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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우리는 과연 단일민족이었나/김성곤 논설위원

    [서울광장] 우리는 과연 단일민족이었나/김성곤 논설위원

    그리스 아테네의 전성기 때 인구는 3만여명이었다고 한다. 신생국이었던 로마는 기원전 6세기 세르비우스 톨리우스 왕 시절 전체 인구가 8만 3000명이었다고 에드워드 기번은 그의 역작 ‘로마제국 흥망사’에서 기술하고 있다. 이런 로마는 기원전 130년경 동원할 수 있는 군사만 46만 3000명에 달했다. 반면 아테네의 인구는 2만여명으로 쪼그라든다. 왜 그랬을까. 로마는 시민의 기준을 로마의 성벽 안에 가두지 않고 이탈리아 전역으로 확대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감이 붙자 적이든 노예든 로마에 보탬이 되는 것은 모두 수용하고, 시민권 혜택도 속주민에게까지 확대한다. 반면에 그리스인들은 쇠락해 가면서도 외부 문물에 대해 폐쇄적이었다. 이런 폐쇄성 때문에 인구는 줄고, 본토는 피폐해졌다.13세기 초 몽골의 인구는 100만명이었다. 칭기즈칸은 여기서 뽑은 10만명의 군사로 세계 정복에 나선다. ‘복종하면 민족도, 종교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인구 6000만명의 송나라를 정복한다. 세계사적으로 흥한 나라는 대부분 포용적이었다. 이민자들이 세운 미국은 앵글로색슨은 물론 유럽, 아프리카, 한국을 포함한 동양계까지 인종의 용광로다. 그들의 역동성은 오늘날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들었다. 트럼프가 지금 반이민 정책을 펴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원상복귀할 것으로 본다.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들이 우리 사회에 뜨거운 논란을 낳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난민이 아니라 제도를 악용해 난민으로 가장했다는 주장에서부터 탈레반이나 헤즈볼라 등이 숨어들어와 우리 사회에 테러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반면 무턱대고 반대할 것이 아니라 전쟁과 종교 등의 차이로 위협받는 약자를 보호하고,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소수다. 2013년 7월 1일부터 난민법이 발효됐지만, 우리는 난민 판정에 인색하다. 199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만 2733명의 난민 신청자 가운데 난민 판정을 받은 사람은 고작 706명(2.1%)에 불과했다. 올 들어 제주를 통해 입국한 예멘인 549명 가운데 486명이 제주출입국청에서 심사를 받고 있다. 나머지는 출국하거나 이미 제주도를 벗어났다고 한다. 아마 이들도 극소수만 난민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우리 사회는 또 양분돼 갈등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원칙이 정해졌으면 한다. 일제는 우리를 침탈했고, 나중에는 우리말과 문화 말살 정책까지 폈다. 수십만 명의 동포가 고국을 등지고 만주, 러시아, 심지어는 중앙아시아까지 난민으로 떠돌았다. 그때 저항 수단은 우리의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단일민족’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기저에 남아 있는 것이 ‘순혈주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수천 년 역사를 통해 다양한 이민족을 받아들여야 했다. 우리 민족의 30%가량이 귀화인이라고 한다. 한국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5년 현재 한국의 성씨는 5582개에 달한다. 이 중 한국 전래의 성씨는 270여개에 불과하다. 최근 새롭게 추가돼 한자로 표기할 수 없는 성씨도 4075개나 된다. 유전자 분석에서도 한국인의 피에서 중국과 몽골, 일본, 남방계의 DNA가 검출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무도 우리를 복합민족국가라고 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민족주의 이론가인 르낭(1823~1892년)은 지구상에 순수한 종족이란 극소수에 불과하고 심정적 민족만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난민을 받을 때 적법성과 기준을 따라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법 위에 있는 것이 인권이다. 그 과정에 피부색이나 종교, 출신 국가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 시대는 변해서 우리는 세계화 속에 살고 있다. 수십 수백 명의 예멘 난민 때문에 우리 사회의 통합이 깨지는 것도 아니다. 설령 예멘 난민 때문에 우리에게 다소의 불편이 따르고 잃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다양성과 포용성을 갖춰서 얻는 이득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젠 순혈주의의 틀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자. sunggone@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한 단계 더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해/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월요 정책마당] 한 단계 더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해/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오월이다. 여행은 기대와 설렘을 주지만 낯선 환경을 생각하면 약간의 불안한 마음 또한 감출 수 없다. 환경의 차이에 따라 더 좋은 사정을 찾아 이주가 일어난다. 일자리나 그리운 가족을 찾아서, 또는 막연한 동경으로 새로운 나라에 이주한다. 이주를 마음먹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어떠할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5월 현재 우리나라를 찾아 머물고 있는 외국인이 220만명을 넘었다. 우리 국민은 총인구의 4%가 넘는 외국인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2002년 독일에서 소개된 ‘이주배경’ 개념을 적용하면 그 수는 훨씬 많아진다. 순혈주의를 강조하던 독일은 이주 경험을 가진 할아버지ㆍ할머니, 아들ㆍ딸, 손자ㆍ손녀까지 포함했더니 외국인이 2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독일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도 이미 이민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민자들은 먼저 말을 배워야 한다. 말을 안다는 것은 곧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익힐 습’(習)이라는 한자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민자들은 갓 태어난(白) 새가 날갯(羽)짓을 하듯 익숙해질 때까지 글자를, 문화를 하나하나 익혀야 한다. 이민자들이 우리말과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법무부는 이민자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국적을 신청하려는 사람은 귀화필기시험 대신 사회통합프로그램 종합평가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이민자가 언어와 문화를 알게 되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법무부는 전국 15개 출입국ㆍ외국인관서에 의료·교육·복지 등 각계 전문가들로 사회통합 자원봉사위원을 구성해 이민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법을 잘 몰라 억울한 일이 없도록 2015년 10월부터 ‘외국인을 위한 마을 변호사’를 운영하고 있다. 법률상담 등을 원하는 사람은 외국인종합안내센터에 전화(1345)를 걸면 20개 언어 통역서비스를 통해 언어의 제약 없이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을 변호사들은 국내 체류 외국인들에게 출입국, 체류, 국적, 난민 문제 등 상담뿐만 아니라 임대차 계약, 범죄 피해 등 다양한 분야의 생활법률 문제도 상담하고 있다. 전화상담 과정에서 요청이 있으면 대면 상담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서비스를 통해 도움을 받은 사람은 2200명을 넘었다. 현재 186명의 마을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의 고충을 헤아리는 일도 중요하다. 올해 초부터 법무부는 ‘외국인 인권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를 운영하며 딱한 처지에 놓인 외국인을 구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주 여성, 외국인 노동자 등을 위한 성폭력 종합대책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로 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외국인들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불법체류 상태에 있던 고려인 4세 K(17)양은 미혼모인 어머니가 사망하자 2012년 외할머니를 따라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에 왔다. 초등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대안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던 K양은 설상가상으로 국내 유일한 혈족인 외할머니마저 잃게 됐다. 법무부는 연고자 없이 불안정한 신분으로 전락한 K양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체류허가를 결정했다. 제11회 세계인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18일 고려대에서 기념 행사가 열렸다. 평창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온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준 신의현 선수가 참석했다. 그의 곁에는 아내 김희선씨가 있었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자인 김씨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 남편이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설 수 있도록 내조했다. 이민자들이 10여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그만큼 정부의 책임도 막중해졌다. 정부가 이민자와 국민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만들고, 국민이 따뜻한 마음으로 이민자를 바라본다면 이민자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가 한층 빨라질 것이다. 이러한 사회통합이야말로 우리나라를 한 단계 성숙한 사회로 이끄는 길이다.
  • “유대인 돈벌이 이용된 걸 알면 바그너 무덤을 박차고 나올 것”

    “유대인 돈벌이 이용된 걸 알면 바그너 무덤을 박차고 나올 것”

