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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송현 “아나운서 꼬리표 떼기, 조급하지 않아” (인터뷰)

    최송현 “아나운서 꼬리표 떼기, 조급하지 않아” (인터뷰)

    “공수정을 연기할 때 잠깐 ‘그 분’이 오셨다 갈 때가 있었어요.” 아직은 전직 아나운서란 꼬리표를 완벽하게 떼진 못했다. 이제 첫 작품을 끝낸 신인배우 최송현(27). 그는 아나운서 시절 보다 더 생기 있고 행복해 보이는 기운을 내뿜었다. 아나운서 시절에는 마음껏 발휘하지 못했던 끼를 영화 ‘인사동 스캔들’을 통해 십분 발휘했다. “연기 데뷔 성적, 100점 만점에 70점만 받아도 만족해요. 첫 연기인데 다른 배우나 스태프들에게 민폐 안 될 정도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욕도 하고 폭력적이기도 한, 거친 공수정으로 몇 개월을 사는 동안 가족에게도 공수정인 것처럼 대했어요. 막 자란 아이처럼…….” 그는 연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영화 속 공수정의 일터인 서울 인사동 쌈지길을 돌아다니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차를 타고 가다 캐릭터에 대한 생각에 빠져 여러 차례 목적지를 지나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최송현은 공수정으로, 배우로, 4개월간 행복하게 지냈다. #아나운서 꼬리표 떼기 지난 2008년 KBS를 퇴사한 뒤 배우가 되겠다고 선언했을 때 주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돈이 많아 아나운서 때려치우고 배우가 됐다.” “아나운서로 얻은 인지도를 발판 삼아 배우가 되려 하나?” 등 주변의 질타 섞인 눈총을 받기도 했다. 최송현은 우연치 않게 아나운서가 됐다. 대학시절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다. 준비 없이 덜컥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했고 입사한지 얼마 안 돼 스타 아나운서가 됐다. 하지만 아나운서의 세계는 제약이 많았다. 그 세계에서는 끼를 마음껏 펼치지 못했다. “어린 시절부터 끼를 갖고 있었고 남들 앞에서 그 끼를 발산하길 좋아했어요. 그래서 막연하게 배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나운서가 돼서도 배우에 대한 열망을 나 자신도 모르게 키우고 있었나 봐요. ‘상상플러스’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내가 저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데’란 생각이 점점 커갔죠.” 아직은 많은 사람들에게 ‘배우 최송현’ 보다 ‘아나운서 최송현’으로 인식돼 있는 그에게 ‘아나운서 꼬리표 떼기’에 대한 조급증은 없을까? “아나운서 최송현이 있었으니 배우 최송현도 있는 거죠. 퇴사 후엔 길에서 사람들이 ‘아나운서 최송현이다.’고 하면 ‘이젠 아나운서 아니에요’라고 일일이 말해줬는데 이젠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아요. 아나운서란 꼬리표를 떼는 게 앞으로의 숙제지만 굳이 빨리 떼고 싶진 않아요. 아나운서란 내 과거를 부담스러워 하면 스스로도 바보 같은 거죠.” #전도연+김혜수+안젤리나 졸리+나탈리 포트만+최송현=공수정 그림 복원과 복제를 둘러싼 사기극을 그린 ‘인사동 스캔들’을 통해 배우로 전업한 최송현은 미술품 사기극에 돈 냄새를 맡고 찾아온 기술자 공수정 역을 맡았다. 그동안 보여 왔던 지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인사동 스캔들’에서 긴 웨이브 머리, 가죽점퍼의 섹시한 모습으로 거친 대사를 소화하며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했다. 박희곤 감독조차 최송현에게 “아나운서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공수정 역할은 거칠다. 그래도 할래?”라고 말했다. 최송현은 오히려 첫 작품이어서 아나운서 이미지에 반하는 센 역할을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시작된 공수정 생활. 그는 공수정 연기 모델로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전도연, ‘타짜’ 김혜수, ‘원티드’ 안젤리나 졸리, ‘레옹’ 나탈리 포트만의 캐릭터들을 꼽았다. 그리고 24시간 동안 공수정만 생각한 그는 꿈에서라도 공수정이 나와주길 바랐다. “공수정과 비슷해 보이는 캐릭터라면 영화에서 모두 생각해내 다시 보고 연구했어요. 그래서 ‘피도 눈물도 없이’ 전도연 선배, ‘타짜’ 김혜수 선배, ‘원티드’ 안젤리나 졸리, ‘레옹’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한 극중 역할들을 모두 참고했어요. 네 캐릭터와 최송현이 합쳐져 공수정이 탄생한 거죠. 잠깐이었지만 ‘그 분’(보통 배우들이 배역에 몰입해 자신을 잠시 잊어버리게 되는 것을 그 분이 오셨다고 한다)이 오셨다 가신 것 같았어요. 협박하는 장면에서 공수정이 사람들을 깔아뭉개는 액션을 하는데 재미있었거든요. 그 때만큼은 최송현이 아닌 공수정이었어요. 순간 희열 같은 걸 느꼈어요. ‘아, 이래서 배우를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연기 맛을 알게 된 거예요. 맛있는 연기의 맛…. 내 안에 있지만 몰랐던 부분을 극대화시키는 게 배우 같아요.” 서울신문NTN 홍정원 기자 cine@seoulntn.com / 사진=강정화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꼴찌도 “학교가 좋아졌어요” 연희中 방과후 학교 비결은

    꼴찌도 “학교가 좋아졌어요” 연희中 방과후 학교 비결은

    진하(15·서울 연희중 2학년)는 열등생이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몰라도 남들이 그렇게 불렀다. 성적은 꼴찌. 수업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앉아 있는 시간이 힘겹고 지겨웠다. 그 시간을 이기려 끊임없이 딴짓을 했다. 옆 아이에게 속삭이고 앞자리 학생 머리를 두드렸다. 당연히 교사들은 진하를 문제아로 지목했다. 수업 분위기 흐리는 산만한 아이. 진하에 대한 평가였다. ●저소득층 아이들 학습+보육 진하는 수업이 끝나기만을 눈빠지게 기다렸다.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고 싶어서다. 그런데 정작 학교를 마치면 할 일이 없었다. 친구들은 대부분 학원에 갔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진하는 학원에 가본 적이 없다. 터덜터덜 집에 가면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는 일 나갔고 어머니는 안 계신다. 밥 차려먹고, 텔레비전 보고, 게임 좀 하고 나면 할 게 없었다. 그저 멍하니 앉아 있다 잠자리에 들었다.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이었다. 그런 진하가 “이제 학교가 너무 좋아졌다.”고 했다. “학교 안 가는 주말이면 아쉽다.”고도 했다. 진하가 변한 건 지난해 2학기부터다. 연희중이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공부방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후다. ●교사·대학생 오후8시까지 무료 지도 공부방 프로그램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돌보고 학습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육과 생활교육, 학습지도가 합쳐진 형태다. 교육 양극화를 줄여보자는 취지다. 현재 1·2학년 10명씩 20명이 공부방에 참여하고 있다. 무료다. 정규수업이 끝나면 1시간 동안 대학생 봉사자들이 놀아주며 공부를 돕는다. 이후 교과 담당 교사들은 기초 교과목을 가르친다. ●표정 밝아지고 태도 좋아져 2시간 공부가 끝나면 전담 교사 2명과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 오후 8시까지는 자율학습이다. 컴퓨터든, 숙제든, 미술이든 하고 싶은 건 다한다. 말 그대로 자율학습이다. 성적도 조금씩 향상됐다. 꼴찌하던 진하는 5등 정도 올랐다. 학교에 정이 붙기 시작한 게 이유다. 이 학교 황복연 교감은 “그래도 중요한 건 성적이 아니다.”고 했다. “아이들 표정이 밝아지고 생활 태도가 좋아진 게 가장 놀랍고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공부방에는 일방적 입시교육도, 자율학습이라는 이름의 타율학습도 없었다. 임정자 전담교사는 “경쟁이 심해지고 교과학습의 중요성만 강조되고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아이들을 바른 사회인으로 자라게 하는 게 교육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의 한 해 방과후학교 예산은 210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22개 중학교가 운영하는 공부방에 대한 예산은 10억원이 채 안 된다. 글 사진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한국 女핸드볼 일본에 2년만에 무릎

