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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영은 자전적 산문집 ‘일곱 빛깔의 위안’

    삶이 그에게만 중뿔나게 원한을 품었을 리 없었다. 그에게만 날을 세웠을 리도 없었다. 그랬건만 지난날 그에겐 “인생도 문학도 결딴이 나는 듯”(책 서문에서) 삶의 무게에서 도무지 헤어날 수 없을 것만 같던 때가 있었다. 피 뜨거운 젊은 날 누구에게나 왔다 가는 피해망상의 홍역이 중진작가 서영은(62)에게도 그렇게 지나갔다. 산문집 ‘일곱 빛깔의 위안’(나무생각 펴냄)은 옹이투성이 삶에서 건져올린 빛나는 기억들의 집합처다. 산문집을 내기는 ‘한 남자를 사랑했네’ 이후 11년 만이다. 교사 자리를 물리치고 수도국 타이피스트로 그냥저냥 살아가던 스물네살.“그저 뭔가를 끼적거리는 게 좋았을 뿐”이었다가 그예 어머니께 작가가 되겠노라고 입밖에 꺼낸 건 그 나이에서였다. 딸에게 반반한 직장, 좋은 혼처를 염원하던 어머니에게 그렇게 한마디 선언하고는 독립의 길을 나섰다.(‘새 출발 혹은 그리움의 시작’) 책은 일곱 단락으로 나뉘어져 있다. 내면의 허기를 달래줄 무언가를 찾아헤맸던 젊은 날, 일상에 침잠해 고뇌했던 한 시절, 생활인으로서 맞닥뜨렸던 삶의 숙제들, 삭지 않는 문학에의 열정 등.1968년 ‘사상계’로 등단해 문학에 입문하기까지의 과정, 스승이자 생의 반려자였던 김동리와의 만남 등이 돋을새김돼 있다. 글의 배열이 연대기로도 손색없을 듯싶다. 이순(耳順)을 넘긴 작가는 생의 순리 앞에 조용히 엎드리는 겸허의 가치를 자주 웅변한다.“덧없음이 아니라 변용을 거쳐 온전한 전체성 속으로 녹아드는 것”(‘결실’)이라고 죽음을 정의하고,“과정으로서의 삶에서는 절대악도 절대선도 없다. 오늘의 악은 시간의 변전 속에서 내일의 선으로 바뀔 수 있는 것”(‘오!수정’)이라며 가만한 손길로 인생의 결을 쓸어내린다.98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오늘의 눈] 전남도 ‘미스터리 인사’/남기창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박준영 전남지사의 ‘미스터리’ 인사를 두고 말들이 많다.10명 가운데 9명은 “실망했다.”는 반응이다. 비판여론 속에 달변가인 박 지사는 “이해해 달라.”고 얼버무린다. 지난해 6·5보궐선거로 당선된 박 지사는 취임 7개월 만인 지난 6일 첫 인사로 정무 부지사를 내정했다. 내정자는 이모(58)씨로 기초자치단체인 순천시의회의 3선 의원이다. 내정 발표 몇 시간 전에 이 소식을 들은 광역자치단체 도의원들이 발끈했다. 도의회 의장이 상임위원장단 6명을 모아 도지사실에서 “절대 안 된다.”며 언성을 높였다. 이들 모두는 도지사와 같은 민주당 소속이다. 도청 출입기자들도 배경 설명을 요구했고 지사는 진땀을 뺐다. 이튿날 전남도청 공직협의회 홈페이지도 후끈 달아 올랐다. 정무부지사 내정자는 2003년 11월4일 순천시의회 의장 자격으로 의원 16명과 함께 지사실에 난입해 집기를 던지고 한동안 소란을 피운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 사무실이 순천시가 아닌 광양시로 결정된 데 대한 분풀이였다. 당시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한 행정부지사는 기자실에 들러 순천시 의원들에 대해 고발조치를 검토하겠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정무 부지사를 내정한 6일 저녁 박 지사는 곤욕을 치렀다. 광주지역 신문·방송 사장단과의 저녁 약속에 3개 신문사 사장이 불참했다. 이 가운데 모 신문사는 민주당 중진인 이모 의원이 소유주다. 이 의원은 도의원을 정무부지사로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인사에 대한 의혹은 민주당 최고위층으로 모아진다. 누구 누구의 세대결이었다는 설이 파다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 당내 전남 출신 중진들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박 지사의 단호한 의지다. 목민관은 인사에 사사로움을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한번은 괜찮겠지.’하는 안일함은 더 큰 부정의 시작일 뿐이다. 박 지사는 초심으로 돌아가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는 게 순리다. 남기창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kcnam@seoul.co.kr
  • 현대 현회장 큰딸 지이씨 대리 승진

    고(故)정몽헌씨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큰딸 지이(28)씨가 지난 연말 대리로 승진했다. 입사 1년만의 승진이니 평범한 월급쟁이와 비교하면 ‘파격’이지만 재벌 3·4세들의 ‘초고속 승진’과 비교하면 굼뜬 행보다. 지이씨가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에 입사한 것은 지난해 1월3일.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거쳐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원 신문방송학 석사과정을 마친 뒤 경력직 평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대리로 승진한 것은 지난 12월30일. 현대상선측은 “통상 대리 승진에 4년이 걸리지만 지이씨는 대학원 및 외국계 광고회사 근무경력 등 3년 경력이 인정돼 사실상 대리 승진기준 연한을 다 채웠다.”고 설명했다. 지이씨는 승진 요건인 ‘토익’(Toe ic) 시험에서도 직원들을 통틀어 가장 높은 성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좀 더 두고봐야 알겠지만 지이씨가 대리 승진에 그친 것은 다소 의외”라고 말했다. 지이씨가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을 것으로 관측해온 재계는 여느 2·3세처럼 파격적인 특별승진을 점쳤었다. 여기에는 ‘순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현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현대상선측의 설명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노천온천서 새해 맞을까

