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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자호란 다시 읽기] (65) 전란의 전조

    [병자호란 다시 읽기] (65) 전란의 전조

    1634년 말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정은 강학년(姜鶴年) 발언의 파장 때문에 뒤숭숭했다.‘포악함으로써 포악함을 제거했다.’며 인조반정의 정당성 자체를 부정했던 강학년의 직격탄은 인조와 조정 신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인조와 반정공신들의 실정(失政)을 문제 삼았던 신료들조차 강학년의 발언에 격분했다.1635년 1월 홍문관 신료들은 ‘강학년의 죄는 목을 베어야 할 사안’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언관 자리에 있던 신료들이 동료의 발언을 문제 삼아 ‘목을 베어야 한다.’고 운운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었다. ●강학년과 이기안, 인조에게 도전하다 강학년의 발언을 계기로 신료들은 자신들이 인조와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조정에 나아가 벼슬을 하고 권세를 누리게 된 출발점은 인조반정이었다. 그들이 반정을 성공시킨 순간부터 광해군은 ‘극악무도한 패륜아(悖倫兒)’이자 ‘걸(桀) 임금이나 주왕(紂王)보다도 더한 폭군’으로 치부되었고, 광해군을 쫓아낸 반정이야말로 ‘천명(天命)과 인심의 호응 속에 무너진 윤리와 기강을 바로잡은 거사’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강학년이 홀연 백이(伯夷) 숙제(叔齊)처럼 ‘이폭역폭(以暴易暴)’ 운운하면서 인조반정의 정당성을 한 방에 날려 버렸다. 신료들은 강학년을 엄벌하지 않으면 신인(神人)의 공분(公憤)을 풀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조판서로 있으면서 강학년을 조정에 추천했던 최명길은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며 관직에서 물러났다. 인조반정과 인조의 권위를 허무는 사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1635년 2월 전라감사 원두표가 보내온 보고는 다시 조정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보고 내용은 삼례(三禮)에 사는 생원 이기안(李基安)이 인조에 대해 무도한 말을 퍼뜨렸다는 내용이었다. 이기안이 사근찰방(沙近察訪) 김경(金坰)과 이야기를 하면서 ‘능양군은 믿을 수 없다. 그가 오래갈 수 있을까?’라고 불경한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기안은 서울로 끌려왔고, 그를 심문하기 위해 추국청(推鞫廳)이 설치되었다. 추국 과정에서 ‘일본인들을 끌어들여 난을 일으키려 했다.’고 말하는가 하면, 남인과 과거 대북파의 잔당들과 연결하여 역모를 꾀하려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기안은 처형되었지만 ‘역모 사건’의 파장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능양군은 인조의 잠저(潛邸) 시절 군호(君號)였다. 이미 강학년의 발언 때문에 조정이 뒤숭숭한 상황에서 이기안이 ‘능양군’ 운운한 것은 충격을 배가했다. ●‘천변’의 원인을 둘러싼 공방 강학년의 충격적인 발언과 이기안의 역모 기도 사건을 계기로 인조에 대한 신료들의 비판은 수그러드는 조짐을 보였다. 특히 강학년이 인조가 저지른 3대 실책 가운데 하나로 꼽은 ‘부묘(廟)기도’에 대한 비판도 잠잠해지는 것 같았다. 인조는 ‘강학년을 죽여야 한다.’는 신료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를 엄벌하는 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말 때문에 죄를 얻은 자를 죽이는 군주가 아니다.’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흘리는 등 ‘강학년 문제’로 빚어진 신료들의 격앙된 모습을 은근히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인조는 ‘서인들의 집권이 오래되고, 그들이 사사건건 왕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졌기 때문’에 궁극에는 강학년의 발언이 나왔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인조와 신료들은 다시 충돌하고 말았다.1635년 3월 14일 선조의 능(穆陵)에서 능침(陵寢)과 석물(石物)이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간밤에 번개와 천둥이 요란한 상태로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이튿날 선조와 왕비의 능침 일부가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 보고를 받은 예조는 서둘러 위안제(慰安祭)를 지내고 대신을 보내 봉심(奉審·무너진 능침을 살피는 것)한 다음 개수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목릉이 무너진 원인에 대한 진단을 놓고 긴장이 다시 촉발되었다. 사헌부 신료들은 인조에게 목릉이 무너지는 변고가 부묘를 시행하려는 즈음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중시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선대(先代)의 혼령(魂靈)을 위로하기 위해 부묘를 연기하라고 건의했다. 인조는 부묘를 연기하라는 건의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신들이 목릉이 무너진 것을 ‘하늘이 내린 변고(天變)’라고 규정하자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조는 ‘봉분을 만든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비가 미친 듯이 퍼부어 스며든 물 때문에 무너진 것’이라며 대신들의 ‘천변’ 주장을 일축했다. 또 원인을 정확하게 구명하지도 않은 채 ‘천변’으로 몰아가려는 대신들의 저의가 불순하다고 질타했다. 부묘를 둘러싼 논란, 강학년의 ‘폭탄 발언’, 이기안의 역모 사건 등이 중첩되어 일어나면서 인조와 신료들은 치열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인조는 특히 목릉 붕괴의 원인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천변’ 운운하는 신료들을 계속 파직하는가 하면, 능에서 무너져 내린 사토(莎土)를 다른 곳으로 실어 옮긴 선공감(繕工監) 제조(提調) 신경진(申景 )을 나문(拿問·잡아다가 취조함)하라고 지시했다.‘무너진 흙에 벼락이 내리친 흔적이 분명히 남아 있었는데 그것을 없애기 위해 고의로 흙을 옮겼다.’는 것이다. 인조는 신료들이 목릉의 붕괴를, 국왕의 실정에 대한 하늘의 경고 때문에 빚어진 ‘천재’로 몰아가면서 자신을 압박하려는 것을 차단하려 했던 것이다. ●홍타이지 “조선 신료들 탐욕·부패” 직격탄 목릉 붕괴의 원인을 둘러싼 공방이 수그러들 무렵인 1635년 8월 후금 사신 동덕귀(董德貴)가 평양에 도착하여 국서를 올려보냈다. 홍타이지는 먼저 조선 백성들이 국경을 넘어 후금 영내로 진입하다가 체포되는 사례가 많다고 항의했다. 그는 법을 어기고 월경하는 백성들이 많은 것은 ‘조선 신료들이 탐욕스럽고 부패하여 임금의 총명을 가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로부터 신하가 국권을 쥐고, 사실(私室)을 강하게 하고 군주를 업신여기면 나라의 정사가 망가지게 된다.’고 충고했다. 이어 ‘후금은 형제국이므로 직언으로써 충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의 국서와는 사뭇 다른 내용이었다.‘권세가 강한 신료들은 조심하라.’며 조선의 내정을 걱정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서인들의 권세가 너무 커졌다.’고 인조가 푸념했던 것이 어느새 홍타이지의 귀에까지 들어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후금은 이제 조선 내정에 ‘충고’까지 하려고 덤비고 있었다. 사실 이 무렵 홍타이지는 상당히 고무되어 있었다. 차하르(察哈爾) 몽골 원정에 나섰던 도르곤(多爾袞) 등이 차하르의 릭단한(林丹汗)이 가지고 있던 원(元)의 옥새(玉璽)를 노획해 왔던 것이다. 릭단한은 몽골에서 칭기즈칸의 정통성을 잇는 권위를 지닌 인물이었다. 일찍이 원의 마지막 황제 순제(順帝)는 주원장(朱元璋)의 명군을 피해 달아나다가 죽었고 그 와중에 원의 옥새는 행방이 묘연했다. 옥새는 200년이 지난 뒤에야 양치기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어 우여곡절 끝에 릭단한의 손으로 흘러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그 옥새가 홍타이지의 손에 들어갔던 것이다. ‘제고지보(制誥之寶)’라는 글자가 새겨진 옥새를 얻었을 때 홍타이지는 향불을 피우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그러면서 ‘하늘이 역대 제왕들이 사용하던 옥새를 짐(朕)에게 보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감격해했다. 마치 자신에게 천명(天命)이 돌아왔다고 여길 법도 한 일이었다. 실제로 홍타이지는 사람을 시켜 조선에도 자신이 옥새를 얻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런 사연에서 얻어진 자신감 때문일까? 홍타이지의 국서 내용은 조선의 신경을 더욱 거스르게 만들었다. 거듭되는 천재지변을 둘러싼 논란,‘충고’ 운운하는 후금의 국서에 대한 찜찜함을 뒤로하고 1636년 병자년이 밝아 오고 있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열린세상] 자율과 창의교육이 성공하려면/권대봉 고려대 교육학 교수

