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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격의 인테리어업계, 실적도 주가도 껑충…올해도 맑음?

    진격의 인테리어업계, 실적도 주가도 껑충…올해도 맑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의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국내 인테리어 업체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주가가 고공행진한 가운데 올해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샘, 현대리바트, LG하우시스 등 인테리어 업체들은 지난해 일제히 호실적 거뒀다. 주택시장 호황의 여파로 실적이 좋았던 2017~201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샘의 지난해 영업이익(930억원)은 전년보다 67%, 현대리바트(414억원·예상)는 73% 올랐다. 구본준 ㈜LG 고문을 따라 계열분리되는 LG하우시스는 매각이 결정된 자동차소재사업부의 부진 속에서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 오른 710억원을 기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리모델링, 인테리어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코로나19 여파에서 회복되는 올해도 이런 흐름이 계속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샘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주택시장은 과거와 달리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집에 대한 질적 투자의 시대’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샘에 따르면 지난해 8~10월 아파트 거래량(18만 3640건)은 직전 3개월(26만 2536건) 대비 31%나 감소했지만, 한샘의 4분기 매출은 오히려 직전 분기보다 9.6%나 증가했다. 앞으로 인테리어 회사들이 주택 경기와 무관하게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각 사별로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았다. 한샘은 최근 불거진 44억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해결해야 한다. 회사는 ‘회계처리상 실수’라는 입장이다. LG하우시스는 ‘LG’라는 이름 없이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게 관건이다. 현대리바트도 지난해 6월 1400억원을 들여 경기 용인에 준공한 ‘스마트 워크센터’(SWC)의 효율을 극대화해 업계 선두주자들을 따라잡아야 한다. 주가 흐름도 좋다. 한샘, 현대리바트, LG하우시스는 이날 각각 10만 7500원, 1만 8300원, 8만 1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39%, 63%, 61%씩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은 40%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최지만 “연봉청문회, 꿈같은 일… 현진이 형에겐 죽기살기로 맞붙을 터”

    최지만 “연봉청문회, 꿈같은 일… 현진이 형에겐 죽기살기로 맞붙을 터”

    “제가 연봉조정청문회에 서다니, 12년 전 미국 진출 당시에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꿈같은 일이다. 오늘 새벽 4시 30분까지 화상으로 연봉조정청문회를 했다. 분위기는 좋았다.” 최지만(30·탬파베이 레이스)은 5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최대 현안인 연봉조정청문회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체크무늬 남방에 검은 마스크를 한 최지만은 “처음 겪는 일이었는데 재밌더라. 내 에이전트가 나를 잘 변호했고, 구단도 팀의 주장 펼쳤다”고 전했다. 2010년 고교를 졸업하고 미국 프로야구에 도전한 최지만은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뎠다. 연봉조정신청 자격 자체가 그에겐 메이저리거 성장이 징표다. 최지만은 2021년 연봉으로 245만달러를 요구했다. 탬파베이 구단은 제시한 연봉은 185만달러였다. 최지만과 구단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연봉조정위원회로 향했다. 연봉 조정결과는 6일쯤 나올 예정이다.최지만의 2020년 원래 연봉 162경기 기준으로 85만달러였다. 지난해 메이저리그가 코로나19 여파로 팀당 60경기만 치러, 실제 수령한 연봉은 42만 7148달러였다. 최지만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아도 그의 연봉은 대폭 오른다. 대폭 상승과 관련해 최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 통장에 꽂혀야 실감이 날 것 같다. 세금과 에이전트 수수료 등이 많이 나간다. 처음으로 세자릿수(100만달러 이상) 연봉을 받는다”고 소감을 말했다. 최지만은 “웨이트를 할 때도 ‘하나를 더 들면 연봉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면서 든다”며 “같이 운동하는 후배들에게도 이렇게 이야기 한다”고 전했다. 최지만은 또 한국 메이저리거 가운데 처음으로 밟은 월드시리즈 무대가 많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최지만은 “홈구장에서 못한 것이 아쉬웠다. 새로운 구장이 낯설었다. 월드시리즈는 혼자 잘 한다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팀 모두가 잘해야 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행운이 따랐다”며 “남은 숙제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받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코리안 몬스터’ 류현진과 같은 리그라는 말에 최지만은 “(류현진이 속한) 토론토가 전력 보강을 열심히 했다. 젊은 선수들도 많아 선수층이 두껍다. 하지만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 양키스를 이긴 적도 있다”며 “동산고 선후배라 (류)현진이 형과 맞대결도 관심이 많다. 맞붙으면 죽기살기로 하겠다”고 예고했다. 최지만은 8일 출국 예정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케인 공백‘ 숙제 안은 손흥민, 한달째 득점포 침묵

    ‘케인 공백‘ 숙제 안은 손흥민, 한달째 득점포 침묵

    손흥민(토트넘)의 골 침묵이 한달째 이어지면서 ‘단짝’ 해리 케인의 부상 공백이 크게 각인되고 있다. 토트넘도 3연패에 빠지면서 우승권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손흥민은 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 2020~021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홈경기에서 풀타임을 뛰었지만 슈팅 2개에 그치며 기대했던 골 맛을 보지 못했다. 이날 무득점으로 손흥민은 지난달 5일 브렌트퍼드(2부)와 EFL컵 준결승전에서 득점 이후 30일째 6경기 침묵을 지켰다. 정규리그 3연패를 당한 토트넘은 승점 33점(9승5무6패)로 8위로 밀리면서 우승 도전에 빨간 불이 켜졌다.손흥민은 전반 5분 토트넘의 첫 슈팅을 날렸지만 경기 내내 사실상 최전방에 고립돼 득점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6경기째(정규리그 5경기·FA컵 1경기) 침묵을 이어가고 말았다.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스티븐 베르흐베인과 똑같이 팀 내 두 번째인 평점 6.6을 줬다. 첼시는 전반 23분 티모 베르너가 수비수 에릭 다이어에게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다이어의 태클에 베르너가 쓰러졌고, 주심은 그대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조르지뉴가 침착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토트넘은 공격 과정에서 손흥민에게 패스를 넣어줄 케인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케인은 지난달 29일 리버풀과 치른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홈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거친 태클에 발목을 다쳐 결국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되면서 6주 이상 결장 전망이 나왔다. 케인과 올 시즌 13골을 합작하며 토트넘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손흥민 역시 케인의 공백 속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손흥민이 정규리그 12골에 묶인 사이 득점 랭킹 선두도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15개)가 가져갔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이란 동결자금, 유엔분담금 납부” 외교부, 美와 협의 마무리 수순

    “이란 동결자금, 유엔분담금 납부” 외교부, 美와 협의 마무리 수순

    정부가 한국 내 은행에 묶여 있는 70억 달러(약 7조 6000억원) 규모의 이란 원화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속도를 낸다. 이란의 밀린 유엔 분담금 일부를 동결자금으로 내는 방안에 대해서도 미국과의 협의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선장을 제외한 19명의 선원은 ‘자유의 몸’이 됐지만 배를 되찾아오기 전까진 귀국이 어려울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3일 이란의 유엔 분담금 납부와 관련해 “거의 해결이 되고 있다”면서 “굉장히 기술적인 문제로 ‘어떻게 돈을 지불하느냐’에 대해 미국과의 협의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유엔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미국 금융망을 거치면 재차 동결될 우려가 있다는 이란 측 입장을 반영해 달러화 대신 제3국 통화로 분담금을 내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분담금 규모에 대해선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란이 유엔 총회 투표권 유지를 위해 내야 하는 최소 분담금은 1625만 달러(약 180억원)다. 지난해 2월 미국이 인도적 교역에 대한 원화 결제를 허가해 주면서 이란에 대한 의약품 수출 규모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2개월 새 256억원어치를 수출했다. 이전 6개월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 진단키트도 수출 준비는 돼 있는 상태다. 이렇듯 한국 정부가 동결자금 해결을 위해 진정성을 보인 점은 선원들 억류 해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란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한국에) 화가 많이 나 있었다”는 게 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다만 선박과 선장이 억류돼 있고 사법적 절차도 남아 있어 정부는 여전히 억류 해제와 동결자금 숙제 모두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반가운 소식인데도 “개운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선사 측도 추후 선박 운항이 허용됐을 때를 감안하면 선원들이 당장 본국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선박을 운영하고 화물을 관리하려면 필수 인력이 잔류해야 하는 것으로 들었다”면서 “현재 선사, 가족들의 의사도 중요하고 제3국의 선원들도 있기 때문에 협의를 거쳐서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란 측은 전격적인 억류 해제 발표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됐다는 분석이다. 억류 장기화로 인한 역풍을 피할 수 있게 됐고, 사법적 이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억류 해제 배경으로 ‘인도주의적 조처’를 강조하면서 한국 정부를 향해 인도적 차원의 동결자금 해법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됐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이란의 전격 억류 해제...“다행인데 개운치가 않네”

