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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기업 순외채 100억弗 돌파

    공기업의 순대외채무(채무-채권)가 100억달러를 넘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공기업의 순대외채무 잔액은 102억 3500만달러로 지난해 6월 81억 200만달러에 비해 26.3% 증가했다. 공기업의 순대외채무는 지난해 3월 말 75억 3500만달러였으나 9월 말 83억 5300만달러, 12월 말 88억 5100만달러 등으로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공기업들이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해외에서 채권 발행에 나서면서 대외채무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대외채무는 6월 말 111억 3800만달러로 작년 같은 시기의 89억 9100만달러에 비해 23.9% 늘었다. 장기 증권 발행이 110억 8400만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장기 차입금은 5000만달러에 그쳤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22일 TV 하이라이트]

    ●풍경이 있는 여행(KBS1 오전 8시) 여수 하면 오동도, 오동도 하면 동백꽃이라 할 만큼 동백으로 유명한 ‘오동도’. 다양한 멋과 맛이 있는 섬 ‘돌산도’. 여수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돌산공원’. 남해의 손꼽히는 일출명소, ‘향일암’. 신비의 공룡섬, ‘사도’. 여름밤이 아름다운 그곳, 전남 여수. 황홀한 매력이 넘치는 여수로 떠나본다. ●과학카페(KBS1 오후 7시10분) 먹을 것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타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배설물을 쏟아내는 도시의 무법자 비둘기. 더러운 도심을 누비며 하루 1만 6000번 바닥을 쪼아대고, 한 마리당 1년에 1㎏ 이상의 배설물을 쏟아내고, 이것도 모자라 곡물가게를 습격하기도 하고,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비둘기가 인간에게 주는 영향을 알아본다. ●솔약국집 아들들(KBS2 오후 7시55분) 복실의 마음이 완전히 떠난 것 같아 대풍은 괴롭기만 하다. 한편, 진풍은 며칠 만에 몸을 회복하고 약국에 있다가 성진과 마리가 오자 반가워 나가보는데 수진은 차갑게 아이들마저 데리고 가버린다. 어머니에 대한 죄송스러움과 할아버지의 충고까지 받은 진풍은 가정 선생에게 전화를 하는데…. ●찾아라! 맛있는 TV(MBC 오전 11시) 맛도, 모양도 가지각색, 소시지와 순대. 쫄깃하고 탱탱한 소시지와 순대의 거침없는 대결이 ‘음식 대격돌 맞수’에서 펼쳐진다. 9년 만에 돌아온 룰라의 맛집을 ‘맛있는 초대! 스타 맛집으로’에서 만나본다. 여름 대표 생선 민어를 먹기 위한 좌충우돌 맛 투어가 ‘미식원정대 황금밥상’에서 펼쳐진다. ●토마토(YTN 오전 8시25분) 우리 몸 중 감정에 영향을 받는 민감한 기관 대장. 조금만 신경 써도 배가 아프고 설사와 변비가 반복된다면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이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앓고 있으며, 스트레스와 예민한 사람에게 더 잘 나타난다. 편안한 속, 건강한 대장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장학퀴즈(EBS 오후 7시40분) 한국과 중국의 퀴즈 제왕을 가린다. 지난 8월10일 EBS ‘장학퀴즈’의 역대 출연자 대표와 중국 ‘SK 장웬방’이 각국의 대표 두 팀을 각각 선발해 서울에서 퀴즈 제왕을 가리는 한판 대결을 펼쳤다. 장학퀴즈와 SK 장웬방에 출연했던 선배들과 후배들이 함께 팀을 이뤄 영어 퀴즈대결에 도전한다. ●그것이 알고싶다(SBS 오후 11시10분) 외모중심 사회라는 우리나라에서, 공부 못지않게 키가 아이들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 엄마들은 사교육 시키듯 키 키우기에 몰입한다. ‘키 키우기’에 몰입하는 세태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단지 ‘키 크는’ 것을 넘어 ‘건강한 성장’을 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본다.
  • 한국 순채권국 복귀 ‘초읽기’

    한국 순채권국 복귀 ‘초읽기’

    우리나라가 지난해 말 이후 달고 살아온 순채무국이란 불명예를 조만간 벗을 전망이다.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외국에서 빌리는 빚보다는 거둬들일 채권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09년 6월 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순대외채무 잔액(대외채무-대외채권)은 75억 6000만달러로 3월 말 240억 8000만달러에 비해 165억 2000만 달러나 줄었다. 여전히 가계부 상엔 빚이 채권보다 75억 6000만달러 많지만 차이(채무-채권)가 줄어드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3월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사상 처음 순채무국이 됐다. 이후 2006년 3월 말엔 순대외채권 규모가 1303억 2000만달러까지 늘어났지만,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순대외채무가 326억달러까지 늘어 9개월째 순채무국으로 머무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액 증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통화스와프 자금 상환 등이 순대외채무가 빠르게 줄어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6월 순채무 75억 6000만달러 통계를 들여다 보면 지난 석달 간 채무와 채권은 함께 늘었다. 다만 채권이 증가하는 속도가 채무가 느는 속도를 앞질렀다. 한은에 따르면 대외채권은 6월 말 현재 3725억 6000만달러로 3월 말에 비해 275억달러 증가했다. 통화당국의 외환보유액 증가로 254억달러 늘었고, 정부 부문도 3억 1000만달러 증가했다. 반면 대외채무는 3801억 2000만달러로 3월 말에 비해 109억 8000만달러 증가하는 데 그쳤다. 통계상 국가의 빚은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긍정적인 신호들도 숨어 있다. 유동성 위기와 연결될 수 있는 단기외채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1년 미만 단기외채(총 1472억 5000만 달러)가 1·4분기(1~3월)와 비교해 11억 5000만달러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장기외채(2328억 6000만 달러)는 8.5배인 98억 3000만달러나 증가했다. 단기외채 비중은 2분기 38.7%로 1분기에 비해 0.9%포인트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서는 6%포인트 감소했다. 빚의 성격도 변했다. 한은은 “채무가 는다고 해도 어떤 종류의 채무인지 여부가 중요하다.”면서 “최근 늘어난 채무는 순수한 빚인 차입보다는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에 투자하면서 통계상 채무로 잡히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2분기(4~6월) 외국인 투자액 518억 8000만달러 가운데 132억 8000만달러가 채권 투자였다. ●“경상수지 흑자·외국인 투자 증가” 한은 국제수지팀 관계자는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는 현재의 추세라면 빠른 시일 안에 외채국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채무 비율은 42.9%로 일본(42.1%)과 비슷하다. 미국(95.1%), 독일(142.5%), 홍콩(302.4%), 영국(354.0%)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섬이 된다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섬이 된다

    여행에는 어떤 종류들이 있을까. 각박한 일상을 떠나 느릿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여유에 좀더 의미를 둘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잊고 있었던 것, 혹은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과 공간 속으로 떠나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섬을 찾아간다는 것만으로도 길은 어느새 설렌다. 많은 방향표들을 거치며 미지의 장소를 찾아가듯 다다른 곳은 나와 섬 사이의 간격을 실감하게 하는 풍경이었다. 그렇게 한 발자국씩 내딛은 길들이 어느새 연육교를 건너 소백산 끝자락에 위치한 무섬마을의 시간 앞에 나를 데려다 놓았다. 연육교를 건너 처음 마주한 무섬마을의 첫 느낌은 마음속으로 나지막한 탄성을 지르게 했다. 100년 이상된 가옥들이 즐비한 이곳은 무성필름 영화에서나 본 것 같은, 혹은 오래된 소설 속에 묘사된 것 같은 풍경이 물씬 풍기는 마을이었다. 마을에 점점 가까워지면 질수록 나는 고요에 놀라고 마을이 펼쳐놓은 시간들에 놀랐다. 그렇듯 나에게 허락된 여유는 과거로의 여행에 몸을 싣고 천천히 시간 속을 배회하고 있었다. 무섬마을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을 뜻하는 ‘수도리(水島里)’의 우리말 원래 이름이라고 한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섬 전체 3면을 감싸고 있고 넓게 펼쳐진 모래 해변 위에 한옥들이 어우러진 채 떠 있는 형상이다. 이곳에 사람이 정착해 살기 시작한 것은 1666년 무렵부터로 전해지고 있다. 그 후 세대를 거쳐 반남박씨와 선성김씨가 함께 살아오면서 이 두 집안의 집성촌으로 오늘날까지 보존되고 있다. 한때는 1200여 명이 살았던 마을이지만 지금은 20여 가구 40여 명만이 남아 있다. 마을 입구 어귀에 위치한 정자를 비롯해 전통가옥, 그리고 조선시대 후기의 전형적인 사대부 가옥이 골목과 담장을 나눠가지며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영주판 ‘하회마을’이라고도 불리어지듯 안동 하회마을과 지형적으로도 비슷해 천혜의 환경을 자랑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마을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했으며 때 묻지 않은 시간 여기저기에는 바람, 새소리, 물소리가 소란스럽게 목청을 돋우고 있었다. 또한 무섬마을은 시인 조지훈의 처가가 있던 곳이다. 이곳의 아름다운 정취를 바라보며 이별과 아픔을 읊조린 그의 시, <별리(別離)>가 쓰여진 곳이기도 한데, 이곳의 풍경을 배경으로 떠올리며 한 행 한 행 구절을 읊조리니 어느새 시인의 심성에 가 닿아 있는 듯하다. 푸른 기와 이끼 낀 지붕 넘어로/ 나즉히 흰구름은 피었다 지고/ 두리기둥 난간에 반만 숨은 색시의/ 초록저고리 다홍치마 자락에/ 말없이 슬픔이 쌓여 오느니/ 십리라 푸른 강물은 휘돌아 가는데/ 밟고 간 자취는 바람이 밀어가고/ 방울 소리만 아련히/ 끊질듯 끊질듯 고운 미아리/ 발 돋우고 눈 들어 아득한 연봉을 바라보다/ 이미 어진 선비의 그림자는 없어/ 자주고름에 소리없이 맺히는 이슬방울/ 이제 님이 가시고 가을이 오면/ 원앙침 빈 자리를 무엇으로 가리울꼬/ 꾀꼬리 노래하던 실버들 가지/ 꺽어서 채찍삼고 가옵신 님아 - 조지훈, 「별리(別離)」 전문 자연의 소리 가득한 이곳의 분위기와 조우한다면 꼭 시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시 한 소절 멋들어지게 읊조리고 싶은 충동이 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곳은 《이어도》 《금당벽화》로 유명한 소설가 정한숙의 단편소설 <고가>의 배경이 되기도 한 마을이다. 솟구쳐 흐르는 물줄기모양 뻗어 내린 소백산 준령이 어쩌다 여기서 맥이 끊기며 마치 범이 꼬리를 사리듯 돌려 맺혔다. 그 맺어진 데서 다시 잔잔한 구릉이 좌우로 퍼진 한복판에 큰 마을이 있으니 세칭 이 골을 김씨 마을이라 한다./ 필재의 집은 이 마을의 종가(宗家)요. 그는 종손이다./ 필재의 집 앞마당에 있는 느티나무 아래 나서면 이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중략>… 이렇게 시작되는 소설은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그의 주옥같은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도입부를 읽고 있으면 강으로 둘러싸인 풍경을 바라보며 묘사해 나가는 작가의 행간 속에서 마을을 돌아가는 물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렇게 이곳은 희미한 과거의 시간을 현재의 시간 속에 뚜렷이 각인시켜 놓는다. 시와 소설의 배경으로 쓰여질 만큼 마음의 여유와 영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이 마을의 지형은 풍수지리학으로는 매화꽃이 피는 매화낙지, 또는 연꽃이 물 위에 떠 있는 연화부수 형국이라 하여 길지로 꼽힌다고 한다. 당대의 예술가들이 받았던 마을의 기를, 나도 같은 자리에서 한껏 받아 보고 싶은 소망이었는지 노트를 꺼내서 뭐라도 적어야겠다는 충동을 느꼈다. 날이 어둑해지도록 좁은 골목과 낮은 지붕들이 길을 불러들인다. 경상북도 문화재로 지정된 박천립 가옥과 만죽재 고택 등을 거쳐 마을 한바퀴를 돌다보면, 담장 옆으로 피어 있는 야생화와 처마, 그리고 누군가 세워둔 자전거의 휴식과 마주하기도 한다. 또한 흙길을 걷다보면 앞마당 빨랫줄에 널어진 옷가지들이 소박하고 정겨운 오후의 풍경이 되어 자연스럽게 스치기도 한다. 삼삼오오 모여서 밭일을 나가시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 아, 고요와 적막이 나의 시선을 이렇게 붙잡을 수 있었구나. 그러고 보면 그동안 너무 많은 소음에 무감각하게 살아온 것 같다. 이곳을 떠나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문득 두려워지기도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걸어간 곳은 솟대가 내려다보는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길이 150 미터 길이의 외나무다리다. 주민들이 직접 나무를 다듬어 만든 외나무다리는 장마 때면 휩쓸려 떠내려가기 일쑤라고 한다. 하지만 직접 복원하기를 반복하며 해마다 ‘외나무다리’ 축제도 열고 있다. 아련한 시간여행을 하는 나와 저 건너 육지 사이의 마음의 통로라고 해야 할까. 한 사람 정도 겨우 올라설 수 있는 좁은 외나무다리는 내성천을 가로질러 연결되어 있는데, 반짝이는 물이랑을 내려다보며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한다. 이것 역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풍경이다. 느릿느릿 건너가는 구름도, 모래해변 위 물새의 발자국도, 이 마을에서의 시간은 너무도 평화롭기만 하다. 하지만 이곳에도 어느덧 방문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외부의 손길이 닿지 않았지만 이제는 좀더 많은 관광객들을 가까이서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마을 입구 왼편,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한옥전통마을 공사가 1년 후인 올 11월에 맞춰 완공되기 위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마땅한 민박이나 음식점 하나 없어서 불편해 했던 여행객들을 생각하면 이제는 시간을 좀더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니 좋은 변화로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의 모습이 훼손되지는 않을까 염려가 들기도 한다. 전통을 있는 그대로 간직하면서 오래도록 널리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또한 이곳을 찾은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인삼으로 유명한 풍기IC 주변에서 인삼순대와 막걸리 한 잔, 그리고 계절마다 각각 다른 정취를 펼쳐놓는 영주 소백산의 산행과 더덕즙을 곁들인다면 경북 영주에서의 여행은 훨씬 다양해질 것이다. 시설 좋고 편리한 곳에서 누리는 여행은 이곳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조금 불편하고 무료할 수도 있는 시간이 온통 우리를 초대한다. 하지만 이런 것이야말로 집을 떠나 낯선 곳에 첫발을 내디딘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여행의 선물이다. 녹음이 더욱 짙어지는 계절, 일상의 무거움을 비워버리고 천천히 첫 발걸음을 떼어보는 것이 어떨지. 섬 안시아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섬이 된다. 탯줄이 연육교처럼 놓인 어머니 자궁은 내겐 육지였다. 허공을 달려온 빗방울조차도 너라는 육지 사이에는 간격이 필요하다. 오랜 잠수처럼 숨막히던 내 사랑도 그 때문이었으리. 그 간격이 때론 우리를 무모하게 만든다. 잠시 모래 위에 내려앉은 새들도 너와의 거리로 날아오르는 것이다. 섬과 육지 사이 일곱 색색의 탯줄이 놓인다. 네게로, 시간 속으로,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글 · 사진 안시아 시인
  • [보고 듣고 즐기세요] 연극·뮤지컬

