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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민생·경제 보듬을 巨與의 ‘첫걸음’, 국민은 기대한다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163석)과 더불어시민당(17석)이 어제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하는 자리에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전 총리는 책임, 겸허, 절제, 협치 등을 강조했다고 한다. ‘슈퍼 여당’의 무분별한 질주에 대한 국민 일각의 우려가 있는만큼 첫걸음부터 신중하게 내딛자는 주문을 한 것이라고 본다. 이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한복판에서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과반 의석을 차지했으나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을 시작으로 독불장군식 행보를 거듭하다 국민으로부터 멀어진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경계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슈퍼 여당’의 당면 과제는 두 말할 필요없이 코로나19 극복과 경제위기 돌파다. 각종 민생현안 숙제도 거대 집권여당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이런 엄중한 시대적 사명을 앞에 두고 벌써부터 당선자 중 일부가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칼부터 휘두르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시민당 우희종 공동대표는 그제 소셜미디어에 “이럴 때일수록 천천히 조심스레 가야 한다”고 단서를 붙였지만, “촛불 시민은 당신(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를 묻고 있다. 국가보안법 철폐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했다고 한다. 제21대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수많은 일 중에서 ‘검찰총장 퇴진’과 ‘국보법 철폐’를 맨 앞에 놓는다면, 이는 매우 부적절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금 국민의 생계 터전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데 더불어민주당 ‘형제당’의 대표가 승리에 도취돼 입맛대로 칼부터 휘두를 궁리를 한 것은 아닌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검찰개혁과 개혁입법의 완성은 집권여당, 특히 민주당과 시민당이 내건 정강정책상 반드시 이뤄내야 할 중대 사안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고, 경중도 따져 사려 깊게 처리해야만 한다. 급하다고 해서 바늘허리에 실을 꿸 수는 없다. 개헌 빼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해서 국민의 동의를 고려하지 않고 제멋대로 해도 된다는 의미도 아니다. 범여가 의석수는 압도했지만, 전체 득표로는 우세승에 그쳤다는 점도 잊어선 안된다. ‘더불어’에 180석을 국민이 몰아준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연말까지, 최악으로 내년까지 연장된다면 정부여당이 책임을 지고 국민의 안전과 생활을 돌보라는 명령에 다름이 아니다. 집권여당이 첫행보로 무엇을 할 것인지 국민이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선 안된다. 또 빠르면 7월에 출범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관련해 서울신문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공수처 출범 이전에 반드시 보완입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도 상기시키고자 한다.
  • [월드피플+] 코로나19 때문에…산골 학생들 위해 매일 23㎞ 걷는 59세 교사

    [월드피플+] 코로나19 때문에…산골 학생들 위해 매일 23㎞ 걷는 59세 교사

    매일 새벽 5시부터 총 23㎞를 걸어 35명의 학생을 지도해오고 있는 50대 교사가 화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프라인 수업이 전면 중단된 산골 마을에서 총 4개 향촌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수업을 위해 이 같이 도보로 이동해오고 있는 것. 사연의 주인공은 중국 저장성(浙江省) 취저우(衢州) 창산(常山)현에 거주하는 올해 59세의 교사 왕진량 씨다. 취저우 창산현의 3층짜리 작은 농가에서 3대가 함께 거주해오고 있는 왕 씨는 이 일대에 소재한 창산현관할초등학교 6학년 국어전담교사다. 지난 38년 동안 교직 생활을 이어왔던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으로 변경된 수업방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일평균 23㎞에 달하는 이동 수업을 홀로 진행해오고 있다. 왕 씨는 매일 오전 5시 35명의 학생들이 전날 제출한 공책이 든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가 찾아가는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위한 인터넷망이 설치되지 않은 산골 가정이다. 이미 이 일대에서는 왕 씨가 메고 다니는 붉은색 가방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가방에는 아이들의 학습을 위한 준비물과 숙제 등이 담긴 공책 35권이 담겨있다. 왕 씨가 재직 중인 초등학교는 지난 2월 10일부터 오프라인 수업이 전면 중단, 모든 강의가 온라인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하지만 왕 씨가 담당하는 이들 중 35명의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 그는 지난 2월 28일부터 매일 각 학생의 가정을 방문하는 수업을 진행해오고 있다.다만 코로나19 전염 우려 탓에 왕 씨는 매일 아침에 학생들의 집 앞에 숙제가 담긴 공책을 놓아둔 후, 같은 날 오후 해당 학생 집을 찾아가 공책을 수거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 중이다. 왕 씨는 매일 밤 귀가한 후 수거해온 공책 내용을 검토, 학습을 관리하는 ‘1대1’ 비대면 수업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만일의 경우 방문한 가정에 학생이 없을 때에는 현관문 앞에 공책을 놓아둔 후 집으로 돌아온다고 왕 씨는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수업 방식을 위해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각각 10㎞가 넘는 길을 걸어서 이동해오고 있다. 그가 도보로 이동하는 상산현 마을의 도로는 시멘트로 포장된 아스팔트 길이다. 때문에 학생 들의 집까지 이동하는데 전기 자전거 또는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지만 그는 도보로 이동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왕씨는 “약 10㎞ 정도의 거리는 약 2시간 정도면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면서 “평범한 요즘 젊은이들도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도보로 이동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학생들의 각 가정이 4개의 서로 다른 향촌에 분포돼 있는데, 간혹 산을 넘고 물을 건너야할 정도로 가파른 지형을 이동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기 자전거를 이용할 경우 비탈진 길을 이동하기 어렵다”면서 “교사 생활 수 십년 동안 이미 오래 걷는 것에 익숙해졌다. 또 걸어서 이동하는 중에 학생들을 만나면 인사를 나누거나 평소 궁금했던 질문도 받을 수 있어서 장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왕 씨는 “이제 2년만 더 지나면 완전한 정년퇴직”이라면서 “몸이 조금 고단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학습 지도를 게으르게 만들고 싶지 않다. 향후 수업이 정상화 된 이후 오프라인 개학이 재개될 때까지 이 같은 공부 방식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탄력근로·재택근무·온라인강의… 코로나가 낸 숙제 빨리 해야

    탄력근로·재택근무·온라인강의… 코로나가 낸 숙제 빨리 해야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된 이후에 사람들은 세상이 많이 변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삶의 방식이 강제적으로 바뀌었는데 바뀐 형태가 효율적이었다면 과거 상태로 돌아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억지로 과거로 돌려놓아도 효율적이었던 시기로 돌아가려는 시도들이 이어질 것이다. 혼란이 일어나기 전에 노동과 교육 분야에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짚어 보자. ①근무시간·환경 변화의 후폭풍 지난 2월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폭증하는 주문을 수용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해 주 52시간 이상 근무 중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를 담은 근로기준법 시행 규칙 개정안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현재는 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주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지만 특별연장근로를 인가받으면 12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지난 1월 31일부터 업무량 폭증, 기술개발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노동자 동의와 고용부 장관의 인가를 거쳐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재해·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수습의 경우만 가능했다. 이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된 상황에서 주 52시간이 300인 이하 사업장에도 적용되자 정부가 행정입법 형태로 숨통을 틔운 내용이다. 탄력근로는 특정일에 노동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날은 노동시간을 줄여 단위기간 동안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 노동시간에 맞출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서울 강서병) 의원의 대표발의안에 미래통합당은 선택근로제 단위기간도 1개월에서 3~6개월로 늘리자고 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선택근로제는 하루 근무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단위기간 총근무시간을 지키는 제도다. 한 의원은 4·15 총선에서 당선, 3선 의원이 됐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일부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쓰는 공장들의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당연히 근무시간도 줄었다. 기업들은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이연된 소비가 폭증해 매출이 늘어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제는 일을 덜하는 것은 쉽지만 더하기 위해서는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마스크라는 긴박한 필요에 의해 인가됐던 특별연장근로가 코로나19 이후 업무량 폭증이라는 이유로 인가될 거라는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해결책은 국회에서 최소한 노사정이 합의한 6개월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연장되는 것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도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늘리면서 “이는 임시방편적인 것으로 국회의 법안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식노동자나 사무직 노동자는 근무시간과 생산성이라는 다른 문제가 또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직원들의 근태관리가 애매해졌다. 지식노동자는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퇴근하다가, 일과 관련없는 일을 하다가 직무 관련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정한 핵심시간만 지키고 자유롭게 출퇴근하거나, 주 40시간 근무만 채우면 일주일에 3∼4일만 출근해도 되는 유연근무제가 앞으로 보편화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인력관리(HR)가 필요하다. 직무급 도입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현재 많은 기업이 실행하고 있는 호봉제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연공성이 강한 반면 직무급은 업무 성격과 난이도에 따라 임금이 정해진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직무급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도 직무급 도입을 장려하기 위해 지난달 사업체 특성별 임금분포현황을 임금직무정보시스템(www.wage.go.kr)을 통해 처음 제공했다. 노동계는 공무원부터 적용하라며 반대하고 있다. 직장 내에 스마트기기와 비대면접촉에 익숙한 연령층이 늘어났고,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직장생활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면서 경영진은 사무실 공간의 효율화를 고민하게 된다. 지금의 사무실 공간이 임대료, 방역비용 등을 감안해 앞으로도 필요한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임대용 부동산 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세계적 사무실공유업체 위워크가 자금난에 시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②대학의 미래와 교양과목 강사 코로나19 이전에 일반 대학의 온라인 수업은 전체 수업의 20%를 넘을 수 없었다. 교육부가 이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면서 1학기 전체를 온라인으로 강의하는 대학들도 있다. 제대로 준비 안 돼 툭하면 끊어지고, 오래된 강의자료가 무성의하게 올라오는 강의를 보면서 대학생들은 등록금 일부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환불 요구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온라인 강의 보편화에 따른 대안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니면 학생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은 모든 교양수업을 대규모온라인교육시스템(MOOC)인 에드엑스(EdX)로 대체했다. 에드엑스는 2012년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공동으로 만든 온라인 강의 플랫폼이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대다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컴퓨터과학, 경영, 데이터분석, 환경 등 각종 분야에서 3000여개 강의가 제공되고 있다. 코세라(Coursera), 유대시티(Udacity) 등을 포함해 MOOC ‘빅 3’에서 일정 금액을 내고 강의를 들으면 학점을 인정해 주는 대학도 늘어나고 있다. 애리조나주립대는 MOOC 강의만으로 학위를 딸 수 있는 과정도 있다. 강의료와 등록금은 오프라인 강의보다 훨씬 싸다. 영어의 장벽을 넘을 수 있다면 유학을 가지 않고도 세계적 석학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국내에는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2015년 시작한 K무크가 있는데 800여개 강좌가 개설돼 있다. 국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1타 강사’(수강신청이 가장 먼저 마감되는 강사)의 인터넷강의가 선호되듯이 대학 교양과목도 ‘1타 강사’에 의존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대학들은 교양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의 차별화에 집중하면 된다. 미국의 일부 대학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국내 대학들이 10년 동안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재정상의 어려움을 겪었는데 온라인 강의 20% 규칙이 풀렸으니 교양과목은 MOOC 등으로 대체하려는 욕구가 더 커졌다. 이른바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 지난해 8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지난해 1학기에 강사 7834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강사법 적용 범위를 벗어난 교수들은 교양과목 강사들의 대량실업이 코로나19로 예상보다 빠르고 대규모로 오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강사를 거쳐 교수로 임용되는 과정은 더욱 어려워진다. 정부는 올해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809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조인식 조사관이 지난해 11월 추정한 3000억원의 3분의1 수준이다. 대학등록금을 올려 달라는 대학 요구는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재원에서 민간, 즉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62.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2.0%의 두 배 수준이다. 민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5년 84%에 비해 낮아졌지만, 정부가 국가의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고등교육을 민간에 많이 의존해 왔던 것이다. 가계 입장에서는 대학 나와도 취직이 어려운 상황에서, 부담을 더 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고등교육을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이다. lark3@seoul.co.kr
  • 사이트 가입·과제 제출… 슈퍼 워킹맘 ‘온라인 개학은 괴로워’

