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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삼성 “닮았네”

    청와대가 최근 도입하는 새 제도들이 삼성그룹의 경영방식과 ‘닮은꼴’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 등에서 “인재가 자본”이라며 광범위한 인재발굴 및 ‘적재적소의 원칙’을 강조해왔다.지난달 1일에는 청와대 전 직원에게 모든 인맥을 발굴하라는 ‘총동원령’을 내리기도 했다.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9일 “노 대통령의 ‘인재캐피털론’은 삼성의 ‘천재경영론’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삼성의 천재경영론은 1명의 천재가 수십만,수백만 명을 먹여살리니,천재를 발굴하라는 것이다.‘주니어 보드’를 통해 공무원의 개혁을 이끌겠다는 ‘개혁주체론’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노 대통령의 ‘코드’를 가장 잘 읽는 국무위원은 삼성전자 출신의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라는 평가다.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휴먼캐피털을 얘기하니까 일부 장관들은 ‘그게 뭐지.’하는 반응이었지만,진 장관은 그날로 정통부 직원들을 모아놓고 21세기 발전방향과 한국의 개혁 방향,정통부의 역할 등을 강연하고,숙제도 내주었다.”고 말했다.청와대 윤리강령 및 내부징계규정도 삼성의 내부감사규정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수십만명에 이르는 직원들을 잡음없이 관리해온 노하우를 청와대에 일부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와 삼성의 ‘밀월설’까지 대두한다.정부는 최근 삼성전자의 숙원사업인 화성공장 건립 허용을 시사했고,노 대통령은 재벌총수와의 ‘삼계탕집’ 회동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을 옆자리에 앉히기도 했었다.삼성은 지난달 노 대통령의 방미 때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만찬 비용을 시티은행과 함께 부담하기도 했다. 문소영기자
  • 세계인 우리는 이렇게 산다 / 두달만에 벗어던진 ‘괴질 마스크’ ‘사스 해방구’ 北京

    |베이징 오일만특파원|“베이징 전뉴(北京眞牛·베이징 대단하다)”,“베이징 성리(北京勝利·베이징 이겼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4일 오후 3시 베이징에 내려진 사스 감염지역과 여행 제한 조치를 해제한 뒤 베이징의 거리거리에 내걸린 현수막들이다. 베이징의 최대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 거리에서는 시민들이 오성홍기(五星紅旗)를 꺼내들고 폭죽을 터뜨리며 ‘전승사스(戰勝非典)’를 경축했다. 하오유(好友) 백화점 앞에서는 붉은 깃발이 나부끼는 가운데 경축일에 사용되는 왕푸타이핑구(王府太平鼓)를 두드리며 흥분된 감정을 전달했다. 지난 4월20일 사스 전모가 공개되면서 거의 두 달간 공포에 시달렸던 베이징 시민들은 이날 각 지역마다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와 태극권이나 부채춤 등을 선보이며 사스로부터 해방된 기쁨을 나눴다. ●번화가 다시 인파로 북적 베이징의 활기는 거리 곳곳에서 확인된다.신제커우(新街口)나 산위안차오(三元橋) 등 주요 길목들은 러시아워에는 ‘공동 주차장’으로 변할 정도로 교통량이 많아졌다. 택시기사주둥창(朱東强)은 “사스기간 중에는 하루에 손님 2∼3명이 고작이라 생활이 극도로 어려웠다.”며 “지금은 사납금 등을 빼고 하루 50위안(7500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어 그럭저럭 생활은 된다.”고 말했다. 사스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난 26일 오후 6시.베이징 최대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은 사스 이전의 ‘전성기’를 완전히 회복한 느낌이다.그동안 외출을 자제했던 쇼핑객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고 신둥안(新東安) 등 유명 백화점마다 인파들로 북적거렸다. 자동차 통행이 금지된 200m가 넘는 왕푸징 대로 양편에는 간이 휴게소들과 각종 여름용품들을 파는 길거리 좌판들이 어우러져 혼란스러울 지경이다.불과 한달 전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텅비었던 거리가 이제 최대 번화가의 명성을 되찾은 것이다. 27일 저녁에는 ‘사스 해방 경축기념식’이 베이징 시내 곳곳에서 열렸다.먹자거리로 유명한 구이제(鬼街),룽푸쓰(隆福寺) 등에서는 전통 사자춤(武獅) 놀이와 일종의 여성 집단무용인 양거(秧歌)를 선보여 모처럼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IT메카 중관춘 경기 살아나 시단(西單),옌사(燕莎),란다오(藍島) 등 다른 유명백화점들도 25일 전후로 ‘사스 해방 경축행사’라는 명목으로 대대적인 세일에 돌입했다. 왕푸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단(西單) 상업거리에서는 자동차 회사들이 화려한 모델들을 동원,승용차 전시회를 열어 ‘사스 특수’를 이어가려고 애를 쓰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창립 5주년 기념 세일을 했던 자금성 서남쪽의 좡성충광(庄勝崇光·SOGO) 백화점은 3일 동안 무려 21만여명이 몰려와 6000만위안(9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관리소측은 “4월 이후 고객이 지금처럼 많기는 처음”이라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베이징 서북부 하이뎬취(海淀區)에 있는 IT메카 중관춘(中關村)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중관춘다제(中關村大街)변에 위치한 최대 가전상가 하이룽다사(海龍大廈)의 경우 80%까지 떨어졌던 매출이 최근 ‘졸업수요’까지 겹쳐 신기록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관리소측은 “이달 초부터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섰다가 신규 환자가 사라진 중순부터 완전히 정상궤도에 올라섰다.”고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카페촌도 불야성 사스 감염지역 해제가 발표된 25일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도 카페촌 산리툰(三里屯)은 불야성을 이뤘다.26일 저녁에 시작된 사스 해방을 기념하는 맥주파티는 다음날 새벽까지 계속됐다. 아름드리 포플러 나무가 빼곡하게 늘어선 이 거리는 각종 희한한 조명장치들이 빛을 발하는 가운데 사스 해방을 기념하는 “쥐베이(擧杯·잔을 들자)”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외국인회사에 다닌다는 류샤오량(劉小良·29)은 “사스 해방 뉴스를 듣고 친구들과 조촐한 축하모임을 만들었다.”며 “감옥 같은 생활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잔을 권했다. 베이징의 대학교들은 대부분 지난주부터 기말고사가 시작돼 내주부터 사실상 방학에 들어간다.초·중·고등학생들도 일정을 앞당겨 오는 30일부터 정상수업을 시작한다. ●매일 10만명씩 베이징 유입 6월 초부터 베이징의 명소 톈안먼(天安門) 광장에는 형형색색의 깃발을 든 국내 단체관광객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사스의 최대 피해자인 여행업체들은 WHO의 여행자제 권고 조치를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워했다. 소규모 여행사들은 사스 기간에 대부분 문을 닫았거나 파산 직전까지 몰렸지만 이제는 기대감에 부풀어 관광객 맞이에 부산한 모습들이다. 중국 국제여행사측은 “그동안 여행 자제지역으로 묶여 외국 관광객들이 전혀 없었지만 24일 이후 문의,예약전화들이 늘고 있다.”며 “7월 중 10여팀이 예약됐고 8월 중에는 20여팀 안팎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5월 중순까지 탈출 러시의 주요 출구였던 베이징역이나 베이징서역 등은 사스가 사라지면서 귀경(歸京) 인구들로 북적대고 있다. 지난 중순 이후 베이징 유입 인구는 매일 10만명에 달하고 있고 사스 감염지역에서 해제된 24일부터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사스 이전 300여만명에 달했던 임시거주 인구들이 다시 직업을 찾아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먹자거리에 사람들 발길 베이징 둥청취(東城區)의 유명한 먹자거리 구이제(鬼街)는 고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중국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사천요리,샤부샤부(火鍋·훠궈)와 마라샤오룽샤(麻辣小龍蝦·가재요리) 등 유명 요리들이 집결된 이곳은 사스 한파로 파리를 날리던 한달 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다. 이곳에 들어서면 30명 정도가 들어가는 소규모 음식점 100여개가 모여 있다.26일 모처럼 내리는 빗속에서도 점심 손님들이 식당마다 가득했다.사천요리 전문점(同利園家常菜)의 한 종업원은 “요즘은 마라샤오룽샤를 먹는 철이라 새벽 2시까지 고객들이 찾아온다.”며 “점심 저녁 때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라고 자랑한다. 단골손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중년남자는 “쏸차이위(酸菜魚·생선요리) 맛이 기가 막히게 맛있어 자주 찾는다.”며 “사스에 더이상 신경을 안쓰게 돼 무엇보다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는다. oilman@ ■사스가 몰고온 사회변화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사회적인 면에서 중국 대륙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사스 진원지로서 국제적 망신을 당했고 사스 은폐 의혹을 사면서 도덕성까지 의심을 받았지만 선진사회로 가는 데 획을 긋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많다. 우선 청결에무관심했던 중국인들의 위생 관념을 철저하게 바꾸는 계기가 됐다는 점은 중국인들도 수긍하는 대목이다.“중국 정부가 10년 동안 해도 안 되는 일을 사스가 두 달만에 해냈다.”는 농담이 오갈 정도다. 외국인들이 가장 혐오스러워하는 ‘침뱉기’도 사스기간 중에 상당히 줄어들었다.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서는 50(7500)∼100위안(1만 5000원)의 벌금을 물리고 있고,부녀회 등에서는 ‘침뱉는 봉투’를 거리에서 나눠주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도 동원하고 있다. 인터넷 사회로의 일보 전진도 사스가 가져온 순기능이다.외출을 삼가는 대신 인터넷 쇼핑몰이나 인터넷 게임 업체들이 호황을 이룰 정도였다.현재 6000만명 정도의 인터넷 인구는 연말까지 1억명 정도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 인구가 급증하고 자동차 판매가 급증한 것도 사스 여파로 생긴 재미있는 현상이다.사스 이전에는 골프장이나 연습장에 중국인들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평균적으로 30% 이상이 늘었다는 것이 관련업체들의 설명이다. 개혁·개방으로 양산된 중산·부유층들이 사스를계기로 눈치를 보지 않고 골프를 치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모이는 대중교통을 피해 과감하게 ‘마이카’를 선택했다. 한국의 대표적 식품인 김치(파오차이·泡菜)가 사스의 ‘특효약’이란 소문이 중국인들 사이에 입으로 전달되면서 김치 인기가 상한가를 기록한 것도 뜻하지 않은 결과였다. 중국 베이징의 대형 매장인 까르푸점에서 김치 판매량이 10배 이상 늘어나는 등 김치 열풍은 아직도 ‘진행형’이다.‘하선정’ 등 한국 김치업체들이 앞다퉈 중국 시장을 노크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중국 정부도 사스 퇴치에 총력전을 펼치면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총서기 중심의 제4세대 지도부가 ‘민심’을 얻게 됐다.사스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애국심과 단결력을 이끌어낸 것도 커다란 수확일 것이다.그러나 투명 행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중국 정부에 새로운 숙제로 작용할 것이다. ■인민대회당 파격 이벤트 중국 인민대회당이 사스로 발길이 끊긴 관광객들을 다시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만찬을 대접하기로 했다.구샤오위안(顧曉園) 베이징시 관광국 부국장은 26일 다음달 4일부터 베이징을 방문하는 외국인 단체관광객 1500명에게 금요일마다 인민대회당에서 식사를 대접한다고 밝혔다. 구 부국장은 “이번 행사는 사스로 타격을 입은 관광업을 되살리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관광산업을 키우고 사스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모든 대책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인민대회당 만찬 초청 대상은 선착순이며 타이완과 홍콩,마카오를 포함한 동남아 국가에서 입국하는 관광객 500명,일본 300명,미국과 유럽 700명 등 지역별 할당제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다음달 4일 베이징 공항에 도착하는 첫 외국인 단체관광객들에 대해서는 베이징시 정부 지도부가 직접 공항으로 영접을 나가 환영행사와 함께 감사의 선물을 준다.”고 말했다.구 부국장은 “베이징시 관광국은 중국 여행을 촉진하기 위해 관광 판촉 행사에 돌입한다.”면서 “특히 해외에 베이징 여행광고를 낼 경우 시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합
  • “40여년 민속자료 수집 창고가 박물관 됐지요”심우성 공주 민속극박물관장