    이란의 전격 억류 해제...“다행인데 개운치가 않네”

    배 남겨두고 선원들만 귀국 불가필수 운항 인력 남아 선박 관리이란 정부, ‘일석이조’ 효과 얻어이란이 한국 선박을 억류한 지 29일 만에 선원 대부분을 풀어주기로 했지만 선원들이 당장 귀국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사법적 절차가 끝난 뒤 배를 되찾아오려면 선박 운항에 필요한 인력들이 투입돼야 하는 현실적 문제 때문이다. 이란은 억류 해제를 발표하면서 ‘한국 정부의 요청’을 강조했는데, 이는 이란의 요청 사항인 동결자금 문제도 빨리 해결해 달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3일 정부 당국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국 정부는 이란 측에 “설 전에는 억류가 해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측 요청으로 전날 오후 6시 50분쯤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세이에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차관의 통화가 이뤄졌다. 억류 해제 소식이 전해진 것도 이때다. 선박과 한국인 선장은 사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남아 있지만 나머지 19명의 선원은 ‘자유의 몸’이 됐다는 것이다. 이란 측은 전격적인 억류 해제 발표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됐다는 분석이다. 우선 선원들 억류 장기화로 인한 역풍을 피할 수 있게 됐고, 사법적 이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억류 해제 배경으로 ‘한국 정부의 요청’, ‘인도주의적 조처’를 강조하면서 한국 정부를 향해 인도적 차원의 동결자금 해법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한국 정부는 이란의 선제적 조치로 인해 더 큰 숙제를 안게 됐다. 반가운 소식인데도 “개운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선사 측도 추후 선박 운항이 허용됐을 때를 감안하면 선원들이 당장 본국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 안에 에탄올 등 화학제품이 실려 있어 관리의 필요성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박을 운영하고 화물을 관리하려면 필수 인력이 잔류해야 하는 것으로 들었다”면서 “현재 선사, 가족들의 의사도 중요하고 제3국의 선원들도 있기 때문에 협의를 거쳐서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최종적으로 선박 억류가 해제돼야 해결된 것”이라면서 “이란이 우호적 조치를 취한 건 양국간 관계를 새로 확대시키는 데 좋은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데서 단초가 됐다”라고 했다. 이란 측은 한국 정부가 동결자금 해결을 위해 진정성을 보인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혁(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겸임교수) 한국이란협회 사무국장은 “이란은 한국 정부에 인도적 교역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여 줬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동결자금 관련 독자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내에 구체적으로 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국보 피아노맨이 고른 보물 피아노… 백건우는 ‘중후’ 조성진은 ‘개성’

    국보 피아노맨이 고른 보물 피아노… 백건우는 ‘중후’ 조성진은 ‘개성’

    주요 공연장 스타인웨이 피아노 보유연주자 공연 전 모든 악기 쳐보며 확인115는 맑고 또랑또랑 318은 중후한 멋악기 일련번호마다 울림통·음색 달라 공연 성격·자신 취향 따라 피아노 선택지난달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을 하루 앞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무대 위에서 연주할 피아노를 골랐다. 보통 악기보관실에서 피아노를 고르지만 이 공연장에선 처음 독주회를 갖는 그는 직접 무대로 피아노 4대를 모두 꺼내 공연장 울림까지 확인했다. 선우예권이 고른 피아노는 최근 김선욱(1월 11·12일), 임동민·임동혁 형제(1월 13일)도 사용할 만큼 연주자들이 선호하는 악기였다. 롯데콘서트홀이 보유한 스타인웨이 앤 선스 4대는 2016년 개관 당시 손열음이 직접 독일 스타인웨이 본사에서 타건을 해 본 뒤 선택한 것들이다. 피아니스트들에겐 늘 다른 악기로 최상의 연주를 만들어야 하는 숙명이 있다. 블라드미르 호로비츠가 피아노를 비행기에 싣고 다녔다는 일화도 유명하지만 대다수 연주자들은 맨몸으로 공연장에서 악기를 만난다. 주요 공연장에 연주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타인웨이 콘서트용 풀사이즈(D274)가 놓였지만 악기마다 음색이 크게 달라 ‘피아노 고르기’는 가장 중요한 숙제 중 하나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최근 연주자들이 가장 선호한 피아노는 2013년 신수정·이진상 교수가 직접 골라 온 2대 가운데 하나인 스타인웨이 594115(일련번호) 피아노다. 특히 젊은 연주자들이 선호한다. 이 교수는 “울림통이 가장 큰 피아노를 선택했다”면서 “울림이 좋은 다이아몬드 원석을 가져오면 훌륭한 조율사가 세공하고 연주자들의 손길이 깃들어 악기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백건우, 언드라시 시프 등 거장들은 2005년 구입한 571318 피아노를 주로 선택했다. 예술의전당 이수미 무대감독은 “115는 어린아이 목소리처럼 또랑또랑하고 맑은 음색을 내고, 318는 중후한 멋이 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이나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할 때 특히 잘 어울렸다”고 했다. 예술의전당은 지난해 9월 후원회 지원으로 새 피아노를 구입했다. 일련번호 615023. 2억 7000만원대 악기 후원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피아노에 ‘예술의전당 후원회’ 문구를 담기로 한 계획을 스타인웨이 측이 받아들여 주문 제작이 이뤄졌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글이 새겨진 스타인웨이다. 이 특별한 피아노를 가장 처음 무대에서 연주한 사람은 바로 조성진이었다. 지난해 11월 4일 두 차례 리사이틀을 가진 조성진은 스타인웨이 4대 가운데 “음색이 통통 튀고 맑다”며 이 악기를 선택했다.2019년 11월 성남아트센터에서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과 협연했던 김선욱은 당시 신중하게 선택한 피아노가 매우 만족스러워 지난해 12월 20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의 듀오 리사이틀에서도 다시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리허설 중 자신의 연주 느낌보다는 바이올린과 협주할 때 화음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다른 악기로 교체했다. 성남아트센터 관계자는 “연주자가 미리 선택한 피아노만 조율하려다 혹시나 싶어 두 대 모두 준비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경기아트센터에 있는 스타인웨이 4대 가운데 2대는 2017년 임동혁이 구입에 도움을 줬다. 본사에서 9대를 쳐 보고 그가 처음 만져 보자마자 고른 ‘1번 피아노’와 꽤 오랜 시간을 들여 고른 ‘2번 피아노’였다. 이 중 최근 조성진, 백건우, 김정원, 당 타이 손 등이 연주한 2번 피아노가 인기가 높다. 같은 악기도 연주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금호아트홀 연세에는 2009년 광화문 시절부터 함께한 스타인웨이보다 2015년 피아노가 더 명료하고 깔끔한 소리를 낸다고 연주자들이 좋아했는데, 2019년 12월 세르게이 바바얀은 2009년 피아노를 골랐다. 금호아트홀 관계자는 “그 피아노가 그렇게 예쁜 소리를 낼 수 있었느냐며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롯데콘서트홀 무대를 갖는 연주자들 중엔 피아노를 고를 때 “조성진, 백건우 선생님이 연주하신 게 무엇이냐”는 질문도 많다고 한다. 공연장 측에선 특정 피아노만 사용하지 않고 프로그램 선곡과 분위기에 따라 적절히 고르도록 조언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헌재 각하 가능성에도… 민주 오늘 ‘판사 탄핵’ 발의

