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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당신에게 결혼이란…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당신에게 결혼이란…

    서울신문은 특별기획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제9회 상위 1% 부유층(금융자산 최소 10억원을 포함한 개인 순자산 40억원 이상 & 연소득 1억 5000만원 이상)과 하위 9.1% 절대빈곤층(4인 가구 기준 월소득 166만 8329원 미만)의 결혼 편을 오늘 보도합니다. 사진은 도준석 기자가 촬영했습니다. 특별기획팀
  •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富]아파트, 외제차, 상가 결혼이 선물… 개천의 용은 결사반대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富]아파트, 외제차, 상가 결혼이 선물… 개천의 용은 결사반대

    부산에 사는 주부 A(33)씨는 결혼 2년여 만에 시아버지로부터 ‘열쇠’를 총 3개 받았다. 첫 열쇠는 ‘속도위반’으로 아이가 생겨 결혼하면서 받은 40평대 아파트 키였다. 전망이 해변 쪽으로 탁 트인 해운대의 고층 아파트인데 매매가가 6억원 가까이 했다. 시아버지는 경상남도 지역 곳곳의 목 좋은 터에 건물·아파트 20여채를 가진 수백억원대 자산가여서 며느리 이름으로 아파트 한 채 해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시아버지의 재력 덕에 부산 시내 특급 호텔에서 1000명 가까운 하객이 모인 가운데 성대한 결혼식도 올렸다. A씨가 만삭이 되자 시아버지는 두 번째 키를 건넸다. 독일제인 7000만원짜리 고급 승용차를 선물한 것이다. 안전을 걱정해 운전기사까지 붙여 줬다. A씨는 2013년 초 건강한 딸을 낳았고 지난해에는 둘째인 아들도 순산했다. 2년 사이 손주를 둘이나 본 시아버지는 기특한 며느리에게 세 번째 열쇠를 안겼다. 부산의 100평대 상가 점포의 열쇠였다. 사실 남편이 아버지를 도와 건물 임대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운 A씨 가정이었다. 하지만 상가 임대 수익으로 매달 수백만원의 ‘용돈’을 벌 수 있게 된 A씨는 안정감이 더 커졌다. 그녀는 “시댁의 경제력이 워낙 세니 가족 계획, 육아 등에서 바라시는 걸 맞춰 드려야 할 일이 많다”면서도 “시아버지가 워낙 잘 챙겨 주셔서 불만은 없다”고 했다. 신혼집을 구하고 결혼식장을 알아보고 혼수와 예물을 준비하는 예비 신혼부부라면 집안 형편에 따라 각자 다른 출발선상에 서 있음을 느끼게 된다.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결혼을 규정한다는 얘기다. 요즘엔 젊은 층 사이에서 직업적 성취 등을 위해 결혼을 미루는 ‘만혼 현상’이 뚜렷하다 보니 보다 못한 부유층 부모들이 며느리나 사윗감을 직접 찾아 나서기도 한다. 서울 강남에서 꽤 큰 규모의 내과 의원을 운영 중인 B(65)씨는 온갖 모임에 나갈 때마다 종이 한 장을 챙긴다. 큰딸(36)의 프로필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딸은 “커리어우먼(전문적 능력을 갖춘 직장 여성)으로 성공하고 싶다”며 연애조차 마다하고 있어 아버지 B씨가 직접 나선 것이다. 동료 의사 모임이나 지역 상공인 모임, 대학 동기 모임 등에 나갈 때면 지인들에게 딸의 프로필을 건넨 뒤 원하는 사위상(像)을 간단히 설명한다. 이미 결혼 정보업체 5~6곳에도 가입해 뒀다. B씨는 “딸이 똑똑하고 직장이 있는 데다 외모도 떨어지지 않는데 왜 결혼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내 주변에 우리 집과 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사람이 많으니까 사윗감을 직접 찾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부유층 자녀 중에는 ‘골드미스’(높은 학력과 경제력을 갖춘 미혼 여성)가 많은데 어머니보다는 사회 생활을 해 지인이 많은 아버지가 사윗감을 직접 찾아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부유층을 상대하는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도 ‘상위 1%’ 부모들 사이에서 중매쟁이 역할을 한다. ‘중매는 잘하면 술이 석 잔이고 못하면 뺨이 석 대’라는 속담처럼 결혼 상대를 소개해 주는 건 PB들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거절하기 어렵다. 부유층 고객의 자녀는 잠재적 고객이기 때문이다. 고객의 부탁을 받으면 PB들이 모인 사내 온라인 대화방에 공지해 짝을 찾는다. 고객들로부터 중매 요청이 밀려들다 보니 일부 시중은행은 아예 부유층 자녀를 대상으로 한 중매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김희경 신한은행 WM사업부 커플매니징 팀장은 “일선 프라이빗뱅킹 센터에서 ‘고객이 사위·며느리를 구하고 있으니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 오면 원하는 조건에 맞춰 소개해 준다”면서 “짝 찾아 주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9년쯤 됐는데 매년 네 쌍의 커플 정도가 우리 소개로 결혼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이 만난 일선 PB 10여명은 “부유층 부모들이 자녀의 배우자감으로 썩 좋아하지 않는 공통 유형이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스타일이 ‘개천에서 난 용’인 남성과 오랫동안 해외 유학하며 박사 학위를 받은 여성이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일하는 한 여성 PB는 “부유층 부모들은 소득 수준이 낮은 가정에서 열심히 노력해 판·검사, 의사가 된 남성을 사위 후보로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며 “차라리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대기업 샐러리맨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집안 형편이 크게 차이 나면 딸이 시댁 때문에 마음고생을 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다. 며느리감으로는 ‘가방끈’이 너무 길거나 직장에서의 성공에 집중하는 유형에는 부담을 느끼며 교사나 공무원, 금융권이나 대기업 직장인 등 안정적 일자리를 가진 여성을 선호한다. 결혼 후에는 시부모가 며느리에게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며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 키우는 데 집중하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 1000억원대 재력가 C씨는 PB의 소개로 2년 전 며느리를 얻었다. 자신의 사업을 물려받을 30대 중반의 아들은 당시 중산층 집안의 여성과 연애 중이었는데 “집안 수준이 어느 정도 비슷해야 잘 살 수 있다”며 억지로 헤어지게 했다. C씨가 PB에게 “며느리감을 구해 달라”고 하면서 내건 요구 조건은 단 하나였다. 집 자산 수준이 수백억원대는 돼야 한다는 것. PB는 백방으로 수소문해 조건에 맞는 여성을 여럿 소개해 줬지만 정작 아들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며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던 C씨는 고심 끝에 조건을 낮췄다. 집안의 순자산이 우리나라 상위 ‘1%’ 수준인 40억~50억원 정도만 돼도 괜찮다고 한 것이다. 이후 중매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PB는 40억원대 자산가의 딸로 중소기업에 다니는 20대 여성을 소개해 줬다. C씨의 아들은 싹싹하고 미모까지 갖춘 이 여성이 마음에 들었고 결국 결혼식을 올렸다. 배우자감으로 판·검사 등 ‘사’(士) 자 들어가는 직업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결혼 시장에서 여전히 경쟁력 있는 직군이다. 30대 중반의 판사 D씨는 매달 장인으로부터 ‘용돈’을 받는다. 영남 지역의 땅부자인 장인은 판사 사위가 돈 때문에 주눅들까봐 매달 딸 부부를 만날 때마다 수백만원씩 건넨다. D씨는 10년 전 결혼 때도 장인으로부터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선물받았다. 한 전직 법조인(70)은 “현직 대기업 임원 등을 만나면 ‘내 딸이 20대 후반인데 서울에 살 집과 혼수 등은 다 마련해 뒀으니 젊은 검사를 소개해 달라’는 사람이 많다”면서 “판·검사 사위가 결혼 때 장인으로부터 아파트 한 채 받는 건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알맞는 ‘짝’을 찾은 뒤에는 결혼 준비를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당장 예물만 해도 서민들은 상상 못할 가격의 고급 보석 등이 교환되기도 한다. 서울신문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 예물 판매점을 직접 돌아보니 수억원대 예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기자가 C명품 보석 브랜드 판매점에서 “중견기업 회장 비서실에 근무하는 비서인데 회장님 장남의 예물을 보러 왔다”고 말하자 점원은 고가의 보석을 여러 개 꺼내 놨다. “다이아몬드 세트로 하려면 최소 3억원은 생각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큰 2.45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의 가격은 3억 7850만원이었고 조금 작은 2.15캐럿 반지는 3억 1000만원이었다. 상담원은 “6000만원 정도야 큰 금액 차이가 아니니 예물이라면 2.45캐럿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권했다. 그는 “유색 보석 중에는 루비가 가장 좋은데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이걸 껴 보라”며 반지를 슬쩍 건넸다. 가격을 물으니 “18억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금액에 놀라 “실제 사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팔리니까 매장에 가져다 놓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결혼식장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 결혼정보업체 직원은 “서울의 특1급호텔 고급 홀에서 예식하면 하객 1인당 식대가 10만~20만원대인데 최대 1000명까지 온다고 보면 결혼 때 2억원은 드는 셈”이라고 했다. 결혼식 비용은 축의금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사회적 지위를 가진 부유층은 축의금을 받지 않기도 해 수억원대 예식 비용을 직접 치르는 셈이다. 서울 강남의 특1급 호텔에서 결혼한 대기업 직장인 E(34)씨는 “젊은 사람들이 꿈꾸듯 나도 정말 가까운 사람만 불러 소박하게 치르는 ‘프라이빗 웨딩’을 희망했다”면서 “하지만 아버지가 ‘결혼식은 너만의 행사가 아닌 가족의 행사이니 특급 호텔에서 해야 한다’고 고집하셨다”고 했다. 부유층 자녀들은 신혼집도 서울 강남·서초구 등 부촌을 선호한다. 따라서 20평형대 아파트를 산다고 해도 5억~10억원이 든다. 유대근 이두걸 송수연 기자 dynamic@seoul.co.kr
  • [서울신문 특별기획-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당신에게 여가란…