    ●레인맨 8월2일까지 SM아트홀. 자폐를 앓는 형과 냉철한 이기주의자 동생이 오해 끝에 깨닫는 가슴 따뜻한 형제애. 김성기, 김영민 등 출연. 2만 5000원. 1544-1555. ●그놈이 그놈 19일까지 학전블루소극장. 모텔로 숨어든 은행강도를 쫓는 형사를 비롯해 다양한 인간군상이 펼치는 폭소 풍자극. 눈깜짝할 새 바뀌는 1인 다역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1만 5000~2만원. (02)764-7462. ●한밤의 세레나데 8월1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순대국집 사장인 엄마와 인터넷라디오 운영자인 딸의 유쾌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은 창작뮤지컬. 2만~3만원.(02) 2278-5741.
  • 주방의 예술가, 한식을 평하다

    주방의 예술가, 한식을 평하다

    “음식 자체가 즐겁고 사람을 더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도 덜 형식적인 게 한식의 강점입니다.”(피에르 가니에르) 우리 나라 음식, 한식의 세계화가 화두로 떠오른 것은 오래된 일이다. 과연 한식은 세계를 향해 올바른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일까. ‘KBS 스페셜’은 프랑스와 일본의 요리를 세계화시킨 유명 요리사들을 만나 한식 세계화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주방의 철학자, 한식을 논하다’이다. 12일 오후 8시에 방송된다. 미식을 평론의 대상으로 끌어올리며 세계적인 요리의 표준을 만들었다는 프랑스. 요리하면 첫 손 꼽히는 나라다. 세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평가 잡지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세개의 평점을 받은 ‘요리의 피카소’ 가니에르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일주일 동안 밀착 취재하며 그의 철학과 전략을 알아본다. 프랑스를 능가하는 미식의 메카로 떠오른 일본에는 최고 요리사를 양성하는 요리학교가 있다. 미국의 CIA , 프랑스의 르 코르동 블루와 함께 세계 3대 요리학교로 꼽히는 49년 전통의 쓰지조다. 일본 오사카의 본교와 프랑스 리옹의 분교를 찾아가 요리사 12만명을 키워내며 일본 식(食)문화를 세계적인 것으로 만든 동력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방송은 가니에르 등이 직접 한국을 찾아 떡볶이와 순대, 빈대떡, 닭발 등 거리음식에서부터 사찰음식, 궁중요리, 현대적인 한식 코스 요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식을 접하며 쏟아냈던 거침없는 조언들도 담았다. 가니에르는 “내 음식이 프랑스에서 서울까지 오는 데 45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이 있다고 해도 세계화에 대해 조바심을 내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쓰지 요시키 쓰지조 원장은 “이것이 한국 요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하나의 스타일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누들로드’에 이어 이번 작품을 연출하며 식문화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는 이욱정 PD는 “세계적인 요리사들의 공통적인 평가는 한식이 유럽 음식뿐만 아니라, 일식, 중식, 또 다른 아시아의 음식과 비교할 때 소재나 맛, 레서피의 변화 가능성과 깊이가 상상을 초월해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한식의 세계화에 있어서 문화가 아닌 산업적인 차원으로만 접근하면 발전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석현 ‘떡볶이 논란’ 가게서 간식 사 국회에 돌려

    이석현 ‘떡볶이 논란’ 가게서 간식 사 국회에 돌려

     최근 ‘떡볶이 논란’을 일으켰던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문제의 서울 이문동 떡볶이 가게에서 간식을 구입해 같은 당 의원들과 당직자에게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30일 밤 한나라당 단독 국회 개회를 막기 위해 국회 로텐더홀 등에서 농성 중이던 민주당 의원·당직자들에게 떡볶이와 순대· 튀김·김밥 등 6만2000원어치 간식이 돌렸다고 중앙일보가 1일 보도했다.이 간식은 이 의원이 최근 ‘떡볶이 논란’이 벌어진 이문동의 떡볶이 가게에서 사온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이 의원은 이 날 “문제가 됐던 떡볶이집이 어려움을 겪었으니 그 집 떡볶이를 사오면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냈고 보좌관이 바로 떡볶이를 사와 돌렸다.이 의원은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네티즌들이 해당 가게의 약도까지 그려놓고 공격해 놨더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좌관은 떡볶이 가게 아주머니에게 “이석현 의원실에서 왔다.”고 밝힌 뒤 “발언이 잘못 알려졌을뿐 (망한다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또 “이번에 떡볶이를 사온 일이 또 그 집을 공격하는 빌미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달 25일 이명박 대통령이 민생 탐방 중 예고없이 떡볶이 가게를 찾은 일을 두고 이 의원은 “이 대통령께 말씀드린다.떡볶이집에 가지 마십시오.손님 안 옵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의원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해당 떡볶이가게 아들인 박모(27)씨는 이 의원이 아닌 한나라당에 “이 의원은 국민의 대표답게 언사 하나하나도 생각하며 조리있게 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또 박씨의 동생(21)은 이 의원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MB(이 대통령)가 지나가는 길에 먹고 갔다는 이유로 저희 집은 망해야 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반두비’ 인종차별 꼬집는 용기있는 영화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반두비’ 인종차별 꼬집는 용기있는 영화

    한국의 여름.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 카림은 떼인 임금을 받으려고 서울의 길을 걷고 또 걷지만, 고의로 부도를 내고 잠적한 사장은 만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그에게 한국은 비정한 곳이다. 한편 고등학생 민서는 심심한 방학을 맞는다. 친구들은 죄다 학원에 가버리고, 노래방을 운영하는 엄마는 애인에게 한눈을 팔고 있으며, 소녀는 어쩌다 아르바이트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만다. 생면부지의 두 사람이 마을버스를 타다 만난다. 까만 얼굴의 외국인을 낯설게 느끼던 소녀는 그에게서 점차 황금의 마음을 발견한다. 감독 신동일은 ‘방문자’와 ‘나의 친구, 그의 아내’에 이어 ‘반두비’를 완성함으로써 ‘관계 3부작’ 시리즈를 완결하였다. ‘방문’의 메타포를 통해 한국사회의 인간관계를 치밀하게 바라보았던 그는 ‘반두비’에 이르러 주제를 ‘노마디즘’으로 확장한다. 우리는 지식의 횡단과 월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도 정작 유목하는 인간에 대해선 왜곡된 이중 잣대를 지닌 채 산다. 번듯하게 차려 입은 백인 파트너로부터는 지식을 전파받으려고 하면서, 소박한 차림의 이주노동자는 사회의 밑바닥을 채우는 존재로 대하는 거다. 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고약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일부 한국인은 ‘반두비’의 제작을 반대한다며 제작진과 출연배우에게 협박을 가했다고 한다. 인종 간에 근본적인 서열이 존재한다고 믿는 저질 인종주의자가 이 땅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끔찍할 따름이다. 인간은 고립된 상태로 살 수 없으며, 인간과 민족과 국가 사이의 상호작용이 없었다면 인류는 발전하지 못했다. 인종주의자는 오로지 한 인종에 의해 인류 문화가 향상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반두비’는 갖가지 이유로 다양한 인간이 지구촌을 떠도는 현실을 향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신동일은 당돌한 소녀 민서가 한 인간으로서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희망을 건다. 민서는 자신의 두 다리가 모험을 원하는 걸 아는 소녀이며, 운명처럼 다가온 여름방학은 소녀에게 모험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마무리될 즈음, 소녀는 한층 성숙한 인간으로 자란다. 신동일은 소녀의 변화를 단 두 장면으로 압축해서 보여 준다. 진실은, 순대국밥을 기피하는 무슬림을 이해하지 못하던 소녀와 그들의 음식을 손으로 척척 먹는 소녀의 모습 사이에 놓여 있다. 존중과 인간애로부터 비롯된 숭고한 실천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든다. 대다수의 대중영화가 현실 정치에서 눈을 돌리고 있는 지금, ‘반두비’는 진정으로 용감한 영화이기도 하다. 비판받아 마땅한 체제와 미디어를 두고 서슬 퍼런 칼을 들이대는 ‘반두비’는 영화의 또 다른 역할을 숙고하도록 한다. 혹자는 ‘반두비’가 딱딱하고 교조적이라고 평하지만, 그건 신동일의 화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게다가 그가 청소년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영화에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미심쩍은 딱지가 붙는 현실이고 보면, 그가 직설적이고 확고한 자세를 취한 게 불편해할 일은 아니지 싶다. <영화평론가>
  • 休~ 올여름 영월로 떠나요

