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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한부 인생 마지막 길서 삶의 뜻 찾다

    시한부 인생 마지막 길서 삶의 뜻 찾다

    “빌려준 2억원 갚아” 근시안“지금의 삶은 덤” 긍정 선물“반년 남아도 결혼” 순애보2019년 전체 사망자의 27.5%가 암으로 사망했다. 한국인이 사망하는 장소의 77.1%는 병원이다. 말기암 환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병원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의사도 환자의 마지막 삶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 숙명이다.●죽음 앞둔 암 환자 통해 인생 화두 제시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범석 교수의 에세이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는 18년차 암 전문 의사로서 항암치료를 해 온 저자가 얻은 깨달음을 틈틈이 남긴 기록이다. 완치 목적이 아니라 생명 연장 목적의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와 그 가족들이 남은 삶과 예정된 죽음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솔직하게 담았다. 암 환자들은 각자 다른 모습으로 삶의 종착역을 향해 간다. 부인과 이혼한 한 폐암 환자는 오랜만에 병문안 온 동생에게 “내가 빌려준 2억원 갚아라”는 유언을 남겨 아무도 지켜보는 이 없이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 죽음 직전에서 삶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채 막연히 10년만 더 살기를 바라는 환자도 있다. 술과 도박에 빠져 가족들을 등지고 살다 식도암으로 투병 중인 환자의 큰딸에겐 부친의 죽음이 인생의 첫 행운이다. 반면 “지금의 삶은 덤”이라며 검진 때마다 저자에게 요구르트를 선물하는 긍정적인 환자도, 인생을 반년 남긴 신부와 결혼한 신랑의 순애보도 있다. 이를 목격한 김 교수는 “사람은 누구나 주어진 삶을 얼마나 의미 있게 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안고 태어난다. 일종의 숙제라면 숙제”(63쪽)라고 인생의 화두를 제시한다.●‘투병 경력 불이익·공장식 진료’ 등 비판 모순된 현실에 대한 좌절도 엿보인다. 완치됐으나 암 환자라는 이유로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는 젊은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냉혹함을 고발한다. 팔순 노모 연명치료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네 남매 때문에 의식을 잃은 환자의 갈비뼈가 부러진다. 하지만 심폐소생술을 멈출 수 없게 되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를 되묻는다. 어쩔 수 없이 1시간에 환자 10명을 봐야 하는 한국의 ‘공장식 박리다매 진료’에 대해 씁쓸함을 털어놓기도 한다. 2018년 2월부터 시행된 ‘연명 의료 결정법’ 덕분에 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암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자신의 의지나 가족들의 선택으로 중단할 수 있다. 하지만 붙어 있는 숨을 내가 끊어냈다는 죄책감을 털어내기 쉽지 않아 여전히 치료를 중단하긴 쉽지 않다. 저자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애매할수록 현장은 혼란스럽다”며 이 시대 의사들이 지난 고민을 토로했다. 의학적 지식과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터득한 암에 대한 성찰을 나누는 데 주저함이 없는 솔직함이 묻어난다. ●“연명치료 중단 때 의사들은 번민” 저자는 “뜻하지 않게 자신이 떠나갈 때를 알게 된 사람들과 여전히 떠날 때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 나는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저자 자신이 고등학생 때 폐암으로 아버지를 잃은 개인적 아픔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성찰이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떤 죽음이 존엄하고 최선의 죽음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답을 들려주지 않고 오롯이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둔다. 저자가 마주한 환자와 보호자의 자리에 언젠가 우리도 앉을 수 있다. 이 책이 단순히 ‘의사’만의 것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느껴지기 때문에 책을 손에서 놓기가 어렵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황성기 칼럼] 비건 실패가 북미 원점이다

    [황성기 칼럼] 비건 실패가 북미 원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플루토늄·우라늄 농축 시설의 폐기와 파기를 약속했다. 위치는 영변 등이다. 미국은 북미 양측에 신뢰를 가져올 많은 행동을 실행할 준비와 싱가포르 약속을 동시적·병행적으로 지킬 준비가 돼 있다.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 완화는 없다. 다만 북한이 모든 것을 다 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비핵화 최종 단계 전에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프로그램 모두를 신고하고 이들의 제거·파괴를 보증해야 한다.”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에서 물러난 스티븐 비건이 2019년 1월 스탠퍼드대학에서 한 발언이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역사적 합의를 기대하며 카운터파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압박하던 비건의 이 발언은 북한 비핵화를 다루는 미국의 가이드라인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로 교체됐다고 해서 북핵에 접근하는 미국 정책이 ‘비건 연설’을 벗어나 축소되거나 확대될 일은 없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다. 의사당 난입과 트럼프 탄핵으로 집약되는 미국 분열의 수습과 치유는 정치 인생 50년 바이든에게 마지막 도전이 될 것이다. 바이든 정권의 외교에서 중국, 중동에 이어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 예측하지만 북한 또한 바이든에게 던져진 작지 않은 숙제다. 버락 오마바 시대와 달리 북한 핵·미사일은 양적·질적 진화를 거듭해 코 묻은 장난감이라 무시할 수준을 넘어섰다.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당하면 때린다’는 보복에서 ‘먼저 때린다’는 선제공격으로 군사의 개념도 전환했다. 남한에는 “강위력한 국방력에 의거한 조국통일”을, 바이든에는 선제공격용 핵잠수함 개발을 내밀었다. 북한이 변할 때까지 대화하지 않는다는 미국식 전략적 인내, 반대로 미국이 ‘행동 대 행동’으로 협상 방식을 바꿀 때까지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는 북한식 전략적 인내 모두 구시대 유산이 된 것은 자명하다. 트럼프 4년을 보면서 바이든 임기 내 북핵이 해결될 것이란 꿈은 조금 더 멀어진 듯하다. 3대에 걸쳐 사회주의 체제와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키워 ‘핵보유국’을 자랑하는 총비서 김정은 위원장이 쉽게 내려놓지 않을 것임을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은 충분히 보여 줬다. 하지만 목표 없는 ‘비전략적 방치’는 핵·미사일 능력 증강, 그에 비례할 북한 경제의 피폐를 초래해 세계 안보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다. 바이든 정권의 외교안보 풀, 특히 대북 인재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오바마 정권 전부터 관여한 원로 등 대북협상 지지 그룹부터 강경파까지 바이든이 어떤 비핵화 접근을 쓰느냐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는 사람은 널렸다. 다만 트럼프 때처럼 정권 출범 첫해 극한 대결로 시간을 낭비하고 이듬해 가서야 북한과의 대화에 나선다면 북한의 핵능력만 키우는 일이 될 게 뻔하다. 대북특별대표를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겸임하든 별도로 선임하든 최선희 등 미 민주당, 공화당 정권을 두루 겪어 본 북한 외무성 베테랑과의 상견례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대북 정책의 재검토도 질질 끌 이유가 없다. 상반기 내로 끝내고 대화와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북의 인내심이 바닥나면 파국은 그만큼 빨리 온다. 하노이 회담 실패의 자책점은 북미 모두에 있다. 미국 쪽 실책이라면 북미 정상회담 하나로 노벨평화상을 노리고 보텀업(상향식)을 경시했던 트럼프의 장삿속이 크다. 착실한 실무급 협상으로 토대를 쌓지 않으면 어설픈 톱다운(하향식) 하나로 승부 나지 않을 정도로 북핵은 고차원이다. 트럼프 실패를 청산하겠다고 바이든이 클린턴, 오바마 정권의 차관보급 대북 협상에서 실무 교섭을 끝내고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정상회담에 맡기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면 오산이다. 톱다운과 보텀업의 배합이 답이다. 그나마 바이든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아 다행스럽다. 하노이의 실패는 대북특별대표였던 비건의 실패와 동의어다. 북한에 밝은 민주당 정부라 해서 대북 협상에서 용뺄 재주는 없다. 비건 실패를 원점 삼아 북한의 전략무기가 더 고도화하기 전에 비핵화 입구에 들어서야 한다.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다시 강조한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 요구’를 입버릇이라 흘려듣지 말고 주목했으면 한다. 신뢰 구축 조치로 북한에 먼저 다가설 것을 권한다. 미중 대립이 격화되면 될수록 중국으로 기울 북한의 핵 해결은 점점 어려워진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marry04@seoul.co.kr
  • 포스코 최정우號 2기 ‘친환경 드라이브’ 본격화

    포스코 최정우號 2기 ‘친환경 드라이브’ 본격화

    ‘굴뚝 산업’을 대표하는 철강기업 포스코가 확 달라졌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해 12월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이후 친환경 기업으로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주가도 최근 3개월 사이 36% 급등하면서 주주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 사망 사고를 비롯한 각종 산업재해와 환경오염 논란 등 포스코가 넘어야 할 산도 한둘이 아니다. 20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수소’와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 확장에 사활을 걸었다. 최 회장의 ‘친환경 드라이브’는 포스코 이사회가 지난달 11일 최 회장을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연임을 사실상 확정한 직후부터 본격화했다. 먼저 포스코는 “2050년까지 수소 500만t 생산 체제를 구축해 수소 사업에서 연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며 수소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철강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와 천연가스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수소를 활용한 철강 생산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포스코는 또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 핵심 소재인 흑연 수급을 위해 탄자니아 마헨지 흑연 광산에 750만 달러(약 82억원)를 투자하고 지분 15%를 확보했다. 흑연 생산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작한다. 포스코케미칼은 유상증자로 1조 2735억원을 확보하고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 투자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철강 사업에도 순풍이 불고 있다. 자동차·조선 업계의 수요가 회복되고 글로벌 철강 가격도 동반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향상하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019년 3분기 이후 다시 1조원대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도 4분기 5576억원보다 56% 상승한 8720억원으로 추정된다. 포스코 주가도 급등세다. 지난해 10월 20만원대에 진입한 이후 이날(27만 2000원)까지 3개월 사이 7만 2000원(36%) 올랐다. 하지만 최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지난 5년간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에서만 4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달 9일에는 포항제철소에서 협력사 직원 A씨가 공기 흡입 설비를 수리하던 중 5m 아래로 추락해 사망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또 제철소의 환경오염 유발 문제를 지적한 포항MBC 기자를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가압류 신청을 하면서 지역 환경단체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日, 바이든 동맹 외교에 궤도 수정 불가피