    6일 일본 가와사키의 토도로키 아레나에서 벌어진 핸드볼 한·일 정기전에서 남자팀은 호쾌한 승리를 거뒀고, 여자팀은 숙제를 떠안았다. 한국 남자팀은 전반부터 기선제압에 성공해 36-27로 손쉬운 승리를 낚았다. 윤경신(36·두산), 이재우(30·카타르) 등이 빠지며 확 젊어진 남자팀은 지난 1월 세계선수권대회(크로아티아) 때 조직력을 맞춰본 덕분에 여유있는 경기를 했다. 피봇 박중규(26·두산)와 왼손잡이 정수영(24·웰컴코로사), 정의경(24·두산) 등이 번갈아 일본 골망을 흔들어 내년 아시안게임 전망을 밝게 했다.앞서 치러진 경기에서 여자팀은 27-32, 5점차로 고배를 마셨다. ‘한 수 위의 전력’으로 평가받던 한국은 대폭 물갈이된 선수들이 손발이 맞지 않은 탓에 곳곳에서 허점을 보였다. 결정력 있는 슛이 부족했고, 수비 콤비네이션이 조화롭지 못했다. 체력부담도 커 보였다. 2007년 카자흐스탄에서 편파판정으로 재경기까지 치렀던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예선(29-30) 이후 2년만의 패배. 세대교체 중인 신예들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아시아 맹주’를 유지하려면 다시 신발끈을 조여야 할 때다.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고비 넘긴 쌍용차, 구조조정·자금조달 관건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쌍용자동차가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 법원의 실사 결과 회사를 살리는 게 파산보다 4000억원가량 가치가 높은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법원의 판단 근거는 쌍용차가 공언한 대규모 인력 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회생 각본’에서 벗어날 경우 다시 파산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무엇보다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간 충돌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가 최대 숙제다. 쌍용차는 현재 전체 직원 7130여명 가운데 37%인 2646명을 감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6일 법원의 ‘기업가치 보고서’ 결과에 대해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고려해 해고에 맞서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쌍용차가 8일 노동부에 정리해고를 신고하는 것에 맞서 7일 오후 2시간 파업에 들어간다. 자금확보 여부도 미지수다. 이날 보고서는 직원 퇴직금 등 구조조정 비용 및 신차 SUV ‘C200’ 개발비 등 2500억원의 필요 자금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차질없이 조달될 경우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단은 여전히 회생이 확실히 보장되기 전까지는 신규 자금 대출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쌍용차는 노조를 설득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현하는 동시에 자금 지원을 받아 신차를 개발해 수익을 올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쌍용차 관계자는 “22일 1차 관계인 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오는 9∼10월쯤 2·3차 회의에서 회생 여부가 최종 확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시론] 남북공영의 정책·인프라 구축을/장성호 배재대 정치외교학 교수

    [시론] 남북공영의 정책·인프라 구축을/장성호 배재대 정치외교학 교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강행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이 채택된 이후 안보리 산하 제재위원회가 유엔결의 1718호의 제재대상과 기관을 확정했다. 로켓 발사가 한반도와 국제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적 행위이자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불장난에 대한 응분의 조치였다. 이에 대응하여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영변 핵시설에서 폐연료봉재처리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에도 “유엔 안보리가 즉시 사죄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 자위 조치 차원에서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ICBM) 발사시험, 경수로 건설을 통한 핵원료 기술 개발을 개시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시대착오적인 북한의 통상적인 벼랑끝전술이다. 특히 북에 볼모로 잡혀있는 개성공단 현대아산 직원인 유모씨 문제를 접하면 할 말을 잃는다. 국제법과 정보화의 물결이 지배하는 다원적인 21세기에 살면서 우리의 동족인 어설픈 중세봉건국가를 상대하는 격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전략에 냉정하게 대처하여 국민생명보호의 국가적 의무와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북한이 한반도 위기상황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지만 결국 양패구상(兩敗俱傷·쌍방이 다 패하고 상처를 입음)할 수 있는 한반도 전체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은 북정권의 몰락을 재촉할 뿐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최근 들어 북한은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지속적으로 한반도 전체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남북한이 공존공영하며 미래 통일한국을 열기는커녕 대량 살상무기 개발과 수출을 통해 자신만의 사욕을 채우겠다는 반민족적·비인도적인 행위다. 북한당국은 개혁과 개방을 통해 성공적으로 국가를 개혁하고 있는 중국을 모델 삼아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체제의 내실 있는 성장을 이뤄야 한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인질사태와 같은 파괴적인 위협이 아닌 민족이 모두 살 수 있는 공생의 인프라구축을 촉구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진정한 승리라고 했다. 정부는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논리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제 한반도는 핵이라는 거대한 담론 속에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새로운 군 시스템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정치체제 재편과 국가경영이라는 큰 숙제를 풀어가야 할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정부는 대북대화원칙을 기준삼아 유화적이며 엄격한 원칙을 통해 북한의 비이성적인 행위에 따른 한반도 긴장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 더 이상 과거정권처럼 우왕좌왕하는 수서양단(首鼠兩端)의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도 국가 위기상황에서 구태의 당파싸움을 지양하고 국민통합을 위한 화합의 정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 한반도에 필요한 것은 핵을 매개로 한 전쟁위기가 아닌 우방과의 튼튼한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남북한 평화공존과 이를 통한 평화통일에 대한 발전적인 진보다. 정부는 미국 등 동맹국과의 공조에 외교력을 총동원해 장거리 로켓과 핵을 연계시킨 후속도발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을 기화로 하는 억지와 위협이 결국 체제붕괴를 앞당기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민족적 비극을 자초해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장성호 배재대 정치외교학 교수
  • 한국탁구 몰락?

    ‘수비탁구’ 명콤비인 김경아(32·대한항공·세계랭킹 8위)-박미영(28·삼성생명·20위) 조가 선전했지만 만리장성을 넘기에는 힘이 모자랐다. 김경아-박미영 조는 4일 일본 요코하마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여자복식 준결승에서 중국의 궈옌(4위)-딩닝(16위) 조에 1-4(3-11 9-11 14-12 10-12 10-12)로 져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로써 한국은 남녀 단식과 복식, 혼합복식 등 5개 부문에서 모두 결승에 오르지 못하는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동메달 1개는 2005년 중국 상하이 대회 때 4강에 진출한 오상은(32·KT&G·12위) 이후 세계선수권 최악의 성적표다. 김경아-박미영 조는 남자 못지 않은 강한 파워로 무장한 궈옌과 18세 왼손잡이 신예 딩닝의 날카로운 드라이브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첫 세트에서 단 3점만 따내며 부진하게 출발한 김-박조는 2세트에서 커트 수비에 이은 빠른 공격 전환으로 9-6까지 앞섰으나 3점차의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세트스코어 0-2로 몰린 3세트에서 김-박 조는 회전량 많은 커트로 상대 수비를 흔들며 듀스끝에 14-12로 세트를 따냈다. 하지만 고비인 4세트에서 6-9로 끌려가다 10-10 듀스를 만들었지만 상대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잇따라 실책을 저질러 결국 세트를 잃었다. 5세트에서도 힘겹게 듀스까지 끌고 갔지만 상대의 쇼트에 허를 찔려 결국 주저앉았다. 한국 탁구가 이번 대회에서 몰락함에 따라 서현덕(중원고), 김동현(대흥중) 양하은(흥진고) 등 유망주 중심으로 서둘러 대표팀을 물갈이해 올림픽에 대비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정치방학… 여야 지도부 잇단 외유길

    여야 지도부가 각각 당내 우환을 뒤로하고 외유길에 오른다.●박희태 대표 18~27일 호주·뉴질랜드행 한나라당 지도부는 4·29 재·보선 참패에 따른 당 쇄신과 원내대표 경선 등 숙제를 떠안은 채 대거 해외로 나선다. 박희태 대표는 호주 총리 등의 초청으로 18∼27일 호주, 뉴질랜드 등을 방문한다. 주호영 원내 수석부대표, 김효재 대표비서실장, 윤상현 대변인, 유기준 의원 등이 동행한다.홍준표 원내대표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원내부대표인 이범래·김정권 의원과 함께 6∼1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방문한다.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이기도 한 홍 원내대표는 9일 남아공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짐바브웨, 케냐, 이집트 등에서 국제올림픽의원회(IOC) 위원들을 만나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 종목 유치에 힘쓴다는 설명이다.●원혜영 원내대표 터키 등 해외정보기관 시찰 민주당 지도부도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복당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 간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로 나간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과 함께 3일 터키, 케냐,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해외정보기관을 시찰하기 위해 출국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19일부터 22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건국 60주년 기념 한·중 미술전시회’에 참석한다.주현진 허백윤기자 jhj@seoul.co.kr
  • “메이저 컵도 진열하고 싶어요”