    [열린세상] 자율과 창의교육이 성공하려면/권대봉 고려대 교육학 교수

    타율로서는 창의교육이 어렵다. 지난 3월20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자율과 창의교육을 위해 2012년까지 자율형 사립고 100개를 만들겠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다. 모든 학교는 당연히 자율이어야 하는데 구태여 자율형이라는 수식어를 동원하는 것을 보면, 다른 학교는 모두 타율적으로 운영될까 봐 걱정된다. 학교 다양화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해선 수평적 다양화와 수직적 다양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수평적 다양화란 자율형 사립고 이외의 절대 다수 고등학교들이 저마다 특색을 살려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수직적 다양화는 고교는 물론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다양화하는 것이다. 중학교 때까지 다양한 교육기회를 부여하지 않다가, 고교 단계에서 갑자기 다양화하게 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자율형 사립고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고교에 입학하기 위한 과열 현상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고교 3년만으로는 자율과 창의교육이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초·중·고 다양화를 위해서는 핀란드와 캐나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핀란드는 초등 및 중학과정을 통합해 운영한다. 초·중등 통합과정을 9년만에 마치지 못하는 학생들은 1년 더 공부할 수 있다. 무학년제로 운영해 학생의 역량에 맞도록 수준별 학습을 실시해 공교육의 질 관리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캐나다의 일부 지역은 유치원에서 7학년까지 초등학교 과정,8학년에서 12학년까지 중·고등과정을 통합운영하기 때문에 고교 입시가 없다. 캐나다 통합중등학교는 모든 학교가 특화돼 있고 특수목적 학급인 미니스쿨을 개설하고 있다. 미니스쿨은 학생들의 성취수준에 의해 진입과 퇴출이 가능하도록 개방돼 있다. 미국에는 초·중·고가 온전하게 자립적이고 자율적인 사립학교가 있는가 하면, 공립학교도 수학 과학 예술 체육 외국어 등을 특화해서 가르치는 마그넷 스쿨과 일반 공립학교가 있어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화되어 있다. 학교의 다양화뿐만 아니라 교육방법과 평가방법도 다양하게 변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의 고등학교를 모두 다녔고 버클리 대학을 졸업한 뒤, 실리콘 밸리에서 7년째 일하고 있는 강기련씨에게 한국과 미국 고교의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 하는 한국 고교와 달리, 교과과목 선택의 폭이 크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자기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하였다. 전과가 있으면 학교숙제를 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독창적인 자기 생각을 쓰고 말하고 나누지 않으면 숙제를 할 수 없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강씨가 실리콘밸리에서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근면성은 한국인이 앞서지만 창의력은 미국인들에게 뒤진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만의 창의력 교육으로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미국인들이 원천기술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이유는 전적으로 초·중·고의 일관된 자율적 창의교육에 기인한다. 학교의 교육과정 자율권은 학생의 교과목 선택권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되면 남에게도 선택할 여지를 줄 수 있게 되고, 남의 선호를 인정해주는 가운데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된다. 하나만이 아니라 여러 종류를 인정하는 학교문화 속에서 창의가 싹틀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된다. 창의력은 원천기술 획득의 원천이다. 지금처럼 한국이 핵심기술을 외국에 의존하는 한, 한국 기업이 열심히 일하여 수출하면 할수록 핵심기술보유국은 앉아서 국부창출을 하고, 한국은 거꾸로 국부유출을 한다. 원천기술을 개발하려면 창의교육이 필수적이다. 자율과 창의교육이 성공하려면 자율형 사립고뿐만 아니라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교육과정 자율권을 허용해야 한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 교수
  • [씨줄날줄] 위안화 블록/육철수 논설위원

    중국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성이’(生意)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고 한다.‘왜 사느냐.’하는 형이상학적 의미가 아니라 ‘장사’ ‘영업’을 뜻하는 말이란다. 장사에는 친구도 적도 없고, 오직 이익만 있을 뿐이라는 인식은 수천년동안 이어지며 중국인들의 뇌리에 박혔다. 이들은 게으른 아이들에게 “공부 못하면 공무원밖에 안 된다.”며 꾸짖는다고 한다. 상업 제일주의적 의식이 그만큼 강하다. 중국인들이 ‘상인종’(商人種)으로 불리고, 세계 최고의 장사꾼 자리를 차지한 것은 혈통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강효백 저 ‘중국인의 상술’ 참조) 오늘날 세계 100여 나라에 흩어진 6000만 화교들의 생활력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장사꾼 기질 덕분일 것이다. 이들의 자산은 3조 7000억달러에 이르고, 동원 가능한 자본금만 2조 2000억달러로 추산된다고 한다. 중국, 타이완, 홍콩 등과 세계 화교를 합친 국내총생산(GDP,2004년 기준) 규모는 10조달러에 육박한다. 미국(11조 6000억달러), 유럽연합(EU,8조 6000억달러)과 함께 세계 3대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타이완 총통선거에서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후보가 압승을 거두면서 ‘위안화 블록’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마 당선자는 중국과 직접교역, 정기수송, 서신왕래(通商 通航 通郵) 등 이른바 3통을 조건 없이 실현하고, 대(對)중국 투자제한을 폐지하기로 했다. 중국자본을 유치하고 중국 관광객을 4년 안에 연간 360만명을 받겠다고 한다. 바야흐로 양안(兩岸)에 해빙무드가 무르익고, 위안화가 제한 없이 넘나드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국민의 80%가 화교인 싱가포르까지 가세할 조짐이란다. 이른바 중화경제권의 확대다. 가뜩이나 장사 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내부 경협을 강화하겠다니 그 위력이 두렵다. 더구나 타이완의 정보기술(IT)과 중국의 자본이 결합할 경우, 한국엔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위안화 블록’에 쉽게 끼어들 수도 없는 처지다. 위안화 블록의 팽창은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큰 숙제를 안기고 있는 것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레테름 벨기에 새총리

    [피플 인 포커스] 레테름 벨기에 새총리

    지난해 6월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무려 9개월이 지난 후에야 벨기에 총리직에 오른 이브 레테름(47)을 지구촌이 주목하고 있다. 변호사 출신으로 과묵한 일벌레인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플레미시(네덜란드어권) 기독민주당을 제1당으로 끌어올렸다. 그 후 두 차례에 걸친 연정협상에서 자치권 확대를 둘러싸고 다른 정당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타결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벨기에가 남과 북으로 갈라서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고조됐었다. 과도정부에서 총선에서 패배한 기 베르호프스타트 전 총리 밑에서 부총리직을 맡기도 한 그는 지난달엔 장출혈을 일으켜 입원까지 했었다. 그는 1961년 왈롱(프랑스어권) 출신 아버지와 플레미시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플레미시 지역 의회에서 정치적 경력을 쌓은 그는 1999년 연방의원이 됐고 2004년 플레미시 정부총리에 올랐다. 천신만고 끝에 총리직에 오르긴 했지만 레테름의 앞날은 장밋빛이 아니다. 언어권 자치확대 문제 등 숙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분리주의자인 그에 대한 지지도가 바닥을 기고 있어 레테름호(號)의 앞길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문화마당] 한국연극 백년의 의미/이윤택 동국대 연극학과 교수

    [문화마당] 한국연극 백년의 의미/이윤택 동국대 연극학과 교수

    올해가 한국 신극(新劇) 백주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은 원래 연극이 없었거나 그 이전의 연극은 구연극인가. 반문할 수 있지만 여하튼 이런 질문은 좀 더 근원적인 숙제이기 때문에 차후 논의거리로 남겨두기로 한다. 연극이란 장르적 개념을 가지고 연극을 시작한 지 백년 되었다는 의미일 것이고, 일본을 거쳐 수입된 서구연극 개념이 자리잡은 지 백년 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한국 신연극 백년을 기념하는 공연이 마련되고 있고 세미나도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한국 신연극 백년을 기념하는 분위기는 그리 활기차 보이지 않는다. 한국 신연극 백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는 당사자들은 알게 모르게 적은 예산과 부족한 인력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양인데 전연극인들이 참여하는 풍성한 백년 잔치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무엇보다 신문 방송 매체에서 별스러운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 듯하고, 아직 출범 초기 단계라서 그런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연극배우 출신인데도 한국 신연극 백년을 자축하는 신호탄이 대학로 한가운데서도 시원하게 터지지 않고 있는 느낌이다. 왜 이리 썰렁하지? 한국 신연극 백년을 맞이하는 대학로의 분위기는 상상 이하로 침울하고 패배주의적이다. 이제 연극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고 한탄하면서 더 이상 세상의 관심을 기대하지 못한다. 민간 소극장 무대에 서는 배우들은 아예 개런티를 기대하지 않고, 젊은 신예들의 작품은 어디서 어떻게 막 올리고 사라지는지 파악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고 돈도 안 되는 연극을 왜 하지? 하지만 다들 나름대로 이유를 가지고 연극을 계속하는 사람들로 대학로는 득실거리고 쉴 새 없이 막이 오른다. 그래서 연극을 회생시키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아우성들이다. 그러나 연극인들의 타는 목마름은 채워지지 않고 연극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멀어져 간다. 한국 연극 백년의 결산은 썰렁함과 대중 속의 소외감이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생계수단이 되지도 않는 연극을 하면서 백년의 연극사를 자축할 수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지금 이곳 한국은 세계 연극 최강국이다!”라고 말한다면 믿겠는가.“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 풍성한 연극양식이 쉴 새 없이 막 오르는 곳이 서울 대학로다.”라고 말한다면 믿겠는가? “인구 수로 비교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극관련 전공 대학이 존재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극 인력을 양산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극을 제작하는 곳이 한국이다.”라고 말한다면 믿겠는가. 관객이 없다고? 인구수로 비례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보유하고 있는 곳도 러시아 미국 독일 영국 다음으로 한국일 것이다. 문제는 공연물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고 공짜 손님이 더욱 많은 것이 탈이다. 이런 식으로 조금 엉뚱한 역발상을 하다 보면 대한민국은 지금 연극 천국이다. 그리고 한국연극은 무엇보다 신명나고 에너지 넘치고 엉뚱한 발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미래에 대한 별스러운 대책도 없이 막은 계속 오른다는 것이고 어디서 오는지도 모르는 관객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쉼없이 계속되는 한국연극의 전진은 그만큼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이다. 나는 이런 한국연극 현상을 긍정의 힘으로 본다. 이 무조건적인 긍정의 힘이 짧은 백년의 근·현대연극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연극 강국의 대열에 올라서게 했다는 사실을 믿는다. 그렇다면, 스스로 자축할 일이다. 세상의 관심이 멀어지고 돈도 안 되는데 무엇을 더 이상 기대하고 연연할 것인가. 기대할 것이 없으므로 연극은 더 자유롭고 당당하게 “한국 연극 백년 만세!”를 외칠 일이다. 이윤택 동국대 연극학과 교수
  • 민사고 새내기들 어떻게 생활할까

