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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활(성폭행 대책은 없는가:4)

    ◎“네 잘못 아니다” 수치심 덜어줘야/부모가 먼저 절망하면 치유 불가능/자책은 금물… 상담·법적대응 바람직 초등학생 A양은 하교길에 모르는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정신과 상담실로 보내졌다.위축된 아이는 의사의 손길을 완강히 뿌리쳤다.알고보니 아이 어머니가 문제였다.혼전성경험이 빌미가 돼 남편에게 괴로움을 당해온 어머니가 『넌 이제 버린 몸이다』『시집가기 글렀으니 같이 죽자』를 되풀이하며 자기 피해의식을 아이에게 떠넘겨온 것. 성폭력피해자가 하루빨리 정신적 상처에서 벗어나는 데는 주변의 따뜻한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특히 성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 피해자의 경우 부모가 지레 절망하면 치료는 불가능에 가깝다.부천성가병원 정신과전문의 최보문씨(44)는 『성폭력피해는 성과 폭력중 폭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아이에게 네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기회 있을 때마다 일러줘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해줘야 할 것』을 당부한다. 이는 성인피해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여성에게만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굴절된 정조관념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피해는 이중의 고통을 가져다준다.신체적 손상만도 억울한데 성적 수치심까지 짊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피해자는 안으로 침잠,세상과 담을 쌓거나 『어차피 망가졌다』며 삶을 방기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자책은 절대금물이며 성폭력관련 상담소나 신경정신과를 찾아 반드시 상담하라고 충고한다.피해자 스스로 폭력을 당했을 뿐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자각해야 치료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상담시기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48시간이내 일어난 성폭력상담만을 전담하는 성폭력상담소 위기센터 노주희 실장(28)은 『피해자가 가슴속 응어리를 빨리 털어내고 심적 지원을 얻을수록 후유증도 최소화한다』면서 『또 증거채취와 확보가 용이해 고소 등 법적 대응에도 유리하다』고 밝혔다. 성폭력피해자가 고소를 선택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친고죄인 데다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의 신분노출 등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만큼 효과가 크다.가정과 성상담소 홍정순 간사(25)는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사법처리는 피해에 대한 최상의 보상이기 때문에 치유에 큰 도움을 준다』며 피해자 스스로의 적극적이고 용기 있는 대처를 권했다. 이와 관련,지난 93년 제정된 성폭력특별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다.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를 뻔히 보면서 주변에서 이를 무시,방치하는 것은 성폭력방조에 가깝다는 지적이다.성폭력상담소 법률자문위원 이백수 변호사(33)는 『미성년자 성폭행에 대해서라도 친인척이 아닌 주변기관의 신고와 고소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활을 위한 피해여성의 의지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젊은 날 성폭행당한 뒤 고통과 분노에 인생을 통째로 던져버린 피해사례가 적지 않다.여성의 전화 신혜수 회장은 『유학시절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온 한 학생이 성폭행의 악몽을 극복,교수가 되는 것을 지켜봤다.여성 스스로 강한 의지로 성통념의 피해자되기를 거부하자』고 당부했다. 특히 자살 등 극단적인 생각은 절대 피해야 한다.가톨릭대에서 윤리신학을 강의하는 이동익 신부(40)는 『성폭력피해를 입었다 해서 생명을 끊겠다는 것은 순결을 생명과 동일시하는 사회의 잘못된 정조관을 그대로 인정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강조했다.〈손정숙 기자〉
  • 여학생 야한옷차림 PC논쟁

    ◎연대 동호회 「백양로」 찬반양론 치열한 공방/“창녀같은 옷차림” 주장에 “편견 버려라” 반박 『교내에서 어떻게 그런 야한 옷을…』 『각자의 취향일 뿐…』 연세대생의 컴퓨터통신동호회인 「백양로」가 여름철 여학생의 옷차림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해마다 여름이면 으레 나온 통신논쟁의 단골메뉴지만 이번에는 정도가 다르다.「창녀론」까지 등장한다. 논쟁을 처음 이끌어낸 주인공은 공과대학 손모군(92학번).『난 여자가 성의 도구이길 바라진 않지만 백양로에 하루종일 서 있어보라.여학생의 차림새에서 순수하고 순결한 학생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가.난 누군가가 주장한 창녀론에 대해서도 별로 긍정하진 않지만 백양로의 많은 여학우의 마치 창녀 같은 옷차림과 교태로운 행동들…백양로는 더 이상 창녀와 그들을 찾는 수캐가 우글대는 타락의 광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반격에 나선 이과대생 백모양(94학번).『난 남자가 수캐 양아치이기를 바라진 않지만 백양로에 서 있어보라.음담패설을 지껄이면서 낄낄대는 양아치의모습에서 순수 따위는 바라지도 않는다.순수한 여학생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생머리를 길게 묶어 새초롬한 표정에 말을 걸면 배시시 웃는 그런 여학생인가? 편견을 버리라고 말하고 싶다.「창녀의 옷차림과 교태」 운운은 비약이다.더이상 연세대가 편견과 선입견에 지배당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쯤되면 전쟁이다.냉소적 방관파도 있다. 『각자의 취향이다.드러내고 싶으면 드러내고,하고 싶은 말은 하고….여자나 남자나 틀린 건 하나도 없다.나하고 다를 것도 없고』 컴퓨터의 조회수가 3백여회에 이르고 있으나 막상 발언자는 그리 많지 않다.민감한 일은 좀더 지켜보자는 속셈인 것 같다.올 여름 무더위 속에 이 논쟁이 묻혀버릴지,아니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지 지켜볼 일이다.〈이지운 기자〉
  • 성 교육 강화로 10대 지켜야(사설)

    10대소녀 두명의 잇따른 비극은 우리 사회에 도대체 어른이 있는가 하는 참담한 심정에 젖게 한다.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여중생이 만삭이 되도록 부모도 학교도 몰랐다가 수업중에 산통이 와 구급차 안에서 분만한 일이나 초등학교 6년생인 소녀가장이 친척과 마을청년으로부터 수십차례 성폭행을 당하다가 자살을 기도한 사건은 이 사회의 기성세대가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의 성범죄발생비율은 지난 92년에 이미 스웨덴·미국에 이어 세계3위(인터폴 집계)에 이르렀는데도 그 대책을 세우는 데 우리는 무관심했다.성폭행피해자의 절반정도가 미성년자이고 그중에서도 약 30%가 13세이하의 어린 소녀라는 국내 통계도 있다.심지어는 교장이나 교사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과 성추행,가정내에서의 성폭행,공공장소에서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질러지는 성폭행등 믿고 싶지 않은 사건도 보도된다. 그러나 성에 대한 공개된 논의를 금기시 하는 우리 문화 때문에 심각한 성폭행범죄가 은폐되고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이번 두 소녀의 경우도 어른의 도움을 조금만 받았더라면 그토록 막다른 골목에까지 다다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우리 사회도 이제 성폭행을 당한 것은 수치가 아니라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일이라는 사실에 동의하고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사실을 거리낌없이 드러낼 수 있는 여건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성폭행 예방대책,성폭행을 당할 때의 행동지침등 실질적인 성교육이 가정과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남녀의 생물학적 구조나 순결·위생 등을 강조하는 지금의 낙후된 성교육으로는 만연한 성범죄로부터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을 지켜낼 수 없다. 무엇보다 성을 상품화한 우리 사회의 향락문화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날로 심각해져가는 음란·퇴폐문화는 청소년의 성의식까지 마비시키고 무분별한 성개방풍조를 낳고 있다.이 유해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10대의 성은 안전할 수 없다.
  • 시인 김명수·평론가 최영호씨 「내 마음의 바다」 1·2권 펴내