    ‘이제 남은 건 메이저 우승컵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과 9개월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우승컵을 7개나 수집한 서희경(23·하이트)이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에 도전한다. 5월1일부터 사흘간 경북 경주 디아너스골프장(파72·6538야드)에서 펼쳐지는 한국여자오픈은 신세계 KLPGA선수권대회, KB국민은행 스타투어 3차 대회와 함께 국내 여자골프의 3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하나. 2주 전 롯데마트오픈에서 올해 첫 승을 올려 ‘다승 사냥’에 신호탄을 올린 서희경으로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메이저 정복 세리머니’가 남은 숙제 가운데 하나다. 수두룩하게 우승컵을 진열해 놓았지만 어딘가 빈 구석이 있었던 터. 첫 출전한 2007년 대회에서 공동 17위, 지난해 공동 40위로 변변치 않은 성적. 그러나 이는 이름 석 자가 제대로 알려지기 전의 일이었다. “올해 첫 승 덕에 마음이 편하다. 기세를 몰아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찌감치 경주로 내려가 코스를 돌아본 서희경은 “2년 전 경기를 했던 곳이지만 연습할 때 어렵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면서“버디를 낚을 수 있는 홀이 많지 않아 공격적인 플레이보다는 안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전략을 공개했다. 지난 대회 신지애(21·미래에셋)와 연장 세 번째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준우승한 유소연(19·하이마트)이 설욕을 벼르고 있고, 시즌 초 부진했던 김하늘(21·코오롱)도 회복 기미를 보였다. 더욱이 빼놓을 수 없는 변수는 ‘아마추어의 반란’. “역대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는 게 중평이다. 3주 전 아시아·태평양 국가대항전인 퀸시리키트컵 개인전 우승과 단체전 3연패를 주도한 ‘장타 소녀’ 장하나와 국내 개막전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려 강한 인상을 남겼던 김세영(이상 17·대원외고) 등 국가대표 6명 전원이 출전해 언니들과 샷대결에 나선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지방시대] 동부산관광단지 사업 성공하는 길/박창호 부산도시공사 감사

    [지방시대] 동부산관광단지 사업 성공하는 길/박창호 부산도시공사 감사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는 좌우명으로 제격이다. 자연과 우주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물의 흐름을 통해 예지를 배우라는 뜻일 것이다. 물의 품성은 부드럽고 겸허한 데다 내면적 에너지도 충일하다.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법도 물처럼 흘러야 제멋이다. 법(法)이라는 글자를 파자(破字)하면 ‘물(水)이 흘러간다(去)’는 의미라는 해석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법은 시절과 세상살이에 들어맞아야 한다. 사람이 만든 법이 국가와 사회 문화 등 세상살이의 경계를 뛰어넘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다. 법과 규율이 사회를 편 가르거나 옥죈다면 그것은 되레 멍에로 추락하는 것이다. 정의를 구현하고 민의를 반영해야 할 법이 상선약수의 이치에 반해선 안 되는 이유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는 법도 적지 않다. 미래 성장의 축으로 떠오르는 관광산업을 다루는 관광진흥법 일부 규정 등도 그러하다. 1970년대에 싹이 튼 우리 관광산업은 지금 대중관광, 대량관광, 복지관광의 차원으로 급성장했지만 정작 관련 법령들은 이 같은 변화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부산 동부산관광단지 조성사업도 이 범주에 속한다. 동부산관광단지 사업은 비록 외국 투자자와의 협상에 실패하긴 했지만, 반드시 이뤄야 할 부산의 비전사업이다. 관광단지 수준을 글로벌 트렌드에 맞추고 투자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이 긴요하다. 그 첫 단추가 관광진흥법,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 등 법 개정과 정부의 지원이다. 관광산업 관련 법령 개정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최근 관광수요는 도심형 또는 정주형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단지형·복합 관광지 개발을 지향하는 추세다. 하지만 관광진흥 관련 법규는 도입 가능 시설이 공공편익, 숙박, 운동 오락 등 법이 정한 일정 시설만 설치토록 제한돼 있다.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전국 관광단지 227곳 중 86%인 195곳의 공사가 지지부진하다는 통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동부산관광단지 안에 적정 규모의 휴양형 주거시설을 허용해야 한다.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제60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시설지구안에 설치할 수 있는 시설) 등은 관련 법령 개정으로 풀어내야 할 숙제다. 주거시설 도입과 관련된 논란은 큰 흐름에서 ‘나무보다 숲을 본다.’는 의지로 설득해야 한다. 외국에도 사례가 있다. 두바이의 팜 아일랜드, 싱가포르의 센토사 리조트도 휴양형 주거단지를 조성했다. 유명 기업인과 연예 및 스포츠 스타들이 주거를 분양받아 휴양지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또한 외국인투자촉진법 손질도 불가피하다. 현행 법령상 ‘개별형 외국인 투자지역으로 지정 가능한 관광시설은 미화 2000달러 이상으로 관광호텔업, 수상관광호텔업, 한국전통호텔업, 전문휴양업, 종합 휴양 및 유원시설로 제한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투자 범위가 너무 좁다. 수련원은 물론 기업 휴양 및 연수원, 실버타운, 웨딩타운, 전문학원, 어린이 외국어 학교 등이 외국인 투자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선택과 집중’의 기회가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광단지 관련 법령 개정은 비단 부산만 걸린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를 포함한 전국 지자체가 동병상련의 상황일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등은 물론 정치권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동부산관광단지는 시행자의 노력만으로는 100%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상공·산업계와 언론을 포함한 부산 시민들이 깊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준다면 이미 사업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박창호 부산도시공사 감사
  • 초등생 수십대 매질 교사 징역형

    거짓말을 하거나 숙제를 안해온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2학년 학생 두 명을 막대기로 수십 차례씩 때린 교사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 권성수 판사는 23일 초등학생에게 체벌을 가해 전치 2∼3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상해)로 불구속 기소된 인천 모 초등교 교사 A(29·여)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권 판사는 당초 약식기소된 A씨를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권 판사는 판결문에서 “(A교사는) 다른 교육적 수단이 없지 않았는데도 체벌을 가했고 그 방법과 정도도 지나쳤다.”고 유죄 판단의 이유를 밝혔다.A씨는 지난해 10월 담임을 맡은 교실에서 받아쓰기 시험 도중 B(당시 8세)군이 예상되는 답을 미리 연필로 흐리게 써놓고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분필 굵기에 50㎝ 길이의 막대기로 엉덩이를 80대 때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 8일 후에는 숙제를 해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C(당시 8세)양의 엉덩이를 막대기로 27대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혔다.A씨는 지난해 11월 해임된 뒤 소청심사를 청구해 정직 3개월로 감경받았지만 ‘집행유예 이상의 판결을 받으면 교직을 떠나야 한다.’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 학교를 그만둬야 할 처지가 됐다. A씨는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정상문 前비서관 구속] 檢 ‘100만달러 = 뇌물’ 기싸움서 다시 주도권

    ■ 鄭 수감, 수사에 미칠 영향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는 막판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검찰과 노무현 전 대통령간에 힘의 균형이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검찰은 한숨을 돌린 반면, 노 전 대통령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게 됐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에겐 우리 안에 가둬야 할 대상이었고, 노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든지 보호해야 할 요인(要人)이었다. ● 鄭 “ 전 대통령은 전혀 몰랐다” 검찰이 재수 끝에 ‘국고 등 손실’로 구속한 것도 검찰의 고민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정 전 비서관 구속의 다급함을 잘 보여준다.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노 전 대통령과 600만달러(100만달러+500만달러)의 관련성을 풀어내겠다는 계산이다. 정 전 비서관이 자유롭게 조사받는 상황에서는 노 전 대통령과의 교감과 말맞추기가 가능해 수사가 난항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과 떼어놓을 필요성이 그만큼 컸던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을 잡은 검찰은 앞으로 각본에 따라 정 전 비서관 옥죄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정 전 비서관을 통해 풀어야 할 숙제는 크게 세 가지 정도다. 우선 권양숙 여사가 2007년 6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아 사용했다는 100만달러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알고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100만달러=노 전 대통령 뇌물’이란 점을 입증시키기 위해서는 돈 전달자인 정 전 비서관의 진술이 나와야 한다. 검찰은 박 회장의 500만달러(지난해 2월)를 놓고 박 회장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간의 엇갈린 진술의 진실을 3자회동의 당사자인 정 전 비서관이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500만달러에 대한 지배력이 있음을 확인했을 뿐 노 전 대통령이 실제 주인이란 심증을 뒷받침할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이 ‘주군’을 대리해 참석했고, 회동 내용을 보고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결국 500만달러의 열쇠는 정 전 비서관이 쥐고 있는 셈이다. 또한 정 전 비서관은 자신이 차명계좌로 가지고 있던 15억 5000만원도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를 가려줄 유일한 인물이다. 이 돈에는 권 여사가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으로부터 받았다고 거짓 진술한 3억원과 정 전 비서관이 횡령한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 5000만원이 포함돼 있다. 정 전 비서관이 21일 서울구치소로 향하며 “(비자금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으나 진술 변화도 배제하지 못한다. 노 전 대통령은 암중모색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힌트를 얻은 뒤 인터넷 공격을 펼쳤던 노 전 대통령으로서는 정 전 비서관이 무엇을 어떻게 진술할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유효적절한 패를 갖기란 쉽지 않다. 방어막을 상실한 노 전 대통령과 검찰과의 최종 라운드가 시작됐다. ● “집안 뜰 돌려주세요” 다섯번째 글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다섯번째로 ‘저의 집 안뜰을 돌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신문·방송에 나올 사진이 두려워 바깥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고, 아무도 올 수 없어 저희 집은 감옥”이라면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사생활이라도 돌려달라.”며 언론에 취재 자제를 호소했다. 오이석 김민희기자 hot@seoul.co.kr
  • 엄마의 엄마의 엄마랑 함께 살아요