    민사고 새내기들 어떻게 생활할까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영재들이 모인 민족사관고등학교. 지난해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전세계 명문 고등학교 순위에서 25위를 차지했던 이 학교는 들어오는 것도 어렵지만 생활하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KBS 1TV ‘다큐멘터리 3일’은 풋풋한 새내기들의 눈으로 바라본 민사고의 새 학기를 화면에 담았다. 방송은 20일 오후 10시 ‘세계를 품은 아이들-민족사관고등학교의 신학기’편에서 만날 수 있다. 2008년 3월, 민사고에 150명의 신입생들이 첫발을 디뎠다. 아직 중학생 티를 못 벗은 이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왔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해맑은 표정들이다. 하지만 제법 어른스러운 표정도 지을 줄 안다. 지금까지는 그저 부모의 보살핌이 있는 ‘온실’에서만 살았다면, 이제는 집을 떠나 스스로 모든 것을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율’과 ‘책임’은 민사고 생활의 기본 덕목이다. 교내에서 규칙을 어기면 벌점을 받고 학생 법정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지각, 숙제, 청소, 외부음식 반입, 교내 영어 사용 등 규칙도 갖가지다. 벌점이 억울하다고 생각될 때는 영어로 최후변론을 하면 감면받을 수가 있다. 수업은 개인이 재량껏 선택해서 듣는다. 보통 고교 3년 과정을 1년 안에 끝낸다. 이후 개인수준에 따라 대학과정 조기이수 수업, 개별탐구학습 등을 통해 각자 관심있는 분야를 깊이 연구하게 된다. 적응과정에서 무엇보다 부담스러운 것은 성적이다. 중학교 시절 전교 5%내의 수재들만 모인 곳. 늘 1등만 하던 자신의 등수가 어떤 기록을 낼 것인지 초긴장 상태다. 기숙사가 소등한 자정 이후에도 랜턴을 켜고 새벽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1996년 개교 이래, 해외 명문대 진학은 물론, 각종 국제올림피아드상을 휩쓸면서 민사고 학생들은 ‘무서운 아이들’로 떠올랐다. 그 대열에 막 합류한 새내기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뇌와 비슷한 컴퓨터 만들수 있을까

    뇌와 비슷한 컴퓨터 만들수 있을까

    “만약 누군가가 인간의 뇌에 존재하는 뉴런 수만큼의 진공관을 탑재한 컴퓨터를 만든다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만큼의 공간이 필요하고, 나이애가라 폭포를 움직일 만큼의 전력이 있어야 하며, 역시 나이애가라 폭포만큼의 냉각수가 필요하다.” ●뉴런수 만큼 진공관 만들기 사실상 불가능 1950년대 신경학자이자 수학자로 이름을 날린 미국의 워런 매컬로크는 뇌와 비슷한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그 후 50년이 넘게 지나 진공관을 대신할 수 있는 반도체가 용량과 집적도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고, 전력 문제도 개선됐지만 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뇌는 ‘인류 최후의 과학’으로 불린다. 뇌가 창출할 수 있는 막대한 부가가치에 비해 가장 발전이 더딘 분야이기 때문이다. 우주과학이 50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지구 밖으로 나가 달에 깃발을 꽂고 돌아올 정도로 발전한 것에 비해, 뇌는 아직까지 전체 작용원리의 1%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인간의 뇌는 어떤 기계나 시스템과도 다르다. 사람의 뇌는 3만개의 유전자가 성장 시기별로 발현해 부분을 이루고 전체를 만든 구성체로,10의 12제곱수의 신경세포가 10의 15제곱차례의 연접(서로 맞닿은 곳)을 통해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청난 숫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초보적인 수준의 컴퓨터도 단순 연산으로는 이 규모를 뛰어넘는다. 그러나 뇌의 신경세포가 어떻게 학습을 하고, 경험을 축적하며,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지 알아 내는 것은 풀리지 않은 숙제다. 뇌의 전모가 밝혀진다면 공상과학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안드로이드나 인간보다 뛰어난 로봇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또, 수많은 정신 관련 질환을 조절하거나 인간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방법도 밝혀질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인에 비해 1%가량 더 뇌의 기능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뇌과학의 발전은 곧 인류 역사의 전면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포스텍 생명과학과 박상기 교수는 “뇌의 특정 부분이 성격을 좌우한다든가, 운동 신경을 조절한다는 점은 대략적으로 밝혀져 있지만 그 이상의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밝혀진 뇌의 신경망을 모방한 컴퓨터를 로봇에 적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다양성을 가진 프로그램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열린 국내 로봇 행사에서는 4세 수준의 지능을 가졌다던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장소를 이동해 사람을 찾는 과정을 재연하는데 실패,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복도에서 로봇의 적응능력 한계가 결정적인 이유였다. ●정부 10년간 1조 5000억 투자 밝혀 수많은 시행착오와 한계에도 불구하고 21세기 들어 뇌연구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아주 더디게 조금씩 밝혀지는 뇌기능의 일부분들이 획기적인 결과물들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일본 등 세계 각국도 뇌의 신비를 밝히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은 1950년부터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산하에 뇌연구센터를 설립했고, 연구개발 예산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일본이 급부상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21세기를 ‘뇌의 세기’로 규정했다. 일본내 최고 엘리트 집단인 이화학연구소(RIKEN)는 뇌 연구에 사실상 전념하다시피 하고 있다.RIKEN 전체 예산 중에 50∼60%가 뇌 연구에 사용된다. 뇌 연구를 진행하는 국가들의 고민은 ‘당장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는 것이 뇌연구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1992년 미국에서 시작된 ‘뇌주간’이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져나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반인에게 뇌의 중요성을 쉽게 알리기 위해 마련된 이 행사는 현재 57개국에서 매년 3월 셋째주에 동시에 진행되는 과학계 최대의 프로젝트다. 한국도 2002년부터 뇌주간에 동참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서울, 포항 등 전국 10개 도시에서 강연회가 개최됐다. 우리 정부는 뇌를 전담하는 정부출연기관을 설립해 10년간 1조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국가과학자 1호 신희섭 박사는 뇌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6년간 15억원씩을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늘 연구비에 쪼들린다. 소속기관인 KIST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그의 연구를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학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투자비 총량을 늘리는 것보다는 뇌와 관련된 각종 학문을 모아 총괄 관리하고,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지속적인 노하우 축적이 결국 국가간 뇌연구 경쟁의 주도권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첫날 휴강 옛말… 교수들 달라졌다