    [서울신문 특별기획-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당신에게 여가란…

    서울신문은 특별기획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제8회 상위 1% 부유층(금융자산 최소 10억원을 포함한 개인 순자산 40억원 이상 & 연소득 1억 5000만원 이상)과 하위 9.1% 절대빈곤층(4인 가구 기준 월소득 166만 8329원 미만)의 여가생활 편을 오늘 보도합니다. 사진은 도준석 기자가 촬영했습니다. 특별기획팀
  • [서울신문 특별기획-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돈 & 몸 그 함수관계

    [서울신문 특별기획-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돈 & 몸 그 함수관계

    서울신문은 특별기획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제7회 상위 1% 부유층(금융자산 최소 10억원을 포함한 개인 순자산 40억원 이상 & 연소득 1억 5000만원 이상)과 하위 9.1% 절대빈곤층(4인 가구 기준 월소득 166만 8329원 미만)의 건강관리 편을 오늘 보도합니다. 사진은 도준석 기자가 촬영했습니다. 특별기획팀
  •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貴티 나는 상위 1%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貴티 나는 상위 1%

    서울신문은 특별기획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제5회 상위 1% 부유층(금융자산 최소 10억원을 포함한 개인 순자산 40억원 이상 & 연소득 1억 5000만원 이상)과 하위 9.1% 절대빈곤층(4인 가구 기준 월소득 166만 8329원 미만)의 의복 편을 오늘 보도합니다. 사진은 해외 명품 브랜드 가방입니다. 특별기획팀 carlos@seoul.co.kr
  • 40억 호화 빌라… 집안이 명품관이다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富’] 상위 1%의 주거

    40억 호화 빌라… 집안이 명품관이다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富’] 상위 1%의 주거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도로는 역시 ‘강남 중의 강남’답게 각종 외제차로 붐비고 있었다. 갤러리아백화점에서 청담사거리까지 이어지는 800여m의 ‘명품매장 거리’를 걷다가 한강 방향으로 나 있는 골목길로 들어서자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아기자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카페와 갤러리, 스튜디오 등을 지나자 길바닥에 쓰레기 하나 떨어져 있지 않은 골목길 양쪽으로 5층 이하의 고급 빌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3~4m 높이의 웅장한 담벼락과 십수 미터 간격으로 설치돼 있는 폐쇄회로(CC) TV가 ‘이방인’을 노려봤다. 청담중학교와 청담사거리, 영동대교 남단을 경계로 한 1.5㎢ 정도 면적의 ‘청담동 빌라촌’이다. 이 중 한 빌라의 정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밀번호 없이는 빌라 안에 발을 디딜 수 없다. 주민이 인터폰을 통해 열어 줘야 건물에 들어설 수 있다. 문이 열리자 50대 경비원이 경계 섞인 눈으로 낯선 이를 맞았다. 이윽고 취재를 위해 어렵사리 섭외한 중소기업 사장 부인 A(52)씨의 빌라에 들어섰다. A씨의 집은 256㎡(77평) 규모로 40억원을 호가한다. 현관을 지나자 20세기 초 유럽풍의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넓은 거실 창으로 들이친 오후의 햇살과 구석마다 놓여 있는 스탠드 불빛이 집안을 부드럽게 감쌌다. 짙은 갈색 톤의 원목 마루가 깔린 50㎡ 정도 넓이의 거실 위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펜디’ 카펫이 놓여 있었다. 그 주변으로는 프랑스 명품 가구인 ‘로셰보보아’ 소가죽 8인용 소파와 2인용 패브릭 소파가 직각으로 자리하고 있다. 집주인이 직접 고른 추상 회화와 조형 작품들도 거실 벽면과 주변을 꾸미고 있다. A씨는 “고풍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살리기 위해 네오클래식풍으로 했다”면서 “얼마 전 유명 영화배우가 ‘웃돈을 얹어 줄 테니 집을 팔라’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했다. 거실 창쪽으로는 1억 3000만원대의 독일제 ‘스타인웨이’ 그랜드피아노가 놓여 있다. 지난해 초 영국 명문대에 입학한 외아들에게 입학 선물로 사 준 것이다. 부부 침실에는 빅토리아풍 침대와 패브릭 소파 등이 놓여 있다. 아들 방 역시 원목 침대와 소파, 책상 등이 갖춰져 있다. 주방 찬장에는 덴마크의 유명 식기 브랜드인 ‘로얄 코펜하겐’ 접시들이 우아함을 뽐내고 있다. A씨는 “아들과 영국에서 지낼 때 사 모았던 가구들을 이삿짐으로 갖고 들어온 게 많지만 요즘도 취미 삼아 틈틈이 수입가구 전문점에서 사들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스탠드를 더 사오면 집을 나가겠다’고 협박했지만 아직 집에 잘 들어오는 걸 보니 본인도 인테리어에 만족하는 눈치”라며 웃었다. 수도권에서 운수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2년 전 서울 한남동의 한 고급아파트 단지로 이사 왔다. 옛 단국대 부지에 자리한 이 아파트는 2009년 한국의 ‘베벌리힐스’를 표방하며 분양을 시작했다. 이 단지의 생명은 보안이다. 단지 입구에서부터 경비요원이 낯선 이를 막아섰다. 11만㎡ 규모의 단지 안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는 것은 물론 청색 유니폼을 입은 경비요원과 관리소 직원들이 수시로 단지 길가를 오가고 있었다. 거래가가 30억원이 넘는 B씨의 284㎡(86평)형 아파트에 들어서자 70㎡가 넘는 거실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왔다. 바닥과 대부분의 벽이 크림색 대리석으로 돼 있었다. 드레싱룸을 지나 욕실에 들어서자 변기 뚜껑이 자동으로 열린다. 센서로 사람이 들어서는 걸 인식한다. 욕실 크기만 10㎡ 가까이 된다. 웬만한 호텔 스위트룸 화장실보다 넓다. 욕조 앞에는 미니 TV도 설치돼 있다. 안방 베란다로 나가니 한남동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파트를 나와 커뮤니티센터(입주민센터)로 향했다. 단지 안은 거대한 ‘야외 갤러리’다. 생태연못, 소나무 가로수길, 생태수로 등이 있었고 곳곳에 해외 유명 작가들의 조형 작품들이 보였다. 센터 앞에는 난꽃 모양을 한 영국 작가 마크 퀸의 ‘욕망의 고고학’이 자리하고 있다. 마티외 메르시에, 베르나르 베네 등 다른 저명한 작가들의 작품들도 눈에 띈다. 센터에 들어서자 온갖 꽃들을 모아 그린 마크 퀸의 대형 유화 작품과 크리스마스 트리, 샹들리에 등으로 장식된 로비가 눈에 들어왔다. 영어로 재잘대는 아이들과 젊은 어머니들이 수영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로비 안내원에게 라커룸 키를 받아 실내수영장으로 들어섰다. 네댓 명의 아이들이 강화 유리 천장에서 내려온 햇살을 받으며 4개 레인에서 물살을 가르고 있었고 안락의자에 앉은 엄마들의 웃음소리가 간간이 수영장의 허공에 울려 퍼졌다. 2층에는 구사마 야요이의 조형 작품 ‘호박’을 중심으로 카페가 마련돼 있었다. 커피와 음료수 등이 3000원 남짓으로 저렴한 편이다. 센터를 이용할 때는 현금이나 카드를 쓰지 않는다. 입주자 카드로 먼저 결제하고 관리비 등으로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사우나와 스크린골프장 등 다른 시설들도 5성급 호텔 수준이다. B씨는 “단지 가구 수가 600가구 정도지만 여기 주민센터는 2000가구 규모의 강남 아파트보다 훨씬 넓다”면서 “이곳 가격이 3.3㎡당 4000만원이 넘는 데다 관리비만 매달 200만원 가까이 나오지만 시설이나 입지 조건, 입주민들의 수준 등을 감안하면 서울 시내에서 여기만 한 곳이 없다”고 했다. 중형 전문병원 원장의 부인인 C(52)씨는 부자의 군집화(群集化)를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다. C씨 남편의 병원은 경기 성남시에 있지만 집은 서울 압구정동이다. 가장 큰 요인은 ‘동네 분위기’였다. C씨는 “병원 인근의 분당 지역은 삭막한 주상복합으로 가득 차 있어 사람 사는 곳 같지 않았다”면서 “압구정동은 친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데다 동네 분위기도 아늑해서 좋다”고 했다. 부촌은 공기도 다르다. 청담동 빌라에 거주하는 변호사 D(47)씨는 “거리를 청소하는 집진 차량이 하루에도 두세 번씩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집 먼지가 덜하고 공기도 좋다”면서 “강남 쪽이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 수명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가로등도 다른 지역에 비해 많아 밤에 상대적으로 덜 어둡다고 한다. 부자들은 집을 재테크 수단으로 삼지 않아도 되니 살기 좋은 곳에 오래 눌러앉는 경우가 많다. 복지재단 이사장 E(73)씨는 1980년대 초반 이후 인생의 절반을 ‘방배동 주민’으로 살아왔다. 그동안 세 번의 이사를 했지만 모두 방배동 안에서만 맴돌았다. 인근 호텔 레스토랑 회원권도 가지고 있어 약속도 가능하면 주변에서 잡는다. 아파트 대신 단독주택만 고집했다. 지금 사는 집도 대지 400㎡, 건평 150㎡의 2층 단독주택으로 시가 40억원 정도다. 1년에 2~3번은 가족끼리 가든파티도 연다. E씨는 “방배동은 강남치고는 조용한 편이어서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라며 “밤에 서너 번씩 순찰차가 다니는 데다 보안업체 서비스도 이용하고 있어 불안감을 느낀 적은 거의 없다”고 했다. 지방대 교수인 F(55)씨도 올해로 21년째 목동 주민이다. 유산 등으로 순자산만 50억원이 넘지만 지금 사는 단지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다. 주중에는 학교가 있는 지방 도시에 머물지만 주말 생활만 목동에서 해도 만족스럽다. 아이들이 외국에서 몇년 생활하다가 이곳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적응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주변에 외국 생활을 한 학생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F씨는 “주변에 목동에 사는 아이들끼리 연애나 결혼을 하는 사례가 많은 걸 보면 과거 ‘여의도 키드’처럼 ‘목동 키드’라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역 커뮤니티도 활발한 편이다. 자녀 학교나 학원 등을 매개로 한 모임도 만들어진다. D씨는 “타워팰리스 문화에 끼기 위해 타워팰리스나 아이파크에 월세로 사는 사람들도 주변에 꽤 있다”면서 “특히 사업 하는 사람들은 이웃 인맥을 통해 비즈니스를 한다”고 했다. A씨는 “청담동 주민들은 부모가 고위 관료나 전문직, 기업인인 경우가 대다수여서 어릴 때부터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경우가 많다”면서 “안정적으로 살아왔으니 비슷하게 자란 사람들 사이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상위 1%는 집 내부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중소기업 사장 G(65)씨는 20여년 전 압구정동 아파트 꼭대기층 중형 평수 2채를 산 뒤 벽을 터 합치는 식으로 리모델링을 했다. 거실 천장을 강화 유리로 만들어 햇빛이 그대로 실내로 들어올 수 있게 했고 작은 연못까지 만들었다. G씨는 “아이들이 최근 모두 결혼해서 이젠 큰 집이 필요 없지만 집안 구석구석 손때가 묻어 쉽게 팔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외국계 기업 한국지사장인 H(44)씨는 4년 전 싱가포르에서 귀국하면서 동부이촌동의 아파트 180㎡형을 15억원 정도에 샀다. 그리고 시스템 에어컨, 대리석 자재 등 시설 확충과 구조 변경에 2억원 넘게 썼다. H씨는 “외국에 살 때처럼 모던한 분위기로 바꿨다”고 했다. 한 은행 PB는 “유명 건축가에게 의뢰해 집을 아예 갤러리로 짓거나 한옥을 사들여 인테리어에만 수억원을 쓰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두걸 유대근 송수연 기자 douzirl@seoul.co.kr
  • 상위 1%의 출산·육아…‘출산은 과시다’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富’]