    헌재 각하 가능성에도… 민주 오늘 ‘판사 탄핵’ 발의

    더불어민주당이 고심 끝에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 개입에 연루된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했으나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 헌법에 따라 국회의 법관 탄핵소추권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대의에 방점을 찍었으나 헌법재판소의 각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르면 1일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 소추안은 2일 본회의에 보고되고 4일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3일 국민의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있기 때문에 야당 존중 차원에서 대정부질문 본회의 때 표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탄희 의원은 31일 소추안 성안 막바지 작업과 함께 발의안에 이름을 올릴 의원 확보에 주력했다. 탄핵 추진파의 한 의원은 “최대한 많은 동의를 받아 151명을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대표는 탄핵안에 직접 이름을 올렸다. 김 원내대표는 자유투표 방침을 세운 만큼 지도부가 압박한다는 오해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 등이 나와 정무적 상황을 두루 감안해 결정할 방침이다. 문제는 탄핵안이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헌재의 임 부장판사 파면 관측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임 부장판사가 연임 신청을 하지 않아 오는 28일 퇴임하기에 헌재가 한 달 안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탄핵 여부를 퇴임 이후 판단하게 되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8일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도 이런 우려가 상당했다고 한다. 한 최고위원은 “탄핵 추진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헌재가 각하 결정을 내릴 것이 분명한데 헛발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의총에서도 헌재가 각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보고하고 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원내지도부의 설명이 있었다. 한 의원은 “의총에서 헌재가 각하하더라도 법관 탄핵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은 “사법부 장악, 법원 망신 주기라는 오해를 푸는 것도 우리의 숙제”라고 말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예술의전당 새 피아노 첫 개시한 조성진·깊은 음색 고른 백건우

    예술의전당 새 피아노 첫 개시한 조성진·깊은 음색 고른 백건우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을 하루 앞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무대 위에서 연주할 피아노를 골랐다. 보통 악기보관실에서 피아노를 고르지만 이 공연장에선 처음 독주회를 갖는 그는 직접 무대로 피아노 4대를 모두 꺼내 공연장 울림까지 확인했다. 선우예권이 고른 피아노는 최근 김선욱(1월 11·12일), 임동민·임동혁 형제(1월 13일)도 사용할 만큼 연주자들이 선호하는 악기였다. 롯데콘서트홀이 보유한 스타인웨이 앤 선스 4대는 2016년 개관 당시 손열음이 직접 독일 스타인웨이 본사에서 타건을 해 본 뒤 선택한 것들이다. 피아니스트들에겐 늘 다른 악기로 최상의 연주를 만들어야 하는 숙명이 있다. 블라드미르 호로비츠가 피아노를 비행기에 싣고 다녔다는 일화도 유명하지만 대다수 연주자들은 맨몸으로 공연장에서 악기를 만난다. 주요 공연장에 연주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타인웨이 콘서트용 풀사이즈(D274)가 놓였지만 악기마다 음색이 크게 달라 ‘피아노 고르기’는 가장 중요한 숙제 중 하나다.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최근 연주자들이 가장 선호한 피아노는 2013년 신수정·이진상 교수가 직접 골라 온 2대 가운데 하나인 스타인웨이 594115(일련번호) 피아노다. 특히 젊은 연주자들이 선호한다. 이 교수는 “울림통이 가장 큰 피아노를 선택했다”면서 “울림이 좋은 다이아몬드 원석을 가져오면 훌륭한 조율사가 세공하고 연주자들의 손길이 깃들어 악기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공연마다 그날 컨디션과 프로그램이 다르기 때문에 저도 제가 고른 피아노를 치지 않은 적이 많다”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백건우, 안드라스 쉬프 등 거장들은 2005년 구입한 571318 피아노를 주로 선택했다. 예술의전당 이수미 무대감독은 “115는 어린아이 목소리처럼 또랑또랑하고 맑은 음색을 내고, 318는 중후한 멋이 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이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등을 연주할 때 특히 잘 어울리게 들렸다”고 설명했다.예술의전당은 지난해 9월 후원회 지원으로 새 피아노를 구입했다. 일련번호 615023. 2억 7000만원대 악기 후원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피아노에 ‘예술의전당 후원회’ 문구를 담기로 한 계획을 스타인웨이 측이 받아들여 주문 제작이 이뤄졌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글이 새겨진 스타인웨이다. 이 특별한 피아노를 가장 처음 무대에서 연주한 사람은 바로 조성진이었다. 지난해 11월 4일 두 차례 리사이틀을 가진 조성진은 스타인웨이 4대 가운데 “음색이 통통 튀고 맑다”며 이 악기를 선택했다.2019년 11월 성남아트센터에서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과 협연했던 김선욱은 당시 신중하게 선택한 피아노가 매우 만족스러워 지난해 12월 20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의 듀오 리사이틀에서도 다시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리허설 중 자신의 연주 느낌보다는 바이올린과 협주할 때 화음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다른 악기로 교체했다. 성남아트센터 관계자는 “연주자가 미리 선택한 피아노만 조율하려다 혹시나 싶어 두 대 모두 준비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성남아트센터는 스타인웨이 3대와 파치올리 F278, 야마하 C7를 각 1대씩 갖고 있다. 모든 공연장이 그렇듯 최적의 상태에서 연주가 되도록 조율을 해두는데 2018년 첫 내한공연을 가진 엘리자베스 레온스카야가 특히 매우 집요하고 꼼꼼하게 세밀한 부분까지 음에 맞도록 조율사에게 요구했다. 반면 조성진은 지난해 스타인웨이 2대를 한 번씩 쳐보고 곧바로 연주용을 골랐다.경기아트센터에 있는 스타인웨이 4대 가운데 2대는 2017년 임동혁이 구입에 도움을 줬다. 본사에서 9대를 쳐 보고 그가 처음 만져 보자마자 고른 ‘1번 피아노’와 꽤 오랜 시간을 들여 고른 ‘2번 피아노’였다. 이 중 최근 조성진, 백건우, 김정원, 당 타이 손 등이 연주한 2번 피아노가 인기가 높다. 1번 피아노를 가장 좋아하는 연주자는 직접 고른 임동혁이다. 경기아트센터 조율사는 “임동혁의 피아노 터치 방식과 1번 피아노가 잘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같은 악기도 연주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금호아트홀 연세에서는 2009년 광화문 시절부터 함께한 스타인웨이보다 2015년 신촌 시대를 열며 구입한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더 명료하고 깔끔한 소리를 낸다고 연주자들이 좋아했는데, 2019년 12월 세르게이 바바얀은 2009년 피아노를 골랐다. 금호아트홀 관계자는 “그 피아노가 그렇게 예쁜 소리를 낼 수 있었느냐며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롯데콘서트홀 무대를 갖는 연주자들 중엔 피아노를 고를 때 “조성진, 백건우 선생님이 연주하신 게 무엇이냐”는 질문도 많다고 한다. 공연장 측에선 특정 피아노만 사용하지 않고 프로그램 선곡과 분위기에 따라 적절히 고를 수 있도록 조언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금쪽같은 내 새끼’ 오은영 “직장 내 괴롭힘 양상 집에서 벌어져”

    ‘금쪽같은 내 새끼’ 오은영 “직장 내 괴롭힘 양상 집에서 벌어져”

    ‘금쪽같은 내 새끼’ 오은영이 공부에 집착하는 엄마에게 맞춤 솔루션을 제안했다. 지난 29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는 엄마 앞에만 서면 울먹거리는 11살 딸의 사연이 공개됐다. 이날 스튜디오에는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남편과 떨어져 홀로 삼남매를 키우고 있는 엄마가 출연했다. 엄마는 “11살, 9살, 6살 3남매를 키우고 있다”며 “날이 갈수록 첫째 금쪽이가 엄마와의 대화를 거부한다.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을 더 좋아한다”고 딸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금쪽이가 아침 7시부터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이 담겼다. 엄마는 “아이가 하루종일 앉아서 공부하는 편이다. 취미는 독서”라고 딸을 자랑했다. 이후 영상에는 엄마가 일어나자마자 금쪽이의 영어 숙제를 검사하며, 틀린 문제가 보이자 금쪽이에게 화를 내는 모습이 담겼다. 금쪽이는 “순간 스펠링을 깜빡했다”며 잔뜩 긴장했고, 엄마는 “그게 말이야? 똥이야?”라며 금쪽이를 몰아붙였다. 이후에도 계속된 모습을 보던 오은영은 “금쪽이의 공부를 방해하는 건 엄마”라며 “아이가 뭐 좀 하려고 하면 엄마가 계속 부른다. 더 잘하라는 사랑의 채찍질이겠지만 아이한테는 그냥 채찍질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부의 목적은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거다. 저 상황에서 그 능력이 키워지겠냐. 엄마가 뭐라고 하면 그냥 얼음이 된다. 생각하는 능력을 방해한다“고 일침했다. 이어진 영상에서는 잠시 엄마가 외출한 사이 동생들을 돌보는 금쪽이의 모습이 담겼다. 금쪽이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장난만 치는 동생들을 돌보는 것이 힘들어 엄마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동생들을 잘 타이르지 못했다고 되려 금쪽이를 꾸중했고, 결국 참다못한 금쪽이가 엄마의 말대꾸를 했다. 이에 갑자기 엄마는 영어 숙제를 다 했는지 물었고, 갑작스러운 질문에 금쪽이는 눈물 흘리며 영어 숙제를 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에 오은영은 “엄마가 얘기할 때 아이가 얼어있다. 긴장하고 있다. 병원 간호사들 사이 직장 내 괴롭힘인 태움 양상이 집안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엄마는 “(금쪽이에게) 공부를 하라고 시켰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나름의 이유가 있음을 주장했다. 그러자 오은영은 “내가 말해도 하나도 안 먹힐 엄마”라며 변명이 앞서는 엄마의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금쪽이는 속마음 인터뷰를 통해 “내가 공부를 못해서 엄마가 칭찬을 안 해주는 것 같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4살로 돌아가고 싶다. (아빠와 함께) 캄보디아에서 있었던 추억들이 너무 그립다”고 털어놨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작성한 ‘문장 완성 검사’를 보고 “아이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계속 눈물만 흘리는 게 소아 우울증의 문턱에 와 있다”라고 분석했다. 오은영은 “금쪽이 엄마도 그렇지만 다른 엄마들도 내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잘 안다고 자부하기보다 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알기 위해 노력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금쪽이 엄마를 위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그는 “엄마는 금쪽이와 하루 10분동안 공부를 뺀 즐거운 대화를 하라. 반드시 공부를 빼야 한다”며 “문제집을 풀게 하는 것도 좋지만 문제를 스스로 찾고 해결하는 연습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대화명이 ‘재접속 중’?…줌 수업 참석한 척한 英학생