    ◎그리움… 낭만… 애달픔 바다시 모음집 출간/「바다의 날」 제정 기념 해양문학 결산/김소월 「바다」 등 우수작 380여편 망라 『뛰노는 흰 물결이 일고 또 잦는 붉은 풀이 자라는 바다/파랗게 좋이 물든 남빛 하늘에 저녁놀 스러지는 바다/곳없이 떠다니는 늙은 물새가 떼를 지어 쫓니는 바다』(김소월「바다」). 시인 소월이 꿈꾸었던 바다는 초록생명의 고향이자 저녁놀의 은신처,물새들의 낙원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바다엔 『어디에도 붉은 백일홍은 보이지 않고/한숨처럼 뒤척이는 파도소리 뿐』(김영현「남해엽서」),『버려지고 잃어진 희뿌연 폐항위엔 까마귀만 난다』(신경림「폐항」) 그리움과 낭만의 바다를 노래한 경쾌한 서정시에서부터 문명의 때에 절어 신음하는 바다를 애달파하는 「환경고발시」,바닷물처럼 남북이 하나가 되길 기원하는 「통일희구시」에 이르기까지 바다와 관련된 3백80여편의 시들이 한데 묶여져 나왔다. 시인 김명수씨와 문학평론가 최영호씨가 함께 펴낸 현대해양시선집「내 마음의 바다」1·2권(도서출판 엔터).우리 정부가 올해 처음 제정 선포한 「바다의 날」(5월31일)을 기념해 내놓은 이 선집은 그동안 축적된 우리 해양시문학에 대한 결산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문학 운동의 선구자인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이후 1백년에 이르는 기간동안 씌어진 우수시편들을 될 수 있는대로 시대적 균형을 맞춰 실었다. 한용운(해촌의 석양),김억(해변소곡),이육사(해조사),심훈(현해탄),유치환(울릉도),조지훈(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서면)등 작고시인 외에 고운기(행당산아,반월 바다야),이성부(믿을 수 없는 바다),오세영(바닷가에서)등 현재 왕성한 시작활동을 하고 있는 시인들의 작품세계가 선보인다.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통일에의 염원을 「뜨거운 가슴 정성스레 여미고」 절규하는 고운기의 시다.『사람이 못나 갈라져 사는 땅/물이 제 먼저 알고 이루었나니/깊이 깨달아 배우는 게 있거든/반월 바닷물아 외쳐/함흥이나 원산 바닷가에 서있을 마을들이/일제히 머리 들어 우릴 보게하고/그땅에 우리 발길도 옮겨 보아야지/언제까지 바닷물이나 서로 만나게 버려둘 수 있나』(「행당산아,반월 바다야」) 바닷물처럼 분단을 넘어설 수만 있다면….그때 우리 바다는 이성부 시인이 읊고 있듯 『외로운 희망이 번뜩이고/고기는 고기의 물을 떠나 육지에서 춤을 추는』(「믿을 수 없는 바다」) 아득한 반가움에 몸을 떨 것이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바닷가,가물가물 멀리 떠있는 섬을 보아라/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스스로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고 노래하는 오세영의 「바닷가에서」도 눈길을 줄만한 작품.시인은 바다에 의해 끊임없이 시달리지만 그 도전 속에서 오히려 자신을 발견하고 빛을 발하는 섬의 생명력에 주목한다.이를 통해 시인은 「우직함의 미학」 혹은 견인주의적 세계관을 강조하고 있다. 바다 뿐 아니라 섬·개펄·항구·부두·연안까지도 포괄해 「바다의 시」로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우리 문학공간에서 해양시문학이 차지하는 위치를 가늠케 해준다.그러나 조병화의 「해변」이나 김태홍의 「해변풍경」등 대표적인 현대해양시들이 누락돼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김종면 기자〉
  • 민속학자 주강현씨 「우리문화의 수수께끼」 출간

    ◎주눅든 우리문화를 위한 향변/금줄의 의미·여성 배꼽노출 기피 이유 등 다뤄/“서구우월주의적 편견·자기비하 버리자” 일침 금줄 없이 병원에서 태어난 세대가 금줄문화가 무엇인지 알까.배꼽티를 입는 세대가 조선시대 여인네가 가슴은 훤하게 드러내도 배꼽만은 가린 이유를 알 수 있을까.서구문화의 홍수속에 우리 문화,우리 것에 대한 정체성이 날로 흐려져가고 있는 요즘,숨겨진 우리 문화의 원형을 더듬는 전통문화독본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속학자 주강현씨(42)가 민족문화의 현장을 골골샅샅 누비며 쓴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한겨레신문사 출판부 펴냄). 「씌어지지 않은 문화」의 진실을 통해 우리 문화의 전체상을 조망하고 있는 이 책은 우리 문화가 지난 한세기동안 지나치게 서풍에 주눅들어왔음을 고백한다.한 예로 우리가 개고기를 먹는 풍습은 세계 음식문화사적 견지에서 보면 결코 흠잡힐 일이 아닌데도 괜히 자격지심을 갖는다는 것.원숭이 골,송아지 태반,말고기 내장,심지어 곤충을 즐겨 먹는 민족도 많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매미를 즐겨 먹었다는 일화까지 일러주고 있는 저자는 서구우월주의의 관점에서 재단한 「문명과 야만」이란 한갓 부질없는 편견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이렇듯 저자는 「문화의 신토불이론」을 내세운다.하지만 「우리 것은 모두 아름답다」는 식의 눈먼 쇼비니즘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21세기 새로운 문화파동의 바람이 예고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모두 「문화의 테러리스트」가 되어야 한다.우리 문화에 대한 근거 없는 자존심 세우기도,불필요한 자기비하도 모두 테러의 대상이다.있는 그대로 자기 것을 갈고 지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이 책은 우리 민족의 의식과 생활속에 가장 원초적인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는 문화현상 15가지를 엄선,마치 수수께끼를 풀어가듯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아기가 태어났음을 뭇사람에게 알리는 첫신호로,혹은 신성구역임을 표시하는 징표로 사용된 금줄.벼농사지역에서는 새끼줄,짚이 귀한 섬에서는 칡덩굴,유목문화권에서는 말총 등 그 재질은 다양했지만 왼쪽으로 꼬는 것만은 철칙이었다.왜 하필 비일상적인 왼새끼여야만 할까.『왼새끼속에는 부정을 막아주는 금기와 신성성이 깃들여 있다.잡신이 혹 침범해도 왼새끼의 「도발적 시위」에 혼비백산한다.이로써 제의공간은 순결성을 지키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배꼽문화의 역설」을 다룬 글 또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구한말 외국인이 찍은 사진을 보면 저고리와 치마말기 사이로 가슴을 드러낸 서민여성의 모습을 어렵잖게 발견할 수 있다.그러나 배꼽노출은 어떠한 경우에도 상상하기 힘들었다.배꼽이 드러나는 유일한 놀이인 양주별산대 애사당놀이에서도 여성역할은 정작 남성이 대신했다.새 생명의 상징 혹은 「혁세사상의 그릇」으로서의 배꼽이 다분히 신성불가침이었던 데 비해 「다산의 상징」으로서의 젖가슴노출은 차라리 예사로운 일이었던 것이다. 이밖에 우리민족의 흰옷선호사상과 관련,『고려가 몽골족에 망하면서 조의를 표하기 위해 흰옷을 입기 시작했다』(도리야마 기이치)거나 『흰옷은 조선민족이 겪은 고통이 한으로 맺혀진 것이다』(야나기 무네요시)는 식의 일제 식민주의자의 가당찮은 주장을 비교문화사적 접근을 통해 반박하고 있는 저자의 역사감각도 주목할 만하다.〈김종면 기자〉
  • 뇌물의 역사/존 T 누난 지음(화제의 책)