    日, 바이든 동맹 외교에 궤도 수정 불가피

    지난해 미국 대선 국면에서 일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랐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비굴하다”는 말까지 들어가며 트럼프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을 쌓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국의 경제적 이득만 보장되면 기존의 질서나 명분을 초개처럼 버렸던 트럼프식 ‘미국 제일주의’ 외교가 군사적 영향력 확대 등 일본에 유리한 측면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동맹 간 결속과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조 바이든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일본의 대미 외교는 큰 틀에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중요 사안이 정상 간 논의에서 결정되는 ‘톱다운’ 방식에서 장관급·국장급 협의를 중심으로 한 ‘보텀업’ 방식으로 바뀌는 것은 중대한 변화다. 일본은 미국 내 대표적인 ‘지일파’인 토니 블링컨이 외교 사령탑인 국무장관에 임명된 데 크게 반색하고 있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외교 경험과 역량이 아베 전 총리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로서는 다행스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다자주의 및 동맹주의가 복원된 것은 일본에는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단은 ‘미국의 첫 번째 동맹국’이었던 트럼프 시대의 우선순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스가 총리가 오바마 정권 때 주미 공사와 외무성 북미국장을 역임, 바이든 대통령 등 민주당 실력자들과 친분이 있는 도미타 고지 주한대사를 급거 주미대사로 발령낸 이유다. 바이든 행정부는 일본에 동맹국에 걸맞은 ‘기회비용’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얼어붙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 요구도 그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에 대한 일본의 적극적인 동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토 고타로 캐논글로벌전략연구소 주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일본이 최우선 순위 동맹국으로서 대중 압박에 긴밀하게 보조를 맞춰주기를 바랄 수 있다”며 “이 경우 무역 등 주로 경제적인 이유에서 중국에 대한 운신의 폭이 제한돼 있는 일본은 어려운 선택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뉴스분석]文대통령, ‘오경화’ 대신 ‘한국의 키신저’ 발탁한 까닭?

    [뉴스분석]文대통령, ‘오경화’ 대신 ‘한국의 키신저’ 발탁한 까닭?

    참여정부 출신 ‘친문’ 황희·권칠승 문화·중기부 발탁 내각 중 현역의원 ⅓… 임기말 국정동력 확보 포석 여성장관 16.7%로 하락… ‘30% 공약’ 숙제로 남아 ‘오경화’(5년 내내 강경화)란 말이 회자되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물러나고, 문재인 정부의 새 외교사령탑에 정의용(75)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명됐다. 문 대통령은 또 문화체육관광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 몸담았던 더불어민주당의 황희(54)·권칠승(56) 의원을 지명했다.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은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을 전진배치해 임기 말 느슨해지기 쉬운 관료 분위기를 다잡고 국정 장악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6명을 교체한 데 이어 추가 개각으로 전체 부처(18곳)의 절반이 바뀐 집권 5년차 진용을 갖추게 됐다. 다만 여성(후보자 포함)이 3명(16.7%)에 그쳐 ‘여성 장관 30%’ 공약을 무색하게 한 점은 숙제로 남게 됐다. 가장 눈에 띈 인선은 정 후보자의 발탁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외교라인을 재정비하는 한편 멈춰 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되살리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지난 18일 신년회견에서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에서 (북미 대화가) 우선순위를 가질 수 있도록 교류를 강화하겠다”던 문 대통령 발언의 연장선이다. 두 차례나 특사로 평양을 방문했던 점을 감안하면 대북 메시지 성격도 있다. 외시 5회 출신인 정 후보자는 정통 외무 관료로 문재인 정부에서 3년간 안보실장으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를 맡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깊숙하게 관여했다. 특히 2018년 ‘한반도의 봄’ 당시 평양과 워싱턴을 오가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매개해 ‘한국의 키신저’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안보실장으로 재임하면서 한미 간 현안을 협의·조율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행을 위한 북미협상, 비핵화 등 주요 정책에 가장 깊숙이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취임하면 역대 최고령 외교 장관이 된다. 유일한 원년멤버였던 강 장관의 교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년 이상 했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 주요국의 변화에 맞춰 외교라인에 활력을 넣고 전열을 정비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친문 의원들의 입각도 주목된다. 황 후보자는 문화체육 분야와 접점이 없다는 점에서 문화계 일부에서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조직법(35조)상 문체부 장관이 국정 홍보를 관장하는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게 돼 있다는 점을 청와대가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말 국정 성과를 알리기 위한 소통·기획 능력에 방점을 뒀다는 의미다. 친문 인사들이 집결했던 ‘부엉이모임’ 간사를 맡는 등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황 후보자는 참여정부 청와대 정무·소통수석실에 몸담았고, 민주당 홍보위원장을 지냈다. 기업에 몸담고 노동운동을 하다가 청와대와 지방의회를 거친 권 후보자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과 당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지역구(경기 화성)에 중소기업들이 밀집해 정책과 현장에 두루 밝다는 평가를 듣는다. 코로나19 대응과 맞물려 박영선 장관 시절 한껏 위상이 높아진 중기부에 추진력과 정무적 능력이 있는 현역 의원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세 차례 개각으로 발탁된 인사들을 포함하면 각료 18명(후보자 포함) 중 현역 의원이 무려 6명(이인영 통일, 전해철 행안, 박범계 법무, 한정애 환경 포함)에 이르러 의원내각제를 방불케 한다. 특히 이 장관을 제외하면 모두 친문이다. 임기 말 당정청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관료사회에 대한 그립을 강화해 성과를 내겠다는 의도다. ‘1주택자’ 등 검증 기준이 강화된 데다 인사청문회의 문턱이 높아진 현실도 반영됐다. 청와대는 “정의용·권칠승 후보자는 1주택이고 황희 후보자는 무주택”이라고 설명했다. 관료들이 임기 말 개각에서 장관을 선호하지 않아 선택지가 좁아진 측면도 있다. 다만 현역 의원의 대거 입각이 대통령제의 삼권분립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 입각이 늘어나면 행정부와 코드를 맞추기엔 용이하지만 대정부 질의 등 입법부의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에도 ‘우리 사람만 쓴다’는 비판을 피해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역 의원 5명뿐 아니라 정 후보자 역시 친문이라고 봐야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도덕성, 전문성, 리더십 등 누가 적임자냐 하는 인선 기준에 따라서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Z세대 취향 저격” 17살 올리비아 로드리고, 빌보드 ‘핫100’ 정상

    “Z세대 취향 저격” 17살 올리비아 로드리고, 빌보드 ‘핫100’ 정상

    2003년생 신인 싱어송라이터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정상에 깜짝 데뷔했다. 빌보드는 19일(현지시간) 로드리고의 데뷔곡 ‘드라이버 라이센스’(Drivers License)가 이번주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1위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나온 ‘드라이버 라이센스’는 발매 첫 주 미국에서 7610만회 스트리밍돼 지난해 카디 비와 메건 더 스탤리언의 ‘WAP’(9300만회)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운로드는 3만 8000건, 라디오에서는 810만명에게 노출됐다. 10대 신예의 데뷔곡이 핫 100에 1위로 바로 진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빌보드는 “역대 핫 100에 1위로 진입한 48곡 가운데 대부분은 기존에 입지를 구축한 아티스트의 곡이었다”고 밝혔다. 이 곡은 세계 최대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도 한 주간 최고 스트리밍 기록을 세우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15세 때부터 아역 배우로 활동한 로드리고는 2019년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하이 스쿨 뮤지컬’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드라이버 라이센스’는 지난해 말 미국 ‘게펜 레코드’와 정식 계약 후 처음 발매한 싱글이다. 갓 면허를 딴 여자가 교외에서 운전하다 문득 헤어진 연인이 떠올라 그를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은 팝 발라드로 현실적인 가사로 ‘Z세대’에게 인기를 끌며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커버 챌린지도 벌어졌다. 빌보드는 “이 곡은 피아노, 박수, 그리고 강렬한 특수성으로 십대들의 가슴앓이에 접근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로드리고는 데뷔곡 발매 엿새 뒤 빌보드와의 통화에서 “내가 존경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좋아한다고 표현해줘서 정말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렇지만 난 여전히 방에서 통계학 숙제를 하는 17살”이라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소년’이여~ 평생 함께 가자

