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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항공·防産전’ 관련업체 수출에 기회/김봉석 경희대 컨벤션경영학과 교수

    [기고] ‘항공·防産전’ 관련업체 수출에 기회/김봉석 경희대 컨벤션경영학과 교수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Seoul ADEX 2011)가 열리고 있다. 1996년 처음 개최된 이후 아시아에서 가장 급성장하고 있는 국방 관련 전시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시회로 자리매김했다. 정부에서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정부와 군 네트워크를 통한 해외 VIP의 초청 및 의전, 서울공항 등 전시회 개최장소 사용허가, 군인력의 지원, 공군 에어쇼 등 볼거리를 제공했다. 지식경제부 역시 방산물자의 수출마케팅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올해 세계 52개국 105명의 장·차관, 합참의장, 방위사업청장, 육·해·공군 총장들을 초청하였고, 31개국 313개 업체가 전시회에 참가하기로 결정돼 방산 수출의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다고 본다. 특히 초청 인사 중 중후진국 국가의 장성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주목된다. 방산물자 및 무기수출의 과녁이 되는 국가들이면서, 군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민간보다 커 이들 장성이 곧 바이어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 유수의 국방 관련 전시회는 민·관·군의 유기적인 협력, 특히 정부와 군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리더십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정부와 군의 직·간접 지원 아래 조직위원회와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이루고 있고, 조직위원회 아래 민간단체인 해당 협회가 전시회의 운영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국방 관련 전시회들은 정부와 군이 적극 개입하여 전시회를 이끌어 나가고, 전문전시 대행사가 운영을 맡아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세계적인 국방 관련 전시회를 가진 프랑스와 영국 역시, 방산 관련 협회가 운영을 맡고 있지만, 이미 사전단계에서 정부·군 합동 위원회가 구성되어 전체적인 개최 전략을 협의하고 지원 방향과 운영에 대한 협력 지침을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단체가 조직위원회를 맡고 있고, 주최와 주관을 모두 민간이 담당하며, 정부와 군은 그 하위단계에서 지원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조직체계로 말미암아 효율적인 전시회 운영과 원활한 소통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대두하고 있다. 해결해야 할 숙제다. 국방 관련 전시회는 일반 무역전시회와 그 성격을 달리한다. 방산물자 및 무기는 독자적 수출이 불가하다. 따라서 정부나 관련 라이선스 허가권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프랑스, 영국 방산업체들은 독자적으로 방산물자의 수출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 방산업체들은 정치·외교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수출국, 금지국을 정부 및 군과 협의해야 한다. 또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와 남미 국가들은 군부의 정치적 개입이 크고, 군의 방산물자 구입에 대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초청 VIP의 선정이 방산물자 수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점을 알아야 한다. ‘Seoul ADEX’가 세계적인 국방전시회로 발전하려면 민·관·군의 유기적인 협력은 조직위원회 차원에서부터 협력 거버넌스가 구축되어야 한다. 민간, 정부 그리고 군이 공동조직위원회에 같이 참여하여 원활한 의사소통체계를 갖추고, 각 주체가 가진 자원의 공유 전략 수립에서부터 체계성과 합리성, 그리고 투명성을 가진 전시회 운영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협력체계가 수립되어야 한다.
  • “옷차림만 봐도 한·중·일 국적 구분할 수 있죠”

    “옷차림만 봐도 한·중·일 국적 구분할 수 있죠”

    “옷차림만으로 100m 앞에서도 국적을 구분할 수 있어요. 일본 사람이 가장 쉬운데 크레이지하거나 개성 넘치는 스타일이 많죠. 한국 사람은 약간 미묘한데 검정이나 흰색 옷을 주로 입어요. 쇼핑백을 잔뜩 든 사람은 중국인 관광객인데, 차이나타운의 중국인 차림새는 그리 세련되지 못하죠.” ●“한국 사람들은 옷을 정말 좋아해” 오는 22일까지 서울 대치동 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리는 2011 서울패션위크에 초청되어 패션쇼를 여는 미국 브랜드 ‘유나이티드 뱀부’의 디자이너 뚜이 팜(43)은 옷차림만 봐도 한·중·일 국적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유나이티드 뱀부는 베트남 태생인 뚜이가 일본 출신 미호 아오키와 함께 만든 브랜드다. 두 사람은 뉴욕에서 활동 중이다. 미호는 임신 중이라 한국에 오지 못했다. 1998년 뉴욕에서 탄생한 유나이티드 뱀부는 일본 등지에 매장이 있다. 국내 갤러리아 백화점에서도 만나 볼 수 있다. 뚜이는 “뉴욕에서 샘플제품 세일을 하면 한국 여학생들이 많이 와 한국 사람들은 옷을 정말 좋아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1975년 베트남전쟁이 끝나고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와 버지니아에서 자란 뚜이의 원래 전공은 건축이었다. 건축학교에 다닐 때 같이 방을 썼던 친구들이 파슨스 같은 유명 패션학교에 다녔다. 룸메이트들이 새벽까지 하던 숙제를 돕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패션 디자이너가 됐다며 뚜이는 미소를 지었다. “오랜 기간 건축을 공부했는데 건축의 핵심은 디자인이죠. 건축, 패션, 가구 등의 디자인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건축을 통해 배운 디자인을 패션으로 전환한 셈이죠.” 덕분에 그의 작품은 패턴이 혁신적이며 건축적인 선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듣는다. 유나이티드 뱀부란 이름은 홍콩 삼합회 조직의 이름이기도 하다. 당시 사회 현상이었던 갱 문화에 관심이 있었던 뚜이는 아시아 출신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브랜드 이름으로 삼았다. 손님으로 온 중국인들은 대나무는 한데 뭉치면 결코 꺾을 수 없는 힘을 발휘한다는 말을 해주고 갔다. ●과감한 ‘프레피 룩’ 추구 그가 추구하는 브랜드 정신은 ‘과감한(dirty) 프레피 룩’이다. 프레피 룩은 미국 드라마 ‘가십 걸’에 주로 나오는,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옷차림새다. “모든 미국 패션 브랜드는 백인 중심의 프레피 룩인데, 우리는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 등장하는 세상의 가식에 반항하는 주인공이 입을 법한 옷을 추구한다.”는 것이 뚜이의 설명이다. 단정함과 더러움이란 대치되는 주제로 만들어낸 그의 옷은 음악인, DJ 등 예술가들 사이에서 인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는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을 초청한 국빈 만찬에서 한국 디자이너 두리정의 드레스를 입어 화제를 모았다. 뚜이는 “오바마 여사가 신진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그런 옷을 입기는 어렵다.”며 “우리는 실용적 부분에 집중한다. 오바마의 딸들이 유나이티드 뱀부 옷을 입으면 잘 어울릴 것”이라며 웃음지었다. 글 사진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여야 잠룡들 주연급 활약] 박근혜, 북창동·소공동·명동 ‘길거리 데이트’

    [여야 잠룡들 주연급 활약] 박근혜, 북창동·소공동·명동 ‘길거리 데이트’

    “이번엔 박원순 찍으려고 했어요. 왜냐, 오세훈이 싫고 한나라당이 싫으니까. 나경원, 그 사람도 우린 싫은거야. 우리한테 관심 안 가져주니까. 그런데 오늘 박근혜 대표님 보고 마음 바꿨어요. 제발 우리 서민들 맘 편히 밥 먹고 살게 도와주세요.”(소공동 지하상가 상인) “쌓이신 게 많아 계속 우시나 보네요. 나경원 후보에게 전달할게요.”(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18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이뤄진 박근혜(얼굴) 전 한나라당 대표의 나경원 후보 지원유세는 ‘왜 박근혜인가.’, ‘왜 그가 선거의 여왕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중구 북창동 먹자골목과 소공동 지하상가, 명동 일대를 돌며 중소 상인들과 게릴라 데이트를 가졌다. 오 전 시장의 횡단보도 활성화 정책으로 상권을 위협받았던 지하상가 상인들의 원망 섞인 하소연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소공동 지하상가를 지날 때 한 여성복 상점의 여주인이 달려 나왔다. 그러고는 “(상가 재개발에 반대하며) 한나라당과 시청 앞에서 28번이나 시위를 했다.”며 눈물을 글썽이자 박 전 대표는 “그럼 잠깐 들어가시죠….”라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 동료 상인 서너명과 즉석 면담을 했다. 상인들은 “30년 전 퇴직금이나 빚낸 돈으로 당시 아파트 3채 값을 내고 여기 들어왔는데 이제 와서 (서울시가) 대기업에 경쟁입찰로 주겠다며 30년 전 보증금 1500만원을 받고 나가라고 한다.”면서 울먹였다. 한 여자 상인은 “지하상가 상인들이 죽기 일보 직전”이라면서 “가게 하나 달랑 갖고 월세 90만원도 겨우 내는 우리는 열심히 사는 엄마들이고 도시락 싸오면서 일하는 서민들이다. 마음놓고 일할 수 있도록 조금만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울며 호소했다. 박 전 대표는 “쌓이신 게 많아 계속 눈물을 흘리시는 것 같다.”면서 “불안하지 않게 장사하실 수 있도록 나 후보에게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박 전 대표는 북창동 일대 식당 상인들에게도 “자영업자가 어렵다는데 카드 수수료 문제는 정치권이 어떻게든 풀어야죠.”라면서 “제가 숙제를 하나 안고 왔습니다.”라면서 영세 상인들에 대한 지원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명동에서 그는 “박상….” 하며 자신을 알아보는 일본인 관광객들과 휴대전화 사진을 찍고 호떡을 파는 트럭 앞에서 “제가 좋아한다.”면서 사들고 가는 등 2시간여 시민과의 데이트를 즐겼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옷차림만 봐도 국적 알수 있어..한국사람 패션 관심 대단”-‘유나이티드 뱀부’ 디자이너 뚜이 팜