    “40년이 넘도록 민속자료들을 얻고,사들이기도 했는데 집에는 놓아둘 곳이 없었어요.그래서 창고나 지어볼까 했는데 박물관이 됐지요.” 민속학자 심우성(沈雨晟·69)씨가 요즘 가장 아끼는 직함은 ‘공주민속극박물관장’.“어떻게 박물관을 지을 생각을 했느냐.”는 물음에 그는 껄껄껄 웃으며 이런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사실은 오늘날의 희곡과 연극자료까지 모두 다루는 연극박물관을 지으려 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그 ‘꿈’이 아직도 진행형인지는 끝내 밝히지 않았지만…. 1996년 문을 연 박물관의 부지는 3000여평.민속극자료관과 농기구자료관이 있는 전시동과 심우성의 공부방이 있는 사무동,그리고 당집을 재현한 ‘돌모루당’을 무대로 쓰는 야외극장으로 구성됐다.돌모루는 박물관이 들어서 있는 마을의 이름이다.전시동의 1층은 소극장 아리랑.공연과 행사를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다. 여기에 자그마한 2층짜리 전시관을 하나 더 짓고 있다.전통공예관과 토착신앙관으로 한 층씩을 꾸밀 생각이다.오는 10월 아시아일인극제가 열리기 전까지는 문을 열 것이다.그는 아시아일인극협회장으로 올해 8회째 맞는 아시아일인극제를 주도한다. ●민속극과의 운명적 만남 민속극박물관이 있는 충남 공주시 의당면 청룡리는 15대를 이어온 심우성의 고향이다.어린 시절 서울로 올라간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1995년.50여년 만이었다.고향은 그에게 민속학자로서 오늘이 있게 한 결정적 계기도 만들어 주었다. “한국전쟁 당시 열일곱살이었어요.서울에서 6년제 휘문중학교의 4학년에 다닐 때지요.거리에서 인민군에 끌려가 방망이 수류탄 하나만 달랑 차고 황간까지 내려갔지요.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명령계통이 사라지자 모두 흩어졌어요.그래서 고향집으로 돌아왔지요.” 집에는 정광진(丁光珍)이라는 병든 머슴 한 사람만 남아 있었다.휘문중학 연극반이었던 그는 골방에서 ‘조선연극사’를 찾아냈다.젊은시절 남사당패였다는 정 영감은 탈이며 농악장면이 담긴 책을 보더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늦가을까지 석 달 동안 들려준 남사당패 이야기는 공책으로 8권이 됐다.이후 홍익대 신문학과를 다니며 1954년 서울중앙방송국 아나운서가 됐다.5년 뒤 아나운서를 그만둔 것은 민속학자 임석재 선생이 “그러다 바람둥이 되겠다.”고 말렸기 때문.그만큼 아나운서는 인기가 높았다. 임 선생의 뜻대로 발로 뛰는 민속학자의 생활이 시작됐다.1965년에는 민속극회 남사당,다음해엔 한국민속극연구소를 만들었다.1974년에는 ‘남사당패 연구’를 펴냈다.정 영감의 이야기를 메모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는 지금도 “정 영감이 나의 스승”이라고 말한다. 1963년부터 3년 동안은 요즘 TV코미디에서 종종 패러디되는 국립영화제작소의 대한뉴스 아나운서로 활동했다.KBS와 MBC,지금은 없어진 TBC 등의 TV가 생길 때마다 전통예술 프로그램을 도맡았다.최근까지도 SBS라디오에서 ‘심우성의 서울이야기’를 진행한 ‘민속의 전도사’다. 그는 1980년에는 ‘홍동지의 나들이’로 일인극배우로 ‘데뷔’했다.분단 이후 목숨을 잃은 젊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결혼굿’은 1998년 발표 이후 한 해 4∼5차례는 초청받는 인기 레퍼토리.지난해에는 부산 아시안게임 선수촌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백제 기악 복원 학술심포지엄 주도 민속극박물관에서는 지난 14일 ‘백제 기악(伎樂) 복원을 위한 방안 모색’을 주제로 국제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오는 30일까지 공주 일원에서 열리는 제21회 전국연극제 행사의 하나지만,그에게는 더욱 감회가 깊었다.목각탈제작자로 지난해 작고한 아버지 심이석(沈履錫) 선생의 마지막 작업이 기악탈 복원이었기 때문이다. “백제탈의 존재를 알려준 사람은 ‘조선과 그 예술’을 쓴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의 동생으로 일본 민예관 관장인 야나기 무네미치(柳宗理)였어요.1994년부터 3차례나 일본을 찾아 도쿄국립박물관과 정창원 등에 소장되어 있는 기악탈을 둘러보았지요.” 서연호 고려대 교수와 일본의 기악을 복원한 덴리(天理)대학의 사토 고오지(佐藤浩司) 등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이 대거 참여한 심포지엄은,기악이라는 백제시대 탈놀이의 복원을 위하여 실마리를 찾는 작업.“이런 기회에 기악에 ‘미치는’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바람이다. ●지역청소년 문화운동가로 또다른 삶 심우성은 요즘 ‘지역 청소년 문화 운동가’가 되어 있다.농촌 아이들이 오히려 도회지 아이들보다 전통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그는 “서울 유치원에서는 민요를 가르치지만 농촌 유치원생은 서양노래만 부른다.”면서 “농가부채 탕감도 중요하지만 농촌 청소년들이 다양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 청소년들이 농기구를 그리는 숙제를 하러 박물관에 찾아오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우리 춤의 기본사위와 우리 음악의 기본가락,민요를 가르치는 ‘청소년 어울마당’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교통비만 주면 달려오는’ 제자들이 적지 않아 이런 의미있는 작업도 가능하다. 심우성은 “박물관 운영은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에 “그러지 않아도 박물관 이름이 조금 알려지니 ‘돈 많이 벌겠다.’고 하는 이가 없지는 않다.”고 농담을 했다.그는 “박물관 입장료로는 표파는 직원의 봉급도 안 되니,월급 안 줘도 되는 아들과 며느리를 데려다놓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하고는,“정 돈이 떨어지면 청소년수련시설 자리로 생각하고 있는 앞산이라도 팔아서 쓰면 되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면서 웃었다. 공주 서동철기자 dcsuh@
  • [수평사회를 만들자](5)해외에서는 - 프랑스의 지방대 육성방안