    ‘소년’이여~ 평생 함께 가자

    한림연예예술고 1기생 극단 창단“힘들어도 절대 포기 말자” 약속“우리는 오래된 친구, 하나밖에 없는 친구. 진실한 마음 하나로 서로를 이해하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소극장 안 작은 벤치와 가로등이 놓인 빈 무대를 노래 ‘오래된 친구’가 반복해서 채운다. 성격과 목소리는 달라도 마음과 대화가 잘 통하는 ‘꾸러기’들이 음악으로 자신들을 소개하는 듯해 자연스레 입꼬리를 올려 따라하게 된다.●대학로서 ‘올모스트 메인’ 공연 중 지난해 말부터 서울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 중인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사랑 이야기를 다룬 귀여운 작품이다. 이 공연을 더욱 장난스럽고 따뜻하게 만드는 건 극단 소년의 배우들 몫이다. 작품만큼 관심을 끄는 극단 소년, 이곳의 공동대표는 표지훈과 최현성, 한림연예예술고 1기 졸업생들이다. 아이돌 그룹 블락비에서 ‘피오’로 불리는 그 표지훈, 맞다. 그와 최현성, 이충호, 이한솔 등 1기 졸업생들이 2015년에 극단을 꾸렸다. 2016년 ‘슈퍼맨닷컴’, 2017년 ‘마니토즈’, 2019년 ‘소년, 천국에 가다’ 등 꾸준히 작품을 올리며 지금은 제작감독과 음악감독까지 더한 8명이 극단을 이끈다. 서면 인터뷰로 만난 표지훈과 최현성은 극단 소년에 대해 “학창 시절 인연이 20대 끝자락까지 이어지기까진 그야말로 ‘투닥투닥’의 연속이었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말자’는 약속 하나는 꼭 지키려고 한다”는 말로 소개했다. 표지훈은 “작품마다 역할을 나누긴 하지만 극단을 운영하기 위해선 모든 파트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미숙하더라도 의상, 무대 제작, 조명, 소품, 제작까지 서로 다양하게 의견을 낸다”면서 “함께 무대 제작도 하고 MD도 같이 만들어 팔기도 한다”고 했다. ‘올모스트 메인’을 고를 때도 의견 차가 있었고 접점을 찾아가는 방식이 그대로 이어졌다. “한솔이가 적극 추천했는데 경험해 보지 않은 옴니버스 형식과 주제여서 캐스팅 전에 다 같이 대본을 읽었어요. 몇 명이 반대하긴 했는데 다수 의견을 따라 작품의 힘을 믿고 공연을 제작하기로 결정했죠.” 최현성의 설명이다.●“가슴 따뜻해지는 영향 주는 게 목표” 창문에서 우산을 쓰고 뛰어내리면 안 다칠 거라고 생각했다는 한 멤버의 경험을 그린 로고도 그들의 성격을 보여 준다. “소년 같은 호기심과 순수함을 갖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과 관객들에겐 극단 이름처럼 ‘나도 어렸을 때 저랬는데’라며 몽글몽글하게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향력을 주는 게 저희의 숙제이자 끝없는 목표”라고 표지훈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림은 역시 한림연예고 동창인 송민호(그룹 위너 멤버)가 그렸다. 두 칸 띄어 앉는 휑한 극장에서도 공연을 멈추지 않는 소년들의 우정과 열정은 그들의 굳은 의지를 보여 주기도 한다. “평생 함께 가야 할 가족”(표지훈)이자 “전부”(최현성)라는 이들은 더 ‘오래된 친구’가 될수록 꾸준히 무대에서 만나고 그 시간을 관객들과 나눌 수 있기를 꿈꾼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America is back’… 오늘 바이든 취임

    ‘America is back’… 오늘 바이든 취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제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으로 의회 난입 참사까지 겪은 극심한 분열을 치유하고 국민 통합을 이뤄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4년 임기를 시작한다. 이를 감안한 듯 취임 당일부터 이민 정책을 뒤엎고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는 등 ‘트럼프 지우기’ 강행군에 나선다.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의 대통령 영빈관(블레어 하우스)에서 묵은 바이든은 취임식 당일 아침 가톨릭 미사에 참석한 뒤 정오쯤 연방의사당 야외무대에서 존 로버트 연방대법원장에게 취임 선서를 한다. 임기는 정오부터 시작된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소니아 소토마요르 연방대법관에게 취임 선서를 한다. 바이든은 취임 연설에서 국가 발전을 위한 단합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4대 중점과제(코로나19·경제회복·인종평등·기후변화)에 대해 언급할 전망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무장 시위 우려와 코로나19로 과거 축제와 같은 분위기는 볼 수 없다. 주 방위군 2만 5000명이 워싱턴DC 중심가를 완전히 봉쇄한 가운데 취임식 연단에는 불과 200명 정도만 앉게 된다. 취임식이 열리는 의사당 일대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리허설이 열린 18일 인근 노숙자 야영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의사당이 일시 봉쇄되고 사람들이 대피하는 등 작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테러 경보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취임식 오찬은 물론 백악관 앞 퍼레이드, 저녁 축하 행사 등은 모두 화상으로 대체된다. ‘하나 된 미국’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이번 취임식은 아이러니하게도 전·현직 대통령 간 불화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52년 만에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불참하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취임식 후 버락 오바마·조지 부시·빌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 부부와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무명용사의 무덤에 헌화한 뒤 군의 호위를 받으며 백악관으로 이동해 공식 업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날만 12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열흘간 수십 개의 행정명령으로 각 분야의 사회개혁을 이끌며 트럼프 행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선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따뜻한 우정으로 무대 채우는 극단 소년… “평생 함께, 관객들과 소통할 거예요”

    따뜻한 우정으로 무대 채우는 극단 소년… “평생 함께, 관객들과 소통할 거예요”

    “우리는 오래된 친구, 하나밖에 없는 친구. 진실한 마음 하나로 서로를 이해하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소극장 안 작은 벤치와 가로등이 놓인 빈 무대를 노래 ‘오래된 친구’가 반복해서 채운다. 성격과 목소리는 달라도 마음과 대화가 잘 통하는 ‘꾸러기’들이 음악으로 자신들을 소개하는 듯해 자연스레 입꼬리를 올려 따라하게 된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 중인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사랑 이야기를 다룬 귀여운 작품이다. 이 공연을 더욱 장난스럽고 따뜻하게 만드는 건 극단 소년의 배우들 몫이다. 작품만큼 관심을 끄는 극단 소년, 이곳의 공동대표는 표지훈과 최현성, 한림연예예술고 1기 졸업생들이다. 아이돌 그룹 블락비에서 ‘피오’로 불리는 그 표지훈, 맞다.그와 최현성, 이충호, 이한솔 등 1기 졸업생들이 2015년에 극단을 꾸렸다. 2016년 ‘슈퍼맨닷컴’, 2017년 ‘마니토즈’, 2019년 ‘소년, 천국에 가다’ 등 꾸준히 작품을 올리며 지금은 제작감독과 음악감독까지 더한 8명이 극단을 이끈다. 서면 인터뷰로 만난 표지훈과 최현성은 극단 소년에 대해 “학창 시절 인연이 20대 끝자락까지 이어지기까진 그야말로 ‘투닥투닥’의 연속이었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말자’는 약속 하나는 꼭 지키려고 한다”는 말로 소개했다. 표지훈은 “작품마다 역할을 나누긴 하지만 극단을 운영하기 위해선 모든 파트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미숙하더라도 의상, 무대 제작, 조명, 소품, 제작까지 서로 다양하게 의견을 낸다”면서 “함께 무대 제작도 하고 MD도 같이 만들어 팔기도 한다”고 했다.‘올모스트 메인’을 고를 때도 의견 차가 있었고 접점을 찾아가는 방식이 그대로 이어졌다. “한솔이가 적극 추천했는데 경험해 보지 않은 옴니버스 형식과 주제여서 캐스팅 전에 다 같이 대본을 읽었어요. 몇 명이 반대하긴 했는데 다수 의견을 따라 작품의 힘을 믿고 공연을 제작하기로 결정했죠.” 최현성의 설명이다. “의견 충돌이 있어도 서로를 존중하고 개인 욕심을 내려놓고 다수로 가는 편이라 크게 충돌이 없는 팀”이라고도 덧붙였다. “간혹 지각하지 말기, 회의에 열심히 참여하기, 피곤하다고 너무 예민해지지 않기 등 사소한 약속들도 있이 각자 컨디션에 따라 안 지켜질 때도 있다”면서도 “너그러운 마음과 사랑스러운 우정으로 시간이 갈수록 더욱 서로를 이해하며 용서하고 잘 맞춰가고 있다고 생각한다”(표지훈)는 답변에서도 서로를 챙기는 귀엽고도 끈끈한 우정이 느껴졌다.창문에서 우산을 쓰고 뛰어내리면 안 다칠 거라고 생각했다는 한 멤버의 경험을 그린 로고도 그들의 성격을 보여 준다. “소년 같은 호기심과 순수함을 갖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과 관객들에겐 극단 이름처럼 ‘나도 어렸을 때 저랬는데’라며 몽글몽글하게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향력을 주는 게 저희의 숙제이자 끝없는 목표”라고 표지훈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림은 역시 한림연예고 동창인 송민호(그룹 위너 멤버)가 그렸다. 두 칸 띄어 앉는 휑한 극장에서도 공연을 멈추지 않는 소년들의 우정과 열정은 그들의 굳은 의지를 보여 주기도 한다. “평생 함께 가야 할 가족”(표지훈)이자 “전부”(최현성)라는 이들은 더 ‘오래된 친구’가 될수록 꾸준히 무대에서 만나고 그 시간을 관객들과 나눌 수 있기를 꿈꾼다. “어느 극단보다 오래 함께 활동하고 친숙하고 대중적인 극단이 되는 것이 목표예요. 다들 너무 바빠지거나 유명해지고, 각자 가족이 생겨도 1년에 한 번은 꼭 모여 다같이 작품을 올리며 꾸준히 오랫동안 같이 공연하고 싶어요.”(표지훈) “저에게도 극단은 저의 전부고 모든 친구들이 소중한 식구예요. 누구 하나 비슷한 성격이 없는 8명이 모여 각자의 시간을 최대한 할애하고 아낀 돈으로 소중하고 감사하게 매번 공연을 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관객들께 오랫동안 즐거운 에너지를 전달하도록 최선을 다할게요.”(최현성)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시론] 3차 반도체 전쟁과 우리가 나아갈 길