    사이트 가입·과제 제출… 슈퍼 워킹맘 ‘온라인 개학은 괴로워’

    K는 2013년생 자녀를 둔 예비 초등학교 1학년 엄마다. 전 세계를 집어삼킨 코로나19로 학교가 정식 개학을 하지 않았으니 아직도 예비 학부형인 셈이다. 1학년은 오는 20일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을 한다. 하지만 이미 ‘자가격리형 가정 학습’ 체제가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엄마들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본격적인 출결 확인과 온라인 숙제 제출이 이뤄지는 20일 이후 엄마들은 얼마나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지 벌써부터 가슴이 조여 온다. 3월이 오기 전, ‘학교종이’ 앱에서는 가정통신문 폭탄이 떨어졌다. 개학 연기, 긴급돌봄 등 코로나19 파장들이다. 앱으로 날아오는 가정통신문을 제때 안 보면 수십개가 쌓인다. 중요한 정보나 하루 이틀 새 끝나는 설문들을 놓칠 땐 아찔하다. 동병상련의 엄마들끼리 서로 일깨워 주고 부족한 정보를 묻지만 늘 아쉽다. 정부가 안전을 위해 온라인 개학을 하는 것을 이해한다. 문제는 엄마들의 일이 갑절로 늘었다는 점이다. 1차 개학 연기가 확실시되던 지난 2월, ‘노느니 온라인 학습’이라는 취지로 학교 자체 온라인 과제물과 EBS 사이트 등 각종 교육·독서 사이트들이 소개됐다. 스마트폰을 볼 줄만 알았지 회원가입 한번 해 본 적 없는 아이들을 대신해 엄마들은 학교가 알려 준 각종 교육 사이트에 가입했다. 아이가 쉽게 접속해 쓸 수 있도록 모든 걸 ‘세팅’해 놓는 것은 엄마들의 몫이다. 모니터 스크롤을 내려 주다 ‘유튜브에 접속해 그림책 제목을 입력하고 이야기를 들어 보라’는 대목에서 한숨이 나왔다. 아이를 봐줄 수 없는 가정에서는 온라인 학습이 가능했을까. EBS 사이트를 찾아가 학습 자료를 출력하고 제시간에 TV 앞에 앉혀 수업을 듣게 하는 것도 엄마 일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중독 방지를 위해 전자기기를 잠금 상태로 두고 살아왔거나 TV를 없앤 엄마들은 울상이다. 2·3차 개학 연기 속에 원격교육 방침이 정해지자 학교는 태블릿PC 신청을 받았다. 기기를 받아 오고 며칠 뒤 ‘1학년은 EBS TV로 교육한다’는 정부 발표에 따라 다시 기기를 반납해 달라는 공문에 기기를 반납하러 학교로 가는 일도 생겼다. 지난 6~9일에는 교과서 배부가 이뤄졌다. 학년별, 학급별로 수령 시간 30분이 주어졌는데 이때 처음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 교실도 아닌 건물 밖 운동장 옆길에서 서로 마스크를 쓴 채 1분 정도. 처음 학교 가는 날이라며 새 옷을 입고, 생애 첫 교과서를 담을 새 가방을 힘껏 멘 아이는 선생님을 만난 뒤 “정말 기분 좋다”며 행복해했다. 지난 9일 학교는 온라인 개학 중에 맞벌이 등 보호자 관리가 곤란한 학생들을 등교시켜 원격수업을 시키겠느냐는 설문을 벌였다. 워킹맘으로서 마음에 갈등이 일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학교로 보내고 싶었지만 등교 중지가 원칙인 상황에서 보내는 게 서로 불편한 건 아닌지 고민하다 결국 설문에 답하지 못했다. 온라인 개학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출결은 물론 아이가 학습한 것을 사진으로 찍어 학교종이 앱 알림장에 댓글로 달아 성실히 학습했는지를 과제물로 제출해야 한다. 재택이 안 되는 부모거나 스마트기기에 익숙지 않은 조손 가정의 경우 어려움이 예상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미래 교육을 앞당기는 교육 혁신의 기회”라고 했다. 새로운 ‘슈퍼우먼’이 돼야 하는 초등학교 1학년 엄마에게 있어 정부가 말하는 미래 교육 개혁은 그저 자녀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빚어낸 부모의 끝없는 도전과 노력의 결과일 것이라고 감히 말한다. 글 사진 jurik@seoul.co.kr
  • [사설] 민주당 16년 만의 과반의석, 겸손하게 국정 운영하라

    더불어민주당이 제21대 총선에서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과반 의석 이상을 확보했다. 16일 오전 1시 현재 민주당은 지역구 157곳, 미래통합당은 90곳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 여러 지역구가 접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런 흐름대로 개표 결과가 나오면 민주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총선까지 ‘4연승’을 휩쓰는 초유의 기록을 세운다. 또한 2004년 17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것이 된다. 이번 4·15 총선에서 민주당은 ‘코로나 국난극복’을, 통합당은 ‘정부심판론’과 ‘폭주견제’를 내세웠지만, 국민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여당을 밀어 주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는 코로나19 초기 대응에서 정부가 마스크 수급에서 혼란을 겪는 등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3월 중순부터 미국과 유럽 국가의 방역 실패가 부각됐고, 한국 정부의 방역 모델이 호평을 받으면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민심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은 물론 4년 전 국민의당에 빼앗겼던 호남에서도 전폭적으로 정부·여당을 지지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를 확보했지만 해결해야 할 정치적 과제도 안게 됐다. 정부와 여당은 총선 승리에 도취해 있을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내놓은 이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경기·호남에서는 우세했지만 이른바 ‘낙동강 전선’이라고 하는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에서는 참패했다. 지역주의가 완화됐던 20대 총선보다 더 심화됐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주하길 바란다. 민주당이 자유한국당(통합당의 전신)을 제외하고 ‘4+1’ 체제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했으나, 제1야당을 배제한 정치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이번 총선에서 확인됐다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정치개혁이 좌초됐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의 비례위성정당으로 인해 새 선거제 이전만도 못한 선거 결과를 낳았다. 이번 총선은 전체 유권자 4399만 4247명 가운데 2912만 8040명이 투표에 참여해 66.2%의 잠정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 28년 만의 최고치다. 코로나19로 많은 국가가 선거를 연기하는 가운데 한국은 높은 투표율을 보이며 무난히 선거를 치러 냈다. 방역 모범 국가라는 명예를 얻은 데 이어 위기에서도 민주주의를 실행한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 세터 이동에 여자배구 지각변동 예고

