으며 이를 위해 2개의 원자로 건설을 계획했다. 나는 일주일 만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한국에 보내기로 결정했고 유엔에 대북 경제제재를 요청했다.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은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제조를 중단시키기로 결정했음을 발표했다.그는 미국이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하는지를 북한에 전하기 위해 3일 연속 거친 말투를 썼다.선제공격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6월1일 북한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로버트 갈루치 북핵 대사를 그에게 보내 미국의 심각한 상황을 설명했다.그는 방북을 원했고 나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7월 제네바 협상을 하루 앞두고 김일성이 사망,대화는 한달간 중단됐다.그러나 10월에 협상이 타결돼 북한이 핵 강대국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북한이 1998년부터 핵무기 1∼2개를 만들 분량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미국이 안 것은 내가 백악관을 떠난 뒤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가 12월16일 백악관을 찾았다.그는 미사일 방어(MD)와 이라크를 가장 큰 안보 이슈로 생각했다.나는 8년간의 경험으로 비춰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가 안보문제 가운데 첫번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다음이 중동평화,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파키스탄과 탈레반 및 알카에다의 연계,북한 문제,그리고 이라크라고 말했다.빈 라덴을 잡지못한 게 가장 실망스럽지만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거의 타결할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그러나 완전히 종식시키려면 부시 당선자가 북한에 가야한다고 말했다.부시는 듣기만 했지 말하지는 않았다. ●르윈스키와의 관계 전말 1995년 10월 연방정부의 일시 폐쇄로 백악관에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을 때 르윈스키와 처음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그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그녀가 국방부로 옮길 때까지 여러 차례 관계를 가졌다.1997년 2월 르윈스키가 주례 라디오 연설 녹음 저녁때 손님중 한명으로 왔고,녹음 뒤 약 15분간 단둘이서 만나 관계를 가졌다. 나도 내 행동이 혐오스러웠다.봄에 다시 만났을 때 이런 행동은 나와 내 가족,그녀 등 모두에게 잘못이라고 말했다.이후에도 르윈스키는 몇번 백악관을 방문했지만 부적절한 관계는 더 이상 갖지 않았다.르윈스키와 나 사이에 일어난 일은 부도덕적하며 바보같은 일이었다.난 그 사실이 매우 부끄러웠고,영원히 세상에 알려지지 않길 바랬다. ●힐러리보다 첼시에게 말하기가 더 힘들었다 대배심 심리가 열리던 1998년 8월15일 토요일 아침 한숨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참담한 기분으로 힐러리에게 르윈스키와의 관계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어놓았다.힐러리는 마치 배를 주먹으로 얻어맞은 듯한 멍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힐러리는 나와 르윈스키와의 관계 그 자체 못지않게 내가 지난 1월 사건이 불거졌을 때 그녀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더욱 화가 나 있었다.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미안하다는 말 뿐이었다.난 내가 그녀를 사랑하며 첼시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난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가족을 지키고 대통령으로서 나에 대한 평가가 땅에 떨어지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진실을 꽁꽁 가슴속에 가둬뒀다.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나와 관련된 그 많던 거짓말과 모함들을 함께 잘 견뎌낸 지금,지난 1월 폴라 존스와 관련한 진술 조서 때문에 대통령직에서 밀려나긴 싫었다.솔직히 지금도 내가 어떻게 그렇게 바보같은 잘못을 저질렀는지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딸 첼시에게 사실을 알리는 일은 힐러리에게 고백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모든 자녀가 자신의 부모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시간 문제이지만,내 경우는 정상적인 경우에서 한참 더 나아갔기 때문에 이해를 구한다는 것은 어려웠다.나는 항상 좋은 아빠라고 자부해왔다.나는 결혼생활이 끝나는 것 뿐 아니라 딸의 사랑과 존경을 한꺼번에 잃게 될까봐 두려웠다. mip@seoul.co.kr˝
  • [정인학 칼럼]이해찬 총리 지명자의 굴레

    이해찬 총리 지명자는 요즘 세상 인심이 야속할 것이다.국무총리에 지명되자 백골이 진토되어 넋조차 없어진 줄 알았던 6년전 ‘교육부 악몽’이 되살아 활개치니 말이다.이해찬 장관이 바꿔 놓은 대학입시제가 처음 적용된 이른바 ‘이해찬 세대’부터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졌다고 한다.주먹구구식 교원 정년 단축으로 교단이 붕괴되면서 공교육이 황폐화했다는 것이다.그뿐인가.BK21이며 교원성과금제며 하나같이 문제투성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해찬 지명자에 대한 세간의 혹평은 다분히 억지성이다.이해찬 세대의 학력 저하론만 해도 그렇다.발단은 이해찬 입시제인 2002학년도 수능에서 평균이 66.5점이나 폭락하면서 비롯됐다.하지만 이는 학생들의 실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문제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2002학년도 직전의 2001학년도 수능에서 무려 66명이 만점을 받을 만큼 문제가 너무 쉬워 사회적 물의를 빚자 조금 어렵게 낸다는 게 그만 도를 넘어섰던 것이다. 초·중등 교원 정년 단축문제도 그렇다.62세로 정년을 낮추는 과정에서 교원 파동은 사실 정년과는 관련이 없다는 분석이 유력하다.때마침 연금 고갈설과 함께 연금 산정방법이 달라져 수령액이 줄어 들 것이라는 소문이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다만 명퇴를 신청하면서 연금은 제쳐 두고 정년 문제를 앞세우다 보니 잘못 알려졌다는 것이다.또 교원 단체들이야 극력 부인하겠지만 정년 단축은 교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어,교원의 경쟁력을 추스르는 자극제가 되었다는 대목도 결코 간과되어선 안 될 것이다. ‘이해찬 정책’이 싸잡아 매도되는 데는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들이 있다.정책마다 통찰력이 결여되었고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못했다.시행의 완급도 제대로 조절되지 못했다. 공부 말고도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게 하겠다며 19개의 특별전형 유형을 무려 99개로 늘렸다.순간 전국은 갖가지 경진·경시대회로 넘쳐났다.2002년의 경우 1131개의 갖가지 대회가 열렸다.하루 평균 3.1개꼴이다.교육부는 요즘 경시대회 인증제를 도입하겠다며 법석을 떨고 있다. 대학 진학의 길은 다양해야 한다.고교 졸업생의 79.6%가 대학엘 가는 판에 공부만으로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난센스다.문제는 특기 진학을 허용하려면 경시대회 남발과 같은 독소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어야 했다.또 당시 교육부는 중·고교의 보충수업을 사실상 폐지시켰다.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은 보충수업을 강권하는 것은 물론 교육방송까지 동원하고 있다.정책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없었고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했다. 이해찬 지명자는 기획력이 뛰어나며 열정이 있고 소신이 강한 인물이라고 한다.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감당할 국무총리로서의 자질을 두루 갖춘 것 같다.그러나 기획력과 열정,그리고 소신은 극약(劇藥)과 같아서 필요한 증상에 적정량을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목숨도 앗아 갈 수 있다.열정이 있으니 모든 분야에 간여하려 할 것이요,소신이 강하니 다른 의견을 묵살하기 십상이며,기획력이 뛰어나니 통찰력이 간과되기 쉬울 것이다. 국정의 혼선은 부메랑이 되어 고스란히 국민적 피해로 돌아 온다.국민적 설득을 얻지 못한 정책은 분란을 일으켜 국력만 소진시킨다.세상에선 ‘이해찬 총리’를 놓고 극단적인 의견이 맞부딪치고 있다.오는 24일부터 인사청문회가 열린다고 한다.세상에서 쏟아내고 있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무엇을 제시해야 한다.죄송하다는 식의 감성적 접근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자초지종을 짚어야 한다.그리고 ‘앞으로’를 말해야 한다. 교육담당 대기자 chung@seoul.co.kr ●정인학 교육담당 대기자의 칼럼을 오늘부터 3주마다 싣습니다.˝