    프랑스의 대학들이 변하고 있다.과거 국가의 재정 지원으로만 운영되던 대학들이 기업과 연구소,지방자치단체와 연계,특성화를 통해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21세기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도 참여정부 들어 지방발전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특히 지방대를 중심으로 한 지역 특성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학벌사회의 최대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는 지방대들은 정부의 방침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우리에 앞서 ‘지방 살리기’에 나선 프랑스를 찾았다. |글·사진 파리 김재천 특파원|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시내 전체를 내려다보면 남쪽으로 우뚝 솟은 검은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파리 6·7대학으로 불리는 이 대학은 이공계 분야 학과가 집결돼 있는 곳.지난달 22일 오후 이 곳을 찾았을 때는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건물에서 배어나오는 석면을 제거하는 작업이었다.지난 1960년대 신축된 이 대학은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석면가루가 검출되면서 최근 대대적인 보수공사에 들어갔다.이같은 대학 보수공사는 최근 3년 동안 강의실에서 학생 식당,기숙사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전역 1000여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의 대학 시설 보수는 지난 99년 말 클로드 알레그르 교육장관이 발표한 ‘세번째 천년의 대학’(U3M·Universit du 3 Millnaire) 계획안에 따른 것이다.21세기 프랑스 대학 교육의 청사진으로 불리는 U3M의 핵심은 대학의 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를 위해 각종 시설을 보수하고 지방대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연구소 등을 하나로 묶는 네트워크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2000∼2006년 1단계에만 모두 460억 프랑(9조 6600여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U3M은 지난 91∼99년 진행돼온 ‘2000년의 대학’계획안(U2000)의 연장선상에 있다.프랑스는 이 기간 동안 400억 프랑(8조 4000억원)을 들여 대학의 양적 팽창을 추진했다.대학 시설을 늘려 대학 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계획이었다.이에 따라 현재 프랑스 전역 에는 93개의 대학이 산재해 있다.우리의 교육인적자원부에 해당하는 교육·기술·연구부의 대학재정시설 담당관인 에릭 아플로테(52)는 “U2000이 모든 학생들에게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교육의 민주화였다면,U3M은 U2000에서 이뤄진 공공교육을 바탕으로 대학의 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갖추는데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U3M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프랑스 교육체제의 특성상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절실했던 까닭이다.아플로테는 “21세기에 다른 유럽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프랑스 대학들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U3M이 탄생했다.”고 밝혔다.유럽 통합 이후 프랑스의 과학기술 분야가 뒤처지고 있다는 내부 비판에 따른 계획이었다. 이같은 고민의 해결책으로 프랑스가 선택한 길은 지방 특성화였다.각 지역별로 특정 기술분야를 선정,대학과 지자체,기업,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참여한다는 복안이다.특히 그동안 중앙정부가 전액 지원했던 재정을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공동 부담하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국가-지역계약계획’(CPER)이라 불리는 이 제도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U3M 재정의 절반 또는 비슷한 수준을 부담하고 있다. 지역별 특성화 분야는 각 지자체와 그 지역 내 대학,기업,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결정한다.예를 들어 릴과 스트라스부르,툴루즈,몽펠리에 등에서는 유전공학을 특성화 분야로 추진하고 있다.중앙정부는 일절 간여하지 않고 부담액만 지원한다.각각의 역할은 분담돼 있다.대학은 인재를 배출하고,연구소와 함께 기술을 개발한다.기업은 이들과 함께 신기술 개발에 나서고 지역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이다.크레테이 지역 재정담당관인 도미니크 부쟁스몽빌은 “기업과 대학을 연결시키고 여기서 얻어진 이윤을 사회로 환원시키는 체제를 만들자는 취지”라면서 “대학과 연구소,기업이 비싼 기자재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는 U3M 계획의 성공 여부는 네트워크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각 분야별로 지방을 특성화해도 이를 서로 연결시키지 않으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2단계로 2007∼2015년까지 22개의 국립기술연구센터(CNRT)를 설립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국립기술연구센터는 대학과 기업,연구소 등의 협력 연구체제의 중심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크레테이 지역 학생생활담당관인 실뱅 드몽은 “예전에는 대학들이 학문 중심으로만 움직였다면 이제는 대학과 기업 모두 이대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에서 서로 손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patrick@ ■스트라스부르 루이 파스퇴르大 베르나르 카리에르 총장 스트라스부르 루이 파스퇴르 대학의 베르나르 카리에르 총장은 중앙정부와 시·도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에 공동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가 마련된 것을 U3M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중앙과 지방,대학,기업 등의 역할이 분담되면서 모두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재정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었다.과거에는 교육·기술 관련 예산을 국가가 전액 부담했다. 스트라스부르를 비롯한 알자스 지방이 중점 추진하고 있는 분야는 화학과 생명공학,무기공학,환경유전공학 등 4개 분야.그는 “이 지역의 기업과 대학,연구소 등을 하나의 망으로 연결하는 계획이 마무리되는 올해 말까지 1억 1300만 프랑(237억여원)을 투자한다.”고 했다.지방 기업과 대학들의 경쟁력을 본격적으로 높이는 2004∼2006년에는 1억 200만 프랑(214억여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는 “스트라스부르만 해도 올 한해에만 최대 4000만 프랑(84억원)이 투입된다.”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절반씩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루이 파스퇴르 대학은 인재를 길러내고,기업들은 연구소를 비롯한 관련 시설을 대학과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알자스 지역에서는 물루즈의 섬유공장과 오베르네의 수력발전소,생루이의 기상연구소,아그노와 위상부르의 기업들이 동참하고 있다.그는 현재 지방대와 기업,연구소,지자체 사이의 정보 네트워크를 더욱 촘촘히 엮을 청사진을 준비 중이다.서로 뭉치는 것이 지방이 살아남고 경쟁력을 갖추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최근 4년간의 경험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그는 “앞으로 사이버대 설립과 대학과 기업간의 기술이전 및 연구·교육활동을 결합시키는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지방대와 학벌 / 홍덕률 대구대교수 사회학 지방대학이 어렵다.정원을 못 채워 곧 문닫는 대학이 나올 정도다.구조조정과 퇴출도 이제 대학가에서 낯선 단어가 아니다.새 정부가 지방대를 지원하겠다고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지방대 지원이 중환자에 링거주사 꽂는 격이어서는 안된다.지방대를 지원해 위기에 빠진 지방 경제와 문화를 살려내겠다는 참여정부의 정책은 괜찮은 아이디어지만,그것으로 지방대가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다.재정난과 신입생 모집난,취업난도 분명 어려운 숙제지만 그것들이 곧 지방대 위기의 본질은 아니다.문제의 핵심에 다가가지 않고서는 새 정부의 새로운 지원책들도 무위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지방대 위기의 핵심은 무엇인가.쉽게 말하면 일류대에 가지 못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기죽는 것이다.지방대 간판으로 험한 세상을 헤쳐갈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의기소침한 것이다.실제 자신감을 잃은 젊은이,자존심에 상처받은 대학생들은 답답할 정도로 소극적이다.서울의 명문대에 편입할 수 없을까 기웃거리면서 소중한 1∼2학년을 허송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교육 효과가 높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학사 관리도 부실해지고,이는 다시 취업난으로 이어진다.무한 가능성의 존재인 젊은이가 스스로 패배자로 낙인찍는 것은 자신에게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자존심에 상처받기는 지방대 교수들도 마찬가지다.명문대 교수보다 못할 것이 없다고 자부하면서도 오직 지방대에 몸담고 있다는 이유로 3류 취급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열악한 여건 때문에 훌륭한 연구실적을 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상처받은 자존심을 껴안고 신나게 교육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대학 행정에 참여하면서 교수와 학생의 자존심 회복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설정한 적이 있었다.그리고 자존심 회복이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이요 근본 처방임을 확인했다.신입생 모집난과 취업난도 교수와 학생이 자존심과 자신감을 회복하면 결코 어려운 과제가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했다.상처받은 자존심과 자신감의 상실이야말로 지방대 위기의 핵심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또 어디서 왔을까.말할 필요도 없이 대학의 서열화와 뿌리깊은 학벌문화에서 온 것이다.따라서 학벌 극복이야말로 지방대 살리기의 요체다.그것을 비켜간 어떤 재정지원책도 중환자에 링거꽂기일 뿐이다.문제는 대학 서열화와 학벌 문화를 타파하는 일이 간단치 않다는데 있다.지방대 교수와 학생들이 해낼 수 있는 범위를 크게 넘어서 있기도 하다. 기성세대가 고정관념을 깨뜨리지 않으면 안되고,관공서와 기업의 인사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언론이 낡은 보도관행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되고,국가가 의지를 가지고 장기 과제로 추진하지 않으면 안된다.다행히 참여정부는 ‘차별시정’을 중요한 국정 과제로 설정했다.교육부 업무보고 때도 대통령은 학벌타파를 특별히 당부했다고 한다.부디 참여정부에서만큼은 학벌타파와 지방대 살리기가 작은 열매라도 맺었으면 좋겠다.
  • 투잡스族 “수입 2배 기쁨도 2배”