    세터 이동에 여자배구 지각변동 예고

    기업은행, 조송화 잡아 세터 걱정 덜어 남은 FA 염혜선·이효희 행선지에 주목‘배구는 세터 놀음’이란 배구계 격언이 비시즌 여자배구의 화두가 되고 있다. 정상급 기량을 갖춘 세터들이 자유계약(FA) 시장에 한꺼번에 나오면서 판을 흔들었고, 놓친 구단과 잡은 구단 모두 다음 시즌 전력에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FA시장에서 A그룹(연봉 1억원 이상)으로 분류된 세터는 이다영(흥국생명), 조송화(IBK기업은행), 염혜선(KGC인삼공사)이다. 연봉 5000만~1억원 사이 B그룹 세터인 이효희(한국도로공사)도 시장에 나왔다. 세터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인 세트당 평균 세트를 보면 이번 FA시장의 주인공 포지션은 세터임을 알 수 있다. 이다영이 11.363개로 1위, 염혜선이 10.000개 2위, 조송화가 9.724개로 4위, 이효희가 8.624개로 5위다. V리그 여자부 톱5 세터 중 1년 앞서 FA 계약을 체결한 이나연(기업은행)을 제외하고 4명이 시장에 나온 것이다.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이 현대건설을 떠나 흥국생명에 합류하면서 흥국생명은 단번에 우승후보로 부상했다. 세터로서 물오른 기량을 뽐내는 이다영이 쌍둥이 언니 이재영의 공격력을 극대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다영이 합류하면서 주전 자리를 내준 조송화를 잡기 위해 기업은행이 발 빠르게 움직였고 두 팀은 모두 세터 걱정은 덜게 됐다. 이다영과 조송화의 이적으로 시장에서는 염혜선의 가치가 상승했다. 염혜선은 잔류설이 돌고 있지만 아직 확정발표는 안 됐다. 이효희도 도로공사 잔류가 전망되지만 1980년생으로 현역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아 도로공사도 세터의 숙제를 풀어야 하는 처지다. 이다영이 떠난 자리가 휑한 현대건설은 세터 고민이 가장 큰 구단이다. 2019~20시즌 1위 현대건설은 이다영에 집중하느라 다른 세터들을 키우지 못했다. 비시즌 현대건설의 가장 큰 과제가 세터 육성으로 지적되는 이유다. 이고은과 안혜진을 키우고 있는 GS칼텍스만이 그나마 세터 시장에서 여유로운 상황인 가운데 보상선수 지목을 놓고 각 팀이 세터를 보호하기 위한 두뇌싸움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서구 휴교령 부작용…대입 연기·취소 속출

    코로나19 사태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9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서 대학 입시 전형이 연기되거나 중단되면서 교육 현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美 SAT 6월 연기… 일부 대학 점수 제외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100만명이 넘는 미 대입 수험생들이 바이러스 때문에 올봄 수학능력시험(SAT)을 볼 기회를 놓쳤다. 전미대학입학시험(ACT)도 언제 치러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에서 대학에 진학하려면 SAT나 ACT 가운데 하나를 골라 시험을 치른 뒤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1년에 6~7회 시험 기회가 제공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대부분 주에서 3월 시험을 취소해 수험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음 시험이 6월로 예정돼 있지만 누적 확진환자가 60만명에 달하는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시험장이 제대로 열릴지 장담할 수 없다. 이미 캘리포니아대(UC) 등 상당수 학교가 이번 입시에서 SAT·ACT 제출을 폐지하기로 했다. 대학 입장에서는 입시 변별력 확보가 그만큼 어려워졌다고 WP는 설명했다. ●佛 ‘바칼로레아’ 수행평가로 대체 프랑스에서는 2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대학입학자격시험 ‘바칼로레아’를 수행평가 등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최근 장미셸 블랑케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전통적 방식의 (바칼로레아) 시험을 교과 활동과 숙제 등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앞서 프랑스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지난달 초 전국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지금까지 14만명에 달하는 감염자가 발생해 5월 개학도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반응이 다수다. 프랑스에서는 1808년부터 해마다 6월에 바칼로레아를 치른다. 가장 어려운 과목은 철학 논술인데, “의무를 인정함으로써 자유를 희생해야 하는가” 등 심도 있는 주제로 세계적 화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바칼로레아를 치르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교육 당국의 판단이다. ●英 주요 시험 모두 취소… 스페인 한 달 연기 영국은 SAT와 중등교육자격시험(GCSE) 등 올여름에 계획된 주요 시험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현재 교육청은 지금까지 학생들의 학업 성적을 바탕으로 공평하게 성적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 중이다. 스페인은 6월 초 실시하려던 수학능력시험(EBAU)을 한 달가량 연기하기로 했다. 아일랜드도 3월 말 시행하려던 중·고교 졸업시험 가운데 실기·구두시험을 취소하고 두 과목 성적을 만점 처리하기로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샌더스, 바이든 지지 공식 선언에 나선 이유는...트럼프의 재선을 막기 위해

    샌더스, 바이든 지지 공식 선언에 나선 이유는...트럼프의 재선을 막기 위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13일(현지시간) 민주당 경선의 경쟁자였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중도하차 선언 5일 만에 이뤄진 깜짝 지지 선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한 정치적 결단으로 해석된다. 이에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주당의 중도뿐 아니라 진보를 아우르는 대표 주자가 됐다. 다만 진보 진영의 요구를 반영하는 대선 공약의 수정뿐 아니라 지금보다 ‘좌’로 한 클릭 움직여야 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숙제로 보인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바이든 전 부통령이 주최한 온라인 행사에 깜짝 등장, “모든 미국인과 민주당 지지층, 무당파, 공화당 지지층이 내가 지지한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에 함께 할 것을 요청한다”며 바이든의 지지를 선언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위험한 대통령’이라고 비난하면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한 번의 임기로 끝나는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우리는 백악관에 당신(바이든)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샌더스 의원의 공식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바이든 전 부통령이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주류와 중도의 지지뿐 아니라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진보 진영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샌더스 의원의 지지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과 샌더스 대선 캠프는 경제와 교육, 기후 변화, 보건 분야 등에서 몇 주 동안 협력해 왔다”고 전했다 또 샌더스 의원은 “바이든과 나는 다른 부분이 있다. 그러나 나는 실무그룹이 매우 중요한 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법을 찾기를 희망한다”며 전국민 건강보험과 대학 등록금 무료화 등 자신의 대표공약을 바이든 캠프가 받아들였음을 시사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도 “나는 당신이 필요하다”며 “이는 단순히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서”라고 협력을 요청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새 영웅’ 한국·‘무기력’ WHO 만들어낸 코로나…비축의 미덕 일깨웠다