  • 한나라, 천막당사 접고 염창동에 새 둥지

    “담배도 안 피우는데 흡연 10년차의 증상이 나타난다.” “코 막혀 숨도 못쉬고 귀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했다.” “햇볕이 그대로 천막을 통과해 얼굴이 익어가고 두통 호소 환자가 늘어난다.” 한나라당 상황판에 실린 글이다.천막당사에서 겪은 애환들이 담겨져 있다.이 상황판은 15일 트럭에 실렸다.그러곤 염창동 새 당사로 옮겨졌다.원래 이 상황판은 4·15총선용이다.선거 승리를 위한 격려문을 싣고자 당사 마당에 설치했다.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부터는 ‘신문고’가 됐다.당직자나 직원들은 천막당사의 고충을 글로 표현했다.한나라당은 이날 여의도 천막당사 시대를 마감하고 염창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84일간의 풍찬노숙(風餐露宿) 신세를 접은 것이다. 이로써 여의도 정가시대는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열린우리당도 지난 3월 영등포로 이전함으로써 주요 정당은 여의도를 떠났다.민주노동당과 민주당만 여의도에 남아 있다.한나라당이 천막당사로 옮긴 것은 지난 3월24일.박근혜 대표가 임시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다음날이다.박 대표는 ‘차떼기 정당’의 오명을 벗어나려고 호화당사 이전을 전격 선언했다.그동안의 생활은 피난민이나 다름없었다.큰 일교차로 낮엔 덥고,밤엔 석유난로가 필요했다.여의도 벌판의 바람은 거셌다.먼지나 소음 또한 참기 어려운 공해였다. 강서보건소 옆에 위치한 새 당사는 2층짜리 식당건물로 쓰이던 곳이다. 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에서 “호화당사에서 안일하게 지낸 정당의 말로가 어떤지 알았다.”며 “정신은 영원히 천막을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박대출기자 dcpark@seoul.co.kr˝
  • 장성급 부속합의서 내용·의미

    남북이 12일 ‘무박 3일’간의 협상 끝에 ‘6·4 합의서’의 이행을 위한 부속 합의서에 서명했다.부속 합의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일대에서의 무력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MDL) 부근의 선전수단 제거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일정이 담겨 있다. ●주요 내용과 의미 서해 NLL을 둘러싼 남북 해군 함정간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마련됐다.무선통신과 깃발,발광(불빛 신호) 등이 주요 방법이다. 양측 함정들은 156.80㎒,156.60㎒를 각각 지정 주파수와 보조지정 주파수로 결정,국제상선 공통망을 통해 무선교신을 하게 된다.남측은 ‘한라산’,북측은 ‘백두산’으로 지칭된다.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이 무선통신을 통해 ‘백두산 백두산,여기는 한라산’식으로 호출하게 된다. 남북은 14일 오전 9시부터 약 2시간 동안 NLL해상에서 역사적인 군사당국간 시험교신을 갖는다. 양측 해군이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4시 서해지구 통신선로를 이용해 서해상 불법 조업선박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기로 한 것도 군사적 긴장 완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양측은 국제상선 통신망으로 통신이 어렵거나 쌍방 함정이 기관고장이나 조난 등으로 불가피하게 접근할 경우,깃발이나 발광신호로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게 된다.깃발신호는 함정 최상부에 내걸고,발광신호는 마스트에 달린 탐조등으로 상대 함정이 응답할 때까지 송신한다. 이밖에 양측은 휴전선 일대에서 상대방의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선전수단은 모두 없앤다는 합의에 따라 15일 0시부터 모든 선전활동을 중단하고 모든 선전수단도 제거하기로 했다. 남측 병사들의 종교활동을 위한 초대형 불상과 크리스마스 트리 등은 후방지역으로 옮겨진다. ●마라톤 협상으로 마련된 이행안 실무대표 접촉이 시작된 10일만 해도 우리측은 1박2일 정도면 협상이 끝날 것으로 봤다.하지만 MDL일대에 설치된 종교시설의 제거여부를 둘러싸고 양측은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북측은 종교시설물의 심리적 자극이 큰 만큼 눈에 옮길 것을 요구했고,우리측은 민간시설이기 때문에 군이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개했다. 결국 우리측이 북측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는 않겠다고 한발짝 물러서 겨우 문제가 일단락됐다. 또 부속합의서 조문을 일일이 따져가며 작성하는데도 당초 생각했던 시간보다 훨씬 많이 소요돼 아예 한숨도 자지 못한 채 마라톤 협상을 벌어야만 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교정행정 上] 서울구치소 천성규교위의 ‘한숨 고백’

    서울신문사 등이 제정한 교정대상이 올해로 22회째를 맞았다.14일 열리는 교정대상 시상식을 계기로 열악한 근무 환경속에서도 묵묵히 수용자들의 교화에 힘써온 교도관들의 애환과 교도관 1명이 평균 5.4명의 수용자를 담당해야 하는 교정 행정의 현주소,수용자 편의를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교정행정의 미래 등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퇴직하고 5년을 살면 장수했다고 합니다.” 지난 10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교정 1번지’로 알려진 이 곳에서 만난 천성규(45) 교위는 교도관들의 생활을 묻는 질문에 쓴웃음부터 지어보였다.힘들지만 어쩔 수 있느냐는 자조섞인 한숨도 터져나왔다. 그는 수용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폭행 등 형사사건 등을 조사하고 처벌하는 조사 담당이다.지난 87년 이 곳에 서울구치소가 문을 열 때부터 만 17년 동안 줄곧 근무했지만 요즘처럼 힘든 때는 없었다.갈수록 업무량은 늘고 외부 시선이 따가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도관들의 근무는 3부제로 이뤄진다.오전 8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9시30분까지 25시간을 꼬박 근무한 뒤 다음날 하루 쉬고,그 다음날 8시간을 근무하는 식이다.하루가 24시간이지만 인수인계를 위해 25시간을 근무한다.‘교도관 25시’라는 말은 여기에서 비롯됐다.매주 3부제가 두 차례 돌아간다고 단순 계산해도 일주일이면 66시간을 근무하는 셈이다(25+25+8+8=66).주5일 근무니,주42시간 근무니 하는 말은 ‘꿈나라’ 얘기다. 이것도 일상적인 근무상황을 말하는 것일 뿐,실상은 더 어렵다.천 교위의 경우 업무 특성상 수용자 상담과 조사가 주를 이루다 보니 휴일과 일요일에도 수시로 출근한다.그는 “맡은 일에 따라 주당 근무시간이 70시간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지난해 10월 통영과 충주에 구치소가 새로 문을 열면서 다른 구치소의 교도관들을 빼내 인력을 충당한 탓에 이같은 사정은 더 어려워졌다. 여름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의 활동량이 많아져 범죄가 늘면서 수용자가 느는 것도 부담이다.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대선자금 등의 수사로 국회의원과 정치인 등 ‘거물급’ 인사들이 속속 수감되면서 신경쓰이는 일도 적지 않다.