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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깊어지는 내분… 흔들리는 KB금융

    깊어지는 내분… 흔들리는 KB금융

    KB금융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경영진과 사외이사진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지배구조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MB(이명박 대통령)맨’으로 불리는 어윤대(왼쪽) KB금융지주 회장의 리더십도 도마에 올랐다. 사외이사와 노조는 물론 금융 당국까지 어 회장을 압박하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오는 18일 이사회를 다시 열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문제를 담판지을 작정이다. 하지만 ING생명 인수에 반대해 온 일부 사외이사는 “이사들 각각이 인수안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의견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 회장의 ‘말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KB금융 내부에서는 “사외이사진이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 되는 일이 없다.”는 자조까지 나온다. 어 회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만취해 소동을 부린 것도 그간 쌓였던 억울함과 서운함이 한꺼번에 분출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베이징 취중 소동’의 진상에 따르면 KB금융 측의 해명과 달리 어 회장이 술병까지 던지며 사외이사들을 향해 격한 말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어 회장)이 하는 일에 왜 말이 많냐.”며 사외이사들을 거의 ‘종’ 대하듯 막말을 했다는 전언이다. 어 회장과 사외이사진 간의 반목이 ‘치유 불능 상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당시 술자리에 있었던 KB금융 임원은 “술병을 던지거나 주인 등과 같은 격한 표현을 쓴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어 회장의 술자리 언행이 사실로 확인되면 민주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할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 외압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어 회장을 압박하는 사외이사진의 중심에는 이경재(오른쪽) 이사회 의장이 있다. 이명재(전 검찰총장)-이정재(전 금융감독원장) 등 ‘수재 3형제’로 유명한 이 의장은 대구·경북(TK) 인맥의 대표주자로 거론된다. 스펙 자체가 어 회장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데다 사외이사들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어 어 회장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ING생명 인수에도 가장 부정적이다. 이는 어 회장이 자초했다는 냉소도 있다. KB금융은 지난 3월 임기가 끝난 사외이사 5명(이경재, 함상문, 고승의, 이영남, 조재목)을 전원 재선임했다. 통상 한두 명씩을 바꾸는 관례에 비춰 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자격 시비가 일면서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이영남 이사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 자문단에 있으면서 자신을 후보로 추천해 청렴성 시비가, 조재목 이사는 MB 대선캠프의 외곽조직 출신으로 낙하산 시비가 일었다. 당시 신규 선임된 황건호 이사에 대해서도 노조는 “금융투자협회장 4연임을 시도하다 업계와 증권 노조의 반대로 쫓겨난 인물”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함상문 이사는 2008년 9월 KB금융지주 출범 때부터 4년 넘게 장수하고 있다. 조 이사도 3년을 넘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내부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다 보니 어 회장의 말에 호락호락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 회장의 레임덕(임기 말 현상)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어 회장의 임기는 내년 7월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원 연구전문위원은 “(선임과정에서) 최고경영자의 의사가 반영돼 있는 이사회 멤버들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는 것은 CEO의 레임덕 탓이 크다.”면서 “어 회장의 임기 말과 MB정권 말이 겹치면서 사외이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 회장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후배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등과 더불어 ‘고경’(고려대 경영학과)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사회의 건전한 견제로도 볼 수 있지만 경영진의 추진력이 그만큼 약화됐다는 의미”라며 “KB금융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요인 중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KB금융 계열사인 국민은행 노조는 최근 성명을 내고 “어 회장이 자신의 치적 쌓기용으로 ING생명 인수를 밀어붙이면 내년 3월 주총에서 대표이사 해임안건 제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술과 간 건강

    [Weekly Health Issue] 술과 간 건강

    술자리가 이어지는 연말이다. 우리의 집단문화를 감안하면 이 무렵엔 술을 피하기 어렵다. 자주, 많이 마신다. 지나친 음주가 주는 폐해가 적지 않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건강, 그중에서도 간 건강이다. 간은 감각이 없는 조직이어서 상당 부분이 손상을 입어도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간의 문제가 증상이 심각해진 뒤에야 발견되는 사례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술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간 건강 문제를 두고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배시현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간 건강에 술이 왜 문제가 되는가. 술을 마시면 장에서 흡수돼 간에서 대사가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생기는 대사물질이 간 손상의 주범이다.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손상된 간세포가 회복할 여유를 갖지 못해 결국 간질환으로 진행된다. 물론 술로 인한 간질환은 개인차가 있지만 특히 여성이나 영양 상태가 나쁜 사람,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는 소량으로도 심각한 간 손상이 올 수 있다. ●술이 유발하는 간 질환을 들어 달라. 술이 초래하는 대표적 간질환은 지방간과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증 등이다. 지방간이란 간에 지방이 과잉 축적되는 질환이다. 개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간에 이상을 초래하는 음주량은 성인 남자 기준으로 1일 30∼40g(여자는 20g)으로, 이는 소주 반 병 정도에 해당한다. 지방간 상태에서 계속 술을 마시면 약 20∼30%에서 알코올성 간염이 나타나고 그래도 술을 마시면 10%가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발전하게 된다. 실제로 만성 간질환자의 약 20%는 술이 원인이다. ●급증하는 여성 음주도 문제가 될 텐데…. 여성의 신체는 남성에 비해 수분이 적고 체지방이 많은데 이 때문에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체내 농도가 진해져 훨씬 빨리 취한다. 술에 빨리 취한다는 것은 그만큼 술로 인한 손상을 많이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은 알코올 분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술로 인한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도 남성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간에서 이뤄지는 알코올의 대사 과정은. 섭취한 알코올의 20∼30%는 위 점막에서 흡수돼 혈관으로 유입된 뒤 체내로 분산된다. 위에서 흡수되지 않은 알코올은 대부분 소장에서 흡수된다. 대장이 알코올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렇게 소장에서 흡수된 알코올은 혈액을 통해 간으로 들어가 대사되는데, 알코올은 아세트알데히드가 되고 다시 아세트산으로 바뀌어 간장 밖으로 배출된다. 이 아세트산은 체내의 여러 세포에 퍼져 탄산가스와 물로 변해 배설되는데 이 과정에서 알코올양이 간의 능력을 초과하면 미처 분해되지 못한 알코올이 혈액을 타고 전신을 돌면서 인체의 여러 장기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게 된다. ●그렇다면 숙취는 어떤 현상인가. 숙취의 원인은 아세트알데히드다. 알코올은 간에서 알코올분해효소(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되는데 유해물질인 이 아세트알데히드가 미주신경, 교감신경 내의 구심성신경섬유를 자극해 구토, 어지럼증, 동공확대, 심장박동 및 가쁜 호흡 등 이른바 숙취를 유발하게 된다. 결국 숙취란 체내에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가 남아 지속적으로 신경을 자극하는 상태라고 이해하면 된다. ●알코올성 간 질환은 어떤 증상을 보이나. 간질환의 가장 초기 형태인 알코올성 지방간은 증상이 거의 없으나 간혹 간이 비대해지면서 상복부 불편감이나 피로감을 호소할 수 있으며 대부분은 술을 끊으면 수주에서 수개월 안에 정상으로 회복된다. 간세포가 파괴되고 염증반응을 동반하는 상태인 알코올성 간염은 식욕감소·구역감·구토·체중 감소 등의 증상을 보이며 심하면 황달이나 복수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중증의 알코올성 간염은 폭음 후 갑자기 생길 수 있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알코올성 간질환의 가장 심한 형태로, 정상 간조직이 지속적인 염증으로 반흔조직에 의해 결절로 대체된 상태인 알코올성 간경변은 알코올성 간염과 비슷해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진행되면서 복수와 정맥류 출혈, 간성 뇌증 등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 간경변으로 딱딱해진 간조직은 회복이 어렵지만 금주만 철저히 하면 합병증의 진행을 늦춰 간기능 악화나 심각한 합병증과 이로 인한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는 있다. ●검사 및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알코올성 간질환은 문진과 함께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중증도를 평가하게 된다. 이런 검사로 부족할 때는 따로 간조직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간질환 확인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혈액검사를 통해서는 과거 GOT, GPT로 불렸던 AST, ALT 수치를 평가한다. AST와 ALT는 간세포 속의 효소로, 간세포가 손상되면 AST와 ALT가 세포 밖으로 퍼져 혈액에 유입되는데 이 수치를 혈액검사에서 측정해 간세포의 손상 정도를 파악한다. 일반적으로 만성 B·C형 간염 등은 AST보다 ALT 수치가 올라가지만 알코올성 간질환이라면 AST가 높아져 구별이 어렵지는 않다. 또 습관성 음주자의 90% 정도에서 감마-GTP(GGT)가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초음파검사는 지방간이나 간경변증의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이며 이런 검사로 분명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에 사용하는 중요한 방법이 간조직검사다. ●간 질환별 치료법과 예후를 짚어 달라. 알코올성 간질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조치는 금주다. 알코올성 지방간의 경우 금주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으며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증도 금주 여부에 따라 간경변증으로의 진행이나 간질환 관련 사망률을 절반까지 낮출 수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금주 상태로 수주에서 수개월 안에 정상으로 회복된다. 알코올성 간염은 심각한 단백질 및 열량 부족이 동반된 경우 금주와 함께 충분한 열량과 단백질을 공급해야 하며 특히 엽산 보충이 중요하다. 알코올성 간경변증은 감염증이 흔한 사망 원인이 되기 때문에 세균성 복막염, 흡인성 폐렴, 하지 봉소염 등에 대한 치료와 함께 흔히 동반되는 문맥압 항진증의 합병증인 복수·정맥류 출혈·간성뇌증·간신증후군 등에 대한 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병증이 심한 경우에는 간이식을 고려해야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관객 1억 한국영화계 기형적 현실을 꼬집다

