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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의 실험](상)불신의 벽 넘어라

    [삼성의 실험](상)불신의 벽 넘어라

    삼성그룹이 7월1일 ‘뉴삼성’으로 새 출발한다. 오너(이건희)와 전략기획실이라는 강력한 구심점 대신 느슨한 연합체로 전환,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실험한다. 거느린 계열사 59개에, 딸린 식솔만도 25만명이다.2·3차 협력업체까지 감안하면 삼성의 실험은 그들만의 실험이 아니다. 스스로도 불안감과 기대감을 내비치는 ‘가보지 않은 길’이다. 삼성의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지난 한 주, 서울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은 어수선했다. 화물 전용 엘리베이터가 공사 자재를 분주히 실어날랐고, 때아닌 이삿짐 행렬이 이어졌다.22층에 입주해 있던 삼성전자 홍보팀이 그 건물 26층으로 옮겨가느라 생긴 부산함이었다. 삼성전자는 가을쯤 서울 서초동 신사옥으로 이사한다. 불과 몇 달 뒤면 또 이삿짐을 싸야 하는데 굳이 ‘중간 이사’를 한 이유가 뭘까. 표면적인 이유는 “사무실이 너무 비좁아서”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그룹의 한 임원은 29일 “전략기획실이 해체됐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삼성전자 홍보팀이 옮겨간 26층은 바로 전략기획실, 옛 구조조정본부가 있던 곳이다. ●전략기획실 해체 진정성 반신반의 시각도 이는 삼성의 고민을 잘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뉴삼성’의 핵심은 그룹체제 변화다. 종전의 ‘총수-전략기획실-계열사’ 삼각편대에서 전략기획실이 사라진다.1959년(당시는 비서실)부터 밉든 곱든 50년 가까이 의지하고 눈치봐온 ‘사령탑’이자 ‘시어머니’가 사라진 것이다. 새 변화에 적응하는 것도 큰 숙제이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안팎의 못미더워하는 시선을 해소하는 일이다. 한때 삼성에 몸담았던 한 재계 인사는 “삼성이 전략기획실 사람들을 각 계열사로 내려보냈지만 위치이동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략기획실 출신들이 잠복근무를 통해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 이같은 시선은 삼성 내부에도 존재한다. 한 삼성 계열사 임원은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이 삼성전자 고문으로 물러나지만 솔직히 경영에서 완전히 손 떼는 것인지 반신반의”라며 ‘고문 경영’ 가능성을 제기했다. 삼성도 이같은 시선을 잘 안다. 삼성측은 “그래서 굳이 26층 전략기획실 사무실을 없앤 것”이라며 “워낙 엄청난 변화이다 보니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긴가민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번 경영 쇄신 의지의 진정성을 알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략기획실은 “완전한 해체”라고 거듭 쐐기를 박았다. 계열사 이동을 앞둔 한 전략기획실 핵심관계자는 “전략기획실이 아직 살아있고, 그래서 예전처럼 큰 투자나 계열사간 이견 조정을 뭍밑에서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각 계열사들이 홀로서기를 해야 하며, 최고경영자(CEO)들의 역량도 진정으로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학수 “산에나 다닐 것”… 영향력 행사 가능성 일축 일각의 ‘이학수 실장 건재론’도 일축한다. 이 실장은 주변 지인들에게 “(고문으로 직함이 바뀌는 내일부터는)산에나 다니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등산 등 개인시간을 거의 가져본 적이 없는 그다. 이 실장은 “당장은 재판 준비를 열심히 하겠다.”면서 “30여년 만의 은퇴인 만큼 재판이 끝나면 주변 정리에 좀 더 개인적 시간을 가질 생각”이라고 소회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를 잘 아는 한 인사는 “(이 고문이)사무실에는 일주일에 한두번밖에 출근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 “벌써 이달만 해도 사장단회의에 계속 불참하는 등 현안보고에서 제외됐는데 (정보없이)어떻게 막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5대그룹 한 임원은 “시민단체들이 아무리 여론을 몰아가더라도 삼성이 당당하게 공개조직을 만들어 전략기획실 순기능을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비장한 선택을 한 삼성의 의지와 노력을 좀 더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직지심경 대모’ 在佛 사학자 박병선박사