    “옷차림만 봐도 국적 알수 있어..한국사람 패션 관심 대단”-‘유나이티드 뱀부’ 디자이너 뚜이 팜

     “옷차림만으로 100m 앞에서도 국적을 구분할 수 있어요. 일본 사람이 가장 쉬운데 크레이지하거나 개성 넘치는 스타일이 많죠. 한국 사람은 약간 미묘한데 검정이나 흰색 옷을 주로 입어요. 쇼핑백을 잔뜩 든 사람은 중국인 관광객인데, 차이나타운의 중국인 차림새는 그리 세련되지 못하죠.”  오는 22일까지 서울 대치동 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리는 2011 서울패션위크에 초청되어 패션쇼를 여는 미국 브랜드 ‘유나이티드 뱀부’의 디자이너 뚜이 팜(?사진?·43)은 옷차림만 봐도 한·중·일 국적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유나이티드 뱀부는 베트남 태생인 뚜이가 일본 출신 미호 아오키와 함께 만든 브랜드다. 두 사람은 뉴욕에서 활동 중이다. 미호는 임신 중이라 한국에 오지 못했다.  1998년 뉴욕에서 탄생한 유나이티드 뱀부는 일본 등지에 매장이 있다. 국내 갤러리아 백화점에서도 만나 볼 수 있다. 뚜이는 “뉴욕에서 샘플제품 세일을 하면 한국 여학생들이 많이 와 한국 사람들은 옷을 정말 좋아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1975년 베트남전쟁이 끝나고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와 버지니아에서 자란 뚜이의 원래 전공은 건축이었다. 건축학교에 다닐 때 같이 방을 썼던 친구들이 파슨스 같은 유명 패션학교에 다녔다. 룸메이트들이 새벽까지 하던 숙제를 돕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패션 디자이너가 됐다며 뚜이는 미소를 지었다.  “오랜 기간 건축을 공부했는데 건축의 핵심은 디자인이죠. 건축, 패션, 가구 등의 디자인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건축을 통해 배운 디자인을 패션으로 전환한 셈이죠.”  덕분에 그의 작품은 패턴이 혁신적이며 건축적인 선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듣는다. 유나이티드 뱀부란 이름은 홍콩 삼합회 조직의 이름이기도 하다. 당시 사회 현상이었던 갱 문화에 관심이 있었던 뚜이는 아시아 출신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브랜드 이름으로 삼았다. 손님으로 온 중국인들은 대나무는 한데 뭉치면 결코 꺾을 수 없는 힘을 발휘한다는 말을 해주고 갔다.  그가 추구하는 브랜드 정신은 ‘과감한(dirty) 프레피 룩’이다. 프레피 룩은 미국 드라마 ‘가십 걸’에 주로 나오는,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옷차림새다. “모든 미국 패션 브랜드는 백인 중심의 프레피 룩인데, 우리는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 등장하는 세상의 가식에 반항하는 주인공이 입을 법한 옷을 추구한다.”는 것이 뚜이의 설명이다. 단정함과 더러움이란 대치되는 주제로 만들어낸 그의 옷은 음악인, DJ 등 예술가들 사이에서 인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는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을 초청한 국빈 만찬에서 한국 디자이너 두리정의 드레스를 입어 화제를 모았다. 뚜이는 “오바마 여사가 신진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그런 옷을 입기는 어렵다.”며 “우리는 실용적 부분에 집중한다. 오바마의 딸들이 유나이티드 뱀부 옷을 입으면 잘 어울릴 것”이라며 웃음지었다. 글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고재득 성동구청장 “소통 안 되는 조직은 고인물처럼 썩어”

    고재득 성동구청장 “소통 안 되는 조직은 고인물처럼 썩어”

    “올바른 소통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진솔함에서 출발합니다.” 전국에서 유일한 4선 민선 기초자치단체장이자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고재득(65) 성동구청장은 18일 ‘막힘없이 서로 잘 통하는 상태’인 소통(疏通)에 대해 이같이 정의했다. 단체장으로 행정 일선에서 주민과 직원, 구의회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구정을 이끌고 있는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모바일 등 소통 수단이 다양화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려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고인 물이 썩듯 조직사회에서 구성원간 소통이 제대로 안 되면 문제를 일으킨다.”며 조직내 소통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또 “1995년 초대 민선 구청장에 당선됐을 땐 행정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낮은 자세로 직원들과 대화를 통해 업무를 파악했다.”면서 “허름한 선술집에서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했고, 한여름 직원들과 아이스크림을 사서 나눠 먹는 등 구정 운영의 동반자로서 많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을 위한 최고의 행정 서비스 실현이라는 같은 목표를 갖고 뛰는 직원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직원들이 가슴속에 품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구청장의 편지’를 모든 직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편지에는 집주소가 적힌 반송용 봉투와 우표를 넣었다. 그는 “편지에는 승진 문제와 제도개선, 결혼 문제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담겼는데, 이 가운데는 구정 운영에 대한 쓴소리도 적지 않았다.”면서 “편지를 통해 올바로 구정을 이끌 수 있는 교훈을 숱하게 얻었다.”고 소개했다. 구에서는 간부와 직원들 간의 소통을 위해 매월 첫째, 셋째 주 수요일 ‘소통의 날’을 운영하고 있으며, 내부 전자문서시스템에도 ‘창의 소통방’을 만들었다. 그는 또 주민과의 소통에 대해 “지방자치제 정착과 함께 구정 전반에 주민 참여가 높아지면서 주민들이 자치구에 거는 기대치가 치솟고 있다.”며 “이런 마당에 주민들이 진정 무엇을 바라는지, 지역 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까다로운 주민 민원에 대해 “재건축과 재개발 민원의 경우 구청장 재량권이 거의 없는데도 떠맡게 되어 힘들다.”며 “일선 행정이 주민들에게 다가가려면 서울시에서 더 많은 예산과 재량권을 자치구에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동별 순회 간담회’와 ‘성동 민원올레길 사업’ 등을 통해 동네 구석구석을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성동 여성 트위터단’도 운영하고 있다. 고 구청장은 “사람 중심의 행복 성동을 구정 슬로건으로 삼았는데 구정 중심에 바로 사람이 있고, 구정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과 끝없이 소통할 때 구정을 올바로 이끌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을 맺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세계서 가장 오래된 원시고래화석 남극서 발견

    세계서 가장 오래된 원시고래화석 남극서 발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원시고래의 화석이 남극에서 발견됐다. 고래의 화석이 남극에서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아르헨티나 기술과학연구위원회와 남극연구소는 남극 마람비오(시모어) 섬에서 최초의 고래화석을 발굴, 복원 중이라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고고학계는 발견된 고래화석을 약 4900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했다. 아르헨티나 당국은 남미 최대 규모로 열리고 있는 기술과학전시회 ‘테크노폴리스’에서 이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마리아노 메몰리 아르헨티나 남극연구소장은 “지금까지 발견된 고래화석 중 가장 오래됐을 뿐 아니라 남극에서 발견된 최초의 고래화석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고생물학계는 “발견된 고래화석이 지금의 고래와 돌고래의 원조인 것으로 보인다.”며 진화과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원래는 육지동물이었던 고래류가 해양에서 사는 동물로 변한 과정이 풀리지 않는 학계의 숙제였다.”면서 이번 화석이 숙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고 전했다. 사진=딘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열린세상] 혁신적 사업가의 길/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 종양학 교수

    [열린세상] 혁신적 사업가의 길/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 종양학 교수

    스티브 잡스! 21세기 최고의 정보기술(IT) 혁신가이며 사업가인 애플 컴퓨터의 창업자가 56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오래전부터 병에 시달리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유명을 달리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전세계인들이 슬퍼하며 애도하고 있다. 과학자뿐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동경하는 가장 큰 영예가 노벨상 수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잡스와 같은 혁신적인 사업가를 꿈꾸기도 한다. 잡스는 많은 과학자들이 본받고 싶은 인물이다. 양부모의 집 주차장에서 친구인 스티브 워즈니악과 1976년 애플사를 설립한 뒤 애플 컴퓨터,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다양한 혁신적인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으며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노키아, 삼성 등을 제치고 최고의 IT 회사 애플을 만들어 냈다. 우리나라 정서상 양부모 슬하에서 자랐고 대학을 중퇴해 정식 이공계 교육과 경영수업을 받아 본 경험이 없는 그가 외부의 도움 없이 세계최고의 CEO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어느 누구도 독선적인 성격과 괴짜 성향의 스티브 잡스가 첨단 기술 산업 최고의 혁신적인 사업가이며 전략가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우리는 잡스의 일생을 돌이켜 보면서 과연 최고의 혁신 사업가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자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우선 기본적으로 인류발전을 선도하는 최고의 기술자적 자질을 보유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한 기술자만이 자기가 만들어 내는 상품이 세상에 어떤 충격과 변화를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자기 제품에 혁신적 영감을 불어넣는다. 대학을 중퇴한 잡스도 최고가 되었으니 대학교육이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애플을 있게 한 데는 최고의 컴퓨터 기술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함께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둘째, 과학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예술적 감각이 있어야 한다. 현 시대는 기술과 디자인의 융합이 매우 중요한 시대이다. 고객 자신도 상상할 수 없는 기능과 마음을 빼앗는 디자인이 융합되어야만 고객의 궁극적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이라도 중간에 타협하지 않는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추구하는 성향을 가져야 한다. 버튼이 하나만 있는 아이폰 개발에 대해 모든 기술자들이 어렵다고 했지만, 결국 잡스가 주도한 애플은 버튼이 하나만 있는 디자인의 휴대전화를 출시했다. 하나의 버튼만 있는 것이 아이폰의 성공 요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매우 큰 차별화 포인트였으며 고객에게 애플사의 비전과 정신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였다. 마지막으로 죽음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현재의 삶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 잡스는 췌장암에 걸리고 치료하면서도 애플의 성장과 혁신에 온 힘을 쏟았다. 자신의 죽음을 제3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인생관을 가지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일에 몰두하면서 죽음 직전까지 매진했다. 현재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과정과 도전, 그로부터 오는 자신의 존재감과 기쁨이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잡스로부터 배운다. 오늘의 삶을 사는 과학자들과 우리의 젊은이들이 인류 발전을 위해 해결할 숙제는 너무나 많이 남아 있다. 그렇게 유명한 잡스도 암이라는 질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한참 활동 할 수 있는 나이에 사망했다. 과학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아직까지 완벽한 암의 진단과 치료는 과학자 그리고 젊은이들이 해결해야 하는 하나의 과제이다. 인류 발전을 위해 우리 앞에 놓인 그 많은 숙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잡스의 예에서 보듯이 최고의 기술을 갈망하는 혁신적 개척 정신, 예술적 감각, 타협하지 않는 의지와 끈기, 성공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확고한 신념이 필요하다. 혁신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늦은 밤까지 자신의 현재 삶에 최선을 다하는 과학자와 젊은이들이 많아질 때 비로소 우리나라 과학의 발전이 있을 것이고 우리 국가의 미래도 있을 것이다. 바보처럼 우직하게 갈망하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이 생각난다.
  • 환리스크… 소비위축… 가격상승…