    休~ 올여름 영월로 떠나요

    아~.” 드디어 ‘하늘’이 열렸다. 그리고 신음인 듯, 탄성인 듯 짧은 소리들만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왔다. 구름이 엷게 깔렸지만 밤하늘에는 북두칠성, 북극성, 토성 등 별자국이 또렷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도시의 형광등, 백열등 불빛에만 의존해 왔던 타락한 시력이었지만 무더기로 빛나고 있는 별을 찾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별이 주황색, 초록색, 흰색 등으로 각기 다른 색깔을 갖고 있다는, 책에서만 보던 사실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북두칠성 7개 별 중 손잡이 쪽 끝에서 두 번째 별이 사실은 2개임도 선명히 볼 수 있다. 북두칠성은 ‘북두팔성’이었다. 파천황(破天荒)의 순간이다. 강원도 영월군 봉래산 799.8m 꼭대기에 있는 별마로 천문대의 개폐식 지붕이 열리면서 나타난 풍경들이다. 이곳에서는 이렇게 매일 저녁이면 세 차례(저녁 8시, 9시, 10시)씩 많은 사람들이 맨눈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천체망원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순수와 영원으로의 별잔치가 펼쳐진다. 30분간 시뮬레이션 별자리 강의를 듣고, 나머지 30분은 진짜 별을 볼 수 있다. 여름밤에 보는 별은 더욱 선명하다. 별과 자연은 영월 여행의 키워드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릉 방향으로 가다가 만종 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30분 남짓 향하다가 영월 쪽으로 빠져나왔다. 신림 나들목(88번 국도)도 좋고, 제천 나들목(38번 국도)도 좋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니 멀쩡히 잘 나오던 라디오 음악 FM이 지직거리기 시작했다. 주파수를 이리저리 돌려 보니 들쑥날쑥한 음질의 방송만 나오질 않나, 엉뚱한 중국방송이 섞이질 않나, 깨끗한 방송은 잘 잡히지 않는다. 강원도로 깊숙이 들어왔다는 신호다. 실제로 온통 산이다. 영월 길 위를 차로 달려 보라. 산모퉁이를 돌아들면 또 다른 산모퉁이가 버티고 있다. 사람 사는 집 서너 곳이 모여 있나 싶으면 또다시 산이 떡하니 나타난다. 산자락 아래 평평한 곳이면 겨우 손바닥만 한 땅일지라도 한 구석에 집 짓고 밭 일궈온 이곳 옛 사람들의 신산하고 강퍅한 삶이 떠올라 가슴이 막막해진다. 하지만 대대로 사람을 힘들게 했던 산간오지의 때묻지 않은 자연은 이제 하나의 축복이 됐다. 청정무구 영월에 와서 래프팅만 하고 간다면 진짜배기 영월은 보지 못하고 가는 셈이다. ●영월 사람들이 감춰놓고 즐기는 곳 주천강 한 자락에 자리잡은 요선암(邀僊巖)과 요선정은 그 대표적인 예다. 주천강은 서강의 최상류이다. 서강은 다시 동강과 만나 남한강으로 흐르게 된다. 동강이 래프팅 등으로 때만 되면 몸살을 앓는 데 반해 서강의 윗물인 주천강의 요선암은 영월 10경에 꼽히면서도 한 구석에 꼭꼭 숨겨진 탓인지 사람의 손때가 거의 묻지 않았다. 요선암 주변의 바위를 보면 더러는 엉덩이가 꼭 낄 정도로 조그맣게, 더러는 넉넉히 몸 담그면 좋을 법하게 널찍한 모양으로 곳곳에 널려 있다. 완만하게 굽이쳐 흐르는 물결과 두툼한 바위가 힘겨루기를 한 끝에 만들어진 복스러운 바위들은 주천강 요선암 주변에 떡두꺼비처럼 넙죽 엎드려 있다. 요선암은 조선시대의 문인 양사언(1517~1584)이 이곳 경치에 반해 ‘신선이 놀고 간 자리’라는 뜻의 요선(邀僊)이란 이름을 붙인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주천강과 요선암의 절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는 바로 요선정이다. 주천면에서 88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수주면으로 들어선 뒤 법흥사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왼쪽으로 보일 듯 말 듯하게 ‘요선정, 미륵암’ 표지판이 있다. 미륵암까지 차를 타고 가서 뒤쪽 숲길로 100m 남짓 올라가면 요선정이다. 뒤편으로 난 숲길을 5분 정도 오르면 요선정이 나온다. 정자 앞에는 소박한 형상으로 마애여래좌상과 석탑이 있다. 요선정은 조선시대 숙종과 영조, 정조가 어제시(御製詩)를 남겨 놓았다. 정말 재미있는 것이 마애불이다. 턱없이 길쭉한 상체는 황금비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나름 근엄한 표정의 불상이지만 고개를 살짝 치켜든 채 눈을 감은 듯 뜬 듯 앉아 있는 모습은 뭔가에 심술이 나서 뾰로통한 것 같다. 고려시대 지방의 한 장인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당시 것으로서는 유례가 별로 없는 마애불이라고 한다. 조형미에 대한 감탄보다는 장난을 걸고 싶은 느낌이 들 정도의 친근함과 소박함이 매력이다. 불상 뒤편으로 돌아서면 굽이굽이 돌아가는 주천강을 발 아래 내려다볼 수 있는 절벽이 있다. 여름 한철에도 잘 붐비지 않아 이름 그대로 ‘신선 놀음’에 맞춤이다. ●그래! 한우 먹자 영월을 찾는 이들이 빠뜨리지 않고 들르는 곳이 바로 다하누촌이다. 한우직거래의 새 지평을 연 곳이다. 2007년 8월 문을 연 뒤 늘 한산하기만 하던 주천면 섶다리마을을 사시사철 아이들 소리, 사람의 시끌벅적함으로 채운 일등공신이다. 여름, 겨울 성수기때면 마치 영월 필수 방문코스인 듯 하루에도 수천명이 찾아와서 한우를 먹고 가고, 싸들고 간다. 다하누촌 영업방식은 익히 알려진 대로다. 부산 자갈치시장이나 서울 노량진시장에서 횟감 사들고 식당 찾아가 밥값, 차림비용 내고 회를 먹는 식이다. 100% 보장하는 한우 생고기가 300g에 8000원부터 시작하니 저렴함은 말할 것도 없다. 다하누 간판을 달고 있는 식당 30여곳 중 하나로 찾아가면 된다. 차림 비용은 한 사람당 2500~3000원이다. 특히 매력적인 점은 식당에 가면 상추, 깻잎, 고추 등 일반적인 쌈 채소는 물론이고 곤드레, 산뽕잎, 곰취 등 깊은 산속에서 뜯은 웰빙 야채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하누촌의 또 다른 미덕은 바로 매달 마지막 주말에 열리는 ‘이벤트 프로그램’이다. 이벤트 내용에 따라 달라지지만 100원에 한우 한 근을 사갈 수 있는 등 턱없이 싼 값으로 한우를 팔거나 경품으로 내놓는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지난 5월 ‘제2 다하누촌’으로 문을 연 김포에서도 섶다리마을과 마찬가지의 이벤트 행사를 벌인다. 영월까지 가기 멀다면 강화도 가는 길에 있는 김포를 들러도 마찬가지다. 관련 문의 1577-5330. 아, 다하누촌에는 또 다른 명물이 있다. 멸종 위기에 놓이며 천연기념물 지정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제비가 다하누촌 본점 처마 밑을 비롯해 섶다리마을 곳곳에 너무도 흔하게 둥지를 틀고 있다. 새끼 제비들의 지지배배 노랫소리가 한우 사러 들어가는 배고픈 이들의 발걸음을 잡아세우곤 한다. 역시 청정무구 영월이다. 다하누촌이 아니라면 딱히 먹을 거리가 없다. 대신 영월읍 복판에 있는 서부아침시장통에 가면 올챙이국수와 메밀전병, 보리밥, 순대국밥 등 소박한 먹거리가 지천이다. 또한 흔히 먹는 곤드레나물밥과 달리 곤드레를 끓여서 먹는 곤드레국밥은 영월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로 과음 뒤 해장에 딱이다. 영월읍 리버가든(033-375-8804) 등에서 내놓고 있다. 날짜를 잘 따져본 뒤 덕포 5일장(4, 9일)과 주천 5일장(1, 6일)에 맞춰 가게 되면 장터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글 사진 영월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21일 TV 하이라이트]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세월의 흔적이 묻어 나는 전통 가죽신. 그런데 바닥에 수십개의 징이 박혀 있다. 마치 요즘 신는 축구화처럼 보이는데, 과연 어떤 용도였을까? 사계절의 풍취가 고스란히 담긴 10점의 산수화와 한글 화제가 적힌 작은 그림 한 점.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 두 작품이 한자리에서 소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체험, 삶의 현장(KBS1 오전 9시) 세계 최초 히말라야 16좌를 정복한 사나이, 산악인 엄홍길이 수직거리 지하 500m 탄광 일꾼에 도전한다. 탤런트 김애경은 60여개 점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제천 재래시장에서 순대국밥 만들기부터 흥겨운 엿장수로의 변신까지 구슬땀 무대를 함께한다. 또 탤런트 이숙의 신바람 매실수확 무대도 공개한다. ●늘 푸른 인생(MBC 오전 6시10분) 화려한 양귀비꽃이 아름답게 피어난 곳,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 학산3리 광명마을 어르신들을 만나본다. 태권도, 합기도, 검도, 유도 등 기존 무술의 장점을 취합해서 만든 종합 무술인 용무도. 용무도를 통해 노년을 활기차게 보내며 우정과 건강을 지키고 있는 삼총사 어르신들을 ‘찾아라, 시니어스타’에서 만나본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45분) 19세기 프랑스가 낳은 최고의 신고전주의 역사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 그의 작품 중 걸작으로 손꼽히는 한 점의 그림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었다. 그림 한 폭에 담겨 있는 한 사람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 과연 그 비밀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선데이 뉴스 플러스(SBS 오전 7시25분) 5만원권 화폐가 23일부터 유통되기 시작한다. 지난 3월부터 5만원권 화폐 인쇄에 들어간 한국조폐공사도 철저한 보안 속에 화폐를 찍어내고 있다. 인쇄·검사 절차, 운송 작업 등 화폐본부의 5만원권 화폐 제조 현장과 5만원권이 유통되면 달라지는 일상을 살펴보고, 거대한 돈 뭉치를 매일 보는 근무자들을 인터뷰한다. ●찬란한 유산(SBS 오후 10시) 나주로 떠나기 위해 고속터미널로 향하던 평중은 지나가던 버스 안에 앉아 있는 은성을 발견하고 서울에 남아 은성을 찾기로 결심한다. 은성과 환은 2호점의 매출을 20% 올리기 위해 아침부터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무례한 손님에게도 최대한 친절하게 대하는 성숙해진 환을 보며 은성은 감동을 받는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5시30분) 미국 최대의 습지 아차팔라야는 250여 년 전 루이지애나 주에 정착한 프랑스계 이주민의 후손인 케이준들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석유 채굴과 삼림 훼손, 수질 악화 등으로 이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주민들은 이곳의 보존에 필요한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국가 유산으로 지정되도록 애쓰고 있다.
  • [서울광장]대통령 콤플렉스/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대통령 콤플렉스/진경호 논설위원