    관객 1억 한국영화계 기형적 현실을 꼬집다

    중학생 시절 여배우들을 보러 극장을 드나들던 할리우드 키드였다. 재수 끝에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갔지만 연극만 하는 분위기에 질려 고려대 불문과로 옮겼다. 데뷔작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1982)를 비롯해 멜로영화를 주로 찍던 그는 1987년 검열의 족쇄가 풀리면서 사회성 짙은 작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금기시되던 빨치산을 다룬 ‘남부군’(1990), 베트남전의 참상을 고발한 ‘하얀 전쟁’(1992), 한국 영화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로 감독상을 휩쓸었다. 정지영(66) 감독이다. 하지만 ‘블랙잭’(1997)과 ‘까’(1998) 이후 관객과 만나지 못했다. 혁명가 김산의 일대기를 그린 님 웨일스의 소설 ‘아리랑’을 영화화하는 데 8년을 투자했지만 좌초했다. 이후 두 작품이 더 엎어졌다. 그가 주춤한 새 강제규,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등 젊은 감독들이 충무로의 주력으로 등장했다. 정 감독은 관객의 뇌리에서 잊혀졌다. 13년이 흘렀다. 재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들 했다. 하지만 웬걸. 지난 1월 ‘부러진 화살’(343만명)로 대박을 터뜨리더니 열 달 만에 ‘남영동 1985’를 내놓았다.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수기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개봉 1주일 만에 30만을 육박하는 관객을 모으고 있다. 또 한편이 새달 6일 개봉한다. 그가 기획·주연을 맡은 다큐멘터리 ‘영화판’(작은 감독 허철)이다. 정지영, 허철 감독은 2009년 하반기부터 이듬해 겨울까지 100여명을 인터뷰했다. 촬영 분량만 200시간에 이른다. 정 감독과 함께 배우 윤진서가 인터뷰어로 동참했다. 1960년대부터 한국 영화가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현미경과 메스를 들이댔다. 의외로 재밌다. 딱딱한 다큐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배우들의 밴(승합차)을 볼 때마다 속이 뒤틀린다는 감독이나 노출을 강요하며 윽박지르는 감독에 대한 여배우의 ‘뒷담화’ 등 재미가 쏠쏠하다. 두 편의 1000만 관객 영화 감독(최동훈, 추창민)이나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감독(김기덕) 못지않게 2012년 한국 영화계가 기억해야 할 거장을 만나 못다 한 얘기를 들어봤다. →2009년 봄에 ‘영화판’을 기획했다던데. -미국 뉴욕대에서 한국 영화 교재로 쓴다는 다큐를 봤다. 조악했다. 허 감독과 함께 우리가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 얘기했다. 미국에서 활동한 허 감독과 충무로에 몸담았고 다시 영화를 해보려고 하는데 잘 안 되고 있던 정지영, 내일모레면 서른이고 후배들한테 밀려 애매한 위치에 놓인 배우 윤진서가 함께 ‘도대체 한국 영화가 뭔데’란 공통분모로 뭉치면 재밌겠다 싶었다. →대기업 수직계열화 등 현안에 대한 비판은 생각보단 약했다. CJ와 롯데 관계자의 인터뷰도 담긴 건 의외였는데. -정지영의 시각이 아니라 객관적인 상황을 보려고 했다. 내 목소리를 담기보단 객관적인 인터뷰어가 되려 했다. 결정적으로 ‘영화판’ 촬영을 끝낼 무렵 ‘부러진 화살’을 시작했다. 다큐를 찍을 때는 이것저것 다 찍지만 어떤 작품이 되느냐는 편집에 달려 있다. 허 감독이 약았다. ‘부러진 화살’ 찍을 때 후다닥 편집을 끝냈다. 함께 하면 후배니까 밀릴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하하하. →허 감독이 편집해서 (정 감독에게) 껄끄러운 인터뷰도 포함된 건가. 이창동, 임상수 감독의 말이 재밌더라. 영화에서 이 감독은 “극장에 뱀을 왜 풀어요?”라고 면박을 준다. 임 감독은 “정 감독님에 대한 존경심은 있지만 작품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퍽 노’(Fuck No).”라고 했다. -나라도 넣었을 거다. 그래야, 재밌지. 임 감독 인터뷰는 (허 감독이) 술자리에서 진행했는데 술이 오르니까 더 심한 말도 했다고 하더라. 아예 한국 영화계를 난도질했다고 하더라. 하하하. →1988년 UIP 직배 반대 투쟁 당시 ‘위험한 정사’ 상영 때 극장에 뱀을 푼 사건은 지금도 비난하는 이들이 있다. 후회는 없나. -멍에다. 비난을 달게 받아야지. 그렇다고 창피하다고 생각하거나 후회하는 건 아니다. 정지영 개인의 선택이 아니고 투쟁을 함께 하던 분들의 선택이었다. 당시의 상황 논리가 있었다. →영화계 밖 이슈인 국가보안법 폐지, 이라크 파병 반대에도 적극적이었다. 일부에선 ‘운동권 감독’ ‘좌파 감독’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한다.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감독이 무슨 정치적 발언을 해? 영화나 찍지.’란 생각은 극복돼야 한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겨 두라는 건 기득권층의 논리다. 대중까지 권력의 논리에 길든 것 같다. 미국 대선을 봐라. 배우, 감독, 제작자까지 명확하게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낸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서 영화계가 보혁, 신구 대결로 홍역을 앓았는데. -한 번쯤 겪어야 할 통과의례였다. 1987년 민주항쟁 이전까지 영화계는 문화예술계의 다른 분야를 허겁지겁 뒤따르기에 바빴다. 그만큼 다양한 목소리도 묻혀 있었다. 우리 윗세대의 생존 전략이 정부와 각을 세우지 않는 것이라면 우리 세대의 생존 전략은 예컨대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이고 직배 반대였다. →한국 영화 관객 1억명이라고 축제 분위기다. -샴페인을 터뜨릴 일만은 아니다. 시장에 할리우드 영화만 있으면 안 되는 것처럼 대기업이 투자, 배급한 영화만 넘쳐나도 곤란하다. 다양한 영화들이 설 자리를 잃게 한다면 그 영화의 국적이 한국이라도 옳지 않다. 대기업의 투자, 배급을 분리해 수직계열화를 해결해야 한다. 상생 공존을 해야지 CJ 혼자만 하려고 하면 큰일 난다. 업계에선 ‘이 XX, 헛소리하고 있네.’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하하.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주식9단 서울맛집 유랑’ 펴낸 이영승씨

    [저자와 차 한 잔] ‘주식9단 서울맛집 유랑’ 펴낸 이영승씨

    ‘개화의 짜장면이 조자룡이 휘두르는 군더더기 없이 모범적인 청홍검의 칼날이라면 신승관의 짜장면은 묵직하게 바람을 가르는 관운장의 청룡도와 같달까.’ 짜장면 맛이 이렇게 비유된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이틀에 걸쳐 점심에 두 곳을 다녀왔다. 개화는 서울 중구 명동 중앙우체국 쪽에, 신승관은 북창동 깊은 골목에 있다. 직선 거리로 400m쯤 떨어진 두 집의 짜장 맛이란, 당대를 호령한 두 호걸의 범상치 않은 기상을 빼닮았다. 신승관이 조금 깔끔했고 개화가 여러 맛이 반짝이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신문과 방송을 타거나 대형 문고의 베스트셀러 추천 없이도 일주일 만에 재판에 들어간 ‘주식(酒食)9단 서울맛집 유랑’(출판사 올)을 쓴 이영승(38)씨를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로비에서 만났다. 책에 쓴 대로 약간 무서움이 느껴지는 첫 인상. 지면에 실릴 사진부터 급하게 찍은 뒤 한 식당으로 옮겨 보리굴비로 점심을 들었다. 한창 때 친구와 10시간 동안 소주 스무 병을 비웠다고 책에서 털어 놓았던 술꾼과 2시간 동안 꾸덕한 굴비를 뜯어 안주삼아 술잔을 털었다.   -(기자보다 열한 살 아래라 별로 그렇다고 느끼지 않으면서도) 실례지만 정말 나이들어 보이네요. 좋아하는 음식으로나 그걸 표현하는 문체로 보나 마흔쯤은 됐을 것이라 짐작했는데요. 네. (남들이) 애늙은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어릴 적부터 서울에서 사신 분이 어떻게 꾸덕하다는 표현도 알고 그래요. 2006년 무렵 식도락동호회 다인포유와 인연을 맺게 됐는데요. 처음엔 낯도 가리고 해서 피하기도 했는데 술은 워낙 좋아했으니까 술자리 있다고 하면 어울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이 하나둘 블로그를 시작하길래 구경하곤 했죠. 마침(? 