    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주5일 근무제 확산에 따른 여유 시간이 늘면서 투잡스(two job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투잡스에 성공한 경험자들의 조언을 통해 투잡스에 대한 전망을 설계해 보자.인터넷의 ‘투잡스카페(cafe.daum.net/ihave2jobs)’ 등에서도 본인에게 적합한 투잡스 정보를 구할 수 있다.그러나 최근들어 투잡스를 원하는 직장인들에게 고소득 사업이라는 점을 내세워 접근하는 다단계 피라미드 업체들이 많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웹디자인+코스프레 강지혜씨 강지혜(25)씨는 게임회사 손오공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며 ‘코스프레’로서도 수익을 올리고 있다. 코스프레는 옷을 뜻하는 ‘코스튬’과 논다는 의미의 ‘플레이’가 결합된 일본식 조어다.게임이나 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똑같은 옷을 입고 흉내를 내는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한 강씨는 2년간 한화에너지프라자 회계과에 다니다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 게임유통,제작 등을 하는 작은 벤처기업으로 옮겼다.여기에서 웹디자인을 시작한 강씨는 23세에 대학에 입학,2년 만에 컴퓨터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했다. 그는 대학생활에 대해 “직장을 다니다 보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들어갔지만 웹디자인을 이미 아는 상태에서 입학했기 때문에 배운 것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코스프레를 시작한 것은 98년 초.만화와 게임을 워낙 좋아해 컴퓨터통신 하이텔의 만화동아리에서 활동하다 코스프레 동아리가 생겼다길래 가입했다.박씨는 “초기의 코스프레는 동호회내에서 작은 파티를 열어 좋아하는 캐릭터의 옷을 입고 즐겼는데 최근에는 캐릭터 흉내보다 모델처럼 사진찍기에만 치중해 아쉽다.”고 밝혔다. 그동안 아카나 코믹월드와 같은 큰 만화행사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게임의 춘리,‘귀무자’ 게임의 오유 등 캐릭터의 코스프레를 했다.즐기는 차원이 아니라 돈을 받는 코스프레를 한 것은 99년 대전의 한 백화점 행사에서 춘리 흉내를 냈을 때다.직업적으로 코스프레를 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아 서너달에 한 번하는 아르바이트 정도다.무대에 설 때 받는 돈은 5만원 정도이며 상품권을 받을 때도있다.코스프레를 하기 위해 의상 제작을 하는데 드는 시간은 1주일에서 길면 2∼3주 걸린다.새로운 게임이 출시될 때 게임 속 캐릭터로 분장하고 무대에 서거나 홍보 행사 등에 초청된다. 코스프레 의뢰는 그가 운영하는 개인 홈페이지 ‘candist.com’을 보거나 행사장에서 익힌 안면을 통해 들어온다.직장에서 받는 월급은 120만∼130만원.코스프레로 큰 돈을 벌기 힘들다고 강씨는 말했다.다만 만화를 좋아해 시작한 일로 가끔 돈도 벌 수 있다는 점이 좋을 뿐이다. 나이가 서른이 넘으면 미소녀 캐릭터를 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오히려 웹디자이너로 과외 일을 하는 것이 더 수입이 낫다고 한다.현재는 곧 데뷔준비 중인 한 음악 밴드의 홈페이지를 제작해 주고 있다. 제조업+온라인판매 김용길씨 “한달에 1000만원을 버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용길(26)씨는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블라인드 제조업체에 다니면서 온라인으로 고가의 시계도 판매한다. 4년째 블라인드 납품·배달·제작 등을 하면서 한달에 150만∼200만원을 벌고 시계 판매를통해서도 비슷한 수준의 돈을 번다. 김씨가 파는 시계는 값이 평균 25만∼80만원 선으로 이른바 명품이다.최고 1500만원 짜리도 있다. 그가 온라인 판매에 뛰어든 것은 2000년이었다.처음에는 가전제품으로 시작해서 이것 저것 팔만 한 제품을 찾는데 ‘명품 열기’가 일기 시작했다.장사가 되겠다 싶어 고가품을 파는 사이트에 이메일을 보내 자문을 구했다.답을 보내는 사이트 담당자와 직접 만나 안면을 트면서 온라인 판매에 필요한 기법을 배웠다.현재는 고가품을 파는 사이트만 900개에 달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 고가 시계만을 팔고 있다.한달 매출은 1000만원이며 경쟁이 치열해서 시계 마진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 김씨는 직장생활과 온라인 판매상을 병행할 수 있는 이유로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가 다른 곳에 비해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오전에 끝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퇴근 시간은 오후 6시.직장이 끝나면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온라인 판매에 매달린다. 수입업체로부터 들어 온 시계의 가격을 조정하고,제품 설명을 인터넷에올리며 고객의 상담에 일일이 응한다.낮에도 하루 종일 고객들의 제품 문의에 휴대전화로 답한다.하루 평균 20∼30통의 전화가 걸려오지만 많을 때는 80통 이상도 온다.직장 근무중에도 항상 휴대전화 이어폰을 끼고 시계를 사려는 고객들의 문의에 답하고,심지어 새벽 1시에도 전화를 받는다.‘빨리빨리’를 외치는 한국 사람들의 특성때문에 매일 오후 4시까지 휴대전화로 입금을 확인하고 배송은 시계 수입업체에 의뢰해 처리한다. 김씨는 ‘투잡스’로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처음에는 용돈벌이 한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일단 시작하면 직장근무 이후 남는 시간은 ‘죽어라 매달려야 한다.’고 말했다.온라인 쇼핑몰 운영은 근무중에도 배송이나 고객 상담 등 확인할 일이 많기 때문에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면 상관없지만 영업사원은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달 뒤에는 규모를 키워 시계 외에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온라인 쇼핑몰은 씀씀이는 크지만 한참을 별렀다가 물건을 사는 남성에 비해 맘에 드는물건은 단번에 사는 여성을 겨냥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가방 등 수요가 많은 여성용 액세서리 쪽으로 수익을 확대할 예정이다.김씨는 “밤낮으로 일하다 보니 힘들지만 한살이라도 젊을 때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서 “나이가 나이이니 만큼 현재는 장가 밑천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꽃장식+온라인경매 박경미씨 “이모작에 삼모작까지 하느라고 하루 세시간 밖에 못 자요.” 인테리어 소품점 ‘박꽃이야기’를 운영하는 박경미(37)씨는 꽃장식가와 온라인 판매를 함께 하고 있다.여기에 주부로서의 역할까지 더하면 사모작을 하는 셈이다. 어렸을 때부터 들꽃을 좋아해 꽃꽂이 자격증까지 땄지만 결혼 뒤에는 평범한 주부로 지내면서 집을 예쁘게 장식하는 것에 만족했다.하지만 혼자 보기에 아깝다는 이웃 사람들의 칭찬에 여성 잡지에 스스로 꾸민 집이 여러 차례 실렸고,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꽃꽂이 강습도 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온라인 경매업체인 옥션에서 화환,향,화분,액자,인형 등 인테리어 소품을 팔기 시작했다.건축업과 정수기 사업을 병행,역시 ‘이모작’을 하는 남편의 디지털 카메라를 빌려 직접 만든 소품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특히 지난 연말에 독특하게 디자인한 촛대와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넉달 만에 옥션에서 구매만족도가 높은 ‘파워셀러’가 됐다.최근에는 녹두,현미,보리,흑임자 등을 직접 사들여 씻어 말린 뒤 방앗간에서 갈아 만든 곡물팩을 인기리에 판매하고 있다. 꽃장식가로는 백화점의 옷 매장과 경남 인제대의 화장실 등을 디자인했다.하루 출장비는 6만∼10만원.5시간쯤 걸리는 카페 장식을 해 주면 모두 150만∼200만원을 받는다.온라인 판매까지 합친 한달 총 매출은 1000만원 미만이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있는 ‘박꽃이야기’는 지난 1월 문을 열었다.손님은 단골인 동네 주민 정도로 그리 많지 않다.동네 손님보고 장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인터넷에서 파는 소품을 직접 보고 싶어하는 온라인 ‘팬’들과 모임을 갖고,작업장도 겸하기 위해 비교적 값이 싼 가게를 아는 사람을 통해 구했다.멀리 제주도,강원도에서 그가 만든 아기자기한 장식품에 반한 사람들이 찾아온다.가게에서 모퉁이만 돌면 되는 곳에 집도 구해 수시로 들락거리며 자녀들의 간식거리와 숙제를 챙긴다. 박씨가 만든 소품이 팬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인기를 끈 것은 다름아닌 꼼꼼한 정성 덕분이다.남편에게조차 부탁하지 않는 완벽주의 근성의 그는 포장을 직접할 뿐더러 제품 사용법을 간단한 메모나 편지로 써 함께 부친다. 앞으로 꿈은 ‘박꽃이야기’를 전국적인 체인점으로 키우는 것이다.직접 만들고 디자인한 그릇,쿠션 등의 인테리어 소품 외에도 동양 허브와 들꽃을 말린 차를 팔고 한쪽에는 식당이나 커피숍까지 운영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벌써 상표등록까지 마쳤다. 그는 본인처럼 만들고 꾸미기를 좋아해 부업을 하고 싶어하는 주부들에게 “처음부터 가게를 여는 등 거창하게 시작하지 말라.”고 충고했다.일단 직접 만든 소품을 인터넷 사이트에 소규모로 팔면서 스스로의 실력을 가늠하고,시장의 반응을 확인한 뒤 가게를 내거나 사업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
  • [사설] 정당보조금 통제 강화해야

    정당보조금을 멋대로 사용하는 것은 치유불능의 고질병인가.중앙선관위가 적발한 부정사용 사례는 기가 막힌다.보조금으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했는가 하면 치아 보철 치료비로 사용하기도 했다.결혼 축의금으로 지출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가짜영수증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선관위는 이에 따라 모두 4억 9300만원의 감액처분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실사대상인 지난해 정당보조금 1138억여원에 견주어 보면 매우 적은 액수다.그러나 각당의 증빙서류 중에는 세법상 인정받지 못하는 간이세금계산서 등이 다수 포함된 점으로 미루어 부정 사용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여겨진다. 정당에 국가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투명한 정치를 위해서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치판은 오염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무슨무슨 게이트니 해서 꼬리를 무는 검은 돈 스캔들이 이를 증명한다.이런 판에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한 보조금을 편의대로 흥청망청 사용했다니 그저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정당보조금을 아예 없애라는 소리가 나와도 정치권은 할 말이 없게 됐다. 하지만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각 정당은 국고보조금에 목숨을 걸 정도로 중독돼 있다.따라서 보조금 사용 통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무엇보다 관련법의 지출허용 항목 중 ‘기타 정당활동에 소요되는 경비’ 항목은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자금횡령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그리고 정책개발비는 반드시 워크숍이나 공청회 등 정책연구에만 사용토록 엄격히 한정해야 한다.당비 의존도를 높이는 방안은 모든 정당이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다.
  • 여중생 사망 1주기 / 촛불시위 이끈 사람들

    “대장암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링거를 꽂고라도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밝힐 겁니다.” ‘광화문 할아버지’로 불리며 지난 1년간 촛불시위 현장을 지켜 왔던 이관복(71)씨.두 여중생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촛불을 들었던 이씨에게 13일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갑작스레 대장암 진단을 받고 지난 2일 서울 보훈병원에서 대수술을 받으면서도 생사의 기로에 선 운명보다 1주기 추모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안타까움에 더 가슴이 아팠을 정도다. 이씨는 “거리를 지나는 동년배 노인들이 ‘빨갱이’라며 손가락질하기도 했지만 두 여중생의 억울한 죽음앞에 너나 할 것 없이 앞장섰던 국민들이 너무도 자랑스러웠다.”고 돌아봤다. 여중생 범대위측에 매달 후원금 50만원을 지원해온 의사 안병선(52·여)씨는 13일 병원문을 일찍 닫고 광화문으로 달려갈 작정이다.그는 “지난해 연말 촛불시위를 한 뒤 범대위가 6000여만원의 빚을 졌다는 말을 듣고 너무 안쓰러워 작은 성의를 보태고 있다.”면서 “촛불의 힘이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훈련소로 향하던 미군탱크를 온몸으로 막은 이후 ‘장갑차 언니’로 불리는 김지은(26·여)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또다시 울먹였다.김씨는 “사건이 터진 지 두어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주민들에게 사전공지도 하지 않은 채 또다시 탱크를 몰고 훈련을 하러 가는 미군을 보고 화가 났었다.”고 밝혔다. 경찰이 꿈인 신한얼(10·경기 남양주 진건초 3)군은 촛불시위 때마다 연단에서 당찬 연설을 하는 바람에 집회 참가자 사이에 ‘유명인사’가 됐다.신군의 아버지 영철(45)씨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느라 피곤해서 쉬려고 하면 한얼이가 차비 3000원만 주면 혼자라도 갔다 오겠다고 졸라대곤 했다.”면서 “기성세대가 풀지 못한 숙제를 아들 세대에서는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으로 170여차례 집회에 아들 손을 잡고 나섰다.”고 말했다. 구혜영기자 koohy@
  • “반미주의 확산 美 스스로가 풀어야 할 숙제”하와이 동서문제연구소 찰스 모리슨 소장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방노선을 고집하는 현 미국 정부는 세계 평화를 위해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찰스 모리슨(사진) 미국 하와이 동서문제연구소 소장이 세계경제연구원의 초청으로 방한,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새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모리슨 박사는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미국의 정책이 안보 문제에 집중되기 시작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모리슨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미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대외 정책은 테러 위협으로 인한 위기감에 기초한다.부시 행정부는 취임 초기 중대한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기회를 얻게 됐지만 이같은 위협이 재발할 경우 좌초할 수도 있는 위기를 동시에 안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리슨 박사는 미국의 대북 인식도 이같은 안보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부시 행정부는 최근 북한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고 한다.그는 “미국이 북핵을 테러리스트의 위협으로 간주하게 됐다.”고 단언했다.이는 북한이 동북아시아의 균형을 깰 수 있다는 한국과 일본 등의 대북인식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북한의 핵개발프로그램 보유 발표가 그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인 평가가 북한 정권의 교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모리슨 박사는 강조했다.그는 북핵정책을 놓고 견해차가 존재하지만 북·미 관계에 점진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또 미국과 아·태지역의 전반적인 관계는 양호한 편이며 한·미 관계 역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모리슨 박사는 그러나 이라크전 후 확산된 반미주의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전세계 시스템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했던 과거 미국과 달리 부시 행정부는 이기적이고 군사적 해결을 우선시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주고 있다면서 “미국이 공공외교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유사법제 의혹과 불안”/ 盧, 日국회 연설… 어제 귀국

    |도쿄 곽태헌특파원| 노무현 대통령은 9일 유사법제와 관련,“방위안보법제와 평화헌법 개정에 관한 논의에 대해 의혹과 불안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일본 국회 연설을 통해 “불행했던 과거사를 상기시키는 움직임이 일본에서 나올 때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의 국민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노 대통령은 “불안과 의혹이 전혀 근거없는 것이 아니라면,또는 과거에 얽매인 감정에만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본은 아직까지 풀어야 할 과거의 숙제를 다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노 대통령은 “과거는 과거대로 직시해야 한다.”면서 “자기반성을 토대로 상대방을 이해하도록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진실을 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도자의 용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영빈관에서 출입기자들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결단을 갖고 해보자.”고 “가급적 빨리 서둘러야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노 대통령은 FTA 체결에 앞서 일본측이 한국인에 대한 비자면제 등 성의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도 시사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4일간의 일본 국빈방문을 마치고 9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tiger@
  • 월街 분식회계로 본 한국경제 / EBS ‘월스트리트가 주는 교훈’