    상위 1%의 출산·육아…‘출산은 과시다’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富’]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주부 김모(37)씨의 아들 둘(7, 5세)과 딸(4세) 등 세 자녀는 모두 이중국적자다. 큰아들은 사이판, 둘째아들과 막내딸이 괌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2008년 큰아이를 임신한 지 8개월 됐을 때 사이판에 외조카를 유학 보냈던 이모가 ‘일종의 보험’이라며 원정 출산을 권유했다. 비용은 사업가로 개인 순자산 200억원대의 재력가인 김씨의 아버지가 전액 지불하기로 했다. 김씨의 결심이 서자 진행은 일사천리였다. 브로커가 출국 수속에서부터 한국인만을 위한 현지 산부인과를 예약하는 데까지 2주가 채 걸리지 않았다. 사이판으로 날아간 김씨는 두 달 동안 친정어머니와 병원 근처에 단기 임대한 콘도에 머물면서 아이를 낳았고 미국 시민권을 얻은 직후 귀국했다. 병원비 2000만원을 비롯해 항공료와 콘도 임대료 등 총 3000여만원이 들었다. 미국 국적 취득이 생각보다 쉽다는 것을 깨달은 김씨는 둘째와 셋째를 가졌을 때도 욕심이 났다. 사이판에서 이용했던 산부인과 시설이 맘에 들지 않아 이번에는 괌을 택했다. 산후조리를 도와줄 사람도 월 200만원의 급여를 주고 아예 한국에서 데리고 갔다. 결국 총 1억여원을 들여 세 자녀 모두에게 미국 시민권을 ‘선물’한 셈이다. 김씨는 “우리나라 교육 환경이 워낙 경쟁적이지 않으냐”면서 “애들이 공부하다가 너무 힘들어하면 미국에서 공부시킬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아이를 낳은 30대 주부 박모(서초구 반포동)씨는 산부인과 병원부터 산후조리원까지 최고급 코스를 택했다. 박씨가 아이를 낳은 강남구 역삼동의 D병원은 전체 벽면 마감재가 전자파 차단 기능이 있는 이탈리아 수입 암반석으로 지어졌다. 박씨가 이용한 가족분만실은 1박에 150만원. 분만을 위해 이동할 필요 없이 누워 있는 침대가 분만대로 변형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출산이 가능하다. TV가 있는 거실, 테라스는 물론 1대1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1인 신생아실도 딸려 있다. 박씨가 D병원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이 병원에 딸린 산후조리원이 출산 후 산모의 몸매를 좌우한다는 산후 마사지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톱 여배우들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이 산후조리원의 마사지사는 최소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졌고 마사지 용품은 산모의 튼 살에 효과적이라는 이탈리아 브랜드를 사용한다. 2주 기준 방의 크기와 시설 등에 따라 최저 600만원에서 최고 1200만원까지 5개 등급으로 돼 있고 산전 마사지 2회와 산후 마사지 8회가 기본 패키지다. 호텔 룸서비스와 마찬가지로 하루 한 번 청소를 해줄 뿐 아니라 모든 방은 화장실과 함께 1인 좌욕기를 갖추고 있다. 제철 음식 위주의 식사가 산모의 방으로 직접 서빙된다. 오후 3시와 8시에는 소화가 잘된다는 효소 빵 등이 간식으로 나오고 모유 수유에 좋다는 프랑스산 생수도 매일 3병씩 제공된다. 병원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소아과 의사가 매일 신생아의 건강을 점검하고 국제모유수유 자격증을 보유한 정규 간호사 20여명이 3교대로 신생아를 돌본다. 박씨는 병원 출산 비용에 300만원, 3주간 산후조리원 이용에 1200만원 등 총 1500만원을 지불했다. 산후조리원을 ‘졸업’한 박씨는 한국인 베이비시터(육아 도우미)를 월 250만원에 고용했다. 석사 이상 학력과 보육교사 1급 자격 등을 갖춘 베이비시터는 가격이 배 이상 뛴다는 얘기도 들린다. 자녀 숫자대로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 넷을 키우는 강남의 A병원 원장은 네 명의 베이비시터를 쓰고 있다. 베이비시터 알선 업체인 시터코리아 관계자는 “신생아는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아이당 한 명씩 시터를 원하기도 한다”고 했다. 상위 1% 부유층 중에는 ‘사교육 대리모’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 자녀를 명문대에 입학시킨 학부모에게 아예 아이의 양육을 통째로 맡기는 것이다. 돌이 지난 이후 어느 정도 걷고 말하기 시작할 때부터 유치원에 다니기 전까지의 유아가 대상이다. 사교육 대리모가 아침 8~9시부터 저녁 5~6시까지 아이의 집을 방문하거나 자신의 집으로 아이를 데려가 책을 읽어 주고 공원에 데리고 나가 식물 관찰 등 체험학습을 시킨다. 특히 1주일에 3번 영어 원어민 교사를 불러 아이에게 영어 동화책을 읽어 주거나 체육 선생님을 고용해 놀이 시간을 갖게 하는 등 체계적으로 프로그램을 짜서 조기 교육을 책임진다. 엄마처럼 아이를 먹이고 씻기는 것은 물론이다. 대치동의 한 입시컨설팅 전문가는 “자녀를 하버드대에 보낸 학부모한테 아이를 위탁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연봉 1억원이 넘는 대리모도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베이비시터의 조건으로 아이 교육을 위해 영어 구사 능력을 요구하는 경우는 줄었다고 한다. 영어유치원에 보내면 되기 때문이다. 요즘 뜨고 있는 서울의 E영어유치원은 영국식 교육을 표방한다. 교사 16명 전원이 영국인으로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수업료는 아이 연령에 따라 월 120만~160만원 선이다. 수업은 100% 영어로 진행된다. E영어유치원 관계자는 “영어를 위한 교과서가 따로 없고 아이들이 다른 수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우고 있다”며 “한국에서 영국 학교를 다닌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학부모들이 과거에는 읽기, 쓰기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요즘에는 듣기와 말하기 등 회화 쪽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크다”고 했다. 6살 아들과 5살 딸을 모두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있다는 최모(41·서울 송파구)씨는 유치원비로 월 300만원이 넘는 돈을 쓰고 있지만 만족한다. 최씨는 “변호사인 남편이 어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주변에는 영어유치원을 보내면서 별도로 중국어까지 가르치는 학부모도 꽤 있다”고 했다. ‘사교육 1번지’인 강남구 대치동 엄마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은 유아 때부터 남다르다. 5세 딸을 둔 대치동 주부 윤모(47)씨는 “영어를 제대로 가르쳐 보겠다는 엄마들은 보통 5세 때부터 3년 정도 영어 유치원을 보낸다”고 했다. 강남 유명 영어유치원의 수업료는 월 170만~180만원 수준으로 영어로 일기 쓰기, 일주일에 영어 동화책 한 권씩 읽고 테스트하기 등의 교육이 이뤄진다. 이들 영어유치원에 따르면 7살 아이들 중에서는 졸업 3개월을 남기고 12월쯤 자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치동 빅3’로 꼽히는 ‘명문 영어학원’에서 모집하는 예비 초등학생반에 들어가기 위해 1대1 과외 등으로 입학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7살 때부터 ‘작은 입시’가 시작되는 셈이다. 윤씨는 “7살 아이들이 치르는 빅3 영어학원 입학 시험 수준은 미국 현지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 수준”이라며 “대치동에서 영어 좀 한다는 7살 배기들은 동갑내기 원어민보다 오히려 2~3년은 앞서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상위 1% 부유층은 자녀가 유아기 때부터 문화적 소양을 익히도록 하는 데도 관심이 높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A유치원 관계자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같은 곡을 듣고 자기 감정을 표현해 보도록 하는 그림 그리기 수업 등을 하고 있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서양화가인 앙리 마티스 등의 그림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일반 아이와 비교해 문화적 감수성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양화가로 활동 중인 선생님이 그림 그리기도 지도한다. 한 달 수업료는 90만원 선이고, 발레를 전공한 선생님으로부터 1주일에 두 번씩 특강 수업을 받으면 15만원 정도를 추가로 낸다. 앞서 소개한 E영어유치원도 총 2000㎡ 5층 규모의 건물에 일반 교실뿐만 아니라 뮤지컬과 연극을 할 수 있는 소극장, 발레 스튜디오, 연주실 등을 갖추고 있다. 재력이 있는 조부모가 손자·손녀의 육아를 위해 돈을 쏟아붓는 경우도 꽤 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사는 200억원대 재산가 김모(50대·여)씨는 손자, 손녀 4명의 돌잔치를 모두 자신의 집 앞마당에서 가든 파티로 치렀다. 2년 전 넷째 손자 때는 인근 호텔에서 1인당 5만원짜리 출장 뷔페로 150인분을 주문했고, 테이블 세팅과 데코레이션 등에 100만원을 지불했다. 유명 팝페라 가수와 마술사 등을 초청하는 데 500만원 등을 비롯해 총 1500만원 정도를 썼다. ‘로열 베이비’들은 입는 것도 남다르다. 유럽 왕가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프랑스 브랜드 ‘봉쁘앙’의 무스탕(3세용부터)은 200만원대에 달하고 코트는 60만~80만원선이다. 봉쁘앙 관계자는 “아이 건강을 중요시하는 엄마들을 위한 100% 유기농 재료 옷도 나와 있다”고 했다. 크루즈 선상에서 입는 유아용 컬렉션도 있다. 겨울에 아이를 따뜻한 호주 등으로 연수를 보내는 부유층을 겨냥한 것이다. 이 회사는 고급 젖병과 아동용 금팔찌도 판다. 아이들 장난감도 ‘장난’이 아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베케라’의 전동차 중에는 200만원을 훌쩍 넘는 최고급 세발자전거도 있다. 프랑스제 ‘물랑로티’의 키 52㎝짜리 패브릭 소재 코끼리 인형은 74만 6000원이다. 노르웨이 브랜드 ‘스토케’와 미국의 ‘오르빗’에서 만드는 유모차는 100만~200만원대다. 송수연 이두걸 유대근 기자 songsy@seoul.co.kr
  • 난 어떻게 클까 [서울신문 특별기획-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난 어떻게 클까 [서울신문 특별기획-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이 아기는 어떤 수저를 물고 태어났을까요. 서울신문 사진부 도준석 기자가 촬영한 갓난아기의 얼굴입니다. 서울신문은 특별기획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제2회로 상위 1% 부유층(개인 순자산 40억원 이상 & 연소득 1억 5000만원 이상)과 하위 9.1% 절대빈곤층(4인 가구 기준 월소득 166만 8329원 미만)의 출산·육아 편을 오늘 보도합니다. 지난 6일 보도한 제1회 교육 편의 사회적 파장에 따른 후속 인터뷰도 함께 싣습니다. 김상연 특별기획팀장 carlos@seoul.co.kr
  • [국제유가 급락] 저유가·그렉시트 우려·국내기업 실적 우울 ‘3중고’… “코스피 1800선도 불안”