    [김문기자가 만난사람]‘직지심경 대모’ 在佛 사학자 박병선박사

    “박사님, 올해 여든하나이신데 아주 정정해 보이십니다.” “(잠시 창밖을 응시하더니)세월이 그렇게 흘렀네요.” 짧은 생머리, 나이만큼 백발이 묻어났지만 주름살은 별로 없었고, 눈썹과 입술 화장이 잘 어울려 보였다. “여전히 얼굴이 고우십니다. 젊었을 땐 참 예쁘고 미인이었겠습니다.” “어이구 그런 얘기 하지 마세요. 어릴 때 친척들한테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잘생긴 언니와 오빠, 동생들과는 비교가 안됐지요. 미인이라뇨? 천만의 말씀입니다.” 약간 홍조 띤 얼굴로 변한다. “죄송한 질문이지만 결혼은 왜 안 하셨는지요?” 보통 같으면 증손자까지 봤을 법한 할머니에게 던진 질문 자체가 우스웠나 보다. “뭐 특별한 이유가 없어요. 한 가지 일을 끝내면 또 다른 일을 시작하고, 그것에 파고들다 보면 정신없이 시간 가고, 어디 (연애할) 틈이나 생겨야 말이지요. 호호.” 노(老) 박사의 웃음 짓는 모습은 해맑은 소녀의 그것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하시는 일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젠 나이도 그렇고 쉬셔도 되는데 젊은이들보다도 정열이 더 뜨겁습니다.” 잠시 한숨을 쉰다.53년 동안 도도히 흐르는 역사와 함께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한우물을 팠다. 또한 해야 할 관련 숙제 역시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인 듯하다. “더 늙기 전에, 총기가 사라지기 전에 선명하게, 뚜렷하게 규명해야 일들이 많이 있네요. 개인이 한다는 게 외롭고 어렵긴 하지만….” 또박또박 힘주어 말하는 노 박사의 말과 표정이 경외스럽도록 다가온다. 문득 노 박사를 모델로 한 역사 추리소설(외규장각도서의 비밀)이 생각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까.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한국학중앙연구원 게스트하우스.‘직지심경(直指心經·직지심체요절)’의 대모(代母) 박병선 박사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가 직지심경의 대모로 불리는 까닭은 1967년 파리에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을 발견해내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시킨 1등 공신이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최근 방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언론의 인터뷰가 쇄도했다. 그래서인지 박 박사는 직지심경이나 외규장각도서 얘기는 하도 많이 해서 가급적 피해달라고 먼저 주문한다. 재불(在佛) 역사·서지학자인 그가 잠시 방한한 이유는 1985년 국내에서 발간했던 ‘조선조(朝鮮朝)의 의궤(儀軌)’ 증보판을 내기 위해서다. 이번 증보판은 300쪽 중 100쪽가량을 프랑스어로 썼다는 점이 눈여볼 대목. 그는 평소 프랑스인들이 병인양요를 거의 모른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겼다. 그래서 증보판 앞 부분에 병인양요에 대한 설명과 ‘왜 한국 사람들이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해 달라.’고 요구하는지 등을 프랑스어로 자세히 언급한다. 또한 의궤의 내용과 그것이 프랑스로 가게 된 사연, 당시 프랑스 해군의 일기와 공문서 등도 새롭게 첨부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의 출간을 염두에 두었음은 물론이다. 특히 이번 증보판에는 당시 프랑스 해군들의 행적을 어렵게 추적, 이른바 ‘작전루트’를 처음 공개할 예정이어서 중요한 역사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병인양요와 의궤 반환문제로 프랑스 국영 3TV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이때 방송사 간부한테 ‘프랑스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대부분 모르고 있다.’는 말을 듣고 더 이상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때마침 한국학중앙연구원측의 도움으로 이번에 작업을 하게 된 것. 증보판은 한달 후쯤이면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당시 프랑스 해군들의 흔적과 관련된 자료는 많이 있는지요. “프랑스가 1차 원정 왔을 때 일기를 보면 강화도의 문수산성과 적성산성 등을 왔다갔다는 기록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2차 원정때의 군함, 당시 그림과 자료, 관청의 위치도 등을 종합해볼 때 황해도 연안까지 갔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 행적을 찾는 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최초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최대한 자세하게 그려볼 생각입니다. 현재 이 작업만 남아 있습니다.” 그는 방한에 앞서 당시 프랑스 로즈함대장의 후손을 만나 여러 번 설득 끝에 강화도 등에서 프랑스로 압수해간 ‘압수목록표’를 어렵게 얻을 수 있었다(이번 증보판 부록에 실린다). 그는 “로즈함대장의 후손은 할아버지를 영웅으로 알고 있으며 곧 ‘할아버지 전기’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프랑스인들은 병인양요나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해달라는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지요. “도대체 그걸 왜 반환해야 하느냐고 묻는 프랑스인들이 많습니다. 이때마다 ‘만약 루이 14세의 왕실 행사를 자세히 기록한 유일한 문서본이 다른 나라에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되묻지요. 그럼 프랑스인들은 당연히 찾아와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프랑스에서 지내는 50여년 동안 한국과 관련된 신문기사를 대부분 스크랩해 놓을 만큼 자료 수집에 많은 애착을 갖고 있다. 특히 프랑스 외무부 고문서관 등에서 3·1운동 당시 한국에 주재했던 프랑스 영사관이 본국에 보낸 많은 공문서를 찾아냈다. 또 일제때 일본과 중국에 주재했던 프랑스 공관이 본국에 보낸 공문서 중 한국의 독립운동과 관련된 내용을 모은 자료 등을 합하면 무려 2000상자 1만 5000쪽 분량에 이른다. 이 귀중한 것들을 정리하고 책으로 펴내는 일이 그의 마지막 숙원사업. 파리에도 우리나라 독립운동과 관련된 자료가 그만큼 많다고 강조한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혼자서 어렵게 해왔습니다. “개인이 한다는 게 사실 엄두가 안 나지요. 국가에서는 (반응이)냉랭합니다. 아무튼 어렵게 자료들을 모았으니 그냥 놔둘 수도 없겠고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다가…. 지금이라도 국가에서 도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1919년 파리 강화회의 당시 독립을 호소했던 김규식 박사의 자취도 추적했다. 파리 시내 서쪽 쇼토 거리에서 이들이 머물던 곳을 찾아냈고 2006년에 겨우 건물 현판 정도만 걸 수 있었다. 기념관이라도 만들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박 박사의 어릴 적 꿈은 유치원을 설립해 서구식 교육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서울대 사대에 진학했지만 나중에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방향을 틀었다. 대학 때는 손보기(사학자)·이두현(민속학자) 선생 등과 친하게 지냈다.6·25전쟁이 끝난 후 프랑스 유학을 택한 것은 평소 가톨릭 신자로 프랑스 출신 수녀들과 가깝게 지낸 덕분. 이후 소르본대학에서 종교사를 전공한 뒤 파리국립도서관에서 근무하던 중 1979년 의궤를 찾아낸 직후 ‘비밀을 누설했다.’는 질책과 함께 파리국립도서관을 그만두었다. 이후 여러 파란곡절을 겪었지만 결혼도 하지 않고 오로지 고문서와 귀중한 자료들 속에 파묻혀 ‘여자의 일생’을 걷고 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28년 서울에서 5남매 중 셋째딸로 태어났다. 서울대 사대 사회생활학과(역사학과)를 졸업한 뒤 1955년 6·25 이후 민간 여성으로는 첫 프랑스 유학비자를 받고 떠났다. 소르본대학에서 종교사를 전공(석·박사)한 뒤 1967년 파리국립도서관에 근무할 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경’을 발견해 냈다. 이어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책의 역사 종합전람회’에 출품, 구텐베르크의 성경책보다 무려 73년이 앞선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1979년에는 조선 왕조의 의식에 관련된 세세한 기록문인 외규장각 도서 279권을 프랑스국립도서관 창고에서 발견, 한국에 알렸다. 이같은 공로로 대한민국훈장 동백장과 제7회 비추미여성대상특별상 등을 받았다. 특히 1919∼1920년 사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파리위원부가 있던 청사를 찾아내기도 했다. 현재는 파리 근교에서 살면서 한국 관련 각종 고서연구와 프랑스에서 본 한국의 3·1운동 등에 관한 독립운동사를 정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의 인쇄사’(프랑스어·스페인어·영어·한국어)가 있고, ‘한국의 무속사’‘한국의 역사’ 등을 프랑스어로 펴냈다.
  • [북한 핵 신고] 미신고 핵무기 폐기 검증이 숙제

    [북한 핵 신고] 미신고 핵무기 폐기 검증이 숙제

    북한이 핵무기용 플루토늄 생산량 등을 담은 핵프로그램 신고서를 26일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측에 제출함으로써 지난해 6자회담 ‘10·3합의’ 이후 6개월여를 끌어온 비핵화 2단계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북한의 핵 신고에 따라 미국도 대북 적성국교역법 및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에 착수했다. 이어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보이기 위해 27일 영변 냉각탑 폭파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북·미간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핵 신고 및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고비를 넘었지만 2단계 마무리 및 핵폐기 과정으로 넘어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신고내용 확인 1년 걸려 추가협상 필요 먼저 북측이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해온 핵시설 불능화 11개 조치 중 폐연료봉 및 미사용 연료봉 등 남은 3개 조치가 서둘러 완료돼야 한다. 이에 맞춰 나머지 5개국의 중유 95만t 상당의 경제·에너지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일본측이 여전히 참여를 거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아울러 핵 신고서 내용을 검증하는 데 최소 1년은 걸릴 전망이다. 참가국들은 북측이 신고한 플루토늄 생산량 및 사용처 등을 토대로 현지 검증 및 모니터링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북측이 현지 핵시설 검증을 꺼리고 있어 다음달 초순쯤 열릴 차기 6자회담에서 이에 대한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 또 핵 신고서에 담긴 내용이 곧 폐기 대상이라는 점에서 2·13합의에서 포함시키기로 한 핵무기가 신고서에 누락돼 향후 핵무기 폐기 여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등의 용인 하에 핵무기가 신고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핵폐기 협상에서 핵무기 포함 여부를 놓고 참가국 간 다시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라늄농축프로그램·시리아핵 변수 유명환 외교장관이 이날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이 핵무기 관련 상세 사항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면 이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6자회담이 재개되면 이에 대해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유감’을 밝힌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북·미 간 지난 4월 싱가포르 회동에서 합의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및 시리아 핵확산에 대한 검증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측 일각에서는 최근 북측의 UEP 추가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며, 테러지원국 해제 이후 시리아 외 이란과의 협력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Metro] 경기도 ‘다기능 학교’ 9월 문열어

    경기도는 이르면 9월부터 학교와 학원, 가정의 개념이 포괄된 ‘24시 다기능학교’를 운영한다고 26일 밝혔다. 도는 이날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 등 120여명이 모인 가운데 사업설명회를 열고 경기가족여성개발원의 다기능학교 운영모델 개발연구 용역 등을 기초로 한 운영 계획안을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우선 수원과 성남, 안산, 안양, 시흥, 광명, 고양, 부천, 남양주, 의정부 등 10개 시·군 교육청 산하 20개 학교에 다기능학교가 설치된다. 이들 학교는 교내에 다기능학교 전용 교실을 마련하고 방과 후 아이들을 돌봐줄 수 없는 맞벌이 가정의 저학년 자녀들을 오후 9시까지 맡아 일반 가정처럼 식사와 놀이, 숙제, 공부 등을 챙겨준다. 도는 특히 저학년 학생들을 위해 교실 바닥에 온돌을 설치했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대한민국 60돌-미래로 세계로] 장애물 넘을 준비하는 장애체육