    ◎중세이후 뇌물의 유형·해악성 등 상세 소개 기원전 3천년경에도 있었다는 뇌물 수수행위의 역사를 미국 현직 판사의 입장에서 사례중심으로 다룬 연구서.저자는 엄격한 개신교적 관점에서 뇌물의 해악성을 광범위하게 지적한다. 특히 영국과 미국 역사의 경우 뇌물의 개념은 공직윤리 및 성윤리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을 강조한다.한 예로 헨리 제임스의 소설 「대사들」을 보면 공직윤리가 성윤리보다 한층 강조되고 있는데 이것은 미래의 미국사회를 정확하게 예측한 대목이라는 것.또 뇌물을 주고받는 것은 그 사회의 순결을 짓밟는 행위로 마치 배우자와의 서약을 무시하고 불륜을 저지르는 성적인 타락과 같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한 사회가 뇌물을 법적으로 혹은 도덕적으로 엄격히 정의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전제하는 저자는 『뇌물에 관한 한 원흉은 아담도 이브도 뱀도 아닌 「사과」』라는 성서적 해석을 재치있게 원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원저는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뇌물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이번에 나온 번역서에서는 중세이후부터만다뤘다.도서출판 한세.이순영 옮김.9천원.〈김종면 기자〉
  • 중진작가 김원일씨 체험 깔린 장편소설 1,2권 펴내

    ◎아우라지로 가는 길/자폐아 통해 본 세상/짧고 어눌한 문체로 IQ70의 인생유전 묘사/조직폭력배·에이즈·환경문제 등 두루 제기 중진작가 김원일씨(54)가 자폐아를 화자로 내세운 신작장편 「아우라지로 가는 길」1,2(문학과 지성사)를 펴냈다.우리 소설사에 자폐아를 다룬 작품자체가 많지 않은터에 의사표현도 제대로 없으리라고 막연히 알려진 자폐아 내면의 소리로 원고지 2천장분량을 끌어간 점이 단순히 소재의 이채로움을 뛰어넘는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 소설에는 실제로 자폐아 아들을 둔 지은이의 체험이 깔려있다.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가 장애인 장남을 둔 절망을 삭여 인류애와 인간구원에 대한 승화된 소설세계를 열었듯이 이 작품에서도 개인사를 순결한 문명비판으로 끌어올리는 작가의 힘이 빛난다. 『사실 제 신변사가 알려지는 것을 꺼렸습니다.세상 모든 이들이 다 나름의 상처를 안고 사는데 혼자만 큰 짐을 진듯 소란을 떠는것 같아서요』 자폐아의 의식을 통해 세상을 비춰보기 때문에 이 작품의 문체는 극히 짧고 어눌하다.비현실적,환상적인 색채마저 풍기는 극단문으로 그려내는 「의식의 흐름」은 고집스레 사실주의를 붙들어온 그간의 작품에 비기면 단연 파격이다. 주인공 시우는 IQ 70에 지나지 않지만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 골짜기서 풍요로운 자연에 파묻혔던 청년.그러나 할리우드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과 정반대로 그에게는 우연이 거듭된 불행이 닥쳐온다.도회에서 온 한 고물장수의 꾐으로 지하공장에 팔려간뒤 온갖 비인간적 노동의 현장을 떠돌다 경기도 구리를 근거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 최상무파 일당에 포섭돼 패싸움끝에 죽을 고비까지 넘기는 것. 『시우는 비록 말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밑바닥을 흘러다니는 어리배기지만 누구보다 맑은 성정을 지녔어요.만약 농경시대에 태어났다면 자연을 닮은 순박한 그가 농사짓고 사는덴 아무 지장 없었을 겁니다.이 순수한 영혼을 자본주의의 가장 검은 찌꺼기인 깡패조직 한복판에 놓아 뚜렷이 대비시켜보고 싶었지요』 소설속엔 이 시우에게 자연의 뭇 생명가진 것들의 이름과 이치를 가르치는 아버지가 등장한다.전교조 해직교사인 그는 풍부한 인문적 교양과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으로 장애아에 대한 편견과 맞서는 이상주의자.이 인물에게서 독자는 지은이의 그림자를 읽어볼법도 하다. 『정도차는 있겠으나 소설의 일차적 소재는 어느 경우에도 작가의 체험이겠지요.책속에서 시우가 운동화끈 매는 장면,달걀껍질 까는 것 등이 사실적이라면 이 역시 체험에서 나온 산물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 책은 또다른 이유로 독자를 놀라게 한다. 「노을」「불의 제전」「마당깊은 집」 등을 통해 분단과 이데올로기대립의 상처를 하염없이 물고 늘어졌던 김씨가 반세기를 뛰어넘어 95년의 사회에 돋보기를 갖다댄 것이다.모래시계,조직폭력배,삼풍백화점,지자제선거,에이즈,연변조선족 등이 신문기사처럼 오르내리고 장애인문제,노인문제,물질만능주의 세태,전교조문제,환경문제 등이 두루 제기된다. 또 평생 선굵은 「사나이」들의 세계만을 그려온 지은이가 모처럼 아기자기한 사랑얘기를 꾸리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미욱하지만지순한 시우는 인희엄마,미미,예리,경주 등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들의 공통적 애정의 대상이다. 지은이는 계간 「문학과 사회」에 연재됐던 「불의 제전」 전6권을 연말 펴낸뒤 『치매환자의 의식의 흐름을 통해 일제부터 현재까지의 민족사를 되짚는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손정숙 기자〉
  • 외설시비 「미란다」 새이름으로 무대에

    ◎이용우 각색 「어떤고백」,바탕골소극장서/두남녀의 심리적 갈등표현 강조 한때 「미란다」라는 제목으로 국내 연극무대에 올려져 여배우의 과다노출로 외설시비를 불러 일으켰던 영국 극작가 존 파울즈의 소설 「콜렉터」가 또다시 무대에 올랐다. 지난 4일부터 대학로 바탕골소극장(766­2072)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어떤 고백」(이용우 각색·연출)이 그것. 「미란다」가 원작에서 성적요소만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면 「어떤 고백」은 등장인물의 섬세한 감정변화를 바탕으로 치밀한 심리극적 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이문열 원작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바 있는 연출자 이용우씨는 『원작소설의 60년대 영국사회를 90년대 현대사회로 옮겨다 놓고 원작에 있는 납치사건을 기본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설정한 등장인물들의 성격갈등을 통해 작품 본래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연출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어릴 때 입은 얼굴화상으로 심한 열등감속에 살아가는 클랙이 어느날 우연히 만나 짝사랑하게 된 아름다운 미술대학 여대생 미란다를 납치한뒤 갇힌 공간속에서 두 인물이 빚어내는 갈등구조가 계속된다. 비좁은 공간에 갇힌채 극도의 공포감에 시달리던 미란다는 자신을 극진히 보살피는 클랙에 대해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꼭 한달만 함께 지내면 집으로 보내주겠다는 클랙의 말을 믿고 「새장속의 새」같은 생활에 적응해 가던 미란다는 약속시간 전날밤 클랙의 청혼을 단호히 거절함으로써 또다시 기약없는 고통에 빠진다.마침내 미란다는 순결을 바쳐서라도 탈출하겠다는 결심으로 클랙을 유혹하지만 거절당하자 결국 심한 좌절감과 함께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된다. 등장인물이 두명뿐이지만 클랙 역을 맡은 이찬우·조원희와 미란다 역의 허윤정·추귀정 등 나름대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배우들이 출연,팽팽한 연기대결을 펼치고 있다.〈김재순 기자〉
  • 적법한 민원처리후 사례금 수수 공무원 해임 사유된다/대법원 판시

