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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비 좇아 30년 ‘아름다운 외도’/주흥재 ‘나비 박사’ 신천종합병원장

    전국의 산기슭이며 물자리 어디든 나비가 있는 곳이면 그가 발자국을 찍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어떤 때는 간첩으로 오인받아 출동한 군경의 살벌한 총구 앞에 서보기도 했고,또 어떤 때는 난간이 없는 다리에서 나비 사진을 찍던 중 옆으로 지나가는 차를 피하다가 다리 아래 바위계곡으로 추락해 팔이 부러지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누군가가 이렇게 본업이 아닌 취미생활에 30년의 세월을 투자했다면 이 열정과 집념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간첩으로 오인 받고 추락사고 겪기도 경기 의정부의 신천종합병원 주흥재(67) 병원장.사람들은 그를 ‘나비 박사’라고 부른다.“어설픈 반풍수(半風水)가 워낙 설치는 세상이라…”고 여기며 ‘박사’라는 호칭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외도’를 폄하하는 일이 된다.‘박사’라는 외경의 호칭이 그만큼 어울리는 사람도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두 개의 박사학위를 가졌다.나비 박사 말고도 본업으로 얻은 의학박사 학위가 있다.의사 가운데서도 일이 어렵고 험해 ‘의사의 꽃’이라불리는 외과 전문의다.일과가 수술로 시작해 수술로 끝나는 분야다.그런 그가 만지기만 해도 손끝에서 날개가 바스라지기 십상인 나비를 반평생 쫓아다녔다.실은 의사가 되기 훨씬 전부터 나비에 미쳤다. 그가 처음 나비와 만난 것은 고등학교 2학년때.생물 선생님이 나비채집을 숙제로 내준 것이 계기가 됐다.그때부터 의대 예과 2학년 때까지 줄곧 나비를 쫓아다녔다.예쁘고 재미있어서였다.“본과 들어서면서부터 나비를 잊고 살았어요.공부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었지요.그런데 공교롭게도 78년인가요?당시 여고 2학년인 딸애 생물 숙제가 나비채집이었어요.그래서 이렇게 말했죠.나비채집은 내가 좀 하는데….”그렇게 해서 18년쯤 잊고 살았던 나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다시 나비 꽁무니를 쫓으며 산과 들을 누빈 게 벌써 스물 다섯해가 넘었다.예전의 이력까지 더하면 ‘30년 나비 편력’의 세월을 산 셈이다.나비가 있음직한 곳이면 어디든 가리지 않았다.제주도 한라산만 다섯번이나 올랐으며,길이 없는 산림을 헤매고 다닌 까닭에 제주 사람보다도 한라산은 더 잘 아는 정도가 됐다.“지리산은 못가봤어요.거기에 내가 모르는 나비가 있었다면 왜 안갔겠어요.살펴보니 그곳에서 내가 채집할 수 있는 나비는 이미 내 수중에 들어와 있는 것들이었어요.애써 지리산에 오를 필요성을 못느낀 거죠.” ●사재 털어 전문서적·학술지 발행 그가 지금까지 채집한 나비는 셀 수가 없다.“마릿수를 기억한다는 게 이상하죠.여기저기 분가도 하고 기증도 하고 남은 게 150상자쯤 되나.한 상자에 많은 경우에는 200∼300마리쯤 넣으니….”지금은 멸종돼 그만이 갖고 있는 나비도 많다.“‘고운점박이 푸른부전나비’는 멸종된 것 같고,예전엔 파리처럼 흔했던 표범나비류도 이제는 보기가 쉽지 않아요.4∼5년을 찾아 헤맨 끝에 제주에서 채집한 ‘물빛긴꼬리부전나비’는 그후 아직 누구도 찾아내지를 못하고 있고,강원도 화천에서 찾아낸 공작나비도 아마 이게 유일할 겁니다.” 그의 외도가 더욱 아름다운 것은 그가 사랑한 ‘나비’를 개인적인 취향의 울타리에 묶어두지 않고 주저없이 “이거 나누자.”며 팔 걷어붙이고 나선다는 점.지금까지 책을 두권 냈다. 지난 97년 초판을 낸 ‘한국의 나비’는 이듬해 백상출판문화대상까지 받으며 벌써 3판까지 낸 스테디셀러가 됐다. 지난해에는 ‘제주의 나비’를 냈다.“‘한국의 나비’는 모든 사진을 자연 상태에서 손수 찍었는데 그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어요.”‘제주의 나비’는 기존 자료의 부실을 대폭 바로잡은 역작으로 본인도 “이런 책이 다시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대견해 한다.그러나 책은 거의 팔리지 않았다. 그는 전문 학술인들의 소극적 자세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나비 전문연구가라는 사람들이 탐사 연구가 부족해 100년 전 자료를 갖고 연구랍시고 해대는 걸 보고는 실망이 컸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94년부터 아예 독자적으로 나비 관련 학술지인 나비학회지를 연간으로 발행해 오고 있다.처음 6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회원이 40여명으로 늘었다. ●나비 있는 곳이면 해외여행도 불사 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나비가 있는 곳이라면 해외 여행도 사양하지 않는다.미국·일본·호주·코스타리카·타이완·인도네시아 등을 다녀왔고,올해 말쯤에는 멕시코와 동티모르를 다녀올 계획이다. 이렇게 나비와 함께 살아온 덕분에 카메라도 전문가처럼 다룬다.전문가용 카메라를 8대나 갖고 있다.“나비 사진은 정말 어려워요.나비가 ‘날 찍어가요.’하고 기다려 주지를 않기 때문이죠.찍는 것도 순간이지만 놓치는 것도 순간이에요.” 나비 채집을 나서면 주로 길이 아닌 곳을 헤맨다.그의 건강은 그렇게 해서 다져졌다.“나도 골프나 낚시 좋아하지만 이게 훨씬 재미있어요.골프는 겨울에나 조금씩 할 뿐 잔디가 파란 계절에는 그런 거 할 여가가 없어요.지천에 나비인데 왜 그런 걸 하겠어요.” 그는 이런 건강론을 덧붙였다.“나비 채집은 의사들에게 제격이에요.대자연 속에서 나비와 얘기하며 지내다 보면 직업적인 스트레스는 씻은 듯하고,정서적으로도 ‘이게 사는 재미구나.’싶을 때가 많아요.육체적 건강다지기는 기본이고요.”이런 그에게 아쉬움이 있다면 생태환경이 너무 심각하게 훼손돼 나비도 개체와 종의 숫자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이다.나비 얘기를 나누는 동안그는 메스를 쥔 외과의사가 아니었다. 심재억기자 jeshim@
  • [열린세상] ‘성찰적 통일’을 제안하며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도로변에 걸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보고 북한응원단은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반응을 보였다.그리고 며칠전 송두율 교수와 해외거주 민주화 운동인사들의 ‘오랜만의 귀향’이 있었다.필자는 얼핏 보기에 서로 관련이 없는 것 같은 이 일들을 분단으로 인한 남북한의 이질화와 냉전문화의 영향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사안으로 해석한다. 분단이후 남북한은 50년 이상을 상호 이질적인 체제에서 존속해 왔으며,최근까지도 냉전적 대립을 지속해 왔다.이와 같은 과정은 필연적으로 남북한간의 이질화를 심화시켜 왔으며,분단국의 이질화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사실은 독일의 경험이 이미 증명하고 있다.그것은 남북한 사회의 차이가 일반적인 상이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화의 주제가 서로 달랐다는 본질적인 문제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분단은 냉전체제의 최전선에 남북한을 대치하게 만들었으며,서로 상이한 방식으로 근대화의 여정을 걸어가게 만들었다.남북한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두 체제의이념적 대립이 극단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 놓였으며,남북한의 근대화 역시 이 과정에 의해서 지배되어 왔다.냉전적 대립속에서 남북한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가치체계를 극단적이고 폐쇄적인 방식으로 발전시켜 왔다.상대방은 철저하게 적대시되었으며,이 같은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가치에 대한 그 어떠한 이해나 동조도 이적행위와 동일시될 수밖에 없었다.이 점에서 남북한의 근대화는 분단과 극단적 대립으로 인해 기형적으로 진행되어 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북한은 독재와 전체주의적 속성을 평등주의로 포장해 왔고,남한에서는 발전논리속에서 종종 정당한 요구들이 배제되어 왔다.그 결과로 우리는 체제의 생명력을 상실하고 있는 북한과,성장지상주의 속에서 상실했던 가치의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남한의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이미 IMF 위기에서 나타난 것처럼 남한사회의 근대화는 그 자체로서 완결성을 가지지 않으며,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선진자본주의 국가들과 비교하여 시장경제체제,사회복지체제,법치주의와 정치적 민주화의완성,문화적 다원주의 형성의 측면에서 남한사회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무엇보다 분단체제와 냉전문화에 의해 왜곡된 사회의 정상화과정이라는 과제를 지니고 있다.남한의 성공은 아직도 갈 길이 남아있는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포스트 모더니즘의 논리를 들지 않더라도 자본주의적 근대화 전체가 ‘성찰적 근대화’라는 대안적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분단상태의 근대화는 이중적인 의미의 성찰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통일은 성공한 체제가 실패한 체제를 수렴하는 방식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남한은 변화를 위한 주체적인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체제로서 전망을 가지지 못한 북한과 동일시될 수 없다.그러나 북한의 실패가 남한이 절반의 성공에 안주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될 수 없다.남한 역시 왜곡된 근대화를 정상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우리 역시 분단으로 인한 ‘내 안의 장애’를 극복해야만 한다. 완전하지 못한 상태의 장애를 지니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북한을 산술적으로 더하는 방식의 통일은 새로운 갈등의 소지를 지닐 뿐만 아니라,근대화를 완성시킬 수 있는 기회의 박탈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낳을 뿐이다.남북통일은 왜곡된 근대화의 정상화 과정으로서 해석되어야 하며,따라서 ‘성찰적 통일’이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점에서 완전한 의미로서 통일의 시제는 과거로의 회귀도 아니며,현재도 아니다.그것은 미래 어느 시점이 되어야 하며,우리 스스로의 정상화 노력을 포함하는 ‘과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우리 스스로의 성찰을 통해 북한을 포용하는 내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조 한 범 통일연구원 북한기초연구사업 본부장