    “SK글로벌과 코오롱TNS의 분식회계 사건을 교훈삼아 우리 경제가 풀어가야 할 숙제들을 살펴보겠다.” EBS ‘시사다큐멘터리’가 ‘월스트리트가 주는 교훈-왜 경영 투명성인가?’(연출 권혁미,수요일 오전 10시)를 마련하면서 밝힌 제작의도이다. ‘월스트리트…’는 미국 PBS 다큐멘터리 ‘월스트리트 픽스’를 바탕으로 국내외 학계와 정부,민간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을 들어보았다. 2001년 가을,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기업관련 스캔들이 터지면서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는다.15억 달러에 이르는 엔론사의 회계조작 사건을 비롯하여 월드컴과 제록스 등 미국 대표기업의 분식회계가 속속 밝혀지고 사태는 내부자 거래와 탈세로까지 연결됐다. 시티그룹 소속 투자은행들은 월드컴이 파산하기 직전까지 투자자들에게 주식 매입을 권유하여 170억 달러 어치를 일반 투자자에게 팔아치웠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엘리엇 스피처 뉴욕주 검찰총장은 증시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에 유리한 투자의견서를 꾸며 투자자들에게 해당 주식의 매입을 권유했다고 월스트리트를 비판한다. 일반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는 7조 달러에 이르렀다.비즈니스 위크의 칼럼니스트 존 번은 “문제가 된 회사들은 모두 견제를 통한 균형을 이루지 못했고,기업전체를 투명하게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유관희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분식회계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에 있지만,이것을 보이지 않게 부추긴 것은 전체적인 경제시스템”이라고 지적한다.그는 국제 자본시장에서 한국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주식이 헐값에 거래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투명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김경원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정보를 숨길수록 시장의 징벌을 받게 된다는 것을 명심시켜주어야 한다.”면서 “회계부정이나 조직적인 시장조작이 불가능하게 만들어 경영 투명성을 강화,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한국 기업들의 분식회계 사건들은 월스트리트 사건들의 재판”이라면서 “더 늦기 전에 기업경영의 투명성을높이고 회계제도를 개혁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수평사회를 만들자](5)해외에서는 - 영국의 독특한 자격제도

    영국의 자격제도는 학생들에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맘껏 준다.학위 하나로 평생을 우려먹는 학벌 사회와는 달리 자격증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격제도가 없는 나라는 없다.그러나 효율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하는 탓에 형식적으로 운영된다.영국은 일반교육과 직업교육의 징검다리로 자격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때문에 일정한 교육과정이나 직장 경험을 조건으로 내걸지 않는다.원하면 자격증에 도전할 수 있고 취득하면 하나의 학위처럼 인정된다. 학교 교육에 자격제도를 접목,인적 자원의 사회적 기여를 높이려는 영국의 노력을 살펴본다. |런던 김재천 특파원| 영국의 자격제도의 특징은 자격제도가 학교교육과 밀접하게 서로 연계돼 운영된다는 점이다.학생들은 희망에 따라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위한 자격을 준비할 수 있다.일반 학교교육과 직업교육의 자격을 동등한 가치로 인정한다는 점이 우리와는 다르다. 자격제도를 이처럼 대학 진학을 위한 자격과 연계,운영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일반국가직업자격(GNVQs·General National Vocational Qualifications) 덕분이다.GNVQs는 취업에 필요한 기초 직무수행능력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대학 진학에 필요한 학력 자격으로 인정해준다.때문에 학생들은 우리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자격시험인 A레벨을 위한 공부를 할지,직업을 갖기 위한 공부를 할지를 결정,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다.GNVQs자격을 딸 경우 수준에 따라 나중에라도 대학 진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GNVQs과정은 인문·실업계를 망라한 모든 중등교육 기관에서 운영된다.의무교육기간인 16세까지는 국가교과위원회에서 지정한 교과과정을 배워야 한다.그러나 이후부터는 학생의 희망에 따라 학교장 재량으로 GNVQs과정을 밟을 수 있다. GNVQs는 초급과 중급,고급의 3단계로 운영된다.분야에 따라 단계마다 7∼9개 과목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한 과목이라도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그 과목은 다시 시험을 치러야 한다.직업자격이기 때문에 교육과정은 이론과 실습,시험으로 연결되는 일련의 코스워크로 구성된다.학생들은 다니고 있는 학교는 물론 직업학교 등을 오가며 교육을 받는다. 영국의 자격은 크게 일반교육과 직업교육을 합쳐 5가지다.일반교육 관련 자격은 고교 졸업시험인 GCSE(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와 대학입학자격시험인 GCE(General Certificate of Education)로 나뉜다.GCE는 A레벨과 AS(Advanced Supplementary Course)로 구별되는데,통상 2개의 AS는 1개의 A레벨로 인정된다. 직업교육 관련 자격은 GNVQs와 국가직업자격(NVQs·National Vocational Qualifications) 등 2가지다.NVQs는 특정 분야의 업무와 관련된 자격으로 실무위주로 교육이 이뤄진다.우리의 자격제도에 해당한다.GNVQs는 NVQs보다 훨씬 포괄적이다.취업에 필요한 기초 직무수행능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학력으로 인정한다. 예를 들어 여행업의 경우 NVQs가 여행 실무를 위한 자격이라면 GNVQs는 여행업에 종사하기 위한 준비자격에 해당한다.일정 수준의 GNVQs를 땄다면 관련 분야의 비슷한 수준의 NVQs 또는 GCE,GCSE의 학력을 인정해준다.관련 대학의 학과에 진학하거나 석사 학위에 도전할 수도 있다.GNVQs가 직장과학교를 오갈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GNVQs가 도입된 것은 지난 92년.80년대 말 중등교육 과정을 마친 학생들의 취업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직장도 학교도 다니지 않는 16∼19세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마련됐다.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던 실업계 자격증에 대해 인문계열 자격과 동등한 대접을 해주는 것이 필요했고,이는 상호 옮겨다닐 수 있는 통로를 마련,장벽을 없애게 된 계기가 됐다.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직업현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운영하고 있던 NVQs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GNVQs는 최근 V-A레벨(Vocational A-Level)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대학 진학에 필요한 시험인 A레벨과 마찬가지로 특정 분야의 직업에 필요한 자격시험으로서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대학 진학에 필요한 자격시험인 A레벨도 점차 구체적인 직업에 필요한 3∼6과목의 점수를 요구하는 직업관련 자격으로 분화되고 있다.인문계와 실업계를 가리지 않고 구체적인 직업에따라 자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자격·교육과정공사(QCA) 홍보담당 앤 하퍼(Ann Harper·여)는 “수시로 변모하는 기업들과 직업의 변화에 맞춰 영국의 자격제도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인문계·실업계를 가리지 않고 체계적인 직업훈련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은 GNVQs(V-A레벨) 덕분”이라고 소개했다. patrick@ ■英 자격·교육과정공사 루스 존스 자문위원 영국 자격·교육과정공사(QCA) 정책자문위원인 루스 존스(Ruth Jones·41)는 GNVQs(V-A레벨)의 가장 큰 성과로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학교에서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대학 진학이 아닌 다른 길을 가려는 아이들을 학교가 도와준다는 설명이었다. “영국에서는 만 16세가 되면 학생 스스로 배울 것은 다 배웠다고 생각합니다.학교를 떠나거나 직업학교에 가서 돈을 버는 것을 매력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하지만 학교에 남아 자격증을 통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아졌습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대학 이외에 다양한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이러한 제도가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한 차례 시험으로 끝나는 A레벨과는 달리 학습과 평가가 계속 이어지는 여러 차례의 코스워크로 구성돼 있는 탓에 관리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그는 “학생 개인에게는 학교에서 다양한 분야를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교사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면서 “이런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남은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진학에만 매달리는 한국 교육의 실정에 대해 “영국도 한국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예전과는 달리 점차 이곳에서도 한국처럼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성향이 적지 않습니다.취업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A레벨 2과목의 성적만 있어도 직장을 구하기 어렵지 않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A레벨 3과목의 자격이 있어도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몇 년째 취업난이 이어지다 보니 기업들도 대졸자 채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그는 “10년 전에는 19세 학생의 8%만 대학에 진학했지만 지금은 30%로 늘었다.”고 소개했다.그는 “어느 나라 부모가 자식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대학을 보내고 싶어하지 않겠느냐.”고 했다.부모 마음이라면 어려서부터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직업교육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만고불변의 진리’였다.그러나 그는 “이러한 엄연한 현실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대학 진학만이 아닌 수많은 다른 길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기회를 주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가능성이 무한한 아이들에게 대학 진학만이 유일한 길인듯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英 QCA는 자격·교육과정공사(QCA·Qualification and Curriculum Authority)는 정부 기관이다.예산은 정부 기금이지만 운영은 독립적이다.5∼14세의 교과과정과 15∼18세 학생들이 치르는 모든 시험을 관리한다.우리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해당한다.각종 공식 시험을 전반적으로 감시·감독하는 것은 물론,교과과정을 연구,제공하고 사후 평가하는 것이 주 업무다. 시험기관은 따로 있다.현재 영국 내 시험출제기관은 OCR와 에덱셀(Edexcel) 등 줄잡아 50여곳으로 모두 민간이 운영하는 비영리기관이다.대학 진학시험을 출제하는 곳은 4∼5개.나머지는 직업교육 관련 출제 기관이다. 지난해 10월에는 QCA에 이들 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것은 물론 감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돼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시험 출제기관들의 난립으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데 따른 조치였다. QCA가 처음 문을 연 것은 지난 97년 10월.같은 해 ‘97교육법안’(The Education Act 1997)이 통과되면서 교육과 훈련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둘 사이의 교육과정을 일치시키기 위해 설립됐다. 최근 QCA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민간 시험은 물론 국가에서 주관하는 시험까지 인터넷으로 실시하는 ‘온라인 시험 시스템’이다.우리와는 달리 답안지를 우편으로 배달하는 방식이다 보니 잃어버릴 가능성도 높은데다 채점도 번거롭기 때문이다.시험의 내용은 21세기를 넘나드는데 형식은 19세기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내부 지적에 따른 것이다. 온라인 시험은 지역마다 설치된 시험센터에서 온라인으로 시험을 치르고 중앙 채점센터에서 온라인으로 채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QCA관계자는 “인터넷이 발달된 한국 업체와도 기술적으로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 [열린세상] 일그러진 의료현실