6년동안 사랑했던 여인도 떠나고 해서) 나도 한번 해보자 시작하게 된 거죠. 연배가 한참 위인 사부들이나 형님, 누님들과 어울려 음식먹는 법을 배우게 됐지요. 그때야 술먹는 재미가 거진 다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있어지고 욕심도 생기더라고요. 해서 ‘사진 참 못 찍네’ 이렇게 구박맞기도 하면서 열심히 블로그 질 했어요. 이게 뭐가 맛있어요, 제가 그러면 그분들은 씩 웃으면서 너도 나중에 알게 돼, 이러시더라고요. 정말 그대로 됐고요. 그런 분들과 어울리면서 그런 말과 표현도 배우고, -주식9단이란 블로그 명(名)은 어떻게. 당시 모임의 한 누님이 제 이력을 보고 술 주에 음식 식, 주식 9단이라 하지 그러냐고 하세요. 음 괜찮네, 하고 쓰게 됐죠. -책 제목을 검색해보니 신문 등에선 전혀 소개되지 않았는데도 인터넷에선 상당히 많이 소개됐더군요. 상당히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맛이라고. 그런 건 아니고. 정반대로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입맛에 맞는 음식을 솔직하게 글로 풀어내려 하는 것뿐이지요. 이제 블로그는 그만 둘 생각인데 그동안 제가 7년 동안 발품팔아 돌아다니며 느꼈던 것들을 정리했다는 생각에 고맙고 그렇더라고요. -블로그는 왜 정리하는데요. 처음엔 많은 이들이 몰려와 글 읽고 댓글 달고 그러면 신나서 또 카메라 챙겨 떠나곤 했지요. 뭣도 모르고 그랬어요. 한없이 교만해지고. 입맛도 간사해지고. 다른 블로거들이 공짜로 밥 먹거나 터무니없는 대가를 원하는 경우도 봤어요. 저도 제안을 받기도 했는데 그런 게 싫어 손사래를 치곤 했어요. 그런데 하루 오천명씩 들어와 제 글 읽고 그러니 제가 뭐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게 되는 것도 싫고. 제가 자꾸 그런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이제 그만 두려고 하지요. -책은 잘 나가나요. 전 관심없어요. 2년 전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책을 내보지 않겠느냐고 하더군요. 내 주제에, 하는 생각에 몇 차례 고사하다 지난해 초 시작해 올해 초 책을 낼 수 있는 준비를 마쳤어요. 그런데 출판사 쪽에서 다른 책 일정도 있고 맛집 얘기를 다뤘으니 봄과 여름보다는 가을에 내는 게 좋겠다고 해서 이번에 나오게 된 겁니다. -그런데 관심없다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제가 7년 가까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했고 그 성과를 한 데 모아 정리했으니 그걸로 된 겁니다. 출판사가 제 책 때문에 돈 많이 벌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얼마 전 재판 들어간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어요.   증권사 펀드매니저, 투자자문사 대표를 거친 그는 지금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일을 하고 있다. 승부근성이 있어 보였다. 주위에선 한번 빠져든 일에는 무섭게 빠져드는 그의 성격대로 책이 나왔다는 평을 한다고 했다. 서른다섯 가지 음식의 역사나 식재료의 유래로 글머리를 열고 서울의 맛집 다섯 곳을 꼽은 뒤 음식에 얽힌 개인사를 풀어냈다. 어릴 적부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그가 중학교 2학년 가을, 청계천 들러 ‘빽판’ 사들고 간절히 구하던 Keith Jarret의 앨범이 폐점하는 음악카페 가면 있을 것이라는 말 듣고 난생 처음 찾아간 명동에서 난생 처음 명동칼국수를 먹고 행복했던 추억 등이 동시대를 산 이들에게 즐거운 삽화로 다가온다. 술친구와 해장술 푼 사연, ‘빠돌이’로 한창 놀 때 순대해장국 먹은 사연 등 쿡쿡 거리고 읽을 객담도 빠뜨릴 수 없다. 혼자 지내는 이들을 위한 레시피를 곁들인 것도 눈에 띈다.   -어느 정도로 열심이었나요. 블로그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서울 안의 화상(華商)이 하는 중국집 서른다섯 곳을 모두 돌아보겠다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석달을 중국 음식만 먹으니 입에서 느끼한 맛이 떠나질 않았던 적도 있지요. 동호회에서나 누군가 어디가 맛있더라, 하면 거리를 따지지 않고 다녔어요. 그러다보니 어느 달은 신용카드 청구서가 천만원을 넘은 적도 있었고요. -출간 시기가 늦춰지면서 가격이 올랐다든지, 재개발로 문을 닫거나 이전했다든지 해서 다시 점검했을 것 같은데요. 음식별로 다섯 집씩 골랐으니 모두 175곳이 소개됐는데 맨 앞의 TOP PICK은 한 번씩 다 돌았어요. 그리고 나머지 집들의 절반 정도도 다시 확인했어요. 값뿐만아니라 내가 표현한 내용이 진짜로 맞나 의심스러워 다시 찾기도 했고요. 사진을 다시 찍은 곳도 여러 곳인데 음식 사진이란 게 차라리 옛것이 좋은 경우도 적지 않았어요. -그렇게 다섯 곳씩 고르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어느 메뉴를 가장 고민했나요. 짜장이었습니다. 이품(서대문구 연희동)이냐 개화냐를 놓고 한참 고민했어요. 특별히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메뉴이고 모두들 ‘거기에서 거기 아냐’ 생각하기 쉬워서요. 골라놓고 보니까 동전던지기 아니었나 싶기도 하더라고요.”   멏 갈피만 들춰보면 그의 몸피에 어울리지 않게 참 꼼꼼한 성품을 알 수 있다. 6000원 남짓으로 포만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김치찌개집부터 정말 소중한 이에게 대접하고 싶은 값비싼 코스 요리까지 망라했다. 기자도 가끔 찾는 하동관 주인의 면면이 바뀐 사연, 을지면옥과 필동면옥 주인 가계도 등등 “아는 척 좀 할 수 있게” 두루 꾸며 놓았다.   -결국 책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뭘까요. 사람이 음식 맛의 절반을 넘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전라도 구례의 허름한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시켰더니 갓김치 등 여염집에서 먹는 반찬을 내주시더라고요. 죄송하기도 하고 해서 탕수육을 시켜 소줏잔을 부딪히고 있자니까 이번엔 홍어회를 내오시더라고요. 중국집에서 홍어회 먹어본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푸하하. 그런데 몇 년 뒤 그 집을 찾았더니 없어졌더라고요. 요 뒤 배춧국을 잘 끓이던 ‘내강’도 주인 부부가 나이 들어 도저히 못하겠다고 두손 들어 버렸어요. 저도 책에 담지 못했는데 얼마 전 들렀더니 주인도 바뀌고 메뉴도 여러 가지로 늘었는데 너저분하기만 하더라고요. -그런 집 중에 인사동 ‘할머니 칼국수’와 ‘유진식당’도 있어요. 책에 써놓은 것을 보니 반갑더라고요. 유진식당 어르신은 저희들 가면 뭐 하나라도 더 주시려고 했어요. 가끔 큰아들이 말 안 듣는다고 푸념도 늘어놓으셨지요. -그래도 요즘은 마음잡고 가게를 보는 것 같던데요. 그런데 얼마나 드나들면 그렇게 주인과 대화가 통하게 돼요. 아, 저희가 워낙 시끄러워서요. 그냥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보면 그런 얘기도 주고받게 돼요. 그건 그렇고 하여간 그런 식당들이 개발 논리에 떠밀려 사라진다는 게 안타깝죠. 인사동 칼국수집만 해도 체인점을 낸다 하면서 예전같지 않은 것 같고요. -에필로그로 왕십리 해장국집 ‘대중옥’에서 느낀 소회를 풀어냈어요. 그런데 왜 날짜가 그렇게 한참 전인 거지요. 2010년 12월 31일이라고 돼 있죠. 블로그에 썼던 글인데 느낌이 좋아 그대로 책에 옮겼어요. 대중옥은 강남으로 옮겼는데 그 집도 한 번 가봤어요. 아무래도 그 때 맛이 살아나지 않더라고요. 깔끔하고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맛집을 좋아하는 세상의 흐름에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어쩌다 한번, 이런저런 이유로 고급스럽게 접대할 일이 있을 때 찾아갈 만한 집을 소개하긴 했지만 그보다 사람 냄새 나는 맛집, 노포(老鋪·대를 이어 내려온 가게)를 좋아하는 거지요.   그는 에필로그에 이렇게 적었다. ‘긴 세월 국밥을 끓여내 묵은 때가 진하게 묻은 타일, 하루에 수십 수백 그릇의 국밥을 잉태하던 듬직한 무쇠솥, 요새 웰빙족들이 알면 난리가 날 귀여운 퍼런색 플라스틱 국장, 이젠 어떤 것 위에 올려져도 진이 다 빠져 초연할 것만 같은 나무 솥뚜껑, 오로지 국물맛과 토렴에만 집중하시는 아주머니까지 모든 게 사라져간다.’ 좋은 요리란 뭘까. 그런 맛을 부르는 서늘하고도 알싸한 가을바람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주식(酒食)9단 서울맛집 유랑’ 작가 이영승씨