    [국제유가 급락] 저유가·그렉시트 우려·국내기업 실적 우울 ‘3중고’… “코스피 1800선도 불안”

    코스피가 6일 종가 기준으로 16개월여 만에 최저(1882.45)로 내려간 데는 대내외 요인이 섞여 있다. 그리스의 정정불안, 국제 유가 급락에 따른 석유 수출국의 금융시장 불안에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날 주가 하락은 외국인이 이끌었다. 지난 2일과 5일 미약하게나마 매수세를 보였던 외국인들은 이날 팔자세로 돌아섰다. 외국인들이 국제유가 급락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면서 위험자산인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그리스 등 남유럽의 재정위기마저 불거졌다. 오는 25일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큰 급진좌파연합은 대외채권단의 긴축 프로그램에 반대하며 집권 시 채무의 50%를 탕감받는 재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협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탈퇴도 불사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오는 23일 열릴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가 열릴 때까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계속 불거질 전망이다. 국내 기업의 실적도 우울하다. 작년 4분기 국내 기업 순이익에 대한 시장 예상치는 전분기보다 10% 증가한 20조 5000억원이다. 그러나 큰 폭의 하향 조정이 예상된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업종의 순이익 전망치는 1개월 전보다 40% 하향 조정됐다. 삼중고에 시달리는 코스피는 당분간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한 채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가 1855라는 점에서 추가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1월 효과’(1월이면 각국의 주가가 오르는 현상)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반면 코스피가 1800도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재홍 신영증권 자산전략팀장은 “한국 증시의 매력이 낮아졌다”며 “1분기 코스피는 조정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이며 하단은 1790포인트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전자산 선호로 엔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한때 달러당 120엔을 넘었던 엔·달러 환율은 119엔대에 머물러 있다. 원화도 동반 강세를 보이면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20원대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富’] (1) 상위 1%의 자녀 교육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富’] (1) 상위 1%의 자녀 교육