    노무현은 조용히 눈물을 훔쳤고, 이명박은 묵묵히 순대국밥을 먹었다. 16대 대통령과 17대 대통령을 만든 이 대선후보 TV광고를 보면서 우리는 알아챘어야 했다. 태생과 기질이 다른 두 정권이 잇닿으면 어떤 생체거부반응이 나타나는지. 좌파 대통령이 가르고, 우파 대통령이 혼자 내달리면 나라 꼴이 어찌 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어야 했다. 정신분석학자들에 따르면 눈물과 순댓국은 두 사람의 콤플렉스를 응집한 결정체다.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 성공신화를 일궈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비주류 콤플렉스를 떨치지 못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성공 콤플렉스에 묶여 있다. 어릴 적 봉하마을에서부터 가진 자와 싸웠고, 그런 맞짱뜨기 끝에 대통령에까지 올랐지만 노 전 대통령은 끝까지 ‘눈물’을 거두지 않았다. 재임 중에도 자신을 ‘굴러온 돌’이라 일컬으며 비주류 콤플렉스의 포박을 풀지 않았고, 그들과 우리로 편을 갈라 싸웠고, 결국 가진 것도 별로 없는 사람들까지 돌아서게 했다. ‘우리’에겐 순도 높은 연민의 눈물이었으나, ‘그들’에겐 이글대는 분노의 눈물이었다. 노무현의 눈물 한 방울이 대한민국을 바꾼다던 내레이터의 장담은 맞았다. 참 많이 바꿨다. ‘밥 더 줘? 더 먹어 이눔아.’라는 욕쟁이 할머니의 타박을 받으며 열심히 순댓국을 떠먹는 이명박의 모습에선 마더(mother) 콤플렉스와 성공 콤플렉스가 어른댄다. 서울대에 입학한 똑똑한 형님 밑에서 풀빵과 아이스케키를 팔게 한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자 했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순댓국 하나로 배고픔을 견뎌내게 했고, 굴지의 대기업 사장으로 이끌었다. 자신의 성공공식이 곧 나라의 성공공식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이 웬만한 주변의 잡소리는 거들떠보지 않는 ‘소신’과 합쳐져 성공 콤플렉스로 그를 무장시켰다. 누가 뭐라든 내 팔 내가 흔들고 나중에 성공하면, 500만표나 더 준 국민들이 언젠가 그 시절 어머니처럼 활짝 웃어 주지 않겠느냐는 믿음은, 그러나 지금 안타깝게도 ‘청력 저하’로 이어졌다. 청와대는 난시청 지역이 아니다. 대통령의 의자도 청와대 본관 2층에 나지막하게 놓여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들은 예외없이 민초들의 외침에 둔감한 청각장애를 겪어 왔다. 신념, 소신, 자기확신으로 일컬어지는 이런 콤플렉스들 때문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딱한 것은 이런 대통령들의 콤플렉스가 국민들의 대통령 콤플렉스로 진화하고 있다는 거다. 지역과 이념으로 갈라져 ‘놈현’은 영원히 ‘놈현’이고, ‘쥐박’이는 죽어도 ‘이짱’이 될 수 없는 나라와 국민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소통하자는 말, 그래서 공허하다. 죽은 대통령이 산 대통령을 흔들고, 서울광장이 열리느냐 닫히느냐에 민주주의의 생사를 거는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애도는 끝나고 서로에 대한 저주의 굿판이 시작됐는데, 무엇을 소통하나. 입이 큰 조조 대신 귀가 큰 유비가 천하를 통일했다는 소통 찬가는 삼국지의 얘기일 뿐이다. 숙적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앉힌 버락 오바마의 화합 찬가는 미국 얘기일 뿐이다. 강을 건너도 배를 버릴 수 없는 게 우리의 반쪽 대통령들의 현실 아닌가. 아예 대통령직을 없애고 내각제로 권력을 쪼개는 건 어떨까. 그래야 대통령을 놓고 나라가 두 쪽 나는 이 지긋지긋한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대통령 직선 쟁취를 목 터져라 외친 6월10일에 떠올린 이런 생각이 서글프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미국 출생’ 바니 “순대국 좋아하는 완전 한국인”(인터뷰②)

    ‘미국 출생’ 바니 “순대국 좋아하는 완전 한국인”(인터뷰②)

    (인터뷰 ①에 이어) 1시간 넘도록 바니와 마주하며 가장 크게 느껴진 것은 그의 ‘배려’였다. 천방지축 말괄량이 모습을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바니는 차분했고 생각도 많았다. 하지만 평소 낯을 가린다는 바니는 “‘악녀일기’ 촬영으로 만난 성남방송고등학교 친구들한테도 연락처를 다 알려주지 않았어요. 제가 만약 전화번호 알려주고 나서 제대로 연락을 못 챙겨주면 더 상처를 줄 수 도 있잖아요.”라며 제법 누나다운 모습까지 보였다. 미국과 싱가포르 등 줄곧 해외에서 살았던 바니에게 문득 조만간 한국을 떠날 계획을 갖고 있냐고 질문을 던졌다. 바니는 토끼같은 동그란 두 눈을 더 크게 뜨며 “절대 한국을 떠날 생각이 없다.”면서 갑자기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저는 정말 한국만 좋아해요. 아니 사랑해요. 전 외국으로 여행가는 것도 싫어해요. 많은 사람들이 유럽여행가고 싶다는 데 저는 별로 궁금하지 않아요. 사진으로 이미 다 봤기 때문에 집이, 한국이 좋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를 ‘집순이’라고들 부르더라고요.” 갑자기 바니는 “제가 한국을 얼마나 좋아하냐면요.”라고 운을 떼더니 “일부러 대학도 싱가포르 대학교에 입학했어요.”라고 답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묻자 바니는 “한국이랑 가까워서요. 부모님 몰래 주말마다 한국에 나와서 친구들이랑 친척들 만나고 돌아갔었어요.”라는 무용담(?)을 들려줬다.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한국인들한테 ‘민족의 힘’을 느꼈어요. 미국에 있을 때 한국 유학생들 보면 자기네들끼리 뭉치는 게 있거든요. 제가 미국에서 자라서 그렇지 김해 김씨 완전 한국인이에요.” 바니가 ‘악녀일기’ 출연을 통해 많은 팬들을 얻었지만 무엇보다 ‘친언니’ 같은 에이미(본명 이윤지)를 만나게 된 게 가장 큰 행운이 아닐 런지. 처음과 다르게 요즘에는 ‘친자매’ 같다는 생각을 많기 하게 됐다는 바니는 “옛날에는 제가 언니한테 막 대들고 싸웠어요. 정말 안 볼 것처럼 막 싸우다가도 그 다음날은 칼로 물 베기가 되는 거예요. 그런데 요즘에는 서로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거의 싸우지 않아요. 이제는 정말 친언니 같아요.”라며 에이미를 걱정했다. 사실 인터뷰가 있던 날, 에이미 역시 ‘악녀하우스’로 올 것을 약속했지만 에이미는 바쁜 스케줄과 쇄약해진 심신 탓에 갑자기 쓰러져 그날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는 사고가 있었다. 현재 바니는 에이미랑 함께 여성의류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꾸려가고 있었다. 본인은 그저 “배우는 단계일 뿐”이라던 바니는 “저도 물건 떼러(?) 동대문가고 싶은데 저만 안 데리고 가는 거 있죠. 제가 특이한 옷 위주로 고른다고 안 된대요. 사실 저는 남들과 다르게 입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도 제가 입고 찍었던 옷이 더 많이 팔린대요. 다행이에요.”라며 사업가다운 기질을 그러냈다. 사실 바니는 에이미와 함께 비싼 해외 명품 브랜드 의상과 소품들을 애용해 ‘명품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특히 젊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주목받았다. 그러나 바니와 에이미는 아이러니하게도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보세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기자와 인터뷰 하던 날 입고 있던 의상 역시 보세의류라고 소개했다. “제가 갖고 있던 명품은 ‘악녀일기 시즌3’ 바자회 때 경매로 다 팔아버렸어요. 이제는 명품만 고집하지 않아요. 그거야 어릴 때 집착했던 거죠. 또 제 친구들이 유학생이라 더욱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이제는 봤을 때 예쁘면 시장 물건이든 백화점이든 신경 안 쓰고 사요.” 쇼핑몰 매출이 좋다고 들었다는 기자의 질문에 바니는 “자세한 건 모르지만…”이라고 대답하면서도 환하게 웃었다. 옆에 앉아있던 바니의 측근이 “그런데 치사하게 밥 한번, 술 한 번 안 사줬다.”고 하자 바니는 정색하며 “진짜 사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술을 끊어서 그래요.”라며 갑자기 먹는 이야기로 화제를 ‘급전환’시켰다. ‘악녀일기 리턴즈’ 촬영 때문에 미국에 머무를 당시를 떠올린 바니는 “미국에서 오로지 순대국만 생각났어요.”라며 갑자기 무릎을 내리쳤다. 바니는 “다른 음식들 생각은 안 났어요. 다 질렸어요. 그런데 정말 가끔은 무의식중에 순대국이 땡길(?) 때가 있어요. 들깨와 새우젓, 부추, 풋고추 등의 절묘한 조화가 거기에 다대기(다진양념)가 추가되면 완벽한 순대국이 되는 거죠.”라며 금방이라도 순대국을 들이킬 기세로 입맛을 다셨다. “사람들이 제가 조리한 순대국을 먹고 싶어 해요. 제가 필이 오는 대로 제조하면 정말 맛있거든요. 그런데 미국에서 먹었을 때는 맛이 달랐어요. 음식의 맛은 역시 재료가 중요하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어요. 순대국을 남긴 건 태어나서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절대로 후회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던 바니는 “오늘을 마지막인 것처럼 살라는 말이 있잖아요. 만약 지금 당장 눈을 감으면 전 절대 눈을 못 감을 것 같아요. 못해본 게 많아서 후회가 크잖아요. 앞으로 후회가 남지 않게 일도 다 해보고 문제 생길만한 행동들도 하지 않을 거예요.”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하나 둘 밝혔다. “제가 워낙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잡지나 화보 촬영부터 하게 되지 않을까요?(웃음) 일단은 ‘악녀일기’ 끝났으니까 마음의 여유를 찾고 나서 시작해야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긴 한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탈이죠. 한국에서 대학도 가고 싶고 정식으로 공부해서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사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들도 있고요.” ([현장습격]인터뷰에 계속)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 / 사진=강정화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한국 전통시장 너무 재밌어요”

    “한국 전통시장 너무 재밌어요”

    “한국 전통시장 넘버 원, 물건 많고 너무너무 재밌어요.” 강원 전통 재래시장이 말레이시아·일본 등 아시아 관광객들의 관광 쇼핑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이달까지 말레이시아 관광객 750여명이 6차례에 걸쳐 속초 재래시장을 찾는 가운데 일본 관광객 520여명이 춘천과 홍천의 재래시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중국 등지에서도 올 계획이다. 유적지와 자연, 쇼핑센터를 둘러보는 일상적인 관광의 틀을 깨고 재래시장을 쇼핑·체험상품에 포함시킨 게 적중했다. 자치단체와 상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냈다. ●동남아·일본등서 속초·춘천 쇼핑체험 재래시장 쇼핑체험은 관광객들이 물건 사는 체험을 통해 기억에 남게 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최근 몇년 사이 낙후된 재래시장들이 현대식으로 새롭게 단장하고 자신 있게 변신한 것도 한몫 했다. 시장 상인들도 외국 관광객을 맞으며 환영 현수막을 내걸고 덤으로 물건을 듬뿍 선물로 안기며 홍보에 나서고 있는 것도 주효했다. 외국 관광객들은 “깔끔하게 단장된 시장에 지역마다 특색 있는 상품들을 전시해 놓고 반갑게 손님맞이에 나서는 상인들의 모습에서 진짜 한국인의 정을 느끼고 간다.”며 반응이 뜨겁다. 김치·김·젓갈류·팩소주·액세서리가 인기다. 떡볶이와 순대, 과일, 해산물 등도 즉석에서 맛보며 즐거워한다. 재래시장 쇼핑관광은 지난달 초 말레이시아 엘켄그룹 임직원들이 속초 중앙시장을 찾으며 시작됐다. 말레이시아 관광객들은 9일까지 6차례에 걸쳐 750여명이 속초시장을 찾는다. 6, 7일에는 일본에서 520명이 춘천 명동 중앙시장과 홍천 재래시장을 보러 온다. 26, 27일에는 인도네시아에서 260명이 속초 재래시장을 찾을 예정이다. ●새단장·상품권 등으로 인기끌어 외국 관광객들은 대부분 4박5일 정도의 일정으로 서울 관광길에 나섰다가 2박3일이나 1박2일을 강원도에 머물며 재래시장을 찾는다. 관광객 한 사람당 5000원 상당의 재래시장 상품권을 주며 쇼핑을 유도한 것도 효과를 높였다. 여행사 관계자들은 “외국인들이 상인들과 물건을 흥정하고 전통시장을 체험하는 것을 무척 즐긴다.”며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한국 상인들과 함께 사진도 찍으며 추억을 만든다.”고 말했다. 재래시장 상품권 유통을 통해 시장도 활성화하고 인근 주요 관광상권과 연계해 사용하며 지역경제 전반에 활기를 불어 넣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위방희 강원도 관광마케팅사업본부 동남아 담당자는 “자치단체와 상인협회에서 외국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건어물, 김 등 식품상점 방문을 안내하고 재래시장 상품권을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주은정 강원도 관광마케팅사업본부 일본 담당자는 “외국어로 재래시장 상점들을 소개한 홍보물을 제작해 배포하고 더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재래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기태야아!/소중애