    [저자와의 차 한잔] ‘주식(酒食)9단 서울맛집 유랑’ 작가 이영승씨

     ‘개화의 짜장면이 조자룡이 휘두르는 군더더기 없이 모범적인 청홍검의 칼날이라면 신승관의 짜장면은 묵직하게 바람을 가르는 관운장의 청룡도와 같달까.’  짜장면 맛이 이렇게 비유된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이틀에 걸쳐 점심에 두 곳을 다녀왔다. 개화는 서울 중구 명동 중앙우체국 쪽에, 신승관은 북창동 깊은 골목에 있다. 직선 거리로 400m쯤 떨어진 두 집의 짜장 맛이란, 당대를 호령한 두 호걸의 범상치 않은 기상을 빼닮았다. 신승관이 조금 깔끔했고 개화가 여러 맛이 반짝이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신문과 방송을 타거나 대형 문고의 베스트셀러 추천 없이도 일주일 만에 재판에 들어간 ‘주식(酒食)9단 서울맛집 유랑’(출판사 올)을 쓴 이영승(38)씨를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로비에서 만났다. 책에 쓴 대로 약간 무서움이 느껴지는 첫 인상.  지면에 실릴 사진부터 급하게 찍은 뒤 한 식당으로 옮겨 보리굴비로 점심을 들었다. 한창 때 친구와 10시간 동안 소주 스무 병을 비웠다고 책에서 털어 놓았던 술꾼과 2시간 동안 꾸덕한 굴비를 뜯어 안주삼아 술잔을 털었다.    Q. (기자보다 열한 살 아래라 별로 그렇다고 느끼지 않으면서도) 실례지만 정말 나이들어 보이네요. 좋아하는 음식으로나 그걸 표현하는 문체로 보나 마흔쯤은 됐을 것이라 짐작했는데요.  A. 네. (남들이) 애늙은이라고들 합니다.  Q. 그런데 어릴 적부터 서울에서 사신 분이 어떻게 꾸덕하다는 표현도 알고 그래요.  A. 2006년 무렵 식도락동호회 다인포유와 인연을 맺게 됐는데요. 처음엔 낯도 가리고 해서 피하기도 했는데 술은 워낙 좋아했으니까 술자리 있다고 하면 어울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이 하나둘 블로그를 시작하길래 구경하곤 했죠. 마침(? 6년동안 사랑했던 여인도 떠나고 해서) 나도 한번 해보자 시작하게 된 거죠.  연배가 한참 위인 사부들이나 형님, 누님들과 어울려 음식먹는 법을 배우게 됐지요. 그때야 술먹는 재미가 거진 다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있어지고 욕심도 생기더라고요. 해서 ‘사진 참 못 찍네’ 이렇게 구박맞기도 하면서 열심히 블로그 질 했어요. 이게 뭐가 맛있어요, 제가 그러면 그분들은 씩 웃으면서 너도 나중에 알게 돼, 이러시더라고요. 정말 그대로 됐고요. 그런 분들과 어울리면서 그런 말과 표현도 배우고,  Q. 주식9단이란 블로그 명(名)은 어떻게.  A. 당시 모임의 한 누님이 제 이력을 보고 술 주에 음식 식, 주식 9단이라 하지 그러냐고 하세요. 음 괜찮네, 하고 쓰게 됐죠.  Q. 책 제목을 검색해보니 신문 등에선 전혀 소개되지 않았는데도 인터넷에선 상당히 많이 소개됐더군요. 상당히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맛이라고.  A. 그런 건 아니고. 정반대로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입맛에 맞는 음식을 솔직하게 글로 풀어내려 하는 것뿐이지요. 이제 블로그는 그만 둘 생각인데 그동안 제가 7년 동안 발품팔아 돌아다니며 느꼈던 것들을 정리했다는 생각에 고맙고 그렇더라고요.  Q. 블로그는 왜 정리하는데요.  A. 처음엔 많은 이들이 몰려와 글 읽고 댓글 달고 그러면 신나서 또 카메라 챙겨 떠나곤 했지요. 뭣도 모르고 그랬어요. 한없이 교만해지고. 입맛도 간사해지고.  다른 블로거들이 공짜로 밥 먹거나 터무니없는 대가를 원하는 경우도 봤어요. 저도 제안을 받기도 했는데 그런 게 싫어 손사래를 치곤 했어요.  그런데 하루 오천명씩 들어와 제 글 읽고 그러니 제가 뭐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게 되는 것도 싫고. 제가 자꾸 그런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이제 그만 두려고 하지요.  Q. 책은 잘 나가나요.  A 전 관심없어요. 2년 전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책을 내보지 않겠느냐고 하더군요. 내 주제에, 하는 생각에 몇 차례 고사하다 지난해 초 시작해 올해 초 책을 낼 수 있는 준비를 마쳤어요. 그런데 출판사 쪽에서 다른 책 일정도 있고 맛집 얘기를 다뤘으니 봄과 여름보다는 가을에 내는 게 좋겠다고 해서 이번에 나오게 된 겁니다.  Q. 그런데 관심없다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A. 제가 7년 가까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했고 그 성과를 한 데 모아 정리했으니 그걸로 된 겁니다. 출판사가 제 책 때문에 돈 많이 벌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얼마 전 재판 들어간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어요.    증권사 펀드매니저, 투자자문사 대표를 거친 그는 지금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일을 하고 있다. 승부근성이 있어 보였다. 주위에선 한번 빠져든 일에는 무섭게 빠져드는 그의 성격대로 책이 나왔다는 평을 한다고 했다. 서른다섯 가지 음식의 역사나 식재료의 유래로 글머리를 열고 서울의 맛집 다섯 곳을 꼽은 뒤 음식에 얽힌 개인사를 풀어냈다. 어릴 적부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그가 중학교 2학년 가을, 청계천 들러 ‘빽판’ 사들고 간절히 구하던 Keith Jarret의 앨범이 폐점하는 음악카페 가면 있을 것이라는 말 듣고 난생 처음 찾아간 명동에서 난생 처음 명동칼국수를 먹고 행복했던 추억 등이 동시대를 산 이들에게 즐거운 삽화로 다가온다. 술친구와 해장술 푼 사연, ‘빠돌이’로 한창 놀 때 순대해장국 먹은 사연 등 쿡쿡 거리고 읽을 객담도 빠뜨릴 수 없다. 혼자 지내는 이들을 위한 레시피를 곁들인 것도 눈에 띈다.    Q. 어느 정도로 열심이었나요.  A. 블로그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서울 안의 화상(華商)이 하는 중국집 서른다섯 곳을 모두 돌아보겠다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석달을 중국 음식만 먹으니 입에서 느끼한 맛이 떠나질 않았던 적도 있지요. 동호회에서나 누군가 어디가 맛있더라, 하면 거리를 따지지 않고 다녔어요. 그러다보니 어느 달은 신용카드 청구서가 천만원을 넘은 적도 있었고요.  Q. 출간 시기가 늦춰지면서 가격이 올랐다든지, 재개발로 문을 닫거나 이전했다든지 해서 다시 점검했을 것 같은데요.  A. 음식별로 다섯 집씩 골랐으니 모두 175곳이 소개됐는데 맨 앞의 TOP PICK은 한 번씩 다 돌았어요. 그리고 나머지 집들의 절반 정도도 다시 확인했어요. 값뿐만아니라 내가 표현한 내용이 진짜로 맞나 의심스러워 다시 찾기도 했고요. 사진을 다시 찍은 곳도 여러 곳인데 음식 사진이란 게 차라리 옛것이 좋은 경우도 적지 않았어요.  Q. 그렇게 다섯 곳씩 고르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어느 메뉴를 가장 고민했나요.  A. 짜장이었습니다. 이품(서대문구 연희동)이냐 개화냐를 놓고 한참 고민했어요. 특별히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메뉴이고 모두들 ‘거기에서 거기 아냐’ 생각하기 쉬워서요. 골라놓고 보니까 동전던지기 아니었나 싶기도 하더라고요.”    멏 갈피만 들춰보면 그의 몸피에 어울리지 않게 참 꼼꼼한 성품을 알 수 있다. 6000원 남짓으로 포만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김치찌개집부터 정말 소중한 이에게 대접하고 싶은 값비싼 코스 요리까지 망라했다. 기자도 가끔 찾는 하동관 주인의 면면이 바뀐 사연, 을지면옥과 필동면옥 주인 가계도 등등 “아는 척 좀 할 수 있게” 두루 꾸며 놓았다.    Q. 결국 책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뭘까요.  A. 사람이 음식 맛의 절반을 넘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전라도 구례의 허름한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시켰더니 갓김치 등 여염집에서 먹는 반찬을 내주시더라고요. 죄송하기도 하고 해서 탕수육을 시켜 소줏잔을 부딪히고 있자니까 이번엔 홍어회를 내오시더라고요. 중국집에서 홍어회 먹어본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푸하하.  그런데 몇 년 뒤 그 집을 찾았더니 없어졌더라고요.  요 뒤 배춧국을 잘 끓이던 ‘내강’도 주인 부부가 나이 들어 도저히 못하겠다고 두손 들어 버렸어요. 저도 책에 담지 못했는데 얼마 전 들렀더니 주인도 바뀌고 메뉴도 여러 가지로 늘었는데 너저분하기만 하더라고요.  Q. 그런 집 중에 인사동 ‘할머니 칼국수’와 ‘유진식당’도 있어요. 책에 써놓은 것을 보니 반갑더라고요.  A. 유진식당 어르신은 저희들 가면 뭐 하나라도 더 주시려고 했어요. 가끔 큰아들이 말 안 듣는다고 푸념도 늘어놓으셨지요.  Q. 그래도 요즘은 마음잡고 가게를 보는 것 같던데요. 그런데 얼마나 드나들면 그렇게 주인과 대화가 통하게 돼요.  A. 아, 저희가 워낙 시끄러워서요. 그냥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보면 그런 얘기도 주고받게 돼요. 그건 그렇고 하여간 그런 식당들이 개발 논리에 떠밀려 사라진다는 게 안타깝죠. 인사동 칼국수집만 해도 체인점을 낸다 하면서 예전같지 않은 것 같고요.  Q. 에필로그로 왕십리 해장국집 ‘대중옥’에서 느낀 소회를 풀어냈어요. 그런데 왜 날짜가 그렇게 한참 전인 거지요.  A. 2010년 12월 31일이라고 돼 있죠. 블로그에 썼던 글인데 느낌이 좋아 그대로 책에 옮겼어요. 대중옥은 강남으로 옮겼는데 그 집도 한 번 가봤어요. 아무래도 그 때 맛이 살아나지 않더라고요. 깔끔하고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맛집을 좋아하는 세상의 흐름에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어쩌다 한번, 이런저런 이유로 고급스럽게 접대할 일이 있을 때 찾아갈 만한 집을 소개하긴 했지만 그보다 사람 냄새 나는 맛집, 노포(老鋪·대를 이어 내려온 가게)를 좋아하는 거지요.    그는 에필로그에 이렇게 적었다.  ‘긴 세월 국밥을 끓여내 묵은 때가 진하게 묻은 타일, 하루에 수십 수백 그릇의 국밥을 잉태하던 듬직한 무쇠솥, 요새 웰빙족들이 알면 난리가 날 귀여운 퍼런색 플라스틱 국장, 이젠 어떤 것 위에 올려져도 진이 다 빠져 초연할 것만 같은 나무 솥뚜껑, 오로지 국물맛과 토렴에만 집중하시는 아주머니까지 모든 게 사라져간다.’  좋은 요리란 뭘까.  그런 맛을 부르는 서늘하고도 알싸한 가을바람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토요일 오전 9시 40분)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원시의 땅, 케냐.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탄생시킨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케냐의 숨겨진 명소 보고리아 호수와 아프리카에서 가장 용맹하다는 전사 마사이족을 소개한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배경이 된 자유의 땅 케냐로 떠나본다. ●내 딸 서영이(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병원에서 서영과 마주친 상우는 서둘러 자리를 피하고, 서영은 상우를 쫓아가지만 상우는 냉정한 말로 서영에게 선을 긋는다. 미경은 ‘자신과 환경이 비슷해서 다행’이라는 상우의 말에 마음이 무거워진 가운데 호정의 압박까지 더해지자 더욱 골머리를 앓는다. 한편 얼떨결에 삼재는 우재와 술자리를 갖게 된다. ●나눔 0700(EBS 토요일 오후 3시 50분) 3년 전 감기증상이 계속되던 미영씨는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당시 감기인 줄만 알았던 미영씨는 병원에서 신장장애 2급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그렇게 신장투석을 받으며 지내왔던 미영씨. 그러던 지난 4월. 그에게 뇌 저산소증이라는 합병증이 발병하는데…. ●TV쇼 진품명품(KBS1 일요일 오전 11시) 대나무 그림의 대가 표암 강세황. 그와 견주어도 비등할 만한 실력의 소유자 ‘수월헌 임희지’(水月軒 林熙之)의 작품이 소개된다. 남아 있는 작품이 극히 적어 쉽게 접할 수 없는 수월헌 임희지의 그림을 공개한다. 의뢰품과 함께 대나무 그림보다 뛰어났던 임희지의 난 그림 등 다양한 작품들을 함께 감상해 본다. ●MBC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메이퀸(MBC 일요일 밤 9시 50분) 해주는 도현에게 강산회사의 압류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천지조선에서 아지무스 트러스터를 만들겠다고 한다. 기출은 창희와 인화의 결혼을 반대하는 금희에게 인정으로 호소한다. 한편 대평은 과거 도현과 함께 일했던 안기부 요원을 통해 아들 강운의 죽음에 관해 알아내려 한다. ●동물농장(SBS 일요일 오전 9시 25분) 조용한 마을을 술렁이게 만든 고양이가 있다는 급한 제보를 받고 달려간 곳은 경기도 화성의 한 마을. 그곳에서 뚜껑이 채 떨어지지 않은 덜렁거리는 깡통을 머리에 쓰고 떠돌아다니는 길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위기에 처한 길고양이를 구출하기 위한 대작전이 펼쳐진다. ●고교토론 판2(OBS 일요일 오전 9시 55분) 걸그룹의 섹시코드 열풍은 나날이 수위가 높아져 간다. 이에 ‘걸그룹 의상과 퍼포먼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가’를 놓고 고등학생들의 한판 토론 승부가 펼쳐진다. ‘여성의 성 상품화를 막기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 대 ‘퍼포먼스이자 예술이니 규제할 필요가 없다’. 과연 치열한 토론 배틀에서 우승은 누가 차지할까.
  • 20대男, 쳐다봤다고 해병대원 끌고 갔다가

    20대男, 쳐다봤다고 해병대원 끌고 갔다가

    자신을 쳐다봤다며 20대 남성이 해병대원을 폭행하고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27일 청주 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에 따르면 이날 새벽 3시쯤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한 주점에서 술을 먹던 민모(22)씨가 옆 좌석에서 자신을 기분 나쁘게 쳐다 봤다며 해병대원 김모(21·상병)씨를 인근 건물 1층 화장실로 끌고가 폭행하고 도주했다. 김씨는 폭행으로 코뼈와 치아 3개가 부러지고 약한 뇌출혈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휴가 중인 김씨는 이날 친구들과 술자리를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도주한 민씨의 친구 홍모(22)씨를 상대로 민씨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허위신고에 경찰출동 소동 2제] 괴한 위협 거짓말에…

    한 대학생이 술김에 여자 친구에게 한 거짓말 때문에 경찰 수십명이 꼭두새벽에 3시간 동안 수색을 하느라 헛고생을 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4일 신모(22)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신씨는 지난 14일 밤 동료 5명과 술자리를 가졌다. 여자 친구로부터 걸려온 수십통의 부재중 전화 기록이 찍히자 신씨는 문자를 보내 “연희삼거리 근처인데 칼을 든 괴한 한 명이 계속 따라온다.”며 거짓말로 둘러댔다. 깜짝 놀란 여자 친구가 오전 2시 20분쯤 경찰에 신고하면서 일이 커졌다. 서대문경찰서 형사팀·실종팀 10여명과 연희파출소 직원 등 수십명이 긴급 출동해 일대를 수색했지만 신씨는 어디에도 없었다. 경찰은 오전 5시가 넘어 신씨의 자취방에서 그를 발견했다. 당황한 신씨는 “실제로 위험한 상황에 놓였던 게 맞고, 내가 112에 신고했는데 경찰이 장난전화 하지 말라고만 했다.”고 또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신씨의 휴대전화에는 112 신고 내역이 없었고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대한민국 술박사 1호 정헌배 중앙대 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대한민국 술박사 1호 정헌배 중앙대 교수