    공무원이 인허가업무를 적법하게 처리한 뒤 민원인으로부터 돈을 받았다 하더라도 해임사유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이용훈대법관)는 11일 전 부산광역시 금정구청 건축공무원인 최영희씨가 금정구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사건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시,원고 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되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민원인의 건축허가신청을 적법하게 처리한 뒤 두달 후에 민원인으로부터 「어려운 생계에 보태쓰라」는 말과 함께 2백만원을 받은 것은 공무원의 순결성과 직무행위와 관련한 금전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지방공무원법의 취지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민원인으로부터 2백만원을 받은 것은 징계사유일 뿐만 아니라 형법상의 범죄행위에 해당하며 그 액수 또한 소액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원고의 근무경력과 어려운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해임처분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 올해를 보내면서/김승희 시인(서울광장)

    올해는 어찌 생각하면 붕괴로 시작하여 붕괴로 막을 내리는 것같다.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우리는 이땅 위에 급히 세워진 자본주의의 추악한 허망함을 보았고 요즈음 계속되는 옛 권력자들의 붕괴를 통해서는 사악한 권력의 망령된 종말을 보고 있기도 하다.어떤 사람들은 연말까지 계속되는 옛 정치권력의 붕괴에 대해 민심의 불안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새해부터는 붕괴를 넘어선 새로운 화합이나 위로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벌써부터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올해 겪은 일련의 붕괴사태는 민족적으로 볼때 반드시 부정적인 경험만은 아니라는 데에서 그 긍정적 의미를 소중히 아껴야 할것같다.가령 삼풍백화점 붕괴와 5,6공 정치권력의 붕괴 사이에는 사실 엄청나게 긴밀한 관계가 있다.삼풍백화점 인허가 과정에서부터 증개축 과정에서 드러났던 부패와 먹이사슬의 피라밋의 맨 정점 위에는 한나라의 최고 고위층들의 부정부패라는 끔찍한 악이 도사리고 있었다.삼풍백화점만 무너지고 그 사악한 정치권력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아마도 앞으로얼마나 더 많은 것들이 무너져야 했을런지 알수 없는 일이다.그러므로 95년을 통해 무너질 것들이 다(?) 무너진 것에 대해 지금 당장은 조금 불안할지 몰라도 민족적 미래를 위해서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부정한 정치권력들이 만약 지금도 활개치고 있다면 아마 수백,수천개의 삼풍백화점들이 앞으로 더 무너지게 되었을 것이다.아니 눈에 보이는 빌딩 몇개가 문제가 아니라 눈에 안보이는 우리들의 양심과 진실의 나침반들이 더욱 침몰했을 것이며 우리민족은 부패와 싸울 아무 면역체계가 없는 정신적 에이즈로 혼과 양심이 썩어 문들어져 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5·18 특별법 제정과 광주항쟁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군사반란의 주역들의 구속은 정신의 문둥병을 막아준 소중한 일이라 해야할 것이다.그것은 권력의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정당한 저항권을 인정한 것으로 이제 다시는 엉터리 권력자들이 사악한 권력을 휘두르며 국민의 것을 훔치고 국민을 억압할 수는 없다는 엄정한 경고일 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5·18 특별법을 제정한 국회와 그것을 통치의지로 실현시킨 문민정부의 대통령에게 신뢰와 격려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지금 당장은 조금 불안하고 민심이 어지럽더라도 길게 본다면,어떤 파괴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파괴일 수 있는 것이니,올해의 붕괴와 파괴적인 과정들은 내년의 새로운 태양빛을 더 순결하고 더 밝게 만들기 위한 통과의례의 고뇌 같은 것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그리고 대통령은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을 정략적 구상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고 단지 순수한 역사청산,민족의 진실 바로 세우는 일로만 접근할 때 그 업적이 청사에 빛나리라 생각된다.항상 헐렁한 역사의 심판만 보고 살았던 한국인들에게 요즈음의 잘못된 역사청산 작업은 처음 대하는 청사의 첫페이지와도 같은 것이므로 아무쪼록 그 순수가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법에 따라 엄정하게 진행되었으면 좋겠다.그리해야만 새해 원단의 해가 썩고 오염된 빛이 아닌 밝은 미래의 원천이 되는 진정한 광명이 될수 있으리라.
  • 「초원의 빛」(영화탄생 100년/감동의 명화)