    선진 의료 제도에 비하여 우리네 의료 제도의 모습은 몹시 일그러져 있다.과잉 진료,과잉 처방,소비자의 메디컬 쇼핑,고급 기술 과다 사용,경증질환 서비스 과다 이용 등 왜곡된 행태가 우리네 제도를 압도하고 있다.1인당 국민 소득 34위의 국가에 CT나 MRI와 같은 최신 고가 의료장비의 단위 인구당 보유는 세계 3위로 기록되고 있는 실정이다.그 결과 진료비 증가는 급격하며,의료 이용상의 비 형평은 높고,제왕절개나 치식술 사용,혹은 항생제 과다 처방의 예에서 보듯이 의학적 기술 수준은 높지만 환자에게 다가오는 의료 서비스 질의 문제는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의료 제공자,의료 이용자,그리고 정부는 서로 상대방의 탓만을 지적하고 있다.특정 서비스나 처치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현실에서 책임은 의료 이용자에 있다고 주장하는 의사들,소비자의 미흡한 의료 지식을 빌미로 불필요한 처치나 과다한 이용을 유도하는 의료 제공자들에게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는 소비자들,사사건건 정부의 정책을 오해하고 반대만을일삼는 소비자 단체와 의약계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정부,이 삼자는 각자의 논리대로 책임소재를 정하고선 비난의 화살을 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현실의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다.해결을 위한 첫걸음은 무엇보다 의료 서비스란 무엇인가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에서 출발한다. 다른 재화와는 달리 의료에 대한 지식은 대부분이 의료 제공자의 손에 쥐어져 있다.따라서 많은 결정은 제공자인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게 된다.그런데 의사라고 모든 진단과 처방을 오차 없이 할 수는 없으며,질환 치료에 유일한 치료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여러 치료법이 존재할 수 있으며,의사의 모든 치료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의사 결정도 나름대로 한계를 갖게 된다. 다시 말해 의료 서비스는 정보의 비대칭에 ‘가변성’이 매우 큰,그래서 개념적 정의가 어려운 재화에 해당한다.그렇기 때문에 논의의 폭도 넓지만 논란의 여지도 많을 수밖에 없다.이런 가변성이 큰 재화의 이용과 관련한 부분을 간단한잣대를 가지고 통제하거나 조정하기란 매우 어렵게 된다.따라서 정부의 섣부른 규제나 통제는 오히려 제공 행태,이용 행태의 왜곡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정보 비대칭으로 인하여 시장 실패가 있는 보건 의료의 생산 및 배분을 전적으로 시장 기능에만 맡길 수 도 없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어느 나라도 시장 기능만으로 보건 의료문제를 풀어 가는 나라는 없다.즉 규제의 틀은 필요한 셈이다.그러나 ‘가변성’의 특성을 감안할 때 결국 해결의 실마리는 의료 제공자 측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네 의료 현실을 치유할 해법의 모양새는 대충 다음과 같이 그려진다. 정부는 시장 실패를 보정하는 차원에서 자원 배분의 큰 틀을 만들어 주고,의료 제공자는 그 틀 안에서 스스로의 행태를 결정하게 하는 형태이다.예를 들어 의료수가를 하나 하나 행위별로 통제할 것이 아니라 지불보상제로 큰 틀을 설정하고서 그 프레임 안에서 제공자 스스로가 행태를 찾아가고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제도적 구성에서 현재와 같은 정책 구사는 소비자,의료 제공자,정부를 모두 패배자로 만들면서 서로 불신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OECD 선진국들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도 주치의 제도나 공공 의료제도,그리고 적절한 의료비 지불방법을 제도의 기본 틀로서 만들어야 하며 그럴 경우 현재와 같은 일그러진 모습은 상당 부분 치유될 것이다. 이러한 틀은 현재의 일그러진 모습에서 비롯되는 혼란과 많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초석이자 필수적 요건임을 우리는 인식하여야 한다.이를 위해 필요한 변화를 점차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수단의 강구에 정부,학계,그리고 전문가는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양 봉 민 서울대 교수 보건경제학
  • 넌 겨울에만 타니? 난 사계절 다탄다! 마운틴보드

    눈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겨울의 끝자락만큼 스노보드 마니아들의 가슴을 시리게 하는 때도 없다.‘다시 겨울이 오기까지 어떻게 기다리나….’하며 가는 시간을 부여잡고 싶을 정도다.스노보더의 이런 마음이 눈이 없는 봄∼가을 시즌용 보드를 만들어냈다. 보드를 바퀴 위에 얹은 ‘마운틴보드’.그러나 이름처럼 산에서만 타는 것이 아니라 스키장 슬로프,낮은 언덕배기,동네 길가 등 경사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즐길 수 있는 장비다. ●경사만 있으면 어디서나 OK 지난해 7월 발족한 ‘마운틴보드 동호회’(cafe.daum.net/ountainboard)는 지난 1일,경기도 용인 양지리조트에서 회원 1000명 돌파를 기념하며 더위를 날려버리는 라이딩(riding)을 즐겼다. 리프트가 운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상까지는 올라가지 못했다.그렇다고 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다면 진정한 보더라고 할 수 없는 법.보드를 끌고 꽤나 높이까지 걸어 올라간 뒤 멋지게 S자를 그리며 내려온다.슬로프 한쪽에서는 작은 점프대를 놓고 각종 점프 트릭(기술)을 연습하고 있다. 눈이 없는 슬로프는 보더들에게는 ‘오프로드’나 다름없다.보호장비를 하고 있지만 넘어지면 팔뚝이나 무릎이 까지기 일쑤.그래도 마냥 신난다는 표정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까 점프를 하다가 넘어졌어요.”라며 김화란(26·여·의상 디자이너)씨가 피가 난 팔꿈치를 보여 준다.워낙에 스노보드,웨이크보드,인라인 스케이트 등 웬만한 스포츠는 다 해본 만능 스포츠맨이라서 그런지 ‘이까짓 상처쯤이야.’하는 표정이다. 김현진(24)씨는 국내 최고 수준의 기량을 자랑하는 마운틴보드 마니아.고교시절부터 스케이트보드를 즐겼고,스노보드,플로랩 등 온갖 ‘판때기’를 섭렵했다.“마운틴보드가 들어온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 제대로 익혔다고는 하기 힘듭니다.느낌은 스노보드를 타는 것과 비슷하죠.스피드는 약간 떨어지지만 역동적이고 짜릿한 회전감은 마운틴보드가 더한 것 같아요.” 68년생 동갑내기 회원 김기원(자영업)·박미정(여·공무원)씨는 햇볕에 얼굴이 익어 발갛다.김씨는 간간이 보드를 타며 8살 아들의 숙제도 챙긴다. “체험학습을 하느라 학교를 빠지면 어떤 경험을 했는지 써가야 하는 게 요즘 초등학교 숙제래요.아이 숙제도 할 겸 마운틴보드 타는 걸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이게 정말 살아 있는 경험이죠.” ●10대부터 40대까지… 성별·연령 관계없어 김씨의 소개로 마운틴보드를 시작한 박씨는 세 아이의 엄마로 직장에 다니면서 틈나면 레저스포츠를 즐긴다.12살 딸아이 꽃매와 9살 채린이를 꼭 데리고 다닌다.요즘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이끌려 가는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한번 하면 ‘프로’라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해야 하는 성격이라는 박씨는 “마운틴보드를 타기 시작했으니 이제 진정한 마운틴보더가 돼 보려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며 “애들이 오히려 이런 엄마 때문에 혹사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한번은 팔에 든 멍을 보고 회사 동료들이 무슨 일이냐고 묻기에 애들 핑계를 댔죠.‘아이들과 인라인을 타다가 다쳤다.’고요.이 나이에 마운틴보드 탄다면 주책이라고 할 것 같아서….”라며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다.하지만 ‘30대 중반’이라는 나이는동호회에서 중간쯤 된다.동호회는 10대에서부터 40대 후반까지 폭넓은 연령층을 자랑한다.마운틴보드가 결코 젊은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방증.국내 스노보더 연령층이 점차 넓어지고 있듯 스노보드 대체품으로 개발된 마운틴보드의 인구도 그만큼 확산되고 있다. ●보호장비 착용 절대 잊지 말아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 한가지.‘보호장비 착용’이다.라이딩을 하는 곳이 주로 흙이나 아스팔트 등 거친 표면이기 때문에 장갑,팔목·팔꿈치·무릎 보호대는 필수다.속도를 내다가 심하게 넘어지면 머리나 가슴을 다칠 수 있어 헬멧이나 가슴 보호대도 사용한다. 카페 운영자 조강호(35·보드매니아 기획실장)씨는 “잘 탄다고 방심하면 탈골·골절 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기본기를 익히고 자신에게 맞는 슬로프를 선택해 타면 안전사고의 위험없이 신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최여경기자 kid@ 사진 강성남기자 snk@ ■마운틴보드는 지난 1993년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겨울을 기다리며 지루한 여름을 보내던 스노보드마니아 제이슨 리 등 3명의 청년은 ‘스노보드에 바퀴를 달면 사계절 내내 탈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이를 실천에 옮겨 바퀴달린 보드를 만들어냈고,이후 개량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정식 명칭은 모든 지형에서 달릴 수 있다는 뜻의 ‘올 터레인 보드(All Terrain Board)’다. 발을 올려 놓는 판인 ‘데크’와 발을 고정시키는 ‘바인딩’,데크와 바퀴를 연결하는 ‘트럭’,지면으로부터 충격을 흡수하고 복원력을 유지시키는 ‘스프링’ 등으로 구성돼 있다. 보드의 각 모서리 부분에 있는 4개의 바퀴는 포장도로,비포장도로,잔디,공원 등 라이딩을 하는 상황(온·오프로드)에 따라 다르게 선택한다.일주일에 1∼2번,1년 정도 타면 온로드용 바퀴는 홈이 없어질 정도로 마모된다. 스노보드는 바인딩을 꽉 조여 발을 고정시키는 반면 마운틴보드는 느슨하다.넘어질 때 발과 분리가 쉽게 돼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일부 보더들은 제어를 위한 브레이크 장치를 달기도 한다. 다양한 종류의 보드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려면 체중,라이딩 스타일과 상황,예산 등을 고려해야 한다.체중 55∼80㎏은 평균 크기와 무게의 보드를 고른다.총 길이는 117∼183㎝,쇼트·스탠더드·롱·슈퍼롱 등 4종류의 보드 중 점프나 트릭 등을 즐기려면 가볍고 작은 것을,빠른 스피드,카빙을 선호한다면 크고 안정감 있는 보드를 고르는 것이 좋다.가격은 50만원부터 100만원을 넘는 것까지 다양하다. 기본적인 자세나 타는 법은 스노보드와 마찬가지.기마자세로 보드 위에 올라타고 방향을 바꿀 때는 체중을 이동시킨다.스노보드 선수들은 시즌 후 연습용으로,초보 보더들은 겨울 시즌동안 익힌 감을 잊지 않기 위해 타기도 한다.마운틴보드를 처음 타는 사람이라면 2∼3일,스노보드를 탈 줄 아는 사람은 1∼2시간 연습하면 라이딩이 가능하다. 전국 익스트림게임스연합회(www.kxgame.org) 주최로 오는 14일 마산에서 열리는 익스트림게임 대회에서 시범종목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최여경 기자
  • [인터넷 스코프] 어떤 부적절한 관계