  • 대학총장서 교장 변신 ‘평생訓長’/교육계원로 박성수 명지고 교장

    지난 19일 오후 서울 홍은동 명지고.운동장에서는 체육 수업을 하는 학생들이 조별로 즐겁게 운동을 하고 있었다.이를 지켜보는 박성수(62) 교장은 마냥 흐뭇하기만 하다.그는 대학 총장 출신으로 고교 교장으로 부임한 첫 원로 교육자이다.지난해 8월 취임한 지 1년이 됐다.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와 전주대 총장까지 지낸 그는 평생 가르쳐온 교육을 이제 현실에서 직접 하나하나 실천하면서 정착시켜나가고 있다. 그의 첫 마디는 “이 곳에 오기를 잘했다.”는 것이었다.줄곧 대학에만 몸담아 왔지만 고등학교에 와보니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과 문제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학생들 수업시간에 왜 조는지 이해못해 그가 이 곳에 부임한 것은 명지대 선우중호 총장의 권유가 결정적인 계기였다.지난해 전주대 총장 임기를 마칠 무렵 타이완에서 열린 세계대학총장 세미나에서 만난 선우 총장이 고교생들을 맡아달라고 완곡하게 부탁했다.서울대 동료 교수시절 잘 알고 지내던 선우 총장의 권유에 따라 그는 지난해 8월 초빙교장으로서 아이들을맡았다. 그가 짧은 시간에 겪은 고교의 현실은 대학에서 느낀 것과는 큰 차이가 났다.가장 궁금한 일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것이었다.‘왜 잘까?’ 학교 수업을 보충하기 위해 밤 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할 수밖에 없다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대답은 낯설게만 느껴졌다.혹시 했던 우려는 엄연한 현실이었다.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내용을 다 가르치려면 현재 수업시간의 2∼3배는 더 필요하다.”며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박 교장은 이 문제로 며칠을 고심하다 교과서에서 해결책을 찾았다.현행 교과서만으로는 아이들이 원하는 학습량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즉시 실천에 옮겼다.교과서를 자체적으로 다시 만들기로 했다.국어,영어,수학,사회,역사,경제,과학 등 1학년 교육과정 7과목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미국이나 유럽의 교과서처럼 학습 자료가 모두 포함된 두꺼운 교과서를 만들면 학생들이 굳이 학원에 가지 않고 충분히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과서였다.처음에는 반대하던 교사들도 방학을 반납하고 교과서 개발에 매달릴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학교 재단측에서도 과목당 1000만원씩 3년 동안 2억여원의 개발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혼자서 공부할수 있는 교과서 자체제작 교사들의 연구수업은 ‘축제’로 바꿨다.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연구수업 대신 학생과 학부모,주민,교사의 가족 등이 모두 참여해 자신의 수업을 소개하는 ‘축제의 장’을 열자는 제안이었다.그의 생각대로 수업이 축제로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교사들이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수업을 비교하고 자신의 수업 방식을 고쳐나갔다.자연스럽게 수업의 질은 나아졌다. 달라진 것은 또 있다.체벌이 거의 사라졌다.그는 “부임해보니 학교 곳곳에서 교사들이 말 안 듣는다고,수업시간에 장난친다고,숙제 안 해왔다고 이런저런 이유로 학생들을 마구 때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그는 교사들의 설득에 들어갔다.‘때리지 말라.’는 지시가 아니라 ‘꼭 때려야 하나.’라는 조언이었다. 그는 “학생들을 때려서 말을 듣게 한다면 교사가 아닌누구나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때려서 말을 듣게 한다면 교사로서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아이들은 때리지 않으면 말을 듣지 않는다.”는 논리로 체벌을 옹호해온 교사들도 박 교장의 끈질긴 설득을 받아들였다. 매일 아침 교문 앞 생활지도 단속도 사라졌다.아침마다 생활지도 교사들이 무서워 학교 앞 골목길에 숨어 망설이거나 아예 돌아가는 학생들을 보고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대신 담임교사에게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맡겼다.또 무단결석하는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학부모들과 외부 자문위원들을 학생 지도에 참여시킬 복안도 마련했다. 학교 운영의 노하우도 학부모들의 생각을 앞지른다.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학급비를 걷는 악습을 없애기 위해 학부모와 동문 선배들이 주축이 된 바자회나 음악회를 생각해 내기도 했다. ●교사들 끈질기게 설득 교내체벌 추방 그는 “학부모들이 대학 입시에만 매달리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고 했다.성공적인 사회생활이나 행복한 가정생활이 인생의 목표라면 대학 졸업이후까지 멀리 보고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경험에 비친 교육 방법론이다.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는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서울대나 카이스트 등 우수 인재가 들어간다고 하는 곳에서조차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길러내지만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능력은 교육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외국을 따라가거나 예전부터 해오던 식으로 교육이 이뤄져서는 앞으로 세계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가 교육의 자율성을 강조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교육부가 대학은 물론 초·중·고의 운영에서도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는 주장이다.학생이 학교와 커리큘럼을 선택하게 하고 학교에는 학생 선발권을 줘 학교가 단위학교별로 개성있는 교육을 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현재 이뤄지고 있는 대학별 특성화도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은 모두 드러나지 않는 장기 교육계획을 가지고 있어요.그러나 우리는 그런 계획도,방향조차 없습니다.정부는 간섭하려고만 합니다.우리나라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합니다.” 김재천기자 patrick@
  • “초등학생들 숙제 도와주려 시작”/서울문화유산답사기 펴낸 공무원 김해웅씨

    서울시 공무원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서울 문화유산 답사기’(자음과 모음 刊)를 21일 펴내 화제다. 주인공은 서울시 홍보담당관실에 근무하는 김해웅(42·전문직 나급)씨. 김씨는 서울 곳곳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모은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쉬운 설명과 생생한 사진으로 2권의 책자를 꾸몄다. 모든 문화유산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며 그에 얽힌 역사적 사실과 들어도 들어도 신기한 전설 이야기를 함께 실어 흥미를 더한다. 251쪽으로 구성된 1권 ‘역사기행 편’에서는 서울의 전통 문화유산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뤘다.또 어린이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에서는 ‘더 알고 싶어요.’,‘궁금해요.’라는 난을 통해 더욱 자세한 설명도 곁들였다. 269쪽의 2권 ‘문화기행 편’에서는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서울의 볼거리와 25개 자치구에 대한 특징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한국생태사진가협회,한국조류보호협회 등 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생태 사진과 조류에도 관심이 많았던 김씨는 이번 ‘답사기’에 각종 조류와 물고기 등 천연기념물을 담은 희귀사진도 실었다. 김씨는 1993년부터 서울시 홍보담당관실에서 일하며 ‘서울시민신문’,‘서울시청뉴스’,‘새서울뉴스’,‘내친구 서울’ 등의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김씨는 “7년전 어느 초등학생으로부터 서울의 상징물을 알아오라는 숙제를 해야 한다며 도움을 요청한 전화를 받은 뒤 초등학생들을 위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며 “초등학생들과 서울을 알고 싶어하는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
  • “총선 생각하면 남해로 가야 되는데…”/ 김두관 ‘아빠의 고민’

    요즘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조금 골치가 아프다.장관직을 그만두면서 고향인 경남 남해로 이사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가족들은 그런 것 같지 않아 고민이다.김 전 장관의 자녀들은 좀 더 서울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코 앞에 닥친 내년 4월 총선을 감안하면 당장 고향으로 되돌아가 표밭갈이에 매진해야 하지만,각각 고2년생과 중3년생인 딸과 아들의 전학문제까지 겹쳐 있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3월 초 1억 7500만원을 주고 서울 마포구 도화동 32평 아파트 전세계약을 맺었다.당시에는 적어도 전세계약 기간(2년)만큼은 서울생활을 할 것으로 믿었고,특히 자녀들은 처음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생각에 잠도 설쳤다고 한다. 부인 채정자(42)씨는 “아이들이 의외로 서울 생활에 잘 적응해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토로했다. 김 전 장관이 서울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전세금 마련을 위해 농협에서 대출받은 1억원의 상환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일반 공무원들은 신용대출을 받은 경우 퇴직과 동시에 대출금을 갚아야 하도록 돼 있다. 김 전 장관측은 “농협측에 상환연기를 요청했지만,아직까지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답답해했다. 서울에서 계속 지낸다 하더라도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할지도 골칫거리다.이렇다 할 공직을 맡지 않으면 매달 70여만원의 대출 이자금을 내기에도 벅차다.김 전 장관은 장관 재임 때 월급 811만 2260만원 중 세금을 제하고 매달 612만 6920원을 받았다. 김 전 장관측이 내년 총선 전까지라도 임명직을 희망하고 있는 점도 이런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종락기자 jrlee@
