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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민주, 버려야 산다/박찬구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민주, 버려야 산다/박찬구 정치부 차장

    덕지덕지 때 묻은 스티로폼과 은박지 깔개, 두 손으로 여민 얇은 홑이불이 전부였다.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경사진 진입로에 ‘용산 유가족’은 그렇게 둥지를 틀었다. 또 다른 ‘용산 유가족’이 아래쪽에서 주섬주섬 잠자리를 챙겼다. 그녀들 옆에는 ‘보장하라’는 글과 함께 ‘생존권’이 피켓 속에 갇힌 채 널브러져 있었다. 같은 시각, 공사가 한창인 신청사 앞 서울광장에서는 요란한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러분, ‘함께’ 불러요.” 가수의 외침이 이어졌다. 지난 추석 연휴 전날 밤이었다. ‘용산’은 세기 초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야만(野蠻)의 현장으로 기록될 것이다. 용산참사에서는 정부도 정치도 보이지 않는다. 여당은 그렇다 치고 제1야당도 대안과 지평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민주당의 시계는 용산참사 현장에서 멈춰 버린 듯하다.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버거운 숙제를 짊어지고 우왕좌왕하는 몰골이다. 박원순이 고소당하고, 김제동이 퇴출되고, 손석희가 압박을 받아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목소리는 “정치 보복”에서 그치고 만다. 상황 타개를 위한 어떤 기제도, 동력도 민주당에서는 찾을 수 없다. “여당 내 쇄신 기류가 묻힌 1차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은 “민주당이 허약해 여당과 정부의 긴장감이 떨어진다.”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의 위기는 낯설지 않다. 지난 대선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보개혁 진영이 패배를 예감할 때다. 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 안팎에서는 대선보다는 ‘대선 이후’를 고려해 정책정당의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었다. 정체성 논쟁이다. 하지만 미련은 눈앞의 대선에 집착했고, 인물에 매달렸다. 그로부터 2년 후 민주당은 여전히 대안과 비전에서 뒤처지고 있다. “그때 ‘대선 이후’를 제대로 고민했다면….” 가정법은 어리석다. 당시 상황 타개를 위한 승부수도 거론됐다. “수도권 386 의원들이 모두 의원직을 내놓자.” 무위로 끝났다. ‘희생’하고 ‘헌신’하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7일 23차 라디오 연설 이후 새로운 레토릭을 구사하고 있다. 연설문에는 경기 포천시의 장애인 직업시설에서 만난 전현석씨와 구리시 재래시장의 어느 할머니가 등장한다. 이 대통령은 “코끝이 찡”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힘내십시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민생 사례를 언급하며 여론의 감성에 호소했다. 한 야권 인사는 “그건 우리의 영역이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레토릭의 변화가 우호적인 정치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수사에 그칠 수 있다. 말과 실천은 별개라는 얘기다. 두고 볼 일이다. 야권 인사의 탄식은 그보다는 민주당이 의제 설정(어젠다 세팅) 기능을 상실해 버렸다는 안타까움에서 비롯됐다. “정 후보가 당선됐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용산참사 현장에 천막을 치고 ‘용산 지킴이’가 된 한 신부의 마중 인사에 무소속 정동영 의원은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흐느꼈다고 한다. 역시 가정법은 무의미하다. 그 신부는 민주당의 역할 부재를 지적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민주당의 무능함은 안줏거리로 회자될 정도다. 최근 일이다. “민주당은 뭐하는 거예요. 용산만 해도, 그 흔한 모금운동이라도, 뭔가 하는 시늉은 내야죠.” 역설적으로, 아직도 민주당에 거는 기대가 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 버려야 산다. 기득권을 놓고, 틀어쥔 주먹을 펴야 한다. 당 대표부터 측근을 물리치고, 대표직을 던져야 한다. 그래야 손바닥에 ‘대통합’을 제대로 쓸 수 있다. 그것이 야당의 감동이다. 만시지탄이겠지만, 나를 살리고, 진영을 세우고, 야만과 맞서기 위한 미약한 시작은 바로 거기서부터다. 박찬구 정치부 차장 ckpark@seoul.co.kr
  • [프로농구]반갑다 프로농구 신난다 별별大戰

    프로농구가 긴 잠에서 깨어난다. 15일 KCC-동부의 전주 개막전을 시작으로 내년 3월7일까지 6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팀당 54경기씩 총 270경기. 올 시즌은 보다 흥미롭다. ‘준 용병급’으로 평가받는 하프코리안 5명이 뛰어들었고, 외국인선수도 1명 출전(2명 보유)으로 바뀌는 등 ‘게임의 법칙’이 달라졌다. ‘2강-5중-3약’으로 점쳐지는 올시즌 판세와 변수 등을 짚어본다. ▶2강, 더 탄탄해진 KCC와 삼성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상대인 KCC와 삼성이 ‘2강’으로 꼽힌다. 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아킬레스건을 보강했다. KCC는 강병현-추승균-하승진-마이카 브랜드 등 우승 멤버를 유지한 채 약점인 포인트가드에 전태풍을 영입했다. 하지만 하승진이 피로골절로 당분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또 궂은 일을 도맡았던 신명호와 이중원의 군입대 공백은 허재 감독과 둘을 대신할 강병현에게 숙제로 남아있다 ‘높이’만 빼면 아쉬울 게 없던 삼성은 파워포워드 이승준을 얻어 KCC에 필적할 전력을 갖췄다. 자유계약선수(FA) 이상민·이정석을 주저앉혀 강혁과 함께 최강의 ‘앞선’을 구축했다. 김동욱과 차재영의 빠른 성장으로 이규섭도 주전을 장담할 수 없다.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 이승준-테렌스 레더의 더블포스트 조합은 하승진-브랜드와 견줘도 모자라지 않다. 다만 외곽슈터의 부재가 아쉽다. ▶5중 ,모비스·동부·SK·전자랜드·LG ‘2강’을 위협할 팀으로는 모비스가 첫 손에 꼽힌다. 톱클래스 가드 양동근과 포워드 김동우가 합류했다. 하지만 주전 중 최장신이 브라이언 던스톤(199㎝)일 만큼 단신팀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김주성의 동부는 ‘영원한 강팀’. 가드 박지현과 ‘득점기계’ 마퀸 챈들러의 영입으로 고질적인 득점력 빈곤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용병과의 콤비플레이에 강점을 보였던 김주성이 홀로 뛰는 올 시즌에도 여전할지가 의문이다. SK는 ‘1인자’ 주희정과 미프로농구(NBA)에서 두 번 우승한 사마키 워커를 얻었다. 방성윤·김민수와 함께 환상적인 라인업. 물론 SK에 스타가 없어 성적이 나빴던 적은 없었다. 주희정의 가세로 ‘모래알 조직력’을 얼만큼 극복할 수 있느냐가 화두다. 5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올랐던 전자랜드는 서장훈과 크리스 다니엘스가 지키는 포스트가 양날의 칼. 둘 다 골밑보다는 외곽을 선호하고 느리다. 부상에서 복귀한 정영삼과 루키 박성진이 키를 쥐고 있다. 강을준 감독 부임 첫 해 6강의 성과를 거둔 LG는 대대적으로 팀을 개편했다. 지난 시즌 LG에서 뛴 선수는 5명뿐. 현주엽(은퇴)과 박지현(트레이드)이 떠났고 슈터 강대협과 가드 김현중이 가세했다. 그러나 뚜렷한 해결사가 없다. ▶3약, KT·오리온스·KT&G 지난 시즌 꼴찌 KT는 ‘명장’ 전창진 감독의 영입 만으로도 다크호스로 꼽혔다. 하지만 그렉 스팀스마가 기대 이하의 실력으로 일찌감치 퇴출되는 등 악재가 겹쳤다. 5년 만에 전 감독과 재회한 가드 신기성의 부활이 급선무. 캡틴 주희정이 떠났고 김태술·양희종은 병역에 묶인 상황, KT&G가 최약체로 꼽혔던 이유다. 하지만 최상의 골밑 지배력을 지닌 ‘괴물센터’ 나이젤 딕슨의 합류로 무시하기 힘든 팀이 됐다. 오리온스는 ‘이면계약 파문’을 빚은 김승현의 18경기 출장정지가 뼈아프다. 경험이 부족한 정재홍 혼자 2라운드를 책임져야 해 부담스럽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프로농구] 전문가 3인 올 시즌판도 분석

