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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자에게/ “사회적책임 망각한 기업이윤 추구 안돼”

    -‘대기업마저 음란채팅 돈벌이’ 기사(대한매일 11월18일자 10면)를 읽고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화상채팅사업자가 공연음란 방조혐의로 구속기소된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이 음란채팅을 정화하려는 노력보다는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사이트 운영자는 이용자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책임이 있다.기업이윤의 극대화에 급급한 모습은 그러한 책임을 회피한 행동으로 비쳐진다. 현재 화상채팅사업자들의 자율규제 현황을 보면 대화방 개설 때 대화방 제목을 통한 필터링 방법을 사용하고,신고센터를 통한 불량 이용자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며,성인인증 절차를 통한 청소년 접근의 제한을 두는 등 모니터링을 실시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검찰에 적발된 업체는 이러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잘못된 인터넷 채팅 문화는 불건전한 만남유도,성매매의 매개,사생활 침해 등 역기능의 온상이 된다.단속만이 최대의 실효성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인터넷의 역기능을 해소하고 채팅서비스 제공자측의 지속적인 자율적 규제 유도 등이 숙제로 남아 있다.건전한 사이버 세상을 위해 다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병화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심의조정팀장
  • 7살짜리를 1m몽둥이로 300대 “이 안닦았다” 하루 밥 한숟갈/‘폭력’ 어린이집

    “다시는 매맞고 싶지 않아요….” 16일 오후 인천 남동구 도화동 인천아동학대예방센터에서 뛰놀던 인천 B초등학교 4학년 박모(10·인천 남동구)군은 겉보기엔 또래들처럼 천진난만했다.하지만 지난 6일 이곳에 오기 전까지 1년 넘게 박군은 어린이집에서 끔찍할 정도로 얻어맞았다.박군은 ‘어린이집’이라는 말만 나와도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진저리를 쳤다. ●거의 매일 맞아… ‘어린이집' 말만 들어도 진저리 박군과 여동생(7)이 만수동의 한 어린이집 원장 C(51·여)씨의 ‘엽기적’인 폭력의 덫에 걸린 것은 올해 초다. 부모가 모두 모은행 과장으로 맞벌이를 하는 탓에 어린이집에 24시간 맡겨졌다.부모들은 사이가 좋지 않아 자식들을 제때 찾아보지도 않았다.이 때문에 남매는 C씨의 전적인 책임 아래 놓였다.C씨는 남매가 들어온 지 얼마쯤 지나 거의 매일 지름 3㎝,길이 1m짜리 나무막대로 허벅지와 종아리를 수십대씩 때렸다.숙제를 거르거나 이를 닦지 않으면 하루에 밥 한 숟가락만 주는 벌을 내리기도 했다.2∼3시간씩 어린이집 1층과 2층 계단을 기어 오르내리게 했으며,1시간 동안 토끼뜀을 하거나 벽을 보고 절을 하도록 했다. ●담임교사 “옷 벗기자마자 눈물 쏟아져” 지난 5일에는 박군이 학교에서 친구의 풀을 훔치고,여동생이 설탕과 반찬을 몰래 먹었다는 이유로 300여대씩 때렸다.다음날 학교에서 남매가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것을 수상히 여긴 박군의 담임인 전모(34·여) 교사가 박군을 달래며 물어본 결과 그동안 가려졌던 C씨의 폭력이 드러났다.온 몸이 멍으로 뒤덮인 남매를 본 학교측은 인천 남동경찰서에 신고했다. 남매는 아동학대예방센터로 옮겨졌다.전 교사는 “박군 남매의 옷을 양호실에서 벗기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모 “애 때리는게 무슨 잘못이냐” C씨는 그러나 “아이들은 맞으면서 커야 한다는 내 교육 방침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면서 “경찰과 학교가 정당한 교육 활동을 간섭하고 있다.”고 엉뚱한 논리를 대며 반발했다.C씨는 “지난 5일에는 남매의 어머니도 ‘사랑의 매’를 함께 때렸다.”고 말했다.경찰은 C씨를 폭력 혐의로 입건,조사중이다.박군의 부모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할 방침이다. 박군의 어머니는 “C씨가 아이들을 심하게 다루는 것을 알았지만 딱히 맡길 데가 없어 그냥 놓아뒀다.”면서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 매를 드는 교육은 큰 잘못이 아니다.”고 진술했다.경찰은 박군 남매 이외에 문제의 어린이집에서 지내는 2명의 초등학생과 8명의 유치원생도 폭력을 당했다는 소문이 있어 조사하고 있다.남동구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사건은 원장과 개인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원장이 처벌받더라도 현행법상 어린이집의 인가 취소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원장 처벌돼도 어린이집 인가취소 안돼 아동 학대는 2000년대 들어서도 20% 가까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지난해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에 신고된 학대 건수는 2946건으로,2001년의 2606건에 비해 300여건이나 늘었다.올 상반기에만 이미 1725건이 접수됐다.성폭력 등 신체 폭력의 비율이 높다는 것도 문제다.오는 19일 세계아동학대예방의 날을 앞두고 아동학대예방센터가 200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처리한 6000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신체 폭력이 1151건을 기록,전체의 19.2%를 차지했다.어린이집 등 유아교육기관과 보육시설에서의 폭력도 213건이나 됐다.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 장화정 상담연구팀장은 “아동학대자와 이를 묵인·방조한 사람은 교정교육을 받고,또 다시 교육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 이두걸 박지연기자 douzirl@
  • 오늘 韓·美 연례안보協/‘추가파병’ 美기대치 높아 먹구름

    17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 35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는 한·미 관계의 아슬아슬한 현주소를 투영시키는 현안들로 가득차 있다.파병 부대의 성격,규모를 둘러싸고 너무 다른 입장을 보이는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를 비롯해 용산 미군기지 이전과 미2사단 재배치,특정임무 이양 등이 그것이다.용산기지 이전 현안 등은 올해 5차례 걸친 미래 한·미 동맹회의를 통해 상당부분 협상이 진척됐지만,추가 이라크 파병과 용산 기지와 연계된 미 대사관 신축 문제 등 핵심 현안들의 경우 처리 방향에 따라 앞으로 양국 관계의 방향이 달라지는 중대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라크 추가 파병 국방부는 추가 파병안과 관련해 정부의 지침인 ‘3000명 이내’ ‘재건 지원 중심’을 전제로 ‘기능중심 부대’와 ‘지역담당 부대’ 등 2가지 방안을 마련,최근 청와대에 보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첫번째 안인 기능중심 부대의 경우는 현재 이라크에 파병된 서희·제마부대(현 인원 464명,국회 승인 인원 700명)에 공병·의무·수송·통신 등 비전투병과 자체 경비병력을 추가해 3000명 규모가 이라크 재건 복구활동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번째 안인 지역담당 부대는 한 지역을 독자적으로 담당하는 방식으로,순수하게 추가 파병 규모만 3000명 수준이며 비전투병 대 전투병 비율이 1대1인 것으로 알려졌다.국방부는 두 가지 안을 토대로 SCM에서 미측과 집중 조율할 방침이다. 하지만 미측은 독자적으로 지역 치안을 담당할 치안유지군 5000여명을 보내달라는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특히 최근 워싱턴에서 우리 대표단과 추가 파병문제를 논의하면서는 ‘내년 2월까지 모술지역’으로 파병 시기와 지역까지 못박았던 것으로 알려졌다.국방부 관계자는 “다른 사안과 달리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의 경우 부대 성격부터 규모에 이르기까지 양국간의 견해차가 매우 커 이번 협상에서 합의안이 마련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산기지 이전 오는 2006년까지 오산과 평택으로 이전하고 현 주둔지를 반환키로 원칙적으로 합의한 상태이다. 용산기지 이전의 법적 체계인 합의각서(MOA)와 양해각서(MOU)를 대체할 포괄협정도 문구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전체 81만평 가운데 서울에 잔류할 한·미연합사와 유엔군사령부 건물 및 근무요원숙소 등의 용도로 사용될 16만평 가량을 제외한 나머지 부지는 반환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근 미측이 미 대사관 부지 반환 등을 거론하면서 16만평이 아닌 28만평을 사용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연합사 등의 오산·평택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협상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 2사단 재배치 미국은 미2사단 재배치를 통해 주한미군을 한강이남으로 옮겨도 한반도 안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상당수 군 전문가들은 재배치 전략을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를 넘어서 동북아 지역군으로 역할 변경을 추진 중인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많다. ●대사관 신축 및 숙소이전 지난번 한·미 미래동맹회의에서 핵심 쟁점은 용산 기지 내 대사관 직원 숙소 152채의 동시 이전이었다.이후 실무협의에서 용산기지 이전 완료시점까지 숙소도 이전한다는 데 대체적인 합의를 이뤘다.하지만 미 대사관 및 숙소 자체의 이전 계획이 문화재 보호 문재로 난항을 겪으면서 숙제로 남게 될 전망이다.대사관 및 숙소 이전 예정지인 경기여고 터에 대한 문화재지표조사 결과,신축이 어렵다는 쪽으로 나오면서 미측은 대사관만이라도 신축하겠다는 양보안을 우리측에 제시했다. 김수정 조승진기자 redtrain@
  • “복지차관 출신들 잘 나가네”99년이후 100% 재취업 기록 산하·관련기관장으로 입성