    ◎황금만능 사회 “영상 고발”/미 경제공황기 사랑·갈등 그린 카잔 감독의 역작 거장 엘리아 카잔의 61년도 작품.워런 비티와 내털리 우드가 주연한 청춘 멜로물이다.여고생 디니역을 맡은 내털리 우드의 청순한 미모가 너무나 빛나 많은 젊은이의 가슴을 설레게 한 영화다.그 상대역 워런 비티는 이 영화가 데뷔작품이다.훤칠한 키에 우수에 젖은 듯한 지적인 마스크로 영화속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고생관객의 우상이 되었다.이른바 불멸의 스타라는 제임스 딘의 24살 요절이 가져온 공허감을 워런 비티가 메워줬다는 평판도 들었다. 감독 일리아 카잔은 「워터프론트」「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덴의 동쪽」등 이름만 들어도 곧 알 수 있는 명작을 수없이 내놓은 거장이다.바로 제임스 딘을 발굴한 사람이기도 하다.터키태생인 그는 4살때 미국에 이주해 미국인화했으나 그의 영화는 일관되게 미국의 자본주의사회를 비판적으로 보고 꼬집는 진보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청춘의 사랑과 섹스,부모와 자식간의 문제를 다룬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시대배경은 30년대 미국 경제공황기.황금만능·출세주의가 주류를 이루던 시대다.어쩌면 오늘의 우리나라 실정과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할 가치가 있다.두 청춘의 사랑을 좌절로 이끄는 건 부모다.밧드(워런 비티)의 아버지는 석유와 증권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어떻게 해서든지 아들을 명문 예일대학에 보내는게 목표다.하지만 밧드의 생각은 다르다.캔자스 남부 고등학교 축구주장인 그는 대학보다는 동네 식품점 여고생인 디니에게 더 열중한다.두 사람은 하루라도 만나지 않고는 살 수 없을만큼 좋아한다.디니도 밧드 앞에 무릎을 꿇고 맹세할만큼 사랑을 한다.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만나서 악수하고 포옹하고 키스하는 선에서 더이상은 나가지 못한다.섹스에 대한 죄의식 때문이다.디니 어머니의 청교도적인 순결교육 탓이다. 디니 어머니는 데이트에서 돌아온 딸의 성숙한 몸매를 목욕탕에서 바라보면서 걱정스럽게 말한다(이 장면의 내털리 우드의 그 눈부신 아름다움!).『그런 짓은 정숙한 여자가 할 짓이 아니다.결혼해서 아이를 낳기 위해 어쩔수 없이 하는 거야』밧드의 아버지는 아들을 가난한 집 딸에게서 떼어놓으려고 창녀를 사준다.명문대학에 보낸 후 부잣집 딸과 결혼시키는 게 그의 꿈이다.그러나 결과는 너무 비극적이다.밧드는 대학을 중퇴하고 경제공황으로 파산한 아버지는 자살.디니는 정신착란으로 정신병원에 간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깊다.오랜 병원생활에서 풀려난 디니가 밧드를 찾아가 만나는 장면이다.농부가 된 밧드는 퇴비를 치우고 있고 그 곁에는 촌티나는 그의 아내가 일을 거들고 있다.나이든 밧드의 어설프고 초라한 모습에서는 이제 그 찬란하던 젊음의 격정이나 갈등,사랑의 갈증도 찾아볼 수 없다.세월을 실감한 듯 디니의 입가엔 엷은 미소가 떠오른다.아주 쓸쓸한 미소다.
  • 대설(외언내언)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고 밤새 내린 눈이 소복히 쌓여있는 걸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마을도 길도 나무도 온통 은백색에 파묻혀 신천지로 변한 정경이 주는 감동이다.「밤에 온 눈/아침에 문을 여니/하이얀 세상이 더 좋와요」(김광섭의 「설경」) 옛날부터 눈이 많이 오면 이듬해 풍년이 든다고 했다.보리를 많이 심던 시절엔 푸지게 오는 눈을 기다렸다.「눈이 보리의 이불」이었기때문.보리 싹을 눈이 덮어줘 동해)를 막아 주었던 것이다.정월 초하루 눈이 펄펄 내리면 서설이라고 했다.정초가 아니라도 결혼 첫날밤 눈이 오면 좋다고 했다.장례날도 마찬가지.눈은 순결과 정화의 상징으로서 사람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폭설은 낭만적 시정과는 달리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 준다.지난해 설 연휴에 영·호남지방의 폭설로 2백53억원의 피해를 낸 적이 있다.수박·오이등 비닐하우스와 축사가 무너졌기 때문이다.강설량 관측사상 최고의 적설이었다. 93년 1월에도 영동지방에 1m가 넘는 폭설이 내려 1백여 마을이 고립되는 큰 재난을 겪었다.1m이상 눈이 쌓이면 야생동물인 노루 고라니 꿩이 굶어죽게돼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생명을 의지하게 된다.우리나라에서 최고 적설량은 55년1월 울릉도의 2m95㎝.이웃집과 눈속에 터널을 뚫어 왕래해야 할 정도다. 오늘(7일)은 눈이 많이 온다는 대설이다.절기답게 며칠전부터 전남북과 중부 내륙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져있다.그러나 몇년째 계속되는 겨울 가뭄으로 전주지방은 격일급수제가,속초지방은 제한급수제가 실시될 정도로 물 사정이 급박하다.눈이라도 많이 내려 겨울가뭄을 해소시켜 준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부드러운 설편이 생활에 지친 우리의 얼굴을 어루만질때 우리는 부지중에 온화한 마음과 인간다운 색채를 띤 눈을 가지고…」 김진섭 수필의 한 구절이다.뇌물정국으로 지치고 허탈해진 사람들의 마음에 대설의 함박눈이라도 내려 위안을 주었으면….
  • 민족통일·세계선교 다짐/개신교 오늘부터 미스바 대각성성회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전직 대통령의 천문학적인 비자금사건 등 우리사회의 총체적인 부패를 우려하는 가운데 개신교의 미스바 대각성성회 준비위원회(위원장 김한식 목사)가 민족의 회개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준비위원장 김한식목사는 『이스라엘이 위기에 처할때마다 온 국민이 미스바 광장에 모여 회개기도를 올렸다』며 『지금이야말로 우리민족에게도 한곳에 모여 회개기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준비위원회는 6일부터 8일 하오 7시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일어나 빛을 발하라」라는 주제로 성회를 갖고 민족의 통일과 세계선교를 위한 기도운동을 전개할 것을 다짐한다. 연인원 10만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집회에서 교인들은 북한의 수재민을 위한 특별헌금을 하며 우리사회의 소외되고 압제받는 이웃을 위한 사랑 실천운동을 전개할 것을 결의한다. 교인들은 또 우리의 생활에 깊숙히 침투하고 있는 반기독교적인 악마의 문화를 척결하기 위해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순결문화운동」을 전개하며 개신교 대학생들이 캠퍼스안에서 올바른 대학문화를 이끌어갈 주체가 될 것을 선서한다. 김한식목사는 『우리나라의 개신교는 지난 50년대부터 10년단위로 2배씩 늘어나는 비약적인 성장을 해 기적의 교회라는 평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교회의 성장과는 달리 사회의 부정부패와 음란과 퇴폐분위기가 교회까지 번지는 위기를 맞고 있어 전교인의 회개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미스바대각성성회의 강사는 총신대학교 김의환 총장,순복음인천교회 최성규 목사,갈보리 선교교회 강문호 목사,한사랑선교회 대표 김한식 목사 등 신학자,목회자,선교전문가들이 망라되어 있으며 10만명 회원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 곽재구씨 시집 「참 맑은 물살」 펴내

    ◎최근 3∼4년 작업모아 책으로/소리꾼 할머니의 서글픈 삶 아름답게 묘사 곽재구 시인(41)의 새 시집 「참 맑은 물살」이 창작과 비평사에서 출간된다.지난 81년 신춘문예를 통해 「사평역에서」로 등단한 시인이 최근 3∼4년간의 작품들을 모아 펴내는 다섯번째 시집이다. 15년간의 시작생활을 통해 그는 우리 문단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정시를 쓰는 한사람으로 꼽혀왔다.누더기같은 삶의 쓸쓸함에서 결곡한 아름다움을 길어올리는 그의 한결같은 시구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않는 시인의 내면풍경을 엿보게 한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서정성이 남도소리,설화 등 삶에 아직도 얼비치고 있는 우리것에 대한 천착과 맞물리는 모습을 보여준다.태어나면서 한번 들은 강강수월래로 그만 소리의 길에 접어들어버린 진도 할머니나 갈대꽃을 흔드는 진양조의 처연한 만가가락 등에 얽힌 한맺힌 사연이 펼쳐지는가 하면 성수대교와 백화점 붕괴의 현실이 판소리 사설 형식에 담겨 꼬집힌다. (「조공례 할머니의 찢긴 윗입술」중) (「팍큐소전」중) 구겨진 민족의 삶을 찾아 캘리포니아와 용정까지 넘나드는가 하면 시인은 동학의 현장인 전남 고부 메밀꽃밭에선 동족상잔에 순결을 앗기고에 스민을 떠올리기도 했다(「은선리 오층석탑 이야기」) 곡성땅으로 접어들어 인민군으로,국군으로약수물 받으러 온 외지 차량에 사라져버린 한 친구를 통해 우리 현대사의 그늘을 비춰본다(「물봉선 전」). 보잘것 없는 사람들의 흔한 사연을 바라보면서도 시인의 눈은 그러나 시종 따스함을 잃지 않는다. 구차한 삶의 세목에서 향기와 그리움을 읽어내는 이같은 시에는 삶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하는 시인의 소망이 깔려있다.
  • PC통신망 「음란 대화」 성행