    엄마의 엄마의 엄마랑 함께 살아요

    글 이미현 기자 | 사진 이강훈 정진희 씨네 집에는 도깨비가 산다. 오늘은 아들 덕영이의 안경이 사라졌다. “너는 엊저녁에 벗어둔 안경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니?” “그게 발이 달렸어, 날개가 달렸어. 잘 찾아봐.” 애타게 찾아 헤매던 덕영이의 안경은 재활용 폐지 봉투에서 발견되었다. 과연 안경 도깨비의 정체는? 올해 96세 되시는 진희 씨의 외할머니 고쌍금 씨다. 읽지도 않은 조간신문을 매번 폐지함에 넣는 사람도 할머니다. 물론 식구들은 열 번도 더 넘게 물었지만 그때마다 할머니는 “내가 안 치웠어야. 내가 그걸 뭐하러 만지냐” 하셨다. 식구들이 나갔다 돌아오면 물건들이 자리 이동을 해 있지만, 할머니는 모르는 일이다. 진희 씨네 집은 모녀 4대가 함께 산다. 고3인 딸 선영이부터 진희 씨, 어머니 이기순 씨, 외할머니 고쌍금 씨까지. 진희 씨의 친정 동생인 용선 씨도 같이 산다. 엄마의 엄마는 외할머니다. 그럼 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증조 외할머니’가 떠오르지만 증조외할머니는 엄마의 엄마의 시어머니를 이르는 말이다. 부계 중심의 우리 사회에서 엄마의 엄마의 엄마를 이르는 호칭은 없다. 그렇다면 선영이와 덕영이는 엄마의 엄마의 엄마를 어떻게 부를까? 할머니라고 부른다. 그럼 외할머니와 어떻게 구분하느냐고? 귀가 어두우신 할머니는 큰 목소리로, 외할머니는 보통 목소리로 부르면 된다. 처음부터 진희 씨가 친정어머니와 외할머니를 함께 모시고 살았던 것은 아니다. 5년 전 진희 씨의 남편이 일 때문에 중국으로 가게 되면서 혼자 계신 친정어머니 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그런데 1년 반 전, 큰외숙모가 건강상의 이유로 외할머니를 모시기가 힘들어지면서 외할머니도 함께 살게 되었다. 원래는 요양원으로 모실 계획이었지만, 선영이와 덕영이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같이 살면 안 되냐고 진희 씨, 외할머니 기순 씨를 설득한 것이다. 진희 씨네 집은 늘 시끌벅적하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외할머니를 모시고 사니 온 식구들 목청이 커진 탓도 있지만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탓이다. 하루는 진희 씨가 퇴근해 돌아오니 온 식구들 입이 이만큼 나와 있었다. 고쌍금 할머니 왈. “오줌소태 때문에 소메(소변)가 나 죽겠는데 니네 어메는 밥 먹으라고 소리만 지르고, 설거지하면 한다고 뭐라 하고 성가셔 죽겠다.” 깔끔한 성격의 기순 씨 왈. “니네 할머니 때문에 못 살겠다. 밥도 안 먹고 니네 아빠가 사준 그릇은 다 깨놓고. 오늘은 니 아들까지 말을 안 듣는다.” 덕영이는 “할머니는 괜히 짜증만 내요. 학원은 5시까지만 가면 되는데 4시부터 빨리 안 간다고 소리 지르고”라며 울먹이고, 선영이는 숙제가 많아 밤을 새야 한다며 울상이다. 할머니는 소고기 미역국을 끓여드리고, 어머니는 마사지를 해드리고, 두 아이는 잘 달랬다. 그래도 진희 씨는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단다. 외할머니가 아직 건강하셔서 빨래도 개키고, 설거지도 해서, (물론 진희 씨가 다시 해야 하지만) 집안일을 덜어주시니 감사하고, 아이들이 학교 갔다 돌아오면 집에 늘 어른이 계시니 마음이 놓인다. 어느새 아이들의 말투도 달라졌다. “셔츠 어디 있어?” 묻지 않고, 할머니처럼 “웃옷 어디에 있어?” 한다. 덕영이는 고쌍금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외삼촌은 선영이의 든든한 빽이다. 얼마 전에는 할머니가 진희 씨 손에 파스 봉투를 쥐어주시더란다. 그 안에는 진희 씨에게 주는 용돈이 들어 있었다. 돈을 봉투에 넣어서 주는 건 봤는데, 마땅한 봉투를 못 찾으신 모양이었다. 그 얘기를 하는 진희 씨 눈가가 촉촉하다. 진희 씨가 선영이를 혼낸 날이면, 어머니 이기선 씨는 선영이가 좋아하는 삼겹살을 사온다. “선영아 삼겹살 사왔는데, 너 좋아하는 새우젓도 꺼낼까?” 그러면 잔뜩 부어 있던 선영이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돈다. 오늘도 식구들은 도깨비가 언제 나타날지 잔뜩 긴장하며 살지만, 그 도깨비는 물건은 숨기는 대신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모양이다. 진희 씨네 집에선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으니 말이다. 이달의 가족 소개 노 할머니 고쌍금(96세) : 연세는 많지만 항상 집안 청소와 빨래, 설거지를 도와주십니다. 가끔은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도 깨시고요. 그럴 때면 외할머니가 짜증을 내시기도 해요. 그래도 저는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아이스케키 사 먹어라 하시면서 1,000원을 주시기도 하거든요. 외할머니 이기순(70세) : 몸이 편찮으신데도 옷가게를 하십니다. 수영을 아주 잘하시고요, 언제나 예쁘게 화장을 하고 계세요. 항상 엄마와 노 할머니와 티격태격하시지만 마음이 따뜻하십니다. 엄마 정진희(43세) : 우리 집의 실질적인 가장이십니다. 왜냐하면 아빠가 중국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요리도 잘하세요. 요즘엔 바쁘셔서인지 스파게티도 잘 안 해주고 주먹밥도 안 만들어주시지만 그래도 항상 고생하셔서 죄송스럽습니다. 누나 김선영(19세) : 매일 절 괴롭히지만 공부도 잘하고요, 특히 영어를 아주 잘해요. 하나밖에 없는 자랑스런(?) 누나입니다. 누나 이제 나 좀 괴롭히지 마. 나 김덕영(15세) : 건담 프라모델을 좋아하는 사고뭉치랍니다. 건담에 색칠한다고 거실 소파에 얼룩도 만들었고요, 나무젓가락으로 칼 만든다고 온 집 안을 어지럽혀서 엄마에게 눈물이 날 만큼 혼나기도 해요. 특히 씻는 것을 싫어해서 할머니 엄마 누나가 단체로 잔소리를 해요. 그래도 머리 감는 건 귀찮아서 싫더라고요. 아빠 김경철(44세) : 중국 상해에서 사업을 하십니다. 바쁘셔서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언제나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삼촌 정용선(38세) : 셋째 외삼촌입니다. 엄마가 물장수라고 불러요. 삼촌 회사에서 해양심층수라는 물을 팔거든요. 살이 쪄서 곰이라고 놀리기도 하고요. 요즈음은 다이어트 중이고요, 예쁜 여자 친구도 있어요. 이달의 가족 소개는 이 댁의 막내인 김덕영 군이 해주었습니다.
  • [현장행정] 종로구 청소년 꿈나무 프로젝트