    전직 보건복지부 차관들이 ‘상한가’를 치고있다. 최근 이경호 전 차관(행시14회·2001년 4월부터 2002년 7월까지 재직)이 복지부산하 보건산업진흥원장에 내정되면서 지난 99년 이후 재직한 역대 차관들은 퇴임 이후 한 사람도 빠짐없이 복지부 산하 기관이나 관련 기관으로 자리를 찾아 나간 것이다. 99년 5월부터 2000년 8월까지 근무한 이종윤 전 차관(행시13회)은 퇴임 후 국립 공주대 교수 등을 지내다 지난 8월말 14대 1의 공개경쟁을 뚫고 국내 최대규모의 입양 단체인 홀트아동복지회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직 차관이 맡기에 적절치 않다는 입방아에 올랐지만 관료경험을 살려 정부 차원에서 하기 어려운 일들을 무난히 풀어나갈 것이라는 긍정론이 더 우세하다. 이 전 차관에 이어 2001년 4월까지 근무한 장석준 전 차관(행시 14회)도 지난해 6월부터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일체의 인사관련 민원을 수용하지 않는 등 인사개혁을 통해 합리적인 일처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하지만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하는 막중한 숙제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뒤를 이은 이경호 전 차관은 장임원 원장이 지난 8월말 물러난 뒤 석달 가까이 공석이던 보건산업진흥원장에 내정됐다. 본래 기업체 CEO출신을 영입하려고 했으나,거론됐던 유력 후보들이 ‘처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고사하자 이 분야의 전문가 자격을 인정받았다.그는 지난 7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직에 공모했다가 이성재 이사장에게 밀려 분루를 삼켰었다. 신언항 전 차관(행시16회·2003년 3월까지 근무)은 퇴임 후인 지난 6월 공개경쟁을 거쳐 비교적 무난하게 복지부 산하 핵심 산하 단체장 자리중 하나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처럼 복지부 차관들이 퇴임후 쉽게 자리를 얻어 나가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이에 대해 복지부관계자는 “개인의 전문역량을 인정받았을 뿐”이라면서 “복지부는 그럴 힘도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 장관으로 곧바로 승진한 차관이 한명도 없었고,복지부 출신으로 복지부장관에 오른 사람도 단 두 사람(차흥봉,최선정)에 불과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김성수기자 sskim@
  • [대한포럼] ‘민족파’와 ‘동맹파’의 화해

    이라크 파병은 참여정부가 안고 있는 가장 어려운 숙제 가운데 하나다.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비전투병 중심으로 3000명 이내에서 파병하라고 결론성 지시를 정부부처에 내렸지만 논란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미국과의 협상이 남아 있고,더욱이 미국의 대이라크 정책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찬반 논란이 원점에서부터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파병에 적극적인 ‘동맹파’인 외교부와 국방부,파병에 소극적인 ‘민족파’로 분류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쪽은 틈만 나면 상황반전을 시도할 것이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는 진부한 농담처럼 민족파와 동맹파의 이라크 파병 논란에는 신기하게도 ‘이라크’가 빠져 있다.자국민을 독가스로 대량 살해했고,이란과 쿠웨이트를 침공했으며,심한 정치적 탄압과 인권유린을 일삼던 후세인체제의 문제점,이라크 재건 방향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대미관계,미국에 대한 인식이 민족파와 동맹파의 입장을 이해하는 키워드다.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라크 파병 논란은 지난 수십년래 가장 중요하고 의미심장한 외교·안보 논쟁이 됐다.대미관계를 놓고 이처럼 장기간,공공연히 논쟁을 벌이는 게 과거에는 어려웠기 때문이다.또 미국에 대한 인식은 나라의 존립방식이나 발전방향에까지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란은 유감스럽게도 감정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지난 12일 외교부 북미국장이 “안에서는 민족자주를 대변하는 사람처럼 떠들면서 미국 사람들만 만나면 빌어서 해결하려는 사람도 있다.”고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청와대 NSC 외교부 국방부 등이 뒤엉킨 몇주동안의 혼선은 외교·안보 대논쟁의 클라이맥스치고는 보기 민망한 수준이었다.양측은 언론 플레이,회의 결과의 유리한 해석과 공표 등으로 기선을 잡는데 신경을 곤두세웠다. 노 대통령은 이즈음 한 자리에서 ‘내부 대립이 협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을 표명했다.정말 그럴지는 결과를 봐야 알 터이고,대통령은 이제 양측의 감정대립을 치유하고 화해를 이뤄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조지훈의 수필 ‘지조론-변절자를 위하여’에 병자호란 때의 주화파 최명길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조지훈은 그에 대해 ‘민족정기의 맹렬한 공격을 받았으나 심양의 감옥에 김상헌과 같이 갇히어 오해를 풀었다….민족 전체의 일을 위하여 치욕을 무릅쓴 업적이 있을 때는 변절자라 욕하지 않는다.’라고 썼다.청나라 군대가 포위한 남한산성에서 김상헌은 항복문서를 찢었고,최명길은 주워모아 다시 썼다.후일 김상헌과 최명길이 심양에서 풀려나 돌아온 데 대해 ‘김상헌이 지조를 지켜 고향에 돌아갔으나 결국 최명길이 열어놓은 성문으로 나온 것’이라는 평도 있다.최명길의 예는 을사오적인 이지용마저 들먹이며 제 행동을 변명했기 때문에 예로 삼기에 조심스럽지만,척화파와 주화파는 이로써 첨예한 갈등을 누그러뜨리고 전후처리에 머리를 맞댈 수 있게 됐다. 외교적 난제를 두고 감정대립까지 간 양측이 화해를 이루지 못하면 논쟁은 갈등으로 고착된 채 의미가 퇴색하고 만다.화해를 이뤄내는 것은 노 대통령의 몫이다.이에 실패한다면 노 대통령은 조만간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에 맞닥뜨릴 수 있다.벌써부터 여당의 한 국회의원은 “외교·국방 라인을 경질해야 한다.”고 포격을 가하고 있고,외교·국방 관계자들은 특정인을 지목해 ‘들어내야 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만일 노 대통령이 양측의 화해를 이루지도 못하고,선택도 못한 채 어정쩡한 상태를 방치한다면,이는 최악의 상황이다.참여정부의 외교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참말 거시기한’ 외교가 될 것이다.대북문제를 둘러싼 외교에도 그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질 것이다. 강 석 진 논설위원 sckang@
  • 하프타임 / 한국, 수원컵 청소년축구 우승

    20세 이하 한국 청소년축구대표팀이 수원컵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서 골 결정력 빈곤이라는 숙제를 풀지 못한 채 호주와 비겼으나 골득실에서 앞서 우승했다.한국은 지난 8일 호주와의 대회 최종전에서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한국은 1승2무로 슬로바키아와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에서 앞서 우승상금 6만달러를 차지했다.최우수선수(MVP)로는 3경기에서 1골도 내주지 않은 골키퍼 김영광이 뽑혔다. 한국은 비교적 견고한 수비벽을 쌓아 실점없이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으나 골 결정력 보완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 ‘정수 배점’ 새변수/ 동점자 늘어 대학 처리 비상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소수점 이하 반올림으로 인한 성적 역전을 막기 위해 첫 도입된 정수 배점이 입시에서 새 변수로 떠올랐다.언어영역의 경우,점수폭이 커 상위권과 중위권의 격차를 벌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데다 동점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5일 “각 문항은 교육과정상의 중요도,사고수준,문항의 난이도 소요시간 등에 따라 차등 배점하고 모두 문항 배점을 정수로 했다.”고 밝혔다.언어영역은 지난해까지 1.8점,2점,2.2점 등 3가지 문항으로 출제되던 것이 올해는 모두 정수 배점으로 바뀌었다.1점짜리가 5개,2점 50개,3점이 5개 출제됐다.지난해 1점·1.5점,2점으로 구성된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제2외국어는 1점과 2점으로 배점됐다.수리는 지난해와 같이 2점과 3점이다.언어가 다른 영역에 비해 비중이 커진 셈이다. 일단 올해에는 지난해처럼 원점수 소수점 이하 반올림으로 성적이 뒤바뀌는 혼란은 사라지게 됐다.하지만 평가원측에서도 문항간의 점수폭이 커져 난이도 조절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언어영역의 경우 지난해까지 문항간 배점 차이가 0.4점이었으나 올해는 2점으로 늘어났다.평가원측은 이와 관련,“1점 문항과 3점 문항간 난이도의 차이를 조절하기 위해 힘썼다.”면서 “배점의 차이는 전체 성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배점이 큰 문항이 지나치게 어려우면 상위권과 중위권의 격차가 더 커지게 되는 까닭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모집단위마다 합격선에 있는 동점자 수가 예년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어떻게든 합격자를 가려내야 하기 때문에 ‘동점자 처리’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박홍기기자 hkpark@
  • 호주제 폐지안 의결 /국회통과 전망