    ‘셰익스피어’나 ‘파우스트’를 읽으며 위대한 문호의 창작혼에 감동하던 때가 있었다.광활한 러시아 문학도나 시인 윤동주,소설가 이상의 작품을 읽고도 그랬다. 멋진 소설 문장을 인용하는 것이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밤새워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고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으면서 말이다.이런 ‘책’과의 추억은 누구나 있을 터이다. 그런데 최근엔 책을 즐겨 보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최고의 지성을 배출한다는 상아탑에도 ‘책 읽기’가 실종된 지 오래다.토플이나 시사상식 등 취업 관련 서적 말고 명작을 읽는 대학생들이 많지 않다. 그대신 인터넷 채팅이나 게임을 즐기며 밤을 지새웠다는 사람들은 흔히 본다.물론 요즘 학생들이 책읽기를 등한시하는 이유를 전적으로 인터넷 탓으로 돌리는 것은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인터넷이 학생들의 책읽기를 방해한다는 혐의를 벗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서 웬만한 소설 제목을 치면 잘 요약된 줄거리가 나오고,감상문까지 볼 수 있다.그래서인지 학교에서 독후감 숙제를 받아보면 대개 비슷한 내용이다.이렇게 책표지도 보지 않고 숙제를 하는 ‘얌체족’들이 늘고 있다.손쉽게 독서를 대신해주는 인터넷의 ‘다이제스트 트렌드(digest trend)’ 때문이다.압축·요약·정리의 문화로 대변되는 인터넷 정보들은 오랜 수고가 필요한 책의 전통과 권위까지 무너뜨렸다.앞뒤 잘린 줄거리와 감상문이 버젓이 행세하면서,시각과 해석 또한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 버렸다.‘뜨는’ 홈페이지 자료실엔 클릭 한 번만으로 자기 것이 되는 정보가 수두룩하니 오죽하랴. 그 덕택(?)인지 요즘 학생들이 고전은 고사하고 단편소설 한 편 읽기도 버거워하는 것을 느낀다.200∼300쪽짜리 책도 A4 용지 한 장부터 원고지 10장까지 원하는 형태와 분량으로 가볍게 요약해 내는 세상이 아닌가.그래서 인터넷세대는 ‘읽기’보다 ‘보기’에 안주하고,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낭비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책 읽기의 진가를 미처 체험하지도 못하고,그저 ‘정보사냥’ 정도로 여기고 있으니 말이다.짧은 다이제스트 문서를 인터넷에서 빨리 찾아내는 일을 능력으로 치부한다.이러다 보니 학생들이 손에 잡고 읽는 책은 수능 출제가 유력한 소설에 국한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책을 읽는 방법도 잘못돼 가고 있다.잘 정리된 줄거리에 의존하는 일이 많아서인지 책 내용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또 책에 나오는 주인공 정도만 기억할 뿐이지 다른 등장 인물들은 모른다.이러다 보니 책을 통해 교훈을 얻는 일은 불가능하다.인터넷의 요약문처럼,살아가는 일들에는 ‘요약문’에 의한 해답은 없기 때문이다. 불과 몇 초면 좌르르 열리는 인터넷 정보처럼 쉽게 얻는 것은 그만큼 잃어버리기 쉽다.물론 e-북이나 전자출판의 발전 등 기술진보를 통해 인터넷이 ‘책’과 친해지려는 여러 징후들은 있다. 하지만 책꽂이를 대신해 책상 위를 차지하는 컴퓨터가 있는 한,종이책과 인터넷은 앞으로도 썩 좋은 관계가 될 것 같지 않다.인터넷이 책 읽기를 통한 즐거움을 거듭 방해할 것이기 때문이다.특히 인터넷은 ‘빨리 빨리’를 계속 부르짖을 것이다.단언컨대,시대가 책을 고문하고 있다.언제쯤 우리는 다시책의 긴 호흡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연 희 강릉대 한국어학당 전임강사
  • [열린세상] 어머니가 그리운 세상

    몇 해 전 일로 기억한다.워커힐에서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장면이 TV를 통해 전국으로 방영되었다.북에서 온 칠순을 넘긴 아들이 넙죽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한다.그러고는 어머니 품에 안겨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조차 못한 채,그동안 못 다한 자식의 도리를 대신 하려는 듯이 어머니를 만져보고 또 만져보던 장면이 기억난다.누가 시킨들 이런 감동적인 연기를 연출해 낼 수 있겠는가. 그저 그리워하던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하나만 가지고 달려와 어머니 품에 안기는 자식의 순수함이 이런 장면을 가능케 하였을 것이다.이런 순수함 때문에 이를 보는 모든 이들로 하여금 눈물의 바다에 빠지게 하였다. 요즘 젊은이들은 어떠한가? 매년 신학기가 되면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대학에 쏟아져 들어온다.이들을 대상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기피하고 싶은 인물이 누구인지를 물어보았다.그들의 대답은 놀랍게도 어머니였다.왜 그럴까? 정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노인이건 젊은이건 모두가 어머니가 그리워 눈물을 흘리던 세대를 살아온 우리에게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문제의 해답은 우리의 교육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우리의 자녀들은 유치원 시절부터 피아노,미술,무용 등의 과외공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자녀의 적성과는 전혀 무관하게 단지 남들이 하니 우리 아이도 해야 된다는 부모의 강박관념 때문에 고행의 길은 시작된다.중학교,고등학교로 이어지면서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급기야 고3이 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고행의 길을 일년 동안 걸을 수밖에 없다. 그럼 누가 이들의 고행길을 뒷바라지하겠는가? 당연히 어머니다.아침 일찍 피곤에 찌들어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를 깨워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먹이고 차에 태워 학교에 보내는 일부터,밤늦게 돌아오는 아이의 시중까지를 도맡아 한다.그러면서 속으로는 ‘일류대학에 제발 합격만 해다오.’라고 기도한다.어머니의 헌신은 끝이 없이 계속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친 아이들을 짜증나게 하는 일이 있다.엄마가 이같은 고생을 하는데도 성적이 별로 오르지 않고 있다.그러면 엄마는 지친 아이에게 “공부 좀 잘해라.”“옆집 아이는 1등급인데 너는 무엇이 부족해서 이 모양이냐.” 등의 한탄 섞인 어조로 아이들을 몰아세운다.그 결과 대학 신입생들의 기피인물 1호가 바로 어머니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부모들은 아이들과 대화를 할 줄 모른다.고작 “공부해라,놀지 마라,방청소 해라.”등의 일방통행식 대화만 하고 있다.매년 입학시험 면접에서 “정확히 1분을 줄 터이니 본인 소개를 해보아라.”고 주문을 한다.면접결과는 점수화되어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순간이지만,수험생들의 발표능력은 1분을 다 채우지 못한다. 대부분의 경우 20초가 고작이다.왜 그럴까? 아이들이 대화를 통하여 남을 설득하려는 훈련을 받은 적도 없거니와 기회조차 주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집에서 할 수 있는 대화도 “밥 먹었니,숙제했니,방청소했니.” 등의 일방적인 대화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에 주역이 될 이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면 협상의 명수가 되는 것이다.성공적인 협상은 바로 대화를 통하여 가능하게 된다.우리 아이들의 발표능력이 20초를 넘기지 못하는 한우리의 미래는 결코 밝지 못하다. 이를 해결할 책임은 우리 어른들에게 있다.아이들은 입시지옥에서 해방되어야 한다.자식과 어머니 간에 푸근함과 순수함이 있어야 어머니가 그리운 세상이 되고 올바른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현대적 의미의 ‘맹모삼천’은 장소를 옮기는 이사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자식에 대한 마음의 자세를 세 번 바꾸는 데 있다. 우리 어른들이 미래의 주역들에게 순수함을 유지하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어머니가 그리운 세상을 만들 때만이 우리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박 우 서 연세대교수 행정학
  • 편집자에게/ “경찰이 시민 찾아가는 치안 기대”

    -‘파출소 통폐합 새달부터 순찰대 확대’기사(대한매일 5월 27일자 9면)를 읽고 경찰청이 추진하는 지구순찰대 제도는 순찰 위주로 외근경찰을 운용하겠다는 것인데 우선 경찰관이 자주 순찰을 돌면 주민들의 눈에 자주 보이게 되므로 체감 치안도를 높일 수 있다. 또 현재는 주민이 경찰을 찾아가는 체제이지만 앞으로는 경찰이 시민을 찾아가는 치안을 기대할 수 있다. 출동이 늦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주민들이 있겠지만 112신고를 하면 5분 이내에 경찰이 출동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지구순찰대 경찰관이 계속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현장 출동이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다.현행 파출소 제도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지역사회의 경찰 활동에 파출소가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하지만 파출소가 유지되려면 항상 파출소에 인력이 대기해야 하므로 인원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점이 있다. 의문스러운 것은 지구순찰대를 새로 만들면서도 민원봉사를 위해 기존의 파출소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웬만한 민원은 인터넷·전화로 해결할 수 있다.경찰서-지구순찰대-파출소 기능의 재정비,지구순찰대 인력의 효율적 구성은 경찰이 풀어야 할 숙제다. 김보환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사설] 한총련 시위와 ‘합법화’는 별개