    ●최인선 전 SK감독 - 김주성·서장훈 등 토종빅맨 보유팀 유리 올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가 한 명만 뛰기 때문에 김주성(동부), 서장훈(전자랜드) 등 토종 빅맨을 보유한 팀이 유리할 수 있다. 스타플레이어 몇 명 가지고 이길 수 있었던 시대는 끝났고 다른 포지션과의 유기적인 조합이 필요하다. 하프코리안도 전력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선수들도 더불어 활약할 수 있도록 시너지효과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추일승 바스켓코리아 대표 - KCC·삼성·모비스·SK 4강체제 유력 KCC와 삼성, 모비스·SK의 전력이 강하다. KCC는 하승진이 지난 시즌처럼 신인의 자세로 열심히 해줘야 하고 전태풍도 벤치에서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 SK는 방성윤의 슛 거리가 길기 때문에 3점슛 라인이 멀어져 혜택을 볼 수 있는 팀이다. 6강으로는 KT&G·LG·전자랜드를 꼽고 싶다. 오리온스·KT·동부는 약세를 보일 것 같다. 신인 중 박성진(전자랜드)과 김우겸(SK)을 눈여겨봐야 한다. ●석주일 MBC ESPN 해설위원 - KCC·삼성 2강… SK 팀워크 걸림돌 KCC와 삼성이 ‘2강’이다. KCC는 전태풍의 가세로 작년과 다른 전술로 나서야 하는데 선수들이 그걸 언제 완성할지가 숙제다. 전태풍은 국내선수 혼자서는 막기 힘든 선수다. 삼성은 테렌스 레더와 이승준이 골밑에서 뭉쳐 활동반경이 위축될 수 있다. 차재영과 김동욱이 풀어줘야 한다. 모비스·SK·동부가 4강권이다. 모비스는 우승까지는 힘들고 SK는 항상 팀워크가 걸림돌이다.
  • ‘8전 전승’ 카펠로의 잉글랜드는 완벽한가?

    ‘8전 전승’ 카펠로의 잉글랜드는 완벽한가?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제 적게는 1경기 많게는 2경기를 치르게 되면 본선 직행 팀이 가려지게 되며 아쉽게 직행 티켓을 놓친 팀들은 플레이오프를 통해 잔여 티켓을 노리게 된다. 현재 남아공행이 확정된 팀은 유로2008 우승국인 ‘무적함대’ 스페인과 ‘축구종가’ 잉글랜드 그리고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다. 반면 포르투갈과 체코, 프랑스 등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마법사’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는 ‘전차군단’ 독일과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이 중 객관적인 지표상 가장 ‘퍼펙트’한 전력을 선보이고 있는 팀은 단연, 파비오 카펠로 감독의 잉글랜드다. 잉글랜드는 크로아티아, 우크라이나 등과 함께 6조에 속한 잉글랜드는 8경기를 치른 현재 8전 전승에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공수에서도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잉글랜드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31골을 상대 골문에 성공시켰으며 단 5골만을 실점했다. 이는 득점부분 2위에 올라있는 독일보다 7골이 많은 수치이며 최소실점인 스페인과 네덜란드 보다 3골 더 허용했을 뿐이다. 이처럼 잉글랜드는 유로2008 탈락의 아픔을 말끔히 씻어낼 만한 놀라운 실력을 뽐내고 있다. 그동안 잉글랜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조직력이 살아나며 유럽 예선 내내 기복 없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특히 이번 예선을 통해 하나의 팀으로 완성되고 있다는데 전문가들은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잉글랜드의 가장 큰 문제는 최고의 선수 11명이 하나의 팀으로 완성되지 못하는 점이었다.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인 스티븐 제라드와 프랑크 램파드를 보유했지만 이 둘은 불협화음을 보이며 1+1=2가 아닌 1+1=0 이 되는 효과를 나타냈다. 이로 인해 잉글랜드의 최대 장점인 중원의 힘이 발휘되지 못했고 덩달아 전방과 후방에서도 그들이 지닌 재능을 100% 끌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카펠로 감독 부임 이후 잉글랜드는 가시적으로 많은 변화를 보여 왔다. 우선, 풀리지 않는 숙제와도 같았던 제라드와 램파드의 공존을 가능케 했고 루니의 득점력을 극대화시키는데 성공했다. 또한 글렌 존슨과 가레스 배리를 중용하며 잉글랜드의 새로운 동력카드로 적극 활용했다. 무엇보다 제라드와 램파드가 동시에 살아나며 잉글랜드의 장점이 보다 부각되기 시작했다. 램파드는 배리와 함께 중원에서 자신의 역할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게 됐고 제라드는 측면으로 자리를 옮겨 자유롭게 전방에 대한 지원사격을 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공격형 윙백으로 거듭난 존슨의 발견은 카펠로호의 공격력을 배가 시켰다. 그렇다면, 카펠로 감독의 잉글랜드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우승후보로서 자격을 갖춘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을 섣불리 내리기는 쉽지 않다. 잉글랜드가 유럽 예선에서 객관적인 지표상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인 것은 사실이나, 크로아티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팀들이 앞서 언급한 변화가 없이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약체들이었다. 또한 잉글랜드의 가장 위협적인 대항마로 지목됐던 크로아티아의 부진도 잉글랜드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본선행 티켓을 타낼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다. 즉, 유럽 예선만으로 잉글랜드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완벽해 보이나 여전히 잉글랜드에는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들이 많다. 마이클 오웬의 장기 부상 이후 루니의 파트너를 찾지 못했다는 점과 제라드와 램파드의 공존 역시 강팀과의 경기를 통해 검증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안한 골문은 잉글랜드가 다른 강팀들과 비교할 때 최대 약점 중 하나다. 잉글랜드의 유명한 칼럼리스트 사이먼 쿠퍼는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은 잉글랜드 대표팀을 두고 이런 말을 했다. “잉글랜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늘 비슷한 승률을 유지해왔다. 카펠로호가 이전의 맥클라렌호 보다 나아 보일지 몰라도 승률에는 큰 차이가 없다.”며 매우 일관적인 모습을 유지해왔다고 지적했다. 쿠퍼의 발언은 잉글랜드가 왜 1966년 이후 월드컵 우승이 없는지 말해주고 있다. 승률이 일정한 팀보다 승률이 일정하지 못한 팀이 우승할 확률이 높다. 어느 순간 평균 이상의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998년 프랑스가 그랬고 2004년 유로대회에서 그리스가 그랬다. 그러나 잉글랜드는 너무 일관적이다. 현재 잘 나가고 있는 카펠로호가 보다 완벽해지기 위해선, 바로 이 일관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야 40년 넘게 이루지 못하고 있는 ‘축구종가의 꿈’ 월드컵 우승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U-20 월드컵] ‘검은 킬러’ 아디이아 잡아야 4강 보인다

    [U-20 월드컵] ‘검은 킬러’ 아디이아 잡아야 4강 보인다

    한국의 8강 상대는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로 결판났다. 16강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누르기까지 4경기에서 10점(4실점)을 뽑는 화력을 뽐낸 팀이다. 셀라스 테테(55) 감독이 이끄는 가나는 7일 이집트 이스마일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2-1로 승리, 9일 밤 11시30분 한국과 4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결승행을 공언한 홍명보(40) 감독은 가나의 ‘킬러’ 도미니크 아디이아(20·노르웨이 프레드릭스타드)를 묶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아디이아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 4경기를 뛰며 4득점, 아론 니구에스(20·스페인), 요나탄 델발레(19·베네수엘라)와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 한국의 최고 골잡이로 떠오른 김민우(19·연세대·3골·172㎝)와 같은 단신으로, 스피드와 위치 선정 능력이 좋고 폭발적인 슈팅력을 갖췄다. 아디이아는 남아공과의 경기에서 1-1로 맞선 연장 전반 9분 대포알 같은 슈팅으로 역전 결승골을 터뜨려 경기장을 찾은 스카우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7년 한국에서 열린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도 6골을 퍼부어 가나의 4강행을 견인한 것은 물론 득점 2위에 올랐던 골잡이다. 다니엘 아도(20)와 조나단 멘사(19)가 짝을 이룬 가나의 중앙 수비진은 후반 13분 오프사이드 함정을 어설프게 팠다가 남아공의 골잡이 커니엣 에라스무스(19)에게 먼저 골을 내줬다. 한국의 뒷 공간을 파고드는 골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경기를 지켜본 서정원(39) 코치는 “가나 수비가 공격 성향이 강해 공간을 많이 내주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금까지 한 대로만 한다면 승산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아디이아와 랜스포드 오세이(19.트벤테·168㎝)를 투톱으로 4-4-2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가나는 측면 수비수들의 공격 가담능력이 좋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들이 전방을 노리는 빈틈을 노려야 하는 한국으로선 최후방에서부터 볼 루트 역할을 하는 측면 미드필더 아베이쿠 콴사(19)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팀 득점의 70%를 차지하는 ‘아디이아-오세이’에 대한 수비책 강화가 절실하다. 홍 감독은 역시 경고가 쌓여 벤치를 지키는 허리 김보경(20·홍익대) 대신 조영철(일본 니가타), 또는 이승열(FC서울·이상 20)을 들여보내 미드필드 지역에서 효율적인 압박을 가하고 중앙 수비수 김영권(19·전주대)-홍정호(20·조선대)에게 최종 방어를 책임지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대표팀은 이날 수에즈 아인소크나의 스텔라디마레시클럽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선수들은 오후 훈련 없이 각자 방에서 휴식을 취하며 가나-남아공의 경기를 TV로 시청했다. 선수들은 이틀 휴식 후 하루 경기를 치르는 빡빡한 일정 탓에 피로가 많이 쌓였지만 밝은 표정으로 ‘4강 신화’ 재창조의 의지를 다졌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영암·해남 관광레저도시 내년 착공