    지난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1)가 베이징올림픽 출전을 위한 청원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내 화제를 뿌렸다. 두 다리가 없는 그는 비록 의족을 달았지만 여느 비장애 선수들보다 훨씬 빠르게 트랙을 돌았다. 물론 첨단 과학의 덕이긴 하지만 피스토리우스의 이 시도는 장애체육인들도 곧 비장애인의 세계로 진입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었다. ‘체육’의 사전적 의미는 ‘계획적·의도적인 신체활동을 매개로 하여 인간의 잠재능력을 발휘토록 함으로써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인간을 형성시키는 교육의 한 영역’이다. 문구를 따져보면 신체적·정신적으로 완벽한 인간을 만드는 일이지, 완벽한 인간만이 받아야 하는 교육은 아니다. 대한민국 체육사에 장애인체육에 대한 개념이 도입된 건 고작 20년 전 일이다. 서울올림픽을 4년 남겨둔 지난 1984년 서울패럴림픽조직위원회(당시 명칭은 서울장애자올림픽조직위원회)가 생겨났다.하지만 이는 ‘서울축제’가 끝난 이듬해 곧바로 해산됐다. 올림픽을 치르기 위한 ‘모양새갖추기’ 역할이었던 셈이다. 그러다 2005년 11월 대한장애인체육회(이하 KOSAD)가 독립하면서 ‘마이너리티’에 대한 눈길이 쏠리기 시작했으니 100년 넘은 한국체육사에서 장애인체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너무나 미미하다. 2007년 11월 현재 KOSAD에 등록돼 있는 경기단체는 모두 24개. 인원 수는 남녀 합해 2576명에 불과하지만 잠재적인 장애인 스포츠 공급을 원하는 인원은 이보다 몇 곱절은 많다. 당초 KOSAD는 국가의 체육정책 전반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설립된 단체라기보다는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의 법적 차별성 해소를 반영한 단체로 출발했다. 국민체육진흥법에 의해 국민체육의 한 부분으로 법률적 위상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비장애인들의 이해다. 건국 60년 가까이 소외됐던 장애인체육은 이제야 막 출발한 셈이다. 넘어야 할 산도 무수히 많다.‘평등’에 대한 개념을 보다 확고히 하는 건 기본 조건. 아직 전문체육으로 분류돼 있는 장애체육인들을 위한 전문 인력 확보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또 다른 60년을 준비해야 하는 모든 체육인은 물론 국민 모두의 숙제로 꼽히고 있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대중독재론 발판 ‘탈민족’ 분야로 보폭 확장

    대중독재론 발판 ‘탈민족’ 분야로 보폭 확장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의 ‘대중독재’ 연구가 6년간의 연구를 마무리한다. 학술진흥재단이 지원해온 연구 프로젝트를 끝내며 일단의 매듭을 짓는다.2003년부터 3년씩 두 번 프로젝트를 수행했고,5차례의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27일부터 사흘에 걸쳐 연구를 정리하는 학술대회(한양대 국제화상회의실)도 개최한다. 주제가 ‘대중독재-사라지지 않는 과거’다.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의 ‘대중독재’ 연구가 6년간의 연구를 마무리한다. 학술진흥재단이 지원해온 연구 프로젝트를 끝내며 일단의 매듭을 짓는다.2003년부터 3년씩 두 번 프로젝트를 수행했고,5차례의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27일부터 사흘에 걸쳐 연구를 정리하는 학술대회(한양대 국제화상회의실)도 개최한다. 주제가 ‘대중독재-사라지지 않는 과거’다. ●이분법적 역사인식 깨기 시도 대중독재론은 한국 역사학계의 이분법적 역사인식에 균열을 시도했다. 민주와 반민주,‘저항하는 다수’와 ‘억압하는 소수’란 도식을 깨고 탈근대적 중간지대를 모색했다. 박정희 군사독재가 대중의 동의에 뿌리내렸다는 이론은 박정희 시대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강제했다. 대중독재 연구는 연구소 소장인 임지현(한양대 사학과) 교수의 사유 궤적을 따라 이론체계를 확장시켜 왔다. 임 교수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우리 안의 파시즘’(계간 ‘당대비평’이 1999년 가을호부터 이듬해 봄호까지 연재한 연속기획) 논의에서 고민의 싹을 틔웠고, 학진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대중독재란 개념틀을 만들어 냈다. 최근엔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트랜스내셔널(탈민족·초민족) 인문학 연구로 보폭을 넓혀 가고 있다. 대중독재론의 이념적 지형은 모호하다. 진보와 보수 사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한다. 당대 정치·사회 상황과 맞물리며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은 이유다.‘외국이론 수입상인 한국 학계가 생산해낸 세계적인 자생이론´이란 견해에서부터 ‘독재체제에 면죄부를 주는 시도´란 지적까지 평가는 극단을 달린다. 사법적 과거청산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 탓에 ‘변형된 독재옹호론’으로 독해되기도 했다. 보수언론이 박정희 긍정평가를 위한 이론적 지렛대로 대중독재론의 ‘상품성’에 주목했던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지금도 학계의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다만 초기와는 달리 대중독재론의 긍정적 기여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한국사회에 만연한 가부장성과 군사주의의 작동방식을 ‘일상적 파시즘’이란 시각으로 학문적 논쟁장에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김원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는 데는 이견이 없다. 임지현 교수와 가장 치열한 논쟁을 펼쳤던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의 입장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중독재론이 파시즘 정당화 논리로 역이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던 그는 지난해 출간한 ‘박정희와 개발독재’에서 대중독재의 문제의식을 끌어들여 박정희 체제 분석틀로 활용했다. 조 교수는 “대중독재론은 독재가 단순히 폭압만으로는 환원되지 않는다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했다.”면서 “대중독재의 관점을 반진보적 도전이 아니라 진보의식의 확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 또한 변화하고 있다.‘주권독재’(대중의 주권행사를 통한 다수의석 확보에 기반한 독재)와 ‘합의독재’(대중의 합의에 기반한 독재) 개념을 동시에 사용하던 임 교수는 후자에 대한 학계의 문제제기를 수용해 ‘합의’란 용어 사용을 자제한다. ●일반이론화의 위험성 제기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일반이론화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김원 연구원은 “박정희 당시의 모든 모순들을 대중독재론이란 틀 속에 짜맞추면서 현실적 긴장과 실천력을 잃어버린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희연 교수도 “대중독재론을 일반이론화하는 것은 이론보다 훨씬 복합적인 현실의 모순을 간과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예컨대 대중독재론의 문제의식을 발전시킨 임 교수의 탈민족주의적 사고 하에서는 촛불시위가 요구하는 검역주권조차 폐쇄적 민족주의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독재에 대한 대중의 동의가 어느 정도의 자발성에 기초한 것이냐는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내놓는 것도 연구팀의 남은 숙제다. 염운옥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대중의 동의엔 강압이 존재한다는 비판을 새겨들어 추후 연구를 보완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해동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는 “대중독재론이 세계적 이론으로 설득력을 가지려면 박정희 시대에 대한 실증연구부터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양사 전공자들이 주축이 된 대중독재론은 독일과 프랑스 등 해외 상황과 이론 소개에 심혈을 기울여온 데 비해 정작 한국사 실증연구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학진 프로젝트를 마친 연구팀은 대중독재론에 역사, 문학, 철학까지 포함하는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분야로 향후 연구를 확장시킬 계획이다. 이번 학술대회 결과물은 내년 2월쯤 한국과 영국 출판사에서 각각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거시경제 안정에 중점둬야”