    “수염 기른 유대인이 자신의 편지로 이득을 본 사실을 알게 되면 아마 무덤을 박차고 나올 겁니다.”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는 반유대주의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아돌프 히틀러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자였다. 그저 부역하는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앞장서 아리안 순혈주의를 외쳤다.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한 그의 작품들은 이스라엘에서 판매 금지되거나 하지 않지만 연주되지는 않는다. 그의 음악에 깔린 노골적인 반유대주의, 여성혐오주의, 인종적 편견 때문이다. 그는 1869년 프랑스 철학자 에두아르드 슈레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유대인이 문화에 대해 끼친 해악을 열거하며 “당신은 유대인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다”고 지적했다. 또 프랑스 사회에 유대인이 동화되면 현대문화에 대한 유대 정신의 잠식력을 제대로 보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 편지가 다른 곳도 아닌 예루살렘의 케뎀 경매 사무소에서 24일 저녁 7시(현지시간) 시작가 5000달러에 경매된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앞의 발언은 경매사 메론 에렌이 AF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농을 섞어 표현한 것이다.바그너는 또 1850년에 쓰인 반유대인 팜플렛인 “음악에서의 유다이즘”의 숨은 저자였으며 1869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재출간했다. 하지만 이런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하고 싶어하는 이스라엘인들이 일부 있다. 이스라엘 바그너 재단의 조너선 리브니 대표는 “그를 보이콧하는 일은 쉽다. 왜냐하면 대다수 사람은 그의 음악을 듣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바그너야 말로 홀로코스트의 상징이 됐다”고 덧붙였다. 2011년에 이스라엘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독일에서 바그너 작품을 연주했는데 당시 지휘를 맡은 로베르토 파테르노스트로는 바그너의 이데올로기는 끔찍하지만 예술과 인간을 따로 보는 게 맞다고 공연 취지를 설명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씨줄날줄] 로스쿨 10년/진경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로스쿨 10년/진경호 논설위원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도입 10년을 맞아 변호사 업계와 로스쿨 측 갈등이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2009년 전국에 25개 로스쿨이 개설되고 이에 맞춰 2012년부터 실시된 변호사시험(변시)을 통해 매년 1500명 안팎의 변호사들이 새로 쏟아져 나오면서 국내 변호사가 급증하자 변시 문턱을 높이라는 변호사 업계와 이에 반대하는 로스쿨 측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양측 갈등은 오는 27일 제7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최고조에 다다를 전망이다.이번 7회 변시는 합격률이 처음으로 50% 선을 밑돌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변시 합격률은 2012년 1회 87.2%를 기록한 뒤 2회 75.2%, 3회 67.6%, 4회 61.1%, 5회 55.2%로 매년 떨어졌고, 지난해엔 가장 많은 1600명을 선발하고도 합격률은 51.5%로 낮아졌다. 1회 1451명을 시작으로 매년 합격자 수가 수십명씩 증가했으나 로스쿨 졸업 후 5차례 응시할 수 있는 제도로 인해 응시자 수가 더 큰 규모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엔 3240명이 응시했다. 로스쿨을 나오고도 몇 년째 변호사의 꿈을 이루지 못하는 이들이 늘면서 과거 ‘사시 폐인’을 빗댄 ‘변시 낭인’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지난 11일 대한변호사협회 주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법학전문대학원의 미래와 해법’ 심포지엄에서 변협 측과 로스쿨 측이 맞섰다. 발제에 나선 남기욱 변협 교육이사는 “국내 변호사가 2만 4000명을 웃돌며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으로, 변호사 1명당 한 달 평균 사건 수임 수가 1.7건에 불과하고 변호사의 약 20%는 월 200만원도 벌지 못한다”며 “연간 변호사 배출 수를 1000명으로 줄이고 로스쿨 정원도 지금의 2000명에서 1500명 선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토론에 나선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가 늘고 법률서비스의 문턱이 낮아질수록 국민에겐 좋은 것”이라며 로스쿨 정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맞섰다. 행사장 밖에선 로스쿨생 수십명이 변시 합격자 증원을 요구하며 삭발 시위를 벌였다. 법조계의 순혈주의를 깨고 복잡다기해지는 사회 변화상을 법률시장에 반영하겠다며 도입된 게 로스쿨 체제다. 그러나 다양성 확대라는 일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금수저 논란과 자질 부족 시비 속에 결국은 변호사 업계와 대학 간 밥그릇 싸움만 남았다. 그리고 이 밥그릇 앞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법률서비스 시장의 미래를 얘기하는 담론은 설 땅이 안 보인다. 그런데도 정부는 “양측 주장을 놓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만 되뇐다. 법무부도, 교육부도 참 한가하다. jade@seoul.co.kr
  • [관가 인사이드] 뭉쳤다 흩어졌다 세 갈래… ‘온건’ 공노총·‘강성’ 전공노·‘중도’ 통합노조

    [관가 인사이드] 뭉쳤다 흩어졌다 세 갈래… ‘온건’ 공노총·‘강성’ 전공노·‘중도’ 통합노조

    법외노조였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지난달 30일 9년 만에 합법노조로 인정받았다. 이로써 공무원 노동조합 구성은 ‘삼분지계’ 형태가 됐다. 가장 규모가 크고 온건한 노조로 분류되는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약 10만명)과 총파업 등도 불사할 정도로 강성으로 알려진 이와 비슷한 규모의 전공노(약 9만명), 전공노에서 합법화 노선을 추구하며 갈라져 나온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통합노조·약 2만명)가 큰 축이다. 세 노조 모두 1999년 1월 공무원직장협의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무원의 노동3권을 인정하는 내용을 개정 헌법안에 밝힌 만큼 공무원의 노조할 권리는 더욱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공무원 노조는 1999년 1월부터 부처별로 만들어진 공무원직장협의회에서 출발한다. 외환위기 당시 노사정위원회가 ‘2·6 사회적 협약’의 산물로 공무원직장협의회를 허용하면서 6급 이하 실무직 공무원들은 권익대변기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상명하복 문화와 소극적 공직문화로 초반 참여율은 저조했지만, 근무환경 개선 등 활동 사례가 알려지면서 공무원직장협의회 가입률은 급격히 상승했다. 2000년 말 7.3%였던 조직률은 2004년 2월 56.8%까지 올랐다. 그러나 한계도 명확했다. 직장협의회 소속 실무직 공무원들은 권리를 내세우면서 상급자 및 상급기관과 충돌했고 부당 징계나 전보를 당하기도 했다. 이후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결성한 게 공무원 노동조합이었다. 정부의 엄단 방침에도 2002년 3월 16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대공련), 같은 달 24일 전공노가 결성됐다. 두 조직은 ‘전국공무원직장협의발전연구회’(전공연) 활동을 같이했다. 역사는 이때부터 엇갈렸다. 2001년 법외 조직인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전공련)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전공련은 전공노로, 전공연은 대공련으로 갈라졌다. 대공련이 “법 테두리에서 활동한다”며 전공련 합류를 거부했다. 대공련은 2004년 4월 21일 설립된 전국목민노동조합총연맹과 같은 해 7월 통합해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을 설립했다. 그리고 2012년 6월 광역연합, 교육청노조와 통합해 현재 공노총이 됐다. 한 노조 관계자는 “공노총은 온건한 노선을 띠며 중앙행정기관 중심으로 순혈주의를 자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공노가 법외노조일 때 공노총이 정부와의 교섭을 주도해 왔다”고 말했다. 공노총 내 국가공무원노동조합(국공노)은 지난해 말 인사혁신처와 행정부 교섭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노사협의회를 설치하고 정기대의원대회 등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반해 전공노는 투쟁의 역사를 써 왔다. 공노총은 노동3권 가운데 단체행동권을 유보했지만, 전공노는 ‘노동3권 완전 보장’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2003년 공무원 노조 허용을 공약했던 참여정부가 입법안을 공포하자 본격적인 반대 투쟁에 돌입했다. 투쟁의 분기점은 2004년 11월 15일 총파업 투쟁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파업차단 방침과 일반 국민의 반발로 총파업은 파업 사흘 만인 11월 20일 파업 철회로 마무리됐다. 공무원 2609명이 징계를 당했고, 파면·해임을 당한 인원은 444명이다. 현재도 130여명은 여전히 해직 상태다. 결국 2006년 1월 공무원노조법이 시행됐다. 이후 공노총 및 산하 조직들은 2006년 9월 4일 설립신고를 통해 합법성을 획득했다. 전공노 내부에선 설립신고 여부를 두고 논쟁이 격렬하게 진행됐다. 법내 노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이들은 2007년 7월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과 법원공무원노동조합 등으로 전공노를 탈퇴하고 합법성을 획득했다. 이때 전공노는 12만명 조직에서 4만명 조직으로 축소됐는데, 전공노 역시 법외노조를 유지하다가 2007년 10월 17일 설립신고 절차를 모두 마쳤다. 모든 공무원단체가 합법적 틀 안에서 노조활동을 했다. 이후 세 조직은 2009년 9월 하나의 전공노로 통합된다. 그리고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0월 정부는 전공노를 법외노조로 규정했다. ‘민주사회·통일조국 건설을 위하여’ 등 전공노 일부 규약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배했다고 본 것이다. 또 노조 가입 자격이 없는 해직자가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그렇게 10년이 흘러 전공노가 6번째로 낸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고용노동부가 받아들였다. 정부가 임원 중 해직자가 없고, 노조 규약도 수정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공노는 또 갈라졌다. 통합노조가 2015년 6월 합법화 노선에 따라 전공노를 탈퇴했다. 통합노조는 민주노총을 탈퇴, 현재 공공노총 소속이다. 통합노조는 전공노와 달리 교섭 중심 정책 노조 건설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강성으로 분류되고 세력이 막강한 전공노가 법내 노조로 들어오면서 제1세력인 공노총과 양대 산맥이 됐다”며 “공노총 중심으로 통합노조도 협의기구에 들어와 있는데, 전공노도 여기에 들어올지 아닐지, 노선을 어떻게 가져갈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커버스토리] 전공채씨의 속마음… “경력자, 전문분야 발군… 승진 물먹는 건 아닌지”