    영암·해남 관광레저도시 내년 착공

    전남도가 ‘지도를 바꾼다.’는 일념으로 추진해온 영암·해남 관광레저형기업도시(J프로젝트)가 구상 6년 만에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남도는 6일 “도가 요청한 영암·해남 관광레저형기업도시인 삼호지구(위치도)를 국토해양부가 8일 승인·고시한다.”고 밝혔다. 사업시행자로 특수목적법인인 서남해안레저㈜가 전체 사업비 4496억원 가운데 10%인 450억원을 법정자본금으로 납입해 정부 승인이 떨어졌다. 서남해안레저에는 에이스회원권거래소, 한국관광공사, 전남도가 함께 참여한다. 삼호지구는 전남도가 2003년 관광레저형기업도시 계획을 세워 추진한 이래 처음으로 민간기업 주도로 공사에 들어가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보상을 거쳐 본격 공사에 들어가려면 전체 사업비를 금융권 대출 등으로 마련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기업도시 내 개발지구는 이번에 승인이 난 삼호를 비롯해 삼포, 구성 등 6개 지구가 있다. 삼호지구는 사업비가 마련되면 실시계획과 보상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착공된다. 삼호지구는 삼호읍 난전리 일대 919만㎡로 2025년까지 1조 5000억여원이 투자된다. 삼호지구는 바다처럼 넓은 영암호와 맞닿아 있어 대규모 휴양도시로 개발된다. 전체 부지 가운데 35.5%가 관광시설용지이다. 골프장(27홀)과 휴양단지, 문화콘텐츠단지 등 인구 1만명의 자족형 도시로 꾸며진다. 이 기업도시가 개발되면 생산유발 3조 9000억원, 고용유발 4만여명, 소득유발 8000억원, 부가가치유발 효과 1조 6000억원 등으로 분석된다. 삼호지구는 연평균 기온이 15도 이상으로 따뜻하고 무안국제공항, 목포국제여객선터미널, 서해안고속도로, 호남고속철도 등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배상문 막판 다승왕 도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상금 1위 배상문(23·키움증권)이 시즌 막판 ‘다관왕’에 도전한다. 무대는 8일부터 나흘 동안 제주 라온골프장 스톤·레이크코스(파72·7186야드)에서 열리는 SBS 코리언투어 조니워커 블루라벨오픈. 총상금 3억원에 우승 상금은 6000만원이다. 대회 우승자에게는 내년 8월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유러피언프로골프(EPGA) 투어 조니워커챔피언십의 출전 티켓도 주어진다. 김대섭(28·삼화저축은행)과의 경쟁이 관건이다. 일단 배상문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2승으로 다승 공동 선두인 이승호(23·토마토저축은행)를 제치고 단독 선두(3승)로 올라선다. 이승호는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에 참가하느라 이 대회에는 불참한다. 배상문은 시즌 상금 5억 600만원으로, 3억 1000만원을 달리고 있는 2위 김대섭에 2억원 가까이 앞서 상금왕이 유력하다. 또 최저타수와 대상 포인트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터라 ‘연말 다관왕’을 노릴 수 있다. 지난해에도 상금왕과 최저타수 1위를 차지했던 배상문은 대상 부문에서는 김형성(29)에게 1위를 내줘 최우수선수(MVP)상을 차지하지 못했다. 최저타수에서 배상문은 70.531타로 김대섭의 70.659타를 근소하게 앞서 있고, 대상 포인트는 3725점으로 역시 김대섭(3245점)과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장담할 수는 없다. 지난달 한국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해 3관왕 가능성을 부풀린 배상문은 그러나 이어 열린 메리츠-솔모로오픈에서는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직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아시아-퍼시픽 파나소닉오픈에 출전했지만 첫날만 10오버파를 치는 극도의 부진 속에 기권했던 터다. 최근 부진에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첫 통합 공기업 토지주택公 1일 출범

    첫 통합 공기업 토지주택公 1일 출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 법인인 한국토지주택공사가 1일 공식 출범한다. 주공과 토공의 통합공사 출범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통합을 추진해온 지 1년 8개월 만에 이룬 성과로 공기업 통합 첫 사례이다. 이로써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08년 말 기준 자산 105조 2591억원, 부채 85조 7525억원, 직원 7637명의 매머드 공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자산규모는 삼성그룹(175조원), 한국전력(117조원)에 이어 국내 3번째이다. 통합공사의 법률상 명칭은 한국토지주택공사로 하되 일상 커뮤니케이션 명칭은 ‘LH’(로고)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LH는 토지(LA ND)와 주택(HOUSING)의 영문 이니셜로 ‘Life&Human(삶과 인간)’, ‘Love&Happiness(사랑과 행복)’, ‘Live Here(미래)’의 뜻을 담고 있다. 토지주택공사는 1일 경기 성남시 정자동 본사 사옥(옛 토지공사 사옥)에서 이지송 사장의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이 사장은 출범에 앞서 공사 경영 방침으로 ▲조직 안정과 보금자리주택 건설, 4대강 살리기 등 중대사업의 중단 없는 추진과 ▲재무건전성 제고 ▲저탄소 녹색성장, 해외 신도시 등 미래 일감 확보에 주력해 나갈 것을 제시했다. 토지주택공사는 그러나 조직 슬림화와 함께 부채 규모 축소, 두 기관의 화학적 융합 등을 이끌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본사 지방 이전도 풀어야 할 과제다. 당초 혁신도시 건설 계획에 따라 토공은 전주, 주공은 진주로 이전키로 했으나 두 기관이 통합됨에 따라 계획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뮤지컬 리뷰]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리뷰] 오페라의 유령