    한국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모든 교수들의 강의평가 점수를 지난달에 완전 공개하고 새 학기를 맞은 동국대가 새로운 변화로 술렁이고 있다. 학생들은 이전보다 많아진 숙제와 시험을 걱정했지만 충실해진 교수들의 수업계획에 대체로 만족했다. 교수들은 평준화된 수업을 넘어 개인 교습까지 마다하지 않지만 아직은 평가점수 공개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다. ●교양과목 담당교수 특강 준비 학생들은 첫 강의 시간에 달라진 교수들을 보고 크게 놀랐다. 재학생 김모(21·여)씨는 “보통 교수님들이 첫 시간에는 휴강을 하거나 출석만 부르고 나갔지만 이번 학기에는 저마다 강의계획서를 나눠주고 이를 자세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수업 진도 압박이 크지 않은 교양과목을 담당하는 한 교수는 ‘젊음아 도전하라.’를 주제로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하는 특강을 준비해 학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임식 체육교육과 주임교수는 라틴댄스, 호신술, 태껸 등 18개 교양체육 강의 첫 시간마다 모두 들어가 학생들에게 강사를 직접 소개시켰고, 수업 내용도 설명했다. 임 교수는 “교양체육도 신체 단련 외에 사회성·리더십 등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면서 “수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학생들이 강의를 지루해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강도 높은 수업에 학생들의 학습부담도 커졌다. 전자공학과 김모(24)씨는 “학생들은 좋은 학점이나 편한 수업보다 ‘수업의 질’이 우선이다.”면서 “이런 부담이라면 즐겁게 받아들이겠다.”고 전했다. 김씨에 따르면 한 전공과목 교수는 ‘강의시간에는 평준화된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으니 수준 높은 강의를 원하는 학생은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 가르치겠다.’며 수준별 학습을 보장하기도 했다.‘전자회로’ 과목의 경우 한 학기 동안 5차례 리포트를 낼 때마다 학생들이 리포트를 통해 공부한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별도의 시험도 치를 예정이다. 하지만 교수들은 여전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교수는 학생들에게 ‘강의평가 점수 깎지 말고 불만을 곧바로 말하라.’고 호소했다. ●평가 하위20% 교수들 6강좌 폐강 김모 교수는 “교수들의 느슨한 자세가 개선된 것은 맞지만 예전과 같이 학생들과 친밀한 관계로 지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 대학 교수회는 10일 강의평가결과 공개에 대한 반대 입장을 성명서로 발표했다. 정재형 교수회장은 “불완전한 강의평가를 교수들의 동의 없이 공개한 것은 교수들의 사기와 의욕을 떨어뜨려 학교 발전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평가공개 결과 하위 20%인 교수들의 강좌 중 6개 강좌가 이번 학기에 학생수를 못 채워 폐강됐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39) 바람직한 학기초 행동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39) 바람직한 학기초 행동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학교에 첫 입학한 1학년 학생은 새로운 분위기가 매우 어색할 겁니다. 한 학년씩 올라간 학생 역시 학기 초의 새로운 반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왜 그럴까요?담임선생님이 달라지고 교실이 달라지고 교과서가 달라져서 서먹하기도 하지만 학생이 가장 서먹해 하는 이유는 친구들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모든 아이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 합니다. 전 학년에서 친구들에게 인기 있었던 아이는 새 학년에서도 여전히 인기 있는 아이가 되고 싶어 하고 그렇지 않았던 아이도 새롭게 시작하는 교실에서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나 외향적인 아이조차도 학기 초에는 누구와 어떻게 사귀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워하곤 합니다. 많은 아이는 새 학기가 곤혹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선택하는 전략이 가만히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냥 가만히 있기는 쑥스럽기 때문에 누군가가 먼저 아는 체 해주기를 기다리면서 다른 일을 합니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문자를 보내거나, 게임을 합니다. 학기 초의 교실풍경을 보면 많은 아이가 가만히 앉아 각자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 년 가운데 교실이 가장 조용한 때가 바로 학기 초이기도 합니다. 서로 말을 걸어 주기를 기다리면서 서로 다른 일을 합니다. 이 상황에서 어떤 아이가 용기를 내서 친구에게 말을 건네는 일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다 눈이 마주치는 친구가 있으면 좋으련만 다들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있는 친구에게 말을 시키면 싫어할 것만 같습니다. 음악을 듣느라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는 친구는 아는 체하면 짜증을 낼 것만 같습니다. 책을 읽으며 동시에 음악을 듣고 있는 친구는 방해한다고 화를 낼 것만 같아 쉽게 말을 붙일 수가 없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다 슬그머니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식으로 행동해 버립니다.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한 사람이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등 자신만의 행동을 하고 있다면 그 행동은 지금 나에게 가능하면 말을 걸지 말라는 낯가림의 신체 언어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누구나 쑥스러워 하는 초기 만남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찌할 바를 모르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요사이 학교에서는 많은 활동이 모둠별로 이루어집니다. 학기 초에 결성된 모둠에 따라 공부나 숙제, 발표 등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학기 초에 수줍음 행동이나 낯가림 행동을 하는 아이는 이 모둠 결성에서 주도권을 얻지 못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어떤 모둠에도 속하지 못하고 혼자서 학교 활동을 하거나 모둠에서 배제된 아이끼리 모인 모둠에서 힘겹게 학교생활을 해 나가기도 합니다. 학업성취도가 우수하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일이겠지요. 학기 초에 심하게 낯을 가리거나 수줍게 보이는 아이는 본질적으로 그렇다기보다는 주위 친구에게 수줍거나 낯가림 행동을 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이는 상호작용의 많은 부분이 비언어적 의사소통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등의 친구거부 행동을 하면서도 왜 다른 친구가 말을 시키지 않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속내는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친구들이 마음을 읽어 주기를 바라면서 혹은 알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면서 반응해 주지 않는 친구들에게 속상해 하고 그 속상함이 또 혼자 있는 행동을 하게 하는 악순환으로 흐르면서 결국은 위축행동까지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종래에는 능동적이고 활동적인 모둠 구성원이 되지 못하고 마는 것입니다. 사람의 의사전달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35% 정도이고 나머지는 비언어적 신체언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언어 교육만큼이나 신체언어도 중요하게 교육되어야 합니다. 학교에서 책을 읽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노는 시간에 책을 읽는 행동은 친구를 의도적으로 밀어내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합니다. 노는 시간에는 친구에게 가까이 가서 눈을 맞추고 미소짓는 것이 공부시간에 공부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신체언어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먼저 아이에게 다가가서 눈을 맞추고 미소지으며 말을 건네는 행동을 실천한다면 아이 역시 학교에서 신체언어를 어렵지 않게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 [06일 TV 하이라이트]

    ●러브 인 아시아(KBS1 오후 7시30분) 어렸을 적부터 이소룡이 출연하는 영화를 보며 무술인의 꿈을 키워온 무술인 정병윤. 무술밖에 모르던 그의 마음을 흔든 여자는 어린 시절부터 우슈로 단련된 중국 여인 사사이다. 아빠, 엄마의 끼를 이어받은 무술신동 아들 소룡이와 갓 태어난 성룡이까지 눈빛만 봐도 척척 아는 정관장네 사람들을 만나본다.   ●극한 직업(EBS 오후 10시40분)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구간인 704공구, 지하 30m의 막장. 그곳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70억원짜리 기계를 운전하는 김현성 기사, 실드 전문가 이호명씨, 지반 침하를 매일 점검하는 손세욱씨 등 첨단공법으로 지하철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오늘도 지하 막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본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30분) 나라의 독립을 소리높여 외쳤던 3·1절은 멕시코에서는 가정의 날이다. 두 나라 모두에게 의미있는 3월1일, 멕시코에서 양국의 우호를 다지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행사참가자들은 두 나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주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축제의 장이라고 말한다.   ●코끼리(MBC 오후 8시20분) 고등학생 아빠 복만이 놓고 간 숙제를 갖다주기 위해 진상고등학교에 들린 주상엽. 그런 상엽에게 첫눈에 반한 여학생이 나타났다. 바로 진상고 가스통이라고 불리는 불량학생 유진. 첫눈에 상엽에게 마음을 뺏긴 유진은 그 길로 막무가내로 상엽을 따라다닌다. 채아는 자꾸만 그런 상엽과 유진이 신경쓰인다.   ●온에어(SBS 오후 9시55분) 영은과 승아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말다툼을 벌인다. 영은은 승아가 학벌은 자기가 더 좋다며 자존심을 건드리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한편 무명배우들을 키운 뒤 거대 기획사에 뺏기고 사무실 월세를 못낼 정도로 어렵게 생활해 가던 기준은 데리고 있는 배우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신세한탄을 한다.   ●낭독의 발견(KBS2 밤 12시55분)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것을 나눠주고 더 큰 행복을 가져온다고 말하는 션(노승환)·정혜영 부부.‘밥퍼 목사’ 최일도·김연수 부부의 시 `뜻대로 하셔요´와 `행복한 패배´ 등으로 낭독의 무대를 연다. 또 딸 ‘하음이에게 보내는 엄마 아빠의 편지’를 낭독하며, 두 아이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고백한다.
  • [中 11기 전인대 개막] 시진핑·리커창 中개혁 기수로 부상