    환리스크… 소비위축… 가격상승…

    유럽발 금융혼란의 여파가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을 강타하면서 국내 재계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4일에는 코스피 지수가 장중에 1650선까지 후퇴하면서 2년 전 국내외를 휩쓴 경제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원·달러 환율 역시 큰 폭으로 오르면서 중소기업과 항공·해운업계 등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이날 재계 등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은 최근 금융시장의 혼란이 장기화되면 내수 기업이든 수출 주력 기업이든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주가하락률 G20 중 두번째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과도하다는 점 역시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과 김건우 연구원이 이날 내놓은 ‘변동성으로 본 국내 금융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8월 미국 신용등급 하락 이후 우리나라는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20.7%의 주가 하락률을 기록했다. 재정위기 우려가 나오는 이탈리아(16.8%)보다 높은 수치다. 8월 이후 원화 환율의 1일 변동성 역시 1.21%로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 20개국 평균 0.94%를 웃돌았다. 원화 절하율도 10% 정도에 달한다. ●건설업 해외발주 감소 우려 주가 하락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큰 업종은 유통과 부동산 등 내수 업종. 특히 유통기업들은 판매 수수료 인하 압박과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경기하락 우려까지 겹쳐 ‘내우외환’의 분위기다. 내수기업으로서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2년 전처럼 판촉비나 판매관리비 등 불요불급한 비용을 먼저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수입 품목의 대체상품을 개발하는 게 큰 숙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대형건설사 역시 증시 폭락과 불안한 환율이 국내 주택시장에 다시 직격탄을 날리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주가 폭락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이미 밀려 있는 아파트 신규 분양 등을 내년 상반기로 다시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에 따른 해외공사 발주량 감소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의 상당 부분을 해외사업에 의존했으나 탈출구가 사실상 줄어든 셈이다. 환율 변동은 중소기업들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보유 자금이 많지 않은 중기들은 요동치는 환율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환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자·조선은 환율 올라 단기 호재 항공업계는 환율 상승에 따른 기름값 인상뿐 아니라 항공기 구입을 위한 외화부채 증가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환율이 아직은 올해 사업계획 수립 당시의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게 위안거리다. 제분·제당회사도 환율 상승에 따른 원당과 원맥 가격 부담이 상당하다. CJ제일제당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연간 100억원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환율 상승은 단기적으로는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와 자동차, 조선 등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기름값 수입 부담은 커지지만 수출 비중 역시 절반에 달해 환율 상승에 따른 손실과 이익이 서로 상쇄되고 있다. 이두걸기자 산업부 종합 douzirl@seoul.co.kr
  • [중앙부처 국정현안 중간점검] (6) 농림수산식품부

    [중앙부처 국정현안 중간점검] (6) 농림수산식품부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존의 농림부는 농업과 수산업, 식품산업을 총괄하는 농림수산식품부로 확대 개편됐다. 해양수산부의 수산 업무를 농림부로 이관하고, 식품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는 복안이었다. 과거 농업 위주였던 농림부가 국민의 먹거리를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중앙부처로 거듭난 것이다. 농식품부는 ▲농식품 산업의 발전과 성장 기반 구축 ▲곡물 자급과 농식품 물가안정 ▲안전한 농식품 공급체계 구축 ▲농정 신뢰 회복 등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농협 사업구조 개편 4조 지원 농식품 산업의 장기적 발전과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농협 개혁을 추진한 것은 대표적인 성과다. 올해 3월 신용·경제 사업 분리를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17년간의 숙원사업에 마침표를 찍었다. 내년 3월 2일에는 경제·금융지주 등 지주회사와 농협은행·농협생명·농협화재 등 농협의 신설 자회사가 출범한다. 최근 정부는 농협 사업구조개편 자본 지원액으로 4조원을 확정했다. 농협 관계자는 “지난 50년간 농업 분야나 금융 분야에서 농협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농협 개혁 후속조치가 남아 있지만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데 긍정적인 출발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식품산업 육성 정책의 이면에는 그늘도 존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식품 제조업 5만 4000곳 중 5인 미만의 영세업체가 84.5%(2009년 기준)에 달한다. 식품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30~65%, 연구개발(R&D) 규모는 식품산업 매출액 대비 0.57%에 불과하다. ●식품기업 육성 다각 대책 추진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품산업 인프라 부족을 절감해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고 상담과 수출, 마케팅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등 식품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농산물 물가는 소비자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혔다. 지난해 태풍 곤파스와 기습폭우 등 이상기후로 9월 말 배추 한 포기 값은 1만 5000원에 달할 정도로 비쌌다. 이상기후 여파는 올해 초 쌀값 폭등으로 이어졌고, 최근에야 쌀값은 안정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구제역 여파로 돼지고기 삼겹살값은 ㎏당(지육 기준) 7000원대로 지난해의 2배가량 폭등했다가 최근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농식품부는 산지 계약재배와 유통구조 개선책을 다각도로 마련 중이지만, 이상기후에 의한 가격변동성이 큰 농산물값을 잡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이후 안전한 농식품을 위한 제도는 늘었다. 2008년 12월 모든 음식점으로 확대된 원산지 표시제는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2009년 6월 쇠고기 이력제에 이어 2014년에는 돼지고기 이력제를 본격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식량안보를 위해 지난 7월 2015년 식량자급률 목표치도 25%에서 30%로 상향조정했으며, 국제곡물 조달 시스템을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할 예정이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열린세상] 사람의 역할과 의태현상/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열린세상] 사람의 역할과 의태현상/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역할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나 소임이다. 사람의 경우 세상에 올 때부터 맡은 역할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가지고 오는 근원적인 기운 역시 천태만상이며 이것에 따라 능력의 차이를 보이게 된다. 능력은 마음의 목적 의지에 따라 일생 동안 좋든 싫든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세계에서 역할에 맞게 키워지고 다듬어진다. 사람의 역할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며 죽을 때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며 순응과 기피를 통해 자기의 능력 속에 인간관계를 녹여 나가는 담금질과 같다. 역할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잉태되어 키워진다. 역할은 각자에게 주어진 몫에 따라 갖고 온 기운의 크기, 즉 능력에 의하여 좌우된다. 사람이 신이 아닌 이상 능력은 한계가 있고 이것과 연계된 역할도 일정 부분 제한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능력의 한계가 어디인지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스스로 찾아서 키워야 하는 숙제가 각자에게 있다. 역할을 다하기 위한 능력의 힘은 우선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를 구비했을 때 상대방의 신뢰를 바탕으로 추진동력이 생긴다. 현재 하는 일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달려온 길이요 역할이며 타인으로부터 얻은 동력으로 진화 중인 자기 모습이다. 역할은 사람이 살아야 할 이유임과 동시에 존재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간장옹기가 옆에 있는 커다란 장독과 매우 곱게 채색된 사기그릇을 보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왜 자기는 그토록 못나고 투박하며 작게 만들어졌는지를 푸념하며 살았다. 어느 날 옹기는 궁궐로 팔려가 임금님의 수라상에 간장 그릇으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자리잡고 사랑받으면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그 옹기는 자기가 어떤 용도로 쓰이기 위해 만들어졌는지 몰랐을 뿐이다. 처음부터 간장을 담아 밥상 위에 올려놓을 그릇으로 사용할 목적에서 도공이 빚었기 때문에 옹기의 의사나 불만과 상관없이 세상에 나왔고 그것으로 충분한 존재의 가치는 있었다. 간장옹기가 작은 것을 거부한다면 그 옹기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커다란 간장옹기는 애초부터 밥상에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치가 이와 같다면, 사람의 역할은 얼마나 깊은 뜻이 담겨 있겠는가? 의태현상(擬態現象)이란 어떤 생물이 살아남기 위하여 모양과 색깔 또는 행동을 닮아가는 현상을 말한다. 나비는 새라는 포식자를 속이려고 두 가지 형태로 닮아가면서 살아남는다. 하나는 독이 있어 먹으면 구토가 일어나기 때문에 새들이 기피하는 독나방이나 왕나비같이 화려하고 무늬가 무섭게 생긴 색채로 닮아가면서 생존하고, 다른 하나는 포식자가 맛이 없어 싫어하는 나비의 무늬와 색채를 닮아감으로써 잡아먹힐 확률을 낮추는 행태로 살아간다. 사람도 자기역할을 완성하기 위하여 조직이나 사회생활 속에서 누군가를 닮고자 한다. 호손의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에서 소년 어니스트가 성장하면서 닮아가고자 했던 것처럼 가장 바람직한 의태는 따라가고자 하는 사람의 내면적 품성과 외향적 행동까지 모두 닮는 것이 좋다. 요즈음 국민들이 나라와 사회를 보는 시각이 매우 냉소적이다. 갈수록 삭막해지고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으며 사는 것이 재미가 없다고 한다. 자기 역할을 다해도 보상이 돌아오지 않으며 능력이 없거나 모자라는 자들에게 역할까지 빼앗겨 버림으로써 살아야 할 목표를 잃어버린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다툼과 오판이 사회 전반에 걸쳐 극심한 대립의 혼란과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고 있다. 사람이 사는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익이 된다면 썩어서 냄새나는 부정적 힘이라도 서슴없이 닮아가려고 줄을 대고 쫓아 다니는 오늘날의 비틀어진 인간관계가 보여주는 우울한 결과들이다. 한시라도 빨리 각자에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역할을 찾아주자. 상대방을 아끼고 존경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의 관계를 복원시켜야 한다. 만백성의 뜻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닮아가야 한다. 그래야 다 같이 희망이 보이는 삶을 찾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상록수 잎이 붉은색으로… ‘탄소 저장고’ 숲이 죽어 간다