  • 첫 국산 우주망원경 26일 발사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된 국내 최초의 우주망원경인 원자외선영상분광기(FIMS)가 오는 26일 우주로 발사된다.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18일 FIMS가 오는 26일 러시아 북극해 연안의 플레셰츠크 우주기지에서 발사될 우리나라 과학위성 1호의 주탑재체로 실려 지상 690km 공간에 설치된다고 밝혔다.FIMS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망원경으로, 우주 공간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우리나라도 우주망원경 보유국으로 도약하게 된다. FIMS는 우주 공간에 산재한 수만도에서 수백만도에 달하는 뜨겁고 거대한 가스덩어리들을 원자외선 검출 망원경으로 관측,세계 최초로 원자외선 전 영역에서의 전천지도(全天地圖)를 작성한다. 천문연구원 관계자는 “FIMS는 원자외선의 단파장과 장파장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우주망원경”이라며 “21세기 천문우주 과학분야의 숙제중 하나인, 우리 은하 내부에 산재하는 고온 가스체의 구조 및 분포와 물리적 성질을 규명함으로써 은하의 생성과 진화 연구에 크게 공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미현기자 hyun@
  • 盧, 4대현안 해법찾기 고심

    노무현 대통령은 추석연휴를 마음 편히 쉬지 못한 것 같다.원전수거물 관리시설과 김두관 행자부 장관의 거취 문제 등 현안은 해결되지 않은 채 이라크 전투병 파병 논란,이경해 전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장의 자살,태풍 등의 ‘사건’까지 터진 탓이다.노 대통령의 고심거리도 많아진 셈이다.이 가운데 김두관 장관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 이전 사표수리’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이라크 추가파병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신중히 결정하되,결국 파병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태풍 피해를 얼마나 신속히 복구하느냐와 함께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부지문제의 일관성 유지,농업개방 속도조절 문제 등은 관련 국민과 정치권을 설득시켜야하므로 쉽게 풀릴 사안이 아니다. 1.이라크 전투병 파병 노 대통령은 치안을 유지하는 목적의 파병이라고는 하지만,사실상 전투병이라는 지적때문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국제정세와 국민여론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에서 더 이상 진전된 것은 없다.”면서 “이라크 파병에 긍정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은 “노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면서 “어떻게 하는 게 국익에 가장 적합한 지를 판단해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의료·공병부대를 1차 파병했을 때와는 성격이 다른 데다 노 대통령의 지지층에서 특히 반대가 심할 것으로 예상돼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이 어떻게 나올지도 중요한 변수다.유엔이 명분이 있는 다국적 평화유지군(PKF)을 결성하면,파병을 해도 대(對)국민 및 정치권 설득이 보다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추가파병을 결정한 뒤 유엔이 PKF를 보내기로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한·미 동맹과 북핵문제에서 실리도 챙기고 명분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FTA동의안 처리 청와대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농업개방협상 반대 시위 중 이경해 전 한농련 회장이 자살한 사건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처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FTA 처리에 더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WTO농업협상 결과에 대한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달래는 것도 큰 숙제로 등장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7월 2일 박관용 국회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칠레 FTA 협정 비준은 개방경제에서 우리 경제가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개방의 추세에 따라 한·칠레 FTA 협정을 비준해야 하지만,상대적으로 이득을 보는 분야에서 농업을 지원하는 식으로 보완하는 것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이와 관련,정부는 국회에 FTA 이행법안도 제출했다.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발전해왔다.”면서 “무턱대고 한·칠레 FTA를 반대만 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문희상 실장은 “노 대통령은 이번 사태전반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부안 핵폐기장 건설 김종규 부안군수에 대한 폭행으로까지 이어진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은 채 꼬이기만 하고 있다. 정부와 부안주민들 사이에 건설적인 대화는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고,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노 대통령은 최근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존중돼야하지만 폭력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의견을 존중하는 것과 명분없는 폭력을 용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대화는 계속 하겠지만,군수를 폭행한 주민들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겠다는 얘기다.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도 “대화는 하되 법과 원칙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지선정을 재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조심스럽게 나온다.그러나 청와대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러 검토를 거친 뒤 선택한 결정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때문으로 해석된다.이번에 또다시 밀리면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설치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4.김두관 장관 해임 노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정감사를 앞두고 장관을 바꾸는 법이 어디 있느냐.”면서 “해임건의를 받아들이더라도 호락호락 받아들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새달 중순 끝나는 국회 국감 전에는 김 장관을 해임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하지만 김 장관이 이번 주중 사퇴할 뜻을 공식화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김 장관이 사의를 거듭 표명한 마당에 그의 뜻도 존중해 줘야 하는게 아니냐는 주장이 청와대 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14일 “김두관 장관은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게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는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면서 “추석연휴 기간에도 사표를 내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은 “김 장관이 사표를 내는 것은 대통령의 의지와 관계있는 대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사표제출을 만류하지만,김 장관이 사표를 내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얘기다.노 대통령도 감사원장 임명동의안과 새해 예산안,경제 및 민생법안 처리 등을 위해서는 한나라당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하다.오는 17일쯤 김 장관이 사의표명을 공식화하고 직후 노 대통령이 그의 사표를 수리하는 수순이 점쳐지고 있다.김 장관의 자진사퇴로 해임공방이 일단락된다면 첨예한 대치가 예상되던 정국에 일단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곽태헌기자 tiger@
  • 부처 인사기능 전문화 탄력