    호주제 폐지법안은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국회의원들로서는 여성계의 표를 의식해야 하고,유림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눈치도 봐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주요 정당들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시대 변화에 맞는 법이 필요하나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식의 원론적인 자세만 취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까닭에 정치권에서는 “‘당론 투표’는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총선을 앞두고 워낙 민감한 문제여서 외국인고용허가제나 주5일제 표결 때처럼,의원 각자가 투표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다.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찬반 양측에서 의원 개개인에 대한 치열한 ‘협박전’이 전개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암묵적인 담합에 의해 이 문제를 총선 이후로 미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번 민법개정안은 정부에서도 논의를 여러번 미룰 정도로 민감한 문제가 아니냐.”면서 “가뜩이나 요즘은 대선자금 파문에 선거구획정 등 정치개혁 논의,기존의 예산결산 심의까지 겹쳐 실질적 논의는 내년 초에나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의원 저마다의 득표 계층이 다르기 때문에 처지에 맞는 주장들을 내놓을 것”이라면서 “아마도 당론이 모아지기도 쉽지 않겠지만,당론이 정해진다 해도 이를 따를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정당 지도부가 그런 불필요한 일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한 중진의원은 “내년 선거쯤에는 파병이니 재신임 국민투표니 전례가 없을 만큼 메가톤급 이슈가 몰려있어 입장 표명을 강요당할 텐데,숙제가 하나 더 늘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지운기자 jj@
  • 집중기획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 / (중)관절염 앓는 할머니 돌보는 이금미양

    충남 천안시 풍세초등학교 6학년 이금미(12)양은 요즘 다리가 아픈 할머니를 볼 때마다 눈앞이 캄캄하다.관절염으로 병원에 다니고 있는 할머니(66)마저 몸을 가누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나 걱정돼서다.철없는 개구쟁이 동생 희응(10·풍세초 4년)이는 마냥 즐겁다는 표정이지만 금미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아빠 이어 할아버지도 하늘나라로… 금미가 할머니,동생과 함께 외로운 가족으로 살기는 올 3월부터다.소주공장을 다니다 다리를 다친 할아버지가 길가에서 휠체어를 타고 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다. 금미는 4살때 부모와 헤어졌다.천안시내에서 살 적에 엄마는 아빠와 사소한 싸움 끝에 집을 나갔다.당시 아빠는 철물공장에 다녔고 동생은 두살배기였다.‘우유 사오겠다.’고 나간 뒤 엄마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아빠는 그 해 고혈압으로 숨졌다.할머니는 “며느리가 집을 나간 뒤 화병으로 죽었을 것”이라고 며느리를 탓했다. 집안은 풍비박산나고 금미는 동생과 함께 할아버지·할머니 손에 맡겨졌다.졸지에 손주들을 떠맡은 할아버지는 집 근처 소주공장에 다니다 6년 전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전세를 전전하다가 보상금으로 한시도 차 소리가 그치지 않는 지금의 10평도 안 되는 방 2개짜리 허름한 도로변 연립주택을 장만해 보금자리를 꾸몄다. 할머니는 “면에서 매달 얼마씩 나오고 있지만 자나깨나 ‘내가 죽으면 손주들은 앞으로 어떻게 사나.’하는 생각에 잠을 설친다.”고 말한다.할머니에게는 2남4녀의 자녀가 있다.금미 아빠는 맏아들이었다. 할머니는 “작은 아들은 알코올 중독자로 어디에 사는지 행방을 모르고,딸들도 형편이 딱해 도와달라는 말을 꺼내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가출한 엄마, 보고싶지 않아요 금미는 아침에 동생과 함께 400m쯤 떨어진 학교에 간다.학교생활이 재미있단다.친구들이 ‘아빠·엄마 없는 아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른바 ‘왕따’를 시키지는 않는다고 한다.시골 아이들이라 그렇게 영악하지 않아서 그런 듯했다. 하지만 가을운동회 때면 서럽다고 했다.금미는 “할머니가 오시지만 엄마·아빠와 함께 오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고 얘기한다.또 엄마·아빠와 외식하러 가거나 동물원 구경을 가는 친구를 보면 무척 부럽다고 했다. 금미는 어린 남매를 두고 가출한 엄마가 처음에는 미웠지만 지금은 “밉지않다.보고 싶지도 않고 집에 돌아오기를 바라지도 않는다.”며 엄마에 대한 애증을 애써 감췄다. 아빠에 대해서는 “보고 싶다.”고 말한다.할머니는 “우리 손주들이 에미·애비가 없어서 주눅이 조금 들어 있지만 아직까지 삐딱하게 자라지 않아 다행”이라며 대견스러워했다.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사는 ‘가정위탁아동’들 가운데는 가출을 밥먹듯 하고 학교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불량한 친구들과 사귀며 물건을 훔치는 어린이들도 더러 있다.도시보다 덜 하지만 극단적으로 여자 아이가 돈을 벌려고 ‘원조교제’에 나서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금미 할머니와 달리 일부 할머니,할아버지는 손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식당 등에 나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미취학 등 어린 아동에게는 정서불안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금미는 오후 3시나 5시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와 숙제를 하거나 컴퓨터를 한다. ●할머니마저 누우시면 어쩌나 걱정 “집에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면서도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돈이 없어 마음껏 사먹지도 못하고 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을 사기도 어렵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은 금미에게는 엄두도 못낼 일이고 학습지 회사에서 무료로 보내주는 학습지로 혼자 공부하고 있다.동생 희응이도 마찬가지다.성적은 학년마다 한 반에 20여명밖에 안 되지만 “중간 정도”라며 웃는다. 학교 수업만 끝나면 친구들과 놀다 저녁에야 집에 들어오는 동생에 대해 금미는 “엄마·아빠 없이 커 가엽다.”며 제법 어른스럽게 말한다.금미는 돈을 벌면 동생에게 예쁜 옷과 맛있는 걸 사주고 싶단다.동생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도 소원이다. ●“가난한 아이들 가르치고파” 명절이나 아빠 제삿날이 되면 더욱 쓸쓸하다는 금미.할머니와 단촐히 지내는 아빠 제사 때면 “아빠가 더 보고싶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금미는 “할머니가 돌아가셔도 고아원은 절대 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장래 희망은 선생님,희응이는 경찰관이다.금미는 “우리처럼 가난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고,희응이는 “힘이 없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서”라며 웃었다. 특별취재반 ■정부 어떻게 관리하나 위탁아동 관련 업무는 보건복지부에서 맡고 있다.현재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이미 기초생활보장수급자(과거 생활보호대상자)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친·인척에 맡겨진 아이나,남에게 맡겨진 아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위탁아동은 1명당 월 31만 4000원,2명일 경우 51만 9000원의 생계·주거비를 받는다.이와는 별도로 역시 1명당 월 6만 5000원의 양육보조금도 나온다. 또 대부분 의료급여 1종대상자로 건강보험을 이용할때 본인부담금이 없고,고등학교까지는 입학금과 수업료 등 교육비가 들지 않는다. 이같은 정부의 지원금은 위탁아동에게 지급되는 돈인 만큼 보호자인 할아버지 할머니나,친·인척의 경제적인 능력과는 관계가 없다. 정부도 그러나 이런 지원금이 충분치 않다는 것은 인정하고있다.생계·주거비나 교육·의료비 등은 최소한의 지원일 뿐 실제로 생활하는데 들어가는 돈은 이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예컨대 학원을 한번 보내려고 해도 그렇고,보험이 안 되는 의료비를 내야 할 경우 등 매달 수십만원의 돈이 추가로 들어가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때문에 앞으로 지원액을 늘리고,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또 위탁아동과 관련,아이들끼리만 사는 소년·소녀가장을 친척이든 남이든 일반가정에 위탁해 키우거나,국내·외 입양을 통해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데 대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이를 위해 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올해부터 처음으로 전국 16개 시·도에서 17개(경기도만 2곳)의 가정위탁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여기서는 혼자사는 소년·소녀 가장들을 일반가정에 위탁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선생님이 바라보는 아이들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최수민(12·6년)군은 전남 화순군에서도 벽지인 한천초등학교에 다닌다.전교생이라야 33명이고 이 가운데 부모의 사망,이혼,가출로 친조부나 외조부 밑에서 다니는 아이들이 6명이다. 담임 김병수(49) 선생님은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명랑하고 착하며 구김살이 없지만 한결같이 매사에 아주 소극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은 덜하지만 수민이처럼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겨울옷을 여름에도 입고 다닐 정도여서 정말 안쓰럽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하지만 자존심이 아주 강하다고 한다.그래서 자칫 ‘동정심’으로 비치지 않도록 요령있게 지도하는 게 교사의 첫번째 임무라고 귀띔한다. 집에서 돌보고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숙제를 해오지 않을 때가 많지만 마음이 상할까봐 엄하게 혼내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김 선생님은 “결손가정 어린이들은 돈 1만원이 없어 컴퓨터 워드 시험을 포기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그는 “이들에게 당장 시급한 것은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라면서 “나이 드신 분들이 무슨 수로 돈을 벌어 손자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전남 신안군 자은초등학교명세환 교감은 “부모와 살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수업중 ‘아빠,엄마’라는 단어를 쓰기가 어렵다.”면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들은 학습준비가 잘 안되고 있지만 기죽지 않도록 선생님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 병천초등학교 봉성분교 한진희(31·여) 선생님은 “아이들이 내성적이고 주눅이 들어 있으며 자신감이 없어서인지 평범한 가정의 또래들에 비해 표현력이 떨어진다.”면서 “결석도 가끔 하는 등 학교오길 싫어한다.”고 말했다. 경북의 한 초등학교 최모(37) 선생님은 “정상적인 가정의 아이들은 사교육에 눌려 치일 정도인 반면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은 방치되다시피해 학습부진과 특기·적성개발에도 한계를 드러낸다.”고 전했다. 경북 군위군 G초등학교의 6학년 담임 박모(37) 선생님은 “칠순이 넘은 할머니가 돌보고 있는 김모(13)군의 일기장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많다.”며 김군의 일기 하나를 소개했다. “나는 세상에서 운동회 날이 가장 싫다.엄마가 만들어 준 맛있는 김밥도 못 먹고,아빠와손잡고 달릴 수도 없다.몸이 아픈 할머니는 온종일 눈물만 흘리셨다.할머니는 때론 엄마나 아빠가 된다.할머니가 돌아가시지 않길 매일 기도한다.” 박 선생님은 “김군은 1학기 전교 부회장으로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으나 뒷바라지가 안돼 학습능력이 좀 처진다.”며 주위의 따뜻한 사랑과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애태웠다. 특별취재반
  • [열린세상] 한미관계 현실적 접근