    정부가 이번 주부터 시작한 ‘2008∼2012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을 위한 공개토론회’는 말 그대로 실용정부가 앞으로 나라 살림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의 ‘로드맵’이다. 특히 토론회 준비를 위해 올해 초부터 분야별 작업반을 구성, 충분한 논의를 거친 결과를 다시 공개적으로 재검토한 것이다. 이날 논의 결과가 실용정부 정책의 큰 물줄기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경제성장보다 안정 추구할 시점 총괄분야에서 발제자로 나선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국가발전전략으로 ▲활기찬 시장경제와 능동적 복지, 섬기는 정부 등 이명박 정부의 5대 국정철학 ▲민간 주도 성장전략 ▲거시경제 안정화 ▲(기업투자) 유인구조 개선 ▲금융자원 등의 원활한 공급 등 5가지를 들었다. 이 가운데 눈길이 쏠리는 부분은 거시경제의 안정화. 고 위원은 “안정적 거시경제 여건은 성장과 분배 모두를 위해 중요하다.”면서 “경제여건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면 경제 활동이 촉진되고, 거시경제가 불안정해지면 저소득층에 가장 큰 타격이 미친다.”고 전제하며 논의를 시작했다. 사실 고유가 파동이 시작되던 지난달 초부터 정부 정책은 성장 중심에서 물가 관리 등 안정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그러나 거시경제 안정이라는 목표를 공식적으로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른 과제도 ▲안정적인 물가관리 ▲환율관리의 신축성 제고 등을 꼽았다. 수출을 위해 고환율(낮은 원화가치) 정책을 쓰던 기존 입장에서 180도 선회한 것이다. 이러한 목소리는 고 위원의 발제 이후 토론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씨티은행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세계적인 고물가 전망을 감안, 경제 정책은 성장보다는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동국대 경제학과 김종일 교수도 “단순히 성장률을 높이기보다는 계층간 소득격차 해소, 서비스·중소기업 활성화 등 경제의 구조적 측면을 개선하는 것을 우리 경제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단순감세 아닌 조세구조 효율화 재정건전성 유지의 중요성 역시 활발히 논의됐다. 실용정부는 성장잠재력 둔화와 고용 없는 성장, 저출산·고령화 등의 위기를 극복하고 잠재성장률을 높인다는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선빈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재정은 세수가 부진한 가운데 재정지출 소요가 증가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성장 촉진과 민간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수 확보, 재정지출 통제, 정부역량 강화 등을 통해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원배분 측면에서는 경제지출 비중을 축소하고, 복지지출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시장 기능을 활용하여 지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김화동 재정정책국장은 “재정정책은 국가 발전을 뒷받침하면서도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재정 건전성도 유지하는 쉽지 않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절약과 재정제도 개선을 통한 지출 효율화와 국유재산 활용가치 제고 등에 주력하고, 미래의 국민 부담인 국가채무와 잠재성 공공부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日 ‘주닝요 귀화작전’ 막판 마무리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을 대비한 일본의 ‘비밀 병기 프로젝트’가 무르익어 마무리 단계다. 정답은 지난 시즌 J리그 득점왕 카를로스 주닝요(31·가와사키 프론탈레·브라질). 방법은 일본 귀화다. 일본은 지난 22일 월드컵 최종예선 2조 바레인전 홈경기에서 1-0으로 신승을 거뒀다. 두 팀 모두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이기에 홀가분할 수도 있었지만 일본으로서는 지난 3월 원정경기에서 바레인에 이미 패한 데다 이날마저 패하면 조 2위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에 자존심을 걸었다. 다행히 행운의 골이 터져 승리했지만 답답한 골결정력은 여전한 숙제로 남았다. 하지만 한 달 남짓이면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한 시름 놓게 됐다. 스포츠닛폰 등 현지 언론은 23일 “주닝요의 일본 귀화가 오는 8월 중 마무리될 것”이라면서 “8월20일 친선경기부터 참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3차 예선까지 노출된 일본 축구대표팀의 심각한 골결정력 문제를 지난 시즌 J리그 31경기에서 22골을 터뜨린 득점기계 주닝요를 통해 보완하겠다는 복안이다. 주닝요는 2003년 J리그 가와사키로 입단한 이후 J2리그 78경기 65골을 터뜨렸고, 팀이 J리그로 승격한 2005년,2006년 두 시즌 연속 우수선수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브라질 청소년대표 출신이었지만 공식경기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특히 한국 축구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북한 대표 정대세(24)의 팀동료로 찰떡 호흡을 맞추고 있어 더욱 관심이 크다. 그동안 일본은 1989년 라모스 루이를 시작으로 와그너 로페스(1997년) 산토스(2002년) 다나카 마르쿠스 툴리우(2003년) 등 꾸준하게 브라질 출신을 수혈받으며 대표팀의 경기력을 높여온 바 있다.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개장 23돌 명과 암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개장 23돌 명과 암

    서울시 산하 농수산물공사가 운영하는 서울 가락시장이 지난 19일로 개장 23돌을 맞았다. 가락시장은 연간 236만t의 채소와 과일, 수산물 등을 거래하는 세계 최대의 농수산물 도매시장으로 성장했지만, 시장 주변이 도심권에 편입되면서 나름의 고민도 많다. 가락시장은 1985년 우리나라 최초의 공영 농수산물시장으로 문을 열었다. 그 때만 해도 주변에 아파트도 없고, 질 좋은 농수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으로 각광을 받았다. 개장 23년 만에 하루 평균 7700t을 거래하면서 서울 시민이 먹는 농수산물의 약 50%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한때 화물연대 파업으로 공급에 조금 차질을 빚었지만, 서울에서 소비하고 수도권에 재분배하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다. 시장의 전체 면적은 54만 3451㎡로 골프장(18홀 기준) 2개 정도의 넓이다.4500여개 점포에서 2만여명의 상인들이 장사하고 있고, 하루에 12만여명의 소비자들이 드나든다. 연간 거래되는 농수산물의 물량으로 따지면 프랑스 헌지 시장(173만t), 스페인 마드리드 시장(165만t), 미국 뉴욕 시장(150만t) 등 세계적 시장들을 능가한다. 연간 거래액은 무려 3조 5000억원에 이른다. 워낙 큰 시장이다 보니 말레이시아, 우크라이나, 태국 등의 공무원들이 몇개월 동안 농수산물공사에 파견을 나와 가락시장의 운영과 판매체계, 유통인 관리 등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자랑이던 도매시장이 세월이 흐르면서 주민들의 기피시설로 전락했다. 악취와 쓰레기, 교통혼잡 등으로 불만을 사고 있어서다. 관할 송파구는 서울시에 가락시장의 이전을 요청한 상태다. 지저분한 시장 때문에 주변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게 주민들의 말이고, 민선 구청장은 이를 외면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2006년 9월 김주수 전 농림부 차관이 농수산물공사의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그는 직원간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 효율적인 조직과 인사관리의 틀을 만들었다. 가락시장에 들어오는 모든 무와 배추는 전량 산지에서 포장을 하도록 했다.2005년 13만 9493t에 이르던 쓰레기가 이듬해 7만 3201t으로 47.5%나 줄었다. 시장 사용료, 임대료, 주차료 등을 현실화해 흑자경영을 실현했다. 농수산물공사 관계자는 “서울 시민의 시장을 경기 지역으로 이전하는 문제도 검토했지만 리모델링을 통해 계속 이 자리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기고] 공공서비스 최종 소비자는 국민이다/ 석종현 단국대 교수 한국토지공법학회 회장