    상록수 잎이 붉은색으로… ‘탄소 저장고’ 숲이 죽어 간다

    “열병(熱病)을 앓는 나무는 더 이상 인류를 위해 탄소를 마실 수 없다.”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해 온 세계의 숲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산림 지대의 감소는 인류의 오래된 숙제지만 최근에는 최소한의 제동장치마저 풀린 듯 급감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등 급격한 기후변화 탓에 4006만㎢에 이르는 지구의 숲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탄소 저장고’인 산림이 기능을 멈추면 피해는 고스란히 인류가 떠안는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 ‘숲의 죽음, 중요한 기후 보호장치의 상실’이라는 심층보도를 통해 세계 산림의 황폐화 현황과 대책 등을 짚었다. 북미 지역 곳곳에서는 산림의 신음이 끊이지 않고 들린다. 원인은 지구온난화와 관련 깊다. 미국 콜로라도 주를 가득 채운 사시(백양)나무 가운데 15%가량이 수분 부족 탓에 최근 죽었고 텍사스 주 남서부 산림은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그리고 산불 탓에 지난여름 큰 타격을 입었다. 로키산맥의 수백㎢ 소나무숲도 불볕더위와 병충해 등으로 죽어 가고 있다. 몬태나 주 서부 산악 지역의 나뭇잎들이 최근 붉은색으로 변했다. 가을 단풍이 퍼진 듯 보이지만 이곳 나무들은 대부분 사계절 푸른 상록수다. 소나무 갑충 등 해충 피해를 입어 발생한 기현상으로 겨울에도 날이 따뜻하자 갑충들이 얼어 죽지 않고 급증하면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숲의 죽음’은 대륙을 가리지 않고 목격된다. 지구 산소의 20%를 만들어 낸다는 남미 아마존 열대우림은 1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가뭄을 최근 5년 사이 두 번이나 겪었고 이 과정에서 나무들이 말라 죽었다. 남미 지역에서는 온난화에다 산림 벌채 등으로 해마다 4만 468㎢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장기적인 가뭄 탓에 2000년 이후 산불이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호주나, 가뜩이나 뜨거운 날씨가 온난화로 인해 더욱 뜨거워져 나무들이 말라 죽는 아프리카 등도 온난화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산림의 병세가 깊어지면 인간의 삶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이 내뿜는 탄소의 4분의1가량을 나무들이 빨아들인다. 이는 지구상 모든 차량이 내뿜는 온실가스를 숲이 온전히 들이마신다는 얘기다. 탄소의 또 다른 4분의1은 바다에 녹아 들어가는데 이 때문에 해양 산성화도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나무의 죽음은 단순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죽은 나무는 태워지거나 부패하는 과정에서 몸 안에 품었던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낸다. 이럴 경우 온난화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온난화로 황폐화한 지역에서는 나무를 다시 키울 수 없어 기후변화 현상은 더욱 심화하게 된다. 지구촌은 기후변화와 산림 황폐화를 막기 위해 1992년 리우환경협약 등을 맺었지만 20년 넘게 별다른 진척이 없다. 뉴욕타임스는 “산불에 강한 나무 품종을 개발하려는 미국이나 사막 등에 나무를 심으려는 중국의 노력 등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면서 “결국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나무를 살리고 궁극적으로는 지구를 보호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지금&여기] 진짜 이기는 법/장형우 체육부 기자

    [지금&여기] 진짜 이기는 법/장형우 체육부 기자

    할아버지는 24살에 일제에 강제징용됐다. 다행히 기혼자라 전장은 면했고, 할머니와 함께 일본 나가사키의 어느 군수공장에 끌려갔다. 젊은 부부는 모든 것이 낯선 이국땅에서 아이를 낳을 생각도 못한 채 동물처럼, 노예처럼 살았다. 그리고 1945년 8월. 원자폭탄이 떨어진 그곳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젊은 부부에게도 해방은 왔다. 약간의 일본 돈이 있었지만, 미련 없이 대한해협을 건넜다. 돌아가신 지 10년도 넘은 두 분은 생전에 일본에서의 생활에 대해 거의 이야기하지 않으셨다. 중학교 1학년 때 가족의 일대기를 써 오라는 숙제 때문에 꼬치꼬치 캐물었을 때 몇 마디 들은 게 전부다. 그때도 두 분은 협조적이지 않으셨다. ‘기억하기 싫은데 왜 계속 물어보느냐.’는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두 분은 축구 한·일전은 꼭 챙겨 보셨다. 자세는 늘 똑같았다. 국민의례가 진행될 땐 두 눈을 감았고, 경기가 시작되면 소파에 기대어 앉아 두 주먹을 불끈 쥔 채였다. 골을 먹었을 땐 작지만 긴 탄식을 내뱉었고, 골을 넣었을 땐 두 팔을 파르르 떨며 들어 올리셨다. 한국이 지거나 비기면 그걸로 끝이었고, 한국이 이겼을 땐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꼭 용돈을 주셨다. 두 분에게 한·일전은 축구가 아니라 전쟁이었고, 하나의 성스러운 의식이었다. 축구기자 생활을 한 지도 2년이 다 돼 간다. 일반적인 A매치 현장에서는 국민의례에 동참하지 않는다. 응원이 아니라 취재하러 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한·일전만은 예외다. 한치의 흔들림 없이 꼿꼿하게 서서 가슴에 손을 얹고, 필승을 기원한다. 한·일전은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전주월드컵경기장에 한 팬이 내건 ‘지진 축하’ 문구가 논란이다. 중계도 하지 않는 방송사가 합성한 사진을 내보내고, 이동국의 ‘퍼펙트 해트트릭’을 외면했다는 등의 볼멘소리는 어디까지나 변명일 뿐, 잘못을 덮을 순 없다. 잘못했으면 다른 핑계 찾지 않고 사과하는 게 맞다. 그게 반인륜적 범죄에도 진심어린 사과 없이 독도마저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저들과 우리의 차이다. 전북 구단은 잘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공공기관, 깎았던 초봉 다시 올린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대폭 삭감됐던 공공기관 신입 직원들의 임금을 다시 올려주기로 합의했다. 초임을 낮춰 일자리를 늘리자는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 정책이 3년 만에 전환될 전망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최근 잇달아 당정협의를 열어 이같이 뜻을 모은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더 많은 직원과 인턴사원을 채용하고자 신입 직원의 임금을 내린 결과 기존 직원과의 격차가 생겼다.”면서 “이를 다시 올려 불공정성을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금 인상 대상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공공기관에 입사한 1∼3년차 대졸 신입 직원이다. 이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정책으로 초임이 최대 30%, 평균 15% 깎였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 대졸 신입 직원들의 평균 초임 연봉은 2008년 2770만원에서 지난해 2500만원으로 떨어졌다. 애초 정부는 공공기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할 예정이었으나, 노조 저항에 부딪혀 신입 사원으로 대상이 축소됐다. 이에 따라 당정은 지난 7월분 급여부터 소급 적용해 이르면 다음 달 초쯤 인상안을 반영할 방침이다. 다만 신입 직원의 임금을 올리더라도 기존 직원들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적게 인상해 임금 격차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또 공공기관마다 임금을 일률적으로 인상하기는 어려운 만큼 기관별 사정에 따라 계획을 수립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에서 임금 인상 기준과 재원 등 세부 내용을 검토 중이며,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공공기관 신입 직원들의 임금이 인상되면 정부 방침에 맞춰 임금을 삭감한 금융권 등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나라당 김성식 정책위부의장은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하후상박’(下厚上薄)방식으로 바꾸자는 당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한 결과”라면서 “노동계의 큰 숙제 중 하나를 해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따뜻한 사람냄새 나야 좋은 정책이죠”

    “따뜻한 사람냄새 나야 좋은 정책이죠”