    국민의 정부 출범과 아울러 본격화된 대북포용정책과 이를 계승한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다양한 차원에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동해에서는 금강산관광유람선이 오가고,북한의 미녀 응원단이 남한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변화는 이에 맞는 새로운 질서의 형성을 요구하는 관성을 지니며,이는 종종 과거의 질서와 충돌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은 역사의 평범한 상식이다.남북관계의 변화는 냉전적 패러다임속에서 안주했던 우리에게 새로운 질서의 구축과 적응을 요구하고 있으며,이는 우리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한반도 평화의 의미와 미국의 역할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한·미관계는 2차세계대전의 종식과 분단,그리고 한국전쟁이라는 일련의 역사적 과정에서 그 기원이 형성되었다.이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은 한·미동맹이라는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했다.이유야 어떻든 미국은 한반도에서 자신들의 피를 흘렸으며,우리의 젊은이들은 미국의 전쟁인 베트남에서 피를 흘렸다.이렇게 본다면피로 맺어진 동맹의 의미를 지니는 ‘혈맹’이라는 한·미관계의 상징 용어가 그리 어색한 것은 아니었다.이와 같은 끈끈한 한·미동맹은 냉전기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는 핵심적 수단이었다.따라서 과거 냉전기의 경우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문제아는 북한이었으며,‘전쟁=북한의 남침’이라는 등식은 남한사회의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에 해당했다.이 과정에서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켜주는 ‘수호자’였으며,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국민정서상 용납되기 어려웠다. 냉전의 해체는 이와 같은 한·미관계에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그러나 한반도 문제를 보는 미국의 시각은 아직 과거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없다.부시행정부의 출범이후 미국은 북한에 대해 압박정책을 구사했으며,이 과정에서 미국에 의한 군사적 수단의 사용가능성도 공공연하게 제기되었다.특히 북한 핵문제가 부각되면서 군사적 해법에 대한 논의도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인 바 있다.다자회담 등으로 북핵문제에 대한 해법이 평화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이 과정에서 우리는 과거 인지하지 못했던 평범한 상식 하나를 얻었다.그것은 미국도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미국의 관료나 정치지도자들의 입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단어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오늘의 현실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물론 미국의 군사적 행동가능성은 불량국가에 대한 응징이라는 명분을 지닌 것이지만,북한은 우리의 잘려진 반쪽인 동시에 한반도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한·미관계의 변화는 주한미군의 감축가능성과 후방배치라는 문제의 제기에서도 부각되어 나타나고 있다.영원한 혈맹으로 한반도의 보루가 되어줄 것으로 믿어졌던 미국에 있어서도 국익은 핵심적 요소이며,국익에 따라 주한미군의 위상도 변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이는 단순히 미국에 대한 흑백논리차원의 가치판단을 요구하는 문제가 아니라 2003년의 한반도의 현실을 직시해야 함을 의미한다. 한·미동맹은 역사적인기원과 명분을 가지고 있으며,양국간의 협력관계에서도 방기되어서는 안 될 의미를 지니고 있다.그러나 역사적 기원과 명분 때문만으로 새로운 한·미관계의 구축이 제약될 수는 없다. 지금 우리 앞에는 한·미관계가 새로운 상황에 맞게 발전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숙제가 놓여있다.이라크 추가파병과 관련하여 관료와 정치인들이 입만 열면 국익을 외치고 있다.그러나 국익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 선택에 의해서 추구될 수 있는 것이다.한·미관계에 대해 감정이 아니라 냉정한 이성에 기초한 현실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 조 한 범 통일연구원 북한기초연구사업 본부장
  • CJ나인브리지클래식 참가 미셸 위/ “한국서 첫출전 위해 수업도 빼먹었죠”

    ‘천재 소녀골퍼’ 미셸 위(사진·14)가 26일 4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오는 31일부터 제주에서 열리는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J나인브리지클래식에 초청선수로 출전하는 미셸 위는 “정말 오고 싶었다.”면서 “한국에서 지내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에 온 소감은. -기분이 아주 좋다.정말 오고 싶었다.4년 전 방학때 놀러왔을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은. -재미있을 것 같다.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싶다.집에서 먹던 홍어찜과 회를 꼭 먹겠다.동대문시장 같은 데 쇼핑 가서 미국에 없는 액세서리도 사겠다.노래는 잘 못하지만 노래방에도 가고 싶다. 수업을 빼먹고 출전하는데. -오기 전에 숙제를 미리 많이 해뒀다.올 때도 수학과 생물 과제물을 잔뜩 갖고 왔는데 일본어는 미리 다 끝냈다. 박세리와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세리 언니와는 연습 라운드를 한 적이 있다.같이 치고 싶고 그렇게 된다면 많이 배울 것 같다. 박세리가 국내 남자대회에서 10위를 차지한 소식은 들었나.-정말 놀랍다.세리 언니는 코스 매니지먼트가 뛰어나고,특히 아이언샷이 핀에 잘 붙기 때문에 남자 대회에서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학교에서 유명한가. -친구들은 내가 골프 대회에 나가는지도 잘 모른다.학교에선 평범한 학생으로 지내는 것이 더 편하다.학교에 남자친구도 없다. 대회에 나서는 각오는. -한국에서의 첫 출전이라 진짜 열심히 준비했다.2시에 수업이 끝나면 7시까지 훈련했다.매홀 버디를 노릴 것이다. 장래 희망은. -대학에 진학해 비즈니스 또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싶다.패션 디자이너가 돼 내 옷을 직접 만들고 싶다.골프선수로는 마스터스 출전이 목표다. 이창구기자 window2@
  • 델 컴퓨터 성공 비결/ 정면대결 변명말라 높은목표

    PC제조업체 델이 주목받고 있다.19년째 업계 최고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저력에 사원들의 높은 충성도까지 더해져 최근 2년간 초고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기 때문.사원 1인당 수익률은 100만달러로 경쟁사인 IBM,휼렛패커드 등의 3배에 달한다.비결이 있을법한 델의 경영전략을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최신호에서 소개했다. 델의 경영전략 첫번째는 바로 ‘정면돌파’.마이클 델 최고경영자(CEO) 와 케빈 롤린스 사장은 2001년 가을,전직원의 절반 이상이 기회가 되면 퇴사하고 싶다고 답한 사내 설문조사 결과에 큰 충격을 받았다.위기의식을 느낀 이들 경영진은 바로 최고관리자들을 불러 자신들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밝히고 개선을 약속했다.또 말단 직원들에게까지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사내 결속을 위한 경영진의 과감한 처방이었다. 델은 그러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우리집 강아지가 숙제를 망쳐버려서….”라는 식의 변명은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문제가 있으면 발빠르게 대응해 그 즉시 해결해야 한다는 것.최저가의 제품 공급이 델의기업목표인만큼 비용절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때문에 비용절감에 실패했을 경우 가차없이 책임을 묻는다. 세번째 경영원칙은 ‘자축은 가능하면 짧게’다.CEO 마이클 델은 축하가 길면 자아도취에 빠질 수 있다고 믿는다.때문에 그는 항상 “10억분의 1초만큼만 축하하고 바로 움직여라.”라고 주문한다.말레이시아에 아시아 첫 생산공장이 들어섰을 때도 그는 현지 관리인에게 오래된 운동화 한 짝을 다음의 메시지와 함께 보냈다.“마라톤에서 첫 걸음을 뗀 셈입니다.”델은 그리고 ‘한 상자에 둘’이라고 명명한 전략을 사용한다.중요한 작업을 착수할 때 2명의 팀장을 기용하는 것으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이는 팀을 운영할 때 개인적 특성을 버리라는 속뜻이 담겨있기도 하다.때문에 델에는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 전 회장처럼 개인이 회사를 대표하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델 내부에서 경영진을 ‘무명의 경영팀’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다섯번째 원칙은 ‘목표는 높게’다.델은 아직 현재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는다.CEO는 델이 여전히 도전자이며 경쟁업체의 공격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롤린스 사장은 최근 2006년까지 연매출 60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밝혔다.이는 델이 2001년 거둔 매출액의 두배에 달하는 수치다. 마지막으로 델은 직원들에게 체면을 버리라고 주문한다.새로 시작한 사업이 수익성이 없을 경우 과감하게 포기하라는 것.이로 인해 경쟁업체들로부터 ‘델은 한 길만 가는 조랑말’이라는 비아냥도 들었지만 매출 등의 경영지표는 델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교육복지 투자우선지역 초등교 현장/ 뮤지컬·컴퓨터… 방과후 더 많이 배워요