    ‘새 영웅’ 한국·‘무기력’ WHO 만들어낸 코로나…비축의 미덕 일깨웠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한민국은 다시 세계적으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고 있다. 2020년 2월 중국에 이어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세계는 대한민국을 향해 문을 걸어잠갔다. 케이팝과 영화 ‘기생충’ 등 한류로 형성된 이미지는 부서지고 감염병 관리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라로 낙인찍혔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하는 확진자를 입력해 그래프를 그려 보면 나타나던 ‘J자 곡선’은 무섭고 두려웠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확진자 급증의 추세에 브레이크를 밟았다. 이 일은 다른 나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3월 중순부터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이란, 미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세계는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있다(그림 1).●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 코로나 방역 수준 J곡선을 평평하게 한 대한민국은 능력의 상징이 됐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70년간 유지돼 온 동원국가 체제가 위기상황을 맞이해 수행한 총력전의 결과물은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촘촘한 행정력, 탄탄한 제조업 기반,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등 필요시 동원 가능한 의료 인력과 양호한 의료 인프라,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업들, 그리고 언제나 투덜거리지만 할 일은 하는 국민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 모두가 부러워하는 납작해진 그래프의 곡선이다. 코로나19는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영웅을 등장시키고 몰락하는 존재들을 만들어 냈다.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가장 무기력함을 드러낸 존재는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국제기구, 그리고 유럽연합(EU)과 같은 지역의 국가 간 연합체였다. WHO는 코로나19가 처음 보고된 이후 72일 만인 3월 12일 확진자 수가 110개국 12만명을 넘고 사망자가 4300명에 돼서야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선언했다. 이는 2009년 신종플루로 난리가 났을 때 세계 74개국에서 확진환자 3만명이 나왔을 때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전례에 비춰 봤을 때 명백한 뒷북 결정이었다. 이후 WHO는 국가 간 협력을 조정해 내지 못했고 ‘마스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4월 초에나 인정하는 등의 무능을 드러냈다. EU는 이탈리아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할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또한 최종 목적지가 다른 나라인 마스크나 인공호흡기 등 각종 의료물품이 자국의 공항을 경유하게 되면 ‘해적질’에 가까운 압류로 의료품을 확보했고, 수출통제 등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공동의 번영을 위한 협력이라는 EU의 이상은 위기상황 앞에서 무기력했다. 이에 비해 ‘국가’의 존재는 위기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국경을 봉쇄하고, 국민의 이동을 통제하며, 마스크를 비롯한 각종 필수 물품을 조달하기 위해 국가 간 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초국적 기업과 비정부기구(NGO) 등에 빼앗겼던 국가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큰 차이를 나타냈지만 커다란 문제가 생겼을 때 사회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존재는 역시 국가라는 점을 모두에게 똑똑히 보여 주었다. 전 세계적으로 9일 오전 10시 40분 현재 151만 7866명의 확진자와 8만 8458명의 사망자를 기록하는 코로나19가 가지고 오는 충격은 과거 1·2차 세계대전에 비교되는 수준이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야전병원이 만들어지고 뉴욕시는 넘쳐나는 시신을 냉동트럭에 보관하고 있으니 전시나 다름없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전쟁과 대규모 전염병은 큰 충격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켰으며, 일단 변화된 사회는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코로나19가 가져올 많은 변화 가운데 하나는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으로 대표되는 효율성과 비용 절감 대신 안정성과 확실함으로의 전환일 것이다. 세계화 과정에서 국경 내에 머무르던 제품의 생산은 가장 효율적으로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 곳으로 집중됐다. 즉 미국과 유럽에서 사용되는 마스크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생산됐으며 미국에서 사용되는 제네릭 의약품의 40%는 인도에서 만들어졌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비축’은 구식의 개념이었다. 기업과 정부 모두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잉여를 최소화하고 인력과 시설을 최소화했으며 최대한으로 가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평시 효율적이었던 이러한 시스템은 코로나19로 인한 비상 상황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코로나19 이후의 국가는 비효율을 감내하고서라도 비상시를 대비한 충분한 재고와 비축을 미덕으로 삼을 것이다. 냉전시기 형성됐던 비축의 관행을 버리지 않고 유지했던 핀란드가 인접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잘 대응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필수 제조업 기능의 유지에 대한 강박이 강해질 것이다. 자체적으로 마스크 생산능력이 있는 한국이나 중국과 그렇지 않은 미국과 유럽의 상황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을 목격한 국가들로서는 필수 물품에 대한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비교우위를 통한 무조건적인 효율성의 추구는 더이상 바람직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국가의 행정 변화도 이루어질 것이다. 권위주의 정부의 국민감시 차원에서 만들어졌던 전 국민 주민등록번호, 촘촘한 주민센터 등은 다른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밀착감시와 검사, 격리 등의 조치를 가능하게 했다(그림 2).●역학조사 과정 개인정보 활용 범위 ‘숙제’로 역학조사 과정에서 활용된 확진자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과 폐쇄회로(CC)TV, 위치정보를 통한 추적시스템 등 개인정보의 활용은 2015년 메르스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나온 개정안이지만, 이후에는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고려가 추가돼야 한다. 코로나19가 가져올 변화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아마도 경제에 대한 태도일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의 확산은 전쟁도 아닌데 사망자가 급증하는 문제와 함께, 경제시스템의 붕괴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전술인 ‘국경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국의 경제뿐 아니라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미 항공 및 관광업을 비롯한 몇몇 산업 분야는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은 엄청난 규모의 금융 및 재정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미국은 무제한 양적완화와 수조 달러 규모의 재정투입을 통한 경기부양책은 물론 그동안 금기시하던 개인에 대한 현금 지원까지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EU 역시 고용유지를 위한 임금보조 확대, 소상공인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물론 그동안 금과옥조로 여겨 오던 재정적자(GDP 3% 이하), 국가채무(GDP 60% 이하)라는 EU 재정준칙의 적용을 일시중단하면서까지 대규모 적자재정을 편성해 투입하고 있다. 주요 국가의 재정지출 계획은 미국 6.3%, 독일 4.4%, 프랑스 1.8%이며 추가적인 대책도 얼마든지 고려되고 있다. 전시경제에 돌입한 것이다(표 1).이에 비해 우리는 추경 11조 7000억원, 최근 논의되고 있는 긴급재난지원금 9조 1000억원을 포함해도 GDP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규모의 적정성 여부도 문제지만, 비상 상황에서도 ‘재정건전성’을 이야기하는 기획재정부와 청와대 정책실장의 안이한 상황인식이 더 큰 문제다. 지출을 늘리고, 소비를 진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위직 공무원 등에 대해 임금삭감을 통한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으며 시급을 다투는 재난지원금은 소득하위 70%라는 선별지급 원칙을 제시했다. 창의력을 발휘해 시장을 안정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규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스위스는 소상공인 대출 과정에 인공지능을 투입해 서류 1장만 작성하면 30분 만에 대출을 시행함으로써 단 1주일 만에 18조원의 대출을 집행했다. 반면 한국은 7일 현재 긴급자금을 신청한 소상공인 중 3분의1에게만 집행됐다. 전쟁사를 들여다보면 대등한 전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패배하는 경우가 있다. 전력을 일시에 투입해 상대를 제압하지 못하고 찔끔찔끔 ‘축차투입’을 하다가 불필요한 희생만 늘리는 경우이다. 우리의 방역정책은 압도적인 행정력을 동원해 검사(Test), 추적(Trace), 치료(Treat)로 이루어진 3T 전술을 구사해 성공을 거두었지만, 방역의 성공을 지켜줄 경제정책에서는 제대로 투입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는 우를 범하고 있다. ●‘전시경제’ 상황 신속한 재정 집행 장치 필요 한국 정부나 국민은 재정건전성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는 인식의 전환과 신속한 재정집행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확보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은 과잉투자와 방만한 예산집행을 문제로 지적했고 이때부터 예산당국은 강화된 권한을 가지게 됐다. 여기에 ‘재정건전성 확보가 IMF 조기졸업을 가능하게 했다’는 논리가 경제부처 구성원들과 여론 주도층의 인식에 자리잡으면서 적극적 재정집행을 가로막고 있다. 관행을 뛰어넘는 예산의 편성과 집행이 필요하며, 이는 기존 조직과 체계가 변화해야 가능하다. 여기에 ‘예비타당성 조사제도’는 신속한 대규모 투자를 가로막는 요소이다. 단기적으로는 예비타당성 조사의 한시적 중단이 필요하다.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이것을 집행하는 데 1년 이상의 세월이 걸린다면 그 효과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제도인지에 대한 논의는 단계적으로 진행하더라도 현시점에서 평시와 같은 집행과정을 요구해서는 곤란하다.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한국이 거둔 성취를 만끽해도 좋다. 성취가 없다면 어려운 일을 극복할 힘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시민에 대한 정부의 우월함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마스크 수급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WHO는 마스크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며 마스크 정책에서 우왕좌왕했으나 ‘17번 확진자의 사례’를 통해 학습한 경험을 근거로 끝내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며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한 쪽은 국민이었다. 세계의 격찬을 받은 ‘드라이브 스루 검사법’이나 ‘워킹스루 검사법’ 역시 현장의 제안을 정부가 수용한 것이다. 현장의 행정·의료 인력의 자발성과 창의력을 오히려 높이 평가해야 한다. 과잉으로 평가받던 민간병원의 병상과 인력, 기업들의 연수원 활용 등도 재평가해야 한다. 대형 할인점들의 막강한 유통망과 인터넷 배송 네트워크, 택배 노동자들의 헌신도 잊지 말아야 한다. 유통 네트워크가 한국에서 사재기를 없앤 것이다.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세상으로의 진입을 준비해야 한다. 지난 성과를 자랑스러워하면서, 한국 정부와 한국인은 앞에 펼쳐질 낯설고 험한 길을 걸어갈 준비를 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때다.
  • 바이든의 ‘민주 통합’ 진짜 시험 시작됐다

    바이든의 ‘민주 통합’ 진짜 시험 시작됐다

    美대선 트럼프·바이든 맞대결 확정200여일 남은 미 대선(11월 3일)까지 도널드 트럼프(왼쪽·73·공화당) 현 대통령과 조 바이든(오른쪽·77·민주당) 전 부통령이 46대 미국 대통령 자리를 두고 혈전을 치르게 됐다. 미 언론들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경선 포기로 대통령 후보가 된 바이든이 이제 진짜 자신의 능력을 검증할 시험대에 섰다고 평가했다. 그간 민주당 주류인 중도층 결집이 뒷배였다면, 이제 샌더스의 젊고 급진적인 지지자를 흡수하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샌더스의 경선 중단에 대해 “이제 바이든에게 가장 힘든 시기가 온다”며 “이미 샌더스의 청년지지조직들이 바이든에게 45세 이하 계층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통상 8월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가 결정되지만 이를 4개월이나 앞당겼고, 불과 경선 레이스 65일 만에 승리를 거둔 것은 고무적이지만, 민주당 통합 능력이 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샌더스는 이날 버몬트에서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대의원 수가 (바이든보다) 300명 뒤지는데 승리는 불가능하다”며 “(바이든과) 트럼프를 물리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통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바이든이 ‘메디케어 포 올’(전국민 의료보험), 최저임금 인상, 대학 학자금 부채 탕감 등 샌더스의 급진 정책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버니 샌더스가 그만뒀다. (경선 포기 후 같은 급진좌파 성향이면서 샌더스를 지지하지 않은) 엘리자베스 워런만 아니었으면 샌더스가 슈퍼화요일에 거의 모든 주에서 이겼을 것”이라며 “사기꾼 힐러리 사태(2016년 대선)와 똑같다. 버니의 지지자들은 공화당으로 와야 한다”며 분열을 부추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당시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샌더스가 끝까지 반목했다면 이번에는 바이든과 샌더스는 보다 우호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바이든은 샌더스의 승리가 현실적으로 힘들어진 뒤에도 퇴진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힐러리와의 실수를 재현하지 않으려는 전략적 목표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샌더스도 이날 바이든과 통화를 해 경선 포기 뜻을 전한 뒤 공식 발표를 했다. CNN은 여기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샌더스가 경선 포기를 결심하도록 막후에서 역할을 하며 통합과 단결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를 이기는 게 진짜 목표라는 데 의견을 일치했다는 것이다. 급진좌파 샌더스가 아닌 중도 성향의 바이든이 승리하면서 올해 대선은 중원경쟁이 중요해졌다. 지역적으로 보자면 플로리다,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다. 그럼에도 최대 변수는 코로나19다. 소위 ‘집콕’ 유세만 하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보다도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바이든이 매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을 하며 존재감을 높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묘수를 찾을지가 관건인 셈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풀꽃’ 나태주 시인의 첫 동시집 ‘엄마가 봄이었어요’