    폴 발레리는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그대가 생각한 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대는 곧 그대가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얼핏 들어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 아닐까 싶다. 생각을 프랑스 ‘코냑’으로 옮겨본다. 프랑스의 코냐크 지방의 주민은 불과 1만 9000여 명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작은 읍 규모이다. 그런데 여기에 코냑 회사가 3000여 개가 있고 세계 200여개국에 수출한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잘사는 고장으로 소문나 있다. 그럴 것이, 국제공항이 있고 매년 영화제도 열릴 만큼 문화적으로도 풍요롭다. 왜? 단지 ‘코냑’이라는 술이 세계인들의 가슴에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술꾼이든 아니든 코냐크 지방은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코냐크 지방의 사람들은 ‘코냑’을 안 마신다. 대신 주변 지역에서 생산하는 값이 싼 포도주를 마신다. ‘코냑’이 세계적인 명품주가 됐기 때문이다. 좀 더 외국인들에게 많이 마시도록 하는 수출전략과 배려의 차원이기도 하다. 코냐크 지방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 대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도 코냑을 몇 년, 몇십 년씩 오랜 세월 숙성시켜 세계인들에게 그 ‘가치’를 선물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코냑이나, 스카치 위스키, 포도주처럼 오랜 세월 숙성된 ‘빈티지’를 가진 우리의 전통술이 있을까. 결론은 ‘없다’라는 게 대체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없다’를 ‘있다’로 바꾸는 사람이 있다. 국내 유일이자 대한민국 술박사 1호로 알려진 정헌배(57) 중앙대 교수가 그 일에 매진하고 있다. 때마침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를 맞아 정 교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이 축제에서 자문역할을 하며 우리술을 세계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가을비가 쏟아지는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안성에 있는 ‘정헌배 전통주 연구소’에서 정 교수를 만났다. 연구소 안에는 누룩이 익어 술이 발효되는 냄새로 가득했다. ●“名酒는 그 나라의 사회·문화적 자부심” “여기는 술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술을 만들어내는 방앗간입니다. 술을 숙성시키는 것을 연구하고 분석해내는 곳이지요. 술을 좋아하고 또 특정한 날을 기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빈티지가 있는 스토리와 가치를 만들어내는 곳이지요. 술은 살아 숨 쉬는 옹기나 오크(참나무)통 속에서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며 맛과 색상, 향기와 성분 등도 변합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숙성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알코올을 ‘천사의 몫’이라고 찬양을 합니다. 까닭에 숙성은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의 술도 이제는 ‘빈티지’로 가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술 가운데 예를 들어 막걸리는 대개 10여 일 안팎의 숙성과정을 거쳐 시중에 나오지만 코냑이나 위스키는 17년, 21년, 30년 그리고 심지어는 100년 등 오랫동안의 숙성을 거치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 그만큼 ‘명품주’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정 교수는 설명한다. “술은 오래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저장성도 뛰어나 금방 팔리지 않아도 큰 걱정이 없다.”라면서 “농산물을 주원료로 하기 때문에 지역특성을 반영하기에도 좋은 제품이다.”라고 강조한다. 특히 고부가가치의 상품성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확실히 검증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젠 우리의 전통술도 숙성연한을 길게 해 세계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명품주로 만들어야 할 때가 됐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그런 명품주 생산과 함께 아름다운 음주문화를 갖자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명주(名酒)라는 것은 전통적 가치를 대물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대표적인 명주를 갖고 있고 후손들에게 물려줍니다. 프랑스의 코냑이 좋은 예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내로라할 만한 주종이 없어요. 이제는 우리도 100년 묵은 술과 아름다운 술 문화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이런 생각에 4년 전부터 우리의 전통 특산물인 인삼과 안성 지방의 쌀을 원료로 술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문을 듣고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부부가 결혼식 30주년을 4~5년 앞두고 미리 주문하는 술, 자식이 부모 회갑 기념식 때 선물로 준비하는 술, 결혼 후 첫 자식을 낳은 부부가 나중에 자녀의 결혼식 때 줄 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에 맞춰 ‘노사모’에서 주문한 술, 대학입학을 기념하기 위한 술 등 제각기 사연이 많다. 얼마 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60주년 때 사용하고자 위스키 60병을 미리 만들어놓는 일도 이와 같은 것이다. 주문한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인삼주 술도가에서 직접 술을 담그는 행사를 하는 때도 있다. 담근 술은 지하 숙성고에서 최소 3년 이상 숙성과정을 거쳐야 찾아갈 수 있다. 요즘 들어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외국 관광객들도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담근 ‘빈티지 인삼주’(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는 인삼주는 소주에다 인삼을 담는 것이지만 이곳 인삼주는 인삼을 쪄서 홍삼화한 다음 누룩과 함께 위스키나 코냑처럼 오랜 시간 숙성시킨다.) 술독은 모두 2000여 통. 지하숙성고에 내려가 봤더니 이 술독들은 대금과 가야금 등 우리의 전통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숙성되고 있었다. 술독마다 각 사연을 담은 내용과 술 주인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방송인 주병진씨 등 알 만한 인사들의 이름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대학교수인 그가 어떻게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어릴 적 그의 꿈은 음악가가 되는 것이었다. 대구 경상중학교와 고교 시절만 해도 트럼펫을 불며 그 꿈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집안 형편상 음악가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영남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에서는 장차 멋진 군인의 길을 걷고자 학군단(ROTC)에서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한 달만에 시력미달로 중도에 하차했고 바로 민방위에 편입됐다. 이 무렵 그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장학금을 받게 됐다. 국가의 고마움을 느끼게 된 그는 수출 보국에 도움되는 일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중 술 전문가가 되기로 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것이 수출이며 농산물 가공품은 시간이 갈수록 좋아진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때 명주는 그 나라의 사회, 문화적 자부심이며 술은 전통적 가치와 사랑의 대물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술문화는 국적과 민족성이 뚜렷해 나라마다 특색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대학 3,4학년 때 프랑스어 공부를 했으며 졸업 후 1년 동안 직장 다니며 유학자금을 마련한 뒤 ‘생각했던 대로’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남부 프랑스 몽펠리에 있는 폴 발레리 대학에서 6개월간 프랑스어 공부를 할 때 폴 발레리의 명언을 접하면서 감동을 받았다. 이후 파리 9대학 박사과정(술 마케팅)에 들어갔다. 그는 이때 ‘프랑스 포도주 시장 제도 및 유통연구서’ ‘맥주의 중장기 소비예측’ 등 발효주 중심의 연구에서 세계적인 소비량을 자랑하는 럼, 보드카, 위스키, 코냑 등 증류 숙성주 연구로 점차 확대시켜나갔다. 아울러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 지역을 다니면서 논문 자료를 수집했다. 결국 ‘세계 주류시장의 국제 마케팅 전략과 전망’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조상이 빚은 名酒는 후손들과 뜨겁게 이어주죠” “프랑스에 있을 때였습니다. 하루는 알고 지내던 친구가 저를 집으로 초대하더군요. 식사를 마치더니 친구가 ‘파라다이스에 갈래?’라고 제의하더군요. 처음에는 무슨 룸살롱 같은 술집인가 했어요. 그런데 지하의 술 저장고에 데려갔습니다. 술통이 많이 있더군요. 친구는 한 통을 가리키면서 ‘우리 아버지가 내가 태어난 것을 기념해서 담그신거야.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어 마시라고 하셨지’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으며 술을 한 모금 마셨더니 그 친구의 조상과 잠시 연결되는 느낌이 오더라구요.” 정 교수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우리가 제사를 지낼 때 음복하는 이유도 조상과 만나는 일이며 특히 조상이 빚은 명주는 후손들과 또 한 번 뜨겁게 연결되는 일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의 꿈은 ‘우리 술의 세계화’이며 ‘아름다운 음주문화를 우리 후손에게 물려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인삼주 숙성 등과 관련해 특허 4개를 갖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또 대학에서 아름다운 음주문화와 술은 인류가 아닌 동물이 먼저 마셨다, 소주는 아랍의 향수 제조법에서 유래했다는 등의 술과 관련된 오해와 진실 등도 강의한다. 또 ‘술나라 헌법’과 ‘술나라의 십불출(十不出)’ 등의 흥미로운 내용도 가끔 설파한다. 술 안 마시고 안주만 먹는 사람, 남의 술로 제 생색을 내는 사람, 술잔 잡고 잔소리하는 사람, 술 먹다가 딴 곳에 가는 사람, 술 먹고 따를 줄 모르는 사람, 남의 술만 먹고 제 술을 안 내는 사람, 술자리에서 축사를 오래한 사람 등이 십불출에 포함된다며 웃는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정헌배 교수는… 1955년 구미에서 태어났다. 경상중과 경북사대부고를 나온 뒤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1979년 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폴 발레리 대학에서 어학공부를 마치고 파리9대학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1984년 이 대학에서 ‘술 마케팅’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3월부터 현재까지 중앙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재무부 세제발전심의위원, 농림부 전통주심사위원 등을 거쳐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청소년보호위원 자문교수로 활약하면서 우리나라 주류산업 정책변화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왔다. 이를 통해 새롭고 다양한 술이 제조, 판매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많은 역할을 해왔다. 청소년 대학생의 음주문화 개선을 위해 중앙대에 교양과목으로 ‘명주와 주도’라는 과목을 개설해 직접 강의하면서 음주문화시민연대를 운영하기도 했다. 우리술 세계화를 위해 2003년 ‘정헌배 인삼주가’를 설립,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아울러 경기도 안성에 ‘세계명주마을’을 포함한 우리 술 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류제조 특허4개와 옹기독 실용신안 등 다수의 지적 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술나라 이야기’(2011) 등이 있다.
  • 성폭행범 혀 깨물어 절단 ‘무죄’

    성폭력에 저항하다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자른 여성의 행위가 검찰에서 정당방위로 인정받았다. 의정부지검은 23일 강제로 키스하려는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3분의1 가량을 자른 혐의로 입건된 A(23·여)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이 성폭력 피해자의 자기 방어권을 이례적으로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잇따라 일어나는 성폭력 범죄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A씨는 지난 6월 11일 오전 1시쯤 혼자 술을 마시러 나가다 탄 택시의 운전기사 이모(54)씨의 제안에 함께 횟집에서 술을 마셨다. 술자리는 의정부에 있는 이씨의 집으로 이어졌다. 오전 6시쯤 성폭력 위협을 느낀 A씨는 이씨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방문을 잠갔다. 그러나 이씨는 문을 부수고 들어와 A씨의 신체부위를 만지며 강제로 키스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이씨의 혀를 깨물어 혀의 3분의1이 잘렸다. 이씨는 언어장애가 나타나는 등 노동능력을 일부 상실하는 중상해를 입었다. 경찰은 지난달 3일 A씨를 중상해 혐의로, 이씨를 강간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힌 경우에도 정당방위로 인정할 수 있는지 시민 의견을 묻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시민 9명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는 갑론을박 끝에 ‘성폭행 위험 상황에서 적극적인 자기방어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검찰은 ‘성폭력 피해자의 자기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며 A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의정부지검 황인규 차장검사는 “성폭력 피해자의 자기방어권이 최대한 인정돼야 성범죄자로부터 성적 결정의 자유를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폭력 범죄를 저지를 경우 심각한 상해를 입더라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메시지도 이번 결정에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상해죄 등 전과 11범인 이씨를 강간치상죄로 기소하고 사건 발생 이후 우울증세를 보이는 A씨에게는 심리치료와 보복 예방을 위한 비상호출기(위치추적장치)를 제공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길섶에서] 결단/박정현 논설위원