    지난 15일 오후 3시 서울 A초등학교.수업은 끝난 지 한참이 지났지만 학교 곳곳에서는 학생들의 재잘거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운동장에서는 20여명의 학생들이 축구경기에 한창이었다.2층 다목적관에서는 4∼5학년 9명이 두 조로 나눠 배드민턴을 즐겼다.방과후 교정은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으로 정규 수업시간 때보다 훨씬 활기차 보였다.교육인적자원부 지정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역 대상학교인 이 곳에서는 교육복지의 ‘획기적인’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선생님.이렇게 하면 되요?” “선생님.잘 안돼요.” 15일 오후 A초등학교 2층 과학실.1∼3학년 학생 15명이 옹기종기 앉아 종이접기에 열중하고 있었다.이날 주제는 나팔꽃 접기.아이들은 강사의 손동작을 따라하느라 이마에 땀이 맺히는 것조차 몰랐다.스스로 만든 나팔꽃이 제 모습을 찾아가자 아이들의 입에서는 절로 탄성이 터져나왔다.한 아이는 자신의 작품이 못마땅한지 입을 삐죽 내밀고 선생님에게 ‘SOS’를 요청했다. 4층에서는 영어 수업으로 떠들썩했다.사물의 위치를 영어로 설명하는 수업이다.4층 반대쪽 교실에서는 글쓰기 수업이 진행됐다.사물의 입장에서 글을 써보는 이날 수업에 학생은 모두 4명.글을 쓰고 토론하는 모습이 사설 학원 못지 않다.같은 시간 학교에서 50여m 떨어진 D복지관에서는 초등학생 20여명이 학교 숙제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이른바 별초록교실.사회복지사와 보육교사 자격증을 갖춘 교사는 아이들의 각기 다른 숙제를 일일이 지도했다. ●학교·지자체·지역사회가 하나로 이 프로그램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올 초 시작한 교육복지 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으로 지난 7월부터 시범 운영되고 있다.학교는 기존의 특기적성교육을 확대·지원하고,지역자치단체와 지역사회는 방과후 활동과 야간보호(night care)를 담당해 학교와 지역이 연계, 학생들의 교육과 복지·문화생활을 돕는 것이 특징이다.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선별,정도에 따라 무료 또는 싼 값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점심과 저녁식사까지 무료 지원한다. 현재 이 학교 학생 720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가정형편에 따라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이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 곳에 배치된 지역사회교육전문가 나미영(29)씨는 “학교와 지역을 총괄해 학생들에게 교육기회는 물론 복지와 문화적인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역할”이라고 밝혔다.이를 위해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살피고 학부모에게 전화·방문 상담을 한다. 특기적성 수업강사는 모두 21명.모두 인근 민간기관의 전문 강사들이다.모든 과목은 학생들과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해 구성된다.현재 영어와 논술·레고·바둑·종이접기·축구·뮤지컬·스포츠댄스 등 16개 과목,35개 반에서 매주 두 차례 1∼2시간씩 수업이 이뤄진다.연간 2억 6000여만원에 이르는 비용은 교육부가 부담하고 있다. 인근 D복지관에서는 5시 이후에도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밤 9시까지 돌본다.현재 25명의 학생들이 복지관을 이용하고 있다.서울시로부터 3000만원을 지원받는다.박상신 관장은 “이 프로그램이 운영되기 전에는 한때 예산 부족으로 야간보호 프로그램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지만 이제는 걱정을 한결 덜게 됐다.”며 반겼다. ●아이들이변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학생들의 생활이다.학생들은 방과후 밤 늦은 시간까지 혼자 집을 지키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동네를 돌아다녀야 했던 것이 불과 6개월 전이었다.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부모 모두 일을 나가야 하는 탓이다.사설 학원은 사치였다. 그러나 지금은 방과후 친구들과 학교와 복지관을 오가며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성격도 밝아지고 적극적으로 변했다.축구강사 김용진(36)씨는 “평소 내성적이고 말도 없던 3학년 학생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활발해지고 어떤 일이든지 앞장서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복지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회복지사 이은영(25)씨는 “항상 거짓말만 하고 말대꾸하면서 마음을 열지 않던 6학년 여학생이 요즘에는 자주 찾아와 고민도 얘기하고 학교생활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을 보면서 이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5학년 김모(12)군은 “엄마가 학원비 때문에 끊으라고 해서 그만뒀던 바둑을 다시 배우게 된 것이 가장 즐겁다.”고했다.2학년 이철수(9·가명)군의 어머니 박모(45)씨는 학교와 복지관이 고맙기만 하다.매일 밤 9시까지 철수를 책임지고 돌봐주기 때문이다.8년 전 남편과 헤어진 뒤 철수와 고교생인 딸을 키우고 있지만 항상 나이 어린 철수가 마음에 걸린 터였다.박씨는 “밤에 아이를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일하는 음식점에 와서 기다리게 하거나 저녁을 혼자 챙겨먹지 못해 엄마를 기다리다 지쳐 잠든 아이를 볼 때는 가슴이 미어졌다.”면서 “복지관과 학교가 없었더라면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2학년 최인성(9·가명)군의 하루는 집-학교-복지관-학교-복지관-집으로 이어진다.학교 수업이 끝나면 특기적성과목 수업을 받을 때까지 복지관에서 숙제를 한다.다시 학교에 와 특기적성 수업을 들은 뒤에는 복지관에서 밤 9시까지 컴퓨터도 배우고 책도 읽는다. 학교와 복지관에서 하루 종일 지내는 셈이다.학교와 복지관 양쪽의 보호를 받으면서 최군의 성격도 밝아졌다.어머니 김모(44)씨는 “요즘에는 성격이 적극적인 것을 넘어 너무 까부는 것이 탈”이라며 흐뭇해했다. 김재천 기자 patrick@ ■어떤 프로그램인가 방과후 학생들을 학교와 지자체·지역사회가 연계해 함께 돌볼 수 있는 것은 서로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인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이다.학교와 지역이 함께 학생들의 교육과 보육·문화활동을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결책을 찾는 제도는 처음이다. 교육복지 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으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교육부가 지난 3월부터 풍요한 도심 속에서 소외된 저소득층 밀집지역의 학생들에게 교육·문화의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했다.사회계층간 불균형의 결과로 일부 학생들이 출발부터 교육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프로젝트 조정자(PC·Project Coordinator)와 지역사회교육전문가다.PC는 각 지역 교육청별로 배치돼 관내 학교와 지역사회의 특성에 따라 학교와 지자체,민간지역사회와 연계시키는 실무 운영을 맡는다. 지역사회교육전문가는 각 학교마다 1명씩 배치돼 학생 개개인의 생활을 파악하며,이를 토대로 상담·문화활동·부적응학생 예방활동 등을 하면서 지역 특성을 살려 현장 운영을 돕는다.구체적인 논의는 학교·교육청별로 학교-지자체-지역사회를 연결시키는 사업운영위원회에서 이뤄진다. 현재 프로그램은 서울과 부산 지역의 초등학교 40개교와 중학교 17개교 등 모두 57곳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김주미(31) PC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학교와 지역간에 의사소통체계를 갖추고 학생 문제를 복지 차원에서 함께 논의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 D복지관 박상신(61) 관장은 “복지는 자선이나 소비가 아니라 생산”이라면서 “늦게나마 도입된 체계적인 교육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하도록 더 많은 투자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재천기자
  • ‘십이동파도 고려청자’가 던지는 의문점들/ 어디서 어디로 운반했나 서해서 최상급 인양안돼

    전북 군산 십이동파도 앞바다에서 발견된 고려청자 운반선은 알려지지 않은 고려시대 역사의 상당 부분을 밝혀줄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도자사와 상업사,선박사 등에 걸쳐 두루 의문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십이동파도 침몰선은 그러나 당장은 더 많은 의문을 학계에 던지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발굴조사를 벌이고 있는 십이동파도 침몰선에는 최소한 1만점 이상의 청자가 실려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그러나 수량은 엄청날지 모르지만 대부분 중·하급품인 이 그릇 자체에 미술적 가치를 크게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학계는 말한다.지난해 비안도 앞바다에서 어부가 인양한 청자는 평가액이 한 점에 평균 25만 8000원 정도였다.십이동파도 청자도 질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십이동파도 침몰선은 고려 청자의 생산 및 공급체계를 밝히는데 상당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그 만큼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이 배가 어디에서 청자를 실어,어디로 가고 있었는지부터가 미술사학자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윤용이 명지대 교수는 “왕실 청자를 생산하던 강진이 아니라,전남 해남군 산이면 진산리 가마터에서 만들어 개경으로 운반하는 과정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김영원 국립제주박물관장은 “당시에는 해로를 통한 수요공급이 원활했다.”면서 “이 청자가 전라도에서 만들어졌다면 수요처는 충청도 지역 호족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종의 ‘도자기 도매상’이 배로 여러 곳을 돌며 물건을 한데 모아 수요처를 찾아갔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구일회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도자기를 조창에 모아 한데 올려보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포개놓은 대접 사이를 지푸라기와 갈대로 채우는 포장방법이 밝혀진 것도 주목할만하다.그러나 최상급 왕실용 청자도 이렇듯 거칠게 포장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신안유물선의 송·원대 도자기는 나무상자로 포장됐다.지금까지 최상급 청자가 서해에서 인양된 적이 전혀 없다는 것도 관심거리다.신안 해저발굴 이후 도자기가 그물에 걸려 나왔다고 신고된 지역은 서·남해안에서 모두 200곳이 넘는다. 지금으로서는 ‘선박의 크기’의 문제로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일종의 관요(官窯)의 성격을 가진 강진 등의 가마에서 개경으로 최상급 청자를 운송하던 배는 왕실에 소속된 대형선박이었을 가능성이 크다.자연히 거친 풍랑에도 중·하급 도자기를 취급하는 소형 장삿배 보다는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훨씬 낮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십이동파도 침몰선은 길이 10m,폭 3∼4m 정도의 작은 배다.1984년 발굴되어 목포 국립해양유물전시관에 복원되어 있는 길이 10m,폭 3.5m의 10t급 완도유물선과 거의 같은 크기다.반면 최상급 도자기 무역선인 신안선은 길이 34m,폭 11m에 적재중량이 200t에 이른다. 학계는 십이동파도 침몰선에서 ‘의문을 밝혀줄 그 무엇’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를 걸고 내년까지 이어질 발굴작업을 주시하고 있다. 결국 십이동파도 침몰선이 ‘보물선’인 것은 고려 청자가 가득 실려 있기 때문이 아니라,고려시대 선인들의 삶을 재구성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서동철기자 dcsuh@
  • 올 가을 공연가 ‘알몸 바람’/오페라·무용등 누드장면 많아