    [커버스토리] 전공채씨의 속마음… “경력자, 전문분야 발군… 승진 물먹는 건 아닌지”

    ‘메기 효과를 낼 것인가, 박힌 돌을 빼내는 굴러온 돌이 될 것인가.’ 민간경력자 출신 공무원이 늘어나면서 공직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민간경력자들이 각 정부 부처에 투입되면서 조직에는 긴장감을 불어넣고 정책에는 전문성을 높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의 잠재력까지 끌어올린다는 일종의 ‘메기 효과’인 셈이다. 반면 민간경력자들을 ‘굴러온 돌’에 빗대 ‘박힌 돌을 뺀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승진이나 보직을 놓고 쟁탈전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간경력자 채용 과정에서 각 부처는 필요한 전문 분야 인재를 콕 집어 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각 부서 업무를 총괄하는 관리자급을 중심으로 민간경력자 채용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변호사·회계사·의사 출신도… 정책 수립 기여 경제부처의 한 인사팀장은 “민간경력직 채용제도는 민간의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공직이 필요로 하는 전문가를 뽑아 필요한 장소와 시기에 바로 투입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면서 “실제 들어온 직원들을 보면 민간에서 익힌 전문성과 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공직에 접목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과 기업 등 정책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수요를 기존 직원들보다 정책에 더 잘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경력자 상사와 함께 근무했던 행정안전부의 한 사무관도 “아무래도 민간 영역의 전문가들이 오는 것이어서 공무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던 부분을 일깨워 줄 때가 많았다”면서 “의사 결정과 실행이 확실히 빠르다고 느꼈다. 배울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업무 범위가 넓고 전문성이 필요한 부처에서 민간경력자들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산업통상자원부나 공정거래위원회, 보건복지부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부는 전자·철강화학·자동차·조선 등 각종 산업은 물론 석유·전력·원자력·신재생 등 모든 종류의 에너지, 여기에 통상까지 업무 대부분이 전문 분야”라면서 “민간기업에서 이 업무만 계속했던 전문가들이 경력직으로 들어와 산업부 정책 수립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도 “변호사, 회계사, 경제학 박사는 물론 디지털 데이터나 통화·메일 기록 등의 정보를 조사에 적용하는 디지털포렌식 전문가들이 공정위에 입사했다”면서 “민간 경력자들이 경제분석 기법 개발, 사건에 대한 경제적·법적 검토, 디지털 증거 조사·분석 등에 있어서 공정위의 전문성을 높여 줘 법 위반 행위를 적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보건의료 분야의 경우 의사, 약사 출신 민간경력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사회부처의 한 7급 공무원은 “회의석상에서 전문가들과 토론이 가능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며 “일반 행정직들에게는 다소 ‘메기 효과를 낼 것인가, 박힌 돌을 빼내는 굴러온 돌이 될 것인가.’ 민간경력자 출신 공무원이 늘어나면서 공직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민간경력자들이 각 정부 부처에 투입되면서 조직에는 긴장감을 불어넣고 정책에는 전문성을 높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의 잠재력까지 끌어올린다는 일종의 ‘메기 효과’인 셈이다. 반면 민간경력자들을 ‘굴러온 돌’에 빗대 ‘박힌 돌을 뺀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승진이나 보직을 놓고 쟁탈전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생소한 표현들이 많은데 이때 전문성이 발휘된다”고 말했다. # 적응 못하고 겉돌기도… 교육 시스템 개선을 반면 민간경력자를 환영하지 않는 내부 분위기도 읽힌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승진이다. 민간경력자 한 명이 5급 사무관으로 오면 6급 이하 기존 직원들의 승진이 줄줄이 밀리기 때문에 이들의 합류를 꺼린다는 것이다. 중앙부처의 한 과장은 “6·7급 공채로 들어온 공무원 입장에서는 5급 사무관을 공채로 뽑는 데다 민간경력자까지 채용하기 때문에 승진 정체를 우려할 수 있다”며 “오히려 6·7급 공채 출신들에게 동기부여가 안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공채 순혈주의’ 속에서 민간경력자들이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성과에 따른 공정한 인사평가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사기업에서도 일을 잘했던 분들이 민간경력자로 들어오는데 공직사회에는 여전히 기수 문화와 연공서열이 남아 있어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승진은 물론 국비 유학이나 해외 파견 등에서도 고시 출신과 차별 없이 대우해야 현재 일하는 민간경력직들이 보람을 느끼고 앞으로 더 훌륭한 인재들이 공직에 들어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간경력자들이 상사는 물론 동료·부하 직원들과 자유로운 의사 소통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하지만 반대로 공직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겉도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중앙부처의 한 과장은 “공직사회 프로세스를 정확히 숙지하지 않고 있다 보니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때문에 이들이 빠른 시일 내에 공직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업무 교육 등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고위 공무원은 “기존 직원과 민간경력자 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상호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또 모든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공직자세와 리더십 등에 대한 충분한 교육부터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커버스토리] 나경력씨의 하소연… “보고서·칸막이가 공공의 적”

    [커버스토리] 나경력씨의 하소연… “보고서·칸막이가 공공의 적”