현재 이 곳에 수감된 유명인사만 해도 권노갑씨,안희정씨,손영래 전 국세청장 등 35명에 이른다.전체 수용인원도 적정 인원인 2500명을 훌쩍 넘어 35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가정의 달인 5월.그는 이번 달이 원망스럽기만 하다.지난 8일 어버이날에는 동생이 모시는 노 부모께 카네이션 한 송이 꽂아드리지 못했다.그는 “가까이 계셔도 찾아뵙지도 못했는데….”라며 못내 아쉬워했다.어린이날인 지난 5일에도 막내인 5살짜리 딸의 어리광을 뒤로한 채 정상출근을 해야 했다.“평범한 봉급쟁이 아빠가 부러운지 나보다 옆집 아빠가 더 좋다고 하는 아이를 볼 때마다 서운하기도 하지만 미안한 감정이 앞섭니다.” 일반 공무원에 비해 휴식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수용자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교정행정의 특성상 쉬는 시간은 오전과 오후 각 30분이 전부다.점심과 저녁식사도 30분만에 끝마쳐야 한다.그는 “반(半) 징역살이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도관들의 건강은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료 한 명이 뇌출혈로 입원했다.만성피로가 원인이었다.또 다른 한명은 과로로 숨지고,두명은 직무와 연관성이 인정돼 보훈대상자로 지정됐다.만성피로와 관절염에 시달리는 천 교위는 “쓰러지는 동료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했다. 교도관들을 상대로 한 수용자들의 무차별적인 고소,진정,청원도 교도관들을 힘들게 한다.조사를 받느라 제대로 업무를 볼 수 없는 실정이다.수용자들이 인권을 침해당했다거나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며 검찰에 고소하거나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내는 탓이다. 그는 “무고성 출원이 워낙 많다 보니 고소나 진정을 당하지 않은 교도관들이 없을 정도”라면서 “일부 교도관들은 고소나 진정에 대비해 자비를 들여 소형 녹음기인 보이스펜을 구입,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고소라도 당하게 되면 검찰의 조사를 받느라 1∼2일을 허비하게 되고 동료 교도관들의 업무가 가중돼 결국 선의의 수용자들이 피해를 당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교도관들에 대한 사회의 곱지 않은 눈길도 부담이다.극히 일부 교도관들의 비리나 인권유린 사례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될 때마다 모든 교도관들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그는 “인권은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가해자들의 인권 문제가 주목받는 가운데 대다수 피해자나 교도관들의 인권은 무시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힘든 생활에도 20년 가까이 교정직에 매진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그는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보람 때문”이라고 했다. 사회에서 아무리 큰 죄를 짓고 들어왔다 하더라도 착한 심성을 되찾고 참회하도록 이끌어 주면서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는 것이다.지난 94년 전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이른바 ‘지존파’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한 수용자와 인연을 맺은 뒤 끊임없는 노력으로 참회의 눈물을 흘리도록 한 것은 아직도 그의 가슴 속에 남아있다.“이것들이 제가 여기에 남아있는 이유입니다.” 수용자들과 출소자들이 보내온 수십 통의 감사 편지를 소중히 어루만지는 그의 손이 아름다웠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 [토요명화]

    ●넬리와 아르노(EBS 오후 11시10분) ‘금지된 사랑’의 클로드 소테 감독이 1995년 만든 마지막 작품.노신사와 젊은 여성간의 불륜을 다루지만 경박하거나 통속적이지 않다.두려움에 주저하는 두 인물의 섬세한 감정이 잘 표현돼 있다. 그해 세자르 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주인공 넬리를 맡은 엠마누엘 베아르를 비롯하여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장 위그 앙글라드가 뱅상으로 출연,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25세의 젊은 여성 넬리는 백수나 마찬가지인 남편과 가난이 지겹다.친구 자크린의 소개로 만난 68세의 사업가 피에르 아르노는 그녀의 빚을 청산해 주겠다며 자신의 비서로 일할 것을 제의한다.넬리는 피에르의 아파트에서 일을 시작한다.피에르의 서재에서 매일 시간을 보내게 된 두 사람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가까워진다.서로에게 점점 끌리지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그러던 중 넬리에게 한눈에 반한 젊은 편집장 뱅상이 나타나면서 관계가 복잡해진다.뱅상이 넬리에게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자 피에르는 질투에 사로잡힌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KBS2 오후 11시10분) 윌 스미스,진 해크먼 주연.국가 기관의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스릴러로 영화 상영 내내 긴박감이 넘친다.토니 스콧 감독의 1998년 작품. 변호사 로버트 딘은 국회의원 필의 피살 현장을 친구와 함께 목격한 뒤 국가안보국으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된다.아내로부터도 의심 받게 된 딘은 평소 알고 지내던 정보 브로커 브릴을 찾아간다.브릴은 전직 국가안보국 요원.냉전 종식 이후 신분을 감추고 살아가는 정보 베테랑이다.브릴은 자신의 정체가 노출될까 두려워 딘을 거부한다.그러나 자신의 목숨도 위협당하자 딘과 함께 역습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한다. ˝
  • 이라크 억류후 풀려난 한재광씨 “한국군 파병됐다면 난 죽었을지도”

    “이라크 현지는 ‘탈출 전쟁’중입니다.만약 나시리야에 한국군이 파병돼 있었다면 제 목숨도 보장받지 못했을 겁니다.” 이라크 파병 논란이 국내외에서 재점화한 가운데 지난 4일 이라크 나시리야에서 시아파 민병대에 억류됐다 풀려나 한국에 돌아온 ‘지구촌 나눔운동’의 한재광 사업부장(33)은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가 이토록 소중한지 몰랐다.”며 불안한 현지 상황을 전했다. 한 사업부장은 “매일같이 이어지는 교전과 인질극 탓에 떠나려는 외국인들로 바그다드 인근 호텔과 공항은 북새통을 이룬다.”면서 “사태악화로 외국 NGO는 물론 선교사·기자들까지 국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한 부장도 지난 11일 이라크를 탈출하려고 했지만 이어지는 탈출인파에 항공편이 없어 1주일 뒤인 지난 18일에야 귀국했다. 그간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바그다드 역시 지난 15일부터 저항군 무자헤딘이 자리를 잡음에 따라 안전을 보장받기 어려워졌다.이에 현지 대사관측은 지난주부터 한국인의 이라크 출국을 권유하고,불가피하게 남은 현지 거주자등에게는 외출을 삼갈 것을 당부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현지 교민들 사이에는 “인질로 잡히면 무조건 몸값이 7000달러 이상”이라는 소문부터 “미국인과 일본인,한국인 등 국적에 따라 몸값이 다르다.”는 이야기까지 떠돈다.한 부장은 “무장단체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외국인 억류에 가담하는 양상이 나타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한국군 추가파병에 관해 “아직 현지에서는 한국인에게 호의적인 인식이 있지만 전투병 파병 후에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는 “‘팔루자 주민학살’등으로 벌집을 쑤셔놓은 것 같은 현지 여론을 볼 때 파병을 하면 충돌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 “파병의 시기와 임무 등에 정부가 신중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조언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주말매거진 We/‘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촬영지를 찾아서