    [기고] 공공서비스 최종 소비자는 국민이다/ 석종현 단국대 교수 한국토지공법학회 회장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공공기관 통폐합 및 민영화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해묵은 논쟁인 주공·토공 통합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대개 이러한 논의에서 통합의 당위성은 주로 기능중복 및 조직 비대화에 있는데, 이는 참 아이러니한 일이라 하겠다.‘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슈마허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주공과 토공을 통합하면 그 규모가 지금보다 더 비대해질 것이 분명함에도 통합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니 말이다. 공기업은 그 태생과 현 상황이 어떠하든 원칙적으로 국가가 공급하여야 할 공공서비스를 대행하는 것이 주 기능이다. 따라서 더이상 국가가 공급할 필요가 없는 공공서비스이거나 국가가 공급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공공서비스일 경우에 그 진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공·토공 통합 논의는 공기업으로서 이들 공사의 기능을 검토하기에 앞서 마치 밀린 숙제를 이번에야말로 꼭 해치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 속내야 어떠하든 정부의 정책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니 통합에 찬성한다는 주공의 입장과 무조건적인 통합이 아닌 기능정립을 주장하는 토공의 입장이 맞서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공기업이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의 최종소비자는 국민이라는 점이다. 즉, 주공·토공의 통합이 우리 국민에게 가져다 줄 득과 실을 분명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주공·토공의 통합으로 국민들은 더 낮은 가격의 공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될까. 그리고 가격에 비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게 될까. 아쉬운 점은 어느 누구도 통합의 효과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알권리는 다시 강조할 필요도 없는 바, 국민들은 통합의 분명한 효과를 알 권리가 있다. 얼마 전 두 기관이 불필요한 경쟁을 하는 바람에 개발비용이 상승한 적이 있어 통합시 분양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국토해양부측이 밝혔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보통 분양가는 택지조성비용과 주택건설비용의 합으로 형성되는데 이는 서로 다른 기능이어서 한 기관이 수행한다고 해서 분양가가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매우 막연한 바람일 뿐이다. 결국 더 나은 토지 및 주택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하는 큰 그림을 보지 않고 무조건적인 통합을 전제하는 졸속 통합의 피해는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개혁의 상징성만을 부각하기 위한 통합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정부는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통합의 긍정적 효과를 선전하기에 앞서 부실 공기업의 출현, 이로 인한 경영 효율성 저하 등 졸속통합이 가져올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서 면밀하게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주공·토공이 공급하는 토지와 주택은 전기나 물과 같은 소비재가 아니다. 두 기관의 역할은 우리나라 국토정책 및 주택정책의 기조와 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시대가 변하고 정권이 변하더라도 국토의 효율적 이용·관리와 국토자원의 적시·적소 배분은 꼭 필요한 국가차원의 기능이다. 좁은 국토에서 최적의 효율성을 창출함으로써 국민생활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역할과 기능을 가진 주공·토공의 통합논의 전에 우리나라 국토정책과 주거복지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 틀에서 주공과 토공의 역할을 재검토하는 것이 순서이다. 앞에서도 강조했거니와 정부는 주공·토공 통합논의를 진행함에 있어 두 기관이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의 최종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효과성과 효율성을 면밀히 분석하여야 하며 장기적인 국토정책과 주택정책의 방향 속에서 이들 기관들의 역할이 재검토되기를 기대한다. 석종현 단국대 교수 한국토지공법학회 회장
  • “내가 불매운동 협박” 또 자수행렬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특정 신문에 광고를 중단할 것을 광고주들에게 요구하는 네티즌을 단속하라고 검찰에 지시하자, 법무부와 대검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자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오후까지 2000여명의 네티즌이 글을 올려 법무부와 검찰의 방침에 항의했다. 특히 네티즌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실명으로 사용하도록 ‘본인확인제’를 실시하는데도 ‘나를 잡아가라.’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는 50대 가장이라고 소개한 인원근씨는 ‘우리 가족 모두 자수합니다.’라는 글에서 “매일 숙제하듯이 광고게재 거부를 강요하고 있다. 지난 2개월간 휴대전화 통신사가 조·중·동에 광고하면 아내와 고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아침, 저녁 할 것 없이 전화를 걸어 통신사를 옮겨 버린다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중단하지 않고 협박할 것”이라면서 “가족 모두를 잡아가라.”고 주장했다. 김성희씨는 “(검찰)덕분에 광고끊기운동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소심해서 실천을 못하고 있었는데 검찰 발표를 보니 참여해야겠다. 초라한 양심을 자극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꼬집었다. 이광배씨는 “소비자의 권리로 대기업에 전화해 내가 낸 돈 중 일부가 조·중·동 광고비에 포함된다는 것이 불쾌하다고 말했다. 이것이 불법이라면 나를 먼저 잡아가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논평을 내고 “불매운동은 헌법에 보장된 소비자권과 의사표현의 자유에 근거한 것으로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면서 “검찰의 수사방침은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단속방침 철회를 검찰에 촉구했다. 민변은 또 쇠고기 추가협상과 관련,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다시 입법예고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은 이날 쇠고기 고시를 다시 입법예고하라는 청구서를 농림수산식품부에 팩스로 전달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男배구대표팀 문용관 신임감독 “강한 서브 개발 힘쓸 것”

    ‘문용관호,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한국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이 문용관(47) 전 대한항공 감독으로 교체됐다. 문 감독은 2010년 아시안게임까지 ‘위기의 한국 배구’를 이끌면서 당장 눈앞에 당면한 과제와 세대교체 등 중장기 과제를 함께 풀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문 감독은 20일 울산에서 훈련 중인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그리고 21일부터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 예선 B조 이탈리아와의 홈 2연전을 펼쳐야 한다. 또한 27일 쿠바 아바나에서 2연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2연전 등 원정 4연전까지 숨가쁘게 경기가 이어진다. 귀국한 뒤에도 숨돌릴 새도 없이 다음달 12∼13일 쿠바와 홈 2연전,18∼19일 러시아 원정 2연전 등 초강행군이다. 이미 러시아에 2연패를 당한 한국은 불리하다. 결국 문용관 감독으로서는 올림픽 탈락의 침체된 상황에서 당장의 성적을 내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대표팀 체제 정비와 신진 선수 발굴, 세대교체라는 중장기적인 과제를 함께 풀어야 하는 쉽지 않은 숙제에 직면한 셈이다. 문 감독은 “세계적인 추세가 빠르고 강한 서브가 중요시되는 만큼 짧은 시간이지만 서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정확한 리시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대회를 마친 뒤에는 세대교체 등 중장기적 과제에 대해서도 소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베이징올림픽 D-50] 경제에 어떤 숙제 남기나