    민간 경력자 일괄채용제도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전문 인력이 1000명을 돌파했다.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7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부처별로 선발하는 개방형 직위나 특별채용 인력이 계약직이 대부분이라 공직사회에 잠시 머무는 ‘철새’에 가깝다면 민간 경력자들은 여느 공무원과 처우나 신분이 같아 ‘텃새’로 커 나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아직 민간 경력자와 기존 공직사회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엇갈린다. 제도 시행 초기인 탓에 민간 경력자들이 ‘반민반관’(半民半官)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지는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려면 ‘굴러온 돌’과 ‘박힌 돌’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의 틀을 깨야 한다. 민간 경력자 일괄채용제도를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 봤다. “아니, 그 좋은 삼성전자를 왜 그만둬요? 연봉이 반 토막 날 텐데 괜찮겠어요?”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12년 동안 일하다 2012년 민간 경력직으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들어온 유재영 지역경제총괄과 사무관(5급)은 지금도 면접시험 당시가 생생히 기억난다고 한다. 자신의 경력을 정부 업무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 등 직무 관련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5명의 면접관 모두 삼성전자를 그만둔 이유를 물어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비해 박한 공무원 연봉을 두고 후회하지 않겠느냐는 질문도 많았다고 한다. 유 사무관은 “솔직히 돈 때문이었으면 민간 경력직 채용에 응시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LG전자 등 경쟁사로 갈 수도 있었겠지만 삼성에서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우리나라 산업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공직사회에는 유 사무관처럼 민간 경력직으로 채용된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 직원부터 변호사, 경제학 박사 등에 이르기까지 출신은 다양하지만 민간 경력직 도전 이유는 한결같다. 다소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보다 국가와 국민이 먼저’라는 것이다. 게임업체에 근무하다 2015년 민간 경력직에 합격한 윤복근 해양수산부 해양레저과 사무관은 “민간 기업은 사장이나 주주 등 개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만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일하니까 좀더 명분 있고 보람된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입사한 윤태운 가맹거래과 사무관도 “직접 법과 제도를 만들거나 개정하는 부분으로 업무를 확장해 보고 싶은 욕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취업준비생들이 ‘정년이 보장된 안전한 직장’이라는 이유로 공무원시험에 도전하는 것과 대비된다. 특히 업무량이 많아 야근을 밥 먹듯 하고 민간 기업에 다닐 때보다 연봉도 줄었지만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이들이 많다. 현대중공업에 이어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에 다니다 2015년 산업부에 입사한 류창환 에너지안전과 사무관은 “현장에서 느낀 점들을 정부 정책에 반영하면 정책이 좀더 현실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과 기대를 갖고 공무원에 도전했다”면서 “직접 만든 정책이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느꼈을 때 받는 성취감이 민간 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다 온 민간 경력직들이 공직에서도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발휘하고 있다. 통계학 박사인 전우철 공정위 경제분석과 사무관은 자산운용사에 다니다 2014년 공정위로 옮겼다. 전 사무관은 ‘공정위 업무에 통계학이 왜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공정위 주요 업무가 기업들의 담합 행위나 대기업의 지위 남용 행위를 적발하는 것인데 이런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 기업 수익이나 제품 가격에 반드시 영향을 미친다”면서 “기업의 재무제표 등 각종 통계를 분석해 이런 불법 행위를 입증하는 것이 업무”라고 소개했다.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도 공직사회 적응에는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일하는 시스템’이 민간기업과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경제부처 소속 A사무관은 “민간은 프로젝트의 성과가 중요하지만 공무원은 법령 준수 등 절차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 업무를 보기가 까다로웠다”면서 “사기업은 신입이든 경력이든 사원을 뽑으면 체계적인 인재 육성 프로그램에 따라 교육하지만 공직사회는 이러한 교육 시스템이 부족했고 사수로부터 배우는 도제식이어서 업무 파악에도 한참 걸렸다”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B사무관은 “예전에 다니던 기업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다들 도와서 일을 처리했다”면서 “하지만 정부부처는 국 밑에 과, 과 밑에 계가 있어서 공무원마다 맡은 업무가 명확히 구분된다는 장점은 있지만 협업은 다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사회부처 소속 C사무관은 공직사회 적응이 힘든 이유로 ‘보고서’를 꼽은 뒤 “민간에서는 주로 말로 하거나 프레젠테이션으로 보고를 하는데 공무원은 반드시 정해진 틀에 맞춰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많이 적응이 됐지만 아직도 보고 절차가 복잡해 업무를 보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이른바 ‘공채 순혈주의’도 아직은 넘기 힘든 벽이다. 나이와 경력이 다를 뿐만 아니라 합격 후 각 부처로 뿔뿔이 흩어지는 민간 경력자들은 서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애환으로 꼽힌다. 경제부처의 D사무관은 “특별히 텃새라고까지 말하기는 그렇지만 공직사회는 고시 출신과 비고시 출신으로 나뉘는 기수 문화가 여전하다”면서 “민간 경력직은 고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7급이나 9급 공채도 아니기 때문에 기수 문화에서 소외된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조직 내에서는 때로는 ‘외딴섬’처럼 비쳐지고 있고 아직은 ‘우리만의 길’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회부처의 E주무관(7급)은 “5급은 5급대로 7급은 7급대로의 길이 있지만 민간 경력직은 아직 역사가 짧고 인원이 적다 보니 그런 길이 없어 안타깝다. 해외연수 등 일부 경쟁에서 배제된다는 느낌도 있다”면서 “업무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조직에서 눈에 띄게 차별을 당한다는 느낌은 없다. 하지만 아직은 민간 경력직들이 기존 공무원과 하나가 되기에는 넘기 힘든 벽이 있다고 느낀다”고 토로했다. 민간 경력자 출신들의 간담회에 참석한 인사혁신처 관계자도 “어느 부처에 가든 다른 공채 입사자에 비해 수적으로 소수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책임감의 무게도 적지 않다고 한다. F사무관은 “공무원이 된 이후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워진 부분은 어찌 보면 단점”이라면서 “민간에 있을 때는 어떤 말을 해도 개인 의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여겨져 책임감이 많이 따르고 항상 긴장하고 준비를 더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G사무관은 “정부 정책이라는 게 가계, 기업, 지방자치단체 등 국가 전체는 물론 다른 나라의 입장까지 생각해 갈등을 조정해야 해 민간에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역량이 필요하다”면서 “예산을 따내고 법을 만들어서 국회에 대응하는 업무도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듯 책임감은 커졌지만 그에 상응하는 보상 체계는 미흡하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성과 중심인 사기업의 경우 자신의 능력에 따라 연봉 인상, 승진 등으로 보상받을 수 있지만 공직은 여전히 연공서열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H사무관은 “공직에서는 해외 유학 등 일부 보상이 있기는 하지만 일정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동기 부여가 약하다”면서 “민간 경력직 도전을 고민 중인 후배들 중에 창의적, 도전적, 성과지향적인 사람이라면 민간 기업에 남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서울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서울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서울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씨줄날줄] 동북아국장 수난 시대/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동북아국장 수난 시대/황성기 논설위원

    외교부 동북아국, 국을 이끄는 국장의 수난이 예사롭지 않다. 과거 같으면 미국 근무를 주로 한 ‘워싱턴 스쿨’의 꽃인 북미국장과 함께 일본 근무가 주된 외교관 경력인 ‘재팬 스쿨’의 봉우리인 동북아국장은 출세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동북아국 자체를 “폐기 처분된 집단”이라고 자조 섞인 말로 비하하는 재팬 스쿨 외교관까지 있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대일 외교의 중요성이 떨어진 시대의 변화로 위상이 낮아진 데다 2010년대 들어 동북아국장 자리에 앉은 외교관 가운데 박준용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를 빼고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문재인 정부가 외교부의 고질적인 폐쇄주의, 순혈주의를 타파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외교부 주류는 북미라인 즉 워싱턴 스쿨이다. 임성남 1차관과 차관급인 조병제 국립외교원장, 차관보급 주요 보직에 워싱턴 스쿨이 기세 좋게 포진해 있다. 1990년대 이후 동북아국장(옛 아주국장) 출신으로 장관 자리에 오른 이는 공노명씨가 유일하다. 유명환 전 장관은 출발은 재팬 스쿨이었지만 워싱턴 스쿨로 갈아타 북미국장, 주일 대사를 거쳐 장관을 했다. 장택상 초대 장관부터 현 강경화 장관에 이르기까지 직업 외교관 출신 장관은 20명이다. 이 가운데 워싱턴 스쿨이 9명, 재팬 스쿨 3명, 양쪽 모두 해당하는 경우가 6명이니 가히 ‘워싱턴 파워’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동북아국장의 카운터파트인 일본의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출세 코스다. 2000년대 들어 직업 외교관이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인 사무차관 전·현직 9명 가운데 아키바 다케오 현 차관을 포함해 6명이 아시아대양주 국장·심의관을 거쳤다. 우리의 동북아국장 업무가 대중, 대일 외교로 협소한 반면 일본의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한국, 중국 외에도 북한과 북핵을 다룬다. 보직 국장 가운데 고생이 많아 보람 있고, 유력 여당 정치인과 접촉할 기회도 많아 출세 기회도 그만큼 크다. 위안부 문제에 올인했을 때 윤병세 장관이 “외교부 업무의 절반 이상을 동북아국에서 한다”고 치켜세웠지만, 우리는 말뿐이었다. 윤 전 장관 때 동북아국장을 지낸 이상덕 싱가포르 대사의 돌연한 귀임이 미스터리다. 소문이 흉흉하다. 정부가 ‘적폐’로 보는 위안부 합의의 주역으로 지목됐다는 게 가장 그럴듯하다. 이 대사에 대한 조사도 진행한다는데 ‘개인 비리’를 들춰 문책할 가능성이 크다. 하필 그 시기에 동북아국장을 했다는 게 ‘죄’라면 죄다. 그런 이 대사를 적폐로 몰아 내친다면 그야말로 적폐다. 살얼음판을 걷는 대일 외교, 누가 총대 메겠다 하겠는가. marry04@seoul.co.kr
  • [미리 보는 메달리스트] 새 조국 태극마크 단 ‘러시아판 안현수’

    [미리 보는 메달리스트] 새 조국 태극마크 단 ‘러시아판 안현수’