    [中 11기 전인대 개막] 시진핑·리커창 中개혁 기수로 부상

    5일 개막된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집권 제2기를 공식화하고 제5세대 지도층을 라인업하는 계기란 의미를 갖는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은 이번 전인대를 통해 차기 지도자의 선두주자인 시진핑(習近平)과 리커창(李克强)의 미래, 그리고 중국의 내일을 내다보려 하고 있다. 일단 리커창은 당장 눈앞에 놓인 대부제(大部制)의 그림을 어떻게 짜느냐 하는 시험지를 받아쥐고 있다. 시진핑에겐 인권 문제를 포함한 올림픽의 성공 개최의 총체적인 책임이 떠맡겨졌다. 둘 모두에게 만만찮은 숙제가 부여된 셈이다. ■ 정국·후계구도 관전 포인트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대부제는 비대하고 방만한 정부 조직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하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후진타오 집권 2기의 정책방향을 집약해준다는 측면에서나, 후 주석의 직계로 총리 후계자인 리커창 정치국 상무위원이 칼자루를 쥐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대부제는 당초 예상했던 만큼의 대대적이고 전면적인 시행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후세하다. 이번 행정 개편안은 시작부터 대대적인 이해 집단간의 충돌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핵심인 국가에너지부 신설은 대형 석유회사와 에너지 유관 기관의 저항으로 초반부터 좌절됐다. “향후 리커창의 행보에 상당한 타격이 가해질 것”이란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후 주석 5세대 지도자 시험대에 세워 당초에는 시대의 요청에 따라 에너지부를 신설하고 현 28개 부처를 21개로 축소하는 방안이 논의됐었다.▲운수부(교통부+철도부+민항총국+국가우정국)와 ▲농업부(농업부+수리부+임업국) ▲환경보호부(환경보호총국+기상국)▲국토건설부(국토부+건설부+지진국)▲국가금융감독관리위원회(인민은행+은행·증권·보험감독위원회) 등 5개 영역이 개편 대상이었다. 현재 ▲공업부 또는 공업(산업)정보통신부 ▲운수부 또는 대교통부 ▲대위생부 정도가 해체·통합작업을 거쳐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공업부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산업정책, 중소기업, 전매사업, 경제관리 직능을 토대로 국방과학기술공업위원회의 국방무기 조달 기능을 흡수한다. 시진핑 상무위원의 국가 부주석직 승계는 이미 오래 전부터 따놓은 당상이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직에 오를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였다. 성사된다면 후진타오 주석이 거쳐온 모든 포스트를 거치게 됨으로써 대권 후보 1순위로 바짝 다가서게 된다. 전인대를 앞두고까지 홍콩의 일부 언론들이 이를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후진타오 주석의 사례를 떠올리고 있다. 베이징의 한 군사전문가는 “후진타오 시절에도 숱한 언론보도와 승계설이 나돈 뒤에야 임명됐다.”면서 “시진핑에 대한 일련의 하마평도 그같은 과정의 일부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인권문제·올림픽 성공 개최 과제로 한편 이번 전인대에서는 부총리들이 대거 교체된다.4명의 부총리 가운데 후이량위(回良玉) 부총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새로운 인물로 채워지게 된다. 우이(吳儀) 부총리와 쩡페이옌(曾培炎) 부총리는 퇴임하고 리커창 수석 부총리, 왕치산(王岐山) 부총리, 장더장(張德江) 부총리가 새롭게 이름을 올린다.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 자리를 다이빙궈(戴秉國)가 인계하는 등 국무위원들도 대거 교체될 전망이다. 이번 전인대를 계기로 중국 정·관계에는 5세대 지도부가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1960년대에 출생한 엘리트 집단들도 행정 1선에 배치될 전망이다. jj@seoul.co.kr ■ 최대 화두는 |베이징 이지운특파원|“특별히 설명드릴 것이 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8%로 제시한 것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5일 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차회의의 정부 업무보고에서는 사뭇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해 전인대에서 제시된 GDP 성장 목표치도 역시 8%였지만 올해는 부가설명이 붙었다.“경제 성장률을 일방적으로 추구하거나 맹목적으로 비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긴축 정책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한 해명인 셈이다. 이번 전인대의 최대 화두는 역시 ‘물가’였다.‘민생’이 강조됐던 지난 몇해에 비해 문제가 훨씬 압축됐음을 의미한다. 그간의 민생문제는 의료난, 학비난, 주택난 등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번 현안은 한층 구체적이고 더 직접적이다. 원 총리가 2008년 주요임무로 물가 억제를 제시하면서 그 수단을 일일이 나열한 것은 그 심각성을 드러낸다. 이번 업무보고에는 지난해와 같은 자신감이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중국 경제·사회 발전에 모순과 결함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부족함’을 인정하는 여유를 보였었다. 당시에는 부조리와 부패, 구조적 모순, 성장 방식의 문제점까지 스스로 들춰냈다. 중국 경제가 1년새 얼마나 다른 처지에 놓였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국내외 경제 형세에 불확정적인 요소가 많은 점을 감안해…경제에 큰 파란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라는 대목에서는 비장함까지 느껴진다. 경기 전망과 관련, 취훙빈 HSBC 중국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과열과 경착륙 위험이라는 두 가지 어려움에 봉착한 탓”에 낙관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과열 경기도 잡아야 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증시도 적절하게 부양해야 한다. 주가는 이미 최고가의 3분의2선까지 떨어져 있다. 집값을 잡으면서도 올림픽 이후 예상되는 부동산 버블 붕괴도 방지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 금리 인상 논쟁부터 위안화 절상 속도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전인대를 통해 구성되는 새 경제팀은 시작부터 녹록지 않은 장애물을 만났다고 볼 수 있다. jj@seoul.co.kr ■ 조선족 대표·위원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5일 개막한 제 11기 전인대에서 활약 중인 재중 조선족 동포들은 10명이다. 이들은 조선족이 집중 거주하고 있는 랴오닝(遼寧)성, 지린(吉林)성, 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동북3성 출신이다. 지역별로 지린성이 6명으로 가장 많고 헤이룽장성과 랴오닝성이 각각 3명과 1명을 차지하고 있다. 지린성에서는 이용희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주장, 김석인 옌볜자치주 부서기, 김병민 옌볜대학교 총장, 조병철 지린성 종교국 당조서기 겸 주임이 선출됐다. 여성으로는 무용가 함순녀씨, 최금순 지린성 광위안 실업그룹 대표가 포함됐다. 헤이룽장성 대표는 대러시아 투자에 성공해 중국 상무부 주목을 받았던 기업인 최용길씨, 박광종 헤이룽장성 동안실업무역유한공사 이사장이다. 이미란 하얼빈 난강교회 목사는 여성대표로 참가 중이다. 랴오닝성에서는 푸순시 이석채소학교 김죽화 교장이 선출됐다. 앞서 3일 시작된 중국공산당 자문기구이자 통일전선기구인 전국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제11기 1차회의에 참여하는 조선족 위원은 8명이다. 정협은 지역이 아닌 직능별 선출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전인대보다 조선족 진출이 적은 편이다. 이덕수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 그가 현직에서 물러나면 중국 내 최고위급 조선족 인사로 부상하게 되는 전철수 중화전국공상연합회 당조서기 겸 제1부주석이 이 주임과 함께 정협위원에 올랐다. 문화예술계 대표인 장천일씨는 중국에서 인기를 모은 가요 ‘칭짱(靑藏)고원’을 작사, 작곡한 인물이다. 과학계에서는 조선족으로는 유일하게 박영 칭화대 항공기술중심 부주임이 포함됐다. 임현욱 국가통계국 부국장, 이성일 광저우 모드모아주식유한공사 이사장, 이승숙 국가1급 안무가, 박혜선 옌볜대 약학원 부원장도 소수민족계 위원으로 정협에 들어갔다. 조선족 인사들은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로 꼽히는 양회에서 명맥은 유지하고 있으나 정치적 영향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최된 제17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는 조선족 이덕수씨 등 8명이 대표로 참가했지만 204명을 뽑는 중앙위원에는 1명도 들지 못해 조선족 영향력 감소를 반영했다. jj@seoul.co.kr
  • 싱글 대디들 삶의 애환 담아

    싱글 대디들 삶의 애환 담아

    싱글맘에 이어 싱글대디가 대중문화의 주요 소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편부 가정의 애환을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가 방송된다.5일 오후 11시30분 방송되는 KBS 1TV ‘수요기획-싱글대디 세 남자 이야기’가 그것. 지난 2005년 기준 싱글대디 가구수는 28만을 넘었지만, 그들에게 쏟아지는 사회적인 시선은 여전히 따갑기만 하다. 이 프로그램은 각자 다른 사연을 지닌 세명의 싱글대디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가족해체와 변화상을 돌아본다. 군 복무 도중 이혼한 바람에 제대하자마자 여섯살짜리 딸의 양육을 도맡게 된 최필립(26)씨. 그에게 제대는 고생 끝이 아니라 고생 시작이었다. 영어학원 임시강사로 세간살이도 제대로 없는 집에서 살며 날마다 딸 유이와 출근전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완전군장’을 하고 훈련을 받듯 딸을 안고 뛰어야 간신히 지각을 면할 수 있다. 중고 냉장고를 사러 가구매장에 나가서도 아주머니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린다.“애 엄마는?” 하며 덮어놓고 아빠 탓을 하는 주변 ‘안티’ 세력이 적지 않다. 이혼한 사연 등을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지만, 분초를 쪼개 살아야 하니 그런 여유는 엄두도 못낸다. 그래도 그런 그의 존재이유는 딱 하나, 딸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혼 뒤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호병씨에게도 맏아들 병승이는 가장 든든한 삶의 지원군이다. 싱글대디 5년차인 그의 진짜 전쟁은 퇴근 후에 시작된다. 아이들 밥 챙겨먹이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애들 숙제를 봐주는데, 번번이 ‘철인 3종 경기’가 따로 없다. 사별과 이혼을 겪은 심윤보씨의 애물단지는 17세 딸아이 현정이다. 공부는 뒷전에 외모 꾸미기, 친구 만나기에만 열올리는 딸과 언제부턴가 대화가 끊어졌다. 말을 시키면 화부터 내는 딸. 대화가 필요한데 아빠는 도무지 그 속을 모르겠다. 최근 이혼 과정에서 부부가 서로 아이의 양육을 맡지 않으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본능적 모성애가 사라진 비정사회의 방증이다. 모성애가 자유를 찾아 떠난 자리를 힘겹게 메워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싱글대디들. 그들의 삶을 통해 가족의 참의미와 행복에 대해 다시한번 돌아볼 시간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동양화의 고정 소재 탈피 독창적 사유세계를 은유

    동양화의 고정 소재 탈피 독창적 사유세계를 은유

    소치(小癡) 허련, 남농(南農) 허건, 의재(毅齋) 허백련. 우리시대 간판 동양화가 직헌(直軒) 허달재(56)를 이끌어온 남종화단의 계보이다. 고사리 손에 숙명처럼 붓을 쥐고 친할아버지 허백련을 사사해 오늘에 이른 그는 스승인 선대 할아버지들을 지금도 “오르지 못할 태산”이라고 말했다. 4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개인전을 여는 그는 “할아버지 의재의 작품에 비한다면 내 것은 아직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겸사를 했다.“할아버지 작품의 격조를 좇는 게 영원한 숙제”라고 했다. 광주 무등산 자락의 의재미술관에 칩거하며 일년에 한번꼴로 부지런히 작품전을 열어온 작가는 이번 전시제목을 ‘만개(滿開)’라 붙였다. 희고 붉은 꽃잎들이 튀밥처럼 소담스럽게 화폭을 뒤덮은 매화그림들을 푸지게 보여준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소재는 맨드라미. 매, 난, 국, 죽 등 동양화의 고정 소재에 머물지 않고 “어렸을 적 오랜 추억을 더듬어 어느날 문득 붓가는 대로 그린 그림”이다. 북종화가 직업 화가들이 장식적 선묘를 구사한 그림이라면, 남종화는 학문적 깊이를 추구하는 사대부가 수묵담채(水墨淡彩)로 정신세계를 담아 그려내는 온화한 동양화의 기법이다. 작가 역시 ‘그림이란 무릇 인품으로 그려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인이 박히도록 듣고 자랐다. 사물의 형태 자체가 아니라 학문적 깊이를 싣는 남종문인화 작업에서 맨드라미 소재는 작가에게 또 하나의 사유 대상이자 세상과의 소통창구인 셈이다. 자줏빛 꽃송이와 초록 잎줄기가 선명하게 대비되는 ‘계관(鷄冠)’ 연작은 작가의 기존 작풍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꽃과 줄기에 점점이 찍힌 노란 반점들은 단순히 대상을 화폭에 반영한 차원을 넘어선 독창적인 사유세계를 은유한다. 동양화의 가치를 환기시키기 위해서는 현대인의 감수성을 살피는 일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화폭 안팎의 새 소재를 끊임없이 찾는 노력은 그래서이다. 불그스레한 빛이 감도는 바탕한지는 그가 직접 개발했다. 의재미술관 옆에 손수 차밭을 일구고 있기도 한 작가의 손재주 덕분이다. 정성껏 골라 따낸 찻잎으로 홍차를 만들어 붉은 물을 우려내고, 거기에 한지를 담갔다 은근히 말려낸다. 단조롭지 않게 변화를 보이는 바탕색의 묘미는 그렇게 빚어진다. 하루 여덟시간씩 그림에 매달린다는 작가는 “작품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건 ‘마음보’”라며 “난세에 어지럽고 거친 그림이 쏟아지는 건 그 때문”이라며 허허 웃었다. 이번 전시에는 ‘계관’시리즈를 비롯해 매화, 포도 등 모두 40여점이 선보인다. 미술평론가 윤진섭 호남대 교수는 “맨드라미 그림은 채색화이면서도 녹색과 붉은색의 농담(濃淡)의 조절로 이뤄졌다.”며 “형사(形似)와 사의(寫意)의 사이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숙련된 테크닉의 소산”이라고 평했다.(02)549-7574.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日 홋카이도 도야코 르포 - G8정상회담 개최 앞두고 ‘저탄소 사회 만들기’ 실천