    별의별 짓을 다해도 안 되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성사되는 건 사실 한순간이다. 끊어야겠다고 다짐만 하던 담배를 끊어 버린 게 2년 전. 패치를 붙이고 떼고를 몇년이나 반복했던가. 금연은 어느 날 술자리에서 불쑥 현실이 됐다. 담배를 끊으면서 함께 담배 피우던 사무실 동료들과의 담소시간이 줄어든 게 퍽 아쉽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일 같다. 또 하나의 결심은 골프 안 치기. 10년 전부터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골프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지인을 만나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까울 때도 있지만 골프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는 사람들의 뉴스를 접할 때마다 훌륭한 결심이었다는 게 결론이다. 어제 의사로부터 술을 되도록 마시지 않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 순간 무엇보다 먼저 떠오른 건 사뭇 서운해할 반가운 친구와 동료, 지인들의 얼굴이다. 다시 결단의 시점이다. 건강을 잃으면 천하를 얻은들 무엇하리요. 하지만 물배를 채우는 한이 있어도 술자리는 빠지지 않으리라….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창업시 메뉴고민 해결…쌀쌀한 날씨엔 이런 안주가 인기

    창업시 메뉴고민 해결…쌀쌀한 날씨엔 이런 안주가 인기

    기온이 갑작스럽게 내려가면서 안주 트렌드도 계절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이맘때면 따뜻한 국물이나 매콤한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계절 불문하고 시원한 맥주의 인기가 압도적이지만 가을로 접어들면서는 몸을 후끈하게 덥혀주는 소주를 찾는 사람이 증가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날씨가 추워질지라도 맥주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안주만큼은 매콤하고 얼큰한 메뉴를 선택해 즐기기 때문에 매콤하거나 국물있는 안주 인기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시즌2 쪼끼쪼끼’는 평소 인기메뉴였던 파굴짬뽕탕 매출이 날씨가 추워지면서 더욱 증가했다고 전했다. 매콤한 짬뽕에 파와 굴로 국물을 낸 시원한 맛을 더해 움츠러든 몸속까지 따뜻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이 인기비결이다. 사계절내내 사랑받는 메뉴지만 쌀쌀해진 날씨에 더욱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여름시즌이후 인기메뉴였던 매운 꿀먹은 강정도 추운날씨에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대표트렌드였던 강정에 매운맛을 첨가해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게 비결이다. 여름이 바삭하게 튀긴 프라이드 치킨, 양념 치킨의 계절이었다면 가을 겨울은 먹음직스러운 훈제, 바베큐 치킨의 계절이다. 맥주 소주 가릴 것없이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튀김 옷이 없어 살 찔 염려도 조금은 덜하다. 매콤짭짤한 맛이 한 번 손이 가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매력 덩어리 안주다. 콜라겐이 풍부한 닭발이나 족발에 매운맛으로 양념한 매운닭발, 매운족발 인기도 상승세다. 콜라겐이 풍부해 겨울철 찬 바람에 지친 피부를 탱탱하게 유지시켜 줄 수 있고 중독성있는 매운맛이 여성뿐 아니라 남성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모처럼 일찍 퇴근한 평일이나 한가한 주말, 집앞 맥주 전문점에 앉아 누리는 소소한 즐거움은 빼놓을 수 없는 삶의 낙 중 하나다. 마음 잘맞는 친구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술자리는 호경기 불경기를 가리지 않기에 맥주 전문점 창업 또한 꾸준한 인기를 누린다. 나만의 사업, 나만의 점포를 갖기 위해 창업을 결심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고객의 니즈를 고려하지 않은 메뉴개발은 빛이 바래지기 마련이므로 과연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여부를 신중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계절과 경기에 상관없이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는 현명한 아이템을 선택하고 트렌드에 맞는 지속적인 메뉴개발이야말로 창업 성공의 일등공신이다. 인터넷뉴스팀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목숨같은 목

    많은 사람들이 목의 중요성을 잊고 삽니다. 머리와 몸통을 잇는 지지대 정도로 여기지요. 그러나 목이 그렇게 간단한 부위가 아닙니다. 둘레라야 허벅지보다 가늘지만 그 안에 경추라는 골격이 촘촘히 엮여 머리를 지탱합니다. 식도와 기도·성대가 있고, 동맥·정맥과 함께 뇌의 지각을 수행하는 신경조직이 빼곡하게 들어찬 곳이 목입니다. 간단하게 말해 생명을 유지하는 핵심 조직이 목 부위에서 작동하거나 연결되는데, 사람들이 이 기능에 관심을 안 두는 것이지요. 문제는 현대인들이 목을 한 방향으로만 혹사하면서 시작됩니다. 보통 사람의 일상을 되짚어 볼까요. 베개에 얹혀 밤을 세운 목을 앞으로 구부린 채 세수하고 밥을 먹습니다. 출근길에는 하늘 한번 쳐다볼 여유도 없이 스마트폰을 켜거나 신문을 읽습니다. 사무실에서 작업하거나 컴퓨터를 조작하는 일도 대부분 목을 앞으로만 사용하는 자세지요. 저녁 술자리에 가더라도 이런 목의 방향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데, 젊은 사람일수록 더합니다. 한 전문병원 집계에 따르면 목디스크 환자 10명 중 2명이 20∼30대로, 5년 전에 비해 2배나 증가했답니다. 이 병원 전문의는 “활동 부족과 비만도 문제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IT기기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진단하더군요. 이런 환경이 목의 운동성을 제한해 심각한 목뼈의 변형을 부릅니다. 해부학적으로 목뼈는 C자형 곡선을 유지해야 하지만, 이런 환경 때문에 소위 거북목이라는 일자목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 일자목은 탄력이 적고, 퇴행이 빨라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삐끗하거나 잠만 잘못 자도 목에 통증이 나타납니다. 목디스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해결책은 단 한가지, 목의 운동성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목운동이라고 해도 좋고 스트레칭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무엇이 됐든 목의 건강을 의식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컴퓨터의 모니터를 높이거나 목돌리기·목젖히기 등의 동작을 생활화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생각은 하는데 잘 안 된다고요. 그렇다면 목이 하는 일을 다시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jeshim@seoul.co.kr
  • [뉴스 WHO] 중앙부처 국장급 여성 대변인 트리오의 ‘수다’

    [뉴스 WHO] 중앙부처 국장급 여성 대변인 트리오의 ‘수다’

    대변인(代辯人)은 정부 당국의 공식 성명이나 비공식 입장을 발표하거나 전달한다. 16개 중앙 부처에서 국장급으로 각 부처를 대표하는 대변인 가운데 세 명이 여성이다. 정부 출범 후 가장 많은 여성 대변인이 활약하고 있다.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한자리에 모인 손애리(52) 여성가족부, 김문희(46) 교육과학기술부, 김경선(43) 고용노동부 대변인은 때로는 친한 지인들과의 수다처럼 편하게, 때로는 기자와 설전을 벌일 때처럼 치열하게 여성 대변인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이들은 “세 명이 되니깐 존재감이 있다.”며 “소통능력이 뛰어난 여성 대변인이 추세”라고 강조했다. →국민이 가지는 여성 대변인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김경선 대변인은 늦게까지 기자들과 자주 소통하고 시간을 많이 내야 한다. 이번 정부부터 직함이 대변인으로 통일됐지만, 예전에 공보관으로 불릴 때는 술 잘 마시는 사람이 가는 자리로 인식됐다. 대변인은 소통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여성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인데 그동안 정부 부처에서는 그런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 김문희 여성이 섬세하기 때문에 부처와 언론과의 중계 역할과 대국민 홍보 메신저를 해야 하는 대변인에 좀 더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아직도 대변인을 접대하는 자리로 인식한다. 일 년 전 교과부의 첫 여성 홍보담당관으로 임명됐을 때 부처에서 “여자를 거기에 보내느냐….”는 인식이 남아있었고, 기자 중에도 남자가 왔으면 좋겠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김경선 고용부에서 여성 대변인으로는 두 번째다. 대변인은 아슬아슬한 자리다. 언론과 접점에 있으면서 신속하게 잘 판단을 내려야 한다. 오보가 나면 용서받지 못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해서 사실관계가 잘못된 기사가 인터넷에 뜨면 즉시 확산된다. 대변인실에서 잘못된 기사에 빠르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SNS 활용도 남성보다 여성이 잘한다. 고용부의 온라인 대변인도 여자다. →여성 대변인을 기용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김문희 교과부는 옛날 교육부 때부터 남성 위주로 돌아갔다. 현재 이주호 장관은 젊고 개방적이며 합리적이라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다. 여성기자도 많아졌다. 환경 자체가 옛날 같지 않고, 술만 마시는 자리라고 생각했던 공보관과 달리 전문성이 필요하고 업무에 대해서 해박하게 알아야 한다. 문의가 왔을 때 늘 다른 사람에게 미룬다면 대변인실이 신뢰를 얻을 수 있겠나. 손애리 대변인으로는 부처 업무 내용을 잘 알고 모두에게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이번 정부에서는 외부 전문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보다 부처의 업무 방향을 잘 아는 사람을 택했다. 김문희 부처의 정책 방향과 장관 생각을 종합적으로 알아야 홍보와 보도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김경선 대변인이란 자리는 부처 내부 논리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보는 시각을 같이 가져야 한다. 자기 주관이나 세계에 갇혀 있지 않은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여성 대변인이 계속 나오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손애리 여성 대변인은 트렌드다. →여성 대변인으로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김경선 대변인에 앞서 남성들이 대대로 하던 자리를 처음으로 맡은 적이 있다. 여성 최초인데 내가 잘해야 후배들도 잘된다는 부담감이 있다. 김문희 대변인으로 일하기 전에는 기자 전화에 상세히 응하는 것을 꺼렸다. 언론을 이해하면서 정책부서에서 일할 때 “기자들에게 정말 잘 설명을 했어야 했구나.”라고 깨달았다. 손애리 과장부터 3년 3개월 동안 일했으니 부처 여성 대변인으로는 최장수다. 대변인은 언론과 스킨십을 하고 중간 채널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설명하고 서비스해야 한다. 대변인은 경계선에서 일하는 사람이자 교집합의 중간이다. 부처에서는 대변인을 기자로 취급하고, 기자는 공무원들이 답답하다고 한다. 부처 내 역학 관계에서 조율과 조정 능력도 중요하다. 김경선 업무 부처에서 욕먹을 때도 잦다. 김문희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이게 아니라고 알려주면 담당 공무원은 좋아하지 않는다. 장관이 내부 의견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담당 공무원의 의견을 채택하면 대변인만 혼자 공공의 적이 된다. →대변인들이 술자리 등에서 설화 사건을 일으키는 일이 종종 있는데. 김경선 여자들은 그런 실수는 안 한다. 과시욕은 별로 없다. 저녁은 2차 이상 잘 가지 않는다. 김문희 처음에는 충분히 서로 이해하고 알아야 하니깐 밤늦게까지 술자리에 있었다. 요즘은 2차 맥줏집 정도까지만 간다. 손애리 여성가족부에는 남성 대변인이 한 번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 여자와 사회생활을 한 경험이 없어 불편하게 느끼는 경우도 많다. →대변인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김문희 훌륭한 기사를 보면 기자에게 바로 마음을 담아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칼럼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주면 눈물이 난다. 울분을 토하는데 기자가 공감하면 너무 행복하다. 대변인은 이걸 이 시점에서 우리 부가 이렇게 가야 한다는, 대국민관계에서 촉을 딱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 ‘촉’이 없으면 기자들과 어울리는 사람으로 머물고 만다. 손애리 대변인은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어디서나 모셔가려는 ‘에이스’는 가끔 오류를 일으킨다. 공직자는 ‘을’의 입장에서 일할 기회가 많지 않다. 대변인은 을이어야 한다. 에이스보다는 ‘나이스’한 사람이 대변인이어야 한다. 장수 대변인의 유일한 비결은 항상 전화를 받는 것이다. 심지어 샤워할 때도 전화기를 옆에 둔다. →여성 대변인의 장점은 무엇인가. 김경선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대변인 협의회는 분위기가 부드럽다. 청와대에서 주재하는 기획관리실장 회의에 대타로 참석한 적이 있는데 여성이 없어서 회의가 딱딱하더라. 조직에서 남녀 비율이 적절해야 한다. 손애리 대변인으로 오래 일하면 성질이 급해지고 전화하면 본론부터 말하는 직업병이 생긴다. 성격이 나빠지고 있다(웃음). 대변인으로 일하면서 업무를 객관적으로 바라본 경험은 나중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김문희 공무원의 논리나 언어가 아니라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공감할 수 있는 정책과 언어를 배울 수 있어 좋다. 퇴근이 늦어지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여성 대변인 트리오는 손애리 1997년 통계청 5급 특채로 들어와 2002년 여성가족부 통계직으로 자리를 옮긴 뒤 장관 비서관, 가족정책과장 등을 거쳤다. 통계청 근무 당시 만든 ‘통계로 본 여성의 삶’이란 보고서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김문희 홍보담당관을 지내다 대변인으로 승진하는 등 오랫동안 공보업무를 담당해 업무를 꿰고 있다. 행시 38회로 교원정책과장, 학부모 지원과장 등을 거쳤다. 김경선 행시 35회로 고용부에서 잔뼈가 굵었다. 고용·노사관계에서 주로 일해 왔고, 노사관계법제과장으로 노조법 개정을 주도했다.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실 행정관으로도 일했고, 뉴욕주 변호사 자격도 갖고 있다.
  • [새의자] 홍운철 동작구의장 “주민에 스며드는 ‘열린 의회’로”