    노천온천서 새해 맞을까

    한해를 마무리할 때면 어린 시절 아버지와함께 가던 목욕탕이 생각납니다.“으∼ 시원하다!” 아버지는 우리 형제를 이렇게 뜨거운 탕속으로 불러들이셨고, 손수 때를 밀어주시곤 하셨죠. 지나고 보니 한해의 묵을 때를 떨어내고 새해를 시작하라는 의미였던 것같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했던 목욕의 추억을 따라 온천여행을 떠날까요? 지는 해를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온천이라면 더욱 좋겠지요.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는 준비로 온천여행만한 것도 없는 것같습니다.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롯데 오션캐슬의 노천스파는 해넘이를 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바깥으로 나가자 차가운 바닷바람이 살갗을 파고듭니다. 바닥은 너무 차가워 맨발로 걷기 힘들 정도입니다. 무거운 몸에도 종종거리며 가까이 있는 탕에 뛰어들었습니다. 따뜻함이 온몸을 감싸안았습니다. 마치 어머니의 품속처럼 말입니다. 몸이 나른해 집니다. 머리를 들어 파란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도대체 얼마만의 휴식인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숨가쁘게 달려왔나?’하는 생각에 잠깁니다. 눈을 감고 온기를 온몸으로 느껴봅니다. 올 한해가 영화필름처럼 스쳐갑니다. 아버지 암선고, 폐렴을 앓던 4살난 아들이 “아빠 나는 왜 자꾸 아프지, 나 때문에 힘들지.”라고 했던 말,“직장 다닌다고 다 당신처럼 집안일에 소홀할까?”라는 말로 아내에게 상처를 줬던 일…. 계속되는 상념에 마음도, 온천물에 몸도 뜨거워집니다. 그래서 밖으로 나와 잠시 몸을 식혀봅니다. 바로 앞에 꽃지해수욕장에 지칠 줄 모르고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금새 한기가 스며듭니다. ‘썬셋스파’에 몸을 담그자 붉은 빛으로 아름답게 변한 바다가 텅빈 머리, 멍한 눈을 가득 채웁니다. 스트레스와 술·담배로 지친 몸과 마음이 금새 치유되는 것같습니다. 중앙에 있는 ‘바데풀’로 갔습니다. 강한 물기에 발바닥을 자극해주는 ‘플로팅’에 올라섰습니다. 물 속에서 몸이 붕붕 떠오릅니다. 발바닥이 간질 간질. 넥샤워, 워킹마사지 등 허리와 다리에 강한 자극을 줍니다. 뭉쳤던 어깨와 허리가 한결 가뿐해졌습니다. 기분이 한결 좋아집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있습니다. 추운 바람을 피해 따뜻한 온천물 속에 숨어서 해넘이를 바라봤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그만 눈물이 솟아 오릅니다. 매일 졌다 뜨는 해가 오늘은 좀 다르게 느껴집니다. 마음까지 씻어내고, 새해에는 새롭게 시작합시다. ■온김에 여기도 들러보세요 안면도에 가면 자연휴양림(041-674-5019)은 꼭 한번 들러 볼 만하다. 붉은 빛깔을 띠며 향기가 진한 안면도의 소나무가 쭉쭉 뻗어 있는 이곳은 가족끼리 한 해를 마감하는 산책을 하기 좋은 곳이다. 햇살이 부서지는 숲속을 가족들과 손을 잡고 걷다보면 한해 동안 묵은 감정들이 눈 녹듯 녹아내린다. 눈이 오면 더욱 아름답다. 산림전시관과 한국정원 등 볼거리도 많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어린이 400원. 승용차 주차료 3000원. 지금 서해안은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는 ‘굴’이 제철이다. 태안군 남면 당암리는 굴밥집이 모여 있다. 그중에서 자연산 굴밥집(675-2775)이 유명. 이 집은 소위 ‘깜장굴’이라는 바위에 붙어 있는 자연산 굴을 쓰기 때문에 향이 뛰어나다. 굴과 인삼, 대추, 호두, 은행 등 20여 가지를 넣고 지은 돌솥밥을 달래간장에 비벼 김에 싸먹는 맛이 일품.1인분에 8000원. 배, 사과 등과 굴을 넣고 만든 굴물회는 새콤달콤한 맛이 좋다.1만원. 자연산 굴밥집 10% 할인쿠폰 지금 안면도에는 ‘못생겨도 맛은 좋은’ 물메기가 제철을 맞았다. 살이 흐물하고 생김새가 다소 징그럽지만 일단 국을 끓여 놓으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놀부네 수라상(674-5657)은 물텀벙이탕으로 유명하다. 일명 ‘곰치’,‘물메기’ 등 각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틀리다. 물텀벙이는 태안지역에서 부르는 이름으로 보통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먹는다. 쌀뜨물에 신김치와 무를 넣고 끓이다 마지막에 물텀벙이와 달래, 냉이를 넣고 끓인다. 물텀벙이살은 흐물거리듯 이내 입속에서 녹아내리고 내장의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4인가족 기준으로 2만 5000원이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노천탕 길보드 TOP10 1. 안면도 오션캐슬은 꽃지해변의 아름다운 낙조를 보며 노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지하 420m 암반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황해수를 사용하며 가족끼리 오붓하게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파라디움’ 또한 이곳의 자랑. 2. 구례 지리산온천은 신비의 약수라고 불리는 게르마늄 온천수를 사용한다. 물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야외에는 남근석과 노천탕이 있다. 남근석을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3. 아산 온양관광호텔은 1990년에 ‘국내 최초의 노천탕’을 만들었다. 인공적으로 폭포와 나무 등 조경이 아름답다. 4. 칠곡 도개온천은 지하 820m 화산암반에서 용출되는 약알칼리성 온천수를 사용한다. 실내 옥돌열탕, 노천 옥돌탕 등은 이곳의 자랑. 5. 수안보 파크호텔은 지하에서 용출되는 53℃의 약알칼리성의 물을 사용해 피부미용과 노화방지에 좋다고 한다. 노천탕에서 눈 덮인 월악산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 6. 문경종합온천은 노천탕과 찜질방, 황토사우나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쉴새 없이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노천탕이 좋다. 7. 금호 화순리조트는 대형 수영장과 3개의 노천탕에 온천수를 사용한다. 원목으로 만든 노천탕은 느낌이 좋으며 온천수를 약수처럼 마시면 해소천식과 신장염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또한 수영장에 미끄럼틀과 대형 튜브 슬라이더가 있어 가족들에게 딱이다. 8. 일동 유황온천은 온천수에 많은 유황을 포함하고 있다. 달걀 썩는 냄새는 유황 탓. 온탕과 냉탕 2개의 노천탕을 가지고 있으며 길이 15m의 냉탕이 자랑이다. 9. 월출산온천관광호텔은 월출산의 정기를 받으며 노천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지하 600m 맥반석 암반대에서 용출하는 100% 천연 온천수만을 사용해 물이 좋다. 게르마늄을 비롯하여 20여종류의 인체에 유익한 광물질이 함유된 알칼리성 맥반석온천으로 알려져 있다. 10. 이천 스파플러스는 일본까지 물 좋은 곳으로 알려진 곳. 약 500년 전 조선 세종 때부터 사시사철 솟아나는 더운 샘물로 유명한 이곳은 지하 980m에서 솟는 36℃의 물을 온천수로 쓴다. 각종 미끄럼틀과 이벤트 탕 등 종합 워터파크 개념의 온천이다. 안면도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돗토리·시마네현 온천여행 해외온천은 멀어서 가기가 꺼려진다? 혹은 방문경험이 별로 없어서 주저하게 된다? 그렇다면 일본 돗토리현과 시마네현의 온천을 가보자. 몸을 담그면 ‘休∼’하는 탄성과 함께 한해의 묵은 피로가 풀리는 3색 온천여행. 그럼 이제 출발해보자. ●파란 동해가 보이는 가이케온천 인천국제공항에서 요나고 공항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10분. 공항에서 20분만 차를 이용해 남쪽으로 내려가면 해변을 끼고 있는 가이케온천이 나온다. 푸른 동해를 끼고 일본 전통의 온천장들이 일렬로 서 있는데,40개가 넘을 정도로 큰 규모다. 이곳의 특징은 해변을 바라보며 온천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짭조름한 맛의 해수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욕탕에 몸을 담그면 온몸이 미끌거린다. 해수온천이 피로회복과 피부미용에 좋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탕에서 나와도 오랫동안 피부가 매끈거리는 느낌이 지속된다. 시바노 가이케온천협회장은 “저녁 식전, 취침 전, 그리고 아침 중 최소 두번은 온천을 이용해야 건강, 미용 등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가격은 일본전통 조식, 석식을 포함해 온천, 숙박까지 1인당 12만원 정도. ●하얀 물색의 미사사온천 가이케온천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40분가량 동쪽으로 가다가 다시 남쪽으로 1시간정도 들어가면 미사사온천가에 도착한다. 미사사 온천수의 특징은 라듐온천이라는 것. 피부에 특히 좋아 스킨처럼 얼굴에 지속적으로 발라주면 피부가 부드러워진다. 암예방에 탁월해 식수로도 이용되는데, 맛은 좀 밍밍해 속이 약간 울렁거린다. 그래도 몸에 좋다는데 한 컵 크게 꿀꺽. 실제로 이 온천주변 주민들의 암발생률은 일본 전체에서 최저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1860년대에 지어진 이곳 온천가에서 가장 오래된 기야여관이 유명하며 가격은 숙박과 온천 조·석식을 포함해 1인당 15만원 정도. 일왕이 머물렀다는 이와사키 여관은 같은 조건으로 20만원대. ●빨간 노을이 일품인 신지코온천 시마네현의 마쓰에 시에 위치한 신지코온천의 최고 장점은 신지코 호수의 아름다운 붉은 일몰을 보며 노천탕에 몸을 푹 담글 수 있다는 것. 이 온천지역은 작은 온천장들이 큰 온천장들을 상대로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를 걸고 있는 상태. 그중 여성중심 여관이라는 간판을 내건 ‘덴텐테마리’여관이 유명하다. 남자 혼자선 예약이 안 되며, 여성들은 일본 전통 여관 복장인 유카타를 수십 종에서 골라 입을 수 있고, 에스테틱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가격은 15만원. ■여기도 가보세요 ●한·일 우호교류공원 일명 ‘바람의 언덕’. 해풍이 워낙 거세 날개만도 2t이 되는 거대한 돌풍차의 날개가 빠르게 돌고 있다. 이 돌풍차는 1819년 12명의 조선어부가 해안에 표류해 치료와 숙식 등의 환대를 받고 돌아간 사건(?)을 기념하려고 조성한 것. 언덕에서 동해 경치를 바라보는 전망도 일품. ●마쓰에성과 호리카와유람선 요나고 공항에서 30분 거리의 마쓰에시에 위치한 6층 높이의 성. 나무 성 6층에서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 하지만 조망보다 더 즐거운 것은 마쓰에성 호리카와(해자) 유람선 여행이다. 유람선의 해자 일주시간은 50분. 고타쓰라 불리는 일본식 히터에 몸을 녹이며 사공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이 특징. 요금은 1인당 1만 2000원. ●하나카이로 일본 최대규모의 플라워파크로 직경 50m, 높이 21m의 거대한 유리온실이 여기에 있다. 사계절 내내 400종류의 꽃을 만날 수 있다. 화요일은 문을 열지 않으며 요금은 3000원. 하지만 요나고 공항을 이용하는 한국관광객의 경우 비행기 티켓을 제시하면 무료입장. ●아다치미술관 일본 메이지시대의 유명 미술품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한 곳.1만 3000평의 정원은 사계절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어느 때나 계절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다. 요나고 공항에서 무료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소요시간은 30분.2만 2000원. ■이렇게 가세요 인천국제공항에서 요나고 공항까지 가는 항공편은 아시아나항공뿐. 요나고행은 월·목·토 주3회로 오전 9시50분발 한 편이 있다. 인천행은 월·목·토 낮 12시20분, 한 차례씩만 운항한다. 투어이천(02-318-1177), 한화투어몰(02-311-4342), 롯데(02-399-2300)여행사 등에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외 문의는 www.japanpr.com을 이용할 것. 일본 현지에서는 시마네현 국제과(0852-22-6462)와 시마네 국제센터(0852-31-5056)에 전화하면 한국말로도 문의가 가능하다. 일본 돗토리·시마네현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삶과 경영이야기] (39)제2도약 위한 힘찬 날갯짓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사장

    [삶과 경영이야기] (39)제2도약 위한 힘찬 날갯짓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사장