    러서 국제대회 金 6개 ‘정상급’ 코치진 파벌 싸움에 대표 탈락 한국 첫 올림픽 설상 메달 후보“‘우리의’ 빅토르 안이 역사적인 메달을 선물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안현수(33)가 동메달을 목에 걸자 러시아 언론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에서 귀화한 터인데도 ‘우리’라는 표현을 쓰며, 러시아 사상 첫 쇼트트랙 메달을 안겼다고 기뻐했다. 안현수가 경기 후 러시아 국기를 흔들자 자국 관중들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에 힘입은 안현수는 500m와 1000m, 5000m 계주에서 내리 금메달을 따며 대회 최고 스타로 우뚝 섰다. 올림픽에서 순혈주의는 사라진 지 오래다. 생김새, 언어가 전혀 달라도 평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선수는 ‘우리나라’ 선수다. 러시아에서 귀화한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티모페이 랍신(30)은 안현수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조국’ 한국에 설상 종목 사상 첫 메달을 안기는 걸 꿈꾼다. 추위로 유명한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출신인 랍신은 세 살 때부터 스키를 탔다. 중·고교 땐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뛰었지만, 성인으로 자라선 사격의 매력에 빠져 바이애슬론으로 바꿨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8년간 러시아 국가대표로 뛰며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6차례 금메달을 딴 정상급 선수다. 랍신이 귀화한 계기도 안현수와 비슷하다. 여전히 출중한 기량을 선보였는 데도 별다른 이유도 없이 2016년 말 국가대표에서 탈락했다. 러시아 코치진 간 파벌 싸움에 랍신이 휘말렸다는 추측이 나왔다. 랍신은 고민 끝에 평창 대회 개최국인 한국으로 귀화를 선택했고, 지난해 법무부 심사를 통과했다. 러시아 선수들이 도핑 스캔들로 자국 국기를 달고 평창 대회에 출전할 수 없는 반면 랍신은 새로 조국이 된 태극마크를 달고 나설 수 있게 됐다. 랍신은 지난해 5월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평창 대회 출전이 힘들 것이란 우려를 낳았지만, 차근차근 재활을 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재활 기간 중 한국어를 배워 어눌하지만 말하고, 읽고, 쓸 수도 있다. 삼겹살과 보쌈을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을 만큼 한국 문화에 적응했다. 랍신은 올 시즌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월드컵 1차 대회 스프린트 10㎞에서 13위를 차지해 한국 남자 선수로는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이어 3차 대회에선 8위에 올라 다시 한번 기록을 갈아치웠다. 부상 여파로 아직 완전한 컨디션이 아닌 걸 감안하면 평창에서 충분히 메달을 노릴 만하다. 랍신은 평창 개막 이틀 뒤인 2월 11일 스프린트 10㎞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한국의 사상 첫 설상 종목 메달 유력후보다. 바이애슬론 여자부도 러시아에서 귀화한 안나 프롤리나(34), 예카테리나 에바쿠모바(28)를 앞세워 사상 첫 메달을 노린다. 프롤리나는 2010년 밴쿠버 대회 여자 스프린트 4위, 에바쿠모바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5위를 차지해 기대감을 높였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권력기관 개혁안] 대공·안보수사 넘겨받는 경찰… ‘자치경찰제’로 권한 분산

    [권력기관 개혁안] 대공·안보수사 넘겨받는 경찰… ‘자치경찰제’로 권한 분산

    청와대가 14일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방안’이 국회에서 입법화되면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1차 수사 대부분을 전담하고,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는다. 대신 경찰 조직·기능의 비대화로 인해 거대 권력기관이 탄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자치경찰제를 도입해 권한을 분산하도록 했다. 또 수사경찰과 행정경찰로 분리해 행정직 고위 경찰이 수사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하고, 경찰대 출신 고위직 독점을 막기 위한 보완책도 추진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경찰 비대화의 우려를 불식하고 수사의 객관성 확보, 경찰의 청렴성과 신뢰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대공·안보 수사 경찰로 일원화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가칭 ‘안보수사처’ 신설이다. 국정원과 검찰, 경찰의 기능이 겹치던 대공·안보 관련 수사가 경찰로 이관된다. 대공수사는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특성이 있어서 안보수사처는 독립된 별도 조직으로 운영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정원 외에 대공 수사기능이 있는 곳이 경찰”이라며 “경찰의 대공수사도 오·남용의 역사가 있지만, 그래서 국정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갖고 오되,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보수사처는 경찰청 본청 및 전국 지방경찰청 소속 43개의 보안수사대를 중심으로 해서 조직을 넓히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대공수사 조직·인력 중 상당 부분이 안보수사처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지만, 규모나 직급 등은 국회 사법개혁특위의 논의 과정과 추후 기관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9일 대공수사권 이첩에 대해 “우리가 하던 대공수사가 있지만, 모르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 연계 부분 등 우리가 취약한 부분이 있어서 대공수사 기법이나 그간 갖춰진 인프라와 노하우를 지원받아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이원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가 전국으로 확대된다. 현재는 제주도에서만 시행 중이다. 경찰청을 중심으로 한 국가경찰과 광역시·도 소속 자치경찰로 이원화하는 게 핵심이다. 자치경찰은 시·도 지사의 지휘를 받아 생활범죄 예방과 단속, 공공질서 유지 등 지역 치안 업무와 교통·경비·정보활동을 한다. 지역을 넘나드는 강력 범죄나 테러 등 국가 치안과 관련한 업무는 경찰청의 지휘를 받는 국가 경찰에 맡기겠다는 게 청와대의 안이다. 조 수석은 “지금은 제주도에서만 2016년부터 자치경찰제도를 하고 있지만, 2013년 지방행정특별법이 만들어졌고, 그 법에 따라 자치경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법부의 선택이 있었다”며 “정부는 입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자치경찰제를 전면 시행하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분리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회가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을 요구했다고 적시해 당시 여당이던 자유한국당의 반대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반경찰과 수사경찰 분리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 경찰은 1차 수사 대부분을 담당하게 된다. 검찰은 2차 수사와 기소를 맡는다. 과거 검찰이 직접 수사한 굵직한 성격의 사건 상당수가 경찰의 손에 놓이게 된다는 의미다. 때문에 청와대는 경찰청 산하 국가수사본부에 수사경찰과 일반경찰(행정경찰)을 분리 운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경찰청장이나 지방경찰청장 등 일반경찰이 수사를 임의로 지휘할 수 없도록 하는 견제장치인 셈이다. 조 수석은 “행정직에 근무하는 고위 경찰이 수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며 “경찰 외부인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실질화해 경찰권을 오·남용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행정 심의·의결기구인 경찰위원회에 경찰청장 임명제청권 등 실질적 권한을 줘 경찰 통제기구로서 제 역할을 하도록 위상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확대되는 수사권한을 경찰대 출신이 독점하는 일이 없도록 견제장치도 추후 마련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전국의 경찰행정학과 출신이 일정 부분 경찰대에 편입할 수 있도록 해서 순혈주의를 없애는 것이나 순경으로 경찰관이 돼도 경찰대에 편입할 수 있도록 혼혈화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오랜 숙제였던 수사권 조정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경찰에서 수사를 받은 사람이 검찰에서 이중수사를 받게 돼 있는데 그 부분만 달라져도 국민들의 체감은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14일 이 청장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직 개편 등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공관장 인사 순혈주의 파괴도 좋지만

    문재인 정부의 재외 공관장 인사가 실망스럽다. 지난해 4강 대사에 외교 경력도 없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를 임명하더니 그제 발표한 39개 공관장 인사도 ‘캠코더’ 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39명 가운데 외교관 출신이 아닌 사람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특임 공관장은 11명이다. 문 대통령의 경희대 동문으로 16, 18대 의원을 지낸 시사평론가 정범구씨가 독일 대사,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박선원씨가 상하이 총영사로 임명됐다. 그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지낸 최종문 전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이 프랑스 대사로 임명됐다. 코드가 맞는 인사, 전·현직 더불어민주당 인사는 물론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들에게도 논공행상 격으로 공관장 자리를 안겼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순혈주의와 직업 외교관들의 무사안일을 타파하기 위해 특임공관장 비율을 30%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물론 정부의 이런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민간인을 국방부 요직에 임명하는 이유도 같은 뜻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 공관장 면면이 이래서야 외교부의 순혈주의를 깬다는 것은 명분에 지나지 않을 뿐 내실은 보은을 위한 낙하산 자리에 재외 공관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39명 외에도 공관장 내정자 21명이 주재국의 임명동의 절차를 밟고 있는데, 이들이 모두 임명된다면 특임공관장은 총 26명이 된다. 전체 공관장 163명의 16%에 이른다. 확고한 국가관과 도덕성, 언어 등 외교 역량이 있고, 현지 사정에 밝다면 문제는 덜할 것이다. 그러나 4강 대사 임명 때도 그랬듯 자질이 모자라는 인사들도 더러 보인다. 그런 이들이 주재국에서 제대로 된 외교를 펼칠 수 있겠으며, 공관 지휘력을 지닐지 걱정이 앞선다. 대한민국의 오래된 폐습 중 하나는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사를 재외 공관장에 내보내는 것이다. 자기 사람으로 채우는 게 뭐가 나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런 것이야말로 문재인 정부가 청산해야 할 적폐가 아니고 무엇인가. 공관장을 외교관이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능력을 갖췄다면 문호를 개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특임공관장의 부적격 코드 인사는 직업 외교관의 기를 꺾는 일이다. 한국 같은 강소국이 힘을 발휘할 분야는 외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여러 모로 청와대에 밀려 뜻을 못 펴고 있다지만 공관장 선임 또한 중심을 잡아야 한다.
  • 文캠프·범여권 인사 특임공관장 잇단 발탁