    [엄마와 읽는 동화]기태야아!/소중애

    주방에서 보글보글 찌개 끓는 소리가 들리고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겼어요. 엄마가 오셔서 텔레비전을 끄며 말씀 하셨어요. “기태 좀 찾아 봐.” 내가 뭐 기태 찾아오는 사람인가요. 만날 나보고 기태 찾아오라고 하게. 만화 영화 보고 있는데…. “빨리 기태 찾아와. 저녁 먹게.” 정말이지 귀찮아 죽겠어요. 베란다에 나가 밖을 향해 소리쳤어요. “기태야아! 기태야아!” 이렇게 부르면 어디선가 기태가 나타나 손을 번쩍 처 드는데 오늘은 멀리 갔나봐요.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아기 업고 서성이던 옆집 아줌마만 올려다 봤어요, “기태 없어요.” 눈치를 보면서 텔레비전 앞으로 슬금슬금 갔어요. 엄마가 나물 무치던 일회용 장갑 손으로 현관문을 가리켰어요. “나가서 찾아.” 아이 정말 짜증나요. “현관 문 살살 닫고 나가.” 엄마는 내 맘 속을 훤히 들여다봐요. 마음을 들키는 바람에 쾅 닫으려던 현관 문을 살며시 닫았어요. 엘리베이터는 20층 꼭대기에 올라가 있네요. 아이 짜증나. 쿵쾅쿵쾅 5층에서부터 뛰어 내려갔어요. “기태야아! 기태야아!” 코 찔찔이 바보 같은 게 어딜 쏘다니는지 모르겠어요. 놀이터에도 없어요. 아, 마침 기태 친구들이 있네요. 모래를 쌓아 올리며 놀고 있어요. “야, 너희들 기태 못 봤니?” “못 봤어.” “우린 기태랑 안 놀아.” “왜 안 놀아. 친구끼리 사이좋게 놀아야지.” 어렸을 때부터 친구를 가려가며 사귀는 것은 좋지 않아요. 기태 친구들은 아직 학교도 안 다니니 1학년인 내가 가르쳐줘야 해요. “기태는 바보잖아.” “우린 바보랑 안 놀아.” 나는 깜짝 놀랐어요, “기태가 왜 바보야?” 아이들이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어요. “오빠가 기태보고 바보라고 했잖아.” “형이 기태 부를 때마다 바보라고 불렀잖아.” 내가 그랬던가? 기태는 코를 흘려요. 코 끝에 콧물이 매달려 있을 때가 많아요. 엄마는 기태가 코에 병이 있어서 그렇다고 했지만 나는 창피해요. “넌 왜 바보같이 코를 흘려?” 옷도 항상 더럽히고 다녀요. 아침마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는데 저녁에는 집 없는 아이처럼 옷이 더러워져요. “더러워 죽겠네. 바보같이 옷이 그게 뭐야?” 그러고 보니 나는 말끝마다 기태보고 바보라고 했네요. “아저씨, 기태 못 봤어요?” 경비실에 가서 아저씨에게 물어봤어요. 아저씨는 경비실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내다보니 알 거예요. “저 아래로 가더라.” 아저씨가 아파트 문을 가리켰어요. 기태가 아파트 밖으로 나갔다고요? 길을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바보 같은 게…. “기태야아! 기태야아!” 아파트문을 나가면 길이 세 갈래예요. 오른쪽은 학교 가는 길, 가운데 길은 시장 가는 길, 왼쪽으로는 유치원 가는 길. 기태는 학교를 싫어하니깐 오른쪽으로는 가지 않았을 거예요. “선생님은 조금만 잘못해도 막 혼내고 손바닥을 때린단 말야. 기태 너는 한글도 모르니깐 학교에 가면 만날 혼날 거야.” 내가 겁을 줬거든요. 유치원으로 가는 왼쪽으로도 가지 않았을 거예요. 기태는 유치원에도 가기 싫어하거든요. 유치원, 도란도란 이야기 방에서 예슬이라는 애에게 뽀뽀했는데 예슬이 엄마가 쫓아와 야단쳤거든요. 난 기태가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시장으로 가는 가운데 길만 남았네요. 난 시장에 가 본 적이 없어요. 우리 엄마는 아파트에 있는 마트에서 물건을 사거든요. 기태도 시장에 가본 적이 없을 거예요. “기태야아! 기태야아!” 아 정말 짜증 나. 아무리 불러도 기태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시장 쪽에서 맛있는 냄새가 퐁퐁 흘러나왔어요. 한발한발 시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어요. 기태는 먹는 것을 좋아하니깐 어쩌면 냄새 따라 시장에 갔을지도 몰라요. 시장 가까이 가자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시끌시끌 시끄러워지고 맛있는 냄새도 진해졌어요. 배에서 꼬르륵 꼬륵 먹을 것 달라고 졸랐어요. 떡볶이 가게의 떡볶이가 맛있게 보였어요. “아줌마. 떡볶이 500원어치 주세요.”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던 500원짜리 동전을 꺼냈어요. “여기는 학교 앞처럼 500원어치는 안 파는데…” 하면서도 아줌마가 떡볶이를 줬어요. 시장 떡볶이가 학교 앞 것보다 맛은 있는데 더 매운 것 같아요. 호-. 떡볶이를 다 먹고 일어나면서 물었어요. “아줌마, 내 동생 못 보셨어요?” “네 동생이 누군데?” “기태요. 왕기태. 키는 요만하고요. 좀 통통해요.” 손으로 내 가슴 쯤을 가리켰어요. 창피해서 코 흘린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 아줌마가 내가 먹은 떡볶이 그릇을 치우면서 고개를 저었어요. “못 봤어. 그렇게 작은 애는 못 봤어.” “기태야아! 기태야아!” 도대체 기태는 어딜 간 거지? 시장 안으로 더 들어갔어요. 비릿한 냄새가 훅 콧속으로 들어왔어요. 커다란 그릇 속에서 생선들이 퍼덕거리고 게가 부글부글 거품을 뿜고 있어요. 어? 살아있는 문어도 있네요. 옆으로 난 골목에는 둥근 수족관에서 새우들이 등을 구부리고 헤엄쳐 다녔어요.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네모난 수족관에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가득 차 있었어요. “얘, 저리 비켜.” 뜰채로 물고기를 건져내던 아저씨가 말했어요. 커다란 물고기가 뜰채 안에서 퍼덕거리는 바람에 내게로 물이 튀었어요. 아이, 짜증 나. 아무래도 기태는 시장에 오지 않았나 봐요. 돌아가야 겠어요. 기태가 이렇게 멀리 왔을 리 없잖아요. “……?” 그런데 어느 쪽으로 가야 집이죠? 올 때는 길이 하나였는데 돌아서니 길이 여러 개예요. 새우 옆을 지나 커다란 그릇에 생선 퍼덕거리는 곳을 지나 걸었어요. 어? 그런데 이상해요. 아까 떡볶이 사 먹었던 가게는 보이지 않고 떡 가게들만 죽 있어요. 되돌아 걸으니 이번에는 생선 가게들은 없고 채소 가게들이 나타났어요. “……” 아무래도 내가 길을 잃어 버렸나 봐요. 바보같이. 겁이 덜컥 나고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어요. 바보같이 울면 안 되는데… “어어헝. 기태야아. 기태야아. 엄마아 -” 그때, 어디선가 기태가 달려왔어요. 코 찔찔 흘리며 집 없는 아이처럼 더러워진 옷을 입은 기태, 내 동생이었어요. “형아, 왜 울어? 누가 때렸어? 형아 왜 울어?” 기태가 내게 안겼어요. “…기태야아.” 콧물이 척척하게 뺨에 닿았어요. 그런데 이상해요. 더럽지가 않아요. “형아, 떡볶이 먹었어?” 나는 뺨에 묻은 콧물을 닦는 척하면서 눈물을 닦았어요. “형아, 떡볶이 먹었지?” 기태가 또 물었어요. “어떻게 알았어?” “여기에 고추장 묻었어.” 기태 손가락이 가리킨 가슴에 뻘건 떡볶이 국물이 묻어 있었고. 그 옆에는 얼룩도 있었어요. “형아, 생선 먹었어?” “아니.” “형아한테서 생선냄새 나.” 나는 창피하지도 않았어요. 집에 갈 일만 걱정 되었어요. 또 눈물이 나려고 했어요. “형아. 집에 가자. 배 고프다.” 아무 것도 모르는 기태는 집에 가자고 했어요. “……” 주위를 둘러 봤어요. 순대 가게에 돼지머리고기 가게들이 늘어서 있어요. 시장 속에 있는 가게들이 멋대로 돌아다니는 것 같아요, 이제는 정말이지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어요. “그만 구경하고 집에 가자. 배 고프다.” 기태가 내 손을 잡아끌었어요. “…너, 집으로 가는 길 알아?” “그럼 알지. 만날 여기 와서 구경하고 노는데.” 기태야아. 기태에게 어깨동무를 했어요. 기태 키가 이렇게 큰가? 기태 머리가 귀 옆에 있고 팔이 위로 당겨 올라갔어요. 슬그머니 팔을 내려 기태 허리를 감쌌어요. 기태가 이렇게 뚱뚱했나? 손이 겨우 기태 옆구리에 닿았어요. 슬그머니 기태 손을 잡았어요. 따뜻하고 도톰한 손이었어요. 우리는 잡은 손을 흔들며 걸었어요. 기태는 골목길을 요리조리 잘 찾아 걸었어요. 아까 사먹었던 떡볶이 집이 나타났어요. “동생을 찾았구나.” 떡볶이 아줌마가 웃었어요. “아줌마 안녕 !” 기태가 인사했어요. “저 아줌마 알아?” “알지. 단골인데.” 어? 기태가 말도 잘하네요. 우리는 마주보고 씨익 웃었어요. 엄마한테 시장에서 떡볶이 사 먹은 것 비밀로 하자는 뜻이에요. 드디어 시장 골목길을 나왔어요. 우리 아파트가 보였어요. “아저씨 안녕 !” 아파트 문을 들어서면서 경비실 아저씨에게 기태가 큰소리로 인사했어요. 기태가 인사도 잘해요 ! “안녕. 형이 널 찾았구나.” “우리 형은 날 잘 찾아요. 우리 형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해요.” ‘…기태야아.’ 나는 힘차게 손을 흔들었어요. 기태도 깔깔웃으며 잡힌 손을 힘차게 흔들었어요. “기태야아. 기태야아.” 엄마가 베란다에 나와 기태를 부르고 있어요. “엄마아아.” 우리는 엄마를 향해 소리를 질렀어요. . ●작가의 말 어렸을 때 자주 동생을 찾으러 다녔습니다. 아주 귀찮은 일이었습니다. 대부분은 집 근처에서 찾았는데 어느 날인가는 아무리 찾아도 동생이 없었습니다. 지나가는 아저씨와 아줌마에게 내 동생을 봤는지 물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동생 키가 얼마나 크고 얼굴이 어떻게 생겼으며 무엇을 입었는지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함께 사는데, 매일같이 봤는데도 말이에요. 나는 동생을 찾다가 길을 잃어버려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동생을 만났을 때의 반가운 마음이 오늘 이 글을 쓰게 하였습니다. ●약력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1982년 ‘아동문학평론지’에서 ‘엄지 병아리’로 등단했으며 ‘개미도 노래를 부른다’ 외 최근 저서로는 ‘선생님과 줌이 함께 쓴 교환일기’ ‘꼼수강아지 몽상이’ ‘거북이 장가보내기’ ‘ 잉카야 올라’ ‘작은 기적들’ 등 124권이 있다. 2009년 2월 초등학교를 퇴직한 뒤 현재는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전업작가로 활동 중이다. 해강아동문학상(1986). 중·한작가상(87), 어린이가 뽑은 작가상(94), 한국아동문학상(2002), 방정환 문학상(2004) 등을 수상했다.
  • 외채 6개월새 562억달러 줄어