    “꼬마들 이제 조용히 해주세요.학교밖 사람들과 차가 앵글에 들어오네요.빨리 통제해줘요.…” 지난 4일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의 촬영현장인 경기 부천시 도원초등학교 운동장.리허설이지만 실제 녹화 못지않게 분위기가 자못 진지하다.눈내린 장면을 연출하느라 연신 소금을 뿌려대는 스태프들은 촬영지가 주택가인지라 신경을 곤두세운다.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에,길가의 자동차와 행인들을 막으랴,불청객처럼 터지는 소리를 경계하느라 정신이 없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시작으로 ‘생활의 발견’까지 일상성에서 독창적 디테일을 포착하는 데 솜씨를 보여준 홍상수감독은 “일어 설 때 바짝 붙어!”라며 주연 유지태의 동선을 고쳐주는가 하면 “너무 조용해 움직임이 없다.”며 단역배우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점검한다.생각대로 그림이 나오지 않은 듯 줄담배를 피우면서 촬영을 거듭한 끝에 리허설을 끝냈다. 지난해 9월10일 크랭크인 한 뒤 10일 크랭크업을 앞둔 ‘여자는…’은 홍감독의 5번째 영화.7년만에 재회한 대학 선후배인 현준(김태우)과 문호(유지태)가 이전에 시차를 두고 사랑했던 선화(성현아)를 회상하다가 찾아가서 만나는 과정을 다룬다.같은 여인을 회상·현재·상상 속의 모습 등 다양하게 변주한다. 이날 촬영신은 선화가 운영하는 칵테일바에서 밤새 술을 마신 현준과 문호가 약수터로 올라가다가,문호가 축구하러 온 제자들을 운동장에서 만나 잠깐 백일몽에 빠진 뒤 깨어나는 장면이다. 1시간 남짓한 리허설을 마치고 녹화에 들어가기 전 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돈다.철봉에 눈이 없다는 촬영팀과 “땅이 너무 깨끗해 눈은 그만 뿌리고 흙색이 나오게 좀 해달라.”는 감독의 주문이 이어진 뒤 슛에 돌입하려는 찰라 헬기가 출현했다.굉음이 가시길 기다리는 동안 침묵이 흐른 뒤 슛에 들어갔다.무사히 끝나나 싶었는데 저쪽 끝에 누군가 지나갔다는 스태프의 지적에 홍감독은 다시 한번 하자고 다독였고,결과는 다행히 “OK”사인.하지만 같은 장면을 그늘에서도 찍고 비교할 요량인 만큼 반만 끝난 셈이다.잠시 쉬는 동안 만난 홍감독은 그날그날 시나리오를 쓰는 특유의 방식에 대해서 “현장 분위기를 촉발해서 좋다.”며 여유를 보인다. 이어진 두번 째 슛.유지태는 “막 깨어난 보슬보슬한 느낌을 연기하라.”는 주문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걸어간다.다시 찍은 장면을 보면서 “54초에 끊자.OK입니다.”라는 홍감독의 사인이 떨어진다.54초의 분량을 찍느라 2시간을 매달렸던 배우들과 스태프 사이에서 “와!”하는 환호성이 이어진다.안도의 한숨도 잠시.바로 ‘무시무시한’ 현장총괄 스태프의 목소리가 이어진다.“내일 아침 촬영은 8시입니다.시간 맞춰 나오세요.” 이종수기자 거꾸로 가는 남자 유지태 “독특한 영상미와 현장에서 시나리오를 주는 홍상수 감독님의 스타일에 적응하느라 처음엔 힘들었지만 갈수록 상투적 연기를 피할 수 있어 매력적입니다.” 유지태(28)는 또다시 연기변신에 나서는 어려움을 이렇게 표현했다.20년의 시차를 둔 사랑에 설레거나(‘동감’),사랑의 아픔에 힘겨워하는가하면(‘봄날은 간다’),복수의 화신이 되기도 하는(‘올드 보이’) 등 연기폭을 넓혀온 그가 ‘여자는…’에서 보여줄 역할은 옛사랑을 그리워하는 진지한 성격의 대학강사.함께 출연하는 김태우가 “지금껏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사변적이고 묵직한 역을 소화하느라 몸무게를 20Kg이나 늘렸다. 그러나 카메라가 멈추고 난 촬영장에서는 막내같다.리허설 장면을 찍은 녹화필름을 보다가 “노숙자 같다.”고 말해 웃음을 번지게 하거나 자신의 대사 장면을 보면서 연신 소리내 웃으며 팽팽하게 당겨진 분위기를 느슨하게 만든다. 당연히 영화에 대한 욕심은 남 못지않다.“감독님과 생각이 다르면 주저없이 말하는 ‘야당 성격’”이라고 자평한다.이어 “그렇다고 홍감독님이 작품에 반영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너스레를 떤다.성현아나 김태우처럼 “꼭 한번은 홍감독과 영화를 찍고 싶었다.”고 참여 동기를 들려줄 정도로 ‘홍상수 마니아’배우의 하나다. 이종수기자 vielee@ 꿈결같은 여자 성현아 “이제 다음 영화는 무슨 재미로 찍죠?”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주인공 성현아(30).아직도 촬영해야 할 분량이 적지않게 남아있지만,극중 ‘선화’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벌써부터 서운한 듯했다.그만큼 ‘선화’역에 푹 빠져있었다. 그녀는 “실제로 내가 과거에 ‘선화’로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공감하며 촬영에 임했다.”면서 “연기자로서의 경력에 일대 전환점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역할”이라며 활짝 웃었다. ‘보스상륙작전’이후 2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그녀는 홍상수 감독에 대한 믿음 하나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어떤 역할인지,작품 내용은 또 어떤지 전혀 중요하지 않았어요.평소 배우가 아닌 관객으로서 감독님의 작품 모두를 좋아했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꼭 출연하고 싶었죠.”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묻는 질문에는 “과거와 현재,미래를 넘나들고 문호(유지태)와 헌준(김태우) 사이에서 다양한 캐릭터의 여성상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초반에는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면서도 “내 습성·말투 하나하나를 극중 캐릭터에 그대로 살려주는 감독님 덕택에 시간이 갈수록 역할을 소화하는 데 자신감이 붙었다.”고 다시 홍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이영표기자 tomcat@
  • [나의 건강보감] 국문학자 김열규 교수

    생명을 키우는 햇빛과 대지를 감싸는 바람,그 앞에 맨몸으로 서서 깊게 호흡을 가다듬는다.해송숲 삼림에서는 솔향기가 번져나고,푸른 하늘의 새들은 날갯짓이 편하다.이윽고 대자연의 정기에 온몸이 말갛게 익을 무렵,가뿐한 걸음으로 흙길을 밟아 귀가한다.풍욕(風浴),말 그대로 ‘바람욕'이다. “햇살과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노라면 걸음의 숨가쁨이나,차가운 겨울바람이 왜 자연의 축복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거기서도 그냥 앉아 있는 건 아니다.마른 수건으로 전신을 가볍게 문지르면 금세 온몸이 따뜻하게 달아올라 한겨울에도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바람의 끝,매운 삭풍도 거친 숨결을 누그러뜨리는 경남 고성의 한적한 남해바닷가,거기에 ‘있고도 없는 도깨비'처럼 그는 홀로 서 있었다. ●일흔 넘긴 나이에도 검버섯 하나 없어 김열규(71) 교수.일흔을 넘긴 그의 얼굴에서 속진의 기름때같은 끈적임은 찾아 볼 수 없었다.유리알처럼 맑은 얼굴에는 그 나이면 훈장처럼 번지는 검버섯 하나 자리하지 않았다.“며칠 전 친구를 만났는데 날 보고 물어요.‘왜 그렇게 건강한가,비결은 뭔가.’그래 이렇게 말했지요.내 어깰 만져봐라.부드럽지 않나.대자연에 묻혀 사니 어깨에 힘 줄 일도 없고,긴장할 인간관계도 없다.이렇게 살면서 건강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그가 “속되고 욕되다.”며 표표히 서울을 떠나 고향인 이곳에 정착한 게 지난 91년이니,벌써 12년째 한 걸음 뒤편에서 넉넉하게 세상을 관조하고 있다.“91년 서강대를 떠나면서 40년 서울생활을 함께 털어냈어요.험한 문명의 변화에 몸이 따라가질 못하더라고요.천성이 예민해 위·십이지장궤양도 심했고,또 감기를 몸에 달고 살았지.의사가 찬바람에 민감한 ‘콜드알레르기’라며,서울을 떠나 사는 게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해요.도리없지.아내에게 난 고향으로 돌아갈테니 알아서 하라고 그랬죠.”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는 일도 버거웠고,자꾸만 가라앉는 몸도 예사롭지 않았던 그는 작심하고 김해 인제대로 옮겨 정년을 맞았다.이곳에서 그는 바쁘다.바람과 햇빛,그리고 철마다 자태를 바꾸는 꽃과 새를 만나야 하고,오솔길을 걸으며 세상과 소통하는 사유의 시간을 갖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그의 일과이다. ●12년전 서울 떠나 귀향… 고성에 정착 그에게 귀향은 새 삶의 출발점이었다.“여기 와서야 서울사는 동안 나의 생체 리듬과 자연의 리듬이 맞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어요.