    “국정관리자들은 ‘안철수 신드롬’에서 따뜻함의 리더십을 배워야 합니다.” 최근 바람직하고 올바른 국가의 이상을 묻는 저서 ‘정의로운 국가란 무엇인가’(박영사)를 펴낸 권기헌(51)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장은 “국민들이 안철수 신드롬에 열광하는 것은 돈과 권력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가치를 찾아 나서는 그의 진정성 있는 모습 때문”이라면서 “정의로운 국가, 좋은 정책에서는 따뜻한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로운 국가는 성찰하는 국가” 그는 제26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상공부(현 지식경제부)에서 근무하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정책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행정학 전문대학원인 국정관리대학원에서 정책학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양극화와 복지 논쟁, 청년 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 현안에 대한 정부 정책들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려, 그리고 책임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놓쳤기 때문”이라면서 “행정관료와 행정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정의로운 국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정관리자들은 안철수 신드롬이 왜 나타났는지, 국민들이 왜 그에 대해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인지에 대해 성찰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정의로운 국가를 ‘성찰하는 국가’로 정리했다. 그는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정의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인간이 삶의 완성을 위해 매일 자신을 성찰하듯 국가도 어느 시점에선가는 큰 맥락에서 국가 자신을 성찰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각종 경제 지표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임을 강조하면서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 같지만, 이는 선진국임을 증명하는 근거는 아니다.”라면서 “경제적 양극화와 청년 실업, 진영 간(정당·지역·계층) 대립이나 갈등 양상을 볼 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관리자는 인간의 존엄성 되새겨야” 그는 국정관리자들은 정책학 창시자인 해럴드 라스웰 전 미국 예일대 교수가 주창한 ‘인간의 존엄성’을 되새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와 덕을 갖춘 ‘품격 있는 국가’의 재건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저축은행 사태 등에서 보듯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오르려면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3~4만 달러라는 단순한 숫자보다는 신뢰, 책임, 덕성과 같은 품격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면서 “정책들이 국민적 공감을 얻으려면 국가가 국민들에게 ‘이런 정책들을 내놓았으니까 고마워하라’고 말하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가 아니라 ‘수용자’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사람들이 ‘정책’이란 단어에서 나를 ‘규제’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린다면, 그리고 그러한 정책을 제공할 수 있는 국가가 된다면 정말 좋은 정책이고 정의로운 국가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말을 맺었다.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데뷔 25주년 ‘트로트 여제’ 가수 문희옥

    [김문이 만난사람] 데뷔 25주년 ‘트로트 여제’ 가수 문희옥

    트로트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자리 잡고 있을까. 원래 트로트(trot)라 함은 사전적으로 ‘빨리 걷다’ ‘속보’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트로트 시대의 개막을 알린 음악은 1934년에 발표된 고복수의 ‘타향살이’와 이듬해 발표된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다. 이어 남인수의 ‘애수의 소야곡’과 백년설의 ‘번지 없는 주막’ ‘나그네 설움’ 등으로 연결된다. 이후 광복의 기쁨을 노래한 ‘귀국선’, 6·25의 참상을 생생하게 고발한 ‘단장의 미아리고개’ 등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가요는 트로트 리듬을 타고 격동의 시대를 관통하며 국민과 함께해 왔다. 1980년대 초반에는 ‘트로트 메들리 붐’이 생겨났다. 노래를 1절씩만 엮어 만든 빠른 템포의 댄스곡으로 편곡돼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소위 ‘뽕짝’이라는 유행어까지 나왔다. 김연자의 ‘노래의 꽃다발’에 이어 주현미의 ‘쌍쌍파티’가 당시 크게 인기를 끌었다. 주현미는 또 ‘비 내리는 영동교’ ‘신사동 그사람’ 등을 발표하면서 대표적인 트로트 가수로 성장했다. #여고생 문희옥은… 이럴 무렵인 1986년 봄, 당시 서울 은광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문희옥은 학교 소풍 때 노래자랑에서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를 구성지게 불렀다. 그러자 선생은 물론 학생들까지 기립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여고 2년생이 성인가요를 부른 것도 대단했지만 트로트 특유의 ‘꺾기 창법’을 기가 막히게 소화해내 다들 ‘은광 출신’의 가수탄생을 기대했다. 아니나 다를까. 1년 뒤 문희옥은 교장의 특별 배려로 학교강당에서 파격적인 트로트 음악 발표회를 가졌다. ‘워째 그라요, 워째 그라요 시방 날 울려놓고~’를 시작으로 하는 ‘팔도 디스코 메들리’를 맛깔스럽게 불렀다. 이때 발표한 메들리 앨범은 발매 1주일 만에 360만장이나 팔렸을 정도로 크게 히트쳤으며 고속도로를 달리던 운전자들이 휴게소에 잠시 들르면 저절로 눈길을 끌게 만들 만큼 ‘하이웨이 트로트’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지금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여전히 인기순위 톱에 있다고 하니 적어도 1000만장 이상 팔려 나갔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음악적 고집쟁이, 문희옥 가수 문희옥(42)은 올해로 데뷔 25년째를 맞는다. 그는 이미자·주현미의 뒤를 잇는 ‘정통 트로트의 계승자’라는 자부심으로 줄곧 트로트의 길을 걸어 왔다. 그러면서 무대에 설 때면 특유의 은근한 미소로 사투리 메들리를 비롯해 ‘성은 김이요’ ‘강남 멋쟁이’ ‘사랑의 거리’ 등의 노래로 많은 팬들을 확보해 왔다. 문희옥은 현재 활약하는 가수 가운데 주현미 등과 함께 대표적인 ‘정통 트로트 가수’로 인정받고 있다. 문희옥 스스로도 지난 세월 ‘정통 트로트’라는 경계선을 벗어난 적이 없이 올곧게 그 길을 고집해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요즘 들어 고민이 무척 많아졌다. 트로트의 위기를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K팝(K-POP)이 대세인 상황에다 장윤정, 박현빈 등 ‘세미 트로트’ ‘댄스 트로트’라는 이름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후배 가수들이 많아졌고 또 일부 동료 트로트 가수들도 정통 트로트의 틀을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요 평론가 박성서씨는 정통 트로트에 대해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하면서 강약의 박자를 넣고 독특한 꺾기 창법을 구사하는 독자적인 가요 형식”이라며 “네오 트로트와 댄스 트로트 등으로 변화하는 요즘 시대에서는 정통 트로트를 고수하기가 쉽지 않으며 따라서 시장에서도 승부가 안 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문희옥은 지난 추석 때인 12일 MBC ‘나는 가수다’의 스페셜 편 한가위 특집 ‘나는 트로트 가수다’에서 김수희, 남진, 박현빈, 설운도, 장윤정, 태진아 등 대한민국 최고의 트로트 가수 6인과 함께 경쟁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특히 문희옥은 이날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부르며 파격댄스를 선보여 방청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를 지켜본 남진은 “대단하다. 문희옥이 춤은 안 출 줄 알았다.”고 감탄했고 네티즌들은 “문희옥 대박!”, “너무 귀여웠어요.”, “추석 특집에서만 볼 수 있는 건가요?” “문바디라 불러다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앞서 문희옥은 케이블채널 tvN 프로그램 ‘오페라 스타’에 트로트 가수로는 유일하게 도전해 ‘나비부인’과 레퀴엠 중 ‘자비로운 예수님’ 등을 열창했다. 처음 예상과 달리 4번째 무대까지 오르면서 ‘트로트의 힘’ ‘아줌마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해 많은 찬사를 받았다. 트로트 외길을 걸어온 문희옥의 이러한 변신은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며 절정의 음악적 끼로 무한한 능력을 어디까지 보여줄지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기획사 사무실에서 문희옥을 만났다. #문희옥의 외도? 먼저 ‘나는 트로트 가수다’에서의 댄스 얘기부터 시작했다. 그는 “막춤은 좀 추지만 무대 위에서 댄스를 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박진영 안무팀한테 두 시간 반 정도 익혔는데 주위에서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다.”며 웃는다. 후배 가수들의 노래를 잘 듣느냐는 질문에 “주얼리, 동방신기 등 리듬감각을 익히기 위해 자주 듣는 편이다. 퓨전음악이라는 시대의 흐름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그러더니 긴 한숨을 내쉰다. “정통 트로트 가요는 이제 죽었습니다. 좋아하는 팬들도 앞으로 10년 정도나 버틸까요. 무서운 시장경쟁에서 트로트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을 가수는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나는 트로트 가수니까’ 하면서 안주할 수도 없고요. ‘도전 1000곡’이나 최근의 ‘오페라 스타’와 ‘나는 트로트 가수다’에 출연할 때에도 그래서 열심히 했습니다. ‘쟤는 트로트 가수밖에 안 돼’라는 말을 안 듣기 위해서였지요. 정통 트로트 가수가 변신하기란 쉽지 않거든요. 앞으로도 그런 기회가 오면 저의 끼가 어느정도인지 스스로 검증받고 싶기도 합니다.” 문희옥은 트로트에 대한 애정과 절망의 심경을 동시에 털어놨다. 20~30대 후배 가수들이 현대 트로트와 댄스 트로트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노래를 부르지만 결국 정통 트로트만큼은 못하다고 했다. “정통과 대체되는 새로운 트로트, 즉 샐러드식 음악이 많이 나오고 있지요. 하지만 샐러드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간장이나 된장, 김치 같은 정통 트로트 음악이 과연 계속 인기를 끌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그는 ‘위기의 트로트’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앞으로 어느 방향에 서 있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정통이냐, 세미 트로트냐 하는 것 또한 숙제라고 했다. 신곡 음반을 7년째 못 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그동안 걸어온 ‘문희옥의 길’을 되돌아보니 선뜻 음반을 내기가 겁이 난다는 것이다. “제가 지향하는 길과 안 맞더라도 ‘서둘지 말자’, ‘지금의 페이스에서 카리스마가 있는 선배, 노력하는 선배로 보여주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가수 중에 신곡을 7년째 안 내는 사람은 저밖에 없을 겁니다. 요즘 신곡을 내면 일단 뜹니다. 하지만 가수는 빛을 못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대중들은 인물의 됨됨이까지 봅니다.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된다는 정석은 이미 깨졌지요. 노래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다 잘할 수 있는 만능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금에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조심 조심 지나치지 않게 가자는 것이 제 인생의 화두가 됐습니다.” 그에게 ‘트로트가 죽었다’는 부문에 대해 다른 가수와 공감대를 형성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주현미 언니랑 만날 때 그런 걱정을 털어놓곤 합니다. 제가 아는 트로트 가수 중에 주현미 언니는 비교적 관리를 잘하는 편입니다. 유일한 트로트 프로그램인 ‘가요 무대’에도 함부로 나가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얘기도 해요. ‘가요 무대’는 말 그대로 정통 가요를 사랑하는 가수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인데 검증되지 않은 가수들이 자주 등장해서 그런가 봐요. 그러면서 언니는 ‘우리라도 트로트를 잘 지키자’고 얘기하지요.” #아내이자 엄마, 문희옥 그는 요즘 들어 지나 온 세월을 자주 돌아본다고 했다. 올해는 ‘오페라 가수’ 와 ‘트로트의 여제’라는 말을 듣게 되면서 더욱 자신을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가요보다 2~3 정도 키가 높다는 오페라 발성을 직접 해보이면서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는 자세로 정통 트로트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다. 그러던 중 소풍 가서 우연히 노래 한 곡을 불렀고 당시 교감 선생님한테 ‘희옥이는 가수 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가수의 꿈을 앞당겼다. 얼마 후 작곡가 안치행씨를 만나면서 1년 동안 비밀리에 트레이닝을 받아 ‘팔도 사투리 메들리’로 데뷔했다.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방언으로 부른 노래를 담은 앨범은 당시 밤을 새워서 찍어내야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렸던 것. 그때 돈을 좀 벌었느냐고 하자 “저는 노래만 불렀고 문희옥이란 이름을 알렸잖아요. 아마 안 선생님은 많이 벌었을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그동안 낸 곡 중 가장 아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시간이 지나 지금 생각해 보니 ‘성은 김이요’가 좋은 것 같다.”며 웃는다. 1995년 일반 회사원과 결혼한 문희옥은 2004년 아들을 얻었고 이제 학부모가 됐다. 매주 일요일에는 어김없이 교회에 가서 가족의 행복을 기도한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신곡 앨범이 언제 나오느냐고 하자 옆에 있던 기획사 대표가 “서정적인 가사로 11월 중 팬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문희옥은 누구 1969년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황해도 출신으로 6·25때 월남했다. 어릴 적부터 노래를 곧잘 부른다는 칭찬을 들으며 자란 그는 은광여고 3학년 재학 당시 ‘팔도 사투리 메들리’로 데뷔했다. 앨범 발매 1주일 만에 360만장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가요계에 혜성같이 나타났다. 이후 서울예술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면서 본격적인 정통 트로트의 길을 걸었다. 대표곡으로 ‘성은 김이요’ ‘사랑의 거리’ ‘강남 멋쟁이’ 등을 발표하면서 연이어 히트를 쳤다. 1995년 일반 회사원과 결혼한 그는 8살 된 아들을 두고 있다. 2003년 제5회 한국예술실연자대상 특별공로상 등을 수상했으며 최근 ‘오페라 스타’ ‘나는 트로트 가수다’ 등에 출연해 새로운 끼를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올 11월쯤에는 서정적인 풍의 신곡을 낼 예정이다.
  • 중구 ‘무보직 6급’ 해결책 내놨다