    우리나라가 해외에 진 빚이 6개월새 600억달러 가까이 줄었다. 국내 은행들이 빚을 대거 갚으면서 우리나라의 대외채무가 2분기 연속 감소한 덕분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받을 돈(대외채권)보다 갚아야 할 빚(대외채무)이 많아 여전히 ‘순(純)채무국’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올 3월 말 국제투자대조표 분석결과(잠정)’에 따르면 대외채무 잔액은 3693억 3000만달러로 지난해 말에 비해 117억 300 0만달러 줄었다. 지난해 4·4분기(10~12월)에도 444억 6000만달러 감소해 6개월 동안 561억 9000만달러 줄었다. 대외채무란 정부, 은행, 기업 등 국내 각 경제 주체들이 해외에 진 빚을 말한다. 주식이나 파생상품 등 지분성 채무는 포함하지 않아 나라빚(국가채무)보다 협의의 개념이다. 해외빚은 2002년부터 늘기 시작해 지난해 9월 말 4255억 2000만달러로 꼭짓점에 이른 뒤 글로벌 금융위기로 나라 밖에서 돈 꾸기가 어려워지면서 줄기 시작했다. 장기외채(-88억 1000만달러)가 단기외채(-29억 2000만달러)보다 더 많이 줄었다. 이 바람에 단기외채 비중은 39.6%에서 40.1%로 소폭 상승했다.장기외채 가운데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빚과 단기외채를 합한 유동외채는 1857억 7000만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82억 2000만달러 줄었다. 외환보유액 대비 유동외채 비율도 지난해 말 96.4%에서 올 3월 말 90.0%로 6.4%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외환보유액으로 유동외채를 전부 갚고도 10% 정도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해외빚이 감소한 데는 은행권 차입이 지난해 말 1150억 4000만달러에서 올 3월 말 1044억달러로 1 06억 5000만달러 줄어든 영향이 컸다. 받을 돈에서 줄 돈을 뺀 순대외채권 잔액도 마이너스(-) 238억 5000만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87억 8000만달러 줄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말 8년여 만에 순채무국으로 떨어졌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책꽂이]

    ●러셀, 북경에 가다(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천지인 펴냄) 20세기 지성으로 꼽히는 버트런드 러셀이 1920년부터 1년 동안 베이징대학 철학과 초빙교수를 맡으며 얻은 중국에서의 경험과 철학적인 고민을 담았다. 동양의 지혜를 배우지 않고 멸시하면 서양 문명은 종말로 치달을 것이라는 내용. 1만 5000원. ●세계인문지리사전(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지음· 펴냄) 신문과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2만여곳의 지명이 표제어로 올라 있다. 최근 외래어 표기법 반영. 로마자·한자·원어가 병기돼 있고, 인구·면적·산업·기후 등 지리와 지역의 역사 등 인문적 내용이 담겨있다. 19만 7000원. ●쿠빌라이 칸의 일본 원정과 충렬왕(이승한 지음, 푸른역사 펴냄) ‘고려무인 이야기’ 등을 통해 고려사를 꾸준히 탐색해온 저자가 1,2차 여·몽연합군의 실패한 일본원정을 통해 몽골과 고려의 관계를 분석했다. 1만 7500원. ●굴러가는 통나무의 아픔과 행복(안호범 글·그림, 이종문화사 펴냄) 서양화가 안호범 미술관 개관 2주년을 기념해 원로화가의 글과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지면 갤러리. 1만 8000원. ●실러 스트리트의 하숙인 셰익스피어(찰스 니콜 지음, 안기순 옮김, 고즈윈 펴냄) 런던의 뒷골목 모퉁이 집에서 하숙생활을 한 40대의 셰익스피어. 고문서를 통해 작가이자 배우, 극장 운영자로서 평범한 생활인의 모습을 재현. 1만 5800원. ●세계사를 뒤흔든 전쟁의 재발견(김도균 지음, 추수밭 펴냄) 일상생활을 구성하는 어느 분야도 전쟁의 유산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입증. 순대는 몽골 군대의 전투식량이었고, 인터넷도 군사용이었다. 1만 3000원. ●미네르바의 촛불 (조정환 지음, 갈무리 펴냄) 진보적 관점에서 촛불집회 1주년을 조명했다. ‘촛불은 광기다.’라는 말에는 현존 권력질서가 통제할 수 없는 괴물적 힘에 대한 강렬한 인정이 들어 있고, 촛불이야말로 파시즘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고 반박한다. 1만 5000원.
  • [엄마와 읽는 동화] 자반고등어/홍종의

    [엄마와 읽는 동화] 자반고등어/홍종의

    거짓말도 자꾸 해 보니까 별 것 아니었다. 가슴이 두근거리지도 않고 말도 더듬지 않았다. 오히려 없는 말까지 보탰다. 욱이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남은 돈을 셈했다. 천원 권 두 장과 동전 몇 개가 고작이었다. “좀 아껴 쓸 걸.” 욱이는 후회를 했다. 엄마에게 과외비로 받은 오만 원을 열흘 만에 거의 다 써버렸다. 당장 내일 쓸 돈이 모자랐다. “한 시간만 더 하자니까.” 민규가 고양이 발톱처럼 열 손가락을 세워 흔들며 툴툴거렸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던 느낌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듯했다. “이제 돈 없어. 내일부터는 네가 대.” 욱이가 다른 쪽 주머니를 훌렁 뒤집어 보였다. 먼지가 풀썩 피어올랐다. 민규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배고파. 오늘은 네가 떡볶이 좀 사라.” 욱이가 민규의 팔을 잡았다. 민규는 얼른 욱이의 팔을 떼어냈다. “내, 내가 왜?” 민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뒷걸음질을 쳤다. “내가 그렇게 많이 사 줬으면 한 번 사 줄 만도 하잖아.” 욱이가 목에 힘을 주며 또박또박 말했다. “누가 사 달랬어? 같이 있어 달라고 사정을 해서 나도 학원을 빼 먹으면서 놀아 줬더니….” 갑자기 민규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다. 마주 오던 사람들이 흘끔거리며 쳐다봤다. 욱이는 창피해 얼른 골목으로 꺾어 들어갔다. 마음 같아서는 민규를 쫓아가 한 대 갈겨 주고 싶었다. 사람들이 지나가자 욱이는 골목에서 머리를 삐쭉 내밀었다. 민규가 바람개비처럼 팔을 빙빙 돌리며 뛰어가고 있었다. “의리 없는 자식! 두고 보자.” 욱이는 주먹을 꼭 쥐었다. 열흘 전, 순대 김밥 배달을 민규에게 들키지만 않았어도 엄마를 속이지 않아도 됐다. 하필 배달을 한 곳이 민규네 보석 가게였다. “너, 철가방이었어?” 푹신푹신한 소파에 누워 발장난을 하던 민규가 욱이를 보자 처음 한 말이었다. 번쩍거리는 보석 진열대들이 빙글빙글 돌았다. 탁자에 김밥, 순대를 꺼내 놓는데 손이 떨렸다. 욱이는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우, 우리 엄마 심부름이야.” 욱이가 더듬거렸다. 덩치로 보면 반밖에 안 되는 민규가 그렇게 커 보일 수가 없었다. “그 잘난 우리 반 회장이 겨우 분식집 아들이었어?” 민규가 나무젓가락으로 순대를 싼 투명 랩을 푹 찔렀다. 욱이는 가슴이 찔린 듯 움찔했다. “안 본 걸로 해 줄 테니까 걱정 마.” 민규가 문까지 따라 나오며 욱이의 어깨를 툭툭 쳤다. 욱이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민규네 가게에 다녀오고 나서 욱이는 고민이 생겼다. 잘못하다가는 또 다른 친구에게 들킬 것이 뻔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욱이는 꾀를 냈다. 보석가게를 하는 부자 민규를 팔았다. 공짜로 과외를 같이 하자면 미안할 테니 오만 원만 내라고 했다고 엄마에게 거짓말을 했다. “욱이가 도와줘서 편했는데 할 수 없지 뭐. 그런 친구를 두기도 어려워.” 엄마는 당장 꼬깃꼬깃한 천원 권과 오천원 권, 만원 권으로 오만 원을 채워 주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것보다도 욱이는 어떻게 당장 민규의 입을 막을지 막막했다. “똑똑.” 빗방울이 떨어졌다. 날씨가 흐린 탓인지 간판에 일찍 불이 켜졌다. 욱이는 육교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높은 곳에라도 올라가야 답답한 가슴이 시원해질 것 같았다. 빗방울이 점점 많아졌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자동차들도 속력을 높였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 한 발에 두 계단을 오르던 욱이었다. 그런데도 욱이는 느릿느릿 한 계단씩 육교에 올랐다. 육교에 오르자 바람이 시원했다. 욱이는 얼굴 가득 빗방울을 받았다.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렸다. 욱이는 육교의 난간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 “이리 와 봐.” 육교 중간쯤이었다. 한 할머니가 소쿠리를 앞에 놓고 욱이를 불렀다. 장사를 하던 사람들은 모두 돌아가고 할머니 혼자뿐이었다. “저, 저요?” 욱이가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여기 좀 앉아 봐.” 할머니가 손짓으로 소쿠리 앞자리를 가리켰다. 욱이는 자석에 끌리듯 할머니 앞에 앉았다. 비린내가 확 풍겼다. 소쿠리 위에는 생선 한 마리가 달랑 남아 있었다. 자세히 보니 두 마리였다. 한 마리가 배로 다른 한 마리를 감싸 안고 있었다. 뒤에서 꼭 껴안은 모습이었다. “자반고등어야. 다 팔고 이것만 남았어. 비도 오고 날도 저물고 이것을 팔아야 집에 갈 수 있어.” 할머니가 생선을 욱이를 향해 밀었다. 어둠이 내려 할머니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저, 저는 돈이 없는데요?” 욱이가 앉은걸음으로 뒤로 물러났다. 키가 큰 트럭이 달려오는지 육교 위가 환해졌다. 아주 잠깐이지만 쪼글쪼글한 할머니의 입이 보였다. 그 모습이 욱이의 머리에 오래도록 남았다. “내일 갚으면 돼.” 할머니가 냉큼 생선을 집어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내밀었다. 욱이가 받지 않으면 바닥에 떨어질 것 같았다. 욱이는 얼결에 비닐봉지를 받았다. 할머니가 소쿠리를 챙겨서 일어섰다. 욱이도 엉거주춤 일어났다. 할머니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육교를 내려갔다. 욱이는 비닐봉지를 들고 터덜터덜 걸었다. 그냥 주머니에 남아 있는 돈이라도 털어 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에 들어서자 혼자 남은 아줌마 손님이 일어섰다. 설거지를 하던 엄마가 손에 묻은 물을 탈탈 털었다. “아이구, 우리 왕자님 오셨네.” 엄마가 두 팔을 벌리며 반겼다. “아들이우? 어쩜 저렇게 듬직하게 생겼을까?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기고 엄마를 업어줘도 되겠네.” 아줌마가 호들갑을 떨었다. “업어주기는요. 몸은 커다래도 아직 애기인 걸요.” 엄마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래, 영어 과외는 잘했어? 고맙기도 하지. 그만한 돈으로 어떻게 과외를 해. 학원을 다니려고 해도 십 몇만 원은 든다던데.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해.” 엄마는 아줌마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욱이는 비닐봉지를 슬그머니 의자위에 내려놓았다. 욱이는 슬슬 엄마의 눈치를 봤다. 탁자에 걸레질을 하는 엄마가 더 작아 보였다. 욱이는 주춤주춤 엄마에게로 가서 등을 내밀었다. “엄마, 한 번 업혀 봐.” 등 뒤에서 엄마의 기척이 들렸다. “어서!” 욱이가 엉덩이를 흔들었다. 그래도 엄마는 업히지 않았다. 갑자기 엄마가 뒤에서 욱이를 꼭 끌어안았다. 욱이는 가슴이 저릿해졌다. “우리 욱이 많이 컸네.” 엄마가 팔에 힘을 주었다. 욱이는 몸이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았다. 아주 작아져 엄마의 가슴에 푹 담기는 것 같았다. 그때 욱이는 자반고등어 생각이 났다. “어, 엄마. 이거.” 욱이는 자반고등어 봉지를 내밀었다. “육교를 건너는데 할머니가 팔고 있었어. 이걸 팔아야 집에 갈 수 있대. 그래서 돈이 없다고 하자 내일 갚아도 된 대.” 엄마가 봉지 속에서 자반고등어를 꺼냈다. 불빛을 받고 자반고등어의 등이 푸르게 빛났다. “자반고등어네? 잘했어. 야무지게도 재웠네. 자반고등어는 이렇게 두 마리를 야무지게 재워야 상하지 않아. 우리 욱이와 엄마가 이렇게 한 몸인 것처럼.” 욱이는 가슴이 뜨끔했다. “외할머니께서 자반고등어를 무척 좋아하셨는데….” 엄마가 자반고등어를 뒤적이며 울먹였다. 외할머니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자반고등어는 머리는 두 개지만 마치 한 마리처럼 보였다. 욱이는 더 이상 엄마 옆에 있을 수 없었다. 마침 가게에 손님이 들었다. 엄마가 김밥을 써는 틈에 욱이는 가게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 밤새 퍼붓던 비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햇살이 쨍하니 나고 안개가 뽀얗게 피어 올랐다. 욱이는 엄마가 자반고등어 값으로 준 돈을 하루 종일 쥐고 있었다. 민규가 슬슬 욱이를 피해 다녔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욱이는 육교를 향해 뛰었다. 육교 위에는 장사를 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러나 자반고등어를 파는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욱이는 육교의 끝에서 끝으로 두 번을 왔다 갔다 했다. 할머니가 앉았던 자리에는 김을 파는 아줌마가 앉았다. “아줌마, 여기에서 자반고등어를 파는 할머니 안 나왔어요?” 욱이는 망설이다가 물었다. 아줌마는 하품을 하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반고등어요.” 욱이가 힘을 주어 다시 말했다. “무슨 자반고등어? 여기는 그런 거 안 팔아.” 아줌마가 쌀쌀맞게 말했다. “어제 여기서 자반고등어 팔던 할머니요. 제일 나중에까지 남아 있었어요.” 욱이는 울상을 지었다. “장사도 안 되는데 왜 귀찮게 굴어. 여긴 내 자리고 어제도 내가 제일 나중에 일어섰구먼.” 아줌마가 김을 뜯어 질겅질겅 씹었다. 다시 물었다가는 혼이 날 것 같았다. 욱이는 힘없이 육교를 내려왔다. 아무리 할머니의 얼굴을 떠올려 보려 해도 가물가물했다. 욱이는 길 가는 할머니들을 요리조리 살폈다. “야, 강욱!” 욱이가 깜짝 놀라 걸음을 멈췄다. 어느새 민규네 보석가게 앞을 지나치고 있었다. 가게에서 튀어 나오며 민규가 욱이를 불러 세웠다. 그때였다. 욱이의 머릿속이 환해졌다. 갑자기 할머니의 쪼글쪼글한 입이 퍼득 떠올랐다. “걱정 마. 오늘부터는 내가 돈을 다 댈게.” 민규가 욱이의 코앞에 돈을 들이대고 흔들었다. 그래도 욱이는 멍하니 서 있었다. “내가 다 댄대도?” 민규가 욱이의 등을 퍽 때렸다. 그때서야 욱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반고등어의 머리가 눈앞에 떠오르면서 외할머니의 얼굴이 겹쳤다. “맞아. 외할머니의 입이야!” 갑자기 욱이가 소리를 질렀다.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쪼글쪼글한 입이었다. 틀림없었다. 욱이는 민규의 손을 뿌리치고 가게를 향해 뛰었다. 아무래도 가게에 엄마를 닮은 외할머니가 와 있을 것 같았다. ●작가의 말 가정이 행복한 세상이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다. 현실적인 여건으로 인해 불안정한 가정이 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전부 불행한 것은 아니다. 진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다면 불행은 행복의 과정이 될 수 있다. 자반고등어는 두 마리가 합쳐 하나(한손)가 된다. 그렇게 서로 포개져야만 제대로 발효가 되어 맛있는 자반고등어가 된다고 한다. 자반고등어처럼 서로 기대고 안아주어야 하는 것이 가족이다. 짠맛이 고소한 맛이 되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약력 ▲대전일보신춘문예 동화당선 ▲계몽아동문학상, 율목문학상, 대전일보문학상 수상 ▲‘대나무 숲에 사는 잉어’, ‘하늘음표’, ‘하늘매 붕’, ‘똥바가지’, ‘초록말 벼리’, ‘구만이는 알고 있다, 구만이는 울었다’, ‘오이도행 열차’, ‘곳니’ 등의 작품집이 있음. ▲현재 중앙공무원교육원 근무
  • 서울 방과후학교 교과비율 83%