    ‘풀꽃’ 나태주 시인의 첫 동시집 ‘엄마가 봄이었어요’

    ‘풀꽃’으로 널리 알려진 나태주 시인이 첫 창작 동시집 ‘엄마가 봄이었어요’(문학세계사)를 펴냈다. 등단한 지 50년 만이다. 나 시인은 43년 간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며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시인의 인생에서 아이들은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이자 행복이었다. 시인은 처음 펴내는 동시집에서 아이의 마음으로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눈을 맞추며 미소를 건넨다.‘엄마가 봄이었어요’에 수록된 동시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에 한 손 검지타법으로 써내려 간 시다. 시인은 차를 마시며, 산책을 하며 매 순간마다 떠오르는 시상들을 그 때 그 때 스마트폰에 메모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던 대표시 ‘풀꽃’처럼 사물을 자세히, 오래 들여다 본 흔적들이다. ‘엄마가 봄이었어요’에 수록된 시들은 그의 다른 시들처럼 여전히 간명하고 직관적이다. ‘둥글다/붉다/안아주고 싶다/우리 엄마.’(‘사과’ 전문) 시는 사람의 마음을 예쁜 말로 표현한 글이며, 될수록 길이가 짧고 단순해야 한다는 그의 신조가 동시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그래서 그는 성인시, 동시, 시조 등 시의 다양한 갈래를 나타내는 말들과 상관없이 그저 ‘시’라고 부르면 된다고 말한다. ‘여름방학 숙제로/일기 쓰기//그날은 아무것도/쓸거리가 없었어요//‘우리 집은 아빠가 초등학교 선생님/근근이 먹고 산다’//장난감 사달라 조를 때마다/엄마가 들려주시던 말//담임 선생님이 보시고/빨간 줄 쳐서 일기장 돌려주셨어요//빙그레 웃으시며/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요.//’ ‘일기 숙제―초등학교 2학년 일기장’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시를 보면 동시와 성인시의 구분이 불필요하다는 시인의 말이 와닿는다. 아이의 마음을 가지면 어른도 아이가 된다는 말을, 75세 노(老) 시인이 직접 입증해 보이는 시집이다. 116쪽. 1만 2000원.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모든 유권자 총선 투표 마스크 발열 검사 비닐장갑 착용

    모든 유권자 총선 투표 마스크 발열 검사 비닐장갑 착용

    4·15총선 투표를 하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투표소 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발열검사를 시작으로 손소독하고 비닐장갑을 착용한 뒤 투표를 하는 등 강력한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1일 브리핑에서 밝힌 총선 투표소 방역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투·개표소에 체온계와 손 소독제, 위생장갑 등을 비치하고 기표대와 기표용구 등은 소독 티슈를 이용해 수시로 소독하기로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투표소에 도착한 뒤 발열 검사를 받으며 손 소독제를 사용하고 비치된 비닐장갑을 착용한 후 투표한다. 투표를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할 때는 타인과 1m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m 거리 유지 방침에 대해 “비말이 2m 이상 넘어가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보통은 2m 정도 거리두기를 하고, 야외 대기 등 상황에서는 1m 이상은 떨어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최소 1m’ 원칙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5일 유증상자는 본인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 투표소에 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투표소 도착 후 발열 검사에서 이상 증상이 나오면 일반인과 동선이 분리된 별도 임시기표소에서 투표해야 한다. 정부는 투표 과정에서 의심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보건소에 신고하고,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 코로나19 확진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거소투표 신고는 지난달 28일 끝났다. 지난달 29일 이후 확진 판정을 받거나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람들은 총선 참여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해외에서도 영사관의 선거 사무 중단으로 재외투표 선거인의 최대 50% 정도만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김강립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참정권은 정부가 국민들께 반드시 보장해야 하는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이지만, 국민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쉽지 않은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자와 자가격리자의 참정권과 안전이 조화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전문가, 관련 부처와 더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투표소 찾는 유권자 모두 발열검사…증상 있으면 별도 기표소 이용

    투표소 찾는 유권자 모두 발열검사…증상 있으면 별도 기표소 이용

    4·15 총선 투표소를 방문하는 유권자는 전원 입구에서 일대일 발열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는 유권자는 별도로 마련된 기표소에서 투표하고, 투표 후에는 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총선 투표소 방역 대책을 밝혔다. 기표대 수시 소독…투·개표 사무원 위생장갑 등 의무 착용 행정안전부는 코로나19가 전파되지 않도록 투·개표소에 체온계, 손 소독제, 위생장갑 등 위생물품을 비치하고, 기표대와 기표용구 등은 소독 티슈를 이용해서 수시로 소독하기로 했다. 투·개표 사무원은 사전에 감염병 예방교육을 받고, 마스크와 위생장갑을 착용한 후에 업무에 들어간다. 투표권자는 투표소 진입 시에 발열 검사를 받고, 이상 증상이 확인되면 일반인과 동선이 분리된 별도의 임시기표소에서 투표한다. 정부는 투표 과정에서 의심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보건소에 신고하고,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런 조치는 임시투표일에도 적용된다. 정부는 투표 참여 대국민 행동수칙을 만들어 사전에 홍보할 예정이다. “참정권·국민안전 조화, 정부로선 힘든 숙제”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환자와 자가격리자의 총선 참여가 어려워진 데 대해 “참정권은 정부가 국민들께 반드시 보장해야 하는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이지만, 국민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쉽지 않은 숙제”라고 말했다.그는 “환자와 자가격리자의 참정권과 안전이 조화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전문가, 관련 부처와 더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진자 등을 대상으로 한 거소투표 신고는 지난달 28일 종료됐다. 이에 따라 29일 이후 확진 판정을 받거나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람들은 총선 참여가 어려워졌다. 해외에서도 영사관의 선거 사무 중단으로 재외투표 선거인의 최대 50% 정도만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초교 입학생이 온라인 수업할 수 있나요” “유치원 무기한 휴업인데 퇴소해야 하나”

    “초교 입학생이 온라인 수업할 수 있나요” “유치원 무기한 휴업인데 퇴소해야 하나”

    “당연히 개학을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답답한 마음은 어쩔 수 없네요.” 31일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김모(41)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초·중·고교가 오는 9일부터 단계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되면서 초등학교 저학년과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이미 3월 한 달 가정 보육을 해 왔는데 앞으로 한 달 가까이 더 아이들을 집에서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개학을 하더라도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한다면 어른의 손길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김씨는 “맞벌이 부부라 친정 부모님이 아이를 봐주고 있는데 공부는 도와줄 수 없는 처지”라면서 “뾰족한 수가 없어 아이를 그냥 놀리고 있는데 우리 애만 뒤처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부에서 발표한 신학기 개학 방안에 따르면 4월 9일, 16일 고학년부터 차례대로 개학하고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1~3학년이 20일부터 온라인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어린 학생들이 집에서 학교 수업을 듣는 낯선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저학년은 교실에 앉아 있어도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한데 집에서 학습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3명인데 초등학생 두 명이 집에서 동시에 학습할 수 있을지, 막둥이가 방해하지 않을지 걱정”이라면서 “결국 아이 공부도 엄마 ‘숙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 이모(39)씨는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가는데, 학교엔 가보지도 못하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먼저 해야 한다니 안타깝다”면서 “급하게 온라인 학습 사이트를 알아보고 있는데, 아직 학교에서도 공지가 오지 않아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걱정은 더 크다. 유치원은 놀이 중심 교육과정의 특성과 감염 통제 가능성 등을 고려해 등원 개학이 가능할 때까지 휴업이 무기한 연장됐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7살인데 4~5월까지 유치원에 못 보낼 듯하다”면서 “그냥 퇴소하고 내년에 바로 초등학교를 보내는 게 나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넷 맘카페에도 “유치원 등록만 해놓고 아이를 한 번 보내 보지도 못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지 모르겠는데 퇴소하고 양육 수당을 받는 게 낫다”, “퇴소하려면 3월 안에 하는 게 환불받기 쉽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닻 올린 KT 구현모號…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것”