    아시아나항공은 ‘쌍팔(88)둥이’다.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태동해 그해 말 첫 취항의 기쁨을 누렸다. 올해로 16년이 됐다. 그동안 국내 항공업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했던 대한항공에 밀려 혹독한 설움을 당하다 지금은 경쟁업체와 어깨를 겨눌 정도로 급성장한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의 어제와 오늘은 박찬법(朴贊法·59) 사장이 남모르게 흘린 피와 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시아나의 발자취에는 그의 채취와 정성이 곳곳에 묻어 있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내 아시아나빌딩 4층 집무실에서 만난 박 사장에게 대뜸 말단 직원에서 전문경영인이 된 숨은 비결이 뭐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비결은 없지만, 이유는 있죠.”그러면서 “훌륭한 최고경영자(CEO)의 귀감을 따르다 보니 사람들이 저더러 CEO라고 부르데요.”라며 내공(內功)의 일단을 소개했다. 얘기를 나누는 동안 창밖으로 쉴 새 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의 소음이 항공업계의 생존 몸부림을 웅변하고 있는 듯했다. ●아시아나 식구가 되다 박 사장이 아시아나와 인연을 맺은 것은 90년 1월. 그 전에는 ㈜금호에서 줄곧 수출업무를 담당했다. 첫 보직은 영업운송담당 이사. 당시에는 아시아나가 국내선 몇 군데만 운항하고 있던 터라 그룹에서 그를 국제선 취항 준비 총괄 임원으로 발탁한 것이다. 새 보직을 받은 지 열흘 만에 첫 정기편 국제선인 서울∼도쿄 노선을 취항시키면서 아시아나항공 영업체계의 골간을 만드는 일에 본격 뛰어들었다. 생소하고 힘든 일만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항공운수업은 오케스트라 지휘와 같아서 비행기 좌석 하나에 한 명의 손님을 모시기 위해서는 조종사, 정비, 기내서비스, 예약, 발권, 공항서비스, 화물, 기내음식(케이터링), 영업, 일반 지원 등 여러 부문의 일들이 조화롭게 이뤄져야 가능하다. 그게 제대로 안 되면 누구의 잘못이랄 것도 없이 고객서비스가 형편 없는 항공사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그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후발주자의 설움이었다. 이런 일화가 있다.92년 뉴욕 취항을 앞두고 미국으로 건너가 교민을 상대로 대리점망을 구축할 때였다. 뉴욕 내 교민시장의 60%를 점유하는 5대 메이저 여행사와 접촉해 우여곡절 끝에 대리점 계약을 맺기로 했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뉴욕 취항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이 여행사들이 느닷없이 아시아나와의 대리점 계약을 포기하겠다는 연락을 해 왔다. 청천벽력이었다. 주저앉고 싶은 심정을 가다듬고 심야대책회의를 가졌다. 결론은 중소 여행사를 모집해 대리점으로 키워 나가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말하자면 정면돌파였다. 주위의 우려도 컸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잘된 일이었다. 특정 항공사만 이용하던 고객들이 새 항공사가 내건 신선한 서비스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경쟁 항공사의 독점적인 시장점유율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 그로부터 11년 뒤인 2001년 3월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지금은 신규노선·증편 등으로 미국 일본 등 전세계 17개국 54개 도시 64개 노선에 취항, 세계적인 항공사로 부상하고 있다. ●원래는 잡동사니 팔이가 본업 사실 그는 수출업무로 잔뼈가 굵은 장사꾼이었다. 대학(경희대 정치외교학과)을 나온 뒤 67년 금호타이어의 전신인 삼양타이어에 입사했다. 당시는 ‘수출입국’이 국가적 슬로건이어서 상품 수출의 전선에서 일하는 사람이 국가 유공자처럼 대접받던 시절이었다. 대학을 졸업해도 버젓한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을 때여서 취업과 함께 겁없이, 신나게 뛰어다녔다. 하지만 하기 좋은 말로 무역이라고들 했지만, 사실은 만물상 가게나 다름없었다. 수출 상품중에는 ‘볏짚머리(브러시)’도 있었고,‘아귀(생선)’도 팔았다.“한번은 친지 한 분이 ‘자네 종합상사에 근무한다는데 뭘 수출하느냐.’”고 물어오기에 “뭘 수출 안 하는지 한번 물어봐 주시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는 비즈니스의 외길 인생은 험난하고 고달팠지만, 보람찬 날들이 더 많았다.75년 이란에서 열린 국제박람회에 참석했을 때였다. 본사에서 느닷없이 전문이 날아 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 있는 모씨가 철근 1만t을 구매하려고 하니 그곳으로 가 수주해 오라는 내용이었다. 비자를 발급받으려다 보니 이슬람교도의 라마단 기간이었다. 정상적인 절차를 밟자면 몇개월이 걸릴 판이었다. 이곳저곳 찾아다녔으나 허사였다.‘궁즉통(窮卽通)’이라고 했던가. 낙담해 돌아오는 길에 호텔 카운터 직원에게 푸념을 털어 놓았더니 자신이 항공사 기장과 잘 알고 있다며 무비자로 제다행 비행기를 태워 줬다. 중간기착지인 리야드에서 불법입국으로 체포돼 혼쭐이 나긴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2500만달러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 짜릿함은 무역을 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었다. 잊지 못할 일들도 적지 않다.70년대 후반 기독교 민병대와 회교 민병대간의 교전이 치열했던 레바논의 베이루트 시내에서 주재원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자칫 폭탄테러를 당할 뻔했던 일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성공, 비결은 없고 이유는 있다 외형적인 화려함 뒤에 아쉽고, 힘든 때도 있었다. 그는 45년 전남 영광군 법성면에서 중고등학교 교사, 금융조합(농협) 이사 등을 지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 2남2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다. 시골이었지만 그나마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6·25전쟁이 발발했던 50년 세상을 떠난 뒤로는 가세가 기울어 어머니가 보따리장사를 해야 했다.‘배워야 산다’는 어머니의 지극한 교육열 덕분에 서울로 올라와 배재고를 다녔다. 학자로서의 꿈을 갖고 야심만만하게 두드렸던 서울대 상대는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인생에서 첫 좌절을 겪은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좌절은 성공을 위한 밑천이었다. 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그는 좌절의 굴레를 벗어던졌다. 언젠가 후배가 자신에게 성공비결이 뭐냐고 묻기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나에게 비결은 없고, 이유는 있다. 그것은 내가 서울대를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경영인의 카리스마는 오너의 그것과는 달라 그를 가까이서 접해 본 사람은 따스한 품성을 지닌 휴머니스트로 부른다. 언제나 인간애와 합리성을 모든 일의 원칙으로 삼고, 이를 철저히 지켜 나가려고 애쓴다. 어찌보면 그저 두루뭉술하게 감성과 화합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그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카리스마는 다르다고 믿는 사람이다. 오너에게는 구조적 카리스마가 있지만, 전문경영인에게는 없다는 것이다. 전문경영인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한다.“전문경영인의 카리스마는 아랫사람과 윗사람에 대한 설득이 합리적이어야 가능합니다. 합리적 근거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고, 남을 판단케 할 능력을 가져야 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전자는 논리로 가능하지만, 후자는 감동이 있어야 됩니다.” 그는 직급이 낮을 때나 지금이나 윗사람·아랫사람과 얼굴을 붉힌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순리와 합리에 따라 건의하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은 적이 없었고, 또 잘못됐다고 지적하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직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를 위해 ‘패트롤 미팅’(경영진과 노조간부의 정기적인 만남)을,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오픈 플라자’(자유토론) 등의 아이디어를 낸 것도 그만의 노하우다. 2001년말부터 무분규라는 ‘아름다운 노사문화’가 생겨난 것은 이 덕분이다. 그래서 그는 감성과 합리를 조화한 ‘퓨전경영’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 ●젊은이들이 찾는 기업 만들기 그에게는 작지만 원대한 꿈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취업선호도 1위의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만드는 게 목표다. 해답은 고객에게 있다고 말한다.“항공업계에는 ‘규정집을 불태우라.’는 말이 회자됩니다.‘고객이 곧 규정’이라는 얘기죠. 고객 입장에서 조직을 되돌아보는 고객만족 지향의 태도가 그것입니다.” “우리나라 인근에는 인구 13억명과 1억 2000만명을 둔 중국과 일본이 있다는 것은 항공수요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는 그는 “동북아 허브시대를 맞아 아시아나가 그 중심에 설 날이 멀지 않았다.”며 제2의 도약을 위한 힘찬 날갯짓을 환한 미소로 대신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박찬법 사장은 박찬법 사장은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아침밥은 거르지 않고 챙겨 먹고 6시쯤이면 회사에 나와 있다.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다. 본인 스스로 ‘나를 키운 것은 80%가 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일벌레.24시간 가운데 잠자는 시간 빼고는 ‘스트레스를 받는다’(일한다)고 한다.‘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을 좋아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하면 반드시 보답이 뒤따른다는 자신의 경험칙과 너무 딱 들어맞기 때문이라는 것. 대신에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8시30분 이전에는 귀가한다. 아들·딸이 모두 결혼해 부인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임에서 폭탄주 1∼2잔은 사양하지 않는다. 주말에는 주로 골프를 즐긴다. 핸디는 10개 안팎.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무분규 등의 영향으로 올해 매출액 3조원에, 당기순이익 232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내년에도 흑자기조를 유지한다는 게 박 사장의 포부다.
  • [씨줄날줄] 유엔사무총장/이기동 논설위원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자신의 자리를 “세계의 치어리더이며 프로모터이고 동시에 세일즈맨, 부채해결사, 고해신부”라고 규정한 바 있다. 유엔헌장에는 사무총장을 ‘유엔의 최고 행정책임자(대통령)’로 명시하고 있다. 산하 전문기관을 합쳐 모두 5만여명의 인사권을 행사하고,7500명의 사무국직원과는 매일 얼굴을 대해야 한다. 최고의 명예를 누리나, 능력과 인품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단 하루도 배겨나기 힘든 자리인 것이다. 다그 하마슐드, 우탄트, 쿠르트 발트하임…7대 코피 아난에 이르기까지 역대총장들의 면면이 이를 말해준다. 하나같이 본국에서의 존경과 덕망은 물론, 국제무대에서의 오랜 헌신으로 명성을 얻은 인물들이다. 비행기추락으로 사망한 하마슐드총장 없이 2차대전 직후의 세계질서는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의 뒤를 이은 우탄트총장은 1967년 월맹폭격을 맹비난하며 미국과 각을 세웠음에도 안보리 이사국 만장일치로 연임될 정도로 신망을 받았다. 홍석현 중앙일보회장의 주미대사내정 발표에 때맞춰 그의 유엔사무총장 후보추진설이 나돌고 있다. 그가 소유한 신문사가 추진설을 대서특필한 데 이어,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멘트까지 보도됐으니 근거 없는 낭설은 아닌 듯싶다. 한국인 사무총장. 유엔군의 도움이 없었으면 적화를 면치 못했을 분단국 국민들에게 그보다 더한 경사는 없을 것이다. 추진운동본부까지 발족했고, 본인의 희망도 대단한 듯하니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세상사에는 이치와 순서가 있는 법. 주미대사 내정자가 유엔사무총장에 더 눈독을 들인다는 보도를 접한 미국정부의 기분이 어떨까. 아그레망을 받기 전 대사 내정사실이 발표된 것도 관례에 어긋나는데, 상대국에는 보통 결례가 아니다. 아난총장 임기는 2006년말에 끝난다. 그때까지 주미대사직을 열심히 수행해 외교관으로서 성공한 뒤 다음 자리로 거명되는 게 순리일 텐데 선후가 크게 잘못됐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10개 회원국이 수리키앗 사티라타이 전 태국 외무장관을 단일후보로 정했고, 중국, 인도 등이 지지의사를 갖고 있다니 이들과의 사전 조율도 문제다. 선출되면 5년 임기를 두번 하는 것이 국제관례이니, 만약 이 자리를 다음의 ‘더 큰뜻’을 위한 중간 발판으로 생각했다면, 이 또한 대단한 착오다. 세계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총장후보설은 본인과 정부가 나서서 하루빨리, 그리고 깨끗이 정리하는 게 옳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4대입법’ 해법없나] 사립학교법