    [현장행정] 종로구 청소년 꿈나무 프로젝트

    종로구가 아동·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복지 사업인 ‘종로 꿈나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프로젝트는 49억원을 투입, 단계적으로 다양한 사업이 펼쳐지는 청소년 ‘복지 종합 선물세트’다. 16일 종로구에 따르면 구는 ▲안전하고 건강한 종로 ▲즐겁게 배우는 종로 ▲더불어 함께하는 종로 ▲미래를 준비하는 종로 등 4대 정책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세부 사업을 추진한다. 김충용 구청장은 “2세들에 대한 투자는 곧 미래를 위한 투자”라면서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을 뿐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며 꿈을 키울 수 있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구는 이를 위해 가정복지과를 중심으로 총무과, 주민복지과, 자치행정과 등이 모여 진행사항을 점검하기로 했다. 구는 이번 프로젝트의 초점을 ‘건강과 공교육 지원’에 맞췄다. 안전하고 건강한 종로를 위해 어린이 비만 관리뿐 아니라 종합적인 건강관리 프로그램 운영 등 모두 23개 사업이 동시에 이뤄진다. 지역 24개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친환경 마감재 사용 의무화, 공기질 측정지원 등과 우리 농산물 사용, 화학조미료 없는 친환경 급식환경 캠페인도 펼친다. 또 보건소에서는 아토피질환을 앓는 어린이와 부모들을 위한 특강과 어린이 건강캠프도 여름·겨울 방학에 열린다. 구는 어린이 유괴 사고 등 등·하굣길 어린이 안전사고를 위해 ‘어르신 새싹 수호대’를 운영, 학교 주변 순찰·보호에 나섰다. 6월까지 지역 5개 초등학교에 20여대의 폐쇄회로(CC) TV도 설치한다. 구는 공교육 활성화에도 발벗고 나선다. 학생들을 위한 책걸상 교체, 교실 환경 개선 등 하드웨어적 사업부터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 배치, 영어 체험센터 운영, 한문·예절 교실 등 다양한 사업들을 시작한다. 이와 함께 환경·역사 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영어로 즐기는 신나는 북촌 한옥마을 체험학습, 전통 문화와 놀이를 체험하는 인사동 청소년 문화존 운영, 유용한 미생물(EM) 청소년 환경·문화 아카데미도 연다. 이밖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지역 의료법인 및 자원봉사단체와 함께 치과진료, 청소년 금연 클리닉, 건강 가족캠프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또 각동 주민센터에서 운영 중인 방과후 공부방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했다. 바로 ‘방과후 교실, 티치미’다. 단순히 학교가 끝난 학생들에게 간식과 숙제를 봐주는 공부방에서 수영, 탁구, 태권도, 영화관람, 역사탐방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접목한 공부방이다. 지난달 3일부터 교남주민센터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점차 늘려갈 방침이다. 정동식 가정복지과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종로는 아동·청소년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면서 “지속적 점검과 적극적 프로그램 발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현장 행정] 성북구 멘토링 프로그램 ‘친한 친구’

    [현장 행정] 성북구 멘토링 프로그램 ‘친한 친구’

    올해 중학교에 진학한 김모(14·서울 성북구 장위3동)양은 ‘한부모가정’의 자녀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홀어머니는 중증 당뇨병을 앓고 있다. 김양은 어릴 적부터 관심 밖에서 혼자놀기 일쑤였다. 얼굴도 자주 씻지 않고 고집이 세 친구들도 없었다. 지난해 8월 김양에게 작은 변화가 생겼다. 구에서 운영하는 아동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여대생 언니를 멘토로 소개받은 직후였다. 김양은 건강관리부터 숙제와 학교생활, 교우관계까지 세심하게 보살핌을 받자 자신을 아낄 줄 아는 소녀로 바뀌었다. ●일상생활 지도에서 문화체험까지 서울 성북구가 운영하는 멘토링 프로그램 ‘친한 친구’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아동들의 삶의 질을 바꿔 놓고 있다. 14일 성북구에 따르면 ‘친한 친구’는 소외받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자는 정부 ‘드림스타트 사업’의 하나다. 빈곤의 대물림을 차단하기 위해 저소득·다문화 가정 아동들에게 다양한 1대1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성북구에선 장위1~3동이 대상지역이다. 구는 지난해 3월 멘토링 센터의 문을 연 뒤, 1기 자원봉사자 20명을 뽑았다. 지난해 12월 1기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난 11일 성북아트홀에서 2기 발대식을 가졌다. 한해 사업비 3억원은 대부분 정부와 서울시에서 지원받는다. 20~50대 멘토(me nto)들은 매주 3~4시간씩 초등학생 멘티(mentee)들과 개인적인 시간을 보낸다. 1만원 안팎의 교통비만을 지급받지만 아이들 삶의 변화를 온몸으로 유도한다. 멘토는 주부, 대학(원)생, 자영업자 등 참여 연령층도 다양하다. ‘멘토링 서비스는 일상생활, 학습, 문화체험 지원으로 나뉜다. ▲일상생활 멘토링은 위생·건강·영양관리와 대중교통 이용, 시간개념, 예절교육 등으로 구성된다. ▲학습지원은 숙제·독서·학교생활 지도 외에도 필요할 경우 담임교사 방문까지 포함한다. ▲문화체험은 역사기행, 미술관견학, 천체관측, 요리, 래프팅, 연극관람 등을 통해 아이들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든다. ●좋은 일하는 멘토에 경쟁 치열 중학생이 된 김양을 지도했던 여대생 이은주(22·성신여대3년)씨는 “학교 홈페이지에 오른 멘토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했다.”면서 “작은 관심만으로도 아이가 좋은 방향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무척 뿌듯했다.”고 전했다. 주부이자 심리학 전공의 대학원생인 손정미(49·중계동)씨도 “틱장애(신체 일부를 반복적 움직이는 것)를 앓던 한모(14·장위2동)군이 변화하는 것을 통해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한군은 요즘 매주 한권씩 책도 읽는다. 2기 프로그램에는 40여명의 멘토 지원자가 몰려 세상이 따뜻하다는 사실을 반증했다. 신지영 사회복지사는 “다양한 계층의 지원자가 몰렸고, 좋은 일을 하는 데에 경쟁률이 2대1을 넘었다.”고 말했다. 서찬교 구청장은 “빈곤은 부모에게 자녀에 대한 희망을, 아동에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게 한다.”면서 “이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바른 장래를 위한 길로 인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4·29 재보선 현장] “경제 어려운데 누가 나오든 무슨 상관” 냉랭