    [시론] 3차 반도체 전쟁과 우리가 나아갈 길

    우리가 반도체 칩 없이 생활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에는 약 40개, 컴퓨터에는 약 60개, 올레드 TV에는 약 120개, 자동차에는 약 300개의 반도체 칩을 사용한다. 어느 나라의 어떤 반도체 회사가 어떠한 반도체를 생산 판매하느냐가 그 나라의 산업 경제를 좌우한다. 지난해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중국 화웨이가 수급할 수 없어 스마트폰 사업이 어려워지고 올해 자동차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으로 독일 폭스바겐, 미국 포드, 일본 도요타 등 자동차 회사들은 감산을 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반도체산업은 세계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나라 간, 기업 간에는 치열한 반도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1980년 IBM과 애플의 컴퓨터가 상용화되면서 컴퓨터를 동작시키는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반도체의 기술과 시장의 주도권 쟁탈에 미일 간의 1차 세계 반도체 전쟁이 발생했다. CPU는 미국이 주도하고 메모리반도체는 한국으로 이전됐다. 2009년 애플 아이폰이 출시되며 모바일 시대를 열고,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연결을 통해 세계 인터넷산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면서 2차 세계 반도체 전쟁이 시작됐다.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칩의 설계는 미국 애플과 퀄컴, 삼성전자, 대만 미디어텍이 주도하고, 인터넷 데이터 센터용 CPU는 미국의 인텔과 AMD가 독주한다. 메모리반도체는 한국이 주도하고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산업은 대만이 이끄는 것이 최근까지의 형세다. 4차 산업혁명의 촉발로 5세대(5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가상현실, 드론 등 새 산업이 열리며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시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분야에 필요한 반도체의 기술과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는 ‘3차 세계 반도체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중국은 2016년부터 반도체 굴기 선언인 ‘제조2025’라는 국가 프로젝트로 이 전쟁에 먼저 뛰어들었다. 미국은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 화웨이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를 제재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인터넷 회사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도 반도체 설계 시장에 진입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이런 3차 세계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첫째, 메모리반도체산업의 경우 최근 미국의 제재로 중국의 시장 진입이 지연되긴 했지만 국가적으로 반드시 추격할 것이기 때문에 자만하지 말고 메모리반도체의 초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선도적인 기술 개발과 과감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둘째, 올해는 반도체 칩의 위탁생산 요구가 크게 증가해 국내 파운드리산업의 커다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초미세 반도체 공정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역시 대만의 TSMC가 주도할 것이다. 최근 TSMC와 일본의 AIST가 공동으로 2nm의 초미세 반도체 공정을 한국보다 먼저 개발했다고 한다. 혼신을 기울이는 초미세 공정 기술 자체 개발과 과감한 기술 인수합병(M&A), TSMC에 버금가는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셋째,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우리는 반도체 설계 생태계가 미국, 대만과 같이 잘 육성돼 있지 않아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다. 정말 어려운 숙제이나 도전해야 한다. 국내 반도체 설계 생태계의 재도약을 위한 대기업, 중소·벤처기업, 금융권, 정부의 피나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2019년 7월에 시작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우리나라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취약한 현실이 그대로 노출됐다. 지난 10년간 국내 반도체 회사의 매출액이 약 3배 성장했으나, 반도체 소재·장비의 국산화율은 50%, 18%로 정체돼 왔다. 특히 아직도 고난이도의 기술로 생산되는 소재·부품·장비는 거의 100% 미국, 일본 및 유럽으로부터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의 소재·부품 특별법 제정을 통한 중장기적인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의 제2의 도약이 발을 뗀 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그리고 대학과 출연연의 기술 지원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특히 AMAT, 신에쓰케미컬과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소재·부품·장비 중견, 중소기업의 도전 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3차 세계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지원과 규제 완화에 대한 정부의 깊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 [세종로의 아침] 코로나19 365일, 약자와 빈틈 돌아볼 때/박찬구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코로나19 365일, 약자와 빈틈 돌아볼 때/박찬구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채 녹기도 전에, 쌓인 눈 위로 또 눈이 내린다. 골목길 빙판이 발목을 잡는다. 동네 놀이터, 깔깔대던 아이의 손을 잡고 엄마는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하릴없이 혼자 남은 친구는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발걸음을 돌린다. 퇴근길 어른들은 총총걸음으로 아파트 현관을 들어선다. 유난히 인적 드문 계절이다. 신도시 초입, 저녁 무렵 불을 밝히던 먹자골목과 상가빌딩, 어르신 보호시설에는 발길이 끊기고 네온사인도 사라진 지 오래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오늘로 365일째, 일상은 그렇게 변해 갔다. 확진자 이름은 번호가 되고 그의 마지막 날은 사망자 한 사람이 늘어났다는 방역 방국의 멘트 한 줄로 마무리된다. 코로나가 일상이 되고 방역이 의무와 습관이 된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최근 들어 확진자가 수백명대로 감소세를 보이고 지난해 11월 1.52까지 치솟았던 감염재생산지수가 1월 둘째주에는 0.88까지 내려가긴 했지만 우려와 불안은 여전하다. 설혹 바이러스의 맹위가 한풀 꺾인다 하더라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빈틈과 상흔을 어떻게 메우고 치유해야 할지는 공동체의 무거운 숙제로 남는다. 일상의 정상화를 위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지만 지금부터라도 방역조치의 무게감이 남다른 사회적 약자들을 꼼꼼히 챙겨 봐야 한다. 집합금지로 고통을 겪는 영세시설 운영자, 하루벌이로 생계를 이어 가는 일용직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기댈 곳 없는 어르신과 어린이들…. 무심코 넘기던 허약한 고리들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 대책과 지원 방안이 나오긴 했지만 유난히 깊었을 상실감과 생계에 대한 불안감을 어루만지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이들이 ‘지원도 한철 지나면 그뿐’이라는 체념에 빠지지 않도록 자립과 생계를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대책을 고민할 때다. 시선과 관심, 지속가능한 정책….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이며 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정책의 근간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확진자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우리 안의 무관심과 이기심도 돌아봐야 한다. 내가 될 수 있고, 내 가족이 될 수도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싸움에서 누구도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확진자에 대한 낙인찍기는 공동체 안전이나 방역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칫 확진자가 따가운 시선을 피해 공개되길 꺼리고 숨어버린다면 제2, 제3의 집단감염을 일으키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 갈 길이 멀수록 확진자든 아니든 서로 연대하고 배려하는 정신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수레가 언덕길을 오르려면, 언덕 정상에서 다 함께 땀을 닦아 내려면 누구 하나 빠짐없이 함께 수레를 밀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자세가 긴요하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는 생각으로 바이러스에 맞서 싸울 때다. 백신과 치료제로 위기를 넘긴다 하더라도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5년 만에 코로나19가 내습했듯이 향후 어떤 바이러스가 우리 공동체를 위협할지 모르는 일이다. 힘을 모아 서로 돌아보고 다독이며 함께 터전을 지켜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집단감염을 일으킨 종교집단이 시설폐쇄 조치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은 모두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병 앞에서는 인종도, 종교도, 신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갈등과 분열은 스스로의 안전에 위해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공동체 구성원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 어떤 이념과 종교도 방역에 우선할 수는 없다. 지금으로선 언제일지 확언할 순 없지만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는 날, 그때부터 우리는 또 다른 파고에 맞서는 자세를 다져야 한다. 함께 위기를 넘기고 다음을 대비하는 일, 그것이 지속가능한 방역의 첫걸음이다. ckpark@seoul.co.kr
  • 더불어민주당, ‘선의’에 기댄 이익공유제…국민의힘, ‘뾰족수’ 없는 자영업 지원…정의당, ‘공론화’ 못한 재난연대세

    더불어민주당, ‘선의’에 기댄 이익공유제…국민의힘, ‘뾰족수’ 없는 자영업 지원…정의당, ‘공론화’ 못한 재난연대세

    더불어민주당이 이익공유제를 제안한 것을 비롯해 각 당에서 코로나19로 인한 ‘K양극화’ 해결방안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등 당마다 해법은 다르지만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업종·계층을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은 같다. 각 당 정책마다 한계가 분명한 만큼 협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낙연 “자발적 참여·팔길이 원칙에 충실” 민주당은 13일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논의하기 위한 포스트 코로나 불평등해소 TF를 출범시켰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원칙으로 하고, 목표 설정이나 이익 공유방식을 강제하기보다는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며 “정부는 후원자 역할에 집중하고,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팔길이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익공유제에 대해 민주당이 기업 ‘팔 비틀기’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자발적 참여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선의에만 기대려 한다는 지적에 대해 TF 단장을 맡은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IMF(국제통화기금) 금모으기운동이나 코로나 과정을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세제와 금융 지원은 법제화가 필요하겠지만, 인센티브 성격이니 강제성으로 이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당내에서도 자발적 참여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계속 나온다. 이상민 의원은 “자발적 참여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부유세나 사회적 연대세 방식이 더 낫다”고 제안했다. 전날 진성준 의원도 “이익공유제보다 더 과감해야 한다”며 “소득이나 매출이 늘어난 부문에 사회적 기여를 의무화하고 어려움을 겪는 부문을 지원하는 ‘코로나 극복을 위한 상생협력법’을 제정하자”고 말했다. ●오신환, 임대료 나눔법 등 주장 국민의힘은 이익공유제가 반시장주의라며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양극화는 국민의힘으로서도 큰 숙제다. 지난해 말 국민의힘 정책위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을 겨냥한 ‘5대 생존 대책’을 내놨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위한 ‘핀셋 지원’이 골자다. 이날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초슈퍼예산’을 조정하는 등 기존 예산을 최대한 활용해 정부에서 책임지고 피해 회복에 나서야 한다”며 “국민들의 호응을 얻어 정부·여당을 움직일 수 있게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오신환 전 의원은 “정부의 집합금지 명령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 업종 종사자에 대한 정부의 보상 책임부터 법제화하는 게 순서”라며 피해업종보상법과 임대료 나눔법을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소득하위 50%, 자영업자, 소상공인, 실직자 등 피해 입은 계층을 집중적으로 돕는 게 해결책”이라며 계단식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말했다. ●정의당, 한시적 증세 2월 국회 논의 촉구 정의당은 일찌감치 특별재난연대세 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공론화하지 못했다. 장혜영 의원은 지난해 11월 위기 상황에서 소득·영업이익이 증가한 초고소득자와 법인에 한시적으로 세율을 5%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말로는 국민통합을 외치며 기업과 고소득자에게 선의나 구걸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냐”고 이 대표를 비판하며 2월 임시국회에서 특별재난연대세를 논의하자고 거듭 촉구했다. 법 제정을 위해서는 결국 민주당, 국민의힘과의 논의가 필요하다. 김종철 대표는 통화에서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면 3당 원내 지도부를 만나 논의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원내 정당 공동토론회를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부동산 불로소득 118조…현 재산세·종부세·양도세론 부족, 불로소득 상당 부분 환수해야”