    서울 도곡동에 사는 A(50)씨는 1년 전 이맘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장남이 명문 K대 이과계열에 입학한 덕분이다. 자수성가한 중소기업 오너로 개인 순자산만 200억원대에 달하는 그는 아들을 명문 사립초등학교에 보냈지만 성적이 문제였다. 특목고 입시에 실패한 데 이어 일반고에서도 1학년 말까지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잘해야 서울시내 대학 ‘턱걸이’ 수준이었다. ‘비상 대책’이 시급했다. A씨의 부인은 현직 유명 입시학원 강사들로 구성된 ‘드림팀’ 과외진을 아들에게 붙였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4과목이었다. 과목당 1주일에 4시간씩 100만원, 한 달에 총 1600만원이었다. 전체적인 공부 계획을 짜 주는 일명 ‘코디네이터 강사’도 월 100만원씩 주고 따로 붙였다. 한 달 과외비만 1700만원에 달한 것이다. 이마저도 돈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강남 아줌마 인맥’에서 비롯된 정보력 덕분에 구할 수 있었다. A씨는 아들이 고3이 되자 일부 강사들을 학원장급으로 끌어올렸다. 부인이 직접 학원을 찾아가 책상 위에 슬그머니 전화번호를 남겨 연락을 주고받는 ‘007 작전’을 동원했다. 한 달 과외비는 4000만원에 육박했다. 수능 직후에는 대치동 유명 학원에서 운영하는 2주 속성 논술 준비반에 보냈다. 여기에도 500만원을 따로 썼다. 그해에만 과외비로 총 5억원을 넘게 썼다. A씨는 “아들이 고2 때는 매달 중형차, 고3 때는 매달 외제차 한 대 값을 과외비로 썼고, 대학 입학 땐 실제로 독일제 스포츠카를 선물로 뽑아 줬다”면서 “솔직히 돈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교육특구’인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의 한 입시 컨설팅 전문가는 “상위 1% 부유층의 자녀 교육 목표는 ‘사립초→국제중→특목고→명문대’로 이어지는 ‘KTX’ 라인을 타는 것”이라면서 “이들은 ‘돈에 구애받지 말고 계획을 짜 달라’고 요구한다”고 귀띔했다. 경기 북부의 한 중형병원 원장 부인 B(52)씨 역시 ‘자본의 힘’을 동원해 자녀 교육에 성공한 사례다. B씨는 수학 성적이 거의 바닥이었던 딸에게 명문 S대 수학과 박사과정 학생을 과외 선생으로 붙였다. ‘수학의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던 선생이었다. 매달 200만원의 과외비와 별도로 과외 시작 전에 격려금 조로 1000만원을 따로 챙겨 줬다. 성적이 2등급 오르면 5000만원을 인센티브로 준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B씨는 “수학 성적이 기대했던 것만큼 오르면서 딸아이가 지방대가 아닌 서울 시내 중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면서 “대학을 졸업하면 명문 외국 대학원에 진학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또 다른 대치동 학원가 관계자는 “고액 과외로 성적이 상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오르는 건 어렵지만 하위권에서 중위권으로, 중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상승하는 건 가능하다”고 했다. 상위 1%가 시키는 고액 과외는 보안 유지가 생명이다. 시간당 1만 4280원(서울 강남구 기준)이 넘는 과외는 불법인 데다 능력 있는 과외 선생을 소수가 독점하려는 욕심에서다. 이 때문에 고액 과외 강사진은 점조직 식으로 친분 있는 학부모를 통해서만 학생을 받는다. 이런 강사들은 학원에도 나가지 않고 은밀하게 상류층 비밀 과외만을 업으로 삼는 ‘선수’라는 게 정설이다. 바꿔 말하면 아줌마들 사이의 ‘네트워크’ 없이는 아무리 돈이 있어도 선수들을 만날 수 없다는 얘기다. 몇 년 전 ‘옥수동 선생님’이라 불리던 전직 수학교사 출신 유명 강사에게 과외를 맡겼던 중소기업 사장 부인 C(52)씨는 “함께 과외받는 학생 중에는 유명 정치인과 기업인의 자제도 있었다”면서 “과외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 입조심은 기본”이라고 했다. 상위 1% 학부모들이 선택하는 특급 강사는 잘 가르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정보력 역시 핵심 자격 요건이다. 특히 고3 학생들을 맡는 ‘족집게 강사’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한 대치동 입시학원 원장은 “특급 강사들은 평소 다져 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서울대 어떤 학과의 교수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정보를 얻으면 수능 출제 위원으로 들어갔다고 보고, 해당 교수의 전공이나 관심사 등을 토대로 족집게 강의를 한다”고 했다. 요즘에는 명문대 진학을 위해서는 자기소개서도 논술 못지않게 중요하다. 전문 강사가 단 한 번 봐주는 데 최소 50만원은 준다고 한다. 한 논술 강사는 “전문가를 붙여 고1 때부터 자기소개서 코치를 받게 하는 부모도 많다”면서 “모범 자기소개서에 맞춰 경제단체 인턴 등을 하는 식으로 ‘스펙’을 쌓는 상류층 자식들을 일반 학생들이 뛰어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자녀의 성적이 기대만큼 안 오르는 경우 예체능 전공을 대안으로 노리는 것도 상위 1%들의 특징이다. 일단 전공을 예체능으로 돌려 명문대의 ‘간판’을 확보하는 식이다. 실제로 명문대 입학은 예능 쪽이 유리하다. 입시업계 분석에 따르면, 2015학년 서울대 수시 합격자를 가장 많이 낸 학교는 서울예고(92명)다. 경기과학고(59명), 서울과학고(54명), 대원외고(48명) 등을 멀찍이 따돌렸다. 한 입시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돈만 있으면 없는 끼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이쪽 업계의 정설”이라면서 “하다가 정 안 되면 하프와 같은 희소 악기를 사서 대학에 입학하는 방법도 동원된다”고 했다. 일부 부유층이 실기시험 심사위원들을 돈으로 매수한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음악이나 미술 등 예능 학과는 입시 비리를 막기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 등의 보완 장치가 어느 정도 생긴 반면 골프, 승마 등 체육은 상대적으로 그런 장치가 더 허술하다고 한다. 갖은 수를 다 써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경우 외국 유학도 대안이 된다. 한 해외유학 업체 관계자는 “부유층은 자식이 공부를 못하면 일단 미국 등에 조기 유학을 보낸 뒤 외국에서도 탈선을 하면 다시 국내로 데려온다”면서 “돈은 있을 만큼 있으니 시행착오를 겪어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는 식”이라고 했다. 서울 압구정동에 사는 대학교수 D(52)씨의 차남은 경기 성남시 분당의 외국인학교를 거쳐 지난해 미국 동부의 한 중위권 사립대에 입학했다. 학비 5만 달러를 포함해 집세와 용돈, 방학 때마다 한국을 오가는 항공료 등 비용까지 합치면 아들은 한 해 최소 1억 5000만원을 쓴다. D씨는 “아들이 한국에 있었다면 과외로 돈은 돈대로 쓰고 변변찮은 대학에 진학했을 것”이라면서 “아들의 유치원 동창 대부분도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명문대 입학을 위해서라면 점집 출입도 불사한다. 입시 상담만 전문적으로 하는 점집들이 강남에 10여곳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 아파트 가정집에 점집처럼 보이지 않는 점집을 차려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주팔자와 입시정보 등을 조합해 중학생 학부모가 가면 고교를, 고교 학부모에게는 대학을 찍어 주는 식이다. 복채는 1인당 1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B씨는 “서쪽에 기운이 보이니 신촌의 대학을 가라는 식”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상위 1%의 본격적인 자녀 교육 투자 시작 시점이 갈수록 앞당겨지는 추세다. 서울 평창동에 사는 중견기업 사장 E(59)씨는 각각 초교 3학년과 1학년인 두 손녀를 인근 사립초등학교에 보낸다. 1명당 학비와 교통비, 교내 활동비 등을 합쳐 월 200만원이다. 여기에 각종 과외는 집으로 강사를 불러 시킨다. 과목당 50만원에 영어와 산수, 미술, 피아노, 야외놀이 선생까지 고용했다. 손주들 교육비에만 매달 1000만원가량 쓰는 셈이다. 서울 대치동에 사는 변호사 부인 F(47)씨는 대표적인 ‘대치동맘’이다. 초교 5학년 아들의 사교육비로만 한 달에 200만원 넘게 쓴다. 수학과 영어학원은 기본이고 논술과 수학 과외를 따로 받는다. 축구와 음악 학원도 빼놓을 수 없다. F씨의 ‘계획’은 수학으로 승부를 내 아들을 과학고에 입학시키는 것이다. 각종 경시대회나 수학 올림피아드 수상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초교 4학년까지는 6학년까지의 과정을, 5학년 때는 중학교 과정을, 6학년 때는 고교 과정을 끝내는 게 목표다. F씨는 “이 동네에서 수학을 제대로 가르치는 부모들은 수학 한 과목에 학과목과 사고력, 연산, 개념풀이 등 서너 개 과외나 학원을 함께 붙인다”면서 “여기에 예체능 진학에 대비해 미술과 음악, 승마, 골프 등도 반드시 함께 시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초교 때부터 자녀들의 인맥을 관리하는 것도 상위 1% 학부모들의 특징이다. 유명 사립초교의 입학 경쟁률이 5대1을 훌쩍 넘는 것은 학습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초교 때 만난 친구들은 평생 밀어주고 끌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중소 제조업체 사장을 아버지로 둔 G(28)씨는 서울의 명문 사립초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조기 유학을 떠났다가 몇 년 전 귀국했는데, 초등학교 동창 20여명과의 인연은 계속되고 있다. 동창들은 모두 국회의원이나 의사, 변호사, 사업가 등 ‘쟁쟁한’ 집안 출신이다. G씨는 “가까운 친구가 얼마 전 사업을 시작했는데 나를 포함한 주변 동창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두걸 유대근 송수연 기자 douzirl@seoul.co.kr
  • [단독] [서울신문 특별기획-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기자, 거지 되다

    [단독] [서울신문 특별기획-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기자, 거지 되다

    서울신문 특별기획팀 유대근 기자가 기온이 영하 9도까지 떨어진 지난달 16일 저녁 서울역 건너편 노상에서 거지 행색으로 주저앉아 구걸을 체험하는 모습을 사진부 도준석 기자가 촬영했습니다. 서울신문은 오늘부터 두 달 동안 2015년 현재 대한민국의 빈부 격차 실상을 독자 여러분께 소개함으로써 그 해법을 함께 고민하는 취지의 시리즈 기획기사를 취재, 보도합니다. 상위 1% 부유층(금융자산 최소 10억원을 포함한 개인 순자산 40억원 이상 & 연소득 1억 5000만원 이상)과 하위 9.1% 절대빈곤층(4인 가구 기준 월소득 166만 8329원 미만)의 생활상을 분야별로 비교하는 이번 시리즈는 특별기획팀 일선 기자들이 직접 밑바닥 빈곤층과 최상류층 생활의 일단을 잠시나마 체험하는 것으로 문을 엽니다. 김상연 특별기획팀장 carlos@seoul.co.kr
  • 가구당 순자산 3억 3000만원