    이명박 정부 2년차에 치러지는 ‘4·29 재·보선’의 결과는 향후 여권의 정국 운영과 여야 및 각당 내부의 역학관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신문은 14일 국회의원 재선거 지역 가운데 여야가 각각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두 곳을 둘러봤다. 한나라당내 친이·친박간 세력 다툼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 경북 경주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 김근식 후보와 격돌하는 전주 덕진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 전주 덕진 4·29 재·보선 후보등록 첫날인 14일.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지는 전주 덕진은 ‘정중동’의 분위기였다. 큰 길을 따라 3분 남짓 거리에 있는 민주당 김근식 후보와 무소속 정동영 후보 사무실의 열기가 서서히 지역구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였다. 덕진 재선거는 ‘텃밭’을 지키려는 민주당의 김근식 후보와 정치 재개를 노리고 민주당을 탈당한 정 후보의 승부로 압축된다. 이날 정 후보는 오후 2시30분쯤, 김 후보는 오후 4시30분쯤 전주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등록을 마쳤다. 덕진구 금암1동에 있는 김 후보 사무실은 15일 개소식 준비에 한창이었다. 김 후보 쪽의 일성(一聲)은 ‘텃밭’이었다. “지금 같은 때에 ‘젊은 통일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같은 덕진구 진북동 정 후보 사무실에는 ‘당이 버린 정동영 우리가 살려냅시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봄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정 후보 쪽은 “후보의 경력과 지지도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유권자들의 목소리는 갈렸다. ‘전주의 아들’을 내건 정 후보가 대체로 우세했지만, 당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정 후보와 전주북중학교 동창이라는 택시기사 심범봉(56)씨는 “정 후보가 전주에서는 무조건 되지. 선거운동 안 하고 저렇게 사진만 걸어놔도 돼.”라며 정 후보 사무실 외벽에 걸린 현수막을 가리켰다. ‘어머니, 정동영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정 후보의 웃는 얼굴이 담겨 있었다. 북진동 모래내 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양복남(55·여)씨도 “대선후보까지 했던 사람이 전주에 내려왔는데…. 우리 아저씨랑 나랑은 정동영 꼭 찍을 거여.”라고 귀띔했다. 분식집 곳곳에는 후보들이 남기고 간 명함이 쌓여 있었다. 여기저기서 ‘당보다는 사람’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주부 김양순(49)씨는 “당을 보고 노무현 뽑았다가 이렇게 된 거 아니여. 이번에도 돈 받았다고 나오는 거 보니까 권력 있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나봐.”라며 씁쓸해했다. 반면 택시기사 김장환(46)씨처럼 “죽으나 사나 민주당”이라며 당을 보고 한 표를 행사하겠다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김씨는 “정치인이 당을 떠나면 무슨 힘이여.”라면서 “민주당 후보를 뽑아줘야지.”라고 말했다. 인후동에 사는 주부 박명희(46)씨는 “아직 전주에서는 민주당의 힘을 무시하지 못 한다.”면서 “전통적인 ‘선택’을 쉽게 바꿀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일부 주민들은 어려운 생활 속에서 재선거는 생각할 겨를도 없다고 토로했다. 진북동의 카센터에서 근무하는 강민홍(27)씨는 “경기가 이런데 누가 나오든 무슨 상관이냐.”고 불평했다. 강씨는 “어른들은 정 후보를 좋아할지 몰라도 젊은 사람들은 아니다.”면서 “내가 논산 출신인데 정 후보가 이인제랑 다를 게 뭐냐. 해준 것도 없이 선거 때만 찾아오는 게 보기 안 좋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전주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경북 경주 “괘씸하긴 하지만 여당 후보가 돼야 경주가 발전 안 하겠능교.”, “정종복이가 이상득이 ‘양아들’이라 카데예. 우리는 무조건 박근혜입니더.”  경주 재선거에서는 출마 후보보다 그 뒤에 있는 ‘거물 정치인’끼리의 승부가 더 관심거리다. 한나라당 후보인 정종복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낙선한 뒤 절치부심하며 재도전을 노려 왔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복심’으로 불린다. 이에 맞서 박근혜 전 대표의 안보특보를 지낸 무소속 정수성 후보는 현지의 ‘박근혜 정서’에 기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 후보는 “경주의 밀린 숙제를 풀겠다.”며 ‘힘 있는 여당 후보론’을 내세웠다. 유권자들의 개발 욕구를 파고들겠다는 생각이다. 지역의 시급한 현안인 양성자가속기의 국비 지원 문제와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사업 등이 원활히 처리되기 위해서는 집권세력의 핵심인사를 ‘여의도’로 보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다. 정책대결로 나가야지, 정치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앙당에서 요란하게 ‘지원군’을 보내는 것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괜히 친박 정서를 자극해 선거가 친이·친박 대리전으로 흘러가는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무소속 정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론’을 주창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경주개발’을 박 전 대표와 함께 완성하겠다.”면서 “경주를 역사문화 특별시로 재탄생시키겠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 쪽은 “이번 재선거에서 당선되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디딤돌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유권자들의 반응도 서로 달랐다. 이들은 민감한 선거 분위기를 반영하듯 실명 공개를 꺼렸다.  성동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40대 주인은 선거에 대해 묻자 대뜸 친이 쪽의 ‘무소속 정 후보 사퇴 종용’ 논란을 언급했다. 그는 “요새 사람들 만나면 다 그 얘기한다. 자기들이 뭐라고 후보를 사퇴하라 마라 하느냐.”면서 “지난해 총선 공천 때도 친박 의원들 다 떨어뜨려 놓고 염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표가 후보 사퇴 종용 논란에 대해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지적한 것에 경주 현지의 표심(票心)도 술렁이고 있었다. 경주역 앞에서 가게를 하는 50대 여주인도 “정 전 의원이 서울에서 잘나간다고 카더만, 자기만 잘나갔지 경주는 그대로 아인교.”라면서 “전에는 힘 없어서 경주 발전 못 시킸나.”라고 반문했다.  반면 정 전 의원을 지지한다고 밝힌 60대 택시기사는 “경주가 발전할라 카믄 실세가 돼야 안 되겠능교. 미워도 우야겠노.”라고 말했다. 황오동에서 만난 부동산 중개업자는 “정 전 의원도 많이 변하겠다고 하는데 한번 믿어 봐야지.”라고 털어놨다.  경주의 유권자들은 이처럼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와 ‘박근혜 향수’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었다.  경주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대표팀 골게터 발굴 시급” 허정무호 월드컵예선 전력분석

    허정무(53)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일 치른 북한과의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를 분석하면서 ‘대형 공격수 부재’를 거듭 강조했다. 허 감독은 13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기술발전위원회를 마친 뒤 “타깃형 공격수 부재 해결은 앞으로의 숙제”라면서 “정성훈(부산)은 K-리그에서 골을 넣고 있지만 대표팀에선 UAE와의 최종예선 이후 찬스를 못 살리고 있다. 유병수(인천), 이승렬(FC서울) 등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중도 하차한 조동건(성남)도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 감독은 이어 “외국인 선수들이 K-리그에서 각 팀의 공격을 도맡으면서 국내 선수들의 입지가 좁아졌다.”면서 “특별 프로그램을 도입해서라도 공격수를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황선홍(현 부산 감독)과 김도훈(성남 코치)과 같은 대형 스트라이커가 없다.”면서 “조재진(감바 오사카)과 이동국(전북)에게 기대했지만 이들이 주춤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회의를 주재한 이회택(63) 기술위원장은 “지난 북한전 분석과 함께 최종예선 남은 3경기에서 이겨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룰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6월6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전 올인을 위해 대표팀 소집을 5월29일로 하루 앞당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UAE전에 앞서 2일 UAE 두바이에서 바레인과 한 차례 평가전을 치르기로 합의했다. 한편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홍명보(40)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은 기성용(서울), 구자철(제주), 조영철(니가타) 등 프로선수들의 차출에 대해 “규정을 따르겠지만 프로팀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월드컵 기간이 K-리그 시즌 중이라 선수들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할 수도 있어 대학선수들을 잘 다듬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또 “어떤 선수든 (U-20 월드컵이 열리는) 오는 9월 어떤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에코서트·비오 마크 확인하세요

    석면 함유 화장품에 대한 공포가 번지면서 유기농 제품들이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 유기농을 내세운 마케팅도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제품을 선별하는 기준을 잡는 게 또 다른 숙제다. 유기농 화장품 멀티숍 온뜨레측은 10일 “석면 화장품에 대한 위험이 커지면서 이번 달 들어 소비자 문의가 2배 이상 급증했다.”면서 “하지만 국내에는 법규상 유기농 화장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1%의 자연 성분만 들어가도 자연주의 화장품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기농 인증을 통과한 제품인지, 유기농 재료 함량이 어느 정도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가장 쉬운 방법은 유기농 인증마크인 ‘에코서트(ECOCERT)’와 ‘비오(BIO)’ 마크를 확인하는 것이다. 에코서트는 유럽공동체 ECC의 법률에 기반해 유기농 품질관리 규정에 따라 검사를 수행하는 기구이다. 40여개 유기농 화장품 회사가 참여한 코스메비오(COSMEBIO)도 인증 절차를 수행하고 있다. 비오 마크는 유기농 성분의 식물성 원료가 95% 이상 함유된 제품에 표시된다. 화장품 성분 표시를 꼼꼼히 살펴보는 습관도 필요하다. 제품에 함유된 ▲식물성 원료 가운데 유기농 원료의 함유율 ▲전체 원료 중 유기농 식물성 원료의 함유율 ▲전체 원료 중 천연 원료의 함유율 등을 따져야 한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열린세상] 자본 자유화의 함정/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자본 자유화의 함정/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우리 경제는 자본 자유화의 함정에 빠져 있다. 자본시장을 자유화한 4년 뒤인 1997년에는 외환위기를 겪었으며 1인당 국민소득은 1995년 1만달러를 달성하고도 14년이 지난 지금 2만달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성장이 정체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11년 전 외환위기 때와 똑같은 원인으로 다시 금융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금의 위기는 자본 자유화라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성장률이 높으면서 금리 또한 높은 국가가 자본이동을 자유화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노려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환율이 적정수준보다 하락하게 되어 경상수지가 악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보다 높은 금리 탓에 은행들은 외국에서 자금을 차입해 오면서 지금과 같이 단기외채가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외국 자금이 유입되면서 통화량까지 늘어나 주가나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형성된다. 이 모든 것이 자본 자유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비록 경제성장률과 금리가 함께 높은 나라라고 해도 선진국과 같은 높은 금융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유입된 외국자본을 해외에 다시 투자하면 환율이 과도하게 하락하는 것을 막아 경상수지가 악화하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같이 금융기술이 낮은 국가는 해외투자를 늘리면 투자손실이 커져 해외자본 투자가 활성화하지 않게 된다. 결국 과도하게 유입된 외국자본 탓에 환율이 적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서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되고, 들어왔던 외국자본이 지금과 같이 유출되면서 외환위기 또는 주가가 급락하는 금융위기를 당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외국보다 떨어지면서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외국투자자들이 돈을 벌어가게 되어 국부가 해외로 유출된다. 무역으로 어렵게 번 돈을 결국 자본 거래에서 다시 내주게 되어 지금과 같이 경제성장이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자본 자유화로 얻는 다양한 이득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는 실제로 너무 빨리 그리고 급속히 자본시장을 개방했다. 아직도 실업률이 높아 일자리를 만들려면 성장률을 높여야 하는데 우리경제는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미국이 비교우위가 있는 금융산업을 수출하려고 중국 측에 자본 자유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우리나라의 경험을 교훈삼아 자본 자유화를 미루고 있다. 우리가 이러한 자본 자유화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경제성장률을 낮추거나 금리를 국제수준으로 낮추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우리경제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가능치 않다. 실업이 높은 상황에서 성장률을 낮출 수가 없고 그리고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기술 또한 단기간에 발달시키기 어려워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어 나가는 것을 막기도 어렵다. 우리는 이번 위기를 극복하더라도 반복적으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자본 자유화를 되돌이킬 수 없는 지금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이번 위기가 극복되면 우리 정책당국은 외국보다 높은 금리 탓에 늘어나는 단기외채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국내 금융기관들은 금융기술을 개발해서 무역으로 벌어온 돈이 외국인들의 주식투자 수익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이 지금과 같이 경제성장이 정체되는 자본 자유화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고 또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수준의 늪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 경제에 던진 숙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엄마와 읽는 동화]불량식품은 맛있어! -이환제-