    ◎「폰 섹스」의 변형… 10대중심 급속 확산/성교육 위장… 노골적 성행위 묘사/청소년 정서에 악영향 끼칠 우려/“「컴 섹스」 발견땐 즉시 신고를”­전문가 PC통신망에 섹스를 묘사하는 내용을 보내는 이른바 「컴섹스」가 등장,통신문화를 어지럽히고 있다. 「컴섹스」는 PC통신의 대화방에서 상대에게 진한 성행위를 묘사해 전해주거나 성교육을 가장해 성행위를 가르쳐주는 등의 음란한 내용을 보내는 것을 일컫는다. 이는 한때 물의를 일으킨 전화폭력인 「폰섹스」의 변형된 형태로 최근 청소년 사이에 급속도로 파고 들고 있다. 「컴섹스」는 특히 지금까지 PC통신으로 확산되던 부작용이 성관계를 주제로 한 전자게임이나 포르노 사진관람 등의 개인적 비행 등의 차원이었던 것과 달리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모양(14·서울S중1)은 최근 한 PC통신망의 대화방에 들어갔다가 기겁을 하고 빠져나왔다.「저와 상상으로 섹스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25세된 남성이용자가 유혹을 해왔기 때문이다.이양이 빠져나가려고 하자 그는 「이 기회에 성교육을 받아보시지요」라며 붙잡기도 했다.어린 마음에 받은 충격으로 통신은커녕 공부도 제대로 안된다는 것이 이양의 하소연이다. 김모양(17·서울H고2)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한 여성이용자가 「순결을 잃었는데 억울하다」며 대화방으로 초청하더군요.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더니 갑자기 이야기를 바꾸어 계속 노골적인 성행위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김양이 대화방을 빠져나와 그 「여성이용자」의 이용자번호(ID)를 조회해보니 남성이었다. 이처럼 일부 10대청소년 사이에 유행,통신망을 오염시키고 있는 「컴섹스족」은 대개 자정을 넘긴 으슥한 시간에 활동을 개시한다.대개 남성인 이들은 여자를 가장해 대화실에 방을 만들고 「여자분만 초대합니다」「성지식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등의 제목으로 멋모르는 어린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박민(31)대리는 『컴섹스족 중에는 남의 이용자번호를 도용해서 사용하는 사람이 특히 많다』면서 『이같은 사례를 발견했을 때는 즉시 통신사업자나 불건전정보신고센터에 신고를 해서 사용을 중지시키는 것만이 건전한 통신문화를 조기에 정착시키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포카혼타스는 실존 인물인가/백인남성과 최초로 결혼한 전설의 인디언

    ◎만화영화 주인공으로 맹활약… 재조명 활발 디즈니 만화영화 「포카혼타스」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실존인물 포카혼타스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다. 포카혼타스는 이미 미국사회에서 2백년동안 화제가 된 인물.인디언 가운데 최초로 세례를 받고 백인남성과 결혼했기 때문이다.그러나 현대 사람들의 머릿속에 포카혼타스는 버지니아에 도착한 영국인 개척자 존 스미스라는 청년을 구해주고 그와 사랑에 빠졌다는 달콤한 연애담으로만 남아있다.물론 만화영화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포카혼타스가 스미스를 구해준 것은 사실이나 애틋한 사랑에 관한 얘기는 어디에고 찾아볼 수 없다.그녀는 담배재배자인 존 롤페와 결혼,1616년 영국으로 문명을 구경하러 갔다가 결핵에 걸려 22세의 나이에 숨졌다.포카혼타스는 자신의 어떤 말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으나 그녀의 삶은 호사가들에 의해 이리저리 부풀려졌다. 신대륙으로 이주한 영국인들이 토착 영웅을 찾아헤맬 때 포카혼타스의 얘기가 그들의 의도에 들어맞았던 것.이때부터 그녀의 이야기는 아름다운전설이 돼 웨브스터사전에 실렸으며 포카혼타스의 조각품도 만들어져 한 성당에 영구전시됐다. 포카혼타스는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했다.남부사람들은 그를 귀족가정의 시초로 숭앙했으며 북부인들은 노예제도 철폐주의자의 상징으로 여겼다.독립전쟁이 끝난뒤 버지니아주는 백인과 다른 인종간의 결혼을 금지하고 1백% 백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권한도 주지 않는 법을 제정했다.그들이 영웅으로 삼는 포카혼타스가 20세기에 살았다면 롤페와의 결혼으로 감옥행을 하게 되는 모순을 스스로 만들어낸 꼴이다. 몸을 사리지 않는 구조,영국왕실의 연회,비극적인 단명 등 포카혼타스 실제의 삶도 마치 소설같다.그러나 포카혼타스 전설을 소재로 삼은 시인이나 극작가들은 단 한가지 구조적 결함을 발견했다.바로 포카혼타스와 스미스 사이에 로맨스가 부족하다는 것.따라서 존 데이비스라는 소설가는 1798년 롤페라는 재미 없는 인물을 버리고 스미스를 주요 인물로 꾸몄다. 포카혼타스는 이후 미국의 「뮤즈」로,순결한 영혼의 처녀 등으로 탈바꿈하다가 마침내 95년에 「흥행의 마술사」 디즈니사를 만나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을 본뜬 멋쟁이 여성으로 변모했다.게다가 시공을 초월해 헌신적으로 스미스를 사랑하는 착한 마음씨에 평화·환경보호주의자이기도 하다.포카혼타스는 숨진지 3백여년만에 17세기판 원더우먼으로 거듭나게 됐다.
  • 「눈먼 말과 워낭소리」/이준호 대신증권 사장(굄돌)

    용감하고 믿음직스런 오셀로 장군과 백합처럼 순결하고 아리따운 아가씨 데스데모나는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만큼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는 연인이다.오셀로의 부하 이아고는 이렇듯 뜨거운 두 사람의 사랑을 교묘히 이용해 자신의 경쟁자를 없애버리고 싶어한다. 자신이 가장 총애하는 젊은 부관과 데스데모나가 불륜의 관계에 있다고 하는 이아고의 말을 들은 오셀로는 그의 귀를 의심하며 혼란에 빠진다.그럴리가 없을텐데 하는 미련은 젊은 부관의 숙소에서 자신이 데스데모나에게 전해준 손수건이 발견됨으로써 이윽고 분노로 변한다.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배신에 오셀로는 타오르는 격정으로 정확한 사실확인도 않은 채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의 목을 조르고 만다. 물론 젊은 부관과 데스데모나의 불륜은 이아고가 꾸며낸 모함이었다.정확한 상황 판단이야말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능력있는 장군 오셀로.그런 그가 엉성하기 짝이 없는 조작극에 놀아났다는 것은 이상한 아이러니다. 강변도로로 갈 것인지,노들길로 갈 것인지 하는 일상적인 일에서부터 기업을 경영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무수히 해야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신뢰할 만한 정보와 정확한 상황파악과 함께 이들을 종합할 수 있는 개인의 역량이 조화를 이루어 내려진 판단이 올바른 판단에 조금 더 근접할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우리 속담에 「눈먼 말 워낭소리에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지금 가는 길이 자기가 가야하는 길인지도 모르는체 남이 가느대로 그저 따라만 가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날마다 우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끊긴 핏줄 잇기 “참 광복의 상징” 우뚝/통일염원비 제막