    “부동산 불로소득 118조…현 재산세·종부세·양도세론 부족, 불로소득 상당 부분 환수해야”

    “2018년 부동산 매매로 생긴 양도차액(불로소득)이 세후 118조원입니다. 지난해 서울시 전체 예산(35조원)보다 3배 이상 많습니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으로 환수하고 있지만 불로소득 양에 비해 턱없이 적습니다. 불로소득 상당 부분을 공공이 환수해야 합니다.” 서울시에서 도시계획·주택정책을 총괄했던 진희선 전 부시장은 13일 ‘부동산 불로소득 대폭 환수론’을 주장했다. 현 재산세·종부세·양도세로는 부족한 만큼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자의 부동산 처분에 따른 불로소득 환수액을 새로 책정해 공공이 환수해야 한다는 취지다. 진 전 부시장은 “누군가는 최저임금이나마 벌기 위해 밤낮으로 땀 흘리는데, 누군가는 부동산으로 쉽게 돈을 번다”면서 “환수한 불로소득을 공공주택 공급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국민들도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진 전 부시장은 32년간 서울시 주택정책과 도시재생을 담당한 도시계획·주택·건축 전문가다. 1987년 11월 제23회 기술고등고시에 합격, 이듬해 서울시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주거정비과장, 주택건축국장, 도시재생본부장을 거쳐 행정2부시장까지 올랐다. 지난해 6월 30일 퇴직 후 8월 1일 모교인 연세대에 특임교수(도시공학과)로 부임했다. 연세대 건축과를 나와 아이오와주립대대학원에서 도시계획 석사를, 연세대대학원에서 도시공학과 박사를 취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부동산 관련 책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집값이 도대체 얼마나 올랐는지, 정부와 다른 기관의 집값 상승 통계가 왜 다른지, 일부 사람들의 부동산 처분에 따른 불로소득은 어느 정도 되는지 등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부동산 쟁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관련 책을 집필하려는 이유는. “퇴직하고 제3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니까 정말 국민들이 부동산 문제에 대해 혼동을 느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각종 정보들이 난무하더군요. 원인 진단도 해법도 제각각이라 국민들이 헷갈려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TV를 보면 공중파든 종편이든 전문가가 나와 한마디씩 하는데, 국민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건지 회의도 들었습니다. 유튜브를 봐도 어떤 사람은 집값이 떨어지는 근거만 대고, 어떤 사람은 정반대로 집값이 오르는 정보만 댑니다. 이건 아닌 것 같아 나름대로 객관적인 자료들을 분석해서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고자 부동산 관련 책을 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은. “가장 큰 문제점은 주택시장 불안과 불로소득으로 인한 양극화입니다. 주택시장 불안은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주거대책이 필요합니다. 서민과 저소득층에겐 저렴한 공공임대가 필요하죠. 값싼 공공임대가 없으면 ‘지옥고’(지하·옥탑·고시원)에 살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과 사회초년생에겐 역세권 주택을, 신혼부부처럼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저가 분양 주택을 공급해야 합니다. 우리는 미국처럼 ‘모기지 제도’가 없기 때문에 서울시가 제시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분양가가 5억원이라면 1억원에 분양 받은 뒤 나머지는 20년간 갚아나가는 식이죠. 중산층은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큰집을 선호하기 때문에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주택을 공급해야 합니다.” -불로소득은 어떤가요. “불로소득은 일을 하지 않고 얻는 소득입니다. 부동산을 소유했다 처분하면서 얻는 소득이 대표적이죠. 2018년 부동산 매매로 생긴 양도차액(불로소득)이 세후 118조원입니다. 지난해 한해 서울시 전체 예산(35조원)보다 3배 이상 많습니다. 누군가는 최저임금이나마 벌기 위해 밤낮으로 땀 흘리는데, 누군가는 부동산으로 쉽게 돈을 버는 거죠.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자의 부동산 처분에 따른 불로소득은 적정 범위 내에서 공공이 환수해야 합니다. 이 환수한 돈을 공공주택 공급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국민들도 동의할 겁니다.” -주택 보유세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강남의 E아파트가 불과 5~6년 전에는 12억원이었는데, 지금은 22억원이나 됩니다. 10억원이나 뛰었는데, 보유세의 인상 가격은 1000만원에도 못 미칩니다. 종전 400만원 하던 보유세가 2배 이상 올랐다고 아우성인데, 주택 가격 상승과 비교하면 말이 안 되는 금액입니다. 얼마 전 세제 개편으로 좀 더 시세차익을 환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그나마 다행입니다.” -향후 주택시장은. “주택 공급은 아무리 빨라도 5년에서 7년 걸립니다. 노무현 정부 때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신도시는 얼마 전부터 입주가 시작됐습니다. 3기 신도시가 17만호 정도 되고, 도심 주택 공급이 13만호 정도 됩니다. 둘 다 2024년부터 입주가 가능합니다. 그간 밀려 있던 서울시 재건축·재개발도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면 상당히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1기 신도시는 30년 넘어 재건축 연한에 도달했습니다. 1기 신도시가 40만호쯤 되는데 역세권을 중심으로 중고밀 재건축을 하면 60만호 정도는 새롭게 공급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주택이 부족하다고 느끼겠지만 2024년 이후엔 공급이 충분할 겁니다.” -서울에 주택을 더 늘릴 방법이 있나요. “서울시에 있을 때 사업성이 안 나오거나 주민 갈등으로 정비 사업에서 해제된 재개발 지역이 여럿 있었습니다. 지금은 부동산 가격이 올라 사업성이 있을 겁니다. 이들 지역을 재개발하면 새집 공급에 큰 보탬이 될 겁니다. 을지로 5·6가를 넘어가면 밀도도 낮고 노후불량한 곳이 많은데, 이들 지역 용적률을 파격적으로 올리면 공급을 늘릴 수 있습니다.” -서울시장 출마 후보자들이 다들 서울시 집값을 잡겠다고 호언장담하는데. “주택 정책은 4가지입니다. 공급, 세제, 금융, 임대시장 관리입니다. 이 가운데 서울시가 할 수 있는 건 공급뿐입니다. 나머진 정부 권한입니다. 이제는 신규로 택지 개발을 할 땅도 없습니다. 기성시가지를 재개발해야 하는데, 이 부지들은 대부분 민간 소유라 공급도 쉽지 않고 기간도 많이 걸립니다.” -대학에선 뭘 가르치나요. “지난해 2학기 첫 강의 때는 도시재생과 정책을 가르쳤고, 올 1학기에는 대도시 이슈와 현안 과제를 강의하려 합니다. 이론은 기존 교수들이 많이 가르칩니다. 현장에서 쌓은 도시계획·건축·주택 분야 경험들을 살려 사회적 현안이 될 만한 것들을 발굴해 가르치려 합니다.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것들을 가르쳐야 학생들에게 도움도 되고 자극도 되기 때문입니다.” -교수 생활은 어떤가요. “많이 바쁩니다. 교수는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해야 합니다. 서울시에선 과장 때까진 내 손으로 다했지만 국장이 된 이후 10년 정도는 지시만 했습니다. 지시만 하던 습성도 바꾸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정든 공직을 떠난 소회는. “30여년간 나름 보람 있는 일도 많았습니다. 부시장까지 했으니 직업공무원으로 최고직위까지 승진했고, 인생의 내적 성장도 많이 했습니다. 떠나고 나니 내 인생의 큰 숙제를 끝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공직은 고정된 틀에 끼어 있다고 할까요. 말을 조금만 실수해도 문제가 되고…. 큰 짐을 내려놓은 느낌입니다. 대과 없이 공직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함께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계획은. “3년 정도 강의한 뒤 교수의 길을 계속 갈지, 다른 일을 할지 고심해 보려 합니다. 무엇을 하든 사회에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사회가 좀 더 선한 방향으로, 옳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차별하는 AI ’ 법적 규제 가능할까

    ‘차별하는 AI ’ 법적 규제 가능할까

    ‘혐오의 학습화’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지난 11일 서비스가 중단된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사태는 인공지능 윤리에 관한 숙제를 남겼다. 한국보다 앞서 인공지능 기술을 상용화한 해외에서는 인공지능에 의한 차별·혐오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1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각국의 인공지능 규제는 크게 의회 입법을 통한 하드 로(hard law)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소프트 로(soft law)로 나뉜다.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가 발표한 ‘국가 인공지능 윤리기준’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규범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추세지만 일각에서는 입법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다. 2017년 미국 뉴욕시의회에서 통과된 ‘알고리즘 책임 법안’은 뉴욕시에서 구성한 특별위원회를 통해 시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차별 요소가 없는지 조사를 의무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2019년 4월 미 상원에서 대기업의 머신러닝 시스템을 감독하기 위한 동명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특히 인공지능이 치안·금융·행정·교육 등 각종 영역에 상용화되면서 편향적인 알고리즘이 실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아마존은 인공지능 기반 채용 시스템이 여성에게 불리한 평가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2018년 시스템 개발을 중단했다. 유럽연합(EU) 의회도 지난해 10월 포괄적인 AI법 권고안을 채택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심각한 윤리 원칙을 위반할 경우 인공지능의 자기학습능력을 비활성화하고 완전한 인간 통제하에 놓이도록 복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인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규제할지 충분히 논의되지 않아 당장 입법은 불가능하다”면서 “기본적인 윤리 원칙을 다양한 개별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지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차원에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6년 차별·혐오 논란에 휩싸였던 챗봇 ‘테이’ 사태 이후 사내 윤리위원회를 만들고 윤리 기준을 마련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反엘리트주의에 대한 방심, 美민주주의를 무너뜨리다