지금은 나를 철저하게 자연에 맞추며 삽니다.의사가 수술하라던 속병도 거진 나았고,알레르기도 걱정없어요.‘더 일찍 낙향했더라면…’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습니다.”이렇게 그를 바꾼 것은 자연의 힘이었다.그 중에서도 그는 ‘풍욕(風浴)'과 ‘절식(節食 혹은 時食)'을 ‘건강 비결'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풍욕과 함께 그가 자연의 섭리를 체득한 또다른 비결은 절식.풀어서 얘기하자면 제 철 음식을 골라먹는 ‘자연식 섭생법'이다.“섭리에 순응하는 삶이란 자연에 맞서 중뿔나게 모를 드러내지 않는 것입니다.도시에서는 계절 파괴란 말이 유행이지만,그건 자연성에 대한 왜곡일 뿐입니다.지천에 널린 계절음식으로 주린 속을 채우는 일이야말로 자연의 질서를 사랑하는 일인데,나물은 물론 어류도 다 제 철이 있어요.여기에서는 식탁에 오른 음식 만으로도 금방 계절을 느낍니다.”그러면서 익숙하게 구절초나 산능금 같은 이름을 외워 보였다. ●속병·알레르기 사라져 “더 일찍 낙향할걸…” “철마다 산과 들을 누비며 나물 캐고,꽃과 산과일을 따는 게 제 일입니다.매화,찔레꽃,인동초,비파꽃과 산수유,비파,유자는 잘 말려 녹차에 띄우거나 과일차를 달이고,들국화와 쑥부쟁이, 구절초는 목욕물에 띄우죠.”그는 지금도 저녁 8시면 따뜻한 물에 야생초를 담근 뒤 30분간 반신욕을 하며 일과를 정리한다.“아랫배가 잠길 정도로 따뜻한 물을 채운 뒤 꽃향기 속에서 편하게 복식호흡을 하며 ‘반가운 사람의 노크’처럼 깊고 깨끗한 잠을 맞습니다.그런 뒤 바로 잠자리에 들면 7∼8시간쯤 넉넉하게 깊은 잠을 자게 됩니다.”더러는 이런 생활을 호사라고 여길지 모르지만,전원생활이라는 게 움직인 만큼 얻는 것이어서 그런 일마저도 보람이라고 했다. 전원으로 귀향해 살았던 도연명의 삶이 이랬을까.바쁠 일 없어 아침 햇빛에 온 바다가 치자빛으로 물들 무렵,산까치나 붉은배새매의 노래를 들으며 느지막이 잠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달빛이 산야에 넘치는 날이면 잔잔한 물소리를 밟으며 갯가를 소요 하는 일.때론 옛 친구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이렇게 속삭인다.“이 사람아,내가 왕일세.” 그의 또다른 즐거움은 사철 발을 풀어놓는 일.“서울 살면서 안타까웠던 일 중 하나가 발바닥을 퇴화시키는 일이었어요.발바닥은 예민하고 중요한데도 도회에 살다 보면 죽도록 혹사시키고 숨도 못 쉬게 틀어막잖아요.전 가끔 맨발로 몽돌해변을 걷거나 보리밭을 밟곤 합니다.초록이 귀한 겨울에 싱싱한 보리싹을 맨발로 밟는 그 삽상한 쾌감,상상이 됩니까.” ●맨발로 해변·보리밭 걷고 매일밤 반신욕 국문학자로 민속학과 문화해석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한 그는 지금도 줄기차게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의 정체성을 천착하고 있다.석좌교수로 있는 계명대에서는 매주 지역 주민과 교수들까지 수강하는 공개강의를 하는가 하면,농익은 학구열도 젊은 시절 못지 않아 새해 벽두에는 한국인의 정체성에 돋보기를 들이댄 역저 ‘한국인의 화와 화병'을 선보인다. 그는 자신의 사전에 ‘고통’이나 ‘스트레스’는 없다고 했다.“사는 일이 고통인데 그걸 피할 수 있겠습니까.고통을 시인하고 기꺼이 수용하는 삶,그것이 건강한 사회의 출발점이라고 믿습니다.우리 사회의 고질인 사회윤리의 붕괴,남에 대한 배려가 없고,돈과 권력에 매몰되는 현상도 그렇게 극복될 수 있지 않을까요.” 광기와 탐닉의 시대,모든 인간이 제삼자로 존재하는 혼돈 속에서도 우리가 길을 잃지 않는 것은 “사랑과 자유 없이는 모든 것,심지어는 종교까지도 악마일 뿐”이라는 니콜라이 베르자예프의 예언을 믿으며 한사코 사람에게로 길을 내는 등대 같은 그가 있어서다. 고성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왕상관기자 skwang@ ■김열규 교수의 풍욕법 김열규 교수의 풍욕은 하루하루 자신을 비우는 작업이다.비오는 날만 빼고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다르다면 겨울에는 햇볕 속에 나앉고,여름에는 솔그늘에 들어 따가운 햇볕을 피하는 정도다.점심 식사후 온몸 가득 햇살을 받으며 나서는 풍욕산책.보드라운 흙길을 밟으며 땀이 밸 만큼 빠른 걸음으로 솔밭길을 걷다 양지녘에 이르면 겉옷을 모두 벗고 바윗등에 앉아 맨살로 햇볕을 받는다.“풍욕 중에 가끔씩 쌓인 솔잎을 발로 뒤집으면 확,하고 다시 솔향기가 퍼지곤 합니다.내 풍욕은 일광욕과 삼림욕,산책과 명상이 어우러진 건데 중요한 것은 그 순간,머리 속에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다는 겁니다.‘멍’하게 앉아 오로지 바람소리,새소리만 듣습니다.” 그는 이를 철학에서 말하는 ‘부정이 없는 이상향’이라고 정의했다. 30∼40분을 걸은 뒤 20분 정도 하는 풍욕과 절식 덕분에 그는 감기를 잊고 산다.날마다 활력이 넘쳐 글을 쓰거나 먹고 자는 일이 마냥 즐겁다.살이 맑은 것도 풍욕과 절식 때문이다.풍욕길에 나서는 그의 손에는 항상 망원경이 들려 있다.망원경을 통해 이름모르는 새들과 ‘희열의 눈맞춤’을 하기 위해서다.그가 풍욕을 ‘새소리목욕’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섭생도 자연에 가까워 자연에서 나는 것을 자연스럽게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이를테면 아침식사는 제 철의 나물과 채소,식초를넣어 만든 즙과 우유,그리고 잣이나 호두 같은 견과류로 대신합니다.식탐은 하지 않고 조금 적다 싶을 때 숟가락을 놓는데,양이 적은 대신 가려서 먹지요.” 키 169㎝,몸무게 57∼58㎏의 단구인 그가 “이제야 꿈과 이상에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강이라는 걸 알겠다.”며 담박하게 웃는다.아직도 학문에 관한 한 ‘바람둥이’랄 만큼 지적 호기심을 억제하지 못하는 ‘청춘의 노학자’,그에게서 배우는 것은 건강을 목적으로 하는 삶이 아니라 건강 이후의 이룸이었다.그가 말하지 않는가.“지금도 내 분야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다.”고. 심재억기자
  • [오픈 코리아-소통하는 사회 만들자]1부 건강정치 원년으로 (1)KSDC 총선관련 여론조사

    ■여론조사 총평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민주주의가 시민에 의한 정치(by the people)라면,선거는 바로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따라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질을 결정짓는 척도가 된다. 선거를 통해 정부의 정당성이 부여되고,적법성(legitimacy)이 부여된다.선거는 정치적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선거는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의 주인이 되게 한다.선거가 다가오면 정치의 객체였던 유권자가 정치의 주인자리를 되찾게 된다. 지난 16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우리 국민은 정치의 주체에서 다시 객체로 전락했다.그동안 각종 정치적인 부정과 정치가들의 말장난과 싸움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한숨도 쉬어 보고,분통도 터트리고,울분도 삭여 왔다.이제 이러한 정치가와 정당을 심판할 수 있는 순간이 다가 오고 있다. ●우리당 지지도 따라 결정적 영향 그러면 우리 유권자들은 어떻게 이러한 정치적 주권을 행사해야 하는가? 이번 17대 총선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노무현 정권이 수립된 후 1년 반이 지나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중간 평가의 성격을 지닌다.소수정권으로 출발하여 야당이 지배하는 의회와 마찰을 빚어 왔으며,대통령은 자신의 신임투표를 제기했고,불법선거 자금문제로 정계은퇴까지 제기한 상태이기 때문에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도에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중대한 선거이다. 또 역대선거와 달리 오는 총선에서는 유권자가 두 표를 행사하게 된다.한 표는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에게,한 표는 비례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정당에 투표하게 된다.열린우리당이 소선거구에서 받는 표보다 전국선거구에서 받는 표가 적을 경우 노 정권은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이같이 중대한 의미를 지닌 선거이기 때문에 17대 총선은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선거가 되어야 한다.우리 국민은 현재 정당과 정치가에 대해 불신감이 팽배해 있다.우왕좌왕 갈지자를 걷는 정책,불법선거 자금으로 만신창이가 된 정당과 정치가.