    文캠프·범여권 인사 특임공관장 잇단 발탁

    상하이 총영사 박선원 前비서관 교황청 대사 이백만 前홍보수석 주독일 대사 정범구 前의원외교부는 신임 주상하이 총영사에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안보정책의 핵심이었던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임명하는 등 최근 60개 재외공관장 직위 인사(내정 포함)를 했다고 2일 밝혔다. 4강 대사에 이어 이번 공관장 인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을 포함해 참여정부, 김대중 정부 출신 등 범여권 인사들이 특임공관장으로 대거 발탁됐다. 신임 박 총영사는 지난 대선 당시 선대위 안보상황단 부단장을 맡으며 문 대통령의 외교자문그룹 핵심인사로 꼽혔다.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문 대통령 대선캠프의 외교자문그룹 ‘국민아그레망’ 일원이었던 신봉길 전 외교안보연구소장은 주인도 대사에 임명됐다. 참여정부 시절 문 대통령과 함께했던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주교황청 대사에,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지낸 박금옥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주노르웨이 대사에 각각 임명됐다. 범여권 출신 정범구 전 의원과 최규식 전 의원은 각각 주독일 대사와 주헝가리 대사에 임명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앞서 ‘순혈주의’ 타파를 위해 특임공관장 비율을 최대 3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60개의 재외공관장 직위 인사에서 외부 인사 16명을 특임공관장에 발탁했다. 4강 대사 등 기존 특임공관장 등을 더하면 전체 재외공관장 163명 중 16%가 특임공관장이다. 이는 지난해 초(22명) 기준보다 4명 더 늘어난 것이다. 여성과 비외시 직원 등의 약진, 연공서열 타파 경향도 두드러졌다. 주밀라노 총영사에 유혜란 국립외교원 기획부장이, 주니가타 총영사에 정미애 성공회대 연구교수가 임명되는 등 5명의 여성 공관장이 새로 임명돼 여성 공관장은 2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한화 차남규·김창범 부회장 체제 구축

    한화 차남규·김창범 부회장 체제 구축

    한화그룹이 17일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 2명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연말 사장단 인사를 했다.이번 인사에서 경영조정위원회 금융부문 위원인 차남규(63) 한화생명 대표이사와 유화·에너지부문 위원인 김창범(62) 한화케미칼 대표이사가 각각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차 부회장은 불확실한 금융시장 환경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성장을 이끈 점을 높게 평가받았고 김 부회장은 석유화학 분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을 통한 미래성장 동력 확보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주요 현안에서 자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경영조정위원회에 대한 긍정 평가와 외부영입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를 통한 순혈주의 타파가 이번 인사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외부 영입인사로는 삼성전자 출신인 옥경석(59) 사장과 동부화재 출신인 박윤식(60) 사장의 기용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한화건설로 영입된 옥 사장은 이번에 그룹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한화 화약부문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아더앤더슨코리아, PWC 등을 거친 박 사장은 한화손해보험 부사장에서 승진했다. 여승주(57) 한화투자증권 경영기획실 금융팀장이 회사 흑자전환에 기여한 점을, 김은수(55)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글로벌 전문가로 혁신을 주도한 점을 인정받아 각각 사장에 지명됐다. 김성일(58) ㈜한화 재경본부장은 한화저축은행 대표이사로, 박병열(60) 한화건설 재무실장은 한화역사 대표이사로 각각 내정됐다. 내정자들은 각 계열사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수요 에세이] 조직 순혈주의 타파와 행정의 효율/정재근 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 전 행정자치부 차관, 시인

    [수요 에세이] 조직 순혈주의 타파와 행정의 효율/정재근 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 전 행정자치부 차관, 시인

    1990년대 중반 내무부에서 서기관으로 일할 때다. 선배 중 문서 기획 능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못한 사무관이 있었다. 중요한 기획이나 말씀 자료를 맡기면 팀장인 필자가 손을 많이 대어 수정해야 했기 때문에 부의 전체 일을 총괄 조정하는 주무과에 어떻게 이런 사람을 배치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서의 각 과에서 예산과 업무의 배분 등을 놓고 오래된 갈등이 표출됐다. 필자가 문제를 풀어 보려고 했지만 갈등의 타래는 더욱 얽히기만 했다. 그때 나보다 나이도 많고 오랜 근무 경력을 갖고 있던 그 선배가 해결해 보겠다고 나섰다. 그는 수차례 해당 국·과의 실무자들과 만나 논의를 하고 국·과장실을 드나드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하루 만에 합의를 이끌어 냈다. 주무과에 대한 각 과의 해묵은 서운함을 수렴하고 용감하게 간부들과 논의하더니 모두가 만족하는 대안을 도출했다. 필자에겐 ‘실제로 일을 해낸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일깨워 줬다. 그 후 필자가 부서의 인력 배치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갔을 때 국·과장들은 대부분 문서 기획 능력이 좋은 인력을 요구했다. 그때마다 그 선배의 기억을 떠올리며 문서 작업만 잘하는 사람들로 모인 조직의 한계를 설명했다. “조직은 일을 기획하는 사람 못지않게 그 일을 직접 해내는 사람이 중요하다. 일단 문서 기획에 맞춰 해야 할 일이 결정되고 나면 일의 성패는 예산을 확보하고, 이해관계자의 협의를 이끌어 내고, 국회를 설득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집행 과정에서 결정된다. 그런데 집행 과정은 주로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을 통해 이뤄진다. 정책 성공의 이면에는 기관과 기관, 사람과 사람, 특히 공무원과 주민 사이에 문서의 왕래를 뛰어넘는 따뜻한 소통이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실에서 기획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소통 능력이고 사람을 만나는 것을 꺼리지 않는 인간다움이다.”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의 유형을 ‘과업지향적(task-oriented) 인간’과 ‘관계지향적(people-oriented) 인간’으로 대별할 수 있다. 전자는 목표를 설정하고, 업무를 배분하며, 시간을 관리하고, 자원을 동원하는 등 기획과 관련된 형태를 보이는 반면 후자는 사람을 만나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동료들을 참여시키는 등 소통과 관련된 행위를 많이 한다. 어느 쪽이 좋은가는 없다. 단지 다름만이 있을 뿐이다. 연구에 따르면 두 특성 모두 높은 사람이 조직에서 더 많은 성과를 거둔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두 가지 모두 뛰어난 사람, 즉 ‘일도 잘하고, 사람도 좋은’ 그런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필자는 고루 섞인 조직을 만들기를 권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국 또는 과별로 구성원의 임용 방식, 연령, 지역, 공직 경험 등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예컨대 9급, 7급, 5급 임용 공무원들을 무작위로 골고루 섞기만 해도 그 조직은 두 가지 성향의 인간이 함께 협력해 기획과 집행을 잘할 수 있다. 더욱이 9·7급 임용 공무원들은 연령과 경험의 다양화를 통해 조직을 보다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순혈주의 타파라고 부르는 조직 구성원의 다양화는 형평의 문제를 넘어 행정의 효율성 문제다. 나아가 정부 조직에서 구성원의 다양화는 생존 그 자체다. 만약 모든 사과 농장이 돈벌이에 좋은 부사 품종만 재배하는 상황에서 치명적인 병충해가 발생한다면 사과 품종의 멸종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정부 조직이 논의될 때마다 개편 대상으로 논의되는 행정안전부가 여전히 생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앙·지방 인사 교류를 통해 9·7급 공채 출신 비율이 다른 중앙 부처보다 상대적으로 높고, 60% 이상이 지방 행정을 경험한 구성의 다양성으로 인해 주민과 또 지방자치단체와 잘 소통할 수 있는 공무원들이 있어서일지 모른다. 모든 정부 조직이 인사 교류를 확대하고 개방성을 강화해 생존을 뛰어넘어 어려운 일을 척척 해내는 효율적인 조직이 되기를 기대한다.
  • 靑도 외부 인사 채우는데… 10년간 외교정보 독점한 외교부