    反엘리트주의에 대한 방심, 美민주주의를 무너뜨리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이건 우리(미국)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니, 이것이 바로 미국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지난 6일(현지시간)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참사를 일으켜 시위대·경찰 6명이 사망하고 바이든의 승리를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6시간 동안 중단되자 이런 트위터 글이 확산됐다. 사실 예고된 참사나 마찬가지였다는 탄식이었고, ‘현대 민주주의의 본산’이라는 자부심을 잃어버린 모양새였다. 미국 민주주의가 멈춰 버린 초유의 6시간, 어디서부터 고장이 났던 것일까. 이날 뉴요커는 “지난 4년간 일부에서 트럼프의 선동적인 언사를 경시했고 이는 대선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는 존 캐시디 기자의 칼럼을 실었다. 그는 “트럼프와 같은 권위주의자에게 대응할 때 공식적인 제도에만 집중하는 건 실수다. 위험은 체제 밖에서 온다”고 썼다. 민주주의라는 규칙 자체를 무시하고 때때로 링 밖에서 뛰어드는 ‘변칙 복서’ 트럼프에게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반성문이었다. 트럼프는 지난해 7월 19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나는 (패배 시) 깨끗하게 승복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패배하는 것을 싫어한다”며 처음 불복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날은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봐야 할 것”이라며 끝을 흐렸지만 그가 사면한 40년 지기 정치 컨설턴트 로저 스톤은 이미 보수 유튜버를 모아 비공식 유세에 나선 상태였다.코로나19에 대한 무능한 대응, 경기침체, 흑인 시위로 박빙의 승부가 전개되자 트럼프는 적극적으로 ‘우편투표 사기’를 주장하며 대선 불복의 판을 깔았다. 또 대선 당일인 11월 3일 승기를 잡다가 역전당하는 소위 ‘레드 미라지’(붉은 신기루) 현상이 나타나자 즉각 ‘대선 불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전례가 없고, 평화로운 정권 교체도 위협하는 ‘분열의 65일’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주류 언론들은 대선 불복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제도적 장치를 언급할 뿐이었다. ●트럼프 지지자 19%가 반엘리트주의자 트럼프는 패자의 승복 연설 대신 ‘사기 선거 결과’를 인증해서는 안 된다며 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애리조나·미시간·조지아 등 경합주에서 줄소송에 나섰다. 물론 연방대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고 혼란이 계속되자 공화당 내에서도 대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공화당의 1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바이든의 승리를 인정했고, 자기 당 의원들에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바이든 승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의회의 선거 결과 인증을 막으라는 트럼프의 요청에 대해 “나는 그런 권한이 없다”며 거부했다. 이 지점까지는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했지만 그 제도 밖에서 넘실대는 위험을 막지는 못했다. 트럼프는 지난 6일 백악관 인근 엘립스 공원에서 “우리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따라 (국회의사당으로) 걸어갈 것이다. 공화당원에게 미국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자부심과 대담성을 줄 것”이라고 연설했다. 선거 결과를 부정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시위대를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국회의사당 앞 바리케이드는 빈약했고, 상·하원 합동회의는 6시간 남짓 중단됐다. 트럼프라는 소위 ‘나쁜 대통령’이 미국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를 키운 건 광범위한 지지층이었다. 셰릴 캐신 조지타운대 법대 교수는 9일 폴리티코 기고에서 의회 난입 참사를 ‘화이트 래시’(Whitelash·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반란)라고 정의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인종 분포가 바뀌고 다양한 가치가 스며든 다원화된 사회, 미국 경제가 쇠퇴하는 가운데 제4차 산업혁명 등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사회에서 낙오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 백인 남성들이 주류를 이루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저학력·저소득 백인을 중심으로 반(反)엘리트 흐름이 형성됐고 2016년 트럼프 집권의 기반이 됐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을 탄생시킨 대선에서 비영리 재단인 카토 연구소는 설문을 통해 당시 트럼프 지지자를 분류했다. 확고한 보수주의자(31%), 자유시장경제 지지자(25%), 미국 전통 가치 옹호자(20%)에 이어 반엘리트주의자가 19%로 이미 한 축으로 자리했다. 트럼프의 펜실베이니아 유세 때 만난 한 30대 백인 남성은 “인종, 종교 등 사회문제에 대해 의견을 말하려고 하면 (다 가진) 백인이 뭘 알겠느냐고 반박하니 아예 말을 안 한다”며 “이를 ‘샤이 트럼프’라고 부르더라”고 했다. 그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는데도 정책 지원의 대상에서는 제외된다는 박탈감을 언급하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이 틈을 파고든 트럼프는 줄곧 주류 언론, 기성 정치인 등을 가리켜 ‘부패한 엘리트’라며 오물 청소를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역대 2위인 7500만표를 얻었고, 의회 난입 사태를 촉발시켰다는 맹비난에도 지난 9일 42.8%의 국정 지지도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40%대 콘크리트 지지율이 무너지지 않았다. 그간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기성 정당들은 반엘리트주의 흐름에 대응하지 못했고, 주류 언론 역시 이들을 대변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의회와 언론을 무시한 채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지지자들과 소통했다. 기성 정치인과 엘리트를 부패한 기득권 세력으로 비판하며 국민과 직접 거래하려는 것은 포퓰리즘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포퓰리즘은 사회적으로 배제됐던 민의를 반영하는 것 같지만 권력 분립을 무너뜨려 민주주의를 고장 낸다. 미 언론이 의사당 난입 참사에 대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포퓰리즘이 민주주의를 붕괴시킨 상징적인 장면으로 분석하는 이유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SNS와 유튜브를 통해 같은 성향의 뉴스만 공유하며 더욱 극단으로 나아갔다. 국회의사당 난입에 대해 극렬 지지자들은 “경찰이 시위대를 그냥 들여보냈는데 (트럼프 지지자들이 폭력을 행사케 하려는) 의도적인 것 아니었겠느냐”는 또 다른 음모론을 SNS에 퍼뜨렸을 정도다. 주류 언론 역시 지나치게 극단화되면서 사회 분열을 부추겼다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인터넷 매체 복스의 공동 창립자인 에즈라 클라인은 저서 ‘우리는 왜 극단화됐나’에서 수많은 케이블TV의 드라마·스포츠·오락 프로그램을 넘어 컴퓨터 게임 등과의 경쟁에서 독자를 정치 뉴스에 머물게 하기 위해 “기사는 더 양극화됐고, 기자들은 관찰자가 아닌 활동가가 됐다”고 평가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 포퓰리즘 도전 대처 ‘시험대’ 향후 숙제는 미국 민주주의의 회복이다. 바이든은 “그래도 낙관적”이라며 “힘을 합치면 못할 일이 없다”고 했다. 트럼프가 촉발한 초유의 참사에 대해 곧바로 경찰이 투입돼 상황을 정리했고, 군은 어떤 개입도 하지 않았으며, 의회는 6시간 후 다시 작동했고, 트럼프의 관료들은 사퇴했으니 ‘민주주의에 의해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평가도 미국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미국의 민주주의는 포퓰리즘의 도전에 대처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바이든도 조지아주 상원의원 지원 유세에서 부채 증가 우려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상원 다수가 되면 긴급재난지원금 2000달러 수표를 (온 국민에게) 보낼 것”이라며 트럼프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의사당 난입 참사를 두고 미국이 ‘반민주주의 국가’로 비판했던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은 ‘왜 민주주의를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내상이 깊은 미국 민주주의가 불평등의 심화로 극단으로 갈라진 사회를 통합하고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기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kdlrudwn@seoul.co.kr
  • ‘MB·朴 사면’ 언급 않고 포용 강조… 일자리·저소득층 등 민생경제 방점

    ‘MB·朴 사면’ 언급 않고 포용 강조… 일자리·저소득층 등 민생경제 방점

    화두 중 ‘통합’ 표현을 ‘포용’으로 변경檢개혁·위안부 배상판결 등 발언 최소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신년사에서 집권 5년차의 국정운영 화두로 회복과 도약, 포용을 제시했다. “코로나로 더 깊어진 격차를 줄이는 포용적 회복을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언급에서 보듯 마스크에서 해방되는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가고, 속도감 있고 강력한 민생·경제회복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데 국정 역량을 오롯이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치적으로 논쟁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연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촉발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예상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오는 14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온 이후 사면 논란이 다시 번지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국정운영의 밑그림을 제시하는 신년사인 만큼 진영 대결의 우려가 있는 사안에 대해선 최대한 말을 아끼고 민생·경제 메시지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신년인사회에서 ‘회복’, ‘도약’과 함께 ‘통합’을 국정 화두로 제시했던 문 대통령이 이날 ‘포용’으로 용어를 바꾼 것도 사면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경계해서다. 권력기관 개혁 이슈에 대해서도 “우리는 지난해 (권력기관 개혁의) 오랜 숙제였던 법제도적 개혁을 마침내 해냈다”는 평가로 갈음했다. ‘추·윤 갈등’으로 극심한 국정 혼란을 빚었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으로 일단락 짓겠다는 의미다. 검찰개혁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 수사권 완전 회수 등 ‘검찰개혁 시즌2’와도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 재계와 노동계의 반발을 부른 공정경제 3법과 노동 관련 3법에 대해서는 “현장에 자리잡기까지 많은 어려움과 갈등 요소가 있지만,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제도를 안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신 문 대통령은 민생경제의 키워드를 일자리로 규정하고, 30조 5000억원의 일자리 예산을 1분기에 쏟아붓는 한편 취약계층을 위해 정부가 일자리 104만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고용 및 사회안전망 확충, 저소득층 지원 확대를 비롯한 재정을 통한 분배 개선 효과 증대 등 ‘격차를 좁히는 위기 극복’에 무게를 두겠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최우선 국정과제이면서도 좀처럼 와닿지 않는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던 한국판 뉴딜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역균형 뉴딜’에 그 중심을 두고 이를 통해 선도국가 도약의 디딤돌을 놓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일본의 반발을 부른 법원의 일본군 위안부 배상 판결에 대해서는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만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전문] 문재인 대통령 2021년 신년사