    [베이징올림픽 D-50] 경제에 어떤 숙제 남기나

    19일로 베이징올림픽이 D-50일로 다가왔다. 한국은 ‘올림픽과 중국 경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중국 방문에서 지적한 대로 ‘무역이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에서 무역의 70%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경제 구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올림픽 이후 어떤 추이를 나타낼 것인가. 중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점과 해결해야 할 과제 등을 살펴 봤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소비자 물가 급등, 증시 및 부동산 시장의 거품, 에너지·식량·물 부족, 환경·농촌 문제와 소득격차….’ 올들어 중국 경제가 느끼는 중압감은 예년과 다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유가·식량난·원자재값 상승 등 외부적 요인은 올림픽 이후 한계상황에까지 내몰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지난 수년간 ‘올림픽’이란 목표 아래 취해진 각종 대증요법과 규제들이 사회 불만과 문제점을 키워 와 올림픽 이후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커져 간다. 인플레이션은 중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주요한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2006년에만 해도 연간 상승률이 1.5%에 불과했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07년 하반기부터는 7∼8%대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 중국의 경기 하강은 모두 인플레이션 이후에 발생한 것이어서 중국 지도부의 긴장감도 특별하다. 대외 무역 불균형도 예상 이상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무역흑자가 2004년 255억달러에서 2007년 2622억달러로 5년간 10배나 급증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해외 충격에 대한 취약성도 날로 높아지는 상황이다. 2007년도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GDP의 11.1%. 과잉 유동성문제와 위안화 절상 압력을 유도하고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리콜라스 라디 연구원은 “중국 무역흑자의 급속한 확대는 정책 실패 결과”라고 지적했다. 심화하는 에너지 과소비·비효율 문제도 시급하다. 에너지 소비율은 세계 평균의 2.7배나 된다. 이런 가운데 석유 수입의존도는 2006년에는 47%까지 늘어났다. 에너지 가격의 급등세를 감안할 때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 위협 요인이다. 하지만 정부의 ‘반시장적’ 정책의 결과로 국제 석유가격보다 한참 싼 가격에 석유를 쓰고 있는 중국내 제조업체들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전력 공급 부족으로 인해 중국 경제의 실질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1% 포인트대로 추산된다. 각종 용수난도 심각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5년 중국의 인구1인당 담수자원은 2200t으로 전세계 평균치 7000t의 30%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물의 오염이다. 대도시 폐수 정화시설은 예산부족으로 인해 30%밖에 가동이 안되고 일부는 가동조차 못하고 있다. 환경오염과 토지낭비도 제약요인이다. 중국사회과학원은 환경오염으로 매년 GDP의 3.7%가 피해를 보고 있으며 오염피해의 76%는 수질오염이라고 밝혔다. 산업계의 반발 등 정치적 이유로 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자원 배분이 방해를 받아 GDP의 40%를 투자에 의존하는 왜곡된 경제구조가 형성됐다. 자산시장의 거품과 관련, 최고시점과 비교해 반토막난 주식은 일단 수급이 개선되면 다시 상승세를 탈 여지가 많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그간의 상승 속도나 폭, 당국의 강력한 정책적 규제 의지 등을 감안할 때 올림픽 이후 조정, 나아가 침체기를 거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같은 ‘경제적 요소’보다 ‘심리적 요인’이 중국 경제의 장애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2007년 이후 노동·환경 분야에서의 급격한 정책변화 등으로 악화된 경영환경에 중국 기업인들의 불만은 날로 고조되고 있다.“올림픽이라는 대의명분 때문에 일시적으로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있지만 목표가 사라지고 나면 언제 어떻게 분출될지 알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jj@seoul.co.kr
  • 올 여름 뉴욕 양키즈의 대반격 시작될까?

    올 여름 뉴욕 양키즈의 대반격 시작될까?

    작년까지 13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을 달성한 뉴욕 양키즈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14년 연속 진출(1991~2005년)에 버금가는 기록을 작성중이다. 하지만 현재 양키즈가 속해있는 아메리칸 동부 지구의 상황을 본다면 2008시즌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지구 최하위 토론토가 5할에 가까운 승률을 보이며 5개팀이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양키즈는 작년에도 초반 선두 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6월부터 부쩍 힘을 내며 좋은 성적을 냈었기 때문에 올해 역시 지금의 상승세가 보스턴과의 치열한 선두 다툼을 예고하는 시작으로 판단된다. 양키즈가 올해에도 좋은 성적이 예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살아나는 테이블 세터, 데이먼-지터 콤비 양키즈의 타선은 매년 리그에서 최상위권의 공격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올해는 5월까지 중심 타선에 비해 테이블 세터인 1, 2번 타자가 출루율이 떨어지면서 팀득점은 리그 중상위권 정도에 머물렀다. 확률적으로 나머지 타선이 아무리 공격이 좋더라도 1, 2번이 출루를 못한다면 효과적인 공격을 할 수가 없으며 공격에 비례하는 득점이 나오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6월에는 자니 데이먼(좌익수), 데릭 지터(유격수)가 본래의 모습을 찾으며 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는 마쓰이와 매년 역사를 바꾸는 A.로드 올해 마쓰이는 지명 타자와 좌익수를 번갈아 맡으며 리그 타격 4위, 출루율 6위 등 공격에서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3루수)는 5월까지 다소 부진했지만 6월부터 자신의 이름값을 하며 팀공격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또한 올해는 과거 양키즈의 전설인 미키 맨틀의 타점(1509)과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의 영웅 테드 윌리엄스의 홈런(521)을 뛰어넘으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기도 하다. 승을 챙기지 못하는 에이스 왕첸밍, 하지만 그의 뒤엔 무시나가 있다 왕첸밍은 지난 2년간 19승을 거두며 양키즈의 에이스 역할을 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15번 선발 출장에 8승으로 예년에 비해 승이 다소 부족한 상태다. 그 원인이 지난 2년에 비해 볼넷과 피안타가 많아졌고 싱커볼 투수의 장점인 높은 땅볼 유도 능력이 점차 사라져 가는 것에 찾을 수도 있지만 팀타선의 득점 지원이 어느해보다 적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물론 왕첸밍이 선발 등판시 팀은 12승 3패를 하며 여전히 공헌도는 높다.) 하지만 무시나는 전반기에 이미 10승을 거두며 17년 연속 10승이라는 기록도 만들었으며 현재 리그 다승 2위, 방어율 17위를 기록하며 2년간 팀의 마운드를 책임지던 왕첸밍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있다. 팀은 상승세지만 남은 숙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미지수 최근 4연승을 하며 지난 10경기에서 7승 3패를 기록중인 양키즈는 37승 33패로 보스턴과 6경기가 벌어진 지구 3위를 하고 있지만 지난해 14.5경기차를 시즌 마지막에 거의 박빙의 승부로 만든 저력을 볼 때 이 상승세가 유지된다면 14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위 타선을 이끌던 로빈슨 카노(2루수)의 부진이 회복되지 못한다면 팀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오프시즌에 맺은 거액의 재계약에 대한 부담감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정작 선수를 책임져야하는 조 지라디 감독은 현재 어떤 해결책도 찾고 있지 못하다. 또한 투구수까지 조절하며 선발과 불펜을 저울질 하고 있는 팀 최고 유망주 조바 체임벌린의 활용 여부 또한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에 적지 않은 관건이 될 것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메이저리그 통신원 박종유 (mlb.blog.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소설 ‘꽃피는 고래’ 펴낸 김형경