    정부부처 인사기능의 전문화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지난 7월 정부부처의 인사·조직 자율권 확대 방침을 밝힌 이후,몇몇 부처에 인사 전담부서가 발빠르게 신설되고 있어서다.이런 움직임은 거의 모든 부처에 확산될 것으로 보여 그야말로 정부 부처 인사·조직 관리체제의 대폭 개편으로 이어질 공산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는 일부 부처나 청에만 인사 전담부서가 설치돼 있었다. ●인사과 신설 봇물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부처별 인사 자율권 확대 방침을 선언한 이후 농림부와 특허청 등 6개 부처와 청이 인력개발담당관실이나 인사조직 담당관실이라는 명칭으로 인사담당 과(課)를 신설했다.그동안 인사과는 외교부와 경찰청 등 일부 부처와 청에만 설치돼 있어 부처별 인사의 자율권을 발휘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각 부처가 인사 자율권을 가질 경우 그동안 행정자치부에서 관리해온 특별채용,부서 내 직종전환,부처간 이동 등의 임용기준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또 일반직특채나 별정직·계약직 공무원을 임용할 때 행자부와 사전협의를 거쳐야 했던 과정을 없애 정원 내에서 결정한다.기관장에게 인건비의 예산총액 범위 내에서 자율적인 인력 조정권이 부여되는 셈이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각 부처 총무과에 소속돼 있는 인사계를 조직분야와 함께 별도 과로 신설할 것을 권고하고 있어,늦어도 내년까지는 모든 부처와 청에 인사 관련 과가 설치될 전망이다. ●부서간 이견조정이 숙제 그러나 부처별로 인사과가 신설되기까지에는 부서간 이견조정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대부분 부처와 청의 인사권은 총무과장이 기관장의 전결을 받아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부처별로 총무과장이 ‘승진 0순위’로 여겨지는 것도 부처 내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과가 신설되면 기획관리실장 밑으로 옮겨져 행정관리기능과 합쳐질 수밖에 없다.이런 이유로 일부 부처는 총무과 소속 공무원들이 인사권을 내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다.부서간 힘겨루기로 비쳐진다. 중앙인사위 관계자는 “인사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기관 내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부처의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한 인사·조직 관리체제로 전환한다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며 인사 관련 과 신설을 독려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종락기자 jrlee@
  • 金장관 “평소처럼”/행자부 일정 모두 소화 추석후 중대고비 될 듯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4일 평소와 다름없이 공식 스케줄을 모두 소화하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그는 이날 오전 7시45분쯤 출근해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과 전화 인터뷰를 가진 데 이어 승진한 직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오후에는 청와대에서 열린 재정분권 및 균형발전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했고 시·도 기획관리실장회의와 해외이북도민 고국방문단 환영 만찬에도 참석했다. 김 장관의 이런 행보는 해임안 가결 직후 한때 나돌았던 ‘자진사퇴설’을 불식시키는 듯하다. 김 장관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다.”면서 “그러나 지방분권·정부혁신 등 여러 현안이 있는데 이런 문제를 잘 마무리한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퇴를 하더라도 그 시기는 상당히 미뤄질 것이라는 뉘앙스를 주고 있다. 그는 “대통령이 국민 여론을 듣고 (사퇴시기를)판단할 것”이라며 거취문제를 대통령에게 일임했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5자 회동에서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과 관련해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자 “대단히 힘든 숙제를 줬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그렇다고 김 장관이 계속 장관직을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행자부 안팎의 관측들이다. 오는 22일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장관이 답변을 할 경우 파행이 우려되기 때문이다.5자회담에서 최 대표가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처럼 야당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맥락에서 김 장관은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부터 국감 시작 전에 거취를 결정할 공산이 큰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종락기자 jrlee@
  • 청와대 5자회동 90분/盧 “金행자 해임은 어려운 숙제” 崔 “나라의 어른답게 행동하라”

    4일 열린 5자회동은 “화기애애했다.”는 청와대측의 설명과는 달리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한때 옥신각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최 대표는 A4용지 10장 분량의 글을 미리 준비해 갔고,회담에서 이를 죽죽 읽어내려 갔다고 한다.노 대통령은 노사문제와 관련,“왜 이런 자리에서 논쟁적인 얘기를 하느냐.”고 했고,“(노 대통령이)보기에는 상당히 불쾌한 표정을 짓더라.”는 게 최 대표의 전언이다.2시간 남짓 회담에서 1시간30분간을 노 대통령과 최 대표가 주로 대화를 나누었고,나머지 참석자는 대부분 묵묵히 지켜봤다고 한다. ●김두관 장관 해임건의안 최 대표는 헌법학자 김철수 교수를 예로 들며 “법률가의 해석을 경청해 달라.”고 요청했다.노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을 받아서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조크로 받아넘겨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이어 노 대통령은 “대단히 힘든 숙제를 줬다.”고 말했다.최 대표는 “김 장관이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과 더불어 맞서 싸우겠다는 얘기를 한 것을 봤다.방자한 태도다.헌법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는 법률학자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거부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우리가 기대한 것과 다른 결정을 하게 될 경우 헌법정신 유린이라 보고 정면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한나라당이 말을 안하지만 실제로는 행자부장관이 500억원을 시민단체에 지원하겠다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그게 사실이라면 나의 뜻과는 다른 것”이라며 배석한 문희상 비서실장에게 조사를 지시했다.이에 문 실장은 “500억원도 5년에 걸친 액수”라며 “심사는 한나라당이 많이 차지하고 있는 광역단체장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국 정상화와 특위구성 최 대표는 “취임 6개월이 지나서야 원내1당 대표가 얼굴을 마주 대한 것부터가 정치가 잘못되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고 운을 뗐다.이에 노 대통령은 “취임 전에도 야당을 찾아갔었고 후에도 야당 대표를 만났는데 야당 경선으로 기회를 못잡았고,대정부 공세가 심해 입을 뗄 수 없었다.언제나 대화를 해야 한다.”고말했다.이어 최 대표가 국가전략산업 특위 구성을 제안하자 노 대통령은 “10대 차세대 동력산업과 같이 윤곽을 잡아서 오면 그대로 하겠다.”고 답했고,다른 참석자들도 전원 동의했다. ●노사문제 싸고 옥신각신 최 대표가 공세적인 발언을 했다.“경제회생을 위해서는 집단 이기주의와 불법 파업에 대해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노사갈등이 최대 복병이라 한다.초기 대응의 잘못이 엄청나다.”고 지적했다.이에 노 대통령은 “오늘 같은 자리에서는 큰 차원의 얘기를 하자.왜 이런 논쟁적 얘기를 하느냐.”고 말했다.최 대표는 “원인이 뭔지를 봐야 한다.우리나라 경제를 위한 핵심적 문제 중 하나이기 때문에 거론한 것”이라고 했다.노 대통령은 “공격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최 대표는 “공격이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최 대표는 “이때 상당히 옥신각신했다.”고 전했다. ●신당 문제와 당적이탈 최 대표는 “대통령이 신당 창당에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곤란한 것은 전부 야당에 떠넘기고 신당놀음만 하고 있지 않느냐.앞장서서 정부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었다.누가 야당이고 누가 여당이냐.책임있는 자세로 임해달라.신당에 대한 입장을 정확히 해달라.”고 말했다.그러자 노 대통령은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민주당 정대철 대표는 “야속할 지경이다.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언론 문제와 각종 게이트 관련 최 대표는 “권력형 비리를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대통령이 의혹의 중심에 서서는 리더십이 발휘되지 않는다.특검 및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을 이어갔다.노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일절 개입하고 있지 않다.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불화가 있다는 말까지 보도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최 대표는 “대통령이 손배소를 제기했다.나라의 어른답게 행동해 달라.국정조사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노 대통령은 “언론도 잘못 보도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김문수 의원 문제는 무혐의 된 부분과 (소송은)다른 부분”이라고 설명한 뒤 “당장 논의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해소취하에 대해 우회적으로 거절의 뜻을 나타냈다. 문소영 이지운기자 symun@
  • [젊은이 광장] 대구U대회 숙제 많이 남겼다