    [‘4대입법’ 해법없나] 사립학교법

    열린우리당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지난 7일 국회 교육위에 상정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시각 차이가 커 연내 처리는 불투명하다. 이견 가운데 협상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큰 줄기는 아직 평행선이다. 개방형 이사회, 학교운영위의 심의기구화, 교사회와 학부모회의 법제화 등 열린우리당의 주장에 한나라당은 등을 돌리고 있다. 이에 견줘 교장임기, 비리인사 복귀 조건, 내부 감사선임 등에서는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쟁점들은 개방형 이사회 등 주요 쟁점이 해결되면 손쉽게 풀릴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 10일부터 소집 요구한 임시국회가 정상 가동되더라도 순탄한 일정을 장담할 수 없다.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둘러싸고 최근 법사위에서 벌어졌던 볼썽사나운 ‘혈투’가 다시 재연될 수도 있다. 물론 임시국회가 열리지 못하면 연내 처리는 무산된다. 내년 초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인 한나라당은 “중요 사항이므로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히 여론을 수렴한 뒤 국회에서 논의하자.”면서 열린우리당의 서두르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이를 ‘지연전술’로 간주하고 있다. 연내 표결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진지한 토론에 임할 경우 한발짝 물러설 수도 있다는 ‘당근’도 갖고 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17대 첫 정기국회가 9일 막을 내린다.100일간의 회기 내내 최대 화두는 ‘4대 입법’이었다. 여야 격돌의 근저엔 늘 국가보안법·언론관계법·사립학교법·과거사기본법이 존재했다. 때론 폐지냐 개정이냐를 놓고, 때론 개정의 폭을 놓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한치도 양보 없는 평행선을 달려왔다. 아직도 진행형이고, 미래형이 될지도 모른다. 서로 무엇 때문에 대립하고 어느 지점에서 의견이 갈라지는지를 심층 분석해보기 위해 양당의 실무를 맡은 의원들에게 ‘크로스 문답’의 장을 마련했다. Q:이 의원 → A:유 의원 사학의 발전은 자율성, 투명성, 책무성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법적 규제로 일괄적으로 통제한다면 사학발전의 발목을 잡지 않는가. -열린우리당 안은 이에 배치되지 않는다. 우리는 고등학교 45.1%, 전문대 90.5%, 대학 82%가 사립학교로 대단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를 생각할 때 교육의 공공성에 비추어 필요한 부분은 규제해야 한다. 부패를 청산하고 사회 전체가 투명화되어야 국가 경쟁력이 올라간다. 개방형 이사제 도입과 관련, 공공성만 강조한 나머지 민간의 자율적 발전 영역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데. -교육이 국민의 의무이자 기본권임을 상기한다면 공공성은 지나치게 강조해도 좋은 것이다. 학부모, 교사, 직원, 동문, 지역인사 등 학교구성원의 대표들이 학교법인 이사의 3분의1을 추천하자는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은 동문들이 이사를 선출하고 와세다 대학은 법인이 구성원들의 평의원회와 이사회 양원체제로 이사를 평의원회에서 선출하고 있다. 현재 법인 이사장들은 공개하고 의논하는 것이 다소 불편할지도 모르겠으나 사학 발전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본다. 종립 사학에 대해서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예외로 추진키로 한다는데 차별을 두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너무 앞서간 추측이다. 학교 구성원들이 타 종교의 인사를 이사로 추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만약 이런 문제 때문에 반대한다면 대책을 강구해 보겠다는 이야기다. 개방형 이사제에 예외를 두겠다고 발언한 것이 아니라 단서를 둬 우려를 해소하도록 검토해 보겠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교사회와 학부모회 등을 법제화할 때 국·공립 및 사립, 또는 학교의 규모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도입을 강제하는 것은 학교 현장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이 아닌가. -한나라당이 교사회와 학부모회의 법제화에 동의하고 대안을 가지고 토론하겠다면 이 문제는 논의하면 된다. 국공립 학부모와 사학의 학부모가 다른 것이 없기 때문에 공사립 다 설치 운영하면 된다. 학부모회, 교사회 한다고 사립의 건학이념이 훼손되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은 사립학교 교장의 임기 규정을 신설한다고 했다. 이를 법률로 강제하는 것은 계약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지 않은가. -지금까지 사립학교 교장의 임기가 법인 정관을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나타났던 폐단 또한 컸다. 따라서 이런 폐단을 극복하고, 임기 제한을 두고 있는 국공립 학교장의 형평성을 맞추려는 취지다.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가 실질적인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기존 이사회의 기능 및 위상과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 같은데. -열린우리당의 개정안은 현재 국공립에서 심의기구화되어 있는 학교운영위를 사립에서도 심의기구로 하자는 것이고 학부모회, 교사회, 지역인사 대표가 여기에 참여하자는 것이다. 대학평의원회는 교수, 학생, 직원, 동문 등의 대표가 참여한다. 학교운영위나 대학평의원회가 실질적인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작동할 가능성은 어떤 근거를 가지고 하는 주장인가.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는 법에서 규정한 학교운영의 주요사항 일부를 심의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심의는 말 그대로 토론한다는 뜻이지 결정해서 집행하는 것이 아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Q:유 의원 → A:이 의원 교육부가 5년간 38개 대학을 감사한 결과 학교당 평균 53억원이 횡령과 부당운영으로 빠져나갔다. 이런 비리를 근절하려고 사학법을 개정하려는 것이다. 사학 비리의 원인과 반복적으로 비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학 비리는 학교 운영 절차가 불투명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회계뿐만 아니라 교육 과정, 교원 현황 등이 모두 그렇다. 이를 해소하려면 공시를 통해 학교 운영 전반을 낱낱이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현행법은 입학 정원 2000명 이상인 사립대만 외부 회계 감사를 받도록 하는데,2000명 미만의 소수 사학에서 비리가 더 많았다. 따라서 외부 회계 감사는 모든 대학으로 확대시켜야 할 것이다. 중·고교는 회계장부를 복식부기로 전환하고, 회계사가 결산자료를 검토하게 해야 한다. 재무 정보는 물론이고, 학교 현황과 교육 성과도 모두 공시해야 한다. 우리당 개정안은 학교운영위나 대학평의원회가 이사의 3분의1만 추천하도록 했다. 여전히 3분의2는 이사장이 선임한다. 그런데도 개방형 이사제가 학교 경영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는가. 외국 사례는 어떻게 평가하나. -학운위나 평의원회는 이해 관련자에 의해 주도, 운영된다. 교사회·교수회 등이 법제화되면 더욱 그럴 것이다. 피고용인이 학교 의사 결정구조에 참여하는 게 순리에 맞지 않다. 외국에서 학교 구성원이나 동문들이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것은 좋은 본보기가 되지만, 국가가 법률로 강제하지 않는다. 학부모와 교사, 직원, 동문 및 지역인사가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사립학교를 개선하려는 열린우리당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농촌 지역은 학부모 참여가 저조해 학운위의 구성 자체가 어렵다. 그런데 법을 개정해 권한만 강화하면 위험하다. 일률적으로 하지 말고, 지역과 학교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 또 기구를 법제화하면 사회적 비용도 많이 들고 부작용도 많다. 사립대는 재단전입금이 아닌 학생 등록금으로 학교를 운영해 재단기여도가 낮은데, 여당은 최소한 학교 교비의 예결산은 학교 구성원이 심의해야 한다고 본다.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의견은 어떤가. -여당은 학교 구성원에게 교비의 예결산 심의 권한을 부여할 계획인데, 막중한 권한 아닌가. 그렇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강제할 것인가. 이사회 기능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고민한 흔적도 없다. 학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데도 자율적인 권한을 더 축소하면 사학의 육영 의지 또한 좌절될 것이다.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사학법 개정에 찬성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여당의 개정안을 색깔론으로 매도하고 있다. 색깔론 공세에 대해 교육위원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 국민 여론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 -한나라당도, 국민도 사학법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곧 여당안을 지지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법 개정을 찬성할 국민은 없다. 일부 사학의 비리는 사실이고, 국민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하다. 때문에 법 개정의 당위성을 인정하는 것이 순서지만, 그 방향과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당 대안의 장단점을 따지고, 부작용을 예상해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다수의 사학을 비롯한 선의의 피해자를 막아야 한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與·野 ‘국보법 처리’ 시각차…양보없는 접전

    與·野 ‘국보법 처리’ 시각차…양보없는 접전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키로 함에 따라 여야가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여야 법사위원들간 물리적 충돌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 법사위 최연희 위원장과 최재천 열린우리당·장윤석 한나라당 간사를 만나 국보법 폐지안 상정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 여부와 관련,“여야가 폐지안이든, 개정안이든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상정키로 약속했다.”며 “약속은 지키자고 하는 것이지 어기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여당이 당초 약속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상정 요구를 하더라도 무조건 들어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여야 간사 협의 후 상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한나라당 소속이기 때문에 법안 상정을 거부하려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식의 논리라면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법을 표결로 처리한 것은 어떻게 설명하려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위원장은 원칙과 순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고, 또 그렇게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국보법 처리 전망과 관련해서는 “국보법 개·폐 문제는 국가 안위에 관한 중대 사안이고, 여야 모두 당운을 거는 현안인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졸속으로 처리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정기국회 회기 중 처리 여부를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간사는 이날 기자와 만나 국보법 폐지안 상정 방침을 분명히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국보법 폐지안의 상임위 상정 저지 가능성에 대해 “설마 상정하는 것 자체까지 막겠느냐.”면서 낙관론을 폈다. 그는 “최 위원장이 상정을 거부하면 국회법의 절차를 따르겠다.”며 최 위원장을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하지만 상정이 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 등 구체적 국회법 절차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음으로써 대승적 차원의 양보를 권유하는 인상을 남겼다. 최 의원은 국보법과 관련,“안보불안과 기본권 침해 등 논란이 되어왔던 쟁점들이 오랫동안 토론을 거쳐 해소되고 있고 국보법 폐지에 대한 지지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한나라당의 지연행위가 계속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폐지안 본회의 처리와 관련, 한나라당의 물리적 저지 가능성에 대해 “한나라당이 의사봉을 빼앗아 갈 수 있느냐.”면서 다시 한번 “물리적 저지에 대해서는 국회법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장윤석 한나라당 간사는 “열린우리당이 힘만 믿고 밀어붙이면 안 된다.”는 말로 국보법 폐지 반대 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이 국보법 폐지와 관련해 아무런 대안도 내지 않고 무조건 반대하면 의회민주주의와 거리가 있지 않으냐.’는 물음에 “한나라당의 대안은 명확하다. 국보법 폐지는 일단 막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지난 1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의사일정 변경 동의 형식을 빌려 사실상 국보법 폐지안을 상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노회찬 의원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느냐.”면서 “법사위가 3일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안을 논의하는 공청회를 열기는 하지만, 이 자리에서 국보법 폐지안이 정식으로 논의될지 여부는 여당에 달렸다.”답했다. 장 의원은 또 “여야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공정거래법을 표결하기로 합의했을 때 다른 하나인 국보법은 보류하기로 했다.”면서 “그런데도 여당은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다른 것까지 해치우려 한다.”고 국보법 상정과 처리에 대한 원천봉쇄를 별렀다. 전광삼 박지연 김준석기자 hisam@seoul.co.kr
  • [生生 인터뷰] 새시집 ‘유목과 은둔’ 펴낸 김지하 시인

    [生生 인터뷰] 새시집 ‘유목과 은둔’ 펴낸 김지하 시인

    9번째 시집을 낸 김지하(63) 시인을 지난 30일 아침 일산에서 만났다. 신도시의 회색빛 늦가을이 희멀겋게 내려다뵈는 오피스텔 11층. 그곳에서 이태째 거처해온 시인은 많이 쇠잔해져 있었다. 생로병사의 성벽 앞에 순하게 무릎을 접는 시인 김지하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새 시집 ‘유목과 은둔’(창비 펴냄)에서 시인의 키는 낮아졌다. 시대를 발언하는 사상가, 운동가이기보다는 생활인으로 돌아와 목청을 낮게 다듬었다. 그 자신 “가장 허름하고 가장 허튼 글모음”이라고 당찮은 겸사로 메어친다. 그러나 잦아진 사변적 발언들에 사뭇 달라진 시인의 지향을 감지하게 되는 건 사실이다. 틀림없이 그는 어느 때보다 삶에 밀착했다. ●현기증·고혈압… 육체적으로 지쳐 “육체적으로 아주 지쳐 있어요. 현기증에 좌골신경통, 혈압까지. 육체가 지치는 데는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거든. 논리적 담론 형태의 글쓰기를 쉴 때가 온 거라.” 94편의 시를 묶은 시집에서 그는 평범한 생의 순리에 자주 귀를 내맡겼다. 첫 시 ‘몸’(시인이 가장 아끼는 시)으로 “예전엔/잘 몰랐지//몸이 무너지면서/몸을 알았지”로 운을 떼더니 “늙어가는 길/외로움과 회한이/가장 큰 병이라는데//사람이 그리우나/만나기는 싫다”(‘오늘’)며 게으른 회한을 쏟아내기도 한다. 지친 몸과 죽음에 대한 사유도 부쩍 깊어졌다.“고담준론도 질퍽하게/아아/무엇이 아쉬우랴만//문득 깨닫는다//죽음의 날이 사뭇 가깝다는 것”(‘김지하 현주소’)이라고 물끄러미 오늘 발아래를 내려다보는가 하면,“자유당 말기의/내 정신풍경을 한마디로 뭐라 할까//매독환자/아니면/아편쟁이(…)이제는 아무것도/아무것도 없고//외로움밖에 없고//후회할 일밖에 없으니//참/개똥같은 인생”(‘김지하 옛주소’)이라고 쓸쓸히 탄식한다. “조동일(계명대 석좌교수)씨가 얼마 전 지용문학상 시상식에서 만났더니 그럽디다. 미학적으로 정련된 시, 엄격히 리듬을 따진 시만 쓰지 말고 이젠 좀 쉽고 허름한 시를 써보라고. 그렇게 열편 스무편 막 쓰다 보면 거기에 사금파리가 들어 있는 거라면서…” 지난 시절 민중문학운동을 함께 했던 지우의 권유에 시인은 진지하게 귀를 열었다.“동화를 쓸 요량입니다. 붉은악마 세대의 감수성에 맞추되 신화적 상상력을 움직이는 그런 동화 말이지.” 동화의 환상성과 소설의 리얼리즘을 모아 집필에 들어간 동화는 내년 여름 이후 발표할 계획이다. ●4년쯤 뒤 생명운동에서 은퇴 “내후년쯤부터 차츰 후배들한테 지금 일(‘생명과 평화의 길’ 이사장을 맡고 있다)을 넘겨주면서 늙은 그루터기 역할을 할 생각”이라는 그는 “4년쯤 뒤엔 생명운동에서 은퇴할까 한다.”고 했다.“앉아만 있어 달라고들 하니 죽은 제갈량이지 뭐.(웃음)” 시인은 “앞으로의 내 시는 문명을 비판하는 잠언쪽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형식적으로 쉽고 짧은 시를 쓰겠다는 부연설명도 했다. 이번 시집 속에도 시의 뜻을 곧추 세우는 고백글이 들어있다.“50여년을 내내/시를 써온 이 뒷날에야/느지막이 시의 뜻을 세운다//다시 태어나리라//한 작가로,/꼭 자유자연만이 아닌/활동하는 무(無),/흰 그늘로//(…)//다시 진화하리라”(‘재진화(再進化)’) “육신이 지쳤다.”는 말을 인터뷰 도중 여러번 했다. 그러나 영혼의 나이만은 더 먹지 않으려는 시인의 정신은 청청히 살아 있다.“나는 언제나/반역의 사람/(…)/살아있다면/친구여/바람을 거슬러라”(‘바람이 가는 방향’)라고 반역의 정신을 드러낸 시인은 “나이를 먹어도 비판정신만은 늙지 않는 미국의 삐딱이 사상가 노엄 촘스키가 부럽다.”고 고백했다. 그는 내년 초 산문집 ‘생명과 평화의 길’(문학과지성사)과 미학이론을 다듬은 ‘흰 그늘의 미학’(실천문학사)을 또 내놓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사설] 장성인사 의혹 진상 규명부터