    대화명이 ‘재접속 중’?…줌 수업 참석한 척한 英학생

    올해 초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세 번째 봉쇄(록다운)에 들어간 영국의 학생들은 집에서 줌(화상 연결 플랫폼)을 이용한 온라인 수업이나 교사가 이메일로 보낸 숙제를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중에는 익숙하지 않은 온라인 수업에 쉽게 싫증을 내는 아이들이 적지 않고 그중에는 잔꾀를 부려 수업에 참여한 척하면서 약삭빠르게 자리를 비운 아이들도 있었다. 최근 교사를 완벽하게 속여 깜짝 놀라게 한 남자아이의 잔꾀가 화제를 모았다고 영국 미러닷컴 등이 전했다.브리스틀에 사는 DJ 겸 라디오 진행자 크리스 아널드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내 아내는 교사인데, 한 학생이 줌(온라인) 수업 시간에 질문을 받지 않으려고 이름을 ‘리커넥팅’(Reconnecting·재접속중)으로 바꾼 것 같다. 이미 몇 주째 이런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소년은 교육에 대해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미 진짜 천재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트윗은 순식간에 확산했다. 문제의 학생은 수업에 참여하는 척하면서 카메라를 고의로 끄고, 인터넷 접속 상태가 나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리커넥팅’이라는 글자만을 띄워 놓은 것으로 추정됐다. 게다가 이런 속임수에 자신이 속고 있다는 사실조차 몇 주 동안 몰랐던 교사는 학생의 인터넷이 끊겨 재접속하는 중이라고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질문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 사례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널드는 또 다른 트윗에서 “아내의 말로는 다른 학생들도 이 학생을 흉내낸 것 같지만 공교롭게도 '리커넥팅' 철자를 틀리는 바람에 고의로 이름을 바꾼 것이 들켰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사를 속이다가 걸린 학생들이 이후 어떻게 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2030 세대] 소유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2030 세대] 소유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가 소개한 농담이다. 어느 가난한 농부가 밭을 갈고 있는데 그의 앞에 도깨비가 나타난다. 그리고 제안한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말해 보라. 다만 명심할 것은 그 소원의 두 배를 너의 이웃에게 줄 거라는 것을.’ 농부는 짧은 고민도 없이 교활한 미소를 띠며 바로 답한다, ‘내 눈알 하나를 빼가시오!’ 불평등과 소유의 갈등은 인류의 역사보다도 깊다. 이웃이 얼마나, 무엇을 가졌나가 늘 궁금하다. 원숭이라고 다르지 않다. 원숭이 한 마리가 오이를 맛있게 먹고 있다. 그런데 바로 옆 우리 안의 이웃 원숭이가 포도를 받아먹는 것을 본다. 순간 원숭이는 오이를 우리 밖의 연구원에게 던져 버린다. 더이상 오이가 달지 않은 것이다. 가까운 누군가와 비교하면 불행은 늘 따르는 법이다. 이 원숭이의 억울해하는 분노의 표정이 인간 역사의 얼굴이다. 불평등한 운명을 지니고 태어나는 것으로 치면 인간에게 비할까? 이를 불평하는 인간에게 바울은 로마서 9장에서 신의 입을 빌려 답한다. 진흙으로 어떤 용도의 그릇을 만드느냐 하는 것은 도공의 마음이다. 이건 대답이 아니다. 답이 없다. ‘국가’에서 소크라테스도 소유의 불편함을 얘기한다. 늘 소유가 문제다. 다툼은 내 것과 네 것을 가르는 데서 생긴다고. 하나로 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불평등을 없애자 했다. ‘같은 일을 보고도 어느 사람은 기뻐하고 어느 사람은 좌절하니 사회에 분열이 있다’고 소크라테스는 생각했다. 내 것, 네 것을 나누는 개인 위주의 소유제도를 없애면 어떨까?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간다. 불평등의 진정한 원인은 ‘가족’에 있다고 보았다. 가족을 해체해야 한다. 남자와 여자는 자유롭게 사랑하고, 그렇게 태어난 자식은 나라가 키울 것이다. 남편이나 아내는 없고, 내 자식이 누군지도 모른다. 불평등의 벽이 허물어진다. 소유가 공평하니까 그리스 시민들은 모두 행복해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달랐다. 소크라테스의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명쾌하게 비판했다. 그는 인간은 원래 내 것을 좋아하는 속성이 있다고 보았다. 타인을 사랑하고 아끼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내 사람이어야 하고 나에게 소중해야 한다. 더불어 소유가 없으면 내 것이 없고, 내 것이 없으면 베푸는 것도 할 수 없는 행위다. 없는데 무엇을 준단 말인가. 베푼다는 것은 소중한 그 무엇을 내주는 행위다. 베풂은 소유를 전제로 한다. 베풀 때 인간은 기쁨을 느낀다. 소크라테스가 말하듯 모두가 내 아이라면, 내 자식같이 여겨지는 아이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한 평의 정원도 내 것은 열심히 가꾼다. 1000명의 사람들이 1000평의 땅을 소유한다면? ‘주인이 많을수록 관심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다만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소유의 욕망은 어찌할 것인가는 또 풀어야 할 인간의 숙제로 남는다.
  • [서해 5도를 다시 보다 3] 국지전·불법조업·고립 “서해5도 사는 게 죄인가”

    [서해 5도를 다시 보다 3] 국지전·불법조업·고립 “서해5도 사는 게 죄인가”