    소설 ‘꽃피는 고래’ 펴낸 김형경

    “고도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우리 사회가 잃어가는 것들에 대해 어떻게 떠나보내고, 슬픔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중견 작가 김형경(48)이 3년만에 장편 ‘꽃피는 고래’(창비)를 펴냈다. 그는 2006년 심리치료 산문집 ‘천개의 공감’을 냈을 정도로 상처를 치유하고 달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섬세한 글솜씨의 작가다. 제목 ‘꽃피는 고래’는 고래잡이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꽃이 핀다.’라는 말에서 빌려 왔다. 고래가 급소에 작살을 맞고 도망가다 지쳐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작살에 급소를 맞았을 때 마치 피를 뿜어내는 듯한 마지막 숨을 뜻한다. “원래 구상은 환경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하고 10년 전부터 자료를 모아왔습니다. 하지만 막상 소설을 쓰려고 하니 환경이라는 주제가 다큐멘터리적 요소가 많아 좀더 구체적인 주제인 고래로 잡았습니다.” 소설은 열일곱살 소녀 ‘니은’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마음의 구멍을 어떻게 메워나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크나큰 상실감을 채울 수 없는 니은은 아빠의 고향 처용포를 찾는다. 울산시 장생포를 모델로 한 허구의 공간인 처용포는 소설 속에서도 국내 유일의 고래잡이 항구가 있는 곳이자 대형 공업단지로 변모하는 장소로 그려진다. 그곳에는 포경 금지령으로 잡지 못하는 ‘신화처럼 숨 쉬는 고래’, 금지령이 풀리기만을 기다리는 장포수 할아버지, 일흔이 넘어 한글을 배우러 다니는 왕고래집 할머니가 있다. 니은은 장포수 할아버지와 함께 배를 손보면서, 한편으론 왕고래집 할머니의 한글교실 숙제를 도와주면서 점점 마음 속 슬픔을 다스리는 법을 알아가게 된다. “주인공 니은뿐 아니라, 소설에 나오는 다양한 세대의 등장인물들 모두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장포수 할아버지와 왕고래집 할머니 역시 고래잡이에 토대한 삶을 잃어버린 인물이지요.” 부모를 잃는다는 극도의 상실을 경험한 니은은 고래에 대한 수많은 신화와 전설을 잃어버리고 지내던 처용포에서 상실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면서 차츰 키우던 개를 잃은 후 이십년 동안 울지 못한 엄마와 처용포 이야기만 나오면 자못 진지해지는 아빠의 말 못할 상실도 차츰 이해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고향에서 멱을 감고 얼음배를 타던 강물이 칠팔년 후 흰 거품이 끓고 나쁜 냄새가 나는 더러운 물로 변해버린 데서 느꼈던 상실감도 이 소설의 하나의 모티프가 됐다.”고 털어놨다. 작가는 이번 작품을 바탕으로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할 때가 왔다며 다음 작품 구상에 대해 귀띔했다.“전문가의 시대가 되면서 오히려 총체성을 잃어가고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역학과 풍수, 한의학 등에 흥미를 느껴 조금씩 공부하고 있는데 꽤 재미 있었습니다. 우주와 인간에 달통한 인간인 조선시대의 선비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9800원.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월드이슈-中 쓰촨 대지진 한 달] 손실 최대 81조 피해대책은

    [월드이슈-中 쓰촨 대지진 한 달] 손실 최대 81조 피해대책은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지진을 전후로 중국 경제가 받아든 숙제는 변함이 없다. 긴축과 인플레이션 방지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은 이렇게 모아진다. 중국 중앙은행 금융연구소도 보고서를 통해 “지진 재해는 거시경제 운영의 기본 동향을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가 지진을 전후로 변화한 게 없기 때문이다. 1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생산자물가지수(PPI)는 5월에 8.2% 올라 지난 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5.4%포인트나 올라간 것이다. 이에 중국은 지난달 20일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한 차례 인상한 데 이어 이달 중 15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다시 1%포인트 올린다. 분석가들은 “연초 중국 남부 지방에서 발생한 폭설 재해가 물가의 단기적 변동을 가중시켰는데, 이번 지진 재해는 재해지역의 공업, 농업을 파괴시키고 재해지역 주민의 식품, 일용품 수요는 현재 물가 인상에 새로운 압력을 초래했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의 강도 높은 긴축은 물가상승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완화와 사회안정을 위해서는 불가피해 보인다. 치솟는 유가에 향후 가공유와 전기 가격의 인상 압력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이번 지진피해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손실을 적게는 1500억위안(22조 5000억원)에서 많게는 5400억위안(81조원) 이상까지 예상된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 경제가 지난해 11.9%에서 9.6%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고, 국제통화기금(IMF)은 9.3%,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0%로 예측했다. 중국 정부는 당장 복구 비용에 700억위안 투입을 결정했지만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은행은 중국 정부가 쓰촨성을 복구·재건하는 데 600억달러(62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jj@seoul.co.kr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61) 제2의 삶 준비 스타 ‘둘리’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61) 제2의 삶 준비 스타 ‘둘리’

    일정한 직업도, 직장도 없는 동물에게 ‘은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동물원에 사는 동물 가운데에도 은퇴하는 녀석들이 있다. 해양관에 가면 은퇴 후 화려한 제2의 삶을 준비 중인 물개 둘리(캘리포니아 바다사자·♂·1995년생)를 만날 수 있다. ●물개쇼 베테랑의 화려한 은퇴 3일 오후 서울대공원 해양관 바다사자 우리. 무리의 우두머리 격인 수컷 옆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녀석은 최근까지 물개쇼를 주름잡던 왕년의 대스타 둘리다. 둘리는 지난달 19일 10여년간 정들었던 물개쇼 무대를 떠났다. 둘리는 관객은 물론 조련사들에게도 인기 만점이었다. 굳이 따지면 둘리는 공부는 못하지만 인간성이 좋아 인기가 많은 스타일. 성격이 온순해 누구와도 쉽게 친하게 지내는 데다 훈련에도 늘 열심이다. 대신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어서 쇼에서 선보일 새 기술 등을 배우려면 시간도, 정성도 많이 든다. 박창희(32) 조련사는 “더디게 배워 속상할 때가 있지만 늘 노력하고 살갑게 다가오는 탓에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녀석”이라고 말했다. 그러던 둘리의 건강에 지난해부터 적신호가 켜졌다. 나이든 동물에게 잘 찾아오는 백내장이 녀석의 왼쪽 눈을 덮기 시작한 것이다. 공연하는 동물에게 백내장은 치명적이다. 한쪽 시력에 의지하면 무엇보다 균형 감각이 무너지는 것이 문제다. 당연히 조련사와 주고받는 공놀이도, 동그란 공을 코 위에 올려놓는 물개쇼의 트레이드마크도 둘리는 차츰 힘겨워했다. 결국 지난달 고민 끝에 동물원측은 둘리의 현역 은퇴 결정을 내렸다. ●이제 평범한 행복을 누리렴 하지만 평생 사람 손을 탓던 물개가 무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먹는 습관부터 생활패턴, 잠자리까지 모두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련사와 더 쉽게 친해지고 훈련을 하기에도 편리하다는 이유로 둘리는 개인전용 우리에서 10년이 넘게 혼자 살아왔다. 당연히 무리에 섞여 서열 싸움을 해본 일도, 수컷과 짝짓기를 해본 일도 없다. 물개들과 생활하는 시간보다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먹는 방법도 전혀 다르다. 전시동물들과는 달리 쇼에 등장하는 물개나 돌고래는 하루 수십 차례에 걸쳐 작게 자른 생선 덩어리를 받아먹는데 이젠 다른 물개들처럼 물고기를 덩어리째 먹어야 한다. 약속한 행동을 하면 조련사가 물고기로 보상해주던 ‘그들만의 룰(rule)’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됐다. 이 모든 갑작스러운 변화를 둘리가 견뎌낼지도 걱정이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둘리는 조련사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그만의 방법으로 동물들에게도 인정을 받았다. 한 마리의 수컷이 여러 마리의 암컷과 사는 물개의 집단번식 구조 속에서도 녀석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애첩자리를 꿰찼고 다른 암컷들과도 사이좋게 지내는 중이다. 단지 먹이보다 사육사들의 모습을 더 반기는 것이 여전히 남은 숙제다. 박창희 조련사는 “쉽지 않았을텐 데 잘 적응하고 있는 둘리가 고맙다.”면서 “무리 속에서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은퇴후 여생을 건강히 살아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이대통령 취임 100일]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대기업만 프렌드?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0일간 각종 규제완화를 통해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전봇대’로 상징되는 각종 규제들을 뽑아 없앰으로써 기업하기 좋은 환경, 기업인이 우대받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규제완화 정책에 노력을 기울였다. 기업인들의 공항귀빈실 이용을 허용하고 기업인과 청와대의 핫라인을 개설한 것은 이 대통령 스스로 CEO 출신이기에 가능했던 발상이다. 해외 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섰다. 이 대통령은 미국 순방 중에도 경제계 인사들과의 만남, 투자 설명회 개최 등 ‘세일즈 외교’에 힘썼다. 대통령 직속 자문위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이런 이 대통령의 뜻을 이어 각종 기업우대 정책 발굴에 나섰다. 매달 1차례씩 열리는 회의에서는 수도권 규제 완화,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개선,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방안, 외국인 투자유치 방안 등 관련 대책을 속속 내놓았다. 그러나 새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정책이 지나치게 대기업 위주로 흘러 일각에서는 ‘대기업 프렌들리’가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이 실현되면 대기업의 무분별한 투자행태와 독주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조차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노동계와의 관계도 지속적으로 안고 가야 할 숙제다. 한국노총이 정부 정책에 협력하기로 했지만 공기업 민영화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노조와 정부의 허니문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HAPPY KOREA] 군사분계선 인근 ‘변방의 반란’