    닻 올린 KT 구현모號…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것”

    국회서 막힌 ‘케이뱅크 주주’ 등 과제도 6년간 이끈 황창규 식사로 이임식 대신‘구현모호’가 30일 정식 출항했다. 구현모 KT 사장은 이날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로써 계열사 43개, 임직원 6만여명에 달하는 ‘정보통신 거함’ KT가 6년 만에 황창규 회장에서 구 사장으로 선장을 바꿔 2023년 주총까지 3년간 새로운 항해를 떠나게 됐다. 구 사장은 주총 직후 사내 방송을 통해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공기업이었던 KT는 2002년 민영화됐지만 외풍과 낙하산 논란을 겪으며 수장들이 검찰 수사를 받은 사례가 많았다. 1987년 한국통신 시절에 입사해 지금까지 한 우물을 판 ‘KT맨’ 구 사장은 33년간 근무하며 이러한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구 사장은 ‘외풍에 흔들리는 KT’ 대신에 “국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국민 기업, 임직원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구 사장은 이를 위해 ‘하나의 KT’를 강조했다. KT는 이번 주총을 통해 최고경영자(CEO) 후보 최종 9인에 이름을 올렸던 박윤영 사장과 표현명 전 사장을 각각 사내·사외 이사에 선임했다. 왕좌에 오른 이가 경쟁자를 숙청하는 일이 빈번하지만 구 사장은 이들을 받아들이는 쪽을 택한 것이다. KT는 지난 1월 있었던 정기 인사에서 부사장이던 박 사장이 기업사업부문장으로 승진하면서 ‘복수 사장 체제’를 갖추기도 했다. 과제도 산적해 있다. 현재 KT가 케이뱅크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기 위한 ‘인터넷전문은행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구 사장은 이에 대한 대책을 짜야 한다. 특정 사업자가 가입자의 3분의1을 넘지 못하도록 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가 국회에서 정리되지 않아 난항 중인 유료방송 인수·합병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또한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산업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만년 2위 통신사’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도 숙제다. 한편 구 사장에게 배턴을 넘겨준 황 회장은 주총 의장으로서 사회를 본 것을 마지막으로 KT 수장의 임무를 마쳤다. 최근 임원들과 조촐한 식사자리로 이임식을 대신한 황 회장은 이날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임기 마지막 날을 마쳤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온라인 쇼핑 늘고 교통지옥 사라져… 코로나로 생긴 ‘뉴 노멀’

    온라인 쇼핑 늘고 교통지옥 사라져… 코로나로 생긴 ‘뉴 노멀’

    세상에 나쁘기만 한 것은 없다지만 ‘코로나19’는 예외인 듯싶다. 수만명이 유명을 달리했고 수십만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방역전선에서 노고를 아끼지 않는 이들의 희생도 막대하다. 경기침체로 실업자는 늘고, 소득이 줄면서 저소득층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등 팬데믹이 만든 생활의 변화상 때문에 역설적으로 미래기술, 교육혁명, 로컬푸드 등이 확산될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인간의 때를 타지 않은 자연은 자정작용을 할 여유가 생겼고, 현명한 소비에 대한 관심도 늘었단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뉴 노멀’(새로운 정상 상태)에서 나타난 소위 ‘역설적 변화’를 살펴봤다.유네스코는 30일 “전날 기준으로 181개 국가에서 15억 3058만 4916명의 학생들이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3억 1946만 7554명이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던 것을 감안하면 피해 학생수가 한 달 만에 거의 5배로 늘었다. 이와 관련해 연령이 낮을수록 사회적 고립에 취약하고 저소득층일수록 학교 급식이 끊기며 영양 상태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정보기술(IT) 기기를 통한 교육시스템은 빠르게 정착되는 분위기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한국, 중국, 아르헨티나, 스페인, 베트남 등 수십개 국가에서 온라인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앱을 통한 교사와 학생 간 소통도 어렵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몽골의 경우 TV로 수업을 진행하고 홍콩 등에서는 화상으로 체육수업도 진행한다고 보도했다. 홍콩 학생 티라팡(17)은 NYT에 “초기에는 인터넷 속도가 느려서 온라인 수업에 지각할 때가 있었다. 이제 15분씩 일찍 접속한다”며 점점 적응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포브스는 이런 변화에 대해 “일부 부모는 홈스쿨링 등으로 학교 밖에서 배우는 것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가족의 유대를 강화시킨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라며 “이들은 교육의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는 것을 깨닫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미네르바스쿨 등이 주도하는 화상수업이 각국으로 퍼져나가는 가운데 현 상황이 에듀테크의 확산에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교육비 늘리고 담배 지출 줄일 것” 응답 다만 경제 취약국을 중심으로 IT 기기 접근성에 대한 양극화가 큰 상황은 시급하게 풀어야 할 숙제다. 일례로 중국과 프랑스 정부는 저소득층 학생에게 컴퓨터를 빌려주고 있으며 포르투갈은 첨단기기가 없는 경우 우편 학습지를 보내주는 보완책을 도입했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이 비대면을 선호하면서 첨단기술이 쇼핑 분야에서도 점점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온라인 배달 앱의 다운로드 수는 전달에 비해 218%가 늘었고, 유명 배달 앱인 월마트그로서리를 내려받은 이들도 같은 기간 160% 늘었다는 게 앱토피아의 분석이다. 온라인 특수로 최근 아마존이 직원 10만명을 충원하고 초과근무수당을 2배로 올린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사재기 탓이 크다. 3월 첫주 미국 내에서 ‘오트 밀크’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7.3%가 급증했고 고기류는 206.4%, 참치는 31.2% 늘었다. 선호 브랜드가 분명하고 늘 구매해 품질 등을 아는 생필품이라면 온라인 구입이 간편하다. 여론조사기관 닐슨 관계자는 “온라인 배달의 급증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유통업체를 건너뛰어 제조사의 홈페이지에서 직접 물건을 사는 경향도 늘었다”며 “점원과 대면하지 않고 제품을 고르기 위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쇼핑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AR·VR 활용의 실례로는 한국 뷰티산업을 들었다. 패션업계를 넘어 화장품도 직접 사용한 것과 흡사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국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51%가 AR·VR 쇼핑을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고도 했다.사교계도 변했다. 지난 24일 포천의 보도에 따르면 유명 DJ 데이나 솔로몬은 3월 중순 토요일마다 오하이오 콜럼버스의 스튜디오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참여할 수 있는 댄스파티를 열었다. 야외복을 입고 참여하는 화상만남을 매주 여는 소믈리에 세라 트레이시는 “기분 좋은 옷을 입도록 격려한다. 직접 만나지 못하는 게 파티를 멈출 이유는 안 된다”고 했다. 각국의 봉쇄 정책과 여객기 운항 제한 등으로 국제물류업계가 타격을 입으면서 로컬푸드에 대한 중요성이 외려 높아진 것도 역설적이다. 최근 영국 노퍽 지역에서 배달이 가능한 로컬푸드를 소개하는 무료 사이트를 만든 한 부부는 “격리 생활을 하다 (건강한 식재료가 필요한) 우리와 같은 처지의 이웃들을 돕고 싶어 집에 식료품을 배달할 수 있는 지역 농장, 도매업자, 시장 등이 등록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닐슨도 소매점들이 국제물류 시스템의 붕괴로 주변에서 식자재를 구하게 됐고 소비자들도 지역 농산물을 믿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닐슨은 “이미 지난해 설문에서 응답자의 11%가 자국 안에서 생산된 물품만 사고, 54%는 거의 로컬 상품만 산다고 답했는데 코로나19로 이런 경향은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 지금 같은 경기침체 시기에 저축은 소위 ‘돈맥경화’를 심화시키는 악영향을 끼치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코로나19 소비패턴’ 설문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향후 6개월간 저축을 현재보다 29% 늘리겠다고 답했고, 신선식품(24%)과 교육(20%) 지출도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담배(33%), 럭셔리패션(27%), 도박(26%) 등의 지출은 줄이겠다고 답했다.다만 경제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로 출퇴근 교통비, 밥값, 커피값 등은 줄지만 방역비용, 식자재비용 등은 늘기 때문에 무료함에 온라인 쇼핑에서 충동구매 등을 하면 외려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로 도심이 텅텅 비면서 대기질도 좋아졌다. NY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뉴욕의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평소보다 50% 감소했다. 출퇴근 교통지옥으로 불리는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러시아워가 사라졌고 도심의 차량 평균 속도는 53% 빨라졌다.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한 중국 허베이성 인근도 일산화질소 농도가 10~30% 하락했다. ●“저탄소 경제 미리 보는 듯… 어려움 속 희망” 중국에 이어 사망자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의 경우 관광객 감소로 베네치아 운하가 60년 만에 맑아진 것이 화제가 됐다. 칠레 산티아고 도심에서는 퓨마가, 콜롬비아 보고타에서는 여우가 발견되는 등 야생동물들이 인간의 종적이 사라진 도심을 활보하기도 했다.이런 상황을 두고 몰 몽크스 영국 과학자문위원회의 전 의장은 “미래에 저탄소 경제를 실현하면서 겪게 될 일들을 미리 체험하는 것 아닐까”라며 “인명을 가벼이 여기는 것은 결코 아니나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어쩌면 희망을 본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의 퇴치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영속할 인류의 미래를 위해 힘든 상황 속에서 역설적으로 알게 된 작은 희망들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일 것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환경파괴로 터전 잃은 바이러스… 인간을 돌고 돈다