    서해 5도는 1·2차 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 국지전으로 인한 생명의 위협과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생계의 문제, 외부와의 고립으로 인한 생활의 어려움이 있는 지역이다. 한국․북한․중국의 접경수역으로 해양자원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서해의 독도’로 ‘주민의 실효적 지배’를 통한 ‘해양주권과 안보의 정당성’을 확보한 곳이기도 하다. 대외적으로 서북도서는 DMZ, 한강하구와 함께 유엔군사령부 통제를 받고 있다. 5도서 주민들은 비무장지대 안에 민간인이 거주하는 대성동 마을처럼 남북 서해 접경수역 안에 있으나, 특별한 혜택 없이 안보규제를 받으며 살아왔다. 역사적으로 이곳은 지정학적 특성상 서해 연안 방비를 위한 군사적 요충지이자 한국과 중국을 잇는 해로의 요지다. 또한 바다의 수심이 얕고 조강에서 나온 모래와 플랑크톤으로 인해 어족자원이 풍부하다. 어민들은 평상시 어업을 기반으로 생활하고 있으면서 전쟁, 해적선 출몰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군병으로서 또 하나의 의무를 지니고 살아왔다. 일제 강점기에는 선진 조업기술이 들어오면서 5도의 조업환경은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연평도 조기파시 때처럼 어선과 상선이 많을 때는 2000~3000척에 달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익은 모두 일본인이 가져갔다. 연평도 ‘향리지’에 따르면 “그 당시의 어획고는 천문학적 수치로 연평어업협동조합의 일일 출납고가 한국은행의 출납보다 그 액수가 높았다”고 한다. 해방 후 미소 군사분계선 설정으로 서해 5도를 비롯한 옹진반도는 지금과 달리 남측에 속했다. 연평도의 경우 전쟁 당시 별다른 피폭도 발생하지 않았다. 향토지에 따르면 “6.25 동란 중 본도에 3발의 포탄이 떨어졌다. 호주비행기가 적지인줄 알고 떨어뜨린 포탄이었으며 월백추야 연대 대원 1명이 죽고, 박신국씨의 소 1마리가 죽었다. 이것이 전쟁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라고 한다. 오히려 북측 각지에서 내려온 3만여명의 피난민이 운집된 연평도는 일대 혼잡을 이뤘다. 식량과 식수 문제는 물론 모든 산이 오물로 뒤덮였고, 장질부사(장티푸스) 등 전염병이 돌아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기록도 있다.한국전쟁 이후 5도서 어민들에게 영향을 미친 결정적 사건은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유엔에 의한 정전협정이다. 국방부가 편찬한 ‘6.25 전쟁사 9’에 따르면 “거래 목적상 유엔군도... 옹진과 연안반도가 계속 공산군 측의 통제하에 놓이는 것에 동의해도 좋다”고 했다. ‘버려진 옹진반도’는 분쟁의 바다를 잉태했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갈등으로 이어졌다. 어민들에게도 안보에 따른 규제의 족쇄가 채워졌다. 5도서 수역의 남북 경계의 문제는 9.19 군사합의서에도 드러났다. 서해평화수역 조성의 핵심은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이다. 합의서에 명시한 ‘북경계선’과 ‘남경계선’의 기준을 양측이 합의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쟁점은 NLL과 북이 주장하는 경계선을 어떻게 풀 것이냐로 귀결된다. 해상경계선은 육지의 합의된 군사분계선과 달리 종전 또는 평화협정 체결 시 남북 간의 해상경계선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9.19 군사합의에 따른 조업의 자유와 남북 평화공존을 희망하고 있다. 미래의 공동어로구역과 NLL까지 조업 확장보다는 현재 어장 범위(시간, 면적, 허가)에서의 규제 완화를 최우선으로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쟁점수역(NLL~북 경비계선)은 해양생태조사를 선행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해양생태보존수역으로 지정한 뒤 중국어선 길목 차단과 남북수산교역을 위한 해상파시, 남북수산업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수산과학기술교류, 옹진반도 공동어로(양식) 등을 단계별로 추진하고, 남북 경협을 위한 어민들이 참여하는 ‘사회적평화기업’을 정부에 제시한 바 있다. 두 번째는 2000년에 체결한 한중어업협정이다. 협정문 제9조에서는 “잠정조치수역 북단에 위치한 일부수역, 과도수역 이남에 위치한 일부수역에 대해서는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현행 어업활동을 유지하며 어업에 관한 자국의 법령을 타방체약당사자의 국민과 어선에 대해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주권을 강제로 행사할 수 없다. 때문에 정부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중국 외교적 대응 강화”, “해경의 단속 강화”, “처벌강화”등 세 가지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어선의 약탈과 불법은 일제강점기를 제외하고 조선시대 이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조선 후기 청과 일본은 조약을 내세워 국내 어업 영역을 무법적으로 확장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어민들은 생존권을 위협받자 스스로 외세와 직접 충돌했다. 1884년 백령도에서 벌어진 ‘청국인 살상·강도 사건’은 외교 문제로 비화됐으나 결국 백령도 어민만 효수했고 관찰사도 유배했다. 조선의 왕은 백성을 죽임으로써 안위를 지켰다. 지난해 제정된 ‘어선안전조업법’에 대해 어민들이 강력히 규탄하며 시위를 한 적이 있다. 어민들을 군사 통제 대상이자 형사처벌 대상자로 인식하는 정부에 대한 분노였다. 역사적으로 지금까지 중국어선의 노략질에 재산권을 침탈당하는 것을 무력하게 보면서 살았다. 그럼에도 고향을 떠나지 않고 지금까지 가족의 생계와 생존을 위해 참고 견디며 살아왔다.힘없는 선대 어민은 생존을 위해 권력에 순응하고 눈치를 보며 사는 것 외에는 별도리가 없다고 여겼다. 국가 정책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다가 자칫하면 간첩죄로 몰린다는 불안함에 쥐죽은 듯 살았다. 북한에 인접한 “서해 5도에 태어나거나 사는 게 죄라면 죄지” 하고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았다. 자식들에게는 “나중에 섬에 살지 말아라! 뭍으로 나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떳떳하게 서 살아라!”고 말하면서 거친 풍랑을 해치며 바다로 몸을 던진 사람들이다. 세 번째는 2010년 연평도 포격이다. 당시 겁에 질린 1300여명의 주민이 터전을 버리고 어선 등을 타고 긴급히 섬을 떠났다. 한국전쟁 이후 첫 대규모 국민 피난이었다. 그리고 정부가 마련해준 그해 겨울 첫 거처는 찜질방이었다. 주민들은 집단 이주를 요구했다. 정부는 “NLL을 사수하려는 우리 국방․안보정책상으로도 주민들이 빠져 나오게 하는 지원 대책을 저희들이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라며 피난 나온 지 한 달도 안되는 주민들을 다시 섬으로 들어가도록 종용했다. 창살 없는 감옥에 다시 밀어넣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긴 세월 서해 5도 어민들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닌 12시간이었다. 안보를 이유로 47년 동안 여객선이나 어선 등의 야간 항행이 금지됐고, 조업의 자유와 이동권을 제약받으며 살아왔다. 어민들은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해상시위, 중국 어선 나포, NLL 영해 헌법소원, 분단 후 최초 한강 뱃길 잇기, 해상 파시, 어장확장을 평화 깃발 게양 등 안보 민주화와 평화 경제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물때를 알고 적시에 바다로 나가야만 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목숨을 담보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런 인내와 희생은 계속 이어져 왔다. 누군가는 이들이 사는 것만으로 애국하는 일이라고 한 적도 있다. 정부는 어민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그들이 현실적 의무를 다하듯, 정부도 의무를 다해야 한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역대 정권 모두 어민들에게 수많은 약속을 했다. 그들은 더 이상 새로운 약속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미 여러 번 한 약속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라는 것이다. 어민들에게 평화는 생존이며 자유다. 이 목소리는 인권이자 또 다른 주권의 표현이다. 이들에게 희생의 굴레를 벗겨주고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누리는 기본권을 회복시켜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서해 5도 평화수역의 가치를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서해평화 정책의 지속가능성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정학적 특수성과 평화와 안보에 관한 메시지를 왜곡 없이 학생을 비롯한 국민에게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바르게 전달해야 한다. 한국전쟁 이후 군사정전협정에 ‘족쇄’ 한중어업협정 탓 주권 강제 행사 못해 중국 어선의 약탈·불법은 오래된 숙제 안보 이유로 47년간 야간항행도 금지 NLL 영해 헌법소원 등 목소리 내기도 정부서 기본권 회복 위한 행동 나서야 평화와 안보 모두 생존과 안전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분단으로 인한 이념 갈등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정쟁 수단으로 의제화됐다. 대체로 진보정권은 평화를, 보수정권은 안보를 앞세우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폭발, 서해 공무원 피살 등 남북 갈등 발생 시 평화정책은 위기를 맞았다. 그럴 때마다 언론들이 찾는 곳은 연평도다. 남북 갈등은 다시 정쟁과 남남 갈등으로 이어지고 어김없이 국지전 발생이 높은 서해 5도가 이슈가 되는 게 현실이다. 만약 또다시 제2의 연평도 포격 같은 군사적 긴장 대결로 회귀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군사적 안보냐? 평화적 안보냐? 등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선택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평화와 안보를 진영 논리에 가두면 안된다. 동전의 양면처럼 보수도 평화를, 진보도 안보를 말해야 한다. 대북정책의 동력은 결국 국민의 상식과 지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독도가 ‘영토 주권’의 상징이라면 서해 5도는 ‘안보의 성지’에서 ‘평화의 공존’으로 확장돼야 한다. 독도의 존재와 당위성은 국민과 남북 사이에 이견이 없다. 하지만 서해5도는 그렇지 않다. 지금이라도 초중고 교과서 기술, 국내외 평화의 섬 캠페인 등 다양한 제도와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독도를 품고 있는 국민들 마음 속에 서해 5도 평화수역을 품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한반도의 허리인 횡측 접경 공간에 대한 통합적‧제도적 관리가 필요하다. 서해 NLL~한강하구~DMZ에 이르는 접경 비무장 지역을 정책공간 단위로 묶어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 지역은 현재 국방부, 행안부, 해수부, 통일부 등 부처별 개별법과 단위사업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실질적인 출입 통제는 유엔군사령부가 하고 있다. 남북 상황에 따른 접경 공간별 안보규제와 교류 진흥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설립과 일관된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서해 5도 정책도 어민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의사결정의 거버넌스화를 제도적으로 마련해 정책의 정당성과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진상 규명하겠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진상 규명하겠다”