    역시 ‘명불허전’이다. 8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은 오랜 기다림을 충분히 보상할 만큼 매혹적이고 감동적이었다. 23일 서울 잠실 샤롯데극장에서 개막한 공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무대와 객석의 밀착도다. 2001년 초연 당시 LG아트센터나 2005년 내한공연때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본 관객이라면 맨 뒷좌석에 앉아서도 마치 카메라 렌즈를 줌인한 것처럼 눈앞에 확 다가온 무대에 놀랄 만하다. 뮤지컬 전용극장의 장점이다. 덕분에 1t 무게의 대형 샹들리에가 13m 높이에서 객석으로 곤두박질치고, 유령이 크리스틴을 배에 태워 안개 자욱한 지하 호수로 노를 젓는 대목처럼 극중 가장 스펙터클한 장면들이 한층 역동적으로 다가왔다. ●맨 뒷좌석서도 무대 가깝게 느껴 화려한 오페라하우스와 유령의 음산한 지하 은신처를 넘나들며 긴박하게 펼쳐지는 유령과 크리스틴, 라울의 사랑 이야기는, ‘그 밤의 노래’‘바램은 그것뿐’ ‘생각해줘요’ 등 귀에 익은 멜로디에 실려 때론 동화처럼, 때론 마법처럼 관객의 마음을 흔들었다. 극중극으로 삽입된 오페라와 발레, 그리고 가면무도회 같은 화려한 볼거리는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았다. 유령, 크리스틴, 라울의 세 주역을 나눠 맡은 여섯 배우의 기량은 공연 초반이라 온전히 평가하긴 이르지만 전반적으로 기대에 부응한다. 윤영석(유령)·김소현(크리스틴)·홍광호(라울)와 양준모·최현주·정상윤이 팀을 이뤄 당분간 공연할 예정인데 어느 팀을 선택하든 크게 실망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어느 팀 선택해도 만족할만 배우에 따라 배역의 느낌이 조금씩 다르긴 하나 극 전체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양준모의 유령은 악마적 본성을 표현할 때 더 돋보이고, 윤영석의 유령은 자기 연민에 빠져 괴로워하는 모습이 모성본능을 자극한다. 김소현의 크리스틴이 사랑스럽다면, 최현주의 크리스틴은 우아하고, 홍광호의 라울은 열정이 도드라진 반면 정상윤의 라울은 기품이 느껴진다. 칼롯타역의 윤이나, 최주희를 비롯해 김봉환, 서영주, 김영주 등 조연들의 안정적인 연기도 좋다. 초연 7개월간 관객 24만명의 흥행신화를 이룬 명작의 아우라는 녹슬지 않았다. 개막 전 이미 5만장의 티켓이 팔렸다. 초연 때 선판매 6만장에 비하면 적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대단한 티켓 파워다. 하지만 시장 환경은 만만치 않다. ‘뮤지컬 산업이’란 말조차 낯설던 2001년과 비교하면 지금은 경쟁작이 너무 많다. 두세 달 반짝 공연이 아니라 11개월 장기 공연을 앞둔 ‘오페라의 유령’의 가장 큰 숙제다. 2010년 8월8일까지. 4만~14만원. (02)501-7888.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정윤수의 종횡무진]스포츠계 폭력 불감증 유감

    오늘의 세태를 일컬어 바야흐로 ‘불감증 시대’라고 부르면 심한 표현이 될까. 하루도 끊이지 않는 갖가지 씁쓸한 풍경들을 보자면 불감증이라는 단어만큼 적절한 것도 달리 없어 보인다. 90년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은 개선되지 않았고, 장관 청문회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위장전입·병역·세금 관련 기사들 또한 ‘도덕 불감증’이란 말을 깨끗하게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웬만한 사고는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거나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의혹이 제기돼도 큰 일을 해 온 사람의 작은 먼지처럼 치부되기 일쑤다. 국립서울대학교 총장이라는 신분으로 사기업 회장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았음에도 이것이 ‘용돈’으로 표현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만약 어느 기업 회장이 ‘너무 궁핍하게 살지 말라.’면서 용돈을 건넨다고 하면 정중하면서도 의연하게 ‘국립서울대 총장이란 자리가 그리 궁핍하진 않습니다.’ 하면서 거절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은 개인의 도덕적 태도를 떠나 국립서울대 총장이라는 자리의 권위와 관련된 문제다. 총장이 사기업 회장으로부터 용돈을 받는 일은 국립대 재학생과 동문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안전이나 도덕 그 자체도 문제지만, 그런 사안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매우 절실하고도 긴급한 사안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불감증’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잊을 만하면 급박하게 재발하는 스포츠계의 폭력 역시 같은 맥락의 문제다. 폭력 그 자체도 문제지만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느냐 하는 숙제를 이번 국가대표 남자배구팀의 사태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배구 대표팀의 이상렬 코치가 박철우 선수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이로 인해 당사자인 이 코치에 대한 징계는 물론 김호철 감독까지 사퇴하는 일로 번졌다. 박철우 선수가 얼굴에 피멍이 든 채로 기자회견을 가졌기 때문에 그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일이 되고 말았는데, 중요한 것은 이를 바라보는 일부의 낡은 인식이다. 일부 배구인은 ‘맞으면서 운동 안 한 사람 있나.’ 하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과거에는 태극마크를 달면 영광스럽게 알았는데 요즘은 프로가 돼서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터무니없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이것이 더 문제다. 실질적인 폭력 이상으로 위험천만한 불감증의 구조인 것이다. 과거에는 더러 맞으면서 운동했다. 그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이유로든 미화되거나 성적을 냈다는 식의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와 같은 미화나 명분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스포츠계 폭력의 비극적 씨앗이 되기 때문이다. ‘태극마크’ 운운하는 것도 위험천만하다. 이같은 인식은 제자들에게 손 하나 대지 않고 뛰어난 성적을 거뒀던 지도자들의 명예를 욕되게 하는 것이다. 과거 몇몇 지도자들이 폭력으로 기강을 잡고, 그로써 성적을 냈다고 해도 그것은 지도력이 아니다. 애국심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그릇된 지도 방법일 뿐이다. 선수들에게 손찌검을 해서라도 메달을 따겠다고 한다면 그런 지도자는 태극마크를 모욕하는 최악의 길을 택한 불감증 환자다. 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 [엄마와 읽는 동화] 잘 가, 은고양이/이상교