    중구 ‘무보직 6급’ 해결책 내놨다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숙제인 무보직 6급(팀장급), 이른바 ‘평주사’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서울 중구에서 내놨다. 구는 지난 4월 재선거로 취임한 최창식 구청장이 첫 정기인사에서 ‘무보직 6급 지정업무제’를 도입했다고 22일 밝혔다.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최 구청장은 취임한 뒤 업무를 파악하다가 핵심 인력인 6급의 상당수가 보직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무보직 6급 문제는 행정안전부가 2008년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바꾸면서 6급 정원이 전체의 19% 이내에서 22% 이내로 3%포인트 늘어났고, 팀장 보직을 맡지 못하는 사람이 대거 생겨나 불거졌다. 이 때문에 무보직 6급은 각 기초단체마다 20~30명씩이나 된다. 중구는 팀장 보직을 받지 못한 6급 25명을 이번 인사에서 주요 시책사업인 한류스타 거리 조성 등 명소 가꾸기와 교육지원사업, 안전중구 만들기 등 핵심 업무 담당자로 배치하거나 중요한 부서의 서무주임으로 발령을 냈다. 최 구청장은 “6급은 경험이 풍부한 고급 인력이자 구청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요한 인적 자원인데도 불구하고 길게는 2년 이상 무보직자로 방치돼 있었다.”면서 “이들에게 구의 주요 시책사업이나 핵심 업무를 부여해 능력을 한껏 발휘하게 하고, 업무에서 성과를 낸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팀장 보직을 맡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인사에서는 6급 팀장 전보 대상자 18명을 대상으로 ‘드래프트제’와 ‘직위공모제’를 시행했다. 전보 대상 팀장들에게 희망보직과 부서 지원신청을 받은 뒤 각 국·과장들이 희망하는 사람과 의견이 일치된 팀장을 우선적으로 배치했다. 7급 이하 인사 대상자 150명에게는 ‘희망부서 근무제’를 도입해 5지망 신청을 받아 직급과 승진일, 성비(性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희망부서에 갈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최 구청장이 스스로 “구청장에게 주어진 인사권을 포기했다.”고 말할 만큼 시스템에 따른 인사를 강행했다. 외부 청탁을 완전히 배제하고, 인사 투명성 강화와 공정한 인사시스템 구축에 주력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최 구청장은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해 사실상 해당 국장과 과장들에게 전권을 위임했다.”면서 “앞으로 단행할 인사에서도 실국장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구청장은 “과거 시에서 시행했던 ‘무능 공무원 3% 퇴출제’ 등은 강제 할당식으로 퍼센트(%)를 정해 놓은 게 문제였지만 업무 능력과 실적에 따른 인사 원칙은 분명히 지켜져야 한다.”면서 “‘인사의 틀은 신뢰의 틀’로 비록 인사에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더라도 학연이나 지연이 아닌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해 원칙을 지키는 인사제도를 확립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숙제 못할 바엔…” 中초등생 집단자살 시도

    초등학생 3명이 집단 투신자살을 시도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중국에서 벌어졌다.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가 학교숙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더욱 안타까움을 줬다. 중국 언론매체 시나닷컴(sina.com)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오후 2시 장시성 주장시에 있는 한 주택가에서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 1명과 6학년생 2명이 함께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걸 동네 주민이 발견하고 급히 병원으로 옮겼다. 경찰조사 결과,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친구사이였던 이 학생들은 2층 주택 지붕에 올라 함께 손을 잡고 뛰어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학생들은 골절상과 내장파열 등으로 응급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이 투신자살을 선택한 이유는 다름아닌 숙제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5학년 후앙은 “숙제를 하다가 도저히 해내지 못할 것 같아서 친구들과 뛰어내리기로 했다. 지붕에 올라섰을 때 너무 무서워서 손을 잡고 뛰어내렸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소녀들은 학교생활에 성실한 모범생들이었지만 당시 영어단어 300개 이상 베껴 쓰기, 시 외우기, 작문하기 등 초등학생들이 하기에는 다소 벅찬 숙제를 받자 부담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교사의 가혹한 체벌이나 훈육이 없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숙제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줬는데도 왜 투신을 했는지 알 수 없다며 이들이 자살이 아닌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반에 다니는 익명의 학생은 “선생님이 숙제를 해오지 않은 애들에게 학교정문 밖에 세워둬 창피를 주기도 했으며, 허벅지나 얼굴을 아프게 때렸다.”고 진술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해남-끄트머리土末에서의 시작 기억이 사는 곳, 해남