    정근식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70년간 덮였던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 사망·실종 사건의 피해 규모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한 경찰의 인권침해와 사건 은폐 의혹도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 위원장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희생 규모가 적게는 30만명, 많게는 100만명이라고 하는데 정확히 몇 명이 희생됐는지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번에 피해 규모를 더 종합적으로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출범 이후 진실화해위가 전날까지 접수한 진실규명 신청 현황을 보면 총 1347건의 신청 중 ‘1945년 8월 15일부터 한국전쟁 전후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뤄진 민간인 집단 사망, 상해, 실종 사건’에 해당하는 신청이 1030건(76.5%)으로 가장 많다. 진실화해위는 출범 50일이 다 되도록 위원회 구성을 완료하지 못했다. 위원 추천은 국회 몫이다. 정 위원장은 “다음달에는 반드시 위원회 구성이 완료돼 진실규명 활동을 시작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춘재 사건도 진실화해위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 사건의 피해자와 유족은 무고한 사람을 용의자로 몰고, 피해자의 시신을 숨기고 증거를 인멸한 경찰들을 조사해 달라며 지난 25일 진실화해위의 문을 두드렸다. 정 위원장은 “당시에는 수사 관행이었다고 하지만 현재 기준에서 보면 명백한 공권력 오용”이라며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이제 종합 조사할 때”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이제 종합 조사할 때”

    정근식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한국전쟁 전후 시기의 민간인 집단 사망·실종 등 사건은 지난 70년 동안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기회에 한국전쟁 전후 시기에 있었던 민간인 희생 사건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또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1986~1991년) 발생 당시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와 경찰의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진상조사 개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진실화해위 출범 50일을 하루 앞둔 27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희생 규모가 적게는 30만명, 많게는 100만명이라고 하는데 정확히 몇 명이 희생됐는지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번 진실화해위 활동 때는 피해 규모를 더 종합적으로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가 지난달 10일 출범 이후 전날(26일)까지 접수한 진실규명 신청 현황을 보면, 총 1347건의 신청서 중 ‘1945년 8월 15일부터 한국전쟁 전후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뤄진 민간인 집단 사망, 상해, 실종사건’에 해당하는 신청서가 1030건(76.5%)으로 가장 많다. 한국전쟁 전후 시기에 발생한 대표적인 민간인 학살 사건은 ‘국민보도연맹’ 사건이다.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좌익 운동을 하다가 전향한 사람들로 조직된 반공단체로, 정부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 후 이들의 재전향을 우려해 무차별 단속과 즉결처분 등을 통해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다. 이 사건은 한국전쟁 최초의 집단 민간인 학살 사건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 1기 진실화해위(활동기간 2005~2010년)와 비교하면 같은 기간(출범 후 약 50일이 지난 시기) 대비 전체 조사신청서 건수가 전보다 130% 정도 늘었다“면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이번 2기 진실화해위의 중요한 숙제“라고 말했다.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활동은 위원회 구성이 완료된 후에야 가능하다. 하지만 진실화해위는 과거사정리법이 시행된 지난달 10일 출범했으나 아직까지 위원회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다.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4명씩 추천한 진실화해위 위원들의 선출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국민의힘 추천 위원 중 한 명인 정진경 변호사가 과거 대학교수 재직 시절 성추행 사건으로 징계 처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자진 사퇴했다. 진실화해위 구성을 위해서는 국민의힘에서 새로 후보를 추천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 위원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국회에서 진실화해위 위원을 더욱 신중하게 선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다음 달에는 반드시 위원회 구성이 완료돼 진실화해위가 진실규명 활동을 시작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면서 “(위원회 구성 완료 후에) 조사관 채용 등을 완료하여 오는 4월 초에는 위원회 업무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춘재 사건 피해자 및 유족은 지난 25일 진실화해위를 방문하여 이춘재 사건 당시 용의자로 몰린 피해자들이 허위 자백을 하게 된 경위와 경찰이 살인 사건 피해자의 사체를 은닉하고 증거를 인멸한 행위 등에 대해 진실을 밝혀 줄 것을 요청하는 진실규명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 위원장은 “신청인들을 만나 최선을 다해서 빠른 시일 안에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당시에는 수사 관행이었다고 하지만 현재 기준에서 보면 명백한 공권력 오용이다. 진실규명이 필요한 숙제”라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검찰 세번째 기소에 최강욱 열린민주 대표 “어이없다”

    검찰 세번째 기소에 최강욱 열린민주 대표 “어이없다”

    검찰로부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세번째 기소를 당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27일 어이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는 지난해 4월 3일 페이스북에 ‘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기자 발언 요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최 대표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그는 해당 글에서 “채널A 이동재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눈 딱 감고 유시민에게 돈을 건네줬다고 해라’, ‘유시민의 집과 가족을 털고 (유시민이) 이사장을 맡은 노무현재단도 압수수색 한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지난 4월 “(공개된) 녹취록 등을 보면 이런 내용은 전혀 없다. 여론 조작을 시도한 정치 공작이자 이 전 기자에 대한 인격 살인”이라며 최 대표를 고발했다. 이 전 기자는 현재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수감 중이다. 최 대표는 “(검찰이) 슬슬 연기를 피워 올리기에 또 장난질을 할까 염려하긴 했는데 기어이 저지르는군요”라며 “아무래도 내일 재판 선고에 자신이 없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28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1심 선고를 받는다. 검찰은 최 대표가 변호사 시절이던 2017년 10월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부탁을 받고 아들 조씨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했고, 이 허위 서류 제출로 대학원 입시 업무가 방해됐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반면 최 대표는 실제 인턴 활동에 따른 증명서가 발급됐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에 앞장서겠다 한 사람이 짊어져야 할 숙제로 생각하고 잘 대처하겠다”면서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진웅 부장검사에 대한 기소, 감찰을 진행한 한동수 감찰부장에 대한 수사, 한동훈 검사에 대한 무혐의 시도 등과 종합해 보면 검언유착의 당사자들은 어떻게든 보호하고 그 범죄를 알리고 밝히려는 사람들에게 보복하겠다는 것 외에 또 뭐가 있을까”라고 이번 검찰의 기소에 대해 분석했다.최 대표는 지난 21대 총선 기간 팟캐스트 등에 출연해 국회의원에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씨는 최 대표 기소에 대해 “내일 1심 판결인데 오늘 기소하는 것은 이 사람 죄가 많으니, ‘판사님들 알아서 유죄 때려달라’ 이런 신호를 윤석열 검찰이 법원에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세련에 최 대표와 함께 고발당한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검찰이) 합법으로 포장한 조직폭력배를 닮아간다.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황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최 대표와 같이 찍은 사진과 함께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갑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채널A 사건을 MBC에 제보했던 일명 ‘제보자 X’ 지모씨가 이를 공유하며 “부숴봅시다!”라는 글을 덧붙인 것을 문제 삼으며 두 사람을 고발했다. 한편 열린민주당은 최 대표의 세번째 기소에 대해 “첫 번째 기소는 공직기강비서관 재직 시 피의자 출석요구도 않은 채 검찰 인사 발표 30분 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고, 두 번째 기소는 선거법 공소시효 마감날 밤에 또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세 번째 기소는 첫 번째 기소 내용에 대한 재판 선고 전날 또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출석요구도 본인에 대한 대면 조사도 단 한 차례 없이 세 차례에 걸친 날치기 기소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 휴대전화는 열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건을 덮으려 검찰의 모든 화력을 동원하고 있고, 그 사건을 수사한 정진웅 부장은 기소하고, 감찰을 진행한 한동수 부장은 수사하고, 문제제기를 한 최강욱 대표는 기소하는 등 말 그대로 보복 수사가 난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말을 무겁게 새기게 된다고 비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시론] 美의 동맹·北의 동반자, 한국 외교의 새 도전/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교수·정치학