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대통령의 발언,위축된 경기로 고달파진 삶으로 보통사람은 선거에 불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또 선거 때마다 천문학적인 불법 선거자금 수수와 살포로 국민은 선거자체에 대해 혐오감을 나타내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10%가 다가오는 국회의원선거에 절대로 투표하지 않겠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2000년 총선 투표율 57.2%나 2002년 지방선거 투표율 48.8%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을 가중시키는 작태가 또 하나 있다.선거가 다가오는데 선거의 규칙을 정하는 선거법조차 정해진 기일내에 만들지 못하고 정당끼리 고성과 육탄전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는 국민들의 심경은 참담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이러한 한탄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하여서는 이번 총선만큼은 가장 깨끗한 선거가 되어야 한다.타락과 불법을 추방하는 선거가 되도록 국민 모두가 나서야겠다. ●불법행위 고발 이어져아 법을 어길 때는 가차 없이 선관위에 고발하도록 해야 한다.유권자도 후보로부터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수준 높은 시민이 되어야 한다.법을 어기는 후보,돈을많이 쓰는 후보는 선거에서 단호히 추방해야 한다. 선거가 선거로서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정당이 유권자들에게 정책을 택하도록 차별화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그런데 우리의 정당들은 아직까지 차별화된 정책을 유권자에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무엇을 보고 정당이 공천한 후보와 정당을 선택하라고 하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각 당이 차별화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유권자들은 또다시 지역을 보고 투표하게 되며,지역감정을 없애겠다는 정당의 구호는 공염불이 될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 미래와 질 높은 민주주의 수립의 문제는 결국 우리 유권자들이 어떻게 정치적 주권인 표를 행사 하느냐에 달려 있다.냉소주의와 비탄과 울분에만 머물지 말고 법을 어기는 후보,깨끗하지 못한 후보,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후보,철새정치인 모두를 주인의식을 갖고 내 한 표로 심판하자. ■공명선거 어떻게 우리 사회는 지금 대선자금,측근비리 등으로 총체적 혼란에 빠져 있다.우리가 선거 때마다 겪어온 심각한 선거후유증은 비정상적인 선거자금의 조성과 유통을 둘러싸고 야기됐다.이러한 반복적인 현상은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불신을 증대시키고 정치적 냉소주의에 빠져들게 한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흥미로운 사실의 하나는 응답자들이 공명선거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유권자의 의식변화를 지적하고 있는 점이다(41.1%). ‘유권자의 의식변화’란 불법선거 운동을 단호히 거부하고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신고,고발하는 행태를 포괄하는 개념이다.또한 불법선거운동을 하는 후보자나 정당에 대해 표로서 응징할 수 있는 행태이기도 하다.많은 응답자들이 유권자의 의식변화를 지적하고 있다는 것은 공명선거가 선거법만을 가지고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의 행태변화가 보완적으로 작용할 때만이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권자 변화없이 공명선거 불가능 공명선거를 위해 유권자의 의식변화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비율은 1992년 26.6%,1996년 52.1%,2000년 40.2%로 나타났다.문민정부 출범 이후 유권자들의 의식변화가 공명선거를 위해 중요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비율이급상승하고 있다.이는 국민 스스로가 변하지 않고서는 민주적 정치과정을 완성할 수 없다는 성숙된 시민의식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유권자의 의식변화 다음으로 많은 응답자들이 후보 및 정당의 선거법 준수(30.7%)를 들고 있다.이는 한국의 선거풍토가 불법·탈법으로 만연되어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아무리 좋은 법일지라도 그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사문화되어 공정한 규칙으로서의 실효성을 잃게 된다. 불법·탈법 선거에 의한 승리는 참다운 승리가 될 수 없다.공정한 게임의 룰을 지키지 않고 승리했다는 것은 정권차원의 정통성이 없음을 의미한다.선거에서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지키지 않고서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정치적 혼란을 비켜가기 어려울 것이다. 선거사범의 단속과 처벌 강화를 지적한 응답자는 약 7%에 이른다.선거범죄의 공소시효는 6개월이다.그리고 선거범의 재판기간은 2000년의 선거법개정에서 강행규정으로 제1심은 6개월,제2·제3심이 각각 3개월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사법부가 선거범죄의 폐해가 지대함을 인식하여 재판기간을 엄수하고 엄정한 처벌을 하여야만 선거법을 준수하는 풍토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중앙선관위의 활발한 활동(4.9%),언론의 감시활동 강화(4.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최근 선거법 개정에서 선관위의 예방 및 감시활동을 무력화시키려는 정치권의 시도가 있었다.이는 국민의 의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위험한 발상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당 선호도 한나라당이 총선 과정에서 현역 의원들을 대폭 물갈이한 뒤 전당대회를 개최하여 당명을 바꾸는 등 제 2의 창당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민주당도 최근 새로운 지도체제를 선보였으며,열린우리당은 1월 전당대회를 열어 지도부를 경선한다. 이같은 일련의 정치 이벤트는 정당 이미지와 정당 선호를 대폭적으로 강화하여 총선에 승리하기 위한 전략이다. ●한나라당 좋아하는 비율보다 싫어하는 비율 높아 이번 조사에서는 기존의 여론조사에서는 없었던 일반 국민의 정당 선호도를 심층분석하였다.“현재 어느 정당을 가장 좋아하십니까?”라는질문에 대해 한나라당 15.9%,민주당 12.1%,열린우리당 11.6%,자민련 1.1%,민주노동당 1.5%로 나왔다.“좋아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가장 많아 51.3%였다. 한편,“현재 어느 정당을 가장 싫어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26.0%,민주당 6.7%,열린우리당 11.4%,자민련 2.5%,민주노동당 0.5%순이었다.“싫어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도 42.1%였다. 한나라당의 경우 싫어하는 비율이 좋아하는 비율보다 훨씬 높았다.반면,민주당은 좋아하는 비율이 싫어하는 비율보다는 훨씬 높았다.한편,열린우리당은 좋아하는 비율과 싫어하는 비율이 거의 비슷했다.이러한 수치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혐오하는 정당으로 한나라당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서,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연합공천을 통해 선거 연합을 구축할 경우,반(反) 한나라당 결집효과가 증폭될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열린우리당 좋아하는 비율 및 싫어하는 비율 비슷 한나라당을 선호한 사람 중 58.5%가 가장 싫어하는 정당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적했고,34.9%가 민주당을 지적했다.