    환경파괴로 터전 잃은 바이러스… 인간을 돌고 돈다

    인구 증가와 환경 파괴 등이 맞물리면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신종 감염병에 고통받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더구나 감염병이 대규모로 유행하는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 2002년 사스부터 2009년 신종플루까지는 7년이 걸렸지만 2015년 메르스까지는 6년, 2020년 코로나19까지는 5년이 걸렸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3~4년 만에 또 다른 감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메르스 후 5년 만에… 유행주기 점점 빨라져 최근 대규모로 유행한 감염병들은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특징이 있다. 인수공통감염병이란 사람에게 전염되는 동물의 감염병을 말한다. 병원체가 공격 목표를 동물에서 사람으로 바꾸고, 사람의 몸속에 자리잡는 데 성공하면 새로운 질병이 모습을 드러낸다. 야생 물새에서 시작해 몇몇 가축을 거쳐 1918~1920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5000만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스페인독감’도 마찬가지다. 라임병, 웨스트나일병, 광견병,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 탄저병, 라싸열, 니파 바이러스 모두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전 세계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감염질환의 75%가량이 이런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알려졌다. 희한한 신종 질병이 있다면 인수공통감염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동물에게서 옮겨온 바이러스는 치명적이다. 사람에게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없어 한번 걸리면 전파가 빠르고 치사율도 높다. 조류독감의 치사율은 무려 60%에 이르고, 메르스는 30~40%, 에볼라 바이러스는 50~70%나 된다. 신종플루는 치사율이 낮은 대신 확산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감염시켰다. 코로나19도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전파 속도가 빨라 발생 두 달여 만에 전세계에서 56만 7000여명(28일 기준)을 감염시켰다. 전문가들은 동물과 인간의 ‘종(種) 간 장벽’을 뛰어넘어 이런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이유로 환경 파괴를 든다. 미국의 수의학자인 마크 제롬 월터스는 저서 ‘에코데믹’에서 “인류의 지구환경 및 자연의 순환과정 파괴가 신종 감염병 등장과 감염병 확산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개발이 계속되는 한 신종 감염병은 계속해서 출현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감염병을 뜻하는 ‘에피데믹’을 변형해 ‘에코데믹’(eco-demic), 즉 환경감염병으로 부를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국내 학자들도 에코데믹의 출현을 경고해왔다. 국립수의과학연구원 정석찬 연구관은 2011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산림자원의 훼손으로 인한 매개체(모기, 쥐 등) 증가, 화학물질의 오염에 의한 숙주동물(인간 등)의 면역기능 약화, 매개 동물 및 병원체 이동의 증가에 따라 인수공통전염병 발생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전국을 휩쓴 메르스도 환경 파괴가 신종 감염병 확산을 부른 사례였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와 사스는 염기서열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는 사촌뻘이다. 이보다 유전적으로 더 가까운 게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왔다고 학자들이 추정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인간에게 직접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긴 것은 중간 숙주인 낙타로 알려졌다. 사는 곳이 다른 낙타와 박쥐는 원래 만날 일이 없는 동물이지만 자연 파괴로 박쥐들이 마을로 넘어와 낙타와 마주치는 일이 잦아졌다. 이 과정에서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가 낙타에게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후 낙타 안에서 이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 전파되기 쉬운 형태로 변화됐다는 게 정설이다. 코로나19는 천산갑이란 포유류가 사람에게 전파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을 방문해 코로나19 조사를 진행한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팀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중국 전문가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가 박쥐에서 시작돼 중간 숙주인 천산갑을 거쳐 사람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이름도 생소한 천산갑이 사람과 접촉할 일은 많지 않지만, 사람들이 천산갑을 보양 식품으로 섭취하면서 위험에 노출됐을 것이란 가설이다. 미국의 유명한 과학저술가 데이비드 콰먼은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란 책에서 “나무가 벌목되고, 토종 동물들이 도살 될 때마다 그들의 몸에 깃들어 살던 미생물이 주변으로 확산된다”며 “밀려나고 쫓겨나 서식지를 빼앗긴 기생적 미생물 앞에는 두 가지 길이 놓여 있다. 새로운 숙주를 찾든지 멸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바이러스에게 77억명을 웃도는 인류는 그야말로 ‘블루오션’이다. 2100년이면 109억명으로 최대치에 이를 정도로 개체수가 많은 데다 조류처럼 멀리 이동할 수 있으니 숙주로 삼기에 제격이다. ‘전염병의 세계사’ 등을 쓴 미국의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은 “인구는 최근까지도 지금의 절반에 불과했으나 25~27년 사이에 두 배로 증가했다”며 “굶주린 바이러스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더라도 수십억 인체는 기가 막힌 서식지이며, 인체에 침입해 적응할 수만 있다면 기가 막힌 표적”이라고 말했다. 인류는 천연두를 완전 퇴치한 경험이 있다.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을 퇴치할 수 있을까. 바이러스는 스스로 번식하지 못한다. 숙주가 없는 한 혼자서는 생존할 수 없다. 따라서 한 몸에서 다른 몸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으면 이론적으로는 박멸할 수 있다. 하지만 인수공통감염병은 예외다.●‘사람만 감염 ’ 천연두·소아마비 퇴치 성공 천연두는 인수공통감염병이 아니었다. 오직 사람에게만 감염을 일으킨다. WHO가 전 세계적으로 전개한 천연두 퇴치 운동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천연두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 외에는 어디서도 번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만 감염되는 소아마비도 마찬가지다. WHO는 국제적으로 소아마비 박멸운동을 시작해 전 세계 소아마비 환자 수를 99%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는데, 이는 바이러스가 인간 외에는 달리 숨을 곳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백신으로 인간이 집단면역을 형성하더라도 인수공통감염병의 병원체는 어디론가 숨어버릴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백신을 맞더라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원래 숙주인 박쥐나 천산갑에, 메르스 바이러스는 박쥐와 낙타에, 뎅기 바이러스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사는 원숭이 몸에 도사리고 있다가 조건이 맞으면 재등장할 수 있다. 코로나19 완전 종식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다만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병률을 낮추는 것은 가능하다. 아직 코로나19 백신이 없는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일부에서 인구의 60~70%가 감염되면 코로나19 사태가 해소될 것이라고 얘기한 게 주목을 받았다. 지난 23일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은 “인구 60%가 면역을 가졌을 때 (코로나19의) 확산을 멈출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 연구에서도 인구의 70% 정도가 집단적으로 감염되면 면역이 형성돼 나머지 30%의 인구에는 더 이상 추가 전파가 되지 않을 것이란 이론이 제기된 바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되면 면역력을 갖게 되고, 이런 사람의 비중이 커질수록 접촉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확률이 낮아진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감염병을 종식시키기에는 희생이 너무 크다. 윤태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우리나라 인구가 약 5000만명이고, 이 중 70%가 감염된다면 3500만명이 감염된다. 이 중 치명률이 1%라는 점을 고려하면 35만명이 사망해야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면역은 이론으론 가능할지 몰라도 정책으로는 부적합하다.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생물 중 돌연변이율이 가장 높아 운 좋게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RNA를 유전자로 갖고 있는 바이러스는 유전정보를 담은 염기쌍(유전정보 조각들)이 평균 1만개 정도에 불과하다. 적은 유전자 한계를 극복하고자 바이러스는 다양한 수법으로 진화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 따라서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코로나19의 전파 속도와 치명률을 낮추는 것 밖에 답이 없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정부가 ‘생활방역’을 이야기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염병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 완전 정복은 요원한 숙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9일 전화인터뷰에서 “이번에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이 빨리 끝난 것은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를 생활화 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기침 예절 지키기와 마스크 착용,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만 잘 지켜도 감염병을 상당히 예방할 수 있다. 바이러스를 피하는 방법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화하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미스터트롯 성공, 실력자들 덕분…팬덤 형성에 공들여”

    “미스터트롯 성공, 실력자들 덕분…팬덤 형성에 공들여”