    [엄마와 읽는 동화]불량식품은 맛있어! -이환제-

    숙제를 하면서도 지금 내 마음은 문구점에 가 있어요. 학교 앞 문구점에서 연필이나 공책, 색종이 같은 문구만 파는 게 아니잖아요. 쫀쪼니, 쫀듸기, 달고나, 짱셔요…. 그리고 여러 가지 색색깔의 새콤달콤 맛있는 사탕들…. 우리 엄마는 용돈을 절대로 안 주거든요. 나하고 같은 2학년 아이 중에 날마다 천 원씩 용돈을 받는 친구들도 있는데 말이에요. ‘나도 용돈을 받았으면….’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날마다 불량식품을 실컷 사 먹을 수 있잖아요. 이상하게 엄마가 사 주는 간식거리는 맛이 없어요. 어른들이 먹지 말라는 불량식품은 어떤 줄 알아요? 그야 뭐 무지무지 먹고 싶고, 엄청나게 달콤하고, 아주아주 맛나지요. 친구들이 불량식품을 사 먹을 때 조금씩 떼어 주어서 잘 알거든요. 숙제는 하기 싫고, 불량식품은 먹고 싶고…. 나는 숙제를 하다 말고 발딱 일어섰어요. 엄마는 오랜만에 친구들 모임에 가고 아빠는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었어요. 거짓말을 하기로 마음먹고 나니까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그런데 하고 싶은 말 대신 엉뚱한 말이 툭 튀어 나왔어요. “아빠, 티브이 보세요?” “응?” “헤헤, 티브이 보시냐고요?” “이 녀석아, 알면서 왜 물어?” “그냥.” 나는 상냥하게 말하며 아빠 어깨를 주물러 드렸어요. “진희, 너 아빠한테 할 말 있지?” “어떻게 알았어요?” “갑자기 아빠한테 존댓말 하며 예쁜 척하는 거 보면 다 알아.” 나는 속으로 흠칫 놀랐어요. 아빠한테 거짓말 하려는 내 마음을 들켜 버린 것 같았어요. 나는 아빠 몰래 숨을 크게 들이 쉬었어요. “아빠, 공책 사게 천 원만 주세요.” 공책 산다는 건 거짓말이고 그 돈으로 불량식품을 사 먹을 생각이에요. 한번 말문이 트이자 거짓말이 술술 나왔어요. “국어 공책도 사야 하고, 알림장도 사야 돼. 공책 때문에 어제는 선생님한테 혼났어. 다 쓴 공책을 모르고 그냥 가지고 갔거든.” “공책 때문에 선생님한테 혼났다고?” 아빠는 뭔가 생각에 잠겼어요. 무슨 말을 할 듯하다 말고 지갑에서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주었어요. “공책 사가지고 민지네 가서 숙제 하고 올게.” 나는 학교 갈 때처럼 가방을 챙겨 나왔어요. 나는 곧장 민지네 집으로 갔어요. “민지야, 우리 문방구에 가서 맛있는 거 사 먹고 숙제 하자.” 내가 돈을 보여 주며 말하자 민지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어요. “와, 신난다! 얼른 가자.” “쉿! 조용히 해. 너네 엄마 다 듣겠다.” “히히, 알았어.” 우리는 문방구에 가서 먹고 싶은 것을 몽땅 샀어요. 모두 다 100원짜리로만요.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학교 운동장 제일 구석진 곳으로 가서 맛있게 먹고 돌아와 얼른 숙제를 했어요. 집에 오자 아빠가 소리 없이 웃더니 말했어요. “진희야, 아까 너 공책 때문에 선생님한테 혼났다고 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거짓말한 것 때문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어요. 갑자기 배가 아픈 것 같았어요. 불량식품이 잔뜩 들어가 있는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요. 갑자기 아빠가 말했어요. “진희야, 이야기 하나 해 줄까?” “무슨 이야기?” “들어 보면 알아.” 너처럼 꼭 3학년 때 일이야. 어느 날 아침 나는 학교에 가다 말고 집으로 재빨리 뛰어갔어. 공책을 사야 하는데 깜빡하고 돈을 안 타 갔거든. 삽짝 문을 들어서며 소리 쳤지. “공책 사게 돈 좀 주세요.” 설거지를 하던 엄마가 부엌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어. “공책 한 권이 얼마냐?” “20원요.” 엄마는 젖은 손으로 방에 들어가더니 이내 도로 나왔어. 지금 집에 돈이 한 푼도 없다는 거야. 내가 울상을 지으며 서 있자 엄마는 얼른 부엌에서 달걀 두 개를 가져왔어. “달걀 하나에 10원이다. 이거 두 개 가지고 가서 공책하고 바꾸어 써라.” 아휴, 달걀하고 공책하고 바꾸어 쓰라니, 난 무척 창피했어. 달걀하고 공책을 바꾸는 걸 누가 보기라도 해봐. 얼마나 창피하겠어. 뭐? 달걀을 공책하고 바꾸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그거야 지금 네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렇지. 네가 그때 나였다면 넌 아마 더 창피했을지도 몰라. 전에 우리 반 누가 달걀을 연필하고 바꾸어 쓰는 걸 보고 아이들이 막 놀려 먹었거든. 연필 살 돈도 없는 가난뱅이라고. 학교 정문 앞에 있는 문구점은 언제나 아이들로 붐볐어. 그러니까 아무도 몰래 공책하고 달걀하고 바꿀 수도 없잖아. 누구든 보기만 하면 금방 소문을 내고 말테니까. 달걀을 주머니에 하나씩 나누어 넣고 학교로 가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무거웠어. 느릿느릿 학교로 가던 나는 길에서 벗어나 개울가로 갔단다. 나뭇가지로 개울가 둑을 판 다음 달걀 두 개를 흙속에 묻어 두었어. 그리고 얼른 학교로 갔지. 선생님한테는 공책도 없이 공부하러 덜렁덜렁 왔다고 혼이 났단다. 대나무뿌리 회초리로 손바닥을 다섯 대나 맞았어. 무척 아팠지만 참았어. 친구들한테 놀림 당하는 것보다 선생님한테 회초리 맞는 것이 차라리 나았으니까. 그 달걀은 어떻게 한 줄 아니? 공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하고 구워 먹었어. 어떻게 구워 먹었냐 하면, 먼저 진흙으로 달걀을 두툼하게 싸는 거야. 그래서 그걸 땅속에 묻고, 달걀 묻은 자리에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 모닥불을 피우는 거지. 모닥불 열기 때문에 땅 속에 묻은 달걀이 맛있게 잘 익거든. 집에 돌아와서는 거짓말을 했어. 학교 가다가 넘어져서 달걀 두 개를 다 깨버렸다고. 다음날 나는 또 공책 사게 돈을 달라고 했지. “돈 없다. 달걀하고 바꾸어 써라.” 그러면서 엄마는 또 달걀 두 개를 손에 쥐여 주시는 거야. 당연히 오늘은 돈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어쩔 수 없이 또 달걀 두 개를 가지고 가는 수밖에. 마당에서 모이를 쪼고 있는 닭들이 미워 보였어. 우리 집에 닭이 없으면 달걀도 없었을 테고, 그러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하고. 어른들 몰래 나는 닭들한테 괜히 심술궂은 발길질을 했어. 지금 생각하면 그 닭들이 너무나 고마운데 말이야. 힘없이 터덜터덜 걷다가 나는 또 달걀을 땅속에 묻어 두고 학교로 갔어. 친구들한테 놀림 받는 것은 정말 싫었거든. 나는 선생님한테 또 매를 맞았지. 이번에는 열대나 맞았어. 얼마나 아프던지, 매를 맞고 돌아서는데 눈물이 뚝 떨어지더라. “와, 많이 아팠겠다. 그런데 땅에 묻은 두 번째 계란은 어떻게 했어?” “어떻게 했을 것 같니?” “또 구워 먹었을 것 같은데.” “아니야. 이번에는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가게에 가서 군것질을 했단다. 계란하고 먹고 싶은 것하고 다 바꾸어 먹었지. 한 개에 5원씩 하는 풀빵하고도 바꾸어 먹고, 쫄쫄이하고 달고나 하고도 바꾸어 먹고….” “어, 쫄쫄이하고 달고나는 지금도 있는데!” “정말이야? 그런 불량식품이 지금도 있다니 놀랍구나.” “달걀로 군것질하고, 집에 가서 안 혼났어?” “네 할머니는 내가 당연히 공책하고 바꾼 줄 알았겠지.” 나는 사지 못한 공책은 어떻게 했냐고 물었어요. “또 공책 없이 학교에 갈 수는 없잖아. 그래서 생각 끝에 달걀을 훔치기로 했어. 날마다 닭장에서 알을 꺼내오는 것이 내가 할 일이었거든. 그날 저물녘에 달걀을 꺼내면서 그 중 두 개를 아무도 몰래 숨겼지. 삽짝 밖 호두나무 아래 풀숲에.” “정말?” “다음날 아침, 숨겨 놓은 달걀을 가지고 아주 일찍 집을 나섰어. 아이들이 없을 때 문방구에 가서 공책하고 바꾸려고. 다행히 아이들 눈을 피해 무사히 공책하고 바꾸었단다.” 아빠가 머리를 긁적이며 나를 바라보았어요. 처음엔 배가 많이 아픈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아빠 말을 듣다 보니 배 아픈 것이 가라앉았어요. 그래도 아빠를 속이고 거짓말을 해서 돈을 타 내어 거짓말을 한 것이 마음에 걸렸어요. ‘아빠는 나보다도 더 했는데 뭘.’ 우리 아빠는 거짓말을 하고 달걀까지 훔쳐 냈잖아요. 나는 마음이 조금 놓였어요. 아빠한테 거짓말한 것도 들키지 않았고, 불량식품을 먹었는데도 배가 안 아팠기 때문이죠. ‘불량식품 먹으면 배탈 난다고? 흥, 엄마는 거짓말쟁이. 히히, 난 이렇게 괜찮잖아.’ 그래도 혹시 배 아프면 어떡하나 생각하며 배를 문질러 보았어요.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져도 나한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날 저녁, 민지네 집으로 전화를 했다가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어요. 민지 좀 바꾸어 달라니까, 민지 엄마가 숨넘어가는 소리로 이러는 거예요. “진희야, 우리 민지 지금 막 토하고 난리 났다! 뭘 잘 못 먹어서 그런지, 배 아프다고 데굴데굴 구르고 토한다니까! 얘, 얼른 전화 끊자. 민지 데리고 응급실에라도 가 봐야겠다.” ●작가의 말 몇 년 전 북한강변으로 이사하고 봄부터 아이들하고 닭을 길러 보았습니다. 암탉이 알을 낳고, 그 알을 품어 병아리가 깨어나자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습니다. 이듬해가 되자 닭은 이십여 마리로 불어났답니다. 달걀을 많이 낳아 이웃집하고 나누어 먹었지요. 달걀을 보니, 어릴 적 문방구에 가서 달걀을 공책이나 연필하고 바꾸고, 불량식품하고도 바꾸어 먹던 기억이 났습니다. ●작가약력 ▲1963년 충남 청양 출생. ▲199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동화집으로 ‘여우는 어디로 갔을까?’, ‘잘가라, 산도깨비야’ 등이 있음. ▲지금은 경기도 양평 북한강변에서 가족과 텃밭을 가꾸며 살고 있음.
  • [월드이슈]창설 60돌 나토의 과제