    [전문] 문재인 대통령 2021년 신년사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올해 우리는 온전히 일상을 회복하고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으로 새로운 시대의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발표한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는 지난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고 성장률로 GDP(국내총생산) 규모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하는 등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미래가 밝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래는 신년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신축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희망을 기원하면서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새해가 새해 같지 않다는 말이 실감 납니다. 코로나와의 기나긴 전쟁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생명과 안전이 여전히 위협받고, 유례없는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일상의 상실로 겪는 아픔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고난의 시기를 건너고 계신 국민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새해는 분명히 다른 해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함께 코로나를 이겨낼 것입니다. 2021년은 우리 국민에게 ‘회복의 해’, ‘포용의 해’, ‘도약의 해’가 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2020년, 신종감염병이 인류의 생명을 위협했고, 일상은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우리 또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세계 경제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를 겪었습니다. 우리 경제 역시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습니다. 모두가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국민들은 일 년 내내 불편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은 오히려 빛났습니다. 의료진들은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봤고 국민들은 스스로 방역의 주체가 되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이웃의 안전이 곧 나의 안전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진실을, 놀라운 실천으로 전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상한 창의적인 방역 조치들은 신속하게 현장에 적용되었습니다. 한국의 진단키트와 ‘드라이브 스루’ 검사방법과 마스크 같은 방역 물품들은 세계 각국에 보급되어 인류를 코로나로부터 지키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K-방역’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헌신과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세계 최초로 전국 단위 선거와 입시를 치러냈고 봉쇄 없이 확산을 최대한 억제하며 OECD 국가 중에서도 손꼽히는 방역 모범국가가 된 것은 우리 국민들이 만들어 낸, 누구도 깎아내릴 수 없는 소중한 성과입니다. 우리 국민들의 상생 정신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도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착한 임대료 운동’을 시작으로 ‘착한 선결제 운동’과 ‘농산물 꾸러미 운동’이 이어졌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과 함께 사는 길을 찾았습니다. 노동자들은 경제 위기 극복에 앞장섰고 기업들은 최대한 고용을 유지해주었습니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OECD 국가 중 최고의 성장률로 GDP 규모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할 전망이며 1인당 국민소득 또한 사상 처음으로 G7 국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됩니다. 주가지수 역시 2,000선을 돌파하고 14년 만에 주가 3,000시대를 열며 G20 국가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고,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미래전망이 밝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결코 멈추지 않았습니다. 국민 모두 어려움 속에서 최선을 다하며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는 드디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입니다. 불확실성이 많이 걷혀 이제는 예측하고 전망하며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올해 우리는 온전히 일상을 회복하고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으로 새로운 시대의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 경제가 나아지더라도 고용을 회복하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입은 타격을 회복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코로나로 더 깊어진 격차를 줄이는 포용적인 회복을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국민 여러분, 마스크에서 해방되는 평범한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점차 나아지고 있는 방역의 마지막 고비를 잘 넘기는 것이 우선입니다. 정부는 국민과 함께 3차 유행을 조기에 끝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음 달이면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선순위에 따라 순서대로 전 국민이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기업이 개발한 치료제의 심사도 진행 중입니다. 안전성의 검사와 허가, 사용과 효과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습니다. 자체적인 백신 개발도 계속 독려할 것입니다. 백신 자주권을 확보하여 우리 국민의 안전과 국제 보건 협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경제에서도 빠르고 강한 회복을 이룰 것입니다. 이미 우리 경제는 지난해 3분기부터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2년 만에 500억 달러를 넘었고 12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기세를 이어 우리 경제는 올해 상반기에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게 될 것입니다. 민생경제에서는 코로나 3차 확산의 피해 업종과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오늘부터 280만 명의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돌봄 종사자를 비롯한 87만 명의 고용 취약계층에게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합니다. 충분하지 않은 줄 알지만 민생경제의 회복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앞으로도 정책역량을 총동원하겠습니다. 상반기 중에 우리 경제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확장적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하고 110조 원 규모의 공공과 민간 투자 프로젝트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습니다. 민생경제의 핵심은 일자리입니다. 지난해보다 5조 원 늘어난 30조 5천억 원의 일자리 예산을 1분기에 집중 투입 하겠습니다. 특히, 청년·어르신·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을 위해 직접 일자리 104만 개를 만들 예정입니다. 함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도 한층 강화됩니다. 청년층과 저소득 구직자들이 취업지원서비스와 함께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이달부터 시행됩니다. 지난해 예술인들에 이어 오는 7월부터 특수고용직까지 고용보험 적용이 확대될 예정입니다. 그동안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생계급여를 받지 못했던 어르신과 한부모 가정, 저소득 가구 모두 이달부터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내년부터는 모든 가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합니다. 앞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상병수당 등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위기일수록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가야 합니다. 함께 위기에서 벗어나야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도 그만큼 수월해집니다. 지난해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과 저소득층 지원 노력으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고용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습니다.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폭 늘려 재정을 통한 분배개선 효과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민생 회복과 안전망 확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불편을 참고 이웃을 먼저 생각해주신 국민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격차를 좁히는 위기 극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입니다.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특별히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습니다.국민 여러분, 코로나로 인해 세계 경제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비대면 경제와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고 4차 산업혁명이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변화하는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입니다. 우리 경제도 ‘선도형 경제로의 대전환’에 나섰습니다. 자동차, 조선과 같은 우리 주력산업들이 경쟁력을 되찾고 있습니다.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세계 5강에 진입했고, 조선 수주량은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정부가 역점을 두어온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 등 3대 신산업 모두 두 자릿수 수출증가율을 보이며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 투자 100조 원 시대가 열렸습니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 규모입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제2의 벤처 붐이 더욱 확산되어 지난해 벤처펀드 결성액이 역대 최대인 5조 원에 달하고, 벤처기업 증가, 고용증가, 수출 규모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우리 경제의 혁신 속도는 상생의 힘을 통해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우리는 대·중소기업의 협력으로 일본 수출규제의 파고를 이겨냈고, 광주에서 시작된 상생형 지역 일자리는 전국으로 확산되어 전기차, 첨단소재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한국판 뉴딜의 핵심 또한 ‘사람’과 ‘상생’입니다. 한국판 뉴딜이 본격 추진되면 대한민국은 전국 곳곳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새로운 인재를 육성할 것이며 새로운 성장동력과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입니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은 국민의 삶의 질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국민이 한국판 뉴딜을 체감하고 선도국가로 가는 길에 동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국판 뉴딜의 중점을 지역균형 뉴딜에 두겠습니다. 지역이 주체가 되어 지자체와 주민, 지역 기업과 인재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이고 창의적인 발전전략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역경제 혁신을 위한 노력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국가지방협력 특별교부세 등을 활용한 재정지원과 함께 규제자유특구를 새롭게 지정하여 혁신의 속도를 높이겠습니다. 또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대규모·초광역 프로젝트를 신속하게 추진하고, 생활 SOC 투자를 늘려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더욱 높이겠습니다. 한국판 뉴딜이 지역균형 뉴딜을 통해 우리 삶 속에 스며들고, 기존의 국가균형발전계획과 시너지를 낸다면 우리가 꿈꾸던 혁신적 포용국가에 성큼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는 민간이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뉴딜 펀드 조성과 제도기반 마련에 힘쓰겠습니다. 디지털경제 전환, 기후위기 대응, 지역균형발전 등 뉴딜 10대 영역의 핵심입법을 조속히 추진하고 기업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국민들께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회가 공정하다는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함께 사는 길을 선택할 수 있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로 혁신의 힘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공정의 힘을 믿으며 그 가치를 바로 세워가고 있습니다. 권력기관 개혁은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일입니다. 법질서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공정하게 적용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해 오랜 숙제였던 법 제도적인 개혁을 마침내 해냈습니다. 공정경제 3법과 노동 관련 3법은 경제민주주의를 이뤄낼 것이며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줄 것입니다. 모두 오랜 기간 형성된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일인 만큼 현장에 자리 잡기까지 많은 어려움과 갈등 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여 개혁된 제도를 안착시켜 나가겠습니다. 코로나 시대 교육격차와 돌봄격차의 완화, 필수노동자 보호, 산업재해 예방, 성범죄 근절, 학대 아동 보호 등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공정에 대한 요구에도 끊임없이 귀 기울이고 대책을 보완해 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상생의 정신이 발휘되어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자신이 좀 불편해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올해는 기후변화협약 이행 원년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 경제 구조의 저탄소화를 추진해왔습니다. 그 노력을 확대하여 올해 안에 에너지와 산업을 비롯한 사회 전 분야에서 ‘2050 탄소중립’ 추진계획을 구체화할 것입니다. 정부는 수소 경제와 저탄소 산업 생태계 육성에 더욱 속도를 내고 세계시장을 선점해 나가겠습니다. 오는 5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P4G 정상회의’가 탄소중립을 향한 국제사회의 의지가 결집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국민들과 함께 준비하겠습니다.소프트파워에서도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입니다. 우리 문화예술은 민주주의가 키웠습니다. 우리 문화예술의 창의력, 자유로운 상상력은 민주주의와 함께 더 다양해지고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BTS와 블랙핑크, 영화 ‘기생충’ 같은 K-콘텐츠들이 세계인을 매료시키고, 행복을 주고 있습니다. 정부는 문화예술인들이 마음껏 창의력과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예술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한류 콘텐츠의 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문화강국의 위상을 더욱 확실하게 다져나가겠습니다. 훌륭한 기량을 갖춘 우리 스포츠 선수와 지도자들도 그 자체로 대한민국을 알리는 K-콘텐츠입니다. 지난해 손흥민, 류현진, 김광현, 고진영 선수를 비롯한 많은 체육인들이 우리 국민과 세계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했습니다. 이제 메달이 중요한 시대는 지났습니다. 즐기는 시대입니다. 정부는 전문 체육인들과 생활 체육인들이 스포츠 인권을 보장받으면서 마음껏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간섭없이 지원하겠습니다. 코로나는 거리두기를 강요했지만, 역설적으로 전 세계인의 일상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국은 당당한 중견국가로서 선진국과 개도국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며 상생할 수 있도록 ‘가교 국가’의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RCEP, 한-인도네시아 CEPA에 이어 필리핀,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과의 FTA에 속도를 높여 신남방, 신북방 국가들과의 교류와 협력을 넓히겠습니다. 중국, 러시아와 진행 중인 서비스 투자 FTA,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메르코수르, 멕시코 등 태평양 동맹과의 협상을 가속화하고 CPTPP 가입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의 검증된 보건의료 역량과 높은 시민의식, 우수한 문화 역량과 디지털기술의 발전, 탄소중립 사회의 의지, 높아진 국제사회에서의 역할과 위상을 통해 대한민국은 소프트파워에서도 책임 있는 선도국가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올해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남북은 손잡고 함께 증명해야 합니다. 전쟁과 핵무기 없는 평화의 한반도야말로 민족과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의무입니다. 정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발맞추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멈춰있는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남북협력만으로도 이룰 수 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평화’가 곧 ‘상생’입니다. 우리는 가축전염병과 신종감염병, 자연재해를 겪으며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문제에서 한배를 타고 있습니다. 남북 국민들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코로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기를 희망합니다.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한-아세안 포괄적 보건의료 협력’을 비롯한 역내 대화에 남북이 함께할 수 있길 바랍니다. 코로나 협력은 가축전염병과 자연재해 등 남북 국민들의 안전과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들에 대한 협력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협력이 갈수록 넓어질 때 우리는 통일의 길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 동력은 대화와 상생 협력입니다.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습니다. 지금까지 남과 북이 함께 한 모든 합의, 특히 ‘전쟁 불용’, ‘상호 간 안전보장’, ‘공동번영’의 3대 원칙을 공동이행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낸다면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평화·안보·생명공동체’의 문이 활짝 열릴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마스크는 지금까지 아주 쉽게 구입할 수 있었고 인류의 삶에서 그리 주목받는 물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가 닥쳐오자 마스크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보호장비이면서 동시에 배려의 마음을 표시하는 아름다운 물품이 되었습니다. ‘필수노동자’라는 말도 새롭게 생겨났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보건, 돌봄, 운송, 환경미화, 콜센터 종사자와 같이 우리의 일상 유지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분들의 노고를 새롭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흔하게 보던 물품 하나가 어느 순간 가장 중요한 물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마찬가지로 우리는 꼭 필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우리 사회에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모두의 안전이 나의 안전’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함께 행동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2021년, 우리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회복’과 ‘도약’입니다. 거기에 ‘포용’을 더하고 싶습니다. 일상을 되찾고, 경제를 회복하며, 격차를 줄이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대가 끝나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나아가는 선도국가 도약의 길을 향할 것입니다. 지난해는 위기에 강한 나라, 대한민국을 재발견한 해였습니다. 2021년 올해는 회복과 포용과 도약의 위대한 해로 만들어 냅시다. 감사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국민들께 매우 송구”… 부동산 문제 첫 사과한 文