    ‘북한의 대회불참 소동’을 겪으며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세계 대학생 스포츠 축제’ 2003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가 오는 31일 12일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는다.이번 대구 U대회는 대규모의 북한 선수·응원단이 참여하는 등 역대 대회사상 가장 많은 국가가 자리를 함께해 그 의의를 더했다. 필자는 대구 U대회에서 대학생 명예기자로 활동하면서 경기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직접 보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것을 느꼈다. 경기장 안팎의 다양한 문화행사는 대회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국내 보수단체와 북한기자단의 충돌은 재미를 더해갔던 대회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환갑을 지난 자원봉사자 할머니,한반도기를 들고 “우리는 하나다.”라며 남·북 선수들에게 환호를 보내던 대학생들.이들의 활약은 대회 곳곳에서 빛났다. 인터넷을 통해 자원봉사에 지원했다고 소개한 김학자(64·경북 안동) 할머니는 “경기가 끝나면 경기장 안팎을 청소·정리한다.”면서 “자원봉사의 기회를 준 당국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여자 양궁 개인·단체전 예선이 진행되던 예천진호양궁장에서는 국내 대학생들이 주축이 돼 북측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냈다.이에 북측 선수와 임원들은 직접 응원석까지 다가와 준비해온 배지를 전해주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분단의 아픔으로 오랜 시간 서로 떨어져 생활환경과 문화는 다르지만 같은 말을 하고 같은 외모를 가진 북녘의 동포들이 너무도 가깝게 느껴졌다. 북한의 미녀응원단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였다.고전을 면치 못했던 대회 입장권 판매율이 미녀응원단의 대회 참여로 몇배나 증가했다고 하니 이들은 과연 스타였다.화려하고 다양한 응원도구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노래를 불러 사람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였다.하지만 이들에게 보내는 지나친 관심이 도리어 조직위 관계자들의 과잉경호 논란으로 이어져 국민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북한의 미녀응원단 못지않게 경기장을 뜨겁게 달군 이들은 2만 5000여명의 시민 서포터스들이었다.이들은 외국팀 경기가 있는 곳마다 찾아가 형형색색의 옷과 세계 각국의 국기를 앞세우고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하지만 시민서포터스의 활약이 너무 컸던지 정작 우리선수의 경기는 관심 밖이고 서포터를 맡은 외국팀에 모든 이목과 응원이 집중돼 한국선수들은 주눅이 들기도 했다.1∼2명의 초미니 선수단을 꾸려 대회에 참가한 국가에 보내는 응원이 너무 극성스러워 외국선수들이 오히려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당황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무엇보다 북측의 두차례 대회 참가 중단소동과 ‘비 맞은 현수막 사건’은 남북한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느끼게 했다.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마음 한쪽에 쌓인 편견의 벽을 허물려 해도 허물 수 없었다. 세계 대학생들의 스포츠 축제이자 남북 화합의 장인 대구U대회는 많은 숙제를 남기며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다.무엇보다 이번 대회를 거울삼아 앞으로 남북의 문화·체육교류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그 순수성이 훼손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임 현 재 안동대신문 교육부장
  • 반딧불이 / 반짝반짝~나 잡아봐라

    지난 26일 밤 8시30분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시우리 야산.반딧불이를 사랑하는 ‘남양주 반디 사랑’ 모임의 회원 10명이 산길을 따라 손전등·라이터·휴대전화로 불빛을 반짝반짝거리며 반디들을 유혹,채집하고 있었다.이들은 1시간여 동안 잡은 50여마리 반디들의 왼쪽 날개부분에 일일이 표식을 한 뒤,종류·숫자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 산속으로 다시 날려보내는 등 반디의 탐사·보존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반디의 탐사·보존 활동을 하다 보면 산길을 많이 걷게 돼 운동효과가 만점이에요.지역 주민들과도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삶에 대한 깊이와 폭도 넓어집니다.여기에다 환경보호의 중요성도 깨닫게 되기 때문에 반디 사랑이라는 취미 생활로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거두고 있죠.” ‘남양주 반디 사랑’의 반디 탐사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이재명(29·남양주시 YMCA 직원)씨는 “지난 2000년 7월 우리 남양주에도 반디가 서식한다는 제보를 받고 시민 탐사단을 모집한 것이 계기가 돼 ‘남양주 반디 사랑’ 모임이 탄생하게 됐다.”며 “반디 사랑은 거창한 구호보다 내가 먼저 쓰레기를 덜 버리고,합성세제를 적게 쓰는 조그마한 노력에서부터 출발한다.”고 강조한다.“반디는 환경오염 여부를 결정하는 지표 생물입니다.반디가 서식한다는 것은 바로 청정지역이라는 얘기죠.” 갈대·부들 등 수생식물을 연구하다가 ‘반디와의 사랑’에 빠졌다는 김건한(54·경기도 여주군 여주초등 교감)씨는 “수생식물을 연구하다 보니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환경문제의 관심은 반디 사랑 모임 참가로 이어졌다.”며 “반디 사랑으로 얻은 환경지식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치고 환경보호 인식을 일깨워 준다는 점을 자부심으로 느낀다.”고 말한다. 초등학생인 딸의 학교 숙제를 돕기 위해 반디를 쫓아 다니다 지난해 5월 ‘남양주 반디 사랑’에 동참한 김영미(41·여·도자기 공방 운영)씨는 “모임에 참석한 이후 달라진 점은 모든 일을 결정할 때 먼저 환경문제를 고려하게 된 것”이라며 “집안 일을 할 때 비누·세제 등 환경을 파괴하는 상품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고 덧붙인다. 반디 사랑 모임은 현재 전국적으로 9개가 결성돼 있다.이중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모임중 하나가 ‘남양주 반디 사랑’으로 회원은 26명.이들은 10∼50대로 연령대가 폭넓게 구성돼 있으며,직업도 교사·가정주부·자영업자·회사원·공무원 등으로 다양하다. “딸에게 채집한 반디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종류와 특성,암수 구별법 등을 가르쳐 주니까,딸이 금세 흥미를 느끼며 반디와 친하게 됐죠.이후 딸은 특히 환경문제 등의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반디의 학습 효과가 매우 큽니다.” 반디 사랑 창립멤버인 홍성인(40·농심 대리점 운영)씨는 “반디의 주요 서식지는 하천을 끼고 있는 산림 속이나 물이 많은 논 등인데,최근 이곳에 개농장이 무차별로 들어서는 바람에 서식지가 좁아져 반디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반디 사랑 모임의 활동에 시간적인 제약이 많다는 점이 저변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2001년 4월부터 반디 사랑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정원(41·남양주시 환경사업소 시설운영팀장)씨는 “모임에 참가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환경문제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 늘어나고 환경보호에 일조한다는 성취감도 있어 반디에 대한 정도 새록새록 쌓인다.”며 “그러나 반디가 밤에 활동하는 만큼 시간 제약으로 환경보호 운동의 중심을 이뤄야 할 초·중학생이나 여성들에 대한 저변 확대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점”이라고 말한다. 2년째 반디 사랑 모임에 참석하는 문현주(38·여·남양주 월문초등 교사)씨는 “개인적으로는 어릴 때의 아련한 반디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어 좋다.”며 “함께 반디 사랑 모임에 참가하는 초등학생인 아들이 자신이 체험한 반디 지식을 다른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을 볼 때면 가슴이 뿌듯하다.”고 흐뭇해한다. 남양주 글 김규환기자 khkim@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 반딧불이는 천연기념물 322호로 지정된 ‘반딧불이’는 서식 여부로 환경오염 정도를 판단하는 지표 생물.반디·반딧불·개똥벌레·고개빤드기 등 50여개의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세계적으로 2000여종,우리나라에는 애반딧불이·늦반딧불이·운문산 반딧불이 등 모두 7종이 서식하고 있다. 몸길이는 7∼30㎜이며,성충(어른벌레)의 수명은 7∼14일.성충의 출현 시기는 운문산 반딧불이 5월 중순∼8월 초순,애반딧불이 6월 초순∼8월 중순,늦반딧불이가 가장 늦은 7월 하순∼10월 초순 등이다. 반디의 빛은 ‘루시페린’이라는 발광물질과 ‘루피페라아제’라는 발광효소가 들어 있는 특수세포가 만들어낸다.이 세포에 산소가 공급되면 ‘아데노신삼인산’이라는 화학물질이 생기는데,이 물질과 ‘루시페라아제’가 결합하면서 빛을 내는 것이다. 빛을 내는 이유는 ‘짝’을 찾기 위해서다.개구리가 개굴개굴 울면서,새들은 지저귀면서 배필을 찾듯이 반디의 암컷은 뒷배 아랫부분에 있는 발광기에서 빛을 내 수컷을 유혹한다. 반디 한 마리가 내는 빛의 밝기는 약 3럭스이다.따라서 200마리를 잡아 모으면 신문을 읽을 수 있다.일반 사무실의 밝기는 평균 500럭스이다.반디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얻으려면 반디 탐사·보존 활동을 벌이고 있는 ‘남양주 반디 사랑’을 비롯해 ‘분당 환경시민의 모임’,‘경북 봉화군 반딧불이 연구회’ 등을 찾으면 된다. 김규환기자