    육군 장성인사 비리의혹을 보는 국민들은 안타까움을 넘어 불안하기까지 하다. 군이 인사·진급 심사비리의 발본색원을 그토록 장담했음에도 이런 의혹이 다시 제기되다니 참담한 일이다. 게다가 청와대·국방부와 육군 수뇌부간 갈등설이 나오고 있다. 일부 군장성의 반발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합리적으로 풀어나가지 않으면 군이 크게 동요할 수 있다는 점을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사건을 촉발시킨 괴문서 내용 중 일부는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향응접대, 허위 업무실적, 부인 식모살이 등이 사실이라면 기가 찰 노릇이다. 군 검찰이 육군본부를 처음으로 압수수색하게 된 배경이다. 진상조사 후 엄정한 조치가 불가피하다. 육군은 이런 의혹을 사게 된 상황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설령 군검찰 독립문제를 둘러싸고 ‘길들이기’라는 의구심이 들더라도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정도다. 수사를 받음으로써 지휘권이 타격을 입는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일부 장성의 반발은 국가안보에 나쁜 영향을 미칠 뿐이다. 군 검찰은 수사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사기를 먹고 사는 군이 오래 흔들려서는 안 된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정치적 오해가 없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군개혁이 미진하다면 순리적 방법으로 이끌어야 한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얼마전 남재준 육군 참모총장이 ‘정중부의 난’을 거론했다는 설이 떠돌아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도 있다. 투서·괴문서 또한 군 인사때마다 있어온 폐습이다. 진실은 밝히되 억울한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 차제에 군 인사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군은 ‘4심제’ 심사과정을 채택하고 있지만, 근무인연·학연·지연에 따른 정실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사위원 선정부터 군 수뇌부의 입김이 배제되고 공정성이 보장되도록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평가지침의 구체화, 그리고 평가자료 검증장치도 보완이 요구된다.
  • 이만섭 前의장 ‘파행국회’ 비판

    이만섭 前의장 ‘파행국회’ 비판

    이만섭전 16대 국회의장은 17대 여야 의원들에게 “국회가 13일째 파행을 거듭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고, 의회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하루 빨리 정상화하라.”고 9일 촉구했다. 이 전 의장은 이날 “내가 의장을 할 때는 국회파행의 조짐이 보이면, 당일날이나 늦어도 그 다음날에는 여야 원내대표를 한자리에 불러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했다.”면서 “국회의장은 가능한 한 빨리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 파행 12일째에야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주선한 김원기 국회의장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1993년 민주당 박계동 의원이 대정부질의에서 황인성 당시 국무총리에게 ‘12·12사태의 역사적 해석’에 대한 답변을 요구해 정회가 되는 등 소란이 있었지만, 총리의 답변을 받아낸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여당인 민자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황 총리는 여당의 눈치를 보면서 답변을 회피하고 있었지만, 이 전 의장이 “총리는 답변하시오.”라고 다그쳐 답변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그는 “국회에서는 총리뿐 아니라 국가원수라도 의장의 말을 듣는 것이 순리”라며, 국회의장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이해찬 총리의 사과문제에 대해 이 전 의장은 “총리는 국민과 야당에 유감을 표시하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는 조건이나 토를 붙이지 말아야 한다.”고 잘라말했다. 이 전 의장은 이 총리의 ‘차떼기 당’을 촉발시킨 한나라당의 색깔론 제기에 대해,“색깔론이 불어도 국민들이 과거처럼 좌파·용공으로 믿지 않는 만큼 여당이 신경과민이 될 필요가 없다.”면서 “다만 정부·여당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일부 국민들이 좌파정부라고 ‘오해’한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장은 등원을 거부하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민생경제가 어려우니, 대여투쟁을 국회에 들어와서 하라.”고 조언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사설] ‘4大입법 철회’ 주장 옳지 않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어제 국가보안법 등 4대 입법을 철회하라고 여권에 요구한 것은 옳은 자세가 아니다. 박 대표는 국회 대표연설에서 “현 정권이 4대 입법과 같은 좌파적인 노선을 철회하지 않는 한 경제회복은 불가능하고, 국제사회에서 점점 더 고립되기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1야당 대표가 대안 제시보다는 정치투쟁에 앞장서는 듯 비쳐져 유감스럽다. 특히 4대 쟁점입법 논란을 좌우 이념대결로 몰고가려 한다면 잘못된 판단이다.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언론관계법, 사학법 등은 사회개혁을 위해 개폐나 제정이 불가피한 법들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과거사법, 언론관계법, 사학법 관련 개혁이 지지를 받고 있다. 국보법 폐지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론이 상당하지만, 그 역시 손질의 필요성은 다수가 인정한다. 한나라당도 여론을 의식해 내부적으로 대안을 마련해 왔으면서 이제와 전면철회를 촉구한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한나라당은 여당 법안의 위헌성 검토작업에도 들어갔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헌법소원을 거론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국회에서 소수파가 되니까, 입법권을 헌법재판소에 의존하려는 정치술수로 비칠 수 있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헌재가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을 정치적 호기로 여겨 4대 입법의 철회를 밀어붙이려 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마찬가지로 노무현 대통령과 여권도 헌재를 비판하는 등 자극적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대안마련 작업을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 여당안 가운데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있으면, 대안을 만들어 논리 대결로 고치도록 압박하는 것이 제1야당의 할 일이요, 순리다. 여당과 대화·타협을 통해 4대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토록 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경제·민생을 걱정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국을 경색시키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나쁘다.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개혁을 할 때와 사사건건 벼랑끝 대결을 할 때, 어느 쪽이 국가발전에 바람직한지 숙고하길 바란다.
  • 이건희회장, 전경련 차기회장에 사실상 추대

    이건희회장, 전경련 차기회장에 사실상 추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차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 사실상 추대됐다. 전경련 강신호 회장은 25일 저녁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 2월 총회에서 이건희 회장에게 자리를 넘겨주기 위해 회장직을 곧 그만둘 것”이라며 “재계의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재계 실세인 이 회장이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선출돼야 한다는 것이 현 회장단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의 이날 발언은 현 전경련 회장단 사이에 차기 회장 선출과 관련한 의견 조율이 이미 끝났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 회장도 그동안 자신에 대한 재계의 추대 분위기가 무르익을 경우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강 회장은 회견에서 “그동안 건강문제로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했던 이 회장에게 차기 회장을 맡아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면서 “LG 구본무 회장과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에게도 회장직을 요청했지만 두 사람은 전경련 회장으로서 대외활동이 부담스럽다며 고사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강 회장은 “(나는)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장직에 올랐지만 경험에 비춰볼 때 실세 회장이 재계를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느꼈다.”면서 “그간 삼성 이 회장의 고사 이유가 해소된 만큼 내년부터는 이 회장이 회장직을 맡는 것이 순리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지난해 11월 손길승 전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뒤, 올 2월 손 전 회장의 잔여 임기(1년)만 채우기로 하고 회장에 취임했다. 강 회장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신행정수도 건설이 사실상 무산된 것과 관련,“실망하는 충청권 국민들에게 기업도시를 통해 희망을 주는 것 밖에는 대안이 없다.”면서 기업도시 활성화를 통해 문제를 풀 것을 제안했다. 그는 “재계가 기업도시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돈이 벌리면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며 각종 혜택을 통해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불만도 잇따랐다. 강 회장은 “법이 아무리 좋아도 경제활동에 지장이 있으면 재고돼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 제한과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 등 현안에 양보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명관 부회장은 “출자와 투자가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은 20세기 기업에서나 가능한 것”이라며 “실물경제를 잘 아는 기업인들이 이야기를 하면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자기 주장만 맞다고 우기니 답답할 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1)양양 동해신묘와 연어잡이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1)양양 동해신묘와 연어잡이