    우리나라 가구당 순자산(자산-부채)은 약 3억 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의 부(富)가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기업의 증가속도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은 29일 이런 내용의 우리나라 국부(國富) 추계(1970∼2012년)를 발표했다. 2012년 말 현재 국부(국민 순자산)는 1경 669조 3000억원이다. 국내총생산(GDP)의 7.7배다. 이 가운데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순자산은 6101조원이다. 가구당 3억 2823만원인 셈이다. 이를 구매력평가환율(PPP·1달러당 860.25원)로 환산하면 38만 2000달러다. 미국 가구(63만 달러)의 60.6%, 일본 가구(46만 9000달러)의 81.4% 수준이다. 시장 환율(달러당 1126.76원)로 계산하면 29만 1000달러로 미국의 46.2%, 일본(61만 4000달러)의 47.4% 수준이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錢의 삼국지’ 시작됐다] “자본유출 없다… 2004 데자뷔” vs “조만간 엑소더스 현실화”

    [‘錢의 삼국지’ 시작됐다] “자본유출 없다… 2004 데자뷔” vs “조만간 엑소더스 현실화”

    ■ 이래서 돈 안 빠진다 한국 경제 기초체력 ‘튼튼’… 경상수지 3년여 흑자·단기 외채 미국이 내년에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주요 신흥국의 경제적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단계적으로 금리를 올린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자본 유출과 이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주식 시장의 침체 등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외국인들이 수시로 돈을 넣고 빼는 데 편리한 ‘현금입출금기(ATM) 코리아’임에도 건전한 경제 기초체력에 힘입어 심각한 자본 유출에 직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이 보는 이유는 이렇다. 우선 양호한 기초 체력이다. 37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액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막는 방어벽으로 작용한다. 또 2년 7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는 설령 자본 유출이 이뤄진다 해도 일정 수준의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국은행은 올해 840억 달러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기록(799억 달러)을 깰 것이라는 전망이다. 1986년 6월부터 3년 2개월 동안의 최장 흑자 기록을 깰 가능성도 있다. 다음으로 외국에 갚아야 할 빚의 질이 나쁘지 않다. 총 대외채무에서 차지하는 단기외채 비중은 지난 6월 말 기준 29.8%로 낮은 편이다. 내부와 달리 밖에서 보는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평균 이상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연초와 달리 0.4% 포인트 하락한 3.7%로 예측되고 있으며 내년에도 이 수준의 성장률이 전망된다. 주가도 한국 기업의 가치에 비해 싸다고 느낄 정도로 내려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5일 “주가가 순자산 가치의 1배를 밑도는 현재의 코스피는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수준”이라면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 정점은 이미 넘은 것 같다”고 밝혔다. 자본 유출이 없었던 사례도 있다. 바로 ‘2004년의 추억’이다. 2004년은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이 엇갈리는 시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닷컴 버블’과 ‘엔론 사태’ 이후 가파르게 내린 금리를 2004년 6월부터 단계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카드 사태’로 기준금리를 되레 두 차례나 내렸다. 그럼에도 2004년 말 코스피는 전년 말 대비 11%가량 올랐고 외국인들은 2004년 10조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내년에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일시적으로 좁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한국은 104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와 경기 침체로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통화정책 방향을 바꿀 때마다 세계 경제에 불안감을 던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금리 인상을 경기 개선으로 보는 시선이 확산되면 글로벌 증시가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과 가장 밀접한 관계는 대외 금리 격차보다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자본 유출을 줄이는 또 다른 배경에는 우리나라가 신흥국 가운데 매력적인 투자처인 점도 한몫한다. 예컨대 외국인들이 ‘신흥국 카테고리’에 속한 한국을 외면하면 다른 신흥국에 그만큼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의 개방 정도나 경제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가 상대적인 비교 우위에 있다. 혹시라도 금리 수익 때문에 미국계 자금이 빠진다고 해도 돈 풀기에 나선 일본과 유럽계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이 순매도로 전환됐던 지난 9월 주식시장에 일본계 자금이 1조원가량 순유입됐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공적자금펀드(GPIF)는 지난주 해외주식 투자 비중을 12%에서 25%로 늘리기로 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GPIF의 한국주식 투자 규모가 5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면서 “내년 3월까지 한국주식에 대한 일본계 자금의 매입 강도가 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이래서 돈 빠진다 한·미 내외금리차 1.75%P로 줄어… 한은 “금리인하로 자본유출 확대 우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5일 “금리 인하가 자본 유출을 늘리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0%로 0.25% 포인트 내린 직후 내놓은 발언이었다.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미국의 돈풀기 종료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내외금리 차가 줄어들고 있어 자본 유출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오르면 환차손을 걱정한 외국 자금들이 한국을 떠날 수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올 들어 두 차례(총 0.5% 포인트)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미국과의 금리 차가 1.75% 포인트로 줄어들었다. 내년 이후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격차는 더 줄어들게 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2004년 사례’를 들며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자본 유출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 상황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2004년에는 원화가 강세였다는 사실이다. 원·달러 환율은 2004년 12월 평균 1035.10원(종가 기준)까지 내려갔다. 반면 최근에는 달러화가 강세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7개월 만에 1080원 선을 상향 돌파했다. 이 여파로 외환보유액마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10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637억 2000만 달러로 한 달 전보다 6억 8000만 달러 줄었다. 지난 8월부터 계속 하락세다. 유로화·엔화 등의 달러화 환산액이 줄어든 탓이 크긴 하지만 외환보유액이 석 달 연속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오석태 한국S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004년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환율이 민감하게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원화 약세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자본 유출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40조원을 넘어선 가계빚도 전주(錢主)들의 불안감을 키운다. 최근 금융시장 여건이 2004년과는 체질적으로 달라졌다는 얘기다. ‘버냉키 쇼크’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6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출구전략’(위기 때 풀린 돈을 회수하는 것)을 얘기하면서 답보 상태이던 국내 코스피지수는 1780선까지 급락했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 쇼크 때 미국계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국내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며 “미국이 당장 돈줄을 죄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외국계 자본의 신규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본 유출을 유럽계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미국(7902억원)과 아시아(6850억원) 자금은 순매수 기조를 유지한 반면 유럽계 자본은 1조 5787억원을 순매도하며 ‘팔자’로 돌아섰다. 안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양적 완화를 고려할 정도로 유럽 경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이고 이에 대한 우려로 유럽계 자본도 국내 주식이나 채권을 청산하고 있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돈풀기로 ‘엔 케리 트레이드’(일본의 낮은 금리를 활용해 엔화를 빌려 제3국에 투자하는 금융거래)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이 있다.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엔저 기조가 유지되던 2005~2006년에도 국내 증시에 일본계 자금이 매달 600억원씩 순유입된 적이 있다”며 “하지만 일본계 자금이 한국시장을 디스카운트(평가 절하)하는 경향이 있어 국내 주식이나 채권 시장에서 일본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후강퉁도 변수다. 후강퉁은 홍콩과 상하이 증시의 교차거래를 말한다. 후강퉁이 시행되면 외국인도 홍콩을 통해 상하이 A주식에 투자가 가능해진다. 당초 지난달 27일 시행 예정이었지만 홍콩시위 여파 등으로 보류된 상태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후강퉁이 시행되면 한국에서 18조원가량이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시론] 공무원 연금 문제 누구의 책임인가/김종현 한양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시론] 공무원 연금 문제 누구의 책임인가/김종현 한양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일반 개인들은 자신들의 한정된 수입에 대한 지출을 관리하고 저축 등을 통해 부(富)를 축적할 목적으로 가계부를 작성한다. 짧게는 1개월, 길게는 1년 단위로 예상되는 급여와 기타 수입 등 총수입을 토대로 주거비, 생활비, 교육비, 의료비 등의 지출을 계획함으로써 낭비요소를 최소화하고자 한다. 총수입이 예상과는 달리 적거나 혹은 총지출이 예상과는 달리 많아지면 기존의 적금통장 등을 해약해 충당할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부족하다면 은행에서 대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중앙정부도 1년 단위로 회계연도를 설정해 일반공공행정, 교육, 국방 및 사회복지정책 등을 위해 얼마만큼 재정을 지출하고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를 계획하는데, 이것이 예산이다. 그리고 국가의 예산으로 수행되는 중앙정부의 재정활동에 대한 회계를 ‘국가회계’라고 한다. 그동안 국가회계는 가계부처럼 단식부기 방식으로 다뤄져 일반 국민은 나라 살림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2011회계연도부터는 복식부기 회계제도를 기반으로 국가재무제표를 작성해 국회에 보고하고 있다. 결국 이제는 국민 누구나 국가재무제표만 꼼꼼히 살펴보면 나라 살림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국가재무제표는 기획재정부 등의 관련 웹사이트에서 손쉽게 들여다 볼 수 있다. 국가재무제표는 국가의 자산과 부채, 순자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재정상태표, 회계연도 동안의 재정운영 결과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재정운영표, 그리고 회계연도 동안의 순자산 변동을 설명하는 순자산변동표로 구성된다. 그 외에도 주석, 필수보충정보 및 부속명세서를 포함한다. 재무제표를 통한 나라 살림살이의 이해 사례로, 2013년 말 국가재무제표를 살펴보자. 중앙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자산은 1666조 3500억원이며, 중앙정부가 부담하고 있는 부채는 1117조 9199억원이다. 주목할 점은 부채 규모가 2012년 말 대비 215조 7964억원이나 늘었으며 증가액의 상당 부분은 장기충당부채, 특히 연금충당부채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물론 군인·공무원연금 충당부채의 계산방식이 바뀐 탓에 더 크게 증가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2012년 말 기준 장기충당부채는 472조 1378억원으로 이미 부채총액의 52.3% 수준을 넘어섰으며, 앞으로도 부채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국가가 예산상의 세입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나 차입금과는 달리 충당부채는 지급시기와 지급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회계상 추정부채를 의미한다. 그러나 과거사건이나 거래의 결과에 의해 회계기간 말 현재 부담하고 있는 의무라는 점에서 미래에 지출을 발생시키게 된다. 결과적으로 중앙정부가 벌어들인 총수입에서 정책 수행을 위한 총지출을 차감한 수치인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의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가 2013회계연도를 포함한 최근 5년간 연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충당부채는 중앙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지속적으로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맥락에서 오래전부터 사회적 이슈였던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가 최근 더 크게 부각되고 있음은 당연한 결과다. 지금의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 문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재정 지속성을 낙관적으로 예측한 정부와 나라 살림을 꼼꼼히 살피고 감시하지 못한 국민 모두의 책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보수적 관점에서 향후 국가 재정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또 다른 잠재적 부채요소는 없는지 투명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 국민들이 국가재무제표를 쉽게 살필 수 있도록 이해 가능성을 높여줄 의무가 있다. 국민 입장에서도 세금이 낭비 없이 꼭 필요한 곳에 쓰이고 있는지, 효율적·생산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 등 나라살림에 대한 감시가 절실하다. 국가재정의 큰 축은 국민이 납부하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일본 최고 부자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일본 최고 부자에