    日 홋카이도 도야코 르포 - G8정상회담 개최 앞두고 ‘저탄소 사회 만들기’ 실천

    |도야코(홋카이도) 류지영 특파원|일본 홋카이도에 위치한 인구 1만여명의 조그마한 소도시 도야코 마을(町)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7월 선진 8개국(G8,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러시아) 정상회담 개최지로 지정되면서부터다. 도야코 마을은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인 기후 변화의 중요성을 적극 홍보하기 위해 갖가지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이산화탄소 저감 노력을 실천하고 있다. ‘눈냉방’‘온천수 열펌프’ 등 홋카이도만의 지역적·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풀뿌리 지자체의 창의적 노력이 일본을 ‘저탄소 사회’로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도야코 마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일본의 이산화탄소 저감 노력은 중앙 정부 차원의 일방적 지시나 규제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넘쳐나는 겨울눈을 냉방연료로 연간 적설량이 4∼5m에 달하는 홋카이도는 겨울마다 ‘설국’(雪國)이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을 만큼 눈이 엄청나게 쌓인다. 지역 자위대가 겨울마다 눈을 치우다 만들어 낸 ‘눈축제’가 지역 최고의 행사가 됐을 정도다. 도야코 마을은 겨울마다 처리가 어려울 정도로 쌓이는 눈을 여름철 냉방자원으로 활용하는 ‘눈냉방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상회담 장소인 도야코 호수 앞 윈저호텔에도 이미 설치했다. 원리는 간단하다. 겨울에 내린 눈을 압축시켜 얼음처럼 단단하게 만든 뒤 햇빛이 차단된 거대 밀폐 공간에 저장한다. 그러면 그 눈은 여름이 끝날 때까지 서서히 녹으며 냉기를 내뿜는다. 이 냉기를 채집해 덕트(바람길)로 연결된 인근 건물 곳곳에 보내 에어컨을 대신한다. 임금에게 진상할 얼음을 보관하기 위해 겨울에 얼음을 저장해 두던 우리의 동빙고·서빙고와 비슷한 방식이다. 겨울철 골칫거리로만 여겨지던 폭설이 지자체의 아이디어로 훌륭한 자원으로 재탄생해 냉방전력 수요를 줄이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적설량이 풍부한 대관령이나 울릉도 지역 등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아이디어다. 이 마을 나가사키 요시오 정장은 “이 시스템은 눈이 많은 홋카이도의 지역 특성을 잘 살린 친환경시설”이라며 “홋카이도 전역에 확산될 경우 여름철 에어컨 전력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칫거리 폐식용유로 자동차 움직여 이 지역은 활화산, 호수, 온천 등을 관광하기 위해 해마다 400만명 이상이 찾는 일본의 대표적 관광지다. 마을 주변에 음식점이 즐비하게 늘어서다 보니 일본의 전통음식인 ‘덴푸라´(튀김)를 만든 뒤 버려지는 폐식용유의 양 또한 엄청나다. 청정지역을 자랑하는 도야코 마을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역시 지자체의 고심 끝에 지난해부터 재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버려지는 폐식용유를 수거해 찌꺼기를 걸러내고 약간의 화학 처리를 거쳐 자동차 연료로 재활용하고 있다. 일종의 ‘바이오 연료’인 셈이다. 현재는 정장의 관용차와 마을 청소차 등 2대에 시범 적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 문제가 없어 곧 관용차 전체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 마을 사와토 가쓰요시 정상회담 추진실장은 “폐식용유를 사용한 자동차 연료는 대기중에 이산화탄소도 증가시키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며 “관광지의 골칫거리인 폐식용유 배출 문제까지 깔끔하게 해결해줌으로써 1석2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려지는 온천수로 새 온천수 데워 도야코 온천은 원수가 섭씨 40도 정도이다. 지금까지는 마을의 온천수 관리센터에서 중유 보일러로 50도 이상으로 데운 뒤 각 온천업소와 가정에 보냈다. 이를 위해 사용하던 중유만 해도 연간 30만ℓ. 하지만 오는 5월부터는 중유를 한 방울도 쓰지 않고 따뜻한 온천수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다 쓰고 버렸던 온천수를 다시 모아 열을 채집해 새 온천수를 데우는 ‘열펌프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해마다 이산화탄소 1340t을 저감할 수 있어 50년간 9만 5000그루의 전나무를 키우는 것과 같다는 게 지자체의 설명이다. 버려지는 물까지도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일본인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홋카이도청 야마다 데쓰후미 정상회담 추진국 주임은 “‘눈냉방’‘온천수 열펌프’ 등은 대부분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재정적자로 어려움을 겪는 일본 지자체들로서는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환경입국을 위해 지역적·문화적 특성을 살린 각 지자체의 기후변화 방지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superryu@seoul.co.kr ■고마치 교지 日환경대사 |도쿄 류지영 특파원|“최상의 이산화탄소 저감 방안요?아주 단순한 건데, 그게 무척 어렵죠. 바로 ‘에너지 절약’입니다.” 도쿄 외무성에서 만난 고마치 교지(小町恭士) 지구환경대사의 ‘공자님 말씀’은 2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신재생에너지 강국 일본을 찾아간 기자에게 실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수소에너지·인공태양 등 일본의 기술력을 과시할 거대 담론이 나오리라 기대했던 터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설명을 듣다 보니 그의 말이 그냥 한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본은 1993년부터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시작해 현재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일본 곳곳에서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쉽게 볼 수 있죠. 하지만 신재생에너지가 일본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 정도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간다고 해도 현재의 기술수준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주범인 석유·석탄을 대체하기는 힘들어요.” 그렇다면 일본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수소 에너지는 이산화탄소 저감 대안이 될 수 없을까. “수소 에너지가 미래 인류 에너지 고민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상용화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비용 문제도 꼭 해결해야 할 숙제고요.” 현실적으로 일본 정부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저감 방안은 원자력 이용의 확대. 국제사회에 “원자력발전을 청정개발체제(CDM·선진국이 개도국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벌이면 그 감축분을 자국의 삭감 실적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에 편입시켜 달라.”고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력 확대에 대한 세계의 반응이 차가울 뿐 아니라 원폭 피해를 경험한 일본내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현재 일본이 동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이산화탄소 저감 대책은 ‘에너지 절약’입니다. 정부, 기업, 개인이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 방법이죠.” 그동안 자율규제를 통해 이산화탄소 감축을 유도해 왔지만 아직까지 노력만큼 효과가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자구노력만으로는 2012년까지 교토의정서에서 약속한 온실가스 6% 감축(1990년 대비)이 불가능해 외국에서 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때문에 현재 일본 정부는 유럽연합(EU)처럼 각 경제주체에 이산화탄소 저감 목표를 강제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일본은 ‘COOL EARTH 50’프로젝트(일종의 ‘지구를 식히자’는 운동)를 추진하고 있습니다.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0%까지 줄여 ‘저탄소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최신 기술들을 개도국과 공유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 또한 핵심은 ‘에너지 절약’입니다.” superryu@seoul.co.kr
  • MB 3·1절 기념사로 본 新한·일관계

    이명박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천명했다. 지난달 25일 취임 직후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강조한 신(新)한·일 관계 구축 의지를 거듭 피력한 것이다. 이날 3·1절 기념사에 담긴 ‘이명박 실용외교’는 ‘미래’와 ‘세계’에다 시공간의 축을 설정했다.‘미래 지향’과 ‘열린 민족주의’가 키워드다. 우선 한·일 관계에 있어서 이 대통령은 ‘과거’보다 ‘미래’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역사의 진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길을 늦출 수는 없다.”고 피력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민족’보다 ‘국제’를 우선했다.“남북문제도 배타적 민족주의로는 해결할 수 없다.”면서 “우리 민족 내부의 문제인 동시에 국제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후쿠다 정부의 한·일 관계는 야스쿠니 신사·교과서·독도로 집약되는 3대 갈등에 발이 묶였던 노무현-고이즈미 체제 때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한·일 정상간 빈번한 방문외교가 펼쳐질 전망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 취임 직후 이뤄진 정상회담에 이어 두 정상은 4월 하순 도쿄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갖는다. 후쿠다 총리는 특히 오는 7월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G8(선진 8개국) 정상회의에도 이 대통령을 초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한 세 차례 한·일 정상회담이 올해 개최되는 셈이다. 이미 지난달 회담에서 두 정상이 셔틀외교 복원에 합의한 만큼 하반기 추가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앞서 노무현 정부 때 한·일 갈등을 촉발한 3대 현안을 양국이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에 달렸다. 특히 이들 3대 갈등이 모두 일본측에 의해 촉발됐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선결돼야 한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에서는 일본 정부의 기류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나 독도 영유권 문제는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에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장기 과제다. 이는 결국 이명박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한·미 안보동맹 업그레이드와도 맞물린 사안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및 한국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와 맞물려 동북아의 신안보질서가 어떻게 재편되느냐에 따라 일본의 군사대국화 속도와 이에 따른 우리 정부의 대응이 갈릴 전망이다. 신 한·일관계는 북핵 6자회담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본은 그동안 일본인 납치 문제 선(先)해결을 주장하며 북핵 6자회담의 진전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가급적 북핵과 일본인 납치 문제를 분리한다는 자세를 견지해 온 정부로서는 새로운 한·일 관계 추진이 북핵 6자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2008 K-리그 전력점검] (2) 성남·부산