    서울 지역 중·고교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교과과목의 ‘보충수업’ 형태로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 참여를 강제하는 등 자율 선택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정부에서 오후 10시까지로 정해진 학원영업시간 위반 사례를 엄격히 단속하겠다고 밝히면서 방과후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 주목된다. 2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고교의 방과후학교 강좌 2만 5103개 가운데 국·영·수 등 교과 과목 강좌가 2만 825개로 83%였다. 2007년에는 전체 강좌 1만 3187개 가운데 교과 과목 비율이 69.8%(9199개)였다. 지난해엔 전체 강좌 1만 7723개 가운데 교과 과목 비율은 75.6%(1만 3399개)를 나타냈다. 반면 특기·적성 과목 비율은 감소추세였다. 2007년 30.2%(3988개)에서 지난해 24.4%(4324개)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엔 17%(4278개)에 그쳤다. 이는 개인의 적성과 소질을 계발하기 위해 도입됐던 방과후 학습의 취지가 학교와 학부모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학생의 성적을 올리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본지 취재결과,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은 자율 선택이 원칙이지만 사실상 참여를 강제하는 학교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A중학교는 방과후학교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을 따로 모아 강제 자율학습을 시켰다. B중학교는 특기·적성 강좌를 교과 과목과 패키지로 묶어 무조건 교과 과목을 수강하게 하는 편법을 사용했다. C고등학교는 학생 개별 면담을 통해 참여를 종용한 뒤 학생이 거부하면 자율학습을 하도록 했다. 희망자가 적은 반 교사에겐 정원을 채우라고 압력을 넣었다. D고등학교의 한 교감은 “희망원을 받고는 있지만 한 두명 빠지면 면학 분위기를 해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전 학생이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위권 학생 위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었다. E 중학교는 영·수 성적 우수자를 모아 심화반이라는 이름으로 보충수업을 진행했다. F고등학교는 성적순대로 학생을 나눠 성적우수자에게는 독서실을 제공했다. 외부 학원 강사를 불러 이 학생들만 따로 야간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 한 사립고 교감은 “자사고 설립과 고교선택제로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선만큼 서울대 몇명 보내느냐가 최대 과제일 수밖에 없다.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털어놨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 가기] 천덕꾸러기 SUV 봄 기지개 켠 까닭 ’세기의 연인’ 숨겨진 사진 세상 밖으로 거품으로 코끼리도 만드는 라떼아트 ”신해철 고발은 히스테리” 개미들 주식 시장에서 헛심만 썼다
  • [新귀거래사] 고광출 前 서울대 원예과 교수

    [新귀거래사] 고광출 前 서울대 원예과 교수

    “이런 일 안 했으면 나무를 키우는 즐거움 어디서 맛봤겠어요.” 충남 천안시 동면의 동산식물원장 고광출(75) 전 서울대 교수는 “어려움은 있지만 내 꿈을 이뤄 기쁘다.”면서 “식물원을 만든 것은 사회에 기부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나이 들어서는 모든 재산욕심을 버려야 한다.”며 식물원을 가꾸며 시골에서 사는 행복을 들려줬다. 관직과 사회적 지위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날 수 있는 점을 먼저 꼽았다. 이곳은 사람값을 차, 옷, 문화생활 등으로 재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겉치장과 고급생활만으로 어른 대접을 받는 게 아니다.”면서 “동네 혼사 주례는 내가 다 서준다.”고 의미있는 귀띔을 했다. 겨울에는 트럭 앞에 눈삽을 매달아 마을 길의 눈을 치운다. 주민들은 인근 병천장 등을 다녀올 때 고 원장 집을 일부러 들러 순대 등을 건네며 이웃간 정을 나눈다. ●동산식물원에 나무·꽃 100만그루 심어 동산식물원은 천안 병천면 유관순 열사 기념관을 끼고 국도 21호선을 타고 진천방면으로 4㎞쯤 가거나 중부고속도로 진천IC나 오창IC에서 빠져 천안방면으로 가면 나온다. 식물원 앞에 꽤 넓은 저수지가 펼쳐져 있다. 식물원 안에 있는 몇개의 작은 웅덩이에 왜가리가 날아오기도 한다. 고 원장은 “새들도 내 친구”라고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그가 이 식물원을 만든 것은 1995년부터. 원예학과 교수답게 1960년대 ‘과수원 하나 갖고 싶다.’는 꿈에 경기 수원에 사둔 땅이 개발되면서 받은 보상금으로 지금의 땅을 구입했다. 26만㎡ 규모다. 그는 해마다 이곳에 나무와 꽃을 심었다. 한옥을 지어 넣었고, 연못도 만들었다. 1999년 정년 후에는 부인 성갑늠(72)씨의 만류를 뿌리치고 아예 이곳에 혼자 내려와 식물원을 가꿨다. 7년간 직원도 없이 혼자 밥을 해먹으면서 새벽부터 해질 무렵까지 일했다. 칡덩굴로 뒤덮인 야산을 억척스럽게 개간, 한국 고유의 전통 정원으로 바꿔놓았다. 앞서 추사고택, 오죽헌, 도산서원 등 전국을 돌며 전통 정원도 연구했다. 몇년 전 부인 성씨도 가세했다. 고 원장은 “원두막을 짓다 떨어져 갈비뼈가 부러지고, 톱질을 하다가 엄지손가락을 잘릴 뻔하는 고생도 겪었다.”면서 “마누라는 ‘편히 살 수 있는 것을….’이라고 안타까워 하지만 내 꿈을 이루려는 것인데 무슨 대수냐.”고 개의치 않았다. 식물원에는 나무와 꽃이 100만그루가 넘는다. 종류로는 벚꽃, 구절초, 맨드라미 등 1200종 이상에 이른다. 솦 속 여기저기에 에밀레종을 축소한 범종과 첨성대, 해시계 앙부일구 등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99년 은퇴후 전통정원 연구도  고 원장은 2006년 이곳에서 국제원예학회를 열었다. 이 때문에 3억원의 빚을 졌고, 그 해부터 입장료를 받고 있으나 혹 욕을 먹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눈치다. 그는 “75개국 원예학회 회장들이 국악공연에 맞춰 춤 추고, 박수치고 했던 그 때를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주변에서는 ‘팔아라.’고 재촉을 하지만 고 원장은 당초 계획대로 사회에 기부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아들 3형제와 며느리들도 팔라고 성화다. 그는 “평생 공직자로 살아왔는데 사회에 기부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부도 그의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자치단체 등에서 관리비 등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슆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 원장은 “돈 때문에 경쟁하는 늙은이도 추접스럽고, 친구들처럼 TV를 보거나 화투를 치기에는 아직 할 일이 많다. ”면서 “식물원 하나 잘 만들어 놓고 가는 게 원인데, 기부를 해도 이곳에서 식물원을 가꾸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2030] 당신의 중간고사 에피소드는