  • 말 안듣는 아이 매 약인가 독인가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때때로 매를 든다.아이들을 학대하는 몹쓸 부모가 아니라도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폭력은 그리 멀지 않다. 그러나 부모들은 알고 있다.‘사랑의 매’라고 아무리 변명해도 사실은 순간적으로 감정이 끓어올랐을 뿐,아이의 버릇이나 미래를 생각한 ‘교육적 처신이 아니었음을.그리고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니다.”는 자책에 괴로움을 겪기도 한다. 아이에게 매를 들어야하나,말아야하나.이것은 부모들의 공통된 고민 중 하나다. ●잘못된 버릇 어떻게 해야 하나 독자 김영선(39·서울 양천구 목동)씨가 메일로 취재를 요청했다. “아이가 커가면서 가장 큰 고민은 잘못된 버릇을 어떻게 고쳐나가느냐는 문제입니다.처음에는 좋은 말로 시작하지만 때때로 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기도 합니다.오늘도 수학문제를 가르치다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말았습니다.제가 성격이 유난한 편도 아닌데 아이에게만은 이런 식의 ‘저급한’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속상합니다.‘사랑의 매’라고 말하진 않겠습니다.솔직히 감정적으로 행동한 것이니까요.매를 들지않고 아이를 키울 수는 없을까요?그리고 남들도 저처럼 아이를 때리면서 키우는지 알고 싶습니다.” 독자 김씨의 고민은 ‘아이 키우기’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욱이 가정과 사회적인 분위기가 자유스러워지면서 “아이들의 버릇이 나빠졌다.”는 말에 대부분의 기성 세대는 공감한다.그러나 이전 세대와 달리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고 배운 부모들로서는 지난 세대의 엄격한 가정교육과 다른 새로운 자녀교육을 원한다.과도기적인 어려움은 가정교육에도 고스란히 투영돼 이 시대 부모들은 자녀교육에 이전 세대보다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10살난 두 아이의 어머니 성혜란(37·서울 동작구 사당동)씨는 매를 드는 이유를 “이대로 뒀다가는 아이들이 제대로 자라지 않을 것같다는 조바심 때문에 화를 내게되고,때리기도 하는 것같다.”고 ‘부모의 욕심’이라고 때리는 이유를 분석했다.“솔직히,아이들은 맞으면 당장 조용해지고,말도 잘 듣기 때문에 매를 든다.남편은 아이를 인격적으로 대접하라고 하지만,하루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도리어 화가 난다.” 회사원 정석준(42·경기 고양시 일산구 마두동)씨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회초리를 걸어두고 키웠다.“실제로 아이를 때릴 기회는 많지 않았다.하지만 아이가 떼를 쓰거나,버릇없이 굴 때는 회초리는 상징적인 효과를 발휘했다.‘매를 아끼면 아이를 버린다.’고 믿는 부모님 아래서 자랐고,가끔 형제들이 싸우면 벌을 서기도 했다.매를 들지는 않더라도 부모가 통제할 방법을 모르면 문제가 커진다.”고 ‘가정교육 부재의 시대’를 염려하면서,그럴수록 ‘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매,필요악인가 대부분의 부모들은 ‘매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봐도 매를 맞고난 후,‘정신을 차려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잖았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난색을 표한다. 동덕여대 우남희교수는 “매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자녀를 부모의 예속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또한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라고 생각해서 때려서라도 가르쳐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부모가 이성적인 준비 혹은 훈련이 되지않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버릇은 무서운 것이라 한다.‘사랑의 매’든 ‘교육적인 매’든 결국 매를 맞고,버릇을 가르쳤다면 다음 버릇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더 많이 때려야한다는 것이다.어린 아이에게 매는 단기적으로 ‘착한 아이’를 만들 수 있으나 그런 식의 통제만능 가정교육은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이를 결국 어긋나게하는 단초가 된다.즉 부모들은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통제력의 부족’이라고 생각하면서 더욱 철저하게 통제하게 되고 친구에게 전화하는 것부터 공부하는 시간 체크까지 감시의 눈길을 번득이며 통제하게 마련이다.그러나 통제는 결국 부모가 바라는 바와는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지고,부모와 자녀간의 갈등만 커지게 된다. 때때로 아이들은 힘든 일과 매,두 개의 선택 중 “맞고 말지.”라는 식으로 부모가 기대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직장인 유현진(35·경기 성남시 분당구효자동)씨는 요즘 자녀교육에 자신감을 잃었다.초등학교 2학년 딸이 어렵더라도 혼자 일기를 써보라는 할머니의 충고에 “엄마는 잠깐 화내고 나면,금방 내 뜻대로 해준다.”며 “한 대 맞으면 된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직장일로 바빠 늘 시간이 없으니 아이가 스스로 해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걱정이 많지요.그래서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기보다는 ‘본론’위주로 이야기하게 되고,가끔 때리기도 했어요.물론 그렇게 심한 폭력은 아니었지만,야단을 치고 아이의 자존심을 짓밟았어요.후딱 제가 숙제를 해주는데 아이는 제 속을 훤히 꿰뚫어보고 있었다니…” 또한 아이는 너무 아프거나,무서우면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할 겨를도 없이 매를 맞아서 아프고,기분이 나쁘며 부모가 무섭다는 기억밖에 하지 않게 된다. 아이들에게 절대로 매를 들지않는다는 김성락(44·서울 강서구 가양동)씨.“실제로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타당한 이유없이 그냥 맞았던 기억,부모님이든 선생님에게서든 맞았던 기억은 섭섭함과 불쾌함,상처로 남아있어요.아직도 억울해요.” 그는 매의 ‘무용론’을 강조했다. ●폭력은 학습된다 연세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아동학대라 불리는 극단적인 경우가 아닌 보통가정에서 가끔 일어나는 ‘매’도 폭력의 범주에 넣어야하고,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깊이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폭력이 폭력을 부른다는 ‘폭력의 순환(cycle of violence)’은 이미 증명된 명제임을 부모들이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우리는 “3살 전에 버릇을 들이지않으면 아이 키우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만연해있고,최근에는 조기교육까지 극성이라 서너살 때부터 강압적으로 양육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그러나 일찍 폭력에 노출된 아이는 자율성이 없어지고,자아상이 나빠져서 결국 자신감도 잃게된다는 것이다.부모가 자꾸 아이를 야단치면서 했던 말로 인해 아이들은 ‘나는 나쁜 애니까 어차피 좋아질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초등학교 4학년 양성호(가명)군은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를 찾았다.착하던 아이가 갑자기 화가 나면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는가 하면 도벽까지 생겼기 때문이다.풍족한 가정환경이지만 성호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사내가 약하다.”며 아이를 때려서 키웠고 화가 나면 아이를 던지기까지 했다.심리검사에서 어떤 그림을 봐도 성호는 모든 사물을 무섭게 받아들였고,적개심에 가득차 있었다.성호의 어머니는 “사내아이가 약하다고 남편은 아이가 파랗게 질리도록 야단치고 때리기도 했다.얼마전 일기에 ‘언젠가는 아버지를 죽여버리겠다.’는 말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맞고 자란 아이는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위험이 크다고 중·고등학교 교사들은 말한다.가정에서의 매가 결국 사회적인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성훈(가명·13)군은 동생 성호(가명·12)군을 때려서 결국 크게 다치게 했다.문제는 가정폭력의 가해자인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에 폭력에 노출됐던 아이는 폭력에 대한 도덕성을 갖지 못했고,또한 분노를 조절할 줄 모르는 아이로 자랐다.“얌전한 아이인데,왜 동생에게만은 그렇게 폭력적인지 모르겠다.”고 어머니는 말하지만 폭력의 순환고리는 이렇게 때로는 가해자로,때로는 피해자로 이중의 고통을 안겨줄 만큼 치명적인 것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형제가 싸우고,서로 폭력을 휘두른다면 그 문제는 형제가 아닌 부모와 자녀간의 문제에서 풀어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부모들의 의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매 맞는 아이와 학교폭력,사회적인 폭력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전 세대들이 모두 폭력을 옹호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한학자 노재욱씨는 ‘이제는 아버지가 회초리를 맞을 때다’라는 자녀교육서에서 “예의범절이나 버릇을 가르치려고 아이에게 매를 때리는 것은 선현들의 가르침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선현들이 자녀를 때리라고 가르치지는 않았다.오히려 자녀는 부모를 보고 배우는만큼 부모의 행동가짐을 올바르게 할 것을 강조했다.자신들은 예의는 물론 질서와 도덕을 무시하면서 아이에게만 잔소리하고,매를 든다면 결코 진정한 예의를 가르칠수 없을 것”이라며 이 시대 부모들의 이중적인 가정교육을 우려했다. ●매는 절대로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은 “매는 절대로 안된다.”고말하지는 않는다.‘때에 따라서’는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남희 교수는 “부모들이 이를 잘못 이해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아이의 성격에 따라서 결정하라.”고 말했다.논리적으로 따지고 드는 아이에게 매는 금물,반면 감정적이고 행동이 부잡스러운 아이들에게는 “신체적인 가해가 때로는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진정 아이를 위한,감정적인 분노표출이 아닌 ‘교육적’인 매는 어떤 것일까. 우선 △부모가 화를 가라앉히고 난 뒤에도 때릴 이유가 분명히 있다면 그렇게 하라.△“다음에 또 이렇게 행동하면 3대 때린다.”는 식으로 미리 경고하고,똑같은 행동을 했을 때에는 벌할 수 있다.단 가급적 같은 장소에서 체벌을 하나 정해두고 벌한다면 계획성없이 손으로 때리는 그런 폭력의 문제점은 해결할 수 있다.△아이를 때리고 나서는 반드시 달래줘야 한다.또 아이에게 맞고나서의 느낌이나 생각을 묻고,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그래야 아이가 매에 대해 이해하고,상처로 남지않기 때문이다. 결국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대화하는 부모의 자세가 매보다는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허남주기자 hhj@
  • ‘7942 도서관’ 들어 보셨나요/청소년공부방 책기증 운동