    지극히 좁은 곳에서 산과 바다와 강을 두루 만나는 곳을 고르라면, 서슴없이 양양을 꼽을 만하다. 가을빛이 짙어져 설악산 정상에서부터 단풍이 하산을 시작할 무렵이면 솔냄새 자욱한 산중보배(山中寶貝) 송이가 고개를 내밀어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송이는 영물이어서 아무 산에나 나지 않는다. 단풍이 져서 남대천에 잎을 떨구면 동해에는 본격적으로 연어가 올라온다. 계절의 신호는 분명한 것이어서 한 치의 어김이 없다. 송이와 연어가 자연의 순리를 따라서 순회한다면, 남대천변의 동해신묘에는 동해신이 주석하고 있다. 서울에서 정동(正東) 방향인 정동진이 드라마 ‘모래시계’ 때문에 급작스럽게 각광을 받았던데 비해 정작 동해의 중심인 동해신묘(東海神廟)는 아는 이조차 드물다. 역사교육 부재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해신(海神) 포세이돈 신전에는 뜨거운 감동을 표하는 한국인들이 정작 자신의 조상들이 모시던 동해신묘에는 무감각하니 그 얼마나 자괴스러운 일인가. 그렇듯 자신의 것을 챙길 줄 모르니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Japan Sea)로 명명하고 전세계에 홍보하는 일까지 벌어진다는 생각도 든다. ●동해의 문화 상징물 1호 양양 남대천변에 동해신묘의 잔흔이 있다. 건물을 복원하여 명색이나마 구비하여 놓았다. 십여년 전에는 허물어진 터전에 부서진 비석 하나만 달랑 서있던 곳이다. 강원도 양양의 동해신사(東海神祠), 황해도 풍천의 서해신사(西海神祠), 나주(지금의 영암)의 남해신사(南海神祠), 그리고 바다가 없어 해신을 모실 수 없는 북쪽에는 강신(江神)으로 함북 경원의 두만강신사, 평북 의주의 압록강사를 모셨다. 남한에는 동해묘와 남해신사 둘뿐인데, 남해신사는 장소가 불명확한 반면 동해묘는 비석이 남아 있어 터전이 확인이 되는 남한땅의 유일한 곳. 읍치 단위나 개별적으로 용신, 해신 등에 제사지내는 신사 굿당 등은 즐비하지만 국가 제사터는 매우 드물기에 이곳이 더욱 각별하다. 동해의 문화적 상징물 1호는 두 말할 것 없이 바로 양양의 동해신묘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이르길 ‘동해신사’에서 춘추로 제사 지낸다고 하였고,‘여지도서’에는 ‘동해묘’가 정전 6간에 신문 3간, 전사청 2간, 동서재 각 2간 등 대단히 큰 규모였음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일찍이 고려사에도 동해신사가 양주(襄州)에 있다고 하였다. 양주는 오늘날의 양양군이니 동해신묘는 최소한 고려시대의 중사(中祠)로 인정받아 마땅하다. 국가에서는 강향사(降香使)를 보내 국가에서 내린 향으로 제를 올리게 하였다. 향을 사르면서 국가적인 운명을 걸고 동해 용왕에게 신탁의 말을 듣듯 장엄한 제례를 봉행하였다. 해신에게 국태민안과 풍농·풍어를 기원하고, 큰 격변이 있을 때마다 신의 노여움을 달랬다. 경종2년(1722)과 영조28년(1752)에 양양부사 채팽윤과 이성억에 의해 각각 중수되었으며, 정조24년(1800)에 어사 권준과 강원도관찰사 남공철의 주장으로 재차 중수되었다. 중수 당시인 1800년에 남공철이 지은 ‘동해신묘중수기사비’가 지금까지 전해진다. 비문에는 바다와 왕이 동급(海輿王公同位)이라고 하였으며, 만물을 윤택하게 하는 것에 물보다 더함이 없다고 하였다. 담장이 쇠락하고 민가가 제당 가까이 들어차 있어 닭과 개소리가 들리지 않게끔 하여 산천제사를 엄숙하고 공경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서울에서 향과 축을 보내어 제를 모시니, 백성들은 해신 보기를 부모와 같이 한다고도 하였다. 동해신묘에 철퇴가 가해진 것은 일제 통감부 시절인 순종2년(1908년) 12월 26일. 명을 받은 최종락 양양군수가 훼철에 나섰으니, 그가 갑자기 죽은 것은 동해신의 노여움 때문이란 전설도 전해진다. 제사(祭祀)와 건물은 사라졌으나 양양의 민중은 여전히 ‘성전터’라 부르고, 신전 일대의 소나무를 ‘동해금송란’이라 하여 일체 손대지 않았다. 국가제사의 단절과 무관하게 민중의 삶 속에서 장기지속적으로 신성성이 이어졌다는 증거이다. ●신묘 부순 군수 갑자기 숨져 훼철 당시에 동해신묘중수기사비는 동강나 개인집에 보관되어 오다가 근년에 제자리를 찾았다. 동해신묘 폐지는 당연히 동해를 일본해로 바꾸기 위한 일제의 전략이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 동해 명칭이 문제가 되고 있는 작금의 실정에서 동해신묘는 동해를 고유명사를 사용한 국가적 신전의 역사적 증거물로 내세울 만하다. 현재의 동해신묘 앞에는 현대식 콘도들이 곳곳에 들어섰다. 동해신묘 원형 복원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며 파괴되는 현실을 가슴아파 하는 고경재 양양문화원장은 지형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지금 보는 풍경은 전혀 옛모습이 아니지요. 현재 콘도가 들어찬 동해에서 신전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둥글게 에워쌌습니다. 이곳은 개(바닷가)인지라 글자 그대로 모래를 쌓아서 인공으로 조성한 조산에 신전을 세우고 둘레에는 해자처럼 바닷물을 돌게 하였지요. 장관이었습니다.” 지명도 조산동이다. 규장각에 있는 옛지도에서 신묘를 둥글게 굽이도는 바닷물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의 양양시내까지도 바닷물이 들어 왔으니 바뀌어도 엄청 바뀌었다. 동해 바닷물이 넘실대는 신묘가 전승되었다면 동해안 최고의 명소가 되었음직하다. 말하자면 국가적 해상신전이었던 셈인데 문화재청에서는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다. 동해신묘에서 굽어보이는 지근거리가 남대천 하구다. 낙산대교에서 바라보면 바다와 강이 만나는 모래톱이 푸른색과 흰색으로 묘한 대조를 이룬다. 모래톱에서 한창 연어를 낚고 있다. 남대천에는 지금 연어떼가 올라오고 있다. 멀리 태평양을 돌고돌아 험난한 여정을 끝내고 돌아오는 연어의 모천회귀는 너무도 많은 이들이 노래한지라 재론이 불필요할 것이다. 올해에도 10월23일부터 어김없이 연어축제가 열려 호기심을 자아낸다. 동해신묘에서 다리를 건너 연어연구의 메카인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의 연어연구센터를 찾았다. 연구센터의 주 임무는 치어방류. 양양 남대천 앞바다는 물론이고 DMZ 남강에까지 방류, 연어를 통한 통일문화 형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연어는 왕연어 홍연어 은연어 곱사연어 시마연어 등 종류도 다양한데, 우리나라에 회유하는 연어는 아시아 전역과 서부 베링해에 분포하는 아시아계군(Chum salmon)이다. 방류된 치어는 북해도를 거쳐 베링해와 북태평양에서 성장한 뒤 회유해 2∼5년 후에 동해안으로 되돌아와 산란한 뒤 생을 마친다. 연구센터에서는 고성의 명파천으로부터 북천 남대천 연곡천과 남해안의 남강 섬진강에 이르기까지 넓은 지역에서 어미 포획과 치어 방류사업을 펴고 있다. 이채성 연어연구센터장은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들려준다.“송어와 산천어는 동일종입니다. 하천에만 머무는 놈이 산천어이고, 바다에 나갔다 오면 시마연어가 되지요. 먼 바다를 순회하고 돌아오는 놈은 대부분 암컷인데 강으로 되돌아와서 산천어를 만나 결혼하게 됩니다.”다른 놈은 암수가 같이 바다로 나갔다 오는데 유독 시마연어만은 암컷 홀로 회유에 나선다. 이 문제는 일제시대에 수산시험장에서 15년간 어류양식의 초석을 닦은 우치다(內田惠太郞)가 가장 고민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산천어와 연어의 논란 많은 논쟁을 종식시킬 만한 연구 성과다. 서유구의 ‘전어지’에 ‘송어는 주로 동북의 강과 바다에서 나는데, 생긴 모양이 연어와 비슷하며 살이 많고 맛도 일품’이라고 적은 기록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는 순간이다. ●연어는 선사인들도 즐겨 먹어 붉은 색으로 변한 하천 연어는 맛이 없다. 산란으로 기력이 쇠진한 상태이기 때문. 반면에 은빛의 바다연어는 맛이 좋아 먹을거리로 이용되는 연어는 대부분 정치망으로 잡아올린 것들이다. 수온변화 등으로 회귀량도 당연히 줄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치어방류량을 늘리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닐성 싶다. 국립수산과학관 수자원관리조성센터의 정달상 박사는 어란을 소수의 샘플에서만 채취해 치어를 만듦으로써 빚어지는 ‘연어 근친상간’의 생태적 비극을 경고한다. 돌아오는 연어의 양도 중요하지만, 부모-자식, 언니-동생 같이 같은 종의 ‘인공연어’만이 지배하고, 실제의 자연연어는 내몰려 결국 종다양성이 깨지고 마는 문제까지 예상해야 하는 문제 아니겠는가. 바다에 신이 있다면, 해신의 ‘보이지 않는 손길’은 바로 이러한 종다양성까지 지켜보고 관장하는 것이 아닐까. 연어는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선호한 어류였다. 남대천변에는 이른바 오산리유적이라는 선사시대의 중요한 유적이자 생태환경의 보고인 쌍호가 있다. 이곳에서는 엄청난 선사유물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중 커다란 낚시바늘이 눈에 띈다. 석호(潟湖,lagoon) 인근에서 살던 선사인들이 연어 등을 낚는데 쓰였으리라. 그네들은 연어를 날로 먹고, 구워 먹고, 말려서 갈무리해 두었다가 먹기도 했을 것이다. 오산리 포구를 찾아가니 선사 이후 수천년 뒤의 후예들도 해풍에 연어를 말리느라 정신들이 없다. 북미 인디언들의 연어잡이와 흡사한 삶이 한반도에서도 지금껏 이어지고 있으니, 남대천변의 해양문화적인 삶은 국제 공통문화의 또다른 사례 아닌가. 더 나아가 쌍호의 선사문화가 암시하는 석호의 해양문화적 중요성에 더해 남대천의 연어를 굽어보는 동해신묘까지 있으니, 해중보배(海中寶貝)의 땅이 바로 남대천변의 기수대가 아닐까 싶다.
  • [사설] 방위비 분담금 대폭 축소 협상해야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용산기지 이전협정(UA)과 이행합의서(IA)를 통과시킨 뒤 전문을 공개했다.UA와 IA는 다음주 한·미 양국간 공식서명 절차가 예정되어 있으며 이후 국회 비준절차를 밟게 된다.UA의 경우 지난주 노회찬 의원이 앞서 그 내용을 공표했다. 이전비용의 한국측 부담 문제와 함께 대체부지 및 이전시설 건설비용 증가를 둘러싼 개악 논란이 있음을 이미 지적했다. 외교관례나 국가신의를 감안할 때 가서명까지 마친 협정안을 전면 수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용산기지 이전비용을 미국측에 부담케 하기 어렵다면 한국이 매년 지불하는 방위비분담금을 대폭 낮춰 국민부담을 줄이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 국민과 국회가 협정안에 비판적이라는 사실을 미국측에 분명히 알려 기지이전 과정에서 드는 가변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측이 유리한 위치에 올라서야 한다. 그러려면 UA뿐 아니라 IA도 국회 동의절차에 회부하는 게 낫다. 미국측은 최근 주한미군 전술지휘자동화체계(C4I) 현대화비용을 방위비분담금 항목에 추가해주도록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기지 이전협정안에 미국측 부담으로 명시했음에도 이를 우리측에 떠넘기려는 속내를 보였다. 정부는 미국측이 이런 주장을 계속하면 UA,IA 등 기존합의가 모두 깨질 수 있음을 미국측에 엄중 경고해야 한다. 올해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은 6억 2300만달러에 이르렀다. 미국측은 이전까지 인상률을 그대로 적용해 내년에 7700만달러를 올려주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어불성설이다. 미국은 주한미군 3600여명을 이라크로 차출했고, 주한미군 감축안을 추진중이다. 방위비분담금을 축소조정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는 사실을 미국측에 깊이 인식시켜야 한다.
  • [김영희 이혼클리닉] 채팅하다 바람나 가출한 며느리