    한총련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강경으로 급변하고 있다.엊그제 국립 5·18 묘지에서 일어난 한총련 학생들의 시위사태 때문이다.노무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난동자’에 대한 엄격한 법적용을 지시했고 행자·법무부장관은 주동자 및 적극가담자를 엄하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한총련 합법화를 거론하던 유화적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이다. 한총련의 시위는 분명히 잘못됐다.불법적으로 5·18 행사장 입구를 점거하고 대통령의 참석을 방해한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이날 행사는 국민통합을 앞세우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첫 기념식이었다.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한 민주영령 추모의 자리였다.그런 기념식장이 물리적 충돌로 얼룩졌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시위학생들이 비난한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그런데도 그같은 과격한 방식으로 비난을 자초한 데 대해 한총련은 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총련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강경으로 치닫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한총련 문제는 시급히 해소해야 할 우리사회의 숙제다.한총련 간부가 되었다고 수배되는 ‘모순’이 계속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한총련 합법화와 수배학생 해제문제는 정부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계속 검토되어야 한다.한총련의 변화를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변화의 길을 열어주는 열린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한총련도 불법의 족쇄를 풀기 위해 강령과 규약의 전면개정 등 혁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시위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경호·경비의 책임도 분명히 가려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하지만 달리 보면,대통령이 시위에 막혀 정문이 아닌 뒷문을 통해 지각 입장한 사태는 전반적으로 국가기강이 너무 느슨해진 때문이 아닌가 한다.물류대란 사태의 뒤끝인지라 집단행동에 대한 공권력의 허약함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재발방지를 위해서도 엄중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 한 미 정상회담 / 盧·부시회담 평가

    |워싱턴 곽태헌 백문일특파원|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고,한·미간 신뢰회복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제법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큰 틀의 원칙적 합의는 이뤘지만,대북 압박을 전제로 한 ‘추가조치’ 즉,해법의 각론에 들어갈 경우 이견 조정은 잠재적 불씨로 남아 있다.노 대통령으로선 ‘노사모’ 등 대미 ‘자주외교’를 요구해온 국내 지지층에게 자신의 입장 변화를 설득해야 할 만만찮은 과제를 안고 있다. ●한·미 신뢰구축 노 대통령 취임 전후로 불거진 한·미 이상징후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치유됐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취임 후 첫 정상회담에서 큰 틀을 확고히 해놓으면,향후 5년간 이견이 있더라도 근간을 흔들지 않고도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부당국자들의 평가도 “만족스럽다.”는 것이다.지난 2001년 부시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실패 이후 내내 껄끄러웠던 것과 비교되는 것이다. 최근 해외투자가들이 한국 시장 투자를 꺼리는가장 큰 이유가 ‘한·미 관계 파열음’이었다는 점에서 대외 신인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공동성명 내용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 스스로도 만족했다는 후문이다.주한미군 2사단의 후방 배치도 사실상 북핵 문제가 마무리된 이후 거론될 것이란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한·미 공조 통한 대북 경고 회담의 결과에 대해 미국측의 입장이 훨씬 더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교류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북핵 문제에 대해 ‘추가조치’를 검토하기로 한 대목 등이 그것이다.미국은 “모든 선택 방안이 테이블에 올려져 있다.”는 문구를 공동성명에 넣자고 압박할 정도로 대북 강경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이 정도 문구면 북한에 대한 충분한 경고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굳건한 한·미 공조 전략을 통한 대북 경고가 향후 상황의 악화를 막는 관건”이라는 데 인식을 모았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의 귀국 후 숙제 그동안 당당한 대미 ‘자주외교’와 북한의 협상 의지를 신뢰해온 노 대통령에 대한 국내 지지층의 비판여론을 어떻게 다독거려야 할지가 향후 문제 해결의 관건이다.대북 ‘추가 조치’가 미국의 대북 선제 군사공격을 내포하고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숙제다.전문가들은 향후 대북 후속조치에서 우리 정부의 정책,그리고 노 대통령이 대미 외교의 ‘현실론’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기보다는 지지층의 의견에 영합하는 듯한 의견을 또다시 내놓는다면,북핵 해결 실마리와 한·미 신뢰구축 등 겨우 잡아놓은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tiger@
  • [사설] 숙제 남긴 물류대란 타결

    민주노총 전국운송하역노조 산하 ‘화물연대’의 화물 운송 거부로 촉발된 물류대란이 어제 새벽 노(勞)·정(政)간 협상 타결로 최악의 사태는 모면하게 됐다.난마처럼 얽힌 악성 분규가 비교적 단기간에 물리적인 충돌없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됐다는 점은 일단 다행스럽다고 하겠다.하지만 정부는 두산중공업노조 파업과 철도노조 파업에 이어 이번에도 이기집단의 단체 행동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채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사전 경고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등 정부의 위기관리시스템에도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냈다. 정부는 사태 발생 초기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부처간 떠넘기기에 급급했던 나머지 화를 키운 우(愚)를 범했다.정부의 이러한 모습은 협상 타결 직전까지 현지에 급파된 장관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목소리를 냄으로써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게다가 화물연대 소속 지입차주들을 달래느라 반드시 고수해야 할 원칙이 무너진 점도 문제라고 본다.화물차주에 대해 경유값 인상부분을 정부가 보전해주기로 약속함에 따라 버스나 택시 등 다른 운송업 관련자들과 연안 화물선주 등의 비슷한 요구에 대해서도 거부할 명분이 약해지게 됐다.특히 경유값 인상분 보전 약속으로 지난 2000년부터 추진해온 에너지 세제 개편작업이 왜곡될 처지에 놓이게 된 점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노·정 합의안에 대해 화물차주들의 어려운 형편을 감안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경유값 인상분 보전과 초과 근무수당 비과세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세수(稅收) 차액분은 전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정부의 대응 미숙과 이기집단의 세몰이에 국민들만 덤터기를 쓰게 된 것이다.또 물류대란의 근본 원인인 화물차 공급과잉 현상에 대해 어떠한 진단과 처방이 없었다는 사실도 후속대책 강구에 제약 요인이 될 것 같다. 따라서 정부는 값비싼 대가를 치른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 위기관리시스템을 새로 정비하는 한편,화물 공급 및 운송체계에서도 시장논리가 작동할 수 있게 일대 수술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특히 ‘힘으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의 잘못된 노사 관행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대화와 타협에 앞서 법과 원칙을 고수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 물류협상 타결 / 노정합의 문제점

    벼랑끝 대치로 장기화 조짐을 보였던 화물연대와 정부간 협상이 15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번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의 본질은 ‘돈 문제’였다.차값만도 5000만원에서부터 많게는 1억원에 이르는 대형트럭 지입차주들이 “남는 게 별로 없다.”며 운송을 거부한 채 적자를 보전해달라고 나선 것이다. 각 지부는 파업을 벌이면서 화주와 운송회사를 상대로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는 한편 정부를 상대로 직접비용 인하를 요구했다.화물연대 측은 전선을 확대시켜 나갔고 양쪽으로부터 상당 부분을 얻어냈다.그러나 협상 내용은 타 업종과의 형평성 논란,시장 혼란,분규재연 등 많은 불씨를 안고 있다. ●업종간 형평성 논란 이번 협상의 막판 걸림돌은 경유가 인하였다.정확하게 말하면 사업용 화물차 연료인 경유에 부과되는 교통세를 인하해달라는 것이었다. 정부는 현재도 인상분의 50%를 보전해주고 있으며 버스 및 택시 등 타 업종간의 형평성 때문에 들어줄 수 없다고 거부해왔다.그러나 이번 협상결과에 따라 이제 타 업종의 요구도 들어줘야 할 판이다.이미 버스업계는 정부에 ‘버스업계도 적용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현재 경유가 인상은 2006년 6월 인상분까지 보전하게 돼 있기 때문에 그 이후의 인상분에 대한 보전 여부도 불명확하다.화물연대측은 그 이후에도 전액보전을 요구할 게 뻔하다. 화물연대가 직접비용을 줄일 수 있는 또 하나의 방안은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정부는 화물차의 도로파손이 심하기 때문에 인하는 불가능하다고 했다.그러나 야간할인 시간대를 밤12시∼오전 6시에서 밤10시∼오전 6시로 2시간 확대했다.이 역시 고속버스업계와의 형평성 문제가 남는다. 적자타령을 하고 있는 고속버스 업계도 당장 정부에 할인혜택을 확대적용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 뻔하다. ●화물기사 비과세 혜택도 형평성 시비 정부는 화물차 기사의 월정 급여액(기본급 기준)이 100만원 이하일 경우 일반 생산직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연장근로수당·휴일근무수당 등 초과근무수당에 대해 연간 240만원까지 비과세혜택을 주기로 했다.택시·버스 등의 ‘수송기사’들도 세금감면 혜택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높다.정부로서는 거부할 명분이 없다. ●지입제,당장 없애면 혼란 화물연대는 지입제 철폐를 요구해왔다.그러나 정부는 이미 지입제를 폐지하고 개별등록제를 실시하는 내용의 화물운수사업법을 개정,2004년부터 시행할 계획이었다.현재 5t 이상 화물차의 경우 5대 이상이 돼야만 운수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을 바꿔 1대만으로도 가능토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 따라 이러한 일정을 앞당겨 당장 지입제를 폐지하면 화물업계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화물업계 시장에 뛰어드는 신규 개별사업자가 많아 시장이 포화상태가 될 것이고 또 한차례 이번 사태와 같은 혼란이 예상된다.화물연대측도 ‘밥상’이 줄어들 수 있다.이번 타결내용 중에 ‘개별등록제가 시행되기 전에 ▲수급조절 ▲운전자 자격요건 등에 있어서 노동조합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다.’는 것도 불씨 중의 하나다.이는 개별등록제가 시행돼도 신규진입을 되도록 막고 현재의 지입차주만 계속해서 시장을 점유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신규 시장진입 인력과 화물연대간 알력이예상된다.화물연대측은 이번 협상을 근거로 신규진입을 막아달라며 정부를 압박할 수도 있다. ●노동자성 인정은 사실상 불가 노동분야에도 불씨를 남겼다.화물연대가 주장해온 산별교섭은 논의조차 안됐다.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문제는 ‘정부는 노·사와 성실하게 협의한다.’는 선에서 타결됐다.그러나 이는 사실상 어려운 부분이다. 협상타결 하루전인 14일 권기홍 노동부장관은 “대법원 판결로 보나,법리해석으로 보나 비정규직의 노동자성 인정을 검토조차 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이 부분은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할 숙제로 남게 됐다. ●산재보험 부담 주체는 누구? 산재보험 적용도 쉽지만은 않다.보험금 부담 주체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 수 있다.현재 산재보험법에는 고용주가 보험금 부담 주체로 돼 있기 때문에 지입차주가 내야할지 운송회사에서 부담해야할 지가 논란거리다. 정부는 일단 부담 주체를 지입차주로 할 방침이지만 실시때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김용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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