    [2030] 당신의 중간고사 에피소드는

    화사했던 벚꽃의 물결도 사그라들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 왔다. 대학가는 지금 상반기 통과의례인 중간고사 기간이다. 어느 때보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학생들은 저마다 조금이라도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20대들과 시험의 악몽마저 추억이 된 30대들의 ‘중간고사 에피소드’를 들어봤다. 박성국 오달란 유대근기자 psk@seoul.co.kr ■ 시험과 함께 찾아온 인연 노트 빌려준 그녀와의 사랑 밤샌 커닝페이퍼 무용지물 3년 전 대학을 졸업한 기업 홍보실 직원 고모(27·여)씨는 중간고사를 계기로 풋풋한 연애 경험이 있다. 02학번인 고씨는 평균 학점 4.0에 수업을 한 번도 빠지지 않은 기록을 3학기째 보유한 모범생이자, 전설적인 ‘필기의 여왕’이었다. 교수가 중구난방으로 설명을 해도, 수업이 아무리 어렵고 지루해도 그녀의 노트에는 핵심만 콕콕 쓰여 있었다. 시험에 나올 만한 부분은 보충 설명과 함께 색 볼펜으로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그려서 강조했다. 친구들은 그녀의 노트만 보면 교수가 무슨 말을 했는지 좌르르 그림이 그려진다며 극찬했다. 친구와 선배들은 시험기간 1주일 전부터 그녀의 노트를 빌리기 위해 줄을 섰다. 고씨는 자신의 노트가 인기 절정인 것에 우쭐하기도 했지만 빌려주기 싫은 마음도 있었다고 한다. 정성들여 만든 노트를 몇 초만에 복사해 가고, 그 복사본이 또 학과 전체를 떠도는 모양이 달갑지 않았다. 그런 그녀 앞에 00학번 복학생 김모씨가 나타났다. 전공수업을 같이 들어 안면이 있던 김씨는 다른 사람들처럼 노골적으로 노트를 빌려 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주에 몸이 아파 수업을 듣지 못했는데 그 부분만 잠시 볼 수 없겠느냐.”고 정중히 물었다. 김씨는 또 노트를 돌려주면서 음료수 한 잔도 함께 건넸다. 그 후로도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듣고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를 하면서 친해졌고, 기말고사가 끝날 무렵 연애를 시작했다. “노트 하나가 이어준 인연이었죠. 공부도 하고 애인도 만들고, 이런 게 일석이조 아닐까요.” 직장인 김모(28·여)씨는 대학 때 시험 기간이 그립다. 다시 한 번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다. 김씨는 2001년 서울의 한 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다.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거나 세상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 좋았다. 시험 기간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씨는 중간고사 때면 어김없이 친구들과 도서관에서 밤을 새웠다. 하지만 공부는 뒷전이었다. 우선 저녁 7시가 되면 ‘밤샘 공부’를 위한 체력을 비축한다는 명목 아래 학교 앞 분식점을 휘젓고 다녔다. 떡볶이, 순대, 라면, 만두 등을?두루 포식한 뒤 학교로 돌아왔다. 그러고서는 학교 잔디밭에 퍼질러 앉아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남자친구, 진로 등 여러 방면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보면 3~4시간이 훌쩍 지나 어느새 자정이 넘었다. 깜짝 놀라 도서관으로 돌아가지만 무겁게 내려앉는 눈꺼풀을 도무지 감당할 수 없었다. 잠깐 눈을 붙이기 위해 책상에 엎드린다는 게늘 깨어나면 오전 7시였다. 2~3시간 요점만 후다닥 훑어본 뒤 시험을 볼 수밖에 없었다. “학점이 그다지 좋지 않아 안타깝긴 하지만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보낸 그 시절이 못내 그립네요.” ■ 커닝, 그 피할 수 없는 유혹 회사원 박모(39)씨는 ‘대학시험’하면 ‘커닝 페이퍼’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박씨는 1991년 서울의 한 대학교 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그래픽 등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거금 340만원을 들여 매킨토시 컴퓨터도 구입했다. 하지만 정작 매킨토시는 디자인 공부보다는 정교한 커닝 페이퍼 제작에 애용됐다. 아주 작은 크기의 커닝 페이퍼를 만드는 데 매킨토시는 진가를 발휘했다. 손 안에 쏙 들어올 정도의 크기여서 실제 시험에서도 유효했다. 그래도 양심에 걸려 전 과목의 커닝 페이퍼는 작성하지 않았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과목만 골라 큰 뼈대만 추린 페이퍼를 만들었다. “당시 부모님을 졸라 고가의 장비를 샀는데, 하라는 디자인 공부는 하지 않고 효과적인 커닝페이퍼를 만드는 데 주로 활용해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런 ‘일탈’마저 즐거웠던 그 시절이 그립네요.” 고등학교 사회 교사인 이모(31)씨는 지난해 기말고사 시험 감독을 하면서 적발한 커닝 수법을 잊지 못한다. 고2 교실에 음악시험 감독으로 들어간 이 교사는 교탁 앞에서 날카로운 눈으로 교실 이곳저곳을 살폈다. 시험 시작 뒤 15분 정도가 흐르자 교실 스피커에서 듣기 평가를 위한 클래식이 흘러 나왔다. 그윽한 선율에 취해 잠시 긴장이 풀린 이 교사는 눈을 감았다 떴다. 순간 교실 중간에 앉아 손을 휘저으며 음악에 맞춰 지휘를 하는 학생이 보였다. 반에서 1, 2등을 다투는 변모군이었다. 이 교사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곧 교실 안 분위기가 수상함을 느꼈다. 다른 학생들이 변군의 지휘가 끝나면 일사불란하게 답을 적었던 것.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이 교사는 시험이 끝난 뒤 변군을 교무실로 데려가 추궁했다. 마음 약한 모범생이었던 변군은 이 교사가 언성을 높이자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이 학생들의 커닝을 도왔다고 실토했다. 기가 막힌 건 커닝 수법이었다. 한번 지휘하면 1번, 두번 지휘하면 2번 하는 식으로 뜻을 모았다는 것이었다. “기가 막혀 웃음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그 머리로 공부를 하면 다들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텐데요.” 커닝의 쓰라린 실패를 아련한 추억으로 간직한 이도 있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강모(32)씨는 학창시절 학사경고 두 번을 받은 것을 자랑스러운 훈장처럼 생각한다. 선후배들과 어울려 술로 밤을 새우고 아침 내내 잠을 자다가 느즈막한 오후에 하숙집에서 나와 내기 당구를 치고 또다시 술집으로 향하는 게 그의 대학 1, 2학년 시절 일상이었다. 수업에 들어간 횟수를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런 그도 군대를 갓 제대하고 복학한 2000년에는 철이 들었는지 눈에 불을 켜고 공부했다. ‘구멍’난 학점을 메우기 위해 3과목을 재수강하고, 나머지 3과목은 전공으로 채웠다. 결석도 거의 하지 않고, 맨 앞줄 책상에 앉아 교수의 침 세례를 고스란히 받아내며 수업을 들었다. 중간고사 기간에는 새벽같이 일어나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밤늦게까지 공부했다. 그렇게 공부했지만 강씨는 시험에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공부했는데 결과가 안 나오면 어쩌나 불안했다. 자신의 ‘개과천선’을 지켜보는 선후배들의 시선도 부담스러웠다. 결국 강씨는 첫 과목 시험 하루 전 커닝 페이퍼를 만들기 시작했다. A4 용지를 세 번 접어 8개의 칸을 만들고 예상문제와 답을 깨알같이 적었다. 장장 5시간에 걸친 작업이 끝나자 마음 한켠이 든든해졌다. 시험 당일 조교가 칠판에 문제를 적기 시작하자 눈앞이 깜깜해졌다. 예상문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문제가 출제됐기 때문. 강씨는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대충 말을 지어 갈겨쓰고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그 때 느낀 배신감과 허탈감이란 말로 표현 못하죠. 제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던지. 그 후론 커닝은 생각조차 안 했죠.” ■ 이런 사람 꼭 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팀프로젝트 불참 얄미워! 지난 3월 대학을 졸업한 최모(26·여)씨는 “팀프로젝트로 시험을 보는 과목은 1학년 1학기 이후로 절대 수강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의 악몽은 성의 없는 선배들 때문에 학점이 엉망이 된 데서 비롯됐다. ‘한국 민속문화의 이해’란 교양과목을 신청했던 그는 5명이 한 조가 돼 팀 리포트를 중간고사 시험 대신으로 제출해야 했다. 자신을 제외한 4명은 모두 4학년 2학기 다른 학과 선배들이었다. 그런데 취직 면접을 핑계로 1주일에 두 번씩 모이기로 했던 약속을 모두 하나같이 깨버렸다. 설마하며 4월 한 달을 흘려버린 그에게 리포트 제출 시한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급한 마음에 연락을 돌려봤지만 선배들에게선 “면접 때문에 리포트에 참여할 수가 없다.”면서 “교수님에게 이미 양해를 구해놨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혼자서 부랴부랴 1인용 리포트를 작성해 제출했지만 씁쓸한 맘은 지울 수가 없었다. “취업이 아무리 급하다지만 학점이 중요한 후배도 있는데 연락 좀 미리 주면 어디 큰일나나요.” 직장인 최모(33)씨는 재수 끝에 대학 경영학부에 입학한 뒤 처음 치렀던 교양과목 중간고사를 잊을 수가 없다. 남들보다 1년을 더 고생하고 들어온 상아탑이기에 더 가슴 벅찼던 그는 입학식을 치르기도 전부터 선배들을 쫓아다니면서 음주가무에 젖어 지냈다. 반별로 수업하는 교양과목 수업이 어느 건물에서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두 달 내내 열심히 놀았다. 첫 시험 역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시험지 구경은 해 보자며 친구들을 따라 들어간 시험장이었지만 백지를 내기엔 창피했다. 그래서 그는 생각나는 대로 엉터리 시를 지어서 제출했다. “꽃 피고 새 우는 아리따운 봄에 청춘 잡는 시험이 웬말인고, 한 잔 술에 인생 배우고 너털웃음에 꽃이 지네.” 시험이 끝난 뒤 담당교수가 최씨를 불렀다. 특별면담을 하자고 한 것이다. 교수님은 “교수직 20년에 너 같은 학생은 처음 봤다.”며 호기롭게 웃음을 터뜨렸지만 다음 순간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 후로 최씨는 학기가 끝날 때까지 교수의 특별 출석관리를 받으며 수업에 꼬박꼬박 나갈 수밖에 없었다. “교수님의 감시에 중간고사 이후는 ‘올 출’(모두 출석)을 기록했어요. 때로는 귀찮기도 했지만 교수님이 직접 신경써 주셨는데 학생의 도리는 지켜야죠.” 대학생 김모(25)씨는 지난 가을 복학하며 목표를 세웠다. 다름 아닌 전액 장학금을 받는 것. 경기불황 탓에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더 이상 부모님께 기댈 수 없게 된 김씨는 장학금을 받아 학비를 충당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명 ‘벼락치기 고수’였던 김씨는 중간고사에서 시험 전날 밤샘공부로 전과목 A학점을 받으며 장학금의 꿈을 키워갔다. 기말고사가 다가오자 김씨는 다시 ‘벼락치기 전술’을 시작했다. 시험 첫날 본 과목을 만족스럽게 치른 김씨는 여유롭게 다음날 과목을 확인해보니 비교적 자신있는 교양과목 시험만 예정돼 있었다. 김씨는 여유를 부리며 늦은 시간까지 TV를 시청한 뒤 다음날 늦게 일어나 오후 1시로 예정된 시험을 치르기 위해 교실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부랴부랴 시험일정이 적힌 수첩을 확인한 김씨는 곧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수요일 시험 일정을 화요일 일정으로 착각했던 것. 김씨가 듣는 전공과목 시험은 이미 오전에 끝났던 터였다. “전공과목에서 C학점을 받았으니 장학금은 물건너갔죠.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나요.”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미네르바 “정치·사회분야 글도 쓰겠다” 노무현 소환 늦추는 검찰의 속뜻 마오도 200점 돌파…겨울올림픽의 여왕은? 이건희 퇴진1년…끄떡없는 비결은? 경찰대 합격생 재수성공기 최고 100만원 ‘뺑파라치’ 뜬다 차 429만km 달린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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