    [HAPPY KOREA] 군사분계선 인근 ‘변방의 반란’

    그동안 개발과정에서 소외됐던 군사분계선 인근 ‘변방의 반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역발전은 지원에 의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절실함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영세농→기업농, 첫단추를 꿰다 한정된 농지와 부족한 노동력은 우리 농촌이 안고 있는 숙제다. 강원 철원군 김화읍 ‘쉬리마을’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쉬리마을을 가로지르는 남대천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물놀이조차 금지될 정도로 규제가 심하다. 때문에 청정 지역이라는 이미지는 얻었지만, 농사 외에는 뚜렷한 소득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주민들은 산지나 경사지가 많아 생산성이 떨어지는 쌀농사에서 탈피, 기후와 환경에 적합한 토마토·오이·파프리카 등 비닐하우스 재배에 팔을 걷어붙였다. 마을 인근에 설치된 비닐하우스 면적만 180㏊에 달해 거대한 ‘비닐하우스촌’을 방불케 한다. 김미애(45·여)씨는 “쌀농사보다 소득이 6∼7배 늘었다.”면서 “농한기·농번기가 확연히 구분되는 기존 논·밭농사와 달리 1년 내내 일거리가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노동력 확보. 주민 상당수가 노년층인 데다 비닐하우스 일이 고된 탓에 일당을 7만원 이상 준다고 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베트남·필리핀 등지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안 인력’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농사에 바쁜 6∼10월 성수기에는 이곳에서 품을 파는 외국인 근로자만 400∼500명에 이른다. 이를 통해 단위농지당 생산성은 높이고 노동비용은 낮춰, 결과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고수익 농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영세농에서 기업농으로 발전할 수 있는 첫단추를 꿴 셈. ●이주민 증가, 지역발전의 보증수표 북한강 상류에 자리잡은 강원 화천군 하남면 ‘하늘빛 호수마을’ 역시 청정의 이미지를 잘 살려 나가고 있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행정기관과 주민들의 비용·역할 분담에서 성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우선 화천군은 지난해 12월 핀란드·노르웨이 등 관광강국을 벤치마킹한 뒤 마을 안에 8개동으로 이뤄진 펜션단지 ‘아쿠아틱 리조트’를 개장했다. 리조트는 군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조만간 주민들에게 맡길 예정이다. 지난 1∼5월 이곳을 다녀간 유료 방문객만 1500명 선이다. 성공 사례를 경험한 주민들은 리조트 인근에 펜션 1개동을 지어 운영 능력을 키우는 등 본격적인 인수 채비에 나섰다. 또 리조트에서 6명의 주민이 일하면서 노하우 등도 전수받고 있다. 화천군은 또 지난해부터 마을 인근에 연꽃단지 10만㎡, 야생화단지 1만 6500㎡를 각각 조성 중이며 내년 초 개장 예정이다. 대상지에 대한 소유권은 군에서 갖고 있지만, 사용권은 마을 주민에게 양보할 방침이다. 북한강을 따라 조성된 리조트∼야생화단지∼연꽃단지 4㎞ 구간을 연결할 ‘카누 트레킹’ 코스도 개발 중이다. 이에 따라 인구 감소에 허덕이는 여느 농촌과 달리, 일거리가 다양화되면서 이주민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주민 239가구,630명 중 25%가 최근 5년 동안 이주한 사람들이다. 군 관계자는 “행정기관은 개발사업에 따른 유지비용을 줄이고, 주민들은 새로운 소득원을 얻을 수 있는 윈윈게임”이라면서 “이주민들도 어쩔 수 없이 농사를 짓는 ‘귀농’이 아니라, 할 일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귀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철원·화천 글 장세훈·사진 류재림기자 shjang@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 in] 알파치노 주연 ‘88분’

    [강유정의 영화 in] 알파치노 주연 ‘88분’

    ‘88분’은 알 파치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작품이다. 문제는 영화란, 한 사람에 대한 전적인 의지만으로 해결될 숙제가 아니라는 사실에 있다. 물론 알 파치노의 연기에는 흠잡을 구석이 없다. 하지만 제시된 문제가 너무 쉬울 때, 문제를 푼다는 것 자체가 그다지 흥미롭지 않을 경우가 있다.‘88분’이 그렇다. 영화가 낸 문제는 이렇다.88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 범죄 심리학자이자 FBI 요원인 잭은 그 시간 동안 자신의 목숨을 구해야 한다.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다. 잭이 구원받고, 문제가 잘 해결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이는 곧 관객들이 그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 그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서스펜스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서스펜스를 해결하는가, 그 과정이 관건인 셈이다. ‘88분’은 여러모로 원신연 감독의 ‘세븐 데이즈’와 닮아 있다. 일단 수감 중인 사형수가 전면에 등장한다는 것이 그렇다. 사형 집행이 얼마 남지 않은 그를 구하느냐 마느냐가 영화의 주된 긴장감을 선사한다. 두 번째는 누군지 알 수 없는 익명의 전화와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전화가 모든 정보의 근원이며 전부이다. 두 가지의 전제조건 위에서, 그러니까 감옥에 있는 진짜 적을 상대하면서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오는 적의 동료와 싸워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두 영화가 가진 긴장의 핵심인 셈이다. 단순한 비교가 어렵지만 그럼에도 두 영화를 놓고 보자면 ‘88분’은 ‘세븐 데이즈’에 미치지 못한다.‘88분’은 너무 일찍 관객에게 패를 읽혀 버린다. 관객들은 나열된 카드의 그림을 채 맞추기도 전에 전체 판을 읽어 버린다.2008년 스크린 앞에 앉은 관객들은 불행히도, 너무 많이 영화를 본 자들이다. 그들과 두뇌게임을 벌이기 위해서는 훨씬 더 공고한 전략이 필요한 셈이다. 영화에서 묘사된 주인공 잭의 아픈 과거사나 살인 수법도 도식적인 혐의를 벗기 어렵다. 다리를 찢은 채 걸려 있는 피해자들의 모습이 별다른 공포나 긴장을 주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영화 속에서 잭는 모든 여학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교수로 등장한다. 알 파치노의 필모그래피나 개성을 익히 알고 있는 자들에게 이 공식은 납득가능하지만 이 작품만으로는 설득하지 못한다. 어떤 점에서 88분은 관객과 두뇌싸움을 벌여야 하는 영화의 운명으로 보이기도 한다.“88분은 짧기도 하지만 매우 긴 시간이기도 하지.”라며 잭에게 말을 거는 목소리도 그렇다. 영화적으로 88분은 전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긴장과 서스펜스 그리고 스릴러를 만들고 해소하기에 이상적인 시간에 가깝다. 서스펜스란 이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장르라는 것이다. 서스펜스는 점점 진화해야 한다. 세상의 복잡함을 영화적으로 구현한 것이 서스펜스라면 세상보다 더 복잡한 수수께끼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88분, 그것은 이 세상의 모든 비밀을 압축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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