반면,열린우리당을 선호한 사람중 83.0%가 가장 싫어하는 정당으로 한나라당을 지적했고,9.6%만이 민주당을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내년 총선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대결구도가 될 것”이라는 돌출 발언을 했는데,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러한 양자구도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민주당을 선호한 사람 중 79.5%가 가장 싫어하는 정당으로 한나라당을 지적했지만,약 16%는 열린우리당을 지적했다.이러한 결과는 민주당을 선호하는 사람 중 민주당을 탈당한 열린우리당의 배신 이미지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론된다. ■유권자 새정치 갈망 이번 조사에서는 “현역 국회의원이 다시 출마한다면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43.1%가 투표하지 않겠다고 응답,현역의원에 대한 유권자의 높은 불만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19.6%에 불과하며,나머지 37.3%는 응답하지 않았다.특히 이러한 현역의원에 대한 불만은 남녀·세대·학력·지역에 상관없이 사회 전반에 골고루 확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역의원에 대한 유권자의 높은 불만은 예상했던 결과이다.대선자금을 둘러싼 각종 비리가 폭로되는 한편,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과 국회가 서로 팽팽히 맞서 국정운영이 순탄치 못했기 때문이다.이러한 조사 결과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기존 정당들이 17대 총선에서 대폭적인 공천 물갈이를 추진하고 있는 분위기가 무관하지 않다. ■지역주의 사라질까 정당 지지율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지역 변수였다.한나라당의 경우 서울(14.2%),인천·경기(14.5%),대구·경북(20.5%)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그리고 광주·전라에서는 매우 낮은 지지율(1.8%)을 기록하고 있다.민주당의 경우는 예상대로 광주·전라에서 무려 23.9%라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대구·경북(4.9%) 및 부산·울산·경남(3.8%)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열린우리당은 대전·충청(13.5%)과 부산·울산·경남(13.8%)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반면 서울(5.3%),대구·경북(5.7%)에서 약세를 보였다. 한나라당이 영남에서,그리고 민주당이 호남에서 강세를 나타낸 것은 과거의 지역주의 선거와 관련,충분히 예상돼 왔다.또한 열린우리당이 대전·충청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은 것도 신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설명이 가능하다.특기할 만한 발견은 서울에서의 한나라당의 강세와 열린우리당의 약세,그리고 부산·울산·경남에서의 한나라당의 약세와 열린우리당의 놀라운 약진이다. ■노무현 투표자 향방 16대 대선에서 이회창에게 투표한 유권자 중에서 61.1%가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응답했다.민주당(4.3%),열린우리당(8.6%)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는 응답자는 매우 적었으며,표를 던질 정당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도 24.1%나 되었다. 반면 16대 대선에서 노무현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는 17대 총선에서는 민주당(30.9%)과 열린우리당(28.1%)으로 거의 반반으로 나누어질 것으로 보인다.둘을 합하면 59%로 이회창 투표자의 한나라당 지지율인 61.1%와 비슷한 수치이다.반면,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한 유권자는 6.8%에 불과했으며,투표할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도 28.9%에 달했다. ■후보 평가기준 변화 다가오는 17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후보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고 답한 것은 이념과 정책(48.5%),인물(30.0%),소속정당(9.5%),그리고 지역연고(5.3%)의 순이었다.이념과 정책을 지적한 유권자가 많은 것은 다분히 모범답안을 제시하려는 응답자의 경향 때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마찬가지로,지역연고를 지적한 응답자가 적은 것도 지역연고가 담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보다 의미 있는 발견은 인물을 기준으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상당수 있었으며,그 중에 절반은 인물됨에서도 도덕성의 측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인물을 기준으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 중에서 46.7%가 도덕성을,21.7%가 경륜 및 경험을,17.7%가 참신성을,그리고 11.7%가 개혁성을 인물됨의 가장 중요한 측면으로 생각하였다.도덕성이 다른 요인보다 두배 이상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는 것은각종 비리 및 정치 부패 척결에 대한 유권자의 강력한 요구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어느당에 투표할까 “17대 총선에서 어느 정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13%가 한나라당,9.5%가 민주당,그리고 9.6%가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자민련은 0.6%,민주노동당은 0.8%,기타 정당은 1.2%를 기록했다.또 조사대상자의 15%가 ‘없다’라고 응답,기존 정당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한편 50.3%는 응답을 하지 않아,아직도 많은 유권자가 부동층으로 남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요인별로 정당 지지율을 분석해 보면,먼저 여성보다 남성이 상대적으로 열린우리당을 많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연령별로는 40대와 50대에서 한나라당 지지가 높은 반면,20대와 30대에서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민주당은 세대별로 별 차이 없는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선거 판세 전망 정당태도의 선거 효과를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정당에 대한 선호와 혐오를 두 축으로 하여 4가지 ‘정당 태도 유형’을 분류했다. 제1유형은 좋아하는 정당과 싫어하는 정당을 모두 갖고 있는 ‘정당 차별 인식형’(30.3%)이다.이 유형에는 속하는 사람들은 정당에 대한 분명한 선호(preference order)가 있으며 20대(38.1%),광주·전라(33.6%),대전·충청(33.7%) 등 특정 지역과 특정 세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제2유형은 좋아하는 정당은 있지만 싫어하는 정당은 갖고 있지 않는 ‘일방적 정당 선호형’(12.4%)이다.이 유형에 속하는 사람은 특정 정당에 대한 순응주의 투표를 보이는 경향이 많다. 충청(12.4%)과 호남(13.3%)보다 대구·경북(16.4%)과 부산·울산·경남(15.1%) 등 영남권에서의 비율이 높은 것이 특색이다.이 지역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중 어느 정당에 순응투표가 이루어질지 초미의 관심사다. 제3유형은 싫어하는 정당은 있지만 좋아하는 정당은 갖고 있지 않는 ‘일방적 정당 혐오형’(17.5%)이다.이 유형에 속하는 사람은 특정 정당에 대한 불신과 냉소주의 경향이 강하다.서울(20.45),경기·인천(20.6%)등 수도권지역에서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제4유형은 좋아하는 정당도 없고,싫어하는 정당도 없는 ‘정당 무관심형’(39.8%)이다.이 계층은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적은 편이다.