    ‘7942(친구사이) 도서관을 아시나요.’ 요즘 같은 ‘사교육 전성시대’에 책조차 없어 고민하는 불우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책을 전달하는 운동이 화제다.집안 형편 때문에 공부할 곳이 마땅치 않거나 변변한 책 하나 없는 것이 소년·소녀 가장과 결식 아동들의 현실.사교육이나 학습지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불우 청소년을 위한 희망 릴레이 7942도서관’ 캠페인은 이들을 위해 지난 5월 시작됐다.사단법인 청소년참사랑운동본부(청사랑)가 주최하고 방문도서관업체인 북차일드가 매달 500권의 책을 지원하고 있다. 7942도서관은 새로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다. 서울 시내 비인가 공부방에 책을 전달하고 독서관으로 꾸며 준다.공부방에서는 초등학생∼중3학생 가운데 불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학습 공간을 제공한다.대부분 종교단체에서 사회봉사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책이나 참고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서울 시내 비인가 공부방은 72곳에 이른다.청사랑은 이 가운데 지원을 요청한 30곳을 대상으로 책을 전달할 예정이다.지난 5월 신월동씨앗공부방에 1호점이 문을 연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수유동 열린숙제방이 3호점으로 등록했다. 집안 일을 하느라 공부방조차 가기 어려운 학생들은 직접 방문해서 책을 전달하고 얘기도 나눈다.모든 활동은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이뤄진다. 김기현 사회복지사는 “도서관에 책도 부족하지만 책장도 크게 부족해 도움이 절실하다.”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동참을 호소했다.(02)2632-7942 김재천기자
  • 뭐! 외국인이 ‘엘리베이터’를 노려? / 현대家 손잡는다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의 타계와 현대차,현대중공업의 계열분리 이후 느슨해졌던 현대가(家)의 결속력이 정몽헌(MH) 회장의 타계를 계기로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 맏형인 정몽구(MK) 회장은 정몽헌 회장의 장례식을 묵묵히 진두지휘하는가 하면 정씨 일가 친척들도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소원한 관계를 어느정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정 회장 사후 외국인들이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집중 매집,적대적 M&A(인수합병) 조짐이 나타나자 현대가 기업들이 일거에 지분을 매입,‘백기사’ 역할을 했다.현대가의 이같은 신속한 조치에 시장도 놀라는 표정이다.일부 계열사 직원은 “역시 현대답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어디를 넘봐 정 회장 타계 직후인 지난 8일까지만 해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이 2%에도 못미쳤던 외국인들은 11일 이후 주식을 집중 매집했다.13일에는 지분율을 무려 11.21%로 늘렸다. 곧바로 시장에서는 적대적 M&A나 ‘그린메일(경영권이 취약한 기업의 주식을 매집,이를 비싼값에 다시 사줄 것을 요구하는 행위)’의 징후로 해석됐다.‘제2의 소버린’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그러자 한국프랜지와 현대백화점,현대시멘트 등 현대 기업들이 나서 일거에 현대엘리베이터의 자사주 43만주(7.66%)를 사들였다.정몽헌 회장 장모인 김문희씨 지분 18.57%를 포함,우호지분 37.43%는 변함이 없지만 현대엘리베이터 자사주가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바뀌면서 경영권 방어가 한층 수월해졌다.여차하면 현대차나 현대중공업도 가세하겠다는 태세였다. 이에 대해 정씨 일가의 물밑 접촉이 있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현대엘리베이터가 외국인 손에 넘어가 현대상선 등 현대계열사들이 줄줄이 이들의 영향권에 드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 관계자는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MH 계열사가 M&A 대상이 된 것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백기사 군단에 가세할 것이란 추측이 나돌자 14일 채양기 재무담당부사장(CFO)을 통해 “가족사와 경영은 별개”라며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매입한 사실도없으며,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 이상은 ‘글쎄’ 현대가에는 아직도 숙제가 많다.특히 정몽구 회장의 고민은 적지 않다.현대엘리베이터 문제는 정몽헌 회장 계열기업의 지배가 아닌, 경영권 방어가 목적이었다.그래서 ‘자동차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 힘을 실어준 것이다.그러나 정몽헌 회장 이후의 후계구도 설정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대북사업이다.현대차는 계속 손사래를 치고 있다.고민은 남북경협이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업이라는 점이다.현대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대북사업을 철저히 경제적 논리에 입각,처리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사업을 희생하면서까지 남북경협에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현대가의 또다른 고민은 모기업인 현대건설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과거 100여개 현대 계열기업의 모태인 현대건설은 2001년 출자전환 이후 은행이 대주주인 상태다.올해 초에는 정몽구 회장 소유의 현대차가 건설 부문을 인수하는 문제도 고려했지만 시장의인식이 좋지 않아 그만뒀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열린세상] 주민투표와 지방자치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벌써 8년째를 넘기고 있다.지방자치는 이제 그 성과와 함께 우리 사회에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가고 있지만,운영상의 시행착오로 인한 낭비와 부작용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실정이다. 여전히 위축된 자치권,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지방의회,일부 단체장의 행정낭비와 태만,그리고 주민들의 미약한 자치의식 등은 현재까지 지방자치가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이것은 결국 지역 주민들로부터 지방자치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주 요인들이 되고 있다. 앞으로 참여정부가 약속한 대로 지방분권이 가속화한다면 결정권이 다원화되어 정부와 주민간,정부와 정부간 그리고 주민과 주민간의 갈등은 더욱 첨예화할 것이 분명하다.제반 갈등 현상이 우리 사회에 확산·심화되면 사회 발전은 물론 지역 발전에 커다란 저해요인이 된다.특히 지역갈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할 때 집단이기주의 행동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사회구성원 모두가 직접 피해 당사자가 되고 만다.그동안 핵폐기물 처리장이나 쓰레기 매립장 설치를 놓고 빚어졌던 갈등들이 그 대표적인 증거가 된다. 점점 다양화 집단화하는 주민들의 요구와 상충하는 갈등 문제를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의 경직된 제도만으로 해결하기는 더 어려워졌다.그리고 주민들의 자치 의식 내지 납세자 의식의 강화를 통해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획기적으로 높여나가지 않으면 지방자치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주민들이 자치 현장에 참여해서 현안 문제를 직접 풀어감으로써 지방자치의 의미와 성과 및 문제점을 체험해 나가는 것이 대단히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주민직접참정제도의 확대 도입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이러한 배경하에 행정자치부는 지난 28일 구체적인 주민투표 방안을 담은 주민투표제 도입 시안을 발표한 바 있다.1994년 이미 지방자치법에 주민투표제를 도입하였으나 국회가 10년이 다 되도록 주민투표법을 제정하지 않아 유명무실화해오던 차에 내년 7월 시행 목표로 그 구체적 시안을 마련한 것은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주민투표제의 도입은 지방정부와 의회가 주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완하고 지방자치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게 될 것이다.그러나 선진국들이 주민투표 도입을 상당히 주저했고 또 지금도 주민투표 제도에 상당한 논란이 지속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주민투표제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상당히 성숙된 주민들의 참여의식과 책임의식을 요구한다.아울러 민주적인 제도와 절차를 존중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사회문화가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민투표제는 민주주의라는 미명 하에 행정권과 직접민주주의가 결탁하여 의회주의를 배제함으로써 독재로 나갈 가능성을 안고 있다.게다가 주민투표의 기술적 제약으로 말미암아 합리적인 결정이 이루어지지 못할 우려 또한 크다.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투표의 관행과 문화가 성숙되지 못하고 정당정치가 뿌리내리지 못한 곳에서는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주민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개인에 대한 신임투표 내지 선동정치의 장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일본과 프랑스가 투표결과의 법적 구속력을 오랫동안 부여하지 않고 단지 주민의견을 청취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온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주민투표제의 부작용을 극소화하면서 지방자치의 정착에 기여하려면 차제에 주민투표 제도의 역할과 기능을 명확히 정립하고 그에 따른 제반 절차에 관한 요건들을 충분하게 논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끝으로 주민투표제는 지역현안 문제 해결의 최선 또는 최종의 수단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보조 내지 촉진의 수단이라는 사실을 먼저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육 동 일 충남대 교수 자치행정학