    폐쇄성·순혈주의 그대로 드러나 “文정부 국민 외교 실현에 역행” 외교부가 정보공개 가부를 결정하는 정보공개심의회를 지난 10년간 전·현직 외교관들로만 채워 운영해 왔다는 사실은 외교부의 폐쇄성과 순혈주의를 그대로 보여 준다. 국민의 알권리 확대와 열린 정부 구현을 위해 만들어 놓은 정보공개심의회의 외부 전문가 자리마저 자기 식구들끼리 나눠 가지며 관련 정보를 외교부 내부에서 독점해 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 외교’ 실현과 외교부 혁신을 강조한 만큼 ‘적폐 청산’ 차원에서라도 이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의회 외부 전문가에 내부 출신을 위촉한 건 외교부에서는 관행처럼 이뤄져 온 것으로 보인다. 관련법은 외부 전문가의 자격을 ‘해당 기관 업무 또는 정보공개에 관한 지식을 가진 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외교부는 내부 출신 전직 공관장들이 이 조건에 부합한다고 보고 외부 전문가로 위촉해 온 셈이다. 이는 역시 주요한 외교안보 사안을 다루는 청와대가 심의회 외부 전문가 4명 전원을 교수, 법조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 ‘진짜’ 외부 인사로 채운 것과는 대조적이다. 청와대는 지난 7월 대통령비서실 정보공개심의회를 부활시키고, 경건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수진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 이소연 덕성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를 외부 전문가로 위촉했다. 내부 출신 인사가 외부 전문가의 옷을 입고 정보공개 심의에 참여하는 폐쇄적 구조에서는 논의의 객관성과 투명성이 확보되기 어렵다. 외교부 내부 논리와 입장에 익숙한 전직 외교관들이 외부인의 시각에서 현직 후배 외교관들과 의견을 달리하고 각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결국 심의회 자체가 정보공개 청구를 받은 해당 부서 간부의 뜻에 따라 결론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지난해 1월부터 이어진 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관한 정보공개 청구 심의에는 이 합의에 관여했던 동북아국 심의관이 심의위원으로 들어갔다. 외교부는 지난해 1월 위안부 합의 2개월 전에 생산된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청구를 시작으로 관련 정보공개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그해 2월 위안부 합의와 관련, ‘군의 관여’, ‘강제연행’, ‘성노예’ 등 용어에 대한 협상 문서 공개를 청구했지만 이 역시 기각됐다. 하지만 법원은 올 초 이에 대해 민변의 손을 들어주며 “관련 문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심의회 판단과 정반대로 청구 대상 자료가 법률이 정한 공개 거부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외교부는 올해 2월과 8월에 접수된 비슷한 취지의 청구와 7월에 접수된 위안부 합의 전후 외교부가 피해자 할머니들을 방문한 기록 등에 대한 청구도 다시 기각했다. 법원 판결이 났음은 물론 강경화 장관이 취임한 후에도 입장이 전혀 바뀌지 않은 셈이다. 전 소장은 “외부 전문가로 전직 공무원을 위촉한 것은 정보공개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면서 “이 경우 실질적인 정보공개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단독] 서울대 나와야 서울대 교수… 여전한 순혈주의

    [단독] 서울대 나와야 서울대 교수… 여전한 순혈주의

    전체 교원 중 81% 모교서 학사 제약학과·보건학과 등 9곳 교수 2012년 이후 100% 본교 출신 ‘서울대 출신만 서울대 교수 자격이 있다?’ 대학 운영의 폐쇄성을 지적받아 온 서울대가 2012년 법인화 이후에도 신규 교원 채용 때 대부분 서울대 출신만 뽑은 것으로 확인됐다. 모교 출신 교수만 우대하는 ‘순혈주의’ 풍토가 학문 다양성과 조직 건전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9일 서울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실에 제출한 ‘교원 학위정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대학이 법인화 이후 새로 채용한 전임교원 623명 가운데 서울대 학사 출신은 72.1%(449명)였다. 서울대에서 석사나 박사 학위를 받은 교원까지 합치면 76.6%에 달했다. 전체 전임 교원 2288명 중 서울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비율은 81.3%(1861명)이었다. 신임 교수를 채용하면서 전부 서울대 출신만 뽑은 학과(학부)도 많았다. 국제농업기술학과, 제약학과, 보건학과, 산림과학부 등 9곳은 2012년 이후 교수 36명을 새로 뽑았는데 모두 서울대 학사 출신이었다. 현행 교육공무원임용령에는 ‘대학 교원 채용 때 특정 대학 학사 학위 소지자를 모집단위별로 3분의2 이상 뽑을 수 없다’고 돼 있다. 다만 해당 대학에서 학사 과정을 밟았어도 학위 전공 분야와 대학에서 교육·연구할 전공분야가 다르면 제외한다. 안 의원실 관계자는 “서울대가 학제를 자주 개편한 탓에 학사 전공분야와 채용 전공분야를 비교하기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의학과는 학제 개편이 없었는데 지난해 채용 인원 11명 중 8명이 서울대 의학과 출신이라 법정 기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측은 안 의원실에 보낸 서면 답변을 통해 “법 기준을 어겨 채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금지조항은 어겨도 처벌규정이 없다. 안 의원은 “각기 다른 학문 배경을 가진 여러 대학 출신 교원들이 모여 연구하고 가르쳐야 학문 다양성이 보장될 수 있다”면서 “서울대가 서울대 출신만 뽑으면 학벌주의만 조장될 뿐”이라고 말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서울대 출신이 가장 엘리트니까 믿고 뽑자’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면서 “서울대가 법인화를 통해 운영의 자율권을 보장받았는데 정작 대학으로서 책임은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서울대 전임교원 중 ‘미국 박사’ 편중도 심각했다. 이 대학 전임교원 중 외국박사 학위자는 1257명이었는데 미국 박사가 79.6%(211명)였고 일본 6.0%(16명), 독일 3.4%(9명), 영국 3.8%(10명) 순이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퍼블릭IN 블로그] 외시 순혈주의 외교부… 非외시 ‘제2 강경화’ 또 나오려면

    새 정부 출범 이후 외교부가 ‘혁신의 칼날’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외무고시 출신이 주요 직위를 독점하는 이른바 ‘외시 순혈주의’ 때문이다. 외교부는 정부 부처 가운데서도 문턱이 높기로 유명하다. 국장급인 부대변인, 감사관, 정책기획관 등은 개방직으로 외부에도 문을 열었지만 주요 지역 재외공관장은 물론 외교부 간부 직위의 대부분은 외시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외시 천하’ 외교부에서 근무하는 비외시 출신들의 현실은 어떨까. # 非외시 간부 단 3명… “타 부처와 소통 뛰어나” 강경화 장관은 비외시 출신 외교부 직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장관이 됐다. 앞서 윤영관·한승수·한승주·박정수 등 비외시 출신 장관이 넷 있었지만 이들은 그전까지 외교부 본부에서 근무한 적은 없었다. 강 장관은 장관뿐 아니라 2005년 외교부 국제기구국장으로 임명될 당시에도 ‘비외시 출신 여성 국장 1호’였다. 강 장관 전까지는 과거 외교통상부 시절 고문 변호사 출신으로 통상교섭본부장까지 오른 김현종 본부장이 ‘입지전적 인물’로 늘 거론됐다. 그만큼 외교부에서는 비외시 출신이 두각을 드러내기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현재 외교부 본부 고위급 중 개방직을 제외한 비외시 출신 인사는 정진규(행시 35회) 개발협력국장과 허태완(행시 35회) 중남미국장, 김동영(전산전공 특채) 외교정보관리관 등 단 3명이다. 이 중 관련 전문 지식이 없는 외교관들이 접근하기 힘든 외교정보관리관 직위를 제외하면 사실상 비외시 출신 본부 고위급은 둘만 남는 셈이다. 정 국장은 공보처, 정보통신부를 거쳐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에서 일하다 이후 개발협력국 심의관, 재외동포영사국 심의관을 지냈다. 허 국장은 재정경제원 출신으로 1998년 외교부로 들어온 뒤 중남미지역협력과장, 중남미국 심의관 등을 거쳤다. # ‘非외시’ 과장급도 북핵·북미 등 핵심선 빠져 정 국장 등은 모두 내부적으로 업무 역량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한 국장급 외교관은 “외시 출신들과는 전공이 다르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고 본래 있던 부처는 물론 다른 부처와의 소통 및 협력에도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이들이 맡은 업무가 외교부 내 핵심 분야라고 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개발협력국과 중남미국은 선진국보다는 저개발국을 상대할 일이 많고 북미·북핵 등과 달리 국민들의 관심을 받는 일도 드물다. 정 국장은 개발협력국 심의관 시절인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가 확산됐던 시에라리온 등에서 정부합동 선발대장으로 활약하며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 “순혈주의 청산, 외부인 대신 내부 인력 활용을” 과장급도 비외시 출신들은 북미·북핵 등 핵심 부서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외교부 내에서도 야간 상황 대기 등 극한의 업무 강도를 자랑하는 재외동포영사국에 주로 포진해 있다. 임승철 재외국민안전과장, 김홍기 영사서비스과장이 모두 비외시 출신이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부의 순혈주의를 청산하려면 재외공관장이나 고위급 인사를 외부인으로 채울 게 아니라 다양한 출신 성분의 인사들이 차근차근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재외공관장 43% 물갈이… ‘순혈주의’ 깨지나