서울(41.3%)과 강원(56.7%)지역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광주·전라(40.7%)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여 정권창출에 성공했지만 민주당이 제2야당으로 전락한데 따른 심리적 충격과 허탈감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수도권에서 제3유형과 제4유형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과 연계해 볼 때 어느 정당이 이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켜 이 유형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낼지가 최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열린우리당,민주당 3강구도 가능성 높아 중요한 것은 정당태도 유형과 투표율간에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제1유형과 제2유형의 경우,‘꼭 투표할 것’이라는 비율이 각각 71.4%와 72.2%로 높았지만 제3유형은 55.3%,제4유형은 46.1%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제1유형의 경우,제17대 총선예상투표정당이 한나라당(35.0%),민주당(23.5%),열린우리당(29.6%),자민련(2.2%),민주노동당(2.2%),지지정당없음이 6.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러한 조사결과는 기존의 예상과는 달리 다가오는 17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열린우리당,그리고 민주당 세 정당 간에 치열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 방법·필진 이번 조사는 서울신문사가 한국선거학회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와 공동으로 실시했다.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전국의 만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통화로 이뤄졌으며,95% 신뢰수준에 오차는 ±3.1%이다.조사에 참여하고,기사를 집필한 학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어수영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선거학회 회장,미국 미시간대 정치학박사 ●이영란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한국선거학회 부회장,서울대 법학박사 ●이남영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KSDC 소장,미국 아이오와대 정치학박사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KSDC 부소장,미국 아이오와대 정치학박사 ●김욱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선거학회 연구이사,미국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이명진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한국선거학회 연구이사,미국 아이오와대 사회학 박사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선거학회 이사,미국 미시간주립대 정치학박사
  • 사이버 주간뉴스 톱5

    ●별로 안 닮았는데…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미군에 잡혀 치아검사를 받는 장면이 유포되자 네티즌이 관련자료를 검색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그 정도면 ‘영화폐인’ 전도사 이민(38)씨가 무려 59시간 4분 동안 한 숨도 자지 않고 계속 영화를 보는 신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에 네티즌의 환호가 쏟아졌다. ●기다렸어요,반지 원정대! 지난주 개봉한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 완결편을 본 네티즌이 앞다퉈 인터넷 게시판에 영화평을 올리면서 다시 한 번 ‘절대반지 열풍’이 불고 있다. ●기자회견 전성시대 이회창씨가 대국민 사과성명을 낭독하고,노무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등 정치인의 잇따른 의견발표에 네티즌들은 “말은 그만하고,정치나 바로 세우라.”고 꼬집었다. ●굿바이,한상궁! 인기 방송드라마 ‘대장금’의 빛나는 조연 ‘한상궁’이 끝내 죽음을 맞자 허탈해진 네티즌이 게시판에 추모의 글을 올리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달랬다. 엠파스(www.empas.com)제공
  • 불밝힌 미아리 고갯마루/성곽·구름다리 조명등 점등식 미래지향의 모습으로 탈바꿈

    우리 나라 근·현대사의 아픈 사연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애환의 미아리고개가 아름답고 역동적인 미래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성북구(구청장 서찬교)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미아리고개 정상에 있는 구름다리와 인근 성곽 등에 대한 야간경관 조명작업을 완료,16일 저녁 점등식을 갖고 불을 밝혔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그동안 한강교량 등 많은 곳에 대한 조명작업을 펴왔지만,미아리고개 조명작업에 대해서는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미아리고개는 우리 현대사의 아픈 사연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6·25때는 북한군과 중공군,그리고 많은 피란민들이 이 고개를 넘었다.이곳에서 헤어진 이산가족도 많다.미아리고개 사수를 위해 수많은 목숨도 바쳤다. 병자호란 때도 청나라 군사가 이 고개로 넘어왔다가 다시 돌아갔다고 해서 ‘되너미’고개라고 불린다. 60년대 이후에는 수많은 점집과 판자촌,미아리 텍사스 등 사창가 등이 들어서 어두운 현대사의 한 단면을 연상케 한다. ‘단장의 미아리고개’라는 노래에서 ‘울고넘는 이 고개여,한 많은 미아리고개’라는 노랫말도 있듯이 암울하고 상처뿐인 시련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이런 미아리지역에 재개발·재건축 바람이 불며 판자촌은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했다.바로 인근 길음지역에는 뉴타운이 들어서고,사창가인 속칭 ‘미아리 텍사스’는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돼 새로운 변신을 꿈꾸고 있다. 구는 이런 변화의 움직임에 맞춰 조명의 컨셉트도 ‘시련의 역사’를 극복하고 ‘희망찬 미래’에 맞췄다. 구름다리와 옆의 성곽,정자 등도 환하게 불을 밝혀 어둡고 우중충한 곳의 대명사인 ‘미아리고개’를 밝고 힘이 넘치는 모습으로 다시 꾸몄다. 조덕현기자 hyoun@
  • 국감초점/ 건교위

    24일 열린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한국고속철도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내년 4월 개통예정인 경부고속철도의 안전시설 미비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민주당 이희규(李熙圭)의원은 도시철도 지침서에 따르면 6분이내(거리상 360m) 연기나 유독가스로부터 안전한 외부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기준과 달리 고속철도 광명∼대구간 42개 터널의 평균 거리는 746.26m로 피난시간이 12.43분이고 최장인 황악터널(4.885㎞)은 무려 1시간 21분이 소요된다고 강조했다.그는 “터널 내부에 비상구가 설치돼 있다고 하나 42개중 3개에만 1개씩 설치돼 있을 뿐”이라며 “유독가스로 숨도 쉴 수 없고 앞도 안 보이는 터널 안에서 몇 미터나 움직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임인배(林仁培)의원은 “공단은 산악지대에 위치한 터널에 소화전 설치가 불가능하다며 보수기지에 궤도용 소방용수 차량을 대기시켜 화재시 운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면서 “이 차량을 끌고갈 디젤기관차는 시동이 켜있지 않으면 10분가량 공기를 채워야 하므로 조기진화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종환(鄭鍾煥)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이사장은 “고속철도는 터널 측면에 별도 대피로가 있고 화재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터널내 소화기 설치 및 궤도용 소방용수차량을 궤도 또는 보수기지에 배치해 신속히 도착할 수 있도록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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