    소프트뱅크 회장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가 일본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 17일 블룸버그통신의 억만장자지수(BBI)에 따르면 전날 기준 손 회장의 순자산 평가액은 166억 달러(약 17조 1826억원)를 기록, 일본 자산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패스트패션기업 유니클로의 모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었다. 야나이 회장의 순자산 평가액은 162억 달러(약 16조 7686억원)였다. 이번에 손 회장의 야나이 회장을 앞지를 수 있었던 것은 지난주부터 16%나 오른 소프트뱅크의 주가 상승 때문이다. 손 회장이 앞으로도 1위 자리를 고수할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때문이다. 손 회장은 2000년 마윈 알리바바 회장을 만나 당시 신생 기업에 불과했던 알리바바에 2000만 달러(약 207억원)를 파격적으로 투자했다. 소프트뱅크는 지금도 알리바바에 대한 지분율이 34.4%에 이르는 최대주주다. 알리바바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알리바바가 몸집을 키울수록 손 회장 순자산에 대한 평가액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세계 1위는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862억 달러)가 차지했고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842억 달러), 워런 버핏(679억 달러)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뒤를 이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12억 달러(약 11조 5864억원)로 106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72억 달러(약 7조 4484억원)로 189위를 기록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손성진 칼럼] 피케티, 경제 민주화, 서민과세

    [손성진 칼럼] 피케티, 경제 민주화, 서민과세

    ‘프랑스 최고 젊은 경제학자상’을 받은 열풍의 주인공 토마 피케티가 말하는 ‘자본의 수익률(r)〉경제성장(g)’이란 공식은 쉽게 말하면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사람이 돈을 버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그렇게 새롭지도 않다. 지난 수십년간 열 배가 넘는 성장을 이뤄냈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자본의 팽창을 봐 왔기 때문이다. 1961년 21억 달러였던 우리나라 국민소득 총액은 지난해 1조 3000억 달러를 넘었으니 50년 개발정책의 결과는 600배 성장이다. 반면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땅값은 50여년 전 3.3㎡당 200∼400원에서 현재 1500만∼3000만원으로 최고 15만 배나 올랐다. 땀 흘려 번 돈으로 먹고살 만해졌지만 돈을 굴려 투기로 축적한 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r이 g보다 비정상적으로 커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14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실증적 이론이어서다. 보수진영에서는 피케티의 이론에 대해 자료의 오류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평등과 불평등이라는 이념 논쟁으로 귀결되고 있다. 좌승희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나 신중섭 강원대 교수는 “불평등이야말로 경제성장의 동력”이라고 주장한다. 엊그제 재계 주도로 열린 세미나에서도 우파 학자들은 황당한 주장이라며 피케티를 맹공했다. 불평등을 자본주의의 전제조건으로 보는 우파 시각에서는 피케티의 이론이 객관적인 분석력을 갖추었더라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성장동력이라는 긍정적 해석만을 달기에는 자본주의 한국의 불평등 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하위 10%와 비교한 상위 10%의 소득을 말하는 10분위 배수는 4.85로 세계 4위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불평등한 나라라는 의미다. 피케티는 소득 대비 자본의 비율로 불평등을 설명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국민총생산(GDP)에 대한 국민순자산 비율은 7.7배로 선진국보다 현저히 높다. 캐나다는 3.5배, 호주는 5.9배, 일본은 6.4배 수준이다. 피케티는 자본주의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를 진보학자로 분류하거나 ‘21세기형 카를 마르크스’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그의 책이름 ‘21세기 자본’ 또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따왔다. 그가 말하는 자본의 집중에 따른 불평등은 사회주의화되기 전 19세기와 20세기 초의 중국 사회를 연상시킨다. 근대 말 봉건 중국의 자본(토지)은 몇 %도 되지 않는 지주들이 독차지했다. 기근으로 길거리에 굶어 죽은 시신이 널렸어도 지주들의 곳간은 곡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20에이커(약 2만 4000평)의 땅을 사흘치 곡식으로 사들일 수 있을 정도였다니 땅을 끌어 모으기는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웠다. 러시아와 달리 중국에서 농민 중심의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중국이나 러시아나 혁명으로 성취한 사회주의는 실패로 끝이 났다. 피케티도 ‘몰락한 사회주의에 애정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자본주의의 불평등과 양극화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피케티가 제시하는 해법은 좀 과격하다. 고소득자에게 최대 80%의 누진세와 상속세를 부과하는 등 고율의 과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실 부의 편중을 법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는 피케티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보았듯이 대기업들의 반발이 심해 경제 민주화는 이미 거의 실종된 상태라는 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증세 또한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다 보니 담뱃세와 주민세 같은 손쉬운 수단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란 사실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돈을 쓰려면 더 걷는 것은 당연하다. 서민 주머니를 털 게 아니라 중산층 이상의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이라는 정공법을 내놓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오늘 방한하는 피케티가 한국의 현 상황에 어떤 진단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 [증시 전망대] 경영 공백 사라진 KB금융 주가도 날까

    [증시 전망대] 경영 공백 사라진 KB금융 주가도 날까

    경영진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징계 국면이 마무리된 KB금융의 주가는 22일 전날보다 650원(1.65%) 오른 4만원을 기록했다. 중징계를 받았을 경우 우려됐던 경영진 공백이 경징계 확정으로 사라짐에 따라 전문가들은 KB금융의 추가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다만 경영진 간의 갈등 및 내분이 어떻게 봉합될지가 남은 관건이다. 사실 금감원이 지난 6월 중징계를 통보한 이후 KB금융의 주가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KB금융에 중징계가 통보된 지난 6월 9일 KB금융의 주가는 3만 5050원이었다. 그 이후 한때 3만 4000원대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지난달 말 오히려 4만원대로 올라섰다. 6월 9일 이후 거래일이 54일이었는데 이 중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떨어진 날은 20일이었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7배로 은행주 내에서 낮은 수준”이라며 “KB금융의 지배구조 이슈 완화가 주가 반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감독당국의 징계는 일단락됐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주전산기 교체 문제에서 표출된 KB금융 경영진 간의 갈등 및 내분을 앞으로 어떻게 봉합 및 해소하느냐의 여부”라면서 “이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은 경징계로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 보고 있다. KB금융은 금융위원회에 LIG손보 자회사 인수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인수가 승인되면 LIG손보가 82.35% 지분을 갖고 있는 LIG투자증권도 편입된다. 손해보험업종은 자동차 보험료 할증 기준이 2018년부터 사고 크기에서 사고 건수로 바뀜에 따라 중장기적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LIG투자증권은 KB투자증권과 합병되더라도 규모가 작아 KB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또 다른 증권사의 추가 인수를 고려할 수 있다. 올 들어 하루 평균 5조원대에 머물렀던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6조원대에 안착, 증권주의 상승이 점쳐지고 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서울 세계수학자대회 D-2] 풀이과정 결과물들 경제·금융·공학 등 다양한 분야 응용