    수뢰·성비위·갑질 땐 조기 소환… ‘낙하산 특임공관장’ 양산 우려도 외교부가 이번 재외공관장 인사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70명가량의 공관장을 교체하고 이 중 상당수를 외부 인사로 채운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외무고시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고강도 인적 쇄신을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낙하산 공관장’만 양산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외교부 관계자는 11일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역대 최대 규모인 약 70명의 공관장을 교체할 계획”이라면서 “현 정부 임기 내에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출신 공관장 비율을 최대 30%까지 높인다는 목표도 세웠다”고 밝혔다. 현재 각국 주재 대사와 총영사 등 재외공관장은 총 163명이다. 이번 인사에서 이 중 43%가 교체되는 셈이다. 특히 외부 인사 출신 특임공관장 비율을 3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당장 이달 중으로 예상되는 새 정부 첫 재외공관장 인사에서부터 외부 인사가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특임공관장 비율은 15~23% 수준을 유지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외부 인사는 외교관이 가지지 못한 네트워크나 경제·산업 분야 전문성, 색다른 시각 등을 가질 수 있다”면서 “획일적으로 어떤 기준에 따라 영입한다기보다는 외부 인사의 능력을 종합적으로 살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교부는 임기 중 금품수수, 성비위, 갑질 행위 등이 적발된 공관장을 조기 소환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특정 인사가 핵심 부서인 북미·북핵, 인사 부서를 오가는 관행도 타파하기로 했다. 비외시 출신 인재에 대한 발탁 인사도 실시한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기 강도 높은 외교부 혁신을 예고하고 비외시 출신 강경화 장관을 지명하면서 대규모 인적 쇄신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하지만 쇄신의 방향이 외부 출신 특임공관장을 대폭 임명하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외교부 내부의 불만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결국 전문성보다는 정치권 및 대선 캠프에 관여했던 인사가 대거 특임공관장으로 임명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적지 않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퍼블릭IN 블로그] 너무 조용한 거 아닙니까… 강경화호 혁신TF에 묻다

    [퍼블릭IN 블로그] 너무 조용한 거 아닙니까… 강경화호 혁신TF에 묻다

    최근 외교부 내부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개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비외무고시 출신으로 북핵·북미 라인을 한번도 거치지 않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지명해 강도 높은 외교부 개혁을 예고했다. 강 장관 지명 당시 정부 안팎에서는 외교부가 ‘검찰 개혁’에 맞먹는 수준의 ‘대수술’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강경화호(號) 출범 50일가량이 됐지만 검찰과 달리 외교부 청사는 아직 조용하다. 내부적으로는 대대적인 인사 개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와 함께 개혁 강도가 기대처럼 높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조직 전반 적폐 청산하겠다면서… 외교부는 장관 지시에 따라 지난달 ‘외교부 혁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장관 직속 조직으로, 일부러 고위급들을 배제하고 과장급 이하 실무 직원들로 구성했다. 또 싱크탱크, 기업, 시민단체 소속 외부 인사로 구성된 외부자문위원회도 만들었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국제사회로부터 평가받는 외교부’를 목표로 인사, 조직·예산, 업무방식 등 외교부 조직 전반에 걸친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게 TF의 계획이다. TF 관계자는 “외시 중심의 폐쇄성으로 급변하는 환경과 국민의 기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창의적 외교 대응 역량 강화 등을 위해 TF가 구성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TF는 3개 분야에서 혁신 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외교부 안팎에서는 결국은 인사가 가장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예산이나 업무 방식은 크게 바뀌어도 국민들이 쉽게 체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사 개혁은 내부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다. 특히 엘리트 코스라는 외시 출신 북핵·북미 라인이 일종의 ‘특권층’처럼 비춰지면서 이 같은 시선이 과연 정당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서기관급 외교관은 “북핵·북미가 핵심이라는 건 그만큼 업무가 중요하고 어렵고 또 많기 때문”이라면서 “격무를 견디며 일하는 사람들에게 순혈주의, 폐쇄적이라고 말하는 건 억울한 일”이라고 말했다. 인사 개혁의 손쉬운 방법 중 하나인 이른바 주류와 비주류 간 전면 교체가 국익 측면에서 옳으냐는 지적도 있다. 협상 대상이 존재하는 외교부의 특성상 특정 지역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을 완전히 다른 지역으로 보내버릴 경우 그간 쌓아 온 인적 네트워크가 대부분 무너질 위험이 크다. 이에 주재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면 결국은 국익 손실이라는 얘기다. # 인적네트워크 무시하고 외시 출신 대수술? TF의 활동은 아직 초기 단계로 개혁 방향도 결정된 것은 없다. TF는 최근 재외공관을 포함해 외교부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인사, 조직·예산, 업무 방식 등 3개 분야에 대해 각각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써내라고 했다고 한다. 직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우선 들어보자는 취지이지만 외교부 개혁을 외교부 직원들에게 먼저 묻은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한 외교관은 “조직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책을 내라고 하면 결국은 내가 불편한 거, 내게 필요한 것을 주로 말하게 된다”면서 “솔직히 소원수리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고 전했다. TF는 다음달 하순에 최종 혁신안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외시 출신 강 장관에게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이 큰 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혁신안은 ‘무늬만 개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열린세상] 밸런스/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부소장

    [열린세상] 밸런스/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부소장

    나는 프로야구 중계방송을 거의 빼놓지 않고 본다. 그러다 보니 나름 전문가가 됐다. 야구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단어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밸런스다. 좋은 팀이 되려면 좋은 투수와 타자가 고루 있어야 한다.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 등 코치진과 이를 뒷받침하는 구단 프런트는 긴밀히 협력하면서도 견제를 해야 한다. 선수들도 밸런스 잡는 것이 지상 과제다. 빠른 공을 가졌다고 다 좋은 투수가 아니다. 느린 공이라도 타자가 쉽게 칠 수 없는 곳으로 계속 던질 수만 있으면 에이스가 될 수 있다. 국내 프로리그에서 작은 체구의 선수가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상체와 하체를 조화롭게 쓰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서도 밸런스는 중요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근무할 때 밸런스를 중시하는 것을 알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고 번역하지만 원문대로 하자면 ‘일과 삶의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다. 유능한 직원이 해외 출장을 가더라도 한 달에 보름 이상은 못 가도록 제한하는 것을 보았다. 공적으로 중요한 일이라도 개인 삶과의 균형을 위협하면 결과적으로 개인도 조직도 불행해진다는 철학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불균형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분배나 환경 문제를 도외시하고 성장을 앞세우는 불균형 성장론에 오랫동안 익숙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적인 일이라면 사생활은 당연히 희생해야 한다거나 여성과 장애인, 외국인 근로자 등 소수자를 차별하는 것도 무너진 밸런스의 슬픈 표현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명문대학과 달리 석박사 과정을 자기 대학 출신으로 채우면서 학문의 다양성은 위기를 맞는다. 문제가 되고 있는 법무부의 검찰화라든지 외교부의 순혈주의도 따지고 보면 밸런스가 무너진 데서 오는 현상이다. 특정 학교, 고시 출신이 과도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우수한 사람이 많이 모이는 데서 오는 효율성을 압도하는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내가 공무원 생활을 했던 기획재정부도 집단 엘리트 의식이 남다른 곳이었다. 상급자와 하급자가 학교와 시험, 선후배로 엮이다 보니 공사석을 막론하고 형님 동생을 했다. 동질감과 일체 의식이 성과를 높이고 추진력을 배가시켰던 것은 사실이다.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자신감이 넘쳐났지만 끼지 못하면 소외감을 느꼈다. 조직을 하나로 만드는 데 애를 먹었음은 당연하다. 순혈 그룹이 상부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수행해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르는 최악의 결과도 있었다. 우리 사회가 건강한 밸런스를 회복하려면 새 정부의 균형 잡힌 인사가 출발점이 돼야 한다. 내각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운 것은 그런 의미에서 환영할 일이다. 아쉽게도 지방대학 출신 장관은 두 사람에 불과했다. 야구선수도 서울에 있는 고교로 가기 위해 중학교 때부터 전학을 간다. 서울 집중과 쏠림 현상은 이제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위기경보를 울리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으로 지방대학 출신 장관의 비율이 낮아도 여성 장관 몫만큼은 돼야 한다. 장관 임용 비율을 정한다고 해서 단시일 내에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이 치유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소 시일은 걸리겠지만 고향에서 공부를 하고 정부에서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인식과 기대가 자리 잡히면 수도권 집중 현상은 언젠가는 옛날 일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를 포함한 모든 공공부문에서 상하급자가 동일 지역, 같은 학교 출신이 되지 않도록 하는 상피제를 도입해야 한다. 장관이 A대학 출신이라면 차관은 반드시 다른 학교에서 임용하는 것이다. 차관이 B대학이라면 차관의 지휘를 받는 1급 간부들은 B대학에서 나오지 않도록 한다. 같은 고향 출신끼리는 이러한 맥락에서 직근 상하급자가 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어려운 일 같지만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와 선진국에서는 확고한 원칙과 관행으로 정착돼 있다. 이 방식을 적용하게 되면 몇 개 부처는 인사가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 비율을 정해 점진적으로 시행하더라도 이 조치는 꼭 필요하다. 혈연, 학연, 지연으로 뒤엉킨 우리 사회의 밸런스를 바로잡는 일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밸런스를 회복해 밝은 미래로 가는 초석을 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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