    해남-끄트머리土末에서의 시작 기억이 사는 곳, 해남

    1 두륜산 케이블카에서 내려 전망대까지 이르는 산책로는 소사나무 군락지다. 10월에는 그 열매를 볼 수 있다 2 땅끝 전망대를 향하는 길에는 어김없이 연인들의 맹세가 굳게 잠겨 있었다 3 수군들이 성을 세우고 지켜야 할 만큼 중요한 길목에 자리잡은 이진마을. 지금은 평화롭기만 하다 끄트머리土末에서의 시작 기억이 사는 곳, 해남 해남은 첫사랑 같은 곳이다. 아주 오래전, ‘휴가’라는 것이 처음 생겼을 때, 해남을 선택했었다. 처음 만나는 남도. 그후 해남은 시간과 함께 멀어지기만 했었던 것 같다. 다시 찾은 해남에서 나는 적지 않은 기억을 되찾았고, 또 수정해야 했다. 익룡이 살던 중생대 백악기, 이순신 장군이 호령하던 조선시대까지 다녀왔고, 시작을 위한 끝이라는 땅끝 전망대에서 ‘유구함’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다. 아득하게 오래되었으나, 여전히 살아있는 것들, 첫사랑처럼 또렷한 기억의 각인들을, 말이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전남대 생태관광연구센터 www.ecotourlab.org 되찾은 기억은 이런 것이다. 첫 해남 여행은 아주 추운 12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에, 국토의 끝이라니. 돌아보면 청승 무모한 청춘의 자작극이다. 게다가 보길도에서 돌아 나오는 배가 풍랑으로 뜨질 못해 여행은 하루가 더 길어져 버렸다. ‘섬에 갇히는 로망’은 그때 그렇게 허무하게 이뤄져 버렸다. 아무튼 당시의 내게 해남은 고산 윤선도의 땅,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의 끝이었고, 김지하 선생이 그러했듯(그는 땅끝에서 자살을 생각했던 적이 있단다) 청춘의 고뇌를 끝장내 버리고 싶었던 곳이었다. 수정된 기억은 이렇다. 땅끝의 사자봉 위에는 높다란 전망대와 미니레일이 있었고, 두륜산 정상에는 케이블카가 설치되었다.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팀이 다녀갔던 여운이 곳곳에 진하게 남아 있었다. 불사는 대흥사, 미황사의 모습을 많이 바꾸었고, 그때는 템플스테이라는 것도 없었다. 우항리에 세워진 공룡박물관과 화석지는 ‘메가급’ 변화에 속했다. 10년 세월의 힘이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내가 고이 품어 온 기억은 따로 있다. 문학과 풍류에 선행하는 생존 자체의 문제, 그래서 목숨을 걸고 이 땅을 지켜냈던 민초들의 어제와 오늘이 보였다. 쉽게 말해 ‘명량대첩’ 같은 전쟁의 기억이다. 주인공은 불멸의 이순신 장군이지만, 승리의 기쁨은 모두를 초대하는 축제가 됐다. ‘강강술래’를 추며 지역 주민들이 주도하는 축제의 마당에는 나름대로의 ‘격한’ 드라마가 있었다. 또한 달량진성처럼 아직도 ‘역사의 잔해’로만 남아있는 쓸쓸한 풍경들도 껴안았다. 고장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과 동동주 기울이며 그 마음도 전해 받았다. 더 나아갈 길 없는 막다른 곳, 땅끝에서 모든 것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땅끝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해남 앞바다.바삐 오가는 노란 모노레일은 바다 속을 드나드는 것만 같다 ‘해남이쿠누스 우항리엔시스’를 만나다 한양에서 1,000리라 했나. 땅끝土末을 품고 있는 해남으로 내려왔으니 가장 먼 과거로, 무려 8,3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가뿐했다. 우항리 공룡박물관이다. 내게 공룡의 기억이 없으니, 공룡을 ‘노래’했던 기억을 좀 빌려 써야겠다.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 그럼 무엇이 생겼었을까. 공룡이 헤엄치고 익룡이 날아다니고 아주 심심한 것 같은데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 80년대에 ‘꾸러기들’이라는 팀이 부른 이 엉뚱한 노래를 꽤 좋아하여 즐겨 불렀었다. 그 익룡들을 우항리에서 만났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익룡발자국(35cm)은 이곳의 지명을 따 ‘해남이쿠누스 우항리엔시스’로 명명되었다. 세계에서 7번째, 아시아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공룡 화석의 보고인 우항리의 백악기 퇴적층이 드러난 것은 금호 방조제 공사 이후 이 지역이 담수호를 낀 육지로 변했기 때문이다. 90년대 중후반에 국내외 과학자들이 조사한 이후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에는 공룡박물관까지 설립할 수 있었다. 우항리 화석지(33만 평방미터)는 이런저런 공룡의 발자국 화석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발자국 크기가 작게는 52cm, 크게는 95cm나 되는 초식공룡의 몸집은 얼마나 컸던 걸까(몸통길이만 7m가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 발자국 105개가 밀집되어 있는 곳에 보호각(대형 공룡관)이 세워졌다. 익룡 발자국 443점과 물갈퀴새의 발자국(전세계에서 발견된 물갈퀴새 발자국 중 가장 오래됐다) 1,000여 점을 보호한 익룡 조류관, 조각류 공룡관까지, 보호각은 총 3개가 있다. 화석으로만 남아있는 공룡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은 공룡박물관에서 얻을 수 있고 연꽃이 가득한 연못에 공룡 모형을 설치한 야외공원은 기념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다. 우항리 공룡박물관 | 주소 전남 해남군 황산면 공룡박물관길 184 개관시간 오전 9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문의 http://uhangridinopia.haenam.go.kr 1, 2 우항리 일대는 공룡 발자국 화석으로 도배되어 있다시피 하다. 공룡뼈와 화석 모형을 전시하고 있는 공룡박물관의 규모도 공룡사이즈라 꼼꼼히 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3 단청을 벗어버린 대흥사 대웅전은 한결 부드러운 인상이다 4 소가 멈춘 자리에 지었다는 미황사는 달마산 기슭에 자리를 잡고 있다. 전설은 알수록 재미있고, 절은 볼수록 아름답다 5 두륜산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누구나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고계봉(638m). 맑은날에는 제주도까지 보인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땅끝으로 달려가는 공룡의 등뼈 최고最古의 다음은 최장最長이다. 두륜산에는 국내 최장거리의 케이블카(1.6km, 왕복 성인 8,000원)가 연결됐다. 다행히도 직행으로 고계봉(638m)에 내려주는 것은 아니고 내려서 286개의 나무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뿌연 안개가 사방에 넘실거리고 있었다. 맑은 날에는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했지만, 전망대 위에 섰을 때에는 한반도 지도 모양의 마을도, 월출산도, 주작산도, 완도, 진도 등의 섬들도 모두 안개에 숨어들었다. 골짜기에 들어앉은 대흥사도 고계봉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힘차게 달려온 소백산맥이 두륜산(703m)을 통과해 남쪽의 달마산(489m)을 지나고 급기야 땅끝의 사자봉(155m)에 이르러서야 수그러드는 모습을 어렴풋이 목격할 수 있다. 당장이라도 암봉으로 이어진 능선을 타고 바다까지 흐르고 싶지만 산행은 금지되어 있어서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야 한다. 대흥사 입구까지는 차로 이동했다. 구림구곡九林九曲의 10리 숲길을 배신하는 마음이 아팠지만 해가 저물고 있었다.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地處로 불렸던 안전한 절집은 전쟁을 피해 곱게 늙었다. 1,000개의 불상이 모셔진 천불전뿐 아니라, 추사 김정희가 쓴 무량수각 현판, 원교 이광사가 쓴 대웅보전 현판, 정조대왕이 쓴 표충사 현판도 남아 있어 살아있는 ‘서예 박물관’으로 불린다. 도를 닦는 것은 차를 마시는 것과 같다 했는데禪茶一如, 초의선사가 머물면서 차를 즐겼다는 일지암에 가지 못한 것도, 차 한잔을 마시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차창 밖으로 달마산이 나타날 때마다 내 시선은 고정되었다. 유홍준 교수는 암릉으로 솟아오른 산의 모양새를 ‘공룡의 등뼈’ 같다고 했었다. 그럴싸한 표현이다. 누군가는 달마대사가 살고 있다고도 했다. 달마Dharma·法산, 진리의 산이라니, 과감하고 멋진 이름이다. 설화 속의 어떤 이는 같은 산정을 두고 1만개의 불상을 보기도 했다. 그게 바로 미황사 창건설화에 등장하는 금인金人이다. 신라 경덕왕 8년(749년)에 우전국(인도)에서 온 금인이 검은 소를 따라가다 주저앉는 자리에 불경을 모시라는 말에 따라 미황사가 설립되었다는 것이다. ‘美’는 소의 아름다운 울음소리를, ‘黃’은 금인의 황금빛을 뜻한다. 1754년 이후 단청을 덧칠하지 않아 색이 바래 버린, 아니 화장을 벗은 대웅보전은 해질 무렵마다 아름다운 황금빛이 된다. 기둥 아래 주춧돌에 게와 거북이가 새겨진 이유는 ‘대웅보전’이 창건설화에 등장하는 배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알수록 흥미로운 절이다. 솟아오른 등뼈의 릴레이가 멈추는 곳이 땅끝土末(북위 34도17분21초)이다. 노란 모노레일(395m, 왕복 4,000원)을 타고 사자봉 정상의 전망대(38m)로 올라가는 대신 시비가 도열해 있는 산책로를 선택했다. 연인들의 간절한 마음과 언약은 이곳에서도 녹슨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앞날을 어찌 알겠나. 꼭 그만큼 불투명한 전망이 눈앞에 펼쳐졌다. 희미해서 더 아름다운 풍경. 여기가 끝이 아니라 저 너머 무엇이 있으리라는 희망 없이는 사랑도, 여행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바다의 눈물이 거둔 승리 해남 사람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승리의 기억이 있다.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대패시켰던 명량대첩(1597년 9월16일)에 대한 기억이다. 제갈량이 바람의 방향을 읽어 적벽에서의 승리를 이끌어 냈듯, 울돌목 거센 물살의 방향을 예측하여 이순신 장군이 승리를 거둬낸 명량대첩은 ‘기적의 해전’이라는 수식까지 달고 있다. 고작 13척의 전력으로 133척의 왜군은 대파한 것. 명량대첩은 매년 가을 축제를 통해 다시 재현되는데 올해는 9월30일부터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러 보게 될 ‘우수영 국민관광지’에는 충무사, 어록비, 전시관 등 이순신 장군과 명량해전을 기념하는 여러 시설과 조각상, 기념비들이 세워져 있다. 또 우수영과 진도 사이, 울돌목 물길에는 여름 내내 거북배가 바삐 움직였다. 뱃시간을 놓쳐 버렸지만 울돌목의 물결을 바라보는 것은 그 자체로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빠른 물길이 암초에 부딪치는 소리와 사방으로 소용돌이치는 물의 아우성. 예부터 바다가 운다鳴梁고 한 이유를 알겠다. 명량해전의 승리는 그 눈물에 빚을 지고 있는 것일 터. 때마침 주말이라 펼쳐진 명량역사체험마당은 흥겨운 시간이었다. 등에 ‘수水’를 새기고 행렬하는 수군들의 교대식은 사뭇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뒤이어 남도 소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판소리 한판과 절제된 듯 화려한 군무, 강강수월래 무대가 이어졌다. 목숨을 바쳐 땅을 수호한 선조들을 기억하는 따스한 몸짓, 갸륵한 아우성이었다. 1 명량해전을 펼쳐졌던 울돌목에는 아직도 ‘긴 칼 옆에 찬’ 이순신 장군이 지키고 있으니 듬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큰하다 2, 3 우수영관광지에서는 여름 동안 주말마다 명량역사체험마당을 펼친다. 각각 수문장 교대식과 강강수월래 공연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9월의 해남 여행, ‘초요기를 올려라!’ 알고 보니 9월의 해남은 여러 축제와 행사가 오버랩되는 절묘한 타이밍이다. 여름 내내 토요일마다 깃발을 나부꼈던 명량역사체험마당이 9월24일까지 개최되고, 곧 이어 명랑대첩축제가 9월30일부터 10월2일까지 개최된다. 땅끝작은음악회도 그 마지막 무대를 9월17일에 대흥사에서 펼쳐 놓는다.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생태관광연구센터의 기획으로 진행되는 해남여행상품 ‘초요기를 올려라’는 명랑대첩축제와 명량역사체험마당 등의 이벤트와 함께 땅끝마을, 두륜산, 대흥사 등의 해남 명소를 방문할 수 있도록 일정을 구성했다. 여행상품 초요기를 올려라 출발 2011년 6~11월 매주 토, 일요일 및 공휴일 출발. 명량대첩축제기간(9월30일~ 10월2일)에는 매일 밤 출발. 서울 교대역 9번 출구, 오전 7시 출발. 요금 1박2일 11만9,000원(왕복 교통비, 1박 3식, 가이드, 입장료, 보험 포함) 문의 여행스케치 www.toursketch.co.kr 당신이 아직 모르는 해남이야기 우리가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가는 모든 여행지는 ‘유명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고, 그것을 유명하게 만들기 위해 애쓴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 찾아가 보면 초라하고 허망할 수 있는 해남 북평면의 무명소無名所들. 그 이름들을 기억해 두시라. 해남군의 예산 지원이 확정된 북평면 일대가 완도의 길목이었던 시절의 활력을 되찾을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허망한 남창장’에 언능 와보소” 박상일 지역활력연구소 소장 이름부터 에너지가 넘치는 지역활력연구소의 박상일 소장. <해남신문>의 편집국장을 역임하고 해남포럼, 해남습지 보전모임, 남도문화관광센터를 만들었던 그는 남도의 음식과 풍습에 대해 막힘이 없다. 요즘 그가 ‘꽂힌’ 대상은 ‘남창장’이다. 혹시 ‘허망한 남창장’이라는 말을 아시는가. 다른 장에 비해 일찍 서고 일찍 파장이 되어 버리기에 낭패를 본 사람들에게서 나온 푸념이 허무한 상황을 표현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해남에서 완도로 넘어가는 다리가 생기기 전에 남창장은 인근 섬에서 해산물을 가득 실은 채 모여들고, 제주도에서도 밀감을 싣고 올 정도로 흥한 장이었다. 현재는 규모도 손님도 줄었지만, 혹시 2일, 7일에 해남에 오게 되거든 장차 ‘풍물 어시장’으로 달라질 남창장을 기대해 달라는 것이 박상일 소장의 당부다. 강아지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는 옛 시절의 영광은 멀어졌지만 사람과 물자가 모이고 흩어지는 장터의 기능만은 유효하다. “달량진성, 이진진성, 그대로랑께요” 노명석 북평면 청년회장 40대의 청년회장이라고 소개를 받은 것이 쑥스러운 듯 웃기만 하던 그가 북평면 남창리에 도착하자 성큼 앞장서며 말했다. “여기 보세요. 돌담이 그대로 남아있죠. 이렇게 잘 보존된 성벽은 별로 없다네요. 저기, 저 집들은 안에 들어가 보면 뒷담이 모두 옛 성벽으로 되어 있어요.” 조선시대 이 자리에 수군의 진지였던 달량진達梁津이 설치됐고, 그 안에 남쪽의 조운창(조세를 거둔 현물을 모아두던 창고), 즉 남창을 두었기에 그 이름이 남창리다. 1498년(연산군 5년)의 일이니 500년이나 서 있었던 돌담은 정말로 보존 상태가 좋았다. 지난해 달량진성이 향토유적으로 지정됐고, 이제 본격적으로 손님맞이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주민들에게 떨어진 즐거운 숙제다. 아직은 쇠락한 상태인 시골 마을의 풍경을 등에 지고 뭔가 고민에 빠진 듯한 그의 얼굴에 듬직한 ‘청년’이 있었다. 그가 두 번째로 안내한 곳은 멀지 않은 이진진梨津鎭성터였다. 약 2.5km의 석벽 중 940m 정도가 남아있으니 역시 양호한 상태다. 서문터에 남아있는 옹성에는 우물터까지 보존되어 있다. 마을에서 까만 현무암이 발견되는 것은 제주에서 이곳까지 배에 조랑말을 싣고 왔던 흔적이라고 했다. 역사의 파편들이 골목마다 박혀 있었다. “우리집의 포석정 볼라요?” 함박골큰기와집 김순란 여사 새로 지은 한옥집. 그러나 모양만 한옥집인 숙소가 아니라 한옥의 가치와 정신을 살리되 현대인 편의를 더한 한옥집. 그게 바로 ‘함박골큰기와집’이다. 고향인 해남 북평면 오산리에 돌아와 민박을 꾸린 김순란 여사는 직접 황토를 발라서 건강한 한옥집을 완성했다. 그 집에 머무는 자체가 일종의 치유였다. 직접 담그는 동동주는 가장 먹기 좋을 때 내놓는 것이라 실패가 없고, 숙취도 없다. 두 동의 사랑방은 각각 넓은 마당을 끼고 있으니 바비큐 파티가 벌어지기 일쑤. 자리끼 물병에 민트 잎을 따 넣어 주고, 동동주에도 꽃잎을 따 넣을 줄 아는 그녀는 풍류의 고수이기도 하다. 마당 한쪽에 직접 고안하고 복원한 미니 포석정에 물을 채우고 동동주잔을 올리니 정말 술잔이 한 바퀴 돌아 내 앞으로 돌아왔다. 선비처럼 시를 읊어야 할 것 같은 밤이었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그녀가 내게 준 선물은 뜻밖의 것이었다. 급하게 손끝으로 대충 짓이겨 새끼손가락에 얹어 주었던 봉숭아꽃이 지금 고운 살구빛으로 내 몸에 스며들어 있다. 각인된 추억이다. 주소 전남 해남군 북평면 오산리 1016-2(차경리) 요금 4인실은 5~8만원, 8인실은 15~20만원 문의 011-9606-7557 www.hanbakgol.c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관가 포커스] “밥값도 보고”… 얼어붙은 감사원