    [엄마와 읽는 동화] 잘 가, 은고양이/이상교

    보름달이 아파트 뒤꼍을 환하게 비추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솔솔 불어와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엄마가 보고 있으면 어쩌지?’ 10층 베란다 창문을 열고 엄마가 내다볼 것이 걱정되었다. 고개를 쳐들어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내다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줄넘기의 나무 손잡이를 두 손에 나눠 잡았다가 나무의자 위에 슬그머니 놓았다. 줄넘기는 정말이지 싫다. 나무 의자에 앉은 채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구름이 조금 떠 있긴 해도 달빛은 더없이 환했다. 한참을 자세히 올려보자 구름 사이로 별이 또렷또렷 보였다. 바람이 불어와 귀 앞머리카락을 쓸었다. ‘뭐, 줄넘기 백번 넘었다고 하면 그만이지.’ 백번 다 넘었다고 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것으로 해야 옳을는지 걱정이긴 했다. ‘어, 뭐지?’ 의자 아래로 내려뜨린 발에 무언가 닿았다. 털이 달린 말캉한 무엇. ‘강아진가.’ 주인을 따라 산책 나온 강아지가 다리를 건드렸나 했다. 궁금해진 나는 고개를 수그리고 나무의자 밑을 들여다보았다. “어, 고양이잖아.” 고양이는 아직 어린 새끼에 가까웠다. 온 몸이 흰 털로 덮인, 귀가 조뼛하고 눈이 동그란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늘어뜨려져 있는 줄넘기 줄을 앞발로 톡톡 건드렸다. “넌, 어디서 왔니? 줄넘기 하고 싶어서 그래? 너, 할 수 있어?” 나는 길쑴한 다리와 꼬리까지 온통 하얀 고양이에게 물었다. 고양이는 달아날 생각을 않고 줄을 주욱 당겨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그리 밤이 깊은 시간도 아닌데 다른 날에 비해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안 띄었다. “넌 줄넘기 못할 거야. 내가 한번 시범을 보여줄게. 참, 이름을 지어줄게. 은고양이, 어때?” 나는 줄넘기 줄을 주워들고 줄넘기를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스무번을 넘자 헉헉 숨이 찼다. “봐, 은고양이야, 이렇게 숨이 찬다니까.” 말을 마치고 돌아보았을 때 흰 고양이는 간 곳이 없었다. 내게 줄넘기를 하게 해놓고 슬그머니 가버린 듯했다. 달은 여전히 밝았다. 달빛을 받은 나뭇잎들이 초록 빛깔이 아닌 흰빛으로 보일 지경으로 희게 빛났다. 은고양이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금요일이었다.? “야, 땡이!” 학교 가는데 정욱이가 뒤에서 불렀다. “왜애?” 화가 나서 소리를 꽥 질렀다. 아이들은 김동엽 이름을 두고 땡이 별명을 불렀다. 땡이는 그래도 낫다. 어떤 애들은 뚱땡이 아니면 뚠띠라고도 했다. 정욱이는 앞서 걷고 있는 내 가까이로 다가왔다.? “너, 숙제 했어?” 정욱이는 숙제 얘기부터 꺼냈다. “숙제? 아니.” “안 했어?” 정욱이는 가느다란 눈을 더 가늘게 뜨고 물었다. “저녁밥 먹은 다음 하려고 했는데 너무 졸려워서 그냥 잤어.” 너무 잠이 쏟아지는 바람에 내 방으로 가지도 못하고 거실 카펫에 누워, 엄마가 아침에 깨울 때까지 계속 잤다. “선생님한테 혼날걸.” “할 수 없지, 뭐.” 혼날 때 혼나더라도 혼날 일을 나는 미리 걱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뭐든 먹고 금세 자면 땡이 되는 거 몰라?” 나는 주먹에 힘을 주었다가 스르르 풀었다. 말라깽이인 정욱이가 등에 멘 가방을 촐싹이며 앞장서 걸어갔다. 정욱이를 볼 때면 동생 세엽이가 생각난다.? 세엽이는 한 살이 아래인데 깽이, 깽이, 말라깽이다. 어디 특별히 아픈 데가 없는데도?아픈 아이처럼 바싹 마른 하얀 세엽이, 뭐든지 안 먹는 세엽이…. 나는 학교 공부 세 시간을 마치자마자 집으로 달음박질쳤다. 수요일은 엄마가 간식을 만들어 주는 날이다. 엄마가 만들어 주는 간식은 뭐든 다 맛있다. 피자, 김밥, 오징어튀김, 잡채, 어묵탕…. 아파트 정문 뒷길로 해서 집 쪽인 102동 입구로 들어가려는데 아파트 101동 쪽에서 뭔가 휘익 달아나는 것이 보였다. ‘뭐지?’?? 까망에 하양이 섞인 고양이 한 마리가 키 작은 쥐똥나무 밑으로 재빠르게 달아났다. 몸이 작은 걸 보니 새끼 같았다. ‘얼룩이 고양이네. 먹을 걸 찾나 본데…. ’ 그렇게 생각하자 배가 갑자기 많이 고파왔다. ‘저런 길고양이들은 뭘 먹고 살까?’ 언뜻 보았지만 얼룩이 고양이의 배는 훌쭉했다. 하루를 꼬박 굶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틀…. 땅바닥에 비친 그림자가 더 말라 보였었다. ‘저번에 본 흰 고양이는 어디 있을까?’ 내 그림자는 내가 보기에도 뚱뚱하다. 어깨도 뚱뚱, 목도 배도 허벅지도 발목도 뚱뚱, 어디든지 다 뚱뚱…. “에이!” 조금 걸었는데도 땀이 많이 나서 짜증은 더 났다. 424, 424, 99 현관 번호키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도 세엽이도 집에 없었다. 냉장고 문을 홱 열었다. 현관 번호 424, 424, 99를 누를 그때 침은 벌써 꼴까닥 넘어갔다. 424는 사이다, 99는 치킨!?냉장고에는 사이다도 없고 치킨도 없었다. 그래서 사이다 대신 요구르트 다섯 개, 치킨 대신 언제 먹다 두었는지 모를 탕수육을 레인지에 돌려 먹었다. 정신없이 먹고 났을 때 전화벨이 따르르릉 울렸다. “동엽이니?” 엄마였다. “응.” “너, 또 뭐 먹었구나.” 엄마는 뭘 먹었는지부터 따졌다. “아니.” “뭐가 아니니? 뭘 먹은 목소리인데.” 엄마는 내가 뭘 먹었는지, 먹지 않았는지 목소리만 들어도 안다고 했다. 목소리가 텁텁하게 들리고 먹은 음식의 냄새까지 난다고 했다. “탕수육 남은 거 하고 요구르트.” 하는 수 없이 사실대로 말했다. “세엽이 자면 조용히 해라. 세엽이 깨지 않게.” 엄마는 자나 깨나 세엽이 걱정이다. 깽이, 깽이 말라갱이 세엽이. 세엽이는 유치원에 다니지 않고 그림 그리기, 만들기 같은 것을 가르치는 ‘푸른교실’에 다닌다. 세엽이네 선생님은 머리를 길게 기른 대학생 누나다. 엄마가 일이 있어 엄마 대신 세엽이를 푸른교실에 데려다 준 적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나는 엄마가 시킨 대로 대학생 선생님에게 꼬박 인사를 했다. 그러자 대학생 선생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았다. “어머나, 세엽이 형이니? 맞아?” 대학생 누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네.” 그러자 대학생 선생님은 말했다. “어머나, 동생 먹을 걸 다 뺏어 먹었나 보네!” 그렇지 않아도 뚱뚱한 것에 대해 한마디 할 것 같았는데 단번에 말했다.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그건 아닌데요.” 나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뭐가 아냐? 뻔해.” 대학생 선생님은 놀리듯 빙글빙글 웃기까지 했다.? “나는 뭐든지 다 잘 먹고, 세엽이는 뭐든지 다 안 먹어서예요.” 억울하게 당할 수만은 없었다. 절대! “그건 그래. 여기서도 간식을 입에도 대지 않으니.” 나는 간신히 누명을 벗었다. 억울한 건 풀렸지만 다음부터 푸른교실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엄마에게 말해 놓았다. 그 뒤 정말로 한 번도 안 갔다. “목욕들 안 하니?” 저녁 먹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데 엄마가 불렀다. 세엽이가 쪼르르 밖으로 나왔다. “…난 조금 있다가.”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돌아보았다. 엄마가 눈을 갑자기 동그랗게 뜨고 바라볼 때면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곤 했다.? “그래, 잘됐네.” 엄마는 다른 날과 달리 순순히 대답했다. “뭐가 잘됐는데, 엄마?” 나는 엄마 눈을 피해 소파에서 일어났다. “줄넘기 하고 들어와서 씻으면 되겠다.” “누가?” 모르는 척 물었다. “누군 누구야? 너지.” “싫어.” “싫긴 뭐가 싫어. 줄넘기하고 들어와서 씻으면 두번 씻지 않아 좋잖아. 서늘할지 모르니 웃옷 하나 더 걸치고.” 엄마는 마치 미리 준비해 놓은 것처럼 얇은 점퍼와 줄넘기를 내다주었다. “내기 제일 싫어하는 게 줄넘기인 거 엄마도 알잖아!”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 “줄넘기 백번 넘기 싫으면 아파트를 세 바퀴 달리고 오든지.” “달리기도 싫어하는 거 엄마도 알잖아!” “줄넘기도 싫고, 달리기도 싫고… 그럼, 팔굽혀 펴기 서른 번 할 테야?” 엄마는 쉽게 물러설 것 같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세엽이는 옷을 홀랑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 세엽이의 벗은 궁둥이는 내 궁등이의 반도 안 되었다. “거실에서 하면 안돼?” 안 된다고 할 것이 뻔한데도 물었다. “네가 뛰면 102동 아파트 전체가 쿵쿵 울릴 걸 아마.” 엄마는 말하면서 현관문을 열고 점퍼와 줄넘기를 손에 쥐어주며 신도 제대로 못 신은 내 등을 떼밀었다. “왜 미는 거야?” 나는 밀리지 않으려 두 발바닥에 힘을 주었다. 아파트 뒤꼍으로 나온 나는 나무 의자에 앉아 줄넘기 줄을 무릎에 올려놓았다. ‘…엄마는 만날 나만 갖고 그래!’ ? 목욕탕에서 나온 세엽이는 요플레를 먹을 것이다. 나는 냉장고에 딸기 요플레와 키위 요플레가 있는 걸 보아 두었다. 냉장고 오른쪽 둘째 칸에. ‘보름달이 아파트 뒤꼍을 환하게 비추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솔솔 불어와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엄마가 보고 있으면 어쩌지?’ 10층 베란다 창문을 열고 엄마가 내다볼 것이 걱정되었다. 고개를 쳐들어 윗쪽을 올려다보았다. 내다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줄넘기의 나무 손잡이를 두 손에 나눠 잡았다가 나무 의자 위에 슬그머니 놓았다.?줄넘기는 정말이지 싫다. 나무 의자에 앉은 채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어, 지난번에도 지금과 꼭 같았는데….’ 보름달이 환하게 떠올라 있었다. 나는 놀라 둘레를 두리번거렸다. ‘은고양이가 오지 않을까?’ 줄넘기 줄을 나무의자 아래로 늘어뜨려 놓고 삼십 분이 넘도록 기다렸다. “하나, 둘, 셋, 넷… 스물 하나….” 나는 하나 둘을 세며 타닥타닥 줄넘기를 넘기 시작했다. 어느새 달빛을 받아 털이 더 새하얀 은고양이가 나와 함께 줄넘기를 넘었다. “… 여든 하나, 여든 둘….” 백까지 다 세고 돌아보았을 때 은고양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은고양이야, 잘가!” 언젠가 한번은 세엽을 데리고 나와 은고양이를 보여주어야 할 것 같다. 달빛을 받아 온통 새하얀 은고양이…. ● 작가의 말 몹시 배가 고파 보이는 길고양를 보았다. 길고양이에게 무엇이든 먹이려 슈퍼에서 참치 한 캔을 사 뚜껑을 따 주었다. 길고양이는 내가 멀리 떨어져 앉자 다가와 허겁지겁 먹었다. ‘잘가, 은고양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몸이 뚱뚱한 동엽이와 보름달밤 은고양이가 만난 이야기이다. 우리가 살을 빼야 한다든지, 숙제를 열심히 해야 한다든지 그런 자질구레한 일로 분주해 있을 때에도 ‘꿈결 같은 은고양이’는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 ● 작가 약력 서울에서 태어나 강화에서 성장했다. 1973년 소년 잡지에 동시가 추천 완료되었고, 197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부문 입선, 1977년 조선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부문 입선 및 당선됐다. 지금은 한국동시문학회 회장과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 “숙제 힘들어도 한국어 정말 재밌어요”