    [2008 K-리그 전력점검] (2) 성남·부산

    ■ 굵직한 재목들 떠나 또 무관의 설움 우려 성남 일화는 지난해 2위 등 매년 우승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김두현이 웨스트브롬으로 떠났고 수비수 조용형이 제주로 돌아갔다. 이따마르는 멕시코 치아파스로 이적했다. 듬직했던 수문장 김용대는 군에 입대, 광주로 옮겼다. 대대적인 전력 보강이 필요했지만 웬일인지 성남은 FC서울에서 지난해 부진했던 브라질 용병 두두를 다시 불러왔을 뿐이다. 두두는 일본 미야자키 전훈에서 공격의 축 모따와 호흡을 맞춰 3경기 연속골을 터뜨려 2승2무의 성적에 기여했다. 특히 벤프레 고흐전에선 해트트릭까지 기록했다. 성남은 시즌 개막을 일주일 앞둔 28일 강릉으로 마지막 담금질을 떠났다. 올림픽대표팀에서 박주영(서울)의 공백을 메웠던 한동원이 김두현의 자리를 어느 정도 대신할지가 관건. 선수층이 엷어진 데다 주전 노쇠화도 상당하지만 K-리그의 대표적인 지장(智將) 김학범 감독은 ‘컴퓨터 포백’에 사활을 걸고 있다.‘식사마’ 김상식을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수비수로 전직배치, 뒷문을 걸어잠그겠다는 것. 그러나 수비진의 스피드와 힘이 떨어지는 게 걱정거리. 지난 시즌 44골을 넣어 팀득점 1위에 올랐던 성남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따의 부상 공백을 메우지 못해 포항에 무릎을 꿇은 것은 물론, 컵대회와 FA컵,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트로피 하나 들어올리지 못했다. 설움을 갚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안정환 연착륙 숙제 관중몰이 성과 낼까 부산 아이파크는 1990년대 간판 스트라이커 출신인 황선홍 감독과 8년 만에 돌아온 ‘반지의 제왕’ 안정환의 결합으로 지난해 13위의 부진을 털고 관중몰이에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홈구장인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는 가변좌석을 설치, 터치라인과의 거리를 좁혀 전용구장 효과를 낸다.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처진 스트라이커를 맡을 안정환의 연착륙에 팀성적의 부활이 달려 있는 셈. 그러나 황 감독은 28일 그의 개막전 투입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왼쪽 윙포워드로 기용될 한정화도 주목할 선수. 작은 체구에도 바지런한 움직임과 예리한 측면공격으로 지난해 후반기 가능성을 엿보여 최고의 재간둥이로 꼽힌다. 김창수를 대전에서 데려와 수비진 보강은 물론, 활발한 공격가담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풀백이었던 이강진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려 공수 조율을 맡기는 점도 지난해와 달라지는 점. 일본 구마모토 전훈 초반, 불안한 모습이었지만 후반에 요코하마FC, 북한대표팀의 주포 정대세가 소속된 가와사키 프론탈레 등 강팀과의 연습경기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쳐 전력이 안정되고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외국인선수의 기량이 신통찮고 선수층마저 엷어 전체적인 전력은 10위권 안팎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끌어올리는 것은 초보감독의 몫으로 남아 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구청장 현장브리핑] 홍사립 동대문구청장 청량리 민자역사

    [구청장 현장브리핑] 홍사립 동대문구청장 청량리 민자역사

    “1911년부터 무려 100여년간 질곡의 현대사와 함께했던 청량리역 일대가 지금 환골탈태중입니다. 단순한 역의 기능을 넘어 서울 동부권을 이끌 부도심으로 위상이 바뀔 겁니다.” 28일 동대문구 전농동 588의1 청량리 민자역사(驛舍) 공사현장을 찾은 홍사립 동대문구청장의 소회다. 타워크레인이 쉴 새 없이 팔을 휘젓는 민자역사의 공정률은 13%. 서울역 신청사보다 무려 2.5배나 큰 청량리 민자역사는 2010년 8월쯤 완공될 예정이다. ●하루 유동인구 24만명 예상 청량리가 과거의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서울의 새 구심점으로 변신중이다. 새 역사는 지하 4층∼지상 9층의 연면적 17만 2646㎡ 규모로 지어지는데 서울에서는 용산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민자 역사인 셈이다. 백화점·영화관·공연장·문화센터 등이 자리잡게 되는데 중앙선, 경춘선 복선화까지 완료되면 하루 유동인구는 24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개발을 강조하는 홍 구청장은 “남북통일 시대엔 금강산을 거쳐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되는 경원선의 시발점이 될 곳”이라면서 “근시안적인 개발을 넘어 넓고, 깊고, 멀리 보는 개발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농동에 특목고 유치 민자역사를 중심으로 인근지역 업그레이드도 한창이다. 먼저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받은 용두1동·전농1,2동 일대 37만 5000㎡에는 60층 이상의 빌딩과 상업단지, 문화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촉진지구 내 속칭 ‘청량리 588’에서 홍등을 끄는 것이 숙제다. 한때 300여곳에 달했던 성매매업소는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60여곳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수다. 구 관계자는 “장사가 안 돼 문을 닫는 업소가 많다.”면서 “대표적인 성매매지역이란 꼬리표도 2년 후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매매집결지를 관통하는 답십리길∼롯데백화점 사이 도로는 폭을 32m까지 늘린다. 이미 243억원을 투입해 78가구 중 73가구에 대한 보상을 끝냈다. 동대문구 전체가 리모델링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농·답십리 지역과 이문·휘경동 지역이 각각 2·3차 뉴타운으로 지정돼 개발이 추진됨에 따라 인근지역엔 주거와 상업, 교통, 문화의 벨트가 생성중이다. 교육기능도 강화된다. 특히 전농동 325의58 1만 2000㎡에 특목고 등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홍 구청장은 “공약사업들이 마무리되는 2010년이 되면 우리 구는 아름답고 쾌적한 살기좋은 도시로 변모되어 있을 것”이라면서 “동대문구의 변화를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닻올린 李정부] (2) 주요 강대국 외교 어떻게

    [닻올린 李정부] (2) 주요 강대국 외교 어떻게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인 25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갖고 미·중·러시아 특사들과 잇따라 만나는 등 실용외교의 고삐를 당겼다. 전통적 동맹강화와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발전을 축으로 국제적 활동공간을 넓혀 나가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실용외교’가 변화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경계 및 의구심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의 입장을 짚어봤다. ■ 한·미 관계 |워싱턴 김균미특파원|25일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의 화기애애한 면담 분위기는 향후 한·미관계의 방향을 가늠케 한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좋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동안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서 향후 한·미동맹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라이스 장관도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화답하며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 강화에 높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미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이 대통령의 취임으로 한국에 10년 만에 보수 성향의 정부가 들어섬으로써 미국은 그동안 불편했던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며 공개적으로 환영의사를 밝혀왔다. 우선 한·미 양국은 북핵 문제 등에서 공조체제를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책조율이 노무현 정부 때보다는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 정부의 보수 대 보수 조합은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기면 ‘11개월짜리’에 그칠 수 있다. 더욱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전시작전권 이양시기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조정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대통령은 4월 중순쯤 미국을 방문, 부시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회담장소로는 워싱턴 근처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양국 정상은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공동선언’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동맹관계를 비롯해 북핵 문제와 한반도 비핵화, 남북관계 진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 다자 안보협력 추진, 한·미 FTA 등 한·미간 현안들을 두루 협의하며 양국 공동의 이익을 극대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과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체제 참여 문제도 긍정적으로 검토, 한·미 군사동맹관계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한·미간 기조 및 정책 조율도 관심사다. 부시 대통령은 내년 1월 임기내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워낙 강하다. 이같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명분보다는 실리를 중시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대북정책과 어떻게 맞아떨어질 지 주목된다. 한·미 관계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우선 한·미 FTA 비준동의를 둘러싼 논란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의 쇠고기 수입 재개 요구를 어떻게 푸느냐가 핵심이다. 워싱턴의 한·미관계 전문가들은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쇠고기 문제와 한·미 FTA에 대한 해법을 도출해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전시작전권 이양 문제도 양국간에 쟁점으로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미국은 이미 합의한대로 2012년 4월17일부터 이양한다는 입장인 반면, 이명박 정부는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kmkim@seoul.co.kr ■ 한·일 관계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이 이명박 대통령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일본에서는 ‘새로운 한·일 시대’,‘미래지향적 우호·협력관계’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의 껄끄럽던 한·일 관계와 대비,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이 지난 25일 이 대통령의 취임과 관련,“좋은 관계를 쌓아 가고 싶다.”며 당면 과제로 한반도의 비핵화, 납치, 미사일 문제 등을 예로 들었다.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주일 한국특파원들과의 회견에서 한국을 “동료”,“이웃”이라며 친근감을 내보였다. 한·일 관계는 사실상 양국 정상의 신뢰회복에 달려 있다. 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과거사에 대해 더이상 사죄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실질적인 ‘열쇠’는 일본 쪽이 쥐고 있다. 지금껏 역사를 둘러싼 충돌과 갈등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등 정치인들에서 비롯된 까닭에서다. 독도·배타적경제수역(EEZ), 교과서 왜곡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나아가 2010년 일본의 한국 강제병탄 100주년을 어떻게 정리하고 갈 것인지도 양국의 숙제다. 때문에 지난 2005년 중단된 셔틀 외교의 재개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일단 후쿠다 총리가 취임식에 참석, 정상회담에서 셔틀 외교의 물꼬는 텄다. 이 대통령도 셔틀외교를 약속했다. 후쿠다 총리는 오는 7월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개최되는 서방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에 의장국 자격으로 이 대통령을 특별초청할 계획이다. 일단 정상들이 만날 기회는 예전에 비해 늘어날 듯 싶다. 대북 정책에 대한 한·일 양국의 대응 방향도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대북정책의 엇박자를 비난해왔던 터다. 한국이 일방적으로 유화책을 폄으로써 북핵뿐만 아니라 납치문제를 더 꼬이게 했다는 주장이다. 그런 탓에 이 대통령의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북한에 공동 대응할 수 있다는 해석에서다. 한·일 양국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남아 있다. 지난 2004년 11월 끊겼지만 양국 정상 모두 희망하는 만큼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다. hkpark@seoul.co.kr ■ 한·중 관계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분명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 한·일 동맹의 강화를 외교의 주요 축으로 삼은 데 대해 26일 베이징의 한 외교 관련 인사는 중국 외교가와 학계의 반응을 이렇게 정리했다.“노무현 정부에서 한때 ‘소홀’했던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예전처럼 복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설명에도, 그는 “모두들 동맹강화의 정도를 주시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형성된 경계감을 설명했다. 또 다른 한 전문가는 “특히 노무현 정부가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과정에서 중국의 중재 역할을 누구보다 지지하고 협조해온 전례가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후 이명박 정부의 태도와 명백하게 비교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한국과 미·일의 관계에 거리가 생긴 만큼 한·중 관계가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외교가 제로섬 게임은 아니지만 사안과 때에 따라 그렇게 해석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중국 학계 등에서 이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설명하는 이도 있었다.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한·미동맹의 강화 그 자체는 아니다. 미국 주도로 한·미·일 전선이 형성돼 중국의 행동반경을 차단하고 봉쇄하게 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외교 고문’으로 알려지고 있는 왕지쓰(王輯思) 베이징대 교수는 “현재 미국 내부에는 미·일 동맹을 아태지역정책의 주축으로 삼고 이를 통해 중국을 이 질서에 편입되도록 하는 것이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한·미, 한·일 동맹의 강화를 언급하자 중국 학계와 언론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가장 큰 이유다.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중 관계의 현안은 이같은 ‘오해’의 해소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현재 이명박 정부에서 양국 관계를 한단계 격상시킬 것을 제안해놓은 상태다. 노무현 정부에서 수립된 ‘전면적인 협력 동반자 관계’가 어떻게 발전될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중국으로서 최고 외교 단계를 뜻하는 ‘전략적’인 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외교관계에서 전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나라는 현재 러시아와 일본뿐이다.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한국과 중국은 새로운 역사상의 시점에서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맞고 있다.”며 “한·중 관계는 새로운 형세 아래에서 틀림없이 새로운 국면을 통해 새로운 단계로 격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두나라는 연내 ‘차관급 전략대회’ 개최를 준비 중이다. 한국이 지난 수년간 중국에 요구해왔으나 중국이 이를 피해온 것이다. 올해 최대 3차례 정도 예상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서 이같은 사안들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jj@seoul.co.kr
  • [MB시대 행정개혁] (1) 공무원연금 어떻게