    [새의자] 홍운철 동작구의장 “주민에 스며드는 ‘열린 의회’로”

    홍운철 제6대 동작구 의회 후반기 의장은 18일 “소통은 그냥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직접 주민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고 열린 의회론을 강조했다. 홍 의장은 “단순히 입으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17명 동작구 의회 의원 전원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거리를 누비고 주민의 의견을 듣고 있다.”면서 “나도 30년 이상 동작구에서 살았고 3차례 구의원에 당선됐지만 결코 자만하지 않고 주민의 뜻을 가장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홍 의장을 필두로 한 동작구 의회 의원들은 최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만장일치로 내년도 의정비를 동결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적정 수준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회 외부의 의견이 있었지만, 홍 의장과 구의원들은 토론을 통해 주민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의정비를 자진 동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홍 의장은 주민과의 ‘신뢰’를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있다. 홍 의장은 “사업가로 일할 때도, 1991년부터 지금껏 구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도 절대로 어기지 않는 나만의 다짐이 바로 신뢰”라면서 “설사 술자리에서 한 실언이라도 잊어버리지 않고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했고, 가족에게도 ‘만약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한번 약속한 것은 절대로 어기지 말라’고 충고한다.”고 강조했다. 고집스러운 뚝심 덕일까. 과거 중년이었던 지지자가 70대 노인이 되어서도 잊지 않고 그를 종종 찾아온다. 홍 의장은 “교육, 복지, 지역개발뿐만 아니라 풍수해 등 재난대비, 일자리 창출, 문화 수요 충족 등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면서 “한정된 재원으로 주민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불필요한 전시성 사업은 줄이고 꼭 필요한 사업은 효율적으로 잘 집행되도록 해 구민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 의장은 집행부를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두 개의 수레바퀴’로 여기고 있다. 어느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만큼 일방의 독주보다 상호공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집행부도 경쟁력 있는 정책을 발굴해 구 발전에 함께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인터뷰를 갈무리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판소리 한토막의 행복

    오랜만에 보건복지부를 찾았다. 명색이 출입처라면서 다른 일에 바빠 근래 얼굴 한번 내밀지 못했던 터라 낯설었다. 두루 인사를 나누자니 뜻하지 않게 저녁 자리로 이어졌다. 생일을 맞은 동료에게 ‘조공’ 삼아 출세(出世)를 축하하는 자리였는데 일단 멍석이 펼쳐지자 회포가 몇 길이라도 되는 양 소주잔이 가쁘게 돌았다. 취기가 돌아 다들 귓볼이 달아오를 무렵 누군가가 기막힌 제안을 했다. 동석한 인사 중에 소리꾼 반열에 드는 ‘천하의 가객’이 있으니 소리 한 토막 청해 듣자는 것이었다. 그 분위기에 누가 그걸 마다할까. 박수로 소리 한 토막을 청했다. 쑥스러운 듯 목을 가다듬은 그 인사는 이윽고 물꼬를 밀어낸 봇물처럼 소리를 터뜨렸다. 수궁가의 고고천변(皐皐天邊) 대목이었다. 수궁의 별주부가 토끼 간을 구하러 세상에 막 나와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읊조리는, 명창 송만갑 선생이 잘 불렀다는 그 대목이다. 우렁한 소리가 활달하고 경쾌하게 술자리를 휘어잡았다. 판소리라는 게 이제는 ‘꼰대들 노래’가 되어 그런 게 있었는지도 모르는 세상이 되어가지만 어쩌랴, 그 소리에는 우리의 민족 정서를 깨우는 각성의 묘약이 들었으니…. 다들 기이하다, 신통하다는 듯 소리에 빠져들었다. ‘고고천변 일륜홍(日輪紅) 부상(扶桑)에 높이 떠 양곡(凉谷)의 깊은 안개 월봉(月峯)으로 돌고 돌아 어장촌(漁場村)에 개 짖고 회안봉(廻雁峯)에 구름이 떴구나.’ 그 후로도 한동안 그 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배부른 세상에 구곡간장을 끊을 듯 내뱉는 그 절창이 어울리지 않는다지만 예전의 신산했던 시절에 비해 영혼의 주림이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은 세상임을 안다면 그렇게 재단할 일도 아니다. 요즘 아이돌의 얼치기 노래, 음미할 여지조차 없는 맹탕 사랑타령에 지친 내게 그 고고천변 한 토막이 준 울림은 컸다. 나야 그 소리 한 토막에 뿅, 갔지만 사람마다 정서의 층위와 색깔이 다를 터이니 굳이 그것만을 고집할 이유는 없겠다. 무엇인들 상관있으랴. 위태로운 현대인의 정신건강을 위해 가끔 그런 도락이라도 즐기며 살 일이다. jeshim@seoul.co.kr
  • 安의 단일화 구상은 ‘DJP식 공동정부’

    安의 단일화 구상은 ‘DJP식 공동정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측이 야권후보 단일화 구상으로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식 권력분점’ 모델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4일 “2002년 노무현·정몽준식 후보 단일화도 있고 DJP연합 방식도 있다. 답은 역사 속에 있다.”며 “DJP연합 때처럼 망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시대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연합 공동정부 구성’을 매개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일찌감치 “책임총리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겠다.”며 안 후보에게 공동정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호남과 충청을 기반으로 뒀던 DJ와 JP는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 공동정부 구성에 합의, ‘대통령 김대중·국무총리 김종필’로 권력을 분점했다. 당시는 두 사람이 확고한 정치적 지분을 쥐고 있어 이를 고리로 협상이 가능했다. 정치권은 조직 동원력이 없는 안 후보가 지분보다는 정책연대를 고리로 문 후보와 단일화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안 후보 측의 다른 관계자는 “국회의원 하나 없이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상태는 모르겠지만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정당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대선 전 민주당 입당 가능성에 선을 긋는 한편 대선 이후 민주당과의 국정운영 밀착 공조 가능성을 열어놨다. 창당이나 가설정당 시나리오는 일축했다. 문 후보와 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에 창당을 위해 지역 조직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마찰을 빚을 수 있고, 가설정당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노인 등 정치적 소외계층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단일화 시점은 11월 초·중순쯤, 아니면 대선후보 등록일(11월 25~26일) 직전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문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복잡한 단일화 방정식보다는 두 후보의 결단에 의해 이뤄지는 게 단일화”라며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방식은 정당정치 개혁과 관련한 정책연대뿐이다. 그 전까지는 두 후보 모두 지지율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을 담당하는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지금 단일화 얘기를 꺼내면 국민들에게 정치공학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정책연대를 통한 단일화를 위해 공약 발표를 후보단일화 이후로 미룬 상태다. 안 후보 측도 오는 7일 공약의 얼개를 발표한 뒤 세부 내용은 시차를 두어 공개하기로 했다. 안 후보 측은 검증공세에도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고무된 표정이다. 한 핵심 측근은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저는 고위공무원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농 섞인 건배사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50여명으로 자원봉사캠프를 꾸려 전체회의에 참석하도록 하는 등 세력 결집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원봉사캠프에는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 ‘희망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과 해외 명문대 유학생,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고교친구로 쫓고 쫓기는 검사 vs 뽕쟁이