    ◎1천여 실향민 등 한마음 담아/웅비하는 우리겨레 기상 표현 ○…이날 하오3시 북한 개성 송악산이 바라보이는 경기도 파주군 탄현면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는 분단 조국의 통일을 기원하는 통일염원비 제막식과 성화안치식이 열렸다. 민족통일협의회(회장 송한호)의 주관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전국에서 모인 1천여명의 실향민과 통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하루빨리 남북통일이 이룩되기를 한마음으로 염원했다. ○50명이 성화 봉송 ○…오두산 정상에 우뚝선 통일염원비가 북녘을 향해 모습을 드러내고 독립기념관에서 봉송돼온 성화가 점화되자 제막식장의 열기는 한층 고조. 독립기념관에서 지난 14일 채화된 성화는 과거를 상징하는 손기정·서윤복 주자에 의해 광화문 기념식장으로 옮겨져 김영삼 대통령의 손을 거쳐 미래주자인 황영조 선수와 50여명의 통일협의회 회원들을 통해 이곳으로 봉송돼 제막식단 앞에 마련된 화로에 점화됐다. ○…이날 식장에는 나웅배 통일부총리와 현승종·이영덕 전총리,이북 5도지사 등 1백여명의 각계 인사가 참석했다. 특히 이날 행사를 후원한 이관우 한일은행장은 전국 각지에서 모금된 미래통일기금을 주최측에 전달했다. ○분단의 아픔 노래 ○…김규동 시인은 제막헌시를 통해 「기다림과 분노의 슬픈 세월이었다.한번 끊긴 핏줄은 이다지도 멀어 가슴을 친다.하늘도 하나 땅도 하나 여기에 우리 뜨거운 눈물과 순결의 피모아 합치지 못할리 없건마는 원수의 장벽은 열망과 그리움으로 남는구나」고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열망을 노래했다. ○두 기둥 남·북 상징 ○…기념비는 성심여대 정관모 교수가 「통일조국의 도약과 비상」이라는 주제로 제작한 것. 정교수는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6m 높이의 두기둥은 남과 북을 상징했고 기둥을 휘감아 도는 날개와 둥근 원판은 통일 미래로 웅비하는 한민족의 힘찬 비상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 위성방송 미 에로극/아시아 성풍속 바꾼다

    ◎여성들에 큰 영향… 「성혁명기」 도래/일­중년 유한부인들 공공연한 「섹스투어」/인­여성생 3분의 2가 혼전 성행위 찬성/중­당고위간부가 라디오프로서 성고백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아시아의 성 모럴이 크게 변화고 있다.특히 젊은층의 애정 표현은 종래의 전통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적극적이며 「혼전 순결」「동성애」에 대해서도 고민을 덜 한다. 여성들은 점차 대담해져 가고 있다.성에 관한 얘기는 더이상 금기사항이 아니다.미혼여성들이 자위행위와 피임기구를 화제로 삼고 성 상담을 위해 병원 문을 쉽게 노크하는데 의사들도 놀란다.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물론 이같은 성 풍속도의 변화는 아시아인의 생활방식이 급속도로 서구화하고 있는데다 각종 연애잡지·비디오·TV매체,특히 에로틱한 드라마를 방영하는 미국 위성방송이 안방 깊숙이 침투해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드센 여성 「성 혁명시대」를 맞고 있는 나라는 역시 일본.일본에서는 요즘 젊은 여성이나 돈많은 중년부인들이 동남아지역으로 「섹스 투어」를 떠나는 것은 더이상 내밀한 비밀이 아니다.이들 여성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인도네시아의 발리섬.현지 콜보이와 「성 거래」를 즐기는 숫자는 정확히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일본 여성사회의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동거한 유부남과의 사이에 최근 남자아이를 낳은 아키노 대통령의 딸 크리스양에 대한 소문이 꼬리를 물고있는 필리핀도 요즘 성 모럴이 휘청거리고 있다.얼마전 카톨릭국가인 필리핀을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2세도 젊은이들의 무절제한 성문란 행위를 개탄한 바 있다. 최근 한 통계조사에 의하면 25∼49세의 필리핀 여성 가운데 70%가 25세 전에 첫 성행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51%의 젊은이들이 혼전 성행위가 사회적으로 용납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여 충격을 주었다. 아시아에서 「에이즈 천국」으로 알려진 태국은 물론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선 각종 질병 예방을 위해 차라리 「성 개방」을 주장하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우선 피임기구 사용법 및 정확한 성 지식을 젊은이들에게 일깨워주기 위해 교육기관에서 성교육이란 말 대신에 친근한 느낌을 주는 「가정생활」이란 단어를 사용하자고 주장한다. 종교적 규율이 엄격한 인도마저도 성에 대해선 「전통적인 과거」와의 갈등이 심각하다.각종 신문·잡지에는 요즘 돈을 주고 주말 파트너를 구하는 광고가 즐비하다.자와하를랄 네루대학과 델리대학의 최근 공동조사에 의하면 여대생 3분의2가 혼전 성행위를 찬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위성방송 스타TV에 외설적인 차림으로 출연하는 마돈나와 재닛 잭슨은 인도 젊은이들의 우상이 된지 이미 오래다. 연속 3년째 10%이상의 고속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의 「아담과 이브」도 성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주민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휴식시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할아버지·아버지·아들 3대가 좁은 방에서 함께 기거하던 시절은 이젠 옛말이다. 일부 젊은 대학생들은 학교 기숙사를 벗어나 따로 방을 얻어 이성과 동거하며 「동성애」문제도 이젠 더이상 금기사항이 아니다. 미국 TV쇼 프로도 안방에서 즐길 수 있으며 비디오가게도 늘고 있다.최근 상해에서는 생방송 라디오 심야프로에 한 고급 당간부가 전화를 걸어 세차례나 이혼을 당한 자신의 성적 고민을 털어놓아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 원로 연극인 장민호(이세기의 인물탐구:78)