    [월드이슈]창설 60돌 나토의 과제

    “21세기에 맞는 신전략구상 아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4일 창설 60주년을 맞는 나토의 새로운 출발을 주창했다. 냉전 이후 다극화 시대에 맞게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1949년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한 미-유럽간 군사동맹체의 성격으로 출발했던 나토는 90년대 초반 옛 소련의 붕괴로 ‘목적’을 잃은 듯했다. 하지만 9·11테러 이후 대테러 전쟁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한편에서 러시아는 여전히 옛 소련의 중흥을 되찾으려는 야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은 나토의 여전한 숙제다. 나토 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상존한다. 브느와 다보빌 전 나토 주재 프랑스대사는 “현 나토 체제는 낡고 지나치게 비대하다.”면서 “오랫동안 미뤄 뒀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프 데 후프 스헤페르 나토 사무총장도 지난달 30일 “나토 구조가 여전히 냉전시대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며 나토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나토를 주도하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영국 런던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이어 3~4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와 독일 켈에서 열리는 나토정상회의를 연쇄적으로 방문한다. 오바마로서는 경제동맹과 군사동맹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갖고 유럽 순방길에 오른 셈이다. ●미국발 아프간전 군사동맹 가늠자 이번 나토정상회의 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각국에 아프간 전쟁 참여를 독려할 예정이다. 스헤페르 사무총장은 아예 총대를 멘 듯 “아프간 전쟁은 미국만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9일과 30일 잇따라 아프간 병력 보강을 위해 연간 20억 달러(약 2조 7800억원)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고 각국은 추가 파병을 위한 계획안을 이번 주말 안으로 마무리져야 한다고 종용했다. 결국 아프간 전쟁은 나토가 미국의 대테러전쟁에 얼마나 성의를 보일지를 가늠할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정상회의에 이어 6일 터키를 방문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은 이슬람 국가의 여론을 살피기 위한 행보로도 읽힌다. 하지만 나토 회원국들이 영국을 제외하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대테러전쟁의 예봉에 섰던 국가는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캐나다와 네덜란드, 덴마크 정도였다. 더욱이 금융위기라는 커다란 숙제를 안은 유럽국가들로서는 G20 정상회의만큼의 리더십도 보이기 어렵다. “나토 내 리더십의 불균형”을 지적한 존 허튼 영국 국방장관의 성토는 영국 외에 아프간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우군이 없음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이다. 이러한 소극적 태도의 이면에는 아프간 전쟁이 절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도 상존한다. 데이비드 매키어넌 아프간 주둔 나토군 사령관은 “우리 병력은 이기는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나토 동진 견제 지난해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으로 나토와 러시아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나토 가입을 희망했던 그루지야에 대한 러시아의 응징은 나토의 동진(東進) 의지에 대한 강력한 경고였던 셈이다. 지난달 2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가진 오바마 대통령과 스헤페르 사무총장의 회담에서도 러시아 문제는 언급됐다. 스헤페르 사무총장은 “나토는 러시아가 필요하고 러시아도 나토가 필요하다.”면서 대화 재개를 희망했지만 급한 쪽은 나토다.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 아프간 전쟁, 동유럽 MD 등 모두 러시아의 동의 없이는 실현하기 어려운 일들이기 때문이다. 또 나토와 러시아가 반목할수록 “나토는 냉전시대의 유물”이라는 비판을 계속해서 받을 수밖에 없다. “나토의 역할은 대서양에 한정돼야 한다.”고 말한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발언은 냉전시대와 현재의 나토는 달라야 함을 의미한다. 양자의 관계가 개선될지는 이후 재개되는 나토-러시아 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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