    “숙제 힘들어도 한국어 정말 재밌어요”

    │방콕 박현갑특파원│#1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가 좋아요. 기회가 되면 한국에 가서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습니다.” 태국 방콕 시내에 있는 국립 마타욤 왓 마쿠트카삿 중ㆍ고교의 중학교 1학년인 존리칸 프라답캐우(14)양의 시원시원한 우리말 솜씨다.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해서 배운 지 3개월이 됐다.”는 존리칸양은 슈퍼주니어의 노래를 즉석에서 불러 보기도 했다. 이 학교는 지난 5월부터 제2외국어로 한국어 과정을 개설했다. 태국 내 중·고교 중 최초다. 현재 중 1학년 43명과 고 1학년 20명이 한국어를 선택했다. 내년부터는 모든 학년으로 확대된다. #2 “숙제가 많아 힘들지만 한국어 배우기가 너무 재미있어요. 이번에 한국어능력시험 중급과정도 봤고요. 앞으로 한국 지역전문가가 돼 서울에서도 근무하고 싶어요.” 삼성전기 태국법인이 현지에서 채용한 태국인 어라완(31·여)교육담당 과장의 느리지만 또렷한 우리말 표현이다. 어라완 과장 등 이 회사의 관리자급 태국인 직원 170여명은 지난해부터 근무시간 중에 일주일에 3시간씩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태국에서 한국어 배우기 붐이 한창이다. 방콕시내 서점에서는 이영애, 이민호,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의 한국 연예인들의 얼굴이 담긴 잡지나 비디오 등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태국내 최고 대학인 출라롱곤대학은 학부에 이어 석사과정에도 한국어학과를 개설했다. 이같은 한국어 인기를 반영하듯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 응시하는 지원자들도 2007년 450명에서 지난해 636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911명으로 늘어났다. 내년에는 방콕 시험장에서만 1000명이 넘어설 전망이다. 평가원과 방콕 한국국제학교는 현재 방콕과 송클라 두곳에서만 치르는 시험을 내년에는 치앙마이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일대에서 불고 있는 뜨거운 한국어의 인기를 지속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기 노승환 태국법인장은 “기업차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에서도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재를 만드는 등 좀 더 체계적으로 한국문화를 보급시킬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서종 태국 총영사는 “전통문화 공연을 현지에서 기획해 한국문화를 알리는 것은 물론이고 2011년에는 방콕에 한국문화원을 개원하는 등 문화관광부를 중심으로 정부에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eagleduo@seoul.co.kr
  • 노르웨이 국민 “감세보다 복지”

    노르웨이 국민 “감세보다 복지”

    경기 침체 속에도 노르웨이 국민들은 세금 경감 대신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복지 제도를 선택했다. 13~14일 실시된 총선에서 중도좌파 연정이 재집권에 성공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노르웨이에서 특정 정권이 연달아 총선에서 승리한 것은 1993년 이후 16년만에 처음이다. 개표가 99% 완료된 가운데 집권 노동당, 사회주의 좌파당, 중도당 등으로 구성된 중도좌파 ‘적-녹’ 연정은 169석 가운데 현재 의석보다 1석 적은 86석을 차지, 가까스로 과반을 넘겼다. 노동당은 64석을 얻었다. 노동당 당수이자 총리인 옌슨 스톨텐베르그(50)는 의회에서 각당 대표들과 가진 회의에서 “우리가 정권을 계속 잡게 됐다.”며 자축했다. 진보당, 보수당, 기민당, 자유당 등 4개 우파 야당은 1석이 늘어난 83석을 기록했다. 진보당은 기존 38석에서 3석 늘어난 41석을 얻었다. 최근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에서 중도 우파 정권이 들어선 것과 달리 노르웨이 좌파 정권이 다시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실업률을 3%대로 유지하는 등 전세계적인 금융 위기 속에서 선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것은 스톨텐베르그 정권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직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노르웨이 국민들은 높은 세금을 부담하는 만큼 복지 제도에 대한 기대도 그 어느 나라보다 높다. 하지만 병원 등 공공 시설이 부족해 응급실에서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복지 체계에 빈틈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르웨이의 대처’를 자처해온 진보당의 시브 옌센(40) 당수는 선거 운동 기간 이같은 점을 지적하면서 세금을 낮추고 석유 수입을 인프라 개선에 사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여전히 석유 수출액으로 조성된 3950억달러(약 481조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복지에 사용하기를 기대하면서 중도좌파 연정에 다시 한번 정부를 맡겼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도대체 무슨 이름이 이렇게 길어

    도대체 무슨 이름이 이렇게 길어

     노르웨이의 버스기사 안드레아스 얀코브는 지난 1월 법원에서 개명 절차를 끝냈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허핑턴 포스트’는 노르웨이 사이트 ‘VG Nett’를 인용해 그가 노르웨이에서 가장 긴 것으로 짐작되는 이름으로 바꿨다고 13일(현지시간) 전했다.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신 다음 그의 새 이름을 발음해보자.    Julius Andreas Gimli Arn MacGyver Chewbacka Highlander Elessar-Jankov    눈치 빠른 이는 알아챘겠지만 그는 영화광이다. ‘Arn’은 스웨덴 기사를 다룬 영화 제목이고 ‘Elessar’와 ‘Gimli’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인물들 이름이며 ‘MacGyver’는 말할 것도 없이 리처드 딘 앤더슨이 주연한 미국 드라마다.또 ‘Highlander’는 크리스토퍼 램퍼트가 주연한 영화다.’Chewbacka’는 영화 ‘스타워즈’에 나온 털복숭이 유인원 같은 외계인.그러고 보니 그의 얼굴 모습이 츄바카와 빼닮았다.  이런 엉뚱한 짓을 한 이유는 뭘까.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동시에 좋아하는 이름을 내 이름으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3년 전부터 생각하기 시작한 일이었다고 했다.여권과 은행 카드도 발급받았다.하지만 칸이 모자라 ‘Highlander’만 빼놓느라 마음 아파 해야 했다.  그럼 첫 번째 이름 ‘Julius’는 뭘까.크리스티안산드 동물원의 유명한 침팬지 이름이란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그로선 이 괴상망측한 이름을 받아들여줄 신붓감을 찾아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만화 ‘태일이’로 부천만화대상 수상 최호철