    ◎평생을 연극으로 살아온 연기자의 대명사/파우스트 간판배우… 별명은 “파우스트 장”/이순신서 햄릿까지 어떤 배역도 무난히 소화/칠순이 눈앞에… 식을줄 모르는 열정으로 연기생활 『배우가 해야 할 최대 문제는 관객을 계속 끌고 나가는데 있다』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가수로 활약한 샬리아핀은 말한다.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연기에 대한 끝없는 욕심과 집념어린 정열을 불태우는 이가 있다면 국립극단의 원로배우 장민호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그는 평생을 연극으로 일관한 연기자의 대명사다.양심적이고 본질적인 그의 연기가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일시적인 경이감이나 전율만은 아니다.연기를 통한 인간정신의 승화를 그는 무대 곳곳에서 증명해 내고 있다.예의 「배우가 해야 할 최대 문제인 관객을 이끌어 나가는데」 한번의 실수나 실책이 있을 수 없다는 주의다. ○솔직하고 직선적 성격 그는 언제나 의욕적이다.성격은 명쾌하고 성급하며 솔직하고 직선적이다.항상 모범생과도 같은 이런 유의 성격이란 한가지 일에 몰두하면 끝장을 봐야만직성이 풀리게 마련이다.또한 철두철미하고 다혈질적인 기질로 인해 곧잘 흥분하거나 저항하거나 마찰을 빚기 십상일 것이다.그러나 「칼날처럼 날카롭고 정의감에 넘치건만」 막상 결단을 내려야할 순간에는 흑백을 가리거나 정면으로 대결하기보다 우회적인 유연성을 지니는 것이 남과 색다르다.이는 아마도 오랜 세월 어지러운 세파에 시달린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터득한 「삶의 지혜」일지도 모른다.또는 이북에서 혼자 월남해온 그로서는 사방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는 당연한 견제일 수도 있다.그래선지 국립극단에서 40년이 넘게 한 솥밥을 먹은 동료들도 『그의 속마음을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다만 무대에 서면 「온몸의 연기로 관객을 압도」하기 때문에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면 모든 것은 침묵」일수밖에 없다. 그는 해방직후 황해도 신천에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가 연극배우가 된 케이스다.20세되던 해 원예술좌가 공연한 성극 「모세」에서 타이틀 롤을 맡으면서 연극에 입문,그로부터 10년후 하유상의 「딸들자유연애를 구가하다」로 「노역」을 완성시키면서 「성공적인 연기자」의 반열에 올라섰다.이후 「대수양」「세종대왕」「성웅 이순신」에서 완곡하며 기질이 장대한 성군,「오델로」「맥베스」「줄리어스 시저」의 다이내믹한 개성,「밤으로의 긴 여로」「안네 프랑크의 일기」「햄릿」에서의 차분하고 섬세한 내면 연기 등 그에게 돌아오는 모든 배역을 「생생한 극중 인물」로 부각시키는데 한치의 허술함을 보이지 않았다.그중에서도 「역을 최후로 완성시키는 것은 디테일이 아니라 전체적인 진실성」이라고 믿는 그가 평자들에게 어필된 것은 단연 괴테의 「파우스트」를 들수 있다. ○66년에 파우스트 초연 66년 서항석 역 이해랑 연출로 초연된 「파우스트」에서 그는 학문과 지식에 실망한 노박사 파우스트가 현세적 향락에 침몰되는 과정을 고뇌에 찬 연기로 그려내었고 두번째는 8년후인 74년,순결한 헬렌과의 사랑에서 미마저 구하지 못한채 이상향을 꾀하는 허탈한 파우스트,또다시 84년 한독 1백주년 기념공연에서 독일의 저명한 기싱이 연출한 세번째「파우스트」에서는 지금까지 축적된 파우스트의 진면목을 함축하여 관객은 감전된 듯 박수갈채를 멈추지 않았었다.그때 이 연극을 연출한 기싱은 『그는 인물을 스스로 움직이되 얼굴 표정이 아닌 눈빛만으로 이미 단숙을 성립하고 있다』고 했다.즉 「고정된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을 붙들지 않으면 안된다는 긴박감에서 그는 감정을 절제하거나 적절히 노출하여 역이 가리고 있던 사상의 베일을 한장 한장 벗겨내고야만 것」이다. ­이것이 수많은 배를 띄우고 그리고 끝없이 높은 탑들을 불태운 얼굴이었던가.사랑하는 헬렌이여 단 한번의 키스로 불멸케 해다오.오! 그대는 무수한 별들의 아름다움으로 치장한 밤하늘보다 더 아름답구나­ 가슴속에 박힌 사랑을 고백하는 이 장면은 「드라마틱한 다이너미즘과 명쾌한 표현적 리듬,응축된 긴장감과 생명의 맥박이 충만」하여 이를 앞서 연출했던 이해랑씨는 『중진 장민호의 연기가 폭풍같은 성공을 거둔 근본 요인은 이러한 관념을 최후까지 지킨 지치지 않은 탐구의 결과』라고 못밖았다.이는 50년대 후반국산 영화붐으로 연극계가 부진하자 전 연극인이 분발하여 만든 「대수양」(김동인 작 박진 연출)을 보고 『그곳에 군계일학이 있었다』고 한 이진순씨의 지적과 맥을 함께하는 찬사이기도 하다.이로써 그는 「파우스트」간판 배우로서 평생동안 영광스러운 「파우스트 장」의 별명을 갖게 되었다. 배우는 무대위에서 기왕에 정해진 다양한 운명을 우리에게 보여준다.따라서 짙은 분장속에 감추어진 배우의 모습은 다시 그 자체가 그의 얼굴일수도 있다. 더구나 그의 묵직한 바리톤의 음색은 푸짐한 볼륨과 풍부한 음조의 변화,감정의 뉘앙스가 격하게 풍겨나와 어느 대목에서도 무기미를 느낄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중후한 음의 압력은 라디오 드라마에서도 특출난 개성을 돋보여 67년부터 그가 해설자로 등장한 대하드라마 「광복20년」은 10년 장기 연속방송으로 장안의 성가를 높인바 있다. ○연출가로도 한때 활동 그는 배우일 뿐만 아니라 유치진의 「소」,체호프의 「봐냐 아저씨」를 무대에 올린 창조적 상상력이 풍부한 연출가이며연극적 감각과 지성을 겸비한 영화배우·TV탤런트이기도 하다.한때는 경화 프러덕션을 설립,그가 제작한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60년대 초반 전례없는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인생만사 만능은 없다」는 교훈과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진리를 절감하고 그는 고향에 돌아오듯 무대로 돌아왔다. 그후 그는 하고싶지 않은 일에 참여한 적이 없다.간혹 주변에서 자서전을 내라거나 대학에서 강의를 부탁해 오거나 방송 대담프로그램등에서 초청하면 일언에 외면한다.「배우는 무대에서 말할 뿐」,연기와 무관한 일은 그에게 모든 것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가족은 산행 동반자인 부인 이영애(63)씨와 출가한 남매가 있다. 지금도 젊은 후배 연극인들 사이에서 대사를 가장 잘 빨리 외우고 「내가 만약 저 역할을 맡으면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를 간파하여 선명하고 강렬한 생명체를 그때마다 새롭게 탄생시킨다.또 주역에서 차츰 비켜나고 있지만 역이 크든 작든 「연기자는 계급이 없는 무관의 제왕」이라는 자부심과 열의로 자신의 위상과 예성을 의식하는 도도함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양한 인생편력을 체험하면서 자기의 가능성을 무한히 확대하려는 생의 충동은 그가 맡았던 파우스트의 일면이며 결국 「연극은 눈과 귀를 통해서 영혼까지 도달해야 된다」는 연극예술과 미와 환희를 이 세상에 가져다준,우리 연극사상 그는 투철한 한 존재에 틀림없다. 그리고 더이상 열띤 대사를 읊조리지 않아도 「오델로」의 이야고나 브루터스의 배반의 이미지를 물흐르듯 되살리는 경지에서 오늘도 그는 그만의 적광의 광채를 어두운 객석에 뿌리고 있다. 기 자 입 력 □연보 ▲1927년 황해도 신천 출생 ▲45년 월남,조선배우학교 졸업 ▲46년 서울중앙방송국 제1기 성우 ▲47년 원예술좌 입단,성극「모세」의 타이틀 롤로 데뷔 ▲50년 국립극장산하「신협」입단,유치진 작 연출「원술랑」 조우 작「뇌우」출연 ▲53년 국립극단 입단,오상원 작 「녹슬은 파편」이후 해마다 출연 ▲62년 드라마센터 개관 기념 셰익스피어 작 「햄릿」출연 ▲66년 괴테 원작 서항석 역 이해랑 연출 「파우스트」초연서주역,일본 일생극장 개관기념공연 참가 ▲67∼71년 국립극단 단장 ▲68∼89년 한국 연극협회 이사 ▲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기념 김의경 작 이진순 연출「북벌」 ▲79∼90년 국립극단 단장 ▲88년 조우 작 이해랑 연출「뇌우」 38년만의 재공연 주역 ▲현재∼예술원 회원,국립극단 원로배우,연극협회 자문위원 제1회 방송문화상(58년) 서울시문화상(63년) 한국연극영화예술상(68·73·78년) 연극평론가 협회상(79년) 대한민국예술상(81년) 목련장(82년) 대한민국 예술원상(88년) 예총예술문화상(89년) 연극­유치진 작 「자명고」(54년)를 비롯,「박쥐」「오델로」「느릅나무 그늘의 욕망」「딸들 자유연애를 구가하다」「인생차압」「시라노드 벨주락」「붉은 장갑」「세자매」「안네프랑크의 일기」「나의 고백은 끝나지 않았다」「뜨거운 양철지붕의 고양이」「빌헤름 텔」「죄와 벌」「결혼중매」「베니스의 상인」「이순신」(신명순 작 66년)「갈매기」「북간도」「수전노」「인종자의 손」「남한산성」「전쟁과 평화」「성웅 이순신」(이재현 작 73년)「세종대왕」「허생전」등 1백70여편과 영화 TV드라마 다수 출연.8월2일부터 「눈꽃」(11일까지 우봉규 작 김석만 연출 국립극장 대극장공연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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