    [관가 포커스] “밥값도 보고”… 얼어붙은 감사원

    잇따른 비리 연루로 개원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감사원이 숨죽인 채 엎드렸다. 지난 7월 발표된 청렴성 제고를 위한 쇄신 대책에 맞춰 몸을 낮추느라 운신의 폭이 극도로 좁아졌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양건 감사원장의 진두지휘로 별도 태스크포스까지 꾸려 내놓은 쇄신 대책 가운데 직원들의 운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동강령은 ‘밥 자리 보고하기’다. 감사 장소 외의 곳에서 직무 관련자와의 별도 접촉이 금지됨은 물론 3만원 이내의 식사도 일일이 보고한 뒤 비용을 각자 부담하는 원칙이다. 한 감사관은 “지극히 사소한 밥자리조차 완전히 통제되는 데다 밥값을 일일이 나눠 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업무차 꼭 필요한 만남도 외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업무 협의로 각 부처 감사실 감사담당자와 자주 접촉해야 하지만 이 또한 전화통화로 해결하는 ‘몸 사리기’ 업무 행태가 역력해졌다는 목소리들이다. 감사원 분위기를 바짝 더 경직시키는 또 다른 쇄신책은 양 원장이 직접 챙기는 내부 핫라인. 양 원장은 지난 7월 말부터 핫라인을 설치해 내부 직원들의 비리 신고를 직접 챙기고 있다. 한 감사관은 “투명한 조직 문화를 위해 내부 자정 기능을 되찾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직원들 모두 공감한다.”면서도 “내부 감시 장치에 따른 소극적인 업무 행태에서 벗어나는 것이 당장 감사원이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중앙부처 국정현안 중간점검] (5)통일부

    [중앙부처 국정현안 중간점검] (5)통일부

    이명박 정부에서의 통일부 정책은 남북 교류·협력에서 통일 대비 준비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천안함 사건으로 취해진 5·24 대북 제재 조치 이후 남북 간 경제·문화 교류는 중단됐고, 대신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 이후 착수된 통일 재원 마련 사업에 통일부가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통일부 장관이 교체됨에 따라 통일부의 이 같은 정책 방향도 다소간 수정될 전망이다. 통일 문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관된 대북정책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회의적이라는 지적도 동시에 하고 있다. 통일부는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이후 일관되게 북한을 제재하는 정책을 취해왔다. 2010년 취해진 5·24 조치는 남북 간 교역과 신규 투자를 금지하는 한편 문화 교류를 위한 방북도 제한해 사실상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대북 접촉을 차단했다. 이를 통해 북한의 진정성 있는 자세와 비핵화를 유도한다는 구상이었지만 오히려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강산 관광은 통일부 내부에서조차 원상회복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이미 법(정령)까지 발표한 상황에서 이를 무르고 남한 측을 사업 파트너로 한 관광사업을 재개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고 말했다. 인도적 지원 사업 분야에 대한 북한과의 대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단 두 차례 실시됐다. 반면 고령 이산가족을 대상으로 위로 방문·정책설명회를 개최하는 한편 2009년 3월 ‘남북 이산가족 생사 확인 및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이산가족 실태를 조사하고 민간 차원의 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지지부진했던 북한 인권 분야에서는 북한 인권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유엔에 북한 인권 결의안 채택을 제안하는 등 국제사회에서의 협력을 강화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 언급으로 시작된 통일 재원 마련 사업은 세계 경제 위기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이다. 통일부는 2030년 통일이 이뤄진다는 가정 아래 초기 1년간 통합 비용으로 55조~249조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사전에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 ▲남북협력기금 출연 ▲통일세 납부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당초 8월을 목표로 했던 정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점도 크다. 이와 함께 올해 탈북자가 2만 2000명을 넘어서면서 이들에 대한 정착 지원 문제도 통일부가 풀어가야 할 숙제 가운데 하나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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