    올 가을 공연가의 화두는 ‘누드’다.최근 예술의전당이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전라 장면을 선보인데 이어 무용에서도 ‘올 누드’가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리골레토’는 국내 오페라 사상 처음으로 전라신을 등장시켰다.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녀 한쌍을 비롯하여 상반신을 드러낸 6명의 여성 등이 벌이는 ‘혼음 파티’를 묘사했다.주인공인 만토바 공작의 궁전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원작 그대로 재연한다는 연출 의도로,국내 오페라 관행에 비춰보면 적지 않은 파격이었다. 또 미국의 여성 현대 무용수 모린 플레밍은 25∼26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1시간 동안 완전 누드로 춤을 춘다.태초의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신비와 순수함을 강조하는 플레밍의 ‘애프터 에로스’는 서울공연예술제 해외초청작이다. 프랑스 프렐조카주발레단이 27∼29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봄의 제전’은 전체 45분 가운데 15분 동안이 전라 장면이다.원시제의에서 제물로 발가벗겨지는 여성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 공포를 드러낸다.서울세계무용축제의 공식초청작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28일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인 벨기에 안무가 빔 반데키부스의 ‘블러쉬’에도 전라 장면이 나왔다. 누드 바람은 뮤지컬로도 이어져 12월6일부터 새해 1월18일까지 한전아츠풀센터 무대에 올려지는 ‘풀몬티’는 집단 남성 누드신을 선보인다.철강 노동자로 분한 배우들이 생계를 위해 스트립쇼를 벌이는 대목이다. 누드 장면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 공연에는 가끔 중장년층 남성들의 호기심 어린 문의전화가 걸려오기도 한다.하지만 정작 공연장에서 관객의 반응은 대부분 차분하다 못해 진지하다.물론 ‘리골레토’처럼 무대가 너무 멀어 관객 대부분은 인체의 윤곽 밖에는 볼 수 없다거나,‘풀몬티’처럼 조명으로 ‘결정적인’ 장면을 제대로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누드를 공연외적인 호기심 보다는 극적 전개과정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만큼 관람객들의 수준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예술성을 바탕으로 한 일련의 시도로 공인받은‘누드 공연’이 객석과 무대가 가까운 중·소극장에서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이용될 경우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풀기가 쉽지 않은 숙제가 될 것 같다. 서동철 이순녀기자 dcsuh@
  • ‘골 갈증’ 언제까지/김호곤호, 킬러부재·단조로운 공격 숙제로

    “이길 생각은 없고,밀집 수비로 골만 막아 보겠다는 상대에게는 백약이 무효였다.” 7일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홍콩과의 2004아테네올림픽 축구 아시아 2차예선 2차전에서 2-0으로 승리,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한 올림픽축구대표팀의 김호곤 감독은 “골 결정력이 떨어져 2골밖에 넣지 못하는 졸전을 펼쳤다.”는 팬들의 지적이 부당하다는 듯 해명했다.김 감독의 말대로 홍콩은 지난 1일 홈에서 치른 1차전에서와 마찬가지로 수비 위주 전략으로 나서 골 갈증 해소를 원하는 팬들을 답답하게 했다. 하지만 상대가 답답증을 유도했다고 인정하더라도 여전히 남는 문제는 있다.킬러 부재와 선수들의 전술 부적응,단조로운 공격루트 등 올림픽팀이 해결해야 할 것들이 여전히 많아 갈 길이 멀고 험하다는 얘기다. 우선 한국은 이날 홍콩 문전을 향해 공식 기록상으로만 무려 19개의 슛을 날렸다.골을 터뜨릴 목적으로 날린 19개의 슛 가운데 단 2개만 성공했다면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한 마디로 킬러 부재다. 선제골을 터뜨린 조재진만 해도 수없이 많은 찬스를 모두 날리다 상대 수비진의 실수로 흘러나온 공을 집어 먹는데 만족했다.김 감독조차 “골은 넣었지만 킬러로서 갖춰야할 상대를 따돌리는 움직임이나 행동 반경,순간적인 기회 포착 능력 등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골게터의 능력이 떨어질 경우 이를 해결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공격루트를 다양화해서 상대 수비진을 흔드는 전술이다.하지만 한국은 일부 선수에게 지나치게 슛 기회를 집중시키거나 미드필드부터 중앙을 공략하는 단조로운 패턴에만 의존해 상대 수비진의 마크를 쉽게 해줬다. 홍콩의 라이순쳉 감독마저 “공격 루트를 특정 선수에만 의존하는 것 같다.”며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꼬집었다. 김 감독은 “현재로서는 모든 게 미흡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점차 훈련량을 높여가면 해결될 것”이라며 “내년 3월부터 펼쳐질 최종예선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곽영완기자
  • 40여년 의료경험 아낌없이 나누고 베풀고…“e소아과 무료진료 인생의 보람”/재미동포 소아과전문의 이상원 박사

    재미동포로 ‘잘 나가던’ 소아과 전문의 이상원(67·미국명 John Lee) 박사는 요즘 제2의 인생 황금기를 맞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그는 요즈음 인터넷 홈페이지(http://my.dreamwiz.com/drslee)를 통한 소아과 무료 의료상담에서 인생의 보람을 찾고 있다.‘클릭,인터넷으로 물어보세요’코너를 통해 전세계 한인들을 대상으로 아동건강 상담에 응한다.어렵사리 국제전화로 인터뷰에 응한 그는 “은퇴 후 모국의 무의촌에서 봉사하려던 필생의 꿈이 인터넷상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감회를 털어놓았다. ●전세계 한국 어린이의 건강 수호천사 그는 이 홈페이지 관리를 위해 하루에 2∼4시간 정도를 컴퓨터에 매달린다.각종 소아건강과 질병에 대한 최신 정보를 올리는 일도 주요 일과다. 40여년 동안 쌓아온 진료 및 임상 체험을 전세계 한인 부모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이를 위해 코네티컷주 윌리맨틱시에서 28년 동안 운영했던 ‘John Lee 소아과’의 문을 얼마 전에 닫았다. 막 이민길에 오른 사람이나 해외 유학 초년생들에게는 갑자기 자녀가 아픈 것만큼 낭패스러운 일도 없다.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설고 물설은 이역에서 의료보험조차 없다 보니 발만 동동 구르기 일쑤다.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이 박사의 상담 코너는 여간 요긴한 게 아니다.실제로 미국과 러시아 일본 필리핀 태국 호주 등의 교민들이 사이트의 주 방문자라고 이 박사는 귀띔한다.물론 모국인 한국에서도 상담코너를 찾는 네티즌들이 적지 않다. 9월 현재 전세계 한인 동포 8만 5000여명이 회원에 등록할 만큼 상당한 네트워크가 이뤄졌다.습진·천식·각막염 등 유아들에게 흔한 각종 질병은 물론 소아 성교육에 대해서도 부모들의 상담에 일일이 응하고 있다. 특히 2000여건의 주요 임상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려 응급처치를 위한 부모들의 일차적 판단을 돕고 있다.이를 테면 아이들이 집에서 가벼운 화상을 입을 경우 인터넷에 뜬 사진과 비교해 1도 화상인지,2도 화상인지 등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집에서 간단한 응급처리를 할지,응급실로 갈 것인지를 판단하려면 ‘부모도 반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지론이다.몇년 전 그는 같은 제목의 소아가정간호백과(사진)를 펴낸 바 있다. 요즘 그는 스스로에게도 흡족함을 느끼고 있다.미국 내 각주에 흩어져 사는 자녀들의 집을 방문하고 돌아오면 하루 5시간씩 컴퓨터와 씨름하면서 밀린 ‘숙제’를 할 때도 있지만 “별로 힘들지는 않다.”는 것이다.애시당초 자신이 원하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루 5시간 컴퓨터와 씨름하기도 충남 태안의 안면도가 고향인 그는 연세대 의대를 나와 미 동부의 명문 예일대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뒤 윈드햄 병원 소아과 과장을 지냈다.재미 한인들은 우스갯소리로 스스로를 ‘바나나’라고 부르기도 한다.말 그대로 겉은 노란데 미국에 뿌리를 내리면서 속은 하얗게 변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박사는 자신은 그 반대라고 주장한다.“미국인 의사로 오인받을 만큼 외모는 원래부터 서양인을 많이 닮아 있었지만,속은 여전히 노란색”이라는 설명이다.미국에서도 고소득직인 소아과 개업전문의로 상류사회에 몸을 담기도 했지만 자신은 여전히 ‘안면도 촌사람’일 뿐이라는 얘기다. 9월말 현재 사이트 방문객이 2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최근 지금까지 인터넷 건강 상담 코너를 통해 조언한 실적을 출력해 보니 A4 용지로 4000장이 넘는다고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접속 수가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게 요사이 그의 유일한 불만이다.지구촌 곳곳의 한인들 한 사람에게라도 더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은 “제발 나를 귀찮게 해달라.”는 주문에서 묻어 나온다. 인터넷 상담을 통해 그는 한국 사회의 변화상도 읽을 수 있다고 한다.소아 변비나 성문제에 대한 상담 건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어서다.이같은 문제는 어린 자녀들의 심리 상태나 정서가 극히 불안정한 것을 나타내는 간접 지표라는 것이다. 이 박사는 “한국 사회는 정보화 수준 등 일부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미국 못지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그러나 “아직 사회 제도적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어 문제인 듯하다.”고 분석했다.그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사회에 버금가는 최근 한국의 높은 이혼율에 따른 아동 문제를 들었다.결손 가정의 아동들을 사회보장제나 법규로 보호하는 시스템이 미국에 비해 한국 사회가 훨씬 취약하다는 것이다. ●“돈은 벌만큼 벌었으니 봉사해야지” 그는 이 상담 사이트를 유지하기 위해서 적잖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골프와 여행 등으로 노후를 즐겨야 할 나이에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물음에 “돈은 벌 만큼 벌었으니,이제는 베풀고 사는데 보람을 찾을 때”라고 답했다.“정보화 사회에서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 대화를 하다 보면 젊게 살게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내친 김에 망설이던 질문도 던져 보았다.혹시 “사이트 운영이 한국에 돌아오기 위한 정지작업이 아니냐?”고.그러자 정색을 하고 “응급환자를 돌보는 현역으로 남기에는 나이가 너무 들었다.”고 손사래를 쳤다.친구인 홍원표 일산병원장이 도와 달라는 요청도 있었으나 고사했다고도 귀띔했다. 그러면서 상담 사이트 운영을 통해 전세계 한인들을 위한 소아과 의사로 ‘재개업’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냐고 반문했다.어린 시절 무의촌이었던 고향 안면도에서 의료 봉사를 하며 노후를 보내리라는 그의 소망은이제 온라인상에서 ‘한민족 네트워크’구축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구본영기자 kby7@
  • 송두율 파문 / ‘송두율 주장’ 전문가 진단