    만화 ‘태일이’로 부천만화대상 수상 최호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만화 ‘태일이’(전5권·돌베개 펴냄)가 최근 부천만화대상을 받았다.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삶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을 그린 최호철(44) 작가를 최근 그가 강단에 서고 있는 청강문화산업대학에서 만났다. 최 작가는 “이 작품 말고는 본격적인 만화 작업이 없어 미숙한 점이 많은데 과분합니다. 다큐멘터리적이거나 사회적인 내용을 담은 만화의 가능성을 높이 산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① ‘전태일 평전’ 읽고 작품 만들 결심 노동자 인권을 위해 목숨을 버린 노동운동가의 삶은 어린이가 받아들이기에는 어둡고 무거운 것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할 법하다. 그러나 최 작가는 어린이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밝고 긍정적인 부분이 전태일의 삶에 많이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흔히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승리한 사람만 위인전에 등장하지만, 꼭 그런 사람만 본받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요. 오늘날 사회에 끼친 영향을 볼 때 그는 누구보다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세상을 뜬 분들과 다를 바가 없죠.” 전태일의 삶을 그림으로 옮기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꽤 오래 전. 제대 뒤 ‘전태일 평전’을 읽었던 1990년 즈음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최 작가는 청계피복노동조합을 찾았다. 그러다가 그림 교실을 열고 야학 활동을 하며 그곳의 삶을 직접 접하기도 했다. 당시 전태일에 대한 10쪽짜리 만화를 그렸다. ② ‘와우산’ ‘을지로순환선’ 현대미술관에 2003년에야 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의 제안으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하게 됐다. 다시 시작한 취재 과정에서 전태일의 새로운 모습도 많이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외출할 때 항상 옷을 다려 입고 빵모자를 쓸 정도로 멋쟁이었죠. 유머 감각과 친화력도 뛰어나 좌중을 휘어잡았어요. 동료들이 갖은 고난을 헤치며 그의 유지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면모 덕분일 거예요. 무엇보다 목표를 정하면 빨리 이룰 정도로 추진력이 있었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혼자 성공하려면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동료들을 위해 목표를 바꿨죠. 그래서 위대한 것 같아요.” 전태일은 오늘날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그는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전태일’이 많다고 힘주어 말한다.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등이 그들이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의제를 넓히기 위해 만화라는 장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 ③ 회화로 출발 애니·일러스트·만화 등 다양한 작업… 5~6년내 풍속화 작품집 또 낼 것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 절반 이상이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기존 질서에 편입하려는 열망과 집착을 보여주는 게 안타깝다고도 했다. 물론 그가 문제 의식과 메시지만 중요시하는 것은 아니다. “만화는 재미있어야 해요. 이러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재미있게 그릴 수 있을지 숙제죠. ‘태일이’에도 전태일의 삶이 잘 녹아들었는지, 재미있게 그려졌는지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1995년 발표한 단편만화 ‘자전거 나들이’가 새싹만화상 대상을 수상하며 만화가로 정식 데뷔했지만 최 작가는 사실 화가이기도 하다. 84학번인 그는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수많은 우리 이웃의 모습을 따뜻하고 현미경 같은 시선으로 그림 하나에 빼곡히 담은 ‘와우산’(1994)과 ‘을지로 순환선’(그림·2000)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을 정도. 지난해에는 10여 년 동안 발품을 팔아가며 우리네 삶을 담았던 그림들을 모아 작품집을 내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를 ‘그림쟁이’ 또는 ‘시각 이미지 생산자’로 부른다. 어려서부터 화가를 꿈꿨고, 순수 회화로 시작했지만 ‘해돌이와 달순이’, ‘오돌또기’ 등 애니메이션과 여러 어린이책의 일러스트레이션, 만화에 이르기까지 순수미술과 대중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작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민중미술 활동을 하며 시야가 넓어졌어요. 포스터, 걸개 그림, 판화 등 여러 매체를 활용하며 미술이라는 게 전시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죠. 한 번 그리고 전시하고는 다시 창고에 처박히는 그림이 아니라 다양하게 복제돼 불특정 다수에게 다가가는 그림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만화를 시작할 때도 그다지 거리낌이 없었어요.” 그는 항상 작은 스케치북을 갖고 다니며 현실 속에서 자신의 눈으로 본 것들을 그린다. 우리 이웃을 그리고, 창백한 신도시보다는 세월과 사연, 기억이 깃든 달동네나 골목을 그린다. 스케치북이 없으면 불안하다는 그는 벌써 300권을 채웠다. 1000권이 넘는 작가들도 있다며 별 것 아니라고 피식 웃는다. 풍경을 그려도 사람 이야기가 녹아 있는 풍경을 그리는 그를 놓고 혹자는 ‘현대 풍속 화가’라고 평한다. 최 작가 스스로도 풍경과 인물에 대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 피터 브뤼겔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5~6년 내에 새로운 컨셉트를 잡아 작품집을 낼 요량이다. 비정규직이나 이주노동자 문제도 만화로 재미있게 풀어보고 싶어 한다. “장르 구분은 중요하지는 않아요. 어떤 장르건 독단에 빠지지 않고 매체 특성을 잘 이해하며 작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이웃들이 내 이야기가 있구나, 내가 주인공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도록 우리 이웃의 긍정적인 힘을 북돋워주는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습니다.”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영화리뷰] 실화 재현에 치중… 극적 재미 반감 아쉬워

    무고한 대학생이 이태원 한복판에서 살해된다. 2명의 한국계 미국인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유유히 빠져나간다.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은 지난 1997년 4월 실제로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한다. 당시 붙잡힌 10대 한국계 미국인 피어슨과 알렉스(이상 가명)는 둘 중 한명이 범인임이 명백함에도 자신은 목격자일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한다. 이들은 말한다. “우리가 죽였어요. 근데 난 안 죽였어요.” 증언에 따르면 그들이 살인을 저지른 이유는 단지 재미를 위해서다. 더 분통 터지는 것은 시시각각 말을 바꾸고 교묘한 심리전을 펴는 용의자들 앞에서 수사기관은 무력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허술한 현장보존과 증거관리, 법망의 미비함, 한·미간의 정치적 역학관계 등으로 사건은 결국 미궁 속으로 빠지고 만다.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스릴러의 계보를 잇는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 이형호군 유괴사건을 모티브로 한 ‘그 놈 목소리’, 서울 서부지역 연쇄 살인사건을 재구성한 ‘추격자’ 등이 같은 테두리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이 영화들은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소재로 한국사회의 단면을 되짚어보게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이슈 몰이에 강점을 보여왔다.‘이태원 살인사건’ 역시 대한민국의 답답한 실상을 폭로하며 미제 사건이 남긴 숙제들을 곱씹어보도록 하는 데 성공한다. “법대에서 교재로 쓸 수 있을” 만큼이나 법정 공방을 꼼꼼히 묘사한 것도 특이점으로 꼽힌다. 장근석, 신승환이 각각 피어슨과 알렉스로, 정진영이 그들을 쫓는 열혈검사로 분해 흡인력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그러나 극사실주의는 ‘이태원 살인사건’의 미덕이자 족쇄가 돼 버렸다. 현실의 우직한 영화적 재현은 이뤄내고 있으나, 때문에 드라마적 양감과 긴장감은 반감되고 말았다. 실제 사건의 무게감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인데, 장르적 재미를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 있겠다. 또한 용의자의 내면 심리나 담당검사의 고뇌를 기대만큼 깊이있게 그려내지 못했다. 인간사회의 불합리와 부조리 등 보편적인 진실을 짚어내려는 시도가 있지만 보다 다층적으로 접근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10일 개봉. 15세 관람가.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도이체방크챔피언십] 양용은 “다시 붙자 타이거”

    [도이체방크챔피언십] 양용은 “다시 붙자 타이거”