    이명박 대통령이 ‘행정개혁’을 거세게 밀어붙일 태세여서 공무원들이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5일 취임사에서도 “공무원부터 열심히 하라.”고 일갈했다. 새 정부는 그동안 고쳐지지 않았던 행정 과제들을 집권 초기 강력한 추진력으로 해결하겠다는 다짐이다. 참여정부가 시도했다가 좌초한 공무원연금 개혁,‘고무줄 정원’ 비판을 받아온 공무원 정원 문제, 부작용이 드러난 고위공무원단제 등 ‘이명박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들’을 시리즈를 통해 짚어 본다. ‘가장 뜨거운 감자’ 공무원연금 개혁은 이명박 정부가 천명해온 행정개혁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사안임에도 기득권층의 반발이 거세고 조직적이어서 이뤄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정부가 내놓은 공무원연금 개혁시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거치지 못한 채 좌초됐다.‘무늬만 개혁’이라는 국민들 시각에도 불구, 상·하위직을 망라한 공무원들은 강력하게 반발했고, 집권 말기의 참여정부는 이를 감당할 힘이 없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지난 수년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연금의 누적적자가 매년 1조원 이상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며, 그 부담은 국민들이 고스란히 져야 한다. 정부로선 국민들의 허리를 조이는 국민연금 개혁은 단행하면서 정작 모범을 보여야 할 공무원연금은 방치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새정부, 복수안 놓고 고심할 듯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달 초 복수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마련해 이 당선인에게 보고했다. 복수안을 낸 것은 그만큼 변수가 많다는 의미다. 첫번째 안은 현행 공무원연금의 틀은 유지하되 보험료율은 높이고 급여수준은 낮추는 것이다. 즉 연금과 함께 퇴직금, 산재보상금 기능까지 떠맡고 있는 지금의 구조는 그대로 두겠다는 보수적 개혁안이다. 두번째안은 특혜를 받고 있는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합치는 방법이다. 여기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추가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새 정부가 첫번째 안을 채택할 경우 구체적인 보험료율과 급여수준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좌초한 개혁안은 보험료 부담을 월 과세소득의 5.525%에서 2018년까지 8.5%로 늘리고, 연금지급 시작 연령을 현행 60세에서 2031년에는 65세로 늦추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초 천명한 대로 강력한 개혁을 추진한다면 보험료율은 이보다 더 높이고, 급여수준은 더 낮추는 내용의 개혁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당초 안에서 후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으로 통합? 인수위가 제시한 두번째 안은 공무원연금을 3층 구조로 개혁한 미국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합치되,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임의로 가입할 수 있는 개인연금에 정부가 투자금을 일부 보태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합치는 방안은 두 연금 수혜자들의 형평성 측면에 가장 잘 부합하고,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방안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의원도 지난달 이같은 취지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당장 내년부터 신규 공무원은 공무원연금을 폐지해 국민연금에 가입하도록 하고, 기존 공무원의 연금급여도 대폭 인하해 점진적으로 국민연금 수준에 맞춘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33년 가입시 평균 보수월액의 76%인 연금 급여가 2028년엔 40년 가입 기준 40%로 낮아진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연금의 연계성 등 여러 측면에서 공무원연금은 반드시 국민연금으로 통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와 국회의 개혁의지는 약해지고 기득권자들의 반발은 강해져 연금개혁이 어려워진다.”면서 “18대 국회 출범과 함께 연금통합 작업을 본격화해 연말까지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현장브리핑]박성중 서초구청장의 덮개공원

    [현장브리핑]박성중 서초구청장의 덮개공원

    “생각을 바꾸면 버려진 땅이라고 생각하던 도로가 ‘황금의 녹지’로 변할 수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잿빛 도심을 녹색으로 바꾸려는 노력과 의지입니다.” 도시에서 도로와 녹지가 사이좋게 공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도로변을 따라 가로수를 심고 녹지공간도 마련해 보지만 아스팔트의 수요가 늘어나는 흐름을 돌리기란 역부족이다. 특히 만성 교통정체에 시달리는 도시에서 한번 생긴 도로를 녹지로 바꾸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 모른다. 박성중 서초구청장이 18일 “고속도로 위에 나무를 심겠다.”면서 불가능에 도전하고 나섰다. ●고속도로 위 축구장 6개 크기 공원 박 구청장은 경부고속도로 위로 녹색의 하늘공원을 만드는 이른바 덮개공원 프로젝트를 들고 나왔다. 덮개공원은 경부고속도로로 양분된 서초구의 동쪽과 서쪽지역을 데크(덮개)로 연결하고, 그 위에 녹지공간을 만드는 대공사다. 삭막한 고속도로 위를 휴식공간으로 바꾸어 놓는 이 작업은 미국 보스턴과 프랑스 뉘이에서도 도입돼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았다. 현재 1차로 계획 중인 구간은 반포IC에서 서초로에 이르는 450m 구간. 박 구청장은 “공사가 완료되면 해당 고속도로엔 9m 높이의 아치형 터널이 생기고 그 위로는 공원이 들어서는 형태가 될 것”이라면서 “고속도로 위로 대규모 덮개공원을 추진하는 것은 국내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타당성 용역을 마치고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설계용역을 진행 중이다. 늦어도 올해 말부터 공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덮개공원은 다리 등으로 녹지를 연결하는 생태육교와는 차원이 다르다. 구상중인 덮개 공원의 규모는 4만 8500㎡. 국제규격 축구장 6개가 들어가도 남을 크기의 공원이 고속도로 위에 생기는 셈이다. ●덮개공원은 계속 이어진다 주목할 만한 것은 공사예정구간이 1차 시범사업구간이라는 점이다. 비슷한 환경을 지닌 곳에서 공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서초구는 실제 경부고속도로의 시작점인 나루터 길부터 서초 IC까지 전체 3.6㎞에 구간별 덮개공원의 조성을 검토 중이다. 현실화되면 도시녹지의 개념에서 사실상 버려진 땅인 고속도로가 거대 녹지축으로 변신하게 된다. 박 구청장은 “1차 구간 이외에 다른 구간의 공사여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도 “고속도로와 높은 방음벽 대신 녹색의 공원을 원하는 주민 여론이 높은 만큼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완성된 덮개공원에는 잔디광장과 체육공원, 공연장, 산책로, 자전거길 등이 착착 들어서게 된다. 녹지공간을 위한 전용공간인 만큼 차량은 다닐 수 없게 한다.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약 5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어떻게 구하느냐하는 것이다. 구 예산 이외에 기업의 이름을 공원명에 넣어 주는 대가로 기업의 지원을 받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서울을 대표할 만한 대규모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인 만큼 서울시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바람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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