    고교친구로 쫓고 쫓기는 검사 vs 뽕쟁이

    ‘“[천국의 문] 한 잔의 술이 절절히도 그리운 밤에는 올드팝을 들어요.” 윤진호는 그렇게 방제와 카피를 붙여 개인음악방송국을 개설하고, 여느 때처럼 수만 곡의 음악이 랜덤으로 선곡되어 연속적으로 송출되도록 마우스를 눌렀다.’(247쪽) 15년 동안 외환은행에서 근무하다 소설가로 전직한 전동하(57)가 쓴 장편소설 ‘천국놀이’(나남 펴냄)는 마약전담 검사로 뼈가 굵은 대검찰청 마약수사마스터인 백강훈과 잘나가던 증권맨에서 30대에 ‘뽕쟁이’로 전락한 H증권의 윤진호가 벌인 19년간의 쫓고 쫓기는 과정을 담았다. 실화가 바탕이 된 소설로, 대구 출신의 주인공 백강훈 검사와 윤진호는 ‘불알친구’이자 경북고 동기동창이다. 작가는 28일 “경북고 동기동창인 정대표 전 검사가 공직을 마감하면서 ‘국내 마약류의 유통 및 남용의 실태, 마약수사관의 삶을 들려주어 마약류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켜 주고 싶었다’고 해서 쓰게 됐다.”고 했다. 백강훈·윤진호가 고교 동기동창으로 극과 극의 삶을 살아온 이야기를 역시 경북고 동기동창인 전동하가 엮은 것이다. 셋 다 묘한 인연이다. 최근 ‘우유주사’(프로포폴)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천국놀이’는 마약이 인간을 어떻게 파멸시키는지를 잘 묘사했다. 마약은 알게 모르게 우유주사와 같은 예쁜 이름으로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피로와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에게 피로회복제와 정력증강제, 다이어트약, 예뻐지는 약, 또는 최음제로 소개되면서 말이다. 이를테면 ‘술 한 잔 할래?’라는 표현을 일상적으로 쓰는 우리 사회에서, 술 한 잔은 0.3g의 필로폰(히로뽕)을 증류수에 탄 마약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이것을 ‘작대기 1개’라고 부른다. 또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고, ‘한 잔의 술이 절절히도 그리운 밤’과 같은 표현을 ‘뽕쟁이’들은 눈치 빠르게 알아듣고 ‘고사바리’라고 하는 소규모 소매업자의 돈주머니를 채워 준다. 뽕쟁이들은 재활에 몸부림치다가도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며 포기한다. ‘한 번 마약은 영원한 마약’이라는 마약수사대의 ‘폭탄주 건배사’는 이들의 끈끈한 의리와 열정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마약의 수렁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경계의 뜻이기도 하다. 2001년에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염산날부핀이 남용되는 사례, LSD 등 마약을 사기 위해 20대의 젊은 남자가 자신의 신장을 3000만원에 팔아넘기는 상황은 보기에도 두렵다. 한국에서 연간 마약사범은 1만명 이상 검거된다. 그래서 박봉에 시달리며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마약수사관들은 회의에 빠진다. 함박눈이 펑펑 오는데 왜 계속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어야 하느냐 말이다. 대학 동기동창들이 백 검사에게 술자리에서 “출세하려면 청와대, 법무부, 대검, 투수부 같은 데 가서 줄서고, 빽도 찾고, 약게, 약게 좀 살아보라.”고 권하지만 “다들 그렇게 양지만 찾아다니면 음지는 누가 지키냐? 소는 누가 키우고, 돼지우리는 누가 손볼 거냐고.”라고 일갈하는 그는 함박눈 오는 날 눈을 쓰는 사람의 소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마냥 손을 놓고 있으면 어찌되겠냐. 마당에 눈이 계속 쌓여서 마당도, 지붕도, 사람도 모두 파묻히지 않겠냐. 나는 함박눈을 깨끗이 계속 쓸어내겠다.”고. 실제 수사기록을 참고했다는데 할리우드식 범죄영화에 익숙한 시선으로 보면 범죄자들이 너무 단순하고 무지하게 마약을 거래한다. 소설이라기보다는 르포르타주를 읽는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 글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씨줄날줄] 대학생 음주시위/육철수 논설위원

    술이란 묘하다. 어떤 사람이 마시면 감동의 시(詩)가 되어 나오고, 어떤 인간이 마시면 흉악범죄로 돌변한다. 이슬을 양이 먹으면 젖이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고 했던가. 몸속에서 술을 관리하는 능력이 이렇게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이 술을 마셔야지 술이 사람을 마시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일상사가 다 그렇듯, 절제의 미덕은 사람을 천당과 지옥으로 갈라놓는다. 10여년 전, 전도유망하던 어느 유명한 검사장은 술김에 ‘파업유도’ 발언을 했다가 졸지에 그 좋은 자리와 권력을 잃고 말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며칠 전 집권당의 새 대변인은 술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욕설을 해댔다가 그 자리에 앉아 보지도 못하고 물러났다. 중국 진(晉)나라의 왕희지는 ‘술 한 잔에 시 한 수’(一觴一詠, 일상일영)를 읊고, 당(唐)나라 때 이백은 ‘술 한 말에 시 백수’(斗酒詩百篇,두주시백편)를 지었다는데, 왜 술 버릇만 세월이 갈수록 고약해지는 걸까. 그젯밤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희한한 상황이 벌어졌다. ‘청년대선캠프’ 소속 대학생 30여명이 ‘학내 음주금지령 규탄대회’를 열어 음주시위를 한 것이다. 이들은 행인이 오가는 보도에서 맥주와 막걸리를 마시고 삼겹살을 구웠다. 내년 4월부터 시행될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서 캠퍼스 내 음주를 금지하기로 한 데 항의하기 위해서였단다. 마련한 술의 양으로 미루어 질펀한 술판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하려고 한 것 같다. 별난 시위라 여기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비(非)지성적이며 품위를 잃은 행동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캠퍼스 안에서 시위를 해도 될 일을 시민들의 퇴근길을 방해해 가며 소동을 피울 것까지야…. 음주시위도 폭력시위 못지않게 보기에 흉하다. 대학생들의 음주문화는 그동안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신입생 환영회 때는 폭음과 강제주(酒) 때문에 해마다 2~3명이 생명을 잃었다. 그렇다고 대학생들의 생활 근거지인 캠퍼스에서 음주를 법으로 막는다고 될 일인가. 총학생회의 자율에 맡기면 효과적일 텐데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대학은 지성의 전당이며 사회 진출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곳이다. 젊음의 낭만을 즐기고 심오한 토론 등을 통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자면 술도 좀 필요하다. 다만 대학생활의 근간은 술이 아니라 학문이기에, 지성인답게 음주를 절제하고 멋과 운치가 있는 음주문화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이희준 “‘넝굴당’ 네번 거절…롤모델은 손현주”

    이희준 “‘넝굴당’ 네번 거절…롤모델은 손현주”

    출연한 드라마 제목처럼 요즘 ‘넝쿨째 굴러온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이희준(33). 그는 최근 종영한 KBS-TV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에서 투박하지만 순수한 사랑을 보여 준 천재용 역으로 여심을 흔들었다. 13년 무명 생활 끝에 갑자기 쏟아진 관심이 얼떨떨하지만 차분하게 이 시기를 겪고 싶다는 그를 2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요즘 ‘대세남’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실감하나. -식당에서 서비스로 계란찜이 나올때 인기를 실감한다(웃음). 자취 생활 12년째인데 계란찜은 자취생들에게 보약과도 같지 않나. 요즘 부쩍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사인을 많이 부탁하신다. 주변 어머니들이 부탁하시는 것 같다. →1999년에 연극 배우로 데뷔해 무명 생활이 길었는데 갑자기 쏟아진 스포트라이트가 어색하지 않나. -얼떨떨하기도 하고 쑥스럽다. 이런 상황이 부담되고 많이 낯설다. 사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 길거리에서 팬들이 ‘천재용이다!’라면서 알아보면 나도 모르게 피하게 되더라. 물론 인기가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들뜨거나 집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드라마속에 자신만만한 천재용과 실제 모습은 차이가 있나 보다. -실제 성격은 답답할 정도로 진지한 편이다. 혼자 걷는 것도 좋아하고 연기를 위해서 늘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나를 관찰해서 조금 난감하기도 하다. →그래도 나이 서른 셋에 배우로서 다시 못올 좋은 기회를 잡은 것 같다.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냥 내가 더 빨리 알려지면 대본이 더 많이 들어오는 상상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유명세를 탄 이후로 검색어에 내 이름이 오르내리고 사생활이 가십 대상이 되는 것 같아 민망했다. 그래서 드라마를 하면서 친해진 (유)준상이 형과 (김)남주 누나에게 “작품으로만 소통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사생활이 공개돼 부담스럽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적도 있다. 그랬더니 그것도 배우로서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하더라. 이 시기를 차분하게 잘 겪어내고 싶다. →재벌 2세인 천재용의 캐릭터는 이전에 맡았던 역할들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데. -영화에서 주로 깡패나 형사, 찌질한 역할만 맡다가 이런 부잣집 아들 역할은 처음이다. 지금은 이사를 했지만 반지하에 살고 돈도 없었는데 재벌 2세 역할을 제의받고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주변에 연극하는 친구 중에 100억원대 부자 아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를 관찰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투박하지만 정감있는 천재용의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었나. -작가님께 사투리를 조금 더 노골적으로 써보자고 제안했다. 더 순수하고 소박한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실제로 보수적인 집안에서 누나들만 셋인 천재용은 철이 안들고 유아적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강조했다. →천재용과 방일숙의 러브스토리에 가슴이 설랬다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실제 연인(연극배우 노수산나)과의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실제처럼 느껴졌다면 신나는 일이다. 상대 배우 조윤희가 편했고 친해지면서 나중에 즉흥적으로 애드리브를 쳐도 알아서 잘 받아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 실제 연애 스타일은 보수적이고 천재용보다 무뚝뚝하다. 같은 극단 소속으로 연기를 잘하는 친구다. 연애한지 1년 반 정도 됐는데 배우라 내 입장을 잘 이해해준다. →대학 1학년대 스무명과 연애를 할 정도로 고향인 대구에서 소문난 킹카였다던데. 연극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내 입장에서 만났다고 생각한 사람이 그쯤 된다는 얘기였다. 집안이 엄하고 보수적인데다 고등학교때까지 반장을 하고 리더십이 있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대학가자마자 연애를 많이 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다 철없고 어리석을 때의 이야기다. 1학년 겨울에 대구에서 술을 마시고 우연히 벽보에 붙은 극단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충동적으로 찾아갔다. 그날부터 청소를 시작했고 한두달 뒤에 아동극을 했는데 무대에 서는 것이 너무 재밌었다. 원래 공대에 다녔는데 연기를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스물 다섯살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물론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었다. →연극 배우 생활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텐데. -늘 밥먹는게 쉽지는 않았다. 선배들과 술자리에 가면 안주로 배를 채우는 것이 습관이 됐다. 가난할 때가 많았지만 연기하는 순간들은 너무 행복했다. 지금도 그런 행복감을 잊거나 놓지 않으려고 한다. 연극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소중함이나 상대 배우에 대한 배려 등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많이 배웠다. →이후 영화 ‘퀵’, ‘화차’, ‘특수본’ 등에 단역이나 조연으로 많이 출연했다. 영화나 드라마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역할은 작았지만 늘 진심을 다해 연기했고 맡은 역할을 다 사랑한다. 영화에 출연하기로 계약을 한 뒤에 예고 없이 다른 배우로 교체되거나 편집되어 한 컷도 나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 속상하기는 했지만, 다른 배우들도 누구나 겪는 일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할때 연극적인 스타일을 고집하고 싶지는 않다. 유연성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만일 ‘넝굴당’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원래 영화에 출연하기도 되어 있었기 때문에 민폐를 끼치게 될까봐 ‘넝굴당’을 네번이나 거절했다. 그런데 이전 드라마를 함께 했던 감독님이 계속 설득해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원래 하기로 했던 영화는 다른 배우로 교체됐다. 운이 좋았다. 만일 드라마를 거절했다면 다른 운이 있지 않았을까. 사람마다 꽃피는 시기도 다르고 진실하게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온다고 믿는다. →롤모델로 삼는 배우가 있다면.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손현주 선배가 롤모델이다. 남 몰래 좋은 일도 많이 하시고 정말 진실하고 따뜻한 분이다. 앞으로도 배려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려고 한다.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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