    ‘야생마’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이 또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맞대결을 펼칠 수 있을까. 이번 무대는 보스턴TPC다. 4일 저녁(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보스턴TPC(파71·7207야드)에서 막을 올리는 미프로골프(PGA) 투어 도이체방크챔피언십은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시리즈 가운데 두 번째 대회다. 첫 번째 대회인 바클레이스 출전 선수 125명 가운데 추려진 100명이 출전한다. 이 대회에서는 다시 서른 명의 선수를 떨궈내고 세 번째 대회인 BMW챔피언십에 나갈 70명을 고른다. PGA챔피언십 우승 이후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등 무엇보다 잠이 부족했던 양용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클레이스에서 공동 20위의 무난한 성적표를 제출했다. 페덱스컵 순위는 7위에서 6위로 올랐고, 몇 차례 실수도 눈에 띄었지만 버디 16개와 이글 1개를 잡아내는 등 샷 감각도 무난했다. 특히 최근 경기 결과를 보면 7월 AT&T내셔널 공동 22위, 캐나다오픈 공동 8위, 8월 뷰익오픈 5위, WGC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공동 19위, PGA챔피언십 우승 등 6개 대회에서 25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양용은의 전략은 욕심내지 않고 플레이오프 마지막 대회 투어 챔피언십까지 간다는 것. 네 번째 대회인 투어챔피언십까지 살아남을 ‘최후의 30인’ 안에 들겠다는 생각. 더욱이 매 대회 우승할 경우 챙길 수 있는 2500점의 페덱스컵 포인트는 언제라도 1위를 꿰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플레이오프에 간신히 출전했던 히스 슬로컴(미국)이 바클레이스 우승으로 3위로 뛰어오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양용은과 우즈의 전력, 그리고 페덱스컵 포인트를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1000만달러’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힘에 부쳐 보인다. 2일 현재 양용은의 포인트는 1621점, 1위 우즈의 점수는 3431점이다. 한 차례 우승으로는 ‘최후의 승자’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남은 대회는 세 차례.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경우 누구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우즈의 무릎을 꿇리고 보란 듯이 PGA챔피언십 우승컵을 움켜쥐었던 그였다. 바클레이스에서 1타가 모자라 연장전에 가지 못했던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황제의 위용을 보여줄 때가 됐다. 투어챔피언십에 나가는 건 기정사실화된 것. 그보다 1인자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올해 프로 데뷔 이후 두 번째로 ‘메이저 무관’에 그친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즈로서는 무엇보다 고비 때마다 홀을 외면하는 퍼트가 당장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누가 벽에 낙서한 거야?(윤아해·최경 지음, 이갑규 그림, 한우리북스 펴냄) 낙서대장 나는 남의 집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고 야단을 맞는다. 그런데 울산에 가봤더니 누군가 커다란 바위에다 낙서를 실컷 해놓았다. 커다란 고래, 사슴, 호랑이, 거북이, 마녀까지. 국보 285호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체험해 본다. 8800원. ●나는 학교에 갑니다(노경희 지음, 박영미 그림, 여원미디어 펴냄)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팔과 다리가 없이 태어난 아이. 학교는 처음엔 중증장애인인 그를 거부했다. 하지만 어른들의 걱정과는 달리 오토다케와 그의 친구들은 학교에 잘 적응한다. 오토다케가 사회에 나와서도 잘 살까? 탄탄 피플 인 피플 시리즈 55권 중 한권. 전집 32만 3000원. ●미리 가 본 북한유물박물관(전호태·유경희 지음, 유형식 기획, 한림출판사 펴냄) 남과 북이 분단된 한국에서는 고구려의 유물을 구경할 기회가 거의 없다. 고구려의 영토가 북한에 위치했기 때문. 경주와 부여만으로 삼국시대를 이해할 수는 없다. 만주를 주름잡았던 고구려의 문화유산을 살펴보며 웅지를 키울 수 있겠다. 1만 7000원. ●동물도 이빨을 닦나요?(헤닝 비스너· 발리 뮐러 지음, 귄터 마타이 그림, 박정희 옮김, 소년한길 펴냄) 꽁무니에서 빛을 반짝이는 개똥벌레는 비를 맞으면 감전될까? 고슴도치의 가시는 몇 개나 될까? 하루살이는 진짜 하루만 살까? 이런 엉뚱한 궁금증을 쫙 풀어준다. 글 옆 삽화가 낭만적이다. 1만 4000원. ●물귀신 구출작전(김달님 글·그림, 행복한 만화가게 펴냄) 학습만화가 아닌 순수 창작만화. 초등학교 2학년인 배동이는 최고로 잘생겼지만 어려운 문제만 보면 똥이 마렵다. 이 학교에는 책읽고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물귀신 엘렐레가 있는데 친구들의 숙제도 도와준다. 하지만 어느날 엘렐레가 ‘삐딱선’을 탔다. 왜 그럴까?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8500원. ●즐거운 놀이 세상(레이 깁슨 지음, 아만다 발로·미카엘라 케나드 그림, 김미혜 옮김, 가문비어린이 펴냄) 아이에게 그리고 자르고 붙이는 일이 정서와 두뇌 발달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펴볼 것. 다양한 종류의 미술재료로 아이와 즐겁게 미술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100여가지 담았다. 1만 5000원.
  • 자식 10명 낳고서야 결혼식 올린 커플

    “12년 간 결혼할 틈이 없었어요!” 임신과 출산, 육아를 반복하는 통에 결혼 날짜를 번번이 미뤄야 한 30대 영국 커플이 약혼 12년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레이첼 세이보리(35)와 제이 웡(37)이 12년 간 자식 10명을 낳은 뒤에야 면사포를 썼다고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이 28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두 사람은 14년 전 카지노에서 만나 첫눈에 반했다. 남부럽지 않은 연애를 하다가 1년 만에 세이보리가 덜컥 쌍둥이를 임신했다. 1997년 자스민과 올리비아를 얻은 이 커플은 약혼식을 올리고 이듬해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세이보리가 또 다시 임신한 것. 결혼식은 이듬해로 미뤄졌으나 세이보리는 또 다시 세번째 자식을 가졌다. 이후 2007년까지 1년에 한명 꼴로 아기가 태어나 자식은 10명으로 불어났고 결혼할 틈이 없었다. 더이상 계획하지 않은 임신으로 결혼식을 미루지 않기로 결심한 웡은 정관절제술을 받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사정을 잘 아는 친구들은 돈을 모아 결혼식을 마련해줬다. 결국 세이보리와 웡은 지난 6월 20일 오후 10년 넘게 미뤄온 숙제를 마쳤다. 딸 6명과 아들 4명이 들러리로 참여한 가운데 결혼식을 연 것. 두 사람은 감격해 흐느꼈고 하객들 역시 감동을 받아 울음을 터뜨렸다. 웡은 “아이들이 손을 잡고 식장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다. 이제서야 정식 가족이 된다니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세이보리 역시 “12년 간 결혼식을 하지 못해 아쉬워 한 날도 많았으나 이렇게 자식 10명이 축하해주니 행복하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정준모의 시시콜콜 예술동네] 줄잇는 구청 전시회 전시용 되지 말아야

    지난 주 국립중앙박물관과 덕수궁 미술관, 서울 시립미술관을 다녀 왔다. 소위 국공립박물관, 미술관들이 여름방학 특수를 노려 기획(?)한 불록버스터 전시들을 돌아 보고 그 문제점을 생각해 보고자 나선 길이었다. 하지만 이들 전시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앞 사람에 가려 전시물을 제대로 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고 체험학습용 보고서 작성, 즉 방학숙제를 위해 엄마와 전시장을 찾은 어린 학생들은 관객들의 틈새로 작품이나 유물을 보아야 했고 간혹 아빠의 무동을 타고 숙제를 하는 진풍경도 있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방학 끝 무렵이면 북새통이 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언제부터인지 체험이 중시되면서 일반적인 일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렇게 박물관과 미술관에 인파가 몰리는 것이 단지 방학숙제 때문만은 아니다. 이제 우리국민들도 휴가철에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을 만큼 성숙하고 지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우리국민들 대부분은 문화적 허기를 느끼며 공복감이 크다는 사실이다. 이런 블루오션을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그냥 넘길 리 없다 보니 여러 곳에서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에 부응한다는 명분으로 몇몇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는 제대로 된 전시장도 없이 구청 청사 로비나 회의실 등에서 전시를 한다. 물론 노력이 가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들여다 보면 없느니만 못한 경우도 없지 않다. 이번 여름 많은 구청 청사에서 곤충전, 공룡전, 인체전 등의 전시가 열렸다. 어떤 경우는 작년에 이어 같은 전시가 다시 열리기도 했으며, 어떤 전시는 이미 몇년 동안 전국을 돌아 전시물이 낡고 헐어 보기 안쓰러운 것도 있었다. 이런 구청용 전시를 전문으로 공급하는 대행업체들이 성황을 이룬다는 소식이고 보면 앞으로도 여전히 국민들보다는 구청장들의 수요(?)에 의해 이런 전시가 대세로 자리 잡을 모양이다. 왜냐면 지방자치단체 선거 등을 앞둔 그들에게는 전시용 전시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구청 청사는 난장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시를 찾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민원인들과 엉키고 설킨다. 먼지가 나고 조명은 조잡해서 전시라기보다는 좌판에 물건을 늘어 놓은 듯하다. 여기에 유물들은 최소한의 보호 장치도 없이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 관객의 손에 노출되어 있다. 또 전시를 통해 배워야 할 공중도덕과 관람태도는 전혀 안중에 없다. 그래서 유물에 대한 귀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전시물을 ‘버릇없이’ 대한다. 전시는 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체험이 능사가 아니다. 박물관 미술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류의 문화유산에 대한 외경심을 키워 주는 일이다. 최소한의 유물보호를 위한 항온 항습장치와 보호 장치가 그래서 필요하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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