    [김영희 이혼클리닉] 채팅하다 바람나 가출한 며느리

    예순이 넘은 사람입니다. 며느리가 집을 나가 속이 상합니다. 아들은 31세, 며느리는 26세랍니다. 혼인신고를 마쳤고, 딸아이도 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5년 동안 결혼식은 못 올렸습니다. 내년쯤 결혼식을 하려 했는데…. 아들내외는 열심히 맞벌이를 해 부모 도움없이 조그만 집도 마련하고 잘 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며느리가 인터넷 채팅으로 젊은 남자와 바람이 나서 가출을 하고 말았습니다. 수원과 서울 구로공단에 살고 있는 며느리에게 아들과 함께 쫓아가 맘껏 때려주고 싶은데 참고 있습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박창석(가명)- 인터넷 채팅으로 젊은 남자와 말썽을 일으킨 며느리가 어린 딸마저 버리고 집을 나갔다면 마음이 무척 괴로울 것입니다. 요즈음 인터넷 채팅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고 이로 인해 가정파탄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서 우리 모두가 우려하고 있는 바입니다. 청소년에서부터 가정주부까지 컴퓨터에 온통 정신을 빼앗겨 공부도, 가정일도 내팽개치며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클릭 하나로 많은 정보와 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되어 좋은 반면, 그에 못지않게 부작용도 많아서 잘 쓰면 약이 되고, 못쓰면 독이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박창석씨, 세상 돌아가는 순리를 다 아실 만한 연세인 것 같습니다만, 아무리 오래 살아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지요. 상식도 원칙도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당혹스러울 때가 많습니다.5년전 당신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아들이 임신한 처녀를 데리고 와서 인사를 시킨 것이 지금의 며느리인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결혼식도 올리지 않은 채 딸을 낳고 살며 맞벌이를 해서 알뜰살뜰 돈을 모아 부모도움 없이 집을 장만했다면, 그때까지는 아들부부에게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집 장만하기까지 남달리 건실하게 살았던 며느리가 어느 한순간 인터넷 채팅으로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겼다면 시아버지가 모르고 있는 부부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내가 그토록 심각할 지경으로 인터넷 채팅에 빠져들 때까지 남편이 모르고 지냈다면 아내에게 무관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부는 항상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애정표현을 자주해서 상대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사랑으로 마음을 채워나가야 합니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몇 년째 아들의 결혼식을 미루어 왔다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식장에서 올리는 결혼식이 의례적인 형식일 수 있지만, 사람 사는데 형식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에 예쁘게 화장을 하고 하객들 앞에서 결혼서약을 하며 결혼예물을 주고받고, 신혼여행을 가고…. 여자로 태어나서 가장 행복하고 기쁜 날이 시집가는 날입니다. 여자들에게 웨딩드레스가 주는 의미는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한데 며느리는 아이까지 낳고도 오랫동안 결혼식도 못 올린 채 살고 있는 것이 마음에 상처가 되었을 것입니다. 내년에 조그만 예식장을 빌려 결혼식을 올려주려고 했다는데 그동안 너무 소홀했던 것은 아니었는지요? 집안 형편상 그랬을 수도 있었겠지만 집 장만보다 더 급한 것이 결혼식이었습니다. 창석씨, 결과가 있으면 반드시 원인이 있기 마련입니다만, 어떠한 이유로도 며느리의 행동은 참으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어린 딸을 버리고 집을 나가버린 엄마라면 엄마로서 자격은 그만두고라도 인간적인 도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며느리가 돌아오면 다시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진정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상담글로 보면 며느리에게 그토록 심한 욕설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선 당신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기 때문입니다. 다시 만나서 산다고 해도 불행해 질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아들과 함께 며느리에게 달려가 실컷 폭행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는데 자제하십시오. 마음과 몸이 떠나버린 사람, 깨끗이 잊어버리고 소중한 핏줄인 손녀를 잘 키워주는 게 집안 어른으로서 해야 할 도리입니다. 아드님도 마음을 정리하고 새 출발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십시오. 당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 [고교등급제 어떻게 풀 것인가-해법] “대학 자율 맡겨야” vs “법으로 규제해야”

    [고교등급제 어떻게 풀 것인가-해법] “대학 자율 맡겨야” vs “법으로 규제해야”

    ■ 납득할 수 있는 고교평가 기준 마련- 강태중 중앙대 교수 고교등급제에 대한 비난과 옹호가 팽팽하다. 양측 논리가 모두 일리 있다는 뜻이다.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고 한통속 취급하는 ‘동문 연좌제’라고 비난하는 것이나, 전형 대상자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출신 학교를 살피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반박하는 것이나, 모두 고교등급제의 한 단면을 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방(攻防)이 각각 일리 있다는 것은 서로를 정확하게 겨누고 있지 않다는 뜻도 된다. 모두 자신의 입장만 부각시키고 있어서 공방이 서로 부딪치는 것이 아니라 엇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태에서는 문제 해결을 모색하기 어렵다. 정직한 토론은 없고 문제에 대한 과장이나 은폐만 난무하기 때문이다. 솔로몬의 해법이 구안된 대도 양측의 동의를 얻어낼 수 없다. 한 쪽의 찬성은 곧 다른 쪽의 반대를 불러 일으키는, 비유컨대,‘분쟁의 블랙홀’이 형성되는 형국이어서 어떤 대안도 타협을 이룰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고교등급제의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그 문제 ‘사실’에 대하여 포괄적이고 바른 이해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고교등급제에 대한 바른 이해를 전제했을 때, 그 문제 해결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대학 교육은 자율을 바탕으로 성숙하고 피어날 수 있다. 고교등급제로 비난받는 대학의 이번 행위들도 자율적인 것이었다. 해당 대학들은 허용된 권한 안에서 나름의 자율을 구사했다고 말하고 있다. 부풀려진 내신 성적을 감안하면 각 지원자에 대하여 전국 단위 상대적 성적을 유추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대학들은 판단하였다는 것이다. 결국, 교육부 조사로 알려진 바와 같이, 대학 나름의 학교차 고려 방식을 고안하여 사용했던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바람직하다고 여기며 적용하였던 것 같지는 않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최선이라고 선택했던 방법이었다는 것이 해당 대학들의 말이다. 대학은 명실상부한 자율을 통하여 이와 같이 수세적이며 소극적인 입장을 초극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입학전형의 문제만 두고 본다면,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윤리적인 역량을 갖추었을 때 비로소 대학은 자율 명분을 지니게 된다. 대학들이 입학 지원자들을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데 대해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출신학교를 살피는 것에 대해서도 가타부타할 수 없다. 그렇지만 출신학교 고려가 자의적이어서는 안 된다. 교육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와 방법으로 지원자 개개인을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대학은 정보를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지원자들의 학교 배경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 대학이 직접 나서야 할 것이다. 원서를 읽고 평가할 전문가들이 이를테면 지역별로 나누어 평소에 잠재적인 지원자들의 학교를 파악하고 자료를 누적시켜 두어야 한다. 학교를 방문 관찰하고 교사들을 만나보는 것은 기본이다. 이렇게 얻게 되는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그들은 자신이 관장하는 지역의 지원자들을 좀 더 타당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고교 내신이 부풀려져서 문제라면 달리 평가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대학 수학 잠재력이나 인성 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이른바 본고사가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면접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 여건을 모르는 제안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관성을 현실의 이름으로 유지하려 드는 한 개선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수능과 같은 전국 표준 시험을 잣대로 삼는 것이 최선이라는 고정관념도 극복하여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이 말 그대로 ‘대학수학능력’을 재는 것은 아니다. 대학은 ‘수능’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나름의 전형 도구와 방법도 찾아야 한다. 대학이 독자적으로 이런 일을 해내는 데는 물론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특히 우리 교육사가 주는 구속은 엄청나다. 그러나 한 사회의 교육은 대학이 이끌어야 한다. 교육부의 지원도 교사나 학부모의 동참도 필요하다면 대학이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 상대평가도입…내신 변별력 제고를-손지희 전교조 정책국장 고교등급제는 명백한 입시부정이요, 부당한 교육차별이다. 은밀한 내부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입시혼란을 가중시키고 수험생과 학부모, 국민을 기만했다. 결과적으로 계층간 위화감을 증폭시켜 대학 스스로가 사회적 분란을 야기했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 불가를 천명했으면서도 몇 년 전부터의 등급제 적용 의혹에 대해서 별다른 조사도,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피해는 누적되어 버렸고, 불신을 자초했다. 학부모들은 이번 2학기 수시에서도 등급제를 적용한 게 분명하다며 여전히 교육부를 미더워하지 않는다. 국민의 상처 난 가슴을 어루만지며 빨리 추스르고 문제 발생의 원인을 짚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순리겠다. 시민 사회단체들이 제시한 대로 해당 대학에 대해 특별감사를 단행하고, 억울하게 차별받은 학생들을 즉각 구제해야 한다. 재발방지를 위해 등급제 불가의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 해당 대학에 대해 대학정원 축소, 재정지원 삭감 등의 행·재정적 제재는 물론 책임자에 대해 즉각 형사 고발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교육부 역시 ‘공모’의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학생선발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문제는 남는다. 학교간 학력차와 내신부풀리기를 이유로 등급제 불가피론을 펼치기도 하지만 일부대학이 저지른 입시부정 기법이 일반화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 대학서열이 있는 한 등급제의 칼날을 휘둘러 이득을 볼 대학은 상위 몇 개에 불과하다. 고교등급제를 정당화하려는 일부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인정해서도 안 되거니와 설사 학력차와 내신부풀리기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등급제가 일반화되면 더 많은 문제를 낳는다. 학력차가 만약 있다면 그 원인을 분석하여 ‘어떻게 줄일까.’를 정책방향으로 삼으면 되지 입시에 반영할 방법만 궁리하는 것은 교육은 아예 포기하고 분리와 선발에만 치중하겠다는 역할 포기 선언에 다름 아니다. 등급제 없이도 선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차피 지금은 입시변화를 시도하는 때이다. 안타깝게도 교육부가 선보인 대입안은 대학 서열을 그대로 둔 채 내신과 수능 등급제로 변별력을 약화시키고 대학의 선발자율권을 확대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등급제를 발생시키게 되어 있다. 대학이 서열화돼 있는 한 변별력은 대학입시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분명한 것은 사교육문제 해결, 교육차별 근절, 학생부담 완화, 초·중등교육의 정상화가 새 대입제도가 지향해야 할 원칙이 되어야 한다. 대학 서열화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위 원칙을 지키면서도 시행가능한 해법은 내신을 통한 변별력 제고밖에 없다. 내신의 실질 반영률은 8%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은 서열화되어 있고 어느 대학을 가느냐가 인생을 좌우하는데 내신은 평어반영을 ‘권장’하다 보니 형식적으로 부풀리는 현상도 나타나게 된 것이다. 대학서열화가 있는 한 내신의 변별력 제고를 위해서는 당분간 내신 상대평가는 불가피하고 이것이 입시를 위해 특정지역 및 특목고로의 쏠림현상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당장은 내신의 실질 반영률을 50%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고 수능은 자격고사로 돌리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 이 얘기를 하면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지만 학교교육은 왜곡시키면서 사교육 및 수험생의 부담, 교육 불평등을 가중시킨 것이 수능의 역할이었다. 학교 교육과정과 수능이 따로 놀다 보니 따로 준비해야 하고 따라서 값비싼 사교육으로 적응력을 기른 층에게 유리해진 것이 아닌가. 수능 때만 되면 삶을 포기하는 일이 어김없이 일어난다는 것도 명심하자. 특목고가 사회를 위한 엘리트 양성을 위한 공간이려면 입시명문의 ‘명예’에 집착하지 않도록 동일계 입학을 전제로 운영하면 된다. 대학은 우수학생 유치에 기울이는 노력보다는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는 일에 힘을 써야 한다. 우리 사회는 대학서열체제에서의 입시경쟁으로 너무 많은 낭비를 해왔다. 발상을 전환할 때다.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른 만큼, 신중히 입시변화를 꾀하되 국공립대평준화라는 대학서열완화의 첫발 떼기도 더 이상 미루지 말자.
  • [CEO 칼럼] CEO 대통령 대망론/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CEO 칼럼] CEO 대통령 대망론/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요즘은 온통 갈등과 싸움뿐인 것 같다.집단이기주의의 전시장처럼 나라가 변해 버렸다.과거를 바로 세우자는 소리가 있는가 하면 과거에 묶여 미래를 포기한 채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비난도 있다.386세대의 미숙을 나무라기도 하고,부패의 오랜 경륜(?)을 몰아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동서가 다퉜지만 그것도 어느새 더욱 세분화되었다.혹자의 주장대로 역사란 ‘불확실한 미래를 향한 오늘의 과정’이다.그래서 미래를 가늠하기 위해 돌이켜보는 일은 매우 슬기로운 일이다. 대한민국은 현대국가 반세기를 넘겼다.그리고 21세기 통일 한국을 내다보고 있다.그러는 사이 한국인은 여덟 명의 행정수반과 아홉 번째 대통령을 맞았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에 앞서 독립운동가라고 해야 할 것이다.한국 광복에 공이 있는 미국을 토대로 한 이승만 대통령의 집권은 차라리 역사의 순리라고 보는 게 옳다.어쨌든 이 시기는 독립운동가의 시대일 수밖에 없다.국부(國父)의 권위를 누리다가 독재자로 쓰라린 퇴장을 당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군인 박정희 대통령의 시대가 열렸다.한국전쟁을 통해 당시 가장 근대화된 한국사회 구성체는 다름 아닌 군부였다.이 때문에 형태에 상관없이 군부의 등장은 또 하나의 순리였다.그들은 전쟁으로 배고픈 국민들을 먹여 살리는데 진력했다.한강의 기적을 일궜다.그러다가 한국인들은 제왕적 대통령을 용인하고 유신까지 체험해야만 했다.심복의 총탄으로 유신은 퇴장했다.숙명이리라. 최규하 대통령의 등장은 얼떨결에 집권한 관료의 표상이었다.오랜 세월 통치에 잘 훈련된 군부 엘리트가 가만있을 수 없다.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의 등장과 퇴장까지 사실상 박정희 대통령의 연장선상에 있는 군인에 의한 통치시대라고 봐야 한다.한 쪽으로 기울면 반동이 그만큼 있게 마련이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반군부독재·반부패의 표상으로 등장했다.군부독재를 씻어내기 바빴다.경제는 수렁에 빠졌다가 겨우 헤어나고 있다.민주투쟁가 직업정치인 시대였다. 지난날 정주영 대통령후보가 한국 제일의 금력을 확보한 뒤 대권을 향했지만 무참히 실패했다.한국인은 슬기롭게도 돈과 권력을 동시에 한 자연인에게 안겨주지 않았다. 오늘의 집단이기주의의 발호와 쟁투들은 미래를 보는 거울이다.요즘 먹고 사는 데 한국인의 욕심이 커지고 있다.그만큼 박정희 향수가 감돌고 있다.하지만 역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이제 독립운동가도 내각제도 군인도 관료도 민주투사도 돈 많은 오너도 율사도 과거다. ‘비즈니스맨이 국경을 넘으면 평화와 번영,탱크가 넘으면 전쟁’이란 속담이 있다.그래서 싸움을 어루만져 사라지게 하고 번영을 만드는 피스메이커(Peace Maker)가 그립다. 그렇다고 해서 밀어붙이기만 하는 CEO도 말주변 좋은 학자출신도 매스컴 스타도 경계해야 한다.진실로 낮은 카리스마,큰 바위 얼굴의 CEO가 그립다. 21세기 미래는 통치자보다는 국가경영자 CEO의 것이다.아니 경제번영을 꾀하고 경제외교를 확고히 하고 경제로 통일기반을 좀 더 다지는 CEO가 왔으면 싶다.그동안 온갖 혹독한 경영환경에서도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탁월하게 성장한 사회조직은 기업이다.바로 기업의 리더가 CEO 아닌가.아직도 임기가 많이 남은 현직 대통령을 두고 차기 대통령 출현에 대망을 품는 것은 그만큼 오늘과 미래 과제가 크고 힘들기 때문이다.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 인간을 아름답게 하는건 바로 인간 자신입니다