    [시론] 美의 동맹·北의 동반자, 한국 외교의 새 도전/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교수·정치학

    문재인 대통령님께. 2021년 건강하시고 정부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새해 들어 특히나 마음이 바쁘시겠다 싶습니다. 시간은 날려 버린 살과 같이 지나가지만 하시고자 했던 숙제는 태산처럼 남아 있으니까요. 이제 일 년 정도 남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나 구상에도 바쁘시겠죠. 저는 올해 중점 과제 중 하나가 대북 관계 개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남북 관계가 경색될 수 있습니다. 정권이 바뀔 수 있다는 가정하에 남은 시간을 쓰셔야 합니다. 한국 정치만 시간을 재촉하는 게 아닙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죠. 임명자 의회 인준, 코로나 방역, 경제 복원, 트럼프 탄핵 등으로 바이든 정부는 바쁜 몇 달을 보낼 겁니다. 비교적 간단한, 그러나 중요한 유럽 관계 복원 직후 아시아로 눈길을 돌릴 겁니다. 그러고 나면 한국 정부도 이에 보조를 맞춰 따라가기 쉽습니다. 복안이 있다면 빨리 서두르셔야 합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 한국 여론은 ‘한미동맹의 엇박자’ 걱정을 흘렸습니다. 한미동맹 공조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도 문제입니다. 두 나라의 공통 이익을 위해 동맹이 있지 공조 자체가 목적은 아니니까요. 공부를 하는 게 목적이지 시험 잘보는 것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습니다. 한미 공통의 이익은 무엇일까요. 바이든 정부가 어디로 향할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무력 시위와 외교 협상을 섞어 북핵 해체를 도모할 테죠. 익숙한 길이고 한국 정부도 거들었었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시듯 그 끝은 북미 대결이었습니다. 북한 핵무기는 한국을 벌써 지나쳐 태평양으로, 미국으로 향했죠. 당황한 미국은 거칠게 나왔습니다. 폭격을 구상했고, 욕설을 해댔습니다. 한국은 차 안에 갇혀 부부싸움을 바라보는 아이 꼴이었죠. 바이든의 대북 정책은 2017년 북미 대결 재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뻔히 알면서 다시 이 길을 걸을 수는 없습니다. 한국 외교의 최고 목적은 한반도 평화이니까요. 한반도 평화는 한미 공통 이익입니다. 하지만 미국 동아시아 외교의 최고 목적은 아닙니다. 이는 중국 견제임은 다 알려진 바죠. 한국은 이를 이해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미국 미사일 부대 노릇만 할 수는 없습니다. 동맹국으로서 지분을 요구하며 미국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북한을 이용하십시오. 시간이 지날수록 미중 긴장은 높아 갈 겁니다. 이는 큰 강줄기로 우리가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조심조심 노를 저어 나갈 수는 있죠. 김정은 정권이 원하는 것을 주면 북미 관계 개선의 여지가 있습니다. 김정은ㆍ트럼프 정상회담이 이를 보여 줬죠. 북미 관계 개선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이 더 자주적으로 설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물론 중국으로부터 말이죠. 북한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파트너로 격상시켜야 합니다. 시진핑 주석이 북한과 중국은 ‘입술과 이’ 같은 사이라는 점을 지적했듯 북한의 독립은 중국의 전략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바이든 백악관에 이 가능성을 보여 줘야 합니다. 북핵을 현 상태에서 동결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고 북한의 고립을 풀어 주면 미국에 득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러면 한국은 남북 평화를 덤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북한에도 남한이 동반자라는 믿음을 주십시오. 북한의 요구는 명확하고 일관됩니다. 북한 안보를 위협하지 말라는 것이었죠. 못 들어줄 것 없습니다. 한미 훈련은 한국 안보를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매번 긴장만 고조하니 정부는 걸맞은 대응을 해야 합니다. 올해는 마침 중지할 핑계도 있습니다. 경제 협력, 의료 지원 등은 필요 없다고 했으니 거기에 얽매이면 안 됩니다. 비전향 장기수도 북송하십시오. 국가보안법 폐지는 지금 아니면 안 됩니다. 남북 관계 개선은 정치적으로 유익합니다. 2021년 지방 보궐선거가 코앞입니다. 돌이켜 보면 남북 회담이 이어질 때 대통령 지지율이 치솟았습니다. 물론 야당의 정치 공세가 있었습니다. 색깔론을 들먹이기도 했죠. 하지만 유권자는 예전과 달리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황사가 지난 푸른 하늘을 반기듯 정상 회담을, 대통령님의 평양 방문을 환영했습니다.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른 나라에서는 얼마나 일상적인지 이제 알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을 좇고 얻는 정치적 보상은 당연합니다. 전쟁과 위기는 외세 손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화는 오직 남북 당사자 손으로만 가능하죠. 건승을 기원합니다.
  • 시한부 인생 마지막 길서 삶의 뜻 찾다

    시한부 인생 마지막 길서 삶의 뜻 찾다

    “빌려준 2억원 갚아” 근시안“지금의 삶은 덤” 긍정 선물“반년 남아도 결혼” 순애보2019년 전체 사망자의 27.5%가 암으로 사망했다. 한국인이 사망하는 장소의 77.1%는 병원이다. 말기암 환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병원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의사도 환자의 마지막 삶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 숙명이다.●죽음 앞둔 암 환자 통해 인생 화두 제시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범석 교수의 에세이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는 18년차 암 전문 의사로서 항암치료를 해 온 저자가 얻은 깨달음을 틈틈이 남긴 기록이다. 완치 목적이 아니라 생명 연장 목적의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와 그 가족들이 남은 삶과 예정된 죽음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솔직하게 담았다. 암 환자들은 각자 다른 모습으로 삶의 종착역을 향해 간다. 부인과 이혼한 한 폐암 환자는 오랜만에 병문안 온 동생에게 “내가 빌려준 2억원 갚아라”는 유언을 남겨 아무도 지켜보는 이 없이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 죽음 직전에서 삶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채 막연히 10년만 더 살기를 바라는 환자도 있다. 술과 도박에 빠져 가족들을 등지고 살다 식도암으로 투병 중인 환자의 큰딸에겐 부친의 죽음이 인생의 첫 행운이다. 반면 “지금의 삶은 덤”이라며 검진 때마다 저자에게 요구르트를 선물하는 긍정적인 환자도, 인생을 반년 남긴 신부와 결혼한 신랑의 순애보도 있다. 이를 목격한 김 교수는 “사람은 누구나 주어진 삶을 얼마나 의미 있게 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안고 태어난다. 일종의 숙제라면 숙제”(63쪽)라고 인생의 화두를 제시한다.●‘투병 경력 불이익·공장식 진료’ 등 비판 모순된 현실에 대한 좌절도 엿보인다. 완치됐으나 암 환자라는 이유로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는 젊은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냉혹함을 고발한다. 팔순 노모 연명치료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네 남매 때문에 의식을 잃은 환자의 갈비뼈가 부러진다. 하지만 심폐소생술을 멈출 수 없게 되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를 되묻는다. 어쩔 수 없이 1시간에 환자 10명을 봐야 하는 한국의 ‘공장식 박리다매 진료’에 대해 씁쓸함을 털어놓기도 한다. 2018년 2월부터 시행된 ‘연명 의료 결정법’ 덕분에 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암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자신의 의지나 가족들의 선택으로 중단할 수 있다. 하지만 붙어 있는 숨을 내가 끊어냈다는 죄책감을 털어내기 쉽지 않아 여전히 치료를 중단하긴 쉽지 않다. 저자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애매할수록 현장은 혼란스럽다”며 이 시대 의사들이 지난 고민을 토로했다. 의학적 지식과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터득한 암에 대한 성찰을 나누는 데 주저함이 없는 솔직함이 묻어난다. ●“연명치료 중단 때 의사들은 번민” 저자는 “뜻하지 않게 자신이 떠나갈 때를 알게 된 사람들과 여전히 떠날 때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 나는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저자 자신이 고등학생 때 폐암으로 아버지를 잃은 개인적 아픔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성찰이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떤 죽음이 존엄하고 최선의 죽음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답을 들려주지 않고 오롯이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둔다. 저자가 마주한 환자와 보호자의 자리에 언젠가 우리도 앉을 수 있다. 이 책이 단순히 ‘의사’만의 것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느껴지기 때문에 책을 손에서 놓기가 어렵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황성기 칼럼] 비건 실패가 북미 원점이다