    최근 종영한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은 종합편성채널의 역사를 새로 썼다. ‘꿈의 시청률’로 불리는 30%(닐슨코리아 기준)를 돌파했고 2주간의 특별 방송 ‘미스터트롯의 맛’도 20%를 넘어 뜨거운 인기를 증명했다. 종편 최고 시청률부터 마지막회 방송 사고까지,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는 서혜진 TV조선 제작본부 국장을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만났다.-이렇게 시청률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나 “‘미스트롯’이 성공했으니 괜찮으리라고 생각은 했지만, 남성들이 시청할 지 확신이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여성 팬덤을 얼마나 만들어 낼 수 있을까가 관건이라고 봤다. 시청률이 오르면서 팬덤이 구체화 된 것이 30%를 넘긴 힘이 됐다.” -팬덤이 점점 커졌다. 원동력을 무엇으로 보나 “실력자들이 대거 나왔다. 송가인 대 홍자라는 라이벌 구도가 있었던 ‘미스트롯’에 비해, 실력자 수가 훨씬 많았다. 각축전을 벌이면서 서바이벌 에서 볼만한 포인트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또 이번엔 시청자들과 즉각적 소통을 늘렸다. PD 인생에서 이렇게 많은 소통을 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방송 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를 통해 시청자들이 원하는 영상을 계속 올렸다. 이야기와 드라마를 만든 요소라고 본다.” -이렇게 즉각적 대응을 한 이유는 “핵심은 팬덤이라고 봤다. 송가인 이전에 트로트에는 팬들과의 긴밀한 소통 시스템이 없었다. 젊은 팬일수록 빠른 피드백을 원한다. “왜 짤을 안풀어주냐”고 재촉도 많이 한다. SNS 관리에 젊은 PD들을 배치하고 저희가 팬덤에 최대한 서비스 하는 느낌으로 가져갔다.” -최종 결과 발표를 못한 건 대형사고다. 결과 발표 연기는 현장 판단이었나 “발표를 못하는 오디션은 사상 최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구나 싶었다. 새벽 내내 집계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뒤 회사 내부 의사 결정권자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원래는 다음날 아침 7시에 하려고 했는데, 아예 여유롭게 잡는게 낫겠다는 윗선 판단이 있었다. 그래서 일주일 뒤로 미뤘다가, 더 당겨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이틀 뒤에 급박하게 진행했다.”-트로트 업계의 변화가 느껴지나 “내가 만난 관계자들은 고마워 한다. 가수들은 불러주는 데가 많아졌다고 한다. 숨은 명곡을 찾아내 음원 차트에도 진입했다. 일부 가수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된다는 비판도 있는데 좁은 시야라고 본다. 외연적 확장이 질적 확장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가수 1명당 2명 같이 다니면 많은 편에 속할 정도로 영세한 매니지먼트사가 많다. 외연적 확장을 했다고 자평한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초반 선정성 논란도 있었다 “가령 송가인이 노출을 한 것은 아니지 않나. 결국 살아남는 기준은 실력이다. ‘미스트롯’ 때 나왔던 젠더 관련 비평을 받아들이려고 했다. ‘미스터트롯’의 자막은 제작진들 팬심에서 나온거다. 각 가수에 맞게 맞춤자막을 달았다. 여성 제작진이 많은 게 이런 부분에 더 많이 녹아 들어갔다.” -개인적으로 톱7 외에 인상깊은 출연자는 누구인가 “준결승에 올라간 출연자는 다 실력이 뛰어나다. 남승민 군은 응원 투표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고, 발전 가능성도 높다. 김수찬, 김경민 씨 등도 앞으로 좋은 가수가 될 것 같다.” -‘동상이몽’, ‘연애의 맛’ 등 관찰 예능을 많이 만들었다. 연출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대중성이다. TV조선의 어젠다는 시청층을 넓히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재밌다고 느끼는 게 가장 중요했다. ‘연애의 맛’은 “TV조선에서도 이런걸 해?”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본다. ‘정보 불균형’, 즉 알고 싶은데 모르는 사람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인터넷 검색으로도 나오지 않는 것, 모르는 걸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 국장의 ‘몸값’과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재밌는 기획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연기됐다. ‘인물 탐구’의 연장선이다. ‘미스터트롯’ 성공이 하나의 큰 숙제를 줬다. 트로트 시리즈 3탄은 리뉴얼이 필요하진 않고, 결국 실력 있는 사람이 많으면 성공할 것으로 본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2라운드 돌입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2라운드 돌입

    조원태 회장, 주주총회서 경영권 방어 성공‘3자 연합’, “정상화 끝 아니다” 장기전 시사양자 경영권 쟁탈 위한 지분 싸움 이제 시작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조 회장 측은 1승을 거뒀다고 마음을 완전히 놓진 않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은 칼을 갈고 역공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3자 연합은 다음 라운드를 대비해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모으고 있다. 앞서 주총 전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편을 들었을 때 3자 연합은 “이번 결정이나 주총에서의 결과가 한진그룹 정상화 여부의 끝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장기전을 시사했다. 특히 3자 연합의 주식 공동 보유 계약이 5년인 만큼 경영권 분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3자 연합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KCGI 18.74%, 반도건설 16.90%, 조 전 부사장 6.49% 등 총 42.13%에 달한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결국에는 ‘쩐의 전쟁’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누가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해 지분을 사들이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배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3자 연합에서는 반도건설이 자금줄을 쥐고 있다. 반도건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기준인 15%를 넘긴 만큼 주총 이후 지분 매집 규모를 더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KCGI는 지난 25일 장 마감 후 시간 외 대량매매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한진 주식 60만주를 처분해 151억원을 마련했다. KCGI가 한진칼 지분 매입을 위해 실탄 확보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건설에도 한진칼 지분을 더 사 모을 자금 여력이 있는 만큼 3자 연합이 최소 45%까지 지분을 끌어올려 앞으로 임시주총 소집 등을 통해 계속 한진그룹을 견제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회장 앞에는 많은 숙제가 쌓였다. 코로나19로 항공 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만큼 무엇보다 경영 정상화가 급선무다. 당장 대한항공은 다음달부터 무기한 모든 임원의 월 급여를 30~50% 반납하기로 한 상태다. 조 회장의 든든한 우군인 델타항공이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조 회장에게는 위기 요소다. 델타항공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수록 지분 추가 매입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조 회장의 힘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연내 매각 추진을 공언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을 비롯해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 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도 조 회장이 주총 이후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힌다. 3자 연합의 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도 관전 포인트다. 앞서 한진그룹은 이달 16일 반도건설의 허위 공시 의혹과 KCGI가 보유한 투자목적회사(SPC)의 투자 방법, 주요 주주로서의 공시 의무 위반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산은·수은, 두산중공업에 1조 긴급 지원…두산 3·4세 전원 주식 담보(종합2보)

    산은·수은, 두산중공업에 1조 긴급 지원…두산 3·4세 전원 주식 담보(종합2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유동성 부족으로 경영 위기를 겪는 두산중공업에 1조원의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산은은 27일 이런 내용의 ‘두산중공업 금융지원 방안’을 확정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에서 보고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두산중공업에 대해 계열주, 대주주(두산) 등의 철저한 고통 분담과 책임 이행, 자구 노력을 전제로 두산중공업의 경영안정과 시장안정을 위해 수은을 비롯한 채권단이 긴급 운영자금 1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이날 오전 두산중공업 채권은행 회의를 긴급 개최해 회사 정상화를 위한 채권단 공동지원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기존 채권 연장 및 긴급자금 지원 동참을 요청했다. 1조원의 긴급자금은 산은과 수은이 절반씩 부담한다. 두산중공업의 대주주인 ㈜두산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지원에 동참하면 산은과 수은의 부담액은 그만큼 줄어든다. 자금 지원은 ‘마이너스 통장’처럼 필요할 때 꺼내쓰는 한도 대출 형식이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두산중공업의 부족 자금과 경영 상황을 감안하면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 법적 절차를 통한 정상화 검토가 타당하나 두산중공업이 기간산업에 미치는 영향, 실업에 따른 사회적 악영향, 지역경제 타격 등을 고려해 정책적 자금 지원 결정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두산은 보유 중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 주식과 부동산(두산타워) 신탁수익권 등을 담보로 제공한다. 계열주가 가진 두산 등에 대한 지분도 담보로 제공된다. 최 부행장은 “계열주가 가진 두산에 대한 지분이 담보로 잡힌다”며 “두산 3, 4세 32명이 보유한 주식이 담보로 다 들어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두산그룹 3, 4세 특수관계인 전원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상 주식은 두산과 두산중공업,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 등이다. 산은은 필요 시 두산그룹의 책임있는 자구 노력 등을 보면서 추가 자금 지원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신속하게 경영 진단을 실시하고 자구 노력과 함께 재무구조 개선,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립하고 실행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이번 자금 지원을 통해 시장의 우려를 해소시키고 앞으로 두산그룹의 정상화 작업을 관리하기로 했다. 경영위기를 맞은 두산중공업이 국책은행의 긴급 자금 수혈에 급한 불을 껐지만 과중한 재무 부담이 이어지는 점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차입 규모는 5조 9000억원으로 수익창출력 대비 12.2배에 이른다. 한신평은 전날 두산중공업 무보증 사채 신용등급(BBB)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리며 “금융기관 차입금의 단기 상환 부담이 높으나 저하된 자금 조달 능력과 최근 금융시장의 확대된 변동성 등으로 대응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에 대한 은행권 채권액은 총 4조 9000억원이다. 국내 은행권이 3조원 규모인데 산은과 수은이 대부분이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이 2600억원, 농협 1400억원, SC제일은행 1780억원이며 외국은행은 4750억원 정도다. 정부는 이날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에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우리나라 주요 업종의 최근 현황과 현장 애로사항 등을 점검했다. 홍 부총리를 비롯한 관계부처 장관들은 코로나 확산에 따른 내수 둔화와 공급망 이슈에 더해 글로벌 수요 위축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 등 주요 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에 정부는 유동성 확대와 기업 부담 완화 등으로 기업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내수 진작과 수출 활력 제고를 위한 관련 대책들을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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