  • “봉제공장 200여곳에 공부방 마련”전태일열사 동생 전순옥씨

    “비좁고 어두운 작업장에서 하루종일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자녀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 순옥(49)씨가 봉제의류공장에 다니는 여성노동자들의 자녀를 위해 ‘방과후 공부방’을 연다. 오는 9월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문을 여는 ‘방과후 공부방’은 지난달 문을 연 ‘참여성노동복지터’의 실태조사에 따라 마련됐다.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봉제의류사업장 200여곳의 여성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실태조사 결과 44%에 이르는 주부 노동자들이 자녀들의 공부방을 가장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씨는 “오빠가 근로조건 개선을 외치며 몸을 불살랐던 30여년 전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가장 원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면서 “이 일을 하기 위해 성공회대 교수직도 그만뒀다.”고 말했다.특히 전씨의 영국인 남편 크리스 조엘(60·영어 컨설턴트)도 방과후 공부방에 교사로 지원하고 나섰다.교사 3명과 대학생,영어강사 등도 이 일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초등학생 40명 정원에 현재까지 지원한아이들은 모두 30여명.방과후 공부방의 신현희(44)교사는 “1일 실무자들의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오는 4일부터 3주동안 영어특강을 열고 다음달부터는 교과와 숙제지도,인성교육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면서 “앞으로 창신동 뿐만 아니라 서울시내 봉제의류공장 200여곳에 공부방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혜영기자 koohy@
  • 오일만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중국인 휴머니즘 잃어가고 있다

    중국의 경제개발 제1주의는 황금만능주의를 만연시켰고 필연적 귀결인 ‘인간성 상실’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던지고 있다. 최근 여자 걸인 리원란(李文蘭·42)의 비참한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중국 지도부는 물론 많은 중국인들이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리원란이 비명에 죽어가는 것을 지켜 보았던 정부 관원이나 의사,시민들 어느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중국 특유의 관시(關係)사회와 가족주의로 인해 낯선 사람에 대한 무관심도 주요 이유일 것이다. 사건은 리원란이 지난 5월6일 저녁 산시(陝西)성 한중(漢中)시 청구(城固)현 얼리(二里)진의 한 식당에서 음식을 구걸하면서 시작됐다. 생일파티를 즐기던 3명의 중학생(15)들은 어머니 나이의 이 여자 걸인에게 동정심을 보이기는커녕 욕설을 퍼부으며 구타를 했다.병원 당직 의사는 5월7일 새벽 병원 문밖에서 피를 흘리며 신음하는 리원란을 발견했으나 돈이 없는 것을 알고 쫓아 버렸다. 리원란은 근처 파출소에 도움을 호소했고 마지막으로 얼리진의 당서기 집을 찾았지만 “집으로돌아가라.”는 차가운 대답만 들었다.결국 현지 경찰차에 태워져 한적한 교외 지역에 버려진 리원란은 10일 숨진 채 마을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세상에 알려진 것은 두달이 지난 7월10일.관영 신화통신은 이례적으로 중앙 지도부가 리원란 사건에 경악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사건의 전모와 함께 당국의 처벌 내용을 보도했다. 리원란을 버린 파출소 직원과 중학생 3명이 인민 검찰원에 기소됐으며 치료를 거부한 당직 의사는 해고조치됐다.그러나 청구현 공안국 부국장과 파출소장,얼리진의 당서기 등 당간부들은 경고 조치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중국 언론이 중국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굳이 보도한 것은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사실 리원란 사건은 13억명이 사는 중국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중국 소식통들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펼치고 있는 애민(愛民)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듯하다.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기간에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환자를 구한 의료진들을 영웅으로 만든 것도어떻게 보면 중국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공동체 붕괴’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반증이다. oilman@
  • 여름방학 EBS 실속프로 ‘풍성’/‘엄마와‘등 특집프로 마련

    방학이라고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게 요즘 아이들의 현실.자녀를 맘껏 뛰놀게 하고 싶은 마음과 뒤처진 공부를 보충해주고 싶은 욕심 사이에서 학부모들도 갈등하기 마련이다. EBS가 이런 고민에 처한 학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여름방학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먼저 FM라디오 ‘부모의 시간’(오전 11시)은 14∼18일 ‘알찬 여름방학 보내기’를 주제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한다.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름캠프 선택 요령,학습관리 방법,방학숙제 해결요령,생활예절 교육,그리고 건강체크 방법 등에 대해 각계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다.김일권 파랑새열린학교 교장,박동혁 아주대 학습능력개발연구실장,임인석 중앙대병원 교수 등이 참여한다. 위성 플러스2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수학교육 공개강좌 ‘안재찬의 엄마와 함께 하는 수학’을 14일부터 8월24일까지 월∼금 오전 10시30분에 방송한다.자녀의 특성을 가장 잘 아는 부모들이 옆에서 아이들의 공부를 돌봐주는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녀교육의 방법을 제시한다. 초등학생을 위한 ‘방학생활’은 14일부터 6주일 동안 TV와 FM,플러스2를 통해 방송된다.탐구학습과 현장학습 중심으로 시각적 요소를 살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꾸며진다.이를테면 1학년용은 ‘민아’와 햄스터 ‘햄수다’가 등장해 궁금증을 풀고,5·6학년용은 ‘컴퓨터 이야기’‘사춘기의 성’‘스포츠의 세계’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다. 수능시험이 코앞에 닥친 고3생들을 위한 ‘10주 완성 수능특강’도 TV와 플러스1에서 14일부터 시작된다.언어,외국어,수리,과학탐구,사회탐구 등 영역별 학습전략을 꼼꼼하게 분석하고,출제유형별 문제풀이를 집중 편성한다. 이순녀기자 coral@
  • 권칠인 감독 싱글즈 / 톡톡 튀는 처녀들 “싱글 만세”

    10여년전 한 시인이 ‘잔치는 끝났다.’는 우울한 고백으로 채색한 나이 서른.‘청춘은 멀어져가고 마음은 비어만 간다.’고 한 가수가 아쉬움을 노래한 나이도 서른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는지,이들과 달리 권칠인 감독이 그리는 그 또래의 색깔은 밝고 싱싱하다.11일 개봉하는 그의 영화 ‘싱글즈’(제작 싸이더스)는 서른을 눈 앞에 둔 두 여성이 풀어내는 ‘싱글 예찬’.두 싱글여성 나난(장진영)과 동미(엄정화)를 중심으로 젊은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을 코믹하고 섬세하게 재현한 작품이다. ●우정·일·섹스등 발랄하게 그려 그는 영화에서 사랑·결혼·일·우정·혼전 섹스 등의 코드를 통해 젊은이들의 재기발랄한 풍속도를 그린다. 톡톡 튀는 대사로 웃음 보따리를 풀어내는 주역은 나난과 동미.그리고 그들의 어릴적 친구인지라 서슴없이 ‘불알 친구’를 자처하며 동미와 한 집에 사는 남자 정준(이범수)과,나난 앞에 나타난 ‘백마탄 기사’ 수헌(김주혁). “인생의 두가지 숙제인 돈과 결혼이 서른 즈음엔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 나난.그러나현실은 냉혹하다.실연에다,패션 디자이너에서 외식부 매니저로의 ‘좌천성 인사발령’ 등 매사 꼬이기만 한다.친구인 동미도 상황은 마찬가지.“남녀의 모든 문제는 섹스로 시작해서 섹스로 끝난다.”는 신념(?)속에 46명의 남자를 만날 정도로 자유분방하지만,집적거리는 직장 상사와 대판 붙은 뒤 사표를 낸 것.창업을 준비하지만 높은 은행 문턱 등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다. 하지만 지난 날보다는 다가올 날이 더 많은 이들이기에 실망하지 않는다.서로 달래가며 여러가지 해프닝 속에서 새 환경에 몸과 마음을 맞춰간다.그 과정에 나난은 “느끼하고 유치하고 썰렁한 데다 엉큼한 남자”라고 느끼던 수헌과,동미는 친구처럼 지내며 살던 정준과 돌발적인 밤을 보낸다. 일상의 스토리를 생생하게 살려내는 것은 젊은 감성이 후두득 묻어나는 대사다.수헌이 성희롱당하는 자신을 구해주자 “아직 먹어준다,아싸”라는 나난의 말이나,수헌과의 섹스를 고민하는 나난에게 “사람이 매끼 밥을 먹어야 힘을 쓰듯 섹스도 적당히 해줘야 신진대사가 활발한 법이다!너,거미줄 칠 때 되잖았냐?”라는 동미의 도발적 대사 등…. ●눈물나게 웃고난뒤 아쉬움이… 장난기가 느껴질 만큼 숱한 반어적 화법과,잇단 뒤집기 장면도 웃음 만들기의 큰 재료.여기에 소심한 나난이 상상으로만 펼치는 장면이나, 동미의 거침없는 속사포 대사도 조미료 노릇을 한다. 눈물이 찔끔찔끔 날 정도로 맘껏 웃고난 뒤 남는 한두가지 의문,혹은 아쉬움.왜 동미가 갑자기 정준과의 관계에서 생긴 아이를 낳기로 마음을 바꿨는지,비약이 심해 개운치 않다.중반까지 이어간 집중력이 후반에 가서 달리는 느낌을 주는 것도 아쉽다. 이종수기자 vi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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