    송두율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6일 송 교수측이 “김 주석 장례식 장의위원 23위가 서열 23위 정치국 후보위원은 아니다.”라는 변호인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반면 국정원측은 검찰 송치자료에서 지난 91년 망명한 베를린주재 북한이익대표부 서기관 김경필씨의 언급 등을 토대로 “송 교수는 후보위원이 맞다.”고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따라 ‘송 교수 미스터리’는 검찰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별도의 물증이 제시되지 않는 한,일단 송 교수의 언급도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국정원 주장에 의문 제기 전문가들은 ‘김철수가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 장의위원회 참석 명단에 23번째로 올라 있다는 게 송 교수가 북한 서열 23위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증거’라는 국정원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장의위원 순위와 정치국 서열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이교덕 선임연구위원은 “장의위원 순위는 권력 서열이 아닌 행사호명 순서”라면서 “행사에 따라 호명 순서가 달라지기 때문에 장의의식 호명 순서만 놓고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도 “행사 때마다 서열을 따로 정하기 때문에 장의위원 순위와 권력서열은 같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일성과의 사진도 증거 못돼 전문가들은 김일성과 송 교수가 찍은 사진 역시 송 교수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노동신문에 실릴 정도라면 북한의 ‘비밀 핵심수뇌부’라기 보다는 ‘체제홍보용’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 백학순 실장은 “고 문익환 목사나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 중요 인사가 오면 김 주석은 사진을 찍는다.”면서 “북쪽에서는 송 교수와의 친밀감을 과시,해외 교포 사회에 대한 체제선전에 이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적으로 공개된 북한 서열에 김철수라는 이름이 빠져 있다는 것도 ‘송두율=정치국 비밀후보위원’이라는 등식을성립하게 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고 교수는 “내부 서열과 외부공개 서열은 다를 수 있으나 외부 서열이 어느 정도 공식적인 자료”라고 말해 송 교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비밀 후보위원 가능성은 남아 하지만 이들 전문가는 송 교수측의 변호인 의견서에도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매년 집계되는 북한 서열은 공식적인 행사의 호명 순서를 종합한 자료인 만큼,북측이 공개하지 않는 비밀 후보위원에 김철수가 들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게다가 노동당 당 대회가 80년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아 정치국 위원 명단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도 송 교수에게 불리한 대목이다. 고 교수는 “정치국은 비밀 조직인 만큼,당 대회가 열리지 않으면 명단이나 순위를 파악할 수가 없다.”며 송 교수가 내부 비밀서열에 포함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부정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두걸기자 douzirl@
  • [癌없는 세상]유전자 치료란