    [서울 세계수학자대회 D-2] 풀이과정 결과물들 경제·금융·공학 등 다양한 분야 응용

    수학은 변하지 않는 학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5원소설,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 등 위대한 학자들의 과학적 이론 대부분은 인류가 과학을 연구하고 많은 것들을 알게 되면서 변했고 틀린 것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절대 명제로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 ‘두 개의 점을 잇는 가장 짧은 거리는 직선’ ‘삼각형의 세 각의 합은 180도’ 등 유클리드의 기하학이 만들어진 것은 기원전 200년 무렵이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다룬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는 유클리드 기하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피타고라스의 정리, 아르키메데스의 ‘부력의 원리’ 등도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수학이 ‘불멸의 학문’으로 불리는 이유다. 수학시험의 문제는 매년 조금씩 바뀌지만,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알아야 하는 원리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세상에 나온 지 수십년이 넘은 ‘수학의 정석’ 시리즈가 별다른 개정 없이도 지금껏 가장 많이 팔리는 참고서라는 것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수학은 절대적인 가치를 추구한다. 수학은 끊임없이 ‘증명’을 요구한다. 세상 만물에 두루 미치거나 통하는 보편적 성질을 밝혀내는 것이 수학의 근본적인 목적이다. 이처럼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결과물은 다른 분야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철저한 검증을 마친 내용이기 때문이다. 산수에서 수학으로 넘어가는 순간 한국의 학생들은 수학을 기피 대상으로 인식한다. 많은 이들이 수학을 단순히 ‘어렵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돈 세는 법’만 알면 세상 사는 데 지장이 없다고 한다. 이는 수학이 모든 것을 만들고,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면서도 절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유클리드 이후에도 수많은 수학자들이 인류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1500년대의 지롤라모 카르다노는 확률론의 기초를 확립했고, 1600년대 르네 데카르트는 방정식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발표한 ‘오일러의 공식’은 전기, 전자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800년대 앙리 푸앵카레는 현재 증권시장의 운용 원리를 수식으로 제안했고, 존 벤은 벤다이어그램을 만들어 집합을 집대성했다. 20세기에 들어선 뒤에도 컴퓨터와 로봇에 활용되는 벡터의 개념을 정립한 헤르만 베일, 게임 이론을 만들어낸 존 내시 등이 등장했다. 수학자들은 수학의 중요성을 물으면 ‘수학 없이는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한다. 예를 들어 물리학이나 화학은 물론 공학 등 대부분의 이공계는 모두 수학에서 출발해 계산과 수식으로 표현된다. 우주선을 발사하거나, 미사일을 만들고, 심지어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도 수학이 사용된다. 로켓이 날아가는 궤도, 로켓을 발사하기 위해서 넣어야 하는 적절한 연료의 양, 로켓이 대기권에 진입할 때 받는 힘, 그 안에 타고 있는 우주인이 견딜 수 있는 적절한 압력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장치의 구조 등 어느 곳 하나 수학으로 풀어내지 않는 것이 없다. 경제와 경영학, 금융, 사회학 역시 수학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경제·경영학이 본격적으로 발달한 것은 미분방정식이 등장한 이후다. 사실 미분방정식이 등장하기 전, 경제학은 학문으로 분류되지도 못했다. 경제학의 역사는 3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파생상품이나 수익률, 주식시장 등 금융계를 움직이는 근간 역시 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거나, 영화 컴퓨터그래픽(CG) 작업에도 수학자가 참여한다. 프로야구 리그의 각 팀들이 골고루 이동할 수 있도록 시즌 일정을 짜는 것도 수학 덕분이고, 버스나 지하철 노선을 만드는 것도 수학이다. 기상청에서 날씨 예측을 하는 슈퍼컴퓨터가 하루 종일 하는 것도 사람 대신 방정식을 푸는 일이다. 서울 세계수학자대회(ICM)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는 “수학계 최고의 난제로 불렸던 페르마의 마지막 문제가 1994년 앤드루 와일스라는 수학자에 의해 풀렸는데, 이 문제를 풀어낸 타원곡선이론은 현재 인터넷 상거래에 사용되는 암호의 원리”라며 “수학자들이 풀려고 노력하는 문제들이 곧 새로운 기술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 기피 학문이었던 수학은 21세기에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벤처가 급성장하고, 금융시장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내는 데 수학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학의 중요성과 수학자의 가치 역시 재조명받고 있다. 서울 ICM 첫날 대중강연을 하는 제임스 사이먼스는 현재 수학계 최고의 스타이자 유명인사다. 1974년 기하학적 도형을 측정하는 ‘천-사이먼스 이론’을 발표한 그는 금융계에 투신해 해지펀드 투자사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를 세웠다. 2005년, 2006년, 2008년 전 세계 펀드매니저 중 연봉 1위를 차지한 금융계의 전설이기도 하다. 수학 이론을 주가 변동 흐름 파악에 적용한 덕분이었다. 순자산은 13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07년 기준 미국 27위 부자다. 미국 월가에서는 1000명이 넘는 수학자들이 활동하고 있고, 한국 금융계에서도 수학 전공자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 커리어캐스트닷컴이 근무환경, 수입, 스트레스 등을 기준으로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수학자는 미국 최고의 직업 1위다. 3위 통계학자, 4위 보험계리사, 7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역시 수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국내 병원, 中·러·중동에 맞춤형 의료서비스 수출한다

    국내 병원, 中·러·중동에 맞춤형 의료서비스 수출한다

    앞으로 국내 대형 병원들이 중국과 러시아, 중동 등 의료 서비스 수요가 많은 지역에 진출하기가 한결 쉬워질 전망이다. 정부가 이들 지역에 대한 맞춤형 의료 서비스 전략을 구체화하는 등 의료 서비스 수출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3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유망 서비스 활성화 대책을 이달 중순쯤 열리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내놓을 방침이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의료다. 중국, 러시아, 중동 등을 중심으로 우리의 뛰어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으나 이들 국가의 의료 서비스의 질이나 병원 운영상황 등이 각각 달라 국내 대형 병원들이 진출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상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들을 국내에 유치하는 것 못지않게 우리 대형 병원들이 현지에서 직접 영업할 수 있도록 활로를 개척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특히 중국과 러시아, 중동 등에 대한 맞춤형 전략을 제공, 국가별 특성에 맞게 의료 시스템 자체가 수출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최근 의료법인의 해외진출 출자 한도를 순자산의 30%로 한정하고 진출 범위와 방법 등을 정리한 ‘의료법인 해외진출 안내서’를 제작한 것도 의료법인의 신속한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취지다. 제주도와 인천 등 경제자유구역에 투자개방형 외국 병원이 들어설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에게 제공될 의료와 관광 등이 결합된 유치 모델도 개발하고, 국내 보험사가 해외 보험에 가입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에 대해서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카지노 산업법’(가칭)도 올해 안에 제정된다. 연간 400만명 수준인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확대를 위해 비자 발급요건 및 절차의 단계적 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번 비자를 발급받으면 2회 이상 입국할 수 있는 복수비자 발급 대상과 유효기간을 확대하고, 환자의 가족이 아닌 간병인도 의료관광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비자 접수 전담 기관과 온라인 비자 접수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영종도와 송도, 제주도에는 복합리조트를 본격 조성하기로 했다. 영종도는 카지노를 포함해 레저와 엔터테인먼트, 송도는 의료와 교육, 제주도는 레저, 엔터테인먼트, 의료 등을 아우르는 복합리조트로 구상 중이다. 해외 유명 대학의 본교 법인뿐 아니라 자회사도 한국에서 교육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입학 정원이나 학과 추가 등 운영상 절차는 간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는 금융사들이 담보 대출 위주의 관행에서 벗어나 기술금융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정부가 이렇게 의료 서비스 수출 등 서비스업 활성화에 사활을 거는 것은 제조업과 수출을 뼈대로 한 전통적 방식의 발전 전략이 벽에 부딪혔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 경제를 끌고 온 제조업체들이 더 이상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없는 만큼 남은 건 서비스업 투자뿐”이라면서 “이를 위해 규제를 과감히 철폐, 내수가 수출과 함께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 되도록 키우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中 상위 1%가 자산 30% 보유

    중국의 상위 1% 가구가 국내 자산의 3분의 1 이상을 보유한 반면 하위 25% 가구는 국내 자산의 100분의 1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중국 내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베이징대 중국사회과학조사센터가 중국 가구의 보유 자산, 소비 지출 정도 등을 조사해 발간한 ‘2014 중국 민생발전보고서’에서 이 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홍콩 명보가 27일 보도했다. 보고서는 중국 내 자산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중국 가구 순자산 지니계수가 1995년 0.45에서 2002년 0.55, 2012년 0.73으로 높아져 심각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13년 전국 주민 소득 지니계수는 0.473이며, 이번 조사로 볼 때 당국의 발표는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부동산 등 보유 자산과 소비·지출 요인 등을 기준으로 중국의 가구 형태를 ▲향락형 ▲안정형 ▲달팽이형 ▲개미형 ▲빈곤·질병형 등 5개로 분류했다. 향락형은 현금과 빌딩을 다량 보유하고 오락과 교육에 거침없이 돈을 쓸 수 있는 부자들을 말한다. 신문은 2013년 기준 투자 가능 자산이 100만 달러(약 10억 2000만원)가 넘는 중국 부자는 75만 8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안정형은 수입에서 의료·주택에 대한 지출 비율이 낮고 일정한 교육과 오락 소비를 즐기는 중산층을 말한다. 달팽이형은 체구보다 더 큰 집을 이끌고 힘겹게 기어가는 달팽이에 빗댄 말로 대부분의 수입이 주택 대출, 교육비, 의료비 등에 사용되며 명품과 레저를 즐길 돈은 없는 중산층 가구를 말한다. 소비 수준이 낮은 차상위계층을 개미처럼 사는 개미형으로, 소비 수준은 최저이면서 의료지출 비중은 높은 극빈층을 빈곤·질병형으로 분류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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