    인간을 아름답게 하는건 바로 인간 자신입니다

    ●착한 일 보기만 해도 건강해진다? ‘테레사 효과’라는 게 있다.테레사 수녀의 헌신적인 봉사활동에서 유래한 의학용어로,착한 일을 하거나 착한 일을 하는 것을 보기만 해도 몸 안에 바이러스와 싸우는 면역물질이 생겨난다는 것이다.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연구에 따르면,자신의 몸만을 생각하며 사는 암환자의 평균수명은 19개월인 반면,자원봉사 생활을 하는 암환자의 평균수명은 37개월로 거의 2배를 더 산다고 한다.남을 도우면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되고,이때 체내 면역성도 강화되면서 몸이 건강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실제로 테레사 수녀는 인도의 빈민가에서 여든일곱까지 살았으며,슈바이처 박사는 전염병이 들끓는 열대우림 아프리카에서 아흔 살을 살았다.그런가 하면 한국 입양아의 대모 바서 홀트 여사는 아흔여섯의 나이로 봉사의 삶을 마쳤다.이들의 건강하고 긴 생애는 단지 우연에 불과한 것일까.이들에겐 모두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나눔과 상생의 삶을 살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존과 상생 되짚어 본 에세이집 ‘당신에게 좋은 일이 나에게도 좋은 일입니다’(최재천 등 지음,고즈윈 펴냄)는 공존과 상생,조화의 의미를 각 분야 전문가들의 눈으로 살핀 15편의 글을 묶은 에세이집이다. 얼마전 우리 법원에서는 도롱뇽과 도롱뇽의 친구들을 원고로 한 소송이 기각된 적이 있다.도롱뇽이 소송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이 주된 이유다.반면 일본에서는 홋카이도 다이세쓰산 국립공원 인근의 주민과 환경단체가 터널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다이세쓰산에 서식하는 ‘우는 토끼’를 원고로 소송을 제기,30년만에 승소한 일이 있었다.선진 외국에선 이와 유사한 판례들이 적지 않다.그러면 우리의 도롱뇽은 정말 소송당사자가 될 수 없으며 우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존재일까.이 책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필자 가운데 한 명인 숲해설가 유영초는 해월 최시형의 말을 인용,공존과 상생의 의미를 강조한다.“제비의 알을 깨뜨리지 아니한 뒤에라야 봉황이 와서 거동하고,초목의 싹을 꺾지 아니한 뒤에라야 산림이 무성하리라.” ●‘호모 사피엔스’ 대신 ‘호모 심비우스’ 제안 책의 필자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이처럼 자연의 순리를 따르라는 것 혹은 공자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말로 요약된다.이러한 정신은 홍세화(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의 글 ‘다름=틀림의 견고함에 대한 소고’의 톨레랑스 개념이나 최재천(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이 소개하는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us)’라는 개념에 잘 드러나 있다.공생은 인간의 생존 자체를 결정하는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하는 최재천은 인간이 스스로 현명하다고 자처하며 붙인 호모 사피엔스 대신,21세기 새로운 인간상으로 ‘공생인’을 뜻하는 호모 심비우스라는 말을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신화연구가이자 소설가인 이윤기의 상생의 철학은 어떨까.이윤기는 물길도 바로잡고 땅의 선도 만들고 싶어 양평에 2000평가량의 땅을 샀는데,결국 “물길을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건 물 스스로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토로한다.자연의 순리를 실천하는 삶을 꿈꾸고 있다는 얘기다.그는 고추를 직접 재배하면서 “물은 석 자만 흘러도 스스로를 맑게 한다.”는 이치를 깨닫게 됐다고도 말한다. 책은 자연과 생명에서 세계평화의 차원으로까지 시야를 넓혀간다.세계평화에 위협적인 존재로 종종 비쳐지는 이슬람에 대해 이희수(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그동안 왜곡돼온 진실을 밝힌다.우리가 익히 들어온 ‘한 손에는 칼,한 손에는 코란’이라는 말은 그가 늘 주장하듯 서구가 이슬람을 정복하면서 만든 허구다.이슬람이야말로 공존과 상생이라는 뿌리 아래 성장한 ‘평화의 종교’라는 것이다.이슬람은 주변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기화함으로써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이같은 포용력과 융화력은 이슬람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필자는 한 예로 1099년 예루살렘에 입성한 십자군들은 무슬림과 유대교도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한 반면,1187년 살라딘 장군이 이끄는 이슬람군은 예루살렘을 탈환했을 때 그들을 조금도 건드리지 않았던 사실을 든다. ●“기차가 달릴 수 있는 건 평행선 덕분” 이 책에는 생명과학자와 신화연구가가 나오고 역사가,시인이 등장한다.이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우리에게는 너와 내가 따로 있지 않다고.책 끄트머리에 실린 정호승의 시 ‘정동진’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존과 상생의 가치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생생하게 그려보인다.“…또다시 해변을 따라 길게 뻗어나간 저 철길을 보라/기차가 밤을 다하여 평생을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서로가 평행을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우리 굳이 하나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기보다/평행을 이루어 우리의 기차를 달리게 해야 한다.…” 1만 28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길섶에서] 목매기/심재억 문화부 차장

    곱슬곱슬한 털에 촉촉한 콧잔등,큰 눈의 송아지 목매기도 자라면 일을 해야 합니다.농우(農牛)는 일 잘하는 게 최고의 미덕이니까요.그렇다고 송아지에게 당장 쟁기질을 시킬 수는 없습니다.먼저,대나무 뿌리나 물푸레나무를 잘 다듬어 코뚜레를 꿰어 고삐를 매야 합니다.그 뒤에 멍에를 얹습니다.코뚜레 꿰는 날,아버지는 끝에 딸랑거리는 요령을 달아주며 말합니다.“손 타지 말고 잘 자라거라.” 목매기 길들이기는 아이들 몫입니다.처음엔 멍에가 거추장스러워 겅중거리지만 이내 제 몫이라는 걸 깨닫습니다.멍에를 얹은 목매기가 탈 것을 끌고 한 길을 누비면 ‘뭐,신나는 일 좀 없을까.’ 기웃거리던 아이들,와 몰려들어 마을에 한바탕 소란이 입니다.좋은 시절 다 보낸 목매기,이런 통과의례를 치르면 곧 논밭에 나서 쟁기를 끌어야 합니다. 소처럼 느려터지게 살았지만 목매기 길들이듯 순리를 지키며 살았던,바로 얼마 전의 우리 얘깁니다.요즘 사람들,뭐가 그리 급한지 절차 들먹이다가는 덜떨어진 사람 되기 십상입니다.그러나 절차를 우습게 여겨 잘 되는 일 못봤습니다.자,차근차근 다시 시작해 봅시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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