    1.우리는 암을 정복해가고 있나 현대는 언어 인플레시대이다.‘최신’ ‘첨단’ ‘최신예’ 등의 단어가 ‘그저 그런 정도’라는 뜻을 갖게 되었고,‘무엇을 정복했다.’는 말이 ‘무엇을 조금 알게 됐다.’는 말을 대신하고 있다.이런 까닭에 “누군가에 의해 획기적 치료법이 개발됐으며,곧 암이 정복될 것”이라는 뉴스를 보고 들을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양치기 소년’ 우화를 떠올리게 된다. 암 연구자들이 흔히 하는 농담이 있다.“인간이 어쩔 수 없이 1가지씩 중병을 선택해 죽어야 하는 운명일 때 모두가 암을 선택한다면 우리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보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대인이 가장 무서워하고,한국인 사망 원인 1위인 암을 정복해 가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아직 그렇지 못하지만,노력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벌써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암 사망률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2.美선 왜 암 사망률 감소할까 모든 과학자가 동의하는 말이 ‘진리의 열쇠는 금’이라는 것이다.투자없이 과학의 진보는 없다.1971년 닉슨 대통령은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국가적인 암 정복사업을 시작했다.이 국책사업은 지금도 계속돼 최근 5년 동안 암 연구비 규모가 2배로 증가했으며,미국의 올해 암 연구비 총액은 47억 달러로 늘었다.이는 연방정부 연구비 1118억 달러의 4.2%,연방정부 예산 2조 1629억 달러의 0.2%에 이르는 규모다.이런 투자의 결과로 지난 90년부터 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줄기 시작했다. 3.우리의 암정복 대책 우리나라도 국립암센터와 암정복 연구사업단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암 연구에 돌입했다.누군가는 “많은 연구비를 쏟아붓기보다 다른 나라의 연구 결과를 도입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고 말할지 모른다.그러나 그런 발상은 남의 숙제를 베끼는 것과 다를 게 없다.우리의 암 발생 양상이 다른 나라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즉,우리나라에서는 위암-간암-폐암 순으로 발생하지만,미국은 전립선암-유방암-폐암 순이고,일본은 위암-대장암-폐암 순이다. 우리와 서구인의 유전자 역시 차이가 있고,생활 양식이 달라 암 발생 기전과 양상 또한 같지 않다.따라서 우리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 풀 수밖에 없는 것이다. 4.획기적 신약은 없는가 모두가 획기적인 암 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그 획기적인 치료제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수술을 제외한 암 치료는 게릴라전과 비슷한 양상이었다.게릴라들은 민간인 틈에 섞여 있어 민간인 피해를 감수하지 않고는 이들을 섬멸할 수 없다.또 한 마을의 게릴라를 모두 섬멸했다고,이웃 마을에 게릴라가 없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우리가 기대하는 ‘획기적인 신약’은 스마트 폭탄처럼 인체에 투여되면 암세포가 어디에 있든 추적하여 섬멸한다.그러면서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는다.이 정도면 ‘획기적’이라는 말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흔히 ‘스마트 항암제’로 불리는 이 획기적 신약으로는 항체를 이용한 항암제,암세포만의 성장을 억제하는 항암제,유전자 치료제 등을 들 수 있다. 5.항체를 이용한 항암제 암세포만 죽이는 항암제 가운데 가장 먼저 개발된 것은 항체를 이용한 항암제이며,현재 7종이 시판중이다.원래 항체란 외부에서 세균 등이 침입하면 우리 몸에서 특이적으로 결합해 이 세균을 죽이도록 생성되는 물질이다.암세포 또한 정상적인 인체에는 매우 드문 생리분자들을 세포막 표면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분자들에 결합하는 특정 항체를 개발,암세포만을 골라 죽이는 스마트 항암제를 탄생시킨 것이다.실제로 항체 역할을 하는 분자는 체내에 높은 농도로 존재하는 일종의 ‘생약’인데,기존 항암제와 달리 정상세포에 대한 독성,즉 탈모와 구토 등 항암제의 부작용이 거의 없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카이메라 항체(chimeric antibody),인간화 항체(humanized antibody)로 불리는 이런 항체는 최근 들어 파지 디스플레이방법이나 인간 항체유전자만을 가지도록 유전공학적으로 변형된 생쥐,인간항체 라이브러리 등의 방법을 통해 항체항암제로 개발되고 있다.실제로 2002년 현재 470종이 넘는 항체가 약품으로 개발중이며,70종의 항체가 임상시험 중이다. 6.암세포 성장 억제 항암제 또 다른 스마트 항암제가 있다.암세포에만 존재하는 특정 신호 전달체계를 방해해 성장을 억제하는 항암제가 그것이다.만성골수성백혈병과 위장관벽에 생기는 일부 암에 효과가 입증된 글리벡이 이런 유형의 항암제이다.대부분의 만성골수성백혈병 세포에는 특이한 종류의 세포막 단백질인 bcr/abl이 존재한다.이 단백질과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는 정상 세포에는 없고,백혈병 세포에만 존재한다.이 단백질이 암세포에 신호를 보내 무한정 분열하도록 유도한다.의학자들은 이 단백질이 세포내로 이런 신호를 보내지 못하도록 하는 물질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글리벡이다. 참고로 글리벡의 개발 과정을 보자.우선 정상세포에는 없고 백혈병세포에만 있는 유전자를 찾아 이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에 작용,백혈병세포의 성장을 방해하는 물질을 찾아내는 과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이것은 항암제를 개발하는 새로운 방법,즉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유전자를 찾아 이를 이용해서 항암제를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첫번째 사례다.그러나 글리벡은 기존 항암제와 달리 대부분의 백혈병세포를 죽이지만,일부 모세포는 죽이지 못한다.따라서 항암제 투여를 중단하면 언제든백혈병세포가 다시 자랄 수 있다.즉,글리벡은 암을 파괴하는 대신 조절해 암환자가 암을 지니고도 오랫동안 살도록 한다.이점이 기존의 항암제와 다른 점이다.다시 말해 암을 일종의 만성질환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가 하면 글리벡은 인간 게놈프로젝트가 불치병 치료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암세포 유전자의 단백질에 작용해 암세포의 성장을 방해하는 물질을 찾아내 항암제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인간 게놈프로젝트의 완성으로 암세포에만 특징적으로 존재하는 유전자 혹은 이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의 발견이 무척 빨라졌다. 7.유전자 치료제 유전자 치료란 유전자 재조합 방법을 이용한 치료법이다.치료용 유전자를 환자의 세포에 도입시켜 유전자의 결함을 교정하거나,세포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 유전적 변형을 유도함으로써 암 등 유전자 이상에 의한 질병을 치료,예방하는 방법이다. 이 치료법은 지난 90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앤더슨 박사가 유전질환인 선천성 면역결핍증 환자를대상으로 처음 시도한 이래 많은 희망적 결과들을 찾아내고 있다.처음에는 주로 단일유전자 이상에 의한 유전 질환에 적용되었으나 분자생물학,생화학,유전학 등 다양한 분야가 접목되면서 여러 가지 난치병의 치료를 위해 연구되고 있는 추세다.특히 암,AIDS,알츠하이머,심혈관질환과 신경 손상,류머티즘성 관절염 등 많은 분야에서 유전자 치료가 연구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현재 전 세계에서 636건의 유전자 치료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며,대상 질환은 암 69%,선천성 유전질환 8.9%,감염질환 11.8%,심혈관질환 1.7% 등이다. 이중 암에 적용되는 유전자치료법은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하거나,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을 치료하는 암백신 유전자치료법,화학요법이나 방사선에 대한 암세포의 감수성을 증가시켜 정상 세포에 대한 독성을 극소화하면서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암세포에서만 선택적으로 증식하여 암세포를 살상하는 종양세포를 증식하는 등 부작용은 줄이면서 치료효과를 극대화하는 새치료법이 개발돼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국립암센터가 연구중인 방법,즉 암세포에 나타나는 특정 유전자를 찾아 파괴하고,그 자리에 치료용 세포살상 유전자를 주입하는 지능형 유전자치료법도 향후 결과가 주목되는 실험이다. 이 방법은 유전자 치료제가 암세포에만 작용하는 특성이 있으며,암 유전자 파괴와 치료용 유전자의 투입이 동시에 일어나 효과가 배가되는 장점이 있다.동물실험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 2∼3년 내에 임상시험 단계에 돌입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치료가 실질적 치료법으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치료용 유전자를 원하는 부위에 안전하게 전달하는 유전자 전달체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왜냐하면 성공적인 유전자 치료를 위해서는 치료유전자를 인체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유전자 전달체 개발이 필수적이나 이에 대한 연구가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질병 치료의 가장 좋은 방법은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다.따라서 유전자 이상이 원인인 암 치료에도 당연히 유전자치료가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최근들어 여러가지 분자생물학적 기술이 발달하고 있을 뿐 아니라,인간 게놈프로젝트의 성과로 암의 유전자 특성이 자세히 규명되는 단계여서 머잖아 실제 임상에 유전자치료를 처방할 때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 김인후 국립암센터 기초과학연구부장 정준호 국립암센터 분자종양학연구과장
  • “겉멋 부리려 하지말고 자기 마음을 그리세요”/동료에 그림 강습하는 韓銀 정영남 씨

    “그림에 속기(俗氣)가 들어가서는 안됩니다.겉멋 부리지 말고 자기 마음을 그림 속에 투명하게 담아내세요.그림이 천해지면 사람도 천해집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서울 남대문 한국은행 별관에 묵향이 번지면 정영남(鄭永男·57)씨의 닳고닳은 잔소리가 시작된다.언제나 듣는 얘기지만 스승의 말은 제자들의 붓놀림에 힘을 더하는 효과가 있다. 정씨는 한은에서 문서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1973년에 은행에 들어왔으니 올해로 31년째다. 내년이면 정년이다.요즘은 대부분 문서가 전산으로 관리돼 업무가 많이 줄었지만 우리경제의 온갖 데이터가 축적돼 있는 한은에서 문서관리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국전 수상경력·개인전 20여 차례나 정씨는 86년부터 행내 직원들에게 사군자,문인화 등 동양화를 가르쳐왔다. 매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2∼3시간씩이다.지금까지 길러낸 제자가 200여명에 이르고 이 중 몇명은 굵직한 미술대회에서 입상을 하기도 했다. 그 자신이 화단에서 탄탄한 입지를 확보한 유명 화가다.국전 수상경력이 10여차례에이르고 개인전도 10여차례 가졌다.주로 흙냄새 나는 고향산천을 화폭에 담았다.진경산수(眞景山水)의 대가인 겸재(謙齋) 정선(鄭敾·1676∼1759)을 좇아 우리 산천과 그 안에 흐르는 생명력을 살려내는 게 평생의 숙제였다. 1994∼2001년에는 홍길동전,춘향전,구운몽,혈의누,정읍사,왕오천축국전 등 우리문학 우표 시리즈의 도안을 맡기도 했다.한은 미술자문위원으로서 수많은 은행내 예술작품의 가치평가 및 복원,새 미술품 구입 등에도 조언을 하고 있다. 정씨의 고향은 전북 전주.서당에 다니던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붓을 잡았다. “천자문을 떼고 소학·대학을 배울 때쯤 훈장님이 아이들에게 붓글씨와 사군자를 가르쳐주셨습니다.남다른 자질이 있다며 저한테 특히 많은 관심을 보이셨지요.그게 제 인생을 결정했습니다.” 한참 뒤에 안 사실이지만 당시 훈장은 현대서예의 대가 강암(剛菴) 송성용(宋成鏞·1913∼1999) 선생이었다.강암 선생은 고전기법에 충실하면서 현대적 아름다움이 담긴 ‘강암서체’를 창안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학(동국대 미술과)을 마친뒤 서울 장충동에 작은 화실을 냈지만 전혀 돈벌이가 안 됐습니다.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예술하는 사람들이 입에 풀칠하기는 참 어려웠습니다.” ●퇴직후에도 월연회 강습 계속할것 생업이 필요했던 정씨는 한은을 선택했다.낮에는 은행에서 일하고 밤에는 그림을 연마하는 생활이 계속됐고,차츰 수상경력도 쌓여갔다.그럴수록 동료들의 강습요청도 늘어갔다. “은행 일이나 제대로 하라는 주위의 눈총도 걱정되고 해서 많이 망설였습니다.하지만 계속되는 요청을 마냥 뿌리치기는 어려웠고,그 사람들이 갖고 있던 어릴 적 미술에 대한 꿈을 실현해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은 월연회(月硯會)라고 이름붙여진 ‘묵화반’이 86년 탄생했고,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제자로 들어왔다. 정씨는 그때나 지금이나 그다지 관대한 스승은 아니다.복습을 하지 않는 제자들에게는 가차없는 꾸지람이 꽂힌다.사군자→산수화→문인화로 이어지는 과정에도 철저하다.사군자의 첫 과정인 난초에서 대나무로 넘어가는 데 꼬박1년이 걸린다. 매주 강습에 참석하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그런 것이어서 국화,매화까지 모두 마치려면 통상 4∼5년이 걸리게 된다. “동양화는 투명하고 담백합니다.1회성입니다.붓이 한번 지나간 자리에는 절대로 개칠이란 게 없습니다.매일 숫자와 씨름하는 은행 직원들에게 특히 동양화는 편안함과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어 좋습니다.” 내년 정년퇴직 뒤에도 월연회 강습은 계속된다.이미 제자들과 굳게 약속을 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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