    [황성기 칼럼] 비건 실패가 북미 원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플루토늄·우라늄 농축 시설의 폐기와 파기를 약속했다. 위치는 영변 등이다. 미국은 북미 양측에 신뢰를 가져올 많은 행동을 실행할 준비와 싱가포르 약속을 동시적·병행적으로 지킬 준비가 돼 있다.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 완화는 없다. 다만 북한이 모든 것을 다 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비핵화 최종 단계 전에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프로그램 모두를 신고하고 이들의 제거·파괴를 보증해야 한다.”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에서 물러난 스티븐 비건이 2019년 1월 스탠퍼드대학에서 한 발언이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역사적 합의를 기대하며 카운터파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압박하던 비건의 이 발언은 북한 비핵화를 다루는 미국의 가이드라인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로 교체됐다고 해서 북핵에 접근하는 미국 정책이 ‘비건 연설’을 벗어나 축소되거나 확대될 일은 없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다. 의사당 난입과 트럼프 탄핵으로 집약되는 미국 분열의 수습과 치유는 정치 인생 50년 바이든에게 마지막 도전이 될 것이다. 바이든 정권의 외교에서 중국, 중동에 이어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 예측하지만 북한 또한 바이든에게 던져진 작지 않은 숙제다. 버락 오마바 시대와 달리 북한 핵·미사일은 양적·질적 진화를 거듭해 코 묻은 장난감이라 무시할 수준을 넘어섰다.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당하면 때린다’는 보복에서 ‘먼저 때린다’는 선제공격으로 군사의 개념도 전환했다. 남한에는 “강위력한 국방력에 의거한 조국통일”을, 바이든에는 선제공격용 핵잠수함 개발을 내밀었다. 북한이 변할 때까지 대화하지 않는다는 미국식 전략적 인내, 반대로 미국이 ‘행동 대 행동’으로 협상 방식을 바꿀 때까지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는 북한식 전략적 인내 모두 구시대 유산이 된 것은 자명하다. 트럼프 4년을 보면서 바이든 임기 내 북핵이 해결될 것이란 꿈은 조금 더 멀어진 듯하다. 3대에 걸쳐 사회주의 체제와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키워 ‘핵보유국’을 자랑하는 총비서 김정은 위원장이 쉽게 내려놓지 않을 것임을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은 충분히 보여 줬다. 하지만 목표 없는 ‘비전략적 방치’는 핵·미사일 능력 증강, 그에 비례할 북한 경제의 피폐를 초래해 세계 안보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다. 바이든 정권의 외교안보 풀, 특히 대북 인재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오바마 정권 전부터 관여한 원로 등 대북협상 지지 그룹부터 강경파까지 바이든이 어떤 비핵화 접근을 쓰느냐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는 사람은 널렸다. 다만 트럼프 때처럼 정권 출범 첫해 극한 대결로 시간을 낭비하고 이듬해 가서야 북한과의 대화에 나선다면 북한의 핵능력만 키우는 일이 될 게 뻔하다. 대북특별대표를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겸임하든 별도로 선임하든 최선희 등 미 민주당, 공화당 정권을 두루 겪어 본 북한 외무성 베테랑과의 상견례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대북 정책의 재검토도 질질 끌 이유가 없다. 상반기 내로 끝내고 대화와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북의 인내심이 바닥나면 파국은 그만큼 빨리 온다. 하노이 회담 실패의 자책점은 북미 모두에 있다. 미국 쪽 실책이라면 북미 정상회담 하나로 노벨평화상을 노리고 보텀업(상향식)을 경시했던 트럼프의 장삿속이 크다. 착실한 실무급 협상으로 토대를 쌓지 않으면 어설픈 톱다운(하향식) 하나로 승부 나지 않을 정도로 북핵은 고차원이다. 트럼프 실패를 청산하겠다고 바이든이 클린턴, 오바마 정권의 차관보급 대북 협상에서 실무 교섭을 끝내고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정상회담에 맡기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면 오산이다. 톱다운과 보텀업의 배합이 답이다. 그나마 바이든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아 다행스럽다. 하노이의 실패는 대북특별대표였던 비건의 실패와 동의어다. 북한에 밝은 민주당 정부라 해서 대북 협상에서 용뺄 재주는 없다. 비건 실패를 원점 삼아 북한의 전략무기가 더 고도화하기 전에 비핵화 입구에 들어서야 한다.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다시 강조한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 요구’를 입버릇이라 흘려듣지 말고 주목했으면 한다. 신뢰 구축 조치로 북한에 먼저 다가설 것을 권한다. 미중 대립이 격화되면 될수록 중국으로 기울 북한의 핵 해결은 점점 어려워진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marry04@seoul.co.kr
  • 포스코 최정우號 2기 ‘친환경 드라이브’ 본격화

    포스코 최정우號 2기 ‘친환경 드라이브’ 본격화

    ‘굴뚝 산업’을 대표하는 철강기업 포스코가 확 달라졌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해 12월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이후 친환경 기업으로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주가도 최근 3개월 사이 36% 급등하면서 주주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 사망 사고를 비롯한 각종 산업재해와 환경오염 논란 등 포스코가 넘어야 할 산도 한둘이 아니다. 20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수소’와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 확장에 사활을 걸었다. 최 회장의 ‘친환경 드라이브’는 포스코 이사회가 지난달 11일 최 회장을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연임을 사실상 확정한 직후부터 본격화했다. 먼저 포스코는 “2050년까지 수소 500만t 생산 체제를 구축해 수소 사업에서 연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며 수소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철강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와 천연가스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수소를 활용한 철강 생산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포스코는 또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 핵심 소재인 흑연 수급을 위해 탄자니아 마헨지 흑연 광산에 750만 달러(약 82억원)를 투자하고 지분 15%를 확보했다. 흑연 생산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작한다. 포스코케미칼은 유상증자로 1조 2735억원을 확보하고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 투자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철강 사업에도 순풍이 불고 있다. 자동차·조선 업계의 수요가 회복되고 글로벌 철강 가격도 동반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향상하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019년 3분기 이후 다시 1조원대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도 4분기 5576억원보다 56% 상승한 8720억원으로 추정된다. 포스코 주가도 급등세다. 지난해 10월 20만원대에 진입한 이후 이날(27만 2000원)까지 3개월 사이 7만 2000원(36%) 올랐다. 하지만 최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지난 5년간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에서만 4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달 9일에는 포항제철소에서 협력사 직원 A씨가 공기 흡입 설비를 수리하던 중 5m 아래로 추락해 사망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또 제철소의 환경오염 유발 문제를 지적한 포항MBC 기자를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가압류 신청을 하면서 지역 환경단체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日, 바이든 동맹 외교에 궤도 수정 불가피

    日, 바이든 동맹 외교에 궤도 수정 불가피

    지난해 미국 대선 국면에서 일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랐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비굴하다”는 말까지 들어가며 트럼프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을 쌓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국의 경제적 이득만 보장되면 기존의 질서나 명분을 초개처럼 버렸던 트럼프식 ‘미국 제일주의’ 외교가 군사적 영향력 확대 등 일본에 유리한 측면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동맹 간 결속과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조 바이든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일본의 대미 외교는 큰 틀에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중요 사안이 정상 간 논의에서 결정되는 ‘톱다운’ 방식에서 장관급·국장급 협의를 중심으로 한 ‘보텀업’ 방식으로 바뀌는 것은 중대한 변화다. 일본은 미국 내 대표적인 ‘지일파’인 토니 블링컨이 외교 사령탑인 국무장관에 임명된 데 크게 반색하고 있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외교 경험과 역량이 아베 전 총리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로서는 다행스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다자주의 및 동맹주의가 복원된 것은 일본에는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단은 ‘미국의 첫 번째 동맹국’이었던 트럼프 시대의 우선순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스가 총리가 오바마 정권 때 주미 공사와 외무성 북미국장을 역임, 바이든 대통령 등 민주당 실력자들과 친분이 있는 도미타 고지 주한대사를 급거 주미대사로 발령낸 이유다. 바이든 행정부는 일본에 동맹국에 걸맞은 ‘기회비용’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얼어붙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 요구도 그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에 대한 일본의 적극적인 동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토 고타로 캐논글로벌전략연구소 주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일본이 최우선 순위 동맹국으로서 대중 압박에 긴밀하게 보조를 맞춰주기를 바랄 수 있다”며 “이 경우 무역 등 주로 경제적인 이유에서 중국에 대한 운신의 폭이 제한돼 있는 일본은 어려운 선택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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