    “국민들께 매우 송구”… 부동산 문제 첫 사과한 文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추·윤 갈등’을 비롯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2020년 9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른 불편(2020년 8월), 마스크 대란(2020년 3월), ‘조국 사태(2019년 11월)’, 개헌안 무산(2018년 5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입장 철회(2017년 9월) 등에 대해 ‘송구’나 ‘죄송’이란 표현을 쓴 바 있지만,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 부동산 문제에 대해 직접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집권 5년차의 국정운영 구상을 담은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한 뒤 “특별히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선 “지난해 오랜 숙제였던 법제도적 개혁을 마침내 해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은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일”이라며 “법질서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공정하게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위안부 승소 판결에 외교부 “법원 판단 존중”...일본은 거센 반발

    위안부 승소 판결에 외교부 “법원 판단 존중”...일본은 거센 반발

    외교부, 대변인 논평으로 입장 밝혀일본 정부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일본 내 악화 여론 잠재우는게 숙제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한 서울중앙지법 판결에 대해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다. 한국 법원의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한 일본 정부에 대해 한국 정부가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일본 언론에서는 한일 관계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외교부는 8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2015년 12월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점을 상기한다”면서 “이 판결이 외교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한일 양국간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이 계속될 수 있도록 제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반면 일본 내에서는 강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남관표 주일대사가 위안부 판결 직후 즉각 초치되는 등 일본 정부의 공식 항의도 있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기자회견에서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본 정부의 불편함을 그대로 내비쳤다. 교도통신은 한국 법원의 판결 소식을 속보로 전하면서 “충격은 강제징용 소송을 웃돈다. (한일 외교 관계가) 한층 험악해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 김정곤)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외교부가 신임 주일대사로 강창일 전 의원을 정식 임명한 직후에 나온 판결이다. 이달 중순 이후 일본으로 부임하는 강 대사는 일본 내 반발부터 잠재워야 하는 커다란 숙제를 안게 됐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국내적으로 확인됐다는 의미를 갖는다”면서도 한일 관계는 당분간 어렵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유리창 깨고 최루탄·총격전… ‘전쟁터 美의회’ 세계가 지켜봤다

    유리창 깨고 최루탄·총격전… ‘전쟁터 美의회’ 세계가 지켜봤다

    6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기 직전 백악관 남쪽 엘립스공원에 모인 시위대는 비교적 평화로운 상태였다. 이들 앞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따라 (의사당으로) 걸어갈 것이다. 공화당원에게 미국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자부심과 대담성을 줄 것”이라고 연설하면서 분위기가 심상찮아졌다. 대선 인증이 막 시작된 이날 오후 1시쯤 트럼프 연설에 자극받은 지지자 수백명이 미국 ‘민주주의 심장’으로 불리는 수도 워싱턴DC의 의사당으로 몰려갔다. 이들은 경찰 저지에도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리고 의사당 담벼락을 기어올라 창문을 깨고 내부로 진입했다. 초유의 습격을 받은 의사당 안에선 총성이 울렸고, 최루탄이 터지며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등 아비규환이 벌어졌다. 2주 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선서를 할 장소인 의사당 서쪽 계단 발코니를 점령한 시위대는 성조기를 흔들며 대선 불복을 외쳤다. 각 주의 대선 표심 결과를 인증, 연방제인 미국의 민주주의를 다시 실현하는 날로 예정됐던 이날은 이렇게 미국 역사에서 ‘민주주의가 유린된 날’로 기록됐다. 시위대는 의사당 곳곳을 휩쓸며 난장판을 벌였다. 연회장인 새터데이홀에 난입을 자축하는 깃발을 꽂았고, 상원의원 긴급 대피 30여분 만에 시위대는 “우리가 이겼다”며 상원의장석을 점거하는 한편 하원의장 집무실로 몰려들어 기물을 때려 부수는 등 쑥대밭을 만들었다. 의회 경비대가 하원 본회의장 밖에서 창문을 향해 총을 겨누는 긴박한 장면도 포착됐다. 경찰이 출동해 오후 5시 30분쯤 사태가 진정됐으나 결국 여성 한 명을 포함해 시위자 4명이 총에 맞아 숨지는 비극이 벌어졌다. 경찰은 시위대 26명 등 총 52명을 체포하고, 총기를 포함해 5개의 무기를 압수했다.의사당 습격이라는 무법천지 상황은 4시간 내내 TV 뉴스를 통해 생중계됐다. CNN은 “시위가 아닌 반란이자 폭동”이라고 했고, ABC방송은 ‘실패한 반란’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를 촉발한 원인이 스스로에게 있음을 이날 행동으로 증명했다. 그는 백악관 집무실이 아닌 개인 식당에서 의사당 난입 사태 방송중계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상·하원 의원들이 의사당 밖으로 대피하고 90여분이 지나서야 시위대에 진정을 촉구하는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AP통신은 “보좌진이 집요하게 호소한 뒤에야 트럼프 대통령이 영상을 올렸다”고 했다. 마지못해 올린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면서도 시위대를 “매우 특별하다. 애국자”라고 치켜세웠다. 시위 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주방위군 총동원령과 함께 오후 6시부터 24시간 동안 시내 통금령을 내렸다. 주방위군 1100명과 비밀경호국 및 연방수사국(FBI)이 합류했고 인근 버지니아주 경찰관 200명도 워싱턴으로 긴급 이동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인 21일까지 워싱턴DC 전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뉴멕시코, 오리건, 미네소타, 조지아, 오클라호마, 유타, 오하이오, 캔자스주 등지에서도 주의회 의사당 앞에 모여 대선 불복 시위를 벌였다. 바이든 당선인은 ‘민주주의 회복’이란 숙제를 안게 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연설에서 “의회에서 벌어진 일은 진짜 미국을 반영하지 않고 우리가 누구인지를 대변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이들에게 물러나서 민주주의가 앞으로 작동하도록 용납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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